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의 역사가 - 주경철의 역사 산책
주경철 지음 / 현대문학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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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한 때 역사학도였다. 그래서 지금도 소설보다도 역사책을 소설보다 더 빨리 읽는다. 소설 다음으로 아마 많이 읽는 게 역사 장르가 아닐까 싶다. 이번에도 예전에 사두었던 주경철 교수의 <일요일의 역사가>를 다니엘 켈만의 소설을 읽자마자 집어 들었다. 그리고 반나절 만에 다 읽었다. 이제 완전 독서 슬럼프 탈출인가.

 

처음에 책을 받았을 때, 그 유명한 프리울리 사람 메노키오에 대한 이야기부터 읽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모두 11개의 역사 에세이가 담겨 있는데 그리고 나선 나머지 10개는 읽지 않았던 거지. 그러다 이번에 나머지도 모두 다 읽었다.

 

중세 이탈리아 프리울리 지방의 방앗간 주인 메노키오는 어떻게 그렇게 독자적인 생각을 발전시켰을까? 열 권 남짓한 책을 읽고서 당대 지식인 계급이라고 할 수 있는 사제들과 이단재판에서 벌인 설전 기록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저자는 메노키오 재판을 엘리트 위주의 문자 문화와 일반 대중의 구술 문화의 충돌로 해석한다. 한 권의 책을 읽었다고 해서 누구나 다 그런 사유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른 이들의 도움 없이 일개 농부에 지나지 않는 메노키오가 오묘한 기독교 교리에 대해 독자적인 해석을 했다는 점만으로 카를로 긴즈부르그의 미시사 <치즈와 구더기>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에 대한 재해석도 흥미롭다. 오래 전에 사둔 단턴이 그린 18세기 인쇄 직공들의 잔혹한 고양이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마 그런 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원전을 다시 한 번 읽어야지 싶기도 하다. 인쇄 길드의 장인들 역시 직인을 거쳐 부르주아 계급에 입성하는데 성공했지만, 정부의 규제 때문에 장인들의 수가 오히려 줄어들면서 직인들의 수는 늘어났지만 장인들을 더 이상 배출할 수 없는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장기간에 걸친 노동과 불공정한 보수에 불만은 품은 도제들은 주인이 기르는 고양이에게 앙심을 품고 기묘한 전략으로 자신들의 스트레스를 고양이들에게 풀기 시작한다. 한편, 다른 장에서 고양이는 중세 마녀들의 상징으로도 등장하는데 이런 저런 이유로 애꿎은 고양이들이 축제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고 한다. 총에 맞기도 하고, 자루에 넣어져 화형당하기도 했다나. 현대 동물애호가들이 들으면 큰일 날 소리겠지만 말이다. 단턴은 가치 전복의 해방구였던 카니발이 서구 사회에서 일부 긍정적인 요소로 작동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나탈리 데이비스는 카니발을 통해 전복의 권력을 맛본 여성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시대변화에 주역으로 활동했다는 점도 예리하게 짚어낸다.

 

개인적으로 천형과 시심에 시달리는 저자의 글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아즈테카 그러니까 지금의 멕시코의 인신 공양 제의에 대한 글이었다. <세계를 재다>에서도 등장했던 자그마치 2만 명이나 되는 이들을 인신공양으로 희생했다는 이야기를 바로 직전에 읽어서인지 정말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구대륙에서 일만 년 이상 동떨어진 채, 독자적인 문화를 개발해온 라틴 아메리카 인디오들의 문화에 대한 현대적 비판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메리카 인디오들에게 에너지의 순환은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이었고, 태양이 인간의 피를 원하기 때문에 에너지 순환과 공급을 위해 전쟁(꽃의 전쟁)에서 획득한 포로들을 처리하는 방법으로 인신 공양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구사회에 알려진 대로 선한 야만인의 개념과는 정반대의 그것이 아닌가.

