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스퀘어
안드레 애치먼 지음, 한정아 옮김 / 비채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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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여름은 뜨거웠다. 시드 부 사이드 출신 택시 드라이버 칼라지와 알렉산드리아 출신 나의 만남으로 시작된는 서사는 결국 이방인일 수밖에 우리의 존재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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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8 16: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방인일수밖에 없는 우리의 존재 ㅠㅠ 딱 맞는 비유에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02-28 17:11   좋아요 3 | URL
책은 초큼초큼 보름 만에 다 읽고
리뷰 마무리 중이랍니다.

아, 너무 마음에 드는 그런 독서
였습니다.

라로 2022-02-28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이방인일 수밖에 없는 우리의 존재라니.... 저는 3월을 노려보겟습니닷!! 오늘 올리버 색스 책 다 읽을 계획이라 괜히 혼자 마음이 분주해요.ㅎㅎㅎ

레삭매냐 2022-02-28 21:32   좋아요 0 | URL
다 읽는데 근 보름이 걸렸네요 -
좀 거북이 스탈로 읽어 보았습니다.

타리크 알리와 안드레 애시먼의
글들이 왠지 서로 맞닿는 느낌이랄
까요.

우리 3월에도 열심히 달려 BoA요.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8 - 중종실록, 2021년 개정판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 (2021년 개정판) 8
박시백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제는 주간행사처럼 되어 버린 도서관 방문을 했다. 지난주에 빌린 책들을 반납하고도 제법 시간 여유가 있어서 신간 도서와 내가 그동안 놓친 그래픽 노블이 있나 찾아 보기도 했다.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오래 있을수록 좋은 책들을 만나기 쉽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이런 시간들을 즐기려고 한다. 다만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예전처럼 하세월할 수 없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해서 송나라 황제 열전과 신간 소설 하나 그리고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 중에서 중종실록 편을 빌렸다. 얼마 전에 황현필 선생의 컨텐츠를 너튜브로 시청해서인지 좀 더 중종에 대해 가까워진 느낌이라고나 할까.

 

1506년 중종반정으로 형님이자 폐주 연산군을 몰아내고 조선의 11번째 임금이 되었다. 반정 3대장이라고 일컬어지는 박원종, 성희안 그리고 유순정이 실제 반정을 주도했고 진성대군이었던 중종은 거저 왕위에 오르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처지를 즉위 초기부터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개국공신들보다도 더 많은 반정공신들을 세우고, 그들에게 의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폐주 시절 워낙에 폐해가 많았기 때문에 중종 연간에는 그전의 정치들을 제 자리로 돌리는 데 집중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의 특징 중의 하나는 언관들로 구성된 사간의 힘이 세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반정공신들에 비해 사림 출신의 사대부들은 개혁의 의지가 상대적으로 강했다. 그들에게 주자의 성리학적 질서는 거의 신성불가침의 그런 영역이었다. 하지만 신하된 존재로 기존의 주상을 폐주로 몰아 폐위시킨 반정 자체가 역설적인 상황이었다. 그래서 반정 사실을 명나라에게는 쉬쉬했다는 것은 국가적 차원의 비밀이었다고.

 

중종 초기 강력했던 공신들의 권력의 추는 박원종을 필두로 공신들이 하나둘씩 사망하면서 결국 중종에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중종 시대의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바로 조광조가 아니었던가. 아니 어쩌면 허수아비 왕 같았던 중종으로서는 다른 공식들의 전횡을 누르기 위해서는 조선 모든 사림들이 칭송해 마지않는 바른 선비 조광조를 국정의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

 

결국 중종을 신출내기 과거 급제자인 조광조를 등용해서 파격적인 승진을 거듭시키면서 일단의 개혁 조치들을 시행하기에 이른다. 사장에 치우친 과거제 대신 현량과를 통해 신진 인사들을 등용하기 시작했다. 조선 개국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정몽주와 자신의 스승인 김굉필의 문묘 종사를 추진했다. 후자는 실패했지만 결국 고려의 충신 정몽주를 자신의 의지대로 문묘에 종상시키는데 성공한다.

