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58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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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마르케스의 신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가 도착했고, 단숨에 다 읽어 버렸다. 다음 주자는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 될 것이다. 이미 책은 준비되어 있다. 읽기 위한 넉넉한 시간이 필요할 뿐.

 

왜 마르케스는 그렇게 집요하게 자신의 책에서 죽음이라는 주제를 빼놓지 않고 다루고 있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죽음이 등장한다. 마을의 트럼펫 연주자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몸단장을 하는 대령. 트럼펫 연주자의 자연사는 마을에 수년 만에 발생한 일대 사건이라는 점에서 특이점을 지닌다. 그만큼 아무 일 없이 죽기가 어렵다는 말일까. 한편, 소설의 화자인 전직 대령은 참전 군인 연금을 기다린다. 그가 직면한 지독한 가난의 근원을 찾아보자. 지난 15년 간 대령은 금요일마다 자신에게 도착할 군인 연금을 기다린다. 아내의 닦달을 이기지 못한 대령은 변호사를 교체하는 강수도 마다하지 않지만, 언제 연금이 도착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변호사 말대로 수백 년이 걸릴 지도 모르겠다.

 

대령 가족이 감내해야 하는 가난의 이유 중의 하나는 아들 아구스틴의 죽음도 한몫한다. 아마 재단사로 일하던 아들이 살아있는 동안, 끼니를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겠지. 아들은 군부독재에 항거하는 비밀 전단을 투계장에서 유포한다는 이유로 투계장에서 총에 맞아 죽었다. 유일한 아들의 죽음을 대령 부부는 어떻게 견디어 냈을까. 아들이 남긴 수탉이 부부의 유일한 희망이라는 점은 역설에 가깝다. 사람도 살기 위해서는 먹을 게 필요하지만, 1월 투계장에 나설 수탉 역시 원기 회복을 위해선 충분한 옥수수가 필요하다. 이놈의 집구석에는 부족한 것 투성이다. 대령은 바닥난 커피 깡통을 박박 긁어 대지만, 영혼을 달래줄 한 줌의 커피도 없는 현실을 직면해야 한다.

 

그나마 대령에게 호의를 보여주는 이는 의사 뿐이다. 콤파드레 사바스는 목에 뱀을 두르고 약을 팔던 약장사다. 대령 부부는 팔아서 돈이 될만한 것은 이미 모두 팔아 치웠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대령의 아내는 결혼반지를 그리고 대령의 마지막 존엄을 상징하는 수탉마저 900페소에 협잡꾼 사바스에게 팔려고 한다. 가난에 굴복해서 수탉을 팔고 연금이 도착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 보자는 아내의 제안에 대령을 거의 굴복할 뻔한다. 하지만, 수탉이 상징하는 건 단순하게 미래의 돈벌이 뿐이 아니다. 대령과 마을 사람들을 대표하는 존엄으로 대치할 수 있는 그 무언가란 말이다. 바로 여기에 소설에서 다루는 결정적 갈등이 분출한다. 먹고 살아야 한다는 아내의 주장과 서서 죽더라도 존엄마저 내팽개칠 수 없다는 대령의 목소리... 나라면 과연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아마 어떻게 해서든 그전에 세상과 타협해서 그런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지 않았을까.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56년 10월이다. 대령이 의사에게 빌려 읽는 신문의 국제란을 보면 수에즈 위기에 대한 나온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소설에서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사건은 콜롬비아의 천일전쟁이다. 대령은 자유당 게릴라 소속으로 내전에 참전했던 것 같다. 정부는 대령에게 군인 연금을 약속했지만 대령의 가난을 한 방에 해결해 줄 수 있는 로또 같은 연금은 결코 도착하지 않는다. 그래서 도착하지 않는 연금에 대한 기다림은 대령의 일상이 되었다. 아들 아구스틴의 죽음과 가난이 가져다 준 곤궁함은 대령과 아내에게 정신적 고통을 의미한다. 천식에 시달리는 아내의 질병과 변비로 고생하는 대령에게 육체적 고통도 피해갈 수가 없다. 연금이라는 형태의 구원의 손길이 도착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아구스틴이 남긴 수탉이 투계판에서 연전연승해서 소득을 가져다주지 않는 이상 대령에게 고난의 행군을 멈출 다른 방법은 전혀 없어 보인다.

 

콜롬비아 정부가 지키지 못할 약속으로 대령의 배를 곯리고 자존감을 바닥으로 추락시킨다면, 검열과 독재는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계엄 아래 출몰해서 사람들의 단속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도대체 비밀 전단에 담긴 내용이 무엇이기에, 사람을 총으로 벌집으로 만들 지경이라는 걸까. 공포의 시대를 경험해 보지 못한 독자로서는 미지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대령에게 유이하게 희망으로 작동하는 연금과 수탉 중에 개인적으로 수탉의 안위가 더 걱정되었다. 사바스에게 팔리기 전에 혹시 수탉이 덜컥 죽기라도 한다면, 또는 동네 꼬마들이 수탉을 잡아다가 치킨 수프라도 만드는 건 아닌가하는 조바심이 일 정도다. 물론 그 정도로 마르케스가 야박하지 않아 다행이었다. 희극과 비극의 변주는 교차되면서 결말로 치닫는다. 앞으로 무얼 먹고 사냐는 아내에게 대령이 마지막으로 던지는 대사는 최고였다.

 

오래 전 종서 스타일로 번역이 되었을 때,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외에도 다른 짧은 소설들이 들어 있었다고 하는데 이번에는 단독으로 출간되면서 번역을 맡은 송병선 교수님의 자세한 해설을 달고 다시 태어난 모양이다. 마르케스의 단편 중에서 최고라는 평을 듣는 이 소설을 너무 허겁지겁 씹어 먹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사실 100쪽도 안되는 분량이라 더 자시고 말고 할 것도 없었다. 일단 첫 번째 독서는 요렇게 마무리짓고 나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더 읽는 것으로.


