<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1] 흑산 / 김훈 (2011)
이런 저런 책을 읽다 보면 내 스타일이다 싶은 작가가 있는가 하면 또 그렇지 않은 작가가 있다. 대개 후자의 책은 잘 안보게 되는데, 그런 룰에 적용되지 않는 작가가 있다. 나에게 어쩌면 김훈은 그런 작가로 인식된지도 모르겠다.
동네서점형의 소개와 추천으로 오래전에 <남한산성>을 미처 읽지도 못하고 지인에게 선물한 게 김훈과의 첫 번째 인연이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또 시간이 흘러 독서모임의 <칼의 노래>가 선정되서 비로소 작품으로 그를 만날 수가 있었다. 순서가 좀 헷갈리긴 하지만 <공무도하>도 읽었다. 그리고 2011년 <흑산>이 우리 곁을 찾아왔다.
개인적으로 간결하면서도 힘있는 문체를 구사하는 김훈은 근대물보다 확실히 역사물에 강하다는 걸 <흑산>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달을 수가 있었다.  

 

 

 

 

 

 

 

 

[2] 한밤의 아이들 / 살만 루슈디 (1981)
말이 필요 없다. 부커상 수상에 빛나는 영국 출신의 작가, 그리고 이슬람을 소재로 다룬 <악마의 시>로 세간의 화제를 모은 바 있는 살만 루슈디의 책이다.
이제는 절판되어 구할 수도 없는 루슈디의 <무어의 마지막 한숨>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다가 그만 둔 기억이 난다. 비교적 최근에 우리나라에 나온 <광대 샬리마르> 역시 보유는 하고 있지만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난 도대체 언제 루슈디의 책을 일게 될까하는 걱정, 염려를 이 책 <한밤의 아이들>이 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3] 은하영웅전설 / 다나카 요시키
“은영전”이라는 약어로 그동안 전설처럼 회자되어 오던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이 드디어 발매됐다. 이 책 전에 비채에서 나온 다나카 요시키의 외전을 접했는데 SF 서사에 정치적 색깔을 가미한 내러티브의 매력에 흠뻑 빠졌다.
외전까지 포함해서 열권에 달하는 방대한 시리즈 속에 도대체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하다. 이 무지막지한 시리즈의 볼륨이 어쩌면 넘사벽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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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1-01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 다 탐나는 책들이네요. 흑산은 수중에 있고, 은영전은 기대는 되는데 읽기 전부터 그 방대한 분량에 식은 땀이...( '')!! 해야할 일들을 얼른 해치우고 읽고 싶은 책 맘껏 읽는 순간만큼 편안한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ㅎㅎ

레삭매냐 2011-11-02 07:15   좋아요 0 | URL
전 어제 너무 퓌곤해서리,,,
책 좀 읽고 자야지 하다가 그대로 꿈나라로
날아가 버렸답니다.

책읽기도 좋지만, 가끔은 그렇게 정신줄 놓고
자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ㅋㅋ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1-09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완료했습니다 :) 감사합니다!
 
[새벽 거리에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벽 거리에서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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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년 만에 다시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과 만났다. 작년 이맘때 읽은 <탐정클럽> 이후 1년 만에 신간 <새벽 거리에서>로 다시 다작으로 유명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르 세계에 뛰어 들었다. 한 가지 패착은 어젯밤에 잠들기 전에 아무 생각 없이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점이다. 순식간에 200쪽을 넘어가는 책읽기 속도에 깜짝 놀랐다. 오늘 아침에 일어나느라 아주 고생했다.

올해 원작을 바탕으로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는 <새벽 거리에서>는 불륜에 대한 어느 사내의 단상으로 시작된다.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이제는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는 정해진 짝이 아닌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불륜은 타이밍의 문제인 것 같다. 나중에 오는 사랑을 막을 수 없다는, 지극히 통속적이다.

