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동물원 - 제1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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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을 좋아한다. 벌써 17번째라니 미처 몰랐다. 그 중에 박민규 씨의 작품, 윤고은 그리고 주원규 씨의 책들을 읽었고 그 참신한 아이디어의 발상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한겨레문학상이 내 머리에 각인한 보증수표라고나 할까. 재밌게 읽을 만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나의 예상과 기대는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이것은 9년 전의 쓴 리뷰의 재탕이다. 출판사도 재탕을 하는데 독자의 리뷰라고 안될 게 무엇이겠는가. 박민규에 대한 감상은 철회한다. 참신한 아이디어가 타인의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다음에 작가를 손절해 버렸다.)

 

신예작가 강태식 씨의 <굿바이 동물원>은 자본주의 4.0 시대에 가장 무서운 공포로 시작된다. 바로 실업! 아무리 고단한 직장인의 삶이라고 하지만,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주인공 김영수는 몸으로 보여준다. 밥벌이를 위해 벌어오는 금전의 부재는 바로 가장의 권위부터 박탈한다. 주변에서 가난에 장사 없다는 말을 그야말로 밥 먹듯이 듣는다. 그러니 우리의 가장 김영수는 한 푼이라도 벌어야 하는 부업전선으로 내몰린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눈물을 빨간 대야에 가득 담긴 마늘을 까며 훔치기도 하고, 인형에 눈붙이기를 하다가 본드에 중독이 돼서 우주를 유영하기도 한다. 웃음보다 어째 이 시대 남성의 비애가 느껴지는 건 나만의 생각이려나. 책 띠지에 실린 대로 능숙하게글을 써제끼는 이 작가는 사람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도 아주 능숙하구나.

 

이 정도로 워밍업을 한 다음 작가는 김영수가 얼마나 코너에 몰렸는지 독자에게 주지시킨다. , 이제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그는 무슨 짓이라도 할 준비가 되었다! 그 다음에 그에게 주어진 일자리는 정규직을 닮은 그 무언가로, 김영수는 동물원에 취업했다. 체력 테스트를 위해 한 달간 꾸준하게 몸을 만들어 라이벌 아줌마를 제끼고 어렵사리 얻은 김영수가 얻은 일자리는 무얼까? 설마설마하던 상상이 그대로 재현이 된다. 돈을 지불하고 동물원에 입장한 관람객에게 그들이 원하는 인간이 그리는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 바로 김영수가 최근에 획득한 일거리다.

 

(, 그리고 보니 이거 언젠가 영화인지 드라마로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니었나? 귀찮아서 찾아보지 않는다. 나는 그런 닝겡이다. 예전 같은 투철한 리뷰의 열정이 식어 버렸다고 해두자, 다 귀찮으니깐!)

 

그렇다, 그는 인간 마운틴고릴라로 위장해서 자아와 세상을 속이는 데 앞장선다. 그와 그의 동료 만딩고, 조풍년 아저씨 그리고 앤 모두 사람답게 살고 싶지만 세상은 그들의 희망과 염원을 가차 없이 짓밟는다. 바로 그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강태식 작가는 어쩌면 동물의 왕국이 악다구니하며 살아가는 인간들의 그것보다 더 나을지 모르겠다는 썰을 슬쩍슬쩍 흘리기 시작한다. 성과급을 올리기 위해, 고소공포증과 부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에 올라 부저를 누르는 인간 고릴라들의 모습은 생존을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우리네 모습으로 그대로 치환된다.

 

강태식 작가는 조풍년 아저씨, 앤 그리고 만딩고의 순으로 김영수의 동료들이 품고 있는 알토란 같이 흥미진진한 그네들의 과거사와 미래의 꿈을 들려준다. 그렇지! 아무리 이 세상이 힘들고 고달프다고 하더라도 그런 희망이 없다면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산단 말인가. 신예 작가라고 하는데 내공이 보통이 아니다, 이미 책에 몰입된 독자의 심리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게 수완이 대단하다. 다만, 세렝게티 동물원 고릴라 사의 우두머리 만딩고의 이야기는 너무 많이 나간 게 아닌가 싶다. 물론 재밌는 있었지만.

 

역시 이 소설에서 최고의 재미는 세렝게티 동물원의 전직 동물직원인 소생이 등장해서 평온하던 인간 동물들에게 던진 작은 파문이다. 이제는 여행사 직원으로 변신한 은근과 끈기의 대마왕 소생은 동물직원들의 박대에도 굴하지 않고, 지긋지긋한 세금과 각종 공과금 그리고 속세의 모든 번민과 괴로움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획기적인 상품을 세렝게티 동물원에 소개한다. 가장 먼저 만딩고가 그의 꼬드김에 넘어가 멀리 아프리카 콩고의 정글로 날아가 문명의 이기인 휴대전화로 다른 동료들을 꼬시기 시작한다. 한때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글을 썼다는 작가의 냉소주의가 신념, 확신 그리고 슬픔의 삼위일체로 고스란히 전이된다. 이거 딱 내 스타일인데, 정말 멋지다!

 

작가는 인간적이라는 낱말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블랙 유머와 약육강식을 상징하는 극적 무대인 세렝게티 동물원을 통해 우회적으로 비판한다. 상생이 아닌 무한경쟁의 과정을 거치고, 바늘구멍 같은 취업 뽀개기를 통과해야만 비로소 인간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답게 살기란 무엇인지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보게 만들어주었다. 물론 너무 진중한 주제이기 때문에 곁들여지는 깨알 같이 재미지는 에피소드의 무차별 살포도 잊지 않는다.

