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와 오늘에 걸쳐 진주박물관과 건들건들 팀에서 제작한 화력조선 시리즈 가운데, 1467년 함길도 만령전투와 1555년 을묘왜변 영상을 너튜브로 보았다. 역시 너튜브가 대세인 시대구나 싶었다.

 

우선 전자인 만령전투부터 살펴보자. 계유정난을 통해 조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오른 수양대군 출신 세조는 세종의 아들이라는 사실 외에는 전통적 유교질서인 적장자 왕위계승의 정통성이 1도 없는 그런 군주였다. 그런 자신의 핸디캡을 지우기 위해, 단종이야말로 정통이라고 생각하는 인사들을 이른바 살생부라는 명목 아래 숙청했다. 유교적 질서 타령을 하는 사대부들을 통제하고 체제유지를 위해 중앙집권적 철권통치를 행사했다. 이 와중에 조선 왕조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함길도를 비롯한 북방 지역에서 지역 출신 인사 대신 중앙 출신 관리들을 현지에 파견하면서 현지인들과 갈등이 고조되었다.

 

지중추부사와 회령 절제사를 지낸 함길도 길주의 호족 출신 이시애는 이에 불만을 품고 동생 이시합과 매부 이명효와 모의해서 세조 13(1467) 516일 함길도 절도사 강효문을 죽이고 거병에 나선다. 당시 5월의 조선왕조실록을 살펴보니, 세조가 야심차게 실시한 호패법에 많은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강효문 역시 백성들의 재물을 수탈한 비위 문제로 탄핵당할 위기였다.

 

화력조선은 이런 역사적 배경보다는 주로 이시애의 반란군과 조정이 파견한 도총사 구성군 이준(26)과 남이(26) 그리고 강순(77)의 정부군의 대결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시애가 이끄는 반군은 조정의 중신인 한명회와 신숙주가 내응한다는 선전전까지 전개해서 이에 넘어간 세조는 그들을 반란 초기 감옥에 가두기도 했다. 구공신들을 믿을 수 없게 된 세조가 이준과 남이 같은 젊은 장수들을 중심으로 발탁했던 것 같다.

 

14675, 길주에서 막이 오른 반란은 강원도 철원까지 진출하며 기세를 올린다. 당시 이시애 반군의 주력은 익속군 4,500명 가량으로 <화력조선> 영상에 따르면 이 중 1/4 정도가 화포 무기로 무장했다고 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변방에서 근무하면서, 여진족을 상대로 전투를 치른 당시 조선 최강군이었다.

 

왕족 출신으로 문과에 급제하고, 훗날 영의정 대리까지 오른 약관의 총사령관 구성군 이준은 3만의 관군을 중심으로 반란군 요격에 나선다. 도총사 이준은 반군 진압에 화약 병기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사전총통(세중전) 삼총통(차중전) 완구 그리고 화차 같은 화약 병기의 보급을 요청했다. 이시애가 이끄는 반군은 곧바로 시작된 정부군의 반격으로 함길도로 후퇴하고, 북청 포위전에서 치열한 전투를 치른다.

 

영상에서 다룬 1467731일경, 만령전투는 반란 진압의 승부령이었다. 초반 지세를 장악한 반군은 5만의 관군을 상대로 비등한 전투력을 과시했다. 승기가 반군 쪽으로 기울던 차에 등장한 관군의 화차는 전세를 역전시켰다. 아마 요즘으로 치면, 전차부대의 등장 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만령전투 당시 반군의 주력이었던 익속군은 다음의 세 가지에서 관군을 압도했다. 첫째, 지형을 잘 파악하고 있던 반군은 만령을 장악하고 관군의 공격에 대비했다. 둘째, 그들은 화약 병기 사용에 있어 실전에서 익힌 숙련도를 자랑했다. 피아간에 같은 무기로 싸운다고 하더라도, 실전에서 적용했던 실전부대의 그것을 관군이 능가할 수 없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비록 전투에 패하긴 했지만, 익속군은 후위전에도 뛰어난 솜씨를 보여주었다. 일사분란하게 부상당한 병사들을 후송시켰고, 남은 병장기들도 관군이 사용하지 못하게 폐기했다. 공격보다 더 어려운 것이 일찍이 후위전이 아니었던가. 방어전에서도 세 겹의 방패부대로 관군의 화약 병기 공격에 대비하는 모습도 보여 주었다.

