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나는 열린책들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 읽지 못하고 실패했다.

되돌아 보니 내가 다 읽은 책은 유시민 선생의 <청춘의 독서> 연쇄 독서로 만난 <죄와 벌>이 유일했다. 그것도 미처 리뷰는 쓰지 못했더라.

왜 리뷰를 쓰지 못했을까. 모르겠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은 읽지 못했으니 리뷰가 없는 게 당연하다.

이번에 문동에서 도끼 선생 읽기 프로젝트를 시작해서 나도 숟가락을 얹었다.

지난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했다네.


물론 책은 2년 전에 사두었다, 사두기만 하고 읽을 시도도 안한 것 같다. 책이 아주 깨끗하다.

예전에는 책에 메모 하나 하지 않고 읽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그래서 무엇 하나 싶어서 이제는 4B 연필로 마구 끄적이며 진도를 빼고 있는 중이다. 나는 4B 연필만 사용한다. 지난주에도 12자루를 샀다. 이유는 없다. 그냥 잘 써지니까 정도로 해두자.


책읽기에는 일종의 허영과 과시욕이 잔뜩 배어있다. 그렇다면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정도는 읽어주어야 하지 않은가. 그런데 그런 식으로 책을 읽다가는 고전만 줄창 읽다가 죽을 지도 모른다. 그러니 어느 정도껏 하는 게 좋을 듯 싶다. 고전도 다 못 읽을 게 뻔하니 하는 말이다.


이제 더 이상 문동에서 내가 애정해 마지 않는 세문 양장판이 나오지 않는다. 그게 좀 아쉽다.

오늘 종일 뛰었더니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다. 책읽기 숙제나 하다가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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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0-05-25 0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저도 이거 읽고 있어요~ 일권 거의 다 끝나가요 :-) 번역 넘 좋다고 생각합니다

레삭매냐 2020-05-25 08:10   좋아요 1 | URL
저는 한 쪽 정도 읽었습니다.

기운내서 달려 보렵니다.

비연 2020-05-25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끼선생 ㅎㅎㅎ 홧팅에요! 저도 이 책 다시 읽고 싶은데 시간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레삭매냐 2020-05-25 10:36   좋아요 0 | URL
일찍이 이탈로 칼비노 선생님께서
이런 말쌈을 해주셨답니다.

고전은 다시는 읽는 것이라고.

처음 도전하는 얼치기 독자는
심히 부끄럽습니다.

단발머리 2020-05-25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숟가락 얹은것 같은데 아직 시작은 못하고 있어요. 예전에 열린책들로 읽다 포기해서 이번에 문동으로 읽으려 하는데 도서관에는 다 민음사판이네요. (민음사 좋겠다) 그래도 문동으로 읽어야겠죠?

레삭매냐 2020-05-25 13:12   좋아요 0 | URL
네... 아마 문동 프로젝트는 자기네
출판사에서 나온 책으로 한정한 것
같습니다.

번역은 민음사판보다는 낫다고 하시
네요.

stella.K 2020-05-25 14: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문동에서 도선생 한 달 읽기 프로젝트하잖아요.
그거 신청해 보시죠. 선물도 준다던데.
아. 벌써 신청하셨군요. 잘 하셨네요.

저도 카 씨 형제는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는데 <좌와 벌>은 완독했지요.
열린책으로 읽었는데 이번에 문동에서 새로 나와서 읽어보고 싶긴한데
한 달 프로젝트는 좀 망설여지더군요. 워낙 읽을 책이 많아서 책은 가급적 안 사려고 하거든요.
그래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긴 합니다.

레삭매냐 2020-05-25 15:13   좋아요 1 | URL
맞삽니다, 바로 그 프로젝트였던 것입니다.

금요일부터 읽기 시작했고, 신청은 토요일
날 했네요.

워낙 읽을 책이 많다는 점에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마구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한 달 안에
변심하지 않고 읽기 위해서 말이죠.

coolcat329 2020-05-25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하고 싶었지만...자신이 없어서 그냥 바라보기만 했네요. 저는 민음사로 갖고 있는데 문동이 번역이 더 낫군요. 기운내셔서 꼭 완독의 기쁨 맛보시길요~!

레삭매냐 2020-05-25 15:14   좋아요 0 | URL
오늘까지 150쪽 정도 읽었네요.

하루에 한 50쪽씩 읽는 진도네요.

본 프로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선행학습으로 달리는 느낌이랄까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창비 리뷰 대회 택배가 왔다는 뉘우스를 듣고 집으로 거의 날아오다 시피 튀었습니다.

