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 유령 이야기
아룬다티 로이 지음, 김지선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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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인도를 민주주의 국가로 부를 수 있을까? 내가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 유령 이야기>를 다 읽고 난 뒤에 든 생각이었다. 누가 뭐래도 인도 국가 발전의 장애 요소는 바로 카스트 제도다. 그 카스트 제도에도 들지 못하는 80%에 달하는 달리트 계급의 이익은 그런데 도대체 누가 보장해 주는가? 한국에서도 소득의 양극화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 때문에 말이 많지만, 인도의 경우는 스케일이 다르다.

 

인도에서처럼 한국에서도 재벌이 만들어낸 소비의 카르텔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가 재벌이 만들어낸 소비재 없이 살 수 있을까? 재벌이 만든 휴대폰과 통신망으로 쇼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소비하고, 그들이 만든 영화를 그들의 상영관에서 끊임없이 소비하고 있지 않은가. 물론 영화값을 능가하는 팝콘과 음료수는 물론이고. 모든 소비재의 영역에서 우리는 재벌의 세밀하게 엮어 놓은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아룬다티 로이가 지적하는 인도의 경우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몇몇 재벌이 정치와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그물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촘촘하고 교묘하게 구성되어 있다. 인도 정부는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핑계로, 공공재를 재벌 그룹에게 넘겨주고 정권 연장을 획책한다. 뭐 그런 방식은 신자유주의 시스템이 작동하는 어디서고 유효하다. 문제는 사람이 생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물, 전기 에너지 그리고 거주까지도 모두 통째로 사회 기득권층의 손아귀에게 달려 있다는 점이다.

 

25만 명에 달하는 인도 농부들이 그렇게 자랑스럽게 떠들어낸 마이크로 금융의 덫에 사로 잡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한다. 자본이란 큰 돈이건 작은 돈이건, 빌리는 순간부터 채무노예를 양산해 낸다는 걸 그들은 미처 몰랐을까. 댐을 만들면서 삶의 터전을 잃은 수백만명의 사람들의 경우는 또 어떤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진행되는 홍보전을 위해,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비영리재단 혹은 비정부기구라는 해괴한 단체들(주로 거대기업의 후원 아래 조직되었고,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철저하게 비밀에 쌓여 있다)이 앞장서서 특정한 프로파간다를 만들어낸다고 저자는 냉혹하게 지적한다. 그들이 정말 일반 대중의 복리증진을 위해 그런 선전을 하고 있는 걸까?

 

아룬다티 로이가 냉정하게 비판하는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핵심은 바로 소비와 전쟁이다. 자본주의 3.0이라는 해괴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구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자본주의 시스템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무언가를 맹목적으로 소비하라고 부추긴다.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고 싶지도, 알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멀쩡한 휴대폰을 2년 약정 주기에 맞춰 노예계약을 갱신하는 것이 쿨한 것이고, 자동차 역시 장기 할부기간이 끝나기 전에 번쩍이는 광택을 내는 새 자동차로 바꾸라고 텔레비전 CF를 통해 세뇌한다. 고화질 소니 텔레비전이 가장 좋았던 시절은 구석기 시대의 이야기가 되었다. HD 텔레비전은 물렀거라, 새로운 UHD 텔레비전이 나왔으니 어서 돈을 털어 새로운 모델을 집에 설치할지라. 그런데 그렇게 감당도 되지 않는 고화질 텔레비전을 구입해서 고작 해봐야 먹방이나 걸그룹의 군무를 보는 것으로 내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향상될지 나는 궁금하다.

 

그나마 자본주의 한 축인 소비는 이해해 줄만하다. 그런데 다른 하나인 전쟁은? 냉전시대 구 소련의 남하를 막기 위해 미국은 전략 파트너로 파키스탄을 점지했다. 물론 치열한 냉전이 끝나자마자 소용이 다한 파키스탄은 미국에게 버림받았고, 지금은 아프간 게릴라들의 전초기지가 되어 온갖 풍상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번 대중국 봉쇄작전의 첨병으로는 인도가 간택을 받았다. 미국이 어디 그렇게 간단한 상대였던가? 바로 옆의 숙적 파키스탄과 핵전쟁의 일보 직전까지 갔던 인도는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이자 미국산 무기를 다량으로 구매하는 고객으로 변신했다.

 

인도의 아픈 손가락인 카슈미르의 경우를 보자.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 인구의 분포도를 볼 때, 카슈미르는 극우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목소리를 내는 인도가 아니라 파키스탄으로 귀속을 되어야 했다. 하지만 어디 정치적 현실이 그러하던가. 인도 군인들의 대다수가 배치되어 돌멩이 투석전을 벌이는 카슈미르 주민들과 대치 상태는 어쩌면 인도 정부가 원하는 그림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게 상시적 적대국인 북한이 핵무기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면, 인도에게는 항상 불안정한 상태의 카슈미르와 이웃한 무슬림 적국 파키스탄이 있다. 어디서 많이 본 적대적 공생관계가 연상되지 않는가.

