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 빼앗긴 세계문화유산 약탈 문화재의 세계사 2
김경임 지음 / 홍익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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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탈 문화재로 돌아본 세계사 시리즈의 두 번째 권은 <빼앗긴 세계 문화유산>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문화유산은 단순히 문화재로서의 가치만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 물론 사회의 모든 것들이 금전적 가치로 환산되는 자본주의 시대에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두 번째 권에서 가장 관심을 가지고 읽은 파르테논 마블이나 우리나라의 <몽유도원도>의 경우라면 또 어떨까.

 

세상에 너무 잘 알려진, 파르테논 마블은 한 때 엘긴 마블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에서 멀쩡한 부조들을 대영박물관으로 불법 반출한 인물의 이름을 따서 부르는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부르는 대신, 파르테논 마블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오스만 투르크가 그리스를 지배하던 시절, 터키 대사로 임명된 영국의 토마스 브루스 엘긴 백작은 터키 정부의 파르테논 마블 반출 허가장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신전이 건립된 기원전 5세기 이래 가장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던 부조와 조각품들을 뜯어서 영국으로 실어갔다. 파산 위기에 몰린 엘긴 백작은 영국 정부에게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파르테논 마블을 일괄 판매했고, 고대 그리스의 소중한 유물들은 그후 정부가 관리하는 대영박물관에 소장되었다.

 

훗날 오스만 투르크로부터 서방의 지원을 받아 독립을 쟁취한 그리스는 자기 민족의 핵심문화 유산인 파르테논 마블의 반환을 줄기차게 요구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파르테논 마블의 반환 이슈는 단순한 문화재의 반환에 그칠 문제가 아니었다. 원래 문화유적은 원적지에 있어야 한다는 주장은 비등하는 여론과 대의명분에 힘입어 그 어느 때보다 힘을 얻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마블을 소장하고 있는 영국 측은 마블이 그리스 민족의 문화 유산이라기 보다 세계유산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주장을 하면서, 소장과 관리에 있어 자신들이 훨씬 유능하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

 

배우 조지 클루니의 배우자이자 국제법 변호사로도 저명한 아말 알라무딘 클루니는 외교적 방법으로는 도저히 파르테논 마블의 반환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고, 국제법에 호소하는 방식을 제안했지만 그리스 정부는 종래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중이다. 만약 파르테논 마블이 그리스의 주장 대로 모국으로 반환되게 된다면, 국제 약탈 문화재 반환역사의 한 축을 기록할 만한 일이 될 것이다.

 

조선 최고 명군 세종의 아들로 자신 역시 문인이자 예술가였던 안평대군의 꿈을 안견이 그린 <몽유도원도>는 우리나라에 없다. 우리 회화 역사상 최고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지만, 수양대군이 일으킨 쿠데타로 역적으로 몰린 안평대군이 죽으면서 <몽유도원도> 역시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그러다 1929년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나게 되었는데, 이미 일본 정부는 해당 걸작에 대한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가고시마 사쓰마 번 시마즈 가문에 비장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893년 일본 정부가 발행한 감사증으로 미루어 볼 때, <몽유도원도>는 일제강점기가 아니라 그 전에 일본으로 유입된 것으로 추정할 수가 있다. 그보다는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출병했던 시마즈 가문의 내력을 살펴 볼 때, 전시 약탈했을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 물론 이에 대한 어떤 기록도 없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유입이 되었을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몽유도원도>의 소재가 알려진 뒤인 20년 뒤, 한국전쟁에 즈음해서 우리나라는 다시 한 번 국보급의 문화재를 회수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소유자가 어마어마한 거금을 불러 매입에 실패했다는 설이 있었다. 1950년 일본에서 새로 제정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국보에 해당하는 중요문화재로 지정된 상황과 현재 시가 10억 달러를 상회하는 가격 때문에라도 <몽유도원도>의 환수는 어려워 보인다. <몽유도원도>를 근거 없이 약탈 문화재로 간주하고, 반환 운동을 벌이는 방법은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저자는 냉정하게 지적한다. 일본에 강탈당한 문화재가 자그마치 7만 여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반환 운동만으로 복잡하게 꼬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 파리와 로마에 있는 이집트에서 약탈해온 오벨리스크의 경우는 또 어떤가. 본국에서 신성시되던 기념물이었지만 동시에 피정복국가 로마에게는 정복을 상징하는 기념물로서 그만한 전리품도 없었을 것이다. 자그마치 2,000년 전에 약탈한 문화재를 본국으로 돌려주어야 하는 걸까? 이천년이라는 시간은 고향을 떠난 오벨리스크가 새로운 곳의 문화재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었을까라는 복잡한 질문이 떠오른다. 파시스트 무솔리니가 지난 세기에 에티오피아를 무력으로 정복하고 새로 들여온 악숨의 오벨리스크는 또다른 문제였던 모양이다. 에티오피아 문화의 한 부분을 차지하는 오벨리스크의 반환을 위해 에피오피아 국민들은 일치단결해서 자그마치 반세기에 가까운 투쟁을 벌였고, 마침내 에피오피아에서 약탈되었던 오벨리스크는 이탈리아가 지불한 770만 달러의 비용으로 원적지 악숨에 안치되었다. 시간이나 비용 모두 이 정도면 역대급이 아닐까.