발걸음도 경쾌한 나의 불금 퇴근길.


폴스태프님의 쐬주 한 사발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서얼마아~하는 뭐 그런 기대감.


그리고 랜덤 픽이라는 기대감.


상자 언박싱부터 들어갑니다. 사이즈는 45cm X 32cm 정도입니다.



아악, 나의 님은 그렇게 가버렸습니다.


뒤도 돌아보지도 않은 채.


일말의 기대는 그대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랜덤이 아니었나 봅니다.


그냥 모두 다 똑같은 책들.


* 나중에 덧붙인 글입니다.


그런데 가만 보면 표지 2/3 지점부터 변색된 것이 보이지요.


폴스태프님의 책들과 동일하네요. 그리하야 빈티지한 스타일인가 싶어 창비세문 다른 책들을 보니 이런 현상이 없더군요.



그나마 책읽는당의 선물들로

위로를 해보렵니다.


차고 넘치는 에코백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다섯 자루인가의 연필과.

저는 4B만 쓰는데 아마 그럴 일은

없겠죠.



밥이나 묵어야겠습니다.


* 심지어 이반 일리치는 6년 전에 산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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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0-05-22 19: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요! ㅠㅠ랜덤이 아니에요

레삭매냐 2020-05-22 19:52   좋아요 1 | URL
출판사의 멋진 마케팅 승리라고 부르고 싶네요 ㅠ

과연 다른 분들도 같은 책들을 받았는지
궁금하군요.

Falstaff 2020-05-22 2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아아아아ㅏㅏㅏㅏㅏㅏㅏㅏㅏㄱㄱㄱㄱㅋ
이 정도면 창고 떨이 수준이네요. 한 권 정도는 바뀔 줄 알았는데.... 흑흑흑.....
하여간 1차로 받으신 분들은 이 수준일 거 같고요,
그래서 1차로 받은 사람들이 열심히 짖어야 2차로 받는 분들이 좀 더 양질의 책을 받으실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비극도 이런 비극이..... 흑흑....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월월 ~~~ 왈왈 ~~~

아마 이 정도로 짖어서는 택도 없을
듯 합니다. 더욱 더 가열차게 짖어야
쨀끔이나 하지 않을까요 ㅋㅋ

잠자냥 2020-05-22 22:03   좋아요 1 | URL
2차로 받고 싶다......... ㅋㅋㅋㅋㅋ

Falstaff 2020-05-22 20: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에 선합니다.다락방님, 잠자냥님, 단발머리님 긴장하고 계시는 모습이요.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0-05-22 21:47   좋아요 0 | URL
그나마 책읽는당의 에코백
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잠자냥 2020-05-22 21:53   좋아요 1 | URL
휴 ㅜㅡㅜ

단발머리 2020-05-23 08:32   좋아요 1 | URL
전 이제 막 주소 전송해서요, 2차 아니면 3차일거라 작은 희망을 갖고 있는데 말입니다. 아아... 정말 정말 그렇게 될까요? 우리 모두 같은 책으로 인증하게 되는 건가요?

다락방 2020-05-23 16:43   좋아요 0 | URL
아니, 레삭매냐님도 같은 책이라니... 너무 어처구니가 없네요 진짜 ㅋㅋㅋㅋㅋㅋㅋㅋㅋ저 책들에 ‘창비드림‘ 찍어줄거면 그냥 넣어두라 말하고 싶네요. 어쩔 ;;

페넬로페 2020-05-22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럴수가~~
그래도 상을 받았다는것에 의의를 두고
누리십시요^^

레삭매냐 2020-05-22 21:57   좋아요 1 | URL
네 그럴라구요.

근데 쫌 아쉬운 건 어쩔 도리가 없네요.

잠자냥 2020-05-22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그 책이네요 ㅠㅡㅠ 나도 저거 오나 보다 에이 젠장 ㅠㅠㅠㅠㅠㅠㅠ

레삭매냐 2020-05-22 21:58   좋아요 0 | URL
혹시나는 역시나로 귀결이 되어 버렸습니다.

심지어 하나는 예전에 샀던 책이라는.

chika 2020-05-23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흠... 리뷰대회 얘기는 모르지만. 분의기상.
창비가 나날이 실망을 축적하고 있네요 ...

레삭매냐 2020-05-23 13:22   좋아요 1 | URL
뭐 저야 그렇다 치고 다른 분들
이라도 좀 갠춘한 책들을 받으
셨으면 합니다.