 

<굿바이 동물원>은 카카오가 많이 들어간 초콜릿처럼 그렇게 달콤씁쓰름하다. 처음엔 달콤하지만, 뒤에 가서는 진한 슬픔으로 변하는. 새로운 작가를 만나고, 또 그 작가의 무한한 문학적 오딧세이를 기대하게 돼서 즐거운 한여름 밤의 추억이었다.

 

*** 무려 9년 전에 읽고 쓴 리뷰를 개정판 발간에 즈음해서 울궈 먹는다.

뭐 그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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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11-05 15: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다시 써주시니 저처럼 이 책을 놓친 사람이 우와 하면서 책을 주워담지요. ㅎㅎ

레삭매냐 2021-11-06 08:09   좋아요 0 | URL
이 책의 내용과 비슷한 드라마인지
영화가 생각이 나는데...
가물가물하네요.

붕붕툐툐 2021-11-05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은 모르겠습니다만, 카카오 많이 들어간 초콜릿은 먹겠습니다~ㅎㅎ
(하하, 울궈 먹은 페이퍼니 너그러이 봐 주시겠죵~ㅎㅎ)

레삭매냐 2021-11-06 08:10   좋아요 1 | URL
책은 아주 재미졌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특유의 블랙 유머가 폭발케미-

그러믄요, 울궈 먹었으니깐요.

붕붕툐툐 2021-11-07 00:08   좋아요 1 | URL
아~ 블랙유머 좋아하는데~~ 읽어봐야겠네요!!ㅋㅋㅋㅋ
감사해용!😊
 


오늘 아침부터 고대해 마지않던...

사실 오늘 아침 일찍 깨서 바로 준비하고 달려 나왔습니다.

신성한 매도의 타임을 놓치면 안되니깐요.

 

버스 안에서 조회해 보니 더블 호가에 40만 명 정도가 매달려 있었습니다.

, 이 정도면 더블이 불안한데... 공모가가 워낙에 고평가 논란이 있다 보니 불안해지기 시작합니다.

 

사실 더블만 먹어도 정말 좋은데, 닝겡의 욕심이라는 게 한이 없으니...

여튼 바로 MTS보다 안정적이라는 HTS를 가동하고 신중하게 장 오픈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09:00 정각, 카카오페이가 시초가 더블에 성공했습니다 여러부운!!!

 

옆지기에게는 약속한 한우를 그리고 저는 도끼샘의 자태가 영롱한 한정판 탄신 200주년 전집을 챙기게 되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망O 대신증권이 역시나 렉이 걸려서 더 좋은 가격에 팔 수 없게 만들고, 삼성증권 역시 버벅대면서 20만원대 매매가 공중으로 날아가 버렸습니다.

장중 한 때 더블 밑으로 빠지면서 잠시 패닉 모드에 들어가나 싶었으나 결국 존버해서 더블에 5주를 매매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리고 또 혹시 몰라 하는 1주는 데불고 있답니다.

 

공모 시점에서는 겁나게 욕을 했지만, 또 이렇게 많은 수익을 앵겨 주니 라이언이를 용서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역시 우리 현대인들은 모두 자본주의의 슬레이브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이상 도끼샘 전집의 영롱한 자태를 곧 영접하게 될 책쟁이의 자랑질이었습니다. 이만 총총...



넌 이제 내끄야, 도끼샘아 !!!


당장 읽지도 않을 책들을 쓰담쓰담

할 생각에 벌써부터 감동의 눙물이...



플러스, 이날을 위해 그동안 쟁여운 신한 알라딘 욜로 카드를 사용하면 바로 15% 할인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단돈 14만원에 도끼샘 전집을... 상상만 해도 신나는구나. 남은 돈으로는 그동안 당근에서 째려 보고 있던 소니 알파 중고 카메라를 사면 되겠군. 역시 닝겡은 소비하는 호모 콘슈머티쿠스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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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3 11: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추카 합니다 우주의 기운이 지니의 요술 램프 속으로~@@

레삭매냐 2021-11-03 11:13   좋아요 6 | URL
오늘은 모든 게 다 좋네요...
감사합니다, 스캇트님!!!

카페이 상장 따블에 도끼샘 책에
그리고 제가 응원하는 애틀란타
브레이브스가 휴스턴을 박살내고
사반세기 만에 드디어 월시 챔피
언을 먹게 생겼네요!!!

정말 우주의 기운이 저에게 -

새파랑 2021-11-03 11:3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ㅋ 200주년세트랑 특별판 두개 다 사셔도 될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11-03 13:13   좋아요 5 | URL
하- 고민이네요.

<죄와 벌> <카라마조프>는
읽은 책들이라... 안 닐근 책들
이 있으면 좋으련만서도 ㅋㅋ

감사합니다, 행복한 고민이었네요.

청아 2021-11-03 11:3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아까 뉴스보고 어제?말씀하신게 이건가 했던 1인ㅋㅋㅋ결론은 1주는 데불고 계시군요ㅋㅋㅋㅋ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라하는 ‘레삭매냐투‘가 폭주하는 것을 보니 저도 기쁩니다ㅎㅎ
주식 잘 몰라 어찌된건지 깊은 사정은 모르겠지만; 더블이고 이득이신듯 하여 덮어놓고 축하드려요👆👆

레삭매냐 2021-11-03 13:15   좋아요 4 | URL
저도 이제 막 시작한
주린이랍니다.

오늘 완전 잔칫날 분위기
네요. 장은 폭락장이건만.

크게 먹지는 못하고 만날
소소하게 책벌이 정도 하
다가 오늘 대목이었습니다.

