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도 넘게 불화하던 미국과 쿠바가 국교정상화에 합의한 게 벌써 3년 전이었던가. 1959년 1월 1일, 훌헨시오 바티스타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피델 카스트로는 인민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스스로 새로운 독재자가 되어 지상낙원을 건설하겠다는 원대한 꿈을 대중에게 설파했지만, 이웃 미국의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로 카스트로와 그의 혁명 동지들의 꿈은 한낱 물거품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크리스토퍼 컬럼버스가 쿠바 섬에 상륙한 이래, 식민지배의 사슬은 끊어 버렸을 진 몰라도 지상낙원 건설이라는 꿈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노력으로 미국과 국교정상화가 되었지만,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트럼프는 국교정상화 이전 상태로 모든 것을 되돌리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다시 한 번 카리브해에 어떤 종류의 허리케인이 불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다.

 

쿠바의 전략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을 것 같다. 남북 라틴아메리카를 교차하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한 때 소련이 미사일을 배치해서 미국의 목을 겨누지 않았던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중의 하나였던 토머스 제퍼슨은 일찍이 쿠바를 미합중국의 일부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제퍼슨 뿐만 아니라 존 퀸시 애덤스와 뷰캐넌, 먼로를 비롯한 미국의 역대 대통령들은 쿠바를 “부드러운 손길”로 어루만져 주기를 고대해 마지 않았다. 쿠바섬에 평화롭게 살던 인디오 원주민들을 몰살시키고 식민화한 스페인 제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미국은 짭짤한 수익을 냈다. 필리핀 제도와 괌 그리고 쿠바를 얻어낸 것이다. 그리고 플래트 수정안이라는 해괴한 법안으로 지금도 말썽이 되고 있는 관타나모 기지를 비롯해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쿠바 내정에 개입할 수 있는 합법적 장치들을 만들어냈다.

 

미국은 자신들의 도움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살 수 있었던 쿠바에 개입해서, 대의민주주의를 이식한다는 명분 아래 부정부패를 일삼는 독재정권을 지원하고, 매판자본전략을 활용해서 쿠바의 모든 것이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게끔 그렇게 만들어 버렸다. 40년 뒤에 살바도르 아옌데가 이끄는 사회주의 칠레의 구리 가격을 가지고 장난질을 쳤던 것처럼, 쿠바의 유일한 생산품인 사탕수수 재배를 통해 만든 설탕산업을 비롯한 쿠바의 모든 산업을 미국 자본에 종속시켜 버렸다. 다시 말해 기존의 지배자가 가톨릭 십자가를 앞세운 제국주의 스페인이었다면, 이번에는 자본주의 미국이 새로운 지배자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새로운 지배자는 군바리이자 깡패두목에 가까운 바티스타를 대리인으로 삼아 기존의 불평등한 플래트 수정안을 폐기하고, 외국의 이익을 통제하며, 교육 제도 등을 개혁하려고 했던 안토니오 기테라스의 기도를 무산시키고, 민중의 지지를 받는 지도자를 암살시키는 방식으로 자국의 쿠바에서의 우월한 기득권 유지에 최선을 다했다.

 

우리가 아는 혁명가 피델 카스트로 이전에 걸출한 혁명가 호세 마르티가 있었다는 점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어제 읽은 <체 게바라>의 상당 부분도 쿠바혁명에 할애되었었는데, <쿠바혁명과 카스트로>에서는 대놓고 쿠바 혁명의 연원과 그 주역이라고 할 수 있는 피델 카스트로를 주연으로 삼아 리우스 작가는 이야기를 전개해 간다. 1953년 몬카다 병영 습격사건으로 세상에 이름을 알린 카스트로는 망명지 멕시코에서 운명의 동지 체 게바라를 만나 참단한 실패를 경험삼아 새로운 조직과 혁명 대의 그리고 치열한 군사훈련을 통해 쿠바에 상륙해서 역사에 기록된 게릴라 전투의 신화를 창조해 내기에 이른다. 어쩌면 쿠바야말로 무장투쟁을 통한 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을 대로 무르익은 그런 상황이 아니었을까.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혁명에 성공한 카스트로 그룹은 우선적으로 토지개혁으로부터 대중의 지지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물론 전문적인 경제관료나 국가운영을 해본 적이 없는 아마추어 게릴라 전사들은 상당한 시행착오도 경험했다고 한다. 수만 명을 희생시킨 독재정권에 기생했던 부역자 청산도 쉽지 않은 과제였다. 독재자와 혁명가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가톨릭교회도 비판의 대상이었다. 마르크스는 좋지만, 공산주의는 싫다는 대중의 반응도 주목할 만하다. 사실 혁명 초기까지만 하더라도, 카스트로는 공산주의에 경도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 CIA의 사주를 받는 반혁명그룹의 지속적인 공격과 부유층 부르주아 계급 사보타주로 쿠바는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소련이나 중국 그리고 폴란드 같은 사회주의 진영으로 기울어지게 되었다. 미국은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무력사용도 마다하지 않았고, 케네디 행정부 시절 처참한 실패로 끝난 피그스만 침공을 기도하기도 했다. 그 때 포로로 잡힌 용병들 몸값으로 한 명당 한 대의 트럭을 요청해서 관철시켰다고 했던가. 용병 쿠바인들이 쿠바 경제발전에 유일하게 공헌한 일이었다고, 리우스는 그리고 있다.