 

에스파나 출신 군인 에르난 코르테스가 아즈테카를 정복한 후, 신대륙에 파도처럼 밀려든 에스파냐 출신 선교사들에게 그런 이교도적 신앙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그런 이단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가톨릭 선교사들은 십자가에서 피 흘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미지가 인디오들의 조상 대대로 믿어온 종교적 이미지와 묘하게 겹쳐지는 사실을 간파했다. 보수적 스콜라 철학자들이라면 펄쩍 뛸 일이겠지만, 신앙의 전파를 위해 선교사들은 이교적 색채를 허용하였고 인디오들은 기존의 인신 공양 제의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충실한 교도들로 신앙의 트랜스포메이션을 감행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아니 현대에 들어와서는 오히려 그 역전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하지 않던가. 성 과달루페의 성모상도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돈 후안이 문학적 상상력의 발산이라고 한다면, 이탈리아 출신 카사노바는 희대의 엽색가로 명성을 날린 계몽시대 자유인이었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이 벌어지기 이전, 앙시앵 레짐 시절 사교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은 바로 말 잘하는 그런 화술가였다. 장신에 직접 옷을 만들어 입을 줄도 아는 카사노바는 요즘 말로 하면 아마 슈퍼핵인싸가 아니었나 싶다. 악당 같은 이미지의 돈 후안과 달리 카사노바는 122명에 달하는 애인에게 두루 사랑을 받았던 모양이다. 여기서 이달에 만난 피에트로 아레티노가 저술한 <음란한 소네트>에 나오는 기묘한 자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왜 이렇게 반갑던지. 이런 맛에 책을 읽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정력제로 유명한 굴을 연인들이 서로 입으로 주고받는 장면에서는 오래 전 영화 <나이 하프 위크>가 연상되기도 했다. 이미 수백 년 전부터 하던 사랑놀이였구만 그것은.

 

콩고자유국이라는 얼토당토않은 이름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군주 자신의 사유 식민지를 만들어 상상을 초월하는 잔혹한 착취를 일삼은 군주로 등장하는 레오폴드 2세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1830년대에 비로소 나라 같은 모양새를 갖추게 된 후발 제국주의 국가 벨기에는 이미 영국과 프랑스가 다 갈라 먹은 검은 황금의 대륙 아프리카에서 뒤늦게 뛰어든 벨기에의 군주 레오폴드 2세는 교묘한 외교술을 동원해서, 노예 제도에 반대한다며 콩고 강 유역의 땅들을 집어삼킨다. 그리고 자국의 76배에 달하는 거대한 콩고를 식민지로 만드는데 성공했다.

 

식민지에서 얻은 상아, 그리고 무엇보다 산업혁명의 결과 수요가 폭발한 천연고무를 얻기 위해 레오폴드의 지휘 아래 벨기에는 군대까지 동원한 잔혹한 수탈에 나서게 된다. 얼마 안되는 천연고무를 얻기 위해 원주민들의 가족들을 볼모로 잡고 재규어와 낙상으로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천연고무 채취를 강요했다. 이 악당 군주는 그야말로 양의 탈을 뒤집어 쓴 악당의 전형 같은 인물이었다. 이런 벨기에의 과거를 알고 있다면 그 나라 사람들이 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었다 뭐 이런 식의 드립은 날리지 않겠지. 최근 어느 예능에서도 비슷한 지적을 본 것 같다.

 

흥미진진한 열한 개의 이야기 다발을 <홀로코스트>로 끝내면서, 저자는 어떤 방식으로도 도저히 재현 불가능한 역사적 진실에 대해 우리는 과연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로 일요일의 역사스토리를 마무리한다. 역사의 고수가 풀어 주는 역사 해석이 마음에 들었다. 그동안 역사는 소수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는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주류 담론을 대신할 새로운 해석을 추구하는 일반 대중에게 돌려주어야 한다는 저자의 발상에 전적으로 공감을 표한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심오한 내공을 먼저 쌓아야겠지만 말이다.

 

[뱀다리] 바타비아 호의 조난 사건을 다룬 소설을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의 저자 라헐 판 코에이가 썼다고 한다. 왜 갠춘해 보이는 책들은 하나 같이 절판의 운명인지 모르겠다. 또다시 책사냥꾼을 본능이 꿈틀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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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3-23 17: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완전 보물이죠? 전 여행 다니는 동안 읽었는데 풍경 안 보고 책만 읽는다고 친구한테 엄청 한소리 들었던 기억 나요. 근데 내용은 벌써 가물가물거리네요, 아 보잘 것 없는 기억력 ㅠㅠ

레삭매냐 2020-03-23 18:56   좋아요 0 | URL
기대를 하지 않고 만난 책인데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네요 그것도
단숨에!