뭐 아주 가끔은 이런 날도
있어야지요 ㅋㅋㅋ

남은 한 주가 튀나가네요 ^^

오거서 2021-11-03 12: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주식 고수셨어요. 더블 매매 성공을 축하합니다. 매도해야만 진정한 자산! ^^

레삭매냐 2021-11-03 13:16   좋아요 4 | URL
고수긴요, 생초 주린이랍니다.

익절은 항상 옳다고 하네요.
맞습니다, 보유한 주식은 아무
의미 없습니다. 현금이 쵝오지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11-03 1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더블로 성공하시면 수익률 대박 아닌가요!
잘 모르지만요~~
한우로 육체의 건강을 챙기시고 영롱하게 빛나는 도끼샘의 책으로 정신을 고양시키는 레삭매냐님께는 모든 우주의 기운이 몰려 있는 듯 합네다^^

레삭매냐 2021-11-03 14:38   좋아요 3 | URL
영과 육의 소중한 양식으로 잘
삼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주의 기운은 모두 나에게로 오라!!!

잠자냥 2021-11-03 14: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 특별판이 두 종류인가요???? 열린책들 이노무시키들.............

레삭매냐 2021-11-03 14:39   좋아요 4 | URL
네이~ 그렇다고 합니다.

하나는 가격이 좀 더 쎈 16만원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하나를 더
끼운 10만원인가 하더라구요.

표기법도 죄다 바꾸고 자간도
널찍하게 배치했다고 하니 도
저히 안사고 배길 재간이 없게
맹그는 출판사의 신박한 영업력
이 아일 수 없습네다 기래.

잠자냥 2021-11-03 14:43   좋아요 3 | URL
매냐님 주식 쏠쏠한데 두 세트 들여놓으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11-03 15:26   좋아요 2 | URL
나머지는 중고 카메라 살라구요 ㅋㅌ

라로 2021-11-03 15: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앙!!! 이릿게 기쁜 소식이 어딥습니까 기래!!!
축하드려요~~~!!!!
그저 존버의 정신이 결국은 해내는 군요!!!ㅎㅎ
도끼샘 책 뿐 아니라 카메라까지!!
저도 주식 해볼까바여,,ㅋㅋ
고무적인 롤모델이 되신 레삭매냐님!!!^^

레삭매냐 2021-11-03 16:01   좋아요 2 | URL
넵 더 먹을 수 있었으나 상장당일
날만 되면 발생하는 시스템 장애로
조금 덜 먹게 되었습니다.

지금 동영상을 캡처해서 항의하신
다는 분들이 너튜브에 넘쳐 흐르
고 있습니다. 전 뭐 수익을 냈으니...

전 생전 주식 안하다가 최근에 공모
주 맛이 들어서리 :>
소소한 용돈벌이용으로 해보시는
것도 좋지 않나 싶습니다.

stella.K 2021-11-03 15: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근데 펀딩판 버전이 아니네요.
이게 더 마음에 드시는가 봅니다.ㅎ
저는 좀 기다렸다 낱권으로 나오면 그때...^^

레삭매냐 2021-11-03 16:03   좋아요 3 | URL
네... 그림도 들어 있고 -
무엇보다 한정판이라고 하는
얄팍한 상술에 그만 낚여부
렀습니다. 파닥파닥 -

근데 두 개는 이미 가지고
있기도 하고, 또 다 읽은 책
이라 냉큼 사기가 쩜...
뭐 그랬다고 합니다.

붕붕툐툐 2021-11-03 20: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레삭매냐님 추카추카!! 옆지기도 레삭매냐님도 신나는 날이네용!! 영롱한 자태 배송 오면 구경 좀 시켜줍쇼~ 굽신굽신!!

레삭매냐 2021-11-04 08:04   좋아요 1 | URL
인스타에서 천으로 장정된
도끼샘의 책을 영접하니...
꼭 사야겠습니다.

mini74 2021-11-04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이언에게 이 영광을 ㅎㅎ 도선생님께 카카오가족을 소개하시는겁니까 ㅎㅎ한정판앞에 라이언 세워두시는거 아니세요 ㅎㅎ 축하드려요 무지무지 *^^*

레삭매냐 2021-11-04 18:01   좋아요 1 | URL
그니깐요 - 어제 라이언이가 저
에게 자태가 영롱한 도끼샘 책
과 중고 알파 카메라를 보내 주셨
습니다.

오늘 카페이 쭉쭉 빠지네요...
매도 천만다행이네요 ^^

coolcat329 2021-11-04 20: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이런 좋은 일이 있으셨군요. 늦었지만 축하드려요 😙

레삭매냐 2021-11-05 04:0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다음 주에 도끼샘
만나러 갑니다.
 


10월의 독서 기록

 

지난달에는 모두 6권의 책들을 만났다.

아무래도 책보다 다른 재미를 붙이다 보니, 책읽기가 소홀해진 그런 느낌이다.

 

너튜브라는 신세계를 만나 이것저것 보다 보니 책읽을 시간이 없더라.

확실히 너튜브가 대세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류에 잘 편승하지 않는 나도 그렇게 매달리니 말이다.

 

하도 타령들을 해대서, 오징어 게임도 두 편 보고... 그 다음에는 안봤다. 시간이 나지 않아서. 그리고 대망의 <>도 봤다. 영화는 정말 황홀했다.