 

고대 유대인이 무엇보다 소중하게 생각했던 모세의 십계명이 담긴 언약궤 혹은 메노라(촛대) 역시 이슈 거리가 아닐 수 없다. 수차례 건축과 재건 그리고 파괴를 거치는 와중에 유실된 것으로 추정되는 언약궤의 향방은 영화 <레이더스>에서 해리슨 포드가 열연했던 인디애너 존스 박사의 활약으로 이미 확인한 바가 있지 않은가. 언약궤가 일본에까지 흘러 들어갔다는 낭설은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그 정도로 파괴력이 강한 유물이라는 방증이 아닐까. 지금이라도 유대인들의 신성한 유물이 발견되게 된다면 그 귀속여부가 어떻게 진행될지 너무나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베를린 올림픽에서 마라톤 금메달을 딴 손기정 선수가 50년만에 어렵게 되찾아온 그리스 고대청동투구가 서구 유물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리스가 투구의 반환을 요구한다면 우리나라는 그리스의 반환 요구를 과연 흔쾌히 들어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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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23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의 마지막 문장은 ‘손기정 투구 딜레마‘네요. 저는 그동안 외국에 나간 국내 문화재 반환만 생각하고 있었지 국내에 있는 외국 문화재가 반환 대상이 될 거라 생각하지 못했어요.

레삭매냐 2017-07-24 00:06   좋아요 0 | URL
우리 문화재의 반환 요구에 앞서 우리가
가진 타국의 문화재 부터 반환하는 것이
가진 상징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럴 수 있다면 신의 한수가 아닐까요.
 
토니 스피어스의 천하무적 우주선 토니 스피어스 시리즈 1
닐 레이튼 지음, 남길영 옮김 / 와이즈만BOOKs(와이즈만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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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이 있는 동화를 좋아한다. 그리고 보니 최근에 읽은 <내 이름은 도도>도 광의의 차원에서 동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선푸위 작가가 딸을 위해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싶어서 쓴 책이라고 하니 말이다. 또 이야기가 옆길로 샜다. 닐 레이튼 작가의 그 유명한 <토니 스피어스>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제대로 한 번 해보자.

 

영국 출신의 동화 작가인 닐 레이튼에 대해 위키피디아와 그의 홈페이지를 직접 방문해서 어떤 삶을 살아 왔는지 그리고 토니 스피어스 시리즈 외에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조사해 봤다. 영국 치세스터 출신의 작가는 뉴캐슬, 브라이튼, 런던, 글래스고에 살았고 지금은 가족들과 함께 포츠머스 근처의 바닷가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흙놀이를 즐겼고, 대학에 가서는 과학을 공부했지만 아트 스쿨에서 석사 학위를 받기도 했다는 이색 경력을 가진 작가다. 집에 있는 스튜디오는 엉망진창이라고 하는데, 스튜디어 벽에는 그림, 드로링, 사진을 비롯한 오만가지 잡동사니로 장식되어 있다고 한다. 일러스트레이션 전문가로 활동 중에 있다. 뭐 이 정도로 작가에 대한 소개는 끝.

