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오래 전부터 마스다 미리의 책을 꾸준하게 빌려다 보고 있다, 도서관에서. 선뜻 살 생각은나지 않아서. 비혼주의자로 여성의 소소한 일상을 저격하는 장면이 마음에 들어서 읽고 있는데, 우리 설해목님의 말쌈대로 변주 대신 반복을 택한 저자의 전략 때문인지 계속해서 시들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니까 비슷한 경향의 작품이 너무 많다는 게 단점이랄까. 까다로운 나같은 독자들은 계속해서 무언가 새로운 걸 원하다고요.

 

주인공은 로바야마 로바코. 초급대학을 마친 저자가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 오사카의 중소기업에 6년 정도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들을 만화로 발표한 모양이다. 원제는 <여사무원은 대단해> 정도인데, 시대에 맞게 제목을 바꾼 것 같다.

 

일본어로 로바가 노새를 뜻한다고 하는데, 의미심장하다. 그러니까 직장에서 노새처럼 일한다는 말이겠지. 로바는 딱히 고상한 취미도 없고, 결정적으로 애인도 없다. 비교적 칼퇴근을 하는 편이지만, 할 일도 갈 곳도 그리고 만날 사람도 없다. 집과 직장을 오가는 소소한 일상의 저격이 만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오봉 연휴에도 연말에 들뜨는 크리스마스 시즌에도 로바는 거리를 쏘다니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역시 언제 어디서라도 자신을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곳은 집 뿐이라는 것일까. 세태가 아무리 변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나의 돌아갈 곳은 집 뿐이라는 걸까.

 

아저씨들과 함께 간 직원여행에서 남자 상사들은 버스에 올라타는 순간부터 술타령을 한다. 여직원들에게 노골적으로 집적거리는 장면은 등장하지 않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 장면이 보기 싫다. 어려서 답사 다닐 적에 예비역 형들이 버스에 오르는 순간부터 술타령 하는 장면과 묘하게 겹쳤다. 40년 정년을 마친 회사 상사가 자신처럼 나이 어린 직원들에게 그동안 감사했다며 깍뜻하게 인사하는 장면을 보며 노새로바는 자신도 저럴 수 있을까를 잠시 생각해 보지만, 아니라며 고개를 젓는다.

 

여행길에서 1,000엔 짜리 과자 대신 700엔 짜리 폰폰 쿠키는 다른 이들의 외면을 받는다. 정말 인사치레만 해야 하는 직장 생활의 단면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예전에 자주 가지 못하는 해외여행이라도 할라치면, 직장 동료들이 눈에 밟혀서 여행지 기념품 가게에서 열쇠고리를 주물럭거렸다는 누군가의 말이 생각났다. 사실 누가 요즘 열쇠고리가 필요한가 그래. 차라리 내가 모으는 현지 매그네트나... 그냥 웃음이 났다. 너무 리얼해서 말이지.

 

로바는 미혼여성이다 보니 언제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하는지, 결혼으로 직장을 떠나는 동료들을 보면서 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무언가 직장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영어학원에도 다녀 보고 그러지만, 열심히 예습과 복습을 하지 않다 보니 그것도 시들하다. 화끈하게 연애라도 하면 좀 더 직장생활이 활기차지지 않을까 하는 공상에도 자주 젖어본다. 아무 일 없이 남사친이 찾아와 자신과 여유롭게 술 한 잔하는 장면도 그려보지만 역시나 현실세계에서는 이루어지지 않는 일들 뿐이다. 돈도 안 드는 그런 공상을 안해본 직장인들이 있을까나. 내가 로또 사는 이유와 비슷하지 싶다. 적어도 발표하기 전까지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칠 수 있으니 말이다. 단돈 5천원으로 산 상상 티켓 정도라고 해두지 뭐.

 

어느 장면에선가 신입사원들의 시즌을 보며 직장에서 소모되는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던가. 자아의 실현을 위한 노동 그리고 노동을 해서 번 돈은 생존에 꼭 필요하다. 아마 그만큼 21세기에도 일자리와 노동은 중요하다는 말이겠지. 로바로 직장에서 자신만 아는 일이 있다는 점을 뿌듯하게 생각하지 않았던가. 직장이고 모임이고 어느 자리에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되는 건 의미있는 일이지 싶다. 하지만 직장에서는 언제나 자신이 없더라도 시스템으로 돌릴 수 있게 만들라는 말을 해댄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노동자들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라는 소모품이란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 바로 우울해진다. 뭐 그게 사실이어서 더 그럴 수도 있고.

