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세상
황석영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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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책을 샀는데, 하룻저녁에 다 읽어 버렸다. 그만큼 흡입력이 있다는 말일 게다. 2년 전, 너무 오른쪽으로 간 게 아닌가 싶었는데 <낯익은 세상>으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고 있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작 <강남몽>에 실망이 커서 그랬는진 몰라도 기대를 뺀 게 주효했을까. 따라지 인생이 판치는 꽃섬에 사는 인간 군상에 대한 서사에 흠뻑 빠져 버렸다.

주인공 딱부리는 올해 열네 살이다. 아버지는 교육대로 끌려가 부재중이고, 딱부리는 산동네 시장에서 노점상을 하는 엄마와 함께 살다가 아수라 삼촌을 따라 꽃섬에 입성한다. 이제 본격적인 소설의 무대가 될 꽃섬에서 그를 반겨주는 건 쓰레깃더미와 절로 코를 쥐어 싸게 만드는 악취다. 나보코프가 즐겨 쓴 공감각적 이미지의 중첩이 소설의 서두를 장식한다. 사람 사는 곳은 어디나 마찬가지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이제 그들의 생활의 터전이 될 쓰레기 유치장에서 자재를 골라내 얼기설기 오두막을 짓는다.

아수라 아저씨의 빽으로 쓰레기 투기장 일선에 배치된 엄마를 따라 딱부리는 또래보다 훨씬 큰 덩치에 특유의 깡다구로 바로 쓰레기 분류 작업에 투입된다. 타인에 의해 폐기된 물건은 이들 쓰레기 수집꾼에 의해 철저하게 분류되고, 재생(再生)의 순간을 맞이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꽃섬, 샛강말 그리고 도회지 사람의 분류처럼 쓰레기에도 등급이 있다. 중산층 가정이나 미군부대에서 나온 쓰레기가 왔다란다.

꽃섬에 버려진 쓰레깃더미처럼 딱부리는 자신도 다른 이에 의해 유기(遺棄)된 게 아닐까 하는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이렇게 청소년 딱부리가 느끼는 소외(isolation)의 감정은 우리 사회에서 작금에 진행 중인 다양한 소외의 원형이다. 점차 공고화되는 경제력에 의한 보이지 않는 계급화는 꽃섬 사람들에 대한 외부인의 살벌한 시선으로 치환된다. 쓰레기에 묻혀 사는 꽃섬 사람들에게서 나는 악취는 주홍글씨처럼 그들을 따라다닌다. 땜통과 김서방네 막내의 도움으로 횡재한 딱부리가 도시에 나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악취와 거렁뱅이 표식처럼 달라붙은 주워 입은 의복을 바꾸는 것이다. 그들은 타인과 어울려 살기를 원하지만 어떤 물적 토대도 없는 그들을 사회는 매몰차게 거부한다.

이런 사회 구조적 모순의 경계에 작가는 땜통을 통해 꽃섬의 원주민인 김서방네 식구를 슬쩍 등장시킨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이 이승의 사람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진짜 엄마는 도망가고, 아버지인 아수라와도 데면데면한 땜통은 신내림을 받아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빼빼엄마를 딱부리에게 소개해 준다. 이놈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하나같이 정상적 삶의 궤도에서 한참 벗어나 있는 걸까. 어쨌든 김서방네 막내가 메밀묵 타령을 하자 딱부리네는 추석을 맞아 정성껏 준비해서 그들을 위로한다. 작가는 왜 생뚱맞게 귀신 이야기를 집어넣었을까? 사회비판 소설에 판타지적 요소가 나오니 당혹스럽다.

