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다
아모스 오즈 지음, 최창모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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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8514일 이천년간 자기 조상의 땅을 떠나 유랑하던 유대 민족이 팔레스타인에서 독립을 선포했다. 그들에게는 축복이었겠지만, 오랜 시간 그 땅에 살던 아랍인들에게는 그야말로 대재앙(al-Nakba)이었다. 히브리인들의 디아스포라가 끝나는 극적인 순간이 다른 민족에게는 재앙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73년이 지나는 오늘까지 팔레스타인은 젖과 꿀이 흐르는 평화의 땅이 아니라 분노와 증오 그리고 유혈의 땅으로 변했다.

 

원래 팔레스타인은 유엔 결의에 따라 유대인과 아랍인 두 개의 국가가 건설될 예정이었다. 이런 타협은 두 민족 모두에게 공감을 얻지 못했고, 결국 전쟁이라는 가장 폭력적 방식으로 해결점을 도모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밀리면 그야말로 바다에 빠져 모두 죽는다는 사생결단의 의지로 똘똘 뭉친 신생국가 이스라엘의 놀라운 승리였다. 그리고 수천 년 동안 핍박받던 민족에서 이제는 아랍인들이 우려한 대로 거대한 파괴자가 등장했다.

 

거장 아모스 오즈의 <유다>(원제는 <유다복음서>라고 한다)는 바로 그런 중동의 비극이 잉태된 시기로부터 대략 10년 정도 지난 예루살렘을 시공간적 무대로 시작한다. 1959년에서 1960년이 되는 시기라고 저자는 밝혔던가. 우리의 주인공은 25세 개혁적 사회주의자 슈무엘 아쉬다. 청년 집안이 소송으로 파산하게 되면서 비교적 유복하게 지내던 청년은 졸지에 살 곳도 그리고 학업도 중단해야 하는 그런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애인도 자신과 결별하고 수문학자와 결혼을 발표한다. 보통 안 좋은 일들은 그렇게 연쇄적으로 발생하는 법이지.

 

역사학도이자 비교종교학을 전공하던 청년 슈무엘은 대학에서 <유대인의 눈에 비친 예수>라는 주제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모두가 알다시피 인류 구원이라는 지상과제를 지니고 인자로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는 유대인들의 모함으로 십자가에 매달려 죽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배신의 역할을 떠맡은 자가 바로 가룟 유다였다. 신을 죽이는데 일등 공신이었던 유다는 역사상 최악의 배신자로 간주되었다. 그리고 기독교가 세상을 지배하던 중세 유럽에서 그런 가공할 범죄를 저지른 유대인들은 핍박의 대상이었다.

 

히브리인들은 아직까지도 예수 그리스도를 메시아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저 하나의 랍비로 인정할 따름이다. 히브리인들은 그를 그 사람이라고 부를 정도로 금기시한다고 알려졌다. 여기서 한 가지 궁금한 것이 배신자 유다의 죄를 왜 죄 없는 다른 히브리인들이 짊어져야 하는가에 대한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연좌제 적용이 아닌가.

 

다시 현재 슈무엘 아쉬의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오갈데가 없어진 슈무엘은 학업을 중단하고 어느 광고지를 보고 기숙하면서 말동무를 원하다는 구인에 응모한다. 칠십대 장애인 노인 게르숌 발드의 오후를 책임지면 숙식과 약간의 보수를 지급한다는 제안은 네게브 사막에 건설 중인 새로운 정착촌 경비라도 나설 용의가 있던 슈무엘에게 축복이었다. 그리고 게르숌 발드와 같은 집에서 살던 미스터리한 여성 아탈리야에게 매력을 느끼는 슈무엘. 게르숌 할아버지는 계속해서 검은 과부에게 이끌리지 말라는 경고장을 날린다. 경고는 경고일 뿐, 계속해서 아탈리야에게 끌리는 마음을 청년은 다스리지 못한다. 너무 클리셰이였던가. 도대체 이들의 관계는 무엇이란 말인가? 대가 아모스 오즈는 이런 긴장감 속에 파묻혀 있던 진실들을 하나둘씩 꺼내든다. 마치 상실된 강호의 비급을 알려 주는 것처럼 말이다.

 

여기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인물이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이다. 그는 이미 1950년에 죽은 사람이다. 이스라엘 건국에 큰 공헌을 한 다비드 벤구리온이 주창한 시오니즘 광기에 맞서, 유대인과 아랍인이 이스라엘의 독립 선언 이전처럼 팔레스타인 땅에서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다는 이상주의를 설파했다. 아브라바넬은 유대민족에게는 그야말로 유다에 버금가는 그런 배신자 같은 존재다. 아탈리야는 그런 아브라바넬의 딸이고, 게르숌 발드의 아들 수학자 미카의 미망인이다. 미카 발드는 194842, 아랍민병대와의 교전에서 사로 잡혀서 비참한 죽음을 맞았다. 당시는 그렇게 상호간에 분노와 증오 그리고 걷잡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폭력이 판을 치던 그런 시절이었다.

 

독립 전쟁 당시, 당시 고작 13살 정도였던 슈무엘은 비극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보니 자신의 조부로 라트비아 출신 유대인으로 팔레스타인에 정착한 안테크도 같은 히브리인들에게 영국의 이중첩자로 몰려 살해당하지 않았던가. 사실 안테는 위조문서 전문가로 나치 독일에 저항하는 영국군에 협력했을 뿐인데, 종전 후 점증하는 반영주의 분위기에 그만 희생당하고 말았다. 가룟 유다로부터 시작된 배신의 DNA는 그렇게 사방에서 발견된다.