 

소격서 폐지를 두고 자신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던 주상 중종과 갈등을 빚기 시작한 조광조. 다음 단계는 불필요하게 너무 많이 책봉된 반정 공신들에 대한 정리작업이었다. 이 당시 영의정이었던 정광필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균형을 잡아 주었다면 이후에 이어지는 기묘사화에서 조광조와 기묘명현으로 알려진 그의 일파들에 대한 중종의 숙청이 좀 누그러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총애하던 조광조를 기묘사화로 일망타진한 중종이 이번에 신임한 사람은 남곤이었다. 당시 공신들조차 많은 공신들의 존재가 국가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을 알았고, 심지어 자신의 원훈을 반납하겠다는 이들도 있었던 모양이다. 박시백 저자는 중종의 입장에서는 누가 권력을 잡던지 상관하지 않고, 그저 자신의 왕권을 유지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아울러 자신에게 엄격했으며, 그야말로 수신제가 평천하의 모범을 보여 주었던 바른 선비 조광조가 제거된 다음 조선이라는 국가의 학풍이 사라져 버리게 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아무리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해도, 임금 그러니까 권력의 눈 밖에 나는 순간 급전직하할 수 있다는 것을 기묘사화를 통해 국가가 직접 만천하에 알리지 않았던가. 그저 예전처럼 사장에 집중해서 과거 시험을 치르고, 관직에 올라 보신이나 하는 게 최고라는 걸 아무도 반박할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조선 최고의 권력자인 임금이 보여 주었으니 기가 찰 노릇이지 않은가 말이다. 이런 중앙정부의 이율배반적인 태도가 기회주의를 부추기지 않았나 싶다.

 

남곤이 죽은 다음에, 세자의 누나를 시집보낸 집안의 김안로 같은 권간의 시대가 열렸다. 어디선가는 왕권이 약했던 중종에 대해 이중인격자라는 비판도 보인다. 특히 경연의 스승으로까지 여기며 총애했던 조광조를 하루아침에 내치고 사사하는 걸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 정도다. 게다가 반정의 성공으로 재위 기간 동안 수많은 옥사와 변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성공하면 반정이고, 실패하면 역모가 아닌가. 조선 왕조 동안 숱한 역모가 있었지만 성공한 역모는 딱 두 번이지 않은가 말이다. 성공만 하면 왕후장상의 기회가 열리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장장 38년이나 되는 재위기간으로 조선 왕조 TOP5에 랭킹되었지만, 치적으로는 무엇 하나 꼽을 만한 게 없는 왕이 중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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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2-02-27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종 하면 여인천하!^^;;;;

레삭매냐 2022-02-27 18:30   좋아요 2 | URL
중봉의 세번째 왕비인
문정왕후와 그 외척이 훗날
발호하게 되는 상황을 그야
말로 드라마틱하게 잡아낸
모양이네요 ^^

mini74 2022-02-27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중종하면 딸바보? 그에 비하면 재위기간 가장 긴 영조랑 참 비교되네요.

레삭매냐 2022-02-28 01:11   좋아요 1 | URL
그리고 보니 중종이 집권 후기
에 가서 김안로를 중용했던 게
세자 누나에 대한 사랑 때문이
었는지도 모르겠네요 ^^

영조는 조선 임금들이 평균
수명이 47세였다는데 정말
장수하지 않았나 싶네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단상들

 

너튜브 뉴스에서 러시아가 지난 224일 침공한 우크라이나 현지에 대한 한 동영상을 보고 참 마음이 아팠다. 어린 아이가 공포에 질려 울부짖는 장면이었다. 잘못은 어른들이 저질러 놓고 왜 아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올해 70세가 된 전직 KGB 출신 러시아의 새로운 짜르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결국 설마설마하던 일을 실행에 옮겼다. 자그마치 600대대 15만에 달하는 러시아 병사들을 동원해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의 반군 세력들이 설립한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공화국을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것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미국 정보부에서는 곧 러시아가 군사행동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었다. 시기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뒤라는 설이 유력했고, 그 설은 정확하게 적중했다. 지난 시리아 내전부터 러시아와 사사건건 맞붙던 미국이 러시아에게 한 방 먹었다고나 할까.

 

이 사단의 발단은 우크라이나의 나토(NATO) 문제로 비화되었지만, 사실 서방 어느 국가도 말로만 우크라이나를 지지했지 군사적 지원에는 소극적이었다. 푸틴은 이미 시리아와 아프간에서 미국의 군사개입 실천 의지를 확인한 다음 미국을 비롯한 서방 세계가 경제 제재 외에 어떤 대응도 하지 못하리라는 점을 정확하게 꿰뚫고 군사 행동을 시작했다.

 

푸틴에게는 서방 세계가 구사하는 경제 제재보다도 자신들의 턱밑까지 들어온 나토의 동진이 더 국가적 위기라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러시아는 이미 2014년에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진 오렌지 혁명으로 기존의 친러정권이 붕괴하고, 2019년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친서방 정책을 추진하자 역시 위기감을 느끼고 결국 흑해의 요충지였던 크림 반도를 러시아에 통합한 전력이 있다.

 

푸틴은 지속적으로 1991년 독일 통일을 두고 서방 지도자들이 나토가 동진하지 않 거라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사실 그동안 기존의 철의 장막에 갇혀 있던 거의 모든 나라들이 차례차례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가 위기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었다. 이제 종래의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를 대신한 팍스 루시아나 민족주의로 무장한 러시아의 굴기가 현실화된 것이다.