 

대규모 학살 사태를 불러일으킨 구자라트 사건의 배후에 무슬림 테러리스트를 후원하는 파키스탄 정부가 있다며 인도 정부는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데 과거 자신들이 방글라데시 독립전쟁 당시 동벵골 테러리스트를 지원했던 일이나, 스리랑카 내전 당시 타밀일람 해방 호랑이(LTTE)들을 지원했던 일에 대해서는 망각한 모양이다. 그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카슈미르 사태에 대해 합리적인 목소리를 내는 아룬다티 로이에 대한 협박과 위협에 대해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수위조절이 가능한 일상적 불안이야말로 공포 마케팅으로 먹고 사는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히트 상품이라는 저자의 일침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아룬다티 로이 역시 대형 출판사로부터 인세를 받아 먹고사는 생활인이라고 작가는 담담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하지만 작가들의 그런 침묵의 카르텔에 동조하는 대신, 당당하게 잘못된 일은 잘못 되었다고 그리고 민중의 연대야말로 그런 카르텔에 저항하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주장하는 저자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자, 이제 질문의 시간이다. 이게 나라냐? 그렇다면 우리는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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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18-11-16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룬다티 로이의 <작은 것들의 신>을 가슴 절절하게 읽었어요. 그녀의 소설을 더 읽고 싶지만 소설은 딱 1개 더라구요... 서평 읽고 이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18-11-16 14:01   좋아요 0 | URL
아룬다티 로이의 신작 소설이 작년엔가
나왔다고 하던데 국내에서 출간 소식은
아직 요원해 보이네요.

번역이 늦는 걸까요?

coolcat329 2018-11-16 1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소설이 나왔군요 ~ 기다려 봐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18-11-16 15:35   좋아요 1 | URL
번역서가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대장물방울 2018-11-16 15: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이 정도일 수가 있나 했어요. 정말 크으.

레삭매냐 2018-11-16 16:11   좋아요 0 | URL
아룬다티 로이가 쓴 <우리가 모르는 인도
그리고 세계> 라는 책도 있다고 하던데...

<자본주의>, <생존의 비용> 이렇게 해서
3부작이 아닌가 싶네 그래.
 

 


빠뜨리스 에머리 루뭄바 (1925년 7월 2일 ~ 1961년 1월 17일)

 

루뭄바는 콩고의 정치인이자 독립운동가, 벨기에의 학정으로부터 독립한 콩고 민주공화국의 초대 수상이었다. 그의 수상 재임 기간은 1960년 6월부터 9월까지였다. 루뭄바는 벨기에의 식민지 콩고로부터 독립공화국 콩고로 이행하는 기간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 그는 암살 당할 때까지, 이상적인 아프리카 민족주의자였고, 범아프리카 운동을 지지하는 정치인이었다.

 

콩고가 독립하자마자 남동부 카탕가에서는 분리주의자들의 반란이 일어났고, 콩고 위기가 촉발되었다. 루뭄바는 벨기에의 지원을 받는 카탕가 분리주의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미국과 유엔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그래서 루뭄바는 소련에 원조를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대통령 조셉 캏사부부 및 참모총장 조셉-데지레 모부투 뿐 아니라 소련에 대항해서 냉정을 수행하던 미국과 벨기에와 필연적으로 충돌하게 되었다.

 

루붐바는 모부투 지휘 아래 있던 국가 당국에 의해 투옥되었고, 카탕가 당국의 명령을 받은 총살대에 의해 처형되었다. 암살 후, 루뭄바는 범아프리카 운동의 순교자로 간주되었다.

 

... ... ...

 

이상은 위키피디아에 나온 빠뜨리스 루뭄바 항목의 서문을 날림으로 번역한 것임.

 

삼천리에서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그리고 부제는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 살해와 그 배후>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아주 오래 전 중학교 시절엔가, 미국 우파의 이해를 대변하는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출간된 20세기 세계사를 통해 처음으로 루뭄바의 존재를 알게 됐다. 물론 두 페이지에 걸쳐 콩고 위기로 대변되는 식민제국주의로부터 아프리카 독립을 간략하게 다룬 글이어서 루뭄바의 실체에 대해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루뭄바의 실체를 알려줄 리도 없었겠지만.

 

콩고가 벨기에 레오폴드 2세의 개인 식민지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다지 많을 것이다. 예전에 어느 여행 작가는 “벨기에는 다른 나라를 침략한 역사가 없는 나라”라는 내용을 담은 책을 냈다가 내가 지적해서 재개정판을 낸 적도 있었지. 역사의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아주 신랄하게 비판을 했던 기억이 난다. 벨기에 식민주의자들이 콩고에서 저지른 악행은 이루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흑인 노예들을 벌주기 위해 자른 그들의 무수한 손목들, 처형당한 원주민들의 두개골로 울타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생지옥이 따로 없는 식민지배였다.

