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과거가 되어 버린 지난 2월에는 모두 12권의 책을 만났다.

예전에 읽은 책들도 있었고... 12권 중에 그래픽 노블이 4권이다. 고양이 캐리커처 책도 한 권 읽었고. 고양이 그림도 쓱싹쓱싹 그려 보기도 했다.

나에게 그림 소질은 없는 것으로.

 

이 책 저 책 시작은 많이 했는데 마무리를 못한 책들이 제법 있다.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는 수차례 시도한 끝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너무 많이 초반부를 읽어서 그런지, 많은 이들이 말하던 광휘는 만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뭐 책읽기는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

 

문지의 대산세계문학총서는 만날 사기만 하고 제대로 읽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새로 나온 코롤렌코의 <맹인 악사>는 다 읽었다. 아마 분량 탓이거니 하련다. 쟁여둔 리온 포이히트방거의 <고야>도 읽어야 하는데. 어디 그런 책들이 한 둘이랴.

 

2월에 만난 최고의 책은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그리고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어느 독일인 이야기>였다. 후자는 작년엔가 결국 중고책방에서 사서 쟁여 두었다가 무슨 마음에서인지 읽게 되었다. 1차 세계대전 패전부터 히틀러의 부상에 이르는 시절에 대한 소시민의 눈으로 본 육성 증언은 당대에 대해 피상적으로 알고 있던 나의 시선을 교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살만 루슈디가 다시 쓴 천일야화 덕분에 알게 된 중세 무슬림 철학자 이븐루시드/아베로에스를 추적하던 중에 알게 된 자크 아탈리의 책은 정말... 물론 책의 절반 지분은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유대철학자 모세 벤 마이문의 몫이었다. 그래서 또 모세 벤 마이문도 알게 되었다. 이렇게 독서를 통해 접점을 만들어 가는 것이야말로 우리 책쟁이들의 숙명이 아닐까 싶다.

 

새로운 달에도 역시나 읽을 책들이 대기 중이다. 우선 가장 먼저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을 필두로 해서 로베르트 무질의 <소년 퇴를레스의 혼란>은 일단 주문해 두었다. 귄터 그라스의 <고양이와 쥐>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다.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도 희망도서로 신청하려고 하는데 아직 뜨지 않았다.


3월에도 열심히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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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0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 독일인 이야기>궁금하네요!<그리스인 조르바>는 대기중인데 광휘를 발견할수도 있는 책이군요. 정리해주시니 저에게도 도움이 됩니다. 😉

레삭매냐 2021-03-01 11:37   좋아요 2 | URL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은 국내에
모두 4종이 나와 있는데 그 중에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리스인 조르바>는 아무래도 너무
오래 전에 쓰여서 요즘 PC 상황에는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scott 2021-03-01 11: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코로나로 집콕 시간이 길어져서 책읽는 속도에 가속이 붙을줄 알았는데,,쌓여만 가네요 출퇴근 이동중 여행중에 책 읽는 량이 더 압도적이였음 ㅋㅋ 여전히 책쟁이는 속도가 읽는 속도를 압도해버리는 1人 매냐님 그래도 2월 유독 짧은달 12권이면 많이 읽으신것임 3월에도 아자!

레삭매냐 2021-03-01 11:39   좋아요 3 | URL
맞삽니다. 집콕한다고 해서 마냥
책만 보는 것은 아닌 것으로.

지난 달에는 스타워즈 외전 시리즈
인 <만달로리안> 시즌 1과 2를
정주행하다 보니 또 책을 멀리하게
되어 부렀네요 ㅋㅋㅋ

저도 격하게 공감하는 바가, 예전에
출퇴근이 길던 시절에 정말 죽어라
책을 읽었던 것 같습니다. 미췬듯이.

새파랑 2021-03-01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정리하니까 좋네요. 전 그래도 2월에 20권 정도 읽은거 같은데(예전에 읽은책들이 있지만) 언제나 책사는 속도를 이길수 없는듯 ㅜㅜ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어느 독일인 이야기 보관함에 넣어야겠습니다 ㅋ

레삭매냐 2021-03-01 11:43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책쟁이들은 허구헌날
책사기에 집중하다 보니 책읽을
시간이 없더라는 변명... 뭐 그렇다고
합니다.