 

슈무엘의 연구와 사유에 따르면 부유한 이스카리옷 출신의 유다가 고작 은 30세겔에 예수 그리스도를 로마군에 넘겼다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한다. 이미 성전에서 환전상들에게 채찍질한 사건으로 신원이 알려진 나사렛 예수를 유다가 지명한 것도 어불성설이란다. 허구일 지도 모르겠지만, 바리사이파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을 부정하기 위해 가룟 유다를 고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예수를 따르던 유다가 그만 진짜로 예수의 제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슈무엘은 한 발 더 나아가, 유다가 첫 번째 기독교인이자 마지막 그리고 최후의 기독도교인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유다의 배신이 없었다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원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유다복음서>의 이단적 주장에 편승한다.

 

아모스 오즈 작가 역시 쉐알티엘 아브라바넬처럼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들과 평화로운 공존을 주장한 꿈꾸는 사람이었다. 선지자는 고향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법이다. 사람들은 히브리인과 아랍인이 서로 이해하지 못해서 팔레스타인에서 그런 갈등을 빚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에 따르면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게 아니라, 너무 잘 알기 때문에 상호 파멸적인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한다. 나도 이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하지만, 오랜 디아스포라와 차별 그리고 대학살에서 살아남은 히브리 사람들의 피해자 코스프레는 73년 전에는 통했을지 몰라도 더 이상은 유효하지 않다. 거대한 파괴자가 된 그들은 팔레스타인에서 아랍인들을 추방하기 위해 비무장 시민들에게 압도적 무력 사용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아모스 오즈 작가는 벤구리온 이래 유대사회를 지배해온 광기 어린 유대민족주의에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온 광기에 대해 아모스 오즈 같은 소수의 꿈꾸는 이들이 펜으로 저항에 나섰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끝은 창대하지 않을까.

 

그동안 아모스 오즈 작가의 책을 한 번 읽어야지 했는데, 2021년 사순절 기간에 그의 마지막 작품인 <유다>를 만났다. 방대한 양에 달하는 주석으로 책읽기가 쉽지 않았지만 마지막 장을 다 넘긴 뒤에 느낀 성취감은 기대이상이었다. 이스라엘 독립 과정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책읽기를 멈추고 막연하게 알고만 있던 현대 이스라엘 역사에 대한 공부도 했다. 모쪼록 조국에서 타민족과의 평화 공존을 주장하다가 이단아로 몰린 노대가의 이상이 현실화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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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4-02 16:4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최창모님 번역이네요
예전에 아모스 오즈 민음사에서 출간한 작품 오타가 많아서 읽다가 덮었었는데
현대 문학은 표지도 깔끔하고 편집도 잘된것 같네요
매냐님 이렇게 이스라엘 역사서 한권뚝 딱!

레삭매냐 2021-04-02 17:55   좋아요 2 | URL
램프의 요정을 휘리릭 돌려 보니
예상 외로 아모스 오즈 작가의
책들이 많이 없네요. 나온 책들도
많이 절판되었구요.

무언가 알고자 하는 부분을 자극
한다는 점에서 알찬 독서의 시간들
이었습니다.

원더북 2021-04-02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 지금 이 책 읽고 있는 중인데^^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이후로 레삭매냐임이랑 뭔가 통하는 듯 ㅎㅎ 저도 아모스 오즈 책은 이 책이 처음이에요. 집에 몇 권 있지만 읽을 계기가 없어서 소장만 하고 있었는데 마지막 작품부터 거슬러 올라가게 생겼어요. 인상 깊게 읽으셨다는 말씀듣고 저도 완독에 박차를 가해 봅니다~

레삭매냐 2021-04-02 19:05   좋아요 1 | URL
도중에 이 책 저 책 집적거리다가
12일이나 걸려서 읽었네요...

이중 나선(double helix) 구조라는
게 장점이자 약점이 될 수 있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조금 들었습니다.

기운내셔서 완독하시길 응원합니다!!!

붕붕툐툐 2021-04-02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학구적으로 공부하며 읽으시는 레삭메냐님 대박! 사순절에 어울리는 책을 읽으셨네용~👍

레삭매냐 2021-04-03 10:58   좋아요 0 | URL
제가 찾아 보니 블로그 글이 너튜브 보다
훨씬 낫더군요.

역시 저는 문제적, 아니 문자적 인간인가
봅니다.
 


결산으로 얼룩진 나의 3월이 그렇게 갔다.

그 핑계를 대고 책도 많이 못 읽었노라고 고백한다. 아니 그건 어디까지나 사실이다.

 

다달이 독서량이 줄어 들고 있다. 1월엔 대박 2월엔 중박 그리고 3월엔 쪽박이다.

꼴랑 8권을 읽었다. 버뜨, 이 책 저 책 찝적거리다 보니 그런 거라고 난 변명한다.

지금은 아모스 오즈의 <유다>를 읽고 있다. 요즘 수에즈 운하 사태가 한창인데, 고 부분을 리뷰에 녹여 넣으면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 실제로 주인공 슈무엘 아쉬와 그가 얹혀 사는 집의 할배와의 대화에도 1956년 영국과 프랑스가 이집트-이스라엘 분쟁에 개입해서 벌어진 수에즈 사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암튼...