창비세문이 80권이나 되는데
그것 참...
 
펀 홈 : 가족 희비극 (페이퍼백) 움직씨 만화방 2
앨리슨 벡델 지음, 이현 옮김 / 움직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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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다양한 책과 만나게 되는 경로가 아닐 수 없다. 알라딘 이웃인 단발머리님의 소개로 이 책을 알게 됐다. 그리고 바로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고놈의 코로나 때문에 요즘에는 도서관 입장도 쉽지 않다. 열을 재고, 도서관 회원증의 바코드 스캔을 하고서야 입장할 수가 있었다. , 마지막 단계가 빠져 있었구나. 손소독.

 

바로 책을 빌린 다음에 한 시간 정도 내쳐 달렸다. 흠 이 책 흥미롭고 재밌구먼. 게다가 내가 좋아라하는 그래픽노블이지 않은가. 다만 글밥이 좀 많은 게 조 흠이랄까. 그래픽노블의 시작은 저자 앨리슨 벡델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은 사건으로부터 시작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사고사이지만, 앨리슨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의 죽음을 자살로 규정한다.

 

아 그전에 그래픽노블의 제목으로 등장한 <펀 홈>에 대한 설명부터 해야겠다. 펀 홈은 funeral home 의 약자로 벡델 집안의 가업이다. 군인으로 저자의 어머니 헬렌과 독일에 체류 중이던 아버지 브루스 벡델은 할아버지의 부고 소식에 고향 비치 크리크로 돌아온다. 그리고 장례업을 하면서 동시에 고등학교 교사로도 활동한다. 저자에 의해 소개되는 아버지의 취향을 보면 아무래도 쫌하는 의심이 든다. 고급은 아니지만, 벽장 게이 스타일로 집안의 모든 걸 공들여 수리하고 고치는 예술가의 취향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픽노블에는 제임스 조이스와 오스카 와일드의 이야기들이 연달아 등장한다. 앨리슨의 눈에 어머니 헬렌은 남편 오디세우스의 부재로 20년 동안 과부생활을 한 페넬로페의 다른 모습이다. 아이들을 셋이나 낳은 브루스가 사실은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철저하게 숨긴 벽장 게이였다니! 물론 앨리슨은 일기장 회고를 통해 여러 가지 단서들이 차례로 등장시킨다. 아버지가 보관 중이던 사진에서 찍은 사진, 미성년자에게 술을 사주었다는 혐의로 법정에 서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다는 이야기 등등.

 

또 한 가지 중요한 역사적 사실은 자신의 생리 시작과 더불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게 되었다는 점도 짚어낸다. 보통 사람과 똑같은 행세를 했지만 사실은 벽장 게이였던 아버지 브루스와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수호하는데 앞장 서야 했던 정치지도자가 사실은 민주주의 파괴자였다는 기묘한 변주. 흥미롭지 않은가. 우리에게 워터게이트 사건은 이제 기억조차 희미한 사건이었지만, 당대 미국인들에게 그 사건은 일대 충격이었다. 정치 사회 문화 모든 면에서.

 

대학에 진학한 앨리슨은 비로소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깨닫고 자아를 찾기 위한 모험에 나선다. 아마 가장 먼저 했던 일이 부모님에게 자신이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편지로 알린 것이었지. 자신의 처지를 가장 잘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던 아버지와의 관계가 사실은 가장 어려웠던 모양이다. 저자가 정말 다양한 독서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어가는 과정이 개인적으로 이 그래픽노블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 십대 시절, 강박 의식에 사로 잡혀 소멸의 공포를 느끼는 지점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어느 시점에서는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니었을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왜 아버지는 진작에 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 앞에, 그랬다면 자신과 자신의 형제들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는 엄혹한 사실 앞에서는 그런 가정을 부인하고 싶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앨리슨 벡델의 다른 작품인 <당신 엄마 맞아?>도 만나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고 책은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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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0-05-22 18: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페이퍼에 등장하는 알라딘 이웃 단발머리입니다^^ 저도 같은 책을 읽었건만, 분명 저도 읽었건만 레삭매냐님 리뷰 읽으면서 다시 이 책이 읽고 싶어지네요. 특히 저자가 초경하는 시점과 대통령 닉슨이 몰락하는 과정의 묘한 일치에 대한 설명과 해석에 감탄합니다.
참고로만 말씀드리자면, 전 <당신 엄마 맞아?>도 좋았습니다. 저자가 정신상담을 받는 과정이 책에 그대로 서술되는데 그 점에서 아트 슈피겔만의 <쥐>와 비슷하다는 생각도 했고요.