멀쩡하게 아내와 딸까지 있는 가장이 훨씬 나이 어린 직장 임시직 직원에 사랑에 빠지게 되는 설정, 정상적이지 않다. 아니 어쩌면 정상 궤도에서 그렇게 일탈해 있기 때문에 자극적이고 재미를 주는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그 ‘관계’에 살인이라는 소재가 더해지면서 <새벽 거리에서>는 막장으로 치닫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출중한 외모로 주변의 시선을 단박에 사로잡는 그런 미녀를 등장시키지 않는다. 주인공 와타나베가 사랑하는 나카시니 아키하는 지극히 평범하다. 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매너리즘에 빠진 와타나베의 일상이 궤도에서 이탈한 로맨스의 단초를 제공한다.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던 어느 날, 야구연습장에서 아키하를 만나고 만취한 그녀를 집에 바래다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아니 그건 사건 축에도 끼지 못한다. 진짜 사건은 15년 전에 일어났다. 그리고 아키하가 그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와타나베. 이제는 더 이상 남자라고 생각하지도 않던 중년 남자에게 다가온 사랑은 그래서 더더욱 치명적이다. 생판 모르는 타인 같이 되어 버린 아내와의 결혼생활, 그렇다고 아내와의 결혼을 끝내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 갖은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이중생활을 하는 가장의 위선을 히가시노 게이고는 충실하게 벗겨낸다. 아주 천천히.

아키하와의 불륜과 어우러지는 그녀의 과거는 책을 읽는 독자를 한 순간에 중독시켜 버린다. 파멸적 사랑과 결합된 ‘메멘토 모리’는 도대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작가가 소설의 곳곳에 배치한 단서로 결말을 예상해 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의 추리는 하나는 맞았고, 다른 하나는 보기 좋게 틀렸다. 와타나베의 위험천만한 외도만큼이나 결말을 예상하는 스릴은 최고였다.

빈틈을 보이지 않는 구성을 뒷받침하는 건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대화 전개방식이다. 원죄 때문에 아키하에게 한 순간도 당당할 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속마음이 속도감 넘치게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남녀간의 ‘사랑과 전쟁’에서 보다 적극적인 감정의 전개를 보여주는 여자 역의 아키하 역시 놀라울 정도로 스스로의 감정을 절제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시각각 다가오는 15년 공소시효가 끝난 뒤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인가? 결말로 갈수록 아드레날린 때문에 책을 읽는 독자의 심장 박동은 최고조에 달한다. 결승점을 앞둔 경주마처럼 <새벽 거리에서>의 모든 글자들이 공소시효 만료인 3월 31일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한다.

누구나 그렇듯 두 가지 선택지 중에서 둘 다 고르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 다를 취하고자 할 때 항상 말썽이 생긴다. 사랑이 빚어낸 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와타나베를 멋지다고 해야할지 아니면 배신자로 규정해야 할지 혼란스럽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뒤늦은 사랑과 안정을 모두 가지려고 위험한 줄타기를 한 남자에게 돌아가는 건 인과응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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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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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꼭 11년 전에 아드만 스튜디오에서 만든 <치킨 런>이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봤다. 영화 <대탈주>를 패러디한 닭들의 대탈주를 그린 영화였다. <치킨 런>은 그때 이미 공장식 축산 농장의 효율적 산업 모델을 극장을 찾은 관객들에게 제시했다. 어떻게 해서 실리어 스틸과 찰스 밴트리스라는 낯선 이름의 주인공들이 오늘날 우리가 저렴한 비용으로 갈루스 도메티스쿠스(gallus domesticus:닭의 학명)를 즐길 수 있게 되었는가 그리고 그에 따른 도덕적 윤리 문제에 대한 아주 복잡한 셈법을 미국계 유대인 작가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를 통해 들려준다.

개인적으로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모든 것이 밝혀졌다>라는 제목의 성장소설을 통해 처음 만났다. 자신의 뿌리를 찾는 어느 유대계 미국 청년의 우크라이나 여행기를 다룬 소설이었는데 영화로도 제작된 바 있다. 유럽 출신 유대인이었던 포어의 할머니는 홀로코스트와 기아에서 살아남기 위해 정말 그 어떤 것도 먹었다고 한다. 그리고 90세가 다 된 지금에도 언제나 사랑하는 자식과 손자들에게 풍족한 음식을 준비해주기 위해 지하실에 엄청난 양의 밀가루 부대를 쟁여 두고 있단다. 어쩌면 전쟁을 겪은 세대의 일반적 공통점이 아닌가 싶다.