 

이달에 새로 만난 작가는 당연 알베르토 모라비아다. 대표작인 <경멸>은 원래 중고서점에서 구간을 사냥해서 읽으려고 했는데 너무 맴이 급해서 도서관으로 뛰쳐가서 빌려다 순식간에 다 읽어 버렸다. 책은 드럽게 재밌었다. 게다가 베베라는 별칭으로 불리던 1950년대 섹스심볼이었던 브리짓 바르도 주연의 영화도 있더라. 그 영화도 봐야 하는데, 마음이 다 잡히지 않으니 집중할 수가 없어서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다.

 

그리고 내친 김에 <권태>도 구해서(그의 책들은 거의 품절과 절판의 운명이다) 읽기는 시작했는데 당장! 읽어야 하는 그런 책들이 불쑥불쑥 튀쳐 나오는 통에 초반 조금 읽다가 접어 두었다. 아무래도 4월에 마저 읽어야지 싶다.

 

러시아 작가 이름도 가물가물한 루드밀라 페트루솁스카야의 <시간은 밤>도 실컷 달려서 조무래기 단편들은 다 읽고, 표제작 읽다 말았네 그려. 알렉산더 클루게의 <이력서들>... 지난 주말에는 에드거 모건 포스터의 <인도로 가는 길>도 호기롭게 읽기 시작해서 첫 번째 꼭지를 모두 읽었다. 그 책에서는 왠지 조지 오웰의 <버마 일기>가 연상됐다. 그러니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월말에 가서는 빈약하기 그지 없는 독서 달력이 창출된 것이다. 에잉!

 

월초에 만난 디노 부차티의 <타타르인의 사막>도 대단했다. 책이 도착하길 기다릴 수가 없어서 미리보기로 읽기 시작했는데 어찌나 감칠맛이 나던지... 다 읽고 나니 오래 묵힌 숙제를 마친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역시 대미는 가즈오 이시구로 선생의 <클라라와 태양>이었다. 이틀 전에 받은 책인데 미친 듯이 읽어서 어제 오전에 다 읽고 리뷰까지 깔끔하게 마무리지었다. 참 이것저것 할 말들이 많았으나 나의 부족함으로 리뷰에 담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오늘 새벽에 일어나 두 번째 리뷰를 새롭게 쓰기도 했다. 하나의 책을 읽고 나서 두 개의 리뷰를 쓸 수도 있구나 싶다. 두 번째 리뷰에서는 영화 제작을 할 때, 이 장면은 과연 어떻게 연출될 지에 대해 미처 첫 번째 리뷰에서 다루지 못한 부분에 대해 말하기도 했다. 나의 색깔도 빼면서.

 


어제는 회사 앞의 야적장에 불이 나서 실컷 불구경을 했다. 소방차 아저씨들이 신속하게 도착하셔서 불은 금세 꺼졌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1도 없었다. 불구경과 쌈구경이 최고라고 하더니만 그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더라. 저녁에는 만두전골을 먹으러 나갔었는데 왕겹벚꽃이 정말 이쁘게 폈더라. 이 동네 벚꽃은 정말 끝내준다. 오래전, 아무도 없는 경복궁에서 즐기던 흩날리는 벚꽃 시절의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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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31 1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니 레삭매냐 님이 8권 뿐이라니?! *동공지진*

레삭매냐 2021-03-31 11:46   좋아요 2 | URL
아무래도 3월의 이런저런 일들이
많아서 책에 집중하지 못했더라는
핑계를... 네 다 핑계입니다 ㅠㅠ

너튜브에 빠져서 그거 보다가 그만.

얄라알라 2021-03-31 11: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처럼 우아한 언어 쓰시는 분께서 ˝드럽게 재밌다˝하시니 호기심 100배충전입니다. 저는 그나마 3월엔 기록조차 못해서 몇권인지도 모르는데 8권이면 많은 사람들 2년치 읽을 책같아여.

레삭매냐 2021-03-31 11:48   좋아요 3 | URL
아이고 과찬이십니다 -

드랍게 재밌는 건 사실이기 때문
에 다른 표현이 딱히...

동네 독서모임 공고가 났는데 1년
목표가 네 권이라고 해서 좀 놀랐
습니다.

바람돌이 2021-03-31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얄라얄라님 글에 덧붙이면 8권은 어떤 사람에게는 교과서 빼고 평생 읽는 책 숫자일수도 있습니다. 생각보다 많을걸요? ㅎㅎ 타타르인과 경멸은 저도 빨리 읽고야 말겠습니다. 클라라와 태양은 일단 집에 있는 책 부터...ㅠ.ㅠ

레삭매냐 2021-03-31 11:49   좋아요 3 | URL
아주 탁월하신 선택이십니다.

세 권 모두 좋은 책들입니다.
<클라라>는 시간을 두고 다시 한
번 읽어 보고 싶네요. 아 생각할
수록 짠하네요.

새파랑 2021-03-31 12:1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독서달력에 있는 책들이 눈에 들어오네요~4월에는 다시 대박이실 겁니다 ^^ 이거보니 저도 정리한번 해보고 싶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1-03-31 13:10   좋아요 3 | URL
네 요로코롬 정리해 두면 나중에
라도 아, 내가 이 시절에 이런저런
책들을 읽었구나 하고 기억에 도움
이 되더라구요 :> 좀 귀찮긴 해도
기록하고 있답니다.

4월 대박 완쉐이~

청아 2021-03-31 1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3월 쪽박이라 하셔도 레삭매냐님 리뷰는 대박이었습니다. <경멸>뛰어난 작품이었고 <권태>도 꼭 읽어볼래요!다른 책들도 궁금하니 이 페이지도 찜ㅋㅋ4월도 설레는 책들로 잘부탁드려요!