여행 대신 책이라, 대단하십니다 ~~

초록별 2020-03-24 05: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학도가 말씀해주시니 킵 해두었습니다.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0-03-24 07:27   좋아요 0 | URL
무늬만 역사 학도였습니다...
 
세계를 재다
다니엘 켈만 지음, 박계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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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들도 꾸준하게 사들이고 있지만, 근래 들어서는 예전에 사둔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필두로 해서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이어 독일 출신 작가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도 읽었다. 책이 누렇게 변색이 됐다. 그렇다면 내가 정말 12년 전에 이 책을 샀단 말인가. 돈 주고 산 책은 반드시 읽는다.

 

오래 전, 수학을 전공하는 동생이 있었는데 가우스에 대한 칭찬이 대단했다. 수학의 천재라고 했던가. 원체 수하고는 친하지가 않다 보니 그냥 그러려니 싶었다. 하지만 다니엘 켈만이 소환해낸 가우스 그리고 훔볼트는 18세기 슈퍼스타 같은 그런 존재였다고 한다. 참고로 수학의 3대 천재는 아르키메스와 뉴턴 그리고 카를 프리드리히 가우스(설마 만화 가우스전자에도 영감을 준 건 아니겠지)라고 한다.

 

이 두 명의 지식인 슈퍼스타가 1828년 어느 학회 모임에서 만난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그들의 신분만큼이나 가우스와 훔볼트는 서로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렸다. 전자는 오만한 천재의 전형을 보여 주면서 자신의 학문적 근거지였던 괴팅겐을 떠나지 않고 책상머리에서 수를 가지고 놀면서 세계의 본질을 추구했다. 반면, 부유한 귀족 집안 출신의 훔볼트 남작은 자신이 직접 본 것만 신봉하는 독일식 경험주의의 화신과도 존재였다. 그런 점에서 훔볼트는 당대 세계인의 전형과도 같았던 인물이 아니었나 추정해 본다.

 

수학자로 출발해서 천문학자 그리고 토지 측량업자로 변신을 거듭한 가우스는 돈이 필요했다. 계속해서 연구를 하기 위해서도 그리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도 청년 학자는 돈이 필요했다. 대개의 서생들과는 달리 자신의 후원자를 압박해서 두 개의 교수직을 유지하게 해달라고 생떼를 쓰기도 하고, 토지 측량 사업을 실시하면서 이재에 힘쓰기도 한다. 가우스 같은 천재에게 세상은 너무 쉽게 보였던 게 아닐까. 물론 그런 천재 수학자에게도 자식 농사는 쉽지 않은 임무였다.

 

자신의 전문 분야인 수학이나 천문학에서 그의 실력이 어떨지 몰라도, 연애사업에서는 젬병이었던 모양이다. 첫 번째 부인 요하나에게 편지로 청혼하는 것만 보아도 그렇지 않은가. 아내와의 첫날밤에도 갑자기 떠오른 공식을 적기 위해 책상으로 달려가는 그런 남자에게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가우스는 자신의 능력보다 못한 모든 이들을 우습게 보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아들 오이겐과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19세기 초반, 전 유럽을 호령하던 나폴레옹 전쟁에 대해서도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가우스는 아들 오이겐이 베를린에서 비밀집회에 참석했다가 비밀경찰에게 끌려가 고초를 겪는 것을 그저 무기력하게 바라만 볼 뿐이다. 당시는 보수적 프로이센 국가가 유럽을 휩쓴 자유주의 물결을 극도로 경계하면서 세 명 이상만 모여도 탄압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결국 훔볼트 남작의 호의로 오이겐은 신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되는 것으로 소설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아버지에게 그렇게 구박을 받던 아들은 미국에 건너가서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다나 뭐라나.

 

원래 가우스와 훔볼트의 이야기가 번갈아 가며, 화자에 의해 기술되는 방식이었는데 너무 가우스에게만 치중해서 리뷰를 쓴 느낌이 든다. 그러니 이제 균형을 맞출 시간이 되었다. 가우스와 훔볼트 모두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의 본질을 알기 위해 도전했다. 그리고 화자는 그 둘을 면밀하게 관찰하는 스타일로 소설을 이끌어간다. 철저한 경험주의자였던 훔볼트는 프랑스인 동료 식물학자 에메 봉플랑과 함께 스페인 식민지였던 지금의 라틴아메리카, 당시에는 뉴스페인 혹은 뉴안달루시아로 불리던 신대륙 탐험에 나선다.