레삭매냐 2020-05-22 17:58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이 읽었다는 말을 듣고서
바로 도서관으로 내쳐 달렸답니다.

상당히 흥미로운 그래픽노블이었습니다.

<당신 엄마 맞아?>도 봐야 하는데,
고건 도서관에 없더라구요. 그렇다면
사서 읽어야 하나 뭐 그런... 급관심
이 땡기네요.
 
사색의 부서
제니 오필 지음, 최세희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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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드럽게 재밌는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졌다. 애석하게도 책이 흘러넘치는 나의 서가에는 그런 책이 쉬이 눈에 띄지 않더라. 차선책으로 일주일 전에 주문한 제이 오필의 <사색의 부서>를 집어 들었다. 아니 이거 재밌는데. 그런데 그 재밌다는 생각은 딱 절반까지만.

 

뉴욕 출신 브루클린에 사는 주인공이 오하이오 출신 남자를 만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에 골인했다. 자연스러운 수순대로 아이도 가지고, 출산과 독박육아에 이러는 과정들이 구렁이 담너머 가듯 그렇게 유려하게 진행된다. 이런 담담한 일상에 대한 조용한 스케치가 나는 마음에 들더라. 그렇지 다들 그렇게 사는 거지. 삶이라는 게 뭐 특별날 게 있나.

 

아니 어쩌면 어렸을 적에는 그런 특별한 삶을 꿈꾸었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살만큼 살고 보니 평화롭게 사는 게 좋다는 걸 깨닫게 됐다. 오늘도 무사히. 아무런 일 없이, 분쟁도 말다툼도 없는 그런 무색무취한 삶 말이다.

 

주인공은 나에서 아내(the wife) 그리고 그녀로 변신을 거듭한다. 괴물예술가가 되고 싶었던 그녀는 아이를 기르며 글도 쓰고 대학에서 교수로도 활동하는 모양이다. 게다가 고스트 라이터로 우주비행사가 될 뻔한 남자의 이야기도 써주고 가외로 짭짤한 수익도 올리는 모양이다. 문제는, 바로 그녀의 남편이다.

 

그녀의 사색이 깊어지려는 찰나에 어느 순간 <부부의 세계>가 등장한다. 짜잔! 어떤 공식들이 희미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아이가 대여섯 살이 될 적에 배우자가 바람이 든다고. 그리고 상대방의 외도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1,000시간 정도가 필요하다고 했던가. 나는 소설의 전반전까지는 무척이나 흥미롭게 읽었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삶의 허무함 뭐 그런 것들이 매력적이었다.

 

그런데 부부의 세계로 진입하면서부터 뭐랄까 이야기가 매너리즘에 빠져 버린 느낌이랄까. 바로 그 지점부터 소설이 언제 끝나나 싶어졌다. 빨리 마무리를 짓고 리뷰를 써야지 하는 하나의 강박관념. 시작은 기대 이상으로 창대하였으나 결말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더라.

 

기대했던 빗속에서의 삼자대면은 시시하게 끝났다. 원래 그런 개싸움은 서로 격렬하게 맞부딪혀야 재미가 상승하는 법인데, 혼자서만 길길이 날뛰니 재미가 있을 리가 있나 그래. 물론 그런 장면도 제니 오필 작가의 냉철한 계산 아래 진행된 것이겠지만. 그것은 마치 한물간 복서가 링 위에서 섀도 복싱을 하는 그런 느낌이랄까.

 

나의 결론은 에이 입맛만 버렸다지 싶다. 책을 읽을 적에는 무언가 상당한 기대감이 밑줄도 좍좍 긋고 그랬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리뷰를 빨리 마무리 짓고만 싶은 그런 느낌. 나의 독서는 어설픈 리뷰로 끝이 나니 말이지. 4B 연필로 죽죽 그은 연필 자국들이나 메모들은 지우개로 잘 지운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주어야 하나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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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5-22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도 예전에 연필 자국 지우개로 지워 중고샵이나
동네 주민센터에 기증하곤 했는데.
뜨끔할 정도는 아니지만 분명 편한 건 아니었죠.
책 디자인 마음에 들긴 하는데...

레삭매냐 2020-05-22 17:09   좋아요 0 | URL
일단 읽기에 부담이 없어서
좋긴 했는데...

중반까지 잘 나가다 갑자기
<부부의 세계>로 넘어가면서
급속도로 흥미가 떨어지더라구요.