아홉 살 때, 처음 베이비시터를 통해 채식주의를 접하게 된 작가는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고 또 첫 아이를 갖게 되면서 자신이, 앞으로 자신의 아이가 먹게 될 음식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됐다. 어쩌면 그게 이 책을 쓰게 된 결정적인 동기일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볼 때 그런 개인적인 이유로 이 책을 쓰기에 뒤에 달린 참고 문헌과 인용구를 보면 엄청난 작업이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 수가 있을 것이다.

포어는 다양한 측면에서 ‘동물을 먹는다는 것’이라는 주제에 접근한다. 어떤 문화권에서는 개를 식용으로 거리낌 없이 먹는다는 점에 주목한다. 많은 이들이 반려동물에게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데, 그의 주장대로라면 개를 식용으로 이용할 경우 상당한 비용 절감과 공장식 축산 때문에 생기는 환경오염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문제는 어떤 동물은 절대로 보호해야 하는 종(種)이고 또 어떤 동물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런 예에 적합한 예로 베를린 동물원의 슈퍼스타 북극곰 크누트를 작가는 등장시킨다. 동물의 입장에서 본다면 정말 불공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 비좁은 공간 그리고 자연 조건을 임의대로 조작한 열악한 환경에서 생산되는 가축을 둘러보기 위해 열혈 동물 운동가 C와 함께 잠입 취재도 마다하지 않는다. 몇 년 전에 게일 아이스니츠의 육성 르포인 <도살장>을 통해 미국 현지의 도살장에서 벌어지는 동물에 대한 참상을 읽어서인진 몰라도 포어의 짧은 모험은 솔직히 그다지 인상적이진 못했던 것 같다. 물론 책상머리에서 쓰는 글이 아니라 직접 체험을 담고 싶다는 그의 노력에는 가산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그의 모험보다 그 뒤에 등장하는 은퇴한 농부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작금의 공장식 축산 농장을 옹호하는 발언을 한 캐릭터의 인터뷰가 더 인상적이었다. 효과적인 가축의 생산을 위해 술파제와 항생제를 남발하고 동물 복지에는 눈감고 끔찍한 행위가 자행되는 현실에 쏟아지는 비난에 그는 이런 대답을 한다. 만약 그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값싼 가격으로 단백질 섭취는 불가능하다고 말이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또 다른 칠면조 농부는 자신이 기르는 동물을 잘 대우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어찌 되었던 간에 그가 기른 칠면조의 마지막 행선지는 도살장이 아니었던가? 한편으로 우리는 인간의 복지론 때문에 나라가 다 시끄러운 판에, 미국에서는 동물의 복지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에 조금은 충격을 먹었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우리의 식탁으로 왔는지 알게 되었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 진지하게 묻는다. 우리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무엇이 정상적인 때가 있긴 했었나?) 본격적인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고기를 먹게 될 세대의 징검다리 세대다. 그래서 우리의 결정이 변화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확실하다.

어느 유명한 셰프는 자신의 아들이 육식 포기 선언을 한다면 총으로 쏘겠다는 극언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나 역시 육식을 포기하지는 못할 것 같다. 과연 불편한 진실에 대한 인식이 행동과 변화에 대한 결정으로 이어질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봐야할 것 같다. 문제는 동물을 위한 윤리적 소비를 하기 위해서 추가 비용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과연 누가 선뜻 지갑을 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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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서평 도서가 도착했다. 정말 오래 간만에 다시 신간평가단이 돼서 이달부터 매달 두 권의 책을 리뷰하게 됐다. 그리고 보니 그전에 2기때 할 적에는 소설/문학이 아니라 인문도서였던 것 같다. 그래서 적잖이 고생한 기억이 난다. 뭐 그래도 다 지나고 나니 좋은 기억이었지 싶다. 정말 그 시절에는 거의 매주 같이 책이 날아와서 책 읽으랴 리뷰쓰랴 정신이 없었던 것 같다. 그 사이에 룰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한 달에 두 권 정도면 되는 것 같다. 뭐 그 정도면 쉬이 할 수 있지 않을까? 방심하지 말지어다. 