 

간식으로 자비를 들여 컵수프를 달라고 하는 상사에게 똑 부러지게 회삿돈으로 산 게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직원, 여직원들이 그럴싸한 스테이크 먹게 기부금 상자를 마련하는 장면들은 나름 신선했다. 어떤 단면들은 모두 일본 경제가 호황기를 달리던 쇼와 시절이라 가능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로바는 자조적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자신의 하루가 축적되어 인생이 된다고 한탄하지만, 지금의 나는 제발 일 없이 하루가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 뿐이다. 아무도 아프지 않고, 누가 앙앙 울지도 않고 조용하게 하루가 갔으면 할 뿐. 무얼 더 바라겠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의 인생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이소담 옮김 / 이봄 / 2017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도서관에 책을 반납하러 갔다. 연장 마지막 날이어서 그날 반납하지 않으면 연체 페널티를 물게 돼서 부랴 부랴 달려갔다. 아이 귀찮아. 그냥 올 수가 없어서 희망도서로 빌려서 결국 못 다 읽은 <제인스빌>(우리의 군산과 스토리가 비슷하다, 망할 놈의 지엠)과 신간 도서 그리고 마스다 미리 책 두 권을 빌렸다.

 

원래 같은 스피드였다면 그날 바로 읽었어야 했는데 맨날 자기 전에 읽다 보니 그리고 화장실에서 읽다 보니 무려 4일이나 걸렸다. 만화라고 쉽게 읽을 줄 알았는데, 수마의 유혹을 이길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울림도 좀 컸다.

 

<오늘의 인생>은 아마 비혼주의자로 보이는 저자가 노년의 아버지와 말다툼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것으로 기억한다. 세대 간의 갈등은 이제 우리 삶의 일상이 되어 버렸다. 마스다 미리 작가는 일상의 무지 소소해 보이는 장면들을 간략한 몇 컷 짜리 만화로 형상화해내는 선수다.

 

초밥집에 가서 본 접시에 쓰여 있는 글을 보고 감동하고, 택시 기사 아저씨가 무지개가 떴네요라는 장면에 감동을 한사발 먹기도 한다. 사실 그런 게 삶이지. 사는 게 별 거 있간디. 하지만 고런 뻔한 삶의 클리셰이를 우리는 잘 알면서도 무언가 아싸라한 그런 걸 기대하는 게 또 삶이 아니던가. 감동 한 사발은 지구별에서 82년을 사시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흠모하는 장면들이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야 아버지의 사랑을 깨닫게 되는 걸까. 아버지의 부재 가운데 아버지가 생전에 좋아하시던 고구마를 보며 울컥하는 장면은 참 그랬다. 나는 나중에 아버지가 떠나시게 되면, 어떤 것으로 아버지를 기억하게 될까. 초등학교 때 편도선이 부어서 꼼짝 못하는 맨발의 아들을 업던 아버지를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 가장의 그런 물리적 무게는 고스란히 다음 세대로 넘어가는 모양이다. 아버지의 그리고 어머니의 사랑은 그런 거지.

 

작가의 소심한 성격이 그대로 들어나는 장면들이 마음에 들더라. 관계는 처음부터 안 맞는 사람하고는 이어지지 않는 법이라던가, 언제부터 그랬을까를 반추해 보는 장면도 그렇다. 뭐 그래도 시간이 들고 나이가 먹으면서 누구러지면, 말도 섞고 싶지 않았던 이들과도 아무렇지도 않게 지내게 되는 게 또 우리네 인생의 묘미가 아닐까. 때로는 스킬도 필요할 테고. 어려서는 관계에 참 많이 투자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도 시간도 없더라. 그냥 하루하루 아무 일 없이, 아무도 아프지 않게 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나는 만족한다.