 

결국 이시애는 반란 3개월 만에 수하의 배신으로 관군에게 체포되어 812일 능지처사형을 받고 효수되었다. 세조는 함길도를 좌우로 나누어 통치했고, 반란군의 중심지였던 길주는 길성현으로 강등되었다. 함길도는 이후 반역향으로 취급되어 훗날까지도 차별이 이어졌다.

 

이렇게 실전에서도 총통과 화차를 이용한 화력전을 구사하던 조선이 125년 뒤인, 임진왜란 때는 왜 조총으로 무장한 왜군에게 고전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아무래도 개국 이래 큰 전란 없이 태평세월이 계속되었던 게 문제가 아니었나 추정해 본다. 조선 정부에서도 화약 무기가 강력한 무기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작 성능 개발과 실전 배치 같은 디테일에는 무심하지 않았나 싶다.

 

그와는 달리 일본에서는 한 세기에 걸친 센고쿠 시대가 계속되면서 포르투갈을 통해 도입한 조총을 개량하고, 보병 전술에도 도입해서 오다 노부나가 같은 다이묘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임진왜란에서도 조총부대로 전쟁 초기 조선군을 압도할 수 있었다.

 

역사에 가정이 없다고 하지만, 조선군이 총통과 화차 같이 강력한 화약 무기들을 보유했다면 왜란 당시 초전에 그렇게 왜군에게 완패는 면하지 않았을까. 뭐 그렇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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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양장) - 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고양이의 행복 수업
제이미 셸먼 지음, 박진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2월
평점 :
절판


 

아니 요즘 만나는 책들은 왜 죄다 고양이가 들어가는 거지? 이틀 전, 제이미 셸먼이라는 리즈드(RISD:잘 나가는 디자인스쿨이다)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그리고 쓴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를 만났다. 이거 그림체가 딱 내 스타일인데! 아니 나도 그럼 연필을 들어 이 작가의 괭이 브룩시를 모사해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요런 생각이 딱 10초 들었다. 물론 귀찮아서 톰보우 4B 연필로 그림 그리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았다. 아 나의 귀차니즘이여~

 

책장을 풀쩍풀쩍 넘기다가 그냥 든 생각 중에 하나가, 이렇게 좋아하는 괭이 그림을 그리면서도 먹고 살 수가 있구나 싶었다. 수십억 명 지구별에 사는 이들이 먹고 사는 일들이 다 틀린 것처럼, 자신이 전공하고 좋아하는 그림을 그리면서 생활하는 이도 있구나 싶은 생각에 그랬다고.

 

제이미 셸먼의 널뛰기 감정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네 인간의 감정이란 언제나 그렇듯 한 방향만 보고 있는 건 아니니까. 홀로 있고 싶다가도, 무리를 동경하기도 하고. 누구의 간섭도 원하지 않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언이나 충고는 대환영 아닌가. 내 개인의 문제에 집중하다가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생각에 주위에 약자를 돕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 또 우리의 본성이 아닐까. 작가는 바로 그런 세세한 점들을 예리하게 짚어낸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었다.

 

가끔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막가파식 삶의 스타일에도 대찬성이다. 그리고 보니 어려서부터 잔소리를 아주 싫어했다. 그런데 나이가 드니 이제는 잔소리 회피 기술이 늘어 잘 대처하게 되었다. 누가 말했던 것처럼 나이와 술이 젊은 날의 나의 강퍅함과 성난 기질을 깎아 내리고 이제 조금은 둥글둥글해졌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한다면 거리를 두는 게 좋아>는 바로 그런 식으로 처음으로 작가의 고양이 브룩시 일당을 만나 감정이 무장해제되는 순간들을 덤덤하게 포착해낸다. 일단 푸근해 보이는 고양이 녀석들에게 인간의 감정을 빙의당한다. 뭐야, 이 녀석들 생각보다 귀여운데. 그런 다음 초단위로 감정이 휙휙 변해 가는 우리네 사유의 등장과 소멸이 함께 한다. 저자가 운전하는 그런 감정 변이의 롤러코스터에 올라타서 공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거야말로 기대 이상의 즐거움이 아니던가.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그 너머의 결말을 이미 알고 있는 우리 자신에게 던지는 위로의 메시지가 아닐까. 원래도 그랬지만, 대충 살자의 내 삶의 모토가 아니었던가. 뭐라도 하지 않으면 강박에 시달리게 되는 우리 현대를 사는 사람들이 고양이 브룩시 일당들의 여유롭게 사는 법을 배우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결국 모사도 따라 해보게 됐다. 연필로 쓱쓱 그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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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5 10: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따라 저도 그려봄 ㅋㅋ