이번 주에 배송될 세 권의 책들을
(타타르인의 사막, 소년 퇴를레스의 혼란
그리고 인도로 가는 길) 기대해 봅니다.

새파랑 2021-03-01 14: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싶은 책이 너무 많다는게 문제네요 ㅜㅜ 이번주에 배송될 책들이 ★5개 이길 기원하겠습니다~!
(깨어있는 자들의 나라 절판이군요ㅜ )

레삭매냐 2021-03-02 10:42   좋아요 1 | URL
일단 이번 주에 도착 예정인 책들이
3권이고요...

마르케스의 신간 <족장의 가을>은
오늘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했습니다.

도서관 희망도서도 5권이나 되네요 :>
 
오듀본, 새를 사랑한 남자 - 2018년 행복한아침독서 선정 푸른지식 그래픽 평전 10
파비앵 그롤로 & 제레미 루아예 지음, 이희정 옮김, 박병권 감수 / 푸른지식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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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제목에 미친을 넣었다면 아마도 부정적인 의미가 아닐까. 19세기 미국 전역을 돌며, 북미 대륙에 사는 400여종에 달하는 거의 모든 새들을 그린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존 제임스 오듀본(1785~1851). 아이티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자란 그는 나폴레옹 군대의 징집을 피해 신대륙으로 망명했던 것 같다. 원래 이름은 장 자크였다고 하지. 존 제임스는 그러니까, 미국식 이름인 셈이다. 그래픽 노블에서 아내 루시는 그를 라포레라고 부른다.

 

장 자크가 신생국가 미국에 도착했을 때만 하더라도, 그곳은 새들의 천국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리라. 아직 개발에 의한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수많은 새들이 살아온 터전에서 아무런 걱정 없이 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곧 대대적인 서부 개척 시대를 맞이하면서 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이 훼손되고 생태계가 교란되면서 그곳에 살던 동물들 역시 멸종되거나 서식지를 잃게 되었다.

 

증기 제재소에 투자했다는 장 자크는 처음부터 사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새들만이 그의 관심사였다. 사랑하는 아내 루시와 자식들마저 내팽개치고 장 자크는 자연 상태에서 살아 숨쉬는 새들을 포획하고, 그리기 위해 켄터키를 떠나 미시시피와 미주리 일대를 여행한다.

 

어디선가 지금의 잣대로 과거를 판단하지 말라는 글을 본 것 같은데, 19세기만 하더라도 자연보호와 동식물 보존은 그야말로 꿈곁 같은 소리였나 보다. 장 자크는 자신이 목표물인 새들을 그리고 관찰하기 위해 살상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사냥은 요즘으로 치자면 자전거 타기나 탁구 혹은 인라인 스케이트 같은 여가활동이었는 지도 모르겠다.

 


수습생인 조지프와 현지인 가이드 쇼건을 앞세운 장 자크는 미지의 세계 탐험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폭풍우를 만나 귀중한 그림을 잃을 뻔 하기도 하고, 향토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면서도 평생의 꿈인 새 관찰과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다. 어쩌면 자신의 목숨보다도 더 자신이 그린 새 그림을 더 귀중하게 여겼는 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구사하겠다는 일념 아래, 푸른 어치를 해부하고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그리려는 노력에 쇼건은 죽음을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고 경고한다.

 

한 때 자신의 동지였던 알렉산더 윌슨(1766~1813)과의 경쟁 구도도 흥미롭다. 윌슨의 <미국의 조류> 때문에 박물관 관료들은 더 이상 오듀본의 책에 투자할 마음이 없었다. 그의 그림들이 예술적이라는 점은 인정했지만, 자연주의적이 아니라고 이유로 출간을 거절한다.