젤소민아 2020-05-28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럽게 재밌는 소설..ㅋㅋㅋ 저도 그런 거 좀 찾아볼랍니다~. 표지, 엄청 심플하고 독특하네요~그런데 레삭매냐님 희생으루 전 안 읽어도 될라나 봅니다~ㅎㅎ

레삭매냐 2020-05-28 14:51   좋아요 0 | URL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진
몰라도 저는 쫌 그랬던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평이 좋다고 해서 도전
했었는데...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
전김해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정확하게 열하루 전에 읽은 책의 리뷰를 기억을 더듬어 가며 적어 본다. 원래 리뷰는 책을 읽고 나서 따끈따끈할 적에 써야 모름지기 제 맛인데. 뭐 가끔은 이렇게 시간이 지난 다음에, 무당파 장삼봉 선생 앞에서 태극권을 연마하던 장무기처럼 모든 걸 다 잊은 다음에 기억을 더듬어 가며 리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멋이 아닐까.

 

<사자와 생쥐가 한 번도 생각 못 한 것들>은 내가 보기에 서양 우화와 동양 전래설화의 퓨전적인 만남이 아닐까 싶다. , 포스트모더니즘적인 결합이 아닐 수 없다. 며칠 전에 보르헤스 선생의 <불한당들의 세계사>를 읽으며 역시나 새로운 것은 없다. 이제는 재창조가 대세구나 싶었는데, 그전에 만난 <사자와 생쥐>도 리크레이션(recreation)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사자와 생쥐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들은 운명적으로 친구가 된다. 그리고 그들은 느닷없이 바다를 보겠다고 여행을 떠났지. , 나도 바다에 가보고 싶다. 칙칙폭폭 기차를 타고 간다면 더욱 좋겠지. 그런데 녀석들은 아마도 그런 교통수단을 이용할 줄 모르니 걸어서 갔으리라. 용궁 토끼가 바다사자를 만나 보라는 말에, 생쥐와 사자는 산소통을 메고 바다를 향해 모험을 떠난다. 상상력이 마구 발휘되는 지점이 아닌가. 어떻게 사자와 생쥐가 산소통을 구했는가 따위는 중요하지 않지. 그들이 바다 여행을 한다는 점이 내게는 중요할 뿐.

 

범고래에게 잡아먹힐 뻔한 바다사자는 생쥐/사자 조합에 합류한다. 다시 길을 떠난 그들의 목적지는 산속이다. 바다 속은 그들에게 너무 위험해서였겠지. 산속에서 나무꾼 아저씨는 만난 생쥐 일행은 이번에는 나무꾼에게 각시를 찾아 주겠다는 오지라퍼로 활동하게 된다. 아 내가 원하는 개연성은 안드로메다로? 상관 없다, <사자와 생쥐>가 포스트모더니즘 성격의 다시 쓰기 소설이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환기시키고 싶다.

 

녀석들은 옥황상제의 막내 선녀를 납치해다시피 해서 나무꾼과 사랑에 빠지게 만든다. 어 왜 자꾸만 마음이 불편해지는 거지. 이건 아닌데... 어쨌든 나무꾼과 사랑에 빠진 막내 선녀는 언니 선녀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지상에 남는 것을 선택한다. 만남과 선택, 우리 삶에서 항상 주어지는 선택지였나 어쨌나.

 

언니 선녀는 나무꾼 동네의 강쇠를 섭외하고 사주해서 나무꾼을 타락시킨다. 어라, 이 장면은 또 성경에 등장하는 에덴동산에 등장하는 뱀돌이 스토리와 비슷하잖아. 언니 선녀의 계교에 빠진 나무꾼은 화형당할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난다. 중세를 풍미했던 마녀사냥에 대한 오마쥬려나... , 너무 다양하고 복잡스러운 이야기들이 마구 넘실거린다. 정말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짬뽕탕이라는 느낌이 든다(솔직히 맛깔스럽긴 하다, 그리고 흥미진진하기도 하고).

 

어쨌든 해피엔딩으로 귀결되고, 강쇠는 오늘도 노역 아닌 노역에 시달린다지. 그게 다 욕심 때문이라는.

 

책을 다 읽고 나서 무언가 거창한 썰을 풀어 보려고 했으나, 그럴 만한 능력이 안된다는 걸 잘 알기에 이 정도로 마무리하려고 한다. 아마 또 열하루 전에는 또 다른 느낌이 아니었을까. 책을 뒤적거려 가며 내가 놓친 게 무엇이 있나 찾아보는 재미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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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9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5-19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