 

스마트폰이 일상을 지배하게 된 세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도 폐부를 찔러댄다. 스마트폰에 집중하다가, 카트를 모아두는 칸에 들어가게 된 어느 남자를 작가는 아마 스케치했었지. 편집자와 만난 시간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는 게 상대방의 소중한 시간에 대한 예의라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나도 가만 보면 마땅히 할 게 없거나 그럴 적에 수시로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도 하고, 메이저리그 정보도 검색하고, 새로 나온 책이 뭐 없나 하고 모바일 스타일의 랜선 라이프를 즐기니 말이다. 카페에 가서 수다를 즐기면서도 뭐야 다들 스마트폰질을 하잖아 그러면서도 나도 예외는 아니었지. 앞으로는 마스다 미리 저자의 조언을 받아 들여 타인과 함께 할 적에는 가능한한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것으로. 과연 얼마나 지켜질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오늘의 인생>을 보면 자신 말고 타인은 모두 선으로 간략하게 그려져 있더라. 이유가 있나. 암튼 즐거움과 감동 그리고 소소한 일상의 참맛으로 구성된 한 그릇의 비빔밥을 포식한 느낌이었다. 도서관에서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을 하나 더 빌려왔는데, 주말에는 그 책도 읽어야겠다. 그리고 늦지 말고 바로 반납해야지.

 


댓글(5)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나무 2019-06-07 09: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마스다 미리의 책들을 읽었을 때는 그 신선함에 반해 주욱주욱 읽었는데...
어느 때부터 너무 많은 책들이 출간되다보니 좀 멀리하고 싶더라구요.
요 책은 사두고 읽지는 않았는데.... 주말에는 찬찬히 부모님 생각하며 읽어봐야겠어요.
그나저나 미리의 어떤 책을 또 데려오셨으려나요? ^^

뒷북소녀 2019-06-07 12:59   좋아요 2 | URL
저도 설해목님이랑 같은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읽고 싶었어요. 뭔가 따뜻한 느낌이.

레삭매냐 2019-06-07 20:57   좋아요 2 | URL
도서관에서 빌린 다른 책은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랍니다.

바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자들은...>의 원제가
직역하면 <여사무원들은 대단해>네요.

마스다 미리 씨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
려다 보는 것으로 핫하 -

붕붕툐툐 2019-06-07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제가 애정하는 북플 친구님들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많이 읽으시니 저도 관심이 생기네요~

레삭매냐 2019-06-07 20:58   좋아요 0 | URL
마스다 미리 작가의 책은 만화로
만나서 그런지 몰라도 왠지 에세이
같은 책들은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독서 슬럼프에 빠졌을 때, 읽으면
제격인 것 같습니다.
 

 

지난 22년 동안 레드삭스의 팬이었다.

 

레드삭스를 86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따라 다니던 밤비노의 저주를 푼 뒤 관심이 좀 떨어졌다.

 

얼마 전, 1986년 시리즈를 말아 먹은 빌 버크너가 돌아가셨다는 뉴스를 들었다. 생전에 보스턴에서 그렇게 욕을 자신 분이었다. rest in peace.

 

저주를 풀기 위해 보스턴 사람들은 벼라별 짓을 다했다. 양키즈 모자를 들고 에버레스트 산에 올라가 태우기도 했고, 지금은 댐 건설로 수장된 어느 마을의 피아노를 물에서 건져다가 치질 않나. 하도 월드 시리즈 우승에 굶주렸으니 그럴 만도 했겠지. 돈으로 우승을 살 수 없다는 건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럴 수 있다면 다저스-보스턴 그리고 악의 제국이 만날 돌아 가면서 우승하게. 악의 제국이 27번째 우승컵을 거머쥔 게 벌써 십년 전이다. 악의 제국 주전 선수들이 부상으로 허우적대는 데도 나머지 전력을 아메 동부 1위를 달리고 있다. 이게 야구다. 불확실성! 아마 주전 선수들이 돌아온다고 해서 전력이 획기적으로 나아질 것 같지도 않지만. 오히려 팀 케미스트리를 박살낼 수도 있다. 그들은 슈퍼스타거든.

 

작년부터 그렇게 말 많던 터론토의 블게주가 마침내 데뷔했지만 어째 성적이 신통치 않다. 콜업 되기 전까지만 해도 리그를 씹어먹을 것 같은 기세였는데. 그런게 야구라는 거지. 어느 기사에서 브라이언 하퍼의 형 브라이언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동생은 리그에서 가장 비싼 선수 중의 한 명이 되어 승승장구하고 있는데(물론 성적은 그렇지 않다), 형은 여전히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를 오간다고 한다. 7년이나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버리지 않다니 놀랍기만 하다. 꿈을 좇은 일은 언제나 그렇게 쉽지 않는 법인가 보다.