앞발 들고 차룟!
  ∧_∧
  ( ・ω・)=つ≡つ
  (っ ≡つ=つ
./   )
( / ̄∪

레삭매냐 2021-02-05 11:36   좋아요 2 | URL
제가 그린 어설픈 그림보다
헐배~ 나아 보입니다 :>

헛 헛 마치 박싱하는 괭이?

잘잘라 2021-02-05 11: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연필로 쓱쓱‘
‘연필로 쓱쓱‘

오늘 계속 흥얼거릴것 같아요. ^^

레삭매냐 2021-02-05 11:47   좋아요 2 | URL
제이미 셸먼 공방 홈피에 들어가
보니 마음에 드는 갠춘한 그림들
이 제법 있더라구요 :>

기회가 되면 다시 한 번 모사해
보고 싶네요. 날림으로요.

페넬로페 2021-02-05 11: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진짜 고양이가 대세인가봐요^^
딸아이도 유튜브로 고양이 기르는 프로를 많이 보더라구요^^고양이만 여러 마리 길러도 조회수가 많아 거뜬히 먹고 살 수 있는것 같아요**
레삭매냐님, 일러스트 넘 좋은데요**☆☆☆☆☆

레삭매냐 2021-02-05 13:13   좋아요 4 | URL
요즘 너튜브는 정말 다양한 방식
으로 진화하는 모양입니다.

고양이랑 노는 영상으로도 벌이
가 되는군요 ㅋㅋ

날림으로 보고 그린 거랍니다.

얄라알라 2021-02-05 12: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냥이 넘 개성있게 그리셨는데요^^

레삭매냐 2021-02-05 13:14   좋아요 3 | URL
책에 나오는 그림 중에서 가장
쉬워 보이는 녀석으로 베꼈습니다.

컬러링은 색깔펜이 없어서 패스
했습니다.

단발머리 2021-02-05 1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쓱쓱 그리신 거란 말인가요? @@
넘 근사한대요!!!

레삭매냐 2021-02-05 13:33   좋아요 3 | URL
덧글에 힘입어 두번 째 넘도
한 마리 더 그려 보았습니다.

coolcat329 2021-02-05 13: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어머 저는 첫번 째 고양이 넘 좋은데요 ~~♡

레삭매냐 2021-02-05 13:33   좋아요 4 | URL
항상 이게 문제네요 -

내친 김에 한 마리 더 그려 보았는데
망했네요. 역시 첫번째 시도가 더 좋
더라는.

청아 2021-02-05 16: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저는 두번째가 더 좋아요. 코고는 소리가 들리는 듯함ㅋㅋㅋ👍

레삭매냐 2021-02-05 19:05   좋아요 2 | URL
연필 위에 볼펜으로 덧칠해서
윤곽선을 좀 더 붙여 보았습니다.

붕붕툐툐 2021-02-13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야~ 따라 그린 고양이 넘나 귀여워요~~ 레삭매냐님도 고양이 책 내시려는 겁니까?
저도 반려 고양이로 태어나서 어슬렁 거리고, 자고, 먹고, 집사일 방해하고, 창으로 바깥 구경하고 그러고 싶어용~

레삭매냐 2021-02-13 12:13   좋아요 1 | URL
댕댕이들보다 아무래도 고앵이들의
팔자가 더 좋아 보입니다.