 

안그래도 궁금해 하던 김경욱 작가의 단편 소설집 <신에ㅐ게는 손자가 없다>가 너무 반가웠다. 몇 년 전에 책콩 카페를 통해 김경욱 작가와 직접 만나는 시간을 가졌었다. 무슨 방송에선가 나와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을 찍어 갔던 것 같은데 물론 볼 기회는 없었다. 나도 예전에 한 때 방송공부를 좀 해서 그런진 몰라도, 텔레비전 카메라만 들이대면 기겁하는 분들에게는 항상 별거 아니니까 성의껏 대답해 주라고 권유한다. 물론 나에게도 카메라가 오면 사양하지 않고 말한다. 언젠가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주저리 주저리 떠들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참 웃겼었다. 사실 인터뷰 한 번 따는 게 쉽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그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직접 만난 김경욱 작가는 소박하고 마음에 드는 인상이었다. 무엇보다 카페 사하라에서 우리 찻값을 대신내 주셔서 참 고마웠다. 그 때 급하게 카페로 달려가는 바람에 다 읽고 토론까지 했던 <위험한 독서> 싸인을 받지 못한 게 아쉽다. 이번에 언젠가 싸인회를 한다면 이 책하고 <위험한 독서>를 들고 가서 싸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두 9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집인데 중간에 있는 <하인리히의 심장>이라는 타이틀이 가장 궁금하다. 당장 읽어야 하나?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히가시고 게이고의 책이다. 책읽기 기록을 뒤져 보니, 딱 1년 전의 게이고의 <탐정클럽>을 읽었단다. 그런데 그 <탐정클럽> 책의 내용이 뭔 내용인지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08년에 읽은 <아름다운 흉기>는 오히려 더 생생하다. 흠, 이번에 다시 만나게 되는 <새벽 거리에서>는 과연 앞으로도 나의 기억 속에 존재하게 될지 어떨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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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1-10-27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책콩 카페에서 활동하셨어요? 저도 몇 년 전에 꽤 활발하게 드나들었던 기억이 ^^;;
두 책 모두 너무너무 기대되요. 김경욱 작가의 [위험한 독서] 읽을 때 해설에 '잘 생기고 똑똑한 청년'이라고 그랬는데, 실제로 만나본 김경욱 작가는 어떻던가요? ㅎㅎ
아무쪼록 우리 잘 해내봐요! (제가 더 걱정이지만, 킁...)

레삭매냐 2011-10-28 09:03   좋아요 0 | URL
실제로 만나본 김경욱 작가님은 역시나 멋지더군요 :>
<신에게는 손자가 없다> 바로 읽기 시작해서 어느새 반절
이나 읽었습니다.
역시 글쓰실 줄 아는 분이라는...
 
바람의 왼팔
와다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들녘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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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page-turner), 다시 말해서 정말 쉬지 않고 그렇게 재밌게 읽히는 소설을 무척 좋아한다. 새로 출간된 와다 료의 소설 <바람의 왼팔>은 전장에서의 낭만을 아는 사무라이가 등장하는 센고쿠 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물이고 페이지 터너다. 우리나라 역사 같았다면 바로 조사를 해봤겠지만, 일본 역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 패스!

작년에 나온 <노보우의 성>도 아주 재밌게 읽었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바람의 왼팔>이 더 재밌다. 1556년, 센고쿠 시대의 전란을 무력으로 평정하게 될 오다 노부나가가 아직 그 명성을 날리기 전이다. 소설의 전면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도자와 가문의 하야시 한에몬이다. 그는 센고쿠 시대 기마무사의 전형으로, 적진으로 말을 달려 돌파하며 적장을 수급을 베는 ‘공로 사냥꾼’이다. 한에몬이 속한 도자와 가문이 이웃의 고다마 가문과 전쟁을 벌이다가 대패를 하고 만다. 물론 상대 진영에도 그에 못지않은 전사 하나부사 기베에가 있다. 역사에 언제나 등장하는 라이벌 구도다.

도자와 가문의 차기 성주 즈쇼의 엉성한 전략으로 초장에 대패하고, 적병의 추격에서 간신히 벗어난 한에몬은 도자와와 고다마의 경계 산속에서 살던 사냥꾼 요조와 그의 손자 고타로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다. 자신의 은인인 고타로에게 보은하고 싶었던 한에몬은 고타로의 소원인 화승총 사격대회 참가를 허락한다.

