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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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의 방송을 들었다. 뭐랄까, 요즘 자주 듣다 보니 유시민 작가와 내적 친밀감이 생겼다고나 할까? 방송 중에 보니 지난달에 사서 어제 다 읽은 <그의 운명에 대한 아주 개인적인 생각>이 눈에 띄었다. 유 작가는 한 20만 권 정도 팔리면 좋겠다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나도 유시민 선생이 바라는 1/200,000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에 뿌듯했다.

 

민심이라는 거대한 바다가 쏜 종이로 만든 탄환에 맞아 현 정부는 지난 총선에서 참패했다. 하지만 바뀐 건 아무 것도 없다. 국회에서 내놓는 법안에 ""는 족족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그전과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을 거라는 점을 시사했다. 답답한 마음에, 임기종료일을 검색해 보니 1006일이 남았다고 한다.

 

그가 구축한 성공 방정식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까지가 마지막이었다. 대선 승리의 기세를 몰아, 지방선거에서 압승했다. 밴드왜건 효과는 대단했다. 하지만 정치 초보인 알파 메일은 연승이 가져다주는 승리감에 도취되어, 승리의 원인이었던 연합 정치의 토대를 무너뜨리기 시작했다. 우선 눈엣가시 같았던 젊은 당대표를 몰아냈다. 그 다음에는 지지율 바닥을 달리던 당대표 후보를 당의 간판으로 만들었다. 총선의 전초전이라고 할 수 있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민심을 읽지 못하고, 보궐선거 원인을 제공한 후보를 사면해서 다시 후보로 내세웠고 참패했다. 당대표를 날려 버리고, 정치 초보인 자신의 심복을 비대위원장으로 삼아 총선을 치렀다.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는 대로다.

 

지난번 총선에서도 180석 예상으로 노스트라다무스를 뺨치는 예언을 했던 유시민 작가는 이번에도 냉정하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총선 결과를 예측했다. 선거 전까지 그야말로 드라마를 뺨치는 듯한 일들이 허다했지만, '정권심판 프레임'이라는 거대한 줄기는 꺾이지 않았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과 경선 과정에서 많은 잡음을 생산해냈지만(이 또한 보수언론의 과민반응이었다), 현역 물갈이에 성공하고 역대급 성적을 기록했다.

 

유시민 작가는 방송에서도 여러 번 언급했지만, 기존 레거시 미디어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언론 저널리즘의 현 주소에 대해 더 이상 기대할 게 없다는 말이다. 최근 유시민 작가와 함께 MBC 대담에 등판한 한국일보 기자는 여전히 레거시 미디어의 순기능에 대해 설파했지만, 돌아선 시청자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그들은 왜 우리가 알고 싶어하는 일들에 대해 취재하고 방송하지 않는가? 왜 소수의 저널리스트들이 뉴스 가치를 재단하고, 시청자들의 알 권리를 제약하는가에 대해 묻고 싶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레거시 미디어의 권력은 급전직하 중이고, 상대적으로 너튜브의 실력을 갖춘 저널리스트들이 그들을 대신해서 권력을 이양받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아울러 내가 낸 세금으로 강아지 배변지나 동남아에서 물건을 쌀 때 사용하는 친환경 포장지로 재활용되는 신문사에 지원한다는 사실에 분통이 터질 판이다. 사람들이 보지도 않는 신문을 광고수주 때문에 판매부수를 늘리기 위해 찍어내고, 바로 트럭에 실려 폐지가 되는 과정을 보자니 기가 찰 노릇이다.

 

유시민 작가는 정치인과 정치업자를 구분한다. 정치인은 정치를 통해 자신의 이상을 실현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니까 무언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 거다. 하지만 정치업자는 권력 쟁취에만 관심이 있다. 우리의 알파 메일은 단 한 번 선거로, 가장 큰 판에 걸린 판돈을 얻는데 성공했다. 그가 최고권력자로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아무리 지난 2년을 복기해 봐도 알 수가 없다. 말로는 노동시장, 연금 그리고 교육개혁을 하겠다고 나섰지만, 모두 실기했고 아무 것도 이루어진 게 없다. 모두 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들이고, 거대 야당의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지만 정치로 이런 복잡한 개혁들을 풀 생각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진심으로 상대방에게 협조를 구하는 게 아니라, 제거해야할 정적으로 규정하고 사정기관을 총동원해서 사냥에 나섰다. 그전에 무혐의 받은 건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선에서 석패한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수사는 매서웠다. 작년 가을에는 구속의 위기까지 몰리지 않았던가. 유시민 작가는 자신은 정치인으로 이런 수모를 견딜 자신이 없어서 정치를 그만뒀다고 썼던가. 보통의 멘탈로서는 공개적으로 조리돌림당하고, 자신에 적대적인 언론에 의해 당하는 수모를 견디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는 대통령이 되어 자신이 하고 싶은 일들이 있기에, 이런 일들을 참고 있다고 저자는 쓴다.