전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 닝겡인지라
반려 동물은 생각도 못하고 있답니다.

이홍영 2021-02-13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또다시 만난지 백일째!
성민아 영원히 사랑해^^~
 
댄싱 대디
제임스 굴드-본 지음, 정지현 옮김 / 하빌리스 / 2021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 들어보는 작가의 책, <댄싱 대디>를 만났다. 새로운 작가 만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의 제임스 굴드-본은 지금은 리투아니아에 산다고. 보어드판다라는 웹사이트에서 일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데 거기서 무슨 일을 했나 그래. 사실 작가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 그러니 작품이 집중하는 수밖에.

 

우리의 주인공은 대니 머룰리다. 나이가 28세였던가. 십대 시절 아내 리즈와 불장난으로 아들 윌리를 얻게 됐다. 꼬마 윌리는 어느새 11세가 되었고, 14개월 전인가 1년 전에 엄마 리즈는 교통사고로 하늘나라로 갔다. 아들 윌리는 리즈가 하늘나라로 간 다음, 선택적 함구증에 돌입했다. 세상과 대화를 거부한 것이다. 이제 대니에게 남은 사람은 아들 윌리 밖에 없는데...

 

설상가상이라고 대니는 4년간 일하던 공사장에서 잦은 지각 때문에 짤렸다. 당장 먹고 살 길이 없다. 악랄한 집주인 레그는 대니 부자 쫓아내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숱한 기회가 있었지만, 대니는 변변한 기술조차 배우지 않았다. 그냥 건설 현장에서 허드렛일만 해오면서 살았기 때문이다. 제법 잘하는 일이지만, 누구나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러니 대니가 아니더라도 비슷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널렸다는 냉혹한 노동현장의 현실 앞에 우리의 싱글 대디는 좌절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원에서 거리공연하는 이들이 제법 많은 돈을 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대니. , 바로 이거였다! 별다른 기술도 없는 이들이 저렇게 많은 돈을 땡기는데 나라고 못할소냐. 코스튬 가게에 가서 그야말로 피같은 돈을 들여 판다 코스튬을 골랐다. 역한 냄새가 나는 탈바가지를 쓰고 쭈뼛쭈뼛 공연에 나서는 대니. 참고로 타고난 댄서였던 죽은 아내 리즈와 달리 대니는 몸치에 가까운 캐릭터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내가 죽기 전에 먹고 살기 위해 춤이라도 배웠어야 했는데. 말하지 않는 아들과 좀 더 살가운 관계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그렇다 소설 <댄싱 대니>는 지나간 시절에 하지 못한 일들에 대한 후회의 이야기다. 우리가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그렇게 묻혀진 시간 속에 잘못된 일들을 바로잡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다. 공원에서 마크 일당에게 시달리던 윌을 판다곰 탈을 뒤집어 쓴 대니가 도우면서 아빠와 아들간의 정상적 관계가 아닌, 말하지 않는 판다곰과 세상풍파에 시달리는 소년의 기묘한 우정이 시작된다. 그리고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윌리가 판다곰이 자기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또 하나의 파국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쨌든 대니는 공원에서 얼치기 춤을 추는 판다곰으로 위장해서 아들과의 관계회복에 나선다. 그리고 버스 안에서 우연히 만난 폴 댄서 크리스털의 도움을 얻어 거리공연에 필요한 댄스 기술들을 수련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대니와 윌리가 겪고 있는 경제적 문제들을 한 방에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 짜잔하고 제시되는데, 그것은 바로 1만 파운드의 상금이 걸린 거리공연 배틀이다. 그러니까 대니가 안무가 크리스털의 도움으로 배틀에서 우승하기만 한다면, 한 숨 돌릴 수 있게 될 것이고 뒤이어 새로운 삶의 무대가 열릴 것이다. 과연 대니의 플랜대로 소설이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끝까지 읽어 보시라.