추석 즈음에 나서 종교단체의 배급과 이어지는 사진 촬영은 지난 세기, 오지의 밀림을 방문한 선교사들의 그것과 다름없다는 묘사는 정말 일품이었다. 딱부리와 땜통은 영혼의 구원보다는 육신의 허기를 채우기에 급급하고, 전리품처럼 그들이 나눠준 송편과 라면상자를 옆구리에 낀 그네들의 모습은 처연하다. 발할라의 신전에서 파견한 헬리콥터는 꽃섬에 기생하는 파리와 모기를 소탕하기 위해 무시로 소독약을 뿌려댄다. 좋다고 헬리콥터를 쫓은 아이들에게 발할라 전사는 “니들도 소독되구 싶”냐고 호통을 내지른다. 그들에게 꽃섬 사람들은 파리나 모기 같은 존재라는 말일까.

아수라 아저씨의 막장드라마식 칼부림으로 소설은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귀신의 도움으로 횡재한 딱부리는 땜통을 데리고 도시 나들이에 나선다. 아무리 어린아이라도 돈만 있으면 무엇이든 살 수 있다는 맘모니즘에 물든 현실이 가감 없이 그려진다. 꽃섬이 딱부리와 땜통에게 생존의 공간이었다면, 역설적으로 꽃섬과 대척점에 서 있는 도시는 온전한 소비와 쾌락의 공간이다. 작가가 전작 <강남몽>에서 ‘강남’이라는 특정 공간을 소설의 배경으로 삼았다면, <낯익은 세상>에서는 실재하면서도 허구적인 ‘꽃섬’으로 공간이동을 시도한다. 비교 극과 극 체험이라고 해야 할까? 극락과 나락을 오가는 공간의 선택이 독자는 당혹스럽다.

소설에 꽃섬 사람들의 미래에 대해 어떤 언급도 없는 게 아쉽다. 대략 그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꽃섬에 둥지를 틀게 되었는지 과거는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불투명한 미래는 갑작스러운 화재와 함께 밤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창대한 시작과 전개와 비교하면 결말은 상대적으로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다. 물론, 문학이 작금의 현실을 반영한다면 할 말이 없겠지만. 해피엔딩도 어울리지 않긴 매한가지다. 아무리 딱부리네가 귀신의 도움으로 횡재했다지만 그렇다고 해서, 도시에 나가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식의 결말은 아슬아슬하게 버텨온 현실을 배반하는 설정일 테니 말이다.

살면서 전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공간에 대한 낯선 초대장은 만족스러웠다. 그런 공간을 담보로 해서 얻어낸 결과에 대해서는 시간을 두고 곰곰이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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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9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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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틀 전 밤에 잠자기 전에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는 생각으로 책을 집어 들었다. 비채의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스물아홉 번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작품으로 민완 여탐정 무라노 미로가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과 만나게 됐다. 조금만 읽고 자야지 하는 내 바람과 달리 책장을 넘기는 손길이 분주하다. 결국, 백 쪽이나 더 읽고 나서야 간신히 잠이 들 수가 있었다.

노란색 표지와 붉은색 코트를 입고 어디론가 뛰어가는 소녀의 일러스트가 인상적인 <천사에게 버림받은 밤>은 자살한 남편을 뒤로하고, 아버지 무라노 젠조의 뒤를 이어 탐정업계에 뛰어든 무라노 미로의 이야기다. 성인 비디오에 출연하는 여성 배우의 인권을 생각하는 모임을 이끄는 와타나베 씨의 의뢰를 맡게 된 미로. 얼토당토않은 성인비디오에 출연했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보이는 잇시키 리나라는 내레이터 모델을 찾는 것이 임무다.

확실히 여자 탐정이라는 이점을 충분히 살려 무라노 미로는 사건 해결에 필요한 단서를 하나씩 주워 모은다. 그 과정에서 이웃에 사는 동성애자 도모 씨에게 애정을 느끼기도 하고, 리나가 출연한 비디오 회사의 사장인 야시로와 관계를 맺기도 하는 일탈에 빠지기도 한다.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야 하는 탐정이다 보니 본의 아니게 거짓말도 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너무 완벽해서 빈틈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그런 유능한 탐정보다는 미로처럼 조금은 허술하고 인간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탐정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할까.