 

식인종들이 출몰해서 무시로 공격을 해대는 오리노코 강과 아마존 강 일대를 탐험하고, 열병은 거의 일상에 가까웠고, 고소증으로 환각 증세를 보이면서도 당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알려진 침보라소 산에 오르는 쾌거를 이룩하기도 했다. 남작의 호기심은 자신을 스스로 실험제물로 삼아 전기 뱀장어를 테스트해보기도 하고, 루이스 세풀베다의 소설에도 등장하는 쿠라레 독을 직접 삼키는 만용을 부리기도 했다. 장장 5년에 걸친 뉴스페인 대탐험을 마치고, 신생국가 미국의 대통령 토마스 제퍼슨을 만나 노예 제도에 대한 비판으로 연회장을 얼려 버리기도 했다고 하던가.

 

그런데 한 편으로 보면, 가우스는 몰라도 훔볼트의 탐험에서는 제국주의적 냄새를 지울 수가 없다. 훔볼트 개인의 입장에서 본다면, 대자연에 대한 순수한 학문적 호기심에서 시작된 탐험이 결론적으로 보았을 때 유럽 국가들의 식민지 건설과 효율적 지배에 공헌을 한 것도 사실이지 않은가 말이다. 근대 민족국가의 등장으로 그 어느 때보다 국가 간의 경쟁이 치열하던 시기에 외국인 학자가 자신의 나라에 와서 지리와 풍습, 문물을 조사한다는 데 환영할 군주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훔볼트가 고대하던 인도 원정은 식민지 모국 영국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제국주의 라이벌 영국이 신흥국가 프로이센 출신의 학자에게 자신들이 가진 최고의 보석의 크기가 얼마나 되는지 재 보라고 할 리가 있었을까.

 

소설의 후반, 세계적 명성을 얻은 훔볼트가 러시아 짜르의 허락 아래 떠난 시베리아 원정 당시 지방 관리들이 남작을 곤경을 처하게 만든 상황들이 어디 한 두 번이었나. 위대한 과학자를 접대하기 위해 마련된 연회나 파티 그리고 무도회가 그저 셀럽 초빙을 빙자한 그들만의 사교모임이었을 뿐, 도대체 학문의 자리는 없었다고 한탄하고 불평을 해대던 가우스를 말년의 훔볼트는 비로소 이해하게 되지 않았던가.

 

중세의 어둠을 몰아내고, 마침내 이성과 진리가 시대정신으로 부각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하는 두 명의 프로메테우스들에 대한 문학적 접근은 기대이상이었다. 다니엘 켈만은 게르만 스타일의 국뽕이 흘러넘치는 고런 멋진 소설로 100만 명이 넘는 독일 시민들의 지갑을 털었다고 한다. 다니엘 켈만이 요즘은 어떤 작품을 쓰고 있는지 그냥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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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대산세계문학총서 69
미하일 불가코프 지음, 김혜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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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산 책을 작정하고 읽기에 나섰다. 그리고 세상에 읽지 못할 책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미하일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로 독서의 세계에 빠지게 되었다는 서양 작가의 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장만해 두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내가 처음 읽은 불가코프의 책은 <개의 심장>이었지 아마. 두툼한 책의 두께에 질려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칩거의 시간들이 길어져 가는 어느 봄날 밤에 나는 드디어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집어 들었다. 아니 이 소설 왜 이렇게 재밌는 건가. 읽고 있던 다니엘 켈만의 <세계를 재다>를 때려치우고 <거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제목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자극하지 않는가 말이다. 도대체 거장은 누구고, 마르가리타는 누구란 말인가.

 

러시아 소설들이 그렇듯 한 주인공의 이름이 다양하게 변주되기 때문에 역시나 그들이 푸는 썰의 흐름을 쫓는데 좀 헷갈리기도 했다. 어쨌든 모스크바의 어느 봄 날, 문인 베를리오즈(절대 작곡가가 아니다!)와 이반(이바누시카)이 다양한 언어를 구사한 낯선 이방인/외국인을 만나면서부터 이야기는 내달리기 시작한다. 가장 놀라운 건 이방인 볼란드 교수가 베를리오즈의 처참한 죽음을 예언했고, 그대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소설 속의 소설로 등장하는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소설도 흥미진진하다. 시대를 초월하는 SF장르물 같은 성격으로 이천년을 되돌려 예르샬라임의 예슈아(마시아!)의 수난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거장>의 배경이 되는 현재의 시점이 아마 부활절 즈음에서였을까. 볼란드 교수는 당시 현장에서 예슈아의 수난을 그대로 목격했다지 않은가. 이 정도면 정체불명의 볼란드가 누구인지 슬슬 감이 오지 않는가.