 

이재명이 '죽을 뻔한' 사람이었다면, 그전에 이미 한 번 죽은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조국이었다. 지난 총선에서 이미 죽었던 법학자 조국은 정치인으로 거듭나서 당당하게 국회의원이 되어 돌아왔다.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경쟁하지 않고, 비례정당 승부수를 띄웠고 조국혁신당은 대성공을 거뒀다. 중도를 표방하는 민주당에 비해, 보다 선명성을 강조하는 조국혁신당의 시원시원한 발언과 강령에 시민들은 24% 비례표로 화답했다. 조국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가 보여줄 정치의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의 분투를 응원한다.

 

유시민 작가는 일찍이 고블린의 예를 들어, 알파 메일의 말로가 매우 비참할 것이라는 점을 예언했다. 그것은 다만 시간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그는 예상되는 비극의 재현을 막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임기단축이나 대연정 같은 방안들이다. 알파 메일이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아마 그 방안들을 받아 들였겠지만, 정치업자는 아마 그럴 리가 없을 것 같다. 저자는 닉슨 대통령의 경우를 들어 '놀리 프로시콰이 (Nolle prosequi:항구적 불기소 특별사면)'라는 생소한 개념을 소개한다. 참신한 아이디어이긴 하지만, 이것 역시 기대난망이다.

 

다시 현실이다. 아직도 1006일이 남았다. 주권자의 수준이 국가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한다. 한 번의 잘못된 선택이 초래한 후과가 너무 크고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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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8-08 00: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1006일로 끝나면 그나마 괜찮겠지만,
그대로 답습되어 연장되면 어떡하지요?
ㅠㅠ

레삭매냐 2024-08-08 15:40   좋아요 2 | URL
너무 급작스럽게 시스템이
무너져 버려서, 나중에 후
유증이 오래갈 것 같습니다.
걱정입니다.

초란공 2024-08-08 00: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붉은 여왕의 명대사가 맴도는 밤이네요.
“저놈의 목을 쳐라!”

레삭매냐 2024-08-08 15:42   좋아요 1 | URL
So be it.

고양이라디오 2024-08-21 10: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리뷰를 보니 책이 읽고 싶어지네요ㅎ 리뷰에 공감합니다. 아직도 1000일 가까이 남았다니 많이도 남았네요ㅠ

레삭매냐 2024-08-21 10:43   좋아요 2 | URL
천일동안...
오래 전에 어느 가수가 부른 노래
생각이 나네요.

참 긴 시간이지요.
 
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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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에는 거의 책을 읽지 못했다. 그 이유 중의 하나난 김용 선생의 <사조영웅전 2024> 30부작을 보느라 그랬다. 그렇다고 해서 책을 아예 사지 않은 것도 아니다. 마침 뉴욕타임즈 금세기 베스트 100선이 나왔고 부지런히 랭킹되었지만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책들을 사들였다. 베른트 하인리히와 조앤 디디온의 책들도 사서 읽고 모으고 있다.

 

어쨌든 그렇게 8월이 되었고, 어제 옆지기 도서관에 간다고해서 스피노자의 그래픽 노블과 오션 브엉의 책을 좀 빌려 달라고 했다. 나중에 빌려온 책들을 죽 살펴 보니 허영만 화백의 <커피 한 잔 할까요?> 시리즈 두 권이 있더라. 요즘 카페에서 알바를 하고 있어서 그런지 커피 만화를 빌려 오셨네. 나도 요즘 너튜브에서 카페 창업을 다루는 컨텐츠를 보고 있던 차라, 상당히 흥미롭게 책을 읽을 수가 있었다. 독서 슬럼프에는 역시나 만화/그래픽 노블이 최고다.

 

1974년에 만화가로 데뷔했다는 허영만 화백은 어느새 반세기 동안이나 만화를 그려오셨다. <식객>으로도 유명한데 이번 주제는 커피. 예전에 회사를 그만둔 이들의 로망이 치킨집 사장이었다면 이제는 카페 사장이 꿈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커피 장사가 레드 오션이라는 점이다. 컴포즈나 메가커피 같은 프차들이 저가 커피 시장에 뛰어 들면서 아메리카노 1,500원 공식이 탄생했다.

 

이렇게 저렴한 커피라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나의 경험에 따르면 저가 커피들이 저렴한 이유가 있더라. 우선 맛이 좀 없다. 그래서 돈을 좀 더 내더라도 나는 괜찮은 카페의 라떼를 마신다. 그리고 우리 같은 직장인들에게 커피 주문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는 바로 스피드다. 밥시간이 꼴랑 한 시간이니 때문에, <2대커피>처럼 드립커피를 내리거나 그런 커피전문점은 이용할 수가 없다. 서둘러서 커피를 마시고 또 산업현장에 뛰어 들어야 하니 말이다.