 

점점 쿠바가 사회주의 진영으로 경도되는 움직임을 미국은 쿠바산 설탕의 수입을 중지하고, 자신의 동맹국들에게도 쿠바의 설탕을 구입하지 말 것으로 요청했다. 미국은 1970년대 아옌뎨의 칠레산 구리 판매처를 없애 버리기에 앞서, 카스트로의 쿠바산 설탕에 대한 경제적 제재라는 방식을 동원했던 것이다. 한편 1963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후, 카스트로 정권은 사회 다방면에 걸쳐 본격적인 개혁에 나섰다. 혁명 영웅 체 게바라를 공업부장관에 임명해서 경제 재건과 국가 기간산업의 국유화에 나섰지만, 모든 것을 미국에 의존해 왔던 상황에서 설비투자를 위한 자본도, 공장 운영을 위한 기술력도 없던 상황에서 혼란을 가중시켰고, 시련의 시기였다고 리우스는 적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자연 재해에, 미국의 침공에 대비한 전쟁물자 비축도 허약한 쿠바 경제에 짐이 되었을 것이다. 다수의 미국 경제전문가들이 쿠바 경제의 몰락을 예언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으리라.

 

 

하지만 쿠바는 1969년까지 농지개혁을 필두로 해서 도시개혁, 교육제도와 의료제도의 개혁 등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저자는 기록한다. 무엇보다 높은 문맹율을 헌신적인 교사들의 노력으로 라틴아메리카 최저 수준으로 떨어뜨리고, 수많은 부르주아 의사들이 미국으로 탈출하면서 절대 의료전문가가 부족한 가운데서도 훗날 베네수엘라를 비롯해서 라틴아메리카 각지로 의료진을 수출할 정도로 뛰어난 의료인들을 양성하는 기초를 세웠다.

 

물론 리우스 작가가 쿠바혁명에 상당히 호의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종의 선전선동도 포함되어 있는 게 아닐까. 미국으로 망명한 쿠바인들의 말을 모두 믿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리우스 작가는 바티스타 정권에 부역한 반대파들이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자신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 자발적으로 미국으로 망명함으로써 오히려 쿠바가 내정개혁을 하는데 도움을 주었다는 식의 전개하는데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너무 좋게만 해석한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어쨌든 미국의 계속되는 경제봉쇄로 쿠바 경제가 입은 타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세계 최강의 수퍼맨 미국을 상대로 반세기가 넘게 혁명정신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카스트로 독재에 대한 평가도 객관적으로 다루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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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9 1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자주 찾는 헌책방에 라이트 C. 밀즈의 《양코배기야, 들어봐라!》라는 책이 있어요. 밀즈는 이 책에서 쿠바 혁명을 지지합니다. 레샥매냐님의 글을 읽으니까 밀즈의 책을 사서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사실 몇 개월 전부터 이 책을 눈여겨보고 있었거든요. 책의 주제가 유행이 지난 거라서 그런지 이 책을 고르는 사람이 없어요.

레삭매냐 2017-06-09 11:51   좋아요 0 | URL
모름지기 한 가지 사건에는 균형 잡힌
시선이 필요한데, 그런 균형이 아쉽습니다.

<양코배기야, 들어봐라>도 재밌는 책 같아
보이네요. 저도 바로 램프의 요정 헌책방
에 있나 검색해 봤네요.

말씀 대로 유행타는 주제가 아니라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은 듯 하네요 :>
 

 

요즘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 리커버 버전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해서 관심을 가졌다. 다른 책도 읽어야 하고, 정신없이 바쁜 가운데 HULU라는 채널에서(월트디즈니, 21세기 폭스, 컴캐스트 그리고 타임워너 그룹이 출자한 VOD 합자회사) <시녀 이야기>의 드라마 버전을 만들었다고 해서 구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이 드라마 정말 재밌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이미 그전에도 한 번 페어 더너웨이가 등장하는 영화 버전으로도 나왔었는데, 영화를 다 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쉽지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드라마는 더 재밌지 않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는 메인 주에서 국경을 넘어 캐나다로 도망치려는 루크와 주인공 준(오프레드, 엘리자베스 모스 분) 그리고 그들의 딸 한나가 등장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준과 한나에게 먼저 도망가라는 루크, 뒤이어진 총성. 한나와 준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들에게 잡히고 준은 의식은 잃는다. 장면은 변환돼서 하녀 복장으로 커맨더 프레드 워퍼포드 집에 살고 있는 오프레드로 변신한 준이 등장한다.

 

 

으로 보기에는 미국이지만(드라마의 촬영은 캐나다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 길리아드(성경상에서는 길르앗)라는 이름의 가상국가다. 여성들의 권리는 박탈되고, 철저하게 계서제 중심의 가부장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신정통치 시스템이 작동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전형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환경오염과 바이러스의 창궐로 불임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저히 국가를 유지하기 위해 다음 세대를 만들기 위한 재생산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래서 길리아드의 지도자들은 가임기의 여성들을 강제적으로 차출해서 지도자들의 집에 우선적으로 배치해서 재생산을 돕게 만든다. 그런데 그 방법이 매우 기묘하면서도 폭력적일 수밖에 없다. 분명 성경에서 유래된 구절들을 읊조리는 것 같은데, 방법은 전혀 성경적이지 않다. 이미 중세에도 그랬던 것처럼 신정정치(theocracy) 시스템이 얼마나 현실을 왜곡시킬 수 있는지 절실하게 보여준다.