 

검은 마술의 대가를 자처하는 볼란드는 자신의 수하들인 코로비예프와 빨간 머리 아자젤로, 말하는 검정고양이 베헤못 그리고 비서 헬라를 동원해서 대극장에서 수많은 사람들을 모아 놓고 놀라운 흑마술을 시전하면서 관객들을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는다.

 

이 소설은 1938, 스탈린 공포정치가 그야말로 절정에 달했을 무렵에 쓰였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된 사회주의/공산주의 실험이 이십여 년이 지났지만 소비에트 인민들은 여전히 미신과 탐욕에 절은 인간 본성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장>을 통해 불가코프는 예리하게 짚어낸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문제인 거주문제에서 모스크바도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최면에 걸려) 얄타로 날라간 극장장의 아파트를 차지위해 벌이는 암투는 심각한 거주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한다. 그 시절부터 이미 거주문제 혹은 토지소유 문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될 수 없었던 걸까.

 

한편, 정신병원에 수감된 청년 시인 이바누시카는 자신이 체험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어느 누구의 공감도 얻지 못하고, 분열증에 시달리는 불쌍한 영혼으로 규정된다. 그의 모습에서는 진실이 왜곡되고 사라져 버린, 스탈린 치하 비극적 소비에트에 대한 불가코프의 신랄한 비판이 읽혀진다. 진실을 말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으니 말이다. 그리고 드디어 고대해 마지않던 거장이 등장한다. 그는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소설을 정신병원의 동료 수감자다.

 

본디오 빌라도는 예슈아를 유대의 축제 기간에 다른 흉악한 범죄자들과 함께 민둥산(골고다 언덕)에서 처형한 로마의 기사 출신 다섯 번째 유대 총독이었다. 거리의 철학자 예슈아를 신성모독으로 처벌하라는 대제사장 카이파를 대신해서, 사법권을 지닌 유대 총독이 무고한 예슈아에 사형 판결을 내리면서, 지난 이천년 동안 수많은 이들의 욕받이가 된 인물이 바로 본디오 빌라도 되시겠다.

 

한편 본디오 빌라도는 예슈아를 30드라크마에 판 키리아트 출신 배신자 유다의 신변을 보호하라는 밀명을 두건 쓴 사나이(총독의 비밀호위대장) 아프라니우스에게 내리지만, 유다는 여인의 유혹에 빠져 깔끔한 실력을 갖춘 자객의 칼을 맞고 죽음을 맞이한다.

 

, 그렇다면 거장은 바로 그런 본디오 빌라도에 대한 소설을 쓴 사람이라면 마르가리타는 누구인가. 바로 그 거장을 사랑하는 젊은 유부녀다. 그리고 볼란드 교수의 초대에 응해, 발가벗고 빗자루를 탄 마녀로 변신해서 연인 거장의 복수에 나선다. 정숙해 보이는 마르가리타가 거장의 소설을 퇴짜 놓은 라툰스키가 사는 건물을 초토화하는 장면은 정말 압권이었다. 종교와 흑마술, SF시간여행으로 점철된 이 소설을 넷플릭스에게 실사로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소설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복수심에 불타는 마녀 마르가리타가 벌이는 사회주의 심장부에서 벌이는 반달리즘은 스탈린의 폭압적인 통치에 대한 인민의 저항심으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도저히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저항에 나설 수 없기에, 불가코프 스타일의 판타지가 등장하는 게 어쩌면 정해진 수순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흑마술로 인민을 현혹시키는 사탄 볼란드 교수는 스탈린으로, 코로비예프를 비롯한 그의 수하들은 NKVD 수장으로 사회주의 러시아를 공포로 몰아넣은 베리야 정도로 보면 되지 않을까 싶다.

