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리크 알리의 <석류나무 그늘 아래>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슬림 왕국의 종말을 그렸다면, 이번에 만난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알모아데 왕국이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을 그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알 안달루스에 대한 초반 묘사는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이다.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책이라고나 할까. 타리크 알리의 소설로 안 안달루스 시절의 황혼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의 그런 풍경이라고나 할까.

 

회교도 지배 아래 있었지만, 유대인과 기독교인 모두 조화를 이루던 시절은 알모아데 광신자들이 정치 권력을 행사하고, 강제 개종을 강요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어느 시절에나 광신이 문제다. 그 점을 슈테판 츠바이크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정확하게 타격한다. 내가 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저자인 자크 아탈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가 소르본 대학 출신의 경제학 박사이자 잘난 인문학자라는 책갈피의 정보 정도가 전부다. 석학이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여느 소설가 뺨칠 만한 실력이 아닐 수 없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이븐 루시드와 마이모니데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유실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찾는 모험을 그린다. 14년에서 15년 정도되는 시간이다. 코르도바, 톨레도, 나르본, 마라케시 등등 당대 중심부를 도는 여정이 기대가 된다.

왜 진작에 이런 책의 존재를 몰랐는지 애석하다.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나의 컬렉션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이번에 만난 살만 루슈디의 신간을 통해 알게 된 실존 인물인 이븐 루시드의 행적을 추적하다가 만나게 되었다. 역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나의 최애픽으로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

 

11년 전에 나온 책은 절판되어 이제는 중고서점을 통해서나 구할 수 있다.

 

그나저나 타리크 알리의 지중해 5부작 연작 가운데 나머지 세 권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기둥 여인>인가는 번역도 된 모양인데, 왜 출간이 엎어졌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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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1-02-24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르도바를 다녀온 저는 이 책이 완전 끌리지만 절판이라니...
예전에 자크 아탈리 소설 한번 읽었던 적이 있는데, 책만 대충 읽어서 그런지
자크 아탈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네요. 저 역시...

레삭매냐 2021-02-24 14:47   좋아요 1 | URL
우와 고저 부럽네요...

살아 생전에 언젠가 코르도바와
그라나다에 가볼 수 있을까 싶
네요.

갈 수 없으니 책이라도 읽어 보려구요.
 


 

점심 먹기 전에 텔레비전에서, 오늘 그동안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한 이마트/신세계와 27억 원에 계약을 맺었다는 뉴스를 들었다.

 

얼마 전, 엠엘비 너튜브에서 메이저리그 구단이 추신수에게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좀 의외다. 사실 이제 미국에서는 시즌 개막을 앞두고(과연 정규 시즌처럼 진행될 지는 의문이다) 스프링 트레이닝을 시작한 타임이다. 각 구단은 1년 농사를 위해 팀 정비를 끝낸 상황이다. 아직까지 계약 소식이 없다는 건, 메이저리그 계약이 물 건너 갔다는 반증이다.

 

과거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에서 맹활약을 보일 때까지만 하더라도, 추신수의 앞날은 보장된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성적들과 슈퍼 에이전트 보라스 사단의 일원으로 텍사스와 713천만 달러 짜리 메가딜을 성공시켰다. 그렇다면 과연 텍사스에서 성적은? 구체적인 몸값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7년 동안 총 WAR 8.5 연평균 1.2 짜리 선수에게 텍사스 구단은 지난 7년 동안, 18,000,000달러를 쓴 것이다. 어떤 단어가 떠오르는데 굳이 그 단어를 쓰고 싶은 마음은 없다.

 

야구는 기록의 경기다. 제 아무리 엠엘비 너튜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칭송한다고 해도, 기록으로 남은 숫자는 어쩔 도리가 없다.

 

내가 구단주라면 이런 계약을 성사시킨 단장을 바로 해고다. 내 판단으로 그동안 넘실대던 엠엘비 너튜브의 뉴스들은 모두 블러핑이었던 것 같다. 이마트와 계약한 27억 원은 오늘자 환율로 계산해 보니 240만 달러 정도다. 작년도 메이저리그 선수 평균 연봉은 443만 달러라고 한다. 그러니까 산술적으로 보면 240만 달러 이상 받을 수 있었다면 무조건 메이저리그에 남는 게 남는 장사라는 거다.