 

 

트(aunt) 리디아는 하녀 트레이닝 센터에서 붙잡혀온 여자들을 상대로 복종과 그들이 앞으로 해야할 일들을 훈육한다. 역시 폭력적인 방식으로. 길리아드에 사는 여자들에게 일체의 재산 소유는 허용되어 있지 않다. 책을 읽는 것도 금지다. 책을 읽다가 걸리면 처음에는 손가락을 그리고 두 번째는 손목을 자르는 형벌을 받는다. 훈육 중에 반항적인 태도를 보인 재닌(오프워렌)은 오른쪽 눈을 훼손당했다. 그렇게 배치된 하녀들은 커맨더의 아이를 갖기 위해 커맨더의 와이프가 동석한 가운데 한 달에 임신 가능한 가장 유력한 시기에 반강제적으로 섹스를 한다. 그들은 그것을 고상한 표현으로 “세레모니”라고 부르지만 성폭행에 다름 아니다. 아무런 감정이 실리지 않은 오로지 재생산(reproduction)만을 위한 섹스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주인공 오프레드는 이 모든 사태가 벌어지기 8년 전,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았지만 결국 하녀 신세로 전락해서 감금된 상태에서 아이를 낳기 위한 그릇으로 사용되어질 따름이다. 정말 끔찍한 미래의 디스포피아가 아닐 수 없다. 하녀들은 혼자서 외출할 수도 없으며 항상 파트너를 정해서 장도 보고, 간단한 외출을 할 수가 있다. 게다가 “디 아이”(the Eye)라는 조식이 상호 불신을 자극하면서 주류 사회에서 어긋난 행동을 하는 이들을 검은색 밴을 동원해서 쥐도 새도 모르게 잡아간다. 빅 브라더가 통제하는 사회 이상의 끔찍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오프레드의 동료는 오프레드에게도 디 아이가 붙어 있다고 주지시켜 주는데, 그는 바로 커맨더 워터포드의 운전기사 닉이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닉은 오프레드를 지켜 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미 9개의 에피소드들을 감상해서 줄거리가 좀 뒤죽박죽이지만, 오프레드의 절친 모이라와 공모해서 탈출을 시도하지만 오프레드는 다시 잡혀서 트레이닝 센터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하지만 그녀 역시 길리아드보다 자유로운 캐나다로 도주하는데 실패해서, 칼러니(식민지)행 대신 지저벨이라는 남성들을 위한 비밀장소에서 성적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나중에 커맨더 프레드(조셉 파인즈 분)는 오프레드를 데리고 지저벨을 방문하는데, 그 장소야말로 신정국가 길리아드에 절대 어울리지 않는 그런 장소였다. 어쩌면 신정국가의 위선적인 모습을 단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공간적 장치였을 지도 모르겠다.


 

생산인구 감소는 길리아드만의 문제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웃 멕시코와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커맨더 프레드는 사력을 다한다. 멕시코 대사는 오프레드에게 많은 관심을 보이는데, 그녀의 주인들은 트레이드 성사를 위해 오프레드에게 주의를 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그런데 그들이 거래를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동료 시녀에게 오프레드는 바로 자신들이 그 “상품”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는다. 인격이 배제된 상품으로 “red tags"라는 이름으로(그들이 입는 옷 색깔이 붉은 색이라는 점을 떠올려 보라) 멕시코에 수출될 거란다. 결국 오프레드는 자신에게 멕시코산 초콜릿 선물을 주는 멕시코 대사에게 그들이 원해서 시녀가 되고 대리모가 되는 희생을 마다한 것이 아니라는 진실을 알려 주지만, 멕시코 대사 역시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말한다. 멕시코가 죽어가는 나라라면, 그녀의 조국 길리아드은 이미 죽은 나라라고 말이다.


 

오프레드가 또 하나 알게 된 사실은 길리아드에 대항하는 “메이데이”라는 저항단체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놀라운 사실은 가족과 함께 캐나다로 도주하다가 죽은 것으로 알고 있던 남편 루크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는 플래시백으로 과거에 대한 오프레드의 회상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 무엇이든 자유로웠던 과거와 모든 것이 억압된 현실의 대조야말로 텔레비전 화면으로 벌어지는 비극을 한층 더 강조하는데 탁월한 방식이 아닐 수 없다. 유부남이었던 루크와 만나게 된 에피소드를 필두로 해서, 그들이 사랑에 빠지게 된 장면, 사랑하는 딸 한나를 낳은 병원에서 벌어진 인질극 등 다양한 이야기의 얼개들이 두서없이 등장한다. 여성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 시작된 시기에 여성들의 은행계좌가 아무런 고지 없이 동결되고, 일자리에서 추방되는 장면들은 놀라웠다.