 

어쨌든 푸틴 말고는 모두가 원하지 않던 전쟁이 러시아의 선공으로 결국 시작됐고, 러시아의 압도적인 공세로 우크라이나는 전 전선에서 패퇴했다. 그리고 수도 키예프마저 풍전등화에 놓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방의 지원을 촉구하면서 시민들의 결사항전을 애절하게 호소하지만, 사실상 러시아에 비해 10:1의 절대적인 열세인 우크라이나의 조직적 저항은 이제 끝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전략적 목표는 무시무시한 참수작전으로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수뇌부를 제거하고 친러정권 수립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이 그런 러시아의 괴뢰 정권을 인정해 줄까 싶다. 이미 8년 전에 비슷한 성격의 정권을 시민혁명으로 몰아낸 전적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푸틴이 자신이 보낸 병사들이 유린 중이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자유와 주권을 존중하다는 말도 우습게만 들린다. 그러려면 처음부터 전쟁 대신 다른 방식을 선택했어야 했다. 자신이 전쟁을 일으켜 놓고, 상대방을 실컷 두들겨 팬 다음에 정전협상에 나오라는 건 그야말로 국제 깡패 같은 짓거리가 아닌가.

 

러시아가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최악의 시나리오는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저항이 계속되면 우크라이나 전토를 제압하기 위해 자그마치 60만의 대군이 필요한 경우다. 우크라이나 수뇌부는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가까운 하르키우(하리코프)와 수도 키예프를 포기하고 서부 지역으로 가서 저항을 지속할 수도 있다. 그렇게 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소련에게 두 번째 아프간이 될 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영악하게도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러시아에게 저항할 것을 주문하지만, 그들은 우크라이나 시민들에게 아무런 무기도 그리고 식량 지원도 하지 않고 그저 공염불만 앵무새처럼 지껄이고 있다. 전장은 자신들의 안마당이 아닌 우크라이나의 수도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이고, CNN은 비롯한 서방의 언론들은 예전에 걸프전쟁 시절처럼 타국의 전쟁을 휴대폰과 너튜브로 중계 중이다.

 

서방의 그 어떤 나라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직접 개입할 것을 꺼리고 있다. 경제 제재만으로 자원 부국인 러시아를 굴복시킬 수 없다는 건 아마 미국과 서방 세계의 관리들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립서비스만 해대는 그네들의 모습이 정말 위선적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강력한 방식의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 제재에는 각국이 이해관계 때문에 보조를 맞추기가 어려워 보인다. BBC에서도 러시아 같은 경제 대국에 제재 조치가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존 우크라이나 정부의 부정부패를 비판하면서 대통령이 된 젤렌스키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 서방 언론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미국의 망명지 제공 제안까지 거부한 젤렌스키는 결연한 의지로 수도 키예프에 남아 항전을 계속한다는 성명을 냈다. 나도 코미디언으로만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전시 사령관으로 변신하는 장면에서는 조금 감동했다. 적어도 작년 아프간의 어느 대통령처럼 그렇게 다른 나라로 튀지는 않았으니 말이다.

 

각국에서는 시민들이 나서서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고 나섰다. 심지어 러시아에서도 반전의 목소리를 표시하는 시민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미 1,700여명이 거리에서 시위를 하다가 체포되어 구금되었다는 소식도 있다.

 

이 와중에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자신의 조국을 침입한 침략군과 싸우기 위해 조국으로 돌아가 자신들의 가족과 조국을 지키겠다고 한다. 총동원령이 내려진 가운데, 79세의 우크라이나 할머니가 자신이 사는 땅을 지키기 위해 돌격소총 사용법을 배우는 장면은 정말. 81년 전, 나치가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적이었다면 이제 같은 나라였다가 갈라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람들의 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를 기원한다.

 

Stop the war!

 

[뱀다리] 사랑하는 가족들과 조국 우크라이나를 지키겠다고 돌아가는 청년들이 다음 차례는 폴란드라는 말이 참 그렇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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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6 20: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뮌헨조약이 생각나더라고요. 그 후로 어떻게 히틀러가 유럽을 짓밟았는지도 ㅠㅠ다음 음 차례는 폴란드란 말 ㅠㅠ 참 무섭습니다. 매냐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stop the war !

레삭매냐 2022-02-26 21:34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에게 계속해서 양보하
다가 결국 파국적인 결말이
도래했으니 말입니다.