 


올해초에 세운 나의 목표가 일년에 책 120권 읽기였는데 지난달에 끝냈다. 예전에는 미친 듯이 그렇게 책을 읽곤 했었는데 이제는 좀 수그러든 모양이다. 책은 여전히 사대고 있다. 지난 주말에는 인천에 갔다가 세스 노터봄의 <유목민 호텔> 그리고 알리나 브론스키의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를 샀다. 두 권 모두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 잡고 있는 콜슨 화이트헤드의 <할렘 셔플>이 끝나면 도전할 계획이다. 화이트헤드 작가의 신작은 이전의 두 작품과 많이 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과거를 무대로 삼았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왠지 <언더그라운드><니클>에서 보여준 그런 집중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나 할까. 물론 재미는 만점이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

 

책에 대한 나의 관심은 요즘 주식으로 옮겨간 그런 느낌이다. 지난 십여년 동안 책에 미쳐 살았었는데... 이제는 소소한 용돈벌이, 아니 어쩌면 그렇게 돈을 벌어서 책을 살라고 하는 건 아니고? 욕심을 자제하는 법도 배우는 중이다. 오늘도 상장한 엔켐으로 몇 권의 책값 정도는 벌었다. 공모주로 여름에 무턱대고 들어간 롯데렌탈 말고는 꾸준하게 수익을 내고 있으니 다행이지. 첫 공모였던 크래프톤에서 거의 망할 뻔 했으나 존버로 손해보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탈출한 게 그나마 위안이다.

 

낼 모레 카페이 상장에서 도끼샘 책값을 벌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이 있다. 열책에서 낸 금장 표지의 책을 보니 정말 손이 근질근질해서 참을 수가 없더라. 열책은 진작에 이런 책들을 낼 것이지 기존에 책 산 사람들 멕이는 건가. 부디 카페이의 성공적인 주식 시장 데뷔를 기대하며... 나의 도끼샘 책들이 달려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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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11-01 19: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징어게임은 딱 두 편 봤어요.ㅎㅎ
목표 이미 달성하셨군요!! 목표는 세워야 달성을 하게 되나봐요.
저는 목표 없이 읽었더니 이제 겨우 30권 읽었나?? 싶어요. (몇 권 읽었는지도 모르는;; 반성!)
근데 존버가 무슨 의미에요??( ˝);;;
매냐님도 도끼샘 책을 사실 계획이시군요!!
그런데 금장이 손에 묻거나 하진 않을까요?? (돈키호테 책 생각남요..ㅠㅠ 아, 그건 은장이었나??)

레삭매냐 2021-11-02 00:35   좋아요 2 | URL
보통 100권 정도를 잡고 초과달성
을 목표로 하곤 한답니다.

도끼샘 책은 페이퍼에도 적었다시
피, 카페이 공모가 성공적으로 끝
나면 그 자금으로다가 ^^

존버는... 끝까지 막무가내로 버티
자 뭐 그런 뜻으로 알고 있답니다.

페넬로페 2021-11-01 22: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너튜브나 넷플릭스에 빠지면 도끼자루 썩는 줄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6권이면 양호합니다^^
오징어 게임은 보다가 넘 슬퍼서 다 못 본 상태이고 저는 넷플릭스로 ‘갯마을 차차차‘ 두번이나 돌려보고 있습니다.
저한테 너무 힐링을 주네요~~
한번씩 주식투자 공부에 대한 팁도 올려 주시기 바래요.
그곳으로 눈을 좀 돌려야겠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1-11-02 00:37   좋아요 4 | URL
제가 그렇답니다.
특히 솔캠의 불멍은 진차 -

6권 뭐... 욕심낸다고 원하
는 대로 되질 않더군요.

저도 주린이인지라, 고저
여기저기서 주워 들은 정보
로 책벌이 정도 하고 있답
니다.

독서괭 2021-11-02 0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끼샘 책값 벌기…!! 그 이상으로 성공하시길 빕니다^^
지난달 6권 읽으셨다니 인간적인 숫자다! 하다가 이미 지난달에 연 120권 목표를 끝내셨다는 거 보고 아니 그럼 그렇지.. 했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1-11-02 08:12   좋아요 3 | URL
두 쪽에 공모를 신청해서
하나는 도끼샘 책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우를 기대해 봅니다 ㅋㅋ
성투 고고씽!!!

올해는 치트키를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래픽 노블이니 얇다란 책들을...

새파랑 2021-11-02 06: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읽으신 6권 전부 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네요~!! 책값을 위해 카페이 상장과 상한가를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1-11-02 08:13   좋아요 3 | URL
지난달에 만난 책들은 모두
흡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권수는 적지만요.

목표치를 달성하고 나니 급속
도로 독서 의지가 박약해지는...

성투 응원 감사합니다 !!!

mini74 2021-11-02 18: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폭망 ㅠㅠ 집에 있는 책 사세요 책 사세요 ! 성냥팔이소녀가 아니라 책팔이아줌마 될 판입니다 ㅠㅠ 매냐님은 훨훨 날길 가원하며 ㅎㅎ

레삭매냐 2021-11-02 20:36   좋아요 2 | URL
저도 오늘 램프의 요정이 주는
그놈의 적립금 때문에 또 책
을 사게 될 그런 팔자랍니다...

근데 뭔 책을 살 지는 아직
미정이랍니다 ^^
 


소외와 고독 그리고 숙명의 이야기

 

어제 우연히 20년 전에 본 영화 A.I. 이야기를 하다가, 주인공 역을 맡은 아역 배우 할리 조엘 오스먼트 생각이 났다.

 

내친 김에 위키피디아와 너튜브를 통해 검색해 보니 영화 A.I.의 원작은 따로 있었다. 1969년 브라이언 알디스라는 작가의 단편 소설 Supertoys Last All Summer Long이 원작이었다. 영화와 소설은 비슷한 얼개를 가지고 있지만, 인간이 느끼는 소외와 고독이라는 근원적인 주제를 영화 버전이 더 확장해내지 않았나 싶다.