[뱀다리] 소설에서 대령은 10월 타령을 자꾸만 하는데, 알고 보니 천일전쟁의 발발일이 1899년 10월이었다. 마르케스 선생, 자기 나라만 알 수 있는 걸 소설에 써먹으면 어떡하라는 거요 그래. 불친절하시기도 하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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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18-11-19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이 제목 낯설지 않다 했는데... 예전에 다른 버전으로 읽은 것 같은. 그런데 종서 스타일은 어떤 스타일인가요? 락 스타일? 긴머리 스타일? (농담입니당.ㅋㅋㅋ)

레삭매냐 2018-11-19 17:57   좋아요 1 | URL
아주 금방 읽습니다... 분량이 너무 적네요 -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 ㅋㅋ

목나무 2018-11-19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제목에서부터 확 끌리네요.
덕분에 마르케스를 읽고싶은 마음이 불끈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18-11-19 19:15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시간을 들여 다시 한 번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만.

너무 급하게 읽은 느낌이어서요.

일단 마르케스의 책들을 섭렵한 다음
에 다시 돌아와서 읽는 것으로.

Forgettable. 2018-11-19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단편집도 정말 좋은데 한국엔 번역이 안되어있거나 너무 오래된 것 뿐이더라구요. 전 영어판으로 읽었지만 스페인어판으로도 이제 도전하려구요. 그러고보니 저도 전작하고 번역 안된 건 영어로도 찾아 읽고 원어의 맛을 느끼기 위해 스페인어도 배웠는데 정작 목적이었던 마르케스 원서 읽기는 등한시하고 있었네요. 전작하시는 분 만나 반가워 덧글 답니다. 쭉쭉 백년고독까지 포기하지 마시고 나가주세요!

레삭매냐 2018-11-19 20:24   좋아요 0 | URL
일단 지금 막 읽기 시작한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읽은 다음에,
<콜레라 시대의 사랑> 그리고 <백년
동안의 고독>으로 마무리하면 될 것
같네요 일단은.

대단하십니다, 영어는 물론이고 스페
인어 원서까지 !!!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읽어서 일단
<콜레라>와 <백년>은 내년에 읽는
것으로 할라구요.

Falstaff 2018-11-21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읽으실 노벨라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추억이 슬프다는 뜻인지, 창녀들이 슬프다는 뜻인지 막 헷갈렸던 적이 있습지요. ^^
매냐님은 왜 별 하나를 뺐을까, 지금 막 궁리중입니다. 어차피 읽을 거 같기는 합니다만.

레삭매냐 2018-11-21 14:23   좋아요 1 | URL
분량이 너무 사악해서요 ㅠㅠ
게다가 해설을 엄청나게 달아서 분량을
늘린 의도가 너무 빤하게 보여서 별
한 개 뺐습니다.

카알벨루치 2018-11-22 16: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언제 쓰셨어요? 제가 알라딘 출첵은 자주하는데 레샥매냐님 이거 쓴거 보고 깜놀! 이 책 지금 도착해서 검색해보니 ㅎㅎㅎㅎ굿뜨!

레삭매냐 2018-11-22 16:56   좋아요 1 | URL
지난 주말에 주문해서 월요일날 받아서
바로 읽고 나서, 일필휘지 아니 날림
으로 리뷰 작성했습니다만 ㅋㅋ

뒷북소녀 2018-11-28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100쪽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분량에 비해 해설이 너무 길어서... 깜놀했어요.^^

레삭매냐 2018-11-28 13:2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94쪽 내고서 만원
받는 게 미안해서 그런 게 아닐까요?

싸이러스님에 의하면 그전에 나온
판본에는 다른 단편들도 좀 섞어찌개
로 실려 있다고 하던데 흠...
 
썩은 잎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0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민음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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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출신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생전에 모두 6개의 장편소설과 5개의 단편소설을 발표했다. 그 외에도 많은 짧은 소설들을 발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썩은 잎>은 1995년에 발표된 작가의 데뷔 소설이다. 이십대 청년이 훗날 자신의 문학세계의 근간을 이루게 될 마콘도에 대한 스케치를 데뷔작에서부터 구상했다는 점에서라도 <썩은 잎>이 갖는 의미는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마르케스의 모든 작품의 최종 종착점은 바로 <백년 동안의 고독>이 아닐까 싶다. <썩은 잎>도 마찬가지다. 번역을 맡은 송병선 교수가 후기에서도 밝히듯, 마르케스 작가의 작품세계를 알고 싶다면 콜롬비아 현대사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의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콜롬비아 보수당 정권과 자유당 출신 반란군이 맞붙은 천일전쟁과 UFC(United Fruit Company)의 억압과 수탈이 빚어낸 시에나가의 바나나 대학살 사건은 마르케스 문학을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다.

 

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드는 계절에 나는 어찌해서 마르케스에 반해서 만사 제쳐두고 그의 책들을 구해서 읽게 된 걸까? 그전에도 숱하게 작가와 만날 시간적 여유가 많았건 말이다. 사실 수년 전에 이미 난 <백년 동안의 고독>을 독서모임을 위해 읽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약간의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작가의 다른 소설부터 포위공략한 다음에, 최종적으로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게 어쩌면 현명한 선택일 지도 모른다는 자기위안을 하련다.