 

한 시절 잘 나가던 선수가 평균 연봉의 54%에 해당하는 연봉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잔류한다는 건 사실 쪽팔리는 것이다. 38세의 나이의 선수에게 투자하고 귀중한 로스터 자리를 차지하게 하느니 차라리 AAA의 유망주에게 투자하는 게 더 나은 선택이라고 메이저리그 구단은 판단하지 않았을까. 결국 본인은 귀국에서 뛰고 싶다는 핑계로 리턴하게 되었다. 처음부터 귀국할 거였으면, 텍사스와 계약이 끝난 시점에서 돌아온다는 말을 했어야 했다. 결론적으로 타이밍과 명분 모두 놓친 셈이다.

 

귀국해서 모국 리그를 평정하시길.

 

[뱀다리] 와이번스를 대신할 이마트를 인천 팬들은 과연 응원하게 될까? SK도 결국 꼴랑(?) 20년을 버티고 청산해 버렸다. 삼미 시절부터 인천 팬인 나로서는 언제 떠날지 모르는 프랜차이즈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1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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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1-02-23 13: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심미에서 청보 핀토스 그리고 태평양 돌핀스 인천은 야구와 인연이 좀 뭐하네요

레삭매냐 2021-02-23 15:37   좋아요 0 | URL
삼미-청보-태평양 모두 암울하다가 그나마
현대에 희망을 걸었는데... 인서울한다고
튀고 - 인천 야구의 흑역사가 계속되네요.

비연 2021-02-23 14: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신수가 오면 또다른 야구붐은 일듯.
이마트가 그걸 노린거 아닌가.. 추신수야 국내복귀하고 싶었을테구요. 메이저에서 자리 차지하기 힘들거라.. 그나저나 인천은 야구 터가 안좋은가봐요 ㅠ

레삭매냐 2021-02-23 15:40   좋아요 0 | URL
이맛트가 아무래도 말씀해 주신 부분을
노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구단 인수 후, 너무 아무런 소리가 없어
서 말이죠.

추신수가 절정의 기량이 아니니, 아무래도
최고의 활약을 기대할 순 없겠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하니... 야구 붐에 일조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인천 야구는 참, 노 답이네요.

겨울호랑이 2021-02-23 14: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추신수 선수가 돌아오는군요... 부산고 선수 시절을 기억하는 분들은 롯데에서 뛰기를 많이 바라는 것 같습니다만... 비록, 제가 롯데 팬은 아니지만, 팬들의 마음과는 다르게 KBO 규정에 따라 선수가 움직이는 것 같아 조금은 아쉽게 보여집니다... .

레삭매냐 2021-02-23 15:41   좋아요 1 | URL
그렇죠 아무래도 연고가 부산이다 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다만, 이맛트의 전신인 SK가 예전에
해외파 특별 지명인가 뭔가로 추신수
를 찍어 두어서 다른 곳으로는 갈 수
가 없다고 하네요.

대승적 차원에서 지명을 철회하면
좋을 텐데, 그렇게 하지는 않겠죠.
야구도 비즈니스다 보니...

cyrus 2021-02-24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세계가 시작부터 팬심을 확보하려고 열일하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02-24 14:47   좋아요 0 | URL
추추 트레인의 실력이 어떨지
자못 궁금하네요.

흥행에 확실히 도움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어느 작가가 그랬다. 책은 사서 읽는 게 아니라 집에 있는 걸 읽는 거라고.

 

그래서 나는 눈여겨 보던 신간이 나오면 일단 사재기에 나선다. 읽는 건... 산 책은 언제고 읽는다는 신념으로.

 

그리고 우리 알라디너들의 삼삼한 소개로 결국 버나딘 에바리스토의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을 집어 들었다. 모름지기 독서에 이런 자극은 바람직한 법이다.

 

모두 12명의 기 쎈 캐릭들이 등장한다고 하는데, 엊저녁에 앰마는 모두 읽었다내친 김에 마구 달리고 싶었으나, 몸이 피로한 관계로 그냥 잠이 들어 버렸다. 다시 읽어났으면 더 읽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지울 수가 없다.