 

그림 동화의 주인공 토니 스피어스는 엄마가 더 좋은 월급을 준다고 해서 이번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동화에 아버지가 나오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싱글맘으로 보인다. 전학온 새로운 학교인 세인트 존스라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또 새로운 친구들도 사귀어야 하는 스트레스가 눈에 선하다. 게다가 올해 최고의 학생 시상식이라니! 토니는 뉴비(newbie)라 누적 점수가 빵점이란다. 집에서는 어디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몰라 고생하고, 고난의 연속이 이어지는 가운데 부엌 싱크대 밑에서 특급 우주선 천하무적호를 발견한다. 부엌에서 은하계 어디라도 갈 수 있는 특급 우주선으로 이어지는 상상력이란 정말.

 

인빈서블(천하무적)호를 호령하게 된 토니는 우주여행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달나라 여행부터 하고 싶지만, 우선 달에는 공기가 없고 극강의 온도차 때문에 지구별과 비슷한 환경의 행성인 Xo49p 별로 향하게 된다. 물론 그 와중에 자동 항법 조종 장치를 권하는 인공지능 천하무적 호의 권유 대신 우주선 조종을 갤럭시 오락 게임 생각로 했다가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항상 현실과 이상의 괴리는 그런 것이다. 그래 그렇게 가는 거지.

 

Xo49p 행성에 무사히 도착한 토니는 지구별의 토깽이들과 비슷한 모양새의 스쿠어글 그 중에서 플럼피란 녀석과 친구를 먹게 된다. 이렇게 우주여행을 신나고 즐겁게 진행되면 좋으련만 그럴 리가 있나. 가토릴라라는 난폭한 악어와 힘센 고릴라를 합쳐 놓은 듯한 스쿠어글 들의 천적이 등장해서 토니와 플럼피들의 교류를 방해한다. 녀석은 마치 SF영화 에일리언에 나오는 우주괴물처럼 토니의 우주선에 몰래 숨어들어 지구별로 향한다. , 우리의 멋쟁이 주인공 토니와 스쿠어글 플럼피 그리고 가토릴라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 것인가.

 

고장난 우주선 천하무적 호를 고치기 위해 여러 가지 재료가 필요한데 그 중에서 가장 취득이 곤란한 건 은(silver)이다. 최고의 학생상 트로피가 은으로 제작된 사실을 알게 된 토니는 트로피 수상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어제 전학온 친구가 최고의 학생상을 받는다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은가. 슈퍼히어로 피터 파크라면 몰라도 말이다. 닐 레이튼 작가가 공상과학 SF동화를 그리면서도 그런 현실감을 놓치지 않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무리를 해서 초보 영웅으로 만드는 대신, 자신이 가진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 넣어 주는데 이만한 이야깃거리가 어디 있겠는가 말이다.

 

가토릴라와의 한판 대결도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타협과 대체재의 제공이라는 멋진 방식으로 풀어낸 점도 높게 평가하고 싶다. 막무가내로 보이는 교조주의 집단과 시소게임을 벌이고 있는 우리네 현실에도 적응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엉뚱한 상상에까지 도달하기도 했다. 천하무적 토니 스피어스 시리즈의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하는데 앞으로 이어진 토니의 신나는 모험을 적극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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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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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너무 급해서 책이 도착하기 전, 온라인 서점의 미리 보기 서비스를 이용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두 꼭지를 읽고 나서, 어제 책이 도착한 다음에는 두말할 것 없이 단박에 책을 다 읽었다. 적어도 <내 이름은 도도>에 몰입해 있던 그 순간만큼은 춘수 씨의 <기사단장>도 배겨날 재간이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 지구별에 사는 모든 동식물의 유기적 연관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거라고 믿는다 나는. 그런데 하루에도 몇 종씩 멸종해 가는 동물들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탐욕 때문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지각하고 있는가. 오로지 인간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오늘도 우리는 동물들의 삶의 거처가 되는 숲을 파괴하고 콘크리트 정글로 대체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은 모르겠지만, 이렇게 종의 다양성을 파괴해 나가다 보면 백여년 전에 인류보다 더 많은 개체수를 자랑하던 여행비둘기 꼴이 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지 않은가 말이다.

 

자, 그렇게 현실을 자각했다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지구별 보존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호를 위해 실천에 나서야할까. 지구별 온난화에 주범인 탄소를 왕창왕창 만들어내는 화석연료를 때서 만든 전기 에너지로 시원한 에어컨을 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내 한 몸 시원하면 그만이란 말인가. 그런 에어컨 사용도 좀 자제하고, 푸른 바다에서 헤엄치는 물고기들과 바닷새들에게 치명적이라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에도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다.