 

그의 썩은 몸에서 내뿜는 기분 좋은 냄새 (20p)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서처럼 <썩은 잎>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세 가지 주제 중의 하나인 죽음을 전면에 내세운다. 1928년 9월 12일, 전직 대령이 거둔 의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런데, 마콘도에 사는 모든 이들이 그의 죽음을 고소해 하며 의도적으로 장례식과 매장을 거부한다. 마을 사람들 모두가 반가워하는 죽음을 뒤로 하고 대령은 딸 이사벨과 손자를 데리고 주검을 수습하려 간다. 그 뒤를 따르는 두 번째 주제는 바로 고독이다.

 

아마도 군의관으로 유럽에서 벌어진 세기 초의 전쟁에 참전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의사는 물론이고, 딸 이사벨을 낳고 곧 죽은 첫 번째 아내를 둔 대령은 고독한 존재로 등장한다. 마콘도에 사는 어느 누구도 당장 죽어도 아쉬울 게 하나 없는 의사를 감싸고도는 대령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다. 여성들에게 개같이 음탕한 눈길을 주는 의사는 두말 할 것도 없다. 마르케스는 대령-이사벨 그리고 손자로 변주를 거듭하는 화자의 시선 이동으로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작가의 장기라고 할 수 있는 현재 시점에서 과거의 사건을 조립하고 재구성하는 기법은 확실히 매력적이다. 마르케스의 작품세계에서 플래시백 기법은 소설 구성에 있어 필수적인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도대체 의사는 왜 마콘도 주민들에게 집단적 원한과 적대감의 대상이 되었을까? 소설 <썩은 잎>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수수께끼 중의 하나다. 하지만 이에 대한 호기심은 의뢰로 쉽게 풀린다. 부정선거 문제로 정부군이 개입해서 난폭한 총격전이 벌어져 마콘도 주민들이 의사의 도움을 요청했을 때, 의사는 자신은 의학적 지식을 모두 잊어 버렸다며 자신의 문 앞에서 죽어가는 주민들을 돕지 않았다. 그것이 바로 집단적 적대감의 시발점이었다. 의사는 자신이 언젠가 비참하게 죽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며, 자신의 시신이 독수리밥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고 대령에게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사후를 부탁한 것이다. 대령이 한 때 의사의 은인이었으나, 전세가 역전되어 대령이 죽을 병에 걸렸을 때 사신으로부터 그를 구한 것이 또 의사가 아니었던가. 그러니 대령의 부채는 의사를 정당한 방식으로 매장해 주는 것이었으리라. 마콘도 주민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적대감을 뚫고 그것을 이행하기란 쉽지 않았겠지만. 그런데 왜 의사는 주민들의 치료를 거부했을까.

 

그 외에도 이사벨을 버리고 떠난 마르틴에 대해 수수께끼, 대령의 가족들은 전쟁을 피해 마콘도에 정착했지만 주민들의 적대감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고독감. 의사와 같은 날 마콘도에 도착한 “풋내기” 신부의 전설 등등. 소설의 많은 부분들이 마치 대작 <백년 동안의 고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호랑이로 변장하고 부엔디아 대령 앞에 나타난 말보로 공작 이야기는 신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에도 등장하더라. 미국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썩은 잎”이 흥청거리는 동안, 재미를 보았지만 바나나로 비롯된 호경기가 지나가자 마콘도의 몰락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인지도 모르겠다.

 

스페인을 상징하는 종교권력인 앙헬 신부가 자살한 의사의 매장을 거부했다면, 미국으로 대변되는 권력자 읍장 역시 시신이 부패해서 냄새가 나기 전까지 매장을 위한 사망증명서를 발급해 주지 못하겠노라고 버틴다. 대령이 두 시간 전에 그에게 알렸지만, 주민들의 적대감에 동조해서 느지막하게 등장해서 고작 하는 말이 그렇다. 마콘도 주민들의 무의식적 적대감으로 각인된 의사에 대한 반감을 상상을 초월했다. 의사의 시신을 담은 관이 드디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순간, 소설을 끝을 맺는다.

 

숨 가쁘게 마르케스를 읽고 있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을 필두로 해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그리고 <썩은 잎>을 읽었다. 오늘 도착한 마르케스 최고의 단편이라는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를 절반 정도 읽었고, 중고서점에 가서 <네 슬픈 창녀들의 추억>도 입수했다. 중고책에는 콜롬비아행을 꿈꾸던 청년이 집안의 반대로 콜롬비아에 가는 대신 마르케스의 책으로 대신한다는 슬픈 이야기가 적혀 있더라. 모든 꿈들이 이루어지는 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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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19 16: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르케스 전작읽기군요! 역쉬 독서의 내공이 쌓인분의 책읽기는 남다릅니다 꾸벅 ~

레삭매냐 2018-11-19 16:55   좋아요 1 | URL
일단 각개격파가 상대적으로 쉬운 작품들
부터 해치우고 나서, 맨 끝에 <백년 동안
의 고독>으로 마무리를 짓는 것으로...

북프리쿠키 2018-11-19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품번 170번 <썩은잎>이 솔 벨로우의 <오늘을 잡아라>작품으로 바뀌어 절판되었네요. 마르케스 작품 전작읽기를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18-11-19 17:42   좋아요 1 | URL
지금 마구잡이로 읽어대고 있답니다 -
오늘도 한 권 읽었고 학 학

