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전에 보다만 영화 <화이트 타이거>를 마저 봤다. 드라마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엔딩타이틀을 보니 a film by 어쩌구 하는 걸 보면서 이게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구나 싶었다. 그래서 타이틀도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로 정정했다.

 

여기는 다시 델리다. 오늘 아침에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의 소설가에게 보내는 편지글을 읽었는데, 배우는 게 많다. 소설가가 될 걸 아니지만, 소설 소비자로서 무언가 영업 비밀을 하나 깨우친 느낌이랄까. 영화의 화자 발람 할와이에게 드디어 위기가 닥친다.

 

핑키 마담의 벌쓰데이에 술에 잔뜩 취한 마담이 마하라자 분장을 한 발람 대신 굳이 운전을 하겠다고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달을 낸 것이다. 여러분, 절대 음주운전은 하지 마시라! 새벽 두시 경에 노상에 있던 어린아이를 친 것이다. 소위 미국에서 교육받았다는(심지어 핑키 마담은 박사님이시다!) 이들이 정당한 사고 수습을 할 생각은 하지 않고 꼼수를 쓴다. 그러니까 뺑소니를 친 것이다. 물론 충성스러운 하인 발람은 앰뷸런스나 경찰을 부르자는 주인님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사고 수습에 나선다.

 

뭐 거기까지는 좋다. 소식을 들은 고향 락사만다르의 황새 아저씨와 장남 무케시/몽구스가 델리로 상경한다. 그리고 느닷없이 그동안 막대하던 발람에게 친근 모드를 시전한다. 굳이 발람이 끊었다는 맛있는 빤까지 제공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자술서를 하나 들이미는데, 그건 바로 뺑소니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조작된 자술서였다. 락사만다르의 가족들에게는 모두 말을 잘해 놓았으니 걱정하지 말아라 등등 변호사를 동반한 황새 패밀리의 회유작전이 시작된 것이다.

 

마스터들에게 그렇게 헌신적으로 충성을 다했는데, 자신은 이제 교통사고를 저지른 살인자가 되어 감옥에 갇히고, 전과자가 될 판이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 막바지로 몰린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발람 할와이의 고뇌가 폭발하기 시작한다. 더 어처구니없는 건, 예의 교통사고가 소리 소문 없이 무마되자 동생이라고 부르며 그렇게 친근하게 굴던 마스터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바로 다시 차가운 주인 모드로 돌아갔다는 점이다.

 

이런 마스터들의 행위에 배신감을 느끼지 않는다면 인간이 아닐 것이다. 황새 아저씨의 이율배반적 행동에 진저리가 난 핑키 마담은 개판(shit)이라고 외치며 시아버지와 아주버님과 대판 싸운다. 그리고 자고 있는 발람을 깨워 뉴욕으로 튄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사람 좋은 NRI(Non-resident Indians) 아쇽은 발람을 구타한다. 이거 정말 사람 미치게 만드는구만 그래. 한 번 마스터는 마스터일 뿐이다. 아무리 포장을 한다고 해도, 마스터의 DNA는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결국 발람은 힌디 무비의 전형적이라는 어떤 서사를 완성하고, 미스터 아쇽이 노래 부르던 뱅갈로르로 가서 시작한 사업이 대성공을 거둔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현대 인도가 가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대부분의 인도 문학이 다루는 카스트 제도는 오히려 심각한 빈부의 격차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오죽했으면 발람이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이라는 말을 했을까. 법률적으로는 폐지되었다고 하지만, 고질적 카스트 제도에 의한 차별은 인도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심각한 요소이다. 그렇다고 모든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상위 카스트에서 순순히 자신들의 기득권을 내려놓을 리가 없겠지.

 

대놓고 농민들을 착취하는 지주 계급에 돈을 요구하는 정치인들의 모습은 또 어떠한가. 무자비하게 정치 헌금의 상납을 요구하는 이가 위대한 사회주의자의 수하라는 점이 역설적일 뿐이다. 잘못 베팅했다가 낭패를 본 아쇽 일가가 위대한 사회주의자 양반을 만나 100만 루피 제공의사를 전달했더니만, 네 배로 뻥튀기해서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가 말이다. 이런 정치권에서 작금의 최악으로 치닫는 코로나 사태의 해결을 바라기는 요원하기만 하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를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1도 없다는 게 더 큰 문제가 아닐까.

 

황새로 대표되는 지주 계급은 하인들의 가족들을 볼모로 삼아 수탉장을 공고하게 만든다. 집안의 어르신이자 절대반지를 휘두르는 쿠숨은 발람에게 색시를 보내, 닭장에 가둘 생각만 한다. 미스터 아쇽은 발람의 대체(replacement) 운전사를 찾기 시작한다. 자신들에 대해 너무 많이 아는 발람이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델리에서 그를 시골쥐라고 부르는 하숙집 아저씨(으응?)는 해고는 죽음보다 무서우며, 종착지는 판잣집이나 노숙자 신세라는 말에 발람은 대오각성하기에 이른다. 오만가지 잡생각들이 그를 괴롭히는 가운데 시장에서 만난 걸인 할머니는 집요하게 발람에게 적선을 요구한다. 우와, 그야말로 미치고 환장하고 팔짝 뛸 일이다. 내 문제도 감당이 안 되는데, 거지까지!!! 막판에 몰린 발람은 그야말로 버럭쟁이로 변신한다. 그리고 그동안 생각도 못했던 일을 결행에 나서게 되는 거지.

 

발람은 자신이 뭔 짓을 했을 때의 후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원래 락사만다르에서 보내온 조카 다람을 두고 혼자 튀려고 했으나, 그의 불쌍한 운명 때문인지 어쩐지 다람을 데리고 뱅갈로르로 튄다. 쿠숨 할머니의 편지 한 장을 들고 달랑 상경한 다람에게 다짜고짜 손찌검을 하는 못난 삼촌. 에라이! 그는 뱅갈로르에서 북부 인도의 어느 마을에서 일가족 17명이 몰살되었다는 신문기사를 보게 된다.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이미 결행 이전의 판타지로 처리된 영상으로 시청자는 잘 알고 있다. 지주들이 파견한 청부업자들은 일가족을 소총까지 동원해서 처리한다. 너무 잔인한 장면들을 무음으로 처리해서 희화화한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영화는 소설의 풍부함을 따라가지 못한다. 하지만 발람 역을 맡은 아르다시 구라브는 고뇌하는 영혼을 지닌 청년 역을 충실하게 완수했다. 그의 프로필을 뒤져 보니 거의 인도판 아이돌급의 스타였다. 소설에서 발람이 쇠파이프를 시멘트 덩어리에 내리치며 울분을 토로하던 장면이 있었나? 비굴하게 마스터들의 비위를 맞춰 가며 요리사, 발마사지사 그리고 운전사를 오가며 결국에는 성공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되는 팔색조 같은 연기를 펼친다. 미스터 아쇽 역의 라지쿠마르 라오 역시 NRI 지식인이면서도 결국에는 미국에서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깨닫고 조국에 남는 선택을 하게 된다. 그게 결국 자신의 파국을 가져 오긴 했지만. 핑키 마담 역의 프리앙카 초프라는 왜 이렇게 영어를 잘하는 건지. NYC 출신 박사님답게 거의 네이티브 뺨치는 실력의 영어를 구사한다. 결국 다 때려치우고 미국으로 야반도주하는 장면으로 영화에서 아웃.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는 발리우드 영화의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노래와 춤이 1도 등장하지 않는다. 이것도 놀랍지 않은가. 모든 발리우드 영화의 공식 같은 흥겨운 노래와 춤이 등장하지 않는다니 말이다. 영화를 딱 절반으로 갈라 전반부가 빛의 인도를 다뤘다면, 나머지 절반은 어둠의 인도를 그리고 있다. 소설도 만족이었지만, 넷플릭스 영화도 상당한 수작이었다.