러시아 민족주의로 무장한
푸틴을 막지 못한다면,
예전 CIS 소속 국가들 중에
러시아에 반항하는 국가들
은 모두 우크라이나처럼 되
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청아 2022-02-26 18:5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이버테러를 비롯해서 우크라이나 군대에 ‘살고싶냐‘고 문자보내고 고도의 심리전을 벌이는 벌이는 걸 보면 스탈린이 떠올랐는데 유럽에서는 히틀러를 떠올렸다고 만평 그림에 나오더라구요.

천연가스때문에 독일을 비롯한 유럽도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못한다고도 하고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너무 안타까워요.
백주,대낮에 강도짓하는거란 비유가 딱인듯 싶습니다ㅠ

레삭매냐 2022-02-26 21:35   좋아요 4 | URL
푸틴이 신나치 타령하는
거 보면서 얼마나 웃음이
나오던지요.

신나치는 자신에게 해당
하는 말이 아닐런지요.

가능할 진 모르겠지만,
조속한 정전으로 확전이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리의화가 2022-02-26 2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크라이나를 보면서 주변국에 둘러싸인 한국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미 희생은 시작되었기에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7 09:10   좋아요 2 | URL
어떤 경우라도 전쟁은 반대합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아니라고
하는데, 푸틴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일부라고 하는 주장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할 수 없네요.

초란공 2022-02-26 20: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조용히 도망간 것도 아니고 수도를 지키겠다고 말해놓고 다리 끊고 도망간 지도자도 있었다는 사실이 비교됩니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 있는 나라들은 항상 큰 희생만 치르곤 하네요. 발트3국, 체코 모두 불안할것 같아요. 아니면 핀란드처럼 중립국을 택할지...

레삭매냐 2022-02-27 09:12   좋아요 2 | URL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른 건 몰라도, 결사항전의 의지
를 천명한 것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우크라이나가 역사적으로 서쪽
에서는 폴란드에 그리고 동쪽
에서는 러시아에 시달렸다고 하
네요.

핀란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하고 같이 소련을 침공했던
원죄가 있어서...

페넬로페 2022-02-26 20: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서방 어느 나라도 군사개입을 하지 않는다면 이미 전세는 완전 러시아쪽인데~~
정말 안타까워요.
또 얼마나 사람이 죽고, 감금되고, 고문당할지요 ㅠㅠ

레삭매냐 2022-02-27 09:13   좋아요 4 | URL
서방에서 직접 개입은 꺼리
는 대신 무기 제공은 하겠
다고 하네요. 왠지 우크라이
나 혼자서 대리전을 치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조속히 전쟁이 끝나길 바랍니다.

singri 2022-02-26 21: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빨리 멈춰야할텐데요. 발트3국도 불안해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분석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7 09:14   좋아요 3 | URL
심지어 발트 3국은 NATO
소속이라고 하네요.

나토가 개입할 것을 알면서
러시아가 침공하지는 않겠
지 싶습니다만...

새파랑 2022-02-26 22: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세계의 다른 곳에서는 저렇게 전쟁중인데 (러시아는 우리 주변국이기도 하고) 왠지 우리나라를 비롯해서 모두가 바라만 보고 있다는 기분이 들어요. 언제나 전쟁은 비극입니다 ㅜㅜ 러시아 같은 강대국을 누가 말리기도 쉽지 않아 보이네요~

레삭매냐 2022-02-27 09:15   좋아요 5 | URL
푸틴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실력 행사에 나설 지 예측
하지 못한 것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전의 예방이 아쉽습니다.

바람돌이 2022-02-27 02: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발 Stop the war!

레삭매냐 2022-02-27 09:17   좋아요 4 | URL
협상이 결렬되고 다시 전쟁
이 재개되었다고 하는데,
걱정이네요.
 


평소와는 다르게 느린 속도로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는 중이다.

작년엔가 이 책이 너무 읽어 보고 싶어서, 원서를 주문한 것은 안 비밀이란다.

코로나 때문에 책은 석달 정도 전 세계를 떠돌다가 잊어 버릴 즈음해서 결국 도착했다.

책을 받은 다음에 몇 페이지 정도 읽다가 때려 치우고, 지금 원서는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번역서가 짜잔 출간됐다.


바로 사서 읽기 시작했다.



어제 만료되는 적립금을 쓰기 위해 부랴부랴 인근 램프의 요정을 찾았다.

그리고 3,500원 짜리 스누피 책갈피를 샀다. 살 책은 사실 없었고... 너무 멀리 있어서 사러 가기에는 쫌 그랬다. 여전히 사고는 싶지만 어쨌든 책갈피는 항상 부족하다. 읽다 말기의 반복 때문이라고 해두자.

 

안드레 애시먼의 <하버드 스퀘어>를 읽으면서 나는 자꾸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가 떠올랐다. 하버드 박사 과정의 화자는 소설 <조르바>의 지식인 그리고 이집트계 유대인 가 카페 알제에서 만난 칼라지는 조르바로 그렇게 읽혔다.