 

 

그것보다 더 놀라웠던 점은 불과 8년 만에 모든 사회가 길리아드의 지도자들이 인도하는 대로 별 반항 없이 길들여졌다는 점이다. 물론 그 배경에는 상상을 초월하는 무지막지한 폭력적 방식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아무리 인간이 적응하는 존재라고는 하지만, 단기간에 그런 게 가능하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한편, 커맨더 워렌의 아이를 갖게된 재닌이 출산하는 장면도 놀라웠다. 임신하지도 않은 워렌의 와이프가 심호흡을 하면서 출산하는 과정을 재현하는 장면이란 정말. 그렇게 반항적이었던 오프워렌이 아이를 낳고, 워렌과 자신의 딸 샬롯에게 집착한 나머지 새로 배치된 집에서 뛰쳐 나와 다리에서 아이를 안고 투신하려는 장면은 정말 애처로웠다. 현장에 투입된 오프레드의 설득에도 재닌은 그만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렇게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오프레드는 자신의 딸 한나와 다시 만나겠다는 일념으로 버티고 있는 중이다. 지저벨의 모이라는 자신의 고객을 숨겨둔 둔 흉기로 처리하고 도주하는 장면으로 마지막 에피소드는 끝이 난다.


 

 

지금까지는 일단 10편의 에피소드가 방영될 예정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원작소설에서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고 하는데 이제 하나 남은 에피소드로 끝을 맺기엔 아직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게 아닐까.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보기 전에 원작소설을 좀 읽어 보려고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았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기대해 본다.

 

* 뱀다리 :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시즌 2가 편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아마 시즌 1에서만 원작소설에 해당하는 부분을 그리고 시즌 2에서부터는 원작소설을 넘어선 길리아드 공화국에 대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촬영에서는 디지털 방식의 촬영 대신 약간 어두운 톤의 테크니칼라 비전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오프레드의 우울한 삶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아주 유효한 방식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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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7-06-09 1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얼마전 읽기시작했는데 너무 어둡고 힘들어요 ...

레삭매냐 2017-06-09 11:08   좋아요 1 | URL
드라마에서도 장난 아닙니다.
우울 플러스 암울한 음악이 깔리면
또 무슨 일이 생기려나 싶어지거든요.

원작소설도 그렇군요 !!!

다락방 2017-06-09 1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원작소설을 읽어보고 싶네요. ‘아 정말 힘들겠다‘ 생각하면서 왜 굳이 읽어보려고 하는걸까요 .. ㅠㅠ

레삭매냐 2017-06-09 11:21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일 거라는 걸 빤히
알면서도, 짚을 지고 불 속으로
뛰어드는 불나방 같은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드라마는 정말 최고입니다.

kegg0909 2017-06-09 11: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주문하고 책 기다리는 중인데 힘든 소설이군요.

레삭매냐 2017-06-09 11:37   좋아요 0 | URL
저도 곧 주문장 날리려고 하는데
많은 분들이 어렵다고 하시네요.

완독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ㅠ

cyrus 2017-06-09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구판 도서를 가지고 있는데, 드디어 읽어야 할 타이밍이 찾아온 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17-06-09 11:52   좋아요 0 | URL
누구 말대로 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찾아서 본다고 하더니만
싸이러스님의 경우에 딱 들어 맞는
것 같습니다.

전 없으니 리커버 버전으로 사려구요.
요즘 잘 팔리나 봅니다.
램프의 요정에서만 파나봐요.

포스트잇 2017-06-09 14: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 소설 [눈 먼 암살자]를 재밌게 봐서 [그레이스] 보려다 담(..)왔던 경험이 있어서 [시녀이야기]도 패스했더랬는데 이번 특별판 구입했네요. 읽기만 하면 되는데...
그보다는 에코백이 탐나서...;;;;;

레삭매냐 2017-06-09 15:15   좋아요 0 | URL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책은
<눈먼 암살자>, <그레이스> 그리고
<시녀 이야기> 아마 이렇게 삼부작
이 메인인가 봅니다 ~

저도 오늘에서야 <시녀 이야기> 사
야지 싶네요.
저도 담이 오면 어쩌죠? :(

책한엄마 2017-06-09 15: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어요!!그런데 드라마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저작권을 낼 수 있는 유료라면 더욱 좋습니다.^^

레삭매냐 2017-06-09 16:00   좋아요 0 | URL
책도 미리보기로 해서 조금 읽었는데
오리지널 드라마 보다 서술이 훨씬 더
풍부하고 재밌는 것 같습니다.

2017-06-09 16: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7-06-09 16:2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네이버 이웃도 반갑습니다.헤헤-
언젠가 스트리밍 서비스로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목나무 2017-06-09 1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녀이야기>는 양장본으로 된 것을 아주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지금 DB를 보니 그 책은 아예 알라딘 DB에도 안잡히는 것 같네요. 이 책이 좋아서 작가의 <인간 종말 리포트>도 읽었었는데.. 그 책 역시 몹시 어두운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었던 걸로.....
이 책은 표지 이뻐서 다시 구매하고 싶어요. ^^;; 글구 드라마 완전 기대됩니다.

레삭매냐 2017-06-09 17:27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시녀 이야기> 질렀습니다.
미리보기를 잠깐 읽어 봤더니만 너무
재밌더라구요.

이참에 마거릿 애트우드 여사의 구간
들이 새로운 틀을 쓰고 재출간되었으
면 하는 그럼 바람이 들었습니다.

<그레이스>도 읽어 보고 싶네요.

데이지 2017-06-09 21: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드 매니아인 제가 모르는 미드가 있었다니! 사진 보니깐 제가 좋아하는 배우 나오네요 범상치 않은 스토리인 것 같은데 낼 당장 찾아봐야겠어요 일단 드라마 먼저 ㅋㅋ

레삭매냐 2017-06-09 22:55   좋아요 0 | URL
현재 절찬리에 방영 중인 미드랍니다.