 

<커피 한 잔 할까요?>의 중심에는 30년 커피 베테랑 박석 사장이 운영하는 <2대커피>가 있다. 아니 자식도 없고 커피에 미쳐 결혼도 하지 않은 사장에게 2대가 있을 리가? 그건 아니고 이화여대 부근에 커피집을 내려다가 엎어지고 간판을 그대로 가지고 왔다나 어쨌다나. 케세라세라 마인드를 가진 사장의 단면을 엿볼 수가 있다.

 

젊은 바리스타 강고비가 박석 사장의 수제자(?)로 영입되면서 카페 이야기가 굴러가기 시작한다. <2대커피>는 커피 전문점을 추구한다. 박석 사장은 30년 베테랑 답게, 절대 원칙에 어긋나는 그런 사술과 타협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 막 <2대커피>에 입사한 강고비에게도 엄격한 룰을 적용한다. 자신의 원두를 모두 다 써도 좋으니, 제대로 된 에스프레소를 내려 보라고 주문한다.

 

뭐랄까 박석 사장과 강고비의 관계는 중세 마스터-어프렌티스 같은 관계를 연상시킨다. 박석사장은 쉽게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는 레시피를 수제자에게 알려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건 그의 방식이 아니다. 도제도 언젠가는 마스턱가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으로 자신만의 에스프레소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라 동반되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 박석 사장은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거의 날밤을 세우다시피 하며 연구해서 내린 에스프레소에 60점이라는 박한 점수를 주는 박석 사장. 바로 이거다. 스스로 연구해서 자신만의 에스프레소를 만들어야 한다는 거다.

 

박석 사장은 얼핏 보면 고집불통의 꼰대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다. 자신이 운영하는 공간 <2대커피>가 어쩌면 동네 사람들의 문화 진지가 되길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자신이 내린 커피가 맛없다고 불평하는 인간들에게는 과감하게 커피값을 받지 않기도 한다. 이런 걸 보면, 꼰대가 맞긴 하지만 또 완전 꼴통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이 커피만화를 보면서 허영만 화백이 만화를 그리기 위해 진심으로 취재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좋은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물론 좋은 원두를 써야 할 것이다. 하지만 꼭 좋은 원두를 쓴다고 해서 좋은 커피가 나오는 건 아니라고 한다. 프차 커피에 질린 사람들은 이제 좀 더 전문적인 맛의 커피를 찾기 시작했다. 이제 가격도 문제가 아니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좋은 커피 한 잔은, 충분히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그 무엇이 되어 버렸다.

 

허영만 화백은 박석-강고비 듀오와 연관된 사람들 간의 상호관계성을 통해 좋은 커피를 사람들에게 대접하려는 바리스타들의 고군분투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서사를 구축한다. 결국 커피도 사람이 만들어 내고, 그렇게 만들어진 커피를 소비하는 것도 바로 같은 사람이 아니던가.

 

<2대커피>에도 물론 진상 손님들이 등장한다. MZ세대를 상장하는 강보기 같은 선수들은 진상 손님들이 시전하는 몰상식에 도전장을 내밀고, 항의하려고 하지만 노련한 박석 사장은 그네들의 사연을 들어 보고 그들을 내쫓는 대신 자신의 고객으로 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세상에는 나와는 다른 캐릭터를 지닌 수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은가.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배척해서는 안된다는 게, 어쩌면 박석 사장의 인생철학이 아닐까? 그가 보여주는 똘레랑스와 삶의 여유야말로 내가 이 책에서 배울 점이 아닌가 뭐 그런 생각이 들었다.

 

허 화백의 커피 만화를 보다 보니, 나도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근데 오늘은 너무 덥다. 날이 좀 선선해지면, 나도 따뜻한 스페셜티 커피를 한 잔 마시러 유명한 커피집 사냥에 나서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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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08-21 1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읽었던 책이라 여기서 보니 반갑네요ㅎ

레삭매냐 2024-08-21 10:47   좋아요 2 | URL
문득 이 시리즈를 드라마로
만드는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08-22 19:24   좋아요 2 | URL
드라마도 괜찮을 거 같네요ㅎㅎ
 
가장 파란 눈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9
토니 모리슨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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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가의 첫 번째 작품을 읽을 때면 언제나 흥분이 된다. 그것도 문학계에서 일가를 이룬 대가의 작품이라면 더더욱. 주인공은 바로 토니 모리슨이다. 저자의 전작읽기에 도전하고 있는 중인데, 이 책까지 해서 발표된 11권의 소설을 모두 모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가장 파란 눈>은 나의 토니 모리슨 컬렉션의 화룡점정 격이랄까.

 

<타르 베이비>, <파라다이스> 그리고 <솔로몬의 노래>는 아직 읽지 못했다. 다른 책에 우선해서, <가장 파란 눈>부터 읽었다. 토니 모리슨을 좀 더 인격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했다.

 

책을 읽기 전에 <가장 파란 눈>이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어서 <빌러비드> 때와 같은 그런 기피와 공포를 느꼈노라고 고백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이유 때문에, 솔직하게 말해서 작가가 인도하는 서사의 결을 따라갈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어쩌랴 전작읽기의 완성을 위해서라도 꾸역꾸역 읽었다.