 

됐고, 아라빈드 아디가의 다른 책들이 어서 우리나라에 출간되었으면 좋겠다. 바로 사들일 텐데. 그리고 좀 더 심각한 차원에서 인도 사회를 그린 로힌턴 미스트리의 <적절한 균형> 같은 작품들도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너무 방대해서 그게 과연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불가능을 가능하게 하는 것, 그게 바로 영화가 하는 일이 아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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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5-07 1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밤 3분의 2까지 봤어요. 책 속의 문장들 그대로 많이 나오더라구요. 이 영화 추천할수 있는 점이 발리우드 영화 특징인 그 춤과 노래가 안나오는거죠! ㅎㅎ

이 책 읽고 미스트리의 <적절한균형>을 집어들기까진 했는데 , 너무 무거워서 다시 꽂아두었네요. 😅


레삭매냐 2021-05-07 13:08   좋아요 6 | URL
인도 관련 독서가 일천하지만
제가 지금까지 만난 인도를 다룬
책 중에서 단연 로힌턴 미스트리
의 <적절한 균형>이 최고라고
말씀드리겄습니다.

버겁긴 하지만 완독하시고 나면
정말 뿌듯하시리라고 믿슙니다.

저도 어젯밤에 <화이트 타이거>
좀만 보고 자려다가 결국 엔딩
까지 달리게 되었더라는.

새파랑 2021-05-07 12: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세는 인도 ㅎㅎ 재미있을거 같아요 ㅋ 저도 책으로 먼저 읽고 영화를 찾아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3:09   좋아요 4 | URL
인도 출신 작가들의 영어 쓰기
능력이 출중하야, 세계화에도
다른 나라들에 비해 월등한 것
같습니다.

인도 작가들이 좀 더 많이 소개
되었으면 하는 그런 바램입니다.

얄라알라 2021-05-07 15: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발리우드 영화를 제대로 본 건 없지만, 춤과 노래 화려한 의상을 빼고는 상상할 수 없던데 <화이트 타이거>는 보다 사회비판적 성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인가요?
˝수탉장(the rooster coop)이 인도 최고의 발명품˝ 읽고도 바로 감이 오지는 않았어요. 실리콘벨리에서 대체육으로 주가를 올리는 분이 인도의 닭장을 보고 깨달으을 얻었다고 했던 에피소드는 얼핏 떠오르지만 그런 의미는 아닌듯^^;; 저도 더 찾으며 덕분에 공부해보아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15:55   좋아요 2 | URL
dark side of India
라고나 할까요?

발리우드가 춤과 노래로 인도의 비참한
현실을 감추었다면, <화이트 타이거>
는 날것 그대로의 인도를 생생하게 전
달합니다.

아, 주인공 발람이 1초도 주저하지 않고
바지를 내리고 길똥을 시전하는 장면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웃기면서도 참 슬프더라는.

‘수탉장‘은 영화나 책을 보시면 바로
아실 수 있답니다. 더 디테일하게 까면
스포일러로 욕을 먹을 수가 있어서...
 
인도로 가는 길 열린책들 세계문학 253
E. M. 포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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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읽을 책은 읽게 된다는 게 나의 지론 중의 하나다. 영국을 대표하는 작가 중의 한 명인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대표작이자 마지막 작품이었던 <인도로 가는 길>을 읽었다. 이 책이 나온 게 1924년이니 딱 97년 전에 발표된 작품이구나.

 

공간적 배경은 1920년대, 아직 영국이 제국으로 전 세계를 호령하던 시절 식민지 인도의 가상의 공간인 찬드라푸르다. 그리고 별 특별할 게 없는 곳의 마라바르산의 어느 특별한 동굴에서 벌어지는 사건으로 저자는 독자를 인도한다.

 

당시 식민지 인도는 복잡한 상황이었다. 우선 무굴 제국에 이어 영국이 인도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들은 치안 유지를 위해 어떻게 보아도 속물일 수밖에 없는 치안 판사 로니 히슬롭 같은 이들을 현지에 파견했다. 그 목적은 철저하게 식민지 인민의 치안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라, 그들의 식민 통치를 위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없었다면 인도 국가는 혼란으로 빠져들 거라는 주술을 인도 인민들에게 걸었다. 그 결과, 훗날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벌어진 혼란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했다.

 

인도 사람들이 영국인들에게 자신들을 언제 통치해달라고 부탁이라도 했단 말인가? 절대 아니다. 순전히 자국의 원료 생산지이자, 산업혁명으로 과다 생산된 면직물을 팔아먹기 위한 시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을 뿐이다. 풋내기 관료인 치안 판사 히슬롭은 현지인들에게 친절하면 안된다는 이상한 신념과 편견으로 똘똘 뭉친 인종주의자일 뿐이다. 자신에게 지나치게 주어진 권력 때문에 독단은 디폴트로 장착하고 있었다.

 

소위 영국물을 좀 먹은 하미둘라나 주인공 닥터 아지즈 그리고 마무드 알리 같은 인사들은 영국 식민지배의 본질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의 영달과 안위를 위해 투쟁 대신 그들에게 비굴하게 협력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러니까,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아들이며 그들의 그늘 아래서 부스러기나 주워 먹는 그런 신세였다고나 할까. 물론 때때로 벌어지는 차별은 감수해야 했다. 특히, 아지즈 같은 의사 선생은 자신의 상관인 캘린더 소령보다도 뛰어난 의술을 자랑하지만 순전히 인도인이라는 이유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백인들만의 리그인 클럽에도 출입할 수가 없었다. 이 장면에서는 읽다만 조지 오웰의 <버마 시절>이 연상되기도 했다.