 

세계사에서 식민지모국의 배상은 언제나 같은 방식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그랬던 것처럼, 벨기에 역시 콩고에 대한 배상과 사과는 없었다. 벨기에의 레오폴드 왕이 콩고에서 수탈한 재산은 현재 가치로 11억 달러(1조 1천억원, 1998년 기준)이라고 기가 찰 노릇이다.

 

이런 악랄한 벨기에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콩고가 구리를 비롯한 풍부한 자원을 바탕으로 잘 나갔으면 좋겠으련만, 모부투라는 희대의 독재자의 손아귀에 들어가 30년 동안 또다른 방식의 착취와 억압을 받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바로 그 빠진 고리에 해당하는 인물이 빠뜨리스 루뭄바인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신생국의 지도자들이 식민 모국에서 유학생활을 한 엘리트 계급 출신이었다면, 루뭄바는 자생적 지도자라는 점에서 다른 이들과 구분되는 특성을 가졌다. 우편국 직원이라는 식민지 공무원으로 출발한 루뭄바는 벨기에가 획책한 30년 계획에 대항해서 조속한 조국의 독립을 추구했다. 그 결과, 콩고는 1960년 6월 30일 독립을 쟁취하는데 성공한다.

 

문제는 그 후였다. 콩고에서 다수 종족을 구성하는 바콩고 출신 카사부부에게 대통령직을 그리고 의회에서 선출된 수상의 자리를 차지한 루뭄바의 불완전한 연립정부는 태생에서부터 불안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연방제를 주장하는 남동부 카탕가 주의 모이세 촘베라는 강력한 정적은 결국 분리독립을 주창하면서 내전에 돌입하게 되었다. 구리와 우라늄, 라듐 그리고 다이아먼드 같은 풍부한 지하자원을 가진 카탕가 주를 벨기에와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이 지원하면서 콩고 위기는 그야말로 극한으로 치닫게 된다.

 

쿠바혁명으로 공산주의 물결이 세계를 뒤덮지 않나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던 미국 CIA는 루뭄바가 과연 공산주의자인가 아닌가 감별에 나서게 된다. 자주적 민족주의를 주장해오던 루뭄바는 외세의 도움이 아닌 자생적 조국 근대화의 꿈을 꾸었지만, 치열하게 맞붙던 냉전 시대에 중립은 존재할 틈이 조금도 없었다. 미국과 유엔의 원조를 기대할 수 없게 되자 소련으로 방향을 틀었지만, 소련 역시 분리주의자들에게 맞서 싸울 물질적 원조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결국 쿠데타에 성공한 모부투는 루뭄바와 그의 동료들을 카탕가의 정적 촘베에게 보내는 이이제이 전략을 사용하게 된다. 민중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는 민족주의자를 자신이 직접 처형하는 어리석은 행동 대신 교묘하게 차도살인 플랜을 가동시킨 것이었다. 여기에는 미국 CIA, 영국의 MI6 그리고 벨기에까지 개입한 것으로 훗날 드러나게 되는데, 아마 이번에 나온 책을 보면 좀 더 상세하게 나와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전에 시간이 된다면 절판된 <레오폴드왕의 유령>을 읽어 보면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이 책을 한 번 읽고 싶었는데 인천집에 갔다가 펴보지도 않은 이 책을 발견하고는 얼마나 반가웠는지... 이래서 책은 당장 읽지 않아도 사두어야 한다는 책구매의 합리화라고나 할까.

 

한국과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콩고 출신 정치인에 대한 책이 그의 사후 57년 만에 출간되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겠는가. 설레발일 지도 모르겠지만, 귄터 발라프의 책에 이어 올해의 발견으로 꼽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으로 굳게 믿어 의심치 않는다.

 

다시 한 번 삼천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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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물방울 2018-11-15 1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강추하시는 거지요? 훅 당깁니다.

레삭매냐 2018-11-15 14:16   좋아요 0 | URL
나도 출간 소식만 들은 지라...
그래도 상당한 기대작이라는 생각이 드네 그려.

목나무 2018-11-15 13: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몰라요. 몰랐는데 레삭매냐님 덕분에 알게되었고 그래서 우선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8-11-15 14:18   좋아요 1 | URL
이런 책들은 사주어야 책내는 분들이
기운 내서 더 좋은 책들을 소개해 주실 거라고
굳게 믿슙니다 넵 !

전 사전구매할 계획입니다.