 

앰마 편을 읽으면서 작년말에 만났던 제이디 스미스의 <NW>가 생각났다. 아마 여기서는 SW가 등장하는 것 같은데... 아무래도 영국의 지명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보니 소설에 등장하는 버크셔니 하는 곳들이 런던과 얼마나 떨어져 있는 지 감을 잡을 수가 없더라. 젠트리피케이션은 글로벌한 상황인가 보다. 가난한 예술가들이 생존의 터전과 무언가를 창조하기 위해서는 스페이스가 필요한 데, 도심 공간에서 비용 없이 그런 공간을 만들기란 정말 불가능하다.

 

그 다음에는 앰마의 딸인 야즈가 등장한다. 이 소녀는 정말 야무진 꿈을 꾸고 있는데... 이미 야즈는 세상만사를 모두 알아 버린 것 같은 신세대의 전형이 아닐 수 없다. 생물학적 아버지인 롤런드는 값비싼 정장에는 막대한 비용을 들이지만, 딸의 등록금 지원은 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어허 이것 참.

 

읽을수록 흥미진진해진다. 그 다음에는 앰마의 동료로 미국으로 떠났다고 하던가 하는 도미니크가 등판한다.

 

오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이렇게 책이나 읽으면서 보냈으면 좋겠다고 망상에 빠져 본다



에바리스토는 이번 <소녀, 여자, 다른 사람들>까지 해서 모두 8편의 소설들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제야 소개가 되었는지, 그것도 부커상 수상의 영예를 업고서 말이다.

 


그러니 역시나 세상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고, 우리가 모르는 저자들의 존재 역시 그 세상의 너비만큼이나 가늠할 수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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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1-02-23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번 주 일요일 달궁 모임에 참석하세요? ^^

레삭매냐 2021-02-23 11:05   좋아요 1 | URL
원시인이라 장비도 없고...

주말에는 차고 넘치는 가사노동으로
평일보다 더 빡세서 참가하기가 어렵답니다.

coolcat329 2021-02-23 1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주문했답니다 ㅎ

레삭매냐 2021-02-23 13:36   좋아요 2 | URL
우리 같이 달려 BoA요~
 


 

전편인 <죄악>에서 목표물이었던 아기 요다를 구해낸 만도는 이제 갤럭시의 전설적 바운티 헌터에서 타겟으로 전락하게 되었다. 결국 만도를 의뢰인을 물먹인 게 아닌가. 의뢰인은 약속 대로 후하게 베스카르로 보답하지 않았던가. 아기 요다에 대한 만도의 연민이 사단이었다.

 

어느 평화로운 파란색 크릴 새우를 양식하는 마을을 약탈하는 일단의 무리들. 조용하게 지내고 싶었던 만도는 아기 요다와 함께 길드의 추격을 피하기 위해 소건 행성으로 찾아든다. 바에서 전직 반란군 쇼크트루퍼(공수부대?)였던 캐라 듄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그리고 크릴 새우 마을의 사람들이 푼돈으로 바운티 헌터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자기네 마을을 약탈하는 습격자들을 물리쳐 달라는 거다.

 


어때? 어디서 많이 본 상황 아닌가? 그렇다 바로 <7인의 사무라이>에서 모티프를 채용한 것이다.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축약과 변용 그리고 조력자라는 공통된 이야기 틀 안에서 시리즈를 진행시킨다. 일단 변용은 만도와 캐라 듄이 협력해서 크릴 새우 마을 사람들을 조직해서 외부의 침입자에 대항한다는 기본 줄거리다.

 

그 다음에는 인원의 구성에서부터 다르다. 원작에서는 7인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랑 만도와 캐라 듄 둘 뿐이다. 워낙 에피소드마다 짧다 보니, 긴 이야기는 어울리지도 않는다. 너튜브에 길들여진 요즘 독자들을 위해 디즈니 플러스는 축약의 미학의 정수를 그대로 뽑아 올린다.

 


다음 순서는 스토리를 보다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조력자들의 등장이다. 이미 전편에서 아르발라7 행성의 우그넛 퀼이 만도를 돕지 않았던가. 전투력이라면 만도에게도 뒤지지 않는 캐라 듄이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실력을 발휘한다. 아마조나스를 연상시키는 여전사로, 어지간한 남자들과의 싸움에서 뒤지지 않을 그런 실력의 소유자가 바로 캐라 듄이다.

