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빈슨 크루소 을유세계문학전집 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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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겔 제 3탄이다. 아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읽었으니 4탄인가, 헷갈린다. 로벝크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같이 온 고전을 숨 가쁘게 다 읽었다. 역시나 나의 상상과는 정말 다른 차원의 그런 소설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백인 우월주의와 마치 포교 활동에 나선 전도사 같은 종교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좀 그랬지만, 저자 대니얼 디포가 왕당파 출신 상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좀 읽는다하면 아마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그 이름도 빛나는 로빈슨 크루소. 이 인간은 평범하게 법조인이 되어 중산층의 일원으로 살라는 아버지의 준엄한 충고를 가볍게 무시하고(맏형은 전장터에 나갔다가 아마 플랑드르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선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첫 출항부터 갖은 고생을 하고 심지어 살레 함선의 포로가 되어 2년 간 무어 인의 노예 생활을 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간신히 구조되어 브라질까지 흘러가 농장주로 변신한다.

 

여기서도 로빈슨 크루소는 얌전하게 뭍에서의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새로운 모험에 나서게 되는데, 그것은 정말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로빈슨 크루소는 뼈속까지 사업가 혹은 상인이었던 것이다. 바로 농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노예가 필요했고, 비싼 비용을 들여 아프리카 노예를 사들이는 대신 자신이 직접 기니 여행에 나서 노예 직구는 하겠다고 나섰다가 카리브 해의 바다에서 난파당해 장장 28년간의 생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놀랍군. 그가 청춘을 무인도에서 보내게 된 이유가 바로 노예무역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배에 탔던 이들은 예상대로 모두 죽었고,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로빈슨 크루소였다. 그는 난파된 배에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무인도에서 첫 1년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것 같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원으로 섬에 살던 염소와 비둘기 그리고 바다거북 혹은 자라가 유용했다. 배에서 건져낸 사냥총과 화약으로 당장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로빈슨 크루소. 마침 그가 표류하게 된 섬이 무인도이고 이렇다 할 맹수가 없다는 점도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었다.

 

근대 자본가답게 그는 쉴 새 없이 노동에 나선다. 거의 매일 같이 하던 로빈슨의 노동은 훗날 자본가들에게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지금도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데 그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라는 점이 흥미롭다. 게다가 그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서양 제국주의의 첨병이기도 했다. 아무도 주인이 없는 무인도를 자신의 영지라고 주장하고, 스스로 군주 행세를 하며 작은 왕국의 주인이 되었다.

 

그런 그의 오만불손한 태도는 섬에서 홀로 생활한 지 20여년 지난 다음, 야만인들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천한 프라이디(을유문화사 버전에서는 금요일이라고 굳이 번역한다)를 구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네들의 식인 문화를 문명인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공할 만한 악마들의 범죄로 규정하고,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야만인들에게 총탄 세례를 퍼붓는다. 그리고 그렇게 구제된 프라이디는 로빈슨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충성을 맹세한다. , 불편하다 불편해.

 

심지어 프라이디를 금요일날 구했다고 이름까지 프라이디라고 명명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아마 요즘 이런 내러티브를 구사했다면 바로 꼰대 작가로 명명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프라이디를 구한 다음의 3년이 새로 거듭난 신앙인 로빈슨에게는 무인도에서 최고의 시절이었다. 아 참, 잊었는데 <로빈슨 크루소>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자서전 성격의 글이다.

 

내가 어려서 읽은 버전에서는 신앙인으로 신이 자신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하지 않고 구원했다고 믿고, 스스로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심지어 자신의 수종 프라이디에게 교리 강론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무자격자가 그런 행위를 하면 안되는데... 자신의 마스터에게 영어와 성경 지식을 배운 프라이디는 마스터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소설의 저자 대니얼 디포가 장로교도 집안 출신이라고 했던가. 자그마치 28년이나 되는 흘러넘치는 연단의 시간은 설렁설렁한 종교인이었던 로빈슨 크루소를 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나에게는 흥미로운 지점이었지만, 비종교인들에게는 정말 따분한 서사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너튜브에서는 신앙 차원에서 이 소설을 분석한 것 같던데 읽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우연한 기회에 선상 반란을 맞은 영국 선장 일행에 로빈슨 크루소의 영지에 도착하고, 거의 전투에 가까운 격렬한 싸움 끝에 반란군을 제압한 로빈슨 일행은 그의 도움으로 무인도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렇게 끝이 나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상인이자 사업가 로빈슨에게 28년 전에 자신이 벌인 사업과 농장을 찾는 미션이 주어진다. 세상에 이 부분도 놀라울 지경이다. 나는 그저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탈출에 성공한 다음, 영국으로 되돌아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나의 기억과는 달랐다.

 

사업가 로빈슨 크루소는 알뜰하게 자신의 재산을 챙긴다. 하긴 상업국가에서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니까. 노련한 상인답게 여기저기 흩어진 재산을 모으는데 성공한 로빈슨 크루소, 멋지군 그래. 역시나 자본주의의 총아다운 엔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도 셋이나 낳고, 나중에 다시 모험길에 나서 자신이 28년의 청춘을 보낸 섬에도 찾았다고 한다.

 

자신은 젊어서 부모의 충고를 무시하고 실컷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주인공이 몇 번의 경고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인도에 유배되는 신세가 되어 그 때 부모님의 말을 들었을 걸하는 장면은 너무나 웃겼다. 평범한 삶이 사실 매력은 없지. 모두가 특출한 삶을 그리고 아싸라한 모험을 꿈꾸지만 우리네 현실이 어디 그런가 말이다. 자신은 실컷 즐기고,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살아 보니 그게 아니다? 이 아저씨 좀 엉뚱하다. 아무래도 나는 모험가 로빈슨 크루소를 꼰대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고향에 돌아와 빈털털리가 될 줄 알았는데 브라질에 묻어둔 부동산 대박으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역시 부동산 투자가 최고라는 말인가. 어떻게 갈수록 빈정거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어려서 만난 로빈슨 크루소와 나이 들고 읽게 된 로빈슨 크루소는 달랐던 것 같다. 같은 인물인데, 어느 시절에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그를 보는 시선도 바뀌게 된다는 걸까.