 

자기혐오라는 공통점을 가진 두 남자는 하버드 스퀘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가기 시작한다. 아마 근본주의자들이었다면 불가능했을 둘의 우정은 종교나 인종을 뛰어 넘는다.

 

나도 해피 아워 시간에 낮술을 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미처 시도는 하지 못했다. 왠지 낮에 술을 마시면 안될 것 같다는 유교보이 같은 생각 때문이었을까? 그럼 그전에 대학교 교정 잔디밭에서 매일 같이 낮술이고 밤술이고 가리지 않고 먹은 건 어떻게 변명하려고.

 

어쨌든 그가 쓴 해피 아워 거지라는 표현이 왜 이렇게 와 닿던지. 튀니지의 튀니스 시디 부 사이드 출신의 34(추정) 칼라지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쏘아댄다. 나와 칼라지 모두 이방인이지만, 조건이 확연하게 다르다. 칼라지는 불법체류자 신분의 택시 운전사고, 나는 하버드 대학 영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준비 중인 영주권자다. 물론 둘 다 이방인이지만, 미합중국에서 합법적으로 살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인 그린 카르트의 소유 유무로 신분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하버드 박사 학위만 따낼 수 있다면 자신이 그렇게 위선적이고 허위라고 비난하던 써클 속으로 진입할 수도 있었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어쩌면 안드레 애시먼 작가는 이 모든 글들과 하버드 스퀘어에서의 외롭고 고단하며 배고픈 추억들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이 멋드러진 글을 지은 게 아닐까 싶다. 잊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말이다.

 

<아웃 오브 이집트><알리바이>를 읽고 나서 청년기의 저자의 삶에 대한 자전적 소설 <하버드 스퀘어>를 만나게 된다면 금상첨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순서가 좀 어긋나긴 했지만 그래도 전작들을 만나서 다행이지 싶다.

 

번역을 보다가 확실히 그곳에 살아 보지 않은 역자의 번역에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스토로우 거리는 사람이 다니는 곳이 아니다. 스토로우 드라이브는 차만 다리는 자동차 전용도로다. 그런 점에서 메모리얼 거리도 마찬가지고. 현지의 사정을 모르는 사람이 종이에 인쇄된 문자만으로는 번역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구글 지도를 보니 메모리얼 드라이브는 찰스강을 기준으로 강변북로 정도 되겠지 싶구나.


184쪽 : 작은 이탈리아 -> 리틀 이태리

이건 압구정을 "갈매기와 친하게 지내는 정자"라고 번역하는 격이지.

 

안드레 애시먼이 저술한 낯선 곳에서 이방인으로써 느끼는 스산함과 이러저러한 감정들이 절절하게 다가오는지 모르겠다. 뭐 그땐 그랬지라고 말해야 할까.

 

 

어제 저녁에 부랴부랴 사들인 스누피 책갈피들. 아주 요긴하게 쓸 작정이다. 누군가의 훼방만 없다면 말이지.


[잡썰]



지금 책을 받으러 램프의 요정으로 달려 갔다.

며칠 전에 스타니스와프 렘의 책들이 우수수 쏟아진다는 소식에 서둘러서 책주문을 날리려고 마음 먹었다.

 

뚜학! 그런데 문제는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미 씨제이 대한통운 파업으로 배송을 하지 않는다는 건 알고 있긴 했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잖아~

 

배송이 네 가지 옵션이 있어서 이번에는 우체국 택배를 눌렀다. 무려 32일 배송예정이라고. 그래도 어쩌랴 싶어서 신청했는데 이번에도 나가리. 그래서 이번에는 편의점 택배를... 이번에도 역시 어김 없이 실패했다. 그러니까 책을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는 그런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은근과 끈기의 대한국인이 책 주문을 포기할쏘냐. 그래서 결국 마지막 옵션인 중고서점 배송을 선택했다. 이건 되더라. , 중고서점 배송은 다른 물류 시스템을 이용하는가 보다.



책을 사고자 하는 우리 책쟁이들의 집념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어떤 식으로 포장이 되어 있을까 궁금했는데, 박스 포장은 아니고 이렇게 비닐 봉다리에 담겨 있더라.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직원분이 책을 넘겨주셨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대표작 <솔라리스>4년 전 이맘때쯤에 오멜라스 버전으로 만났다. 그 때도 가히 충격적이었었는데... 이번에 민음사에서 총 3권이 새롭게 알로록달로록 구린표지를 달고 등장했는데, 그 중에서 나의 픽은 유머 감각이 빛난다는 <이욘 티히의 우주 일지>였다. <솔라리스>는 이미 읽었으니 <우주 순양함 무적호>는 희망도서로 오늘 인근 도서관에 신청했다네.