압도적인 고다마 가문의 침공에 직면한 도자와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부족한 병력을 가지고 농성전에 돌입한다. 농성전에 앞서 성 밖 마을을 점령한 기베에를 늙은 호위무사 기베에만 데리고 찾는 한에몬. 그리고 비열한 방법을 써서, 사실상의 적진 총사령관을 죽이지 않고 오히려 병사들로 하여금 호위해서 성 안으로 무사히 들여보낸다. 와다 료는 소설의 곳곳에서 이렇게 멋진 무사간의 의기(義氣)를 칭송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러면서도 한에몬과 기베에는 상대방의 수급을 취하는 상상을 하며 짜릿해 한다. 무사간의 정을 나누면서도 최고의 실력을 가진 적장을 베는 즐거움을 타인에게 뺏기지 않으려는 사무라이의 본심을 작가는 적확하게 잡아낸다.

어쨌든 고타로가 가진 신기에 가까운 사격 실력을 알게 된 한에몬은 고타로야말로 풍전등화 같은 도자와 성의 운명을 뒤바꿀 수 있는 최종 비밀병기라는 사실을 직감한다. 자, 문제는 어리숙하고 순수한 고타로의 적개심을 어떻게 불태워 전장으로 이끌어내는가이다. 승리를 위해 한에몬은 비겁하지 말라는 자신의 좌우명을 버리고 비장한 결심을 하게 되는데…….

와다 료의 <바람의 왼팔>은 소년만화 혹은 무협지에 등장하는 절세 고수의 등장으로 절대 열세인 전장의 승부를 한판에 뒤집어 버리는 내러티브의 패러다임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초전에서 수많은 병사를 잃고 대패한 도자와 가문은 압도적인 고다마 가문의 공격 앞에 전멸 위기를 맞는다. 누가 봐도 정상적인 방법으로서는 전세를 역전시킬 수가 없다. 물론, 깁에도 시노비를 동원하는 암수를 쓰지만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 한에몬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개인적으로 고타로의 주무기였던 화승총의 등장에 주목했다. 센고쿠 시대까지만 해도 기마무사의 적진 돌격이야말로 농민으로 구성된 보병에겐 전차와 같은 위력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원거리에서 저격할 수 있는 보병 무기인 화승총의 등장으로 사무라이 계급의 몰락할 수밖에 없었다. 훗날 센고쿠 시대의 무자비한 전란을 통해 개량된 화승총으로 무장한 일본군이 임진왜란에서 조선군을 상대했다. 결과는 모두가 아는 대로 조선군의 참패였다.

권력을 위한 음모와 사투가 뒤범벅이 된 센고쿠 시대의 사무라이는 상명하복과 주군에 절대 충성과 충돌하는 사무라이 정신으로 고통 받는다. 게다가 자신이 유일하게 사랑했던 여인 스즈는 자신이 후일 섬기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의 주군 즈쇼에게 빼앗겼다. 게다가 전란의 시대에 살아남아야 했던 고타로의 이야기, 기마무사가 되어 신분의 상승을 이루겠다는 야심에 불타는 겐타 그리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한 수하를 처형하겠다고 덤비는 성주 도시타카에 이르기까지 소설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는 욕망의 도가니탕이다.

작가는 그런 센고쿠 시대 사무라이들의 낭만을 소설의 메인 테마로 삼지만, 과연 그 시대가 보통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좋은 시대였는지 묻고 싶다. 사무라이들이 칼날을 시험해 보겠다고, 아무런 이유 없이 지나가는 사람을 베어도 죄가 되지 않는 시대였다. 봉건영주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주군관계의 하부구조에 위치해 있던 사무라이에게 백성을 그저 수탈의 대상일 뿐이었다. 영토를 넓히기 위해 이웃 영주와 전쟁에 동원되는 병사도 역시 농민 중에서 충당했다. 소설에서 패배한 한에몬과 산쥬로를 쫓는 패잔병 사냥꾼 역시 전공을 노린 농민이 아니었던가.

너무 소설의 중심이 너무 하야시 한에몬에게 집중되다 보니 “신의 왼팔” 고타로의 비중이 떨어지지 않았나 싶다. 하긴 와다 료 작가의 본심이 센고쿠 시대 무사의 정신세계를 독자에게 보여주겠다라는 점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고타로는 작가가 원한 무사가 아니라 그저 철부지 십대 소년이었으니까. 어쨌든 의리에 죽고 사는 싸나이들의 치열한 투쟁이 인상적인 책이었다. 그리고 재밌다, 그럼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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