 

[뱀다리] 을유문화사 버전이 원전의 만연체 스타일 문장을 가장 잘 다루었다는 말이 있어서 이 책을 골랐다. 13년 전에 처음 나왔는데 무려 11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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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25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이쁘네요?!! 왠지 읽은것 같은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죠ㅋㅋ저도 구럼 을유문화사로 찜!

레삭매냐 2021-06-25 21:48   좋아요 3 | URL
알고 있었던 부분들은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아니 이런 부분들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인도에서 홀
로 살던 시절의 로빈슨 크루
소의 심리 상태도 있더라구요.

단발머리 2021-06-25 21: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집에 있는데 이 책은 을유로 읽어야할 것만 같아요. 저도 그럼 을유로~~~~

레삭매냐 2021-06-25 21:48   좋아요 3 | URL
망겔 쌤 덕분에 읽었다고 착각
하고 있던 고전들을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을유, 캄온!

새파랑 2021-06-25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분명 어렸을때 요약된 책을 읽었을거라 생각되지만 막상 무슨내용이야? 물어보면 그냥 표류당한 크루소? 이렇게 밖에 답을 못할거 같아요 ㅜㅜ
점점 궁금해지는 망겔 리스트군요~!

레삭매냐 2021-06-25 21:50   좋아요 3 | URL
자그마치 302년 전에 나온 책을
현대의 관점으로 읽다 보니,
참 깔 게 많구나 싶었습니다.

망겔 쌤은 고저 책쟁이들의
개미지옥입네다.

mini74 2021-06-26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제가 가진 책보다 훨씬!! 표지가 예쁘군요 ㅎㅎ이거 읽고 친구들이랑 무인도에 세 가지 물건을 가져 갈 수 있다면 뭘 가지고 갈까 막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어요. 한 친구가 R2D2를 데려가겠다해서 웃었던 기억이 ㅎㅎ 포스가 함께 하기를 ~ *^^*

레삭매냐 2021-06-26 09:21   좋아요 1 | URL
그리고 보니 영화 <캐스트 어웨이>
에서 탐 행크스는 라이터나 칼 하나
없어 그렇게 고생을 하던데... 로빈슨
이 그나마 나았던 모양이네요.

May the Force be with you !!!

오마갓, 말씀해 주신 대로
포스가 젤로 필요합니다.

새파랑 2021-07-0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집나가면 개고생이 맞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7-07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로빈슨이 고생한 보람이...?!
축하합니다 ~!

서니데이 2021-07-07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7-07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 드려요!!!
 
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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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무서운 책을 만난 후과 제 2탄이다. 알베르트 망겔 선생의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나서 바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 그런 다음에 바로 알라딘에 주문을 해서 <보물섬>을 읽었다. , 덤으로 <로빈슨 크루소>도 왔다. 보물섬의 경우에는 버전이 너무 많아서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연암서가에서 최근에 새로운 번역으로 나온 책을 골랐다. 어제 받아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두 읽었다.

 

재미와 교훈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성공작이라는 느낌이다. 어려서 어린이 동화로 만난 책들의 원전은 나중에 커서 거의 읽지 않게 된다. 이유는 이미 읽어서 내용을 모두 안다는 그런 자만감(?)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 어려서 만난 책과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알고 나서 만난 책하고는 천지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이번에 만난 보물섬도 그랬다.

 

줄거리야 우리 동지들이 모두 알고 있을 테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나에게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롱 존 실버가 추구하는 황금 혹은 보물은 현대의 로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세기에 해적은 제국의 안전과 질서 그리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악당들이었다. 요즘에는 디즈니 영화들에서 해적이 낭만적으로 그려지면서 그들의 악행이 희석되는 느낌이지만, 당시 해적이 잡히면 소설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활대에 매달거나 고문을 해서 죽였다. 심지어 눈을 감지 못하게 실로 꿰맸다는 그런 악랄한 대처방식도 있었다. 그야말로 해적들은 공공의 적이었다.

 

망겔 선생의 책에서도 외다리 해적 롱 존 실버가 지닌 이중성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한다. 그는 천하의 악당이면서 재물이 생기면 바로 럼주로 대변되는 쾌락에 소비해 버리는 여느 해적과 달리 안락한 노후를 위해 투자도 할 줄 아는 그런 싸나이였다. 해적답게 자신의 본색을 철저하게 감추고 선상 요리사(the sea cook)로 변신해서 목적을 향해 내달린다. 물론 그의 목적은 아무런 노동의 대가 없이 얻게 될 일확천금, 지금으로 말하자면 로또인 것이다. 아 그리고 보니 내가 이번주 로또를 샀던가. 소설의 화자를 맡은 짐 호킨스는 이런 롱 존 실버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분석한다.

 

여인숙집 아들 짐 호킨스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 투숙하던 해적 빌리 본즈가 남긴 자그마치 70만 파운드의 금화의 소재지가 그려진 보물지도를 발견하면서 파란만장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스티븐슨 작가의 <보물섬>은 전형적인 빌둥스로만이다. 우리말로는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로도 번역이 되는 말인 것 같은데,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짐 호킨스가 보물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비로소 신사로 거듭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거야말로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 아닌가 말이다. 사실 지금은 로맨스 소설이 연애소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지만, 이 소설이 쓰일 당시만 하더라도 로맨스 소설은 모험소설을 이르는 말이었다고 한다. 한수 배웠다. 짐 호킨스는 보물섬을 찾아 탑승한 히스파니올라 호에서 계속해서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제멋대로 행동양식은 궁극적으로 리브지 의사선생과 트렐로니 대지주 일행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하마터면 해적들에게 잡혀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기도 했다. 하긴, 모험소설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위험 정도는 가뿐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짐 호킨스가 벤 건이 마련해 둔 코라클 보트를 타고 망망대해에 나서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는 왠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탐 행크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조각배에 몸을 싣고 나서는 무모함에 그만 기가 질려 버릴 지경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배에 올라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더라도, 노련한 포수이자 해적 이스라엘 핸즈와 대결하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물론, 짐 호킨스가 사과통에서 선상 반란을 도모하는 해적들의 모의를 사전에 엿듣지 않았더라면 파국이 좀 더 일찍 오지 않았을까도 싶다.