 

소설의 화자는 올해 9살 먹은 클로디아 맥티어다. 언니 프리다와 함께 살던 가운데, 그녀의 삶 속에 타인이 뛰어든다. 문제적 주인공의 이름은 페콜라 브리드러브다. 페콜라는 아빠가 집에 불을 지르고 난리를 피운 덕분에 맥티어 아줌마네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게 되었다. 그 때 아마 1941년 가을이었던가. 소설은 여름부터 시작해서 겨울과 봄을 지나 다음해 여름에 이야기의 종언을 맞는다. 시간은 속절없이 지나가고, 소녀들은 비극을 통과하면서 어른으로 성장한다.

 

토니 모리슨은 자신의 고향 오하이오 로레인에 사는 가난한 흑인들의 삶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투사한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노예해방령(1863)이 발표되었을 때, 울부짖던 흑인들의 모습에서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소유인 집을 가지게 되자 그야말로 쓸고 닦아 빛나는 정원을 만들어냈다지. 그런데 그런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를 게 없어 보인다. 1970년대 고도성장기에 초라한 셋집에서 출발해서 양옥집을 올렸다는 이야기는 우리네 소설에서도 많이 보지 않았던가. 지긋지긋한 가난과 계급의 문제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가 보다.

 

순수한 소녀 페콜라는 푸른 눈을 가지고 싶어한다. 왜 그들은 자신의 아름다움 대신에 자신이 가질 수 없는 타인의 아름다움을 그리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걸까. 어쩌면 인간이라는 나약한 존재는 태생적으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일까? 저자가 후기에서 언급한 대로 그것은 충격이었다. 자신이 지닌 아름다움의 진가를 알지 못하고 결국 자기혐오에 도달하게 되는 그 지점이 나에게는 비극의 정수처럼 다가왔다.

 

맥티어 가족네 세 들어 살던 헨리 워싱턴 아저씨를 클로디아와 프리다는 사랑했다. 하지만 초장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거라고 예언하지 않았던가. 맥티어 부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차이나와 마지노 라인을 끌어 들이고 결국 프리다를 추행하지 않았던가. 그런 트라우마는 현재진행형일 뿐 아니라 과거에도 여전히 있어왔다고 페콜라의 아빠 촐리 브리드러브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아니 비극의 전조는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촐리는 자신의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고,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 자신의 이모할머니 지미에게 구조된 촐리는 자신을 세상에서 유일하게 사랑해 주셨던 할머니의 장례식날 백인들에게 잊을 수 없는 성적 수치를 당한다. 맙소사! 그리고 비극은 대를 이어 전달된다.

 

토니 모리슨의 대표작 <빌러비드>에서도 등장한 것처럼 지미 할머니의 장례식에 즈음해서 공을 묘사한 흑인 여성들의 연대는 부러울 지경이다. 백인들은 흑인 남성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그들은 자신의 배우자들이나 딸들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그녀들은 묵묵하게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식사를 차리고 온갖 살림을 도맡아 했다. 그들을 존중해 주는 건 동료 여성들과 아이들뿐이었다고 토니 모리슨의 목소리는 증언한다.

 

페콜라의 엄마 폴린이 백인 가정의 가정부로 일하면서 서서히 인간으로서의 자존감을 구축해 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촐리와의 가정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 때문에 자신의 가정을 대신해서, 백인 고용주의 가정에 자신을 투사하는 장면은 페콜라가 가장 파란 눈을 가지고 싶어하는 것만큼이나 어리석어 보였다. 하지만 그들이 어려서부터 백인들에게 봉사하고 복종의 미덕을 배우면서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해 본다면 인식의 한계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남쪽의 흑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북쪽으로 이동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1941년은 이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소설의 말미에 등장한 1929년 여름의 자연 재해는 곧이어 터질 대공황의 전주곡이 아니었을까. 미국의 1930년대는 백인이나 흑인 모두에게 먹고 살기 힘든 시절이었다. 폴린은 로레인에 정착한 뒤에도 선주민들의 은근한 차별로 고생한다. 같은 흑인이면서도 흑인과 깜둥이는 다르다고 차별하는 건 또 무엇인지.

 

성적 포식자로 활동하는 소프헤드 처치가 길에 뿌린 전단을 들고 그를 찾아가는 페콜라의 모습은 현대판 주술사를 찾아간 백설공주의 계모처럼 느껴졌다. 동화에 등장하는 주술사들은 항상 어처구니 없는 대가를 요구하지 아마. 페콜라가 소프헤드 처치에게 가장 파란 눈대신 자신이 가진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요구했다면 어떨까.

 

그렇게 나는 토니 모리슨의 데뷔작 <가장 파란 눈>을 읽었고 이제 5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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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4-07-31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토니 모리슨 전작읽기!
특히 이 책, 따라 읽고 싶네요.
빌러비드하고 한권더 읽었는데,,, 다른 책은 기억이 안나네요
비러비드가 워낙 임팩트 있어서!