 

결국 자신의 두 번째 조국이었던 미국에서 인정받지 못한 오듀본은 시선을 구대륙으로 옮긴다. 영국에서는 자신이 그린 화려한 색채의 그림들을 제대로 출판할 수 있게 된 오듀본은 비로소 인정받기 시작한다. 자고로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한다고 한 성경의 구절이 연상됐다. 그렇게 만들어진 <미국의 새들>(국내에서는 <북미의 새>(The Birds of America:1827~1839)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다)은 희귀본으로 지금은 권당 100억에 육박하는 그런 진귀한 책 대접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격세지감이라고나 할까. 굳이 반 고흐의 케이스를 예로 들 것도 없으리라. , 영국에서 오듀본은 어느 젊은이를 만나 자연으로 가 직접 새들을 관찰하라는 충고를 해주는데 그의 이름이 다윈이었다고 한다. 진짜 있었던 일인지 궁금하다(영문판 위키피디아를 검색해 보니, 오듀본의 영국 강연 중에 학생이었던 찰스 다윈도 참석했었다고 한다).

 

새의 관찰과 그리기에 40년 그리고 출판에 12년이라는 세월을 보낸 장 자크는 결국 아내 루시에게 돌아와 말년을 보내고, 영면에 든다.

 

지금의 기준으로 볼 때, 장 자크처럼 꼭 그렇게 새를 총으로 쏴서 잡아야 했을까? 덫이나 올무로 잡은 다음 충분히 관찰하고 나서 자연으로 돌려보내면 안 되었을까? 한 때, 북미 대륙의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많았다는 나그네 비둘기도 그런 식으로 결국 1914년에 멸종되었다. 지금은 그의 이름을 딴 자연보호협회들이 지구별의 남은 동식물들을 지키기 위해 맹렬하게 정진하고 있다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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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21-02-27 18: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곤충채집이라고 잠자리, 매미 등을 잡아서 제출하는 방학숙제를 했던 기억이 나네요... 생각해보면 이러한 교육이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이 아닌 자연이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 것은 아닌었는지 생각하게 됩니다...

레삭매냐 2021-02-28 07:17   좋아요 1 | URL
저도 어려서 곤충채집한답시고
메뚜기며 잠자리며 잡으러 다니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참...

잠시 자연에 머물다 가는 인간이
너무 자연을 훼손하며 사는 게
아닌가 싶어 반성하게 됩니다.

유부만두 2021-02-28 15: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리의 발견> 660쪽에 ‘오더번 협회’ 이사로 레이첼 카슨이 선출되는 이야기가 나와요. ^^

레삭매냐 2021-03-01 16:43   좋아요 0 | URL
대단하십니다 - 그 두꺼운 책을 ㅋ

가장 먼저 등장하는 인물이 켈플러
였네요. 수학 쪽에서는 거의 신급
이던데 :>

레이첼 카슨의 책들도 읽어야 하는데
당장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있네요.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
자크 아탈리 지음, 이재룡 옮김 / 사월의책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만약 살만 루슈디의 <28개월 28일 밤>을 읽지 않았다면, 나는 이 책의 존재를 영영 모르고 살았으리라. 그 책에서 만난 이븐 루시드/아베로에스의 실존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자크 아탈리의 이 탁월한 소설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로 인도했다. 책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이런 우연이야말로 책을 읽는 재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참고로 프랑스 외무부와 주한프랑스대사관의 지원으로 11년 전에 만들어진 이 책은 지금 절판 상태다. 이렇게 좋은 책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점이 못내 아쉽다. 내가 너무 사랑하는 책 중의 하나인 타리크 알리의 <석류나무 그늘 아래>(이 책도 절판됐다)가 이슬람이 지배하던 안 안달루스의 종언을 증언하고 있다면,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이슬람 안 안달루스 지배의 절정기를 그린다.

 

아름답고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가득한 이 소설의 두 주인공은 유대인 사상가 모세 벤 마이문과 이슬람 의사이차 철학자인 이븐 루시드, 서구에는 아베로에스로 알려진 인물들이다. 두 사람 모두 위대한 철학자 선배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신봉자라는 점을 사전에 알려주고 싶다.