 

핸진이가 드디어 5월 이달의 투수상을 받았다. 지난 두달 동안의 성적을 보면 국뽕을 빼더라도 마땅히 사이영급이다. 다만 본인도 말했다시피 6개월 짜리 대장정의 초반일 뿐이다. 크리스 세일이 그렇게 맹활약을 펼쳐도 후반에 가서 죽을 쑤면 사이영은 커녕 욕만 먹지 않았던가. 모쪼록 이대로 달려서 좋은 성적으로 시즌을 마치고, 대박 FA 계약도 맺었으면 한다. 구속이 늘어난 것도 아니고, 특별한 구종을 장착한 것도 아닌데 예전 매덕스가 그랬던 것처럼 타자를 상대하는 요령을 드디어 깨우친 것인지 궁금하긴 하다. 물론 야구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빌리 빈이 외쳐 대는 운빨도 무시할 순 없겠지만. 코디 벨린저가 이끄는 다저스 타선이 3연속 월드시리즈 출전을 목표로 달리고 있지 않은가.

 

그나저나 작년 보스턴 우승의 후유증이 오래 가는 모양이다. 에이스 크리스 세일은... 말하고 싶지 않구나. 투수가 잘 던지면 타자들이 물방망이이고, 타자들이 잘 하면 불펜진이 불을 싸지르니 극강 아메 동부에서 좋은 성적을 거둘 수가 있나 그래. 게다가 탬파베이는 왜 이렇게 잘하는 거야. 예전에 탬파베이 경기는 시시해서 보러 가지도 않았는데 말이지. 이젠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돔브로스키는 무슨 생각으로 강력한 마무리 투수 없이 시즌에 돌입한 건지 모르겠다. 번번히 이길 수 있는 경기들을 불펜진이 말아 먹고 있지 않은가. 작년 MVP였던 무키 베츠도 영 활약이 그렇고. 아마 한 시즌 건너뛰는 성적을 이번에도 거두려나. 영 몸값을 못하는 것 같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FA대박은 커녕 쪽박을 찰 기세다. 불펜이 하도 죽을 쑤니, 절대 계약하지 말라고 했던 크레익 킴브럴 생각이 절로 나는구나. 뭐 작년에 우승했으니 이번 시즌은 평타만 쳐도 성공 아닌가 싶기도 하고. 장마다 꼴뚜기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시즌 1/3 정도 지났는데 미네소타의 분전이 놀랍다. 이번 시즌에 리빌딩한다고 하지 않았나. 내셔널리그 팀 중에서는 밀워키를 응원하고 있는데 작년 MVP였던 크리스천 옐리치가 이번에도 한 번 더 MVP 먹었으면 좋겠다. 말린즈가 예전 외야수 라인업을 갖추고 있었다면 지금처럼 죽을 쑤진 않았을 텐데. 지터는 그래 말린즈파크에서 새로운 핫독이나 타코 장사로 돈 좀 벌고 계신지 궁금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9-06-05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류현진 경기도 역대 급이었어요.. 지금처럼 계속 기세를 유지한다면 옐리치를 다시 만나도 지지 않을 것 같아요...ㅎㅎㅎ

레삭매냐 2019-06-05 16:42   좋아요 0 | URL
오늘 다저스 수비진 너무 하더군요...
실책을 세 개나 하다니 -

이제 성적은 어느 정도 올렸으니
다음 목표는 상대 팀 에이스와의
대결에서 승리가 아닐까 싶네요.

슈어저나 벌랜더 같이 리그 최고
의 투수들과 대결이 궁금하네요.

카알벨루치 2019-06-06 0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류현진 진짜 황금시대인듯 합니다 다저스 애들 너무 잘하는데요 근데 보스톤이나 양키스 요즘 조용한듯! 최지만이 있는 템파는 의외더군요 예전보다 MLB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었는데 그래도 추신수는 200홈런을 친 최초의 아시아선수가 됐군요! ㅎㅎㅎ

레삭매냐 2019-06-06 07:34   좋아요 0 | URL
텍사스는 추신수와 계약하지 말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긴 비슷한 시기에 악의 제국과 계약
한 제이코비 엘스버리 역시 최악의
계약으로 남을 것 같긴 하지만요.