 

사실 소설 <댄싱 대디>의 내러티브는 기본적으로 간단하다. 소설을 보다 다채롭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건 바로 캐릭터들과 제임스 굴드-본 작가가 곳곳에 녹여낸 사회 경제적 이슈들이다. 어떤 일도 독고다이 주인공의 힘만으로 가능하지 안다. 더더군다나 대니 같이 아무런 무능력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아무런 기술과 자본 없이 냉정한 자본주의 3.0 시대에 내동댕이쳐진 싱글 대니 아니 싱글 대디에게 세상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일자리 구하기도 그랬지만, 거리공연 자체가 그랬다.

 

우선 합법적으로 거리공연에 나서기 위해서는 허가증이 필요했다. 그런데 문득 우리나라 버스킹에도 허가증이 필요한 지 궁금해졌다. 대니는 당장 돈이 필요한데, 허가증을 정식으로 발급받으려면 시간이 없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 뿐이다. 어둠의 경로를 통해 구하는 것. 여기서 저자가 준비해둔 공사 현장의 동료 우크라이나 사람 이반이 등장한다. 이반은 소설의 엔딩에서 크게 한몫하는 캐릭터다. 그러니 기대하시라. 게다가 큰 사고가 날 뻔한 현장에서 자신을 구해준 대니에게 참으로 서윗하게 자신의 아내를 팔아 대니 부자에게 맛난 호두파이를 구워 주기도 한다. 이반은 참으로 멋진 의리남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도우미는 크리스털이다. 내가 붙인 부제목이 <아빠는 춤추는 판다곰>이다. 그렇다면 몸치인 대니가 아내가 좋아하던 <더리 댄싱>을 비롯한 뮤지컬에 가까운 음악 영화들을 섭렵하면서 몸에 리듬감을 익혀야했다. 이건 그냥 취미가 아니라, 생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대니에게 최선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 다음 레벨인 거리공연 배틀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문가에 가까운 선수가 필요했고, 이번에도 역시 예비해둔 폴 댄서 크리스털이 출격한다.

 

우리는 대니 부자가 거리공연 배틀에서 환상적 공연으로 우승을 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대니 부자의 삶이 극단적으로 바뀌어야 했다. 그래서 제임스 굴드-본 작가는 대니 부자에게 거리공연 배틀의 우승 대신, 특히 대니에게 새로운 일자리를 마련해 준다. 이걸 까면 스포일러의 완성이니 역시 엔딩을 기대하시라.

 

<댄싱 대디>의 스토리라인과 전개는 노련한 독자의 예상에서 거의 벗어나지 않는 비교적 안정적인 방식을 추구한다. 하긴 평범함 속에 언제나 진리가 있는 법이지. 소설을 다 읽고 나니, 이 소설에서 굉장한 모티프를 제시해 주는 영화 <더리 댄싱>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뭐 그렇게 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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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소전쟁 - 모든 것을 파멸시킨 2차 세계대전 최대의 전투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오키 다케시 지음, 박삼헌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밀덕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세계의 다양한 전쟁사에 관심이 많다. 그건 아마도 오래전, 한국일보사에 나온 타임라이프 시리즈 WWII의 영향 때문이 아닐까. 되돌아보면, 권당 5,000원씩 하던 타임라이프 2차세계대전사를 꾸준하게 수집하던 시절도 있었다. 어려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단가의 책이라 더 로망을 가지고 있었던 걸까. 지금도 가끔 헌책방에서 그 시리즈를 만나면 염통이 쫄깃해진다.

 

그중에서도 내가 보유하지 못한 독소전과 두 번째 세계대전의 분수령이었던 스탈린그라드 전투에 대한 시리즈는 아예 구할 수가 없어서 하는 수 없이 도서관에서 빌려서 본 기억이 난다. 아마 그 시절부터 전쟁사에 대한 관심이 생기지 않았나 추론해 본다.

 

얼마 전 만난 오에 겐자부로 선생의 <읽는 인간>을 통해 일본의 이와나미 신서 시리즈에 알게 되었는데 이번에 AK커뮤니케이션 출판사에서 <독소전쟁>이 나왔다는 소식에 환호작약했다. 냉전 시대에 권위 있는 전사 전문가 행세를 하며 역사를 왜곡해온 파울 카렐의 실체에 대해서도 확실하게 알게 된 것도 오키 다케시 선생의 <독소전쟁>을 읽으면서 알게 된 큰 수확이었다.