다음 주에 시즌 1이 종영된다고 하네요.
미드를 이렇게 바로바로 찾아서 보는
건 또 처음이네요.

책도 주문했습니다. 드라마 이상으로
책도 재밌더라구요.

2017-06-10 0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1 15: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1 22: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1 2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6-13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 오후에 램프의 요정 중고서점에 책을 한 권 사러 갔었다.


니콜라스 터프스트라라는 작가가 쓴 <르네상스 뒷골목을 가다>라고 글항아리에서 나온 책이었다. 아무래도 근처 램프의 요정에 라이벌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찜해둔 책을 독서취향이 비슷한 양반이 와서 싹쓸이 해간다. 아마 그 라이벌에게는 나라는 존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싶다.


<르네상스>를 사러 갔다가 켄 브루언의 <밤의 파수꾼>이 눈에 띄이길래 그 책도 한 권 사려고 집어 들었다. 예전부터 눈독을 들이고 있던 책이어서 책 컨디션을 훑고 나서 바로 집어 들었다.

사단은 그 무렵에 일어났던 것 같다.


어떤 중년 아주머니가 램프의 요정 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치고 계셨다. 알고 보니 책을 왕창 팔러 오신 것 같은데 상당한 분량의 책이 매입불가 판정을 받은 것 같다. 당신 말로는 인터넷으로 다 검색을 하고 왔는데 이게 뭐냐고 역정을 내셨다. 내 단골 램프의 요정은 차 가지고 오기가 쉽지가 않아서 보통 팔 책들을 몇 권씩 가져다 파는 경우가 많다. 나도 물론 “뻰찌”를 먹은 적이 많다. 최근에도 내가 보기에는 최상 품질인데, 판정하는 스탭 분이 상등급을 매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등급이 차이가 나고,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팔지 않으면 된다.


인터넷 검색에서는 오케이 싸인이 떨어져도 막상 현장에서 거부당하는 수도 있다고 분명히 명시되어 있지 않은가. 그 외에도 책파는 고객에게는 소홀하면서, 구입하는 고객들에게는 너무 친절하다면서 불평이 끊이지 않는다. 당연하지 않은가? 어떤 경우에도 매입자가 갑 아니었던가. 물론 세상사가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나도 매입판정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다가 보면, 책 사려는 고객에게 먼저 응대하는 경우를 체험하기도 했다. 누군가에게는 당연한 일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도 있겠구나 싶어졌다.


젊은 스탭분들에게 소리치는 모양을 보면서, 한 마디 해주고 싶었다. 그럼 팔지 않으시면 된다고. 램프의 요정이 무조건 책을 매입해야 하는 건 아니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당신 책장에 있던 책들이 어떤 컨디션인지 내가 보지는 못했지만 소장할 의도가 아니라 팔려고 했다면 내게는 소용이 없는 책이 아니란 말이지 않은가. 그런 책들을 얼마나 신경을 써서 관리를 했을까 싶더라. 매입불가판정이나 등급 판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감안을 하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더 억울하셨을까. 인터넷을 아예 믿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인터넷 매입가 예비검색을 맹신하신 게 문제가 아닐까.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러지 말라고 하셨는데, 어련히 알아서 감안하고 있으니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될 것 같다. Don't worry then not to be unhappy, thoug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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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7 18: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을 파는 데 매입가 금액이 적거나,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아서 불만을 표출하는 사람들은 책을 ‘돈’으로 봅니다. 책을 팔아야 돈이 생기잖아요. 특별한 사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책을 파는 일이 있어요. 그렇지만 돈이 적게 나왔다고 해서 투덜거리는 모습은 보기 안 좋아요.

레삭매냐 2017-06-07 22:15   좋아요 0 | URL
그래봐야 몇 백원 차이인데,
그렇게 역정을 내실 일인가 싶더군요.

응대하시는 스탭 분들이 정말 안쓰러
웠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딸들
이고 아들들일 텐데 말이죠.

문화인 운운할 적에는 정말 빵 터질
뻔 했답니다.

AgalmA 2017-06-07 19: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온라인 중고샵도 경쟁 치열해서 눈 깜짝할 사이 사라지죠ㅎㅎ;
처음에 멋모르고 책 들고 갔다가 2000년 이전 책 안 받는다고 뺀찌 먹고 무거운 거 도로 들고 온 기억 때문에 오프라인으로는 잘 안 가게 됐어요ㅎ;

레삭매냐 2017-06-07 22:16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2000년 전에 나온 책들의
지질 상태나 기타 요소들의 감점
요소라서 그런 게 아닐까요.

뻰지 당하신 분의 심정은 이해가
가지만, 그렇게 격렬하게 항의하시
는 분은 또 처음 봤네요.
 

 

1988년에 <오월>이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리우스(에두아르도 델리오)라는 예명의 멕시코 출신 카투니스트가 그리고 쓴 <체 게바라>를 읽었다. 그동안 체 게바라의 일기를 비롯해서 다양한 종류의 저작을 읽었는데, 그림과 사진, 도판 그리고 지도로 구성된 리우스의 <체 게바라>는 100쪽 남짓한 팜플렛 사이즈의 만화지만 내용 면에서는 다른 저작에 비해 뛰어난 컨텐츠를 자랑하고 있다.