솔 벨로우의 책은 사실 관심이 없었는데
이제 없어졌다고 해서리 지난 번에 중고
서점에 가서 업어왔습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가르시아 2022-04-13 16: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소설의 줄거리는 가물대지만,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었을 때 환성적인 느낌은 잊혀지지 않네요. 썩은 잎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레삭매냐 2022-04-13 17:52   좋아요 0 | URL
<백년 동안의 고독> 읽다 말았는데...
재도전해야 하나요.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4
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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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 할 책이 있고, 읽어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며 또 읽고 싶은 책이 있다. 그 중에서 오늘 내가 읽은 안토니오 스카르메타의 <네루다의 우편배달부>는 읽어야 할 그런 책이었다. 왜냐고? 돌아오는 주말 달궁 독서모임 책이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난 이 책을 이미 8년 전에 한 번 읽었다. 재독의 경험은 이미 가본 길에 대한 기억을 다시 한 번 새기는 그런 체험이기도 하지 않은가. 부담 없이 읽는 재미로는 최고였다.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생각한 저자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소설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은 시인이자 정치인 그리고 공산주의자 파블로 네루다에게 옛 연인들에 대한 사연을 캐내는 역할을 맡은 구식 기레기였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아직 발표하지도 않은 자신의 소설의 서문을 써달라는 뻔뻔함도 지녔다. 그렇지 미래의 작가가 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을까. 물론 둘 다 실패했다고 한다.

 

소설의 배경은 네루다가 실제로 살았던 이슬라 네그라다. 그리고 화자는 실패한 전직 어부이자 마을의 유일한 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는 네루다에게 편지배달 업무를 맡은 17세의 마리오 히메네스다. 그저 수도 산티아고의 아가씨들이나 꾀어 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으로 대시인에게 접근하는 소년의 모습에서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시인의 시집을 사서 헌사를 받는 장면에서는 대가를 존경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마리오의 인생에서 결정적 장면은 네루다와의 만남만큼이나 큰 영향을 미치게 되는 동네 주막집 아가씨 베아트리스 곤잘레스와의 만남이다. 그렇지, 모름지기 사람이 사랑에 빠져야 시인이 되는 법이지. 그동안 네루다를 통해 갈고 닦은 실력을 발휘해서, 그러니까 메타포를 통해 마리오는 단박에 베아트리스의 마음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열렬하게 사회주의를 옹호하는 마을의 어부들과 마리오와 달리 빨갱이시인과 아옌데 후보를 격렬하게 싫어하는 기독교민주당 지지자인 로사 곤잘레스 여사는 마리오와 베아트리스의 사이를 막고자 혼신의 힘을 기울인다. , 여기서 바로 비유와 상징이 등장할 차례인가. 민중연합으로 대변되는 정치세력의 민중에 대한 구애가 엇나가기 시작하는 지점이라고 해야 할까.

 

당 중앙으로부터 대통령 후보로 나서 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네루다는 폭풍 같은 선거 전야에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 후보로의 단일화에 합의하고 이슬라 네그라로 귀환한다. 그리고 마침내 칠레 인민연합은 평화로운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라는 역사상 최초의 거사를 성공시킨다. 물론 반대편 진영의 멀끔하고 신사인 척하는 랍베 하원의원이 등장해서 호르헤 알레산드리 후보를 지지하며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장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선거 승리의 열광에서 침울한 나락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결말 부분에 등장해서 인상적인 장면을 연출한다.

 

민중연합의 선거 승리로 칠레 인민들에게 과연 행복한 나날들이 주어졌을까? 천만에 만만에 콩떡이다. 가톨릭, 언론 그리고 기득권 계층은 선거가 끝난 뒤 3개월부터 아옌데 정권의 전복과 대통령 하야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막강한 반정부 세력의 카르텔이 보여주는 위력은 대단했다. 아옌데 정권을 라틴아메리카에서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데 눈엣가시로 생각한 미국의 정치경제적 사보타주 및 경제 금수조치와 우파들의 매점매석으로 칠레 경제를 곤두박질치기 시작한다. 예나 지금이나, 민중들을 현혹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먹고사니즘을 동원한 공격이 아니겠는가. 예전보다 정말 먹고 살기 힘들어졌다는. 지금 우리가 바로 목격하고 있는 장면들이라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언제부터 지들이 그렇게 자영업자들을 걱정했나 그래. 국가주도 경제성장이야말로 신자유주의 경제의 금과옥조가 아니었나? 나머지는 모두 부수적 피해일 수밖에 없다고 외치던 이들이 틈새를 보고 파고드는 장면에 정말 아연할 수밖에 없다.

 

어쨌든 마리오는 베아트리스와의 결혼에 성공하고, 호랑이 같은 장모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연인에서 먹고사니즘의 열혈전사로 변신한 아내와 파블로 네프탈리를 부양하기 위해 파리 대사로 떠난 네루다 씨에게 편지배달을 하는 대신, 장모가 경영하는 주막집 주방장으로 변신하게 된다. 그리고 연달아 전해진 네루다 시인의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국가적 경사를 맞이하면서 소설을 절정으로 치닫는다. 군부와 미국 CIA 연합으로 이루어지고 있던 군사쿠데타의 물밑작업을 과연 그들이 알 수 있었을까? 좌파연합의 선거 승리와 네루다의 노벨문학상으로 마리오로 대변되는 민중들이 고무되어 있는 동안, 반동 세력들의 조직적 규합 역시 강력하게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악화되어 가던 칠레 경제의 추락은 마리오와 장모가 경영하던 숙박 업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독교민주당을 지지한다고 하지만, 장미와 닭고기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닭고기를 고를 유물론자였던 마리오의 장모는 소고기 품귀 현상으로 야채수프로 대체하면서도 가격을 고수하는 이대로 전진하자는 좌파의 구호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긴 아옌데의 민중연합 정부가 과연 쿠데타 기도를 알았다고 하더라도, 파죽지세로 밀고 들어오는 군부세력을 막을 만한 정치적 역량이 있었는 가에 대해서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문제다.