 

카스트 제도라는 엄격한 신분 제도와 더불어 영국의 식민지배 계급으로 나뉜 찬드라푸르에 두 명의 영국 여성들이 등장하면서 미세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치안 판사 히슬롭의 어머니인 무어 부인과 로니의 약혼녀인 아델라 퀘스티드가 그들이다. 개화된 인도주의자들을 자처하는 이 두 명의 여성들은 징세관 터턴이 주관한 브리지 파티에서 보여지는 가식적인 연기에 진력을 낸다. 그들은 가짜가 아닌 진짜 인도를 만나고 싶어한다. 사실 영국인들이 만들어낸 허상이 불과한 진짜 인도 역시, 조금의 시간만 있다면 알 수 있겠지만 무어 부인과 퀘스티드에겐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없다. 그저 빨리, 어쩌면 로니와 결혼해서 자신이 평생을 보낼 지도 모를 곳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은 욕망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아이 셋에 상처한 남자 닥터 아지즈가 아주 적절한 상대로 부상한다. 브리지 파티가 있던 날, 무슬림 사원에서 닥터 아지즈와 처음으로 만난 무어 부인은 아지즈의 인격을 높게 평가한다. 그런데 또 어떻게 보면 아지즈 역시 다른 이들과 다를 게 없는 그런 속물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다만, 영국 신민인 저자 에드거 모건 포스터 저자가 그런 평가를 한다는 건 하나의 역설일 수밖에 없는 그런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결국 그 역시 지배계급의 일원인 영국 출신 백인이 아니었던가.

 

한편, 아지즈는 궁극적으로 나중에 경솔한 선의로 판명이 났지만, 무어 부인과 미스 퀘스티드를 마라바르 동굴로 초대했다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퀘스티드 양이 동굴에서 아지즈에게 추행을 당했다고 기소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찬드라푸르는 발칵 뒤집혀 버렸다. 어디 감히 검둥이 원주민이 고귀한 영국 부녀자를 희롱했단 말인가? 식민지에 거주하던 영국 제국의 신민들은 사건의 자세한 전후경과도 알아보지 않고, 자신들이 모욕받은 것처럼 광분하기 시작한다. 반면 지역의 명망 있는 의사인 아지즈 역시 만만치 않은 동지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그리고 영국의 양심을 대표하는 시릴 필딩이 조국의 배신자라는 비판을 들어가며 아지즈 편에 섰다.

 

마라바르 동굴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지 김빠진 콜라처럼 진행되던 서사는 아지즈 재판을 정점으로 폭주하기 시작한다. 이 부분이 너무 재밌기 때문에 스포일링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느끼지만,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 그럴 수 없음을 널리 양해해 주시길 바란다. 어쨌든 에드거 모건 포스터 선생의 절묘한 소설적 배치에 대해서는 정말 극찬을 할 수밖에 없다. 아지즈 재판에서 악의 근원, 죄수, 문제의 인물 그리고 피고로 불리는 아지즈에게 유리한 증언을 해줄 수 있었던 무어 부인은 소동을 피해 배를 타고 본국행을 선택했다. 해당 재판은 히슬롭의 부하이자 인도인 판사인 다스 씨에게 맡겨졌다. 그에게는 솔로몬 이상 가는 지혜가 필요한 판국이었다. 유죄나 무죄를 선고해도, 어느 누구도 만족시킬 수 없는 그런 역설적 상황이었다.

 

시간이 지나고 아지즈와 필딩의 강력했던 결속와 우애 그리고 상호간의 신뢰는 투옥과 재판과정을 거치면서 격렬한 반영주의자로 변신한 아지즈의 오해로 무산되어 버렸다. 자신의 선의가 철저하게 배신당한 아지즈는 도저히 이전의 그런 선하고 쾌활한 남자로 돌아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그런 아지즈를 누가 비난할 수 있을까? 그런 일련의 자기피해 의식이 망상으로 이어지면서 아지즈의 필딩에 대한 오해는 극단으로 달리기 시작한다. 결론은 대영제국와 식민지 인도의 공존을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아델라 퀘스티드나 무어 부인이 알고자 했던 레알 인도의 모습들은 그들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것들이었다. 굳이 동서양의 차이를 말하지 않더라도, 서로 다른 문화와 관습에서 오는 차이들을 선의로 넘어설 수 없다는 점을 포스터 선생을 예리하게 꼬집는다. 퀘스티드가 로니 히슬롭을 정말로 사랑하는지 계속해서 물었던 것처럼, 모든 문제의 근원이었던 퀘스티드 양은 어쩌면 자신이 평생을 살아야 할지도 모를 그런 인도 국가와 그곳에 사는 이들에 대한 애정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게 아닐까. 그런 애정은 어쩌면 시간이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지만, 그들에게는 그럴 시간이 너무 없었던 게 문제였다.

 

요즘 일일 코로나 발생자수가 경이적인 40만 명을 넘고 매일 같이 3천여 명이 코로나로 사망하는 가운데 인도의 공공 의료 시스템은 붕괴되었다는 외신을 보고 듣는다. 코로나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실력도 없는 21세기 인도 정부의 모습을 보면서 한 때, 그들을 지배했던 사람들은 과연 무슨 생각을 할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소설에서 아지즈는 힌두교도와 무슬림 그리고 시크교도가 공존하는 하나의 인도 타령을 해댔지만, 영국제국의 기획한 분할통치라는 특유의 식민지 지배정책으로 훗날 인도는 유혈 속에서 두 조각이 나고 말았다.

 

1984년에 데이빗 린 감독의 연출로 동명의 영화가 발표되었다. 공교롭게도 이 영화는 데이빗 린 감독의 마지막 영화였다. 소설에서는 아델라 퀘스티드 양이 못생겼다고 나오는데, 영화에서 아델라 역을 맡은 주디 데이비스는 상당한 미인이었다. 음악은 모리스 자르가 맡았다. 이제 소설을 다 읽었으니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를 보면 되겠지.

 

소설의 전반은 상당히 고전했지만, 마라바르 동굴 사건을 기점으로 <인도로 가는 길>은 막장드라마를 능가하는 그런 읽는 재미를 선사해 주었다. 포스터 선생의 유작인 <모리스>는 이미 준비되어 있다. 열린책들에서 새롭게 포스터 전집을 내면서 중고시장에서 포스터 선생의 책들을 만나기가 어려워졌는데,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냥하는 맛에 하나씩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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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5-07 01: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다 읽어도 내가 본 인도로 가는길 영화 내용이 생각이 안난다는.... ㅠ.ㅠ 책 표지의 저 장면만 기억이 나요. 영화보면서도 아 참 영화보기가 참 힘들구나 했던 생각만.... ㅎㅎ
왠지 책이 더 좋을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찜 해놔요. ^^

레삭매냐 2021-05-07 09:11   좋아요 3 | URL
저도 그럴 때가 많답니다.
예전에 하도 영화를 봐서 그런지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니 디테일
이 하나도, 심지어는 무슨 내용인
지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구요.

아직까지 책보다 더 나은 영화를
못보았습니다.

페넬로페 2021-05-07 01: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똑같아요~~
분명 ‘인도로 가는 길‘ 영화를 봤는데 생각이 전혀 나지 않아요.
그러니 책을 읽어도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을것 같아요^^
인도에 관한 얘기들이 흥미로워요
천천히 읽어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1-05-07 09:12   좋아요 4 | URL
배낭여행족에게 인도는 최상위
난코스의 그런 여행지라고 하더
군요.

요즘은 여행을 갈래야 갈 수가
없으니 넷플릭스 영화 <화이트
타이거>로 대신해 보려구요.