2018-11-15 15: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11-15 15:35   좋아요 2 | URL
어딘가에서는 히틀러의 홀로코스트를 능가하는
대학살극이 20세기 초에 이미 벨기에 당국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하는군요.

300만에서 1,000만명에 달하는 콩고 사람들이
희생당했다고 하네요...

2002년에 벨기에 정부가 콩고에 사과하고
브뤼셀에 루뭄바의 동상이 세워졌다고 하는데
너무 늦은 사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cyrus 2018-11-15 17: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오폴드 2세의 악행 중 하나는 콩고 원주민을 자신의 친위 부대로 만든 일입니다. 벨기에 식민 통치자들은 이 친위 부대를 이용해 콩고 원주민들을 잔인하게 통제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친위 부대가 강간을 저질렀는데 눈 감았어요.

레삭매냐 2018-11-15 17:53   좋아요 1 | URL
마치 예전에 오스만 투르크의 술탄이
정복한 가톨릭 국가의 청소년들을 잡아
다가 자신의 근위대인 예니체리 부대를
만든 것하고 비슷하네요.

어쩌면 술탄이 예전에 했던 방식을
벤치마킹한 건지도 모르겠네요.

카알벨루치 2018-11-15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위대한 발견! 역쉬 레샥매냐님, 그리고 그 옆에 Sㅣ루스 박사님, 짝짝짝~

레삭매냐 2018-11-16 10:36   좋아요 2 | URL
이런 책들을 만날 때마다 어찌나 반가운지 모르겠습니다.

카스피 2018-11-16 0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책이 있었군요.오늘날 아프리카가 항상 내전으로 분열되는 것은 민족간 구성을 염두해 두지않고 서구 열강들이 자신들 맘대로 지도상에서 선을 긋고 식민지를 만든것 때문이라고 하지요.하지만 서구 유럽은 벨기에서 알수 있듯이 모두 아프리카의 참상에 대해 입을 싹 닫고 있지요.

레삭매냐 2018-11-16 14:01   좋아요 1 | URL
식민 제국주의 때문에 아프리카 대륙의 분열
이 더 조장되었다는 느낌입니다.

가난에서의 탈피와 자주적 근대화는 요원해
보이는 게 현실이네요.

식민지배국의 반성은 말할 것도 없구요.
 
누가 루뭄바를 죽였는가 - 콩고민주공화국 초대 총리 살해와 그 배후
에마뉘엘 제라르.브루스 쿠클릭 지음, 이인숙 옮김 / 삼천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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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우리나라에도 이런 책이 나오다니! 역시 삼천리!
희대의 독재자 모부투 이야기도 실려 있다니 콩고 현대사
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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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탄 살라딘
타리크 알리 지음, 정영목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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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리크 알리가 저술한 이슬람 5부작 가운데 <석류나무 그늘 아래>에 이어 두 번째로 도전하는 작품이다. 그런데 아마 이렇게 두 권만 나오고 인기가 없어서인지 나머지 책들은 공중으로 날아가 버린 모양이다. 아쉽긴 하지만 어쩌랴, 그것 또한 한국 출판생태계의 숙명인 것을. 어제 헌책방에서 데려오자마자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미 이러저러한 책들을 통해 수차례 접해 왔지만, 지난 천 년 시사주간지 <타임>에서 뽑은 최고의 인물 살라흐 앗 딘(살라딘)에 대한 타리크 알리의 전기적 혹은 연대기적 서술은 매력적이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역사소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술탄이 이야기를 하면, 선발된 유대인 출신 서기 이븐 야쿠브(야곱의 이슬람식 이름으로 보인다)가 술탄을 위해 기록한다는 설정에서 <술탄 살라딘>은 출발한다. 카이로의 술탄은 바야흐로 위대한 원정을 목전에 두고 있다. 그것은 바로 알 쿠스드(예루살렘) 탈환이라는 지상명령이었다. 적을 섬멸시켜야 후환이 없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십자군전쟁으로 프랑크족에게 빼앗긴 알 쿠스드 탈환에 나서는 영웅의 면모는 정말 대단했다. 알 쿠스드를 정복한 프랑크족이 성지에서 이슬람, 유대인 할 것 없이 모두 죽였다면, 살라흐 앗 딘은 그와는 전혀 다른 방식을 취했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에서 그런 장면이 잘 나오지 않던가.

 

이븐 야쿠브(살라흐 앗 딘의 가신 샤디와 더불어 저자가 생산해낸 가공의 캐릭터다)는 아이유브 왕조의 창시자인 위대한 술탄의 바알베크(헬리오폴리스) 유년 시절부터 이슬람 세계의 중심이었던 디마스크(다마스커스)에서 권부의 중심에 다가서는 장면은 물론이고, 역시 인간일 수밖에 없는 술탄이 할리마의 유혹에 빠지는 장면, 동성애의 유혹에 빠져 기묘한 술수를 부렸다가 엄혹한 처벌의 위기에 빠진 유력한 쉐이크의 이야기가 마치 독자들의 눈앞에서 펼쳐지는 방식으로 현란하게 전개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술탄의 옆자리에 앉아 벌어지는 세계사적 흐름은 물론이거니와 이전투구처럼 전개되는 인간사에 대한 판관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거야말로 내가 소설에 집착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니었던가.