 

모두가 알다시피 20세기 최고의 혁명가 중의 하나이자 “완전한 인간”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에게 엄격했던 꼬만단떼 체 게바라는 아르헨티나 출신의 게릴라 전사였다. 원래 이름은 에르네스토 게바라 데 라 세르나. 아르헨티나 부르주아 가정에서 출생해서, 아르헨티나에서 의사가 되었지만 젊은 시절 모터사이클을 타고 라틴 아메리카 전역을 누비면서 자본주의 시스템 아래 형성된 구조적 불평등과 억압 그리고 착취의 사슬을 끊기 위해 성공과 안락이 보장된 평안한 길 대신, 언제 죽을 지 모르는 게릴라로서의 삶을 선택했다.

 

평범한 의학도였던 그가 마르크스레닌주의에 경도된 게릴라로 전향하게 된 계기는 1954년 합법적으로 선출된 과테말라의 하코보 아르벤스 대통령의 개혁 시도를 미국 CIA 주도 아래 폭격까지 동원한 폭력적 방법으로 무산시키는 과정을 보고 의식의 일대전환을 이루게 된다. 아르헨티나 대사관을 거쳐 멕시코로 도주한 체 게바라는 그곳에서 마르크스주의 혁명이론을 본격적으로 접하면서 본격적인 혁명전사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물론 이듬해 이루어진 쿠바 출신 망명객 피델 카스트로와의 만남은 추후에 라틴아메리카 혁명에 도화선이 될 예정이었다.

 

미국의 지원 아래 바티스타 독재정권 아래 신음하던 쿠바 민중을 해방시키겠다는 피델 카스트로를 비롯한 일단의 쿠바 망명객들과 멕시코의 모처에서 철저하게 게릴라 훈련을 받은 카스트로와 게바라의 게릴라 부대는 그란마호라는 이름의 고물배에 실려 쿠바혁명의 첫 걸음을 내딛는다. 1956년 12월 2일 천신만고 끝에 쿠바 동부해안에 상륙한 카스트로 부대는 사전에 그들의 상륙계획을 알고 있던 정부군의 공격을 받아 대부분의 게릴라 대원들이 전사하고 체포되는 최대 위기를 맞는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15명의 게릴라 대원들은 험준한 시에라마에스트라 산맥을 배경으로 게릴라 작전을 시작하면서 쿠바혁명의 전설을 쓰게 된다.

 

25개월 동안의 고난에 찬 투쟁 끝에 결국 카스트로 부대는 더 버틸 수 없게 된 독재자 바티스타를 몰아내고 1959년 1월 1일 마침내 쿠바혁명을 성공시킨다. 하지만 외부인 체 게바라에게 진짜 혁명은 이제부터가 시작이었다. 그동안 미국의 지원을 받아 국가경제를 꾸려오오던 쿠바인들에게 주어진 과제는 상상이상으로 어려운 난제들의 연속이었다. 케네디 정부는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피그스만 침공이라는 무력침공까지 마다하지 않았으며, 미국의 재정지원이 끊기고 쿠바 미사일 위기로 금수조치가 계속되면서 쿠바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 아무리 체 게바라가 중앙은행 총재로서, 공업부 장관으로서 자발적인 노동을 강조하면서 솔선수범한다고 해서 산적한 문제들이 저절로 해결될 리는 없었다. 게다가 초짜 비경제전문가가 주도하는 경제개혁은 수시로 마찰음을 낼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쿠바인이 아닌 외국인 출신 게릴라 전사의 활약을 시기하는 세력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쿠바의 모든 공직에서 물러난 체 게바라는 다시 혁명전선에 나서게 된다. 타고난 게릴라 전사답게 전세계의 억압받는 모든 민중을 해방시키겠다는 생각에서 촘베의 용병들과 전투 중이었던 콩고를 필두로 해서(콩고에서의 기록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위대한 게릴라 전사가 최후를 맞이한 볼리비아로 무대는 이동한다. 그의 트레이드마크 같았던 수염까지 깎고 우루과이 출신 사업가로 변신해서 볼리비아에 잠입한 체 게바라는 라틴아메리카 5개국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볼리비아야말로 라틴아메리카 혁명의 전초지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게바라의 볼리비아에서의 게릴라 활동은 참담한 실패였다. 쿠바에서의 전설적인 게릴라 활동의 성공이 역설적으로 볼리비아에서의 실패를 초래했다고 해야 할까. 우선 볼리비아에서는 바티스타 같은 절대악으로 규정할 만한 독재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볼리비아 공산당과의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세계혁명주의자였던 게바라를 볼리비아에서는 단순하게 잘난 아르헨티나 출신 게릴라 전사 정도로 판단했던 게 아닐까. 쿠바에서와는 달랐던 볼리비아 농민들의 비협조 혹은 밀고로 게바라가 계획했던 게릴라 활동은 극도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국제적인 체 게바라의 명성을 확인한 미국 CIA가 파견한 미군 군사고문단과 그린베레의 활약은 지난 세기 최후의 완전한 인간의 체포와 처형으로 귀결됐다.