 

수적으로 절대열세인 선장 일행이 보물섬에 도착해서 자신들보다 3배나 많은 다수의 해적들을 상대로 요새에서 싸우는 장면에 대한 연출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해적들의 지휘관은 노련한 롱 존 실버로 강공과 협상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선장들을 압박한다. 한편, 스티븐슨 작가는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벤 건이라는 섬에 마룬형에 처해진 해적을 새로운 인물로 투입한다. 악당인 동시에 짐 호킨스를 난폭한 해적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이거 심성은 좋은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의 이중성을 지닌 인간으로도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나, 롱 존 실버의 경우에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과 개인의 영달의 추구라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적합한 인간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물섬 탐험은 숱한 사상자들이 나고 결국 브리스틀에는 벤 건을 포함해서 5명의 생존자들이 돌아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롱 존 실버는 도중에 자기 몫의 금화를 챙겨 도주해 버린다. 어쩌면 선장들은 그의 도주를 방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벤 건은 아예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를 도와주었다고 했던가. 모험여행의 전주이자 실행자였던 트렐로니 대지주가 거의 모든 금화를 챙기고 꼴랑 벤 건에게 1천 파운드만 주었다는 사실을 읽으면서는 자본의 폐해가 연상됐다. 다 같이 죽을 고생을 해서 70만 파운드를 챙겼는데 그런 식의 분배를 했단 말이지. 그런 게 자본의 작동 방식이라고 한다면 내 할 말이 없다. 소설이 냉정하게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교훈은 됐고, 다른 건 몰라도 재미 하나 만큼은 최고였다. 어른도 이래 재밌으니 아이들에게는 말해서 뭘 하나 그래. 영국 수상이었던 글래드스톤도 이 책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고. 스티븐슨의 작가의 <보물섬>은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점에서도 압도적이다. 역자는 후기에서 허먼 멜빌의 <모디 빅>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신체장애를 가진 쿨내가 진동하는 악당 해적의 이미지는 아마 스티븐슨이 창조해낸 롱 존 실버의 그것을 능가하는 캐릭터가 없을 것 같다.

 

내가 다음에 읽을 책은 <보물섬>과 어제 같이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 알베르토 망겔 3탄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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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6-24 10: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머 요즘 ‘읽은걸로 착각하는 고전 ‘ 을 공략하시고 계시네요!

레삭매냐 2021-06-24 10:39   좋아요 3 | URL
이게 다 망겔 선생의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넵.

Falstaff 2021-06-24 11:28   좋아요 6 | URL
어머, 저도 담 주에 읽은 걸로 착각하는 고전 한 권 예약되어 있습니다만, 뭔지는 안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24 11:33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 님/ 궁금하네요. 저도 그런 책 많은 것 같아요.ㅋㅋㅋ

Falstaff 2021-06-24 11:42   좋아요 3 | URL
다음 주 화요일엔 아실 수 있을 텐데요, 그동안 하도 안 읽겠다고 타박을 해서 제 입으로 먼저 뭐라고 얘기하기는 좀.... 독후감은 7월 5일 예정입니다. ;;;

청아 2021-06-24 11: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덕분에 알게 된 망겔 쌤 책을 어제 몇 권 주문했어요. 신간도 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레삭매냐 2021-06-24 11:37   좋아요 5 | URL
저는 이런 순서로 갑니다.

1)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2)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3)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그 다음에는 아마도 <마담 보바리>
를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망겔 쌤, 짱입니다~!

Falstaff 2021-06-24 11:41   좋아요 4 | URL
전 <로빈슨....>은 잼 없던데요.
프랑켄 대박, 보물섬 중박, 로빈슨은 역시 미세스 로빈슨이 훨 났고요.

잠자냥 2021-06-24 1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 중 하나 <보물섬>! 이 리뷰 읽으니 요즘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삭매냐 2021-06-24 11:45   좋아요 4 | URL
요걸 원전으로 삼아 만든 <보물성>인가
하는 애니가 있는데 예전에 보고는
참 잘 맹글었다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오리지널이 갠춘다 보니 이래저래
리메이크도 되고 그러는가 봅니다.

책이 아주 술술 읽혔습니다.

페넬로페 2021-06-24 1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는 어릴때 동화로 너무나 재밌게 읽었어요.
원전이나 완역판을 읽어도 좋겠네요~~
일단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에 관심이 먼저 갑니다^^

레삭매냐 2021-06-24 14:11   좋아요 4 | URL
아마 망겔의 책을 읽으시면 저와
같은 스텝을 걷게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려서 읽은 책들을 원전과 만나
니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Jeremy 2021-06-24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Treasure Island isn’t just one of the most famous coming-of-age tales
in modern storytelling,
it’s also the book that invented everything you know about pirates:
Peg legs, parrots, treasure chests, tropical islands, Long John Silver,
maps marked with an “X,” swashbuckling adventure,
and “Yo-ho-ho and a bottle of rum.”

˝보물섬은 가장 유명한 성장 소설 (coming-of-age tales)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해적과 관련된 모든 것˝ 을 창조해낸 책입니다.

나무 의족, 앵무새, 보물 상자들, 열대의 섬들,
Long John Silver (the Telegraph’s Greatest Villains in Literature #47:
텔러그라프지 선정문학작품 속의 악당들 중 47등,
또 다른 뜻은 slang 으로 an extra long glass vessel.),
X-로 지도에 표시되는 보물이 묻힌 장소,
허세와 대담함으로 가득찬 모험들,
선원들이 닻을 올리거나 힘든 뱃일 할 때 구호로 쓰던, 혹은 주의를 끌기 위해 쓰는 말,
“Yo-ho-ho 그리고 럼 술병까지.˝

레샥마나님, 글 재미있게 읽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수의 기관에서 읽으라고 추천하는 책들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오래된 소설들,책들 모두 인류의 유산으로 Public Domain 에서
그냥 다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 거의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지만요.


레삭매냐 2021-06-24 15:36   좋아요 3 | URL
역자 분은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물섬>에 대한 후기를
진행해 주셨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buccaneer 의 전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보물섬>은 대단한 작품
인 것 같습니다.