레삭매냐 2021-03-31 13:12   좋아요 4 | URL
모라비아 쌤의 책은 <경멸>보다도
<권태>가 낫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
더라구요.

역자 분이 열심히 달리고 계시다고
하니, 올해 신간을 기대해 보렵니다.

4월 대기작으로 에드가 모건 포스터
의 <인도로 가는 길>부터 마저 읽
어야지 싶습니다 :>

북플을 통해 알게 된 일본 작가
마쓰이에 마사시의 책도 한 번 만나
볼까 어쩔가 생각 중이랍니다.

책읽기는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는
고행인가 봅니다.

페넬로페 2021-03-31 15: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께서 사용하신 꼴랑, 쪽박의 단어는 저한테 엄청 입니다^^
매번 제가 모르는 좋은 책 올려주셔서 눈팅하며 사알짝 읽고 있는 중이예요.
제가 일일이 표현은 못해도 그렇게 알고 계시면
꼴랑이라도 항상 가르침을 주시고 있는거랍니다~~
‘시간‘도 래삭매냐님의 서재에서 알고 읽은 책이예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3-31 17:01   좋아요 3 | URL
다른 건 몰라도 책에 대한 욕심은
절제할 수가 없네요. 아니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예 절제할
생각도 안하는 거겠지요.

저도 홋타 요시에 선생의 <시간>
보고 나서 절판된 책들 구하느라
애를 먹었었네요.

보잘 것 없는 저의 책 소개가
도움이 되었다니 절로 어깨가 들썩
합니다, 감사합니다.

scott 2021-03-31 15: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독서 달력에서 독서라는 단어만 뺴버리면 증권가 첫달에 발행하는 이번주 기대주목록 같음 ㅎㅎㅎ 매냐님은독서계의 트레이더 이쉼

레삭매냐 2021-03-31 23:45   좋아요 1 | URL
작년에 블록에 올해 독서 계획을
잠시 짜보았으나.... 막무가내 독서
의 전범을 보여 주고자 ㅋㅋㅋ

뭐 그랬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1-03-31 18: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밥 먹으며, 은은하게 미소지어가며 재미나게 읽었습니다.

근데 레삭님이 쪽박이시면 저는 ㅡ.ㅡ

레삭매냐 2021-03-31 23:47   좋아요 0 | URL
오늘은 그래24에서 자그마치 상품권
을 오천원이나 주는 바람에 부랴부랴
질렀습니다. 램프의 요정과는 차원이
다르네요.

그리고 중고서점으로 달려가 호평인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도 샀고,
신간은 희망도서로 신청했답니다.

알뜰한 3월의 마지막 날이었답니다.
 
클라라와 태양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홍한별 옮김 / 민음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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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전작 <나를 보내지 마>를 읽고 단박에 팬이 되어 버렸다. 그 다음 수순은 그의 책들을 사냥하는 것이었다. 국내에 소개된 모든 책들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읽었다. 사실 그 책은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아마 읽다가 포기한 것 같다. 전작 읽기를 완수하기 위해서라도 그 책을 읽어야겠다. 그리고 이제 대가의 반열에 오른 그의 신작을 애타게 기다렸다. 2021년 봄, 신작 <클라라와 태양>이 출간됐고 국내 번역도 아주 빠르게 진행되어 3월의 끝자락에 만나볼 수가 있었다. 그 작가는 바로 가즈오 이시구로다.

 

본격적으로 소설 이야기를 하기 전에 잠시 삼천포로 빠져 보자. 왜 작가는 전통적 서사나 역사물 대신 다시 SF 장르로 신호탄을 쏘아 올렸을까. 출간에 앞서 인별그램을 통해 저자의 짧은 책 소개를 만나볼 수가 있었다. 친절하시기도 하여라. 사실 그걸 보고 나서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독자 친화적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한다. 동영상에서 그는 자신의 전작 <나를 보내지 마><남아 있는 나날>의 어느 중간점이 바로 <클라라와 태양>이라고 했던가. 부랴부랴 너튜브에서 <나를 보내지 마> 영화 소개를 다시 찾아보았다. 오래 전에 본 소설과 영화인지라 기억의 소환이 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게 우리 인간이 아니던가. 경험하고 잊고 또 다시 찾아보는 무한반복의 어느 지점에 서 있는. 이시구로 선생은 그렇게 나에게 화두를 던져 주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책을 받은 순간, 만사 제쳐두고 이 책부터 읽고 싶었다. 생각보다 진도가 쑥쑥 나갔다.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상이라고나 할까. 6부로 구성된 <클라라와 태양>에서 화자는 1인칭 시점의 에이에프, 가상의 친구(Artificial Friend) 클라라다. 훗날 클라라의 주인이 되는 조시의 표현에 따르자면, 프랑스풍의 얼굴이라고 했던가. 인공지능을 탑재한 에이에프의 목적은 인간의 외로움을 달래 주기 위한 그런 존재다. 기존의 인형 같은 존재가 아닌, 스스로 사유하고 배워 주인님, 마스터의 기분에 들어야 한다는 전제 아래 창조되었다. 다년간의 교육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사회적 알레고리를 클라라는 상점 쇼윈도를 통해 외부 세계를 관찰하면서 배운다. 상점의 매니저가 그런 클라라의 교육에 도움을 준다.