 

사실 그동안 거의 홀로 유럽 대륙에서 히틀러의 무적의 나치군과 싸운 공산주의 소련의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대세였다. 한때 유럽 대륙을 제패할 것 같았던 독일 전쟁기계에 제동을 걸었던 주인공은 미영연합군 주도의 제2전선이 아니라,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소련군이었다. 오키 다케시 저자는 구소련의 붕괴 후, 서방 세계에 알려진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했던 독소전쟁의 실체규명에 나선다.

 

히틀러의 독일군과 스탈린의 소련군이 맞붙었던 독소전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통상전쟁과 전혀 달랐다. 서로 공존할 수 없었던 파시즘과 공산주의라는 상극의 이데올로기가 맞붙은 세계관 전쟁이었다. 동시에 총통 히틀러는 동방의 소련을 제압하고, 독일 민족의 영원한 번영을 위한 생존의 공간확보(레벤스라움)라는 차원의 수탈 전쟁이기도 했다. 독일군의 공세가 최고조에 달했던 1941년과 1942년을 지나면서 통상전쟁과 세계과 전쟁 그리고 수탈 전쟁이라는 삼각축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상대에 대한 철저한 전멸 전쟁으로 비화되었다.

 

한편, 폴란드와 프랑스에서 기대이상의 블리츠크리크로 엄청난 전과를 올린 독일국방군은 동방의 소련전선에서도 전쟁의 초반에는 비슷한 기대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독재자 스탈린은 1937년 군부를 상대로 엄청난 숙청을 진행하면서 훗날 독소전쟁에서 병사들을 지휘할 장교들을 대거 상실했다. 독소전에 앞서 스탈린은 독일이 침공할 거라는 많은 양질의 정보들을 얻었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정보들을 애써 무시했다. 그 결과, 독일 전쟁기계를 상대로 엄청난 패배를 강제당했다.

 

총통 히틀러는 뚜렷한 전쟁 목표 없이 궁극적으로 자신을 패망으로 몰고 갈 독소전에 나섰다. 프랑스 공략에 이어 서방의 마지막 저항세력이었던 영국 제압에 나섰지만, 수세기 동안 대양의 패자였던 영국 해군에 독일 해군은 상대가 되지 않았으며, 항공기를 동원한 영국 본토 공방전에서도 결국 실패했다. 영국의 고집쟁이 총리 처칠은 히틀러를 상대로 항복도, 강화도 하지 않은 채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결사항전에 나선다. 바로 그 시점에서 히틀러는 동방에 웅거한 불구대천의 대적 공산주의 소련에 대한 정벌에 나선다.

 

독소전 개전 초기부터 독일군의 전략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레닌그라드 정복을 위한 북부집단군, 적도 모스크바를 제압하기 위한 중부집단군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의 자원을 얻기 위한 남부집단군으로 나뉘어 독일국방군은 폭풍 같이 러시아의 대평원을 질주했다. 문제는 독일 총사령부에서 소련군의 저항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이유들이 제시되지만, 침략자 독일군은 우선 스탈린 체제 아래 불만을 품고 있던 소련 시스템에 반대하는 이들의 포섭하는데 실패했다. 서부 우크라이나에서는 기존의 공산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이들이 독일군을 해방군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소련군 포로에 대한 가혹한 처우나 공산당 정치위원들을 포로로 잡지 말고 즉시 처형하라는 총통의 명령에, 독일군에게 항복하면 결국 죽게 된다면 사실을 알게 된 소련군의 격렬한 저항이라는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다.

 

파시스트 독일군의 가공한 침략을 맞이한 소련은 기존 체제가 가지고 있던 내부의 모순들을 내셔널리즘과 결합된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로 극복해냈다. 129년 전 나폴레옹이 이끄는 40만 그랑 아미를 상대로 벌였던 조국전쟁을 모델로 삼아, 이번에는 대조국전쟁이라는 신화 창조와 프로파간다에 나섰다. 한정적 자원과 병력으로 동방원정에 나선 독일군과 달리, 소련군은 개전 초기 스몰렌스크와 키예프 전투에서 몇 개의 집단군이 포위 섬멸되어도 곧바로 새로운 사단들을 창조해냈다. 전통적 전략인 공간을 내주고, 시간을 번다는 방식이 이번에도 유효했다. 결국 독일군의 진격은 정치 사회 경제의 중심지인 모스크바 공방전으로 돈좌되었다. 사상 유례 없는 혹한이 변변한 방한 장비를 갖추지 못한 독일군을 덮쳤고, 주코프 장군이 주도하는 소련군의 반격이 성공하면서 독일국방군이 구가하던 궁극의 승리는 좌절되었다.