미로는 사라진 리나를 찾기 위해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도 마다치 않고, 고양이 시체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사건에 집중한다. 물론, 야시로 일당에게 험한 일을 당할 뻔도 하지만, 특유의 깡으로 위기를 정면 돌파한다. 문제는 그녀가 자신도 모르게 야시로의 카리스마에 빠져 버렸다는 점이지만. 아무래도 홀로 뛰다 보니, 그야말로 고양이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은 모양이다. 홋카이도에서 은퇴해서 유유자적한 삶을 즐기고 있던 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한편, 시대를 풍미했던 가수 도미나가 요헤이가 죽었다는 뉴스를 보던 중 도미나가 역시 리나가 가지고 있던 “빗방울 화석”이 있다는 걸 알게 된 미로는 이 “빗방울 화석”이 결정적 단서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소설은 사라진 AV 배우 리나 찾기와 그녀를 찾는 탐정 미로의 시시각각 바뀌는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 가난해서 옷 따위에는 쓸 돈도 없거니와, 미행에 필수인 자동차 한 대 없어서 빌려야 하는 그녀의 처지가 안쓰럽다. 하지만, 명탐정의 딸답게 특유의 오기로 자신의 실수를 딛고 사건 해결에 나서는 미로의 활약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성애자에게 동성애자 친구는 어울리지 않는 걸까. 도무지 접점을 만들어낼 수 없는 이웃 도모 씨 대신에 고른 야시로는 자신을 알리바이로 철저하게 이용한다. 그런 감정의 기로에서 흔들리는 그녀의 모습에 완전무결한 탐정의 그것보다 훨씬 더 정감이 간다.

기리노 나쓰오 작가는 사건에 얽힌 다양한 캐릭터를 등장시키면서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한마디로 말해 그녀는 장르 소설을 쓸 줄 아는 작가다. 역시나 독자의 일반적 추리를 뛰어넘는 결말이 인상적이다. 마무리가 너무 급작스럽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들긴 하지만,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스릴과 재미로 충분히 보상됐다. 덤덤했던 전편에 비해, 무라노 미로의 인간적인 매력이 듬뿍 밴 시퀄에서 이 시리즈에 반하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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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레전드 - 미국 프로야구 140년 전설이 된 야구인 이야기
김형준 지음 / 한스컨텐츠(Hantz)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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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려서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팬이었다. 나름 프로야구 원년 팬이지만, 어려서 패배의 트라우마 때문에 한동안 야구를 끊고 살았다. 그러다가 대학교 1학년 때, 다리를 다쳐서 집에서 쉬는 동안 다시 프로야구에 취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해서 야구장을 매일 찾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다가 다시 야구가 한동안 삶의 일부분이 된 적이 있는데 바로 메이저리그 덕분이었다. 미국이 전쟁에 참가하는 동안에도 쉬지 않았다는 메이저리그 파업 이후, 시들어 가던 인기가 비록 훗날 약물로 얼룩지긴 했지만 새미 소사와 마크 맥과이어의 홈런 레이스로 조금씩 되살아나던 시절에 비로소 나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왔다.

그 후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 됐다. 내가 유일하게 가본 메이저리그 야구장이자 가장 많이 가본 곳도 펜웨이 파크였으니까, 당연한 결과라고 해야 할까. 내가 메이저리그에 입문하던 시절 레드삭스에는 MVP 출신 모 본이 노마 가르시아파라와 함께 팀의 중심타선을 담당하고 있었다. 벌써 십 년도 더 전의 일이다. 아직까지 팀에 남아 있는 유일한 선수가 제이슨 베리텍과 팀 웨이크필드다. 개인적으로 늘푸른 소나무처럼 팀을 지키는 너클볼러 팀 웨이크필드를 좋아한다. 그가 레드삭스 유니폼을 입고 은퇴하길 바란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야구 좀 본다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알고 있는 김형준 기자의 <메이저리그 레전드>는 한 세기를 훌쩍 뛰어넘는 메이저리그를 빛낸 73명의 스타 열전이다. 물론 야구는 현장에서 보는 맛이 제맛이라지만, 시공을 뛰어넘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이상 이렇게 글로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개인적으로 아무래도 그들의 활약을 보지 못한 시절의 스타들보다 랜디 존슨이나 데릭 지터 같이 직접 플레이를 본 “우리 시대 레전드”에 눈길이 간다.

