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노블 파리 코뮌 - 민중의 함성
자크 타르디 지음, 홍세화 옮김, 장 보트랭 / 서해문집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자크 타르디의 <그래픽노블 파리 코뮌>을 읽으면서 훗날 레닌이 말한 것처럼 “세계 역사상 최초로 벌어진 노동계급의 사회주의 혁명의 예행연습”으로서 파리 코뮌에 대한 전반적인 개관을 기대했다. 하지만 내가 그래픽노블로 만난 파리 코뮌은 예상과는 다르게 다가왔다.

 

루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의 조카이자 나폴레옹 3세라는 이름으로 제2제정을 열었던 권모술수에 능했던 얼치기 황제는 삼촌이 제시했던 영광스러운 프랑스 대신 조국을 치욕으로 몰아넣는데 성공한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처절하게 패배하고 그야말로 나라를 말아 먹어 버렸다. 헤겔의 말처럼 역사는 희비극으로 반복된다고 했던가. 프로이센과의 전쟁이 희극이었다면, 뒤이어 벌어진 파리 코뮌은 비극이었다.

 

프랑스 최고의 영예를 자랑하는 레종도뇌르상 수상을 거부한 무정부주의자 자크 타르디는 장 보트랭이 1999년에 발표한 소설 <민중의 함성>을 각색해서 새로운 스타일의 <그래픽노블 파리 코뮌>을 창조해냈다.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제2제정은 힘없이 무너지고 임시정부는 루이 아돌프 티에르를 행정장관으로 임명해서 알자스로렌 영토를 할양하고 50억 프랑에 달하는 전쟁배상금을 요구하는 치욕적인 강화조약을 추진했다. 도저히 이런 강화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프랑스 민중들은 조직적인 반항을 시작한다. 그래픽노블에 나오는 알마 다리에서 신원미상의 시신을 발견된 1971년 3월 18일을 시작으로 장장 72일에 걸친 코뮌의 역사가 불타 오른다.

자크 타르디는 여성혁명가 루이즈 미셸이나 저널리스트 쥘 발레스 혹은 귀스타브 쿠르베 같은 실존 인물들도 등장시키지만, 코뮌을 폭도로 규정하고 무자비한 진압을 시도한 정부군의 총칼 앞에 수없이 스러져간 무명의 코뮌 전사들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원래 프로이센군에 대항하기 위해 프랑스 민중의 세금으로 구입한 대포가 시민군의 수중에 두려워한 베르사유에 근거한 티에르를 중심으로 한 기득권 왕당파들은 정부군을 파견해서 대포를 회수하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 극을 이끌어 가는 주역을 오라스 그롱댕이라는 이름의 비밀경찰 그리고 자신의 딸을 잔혹하게 죽인 범인으로 그가 믿는 앙투안 조제프 타르파냥이라는 정부군 출신이었지만, 시민군에 총을 겨눌 수가 없어 시민군에 투신한 장교가 차례로 등장해서 첨예한 갈등에 선봉에서 이야기를 힘차게 이끌어 간다.

 

모든 혁명이 그렇듯, 자유와 평등 그리고 박애 같은 거창한 명분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에서 혁명에 동참한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그야말로 파노라마처럼 벌어진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정치적인 면면을 기대했지만 소설을 바탕으로 한 그래픽노블에서 다루기엔 너무 거대한 담론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 자크 타르디는 당시 시대상을 참조하고 고증하는데 지대한 공을 들였을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프랑스 문화에 대해 문외한인 이방인의 눈에는 버거울 따름이었다.