 

막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다. 난 에스에프 팬도 아니면서 4년 전에 왜 그렇게 에스에프 소설들을 읽어댄 걸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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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02-24 15: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해피 아워 거지‘에서
폐까지 웃으며 동요했어요!

<그리스인 조르바>를 조만간 읽고 싶은데 창피하지만 서재에서 분실중입니다.^^;

레삭매냐 2022-02-24 16:23   좋아요 2 | URL
해피 아워 때 쁘띠 상드위치와
치킨윙을 실컷 먹겠다고
들어 갔다가, 시간이 지나
돈 더내는 장면이 참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

전 조르바만 한 세 권 샀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다 읽었으니 다행
이지효...

blanca 2022-02-24 16: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알리바이>는 정말 좋았는데 <아웃오브이집트>는 읽다 중간에 멈추고 말았어요. <하버드 스퀘어> 읽어야 할 것 같아요. 책갈피 정말 귀엽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6:2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알리바이>가 훨씬 더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사라진 종로책방에서 아주
저렴이로 만나서 그랬을 지도요.

작가의 시원을 알아 본다는 점에
서 <아웃 오브 이집트>도 나름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24 16: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빨리 읽고 싶은 욕구가 솟구치는 글 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닮았다고 하시니 조금은 먼저 맛을 본 느낌입니다.

책갈피!
레삭매냐님 취향이~~
귀엽다고 해두죠^^
아주아주 소시적 학교 다닐 때 마셨던
낮술의 기억도 떠오릅니다~~
하버드대학교 못갔지만 그때 그 시절도 나름 좋았던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2-02-24 17:24   좋아요 4 | URL
책갈피를 좋아라~하는데
마땅하게 살 것도 없고 해서리 -
그랬다고 합니다.

술은 뭐니뭐니해도 낮술이
아니겠습니다 크하 !
그 시절, 되돌아 봐도 좋았
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라로 2022-02-24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유교보이 매냐님!!ㅎㅎㅎㅎ
저는 원서로 시작하신 줄 알았는데
번역본으로 읽으시는 군요!!
저도 원서 매냐님 때문에(?) 샀는데
글씨가 너무 작아서 고민이에요,,ㅠㅠ
제 눈은 저를 배신하고 젤 먼저 노화가 되고 있네요.ㅠㅠ
해피아워는 그 옛날에도 있었나요??
저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들어본지라,,

암튼 번역은 그런 맹점이 있긴 한 것 같아요.
덕분에 하버드에는 사람들이 걷지 않고 차만 다니는 길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네요. 다음에 가게 되면 기억할게요.^^

레삭매냐 2022-02-24 17:35   좋아요 2 | URL
시작은 원서로 했습니다만,
미쿡 사람도 아닌데 스트레스
받아 가면서 영어로 읽느니
걍... 그렇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도 눈이 침침하답니다. 이게
다 그놈의 책 읽다가 그만~이
라고 핑계를 대고 싶습니다.

그 짝 동네는 가을이 참 좋답
니다. 가을에 가보시길 추천
해 드립니다. 비콘 힐의 도로리
거리도요...

해삐아워는 오래 전부터 있었
더라구요 ^^

stella.K 2022-02-24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갈피가 튼튼하게 만들어졌는지는 몰라도
왠지 싸다는 느낌은 안 드네요. 하긴 뭐는 싸겠습니까?ㅠ
그래도 예쁘긴 하네요.

레삭매냐 2022-02-24 19:58   좋아요 2 | URL
램프의 요정에서 주는 적립금
으로 산 거라 ㅋㅋ
안 쓰면 사라지는 거라서요.
뭐라도 사자!였습니다.

독서괭 2022-02-24 19: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배송을 안 한대서 당황스러우셨겠네요;; 인간승리입니다! 하버드스퀘어가 요즘 정말 핫하네요.. 알리바이도 재밌다 하시니 궁금궁금

레삭매냐 2022-02-24 19:59   좋아요 3 | URL
그러니깐요, 램프의 요정에서
책 사면서 배송이 하염 없이
늦어진 경우는 있었어도 이렇
게 아예 대놓고 배송 못한다
는 없었거든요. 별 일이 다 있
습니다.

<알리바이> 재미집니다.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
올리비에 게즈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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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나쁜 의사들>을 통해 악명 높은 절멸 수용소에서 이른바 죽음의 천사로 불렸던 요제프 멩겔레의 실체를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그가 행한 악행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없었다. 인간의 탈을 쓰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자가 있다면 그가 바로 요제프 멩겔레였다.