새파랑 2021-05-07 07: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작품이 최근에 많이 보이네요. 리뷰만 봐도 너무 재미있을거 같다는 ㅎㅎ
‘모리스‘ 읽고 이 책 읽어봐야 겠어요^^

레삭매냐 2021-05-07 09:14   좋아요 3 | URL
저도 오늘 아침에 쟁여둔
<모리스> 바로 집어 들었습니다.

다른 책들도 구해야 하는데...
<전망 좋은 방>이 가장 땡깁니다.

coolcat329 2021-05-07 0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소설이었군요. 😅 저는 포스터의 인도 기행문인줄 알았어요. 포스터의 책이 한 권도 없는데, 하나 들여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16   좋아요 3 | URL
워낙 유명한 작가라 작품이
많을 줄 알았는데 달랑 6개
밖에 없네요.

제인 오스틴 보다 하나 적다는.

청아 2021-05-07 08: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표지도 너무 예쁘죠ㅋ
어제 말씀하신 <화이트 타이거>도 소설부터 읽으려고 넷플에서 예고만 봤는데
예고만으로 이렇게 감탄하기도 오랜만인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22   좋아요 3 | URL
영화에 나온 아지즈 일행이
코끼리를 타고 마라바르 동굴로
가는 컷을 표지로 사용한 것 같
습니다.

책이 먼저 나오고 나중에 나온
영화 스틸컷을 표지로 쓰는 순환
구조인 것 같네요.

Falstaff 2021-05-07 08:5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너무너무 싫습니다. 완벽하게 영국의 신민주의 적 입장에서 글을 쓴 전형적인 식민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영국에 의한 식민지배 덕택에 인도에 철도가 깔리는 등 근대화 됐다는 빌어먹을 이야기는 이젠 귀에 딱지가 앉었습지요. 궁극적으로 식민이라고 함은, 식민지 대중은 간신히 굶어죽지 않는 상태에 머물게 하고, 굶어죽지 않은 그들을 식민모국을 위해 노예로 만드는 악마적 일입니다.

레삭매냐 2021-05-07 09:25   좋아요 5 | URL
어제 마저 본 <화이트 타이거>
의 주인공 발람 할와이가 영화에서
언급한 인도 최고의 발명품 수탉장
이 연상됐습니다.

공감합니다.

잠자냥 2021-05-07 09:41   좋아요 5 | URL
그래서 제가 포스터 작품을 좋아함에도 이 작품을 여태 안 읽고 있다능.... 그래도 읽어 보긴 할 겁니다. (언제?) ㅋㅋㅋ

coolcat329 2021-05-07 10:03   좋아요 3 | URL
영국인들이(특히 백인남성) 식민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려면 이 책을 읽으면 되겠네요.

예전 비정상회담 광복절 특집인지..그 때 식민지배 가해국과 피해국이 마주보고 앉아 각자 입장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영국남자가 식민지배 나쁘지만 그래도 인도 발전에 큰 영향 줬다고 헛소리해서 인도대표 ‘럭키‘씨가 정색을 하고 반박하던게 생각납니다.

Falstaff 2021-05-24 13:59   좋아요 4 | URL
˝결론은 대영제국와 식민지 인도의 공존은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라고 하셨잖아요. 근데 저는 뭐가 씌었는지 한 발 더 나가서, 역설적으로 영국과 인도의 화합, 이해와 관용, 동서양 가치관의 조화 등을 주장하는 게 결론이라고 읽었거든요.
사실 별로 놀랄 필요가 없는 게 이런 결론이 1920년대 영국을 비롯한 유럽 식민모국의 지식인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의식이었기 때문입지요. 물론 그렇지 않은 작가도 있지만 말입니다. (행동은 개판이었지만 하여튼 글 속에서는)앙드레 말로, (전쟁 긍정론자라서 저한테 억수로 미움을 받지만)조지 오웰....

포스터가 마음에 드는 건, 왕실에서 작위를 주겠다니 삼빡하게 거절했다는 거. ㅋㅋ
이거 말은 쉬운데 아무나 못하는 거잖습니까.

초딩 2021-06-04 23: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

서니데이 2021-06-04 23: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축하드립니다^^

새파랑 2021-06-04 2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이 책도 너무 읽고 싶은 책이에요^^
 


 

작년에 읽은 아라빈드 아디가의 <화이트 타이거>가 넷플릭스에서 영화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 이런 건 구해서 바로 봐야 해!

 

요즘 에드거 모건 포스터 선생의 <인도로 가는 길>을 열심히 읽고 있어서 그런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화이트 타이거>가 왜 그렇게 재밌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잠시 삼천포로 빠지자면, 포스터 선생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인도로 가는 길>을 두 달 전부터 틈틈이 시큰둥한 마음으로 읽고 있는데, 드디어 사건이 최고점에 달하면서 너무 재밌어져 버렸다. 아니 이렇게 재밌을 수가 있나 그래. 식민 종주국 영국의 젠체하는 모습에 참 밥맛이 없었는데 정말 온갖 쑈를 해가면서 마하바르 동굴을 구경시켜 주겠다는 선의로 출발한 여정이 억울하게 아델라 퀘스티드 양을 추행했다는 누명을 쓴 닥터 아지즈, 나라면 정말 억울해서 미치고 팔짝 뛸 판이었다. 암튼 그 사연에 얽힌 위선적인 영국인들과 자신들을 억압하고 차별하는 그들에게 대항하는 인도 사람들의 모습이 완전 꿀잼이다.

 

다시 드라마 <화이트 타이거>로 돌아와서 주인공 발람 할와이는 뱅갈로르에서 아웃소싱 회사를 운영하는 성공한 사업가다. 그런데 그는 현재 지명수배 중이다. 자신의 주인이었던 미스터 아쇽을 살해한 혐의로. 뜨앗!

 

첫 장면이 요즘 하루에 30만 명 이상의 코로나 환자들이 발생하면서 공공 의료 시스템이 붕괴된 인도의 수도 델리에 있는 간디 선생의 조각상이다. 어때 의미심장하지 않은가? 과자쟁이 카스트에 속한 발람은 학교에서 빼어난 영어 실력을 보여주며 대성할 기미를 보여준다. 그렇다, 인도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 스펙이 장착되어 있어야 한다. 나중에 미국 유학파 미스터 아쇽이나 핑키 마담이 하는 영어는 정말 유창하게 들린다.

 

참 드라마의 초반은 인도의 밝은 빛을 조망해 준다. 난 아직 어두운 사이트까지는 못 보았다. 오늘 밤에 마저 볼 생각이다. 발람은 수탉장(the rooster coop)이야말로 수천년 역사를 자랑하는 인도가 창조해낸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말한다. 카스트라는 해괴망측한 계급 제도로 사람들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위계질서를 만들고, 그 안에 사람들을 가두는 것이다. 게다가 인디언 패밀리라는 시스템은 절대로 아래 계급의 사람들이 상층부 계급에게 반항하지 못하게 만드는 족쇄 같은 시스템이다. 만약 계급 간의 하극상이 발생한다면, 지주들은 무력을 동원해서 가족을 몰살시키는 보복에 나선다.