 


자 이제 무대의 세팅이 끝났으니 본격적인 침입자들에 대한 대비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크릴 새우 마을 사람들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치고, 블라스터 건을 사용하는 법도 가르친다. 결국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총으로 대변되는 무력을 사용해야 한다는 걸까? 스페이스오페라에도 어김없이 숨어 있는 수정헌법 2조가 연상되기도 했다. 하긴 무기가 만달로리안들에게는 종교와도 같다고 했지 아마.

 

만도는 숲의 침입자들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건 바로 제국군 소속의 전지형 정찰 수송기 AT-ST. 제법 많은 AT-ST가 등장하는 줄 알았는데, 달랑 1기만 등장하더라. 그렇다 하더라도, 크릴 새우 마을 사람들에게는 상대하기 버거운 적수였다. 그래서 만도와 캐라 듄은 AT-ST를 잡기 위해 웅덩이 부근에 함정을 판다. , 이제 모든 준비는 갖추어졌고 마을을 약탈하는 빌런들을 상대로 용감하게 싸우기만 하면 된다.

 

한편, 아기 요다 일행은 당연히 마을의 환대를 받는다. 그 중에는 젊은 과부 오메라가 있다. 그녀는 만도와 아기 요다에게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한다. 그리고 전에 무엇을 했는지 다른 마을 사람들과는 달리 사격에서 뛰어난 실력을 보여준다. 아무리 크릴 새우 마을이라고 하더라도, 이 정도 숨은 실력자 한 명 정도는 있어야 하는 거겠지.

 


조무래기 빌런들을 상대하는 만도와 캐라 듄은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한다. 그리고 드디어 등장한 AT-ST의 위용을 보라. AT-ST의 막강한 화력 앞에 크릴 새우 마을 방어진은 그야말로 초토화가 될 지경에 처한다. 그리고 AT-ST는 덫의 존재를 아는지 쉽사리 함정 부근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어찌어찌해서 결국 AT-ST는 파괴되고, 빌런들은 모두 쫓겨난다.

 

오메라는 만도에게 마을에 머물라고 제안하지만, 아기 요다를 쫓는 현상금 사냥꾼들을 막을 수는 없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의 하나는 오메라가 만도에게 마을에 머물라고 하면서 그의 생명과도 같은 헬멧을 벗기려고 시도하는 장면이었다. , 그 순간에 저격수가 총탄이 날아올 뻔 했던가. 캐라 듄이 깔끔하게 처리한다.

 

만도는 마치 예전 주말마다 방영되던 서부 드라마의 총잡이처럼 마을의 문제들을 해결하고 아기 요다와 다시 정처 없는 길에 나선다. 사실 배경이 우주의 광활한 갤럭시라는 점만 제외한다면, 서부극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구성이다. 그런 점에서 만달로리안 시리즈는 다시 한 번 변용의 전형으로 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알고 있다, 빌런들의 추격은 의뢰인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될 거라는 것을. 그렇다면 역시 시발점으로 돌아가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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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 스타워즈 팬이다. 누구처럼 자동전화 응답기에 "May the force be with you"라고 남길 정도는 아니지만.

 

일단 오리지널 4-6편은 물론이고 다시 돌아온 1-3편도 모두 봤다. 그런데, 디즈니로 넘어간 뒤에 만난 시리즈들은 하도 이질적이어서 잠시 휴지기에 들어가 있었다. 극장에서 새로운 시리즈들이 개봉될 때마다, 아 나도 극장에 가서 보고 잡다를 수차례 반복했지만 결국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외전도 실망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로그 원> 정도가 봐줄 만했다고나 할까. 루크 스카이워커의 귀환은 아에 보지도 않았다.

 

요즘에는 하도 영화나 미드를 안보다 보니, 소식도 어둡다. 그러다 얼마 전에 스타워즈 외전으로 <만달로리안>이라는 시리즈가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기다릴 수가 없더라. 당장 보기 시작했다. 매편당 한 시간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시리즈라 그런지 잘 넘어가더라.