역시나 물성은 종이책인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1-06-24 1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ㅁ+

레삭매냐 2021-06-24 15:38   좋아요 2 | URL
너무 유명한 서사라 너무 친숙해서
금방 다 읽었습니다.

재미 하나는 끝내 주네요.

mini74 2021-06-24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깊은 뜻이 ! 전 존 실버 좋아했어요. 만화 속에서 좀 잘생기게 나왔거든요 해적들에게 정이 더 갔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심오하다니 *^^* 로빈슨 크루소는 제 최애 동화. 십오소년표류기랑 그렇게 모험과 무인도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그런데커서 원본 읽고 방드르드 접하면서 좀 로빈슨 싫어졌어요. 거기다 파리대왕으로 십오소년표류기의 낭만조차 파사삭 ㅠㅠㅠ

레삭매냐 2021-06-25 10:5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만화에서 너무 멋지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망겔 샘도 롱 존 실버가 보물섬
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판단
하시는 것 같더군요.

지금 로빈슨 크루소 절반 정도
읽었는데 확실히 모든 모험소설
의 원전이 된 소설이라 그런지
재밌긴 하네요. 물론 거슬리는
점들도 많지만요.
 


 

디 에센셜 시리즈가 저자에 대한 전기문 같은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의 착각이었다. 작가가 발표한 이러저러한 작품들을 모아 놓은 그런 책이었다.

 

어제 도착했고, 마침 알베르토 망겔의 책과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까지 모든 읽어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모두 9개의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데 역시 나의 첫 번째 픽은 <노인과 바다>였다. 언제 읽어도, 읽을 때마다의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고 했던가.

 

줄거리는 무지 간단하지. 쿠바 아바나 근처에 사는 산티아고 할배가 84일 동안이나 바다에서 허탕을 치다가, 결국 어마무시하게 큰 청새치 한 마리를 잡았다. 문제는 3일 밤남을 씨름해서 잡은 청새치를 집에 데리고 오다가 상어 떼에게 모두 뜯어 먹혔다는 거지.

 

자본주의적 접근을 시도해서 당시 산티아고 할배가 잡은 물고기를 그의 계산법대로 환산해 보니 대략 USD 311 정도가 되더라. 1951년 환율을 적용해(아직 조 디마지오가 현역으로 뛰던 시절이다) 보니 USD 3,219가 되더라. 과연 엘 캄페온 다운 실력이 아니던가.

 

산티아고 할배의 야구 타령을 들으니, 한 때 야구에 죽고 못살던 시절이 떠올랐다. 물론 나는 양키 헤이터이기 때문에 그 동네 레전드에 대해서는 별무관심이다. 에잉 헤밍웨이는 왜 테드 윌리엄스를 이야기해줄 것이지. 아마 조 디마지오의 아버지가 어부라는 이유로? 사실인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청새치와의 사투가 1차전이라면, 상어와의 결투는 2차전인 셈이다. 세상살이가 그렇듯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산티아고 할배는 작살과 칼 그리고 몽둥이마저 모두 자신에게 적대적인 적들에게 빼앗기고 손과 얼굴에 부상을 입은 채 빈손으로 귀환한다. , 그가 소싯적에 꼬박 하루가 걸린 팔씨름 시합을 하던 시절의 이야기에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에 나오던 이빨 뽑기 대결이 떠올랐다. 그것 참... 무식하기 짝이 없구만 그래.

 

그렇게 황홀하게 <노인과 바다>를 만나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첫 꼭지들을 읽었다. 언제 읽어도 만족스러운 고전의 힘! 뭐 그랬다고 한다.


* 아 참, 이 책은 이웃동네 서점 한정판이라고 한다.

램프의 요정에 올리면 이적행위가 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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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06-22 18:0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이상하게 ...
이적행위는 아니어도 의리를 생각하게 하네요.
ㅎㅎ
그래서 저도 버지니아 울프 주저하다가 안올렸어요^~

레삭매냐 2021-06-23 07:2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버지니아 울프 에센셜에는 어떤
작품이 들어 있을 지 궁금하네요.

청아 2021-06-22 18:1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노인과 바다> 오디오북으로 듣다 말았는데 아무래도 저는 활자인간인가봐요ㅋㅋ저도 이 시리즈 전기인줄 알고 관심껐는데 다시 켜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6-23 07:30   좋아요 3 | URL
저도 오디오북은 아닌 모양입니다.

언젠가 씨디로 나온 오디오북을
들었는데 하나도 집중이 되지 않
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6-22 18: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번에 그냥 올렸어요^^
버지니아 울프 디 에센셜요 ㅎㅎ
작품이 다른 책과 겹치는게 많은데 이 책 시리즈는 일단 책표지땜에 눈이 가더라고요**

레삭매냐 2021-06-23 07:31   좋아요 4 | URL
네 표지가 하드커버라 아주
마음에 들더라구요.

조지 오웰에도 관심이 가네요.

새파랑 2021-06-22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라니! 노인과 바다는 다시 읽어도 좋은 책이라는데 완전 공감이 되네요~!!

레삭매냐 2021-06-23 07:31   좋아요 2 | URL
20분 짜리 애니메이션으로
<노인과 바다>가 있는데
한 번 찾아서 보려고 합니다.

책은 몇 번 읽었으니 복습하
는 느낌으루다가.

붕붕툐툐 2021-06-22 2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와중에 헤밍웨이 왜 잘생김?ㅎㅎ
팍팍 올리셔도 됩니다~ 이적은 가수~😜

레삭매냐 2021-06-23 07:32   좋아요 3 | URL
아니 이런 센스쟁이 같으니라구...

키크니 작가 뺨치시는 실력이십니다.
참말로.

단발머리 2021-06-22 2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헤밍웨이는 항상 패쑤하는 작가인데 이 책은 진짜 탐나네요~~ 득템 축하드립니다!!

레삭매냐 2021-06-23 07:34   좋아요 3 | URL
저도 요상하게 헤밍웨이 작가의
대표작들에게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버뜨, 이 바닥에 있다 보니 안 읽고
배길 재간이 없네요.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1-06-22 22: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목차에 <깨끗하고 밝은 곳>이 있네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어요.^^

레삭매냐 2021-06-23 07:36   좋아요 3 | URL
모다 9개 편의 작품들이 들어
있는데 그 중에 3개 읽었네요.