 

참 우리의 에이에프들은 태양으로부터 자양분을 얻는다. 그러니 태양이 많이 드는 곳을 선점하는 게 아주 중요하다. 거대한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인 중의 하나인 지대의 다른 표현이라고나 할까. 다른 에이에프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클라라지만, 역시 3세대 신제품에 시장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그것은 마치 휴대폰처럼 아무리 최신 기능으로 무장하고 시장에 나오지만, 더 좋은 기계가 등장하면 곧바로 시장에서 퇴출되는 그런 숙명을 지니고 있다. 아무리 인간과 인간에 가까운 감정을 지닌 안드로이드의 종속 관계라고 하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나의 감정은 슬프다.

 

심지어 새로 나온 B3 에이에프들은 기존의 2세대 에이에프들과 거리를 두려고까지 한다. 뻔히 보이는 차별적 계급화의 과정이 21세기를 사는 현대인들의 그것을 냉소적으로 다루는 듯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같은 재료로 지어진 아파트 사이에 임대냐 자가냐로 보이지 않는 선, 때로는 보이는 선으로 구분 짓고 교류를 차단하는 세태가 떠올랐다. 나는 어려서부터 그런 차별의 일상화 가운데 자란 이들이 공동체의 선을 위한 작은 희생이나 불편함을 감수하리라고 상상할 수가 없었다.

 

뭐 어쨌든 클라라는 14세 소녀 병약한 소녀 조시에게 구매되어 상점에서 조시네 집으로 위치 이동한다. 그러고 보니 클라라는 같은 상점에 있다가 먼저 팔린 로사에 비해서도 월등한 교감과 학습 능력을 보여 주었다. 조시의 엄마 크리시는 신상인 B3 제품을 원했지만, 조시의 주장으로 클라라를 구매했다. 어쩌면 매니저의 특별 할인가정책이 구매를 촉진했는지도 모르겠다. 소비주의에 매몰된 우리는 가성비가 뛰어난 제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니 말이다.

 

태생적으로 외로운 존재인 우리 인간이 울고 싸우고 또 상처받는 전통적 방식의 사회적 관계 대신 불필요한 감정의 소모를 대신하기 위해 에이에프를 개발해서 대체한다는 저자의 설정은 한편으로는 합리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서글프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끊임없는 감정의 소모 그리고 자기발전적 회생을 통해 우리는 인간으로 거듭나는 게 아니었던가.

 

그 뒤에 이어지는 조시네 집에서의 생활은 마치 시한폭탄처럼 다가온다. 클라라가 점점 더 조시와 크리시 가족의 일원처럼 진화되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난다. 보통 사람들도 잡아낼 수 없는 그런 미묘한 감정선들을 귀신 같이 잡아내는 클라라의 능력에 감탄했다. 이게 바로 거장의 실력이라는 걸까. 어느덧 인간보다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한 클라라는 병에 시달리는 클라라에게 특별한 도움이 도래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자신의 능력 안에서 자신의 주인이자 친구 조시를 돕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클라라와 태양>은 성장소설의 단면도 함께 지니고 있다. 조시의 이웃이자 남사친 릭은 병마에 시달리는 엄마 헬렌을 위해 자신의 꿈을 포기할 태세다. 하지만 헬렌의 생각은 달랐다. 재능이 있는 자신의 아들 릭이 애틀러스 브루킹스 대학에 진학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 자신에게는 비밀 병기도 있고, 가능하면 클라라가 릭에게 도움을 주었으면 싶다고 말한다. 하긴, 비용이 드는 에이에프는 가지고 싶다고 해서 살 수 있는 제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경제적 토대가 없는 헬렌으로서는 사랑하는 아들 릭에게 그만을 위한 에이에프를 사줄 여력이 없었다. 클라라는 릭의 성공을 위해 자발적 외로움을 자처하는 헬렌의 모정을 이해할 수가 없다. 아니 아직 그런 감정을 배우지 못했던 걸까. 그러고 보니 어떤 감정들은 처음부터 갖고 있었던 게 아니라, 사회적 추체험들을 통해 배우는 거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렇게 우리는 인간이 되어간다.

 

나도 너무 인간처럼 사유하고 계속해서 학습하는 클라라 같은 존재를 마주하게 된다면 불편해 할까? 아마 내 특성상 그럴 것 같다. 나라는 존재를 특별하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나에게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깨달음의 과정을 <클라라와 태양>에서 나는 마주할 수가 있었던 것 같다. 자기희생을 통한 구원이라는 전통적 서사가 전면에 등장하는 게 아닌가라는 걱정은 기우였다. 유전자편집을 통한 향상으로 치열한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겠다는 부모들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보다 더 나은 기회를 주겠다는 그네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 결과로 조시나 샐 같은 파국이 오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사랑하는 존재를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한다는 내러티브에 대해서도 할 말이 참 많지만, 너무 늘어질 것 같다. 내가 하는 일들이 언제라도 다른 누군가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현실을 모를 정도로 청맹과니는 아니지만.

 

<클라라와 태양>을 읽으면서 만난 다양한 감정들을 글로 표현해 내기란 나 같이 우매한 독자에게는 지난한 임무일 것이다. 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소설의 곳곳에서 대면한 감정들 사이에서 길을 잃었다고나 할까. 그리고 지난 이틀 동안 에이에프 클라라에 대입한 나의 감정은 슬픔이었다. 소설 말미에 등장하는 야적장 시퀀스에서는 왜 자꾸만 영화 <블레이드 러너>에서 생명이 소진되어 가던 레플리컨트 로이 배티의 마지막 대사가 떠오르던지...

 


All those moments will be lost in time.