 

볼란드 교수와 측근들이 벌이는 난장판은 수년 뒤에 벌어질 독소전의 전초전으로도 보인다. 러시아에서 인민들에게 구원을 약속하며 마시아 노릇을 하던 독재자가 주최한 만월의 봄밤에 행해지는 대무도회는 그야말로 소설 <거장>의 하이라이트가 아닐 수 없다. 거장 불가코프의 현란한 상상력과 할리우드 자본과 영화 테크놀로지가 의기투합한다면 정말 걸작 영화가 탄생할 지도 모르겠다는 상상이 소설에 대한 몰입을 어지럽힌다.

 

개인적으로 1부에서 현란하게 전개되던 내러티브는 역동성은 2부에서 상대적으로 현저하게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미샤 베를리오즈의 처참한 죽음과 볼란드의 화려한 흑마술에 넘어간 시민들이 보여주는 인간 본성의 노출 그리고 본디오 빌라도의 고뇌. 인간계의 질서를 어지럽힌 볼란드 교수 일당이 벌인 소동에 대한 설명이 집단 최면이었더라는 허무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버릴 것 하나 없이 유려한 스토리가 아닌가 말이다. 모든 인민에게 평등한 삶을 공언한 레닌과 스탈린을 비롯한 혁명가들의 약속이 결국은 하나의 최면술에 지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과연 현대 러시아 문학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조금도 부족함이 없는 그런 작품이었다. 시대를 앞서 간 거장의 은유적 체제 비판, 판타스틱한 내러티브, 흥미진진한 소설의 전개 방식 등 버릴 게 하나도 없었다. 너무 늦게 만난 점이 아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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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0-03-22 0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글을 통해서 느껴지는<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장르를 오가면서도 혼란스럽지 않게 메세지를 전달하는 좋은 작품으로 다가옵니다. 항상 레삭매냐님 덕분에 좋은 작품을 덕분에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3-22 08:49   좋아요 1 | URL
그저 평범한 책쟁이의 독서일기
일 뿐인데, 좋은 봐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열심으로 읽겠습니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욜로욜로 시리즈
라헐 판 코에이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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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머리 아픈 책은 읽지 말지어다. 평소 나의 독서 룰이지만, 그렇다고 입에 착착 감기는 그런 달고나 같은 책들만 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이미 책장에 읽지 않은 책들이 수두룩하기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즈음해서 책사들이기 대신 쟁여둔 책을 찾아 읽어 보자로 선회하게 되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책장에는 읽을 만한 책들이 참 많더라. 라헐 판 코에이의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집었다. 글맛이 아주 마음에 들더라.

 

소설의 실제적인 주인공보다 내가 더 문제라고 생각하는 인물은 바로 인간개바르톨로메 카라스코의 아버지 후안이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소작농으로 고향을 벗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돈 카라스코는 대처에 나가 특유의 성실함으로 공주의 마부가 되었다. 그리고 아내와 다섯 명의 아이들을 모두 천하를 제패한 스페인 제국의 수도 마드리드로 불러들인다. 그렇다면 이제 휘황찬란한 제국의 수도에서 식구들이 잘 지내는 모습이 나와야 하는 게 순서 아닌가.

 

그렇게 소설이 흘러간다면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감동을 짜내는 그 무언가가 결핍되어 보이지 않을까. 그래서 라헐 판 코에이는 돈 카라스코 자식 중에 정중앙에 자리 잡은 바르톨로메가 장애를 가진 난쟁이로 설정했다. 중세를 벗어났지만, 당대에 장애는 신의 저주로 간주되었던 모양이다. 돈 카라스코는 그래서 마드리드에 아들 바르톨로메를 데려 가지 않을 생각이었지만, 다른 가족들과 함께 수도에 간다는 바르톨로메의 주장을 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하고 가끔 네 발로 기는 바르톨로메는 다른 이들의 눈에 띠지 않기 위해 궤짝에 들어가 제국의 수도로 향한다.

 

마드리드로 가는 길은 카라스코 패밀리 모두에게 고난의 행군이었다. 교통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은 시대에 거친 길을 걷다 보면 발이 붓고 터지는 건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수도에서 기다리는 찬란한 삶은 카라스코 패밀리의 고난을 무마하기에 충분했던 걸까.