 


중국 칼럼니스트 출신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딱한 사정을 딸에게 들려주기 위해 선푸위 작가는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전설이 되어 버린 모리셔스 섬에 살던 날지 못하는 새 도도의 멸종이 어떻게 카바리아 나무의 섭생과 관련되어 있는지 유기적 관계에도 작가는 세심한 눈길을 보낸다. 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북미 대륙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개체수가 인류의 수를 능가하던(50억 마리) 여행비둘기가 인간의 창조적인 사냥방식으로 전멸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비극을 있는 그대로 기술한다. 소위 ‘후림비둘기’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정도로 사악한 방법을 동원해서 그 흔하던 종을 멸종시켰다는 게 아닌가.

 

1906년에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던 과달루페 카라카라 독수리가 신대륙에서 살아 남은 방식은 서글프기 짝이 없는 스토리였다.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그야말로 천혜의 요새 같은 곳으로 피신한 카라카라들은 자신의 몸을 극한의 환경에 적응시키는 방식으로 생존에 성공했다. 저자는 그런 카라카라 독수리의 모습을 컬럼버스의 신대륙 상륙 이래 아메리카 인디오들이 생존한 방식에 비유하고 있다. 비극은 그렇게 변형과 변주의 지난한 과정을 거쳐 오늘을 만들어낸 것이다.

 

지금은 지구별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된 멸종된 동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동안, 작가가 군데군데 삽입한 중국애호랑나비, 말, 야성을 상실하고 자신이 낳은 아기 코끼리를 밟아 죽인 어미 코끼리 루마이, 동물원에 갇혀 살다가 야성을 회복하고 조련사를 공격한 호랑이 쥐쥐 그리고 중국 전설에도 등장하는 사불상이 가까스로 멸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 이야기에 이르는 다양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슬프기 그지없는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중국 쯔진산에 산다는 중국애호랑나비의 기구한 삶에 대한 상세한 고찰은 또 어떤가. 나비가 되기 위해, 네 번에 걸친 변태를 거쳐야 하고 애벌레 시절 살아 남기 위해 세신이라고도 불리는 족도리풀이 꼭 필요하다고 했던가. 인간의 난개발로 숲이 마구잡이로 파헤쳐 지면서 중국애호랑나비들의 서식처가 하루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큰 문제지만, 그들의 열악한 생존환경도 만만치 않다. 꿀을 구하기 위해서는 오전에 강렬한 햇볕으로 날개도 말려야 하고, 갖은 고난 끝에 막 나비가 되려는 순간 인간들이 포충망으로 이 멋진 창조물을 생포하기 위해 곳곳에서 포진해 있다. 그들에게 빛나는 시간은 잠시 뿐이고, 먹잇감을 찾는 무서운 천적 새들의 공격을 피해,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모습에 대한 스케치는 마치 한 편의 동화 같은, 또 한편으로는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 했다. 자신의 임무를 마치고 스러지는 중국애호랑나비의 모습이 자못 숭고해 보이기까지 했다.

 

중국 이룽후에 살던 이룽잉어가 인간들의 식량생산을 위해 호숫물을 빼내기 시작하면서 기록적인 가뭄으로 호수가 말라 모든 이룽잉어가 몰살당했다고 한다. 이쯤 되면 인재라는 표현이 부족하지 않을 듯 싶다. 미국에서도 1973년 리틀테네시 강의 텔리코댐 건설로 멸종위기에 몰렸던 달팽이시어가 악명 높은 대통령 닉슨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서명하면서 간신히 멸종을 피할 수가 있었다고 한다. 또 한 가지 같은 해 닉슨의 주목할 만한 결정은 베트남 철군이었는데, 그것은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니었던가.

 

저자는 지구별의 모든 생명들은 나름의 가치와 존재 의의를 갖는다는 점을 분명하게 강조한다. 인류의 영속을 위해서도, 종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필요이상의 난개발과 무분별한 남획 그리고 탐욕적인 컬렉션을 단호하게 배척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물원의 존재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개인적으로 꼬맹이 때문에 자주 동물원을 찾으면서도, 또 마음 한 편으로는 원래 고향에서 강제적으로 이주하게 된 물설고 낯선 환경에 노출된 동물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제국주의 시대의 산물인 동물원을 없애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인간 편의적인 동물원의 사육 방식 대신 최대한 동물들의 편의를 위한 친동물적, 친자연주의적 동물원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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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1 16: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1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1 17: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의 동물원에 번식에 실패하는 동물들이 늘어나고, 외국에 서식하는 동물을 살 수 있는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이러한 추세라면 동물원이 텅 빈다고 하더군요.