 

소설의 전반이 사랑에 빠진 마리오가 거장에게 배운 실력으로 메타포를 구사하면서 연인 베아트리스에게 구애를 하는 자못 유쾌한 장면들이 주를 이룬다면, 중후반으로 가면서부터는 상당히 정치적 이야기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이상이 지나가고 나면 언제나 공허한 자리를 차지하는 건 바로 현실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니까. 아옌데 정부의 파리 대사가 되어 프랑스로 떠난 네루다 씨를 만나겠다고, 혹독한 현실 속에서도 마리오는 돈을 모으고 프랑스어를 배우며 꿈을 놓치지 않는다. 문제는 마리오 2세 파블로 네프탈리의 잦은 병치레 때문에 돈을 모을 수가 없었다는 점. 그리하여 파리에서 네루다가 보낸 편지와 추신 역할의 현대 문명의 이기라고 할 수 있는 카세트 레코더에 담긴 네루다의 육성이 도착하게 되면서 마리오는 비로소 네루다의 진정한 친구이자 동지로 거듭나게 된다.

 

이렇게 절정에까지 도달했으니 그 다음은 추락의 시작이려나. 1973911일 피노체트의 군사 쿠데타로 아옌데 정부는 전복되었다. 그리고 네루다는 중병에 걸려 이슬라 네그라로 돌아온다. 군인들이 모든 것을 장악하고, 아옌데 사후 좌파 세력의 구심점으로 활동할 수 있는 네루다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다. 외부와의 모든 접촉이 차단된 네루다를 위해 우리의 주인공 마리오는 그에게 보내진 전보와 편지들을 암기해서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바로 그 장면에서 이런 게 정말 진정한 우정의 본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네루다는 결국 쿠데타 발발 이후 12일 뒤인 923일 세상을 뜨게 된다. 그 뒤 마리오를 찾아온 운명은 어쩌면 비극의 연장선일 지도 모르겠다.

 

안토니오 스카르메타는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와 이슬라 네그라 출신 우편배달부와의 있을 법한 이야기에 많은 것을 담아냈다. 프롤레타리아 마리오가 어떻게 해서 칠레 최고의 지식인과 우정을 쌓아 나가게 되는 건지 계급을 초월한 진정한 우정의 본질을 타격한다. 사랑에 눈먼 발칙한 청년은 네루다의 시를 인용해 가면서, ‘뚜쟁이로 자신의 연애사업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 그런 마리오의 패기는 젊은 시절 기자로서 네루다를 찾아 스캔들에 가까운 이야기를 캐내려고 한 자신의 임무와 쓰지도 않은 소설의 서문을 써달라고 했던 본인의 실제 경험담과 묘한 동조를 이룬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사랑하지만, 정치인으로 네루다의 의견이나 주장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는다는 로사 곤잘레스의 의견은 또 어떠한가.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칠레 부유층 여성들이 냄비를 들고 나서서 시위하는 장면도 역설적이다. 어쩌면 저자는 그만큼 아옌데 정부가 구사하던 사회주의 정책에 대해 불만을 가진 민중들도 다수였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네루다의 우편배달부>의 시작은 유쾌발랄했지만, 결론부로 갈수록 불편한 마음이 지배적으로 다가왔다. 결국 우리네 삶은 정치로부터 어떤 방식으로도 자유로울 수 없다는 작가의 강력한 메시지로 받아 들여야 하는 걸까. 어쨌든 8년 만에 다시 읽어도 한 없이 재밌고, 또 한편으로는 슬픈 서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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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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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에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읽기 시작했다. 나의 두 번째 책은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였다.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소설로, 콜롬비아 어느 마을에서 명예살인 당한 21세 청년 산띠아고 나사르의 죽음으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나는 궁금했다. 그런데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화자는 누구지? 소설에서 도대체 화자가 누구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아랍계 아버지 이브라임을 잃고 졸지에 대농장주가 된 청년 산띠아고의 절친이라는 점 밖에는. 게다가 이야기는 그가 죽고 난 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화자의 노력으로 재구성된 점이라는 사실도 독특하게 다가왔다.

 

사건은 마을에서 떠들썩한 결혼식이 벌어진 일요일 다음날인, 월요일 새벽에 발생했다. 외지에서 온 바야르도 산 로만과 마을처녀 앙헬라 비까리오의 성대한 결혼식의 후유증으로 마을 사람들의 거의 대부분이 취해 있을 때, 신부의 오빠인 쌍둥이 빠블로와 뻬드로는 여동생 앙헬라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도살업자 칼을 들고 복수에 나섰다. 이유는 앙헬라가 초야에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졌고, 원인제공자가 새매라는 별명으로 불린 미남자 산띠아고라는 점이었다. 그런데 과연 그게 사실일까?

 

한 가지 그 즈음해서 주교가 마을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축제 분위기는 절정으로 치닫는다. 결혼식과 주교의 방문이 이루어지는 사이에 더 충격적인 산띠아고 나사르 살해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진짜 문제는 칼로 무장한 비까리오 형제들이 산띠아고를 죽이겠다고 동네방네 떠들고 다녔다는 점이다. 그래서 동네의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래 착했다는 형제들의 품성 때문에 설마하는 이들이 대다수였고, 자기가 아니더라도 산띠아고에게 누군가 그런 위험이 있다는 걸 알려 주겠지하는 방심이 더 큰 문제였다.