‘야구를 향한 나의 열정은 스피드건에 찍히지 않는다’라는 전설 같은 말을 남긴 톰 글래빈의 느려 터진 공은 랜디 존슨이나 한때 리그를 지배했던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강속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하지만 그는 이제 우리 시대에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은 300승이라는 금자탑을 완성했다. 단순하게 산술적으로 1년에 15승씩 20년은 올려야 하는 대기록을 그 느린 공으로 기록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톰 글래빈의 명예의 전당행은 예약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300승 달성의 위업을 친정팀 애틀랜타에서 달성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그의 말대로 야구에 대한 뜨거운 열정만큼은 대단하다.

내가 응원하는 팀의 숙명의 라이벌 팀의 수호신이라 불리는 마리아노 리베라는 비록 적이지만 그 실력 하나만큼은 정말 인정할 수밖에 없다. 투구가 선발, 중간계투, 원포인트 릴리프 그리고 마무리로 철저하게 분업화된 현대 야구에서 박빙의 승부를 책임지는 마무리 투수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한다. 9이닝 동안 리드를 하다가도 큰 거 한 방으로 승부가 바뀌는 것이 바로 야구의 묘미가 아니던가. 1점 차 승부, 9회 등판의 압박은 어마어마하다. 수만 명의 관중이 악다구니를 치는 가운데, 등판해서 승리를 지키기는 어지간한 강심장으로는 불가능할 것이다. 통산 575세이브 그리고 포스트시즌 42세이브라는 숫자가 그동안 리베라가 보여준 실력을 입증한다. 통산 601세이브로 올타임 기록을 가지고 있는 트레버 호프만의 기록을 경신할 것이 분명한 리베라 역시 명전행이 유력해 보인다.

메이저리그에서 프리에이전트 시스템이 일반화된 이후, 한 팀에서 커리어를 끝내는 선수가 적어지고 있는 현실이다. 팀에 대한 의리나 팬보다는 아무래도 단돈 1달러라도 더 주는 팀으로 가는 것이 당연시된 현실에서 ‘휴스턴의 별’로 애스트로스에서 20년을 뛰면서 타자로서는 최고의 영예 중의 하나인 3,000안타를 기록하고 멋지게 은퇴한 크레이그 비지오도 우리 시대의 레전드로 꼽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래전 박찬호와의 대결에서 안타성 타구를 날리고, 2루까지 전력 질주하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한 프로의 모습을 보았다. 무릎이 찢어진 유니폼 그리고 손때가 탄 헬멧을 고집하는 비지오야말로 휴스턴이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프랜차이즈 스타가 틀림없다.

한동안 나의 라이벌 팀으로 이적해서 적이었지만, 우리 시대의 명투수 열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랜디 존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투수다. 아마 시애틀 시절 올스타전을 통해 처음으로 본 꺽다리 투수의 위용은 나무랄 데가 없다. 그 큰 키에서 내리꽂히는 패스트볼과 좌완이라는 장점은 타자가 그의 구속을 실제보다 더 빠르게 느꼈다고 했던가. 인사이드 투구를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패스트볼만큼이나, 일품이었던 그의 전성기 슬라이더는 어지간한 투수의 패스트볼 구속을 능가했다. 랜디 존슨이 2004년 5월 18일 애틀랜타 브레이브즈와의 경기에서 27명의 타자를 모두 범타로 처리하면서 메이저리그 최고령 퍼펙트 경기를 기록한 순간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최근 ESPN에서 랜디 존슨과는 눈싸움하지 말라는 유머 섞인 광고에 등장한 그의 모습이 참 반가웠다.