리우스 작가는 이 책에서 간결하면서도 핵심적인 체 게바라의 삶을 다룬다. 아르헨티나 출신 청년이 어떻게 해서 혁명대의에 불타는 최고의 게릴라 전사로 거듭나게 되는지, 쿠바에서 혁명을 성공시킨 뒤에는 어떤 외압에도 시달리지 않는 탄탄한 국가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기존의 실패를 전범으로 삼아 개혁가로 활약하는 모습도 볼 수가 있었다. 이상주의자 피델과 체에게 국가개조는 무력혁명 이상으로 어려운 과제였다는 사실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의 오랜 불화 끝에 결국 화해에 나선 오늘날의 쿠바의 현실을 혁명가가 본다면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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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6-07 1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두아르도 델리오. 이름이 흔하게 느껴져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라딘에 검색해봤어요. 레삭매냐님이 읽은 책이 알라딘에 나오지 않는군요. ‘라우스의 현대사상학교’ 나머지 시리즈가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17-06-07 16:51   좋아요 0 | URL
리우스라고 제가 좋아하는 멕시코 만화가
인데 원체 출간된 지가 오래 돼서 알라딘
에서 취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려 1988년에 나온 책이네요.
저도 아벨서점인가에서 2천원에 오래 전에
구입한 책인 것 같습니다.

오월 출판사에서 나온 현대사상학교 시리즈
읽을 만합니다. 다만 구하기가 어려워서
그렇죠.

제 블록을 뒤져 보니 무려 2008년에 산 책
이었네요.
 
카이사르 1 - 5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5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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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콜린 매컬로가 돌아왔다. 지난 3년간 교유서가에서 꾸준하게 소개해온 매컬로의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드디어 대망의 완간을 앞두게 되었다. 올해 안으로 완간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마리우스와 술라 같은 공화정 로마의 한 시기를 장식했던 인물들이 명멸해 왔고, 정복 보다 더 치열했던 내전을 거쳐 제정으로 가는 길목에 등장했던 위대한 장군이자 사랑꾼, 정치인 그리고 역사가였던 줄리어스 카이사르의 시대가 마침내 도래했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와 장사꾼 크라수스와 더불어 루카 컨퍼런스로 삼두정치 시스템으로 미래의 제국을 삼분했던 카이사르는 자신이 맡은 갈리아 정복에 전념하는 중이었다. 갈리아 정복의 완성을 2년 앞둔 기원전 54년 두 번째 브리타니아 원정으로 위대한 팩션은 시작한다.

 

기존의 시리즈에서 원사료 부족 때문에 고생했다면 최소한 카이사르의 갈리아 정복 과정에서만큼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카이사르가 직접 저술한 <갈리아 원정기>가 남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훌륭한 원사료에 후대의 2차 사료들까지 차고 넘치는 무슨 걱정이 필요할까. 아니다, 어쩌면 사료의 적음보다 많음이 더 문제가 아닐까. 부족한 부분은 작가의 문학적 상상력으로 창조된 부분으로 채워 넣으면 되지만, 방대한 사료의 바다에서 취사선택이야말로 더 어려운 문제라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인생의 역작인 <마스터스 오브 로마>의 저술을 위해 얼마나 자료들을 접했으면 저술을 마치고 시력을 잃게 되었을까.

 


카이사르는 뼛속까지 정치인이자 군인이었던 모양이다. 본국 이탈리아에서 멀리 떨어진 오늘의 영국인 브리타니아와 프랑스 벨기에를 아우르는 갈리아에서 있으면서도 본국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폼페이우스나 크라수스 같은 다른 유력자들보다 유독 자신에게 더 적대적인 키케로와 카토 같은 골수 공화주의자들의 동태 파악에 관한 정보도 빼놓지 않았다. 어쩌면 그들은 다른 삼두들보다 카이사르가 가진 야심이야말로 공화정 로마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판단했던게 아닐까. 팩션에 나오는 “자신이 로마다”라는 표현보다 그가 앞으로 벌일 사업을 규정짓는 더 적합한 표현이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를 추종하는 로마 군단의 병사들도 카이사르를 하나의 상징으로 인식하고 사령관과 함께라면 활활 타오르는 지옥불에라도 뛰어들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가.

 

한편, 카이사르는 천재적 군사전략가답게 효율적인 군대 운영을 위해서라도 정보는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정보 수집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게다가 군대 운용에 있어 절대적인 병참은 물론이고, 온통 적대적인 압도적 다수의 야만족에 포위될 것에 대비한 농성전에 필수적인 담수 확보와 부대의 위생 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기울였다. 무엇보다 자신이 개인위생과 청결에 전력했다고 저자는 멋지게 그리고 있다. 물론 소설적 상상에 입각해서 서술했겠지만.

 

공화정 로마를 지탱해온 시스템의 유효성이 다 했다고 판단한 카이사르는 일인자(독재자일 수도 있다)가 지배하는 새로운 제국 스타일의 통치 시스템을 구상하고 있었을까. 아마 그러기 위해서는 마리우스와 술라 시대에 이은 또 다른 내전이 필수적이라는 사실도 자각하고 있었을 지도 모르겠다. 황금에 눈이 먼 크라수스는 차치하고서라도 피케눔 출신의 자타가 공인하는 로마 일인자이자 자신의 사위였던 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와의 대결은 필연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과 폼페이우스를 혈연관계로 맺어주던 유일한 혈육 율리아가 출산 중에 사망하고, 자신의 정신적 지주였던 어머니 아우렐리아를 연달아 잃으면서 미래의 종신독재관은 깊은 내상을 깊은 것 같다. 하지만, 우리네 같은 범인(凡人)과 달리 카이사르는 짧은 애도기간을 마치고, 바로 본격적인 갈리아 원정에 나서게 된다.