 

주인공 만도(페드로 파스칼 분)는 우주에서 현상금을 노리는 바운티 헌터다. 업계 최고의 실력자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 비기닝에서 살짝 실력을 보여준다. 스타워즈라는 스페이스오페라가 왠지 모르게 미국 서부 개척시대를 연상시킨다. 결국 유사 이래 새로운 건 하나도 없다는 말로 귀결될 것인가.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용될 뿐, 오리지널리티는 그대로인 걸까. 빌런들이 득시글거리는 바에서 만도는 현상금이 걸린 얼굴 파랑이 녀석을 라이벌들을 간단하게 무력으로 제압하고 차지한다. 물론 우주선을 타고 출발하기 전에, 갑자기 등장한 바다괴물에게 당할 뻔 했지만 말이다. 탈출 시도를 하는 녀석을 냉동시켜 버리는 만도.

 

제국이 망한 지 5년이 지난 시점으로, 제국 화폐로 현상금을 지불하려는 길드 리더 그리프 카가의 제안을 거부하는 만도. 그 대신, 그리프 카가는 만도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적인 미끼를 하나 던진다. 분명 제국과 연관이 있는 사나이는 트래커와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행성만 알려주고, 만도가 절실하게 필요한 베스카르를 선금으로 지불한다. 미션을 성공했을 적에는 상당한 보상을 뒤따를 것이라는 말과 함께. 반드시 타겟을 산 채로 잡아 오라는 오더가 떨어진다.

 

선금으로 받은 베스카르를 들고 만달로르 조직의 제련소에 간 만도는 그것으로 오른쪽 견갑을 하나 만든다. 대장장이가 망치로 견갑을 내려칠 때마다, 자신의 부족(?)이 습격당하던 시절이 연상된다. 부모가 만도를 안전지대에 집어 넣는 장면에서는 왠지 행성 파괴 직전에 슈퍼맨의 부모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왜 이렇게 유사한 장면들이 많은지.

 

이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마치 게임의 퀘스트처럼 진행된다. 이것 역시 신세대 스페이스 오페라에 합당한 그런 것일까 싶다. 아르발라7 행성에 도착해서 정찰하던 만도를 블러그라는 괴물이 습격한다. 그 때 마침 등장한 원주민 쿠일의 도움으로 블러그를 물리친다. 쿠일의 도움으로 블러그를 길들이고, 타겟이 있을 법한 곳으로 이동하는 만도.

 


그곳에는 숱한 빌런들이 이미 진을 치고 있었다. 단신으로 그 많은 빌런들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 때 역시나 조력자가 등장하니, 바로 로봇 바운티 헌터였다. 우습게 생긴 녀석의 전투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둘이서 현상금을 반띵하는 조건으로 빌런들을 퇴치하고, 마침내 타겟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 알고 보니 녀석은 바로 아기 요다(편의상 그렇게 부르겠다)가 아닌가. 50세라고 했는데, 너무 아기아기하다. 로봇 바운티 헌터가 녀석을 블래스터 건으로 처리하려고 하자, 서부의 총잡이를 연상시키는 만도가 먼저 총을 뽑아 길드원이자 잠깐이나마 동료였던 로봇 바운티 헌터를 제거한다.

 


자 여기까지가 1편에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21세기 폭스를 집어 삼킨 디즈니에서 발표한 스타워즈 스핀오프 시리즈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시리즈가 아닐까 싶다. 일단 1편에 해당하는 미션은 클리어됐다. 그 다음에는 아기 요다를 데리고, 의뢰인에게 전달하는 일이 남아 있겠지.


일단 이야기의 구조가 탄탄하다. 만도는 자신의 부족이 몰살당한 과거의 상처를 지닌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오리지널의 다스 베이더처럼,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나중의 에피소드에서 아기 요다 구출 작전에 나서는 걸 보면, 선한 것 같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바운티 헌터라는 직업이 뭐 그렇지 않은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폭력을 동원한다는 점도 그렇다. 만달로르에게 무기는 종교 같다고 했던가. 일단 충분한 밑밥들이 던져졌다. 왜 과거의 제국 추종 세력은 아기 요다를 찾는 것일까? 만도가 너무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베스카르는 오로지 제국만 생산해낼 수 있는 것인지 그것도 궁금하다. 아마 그런 궁금한 점들을 풀어 나가는 게 앞으로 전개될 사가(saga)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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