레삭매냐 2017-07-21 18:02   좋아요 0 | URL
어떤 이들은 동물원이 동물들을 보호하는 역할
을 한다는 주장도 하지만, 재생산-번식 차원에
서는 거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얼마 전에 서울동물원에 갔었는데 20년 만에
아기 낙타가 태어났다고 엄청 광고를 하더군요.
참 씁쓸했습니다. 자연상태라면 지극히 자연
스러운 일일 텐데 말이죠.

책에서 보니 어떤 동물들은 자연 상태가 아닌
인공적 환경에서는 인위적으로 번식을 포기한
다고 하는군요. 역시 자연의 섭리는 놀라운
것 같습니다.

 
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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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인 6월 30일날 도서관에 들렀다가 우연히 줌파 라히리의 책 <책이 입은 옷>을 빌렸다. 그리고 3주 동안 읽지 않고 있다가 오늘 새벽 12시까 땡!~하고서야 비로서 다시 책을 집어 들었다. 왜냐고? 오늘까지 도서관에 책을 반납해서. 그리고 보니 빌려서도 조금 읽었던 것 같다. 완독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심심한 마음에. 그리고 분량도 아주 적어 보여서. 그런데 다른 책에 정신이 팔려 있다가 오늘 반납하기 전에 부랴부랴 읽었다. 어젯밤은 이번 여름 들어서 가장 더워서 잠 드는데 고생했다.

 

퓰리처상에 빛나는 작가 줌파 라히리의 삶은 영원한 이방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영국 런던의 벵골인 가정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가서 그곳에서 영미권 작가로 성장하고 성공한 그녀는 지금 이탈리아에서 이탈리아어로 글쓰기에 도전하고 있다. 이 책은 이탈리아 말로 나온 두 번째 책이라고 한다. 속으로 그냥 잘하는 영어 글쓰기에 매진할 것이지 하는 시기심 어린 생각도 잠시 들었다. 그렇게 한가하게 이탈리아에서 지내면서 글쓰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미국에서 작가로 성공해서 충분한 인세 수입 덕분이 아닐까 하는 지극히 현실적 생각도 잠깐 해봤다.

 

미국의 여느 청소년처럼 자라고 싶었던 작가가 지녔던 꿈의 바리케이드는 작가의 어머니였다. 미국에서도 그리고 어머니의 고향 콜카타에서도 줌파 라히리는 이방인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만의 고융한 정체성을 가지고 싶어하면서도 또 안락한 주류사회에 편입되고 싶어하는 청소년 시절에 대한 향수는 차라리 콜카타에서처럼 교복을 입으면 어떨까라는 생각에까지 도달한다. 그리고 작가가 되어 책을 부지런히 내고 있는 지금 시점의 책의 표지 이야기라는 현실을 소환한다.

 