 

드라마에서는 뒤로 손이 묶인 발람이 총살당하는 장면이 상상컷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때부터 비극이 잉태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할와이 패밀리의 지주이신 할머니는 어쨌든 발람의 등교를 막고 찻집에서 형 키샨처럼 일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 때부터 발람은 수탉장에 갇혀 가족들을 위한 돈벌이에 나서야했다. 그런데 현재의 사업가 모습과는 너무 다르지 않은가? 그렇다. 발람은 수탉장에서 평생 살다가 릭샤 운전사였던 아버지처럼 죽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선택을 한다.

 

, 그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를 강가에서 화장하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이 장면이야말로 초반의 밝은 인도를 상징하는 가장 강렬한 시퀀스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장례를 맡은 이들이 화장을 위한 장작을 쌓고, 아버지의 발이 뜨거운 불길에 사그러드는 장면은 작금의 코로나 사태에 견주어 볼 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놀라울 지경이었다. 심지어 카메라는 상당히 많이 보여준다.

 

발람은 족장에 해당하는 할머니에게 300루피를 뜯어 운전 강습을 받고 고향 땅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주 황새의 세컨드 운전사로 채용되기에 이른다. 역시 배운 사람은 다르다고 미국유학파 미스터 아쇽은 발람에게 나름대로 인간적 대우를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의 형인 몽구스는 회초리로 가혹하게 발람을 체벌하고 폭언을 일삼는다. 하인들은 주인들에게 기어 오르지 못하게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사회의 재화를 움켜잡은 이들의 천박한 주인근성의 발현이라고 해야 할까.

 

, 할 말이 많은데 벌써 밥시간이 되었부렀다. 일단 밥부터 먹고 나서 나머지는 다시...

아일 비 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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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과자쟁이 발람은 자신의 선임자가 황새 아저씨가 그렇게 싫어하는 무슬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선임자를 짤리게 만들고 결국 자신이 그의 자리를 물려받는다. 어쩌면 이 지점이 발람이 빛에서 어둠으로 들어가는 그런 계기가 된 게 아니었을까. 그리고 가난한 인도 농민들을 착취하는 수탈의 알레고리의 하부의 우두머리 격인 황새 아저씨의 집에서 선거 벽보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위대한 사회주의자주 총리 아줌마를 만난다.

 

문제는 주 총리 아줌마가 노골적으로 황새 아저씨에게 뇌물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황새 아저씨가 뇌물 200만 루피가 너무 많다고 하니, 주 총리 아줌마는 격분해서 대번에 250만 루피를 내놓으라고 횡포를 부린다. 먹고 먹히는 정글 같은 인도 사회의 분위기를 이 장면에서 여실하게 볼 수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의 예언 대로 발람은 어쩔 수 없이 정글에서 살아 남기 위해 화이트 타이거로 변신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황새 아저씨는 보다 큰 권력에게 뇌물을 쓰기로 결정하고 몽구스와 미스터 아쇽을 델리에 파견한다. 물론 운전사는 이제 소위 큰물에서 놀게 될 발람이다. 미스터 아쇽과 핑키 마담은 계속해서 발람의 영혼을 자극한다. 더 이상 하인으로 삶에 집착하지 말고, 객체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삶을 살라는 주문인 것이다. 그런 자극이 어떤 후과를 가져오게 될 지에 대해서는 차차 알아보기로 하자.

 

핑키 마담에게 사타구니를 긁고 빤을 빨며, 지저분한 옷차림이라는 고유의 악습을 지적받은 발람은 드디어 각성에 나선다. 왜 자신의 아버지는 사타구니 긁는 게 나쁜 습관이라는 것을 알려주지 않았을까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당장 시장에 나가 치약을 가서 그야말로 이빨에 피가 나도록 시원하게 양치질을 시전하기도 한다. 핑키 마담이 발람의 생활습관을 지적했다면, 미스터 아쇽은 미래의 사업가 발람에게 미래 인도에서 유망한 사업의 청사진을 제시해 주었다.

 

여기까지가 빛의 인도에 살던 발람 할와이에 대한 이야기였다. 핑키 마담의 생일 파티에서 벌어진 사건을 기점으로 발람은 어둠의 세계로 넘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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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06 1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인도로 가는 길> 저는 포스터 작품 중에 가장 재미없을 거 같기도 하고, 그 관점에도 동의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아직 안 읽은 책인데, 재미지단 말씀이군요?! 조만간 읽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5-06 13:49   좋아요 3 | URL
포스터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인지라
다른 책과 비교를 해볼 수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냥저냥 읽었었는데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되더군요.
고전이 괜히 고전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 나면 구해 놓은 영화도
볼 계획입니다. 아 그전에 먼저 <화이
트 타이거>부터 보구 나서요.

청아 2021-05-06 12: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기존 인도 영화에다 넷플에서 새로 제작한 작품까지! 리뷰 읽어보니 두 작품 다 흥미진진해요!

레삭매냐 2021-05-06 13:51   좋아요 2 | URL
소설도 흥미진진했었는데,
드라마도 잘 만든 것 같습니다.

현실 세계의 인도를 그대로
재현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2018년부터 각색 작업을 해서
그런지 제법 완성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1-05-06 1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벌써 반정도 보셨군요. 저는 초반 조금 봤습니다.ㅎㅎ
저는 앞으로 조니워커 블랙 보면 이 소설의 그 잊을 수 없는 장면 떠오를거같아요. 마침 집에 있는데 조만간 마셔야겠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5-06 13:52   좋아요 2 | URL
크하~ 오래전 인삼 뿌리에
꿀을 찍어 먹던 조워블의
추억이란 ... ...

영화 보기 전에 제가 썼던
리뷰를 다시 보기도 했답니다 :>

어제 밤에 보기 시작해서 그냥
달렸다가는 오늘 아침에 출근
하지 못할까봐서리... 아 참 보
면서 산 미구엘 비루 하나 깐 건
안비밀입니다.

바람돌이 2021-05-07 0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적에 영화 인도로 가는길을 참 힘겹게 봤는데,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ㅠ.ㅠ

레삭매냐 2021-05-07 09:20   좋아요 0 | URL
소설도 초반에는 넘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거작 전문인 데이빗 린이
<라이언의 딸> 이후 무려 14년
만에 만든 영화라고 하네요...

러닝타임이 아주 ㅎㄷㄷ입니다.
 
아르덴 대공세 1944 -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과 제2차 세계대전의 종막
앤터니 비버 지음, 이광준 옮김, 권성욱 감수 / 글항아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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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부터 전사를 즐겨 읽었다. 중학교 시절, 친구네 집에 가서 본 타임라이프에서 출간된 <World War II>를 보고 얼마나 부러웠던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어 종종 가서 보곤 했었다. 나중에 커서는 절판된 시리즈들을 권당 오천 원씩 해서 모으기도 했다. 며칠 전에는 너튜브에서 요즘 한창 구독 중인 과달카날과 뉴기니 전투를 다룬 책을 인천집에서 공수해다 보기도 했다.