민중에 의해 선출된 정부를 지향하던 코뮈나르들도 정부군 못지않은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그동안 민중을 억압해온 사제 계급에 대한 증오로 마구잡이식 보복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다. 그렇게 억울하게 죽었다고 생각한 사제 중의 한 명이 그롱댕이 그렇게 복수하고 싶었던 진범이라는 사실은 허탈하기만 하다. 물론 코뮌이 끝난 뒤, 사실을 알게 된 경찰총수가 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사실을 덮는 장면은 세월호 사건을 처리한 어떤 정부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어서 깜짝 놀랄 정도였다. 한편, 티에르 휘하 마크마옹 원수는 프로이센과의 전쟁에서 무능한 군인었지만 시민군을 상대로 한 내전에서는 유능한 실력을 발휘해서 잔혹한 방식으로 코뮌을 무력화하는데 마침내 성공한다. 어떤 경우에라도 의기만으로 잘 조직되고 훈련받은 정부군을 상대로 코뮌을 유지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티에르와 마크마옹의 정부군이 사방에서 코뮌을 포위하고 진격해 오는 가운데 마지막 “피의 일주일” 동안 수많은 코뮈나르들이 학살당하고, 투옥되는 것으로 사회주의자들과 무정부주의자들이 꿈꾸었던 대동세상은 스러지고 말았다.

 

코뮌 기간 동안 숨죽이고 있던 우파들이 정부군이 진압에 나서자 본색을 드러내고 코뮈나르들에게 총질을 하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정부군에 대항했다는 흔적으로 간주된 어깨에 집총 흔적이 있다는 이유로 집단공개 처형을 당하는 기록사진을 보고서 그렇게 질서와 안녕을 외치던 이들의 위선을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다. 사회에서 소외된 가난하고 힘없는 거리의 여인들, 젖먹이 아이들까지 껴안고 코뮌을 위해 싸우던 코뮈나르들의 최후는 결연하고 장엄하게 다가왔다.

 

프랑스 신미년의 혁명이 실패한 혁명이었다면, 정유년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촛불혁명은 권좌에서 헌법을 농간하며 노욕을 부리던 지도자를 마침내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영화 <레미제라블>의 시대였던 1832년 6월항쟁을 상징하는 <민중의 노래>가 다시 광장에 울려 퍼지는 이유를 다시 되새겨 보게 된다.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난한 과정이 있다 하더라도 절대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PARK OUT! 다음 과제는 새로운 공화국을 어떻게 건설할 것인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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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1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태극기와 촛불 간의 대립이 생각보다 오래갈 것 같아요. 차기 정권은 국민 통합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서로 다른 진영 간의 갈등 폭을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지역 갈등‘보다 더 위험하고,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 ‘이념 갈등‘입니다.

레삭매냐 2017-03-10 17:35   좋아요 0 | URL
지금 시절이 어느 시절인데 이데올로기 타령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유신의 잔재를 청산하고 미래로 나가야 하는데
앙시앵 레짐이 구축한 분열의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7년 만에 독서 모임 때문에 다시 읽게
된 <올리브 키터리지>.

또 색다른 느낌이 든다. 이래서 책은
자꾸만 읽어야 하는 걸까.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절반이나 후딱 읽어 버렸다.

기시감까지 등장하니 어찌 반갑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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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곽 안내서 - 제137회 나오키 상 수상작
마쓰이 게사코 지음, 박정임 옮김 /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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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책을 골라서 읽기 시작한 이유는 단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나오키 상 수상작이라는 점 하나, 그리고 다른 하나는 기타모리 고를 낸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고 재밌더라는 입소문 때문에. 그런데 재밌긴 한데 왜 진도가 잘 나가지 않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꾸역꾸역 읽어내긴 했지만 기대 만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에도시대 도쿄 요시와라 유곽에 있던 마이즈루야라는 기루에서 잘 나가던 ‘에이스’ 오이란(아마 게이샤하고는 좀 다른 것 같다) 가쓰라기가 연루된 실종사건을 파헤치는 미남자의 궤적을 쫓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일반적 기루와는 달리 기루에 등루하기 위해서 절차도 꽤나 복잡하다. 내레이터로 추정되는 미남자는 인물로 환영을 받으면서 등루에 앞서 히키테자야를 비롯해서 오이란의 시중을 드는 이들, 업자, 중개업자, 남자 게이샤 등 정말 다양한 인물들을 상대로 희대의 에이스 오이란 가쓰라기에 대한 면밀한 초상을 그린다.