 

그동안 주류를 이루던 독일국방군이 아인자츠그루펜 학살부대의 활동과는 무관하다는 통설 역시 오키 다케시 선생은 철저하게 격파한다. 모든 과오를 죽은 히틀러에게 독박 씌우려던 독일 장성들의 회고록이나 파울 카렐로 대변되는 역사 왜곡과 달리 전장에서 독일국방군이 총통이 계획한 전멸전에 적극 가담했다는 비밀문서들이 대거 공개되면서 만들어진 신화가 붕괴됐다. 아울러 화력 운용과 훈련을 통해 질적으로 우수한 독일국방군이 야만적 인해전술로 무장한 소련군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는 설정 역시 나치가 고안한 프로파간다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현지 절대사수로 소련군의 반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는 착각을 하게 된 총통은 나머지 전쟁의 국면에서 불필요한 사수 명령을 남발하면서 결국 자신의 파국을 초래하는 하나의 원인을 스스로 제공하기도 했다. 독소전쟁의 두 번째 해에 분수령이었던 1942년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과정에서도 적도 모스크바 대신 보다 손쉬운 먹잇감으로 생각한 남부의 그로즈니와 마이코프의 석유에 눈을 돌린 히틀러는 간단하게 제압하는 것으로도 끝낼 수 있었던 스탈린그라드 공략에 집착하면서 결국 결정적 패착을 초래했다. 소련군은 남부집단군의 허약한 고리였던 이탈리아-헝가리-루마니아 추축군이 맡고 있던 전선을 붕괴시키고 독일 최정예 6군을 포위하는데 성공했다. 소련군의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기회가 있었지만, 히틀러가 집착한 현지 사수 명령과 포위된 6군에게 항공 병참 공급이 가능하다는 판단 착오로 결국 프리드리히 파울루스 대장의 6군은 괴멸되었다.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소련군의 역공에 독일군은 궤멸에 가까운 붕괴를 목전에 둔 상태였다. 이 때 등장한 총통의 소방수 에리히 폰 만슈타인이 잔존부대들을 규합해서 승기를 타고 파도처럼 밀어붙이는 소련군에게 하르코프에서 제대로 매운맛을 보여주었다. 이때 돌출된 쿠르스크 지역을 두고 독일군은 동부전선에서 최후의 대공세에 나선다. 쿠르스크 전역에서 독일군의 공세가 꺾이면서, 독일의 패배는 베를린까지 이어지게 된다.

 

오키 다케시 작가의 <독소전쟁>은 짧기 때문에 전술적 차원에서의 재미와 국지전에 대한 디테일은 확실히 떨어지지만, 대국적 차원과 새로운 시점에서 독소전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아주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유대인 학살과 각종 전쟁범죄로부터 독일국방군은 무관했다는 종래의 가짜 선전을 뒤엎는 전복적인 시도부터 시작해서, 뚜렷하지 못한 독일의 전쟁 목적의 부재 혹은 혼선이 빚은 문제점들, 전쟁의 패색이 짙어진 상황에서도 독일인들이 전쟁을 끝내지 못하고 결국 총통과 함께 운명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한 탁월한 분석이 인상적이었다.