 

산띠아고의 피앙세 플로라 미겔은 앙헬라의 처녀성을 훼손한 남자가 다름 아닌 자신의 약혼자라는 사실에 차라리 누군가에게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설상가상으로 이 사실을 알게 된 산띠아고 절친 의대생 크리스토 베도야는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경고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시장이자 전직 대령인 알폰테는 쌍둥이 형제의 무모한 행동에 앞서, 그들을 무장해제시키지 않았던가. 물론 그들은 곧바로 다른 무기를 취합하는 성공했지만 말이다. 사실 마을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들을 말리기만 했어도, 충분히 비까리오 가족의 명예를 수호되었을 것이고 그들 역시 살인까지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렇게 예고된 죽음은 집단적 무관심과 우연의 연쇄작용으로 인해 결국 끔찍한 비극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일까? 20번이나 칼에 난자당해 죽은 산띠아고야 그렇다 치더라도, 연루된 이들은 모두 비극을 맞지 않았던가. 마을에서 가장 성대한 결혼식의 주인공이었던 앙헬라의 가족은 아랍계 주민의 보복을 피해 이주해야만 했다. 그리고 외딴 곳에 정주한 그녀는 23년 간 오지 않을 답장을 기다리며, 남편 바야르도 산 로만에게 편지를 쓰지 않았던가. 결국 그녀가 쓴 모든 편지를 들고 그녀 앞에 등장하는 신랑의 모습에서 난 현대판 주술적 리얼리즘의 한 단면을 얼핏 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게 주술적 리얼리즘의 현현이 아니라면 도대체 뭐란 말인가. 하긴 엄청난 돈을 들여, 호화로운 결혼식을 추구했던 바야르도 산 로만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큰 피해자가 아니었을까? 미래의 아내에게 적극적이다 못해 무대포 스타일로 구애하는 장면도 그렇고, 아내가 원하는 집을 상처한 노인장에게 거의 빼앗다시피 강매했지만 그 집은 결국 폐허가 되어 버렸다. 입심 좋은 이들은 곧 죽은 노인장의 원한 때문이라는 주석을 달았고, 집에 구비된 세간들을 알뜰하게 빼내가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소설을 읽는 동안 구로사와 아키라의 명작 <라쇼몽>을 연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나의 사건에 대해 다양한 시각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소설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 말이다. 이미 소설의 초반에 죽은 산띠아고 나사르의 이야기를 들을 수가 없지만(구로사와라면 영매를 동원해서 죽은 산띠아고의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더더욱 주술적 리얼리즘에 가까워졌을 텐데 말이다), 살아 남은 이들의 진술은 언제나 그렇듯 제각각이다. 먼저 쌍둥이들은 자신들은 자신들이 해야할 일을 해야 했을 뿐이라며 당당하게 이야기한다. 소설에서 궁금한 것 중의 하나는 살인죄로 복역 중이던 쌍둥이들이 어떤 과정을 통해 사면을 받았는가라는 점이다. 살인죄는 분명 중형일 텐데 고작 3년을 살고 풀려났다? 그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처구니 없는 라틴아메리카 특유의 마치스모(남성 우월주의)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전직 의대생 출신 카르멘 아마도르 신부가 법적 효용도 없는 산띠아고의 부검에 나서게 된 장면 역시나 희극적이다. 마을의 유일한 의사는 부재 중이었고, 현직 의대생 크리스토 베도야는 고인의 친구였기 때문에 끔찍한 임무로부터 자동적으로 배제되었다. 어쨌든 예의 부검으로 산띠아고 죽음의 직접적인 원인이 쌍둥이들의 칼에 의한 자상이었다는 점이 밝혀지긴 했지만 소설의 묘사 중에서 가장 리얼했지만 동시에 비극적인 장면이었다.

 

소설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에서 등장하는 숱한 상징과 비유들이 의미하는 바는 과연 무엇일까? 인류의 역사 속을 고고하게 항해하는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가 아닐까 싶다. 오는 건 순서가 있지만, 가는 건 차례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풍족한 재산과 젊음 그리고 잘생기고 피앙세까지 둔 자신만만한 21세 청년도 예외는 아니다. 어떤 조건도 부지불식간에 다가오는 죽음을 구축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다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는 소설에 역설적인 여백을 마련했다. 그것은 바로 예고였다. 수많은 이들이 산띠아고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지 않았다. 결국 죽음이라는 이름의 숙명은 그 틈새들을 파고들어 목표물을 적확하게 타격했고, 그 결과는 문자 그대로 비극의 재현일 수밖에 없었다. 또한 우리가 피할 수 없는 운명이기도 했고.

 

내가 읽을 다음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작품은 어떤 책이 될까나. 신간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제목 때문에 의도적으로 멀리했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아니면 초기작 <썩은 잎>? 모두 적은 분량이라 도전에 부담이 없어 좋다. <백년 동안의 고독><콜레라 시대의 사랑>은 근데 언제 읽으려나.

 

[뱀다리] <백년 동안의 고독>에 등장하는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의 적수 뻬뜨로니오 산 로만 장군이 바야르도의 아버지로 나온다. 결국 <백년 동안의 고독>은 마르케스 작품을 관통하는 만능 키 같은 의미라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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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18 10: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백년 동안의 고독>이 그 키가 아닐까 그의 작품의 분수령이 아닐까 싶네요~

레삭매냐 2018-11-18 10:55   좋아요 0 | URL
그렇다면, 단언컨대
<백년 동안의 고독>부터 읽어야 하나요 ㅋㅋㅋ

카알벨루치 2018-11-18 12:38   좋아요 1 | URL
23년 구상하고 18개월동안 집필한 <백년동안의 고백>이니 아무래도 남다르겠죠! <콜레라시대의 사랑>이 더 늦게 출판되었으니 아무래도~작가읽기는 순서도 중요한가봐요 로맹가리의 <내 삶의 의미>읽고나니 그냥 맥이 좀 풀려서 로맹가리 책만 사놓고 ㅋㅋ다 핑계이지만~ㅋㅋ즐독 열독 광독가 레삭매냐님 홧팅!