 

살라흐 앗 딘이 등장하는 종래의 작품들의 경우 알 쿠스드 재정복이라는 과정에 매몰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웅의 정치적인 면들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비해 타리크 알리는 <술탄 살라딘>에서 이슬람의 규방, 하렘에서 벌어지는 그야말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썰로 술탄의 인간성도 부각시키는 전략을 취한다. 아무리 영웅이라고 하더라도, 완벽한 인간이 어디 있겠는가. 술탄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위대한 전사이자 위선적인 권위와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샤디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당태종 이세민에게 위징이 있었다면, 술탄 살라흐 앗 딘에게는 샤디가 있었다.

 

이슬람 규방 문화에 대해서도 저자는 좀 더 다른, 그리고 진보적인 시각을 제시한다. 성적 쾌락을 위한 도구이자 자식을 생산하는 역할 뿐 아니라 근대적 개념에서 볼 때 팜므파탈의 성격을 지닌 캐릭터들이 속출한다. 빨간머리 매력녀 할리마를 비롯해서, 어지간한 이슬람 율법학자들을 뺨칠 만한 지적 능력을 가진 예맨 출신 술타나 자밀라의 경우를 보자. 연인 메무드를 잃고 술탄의 규방에 들었지만, 술타나 자밀라와 기묘한 사랑에 빠지는 할리마와의 관계에 투입된 유대인 개인서기 이븐 야쿠브의 곤란한 입장이 바로 이해가 됐다. 술탄에게 능력을 인정받아 권력의 중심부에 진입한 것은 좋았지만, 그것이 바로 야쿠브 자신에게 화가 될 수도 있다는 걸 술탄은 예리하게 지적한다. 사방에 심어 놓은 비밀 첩자들 덕분에 거의 모든 것을 알고 있든 술탄의 지모에 독자들을 감탄할 수밖에 없다.

 

쿠르드족 출신의 술탄 살라흐 앗 딘은 자신의 아버지 아이유브와 어이없이 환관에게 살해당한 이슬람의 원조 장기의 아들 누르 앗 딘의 봉신이었던 시르쿠 휘하에서 미래의 무슬림 세계를 통일한 위당대한 군주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시 이슬람 세계는 알 쿠스드에 자리잡은 예루살렘 왕국 프랑크족의 계속되는 반간계와 내분으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었다. 훗날 이베리아 반도의 알안달루스에서와 마찬가지로 분열을 곧 융성했던 제국의 멸망을 의미했다. 디마스크를 중심으로 한 시리아의 패자 누르 앗 딘의 명령을 받은 아이유브 패밀리는 먼 이집트 카이로 원정에 나선다. 숱한 고비를 넘기면서, 어이없는 식탐으로 죽은 삼촌 시르쿠를 대신해서 이집트의 칼리파로부터 와지르에 임명된 살라흐 앗 딘은 비로소 사분오열된 이슬람 세계 통일에 나선다. 이 때만 하더라도, 자신의 주군 누르 앗 딘이 디마스크에 건재하고 있어서 주군의 견제와 프랑크족의 압박 그리고 빈번한 반란 때문에 카이로의 살라흐 앗 딘 정권은 풍전등화 같은 신세였다.

 

사방의 적으로 포위된 살라흐 앗 딘은 온갖 환난을 극복하고 시리아와 이집트의 술탄으로 우뚝 서는데 성공했다. 전장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위대한 전략가로서도 탁월한 능력 덕분이기도 했지만, 성지 알 쿠스드의 회복이라는 대의명분 앞에 저항할 신자들은 없었으리라. 카이로를 떠나 원래 자신의 근거지였던 디마스크에서 알 쿠스드를 향한 최후의 지하드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퍼지자, 분열되었던 이슬람 세계는 살라흐 앗 딘의 깃발 아래 집결한다. 지하드의 순교자는 알라와의 계산 없이 바로 천국에 간다는 이론 뿐 아니라,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싸웠다는 자부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최후의 전투에서 살라흐 앗 딘과 함께 싸웠다는 전승을 아들과 손자들에게 전해주고 싶다는 욕망도 한 몫 한 게 아니었을까.