그전에 읽은 것도 있고요...

술술 잘 읽힙니다.

그레이스 2021-06-23 08:20   좋아요 3 | URL
이 책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는 기분을 즐기기위해 남겨 둬야겠어요^^
 
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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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램 스토커의 <드라큘라>와 더불어 양대 고딕 소설의 하나인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망겔 선생의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읽었다.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무엇보다 메리 셸리가 이 책을 쓴 게 십대소녀 시절이었다는 점이 더 놀라울 따름이다.

 

사실 텍스트는 오래 전에 내가 좋아하던 배우 로버트 드니로 주연의 영화로 만났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긴 한데, 기억하기로는 괴물(이하 크리처로 표기하겠다)이 죽인 소년이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아들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원전을 읽어 보니 아들이 아니라 막내 동생 윌리엄이었더라. 이래서 원전을 읽어야 한다니깐 그래.

 

그리고 놀랍게도 소설의 시작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박사로 알고 있었는데 그가 박사 학위를 땄다는 이야기는 못 들어봤다)이 아닌 북극해를 탐험하던 탐험대 대장 로버트 월턴이 사랑하는 누이 마거릿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한다. 아니 영화도 그랬었나. 어쨌든 원작을 읽지 않는다면 이런 사소한 기억의 오류들이 오리지널 텍스트를 삼켜 버릴 지도 모르겠다.

 

인적 없는 북극해에서 우연히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을 만난 탐험대 대장 월턴은 유빙을 타고 표류 중이던 그를 구조한다. 그리고 그에게 지난 수년 간 있었던 듣고도 믿지 못할 만한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기록한다. 요즘처럼 비디오카메라라는 기록 장치가 없던 18세기, 종이 매체에 남긴 기록은 그대로 역사가 됐다. 구술이 그런 것처럼, 문자 기록도 역시나 진위를 가릴 수 없다는 점에서 저자가 시도하는 실증 사학적 접근에 대한 신빙성을 묻고 싶어졌다. 하지만 기억하자, 이것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있을 법한 이야기 혹은 거짓말을 지어내는 문학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다.

 

스위스 제네바 출신의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유복한 집안에서 성장한 청년이다. 어려서부터 자연철학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던 빅토르. 비록 어머니 카롤린 보포르를 일찍 여의긴 했지만, 사촌 여동생 엘리자베트와 두 동생들인 에네스트와 윌리엄 그리고 아버지 알폰세로 이루어진 가정은 화목했다.

 

문제는 자연철학에 경도된 빅토르가 유학길에 나선 잉골슈타트 대학에서 본격적으로 화학이라는 학문에 투신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그는 그곳에서 위험한 창조라는 시험에 나선다. 출발점은 죽음을 이기기 위한 하나의 시도였다. 그리고 그는 전기라는 새로운 시대의 신호탄이 된 발명과 시체조각들을 소재로 삼아 조물주 이래 아무도 시도하지 않았던 인간의 창조에 성공한다. 진짜 심각한 문제는 과학도 빅토르가 만들어낸 크리처가 본래 의도와는 다른 흉측한 외모로 만들어졌고, 끊임없이 자가발전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21세기에도 외모는 개인이 지닌 하나의 자산으로 치부되지만, 2백 년 전인 18세기에도 마찬가지였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크리처를 만들어낸 빅토르 자신이 크리처를 보고 놀라 도주해 버렸다. 240cm나 되는 거구와 괴력을 자랑하는 크리처에게 이때부터 시련이 닥치기 시작했다. 크리처는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결해야 했다. 일찍이 조물주는 흙으로 자신을 닮은 피조물을 만들고 온갖 사랑을 베풀어 주었지만, 새로운 프로메테우스인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의 그런 임무를 방기해 버렸다. 그리고 그런 방기에 대한 혹독한 복수가 크리처를 통해 이루어지기 시작한다.

 

소설 <프랑켄슈타인> 1부가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의 사연을 듣는 월터의 사연 그리고 어떻게 해서 빅토르가 크리처를 창조해냈고, 그의 처절한 복수가 시작되었는가를 그리고 있다면 2부에서는 주로 크리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소설에서 빅토르는 크리처를 악마라고 부르는데, 크리처가 처음부터 그런 악의 상징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 역시 보통의 여느 개체들처럼 사람들에게 사랑과 친절함을 받고 공감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태생적으로 흉측한 외모 때문에 사람들은 크리처를 보자마자 달아나기에 바빴다. 그러니 크리처는 자신을 창조해낸 창조부로부터 버림받은 사회적 피해자였던 것이다.

 

어디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던 크리처는 결국 자기혐오와 분노로 이성을 잃고, 드디어 우려했던 대로 괴물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로버트 월턴처럼 독학으로 언어를 배우고, 문자까지 깨우친 크리처의 지성은 대단했다. 샤모니 부근에서 휴양하던 빅토르와 조우한 크리처는 자신에게 반려자를 만들어 달라는 논지의 요청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다른 건 아무 것도 필요 없으니, 반려자만 빅토르의 기술로 만들어 준다면 남아메리카(왜 하필이면?)의 오지에 가서 조용하게 살겠다는 것이다. 그의 화려한 언변과 협박에 넘어간 빅토르는 번뇌의 시간을 거쳐 그러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래서 해피엔딩으로 끝났을까? 우리의 고딕 소설이 그런 행복한 결말로 갈 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산일 것이다. 자신의 건강을 우려해서 곁에서 헌신적으로 간호에 나선 절친 앙리 클레르발을 따돌리고 외딴 오크니 섬에서 크리처의 요청대로 반려자 창조에 나선 빅토르. 하지만, 그는 거의 완성의 순간에 도저히 새로운 괴물을 만들어낼 수 없다고 판단한다. 계약은 크리처와의 계약이지 새로운 크리처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 끝에 그는 새로운 피조물을 갈가리 찢어 버린다. 그러니까 계약 파기의 주인공은 바로 빅토르였던 것이다. 그리고 다시 나타난 크리처는 빅토르에게 혹독한 복수를 맹세한다. 크리처의 저주는 결혼식 날, 나타나겠다는 선언이었다. 이 저주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에 대해 광증에 빠진 빅토르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반려자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격분한 크리처는 통제를 벗어나 광기 어린 살육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전에 이미 빅토르의 막냇동생 윌리엄을 살해하고, 프랑켄슈타인 집안의 하녀였던 유스틴 모리츠마저 교묘하게 살인범으로 몰아 처형하게 만든 크리처(대단한 지능의 소유자가 아니던가)는 그야말로 프랑켄슈타인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들어 버린다.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잃은 빅토르는 자신이 만든 크리처를 없애기 위해 그야말로 지구 끝까지 쫓겠다는 맹세하고 결국 북극해에까지 도달한 것이다.