 

그것은 마치 일본 문화를 규정해 버린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몬>처럼 제각각 자기가 처해 입장에서 다른 이야기들을 토해낸다. 어느 이야기에는 진실이 숨어 있을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의 말에는 거짓이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가쓰라기 실종사건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기 위해서는 바로 그 진실에 다가가기 위한 미남자가 수집한 정보와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 어떤 정보를 취합하는지는 전적으로 작가가 조종하는 미남자의 판단에 달려 있지 않은가. 미지의 미남자는 어떨 때는 기루에 처음 출입하는 초짜처럼 행동하다가, 정보의 양이 많아지면서 은근슬쩍 눙을 치기도 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고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어쩌면 모든 판단은 독자에게 달려 있다고 말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가쓰라기 미스터리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매력적으로 보이는 도쿄 유곽에 대한 호기심과 좀 복잡하지만 인물관계도 그리고 그들이 소설 중에서 맡은 역할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제대로 짚지 못하다 보니 조금씩 책 읽는 속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후반으로 가면서 독서의 맥을 잃어버리게 되었고 미남자가 조금씩 흘린 정보대로 가쓰라기가 무가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에서 출발한 서사는 결국 복수극이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아울러 뛰어난 오이란이 되기 위해서는 뛰어난 외모는 물론이고, 손님과 밀당할 줄 아는 능력, 주변인에게 친절을 베풀어 좋은 인상을 남겨야 하는 그런 면모 등도 갖추고 있어야 한단다. 그런데 특히나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그래야 할 것 같다. 한 번도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가쓰라기는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자신의 복수극을 완성하고 준비한 도피자금을 가지고, 낙적을 앞두고 모두가 방심한 틈을 타서 유유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더 이상 기루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으니 다른 방식으로 자유의 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해야 할까.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나름 재밌게 읽었는데, <유곽안내서>는 좀 달랐던 것 같다.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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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08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러 인물이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것이 교차되어 전개하면 독자의 반응은 모 아니면 도입니다. 어떤 독자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어떻게 한 방향으로 전개될지 궁금할 겁니다. 그렇지만 작가가 쓰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으면 독자들은 그 복잡한 이야기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 소설은 후자의 경우인 것 같습니다.

레삭매냐 2017-03-08 14:0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에도시대 기루 문화에 대한 상세한 지식이
없다면 무리이지 않을까 싶네요.
단순히 유곽에 대한 관심만으로는 버겁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기대하고 달려 들었
다가 낭패를 본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오래 전 알라딘 간담회에 간 적이 있었다.

너무 오래 전이라 사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어쨌든... 당시만 하더라도 획기적인 당일배송이라는 시스템으로 후발 온라인 주자로서 업계 1위인 예스24를 누를 비장의 무기라는 그런 소리를 들었었다.

역시나 당일배송의 위력은 상상이상이었다.


그런데 사실 또 되짚어 보면 당장 읽어야 하는 책은 그렇게 많지 않다. 오늘 당장 읽지 않으면 죽는 그런 책이 어딨나. 그래도 왠지 당일배송이 주는 스피드감에 다른 온라인 서점보다 알라딘을 애용해 온 것 같다.


아마 처음 당일배송 시절에 우체국택배였던 것 같다. 그러다 현대택배로 택배사가 바뀌었다. 적응을 못했다. 현대택배는 말로만 당일배송이었지 이틀배송이었다. 특히나 내가 사는 곳은 더더욱이나. 그래서 어디선가 불평을 했더니, 특히나 우리 동네 현대택배가 말썽이라는 말을 들었던 것 같다. 한동안 책과 만날 시간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다.

그러다가 요 며칠 사이 뚜껑이 날라가기 시작했다.

이제 당일배송이라는 표현을 제발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예 당일배송 택배사 지정도 되지 않는다. 알라딘에서 이런 배송문제로 공지를 제대로 한 적이 있었던가? 계속해서 당일배송으로 고객을 현혹하면서 실제로는 당일배송이 안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어제 회사에 책이 필요하다고 해서 애정하는, 아니 그동안 애정해 오던 알라딘으로 주문을 넣었다. 뭐 어제 저녁에 주문하거니 당일배송이 안되는 것 쯤은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늘 배송이 시작되었다는 깨톡과 함께 예상수령일이 자그마치 금요일이라는 거다. 오늘은 수요일이다. 그럼 주문으로부터 시작해서 4일 배송이라는 건가? 잠시 내가 미국에 사는 줄 착각했다. 짜증이 확 밀려왔다. 피곤하군.