작가가 생산해낸 텍스트는 비로소 표지가 덧씌워져야 시장에 나와 고객을 맞이하게 된다. 작가는 책의 표지가 아닌 텍스트로 승부를 하기 마련이다. 문제는 표지 선택의 권한이 어느 정도 레벨의 작가가 아닌 이상 출판사에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 전문가들의 추천을 마다할 순 없겠지 아마. 그런데 과연 그렇게 만들어진 표지는 작가가 구상한 텍스트의 본질을 충실하게 구현하는 걸까? 줌파 라히리는 그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피력한다. 과연 책의 표지를 맡은 그래픽 디자이너는 과연 텍스트를 읽어 보기는 했을까? 그리고 번역되서 세계 각국에서 나오는 표지의 경우는 또 다르다. 자신의 벵골 출신(?) 작가라는 점에서 인도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코끼리 혹은 헤나 문신 같은 진부한 이미지도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 국기로 대변되는 미국 작가라는 설정 또한 매한가지가 아니던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책이 하나의 상품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선택, 다시 말해 팔리기 위해 출판사는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 전략을 책에 투영하는데 전력을 다한다. 작가의 몇 번째 책이라던가, 퓰리처상 수상에 빛나는이라는 멋진 수식어 혹은 미디어 서평 등등을 동원해서 책이 잘 팔리게 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 작가는 과연 그런 것들이 텍스트의 본질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라는 점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오래전 자신이 발가벗겨진 상태의 책을 만났던 도서관 책들을 읽던 시절을 그리워한다. 그 시절 도서관 책에는 아무런 정보도 없기 때문에 무조건 책을 읽어야만 그 책이 지닌 텍스트의 가치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백번 옳은 말씀이다. 나의 경우를 보더라도, 표지가 책 구매에 어떤 영향을 미치던가? 나는 단언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내가 고르는 책들은 작가, 그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의 본질을 가르키고 있다. 뭐 그래도 표지 때문에 책을 산다는 이들의 심정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작가가 자신의 작품의 표지에 대해 이런 고민을 하는 줄 미처 몰랐다. 그리고 이런 소재를 가지고 글을 쓸 수도 있구나. 어쩌면 진지한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벼운 이야기이기 때문에 이제 막 익힌 이탈리아어로 쓸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작가가 텍스트 생산이라는 자신의 고유 임무에 충실한다면, 독자 역시 그 작가가 생산한 텍스트의 소비 다시 말해 읽고 사유하기라는 자신의 임무에 충실하면 그만이 아닐까. 뭐 그렇게 읽고 나서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삶에 적용시킬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만.

 

줌파 라히리의 글을 읽으면서 되돌아 보니, 그녀의 책들은 몇 권 갖고 있지만 정작 열심히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퓰리처상 수상작인 소설집 <축복받은 집>이 유일하구나. 이제 슬슬 집에 쟁여둔 줌파 라히리의 책을 좀 읽어 볼까나.

 

[뱀다리] 시각적 메아리 - eco ottica - 표현이 아주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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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한엄마 2017-07-21 1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꽤 의미심장한 책이네요.
책 내용과 점수 차이는 무엇에서 생기는지 궁금해요.
줌파 라히리는 저랑 생각 결이 비슷해 항상 놀라워요.

레삭매냐 2017-07-21 13:43   좋아요 1 | URL
- 포인트 1. 왜 굳이 영어로도 충분히 좋은
글을 쓸 수 있는데 이탈리아 말로 글을 쓰
겠다고 하는 걸까.

- 포인트 2. 표지과 텍스트에 관한 에세이로
과연 책 한 권의 값을 하는가에 대한 저의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 포인트3. 글에서 자신은 텍스트로 승부를
걸고 싶다며 발가 벗은 책을 옹호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퓰리처 수상작가라는 타이틀
을 부인하지 않는다는 점 정도.

책한엄마 2017-07-21 13:50   좋아요 0 | URL
오!!@.@b
진짜 그렇네요.

2017-07-21 17: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1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도저히 서점에 가서 한 장이라도 들춰 보지 않고서는 배길 재간이 없었다. 김애란 작가의 <바깥은 여름> 소설집 이야기다. 특히나 우리 Cyrus님이 언급한 <노찬성과 에반>은 말이다. 바깥은 정말 숨이 턱턱 막히는데 우리 동네에 새로 생긴 대형서점은 별천지였다. 그래 그렇게 가는 거지.

 

일단 서가에서 책을 집어다 읽기 시작했다. 모두 7편의 단편소설이 실린 소설집이다. 아직까지 난 김애란 작가의 글은 읽어본 적이 없다.

 


노찬성, 올해 나이 열 살 먹은 소년이다. 2년 전,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지금은 죽어야 이생의 고통이 끝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지내는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다. 이 단편에서 내가 주목한 키워드는 소외다. 가난에서 비롯된 소외 중에 하나는 찬성이가 또래 아이들처럼 스마트폰을 가지지 못한 사실을 겨냥한다. 어머니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소년 찬성은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셨지만, 보험금 소송조차 기각이 된 상태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아버지가 당시 골육종을 앓고 계셔서였다고 했던가. 같은 증세로 병역면제된 사실 때문에 한동안 실검 수위를 장식했던 배우 생각이 났다. 솔직히 말해서 골육종이라는 낯선 단어로는 그 병이 얼마나 심각한 병인지 알 도리가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그만큼 내가 게으르다는 방증이겠지.