레삭매냐 2024-07-31 10:06   좋아요 2 | URL
<빌러비드>의 강렬한 임팩트~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일단 국내 미출간된 원서까지
컬렉션은 완성했지만, 어느
지점에서 전작 도전이...

그러하다고 합니다.

자목련 2024-08-01 08: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토니 모리슨 아직인데, 표지에 혹합니다!

레삭매냐 2024-08-01 10:41   좋아요 1 | URL
이번 신판이 구판에 비해 확실히
표지가 월등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절판된 책들 그리고 미출간
소설도 나왔으면 합니다.

coolcat329 2024-08-01 1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오랜만이에요. 토니 모리슨 전작읽기를 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책만 사놓고 아직 한 권도 읽은 게 없지만 꼭 읽고 싶은 작가입니다. 첫 작품이 이 책도 읽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4-08-01 18:50   좋아요 2 | URL
오오 쿨캇트님도 토니 모리슨 선생
의 책들을 컬렉션하셨군요.

저도 책만 사 두고서도 미처 못읽
고 있답니다. 언젠가는 전작 읽기에
성공하겠습니다. 언제가는 기필코.
 


방문일 : 202473일 수요일

 

이번 월초에 이른 휴가를 속초로 다녀왔다. 난 사람 많은 건 질색이라. 극성수기에 돌입하게 되면 로드 트래픽은 물론이고, 당연시되는 바가지도 감당할 자신이 없어서. 그런데 마침 장마철이더라. 아이구야. 34일 일정 중에 하루는 비로 공쳤다. 우리 달궁 보스님은 나보고 명예 속초시민이라고. 참고로 그 양반이 진짜 속초 사람이다. 나는 가짜고.

 

가기 전에 안가본 곳 어딜 한 번 가볼까 싶어서 주욱 훑어 봤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문우당서림이었다. 속초에 ㄷㅇ서점만 있는 게 아니라고. 그전에 한 번 방문했었는데 나는 노인장의 불친절함에 학을 떼서 다시는 안가는 것으로.

 


아니 그전날 비가 왕창 내릴 적에 여길 왔었어야 했는데 말이지. 아니 입장하기 전부터 마음에 든다. 꼬맹이 데불고 어딜 갈 때면 비가 가장 큰 적이다. 어른들이야 카페나 이런 데 가서 멍때리기라도 하지, 잠시도 가만 있지 못하는 꼬맹스들이 어디 카페에서 버틸 재간이 있나 그래. 너튜브나 쥐어 주면 몰라도. 사실 그 꼴도 못보겠고.

 

마침 숙소 근처라서 걸어서 갔는데 옆에 보니 주차장도 있더라. 나중에 물어 보니, 주차장 맞다고 한다. 그전날 비가 많이 와서 아주 습했는데 말이지. 더위가 문제가 아니라 습기가 더 큰 적이었다. 거리에는 우리 같이 뚜벅이 친구들이 배낭을 메고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이런 게 낭만 아니겠냐고.



포스팅을 위해서 일단 사진을 많이 찍어야 한다. 사진이 많으면 골라서 쓸 수 있지만, 쓸만한 게 없으면 다시 갈 수도 없지 않은가 말이다. 나의 포스팅 지론이다. 일단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단 찍어라. 다 쓸 데가 있으니. 그렇게 말은 하지만 막상 사진 찍는다는 게 쉽지가 않다. 프레임부터 시작해서 포스팅까지 염두해 두면서 '찍기'를 해야 한다면 사실 좀 귀찮다. 기존의 읽고 쓰기에서 이제 보고 찍기로 바뀌어 가는 텍스트 대전환의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 우리는.



아 무려 <백년가게>. 중소기업청인가에서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이런 백년가게를 선정한다는 뉴스를 들었지 아마. 어쩌면 그렇게 해서 알게 된 게 바로 이 <문우당서림>일지도 모르겠다.

 

지난주에 우리 옆동네 유일한 백년가게인 <부곡통닭>의 그 유명한 반반 치킨을 먹어 보려고 했으나, 포장 대기가 무려 한 시간이라는 말에 바로 포기해 버렸다. 내 언젠가 반드시 먹어 보리라. 먹고 싶은 거 하나도 마음 대로 먹을 수가 없구만 그래. 백년가게 부곡통닭 포스팅도 기대해 주시라.



가게 매대에서 처음 나의 시선을 사로 잡은 책이 바로 작가 중의 작가라는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이었다. 물론 그전에 읽은 책이다. 나는 재즈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몇몇 좋아하는 넘버들이 있다. 그 중에서 브랜포드 마살리스의 <모 베러 블루스>는 너무 좋아한다.