수도에서 성공한 난쟁이 엘 프리모의 경우를 따라, 바르톨로메는 서기로 성공해서 사람 몫을 하기 위해 크리스토발 수사에게 글공부를 시작한다. 물론 돈 카라스코는 둘째 아들의 외출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띠지 말라고 명령한다. 아들은 아버지의 말에 복종하면 아버지의 사랑을 얻을까 노심초사하지만, 아버지의 자랑은 그저 다른 온전한 자식들뿐이었다. 가뜩이나 장애로 위축된 바르톨로메가 느낄 상실감이 느껴지는가.

 

영민한 바르톨로메의 스승, 크리스토발 수사는 불쌍한 제자에게서 신이 계획한 삶의 오묘한 섭리를 느낀다. 바르톨로메는 특유의 성실함과 배움에 대한 열정으로 그야말로 스승 크리스토발 수사 알려주는 정보들을 문자 그대로 습자지처럼 흡수해 버리지 않았던가. 바르톨로메가 성경으로 다음으로 만나게 된 책이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다는 점도 흥미롭다. 지금은 책의 수급이 어렵지 않았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책으로 대변되는 문학은 부유한 지식인 계급이나 향유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 이제 본격적인 이야기로 접어들 시간이 되었다. 바르톨로메는 우연한 기회에 자신의 아버지가 섬기는 펠리페 4세의 딸 마르가리타 공주의 눈에 들어 인간개로 변신하게 된다. 마르가리타 같은 높은 계급의 귀족들은 일상이 따분할 따름이었다. 그래서 지엄하신 공주는 특이한 것들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자신이 조직한 기인한 캐릭터들로 구성된 서커스단이 그 중에 하나였던 모양이다. 특히 바르톨로메 같은 상상 이상의 추물이라면 더더욱 환영을 받았을 지도.

 

공주의 손에 넘겨진 바르톨로메는 당대 유명했던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휘하에서 도제 수업 중이던 안드레스가 그려준 개분장을 하고 데뷔전을 치른다. 아니 이게 정말 무슨 개 같은 경우인가! 하지만 위기는 기회였다고 했던가. 글을 깨우친 바르톨로메는 궁정에서 라이벌 니콜라시토에게 갖은 수모를 당하지만, 그림그리기에서 자신이 가진 천부적 재능을 발견하고 화가의 길을 걷게 된다.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는 스페인 예술의 황금기 시절인 1656년 발표된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Las Meninas)>을 모티프로 삼은 소설이다. 그림 한 편에서 어떻게 그렇게 당대의 시대상을 관통하는 이야기가 뿜어져 나왔는지 대단하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바르톨로메의 불우한 삶으로부터 시작해서, 글쓰기와 그림 공부로 난국을 돌파해 가는 과정, 영국에 앞서 해가지지 않은 제국이었던 스페인 왕실 내부의 은밀한 속살까지 다양하면서도 무궁무진한 상상력이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를 통해 펼쳐진다.

 

공주의 노리개로 인간개 같은 존재였던 바르톨로메가 천재적 재능과 감각으로 벨라스케스의 제자 파레하 선생의 도제가 되는 과정은 아무래도 작위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하지만, 정식으로 화가가 되기 위한 길드/조합에서 도제 과정을 거치지 않은 바르톨로메는 영원히 화가가 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슷한 처지의 무어인 파레하 선생 휘하에서 우리의 바르모는 그림을 그릴 것이다.

 

그림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시녀들>의 주인공은 마르가리타 공주는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레오폴트 2세와 결혼해서 네 명의 자녀를 두었다고 한다. 다만 21세의 나이에 다섯 번째 자녀를 유산하고 요절했다던가. 자신이 그린 그림인 <시녀들>에 등장하는 화가 벨라스케스는 귀족의 일원으로 산티아고 기사단원이기도 했던 모양이다. 소설에서 벨라스케스는 인간개를 지우고, 대신 진짜 개를 등장시킨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라헐 판 코에이 작가의 다른 책도 만나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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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0-03-17 1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심히 책을 읽으시는 레샥매냐 님!! 마침 궁금하던 책인데 리뷰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0-03-17 14:40   좋아요 0 | URL
요즘 외출을 최대한 자제하게
되어 그동안 집안 곳곳에 쟁여
둔 책들을 섭렵 중이랍니다 :>

프레이야 2020-03-17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오래전에 읽었는데 표지 옷 갈아입고 나왔나 봅니다. 역사에 상상력을 더한 흥미로운 책이지요. 바다를 바라보며 잠시, 봄기운 완연한 날입니다.