 

프랑스 출신 저널리스트 올리비에 게즈는 1911년 독일 귄츠부르크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인류학과 의학 두 개의 박사 학위를 지닌 34세의 청년 나치 친위대 장교 요제프 멩겔레의 실체를 <나치 의사 멩겔레의 실종>이란 걸작 소설을 통해 드러내는데 성공했다.

 

전쟁과 전후에 반제 회의에서 최종해결책이란 방식으로 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을 전멸시키기로 계획했던 빌런 3총사(히틀러, 프리드리히 그리고 힘러)는 모두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하지만 독일이 패전하고 어수선한 틈을 타서, 숱한 나치들이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조국 독일을 떠나 타지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의 새로운 엘도라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도 다 싫다며 새로운 스타일의 페론주의를 개척한 후안 페론이 통치하는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였다.

 

너튜브 컨텐츠를 통해 알게 된 바에 따르면, 나치즘에 동조하는 가톨릭 사제들이 가세해서 나치 전범들을 남미로 보내는 프로젝트가 가동되기도 했다고 한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유대인들을 상대로 한 생체 실험 자료들을 가지고 멩겔레는 도주를 시작했다. 이탈리아 제노바를 경유해서 194938세의 멩겔레는 아르헨티나에 도착했다.

 

매사에 조심했던 멩겔레는 다른 나치 전범들과는 다른 점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귄츠부르크의 멩겔레 집안의 전폭적 지지였다. 농기구 사업을 벌이고 있던 멩겔레 패밀리는 귄츠부르크의 경찰들과의 끈끈한 유대 관계를 통해 요제프 멩겔레의 도주를 적극 지원했다. 유대인 출신 검사이자 나치 사냥꾼으로 알려진 프리츠 바우어가 맹활약하고 있었지만, 전후의 어수선한 상황 가운데 아우슈비츠에서 벌어진 전대미문의 학살극의 주범 중의 하나인 요제프 멩겔레에 대한 본격적은 추적은 아직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수십년 간에 걸친 멩겔레의 도주극이 보여주는 아이러니 중의 하나는, 그가 만약에 뉘른베르크 전범재판만 무사히 넘겼더라면 아마 독일에서 징역형을 살고 제국의 군수장관이었던 알베르트 슈페어처럼 사형제도가 폐지된 독일에서 다른 나치 전범들처럼 살아갈 수도 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용의주도하고 자신만만했던 멩겔레는 그런 방식 대신 헬무트 그레고어로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고 새로운 땅에서 자유롭게 살아가기를 원했다.

 

페론주의가 극성을 부리고, 페론이 쿠르트 탕크 박사나 전직 공군에이스 한스-울리히 루델 같은 회개하지 않은 나치 전범들을 우대하던 시절에는 멩겔레도 남부럽지 않은 그런 삶을 영위할 수가 있었다. 심지어 그는 독일영사관에 나타나 자신의 정체를 밝히고 신분증을 얻기도 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악이 잠시 번성할 수는 있어도 영원하지는 않는 다는 점을 그는 간과한 것이 문제였다.

 

또다른 나치 사냥꾼 시몬 로젠탈이 등장해서 그의 뒤를 추적하고, 또 악명 높은 이스라엘 모사드가 치밀하면서도 오랜 준비 끝에 아돌프 아이히만을 아르헨티나에서 잡아 이스라엘로 송환하게 되면서 요제프 멩겔레에 대한 사냥도 비로소 시작된 것이다. 사실 모사드 부대는 아이히만과 함께 멩겔레도 잡아 이스라엘로 보내려는 계획을 가동하기도 했다. 하지만, 멩겔레는 모사드의 체포를 면했고 파라과이를 거쳐 브라질로 도피해 버렸다.

 

모사드는 다음 목표로 죽음의 천사를 정조준했지만, 어떤 인질극과 아랍과의 분쟁으로 국가적 위기가 도래하면서 거물급 나치 사냥은 중단되었다. 예루살렘에서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진행되면서 홀로코스트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폭증했다. 동시에 아이히만 체포 과정에서 모사드는 아르헨티나의 주권을 침해하게 되었는데 이 또한 모사드가 훗날 보다 적극적인 나치 사냥을 주저하게 만드는 한 가지 요소로 작동하게 되었다.