이상으로 책에서 소개된 플레이를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거나 혹은 보고 싶었던 네 명의 선수 이야기를 소개해봤다. 김형준 기자의 <메이저리그 레전드>에는 이외에도 70명의 흥미진진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 등장한다. 단편적으로 알고 있던 유용한 정보들을 한데 엮으면 얼마나 좋은 결과물이 만들어질 수 있는지 이 책이 증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메이저리그에 입문하는 이에게는 좋은 교과서로, 또 이미 메이저리그의 재미를 안 이들에게 역시 복습하는 재미를 주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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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25 2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8-08-25 22:31   좋아요 0 | URL
그렇습니다 !!!

카알벨루치 2018-08-25 21: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리뷰 짱입니다!!!! 메져 팬이시네요 우아 조아라

레삭매냐 2018-08-25 22:31   좋아요 1 | URL
제가 스포츠는 야구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랍니다 ㅋㅋ

2018-08-25 23: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검은 계단
루이스 베이어드 지음, 이성은 옮김 / 비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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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 <검은 계단>을 접했을 때, 사실 무슨 내용의 책인지 몰라 읽기가 조금 망설여졌다. 단순한 미스터리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내 짐작과는 달리 첫머리를 조금 읽으면서 왜 이제야 읽기 시작했을까 하고 바로 후회했다. <검은 계단>은 프랑스대혁명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내던져진 루이 샤를, 루이 16세의 황태자이자 부르봉 왕가의 마지막 직계 후손 루이 17세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출신의 작가이자 저널리스트 루이스 베이어드는 200년 전부터 이미 미스터리였던 이야기에 실존인물인 프랑수아 외젠 비도크를 기용해서 멋진 틀을 짜낸다.

“괴도 루팡”과 훗날 숱한 탐정의 모델이자 쉬르테(범죄수사국)의 창시자로 알려진 비도크는 당시 이미 전설이었다. 그가 떴다는 말만 듣고도, 범죄자들이 오금을 저렸다는 전설이 책을 통해 확인된다. 하지만, 자그마치 2만 명이나 되는 범죄자를 소탕했다는 비도크만으로는 픽션을 이끌어 가기에 버거웠는지 작가는 엑토르 카르팡티에라는 가상의 인물을 덧붙인다. 엑토르 어머니의 말을 빌리자면, 창녀에게 가산을 탕진하고 하숙집을 운영하며 의과대학에 다니는 쁘띠 부르주아 청년 카르팡티에는 자신이 미처 모르고 있던 과거의 퍼즐을 비도크의 도움으로 채워 넣기 시작한다. 허구와 실재의 묘한 조화는 <검은 타워>를 읽는 키포인트 중의 하나다.

때는 1818년. 프랑스대혁명, 나폴레옹의 제정 그리고 다시 왕정복고의 시대를 맞이한 파리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다. 그야말로 수상한 시절을 체험한 이들의 이야기가 숨 가쁘게 전개된다. 난데없이 발생한 살인사건은 엑토르와 비도크를 잃어버린 역사의 미스터리 “루이 샤를” 찾기로 인도한다. 혁명기간 동안 성난 군중은 절대 군주 루이 16세와 나라를 망친 주범으로 지목된 오스트리아 황녀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로 보낸다. 그런데 그들의 왕위계승자인 ‘도팽(프랑스의 왕세자)’ 루이 샤를은 어떻게 되었을까? 부르봉 왕가의 유일한 적통 루이 샤를은 악명 높은 탕플 감옥에서 죽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퇴하고 왕정이 다시 들어서자 자신이 왕세자라고 주장하는 수많은 이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공안위원회의 서슬이 시퍼렇던 혁명 시절에는 어림없었던 일이다.