 

자연과학에 경도되어 가공할 만한 시도인 인간 창조에 나선 젊은 과학도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게는 열정과 노력만 가득했지, 자신이 만든 크리처 때문에 발생할 결과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감을 느끼지 못했다. 이게 바로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우리가 항상 좋은 의도로 무슨 일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좋은 결과만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18세기 이래 인간은 자연을 정복하는데 성공했지만, 무분별한 개발과 지속적인 환경오염으로 21세기 지구별은 그야말로 주화입마 상태에 빠져 버렸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지불유예된 청구서가 우리 인류에게 돌아온 것이다. 자연 개발의 편리만 누릴 게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감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볼 시간이다.

 

개인적으로 메리 셸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전기와 시체조각을 이용해서 새로운 인간, 크리처를 만들어냈는 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뭐랄까 기술적으로 피해 간다는 인상을 받았다. 사실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미션이었기 때문이다. 나중에 빅토르를 북극해에서 구조한 로버트 월턴에게도 빅토르는 그것을 알려줄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멋지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디테일에 대해서는 회피했구나.

 

1부와 2부에서 상대적으로 느린 속도로 전개되던 창조와 복수의 서사는 마지막 3부로 가면서 속도감 있게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게 정녕 영국의 십대 소녀가 쓴 소설이 맞단 말인가? 신의 권위에 도전한 인간 정신의 추락부터 시작해서, 과학자의 창조 윤리 그리고 인간이 빚어낸 대재앙 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들이 넘쳐나는 고딕 소설 <프랑켄슈타인>의 힘은 역시나 대단했다.

 

망겔 선생의 책을 읽고 나서 오랜 숙제 같았던 <프랑켄슈타인>을 반나절 만에 주파했다. 다음에는 <로빈슨 크루소> 혹은 <보물섬>을 읽어 볼까나. 역시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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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21 14:48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메리 셸리가 이 책을 출판한 1818년에는 자신이 이 책의 작가임을 밝히지 못했답니다. 당시만 해도 여자가 소설을 쓰는 자체를 돼먹지 못한 일로 알았기 때문입지요. 여자는 글을 쓸 머리가 없다고 교육받아왔거든요.
초판의 서문은 메리의 남편이자 시인인 퍼시 셸리가 썼는데, 서문에서도 작가에 대한 이야기는 싹 빼먹었답니다. 그리하여 어떤 논문에선 죽은 인간의 살과 뼈로 만들어진 괴물이 바로 작가인 메리 셸리를 말한다 주장하기도 했다네요.
이 논문은 메리와 이름이 같은 엄마 메리 올스턴크래프트가 여성운동가로 ˝여자는 남자를 기쁘게 하기 위하여 존재하고 남자에게 복종해야 하고, 여자의 교육은 남자와의 관계 속에서만 기획되어야 한다˝는 루소와 계몽주의자들에게 엿이나 먹으라고 외쳤는데, 메리 셸리가 너무 어린 시절에 죽었으나, 엄마의 유지를 간직했다가, 괴물을 창조하는데 사용한 것이라고....

이상은 권박의 시집 <이해할 차례이다>에서 요약했습니다.

잠자냥 2021-06-21 15:09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권박 시집도 써먹을만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21 15:12   좋아요 3 | URL
소설에 워낙에 이러저러한 은유와 비유
들이 많다 보니, 후대에 학자연하는 이
들에게 아주 흥미진진한 멋잇감이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루소+계몽주의자들의 시대적 한계가
명백하게 들어나는 구절이었습니다.

coolcat329 2021-06-21 17:0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ㅋ 권박 시인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엄청난 주석에서 요약하신거죠? ㅋ

잠자냥 2021-06-21 15: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메, 저도 이거 소싯적 읽은 작품인데 알라디너들이 극찬하니 저도 다시 읽어봐야겠삼.

레삭매냐 2021-06-21 15:14   좋아요 3 | URL
자기 전에 집어 들었는데
너무 재밌어서 날밤 깔 뻔
했습니다.

지금 드니로 주연의 영화
<프랑켄슈타인> 리뷰를 보고
있는데 소설하고는 약간의 차
이가 있게 각색했네요.

청아 2021-06-21 15:2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ㅋㅋㅋㅋ역시!ㅋㅋ레삭매냐님 리뷰로 이 작품 읽게되는 분들이 많아질것 같아요. 괴물이 문학에 빠져 자신의 비참한 현실을 깨닫는 과정도 전 너무 좋았어요.<보물섬> 작년쯤 읽었는데 역시 훌륭합니다!매냐님 리뷰 기대됩니당😎

레삭매냐 2021-06-21 15:40   좋아요 4 | URL
책쟁이 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읽지도 않았으면서 하도 이러저러한
말들을 하도 들어서 읽은 것으로 착
각하게 되는 책들이 종종 있는데...

저에게는 <프랑켄슈타인>이 그랬네요.

이번 완독으로 고전깨기 하나 완성했
습니다 :> 보물섬도 곧 깹니다.

새파랑 2021-06-21 15: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거 이미지 때문에 안읽었는데(친구의 별명이어서 ㅎㅎ 이것도 편견?) 최근에 이 책 좋다고 해서 중고로 구매했는데~ 레삭매냐님 리뷰도 완전 흥미진진 이네요. 게다가 반나절 완독이라니~!!

레삭매냐 2021-06-21 15:43   좋아요 3 | URL
네 저도 3년 전에 중고로 사둔
책이었네요.

망겔 샘의 신간 읽고 나서 바로
찾아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책 읽기 전에 너튜브 치트키를
사용해서 프리뷰를 하고 들어
갔는데 왠지 복습하는 그런 기
분이었답니다. 강추하는 바입니다.