 

국내에 소개된 <스페인 내전><스탈린그라드>로 유명한 전사전문가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전투 1944>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구입을 결정했다. 예전에 <디데이> 케이스도 있어서, 혹시라도 절판이라도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전사를 다룬 책들은 단가도 제법 나가고, 또 밀덕들이 다 구매하고 나면 자연스레 절판되는 그런 운명이라고나 할까.

 

앤터니 비버 작가는 친절하게도 미영 연합군이 스탈린의 요청대로 유럽에서 제2전선을 열어제낀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래, 약사를 소개한다. 팔레즈 포켓 포위전에서 서부유럽 주둔 독일군에게 강력한 타격을 입힌 연합군은 곧 파리를 해방시키고 그야말로 질풍노도 같은 추격전을 개시해서 독일군을 패퇴시키는데 성공했다. 19449월에 몽고메리의 어설픈 마켓가든 작전으로 낭패를 보긴 했지만 대세는 압도적 물량을 앞세운 연합군 쪽으로 기울었다.

 

그 다음에 이어지는 휘트르겐 숲 전투에서 선봉을 맡았던 미군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그동안 몰랐지만, 휘트르겐 숲 방어전에 나선 독일군이 그렇게 악착같이 싸웠던 건 바로 다음에 예정된 독일의 마지막 공세였던 아르덴 전투를 위한 것이었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그런 사실을 알고 나니, 신병 위주로 구성된 미군이 베테랑 독일군들을 상대하면서 고전한 게 이해가 됐다.

 

이제 진짜 독일 본토인 아헨 전투에서 나치 천년제국을 그동안 주창해온 나치당의 지도자들은 총통 히틀러의 현지 사수 명령을 무시하고 안전한 후방으로 후퇴를 거듭한다. 이 때 이미 독일의 패망은 예정되었던 게 아닐까.

 

상당 부분을 아르덴 전투 이전의 상황 설명에 투자한 앤터니 비버는 이제 본격적인 아르덴 전투에 대한 설명을 시작한다. 노르망디 상륙 이래,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을 점령하기 전까지 이렇다 할 보급항을 확보하는데 실패한 연합군의 보급로는 길어질 대로 길어졌다. 레드볼 익스프레스라는 이름으로 연합군 보급대는 전투에 꼭 필요한 연료와 탄약 그리고 식량을 전선으로 실어 날랐지만, 엄청난 피로가 쌓이는 작전이었다. 독일군은 그동안 공간을 내주고 기갑부대의 재정비와 병사들의 휴식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 마켓가든 작전에서도 아른험 부근에서 정비 중이었던 독일 기갑사단의 존재를 무시하거나 과소평가했던 것처럼, 연합군 진영에서는 이제 곧 전쟁이 끝날 거라는 낙관론이 우세했다.

 

4년 전, 만슈타인의 낫질작전처럼 이번에도 히틀러는 벨기에의 아르덴 숲을 지나 연합군의 보급창이 있는 리에주 더 나아가 뫼즈강 건너로 연합군을 몰아내려는 대공세로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를 원했다. 참고로 프랑스 침공 당시, 에르빈 롬멜이 이끄는 제7기갑사단은 단 이틀 만에 뫼즈강에 도달했다고 한다. 제공권을 장악한 연합군의 공중공격을 피하기 위해 악천후와 울창한 아르덴 숲을 선택한 것이었다. 아르덴 공세를 위해 히틀러는 극도의 비밀유지 아래 동부전선에서 병력을 서방으로 이동시켰다. 독일군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갑부대의 운용을 위한 연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점이다. 거의 무한대로 연료의 보급이 가능했던 연합군과 달리 선봉에 서서 연합군 전차부대를 상대해야할 독일 기갑부대는 진격에 반드시 필요한 연료 수급이 결국 그들의 발목을 잡게 된다.

 

영화 <벌지대전투>에서는 독일군의 침공에 대비하지 못했던 미군의 카산드라 같은 역할을 맡았던 카일리 소령이 강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 빈 드럼통을 보고 독일군의 연료부족을 눈치 채는 장면이 나오는데, 상당히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아돌프 히틀러와 다스 라이히 같은 정예 친위기갑사단이 포함된 18개 사단이 동원된 독일의 아르덴 공세는 19441216일 시작되었다. 선봉을 맡은 요아힘 파이퍼가 지휘하는 파이퍼 전투단은 항복한 비무장 미군 포로들을 곳곳에서 총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사실 보병부대가 뒤따르지 않는 상태에서 쾌속의 진격을 해야 했던 기갑부대가 포로들을 후방으로 보내거나 그럴 여력이 없었던 건 사실이다. 특히 독일군 가운데서도 스스로 엘리트 부대를 자랑하는 친위대의 독불장군식 부대 운용은 아군이었던 독일 국방군 입장에서도 불편했다.

 

말메디에서 포로가 된 미군들을 학살한 친위대의 만행 소식을 전해들은 미군들은 독일군 포로, 특히 친위대 포로들은 잡지 않겠다고 맹세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에 대한 후과로, 양측 모두 항복하면 죽음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전장에서 더욱 치열하게 마지막 순간까지 싸울 수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독일군의 포로 학살은 공세 초기 수세에 몰린 미군의 결사항전을 이끌어내게 되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전략적 오판이었다.

 

독일군의 이런 대공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12집단군 사령관 브래들리를 비롯한 미군 지휘부에게는 충격이었다. 저자가 정치군인이라고 평가하는 연합군 총사령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게는 아군이지만 독일 진격전에서 경쟁 레이스를 펼치던 영국군 원수 몽고메리를 달래면서, 또 한편으로는 거의 모든 전선이 돌파된 아르덴 전역을 수습해야 하는 골치 아픈 임무가 주였다.

 

신병 캠프에서 나와 최전선에 배치된 초짜 미군들은 중화기와 티거 전차로 무장한 베테랑 독일군에게 그야말로 처참하게 당했다. 미군에게는 당장 아르덴 지역에 증파할 여유 병력이 없었다. 그래서 마켓가든 작전 이래, 후방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82공수사단과 101공수사단을 각각 장크트비트(생비트)와 전략거점인 바스토뉴에 비행기 대신 트럭에 실어 파견했다.

 

HBO 전쟁드라마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도 나오는 것처럼, 전방으로 향하는 공수 506연대 2대대 이지 컴퍼니 중대원들이 후방으로 패주하는 미군과 트럭에서 조우하는 장면이 이제는 바로 이해가 됐다. 비록 압도적인 독일군의 공격 앞에 패주하기는 했지만, 일선의 보병사단들이 뫼즈강으로 쾌속의 진격을 원하던 독일 기갑부대를 막아 주면서 공수부대들이 생비트와 바스토뉴에 방어거점을 확보하는데 필요한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었다. 훗날 유명한 작가가 되는 커트 보네거트도 이 전역에서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훗날 드레스덴 대폭격의 증인이 되기도 했다. J.D. 샐린저도 당시 아르덴 전투는 물론이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는 유타 해변에 그리고 휘트르겐 숲 전투에도 참가했다고 한다. 이미 당시에도 유명했던 어니스트 헤밍웨이도 전장에 있었는데, 활약보다는 기행이나 말썽으로 더 유명했던 것 같다.