 


첫 번째 도전자는 벨가이 에부로네스족 암비오릭스였다. 자신의 영토 내에 있던 아투아투카 요새에서 주둔 중인 사비누스와 코타의 13군단이 유력한 상대였다. 갈리아 전역이 봉기해서 그들 요새 역시 위협에 빠질 수 있다는 거짓 정보로 로마 군단을 유인해낸 암비오릭스는 수적 우세로 로마 군단을 전멸시켰다. 카이사르의 명령대로, 요새에서 월동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던 코타와 백인대장 고르곤의 어이없는 죽음 앞에 급보를 받고 달려온 사령관 카이사르는 한줄기 눈물을 흘린다. 기세가 오른 암비오릭스는 퀸투스 키케로가 이끄는 9군단을 불시에 습격해서 사비누스 군단을 전멸시킨 이간책을 다시 시도해 보지만, 키케로가 준비한 치밀한 농성전으로 구원군이 도착하면서 마침내 포위가 풀린다. 야만인에 가까운 부사령관 라비에누스는 신속하게 갈리아 반란군을 진압한다.

 


벨가이와 갈리아 전역에서 벌어진 전쟁은 본질은 라인강 너머 숲속에 사는 진짜 야만인 게르만족의 위협으로부터 갈리아 사람들을 지켜 주겠다는 로마인들과 협력하느냐 마냐의 문제였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 군대의 강력한 전투력과 우수함에 수긍한 많은 갈리아인들이 팍스 로마나에 편입되었지만, 또 상대적으로 게르만족이나 로마나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을 펴며 자신들만의 고유한 문화를 옹호하며 자유를 외치는 세력들도 상당수였다. 가중되는 게르만족의 위협으로부터 이탈리아 본토를 지키기 위해 완충지대 갈리아의 로마화야말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인식을 하고 있던 카이사르에게 갈리아 정복은 필수불가결한 지상과제였다. 그는 분열하고 반목 중인 많은 갈리아 부족들을 각개격파하는 방식으로 유력한 부족들을 차례로 복속시켜 나가면서 우직하게 고모부 마리우스 이래 추진되어온 갈리아의 팍스 로마나를 밀어 붙였다. 갈리아에도 그런 카이사르의 의중을 꿰뚫어 본 지도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바로 아르베르니족 출신의 베르킹게토릭스였다.

 


아무래도 콜린 매컬로 작가의 소설적 창작으로 보이는 갈리아 공주 출신이라는 리안논의 사촌으로 소개된 베르킹게토릭스가 범갈리아 회의가 끝난 뒤, 카이사르의 사저에서 갈리아 사령관과 대면하는 장면은 <카이사르>에서 최고의 한 장면이다. 갈리아 부족 고유의 문화를 유지하겠다며 왕정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하다는 젊은 지도자 베르킹게토릭스와 실제로는 왕에 가까운 독재자의 지위를 원하면서도 로마 공화정 시스템이야말로 최고라고 주장하는 카이사르의 논쟁은 그야말로 당대 시대정신을 규정하는 거대 담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격적인 무력 충돌을 앞둔 갈리아와 로마의 긴장이 최고조로 달하는 장면으로 일단 마무리하고, 다시 로마로 매컬로 작가는 무대를 옮긴다.

 

나이우스 폼페이우스 마그누스는 젊은 날의 기상을 잃은 대신, 노회한 정객으로 당시 로마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인 분위기를 일소할 독재관의 자리를 원한다. 하지만 원로원 내 보니파의 핵심인사들인 카토, 비불루스 그리고 아헤노바르부스 등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를 폼페이우스에게 내줄 생각이 전혀 없다. 한편 카이사르는 갈리아 정복의 마지막 단계를 위해 자신의 임페리움을 유지하면서, 부재 중 집정관 선출을 위한 공작을 개시한다. 보니 파들은 허영과 오만으로 가득한 폼페이우스보다 카이사르가 공화정 로마에 더 위협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고, 양자 간의 공수동맹을 와해시켜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대결을 위한 준비를 착착 진행시킨다.

 

다시 한 번 2천년 전, 갈리아의 완전한 로마화라는 웅대한 꿈을 가지고 갈리아 정복에 나선 시대의 지도자 카이사르를 완벽하게 고증해낸 콜린 매컬로 작가의 역량에 감탄했다. 일개 야만족 수장인 암비오릭스가 전투에 나서기에 앞서 일체의 장신구를 갖춘 모습에 대해서도 고증을 소홀히 하지 않고 투철한 사명감으로 거의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상세한 묘사를 하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로마와 이탈리아 전역이 운명공동체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깨닫고, 시민권의 확대와 지중해를 석권한 거대한 제국으로 확장해 가는 과정에 태생적으로 보수적일 수밖에 없는 원로원 의원들을 설득해서 새로운 국가의 정체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카이사르의 모습에서 시대를 초월한 국가지도자의 품격을 엿볼 수가 있었다. 이제 막 출범한 새로운 정부를 카이사르가 구상한 새로운 국가상에 견주어 보는 것이 과연 무리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약 고전의 반열에 오른 <마스터스 오브 로마> 시리즈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져주는 이유가 바로 그 점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비록 제국의 건설은 카이사르가 시작했지만, 완성은 양자 옥타비아누스가 하게 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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