 

같이 놀 친구조차 없는 소년에게 어느날 친구가 하나 생긴다. 할머니가 일하시는 휴게소에 버려진 개, 소년들이 열광하는 터닝메커드에 등장하는 캐릭 이름을 따서 에반이라고 찬성이는 노견을 명명한다. 경제적 궁핍에 쪼달리는 할머니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살림에 개를 집에 들일 여유가 없다면서 찬성이를 구박한다. 그래 그렇게 가는 거지. 어디에서고 해피엔딩을 찾을 수 없는 시대에 소년은 덜컥 자신이 에반을 책임지겠다는 선언을 던진다. 소년은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말의 무게를 과연 알고서 자신있게 내던졌을까? 아마도 그러지 않았으리라. 이미 소년은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한한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거리에서 커피를 파시던 할머니를 통해 깨닫지 않았던가.

 

다음 수순은 소년이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이다. 찬성이와 에반은 참으로 좋은 시간을 보냈다. 문제는 그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이다. 에반이 어느날부터인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하자, 꼬불쳐 두었던 돈을 가지고 동물병원을 찾고 그야말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수의사로부터 전해 듣게 된다. 우리 에반이 암에 걸렸다고. 아버지랑 비슷한 상황으로 전개가 되는가. 수술을 받는 것도, 안 받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이 자꾸만 귓가를 맴돈다. 죽음이 코 앞에 닥친 것을 알면서도,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인간의 숙명이었던가. 바로 이 지점에서 찬성이의 선택은 안락사다. 그런데 죽음에도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찬성이는 바로 깨닫게 된다. 안락사 비용 10만원을 벌기 위해 찬성이는 수천장의 전단지 알바에 나선다. 열 살 짜리 꼬마의 어깨에 드리워진 죽음이라는 그림자의 무게가 어찌나 그렇게 무거워 보이는지 모른다.

 

마침내 목표액 10만원 모으기에 성공한 찬성은 잠시 동안 성취감에 달뜬다. 그런 성취감을 야금야금 갉아 먹는 건, 할머니가 얻어다 주신 중고 스마트폰이라는 첨단기기다. 자본주의라는 멋진 이름으로 포장된 현대판 물신주의는 이렇게 순수한 소년의 영혼을 잠식한다. 그동안 또래 커뮤니티에서 소외되었던 소년은 마침내 그네들의 리그에 입성하기 위한 장비를 갖추게 된 것이다. 그의 곁에서 에반이 죽어가는 동안, 소년은 자기 나름의 비상을 준비한다. 휴대전화 사용을 위한 제등록비, 액정을 보호하기 위한 필름 그리고 멋진 케이스를 차례로 소비하면서 에반의 죽음을 위해 애써 마련한 둑을 허물어 낸 것이다. 이 짧은 단편소설에서 죽음에 대한 동경, 물신주의가 만연한 소비천국 같이 다양한 주제들이 변주와 반복을 거치며 독자의 마음을 휘젓는 동안, 에반은 스스로 죽음에 뛰어든다. 마치 찬성의 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소설 속 사건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은 건조하면서 냉정하다. 세상사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가르치지 않는다. 개개인의 삶이 가진 다양한 방식의 나열만으로도 우리의 감정을 온통 뒤흔들기에 충분하다. 이미 우리에게 계몽은 지난 9년 동안의 엉터리 시절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았던가.

 

결국 책은 사지 않았다. 앞으로 매일 같이 서점에 가서 한 편씩 읽을 계획이다.

독서에서 소비란 사는 게 아니라 읽는 게 아닐까. 보통 책을 사서 읽는 걸 더 선호하지만 이번에는 순수하게 소비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이 방식으로 한 번 가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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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7-20 1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7-20 1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7-07-20 1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딩 때 집에 반려견과 함께 살았어요. 그때 스마트폰이 나오지 않았던 시절이었어요.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면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 남아 있지 않은 게 아쉽습니다.

레삭매냐 2017-07-20 18:28   좋아요 0 | URL
Cyrus 님 덕분에 좋은 글 읽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날로그 사진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디지털 사진을
인화해서 사진첩에 담아야 하는 걸까요 과연.
근데 너무 귀찮아요. 예전 같은 애정이 안생
기더라는.

김애란 작가 글이 좋긴 좋군요.
버뜨, 구매는 좀 더 생각해 봐야지 싶습니다.

내가 이 책을 다시 읽게 될까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