말이 필요없다, 알라딘이 어서 빨리 신속하게 택배사 문제를 해결해 주길 바란다.

그리고 되지도 않고 있는 당일배송이라는 문구는 삭제하고 4일 배송이라고 당당하게 밝혀 주기 바란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책을 고객들이 뚜껑 날라가지 않고, 다른 온라인 서점을 이용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짜증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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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맥(漂麥) 2017-03-08 11: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 백배!!! 저도 바로 이 글을 쓰려다가 에이~ 안하고 말지... 하면서 글쓰기를 포기했는데요. 정말로 당일배송 저거 빼버렸으면 합니다. 괜히 밤늦게 혹시나 하고 기다린 1인...^^

레삭매냐 2017-03-08 11:48   좋아요 0 | URL
제가 사는 책이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회사 책 주문하고 4일 배송예정이라고 하니 정말...
기가 막히네요.

cyrus 2017-03-08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일배송이 안 되면 택배 회사나 알라딘 배송담당 부서가 고객에게 배송 지연 문자를 보내야합니다. 그 정도면 웬만한 고객들은 참을 수 있어요.

레삭매냐 2017-03-08 14:07   좋아요 0 | URL
어느 회사나 다 그렇듯 다 부처이기주의죠.
발송 부서에서는 책 출고했으니 자기네 책임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택배야 외주업체니 그쪽으로 문의해 보라 뭐 그런 식이겠죠.
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고 할 겁니다 보나마나.
배송담당부서에서도 깝깝할 것이에요. 전사적으로 택배사 선정이 안
될 걸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냐 뭐 이 정도.

이런 서비스를 안하니 뚜껑이 날라가는거죠.
어쨌든 빨리 택배사 문제가 해결됐으면 좋겠네요.

데이지 2017-03-08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은 수도권이 아니라 당연히 저만 그런 줄 알았는데;; 수도권에 살아도 당일배송이 안되는군요 헐... 그럼 애초에 당일배송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문제인데 왜 그럴까요 알라딘측에서도 당연히 인지하고 있을 문제인데 더 이해가 안가네요

레삭매냐 2017-03-09 08:58   좋아요 0 | URL
당일배송은 유니콘 같은 거죠 뭐.
사람들이 믿지만 실제로 볼 수는 없는.

더 기가 막힌 건 이틀 배송도 심지어
아니라는 겁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17-03-09 1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더 만족스러운 서비스 제공해드리지 못해 송구합니다. 우체국택배는 출고 후 2일이 소요되는 것으로 수령예상일을 표기하고 있는데요. 해당 지역 중 일부 택배 불가 지역이 포함되어 있어 해당 우편번호 지역은 일반 택배 불가, 우체국택배 가능 권역으로 분류되어 있다 보니 당일배송 제외지역으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해당 우편번호 소속 주소지를 택배 및 당일배송 가능/ 택배 불가(우체국택배 가능) 권역으로 세분화 할 예정입니다.
조만간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고객님 거주지역 또한 당일배송 가능하오니 참고해주시고, 서둘러 마무리하겠습니다. 지속적으로 현 주소지별 택배 가능여부를 업데이트 해 서비스 이용에 불편 없도록 하겠습니다.이후 이용중 불편사항은 고객센터 1대1상담 이용해 신고해주시면 신속히 해결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Athena 2017-04-05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습니다~! 매번 느끼는데요 타 업체에 비해 늦게 와요. 당일 배송인 것들 당일날 안오고 거의 다음날 왔습니다.
 