 

타리크 알리는 이슬람 문화권에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여성주의를 의식한 듯, 뛰어난 지성을 겸비한 술타나 자밀라와 그녀의 애인 할리마를 배치하는 세심함도 잊지 않는다. 특히 자밀라는 회의주의자를 자처하면서 카디가 알면 노발대발할 이단주의 사상도 마다하지 않고 지적으로 섭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규방의 자밀라와 술탄이 보여주는 뛰어난 정보력은 이 세상에 비밀은 없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라고나 할까. 술탄이 참가한 거의 모든 전쟁에 종군한 자밀라의 미친 존재감은 작가의 뛰어난 문학적 성취로 판단된다.

 

사실 알 쿠스드 공략전은 그전에 술탄 부대와 프랑크 기사 간에 벌어진 하틴 전투로 판가름이 났다. 우유부단하다는 평가까지 받는 술탄 살라흐 앗 딘은 신중하게 전장의 모든 변수들을 고려해서, 프랑크 정예 부대를 물을 전혀 구할 수 없는 사막으로 유인해서 결국 궤멸시키는데 성공한다. 그동안 수많은 신자들을 모욕한 샤티용의 레지날드를 직접 처단하는 과단성을 과시하기도 한다. 그리고 이슬람 세계의 바람대로 알 쿠스드 공략에 성공해서 90년간 이어진 모멸의 시간을 끝장내는데 성공한다. 물론 성도 공략에 집중하고, 티레의 레몽 백작에 대한 아량 베풀기가 훗날 3차 십자군 원정 당시 파도처럼 몰아닥친 영국의 사자왕 리처드와 프랑스의 필립 부대에게 해안도시를 내주는 패착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한편, 관대하고 포용력 넘치는 술탄은 심지어 십자군 병사들과의 약속도 꼭 지키고자 하는 중세 기사도의 전형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리처드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수차례 술탄과의 약속을 이교도와의 약속이라고 주장하면서 깨뜨리는 파렴치한 장면을 연출한다. 영화 <킹덤 오브 헤븐>의 주인공 이벨린의 발리앙 역시 마찬가지다. 하틴 전투에서 패하고 포로가 된 그를 술탄은 풀어 주었다. 이벨린은 살아 있는 동안 무기를 들고 술탄에게 대항하지 않겠노라고 서약하지 않았던가. 도대체 그들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사도의 정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프랑크족과의 전쟁으로 장장 20년간을 보낸 술탄의 최후를 기록하며 이븐 야쿠브의 연대기는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이슬람 역사상 불세출의 영웅이자 성도 알 쿠스드를 회복한 신자들의 사령관 살라흐 앗 딘의 마지막을 애도하는 시민들의 모습은 특히나 인상적이었다. 어느 술탄도 살라흐 앗 딘 같은 추모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 않던가. 타리크 알리는 살라흐 앗 딘의 영웅적 모습은 물론이고, 부족한 인간적인 면모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저술하는 패기를 보여준다. 후기에서 자신은 무신론자라고 했는데, 나같이 이슬람교에 대해 무지한 독자들이 보기엔 전혀 그런 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전작 <석류나무 그늘 아래>와 달리 아무래도 영웅서사가 중심이고, 이슬람 역사에서 가장 자랑스러워할 만한 캐릭터가 등장해서인지 전작의 비극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전개라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유대인 이븐 야쿠브는 역사를 기록하는 개인서기로서 술탄의 총애를 얻은 대신, 아내의 부정 그리고 알 쿠스드 함락한 분노한 프랑크 기사들에 의해 비극을 겪는 장면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것은 어쩌면 무슬림들의 염원이었던 성도 회복을 위한 부수적 피해가 아니었을까.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가 이븐 야큐브의 개인사를 통해 강력한 메시지로 변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타리크 알리의 이슬람 5부작 시리즈가 <석류나무 그늘 아래><술탄 살라딘>으로 끝난 게 너무 아쉽다. 예고된 후속작 <돌기둥 여인>은 물론이고, <팔레르모의 술탄><황금 나비의 밤>은 아무래도 영어책으로 구해서 읽어야 하나 어쩌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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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물방울 2018-11-10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단 저도 구해둔 석류나무 먼저 읽어봐야겠네요.

레삭매냐 2018-11-10 22:56   좋아요 0 | URL
순서 대로 읽는 것이 좋은 것 같아 역시나 :>

사회운동 평론 그리고 소설까지 못하는 게
없는 양반이네 그래...
 
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그림 / 열린책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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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다시 로베르토 볼라뇨의 <칠레의 밤>을 읽었다. 말미에 나오는 충격적인 사건만 기억에 남아 있었는데 다시 읽어 보니, 처음에 읽었을 때 미처 눈에 띄지 않은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이래서 재독을 하게 되는 건가.