 

그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나왔다가 을유문화사에서 아마 판권을 새로 얻어서 새로운 번역으로 나왔다. 이 책도 침대 머리맡에 있지 싶은데. 다시 읽다 말았다. 또 언젠가 다시 이어서 읽게 되지 않을까.



문우당서림의 종교책 섹션도 강력하다. 안그래도 얼마 전 유연하게 폴 존슨 작가의 책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게 되니 반갑더라. 책 두께가 아주 후덜덜하지 않은가. 출판사는 포이에마라고. 아마 종교 서적 전문 출판사가 아닌가 싶더라. 생각 같아서는 집어서 촤라락 살펴 보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포기했다. 목이 말라서 일단 물부터 조금 마셔야지.

 

한쪽에 앉아서 책을 볼 수 있는 좌석이 마련되어 있었는데, 역시 마음에 들었다. 약간 주변이 어두웠는데, 조명도 있어서 책 보기에 불편함이 없더라. 이런 서비스 좋다.



책 읽는 데 맞은 편에는 이렇게 마음껏 낙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뒤에 보이는 노트들은 그동안 문우당서림을 방문한 이들이 남긴 글들이 기록되어 있더라.

아하 그렇군.


나도 몇 자 적으려다가 그만 두었다. 글씨를 너무 못 쓰는 탓도 있고 무언가 생각하려고 하니 그냥 오전의 조용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만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대신 최근 글은 아니고 예전에 쓴 글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글 하나를 데려왔다.

글씨체도 마음에 들고...

뭐랄까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그런 느낌이 들어서.

 

모든게 억지스럽지 않고

모두가 분주하지 않아

더 좋은 곳입니다.

 

이 표현에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멋지지 않은가.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더 없어서 좋더라.



이제 2층으로 올라가 보자.

개인적으로 평일 오전 시간이라 서점에 손님들이 없어서 사진 찍기에 좋았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게 사진 셔터 소리가 불편할 수 있으니 아주 잽싸게 셔터를 누른다.



2층은 확실하게 1층과 다른 구성으로 책들이 진열되어 있다.

아니 내가 요즘 즐겨 읽는 그래픽노블들이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특히 그전에 읽은 한나 아렌트의 책을 만나니 참 반갑다. 서점에 갈 때 내가 읽은 책 혹은 소장하고 있는 책을 만나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2층의 한 코너에는 박완서 작가의 책들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니 난 아직도 한 번도 박완서 선생의 책을 읽지 않았나 보다.

 

예전에 소설가 김영하 선생이 박완서 선생의 집을 찾아가는 길에 부랴부랴 그의 책을 읽던 그런 기억이 난다.

 

예전에는 텔레비전에서 책소개 프로그램도 하고 그랬었는데 이젠 다 없어져 버렸다. 그것마저도 너튜브가 담당하게 된 건가.



이게 무언가! 말로만 듣던 피렌체 출신의 작가 단테 알리기에리의 한정판 <신곡>이 아닌가. 괴테가 단테의 <신곡>을 일컬어 인간이 만든 최고의 작품이라는 극찬을 했다고.

 

신부님 번역으로 신곡을 읽겠다고 도전했지만 역시나 완독하지 못했다.



500부 한정판 중에 286번째 작품이라고?

가만 책을 살펴보면 얼마나 사람들이 펼쳐 보았는지 책이 상당히 헐어 있다.

 

아마 이 책이 나왔을 적에 가지고 싶긴 했지만 비싸서 사지 못하지 않았을까.

소장만 해도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 사진을 한 번 찍어본다. 갖고 싶어서? 부러워서? 아마 다양한 그런 감정이 들었겠지.



2층에도 역시나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또 1층의 그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여기가 좀 더 밝은 느낌이랄까.

 

서점이 도서관인가? 그건 아니지 않나.

예전에 우리 동네에 반디앤루니스 서점이 들어와 있었는데(아쉽게도 얼마 가지 않아 망했다) 사람들이 책은 사지 않고 모두 잘 구비된 독서대에서 책을 읽었다.

우리 꼬맹이도 반디를 도서관으로 착각했더라는. 그땐 그랬지.



실물로 보고 잠시 이 책을 사야 하나 잠시 고민했던 스피노자의 저작에 대한 그래픽노블들이다. 아예 난 이 책들의 존재를 몰랐네 그래.

 

도서관에 있거나 아니면 중고책으로 사들일 수 있나 찾아봐야겠다.

세상의 모든 책들을 다 갖고 싶은 뜨거운 욕망, 물론 그전에 읽을 수 있나에 대해 물어보게 되지 않을까. 



너튜브로 강연을 듣고 당장 도서관에 달려 가서 읽은 황현필 선생의 책을 서점에서 만나게 되니 또 반갑더라. 강연을 계속해서 듣게 될 줄 알았는데 또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더군.

 

얼마 전에 생각나서 찾아 보니, 독립전쟁 영화 시나리오 작업 때문인지 당분간 강의를 쉬겠다는 공지를 하시더군. 암튼 잘 마치시고 속히 복귀하시길 기대해 본다.