루이스 베이어드는 엑토르의 아버지이자 역시 의사였던 미스터 카르팡티에의 일기를 소설의 곳곳에 삽입해서, 비도크와 엑토르가 천신만고 끝에 찾아낸 “샤를 랍스켈레”가 사실은 역사에는 1795년 열 살의 나이로 죽은 것으로 기록된 프랑스 왕세자일지도 모른다는 가정을 독자의 뇌리 속에 주입한다. 자, 이제 소설은 샤를 랍스켈레가 진짜 루이 17세인가를 밝히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다. 루이스 베이어드는 그 과정에서 사실을 좇는 단서를 조금씩 뿌려둔다. 결정적 증거는 되도록 뒤로 미루면서, 긴장이 증폭된다.

핵심적인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왕세자의 운명에 대한 기술은 삼가야 할 것 같다. 다만, 아버지 카르팡티에가 성공적으로 수행한 모종의 작전에서 그는 다음과 같은 고뇌에 빠지게 된다. 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다른 생명은 내버려도 되는 걸까? 그가 혁명이 최고조에 달한 시기에 목숨을 걸고 수행한 작전이 사실은 왕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수립한 혁명주의자의 모두가 평등하다는 대의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역설과 마주치게 된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루이 17세의 심장 이야기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기억이 나서,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다. 당시 왕가의 전통대로 죽은 왕족의 심장은 분리되어 보관됐다는 것이다. 현대 기술의 총아인 DNA 분석 기법으로 그 심장이 과연 루이 17세의 것인지 오스트리아에 보관한 그의 어머니 마리 앙투아네트의 머리카락 그리고 살아 있는 후손의 혈액 샘플 등으로 비교한 결과, 루이 17세의 심장이 맞는 것으로 지난 2000년 판명이 되었다. 이 사실을 먼저 알고 <검은 계단>을 읽게 되면 허무할지도 모르겠지만, 역사의 공간에 침투한 작가의 뛰어난 상상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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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주중행사처럼 치르는 각종 신문에 소개되는 신간 서적 순례를 돌았다. 꼭 신간이 아니더라도 출판계 동향 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가 있어서 주말이 기다려지기도 한다.

요즘 평전이 유행이라는 기사에서 우연히 세계 3대 전기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슈테판 츠바이크를 꼽고 있는 걸 읽었다. 슈테판 츠바이크야 워낙 저명한 인물이니까 그렇고, 그렇다면 나머지 두 명은 누구일까? 그래서 부랴부랴 인터넷 검색에 나섰다. 요즘 검색 엔진이 워낙에 좋다 보니 금세 찾을 수가 있었다. 한 명은 앙드레 모루아 그리고 다른 한 명은 리튼 스트래치라고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책을 내가 읽은 적이 있었던가? 포스팅 하기 전에 구할 수 있는 책이 어떤 게 있나 검색해 보니 <광기와 우연의 역사>를 필두로 흥미로운 책이 몇 권 보인다. 안그래도 오늘 헌책방 사냥에 나서볼까 생각 중인데 우연이라도 그의 책을 만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일대기를 그린 <마리 앙투아네트 베르사유의 장미>도 흥미진진하다. 어제 막 부르봉 왕조의 마지막 적통이자 200년 전부터 미스터리였던 루이 샤를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읽어서였을까? 



 

 

 

 

 

 

‘종교의 광기에 맞서 싸운 인문주의자’라는 부제가 붙은 <에라스무스 평전>도 땡긴다. 츠바이크의 예전에 나온 책들 상당수가 절판의 운명에 처해져서 당장 읽지 않더라도 또 모르니 미리 사두어야겠다는 상상을 해본다.

리튼 스트래치의 책은 달랑 두 권이 검색되는데 그 중에 한 권은 또 절판이란다. 앙드레 모루아의 책도 오래 전에 몇 권 출간이 되긴 했는데 너무 오래전 버전이라 선뜻 질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사실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이사야 벌린의 <칼 마르크스 그의 생애와 시대>라는 책인데 이 책 역시 절판되서 구할 수도 없다. 어제 도서관에는 비치가 되어 있나 싶어서 인터넷으로 들어가 보니 검색 기능이 다운되어 있더라. 책들이 너무 쉽게 절판되는 통에 정말 읽을 책이 그득하게 쌓여 있어도 바로 바로 사야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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