 

<칠레의 밤>을 이끌어 가는 화자는 우루티아 라크루아 신부다. 재기 넘치는 젊은 신부는 오푸스 데이 소속의 보수적 성향의 사제다. 훌륭한 교육을 받은 우루티아 신부는 페어웰이라는 문인 출신 외교관을 알게 되어 다양한 체험을 하게 된다. 우선 칠레가 자랑하는 노벨문학상 수상자 네루다 아저씨와도 직접 대면하는 영광도 갖는다. 문학의 불멸성을 숭배하는 우루티아 신부는 이바카체라는 필명으로 문학 비평가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살바도르 레예스 선생이 들려주는, 8년 전만 하더라도 전혀 몰랐던 에른스트 윙거가 등장하는 나치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 시절의 에피소드는 또 어떤가. 누군가에게 윙거는 악랄한 나치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볼라뇨에게는 지식인이자 작가의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살바도르 선생은 윙거야말로 유럽 대륙에서 순수한 사람이라고 보증하지 않는가.

 

오스트리아 출신 제화업자가 헬덴베르크 언덕에 제국의 영웅들에게 바치는 기념비적인 묘지와 동상을 만들겠다는 꿈에 대한 이야기는 또 어떤가. 황제의 호의에 힘입어, 제화업자는 쌩뚱맞게도 자신의 본업과는 전혀 상관 없는 대사업을 시작한 걸까? 결국 제국과 황제가 사라져 버리고, 두 번째 세계대전으로 오스트리아는 쑥대밭이 되지 않았던가. 제화업자의 종말은 충분히 예견가능했고, 왠지 베르너 헤어조크의 영화 <피츠카랄도>가 떠오르는 걸까.

 

어쨌든 우리의 주인공 우루티아 신부가 계속해서 언급하는 늙다리 청년이 도대체 누구지하는 생각과 더불어 오데임 씨와 오이도 씨의 후원 아래 유럽을 주유하는 일정도 등장한다. 인상적이었던 점 중의 하나는 우루티아 신부가 방문하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스페인의 성당마다 성당을 부식시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비둘기들을 소탕하기 위해 투르코, 크세노폰, 타 괼, 로드리고라고 이름 붙인 매들의 활약이었다. 결국 비둘기 역시 하나님의 뜻으로 창조된 피조물인데 그렇게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질문에 나도 공감하는 바이다.

 

다시 칠레로 돌아온 우루티아 신부는 거센 역사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현장과 맞닥뜨리게 된다. 아옌데의 인민연합이 선거에 승리해서 평화적인 방식으로 세계 최초로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한다. 물론 보수 기득권 계층과 군부 그리고 가톨릭 교회의 사보타주, 미국 CIA의 아옌데 정부 전복 모의 같은 반대파의 저항도 격렬했다며 볼라뇨는 달랑 4페이지로 칠레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혁명의 시간들을 정리해낸다.

    

자 이제 볼라뇨의 소설이 클라이막스로 치달을 시간이 되었다. 자신의 스폰서였던 오데임 씨와 오이도 씨의 제안으로 우루티아 신부는 당시 칠레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던 이들에게 마크르스주의의 기초에 대해 강의를 시작한다. 놀라지 그들은 바로 쿠데타 주범이자 독재자 피노체트와 그 일당이었다. 피노체트는 자신이 칠레의 적들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어디까지 가는지 알기 위해 자발적으로 우루티아 신부에게 적절한 보수를 쥐어주면서까지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 그리고 자신의 전임자인 아옌데와 기민당 출신으로 아옌데의 경쟁자였던 프레이, 알레산드리 모두 엉터리 지식인이었다고 자신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모름지기 소설에 비밀은 없는 법. 자신의 멘터라고 생각하는 페어웰 씨에게 진상을 털어 놓자 모든 칠레인들이 우루티아 신부의 일에 대해 알게 된다.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우루티아 신부는 시집도 내고 서평과 평론활동에 매진한다. 그리고 뜬금없이 마리아 카날레스라는 부유한 작가지망생이 등장하는데, 피노체트의 쿠데타 이후 침묵할 수 밖에 없었던 칠레 문단계를 대표하는 살롱의 여주인으로 급부상한다. 그녀의 남편은 미국인 제임스(지미) 톰슨. 그런데 우루티아 신부는 어느날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한창 흥겨운 파티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길을 잃은 손님 하나가 카날레스 저택의 지하실에서 고문당하고 있던 사람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낭설이라고 치부하고 싶었겠지만, 그것은 진실로 드러난다. 카날레스의 남편 지미 톰슨이 칠레 국가 정보국의 핵심 인사였고, 갖가지 테러 행위에 연루된 것이 사실로 확인된다. 나중에 많은 시간이 흐르고, 우루티아 신부는 여전히 작가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카날레스를 찾아가 사건의 진상을 듣게 된다.