 

나는 가즈오 이시구로 선생이 SF 장르를 빌어 우리 현대인에게 보내는 이 비가(悲歌)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우리 모두 외롭지 말자, 책과 서사의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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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3-30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양탄자가 매냐님 댁 배송은 총알로 보내줬네요. 예약 주문했는데 아직도 못받은 1人 ㅎㅎ

레삭매냐 2021-03-30 15:16   좋아요 2 | URL
이건 뭐 거의... 생쌀 씹어 먹듯이
그렇게 우적우적 읽었네요.

영화로도 만들어진 예정이라고 하던데,
과연 어떤 연출이 될 지 궁금한 장면들
이 몇몇 있더군요. 이 참에 이시구로
선생이 아예 연출을 하는 건 어떠실지.

scott 2021-03-30 15:27   좋아요 3 | URL
매냐님 엔딩 요정은 블레이드 러너 ㅋㅋㅋ

레삭매냐 2021-03-30 15:46   좋아요 2 | URL
엔딩 요정, 레알 굿~입니다.

청아 2021-03-30 17:06   좋아요 2 | URL
생쌀ㅋㅋㅋㅋㅋ인정인정입니다! 정말 그정도로 빨리 받고 바로 읽으셨네요!!마지막 문장도 너무 좋아요!

새파랑 2021-03-30 15: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늘 도착한다고 해서(이미 도착~!) 일단 ‘좋아요‘만 하고 사진만 보고, 리뷰는 다음에 읽겠습니다^^
(🌟다섯개라니~!!)

레삭매냐 2021-03-30 15:47   좋아요 3 | URL
일빠로 리뷰를 날리고 싶은 욕심에
읽기도 쓰기도 휘리릭이었습니다.

차분하게 재독을...

2021-03-30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21-03-30 15: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최대한 스포는 제외하려고 노력
했습니다.

원더북 2021-03-30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만 중도에 읽다가 말고 나머지는 다 읽었어요 ㅎㅎ ‘클라라와 태양’ 먼저 읽으셔서 부럽습니다^^ 저도 얼릉 읽어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3-30 17:49   좋아요 3 | URL
와우 저랑 딱 동지시네요.
제가 이시구로 선생 전작을 그 책
때문에 못하고 있네요 ㅠㅠ

<클라라와 태양>은 정말 찐~입니다.

mini74 2021-03-30 18: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읽고나서 로이가 생각났어요. 너무나 인간적인 로이. 죽음마저 누구보다 멋지죠 ㅠ

레삭매냐 2021-03-30 20:37   좋아요 1 | URL
전작 <네버 렛 미 고> 영화판과 블레이드 러너
스필버그의 <에이아이> 등등 기존의 SF 영화
들을 끊임 없이 소환하더군요.

stella.K 2021-03-30 18: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벌써 읽으시다니. 대단하심다!
저는 노벨문학상 알레르기가 있어
읽어도 이담에 혹시 중고 나오면 혹시 생각하고 있습니다.ㅠ

레삭매냐 2021-03-30 20:38   좋아요 1 | URL
이건 도저히 안 읽고 배길 재간
이 없었습니다.

저도 비슷한 알레르기 증상을
안고 있는데, 이번에는 그 정도
의 장벽이 없어서 수월하게 만
날 수가 있었습니다.

psyche 2021-03-31 1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서 빌려읽는다는 저의 결심을 깨고 싶게 만드는 리뷰네요. 아 갈등된다.

레삭매냐 2021-03-31 11:50   좋아요 0 | URL
저 같은 책중독 리뷰쟁이에게 더할 수
없는 상찬이십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자목련 2021-04-12 11: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술술 잘 읽히는 소설, 그만큼 좋은 리뷰입니다. 클라라를 한 번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고요. 이 소설 덕분에 이시구로의 소설을 더 읽고 싶어졌어요.

레삭매냐 2021-04-12 11:37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습니다. 왜 이렇게 재밌게
잘 읽히던지요.

이시구로 선생의 책들은 한 권 빼고
모두 다 읽었네요. 고 책은 쉽지 않
더라구요...
 



드디어 고대해 마지 않던 이시구로 선생의 <클라라와 태양>이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읽기 시작했다.

 

상점에 진열되어 미래의 주인을 기다리는 AF 클라라. 그들에게는 자양분인 태양이 필요하다. 그래서 제목이 <클라라와 태양>으로 정해졌던가.

 

AF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의 이시구로식 표현이 아닐까 싶다. 인공 친구라고나 할까. 에이에프 클라라는 사유하고, 쇼윈도 너머를 통해 무언가를 배운다.

 

에이에프는 상품이다. 외로운 소년 소녀들을 위한. 그런데 모두에게 에이에프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상점의 매니저는 클라라에게 그것을 알려 준다. 그러니까 현대인의 풀리지 않는 문제 중의 하나인 외로움은 비용이 들어야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되어 버린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외로움조차 스스로 해결할 수가 없게 된 그런 시대다.

 

아 그런데 나는 그런 종류의 외로움들을 어떻게 해소하지? 아마 책으로 파도처럼 몰려 드는 그런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일찍이 몽테스키외는 한 시간의 독서면 세상의 모든 시름들을 잊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니어도 그만이고. 원문이 있겠지만 그걸 찾아볼 의욕은 언제나처럼 부족하다. 그 시간에 클라라를 더 읽고 싶다.