 

여하튼 치열했던 아르덴 전투에 대해서는 통사적 시점에서 이 책에 자세하게 원인과 경과들이 연대순으로 잘 소개되고 있다. 그동안 몰랐지만 이번에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점의 하나는 9월 아르덴에서 후퇴했던 독일군이 다시 진주하면서 벨기에 시민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대해 잔혹한 복수를 했다는 점이다. 보급이 부족했던 독일군이 벨기에 사람들의 귀중한 식량을 약탈한 것은 물론이고, 징병 연령대의 남자들을 잡아서 총살하는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아르덴 곳곳의 작은 마을들을 두고 미군과 독일군이 치열한 전투를 치르면서 부수적 피해가 무수히 발생하고 많은 벨기에 피란민들이 격전지가 된 고향을 떠나야 했다.

 

주공을 맡아 큰소리 뻥뻥치던 친위대 상급대장 제프 디트리히의 제6기갑군과 오토 레머의 총통 경호여단 등은 아르덴 전역에서 기대한 만큼의 전과를 올리지 못했다. 이미 독일군 선봉을 맡았던 파이퍼 전투단이 곳곳에서 연합군에게 저지당하고 연료부족으로 전차부대의 운용이 어려워졌을 때, 어쩌면 아르덴 공세는 실패했던 게 아닐까. 남쪽에서는 맹장 조지 패튼이 이끄는 제3군의 3개 사단이 독일군의 3개 사단에 포위된 바스토뉴를 구원하기 위해 맹진격을 하고 있었다.

 

바스토뉴 포위전에서도 독일군은 초기에 설정한 다수의 전략 목표 대신 가용한 모든 사단을 투입해서 102공수사단이 방어하는 7개 도로가 지나간다는 교통 요충지 바스토뉴를 공략했어야 했다. 미군은 102공수사단이 성공적인 방어전을 치르면서 시간을 벌게 되었고, 남쪽에서 쉴 새 없이 진격해온 패튼의 3군이 마침내 바스토뉴 방어군과 합류하면서 절체절명의 위기는 모면하게 됐다.

 

<아르덴 대공세 1944>에서 앤터니 비버는 브래들리가 여전히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는 와중에서도 최전선의 현실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냉정하게 비판한다. 거만한 몽고메리는 오직 서부유럽 지상군의 총사령관이 되겠다는 욕심으로 가득 차서 언론을 동원한 언론플레이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을 아이젠하워는 절묘하면서도 때로는 냉철한 판단력을 동원해서 타개해야 했다. 적은 전방 뿐 아니라 후방에도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나마 몽고메리가 82공수사단이 방어하던 광대한 지역을 후퇴해서 좁힌 결정은 탁월했던 것 같다. 몽고메리가 가끔은 그렇게 기특한 짓도 하는구나 싶었다. 저자는 책의 어디선가 자신의 병력이 상대를 압도할 때까지 신중하게 기다리는 게 몽고메리의 종특 중의 하나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엘 알라메인에서 롬멜을 격파한 것도 그런 자기 신념의 발현이 아니었나 싶다.

 

아르덴 숲을 뒤덮었던 악천후가 물러가고, 화창한 날씨가 시작되자 연합군 전투폭격기들이 출동해서 독일 전차부대와 후방을 맹폭격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미 이 때, 독일군은 뫼즈강 진격을 포기하고 후퇴했어야 하는데 히틀러의 거부로 후퇴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심지어 퇴각하기 위한 연료가 부족해서 차량과 장비들을 다 파괴해야 할 정도였다니 말다했다.

 

방한복과 동계 식사에서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경험한 독일군이 미군에 상대적으로 나은 상태였지만, 전체적인 보급에서 독일군은 미군을 따라갈 수가 없었다. 혹심한 추위도 문제였지만, 전투에 가장 필요한 연료와 탄약 부족 때문에 결국 독일군은 미군에게 패했다. 초기 독일군의 맹진격을 막아낸 것도 미군의 압도적 포병 전력 덕분이었다.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도 독일의 생산력은 연합국 특히 미국의 그것을 당해낼 수가 없었다. 아마 아르덴 전역에서 독일군은 미군에게 연료와 탄약 부족 때문에 패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 외에도 전장의 병사들을 괴롭힌 질병은 참호족과 동상 그리고 이질이었다. 이제 막 전장에 배치된 신병들이 경험하게 된 전투피로증 역시 심각한 문제였다.

 

전쟁광 패튼은 이 시국에 적의 본진에 대한 반격을 시도해서 일거에 제3제국을 무너뜨리자는 획기적인 제안을 하기도 했다. 사실 그 부분은 히틀러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독일군에게 회심의 일격을 당한 연합군에게 그럴 만한 여력은 없었다. 아르덴 대공세가 히틀러의 마지막 도박이었다면, 패튼의 제안 역시 거대한 판돈을 굴리는 도박이 아니었을까 싶다. 너튜브를 통해 알게 된 메츠 부근에서 벌어진 포르드리앙 요새 전투의 경험을 패튼은 망각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그동안은 독일이 점령한 타국에서의 전투였지만, 라인강을 돌파한 뒤에는 독일 본토 사수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전투가 되었을 테니 말이다. 물론 동쪽에서 소련이 파시스트의 소굴로 향하는 마지막 대공세를 시작하면서 제3제국의 힘을 온통 빼놓으면서 서부 전선도 저절로 무너지는 효과를 가져 왔다는 건, 부수적 결과가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 열흘 동안 앤터니 비버의 <아르덴 대공세 1944>를 읽으면서 그동안 여러 가지 통로를 접해온 벌지전투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이미 그전에도 플래닛미디어에서 나온 두 권짜리 <벌지전투>를 만나 보았는데, 이번에 앤터니 비버 저자의 저작은 그야말로 아르덴 전투를 집대성한 그런 걸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곳곳에서 보이는 인명에 대한 통일되지 않는 표기와 전투에 참가했던 실존 인물의 상이한 계급 정도는 애교로 봐주자. 앤터니 비버의 또 다른 기대작 <아른험>을 기대하며, 부족한 리뷰를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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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5-05 1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바로 검색했는데 <스탈린 그라드>는 품절이네요! 관련 책 읽다보면 다큐도 미드도 영화도 달리 보이더라구요. 아직 모르는 게 엄청 많지만요.ㅋㅋ

레삭매냐 2021-05-05 12:07   좋아요 2 | URL
밀리터리 관련 서적들은 단가가
있어서 그런지 초도 물량이 빠지면
더 찍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탈린그라드>,
기록을 찾아 보니 저는 9년 전에
같은 책을 <여기 들어오는 자 모든
희망을 버려라>라는 제목으로 만났
네요. 이게 아마 단테의 <신곡>에
나오는 문구라고 하던데 말이죠.
 



일단 허탈하네요.