페넬로페 2021-06-21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이란 단어를 하도 많이 들어 저도 이 책을 읽은 줄 알았는데 막상 읽어보니 제가 알고 있는것과는 많이 달랐어요. 로빈슨크루소와 보물섬도 기대됩니다^^

레삭매냐 2021-06-21 16:02   좋아요 3 | URL
1994년 케네스 브래너가 연출하고
출연하기도 한 <프랑켄슈타인>은
원전하고 상당히 다르더군요.

그래서 역시나 원전을 읽어야 하나
봅니다.

로빈슨 크루소랑 보물섬도 속히...
우선 책부터 수급을.

coolcat329 2021-06-21 17: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까 읽는 중이시라더니 그새 글이 올라왔네요. 오~~저는 정말 이 책은 꼭 읽어야하네요. 왜냐면 이 책이랑 지킬박사랑 헷갈려서요. ㅠㅠ

레삭매냐 2021-06-21 17:54   좋아요 2 | URL
앗 그리고 보니 <지킬 박사>도
읽지 못했네요.

하여간에 읽을 책들은 넘쳐
흐르고 시간과 에너지는 참말
로 부족하네요.

그렇게혜윰 2021-06-21 18: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희 아들도 무척 인상깊게 읽고 5학년 애들에게 읽어주고 독후감대회 했을 때 그 독후감들의 깊이에 감동한 경험이 있어요. 역시 내 아들보단 남의 아들들이 더. . . .아이들도 되게 빠져드는 책. 이거이 고전 아니겠습니꽈?

레삭매냐 2021-06-21 19:15   좋아요 2 | URL
왠지 모를 객관과 주관
사이의 깊은 고민이 느껴지는
듯합니다만.

그렇지요 남녀노소 지위고하
를 막론하고 모두가 빠져들게
맹그는 고전 빠워!!!

mini74 2021-06-21 1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었다는 착각을 했어요. 청소년 문고판? 나중에 원작 읽고 좀 놀랬어요. 내가 아는 내용과 큰 줄기는 맞지만 뭐랄까 분위기와 묘사 등. 너무 낯설었어요.

레삭매냐 2021-06-21 19:16   좋아요 2 | URL
저에게는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가 그런 책이랍니다.

연전에 원전에 도전해 보겠노라고
호기롭게 나섰다가 실패하고서는
저짝에 책을 치워 두었네요.

어려서 읽은 책들은 무효로 하는
것으로.

독서괭 2021-06-21 19: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정말 놀라운 작품인 것 같습니다. 고전으로서는 흔치 않게 재미있다는 점에서도..^^ 로빈슨크루소는 <방드르디, 태평양의끝>과 함께 읽었는데 꽤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보물섬>은 어린이책 같은 제목 때문인지 손이 안 가던데, 레삭매냐님이 리뷰 써주시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어서 읽어주세요!

레삭매냐 2021-06-21 23:23   좋아요 0 | URL
보물섬은 원전이 워낙 좋아서
그런지 계속해서 다양한 방식으로
리메이크 되는 것 같습니다.

책이 수배되는 대로 읽고 리뷰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알베르토 망겔의 신간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었다. 이 책은 나에게 놀랍고 정말 위험한 책이었다.

 

우리 책쟁이들 세계에 있어 거의 초절정의 고수격인 망겔 선생이 보여주는 37개의 책과 그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들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같은 책을 읽어도 이렇게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해석이 가능하구나 싶었다. 그야말로 고수의 품격이라고나 할까. 내가 읽는 피상적인 분석 혹은 해석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래서 망겔, 망겔하는구나 싶을 정도였다.

 

서두에 선포한 후자의 경우에는 이런 이유에서다. 가지고 있는 책들이라면 모든 걸 다 때려 치우고 당장 집어서 읽어야 할 것 같은 그런 강박 때문이다. 소유하지 않은 책이라면 왠지 중고사냥에 나서야 할 것 같은 그럼 느낌적 느낌. 첫 번째 주인공인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나오는 미스터 보바리에 대한 명징한 분석을 읽고 나자, 얼마 전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마담 보바리>가 바로 읽고 싶어졌다. 아직 중고로 풀리지 않았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자.

 

보유하고 있는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설명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창조라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의 모습에 망겔 선생은 색다른 해석을 시도한다. 닥터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괴물은 자신의 창조주에게 자신을 만들어 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 괴물은 순전히 인간의 의지로 만들어진 존재였다. 그는 자신의 짝과 라틴 아메리카의 모처에 숨어 들어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조용하게 살고 싶었으나 세상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쫓기는 사냥감으로 만들어 그를 추적한다. 그렇게 극단에 몰린 존재가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 올해 안으로 반드시 읽어야 한 리스트에 <프랑켄슈타인>을 올렸다.

 

<해저 2만리>의 주인공 네모 선장이라는 캐릭터도 요주의 인물이다. 오디세우스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노바디가 바로 네모라는 것이다. 이런 분석은 망겔 선생급이 아니라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런 정보다. 내가 무슨 수로 네모의 의미가 아무도 아닌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그가 자그마치 12천권의 장서를 보유한 애서가이며, 동시에 프루동 같은 공상적 사회주의자의 면모마저 가지고 있다니 그야말로 놀랄 노자가 아닌가. 한동안 쥘 베른의 소설들을 열심히 읽었던 것 같은데 <해저 2만리>를 내가 읽었던가. 아니라면 이 책 또한 목록에 올릴 만하다. 이렇게 때문에 내가 망겔의 신간을 위험한 책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다. 읽어야 할 책들이 부지기수로 늘어날 판이다.