고향 하늘 아래 노란 꽃
류진운 지음, 김재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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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놀랍다. 제법 두터운 책이었는데 잡은지 3일 만에 다 읽을 수가 있었다. 그 정도로 가독성이 뛰어나다는 반증이리라. 류전윈 작가의 장편소설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청제국을 몰아낸 중화민국 시절로부터 시작해서 중일전쟁, 해방 그리고 문화대혁명 기간에 이르는 장장 60여년에 걸친 격동의 시절을 마촌이라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해서 그려낸 작가의 실력에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설의 시작은 마촌 마을 촌장인 젊은 쑨뎬위엔이 목이 졸려 피살되는 장면이다. 마촌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지주계급 쑨 씨와 리 씨 집안의 알력다툼에서 파생된 살인청부사건이었다. 자고로 비밀이란 없는 법, 조상 대대로 촌장직을 도맡아온 리 씨 집안 리라오시가 배후에서 꾸민 일이었다. 신흥 지주계급의 가장 쑨라오위엔은 성급히 복수에 나서지 않고 분위기를 봐가면서 치밀하게 일을 꾸민다. 그것은 마치 민국 초기 공화주의자 쑨원이 군벌 위안스카이에게 고개를 숙인 형세 같다고나 할까. 공화주의의 물결리 넘쳐 나던 시기, 마촌 마을 역시 예외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몇백년 동안 공고하게 유지되어 온 기득권 지배질서에 대한 작은 균열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위안스카이의 득세처럼 다시 촌장이라는 권력을 되찾아온 리라오시는 잠시 방심하기에 이른다. 결국 쑨 씨 집안 양자인 쉬다부이에 의해 차도살인을 당하게 된다. 이로써 쑨 씨 집안과 리 씨 집안은 대대로 원수지간이 된다.

 

다음 시절은 태군(일본군)의 입성으로 시작된 중일전쟁 기간인 1940년이다. 당시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을 침략한 일본군을 둥양귀즈(东洋鬼子)라고 불렀다고 한다. 하지만 무력으로 자신들을 겁박하는 그들 앞에서는 태군이라고 정중하게 부를 수밖에 없었다. 양쪽 집안의 차세대 주자들인 쑨스건은 팔로군 장교로 그리고 리샤오우는 중앙군 장교가 되어 국공합작으로 일본군을 상대한다. 쑨마오단은 일본군에 협력하는 매국노로 등장한다. 알다시피 당시만 하더라도 민국 시절인지라 모든 조건에서 장제스가 이끄는 국민당군이 천하를 쥐고 있는 형세였다. 하지만 인민의 군대를 표방하는 오합지졸 팔로군이 미래에 중원의 지배자가 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을까. 카이펑 1고 출신의 쑨스건은 자신의 선택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회의에 빠지기도 한다.

 

국공합작으로 중앙군과 팔로군이 합심해서 일본군에 대항했으면 좋으련만, 언젠가 외적이 물러가면 서로 적으로 갈라설 것이라는 걸 잘 알고 있는 두 군대는 항일전 중에도 항상 적대적일 수밖에 없었던 모양이다. 설상가상으로 쑨 씨 집안과 리 씨 집안의 불화로 인해 쑨스건과 리샤오우의 사이도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였다. 쑨스건이 이끄는 팔로군은 일본군을 상대로 공을 세워 보겠다는 알량한 계획을 세웠다가 일패도지하고 엄청난 비극을 마촌 마을에 불러온다. 5명의 일본군이 항일 게릴라들에게 살해되자, 일본군 중대장은 현에 주둔 중인 모든 병력을 동원해서 마촌 마을에서 처참한 학살극을 벌인다. 마촌에 드리워진 죽음의 연대기가 시절을 마다하지 않고 반복된다.