국내 굴지의 IT 컴퍼니라는 네이것에서 이달부터 보름 동안 일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쓰면 치킨 한 마리값에 상당하는 비용을 준다고 현혹해서 숱한 유저들을 꾄 이벵을 개시했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찬가지로 파닥파닥 꿰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어요 아니면 책이라도 한 권... 인정합니다. 그래서 암것도 모르고 오늘까지도 부지런히 썼지요. 버뜨... 오늘 친절하신 이웃님이 예의 이벵은 어제부로 종료되었노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셨습니다. 럴수 럴수 이럴 수가 !!!

 

이벵 종료의 이유는 치킨값을 벌어 보겠다는 어뷰징과 복붙이 너무 많아서 조기에 종료하게 되었다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닌 그럴 거면, 조건을 좀 더 빡시게 걸 것이지 달랑 글 한 줄, 사진 한 장도 오케이라고 허술하게 구성해놓고서 다른 선의의 유저들에게 빅엿을 선사하는 만행을...

 

그리하여 부리나케 검색해 보니 3일 동안 열심으로 글을 올려 주신 유저들이 완주한다고 했을 적에 드는 비용은 대략 90억 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뒤쪽에 비밀이 하나 숨어 있었으니... 이 이벵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네이버페이 가입이 필수였다고 합니다. 전 뭐 그전부터 사용하고 있었으니 알게 뭐야였지만요.

 

3일 동안 달랑 천원씩 준 비용은 5억 원 정도. 그러니까 5억 짜리 마케팅이었던 거지요.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치밀하게 5억을 걸고 신규 네이버페이 이용자들을 확보하기 위해 준비한 게 아니었을까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보게 됩니다.

 

아 허탈하네요. 그냥 천원이라도 받아먹은 게(아직 입금은 되지 않았네요) 어디냐고 넘어가야 하나요...

 

비도 좍좍 오고, 속상한 5월의 어느 아침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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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5-04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 아 그 일기 맨날 쓰라는 그 이벤트였나요? ㅋㅋㅋㅋㅋㅋ 천원ㅋㅋㅋㅋㅋㅋㅋ 웃퍼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37   좋아요 3 | URL
그렇지효...

원래 미션 컴플릿하면
16,000원이었었는데 네이것이
85억이 너무 아까웠던 모양입
니다.

어뷰징 따위는 핑계고,,,
뜨거운 시장의 반응(으응?)에
놀라지 않았나 싶습니다.

청아 2021-05-04 11: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 럴수럴수입니다!! 어찌 이런일이~저도 도전했는데 어제 그만 깜빡해서 일기는 역시 노트에 써야 제맛이라며 씁쓸한 합리화를 하던 참이었어요.
5억짜리 신규노림 마케팅에 저도 한표를!와...

레삭매냐 2021-05-04 11:40   좋아요 3 | URL
네이버 블로그가 마케터들이
활개치는 잔치판이 된 이래,
점점 뷰(view) 수가 떨어지는
걸 단박에 만회해 보고자 하는
기획이 아니었나 추정해 봅니다.

왠지 불O리스가 연상된다는.

글마저도 모두 돈으로 연결시켜
버리는 자본주의의 폐해에 다시
한 번 경악하게 되었습니다.

syo 2021-05-04 11: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악 저 정신없이 귀여운 그림은 누구의 솜씨입니까 ㅋㅋ

레삭매냐 2021-05-04 11:50   좋아요 2 | URL
원래는 저희 동네에 있던
<내 치킨 내놔라>의 박스
포장을 도용 하려 했으나,
그 사이에 치킨집이 망해
버렸습니다.

구글링을 통해 찾은 이미지
를 제 나름대로 재해석해
보았습니다.

스캐너가 있었다면 고퀄의
작업을 시전할 수 있었으나
카메라로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촬영을 했더니 퀄이...

페넬로페 2021-05-04 11: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황당한 내용이며
정말 허탈할 것 같아요~~

저 그림이 너무 예뻐요~~
귀엽고 귀여워
그냥 레삭매냐님!
16000원 받지 마시고
며칠 살려두심이 어떨지요, ㅋㅋ
속상하신데 죄송해요
근데 저도 참여했어요, 흑흑^^
인간이 안하던 짓 하면 이렇게 낭패를 보나 봐요^^

레삭매냐 2021-05-04 11:53   좋아요 4 | URL
대기업에서 진행하는 행사가
자사의 준비부족으로 3일만에
막을 내리는 초유의 사태가...

그래도 자기들은 잘못이 없고
어뷰징한 놈들이 문제니 다른
놈들도 모두 같이 징벌을 먹어
라는 배짱 영업의 진수를...
역시나 우리의 네이것!!!

저는 치킨에 눈이 멀어서 참가
했습니다, 쿨하게 인정할랍니다.
공짜 치킨이 먹고 싶었습니다 -

그림 칭찬 감사합니다 ㅋㅋ

새파랑 2021-05-04 13: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헉 이거 끝났나요? 책 한권 받아볼꺼라고 했는데 ㅜㅜ

레삭매냐 2021-05-04 17:24   좋아요 3 | URL
저의 치킨 or 책의 꿈은
훨훨 날아가 버렸습니다.

마상하여 오늘 저녁메뉴
는 치킨으로 하였습니다.

개시 공지는 화려하고
줄기차게, 대신 종료 공지
는 아무도 모르게 살짜쿵.

네이것이 네이것했다고
합니다. 그랬다고 합니다.

mini74 2021-05-04 16: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 치킨 내놔라 ! 검색어 1위 운동 할까요 !그 와중에 치킨이 너무 귀여워서 한창 봤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05-04 17:30   좋아요 3 | URL
그리하야 오늘 저녁은 옛날통닭에
산미구엘 비루를 뜯기로 했답니다.

저희 동네 치킨집 <내 치킨 내놔라>
는 압도적인 코로나의 여진으로 그
만 폐업하고 말았네요. R.I.P.

붕붕툐툐 2021-05-04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병아리가 진짜 파닥거리네요~ 귀엽~~
저도 낚시 바늘에 걸려 파닥파닥. 현실을 부정하며 오늘도 블로그에 일기를 썼다지요.. 이런 미친 네이버 세상... ㅠㅠㅠ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현실 부정...
드이어 오늘 공지가 뜨더군요 :>

개시 선전은 화려하고 장대하게,
종료는 뒷북처럼. 뭐 그랬다고 합니다.

숨이 깔딱거리는 블록 서비스를 살려
보기 위해 무언가 해야겠는데...
85억은 아까웠던 것으로.

근데 계속 써야 할까요? ㅋㅋ

단발머리 2021-05-05 20:06   좋아요 1 | URL
저는 이번 이벤트에 참여는 안 했는데 네이버에 일기 쓰고 있었거든요. 저같은 경우도 같이 화내는 거 맞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네이것!!!!!

율별엠제이 2021-05-05 0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낚였었죠. 에잇...

레삭매냐 2021-05-05 10:00   좋아요 1 | URL
치킨의 유혹이 그만큼
강했던 게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