마지막까지 나의 구매 후보에 올랐던 <세상은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책이다.


목차를 가만 살펴보니 과연 내가 부담 가지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까가 고민되더라. 결국 이 책은 나중에 사거나 아니면 도서관에서 빌려 보는 것으로 결정했다.



나의 픽은 역시 유시민 선생의 신간이었다.

바로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도 못 다 읽었다. 김용 선생의 드라마 <사조영웅전 2024>도 봐야 하고... 바실리 그로스만의 <삶과 운명>도 거북이 걸음으로 읽어야 하며...

, 한동수 전 검찰감찰부장의 책도 유시민 선생의 책으로 알게 되었네. 그 책도 빌려서 읽는다.

 

또 연두 독서모임 책도. 스레드를 통해 알게 된 자연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들도 지난 주말에 도서관에서 빌려오는 바람에 나의 독서 새끼줄이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뭐 그래도 언제가는 다 읽게 되겠지.

다음에 또 속초에 가게 되면 문우당서림에 갈테다.



이 녀석은 이번 속초여행에서 업어온 속고양(속초-고성-양양)의 캐릭터

라는 뚱매기라고 한다.

 

비가 내리던 세 번째 날에 롯데리조트에 가서 커피 마시고 소품샵에 들렀다가

산 자석이다. 단가는 5,000원이었지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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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4-07-18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속초는 여러번 왔다갔지만 서점은 한번도 가본적이 없네요.서점이 크고 참 멋있네요^^

레삭매냐 2024-07-18 14:14   좋아요 1 | URL
네 아주 좋더라구요.

모르는 도시에 가게 되면 왠지 그곳
에 있는 서점에 한 번 가야지 싶습
니다. 서점 구경하는 재미도 있거든
요.

직원분들도 친절하시고 아주 마음
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가게 되면
또 방문하고 싶습니다.

2층 사진도 찍은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모르겠네요.

stella.K 2024-07-18 14: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폴 존슨의 책 두꺼울 줄 알았지만 역시 포스가 장난 아니네요.
전 소설이면 모를까 이제 두꺼운 책은 안 사려구요. 사면 꼭 후회하는지라...
휴가 일찍 잘 다녀오셨네요.
남들 휴가 갈 때 출근하는 게 좀 거시기 할 수도 있겠지만
오히려 사무실이 널널해서 좋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리나라 사람들 휴가 평균 3박4일이라고 해서 좀 놀랐습니다. 전 일주일인 줄 알았거든요.
선진국이라면서...

근데 달궁 모이기는 하는가 보죠?
네이버 들어가면 늘 그대로던데...
아님 다른 곳에 있나요?

레삭매냐 2024-07-18 14:23   좋아요 2 | URL
제가 그러합니다. 이제 두터운 책
샀다가 안 읽게 될 가능성이 농후
해서 자제하게 됩니다. 후회 100
퍼지요.

전 닝겡들 복작대는 게 넘 싫어
서 보통 일찍 가거나 늦게 가거
나를 선호한답니다.
거시기한 것도 맞는 말쌈입니다.
선진국은 한 달 아닌가요? ㅋㅋ

달궁 네이버 블로그는 휴지 상태
지요. 다른 블로그들처럼요.
달궁은 계속됩니다. 단톡방에서.

자목련 2024-07-19 1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휴가를 보내셨네요
자석이 5000원, 비싸네요. 제가 물가를 잘 몰라서 하는 말일지도...

레삭매냐 2024-07-19 15:33   좋아요 1 | URL
비가 와서 하루 공치긴 했지만
그래도 좋았습니다.

자석은 그중에서 제일 싼 것
였다는... 쿨럭.

그레이스 2024-07-22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문우당 서림 꼭 가보고 싶네요
도레의 판화가 있는 신곡 두번째 읽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어느 동아리에서 요청해서 가이드? 해주는 중이죠^^
이 책이 3행씩 나눠져 있어서 제가 전에 읽었던 책보다 좋아요. 말씀대로 소장가치도 있구요.^^
볼 때 마다 새로워요^^
신곡이 보여서 반가운 맘에!

레삭매냐 2024-07-22 22:56   좋아요 2 | URL
저는 개인적으로 속초의 유명한
다른 서점보다 여기가 더 마음
에 들더라구요 :>

신곡을 두 번이나 읽고 계시다니
대단하십니다. 거의 대가의 경지
에 도달하시지 않았나 싶습니다.

transient-guest 2024-07-24 04: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가가 원주에 있어서 늘 속초에 가서 ㄷㅇ 서점을 가보고 싶었는데 윗대 쥔장이 많이 불친절했었나 봅니다. 가보고 싶은 맘이 없어지네요.

레삭매냐 2024-07-24 11:25   좋아요 2 | URL
이번 속초여행에서 베이커리
가루와 더불어 건진 즐거움
중의 하나라고나 할까요.

다음에 속초에 가면 또 가볼
계획이랍니다.
 