레삭매냐 2018-11-18 13:04   좋아요 1 | URL
대작들은 아무래도 분량 때문에 선뜻 손이 가질 않네요...
저도 로맹 가리 책들 수년 동안 묵혀 두었다가 읽은 걸요. 심지어 두 번 산 책, 있는데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은 책도 있답니다.
일단 사두시면 언제고 읽게 되시리라 믿슙니다~

Forgettable. 2018-11-18 14: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랑과 다른 악마들도 좋습니다. 콜레라는 길지만 제일 쉽게 읽혀요.
* 아 이미 읽으셨군요 ㅎㅎ 그렇다면 콜레라시대 추천이요. 백년고독보다는 가볍게 읽혀요!

레삭매냐 2018-11-18 19:1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콜레라>는 소장각이지 않을까
싶네요.

최근에 읽은 중국 소설 <책물고기>에도
그 책이 등장하던데, 결국 연쇄독서로 읽
어야 할 책이 늘어났군요...

추천 감사합니다.

북프리쿠키 2018-11-18 16: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콜레라시대의 사랑 읽어보고 싶네요. 책은 도끼다 에서 언급했는데 꼭 읽어보고 싶었지만, 백년동안의 고독을 읽고 겁이 나서 그만 ㅎㅎ
로만 장군이 나오면 발자크의 인간희극 같은 계열로 보면 되나요?ㅎ

레삭매냐 2018-11-18 19:13   좋아요 0 | URL
문득 우리나라에서도 발자크의 루공
마카르 총서가 나올까 싶은 생각이 들었
습니다. 아무래도 안되겠죠?

전 이미 한 번 실패한 기억 때문인지,
일단 <콜레라>부터 읽어야지 싶습니다.
 
사랑과 다른 악마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우석균 옮김 / 민음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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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책을 읽었던가? 아주 오래 전, 독서모임에서 <백년 동안의 고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아마 그 때 난 책을 다 읽지 못했던 것 같다. 볼라뇨와 세풀베다 같은 칠레 작가들의 책은 흥미롭게 읽었는데, 당최 붐문학의 시조라고 할 수 있는 마르케스의 책들은 나랑 좀 맞지 않는다는 느낌에 의도적으로 멀리 했던 것 같다. 그 시절만 하더라도 마르케스가 살아 계셨는데 지금은 영면하셨다.

 

최근 새롭게 마르케스에 대한 관심이 생기면서 뒤늦게 하나씩 컬렉션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 첫 번째 책이 바로 1994년에 발표된 <사랑과 다른 악마들>이었다. 지난주에 사서 읽기 시작했고, 금방 다 읽을 줄 알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서두에 마르케스 자신이 신문 기자로 콜롬비아 카르타헤나의 산타클라라 수녀원 묘지의 유해를 발굴하던 중, 머리카락이 2미터도 넘게 자란 소녀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로부터 소설은 시작된다. 작가는 자신의 할머님이 카리브 해 일대에서 많은 기적을 행해 숭배를 받았다는 카살두에로 후작 딸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고 추론한다. 물론 시작부터 그럴싸한 소설의 전개를 위한 설정이다.

 

스페인 제국이 효율적인 원격 식민통치를 통해 라틴아메리카를 네 개의 부왕령으로 분할했다. 그 가운데, 세 번째로 세워진 누에바그라나다 부왕령에 포함된 항구도시 카르타헤나는 신대륙에서 채굴된 은이 구대륙의 문물과 교환되는 중요한 장소였다. 스페인 정복자들이 구대륙에서 들여온 천연두 같은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인디오들이 몰살당하면서 신대륙 개발을 위한 노동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 결과 노예무역은 수지가 맞는 신수종 사업이었다. 소설의 초반에도 고혹적인 아비시니아 여인을 몸무게 만큼의 금으로 사들이는 장면이 충격적으로 묘사되지 않았던가.

 

어쨌든 소설의 발단은 카살두에로의 외동딸 시에르바 마리아가 미친개에게 살짝 물리는 장면이었다. 아버지 한량 카살두에로 후작과 당밀과 카카오에 취한 어머니 베르나르다의 무관심 가운데, 시에르바 마리아는 아프리카에서 잡혀온 노예들 품속에서 자라면서 크리오요 귀족의 품성 대신 자연스럽게 그들의 주술적 관습과 언어에 젖어 들었다. 타고난 거짓말하는 능력까지 익히면서, 광견병에 걸린 악마 소녀가 되는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되었다.

 

역사적 사실로 한 가지 더 추가하자면, 1811년까지 카르타헤나에 존재했다는 종교 재판소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을 것 같다. 뒤늦게 자신의 딸 시에르바 마리아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게 된 카살두에로 후작은 백방으로 수를 써 보지만, 딸의 증세는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유대계 포르투갈 출신 의사 아브레눈시우는 후작 영애의 증세를 대수롭게 보지 않고, 행복이라는 처방전으로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남긴다. 아브레눈시우의 경험을 믿는 대신, 돌팔이 의사들의 처방을 따랐다가 시에르바 마리아의 증세는 최악으로 치닫는다. 당시만 하더라도 의학이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거의 주술의 수준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자, 여기에서 시에르바 마리아 사건에 개입해서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는 인물이 당시 세계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가톨릭을 대표하는 주교 비르투데스다. 카르타헤나 종교 당국의 최고 권위자로 카살두에로 후작의 위임을 받아 미치광이 소녀를 산타클라라 수녀원에 유폐시키는 결정을 내리는 동시에, 살라망카에서부터 자신이 데려온 애제자이자 신뢰하는 신부 카예타노 델라우라에게 엑소시즘을 거행할 것을 명령한다.