 

한편, 멩겔레는 계속해서 주거지를 이전하고 자신의 신분을 감추면서 자신에 대한 추적을 따돌리는데 골몰했다. 아르헨티나에서 불법적으로 낙태 시술을 하고, 자기 친동생의 부인이었던 마르타와 결혼하고 지내던 때는 돌이켜보면 이 용서받을 수 없었던 빌런에게 좋은 시절이었다. 친생자인 롤프에게 주변 이들은 아버지 멩겔레가 비킹 사단 출신으로 러시아 전선에서 전사했다고 거짓말을 했다. 다른 무장 친위대 대원처럼 몸에 문신을 했다면, 그 역시 무사할 수가 없었겠지만 타인의 신체에 대해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실험을 해대던 악당이 자기 몸에 문신을 그려 넣는 행위는 하지 않았다. 이런 일련의 우연들이 멩겔레가 역사의 단죄를 받지 않고 성공적으로 도주하는데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서독의 사법당국 역시 그가 어디에 있든 간에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긴 했지만, 생각처럼 그렇게 열성적인 추적은 하지 않았다. 나치 전범에 대한 이런 느슨한 감시와 추적 그리고 루델 같은 영향력 있는 인사들의 도움으로 멩겔레는 자신을 쫓는 사법 당국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날 수가 있었다.

 

어쨌든 아이히만의 체포 이래 파샤 같은 삶을 영위하던 아우슈비츠의 빌런은 이제 쫓기는 한 마리의 들짐승 같은 신세가 되었다. 저자 올리비에 게즈는 수많은 자료들을 바탕으로 해서 추격당하는 쥐가 된 멩겔레의 심리를 디테일하게 다룬다. 멩겔레는 1979년 브라질의 바닷가에서 심장마비로 익사하는 순간까지 총통의 우생학 기술자로 자신이 저지른 온갖 악행에 대해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었다. 다시 한 번 잘못된 신념에 경도된 엘리트가 우리 인간 사회에 커다란 병폐가 될 수 있는지 요제프 멩겔레의 삶을 통해 알 수가 있었다.

 

뮌헨에서 변호사가 된 롤프와의 재회에서, 자신은 어떤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그 앞에서 정말 할 말이 잃었다. 아우슈비츠에 도착한 44만 명의 헝가리 유대인 가운데 자그마치 33만 명이 소각장의 연기로 사라져 버렸다. 쌍둥이들에 대한 생체 실험과 갓 태어난 아기들에 대해서도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그런 만행을 저지른 악마 같은 작자가 정글보이로 변신해서 오로지 자신의 생존만을 도모하면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듣는 장면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소설 중에 리옹의 도살자라고 불린 클라우스 바르비(Klaus Barbie)에 대한 이야기도 잠시 등장한다. 비록 멩겔레는 역사의 심판대에 서지 못했지만, 비슷한 도주의 궤적을 그리며 남미로 잠적했던 리옹의 도살자는 1987년 프랑스 법정에서 종신형을 선고 받고 4년 뒤 수감 중에 죽었다. 인류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빌런은 반드시 죗값을 물어야 한다. 올리비에 게즈의 말처럼, 악을 퍼뜨리는 인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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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2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멩겔러하면 전 쌍둥이 대상으로 헌 실험들이 떠오르더라고요. 재판정에서 제대로 처벌받았어야 했는데 ㅠㅠ 어릴 적 본 뮤직빅스란 영화도 떠오릅니다 이 책도 재미있겠어요 ~~

레삭매냐 2022-02-22 19:23   좋아요 2 | URL
앗! 저도 그 영화 봤습니다.

아마 제시카 랭이 나치 아
버지를 변호하는 변호사로
나오지 않았나요... 엔딩의
반전은 깜놀이었구요.

멩겔레는 진짜 순수한 악
그 자체였습니다.

coolcat329 2022-02-22 18: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 읽으셨군요. 제가 예전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놓고 안 읽은 책입니다😔 멩겔레의 심리 묘사가 훌륭하군요.끝까지 자기가 잘못한게 없다고 한 나쁜 놈! 지 몸뚱아리엔 문신 하나 없었다니 아휴 이 책은 분노 유발 엄청나겠어요.
저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22 19:24   좋아요 2 | URL
부끄럽지만 저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2020년 9월 23일
에 신청한 사람이 저였네요...

정말 책 읽다가 암 유발되
는 줄 알았습니다. 이런 놈
들이 응징 받아야 하는데...
천수를 다 누리고 죽었으니
깐요.

그레이스 2022-02-22 18: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봐도봐도 심적으로 적응이 안되는 역사입니다.ㅠ

레삭매냐 2022-02-22 19:25   좋아요 1 | URL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

도대체 이런 놈들이 처벌받
지 않는다면 세상에 정의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말이죠.

라로 2022-02-22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 비슷한 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에 나와요. 읽는 동안 열불나서 원!! 일독을 권합니다. 저는 이 책을 찜하고요.

레삭매냐 2022-02-23 09:03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인기인지 도서관에서
죄다 대출 중이네요 ^^

나중에 인기가 좀 잦아 들면
그 때 봐야겠습니다.

책 추천 감사합니다.

coolcat329 2022-02-23 10:17   좋아요 1 | URL
물고기...저도 급 관심이 가네요. 좋은 책 같아요. 많은 사람이 읽어야 할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