 

이들이 생존해 있던 12세기, 안 안달루스는 알모아데족을 중심으로 보라산의 종교지상주의자 알 가잘리의 사상을 추종하는 이슬람 원리주의 정권이 지배하고 있었다. 어느 시절이고 종교적 광신은 우리가 사는 세상을 불편하게 만든다. 알모아데 제국의 수도 코르도바는 그동안 기독교, 이슬람교 그리고 유대교를 믿는 이들이 조상 대대로 조화를 이루고 살아온 문화와 학문 그리고 사상의 중심지였다. 모든 이들에게 공평하게 적용된 종교적 관용은 제국을 번영하게 만드는 원동력이었다.

 

하지만 알모아데 정권의 광신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그들은 코르도바의 이교도들과 이단들을 심판하기 시작했다. 수백 년 동안의 평화가 깨지기 시작했다. 특히, 고향인 팔레스타인을 떠나 안 안달루스에 무슬림들 보다 먼저 건너와 살던 유대인들이 첫 번째 타겟이 되었다. 의학과 상업에 특화된 민족이었던 유대인들이 제국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유대인들은 레온-카스티야-아라곤 같은 기독교 왕국보다 그동안 관용적인 모습을 보여온 이슬람 정권에 더 호의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알모아데 정권이 종교적 광신으로 치닫기 시작하면서 그들은 개종, 이주 혹은 사형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앞두게 되었다.

 

모세의 외삼촌 엘리파르가 광신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었다. 그리고 외삼촌이 사형당하기 전에 십대의 영민한 조카에게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정수를 전해 주면서, 모험과 12세기 매혹적인 알 안달루스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성과 과학적 사고로 인간과 신의 영역 그리고 우주 생성의 비밀까지 아우르려고 했던 위대한 철학자가 인류에게 남긴 책을 찾는 미션에 관한 것이다. 이 얼마나 우리 같은 책쟁이들을 유혹하는 말이던가. 세상의 모든 비밀을 풀 수 있는 열쇠가 있는 책이라고 하는데 만나고 싶지 않은 책쟁이가 있단 말인가. 결국 코르도바의 유대인들은 조상 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할 운명이었다.

 

엘리파르는 조카에게 몇 가지 단서들과 알렉산더와 제우스의 얼굴이 새겨진 희귀한 테트라드라크마 한 닢을 남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미션은 너무나 위험한 임무였다. 책을 찾아 나선 구도의 길에 숱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위험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크기에 모세는 톨레도와 툴루즈 그리고 나르본을 거치는 긴 여정을 마다하지 않는다.

 

한편, 다른 쪽에서는 이븐 루시드에게 알모아데 제국의 실력자 이븐 투파일이 같은 테트라드라크마를 건네주면서 같은 책을 찾으라고 명령한다. 진리를 추구하던 철학자였던 이븐 루시드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의사이자 대범한 철학자였던 이븐 루시드는 이성과 계시의 경계에서 전자에 무게중심을 둔 발언으로 언제라도 이단으로 몰려 사형대에 오를지 모르는 그런 상황이었다. 종교지상주의자들에게 이븐 루시드는 그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아니었을까. 권력자들의 비호가 없었더라면 그 역시 엘리파르처럼 화형대에 올랐을 지도 모르겠다. 기독교 종교재판 이전에, 이미 무슬림 세계에서도 화형이 있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저술한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를 찾아 헤매던 두 젊은이는 십여 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결국 알모아데 제국의 수도 페스에서 만나게 된다. 서로 다른 종교를 믿으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추구하던 보편적 진리의 신봉자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던 이들은 경쟁자로 만나는 순간부터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무하마드 이븐 루시드는 이슬람 국가가 진보하기 위해서는 종교적 광신이 아닌 이성과 과학의 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십자군 전쟁의 광풍이 몰아닥치던 12세기에 그런 합리적 사고가 설 자리는 없었다. 아마 이븐 루시드를 후원하던 제국의 총리 이븐 투파일이 없었다면 이븐 루시드는 진즉에 이단으로 몰려 처형당했을 것이다.