 

자 다음은 해방이다. 압도적인 군세의 장제스 중앙군을 물리친 공산당이 마침내 대륙의 주인이 되었다. 국민당 시절에 내노라하고 행세를 하던 지주계급은 공산당 빈농단이 주도하는 토지개혁으로 몰락하게 되었다. 단지 몰락하는 것 뿐만 아니라 타도의 대상이 되어 주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빈농들 앞에 이끌려 나와 토지와 가산을 몰수당하고 비판받는 처지가 되었다. 민국 시절만 하더라도 지주 계급 앞에서 벌벌 떨던 이들이 세상이 바뀌어 주인을 대신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팔로군 출신 쑨스건을 둔 쑨 씨 집안에서는 다행이었지만, 마촌에서 대대로 지주였던 리 씨 집안의 몰락은 보기에 안쓰러울 정도였다. 그나마 자씨가 온건하게 토지개혁을 할 때는 그나마 괜찮았지만, 둥베이 지방에서 토지개혁을 경험했던 판씨가 새로운 공작원이 된 후에는 그야말로 가혹한 토지개혁으로 리 씨 집안은 결딴날 상황이 되었다. 결국 마을의 빈농 출신 자오츠웨이와 라이허상의 의기투합해서 지주 리원우의 집안을 콩가루로 만든다. 황무지 다황와에서 국민당이 남긴 못이자 잔적으로 활동하던 리샤오우는 집안의 복수에 나섰다가 공산당 정규군의 공격을 받아 체포되어 총살을 당한다.

 

이제 소설의 마지막 무대는 바로 문화대혁명이다. 지주계급을 척결하고 마을의 지배자가 된 자오츠웨이와 라이허상은 한 때 ‘야초’를 같이 뜯던 혁명동지였지만 마오쩌둥이 부추긴 권력을 타도하라는 허망된 구호에 힘입어 전투대와 조반단을 만들어 불화하기에 이른다. 서로를 주자파니 조반파니 비난하던 사이에 기름장수 리후루까지 가세해서 마을은 3개 파벌로 나뉘어 권력투쟁으로 세월을 보낸다. 그냥 입으로만 하면 좋았을 것을, 서로 상대방의 종이 되지 않겠다고 오기를 부리며 합종연횡이 난무하는 가운데 결국 유혈사태로 또 사람이 죽게 된다.

 

류전윈 작가는 네 개의 장에서 각기 다른 방식으로 전개되는 역사를 마촌이라는 작은 마을에 대입해서 풀어낸다. 대륙에서 장제스의 국민당과 마오쩌둥의 공산당이라는 거대 세력이 중원을 두고 사생결단에 나섰다면,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마촌의 상황도 역시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그가 다른 책들의 한국어 서문에서 말하고 있듯이, 서로 다르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인간사가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작가는 문학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아무래도 해방군 출신 작가다 보니 공산당에 유리한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할 수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작가의 양심은 과연 혁명이 런민[人民] 혹은 라오바이싱[老百姓]들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하는 본질적 문제를 회피하지 않는다.

 

혁명이 약속했던 자유와 평등 그리고 민주주의가 과연 해방 이후 잘 지켜졌는가? 해방 후 공작원 자씨가 진행했던 대로 평화로운 방식의 토지개혁 대신 굳이 판씨의 과격한 방식을 필요했던 걸까? 얼마든지 원만한 방식의 개혁이 가능했지만, 공산당은 그런 방식을 원하지 않았다고 작가는 증언한다. 오랜 세월 낯을 대하고 살아온 작은 마을에서조차 불화를 조장하고, 하찮은 권력을 위해 사람의 생명까지 바쳐 가면서 투쟁에 나섰는데 국가단위의 권력투쟁은 오죽했을까. 한편, 중앙군 출신으로 총살대에서 죽어간 리샤오우의 말처럼, 공산당이 과거 적대세력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고 핍박하는데 그들이 반동이라고 부르는 악질분자들이 죽음을 불사한 저항이라는 선택 말고 무엇이 있었을까 싶다.

 

자그마치 세 세대를 여유롭게 오가며, 류전윈 작가가 구사하는 서사의 힘은 역시 대단했다. 아울러 소설 속에서 한몫하던 이들도 가차 없이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시키는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것은 마치 장강의 도도한 흐름 앞에 어느 누구도 버틸 재간이 없다는 암시였을까. 이 소설은 전쟁과 내전으로 그리고 문화대혁명이라는 어처구니없는 권력투쟁 가운데 수없이 스러져간 이들의 죽음을 노란꽃으로 승화시킨 류전윈 작가의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류전윈 작가의 최고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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