 

일단 원작 소설의 주인공들인 헨리와 모니카 스윈튼, 데이빗 그리고 곰돌이 인형 테디는 그대로 등장한다. 원래 이 소설의 판권을 작고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사들여서 영화화를 시도했으나 수차례 제작이 연기되던 중, 1999년 큐브릭 감독이 사망하면서 스티븐 스필버르가 영화 제작의 바통을 이어받게 되었다. 아무래도 두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원래 큐브릭 감독이 의도한 어두운 부분들이 스필버그식 페어리 테일로 순치된 게 아닌가 싶다.

 

원작에서 미래 세계에서 엄격한 인구 통제가 이루어진다는 설정인데, 영화에서는 기후문제로 거의 세계의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상황이라는 점이 좀 다른 것 같다. 오프닝에서 사이버트로닉스의 하비 박사는 인간의 감정을 가진 새로운 스타일의 로봇을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하비 박사의 호언장담은 현실이 되었다. 불치병으로 아들 마틴을 저온상태로 보관하던 스윈튼 부부(헨리와 모니카)는 하비 박사의 제안으로 어린 아이와 똑같은 기능을 하는 데이빗을 입양하기에 이른다. 단 반품하는 경우, 폐기한다는 조건을 달고서.

 

물론 처음에 데이빗이 스윈튼 가정에 적응하는데 껄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자신의 아들 마틴을 대신할 로봇의 입양에 소극적이던 모니카도 점점 사랑스러운 데비잇의 모습에 끌리기 시작한다. 원작에도 등장하는 슈퍼토이 곰돌이 테디가 홀로 집에 남아 있던 데이빗의 절친이 된다. 그리고 데이빗이 마틴의 빈 자리를 차지할 즈음, 기적적으로 마틴이 치료되었다는 소식이 스윈튼네 가정에 날아든다. 부모에게는 좋은 소식이었지만, 꼬맹이 로봇 데이빗에게는 악몽의 시작이었다. 누군가의 행복이 또 다른 이에게는 불행이란 말이었을까.

 

마틴은 데이빗을 사주해서 엄마 모니카의 머리카락을 잘라 오라고 사주한다. 식탁에서 시금치 사건(!!!) 등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아버지 헨리는 모니카에게 이제 마틴이 돌아왔으니 데이빗을 반품하라고 종용하기 시작한다. 반품하면 폐기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모니카는 그런 결정을 내릴 수가 없어서 결국 데이빗을 데리고 숲 속에 가서 버리고 돌아온다. 이 장면에서는 그림 형제의 <헨젤과 그레첼>이 연상됐다.

 

그 다음에는 영화의 한 축을 차지하는 지골로 조(주드 로 분)가 등장할 차례다. 여자박사를 자처하는 지골로 조는 루즈 시티에서 여성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는 그런 로봇이다. 하지만 그는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경찰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로봇이면서 로봇 같지 않고 또 인간 같지도 않은 다중적인 캐릭터라고나 할까.

 

숲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던 데이빗은 폐기된 로봇들을 사냥해서 잔인하게 파괴해 버리는 로봇 사냥꾼 집단 <플레어 페어>에게 사로 잡히게 된다. 로봇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일단의 인간들은 숲에서 방황하는 로봇들을 잡아 잔인한 방식을 동원해서 파괴하며 즐거움을 느낀다. 스필버그 감독은 원작에는 나오지 않던 극적인 장면들을 추가해서, 점점 더 인간성이 상실되는 시대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하고 싶었던 걸까.

 

어찌어찌해서 간신히 플레어 페어 쇼에서 탈출한 로봇 데이빗은 진짜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지골로 조와 함께 루즈 시티에 모든 것을 다 아는 박사를 찾아간다. 피노키오와 블루 페어리의 동화 같은 이야기는 영화에 몰입한 관객들에게는 불가능한 소설에 불과하지만, 진짜 인간이 되어 엄마 모니카의 사랑을 되찾고 싶어하는 데이빗에게는 무엇보다 소중한 진심이었다.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관심과 인정 그리고 사랑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에 영화 <A.I.>는 방점을 찍어 버린다.

 

결국 물에 잠긴 맨하탄으로 사이버트로닉스의 책임자 하비 박사를 찾아가 자신의 탄생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데이빗.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잠수정을 물속에 잠긴 블루 페어리를 찾아간다. 그 전에 자신의 동료였던 지골로 조는 경찰에게 다시 체포된다. 그리고 물 속에 잠겨 버린 데이빗.

 

그 다음의 이야기는 좀 황당한데, 결국 빙하기가 찾아와 지구상의 모든 인류는 전멸해 버린다. 2,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지구별을 찾아온 외계인에 의해 발견된 데이빗. 생존한 인류가 한 명도 없는 가운데 A.I. 데이빗은 외계인들에게 그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해 주는 고마운 존재였다. 그들은 데이빗이 간절하게 소원하는 엄마 모니카와의 하루를 선물해준다.

 

외계인들은 인류의 흔적으로 인류를 다시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단 하루 밖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데이빗에게 알려준다. 때마침 모니카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던 곰돌이 테디의 도움으로 데이빗은 2천년을 기다린 꿈을 마침내 이룬다. 그리고 소멸한다.

 

개인적으로 <A.I.>는 정말 슬픈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엔딩은 결국 필멸의 존재인 인간의 숙명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들어 주는 명장면이 아닐까 싶다. 큐브릭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면 과연 어떤 스타일로 만들었을지도 궁금하다. 스필버그 스타일의 동화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에서 빛나던 데이빗의 요즘 모습.