 

무슬림 제국의 무슬림으로 살았던 이븐 루시드에 비해 어디에서고 영원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모세 벤 마이문은 12세기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상징하는 그런 인물이다. 삼촌에게 일찍이 비밀결사 후보자로 인정받을 만큼 뛰어난 지식과 비범한 기억력의 소유자였던 모세는 위험천만한 인간이 쓴 것에 가장 중요한 책을 찾는 여정에 나선 것은 우주와 인간 그리고 종교에 대한 진리에 대한 호기심 때문이 아니었을까? 무슬림들의 핍박에 맞서 자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무력투쟁도 불사하겠다는 열혈청년 모세의 동생 다비드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로마제국에 대항해서 무력투쟁에 나섰던 마사다 요새를 언급하며 단검 던지기를 수련하는 그의 모습에서는, 훗날 홀로코스트에 무력했던 유대인 공동체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했다.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는 것 같은 비밀 결사단의 협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밀의 책을 찾는 두 주인공의 모험만큼이나 흥미진진한 것이 종교적 광신에 대항하는 이성의 대표선수들인 모세와 이븐 루시드의 현란한 대화다. 소설에서 최고의 압권은 모든 비밀의 끈을 쥐고 있는 페스의 저명한 랍비 이븐 슈샨의 두 주인공에 대한 시험이 아닐까 싶다.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언젠가 다가올 죽음에 대해 의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유한한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물론 그에 뒤따를 존재론적 허무주의에 대해서는 각자의 유의가 필요할 지도 모르겠다.

 

에코의 <장미의 이름>에 주요한 모티프로 등장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2편처럼, <절대적 영원에 대한 논고> 역시 자크 아탈리가 만들어낸 허구의 책이다. 자그마치 소르본 대학 출신의 인문학자 자크 아탈리는 12세기 알 안달루스와 마그레브를 배경으로 위대한 예언자가 남긴 불멸의 책을 찾는다는 가설에 입각해서, 다양한 소재들을 절묘하게 배합한 불후의 드라마를 창조했다. 아니 넷플릭스는 이런 이야기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서 영상으로 만들어 주어야 하는 게 아닌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식인들의 갖가지 욕망이 충돌하는 가운데, 종교적 광신에 저항하는 이성과 과학의 결합이 궁극의 선에 도달한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소설의 말미에 등장하는 권력자 이븐 투파일과 철학자 이븐 루시드의 대화 중에 나오는 좋은 소설은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쓰인다는 문장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당연히 내가 만난 올해의 책 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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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 이럴 수가 있나 그래...

오늘도 여느 때처럼 두둑하게 램프의 요정께서 하사하신 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 신간 코너를 뒤지고 있었다.

 

원래 나의 타겟은 조르조 바사니의 <성벽 안에서> 중고 책이었다. 다만, 2,000원 배송료 때문에 잠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이 출간 예정이라는 소식을 듣고서는 E.M.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과 함께 시원하게 내질렀다.

 

사실 디노 부차티의 이 책의 존재는 악명 높은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를 펴낸 새물결 출판사에서 문학의 우주인가 하는 시리즈로 나올 거라고 했었는데... 출간 예정만 되고 결국 엎어졌나 어쨌나. 결국 나올 책은 나오게 되는구나.

 

그렇게 이 책의 존재를 알고서, 정말 한 번 읽어 보고 싶어졌다.

1940년에 발표된 작품으로, 존 쿳시의 <야만인을 기다리며>의 모티프가 되었다고 하니 더더욱 그렇지 않은가. 그러고 보니 <야만인>은 두 번이나 읽었네 그래.

 

[디노 부차티] 19061016일 벨루노 출생, 1972128일 로마 사망

 

이탈리아 출신의 저널리스트, 드라마작가, 단편소설 작가 그리고 소설가로, 디노 부차티는 자신의 경력을 1928년 밀라노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서 시작했다. 1933<산의 바르나부스>1935<고대 숲의 비밀>은 전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해서 집필한 산에 대한 소설이다.