다저스 정규 시즌은 몰라도 포시에 가
면 위력이 감소하는 느낌입니다.
달빛이 아니라
벌런더를 영입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카알벨루치 2019-06-06 10:49   좋아요 1 | URL
그때 FA분위기는 추와 엘스베리로 압축되었죠 근데 엘스베리는 넘 하더군요 ㅎㅎ
 


관람일시 및 장소 : 메가박스 청라 15:05

 

일단 고마워요 알라딘, 책만 주시는 줄 알았더니 이번에는 이렇게 영화 티켓까지.

 

봉감독의 <기생충>이 스크린 독과점을 하는 바람에 2주 전에 개봉한 <알라딘> 보는 게 쉽지가 않았다. 극장에 가서 들어 보니, 기생충 아니면 알라딘이라고 하더만. 암튼 스크린 독과점이 영화 산업 발전에 도움이 아니라 독이 될 거라는 생각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을 것 같다. 특히 상영과 제작이 분리되지 않은 한국에서는 더더욱.

 

디즈니의 <알라딘>이 실사화된다고 했을 때, 많은 이들이 걱정을 했다지. 그런 건 아마 <라이언 킹>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라이언 킹도 기대가 많이 된다. 램프의 요정 지니(윌 스미스 분)와 원숭이 아부가 다 해먹었다고 하던데 과연. 이야기는 가족과 함께 항해에 나선 윌 스미스가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노래로 불러 달라는 말에, 점잔 빼다가 결국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는데. 지금은 배우로만 활동하지만, 1968년생인 윌 스미스는 이미 18세에 프레쉬 프린스라는 예명의 래퍼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니 노래 실력 하나는 인정해 주어야 하지 않을까. 빌보드 1위 곡도 두 곡이나 가지고 있더라는.

 

서설이 언제나처럼 길었다. 주인공 알라딘(메나 마수드 분)은 사막의 왕국 아그라바에 사는 생계형 좀도둑이다. 아버지 어머니는 어려서 돌아가시고, 배운 기술이라는 도둑질 뿐이니. 시장에서 배고픈 아이들에게 빵을 주려다 도둑으로 몰린 재스민 공주(나오미 스콧 분)를 돕다가 눈이 맞은 알라딘. 아들이 없는 아그라바 왕국의 술탄은 재스민 공주에게 왕국을 물려 줄 수 없다. 이 틈을 타고 교활한 재상 자파는 왕국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음모를 꾸민다. 어때 이 정도면 전형적이지.

 

알라딘이 도둑이라는 자신의 정체성으로 고민한다면, 재스민 공주는 술탄이 될 수 없는 자신의 한계와 싸운다. 한편, 자파는 최고의 소서러(마법사)가 되기 위해 마술램프의 요정인 지니의 힘이 필요하다. 지니는 알다시피 세 가지 소원 밖에는 들어줄 수가 없다네. 개인적으로 영화 알라딘에서 최고의 장면을 꼽는다면 다음의 두 장면이 있다. 하나는 알라딘이 마술램프의 동굴에서 얻는 장면, 마법의 양탄자까지 등장하니 어찌 경이롭지 않을 수가 있을까. 자파는 동굴에서 오로지 마술램프만 들고 나와야 한다는 경고를 하지만, 각양각색의 보물들에 눈길을 주지 않을 수가 있나. 원숭이 아부의 선천적인 욕심(!) 때문에 결국 사달이 나고야 만다. 의외로 거리의 좀도둑 알라딘이 욕심을 내지 않고 자파의 경고를 그대로 따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하나는 역시 디즈니 뮤지컬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지니의 도움으로 아브와바인지 뭔지하는 존재하지 않는 왕국의 왕자로 둔갑한 알라딘이 아그라바 왕국에 입성하는 장면이다. 지니의 경고는 우리에게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확실해 보인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많이 원하게(the more you have, the more you want) 된다는 거다. 당연한 게 아닌가. 돈과 권력이 없다면, 없는 대로 만족하면서 사는 법이다. 그런데 우연찮게 그런 돈과 권력이 생긴다면 볼 것도 없다. 문제는 그래도 나름 선한 심성을 지녔던 알라딘마저 재스민 공주와 결혼하겠다는 욕심에 빠져 지니를 램프에서 풀어 주겠다는 약속을 어길 거라는 선언이었다. 돈과 권력이 주는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다는 말인가.