레삭매냐 2020-03-17 14:47   좋아요 1 | URL
그동안 책장에만 있다가 드디어
꺼내서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재밌더군요.

바다... 가보고 싶네요.
여긴 춥네요. 마스크 사려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연세 드신 분이 새치기
를 하셔서 기분 잡쳤네요 그것 참.
 


 

tvN<요즘책방:책 읽어드립니다>가 인기다.

아마 최근에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즈음해서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를 진행한 모양이다. <페스트>를 출간한 모든 출판사들이 판매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런 경쟁을 어떻게 봐야 할까(솔직히 말해서 좀 비기 싫다).

 

예를 들어 이전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진행했을 때와는 사뭇 달랐다. 이유는 한길사만 한나 아렌트의 판권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출판사는 언감생심 숟가락을 얹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카뮈의 경우는 달랐다. 아마 사후 저작권 시효가 풀렸기 때문일까, 업계 사정을 잘 모르니 조심스레 추정해 본다. 이미 <페스트>를 출간한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그렇지 않은 출판사는 출판사대로 새로운 책을 준비해서 페스트 마케팅에 나섰다.

 

나는 예전 경주 지진이 났을 때, 이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미리 읽어서 다행이다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유행을 탔다는 핑계는 대지 않을 수가 있어서 말이다.

 

<요즘책방>에 소개되는 책의 선정은 과연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졌다. 널리 알려졌지만 잘 읽지 않는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같은 책은 괜찮은 선정이었던 것 같다. 한나 아렌트의 책도 마찬가지. 카뮈의 <페스트> 역시 위기 상황에 처한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을 반 세기 전에 고찰했다는 점에서 탁월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다만 자신이 읽는 책도 방송의 시류에 편승해야 한다는 점이 좀 아쉽다고나 할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스 팔라다(<술꾼> 읽다 말았음)나 타리크 알리 같은 작가들을 소개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긴 타리크 알리의 소설들은 다 절판된 책이라 구할 수도 없지.

하나의 도전일 수도 있는데 방송쟁이들이 그런 모험을 할 리가 없겠지.

뭐 그렇다고.

 

설마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 이런 책을 진행하진 않겠지.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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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0-03-16 16: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실 TV방송탓에 베스트셀러가 된 책들이 무척 많지요.한권 판매라도 아쉬운 출판사입장에선 불감청이언정 고소언이라고 방송국이 공짜로 해주는 광고가 무척 고마울 따름이지요^3^

레삭매냐 2020-03-16 17:02   좋아요 1 | URL
전 사실,,, 그게 과연 공짜인지
그게 정말 궁금합니다.

협찬을 받았다고 말하면 진정성
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stella.K 2020-03-16 17: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스 팔라다, 타리크 알리라. 이건 정말 매냐님 서재나 들어와야 알 수 있는 책이네요.
참 들어 보는데요?ㅎ
페스트는 시의도 있지만 다룰만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까뮈가 유명 하지만 일반인은 잘 안 읽잖아요.

글쎄 좀 의문스럽긴 하죠? 근데 출연진들 하나 같이 책커버를 씌우고
진행을 하더란 말이죠. 그런 걸 보면 감수나 선정위원 같은 사람은 있어도
협찬을 받을 것 같지는 않기도 한데. 제작비에 비해 가성비 높잖아요.ㅋ

레삭매냐 2020-03-17 10:48   좋아요 2 | URL
기냥 프로 불편러의 썰로 보아 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페스트> 선정은 정말 탁월했다고 생
각합니다.

방송은 실제로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책커버를 씌웠나 보네요 그것 참...

cyrus 2020-03-16 22: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서양미술사>를 너무 띄워주는 방송이 마음에 들지 않았어요. <서양미술사>의 초판은 나온 지 꽤 오래됐어요. 스테디셀러이긴 하지만, 사실 <서양미술사>보다 내용이 더 좋고, 젊은 느낌이 나는 서양미술사 책이 많아요.

레삭매냐 2020-03-17 10:49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방송에 나오는 분들이
프로 책쟁이들이 아니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네요.

북큐레이터로 우리 싸이러스
브로 같은 분에게 의뢰해야
하는데 말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