너무 달라져 버려서 좀 충격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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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10-31 09: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원작 소설이 있었군요.
스탠리 큐브릭이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저도 궁금하네요.
할리 조엘 오스먼트 눈코입은 그대로인데 얼굴 면적이 넓어지면서 완전 딴 사람이 되었어요.

레삭매냐 2021-10-31 10:48   좋아요 4 | URL
어제 문득 생각이 나서
검색해 보았는데...
역변이 참 안타까운 배우가
아닐 수 없네요.

그 시절에는 정말 장난 아니
었는데 말이죠.

아마 큐브릭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면 배우들이 다 미쳐
버렸을 지도 ㅋㅋㅋ

새파랑 2021-10-31 10: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역시 세월의 무게를 버틸 수 있는 사람은 얼마 없군요 ㅜㅜ
저 이영화 봤었는데 기억이 하나도 안나는데 레삭매냐님 리뷰 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나네요 😅

레삭매냐 2021-10-31 10:48   좋아요 4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아주 인상적
으로 본 영화라 그런지 진짜
기억이...

오늘 아침에 너튜브에서 리뷰
영상을 찾아 보았는데 대부분
기억하고 있더라구요 -

참 슬픈 영화였습니다.

얄라알라 2021-10-31 13: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샥매냐님, Dune 팬이시죠? AI 슬펐어요. 저도...슬픈 영화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영화적인 것 뿐 아니라 후에 주드로의 변모도 슬프고요.

레삭매냐 2021-10-31 18:32   좋아요 2 | URL
그렇습니다. 영화 나오기 전에
책을 먼저 보겠노라고 작심했
으나, 작심은 작심으로 끝나
부렀습니다. 그런 거죠.

A.I. 영화는 곱씹을 수록 슬프
지 않나요... 주드 로는 츤데레
같았어요.

mini74 2021-10-31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ㅎㅎ헉 나의 데이빗이 이럴리 없어요 ㅎㅎ 자꾸 보니 귀엽네요.

레삭매냐 2021-10-31 19:18   좋아요 2 | URL
생각하면 할수록 슬퍼지는
그런 영화라고나 할까요 -

데이빗의 역변에 좀 충격
먹긴 했습니다.

붕붕툐툐 2021-10-31 20: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변의 아이콘이군요~ 그 귀욤한 아이는 어디로? ㅎㅎ 저도 몇번 보려고 했는데 못 본 영화예요~ 이렇게 만나니 찾아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11-01 07:27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한 때 잘 나가던
아역 배우였는데 나중에 커서
잘된 영화 제목은 들어본 적
이 없어서리...

라로 2021-11-01 15: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기 잘하는 꼬마라고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어렸을 때 모습이 보여요!! 저도 아주 좋아하는 영화에요,,, 넘 슬픈...ㅠㅠ
듄은 아직 못 보고 있어요. 10월은 왜 이리 바쁠까요!!!ㅠㅠ 11월은 듄 보는 목표!!^^;;;

레삭매냐 2021-11-01 18:36   좋아요 2 | URL
어려서 그렇게 연기를 잘했는데
커서는 어떤지 모르겠네요...

<듄>은 반다시 보세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습니다.
후속편이 정말 기다려집니다.

11월도 수월치 않게 그렇게
휙휙 지나갈 것 같은 예감이
드네요.

라로 2021-11-01 19:59   좋아요 2 | URL
그렇죠! 저도 11월이 수월치 않을 것 같긴 해요.
11월 7일까지 숙제 3개 내야 해서 이번 주도 볼 시간이 없고,
다음 주는 저희 엔군과 동갑인 큰시누이 아들 결혼식이라 (저도 넘 놀랏습니다,,결혼이라니,,^^;;;)
일단 3째주에 보는 계획인데,,하아
12월은 더 만만찮을 것 같고요..
레삭매냐님 이미 보셨으니 부러워요.^^;;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
에릭 재거 지음, 김상훈 옮김 / 오렌지디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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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만나기 전에 원작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 개봉 소식이 날아들었다. 그리고 너튜브 콘텐츠로 사전에 공부도 많이 했다. 중세 기사도를 필두로 해서, 아직 현대적 사법 제도가 정착되지 않은 시절에 진위를 가리기 힘든 재판을 소위 신명재판이라는 이름 아래 한판 맞짱을 떠서 해결한다는 어떻게 보면 지극히 야만스러운 방식의 재판이 흥미를 자극한다. UCLA에서 역사를 가르친다는 에릭 재거의 <라스트 듀얼>은 여러 면에서 독자 뿐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쟁이들에게 매력적이지 않았나 싶다. 결국 영화화까지 되었으니 말이다.

 

13681229일 토요일, 파리 부근의 생마르탱 수도원에는 수천명의 인파들이 몰려들었다. 프랑스 왕국의 국왕 샤를 6세를 필두로 한 수많은 귀족들과 인류 역사상 법원이 마지막으로 인정한 사법 결투를 직접 목격하려는 사람들이 다시없을 빅 이벤트 구경에 나선 것이다. 국왕과 파리 고등법원이 정식으로 허가한 사법 결투의 주인공들은 다음과 같다. 원고 장 드 카루주와 피고 자크 르그리. 이 둘은 노르망디 출신의 귀족들로 오랜 친구 사이였으나, 노르망디의 대영주 피에르 알랑송 백작의 영지에서 봉토를 둔 갈등과 어느 사건 때문에 원수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모든 것을 판돈으로 건 마지막 도박, 아니 결투에 나섰다.