 

그리고 짠, 미래의 주인이랄까 그런 존재인 14세 소녀 조시가 나타난다. 아마 그들의 운명은 그렇게 짜여 있었나 보다. 에이에프는 먼저 고객에게 반응하면 안된다는 규칙이 있나 보다. 그리고 불행해 보이는 소년 에이에프도 잠시 등장하는데... 왠지 그 장면에서는 영화 <에이아이>의 데이빗 생각이 났다. 아이를 가질 수 없는 부부가 들인 에이아이. 하지만 부부에게 아이가 생기면서 데이빗은 찬밥이 되었지. 이런 걸 데자뷰라고 하나. 왠지 사단이 날 것 같은 그런 예감.

 

<클라라와 태양>의 에이에프들도 비슷한 고민을 안고 산다. 새로운 모델의 기종이 등장하면, 예전에 에이에프 친구들은 교체될 수 있다는. 그런 점에서 애정과 외로움 그리고 우정 같은 것들도 언제라도 대체할 수 있는 그런 무엇이 아닐까.

 

요즘 즐겨 보는 캐럿마켓을 동네이야기들을 살펴보면, 주변에 외로운 이들이 많은 모양이다. 같이 공부할 사람도 구하고, 가벼운 수다나 산책을 할 동지들을 구하는 글들이 자주 올라온다. 참 그 중에는 독서모임 멤버를 구하기도 한다. 이 대목에서 좀 짠했다. 근데 아직 코로나 시절이 아니던가. 우리 달궁은 언제나 대면모임을 갖게 될지 문득 궁금해졌다.

 

다 때려 치우고, <클라라와 태양>이나 줄창 읽으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은 3월의 마지막 월요일 오전이다.

 

소설은 총 6부로 구성되어 있다. 진짜 맹렬하게 읽고 있는 중이다.

54쪽까지 읽었다. 점심 먹고 나서 1부를 다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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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3-29 11: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머! 따끈따끈 하겠어요!😆

레삭매냐 2021-03-29 13:25   좋아요 3 | URL
저자 양반께서 왜 <네버 렛 미 고>
와 <남아 있는 나날들>의 어느 중간
쯤이라고 하셨는지 알 것 같다는 느
낌적 느낌이 듭니다.

흥미진진하게 만나고 있습니다.

새파랑 2021-03-29 14: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오늘 나오는 거군요 ㅋ 저 내일인지 알았건만~ 부럽습니다★

레삭매냐 2021-03-29 14:10   좋아요 3 | URL
그러게 말입니다 :>

아주 재밌게 만나고 있답니다.
그것은 넘나 재밌는 것!

coolcat329 2021-03-29 1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오늘 친구에게 선물했어요. 저도 곧 구매하려구요~~😊

레삭매냐 2021-03-29 14:35   좋아요 4 | URL
저는 1부를 돌파하고 바로 2부에 들어갔습니다.

자꾸만 스필버그의 <에이아이> 데이빗이 생각
나네요. 그리고 병실에서 장기를 적출당하던
<네버 렛 미 고>의 복제인간들도.

멋진 친구십니다 참.말.로.
 


 

지난주에 모든 것을 다 삼켜 버린 공룡 너튜브에 올라온 영화 리뷰를 한 편 보았다. 원래 영화를 볼 생각이라면 이런 리뷰는 보지 말아야 하는데. 하지만 어쩌랴 얄팍한 계산수가 팍팍 작동하여 1시간 40(정확한 러닝타임도 모른다) 투자하느니 그냥 10여분 짜리로 가자고 마음 먹었다. 그리고 리뷰를 본 다음 결국, 찾아서 영화를 보게 됐다. 그렇게 가는 거지.

 

일단 이놈의 영화 <더헌트>는 이유를 모른 채, 어딘가로 끌려온 11명인가 12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인간사냥을 당하는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다. 영화 리뷰에서 못봤는데, 그들을 실어 날르는 비행기 안에서 이미 잔혹한 킬링 스프리는 시작된다. 그것도 하이힐로! 오마이갓! 어려서는 이런 무서운 장면들은 눈을 가리고도 못 보았는데... 이제는 하도 단련이 돼서 그런지 뭐야 이게 싶다. .

 

그리고 사람들이 입에 재갈을 물린 채,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한다. 벌판에 무슨 커다란 나무상자가 하나 놓여 있고, 어느나라 위대한 국회의원께서 당당하게 국회의사당에서 그 위용한 과시한 노루발이 등장한다. 한 마디로 말해 노루발로 나무상자를 뜯어 보라는 말이렸다. 고 안에는 재갈을 푸는 열쇠와 각종 소화기들이 찬란하게 진열되어 있다. 그 순간, 사방에서 사람들을 향해 총탄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비록 소화기들이 있긴 하지만, 제대로 된 훈련도 받아 보지 못한 민간인들이 보이지 않는 적들을 상대로 버틸 재간이 없었다. 그들은 하나둘씩 처참하게 죽어 나가기 시작한다. 함정에 빠져 꼬챙이에 찔려 죽기도 하고, 부상당한 동료를 부축해서 도망치다가 이번에는 지뢰를 밟아 쾅! 철조망을 넘다가 어디선가 날아온 화살에 당하기도 한다. 부상을 당해 도망가던 이에게 수류탄이 날아든다. 이건 정말 창의적인데 그래.

 

어느 주유소 옆의 상점으로 가까스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3인조는 전화기로 구조를 요청해 보지만, 그들 역시 인간사냥의 덫으로부터 달아날 수가 없었다. 나이 지긋한 부부 역시 인간사냥팀의 일원이었던 것이다. 한 명은 진열된 음식을 먹고 독살됐고, 또 한 명은 독가스에 그리고 산탄총에 맞아 희생된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이유로 이들을 죽이는 걸까?