 

자파의 경우에서 보듯, 돈과 권력을 가져서는 안될 사람이 가지게 되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된다는 걸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알라딘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신세대 여성관을 대변하는 재스민 공주 못지않게, 흥미로운 캐릭터가 바로 술탄의 경호대장 하킴이었다. 우직한 무장 하킴은 재스민의 아빠 술탄이던, 자파 술탄이던 법대로를 외친다. 왕위 아니 술탄계승권이 없지만 백성을 사랑하는 재스민 공주가 술탄이 된다면 백성들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어디선가, 가장 가난한 사람의 행복이 지도자가 누리는 행복만큼이라던가 하는 말이 떠올랐다. 어머니가 암살당하고, 공주마저 비슷한 운명을 겪게 될까봐 걱정한 아빠 술탄의 염려로 궁전에 매여 사는 재스민 공주의 삶이 과연 행복한 건지. 그리고 바보에 가까운 스칸랜드 출신 왕자와 결혼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설정도 참 그렇다.

 

디즈니는 술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무슬림 왕국이 분명한 아그라바의 종교적 색깔을 쏙 빼버렸다. 서구 사회에서 요즘 이슬람 근본주의의 테러로 무슬림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그런 설정을 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디즈니가 구사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여전히 변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 초반에 윌 스미스가 불러 제끼는 “애러비언 나이트”처럼 환상을 자극하고, 마법사가 정치를 주무르는(이슬람 신정정치에 대한 노골적인 비꼼일까) 미지의 세계를 소재로 삼아 세계 영화판을 주무르는 자시의 이윤을 극대화하겠다는 일종의 세계화 전략이 아닌지 나는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즐기면 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한 게 아니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지만 말이다.

 

뭐 어쨌든 영화는 즐겁고 재밌게 봤다. 어디선가 인도 영화라 춤과 노래가 빠지면 안돼서 엔딩에 신나는 춤판을 설정했다고 하는데, 알라딘이 인도 출신은 아니었지 아마. 뭐 또 그러면 어떤가.

 

다시 한 번 고마워요 알라딘. 앞으로 열심히 책 사겠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moonnight 2019-06-03 13: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에는 알라딘이 중국인으로 나오더군요. 무슬림 소수민족인가 생각했었네요. 윌 스미스가 램프의 요정이라니 어딘가 잘 어울립니다. 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19-06-03 14:15   좋아요 0 | URL
아부와 지니 조합이 예상 외로 좋더군요.

알라딘이 중국 사람이라, 역시나 대단하네요.
 
알라딘 중고서점 영등포점


한동안 알라딘 중고서점들이 마구 생겨서 좋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매장들은 또 그렇게 문을 닫았다. 비교적 우리집 근처라고 할 수 있는 북수원점이 작년 여름엔가 아마 문을 닫았지. 그전에 타리크 알리의 <살라딘>과 가르보의 절판된 책을 마지막으로 사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에 영등포점이 문을 열었다고 해서 평일을 이용해서 다녀왔다.

 


첫 이미지는 예전에 오함 선생의 <주원장전>을 사러 갔던 동탄점과 비슷해 보였다. 영등포역과 지하로 연결되서 비가 오는 날에 가도 비 맞을 일은 없겠구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픈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좀 분위기가 어수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직원분들이 서가 분류를 맹렬하게 하고 계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아마 입구 좌측으로 해서 알라딘에서 개발한 굿즈들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어디선가 굿즈에 최적화된 매장이라는 이야기도 들었던 것 같다. 내게 유일하게 필요한 굿즈는 책갈피인데, 아쉽게도 시간이 없어서 굿즈들을 둘러볼 여유가 없었다. 나의 책갈피들이여 ~

 

 

 

우리는 왜 서점에 가는가? 바로 책을 사러 서점에 간다. 중고서점에 가는 이유는 저렴한 가격에, 좀 더 괜찮은 품질의 책을 눈으로 직접 보고 나서 판단을 하기 위함이 아니던가.