 

<라스트 듀얼>의 저자 에릭 재거 교수는 자그마치 10년에 걸쳐 중세 마지막 사법 결투로 기록된 카루주와 르그리의 사투를 추적했다. 저자는 두 사나이 간의 갈등의 원인부터 시작해서, 결투에 나서게 된 결정적 사건의 전개 과정과 법정 다툼 그리고 결국 결투장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치밀하게 그려냈다. 개인적으로 이 역사적 사건은 중세라는 시대에 대한 모든 흥미로운 요소들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세 문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기사도에 대한 엄격한 규칙과 의전들,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고 모욕당했다면 뒷일을 생각하지 않고 저돌적으로 달려드는 기사들의 격투, 도무지 진실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한 법정드라마까지 그야말로 좋은 서사가 갖추어야 할 모든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우선 <라스트 듀얼>의 시대적 배경은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이 계속되던 시절이었다. 프랑스왕의 봉신이자 지역 영주였던 장 드 크루주는 종기사(스콰이어) 신분의 백전노장이었다. 하지만, 발루아 왕조의 귀족 피에르 알랑송 백작이 카루주의 새로운 주군이 되면서 유서 깊은 귀족 카루주의 신세는 추락하기 시작했다. 도무지 정치적 식견이라고는 갖추지 못한 완고한 성격의 카루주는 하급 성직자 교육까지 받은 자크 르그리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알랑송 백작의 총애를 받은 르그리가 잘나갈수록 카루주의 처지는 비참해졌다. 원하던 영지는 라이벌 르그리에게 돌아가고, 자신의 상관 격인 알랑송 백작과의 봉토 다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카루주는 자신의 주군인 알랑송 백작의 눈에 날 만한 행동들을 골라했다. 나라도 이런 부하하면 탐탁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잃고, 후사마저 끊길 위험에 처했던 카루주는 새로운 규수 마르그리트를 맞아 새출발에 나선다. 나이 차가 많이 다는 새색시 마르그리트는 아름답고 총명한 처자였다고 한다. 문제는 그녀의 집안이 프랑스 왕을 두 번이나 배신한 대역죄인 집안이라는 것이었다. 두둑한 지참금에 미래의 풍족한 소작료를 보장할 영지 상속까지 받을 그런 집안의 마르그리트를 몰락해 가는 카루주가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물론 그런 핸디캡이 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궁핍한 재정 때문에 카루주는 부하 기사들을 데리고 스코틀랜드 원정에 나선다. 스코틀랜드 연합군과 함께 잉글랜드를 상대로 한몫 잡아보려는 그런 꿍꿍이였다. 약탈에 눈이 먼 무자비한 프랑스군은 방화과 살인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리고 보니 중세 전쟁의 본질이 명예나 무공 따위가 아니라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카루주는 처음의 기대와 달리 별 소득 없이 고국으로 귀국해야만 했다. 그리고 왕에게 지급받지 못한 봉급을 수령하기 위해 파리로 간 사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육욕에 눈이 먼 전우이자 오랜 친구였던 르그리가 카루주와 그의 어머니가 자리를 비운 틈을 타서 마르그리트가 머무는 곳을 찾아 끔찍한 범행을 저지른 것이다. 마르그리트는 이 사건을 자신의 남편인 카루주에게 알리고, 카루주는 일단 자신의 직속상관이라고 할 수 있는 피에르 알랑송 백작에게 르그리의 파렴치한 범죄행각을 고지했다. 하지만, 알랑송 백작은 철저하게 르그리의 편을 들어 이 사건을 아예 없었던 것으로 만들어 버렸다. 대영주였던 알랑송 백작의 행동은 어떻게 보더라도 공평한 그런 판단이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카루주는 프랑스 국왕 샤를 6세와 파리 고등법원에 상고하기로 결심했다. 중세 말기로 접어들면서 거의 명맥을 잃어 가고 있던 사법 재판이 바로 그것이었다. 성폭행당한 아내의 명예와 복수를 위해, 완고한 귀족 카루주는 자신과 아내의 목숨까지 판돈으로 건 것이다.

 

14세기에도 변호사들이 법정을 무대로 활동했던 모양이다. 르그리의 변호사로 선임된 르코크는 하급 성직자라는 신분을 이용해서, 어쩌면 목숨을 담보로 걸어야 할 지도 모를 결투 재판을 피하고자 했지만 자신을 고용한 르그리는 유능한 변호사의 제안을 거부하고 카루주와 맞짱을 받아들였다. 파리 고등법원은 카라주의 상고를 받아 들여 세기의 이벤트라고 부를 수 있는 마지막 듀얼이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결투장으로 선정된 생마르탱 수도원에서는 모든 준비가 이루어졌다. 귀족 간의 결투 의식은 그전에 이루어진 법정에서의 심리만큼이나 복잡했다. 마상 결투를 위한 군마의 준비부터 시작해서, 전투용 도끼와 장검과 단검 모든 과정에 대한 점검이 이루어지고 구름 같이 모여든 군중들에게 이것은 절대 오락 같은 이벤트가 아니라는 경고와 함께 결투를 방해하는 이들은 재산과 생명을 빼앗길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선포도 이루어졌다. , 이제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두 명의 기사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건 싸움을 시작한다.

 

저자의 논픽션은 픽셔너리한 드라마를 능가하는 그런 재미를 가지고 있다. 마르그리트 성폭행사건의 진위는 변호사 르코크의 기록처럼 알 수 없는 영역의 문제가 되어 버렸다. 중세 여성들은 배우자의 재산처럼 간주되었다. 만약 카루주가 사법 결투에서 패한다면, 마르그리트 역시 위증죄로 산 채로 화형당할 그런 운명이었다. 프랑스와 해외 각처에서 소문을 듣고 몰려든 대중들에게 사법 결투만큼이나 쇼킹한 후속 이벤트가 아닐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카루주 부처는 사방이 적대적인 상황에서 모험에 나선 것이다.