 

한편 봉쇄수녀원에 갇힌 시에르바 마리아는 수녀원에서 벌어지는 안좋은 모든 사건의 원흉으로 지목되어 숱한 고난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수녀원은 역설적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시설이 아니라, 아무 것도 아닌 증세를 광증으로 더 악화시키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니 멀쩡한 사람도 그런 곳에 갇혀 있다가는 미치지 않을까 싶을까 정도다. 퇴마사 경험도 일천한 델라우라 신부는 스승의 명령에 따라 엑소시즘에 나섰다가 12세 소녀와 금지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린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좀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엄청난 나이 차이는 물론이고 나중에 왜 그렇게 사랑하는 소녀를 데리고 신부는 모든 것을 버리고 탈출하지 않았을까.

 

주교와 신부의 지휘 아래 신대륙에서 진행되는 퇴마의식은 원주민 인디오나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잡혀온 요루바족들의 주술과 다를 바가 전혀 없다. 인간의 의심과 불안이 만들어낸 환영을 쫓아내기 위해 벌이는 푸닥거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란 말인가. 원주민들에게 기독교 신앙과 서구식 관습을 전파하기 위해 사제와 수녀들이 겉으로 보여주는 희생과 봉사정신은 더욱 더 위선적으로 보일 뿐이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원주민들에 대한 착취와 억압 그리고 수탈의 역사를 반성하고 회개해야 했던 게 아닐까.

 

스페인 제국주의자들이 종교와 군대 그리고 상인들의 연합으로 이루어진 삼위일체 카르텔로 라틴아메리카 정복에 나섰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종교로 인디오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자 했으며, 군대로 대변되는 무력행사로 그들로부터 강제 노동을 강요했다. 마지막으로 자본축적을 위한 중상주의 이데올로기로 무장한 상인들이 나서서 신대륙의 자원을 착취하고 수탈했다. 그 중에서 마르케스의 소설 <사랑과 다른 악마들>은 첫 번째 요소인 종교를 냉정한 시선으로 비판한다. 아무리 고도로 훈련받고 신앙으로 무장한 델라우라 신부도 결국 인간적 정념에 무너지지 않았던가. 아니 어쩌면 그럴 수밖에 없는 존재가 바로 인간이라는 점을 마르케스는 말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물론 프란시스코 데 비토리아 신부와 바르톨로메 데 라스카사스 신부 같이 이미 스페인 정복 초기부터 원주민들의 인권과 자연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주창한 이들도 있었다. 반대편에서 인디오들을 인간 이하의 존재로 규정하면서 스페인의 군사적 정복의 정당성을 주장한 세풀베다 같은 이들도 있었지만 말이다. 아무래도 지난 겨울에 산 <바야돌리드 논쟁>을 읽어야지 싶다.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독서는 끝이 보이지 않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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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알벨루치 2018-11-16 1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틴아메리카가 묘하게 매력적인데가 있나봅니다 ㅎ

레삭매냐 2018-11-16 14:0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라틴 문학을 애정합니다.

루이스 세풀베다와 로베르토 볼라뇨를
특히 좋아한답니다.

뭐랄까 주술적 리얼리즘도 좋고 작가들
이 추구하는 가치전복적인 도전이 매력
적이라고나 할까요.

이번에는 마르케스에 도전하고 있습니다.

뒷북소녀 2018-11-16 18:15   좋아요 1 | URL
저도 대댓글 쓰고 싶었는데 안돼서요. 마르케스 만화라면 어떤 책인가요?

카알벨루치 2018-11-16 18:27   좋아요 0 | URL
마르케스 인생을 만화로 만든건데 백년의 고독이 어떻게 만들어졌나 알수있는 귀한 자료집이라고 볼 수 있어요 ...

2018-11-16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11-16 14:04   좋아요 0 | URL
아, 예전에 제게도 그런 친구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왜 그 시절에는 책 읽을 생각은 안하고
만날 놀 궁리만 했는지 ㅋㅋ

뒷북소녀 2018-11-16 12: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라틴문학... 전문가처럼 보이는걸요.
그리고 희한하게 라틴문학은... 연쇄독서를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18-11-16 14:05   좋아요 1 | URL
전문가라니오...

고저 얼치기 독서꾼인 것을요 ~

라틴문학 연쇄독서에는 절대공감입니다.

카알벨루치 2018-11-16 14:13   좋아요 2 | URL
마르케스 만화 읽었는데 가슴이 뭉클....

대장물방울 2018-11-16 15: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읽고 좋았던 기억이 있어서 백년동안, 콜레라시대 읽었는데 크크 읽기 쉽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뭔가 매력이 있더라구요. 거꾸로 되긴 했는데 이것도 찜해둬야겠네요 ㅋㅋ

레삭매냐 2018-11-16 16:10   좋아요 0 | URL
마르케스는 일단 단편부터 읽고 나서
그 다음에 장편에 다시 도전해 보려고...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은 제목 때
문에 그동안 구매를 미루고 있었는데,
오늘 당장 가서 사야겠네 그래 :>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는 중고 주문
했는데 신간하고 같이 오느라 다음 주
에 발송예정이라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
기 시작했네 그래.

어그러져 버린 나의 독서 새끼줄이여 ~

목나무 2018-11-16 17: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있었군요. 마르케스의 소설 중에~~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10년 전에 읽었는데... 읽으면서도 짧은 소설이 참 무거운 걸 이야기하고 있구나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
간만에 저도 다시 마르케스의 소설 읽어봐야겠어요. 이번에 민음사에서 새로 나온 마르케스 소설 축하 기념으로다..ㅋㅋ

레삭매냐 2018-11-16 18:00   좋아요 0 | URL
전 오늘 도서관에서 <예고된 죽음의
연대기> 빌려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역시나 특이한 스타일이네요.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다> 저도
주문장 날렸는데, 마르케스가 가장 잘
쓴 단편이라고 하는군요. 기대가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