 

시간 여유만 있다면 오래도록 서가를 누비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건만, 이제 나에게 부족한 건 시간 뿐이로다. 예전에 헌책방에서 아무런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시간을 보내던 시절이 너무나 아쉬울 따름이다. 시간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 때가 오리라고 누가 예상이나 했던가.

 

 

이쪽은 꼬맹이들의 책들이 즐비하게 진열된 어린이책 서가다. 예전에 거들떠도 보지 않던 어린이책 코너도 요즘에는 자주 들여다 보게 된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면 나이가 들어서도 책을 가까이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라고나 할까.

 

 

바로 들통이 날 거짓말이었다. 시간이 없다는 말은. 예전부터 호기심을 가지고 있던 <커피 이야기>를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리뷰로도 써서 기록을 남겨야 하는데, 아직까지도 리뷰는 쓸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다시 한 번 읽고 써야지 싶다. 커피 원산지로 여행을 떠난 미국 아저씨가 아예 커피 농장을 차리게 되는, 공정무역에 대한 글로 기억하는데... 윤리적 소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주는 좋은 글로 기억한다. 근데 커피값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나? 그게 다 지대 때문이라는 분석은 이제 낯설 지도 않다.

 

 

이날 내가 사려고 서가에서 골라서 독서대에 잠시 쌓아 놓은 책들의 자태다. 사실 가기 전에 이미 내가 살 책들은 이미 간택했다. 주변에서 하도 페르난도 페소아의 책들이,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산문과 시들이 좋다고 해서 대량으로 구입할 요량이었다.

 

난 사실 시는 잘 모르는데. 어쨌든 사서 집에 오는 길에 페소아의 산문에 가차운 시들을 읽기 시작은 했는데... 역시나 그의 조국 포르투갈이나 기타 등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인지 상당 부분 이해를 하지 못했고(민음사에서 나온 시집이었다) 결국 읽다 말았다. 나머지 책들도 아직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하긴 내가 사서 읽지 못한 책들이 어디 한 두 권이던가. 작년에 산 마이클 루이스의 <머니볼>도 이번 주에 다 읽지 않았던가.

 

 

나의 짧은 한시간 남짓한 알라딘 영등포점 방문은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 하고 끝이 났다. 아마 더 머물렀다면 상당히 많은 책들을 주섬주섬 주워 담았으리라. 뭐 뻔한 게 아닌가. 그리고 미처 그곳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던 보물들을 만날 수도 있었겠지. 그리고 보니 예전에 분명히 서점에 있다는 걸 확인하고 갔지만 구하지 못했던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을 서가에서 찾을 수가 없어서 좌절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오랜 시간이 흘러 우리 동네 알라딘에서 다시 만날 수 있었지만 말이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은 요즘 새로 들인 습관 대로 밑줄 좍좍 긋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읽고 싶은 책들을 모두 다 사서 볼 수는 없지 않은가. 게다가 신간 수급이 상대적으로 늦어져서 도서관을 마냥 애용할 수도 없고. 관심작의 경우에는 라이벌들이 많아 빌리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결국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결론인가. 모르겠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9-06-01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서점 공간이 넓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굿즈 전용 진열대가 서점 공간을 지배해서 내부 분위기가 번잡하게 느껴질 거예요. ^^;;

레삭매냐 2019-06-01 20:05   좋아요 0 | URL
알라딘이 아무래도 사업을 영이하는
사업체이다 보니, 이윤이 되는 일에
좀 더 궁리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사실 굿즈샵이 그렇긴 하지요.

붕붕툐툐 2019-06-01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서점에 오래 머무를 수록 사고 싶은 책들이 늘어나죠~ 뻔한 일에 공감하고 갑니다^^

레삭매냐 2019-06-01 20:08   좋아요 1 | URL
그렇지요 아무래도 -
그래서 서점에서는 빨랑 필요한 책만
원래 사려고 했던 책들만 가져가야
하는데...

또 그렇게 뒤지다 보면 왕건이들을 만
날 수 있어서리... 미련을 버릴 수가
없더라구요 ㅋㅋㅋ

bookholic 2019-06-01 1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이들과 자주 가던 북수원점이 없어져서 아쉬워요..^^

레삭매냐 2019-06-01 20:10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저는 문 닫기 전에
마지막으로 방문해서 원하던
책들을 데리고 올 수 있어서
좋은 추억으로 남았답니다.

그래도 아쉽긴 하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