 

에릭 재거는 중세의 꽃이라고 불리는 기사들의 삶을 집요하게 추적한 결과, <라스트 듀얼>이라는 역작을 발표하는데 성공했다. 공간적 무대가 된 노르망디에 대한 현지답사는 물론이고, 갖가지 사료들을 검토하고 심지어 태피스트리에 기록되었다는 전언까지 분석하면서 마지막 사법 결투의 실체를 규명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카루주의 잉글랜드 종군 묘사 장면도 그렇지만, 카포메스닐 사건 현장을 그야말로 카메라로 중계하는 것 같은 기술 그리고 마지막 결투 장면에서는 그야말로 드론까지 날려 원거리와 근거리를 커버하는 듯한 느낌마저 줄 정도였다. 아직 영화를 보진 못했지만, 영화에서도 생마르탱 수도원 결투 씨퀀스 고증을 상당히 잘했다고 들었다.

 

이번 가을에는 왜 이렇게 멋진 책들이 많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안드레 애시먼의 <아웃 오브 이집트>를 필두로 해서, 에릭 재거의 <라스트 듀얼>, 그전부터 읽고 있던 콜슨 화이트헤드의 <할렘 셔플> 그리고 오늘 막 도착한 N. 스콧 모머데이의 <여명으로 빚은 집>까지. 잇달아 좋은 책들을 만나는 즐거움에 어디 가서 꺅꺅대며 비명이라고 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꿀꿀한 코로나 시국의 그나마 작은 위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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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10-28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0일 개봉했는데 벌써 평점이 9.10이네요?!!맷데이먼도 나오고 제가 좋아하는 조디 코머가 아마도 마르그리트 역인가봅니다. 사법결투라니 일단 영화를 먼저 한번 봐야겠어요! 😎

레삭매냐 2021-10-28 19:25   좋아요 2 | URL
영화 개봉하기 전에 배급사에서
한다하는 너튜버들에게 콘텐츠
를 좀 맹글어 달라, 뭐 그랬던 것
같습니다.

논픽션 역사물은 그야말로 끝내
줍니다. 영화도 기대만빵이구요.
어제 오늘 해서 이틀만에 다 읽
었답니다. 드랍게 재밌어서요.

아, 조디 코머가 마르그리트 드
카루주 맞습니다. <프리 가이>
에서 깜딱 놀랐습니다. 오 멋져
부러~

붕붕툐툐 2021-10-28 19: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라스트 듀얼> 재밌다는 얘기 들었어요~ 원작 책이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ㅎㅎ 레삭매냐님의 꺅꺅이 여기까지 들리는 듯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는 건 정말 큰 위안이죠!!😄

레삭매냐 2021-10-28 19:27   좋아요 2 | URL
이달에 특히 제가 좋아하는 작
가들의 책이 홍수를 이루고 있
어서 더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콜슨 화이트헤드, 안드레 애시먼...

에릭 재거 선생이 무려 10년이나
되는 시간을 투자해서 쓴 책이라
하니 더더욱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완성도가 탄탄합니다.

coolcat329 2021-10-28 19: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비문학인줄 알았는데 글 읽어보니 문학이군요 . 이 책 읽고 영화보면 정말 다 이해되겠어요. 이 영화 별 관심 없었는데 봐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10-29 07:22   좋아요 2 | URL
실화를 바탕으로 해서 에릭 재거
교수가 상상력을 양념으로 재구
성하 작품이랍니다.

영화는 원작을 어떻게 요리했
는지 궁금하네요.

scott 2021-10-28 21:1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매냐님도 플레그 착 붙 파 셨네요 영화가 넘 잘 만들었는데 원작도!

레삭매냐 2021-10-29 07:23   좋아요 2 | URL
예전에는 책에 밑줄이나
메모 같은 거 하나 없이
봤었는데, 언제부턴가 연필
로 죽죽 그어 가면서 본답
니다. 플래그도 달구요 ㅋ

mini74 2021-10-28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신명재판. 그 당시 귀족들은 결투 신청이 두려웠을거 같아요. 안하자니 겁쟁이 하자니 죽을 수도 있고. 기사도에 신명재판 아!!! 넘 재미있겠어요. 영화도 왼성도가 높은가봐요 ㅎㅎ

레삭매냐 2021-10-29 07:2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그놈의 명예가
무언지...

기사가 명예를 잃으면 살
아도 사는 게 아니라는
그런 생각이 대세를 이루
던 시절이었다네요.

딱 할리우드가 좋아할
법한 스토리입니다. 아니
어쩌면 작가가 영화화까
지 고려하지 않았나 싶기
도 하구요. 일타쌍피!

새파랑 2021-10-28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좋은 책을 만나면 너무나 즐거워서 미칠거 같아요 ㅋ 레삭매냐님의 비명을 듣고 싶습니다 ^^ 멋진 책이라고 하셔서 바로 찜입니다~!!

잠자냥 2021-10-28 22:58   좋아요 3 | URL
새파랑 변태설 ㅋㅋㅋㅋㅋㅋ

새파랑 2021-10-28 23:02   좋아요 3 | URL
앗 😅 저 그런 사람 아닌데 ㅎㅎ 레삭매냐님 느낌에 공감이 가서 제가 오바했나봐요ㅋ

레삭매냐 2021-10-29 07:25   좋아요 3 | URL
읽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었는데
1도 기대를 배신하지 않았네요.

장장 10년을 준비해서 쓴 책이
라고 하니, 정성이 대단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