 

역시 그의 대표작은 1940년에 발표된 <타타르인의 사막>으로 결코 오지 않을 적을 기다리는 국경수비대에 대한 소설이다. 후퇴할 수도, 전진할 수도 없는 그런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자세한 건 다음 주에 책이 도착하면, 읽어 보면 되겠지.

 

빨리 도착하면 이번 연휴에 다 읽을 수 있을 텐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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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2-27 09:11   좋아요 0 | URL
오 저도 몰랐던 사실이네요.
문구류도 살 수 있었군요 :>

이것저것 모았더니만, 안 쓰면
바로 사라지는 적립금이 상당해서
도저히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답니다.

2021-02-26 14: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2-27 09:12   좋아요 0 | URL
네, 오랫 동안 출간이 되길 기다려
오던 작가였는데 드디어 만나게
되는군요.

시칠리아의 무슨 곰인가 하는 책도
있다고 하던데... 그 책의 출간도
기대해 봅니다.
 


타리크 알리의 <석류나무 그늘 아래>가 이베리아 반도에서 무슬림 왕국의 종말을 그렸다면, 이번에 만난 자크 아탈리의 <깨어 있는 자들의 나라>는 알모아데 왕국이 코르도바를 중심으로 위세를 떨치던 시절을 그 시간적 배경으로 한다.

 

알 안달루스에 대한 초반 묘사는 그야말로 황홀할 지경이다. 내가 찾던 바로 그런 책이라고나 할까. 타리크 알리의 소설로 안 안달루스 시절의 황혼을 만났다면, 이번에는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의 그런 풍경이라고나 할까.

 

회교도 지배 아래 있었지만, 유대인과 기독교인 모두 조화를 이루던 시절은 알모아데 광신자들이 정치 권력을 행사하고, 강제 개종을 강요하면서 쇠락의 길로 접어 들게 된다. 어느 시절에나 광신이 문제다. 그 점을 슈테판 츠바이크는 자신의 작품 세계를 통해 정확하게 타격한다. 내가 그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다.

 

저자인 자크 아탈리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 그가 소르본 대학 출신의 경제학 박사이자 잘난 인문학자라는 책갈피의 정보 정도가 전부다. 석학이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여느 소설가 뺨칠 만한 실력이 아닐 수 없다.

 

당대 최고의 철학자인 이븐 루시드와 마이모니데스를 주인공으로 삼아 유실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책을 찾는 모험을 그린다. 14년에서 15년 정도되는 시간이다. 코르도바, 톨레도, 나르본, 마라케시 등등 당대 중심부를 도는 여정이 기대가 된다.

왜 진작에 이런 책의 존재를 몰랐는지 애석하다. 좀 더 빨리 알았다면 나의 컬렉션의 한 자리를 당당하게 차지했을 텐데 말이다.

 

이 책은 이번에 만난 살만 루슈디의 신간을 통해 알게 된 실존 인물인 이븐 루시드의 행적을 추적하다가 만나게 되었다. 역시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나의 최애픽으로 이 책부터 읽어야겠다.

 

11년 전에 나온 책은 절판되어 이제는 중고서점을 통해서나 구할 수 있다.

 

그나저나 타리크 알리의 지중해 5부작 연작 가운데 나머지 세 권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돌기둥 여인>인가는 번역도 된 모양인데, 왜 출간이 엎어졌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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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소녀 2021-02-24 09: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코르도바를 다녀온 저는 이 책이 완전 끌리지만 절판이라니...
예전에 자크 아탈리 소설 한번 읽었던 적이 있는데, 책만 대충 읽어서 그런지
자크 아탈리에 대해 아는 바가 없네요. 저 역시...

레삭매냐 2021-02-24 14:47   좋아요 1 | URL
우와 고저 부럽네요...

살아 생전에 언젠가 코르도바와
그라나다에 가볼 수 있을까 싶
네요.

갈 수 없으니 책이라도 읽어 보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