 

우리 시대 문학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왜 우리 시대에는 볼라뇨처럼 과거에 있었던 부당한 사건들을 전면에 다루는 작가가 없는 걸까. 모든 작가가 사회참여적인 작품을 발표해야 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불편부당이야말로 모든 것의 중심이라는 듯 우리가 알고 싶은 것 대신 개인의 일상이나 사유를 한없이 파고드는 이야기들을 언제까지 읽어야 하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모두를 불편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을 지닌 볼라뇨는 칠레 혁명 이후 멕시코와 스페인을 떠돌면서 진실의 모서리를 철저하게 자신의 방식으로 공략했다. 자신이 가장 잘하는 시, 소설 같은 글쓰기로 말이다.

 

우루티아 신부로 대변되는 칠레 가톨릭 세력은 쿠데타를 주도한 기득권 세력의 명백한 부역자였다. 아옌데 정부를 지지한 사회주의를 열망하는 대다수 민중의 열망을 저버리고, 헌정질서를 파괴한 피노체트의 편에 섰다. 그런 점에서 우루티아 신부가 유럽 각처의 성당에서 만난 많은 신부들이 매를 부려 비둘기를 사냥하는 장면과 묘하게 겹치지 않는가 말이다. 성당이라는 건축물을 지키기 위해 매를 부린다는 설정은, 가톨릭이 소중하게 여기는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피노체트로 대변되는 무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닌가. 그런 점에서 볼라뇨가 저술한 대로 칠레 전체가 유다의 나무로 변했다는 표현의 상징은 의미심장 그 자체였다.

 

제대로 된 볼라뇨 전작읽기를 시작하기에 <칠레의 밤>만한 작품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트베르펜>처럼 너무 가볍거나 모호하지도, 그렇다고 해서 <2666>처럼 버겁지도 않은 그야말로 안성맞춤 아닌가. 그나저나 드디어 대망의 조지 손더스의 <바르도의 링컨>이 도착했다. 볼라뇨 전작읽기는 당연히 이후로 미루어질 것이다. 아니 나의 모든 독서가 일단 <바르도의 링컨>을 다 읽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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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08 2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시 읽어봐야 할까봐요. 근데 저는 로마제국 쇠망사가 눈에 더 잘 들어오네요^^

레삭매냐 2018-11-09 08:59   좋아요 0 | URL
앗 그 책은 저에게도 숙제네요...

오래 전에 민음사 패밀리 세일에 가서
데려온 책인데... 아직까지도 읽을 생각
을 안하고 있다는.

아니 시작은 했던가 핫하

목나무 2018-11-09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벌써 재독을!!!!
제게 인상깊었던 건 살롱 여주인과 그 집에서 일어난 사건이었네요.
칠레의 역사에 대해 공부 좀 해야지 하며 읽었던 기억이...

레삭매냐 2018-11-09 12:16   좋아요 0 | URL
볼라뇨 전에 제가 좋아하던 칠레 작가가
루이스 세풀베다여서 그런지 칠레 역사
에 대해 애정이 가더라구요.

아무래도 좀 더 알면 애정이 가는 법인
가 봅니다 :>

어제 산 <술탄 살라딘>을 읽고 있는데
너무너무 재밌네요 ~

목나무 2018-11-09 12:23   좋아요 1 | URL
<술탄 살라딘> 이거 절판이네요. 너무너무 재밌다고 하니 근데 구입은 못하니 저는 우선 레삭매냐님의 리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요. ^^

레삭매냐 2018-11-09 12:27   좋아요 0 | URL
어제 비 줄줄 맞으면서 원정 나가서 사온
보람이 있는 책이네요...

타리크 알리 이슬람 5부작 가운데,
국내에 꼴랑 2권 나온 게 전부네요.

나머지 <돌기둥 여인>, <팔레르모의 술탄>
그리고 <황금 나비의 밤>은 영어책으로 사
서 쓰담쓰담해야 하나 어쩌나 고민 중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1 2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재독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을 듯한데. 레삭매냐님 리뷰 읽어보니 전체가 스캐닝 되는게 역쉬!!! 비둘기를 매로 사냥하는 건 저는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한다는 보편적인 느낌도 받았어요 그 평화를 깨는 매~ㅎ

레삭매냐 2018-12-22 09:23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좋은 책들은 모름지기 다시
읽어야 하는 법인 것 같습니다.

장정일 선생은 매와 비둘기에 대해
가톨릭 신부들과 좌파 진영으로 비유
를 하더군요.

라틴 아메리카 세계에 해악을 끼치는
좌파 세력 일소를 위해 신부들이 나서
야 한다는.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습
니다.

카알벨루치 2018-12-22 09:55   좋아요 1 | URL
두번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은 한번 읽을 가치도 없다는 그런 이야길 들은 듯 합니다 재독할 가치가 있는 책을 읽는게 진정한 독서가 아닌가! ㅎ장정일 작가의 관점과 제가 비슷하네요 므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