 

서포 김만중의 <구운몽>에 대한 망겔 선생의 잘못된 해석도 재밌었다. 그렇지, 아무래도 한자 문화에 대한 이해가 없는 서구인이 한자 풀이를 제대로 한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 그러나 책읽기의 즐거움 중의 하나가 오독이라고 나는 당당하게 말하고 싶다. 우리가 문학평론가도 아니고 순수하게 문학을 즐기는 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적당한 수준의 오독 또한 독서라는 장거리 여정에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동서고금을 오가는 망겔 선생의 책읽기는 중국의 기서 오승은의 <서유기>도 피해 갈 수가 없다. 그는 삼장법사 현장이나 실질적인 주인공인 원숭이 손오공이나 저팔계보다 사실 더 존재감이 없는 제자 사오정에 주목한다. 참 영어로 사오정의 이름은 샌디(Sandy)라고 한다. 우리에게 샌디는 물귀신 같은 존재로 <날아라 슈퍼보드>의 영향으로 귀가 어두워 뭐든 잘 알아듣지 못하는 캐릭터의 전형인데, 망겔 선생의 분석은 또 다르다. 먹깨비에 호색한인 저팔계가 서역으로 가는 일행의 걸림돌과 유머를 맡고 있다면, 우리의 샌디는 두 번째 제자 저팔계와 달리 매사에 균형을 잡고 이성적 추론을 해내는 책사 같은 역할이라는 분석이다. 오 놀랍군 그래. 정말 샌디가 그런 역할이라고? 진짜 알고 싶다면, 원전을 만나보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망겔 선생이 소개한 책 중에 라몬 델 바예인클란의 <폭군 반데라스>가 가장 읽고 싶다. 문제는 아직 국내에 번역이 되지 않은 책이고, 앞으로도 요원하기만 한 책이라는 점이다. 라틴 아메리카 폭군을 주제로 한 책들 중에서 내가 소장하고 있는 책이 제법 된다.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염소의 축제>를 필두로 해서, 미겔 아스투리아스의 <대통령 각하>(이건 소장하고 있지만 못 읽었다), 카를로스 푸엔테스의 <아르테미오 크루스의 죽음> 등등.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족장의 가을>은 중고책으로 사려고 대기 중이다. 이래서 내가 처음에 이 책이 위험하다고 말했지.


우리 책쟁이들의 독서욕을 마구 자극하는 망겔의 책,

이거 물건이다.



(결국 도서관에 가서 이 두 책을 빌려 왔음, 로버트 스티븐슨의 <보물섬>도 있으면 빌리려고 했으나 부키에서 나온 버전이 대여중이라 아숩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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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21-06-20 08: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출간전인가봐요?

레삭매냐 2021-06-20 09:04   좋아요 4 | URL
네 아직 시중에 풀리지 않은
모양입니다.

새파랑 2021-06-20 1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어떤책 리스트가 들어있을지 궁금하네요. 레삭매냐님의 저런 평가면 이건 필독서군요^^

레삭매냐 2021-06-20 15:18   좋아요 2 | URL
절정의 초고수가 알려 주는 책들이니
고저 따라 읽으면 될 것 같습니다.

청아 2021-06-20 10: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말 위험한 책이네요! 그런데도 너무 읽고 싶어집니다. 폭군 반데라스는 왜 번역이 안된건지ㅠ
어쩜 이 책이 곧 나오니 출간을 기대해 볼수도 있을 듯 합니다.😊

레삭매냐 2021-06-20 15:19   좋아요 3 | URL
특히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의
경우에는 정말 우리에게 소개되지
않은 그런 작가들이 많은 것 같습
니다.

부디, 젭알 플리즈, <폭군 반데라스>
는 좀 출간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
다.

페넬로페 2021-06-20 11: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에 들어있는 37개의 작품이 뭔지 정말 궁금한데요. 저한테도 위험한 책이 될것 같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얼마전에 읽은 책이라 반가워요^^

레삭매냐 2021-06-20 15:20   좋아요 3 | URL
저는 여적도 <프랑켄슈타인>을 읽지
않고 버티고 있답니다. 그나마 <드라
큘라>는 읽었으니 양대 고딕 소설 중
하나는 뽀갠 것으로 위로 삼고 있습
니다.

올해 안으로 읽어야겠습니다.

잠자냥 2021-06-20 12: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오정, 샌디라고 이름만 바꿔도 굉장히 지적인 분위기기 급물씬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20 15:21   좋아요 3 | URL
그렇지요, 왠지 샌디라 하니
친근감이 마구 솟아 오르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요괴라지만 한자에 내포
된 심오한 뜻을 양국 사람들이
알 리가 있나요 그래...

초란공 2021-06-20 12: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해저2만리>분석이 혹합니다~! 출간은 환영이나 제가 돌처럼 바라보고 멀리 해야할 책이로군요!

레삭매냐 2021-06-20 15:22   좋아요 3 | URL
멀찌기 하시길 권유하는 바입니다.

행여라도 펴드는 순간, 끝장입네다.

mini74 2021-06-20 15: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오정이 항상 좋았어요 ㅎㅎ 구운몽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라 ㅎㅎ 너무 궁금해요 ~

레삭매냐 2021-06-20 15:24   좋아요 3 | URL
야금야금 읽는다고 하다가 결국
거진 다 읽게 되었네요.

망겔 선생의 책이 뿜어내는 강렬
함에 그만 반해 버렸네요.

책도 더 살 판입니다. 아유 참...

syo 2021-06-20 17: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유기를 비틀어서 만든 <최유기>라는 만화 보면 사오정이 딱 그런 느낌의 캐릭터로 등장하더라구요. 근데 저는 그런 사오정의 이미지를 가진 채로 원전 서유기를 봐서 그런가 거기서는 사오정한테 별다른 느낌을 못받았다는.....

레삭매냐 2021-06-21 07:49   좋아요 0 | URL
동서양 가리지 않고 그렇게 울궈
먹는 걸 보면, 역시나 고전의 힘
이 대단하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유기라...

coolcat329 2021-06-20 2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레삭매냐님 글만 읽어도 넘 재밌습니다. 샌디 ㅋ 넘 귀엽네요.
근데 구운몽까지 나오고 참 혹하네요.
저도 프랑켄슈타인 올해 목표입니다.
샤를 보바리에 대한 명징한 분석도 궁금하고~
폭군을 주제로 한 책을 저도 모아보고 싶어졌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레삭매냐 2021-06-21 07:50   좋아요 1 | URL
전 어제부터 바로 <프랑켄슈타인>
읽기 시작했는데 역시나 대단하더군요.

순식간에 반절을 읽었습니다.

역시 원전 읽기는 필수인가 봅니다.

폭군 샷은 <족장의 가을>이 수배가
되면 한 번 시도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