 

그 순간, <더헌트>의 진짜 주인공 스노볼이라는 별명의 여성이 등장한다. 등장부터 비범하다. 스노볼은 깔끔하게 3인조의 시신을 처리한 부부에게 어디가 어디냐는 질문을 던진다. 아칸소라고 주저하며 대답하는 주인장 노부부. 담배 한 갑을 달라며 20달러 지폐를 내니 10달러와 잔돈을 내준다. 그 순간, 카운터의 할머니를 공격하고 곧바로 할아버지에게 총질을 해대는 스노볼. 아칸소에서는 담배가 6달러라고. 노부부는 준비를 제대로 못한 죄로 그만 스노볼의 첫 번째 희생자가 되고 만다.


 


주유소에서 살아남은 희생자 동지는 그들을 추격하는 드론을 총으로 격추시킨다. 그렇게 함으로써 자신의 위치를 노출시켰다는 스노볼의 핀잔을 먹는 남자. 둘은 달리는 기차 위로 올라 타고, 그 안에서 난민 일행을 만난다. 이 설절은 좀 뜸금 없는데 킬링 스프리를 기획한 이들이 이 정도의 스케일을 구사한다는 말이지. 기차까지 동원해서. 대단하다 대단해.

 

남자는 기차 안에서 만난 아랍계 남자를 의심한다. 처음에는 어느 나라 말인지 알아듣지도 못할 언어를 말하는데, 남자의 예상대로 게리라고 불리는 남자는 인간사냥팀의 일원이었다. 코네티컷 출신의 남자는 유엔군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눈을 파는 사이 유창한 영어로 남자와 스노볼을 조롱한다. 결국 그도 수류탄이 바지에 넣어져 산산조각이 되고 만다. 남자는 그 사이에 어디론가 도주한다.

 


스노볼은 난민캠프에서 영화의 초반 나무상자를 뜯지 말라고 경고하던 아저씨 돈을 다시 만난다. 그리고 미국 대사관인지 어디선가 나타난 정장 차림의 남자의 에스코트를 받아 어디론가 떠난다. 이상한 낌새를 챈 스노볼은 정장 차림의 남자에게 일격을 가하고, 참교육을 시전한다. 그리고 그의 트렁크에서 기차 씬에서 도주한 남자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 다음, 스노볼은 처음에 나무상자에서 튀어나왔던 꿀꿀이 오웰을 데리고 인간사냥팀의 본진을 습격해서 쑥대밭으로 만든다. 그리고 이 모든 걸 계획한 아테나를 찾아나선다. 스노볼에 버금가는 실력을 지닌 엔딩 씨퀀스의 아테나와의 대결은 영화 <킬 빌>의 서두를 장식하는 버니타 그린과 키도와의 그것을 연상시켰다. 스노볼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된다.

 

아 그리고 보니 첫 장면을 말하지 않았는데, 오래전 단톡방에서 이루어진 킬링 스프리를 암시하는 대화로 인간사냥팀의 선수들이 직장에서 해고되는 일련의 사건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을 온라인으로 격렬하게 비난했던 이들을 끌어 모아 복수전을 감행한다. 그게 바로 이 킬링 스프리의 본질이었던 것이다.

 

상당히 비급 정서로 제작된 영화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고 보았더니, 오히려 더 재미가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비용을 들여 제작한 영화보다 어떤 미스터리를 툭 던져두고, 하나씩 풀어 나가는 방식이 인상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별 것 아닌 일로 출발한 사건에, 일단의 인간사냥팀이 앙심을 품고 다분히 미국적인 방식인 총기를 사용한 폭력적 방식으로 해결에 나선다는 게 문제의 발단이다. 대화 따위는 필요 없다, 총알이 법이지. 그동안 세계 경찰로 군림해온 미국이라는 국가가 팍스 아메리카를 건설한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다.

 

인간사냥팀이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본의 힘이다. 잘 나가는 그들이 보유한 자본은 바로 권력으로 치환된다. 그들이 소유한 자가용 제트기 승무원은 자신이 서비스하는 고급 와인이나 캐비아는 맛도 보지 못했다. 그들이 자신의 돈줄이기 때문에 본격적인 인간사냥이 시작되기 전 기내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도 눈을 감는다. 그들이 고문관으로 교육을 담당한 용병 아저씨도 마찬가지다. 고용주에게 살인기술과 전략을 가르쳐 주고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별 것 아닌 요소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그야말로 소름이 끼친다.

 

완벽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그네들의 계획은 스노볼의 등장으로 무산된다. 타겟을 고를 적에 그들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해 좀 더 세심한 배려를 해야 했던 게 아닐까? 시골 출신 스노볼이 자신들의 가장 강력한 적으로 부상하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아니 오래전 한 근육질하던 람보나 마동석 같은 이들이라면 아예 리스트에도 올리지 않았겠지. 한 마디로 말해 자본 권력을 지닌 인간사냥팀은 그야말로 손쉬운 먹잇감들만 사냥감으로 고른 것이다. 그들이 진짜 복수를 하고 싶었다면, 온라인상에서 자신들을 비난한 이들이 아니라 자신들을 해고한 이들을 상대로 했어야 했다. 출발부터 어그러진 계획이 성공하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았을까.

 

영화 포스터를 유심히 살펴보니, 영화 <퍼지>의 제작자가 만든 영화라고 한다. 그 영화를 떠올려 보니, 어떤 맥락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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