 

적당한 분량에, 핵심을 찌르는 이와나미 신서 시리즈에 그만 반해 버렸다. 다음번에는 <메이지 유신>을 읽을 예정이다. 다만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누군가 신청한 희망도서의 순서를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동네에 나와 독서 취향이 비슷한 누군가가 있다는 점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작년 말에, 일본에서 <태평천국>을 다룬 이와나미 신서가 나왔다고 하던데, 그 책의 출간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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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2 1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와나미 신서 시리즈 가격+내용+표지=만족

시리즈 번역물 계속나와주길 바라는데 판매량이 영 신통치 않은가봐요

메이지 유신
도널드 킨/조용한 혁명-성희엽
추천 사알짝 ㅋㅋㅋ

레삭매냐 2021-02-02 11:23   좋아요 2 | URL
역시나 고수다우신 추천이었습니다.

키누 도나루도 상의 <메이지라는 시대>
맛보기로 보고 있는데.... 대단하네요.

굽시니스트 작가의 저작은 그야말로 맛
보기였다는.
두 책 모두 분량이 ㅎㄷㄷ하다는 게 단
점이랄까요 :> 단가도...
 


1월에는 모두 17권의 책들을 만났다.

그중에 굽시니스트 선생의 책들이 거진 절반이다. 연초를 한중일 동아시아 삼국의 근대화를 다룬 책들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그 여파로 미국 남북전쟁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강준만 샘의 책과 만나기도 했다.

 

그 다음에는 오에 겐자부로 선생의 <읽는 인간>도 만났다.

다른 일본 작가인 홋타 요시에에게 빠져 비교적 신간인 <시간>을 필두로 <고야> 시리즈와 <라 로슈푸코>도 만났다. 미셸 드 몽테뉴도 쓰셨는데 고 책은 너무 오래 전에 나온 책이라 도서관이고 온라인 서점에서 만날 수가 없어서 대신, 슈테판 츠바이크의 <위로하는 정신>으로 퉁쳤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홋타 요시에의 몽테뉴 평전이 더 읽고 싶어진다.

 

그야말로 쉴 새 없이 꼬리에 꼬리는 무는 독서가 전개되고 있는 그런 느낌.

일 년 전에 시작해서 읽다만 독서광 알베르토 망겔 선생의 책도 만났다. 그리고 그 책에서 만난 브라질 작가의 책도 궁금해서 며칠 전에 중고책으로 구매했다. 아직 펴지도 못했다. 나쓰메 소세키 작가의 <그 후>도 읽어야 하는데... 읽어야 하는 책들은 부지기수고, 나의 시간과 노력은 항상 부족하다.

 

2월에는 고야 나머지 3권을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한다. 아직 3권과 4권은 수배하지 못했다.

올해는 기대하는 신간들이 줄줄이 나온다고 하던데, 다만 그 시기가 후반이라 좀 아쉽다.

그렇다면 신간은 포기하고 구간 위주의 독서를 해야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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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01 11: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배 ㅋㅋㅋ 매냐님을 책사냥꾼으로 만들어버린 홋타요시에 ㅜ.ㅜ 혹시 그 브라질 작가가 브라스 꾸바스?? 표범 저책 어떻게 완독을 !! 오타랑 협착 번역한 영어 중역판 !!!

레삭매냐 2021-02-01 11:51   좋아요 3 | URL
저는 창비의 표기법에 반대하기 때문에
브라스 쿠바스라고 하겠습니다.
대단하십네다... 맞습니다 브라스 쿠바스
지난 주에 사서 쟁여 두었습니다.

표범이 어찌나 잘 읽히지 않던지 싶었는
데 그런 연유가 있었군요.

저의 책사냥은 계속 됩니다. 쿵야.

붕붕툐툐 2021-02-01 15: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빽빽히 들어찬 1월 독서 달력이 보기만 해도 흐뭇해 지네용~ 나도 읽는 인간 읽겠다 한지가 언젠데.. 하... 2월에도 열심히 우리 달려보아요!!^^

레삭매냐 2021-02-01 18:47   좋아요 2 | URL
복기해 보니 중반에 이 책 저 책
찝적거리지만 않았어도 20권도
읽을 판이었네요 ㅋㅋㅋ

2월도 갑니다앗 ~~~

stella.K 2021-02-01 16: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 이런 독서 달력 기능이 있나요?

레삭매냐 2021-02-01 18:48   좋아요 2 | URL
알라딘은 아니고요...

그래24에서 제공하는 앱인 것
같습니다. 저도 어디선가 보고
서 사용하게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