두어달 전인가 퇴근하고 나서 동네 산책에 나섰다. 도서관 부근에 동네책방이 하나 있다. 슬쩍 안을 들여다 보니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토론을 하고 있더라. 나도 당장 들어가서 털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그날은 조용하게 후퇴를 했다.

 

인스타로 검색해 보니 클레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화요일 모임에 첫 소설모임을 한다는 피드를 만났다. 지난 3월엔가 우리 달궁에서 이미 한 번 턴 책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더더욱 참전해야 하지 않을까.

 

평일 저녁 8, 사실 쉽지 않은 시간이다. 장거리 운전을 해서 퇴근한 다음 씻고 부지런히 책방으로 갔다. 이날따라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역시나 첫 만남은 어려워~ 뉴비를 위한 각자 소개는 하지 않고 패스한다. 쿨하군 그래. 마음에 든다.

 

모인 분들과 책을 한 페이지씩 연독한다. , 이런 거 정말 신선하구만 그래. 독서모임이란 항상 책을 다 읽고 만나서 턴다고 생각했었는데 색달랐다. 첫만남은 그렇게 정신 없이 지나갔다. 그 다음 모임에는 이른 속초 여름휴가로 참석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에는 영화상영이라 패스. 두 시간 동안 영화볼 자신이 없어서. 그리고 그날 장마비까지 내려서리. 참 핑계도 다양하다 그치.

 

그리고 어제 두 번째 출격을 하게 됐다. 소설 읽기 대신 이번에도 역시나 인문서적으로 컴백했다. 방식은 동일했다. 참석 인원은 책방지기 양반과 줌으로 참석한 회원 포함해서 총 7명이었다.

 


(어제 책방 주인장이 제공해 주신, 시원한 카모마일 냉차의 빈 잔이다.

연독을 하다 보니 입이 버적버적 마르더라.)


어제 모임에서 연독하고 나눈 책의 제목은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이다. 개인적 소회지만, 나는 이미 너튜브가 책을 집어 삼켰다고 생각한다.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으로 문자 텍스트 중심의 읽고 쓰기가 근대인의 상징이었지만, 21세기 인류는 읽고 쓰기라는 전통적 방식 대신 "보고 찍기"라는 새로운 텍스트를 무의식적으로 혹은 적극적으로 수용하게 되었다. 어쩌면 이런 새로운 텍스트인 동영상 콘텐츠를 거부하는 사람들은 도태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다.

 

책은 리터러시, 그러니까 우리 말로는 문해력 정도로 번역되는 부분을 두 명의 학자가 대담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초반 진입 장벽이 좀 빡세긴 하지만, 그 다음으로 갈수록 흥미가 엘리베이팅되는 그런 느낌이다.

 


전통의 신문부터 시작해서, 피씨통신 인터넷 그리고 작금의 너튜브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나는 그런 획기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변혁의 시대를 직접 체험하고 있는 마지막 세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고 나누는 부분에서는 나보다 윗 세대분들의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리터러시 이슈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었는데(디지털 문맹), 앞으로 어떤 식으로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할지 모르는 마당에 나는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어제 독서 토론에서 내가 꽂힌 부분은 권력으로성 리터러시에 대한 사회경제적 토대라는 표현이었다. 예전의 386세대는 산업화 시대 이후 등장해서, 상대적으로 양질의 교육 세례를 받은 새로운 형태의 지식인 계층을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자신들이 생산한 리터러시를 문화적 자산으로 삼아 사회의 새로운 기득권층이 되었다. 특히 정치 분야에서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책의 초반에 문자 텍스트의 출현으로 세계를 텍스트로 인식하기 시작한 근대인들의 '과도한 주체성' 문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앞에서 말한 386세대의 과도한 주체성 이슈는 사회적 담론을 주도하는 그들에게 어쩌면 이런 과도한 주체성을 부여하지 않았나 싶다. 사회적 지식 생산을 독점하게 되면서, 이 책에서 강조하는 '다양한 맥락들(varying contexts)'에 대신 일종의 도그마랄까 생산자 자신의 읽기와 해석만이 유일하다는 그런 특정한 프레임에 다수 대중을 욱여넣으려는 게 아닌가 뭐 그런 생각도 들었다. 그런 차원에서 기득권화된 예전 386세대가 대중을 가르치려고 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일견 수긍이 갔다.


미디어 권력에 대해 나누는 시간이 있었다. 현실에서는 동영상 콘텐츠 텍스트가 기존의 문자 텍스트 기반을 허물고 있는데, 계속해서 문자 텍스트 베이스의 시험이 우리 젊은 세대의 미래 운명을 결정하고 있다고. 이거야말로 문자 텍스트 해석을 독점한 이들의 권력이 아닌가. 무언가 새로운 개혁과 시도가 필요한 게 아닐까?

 

왜 우리는 잘못된 시스템을 고치지 못하고 다음 세대에 계속해서 강요하고 있는 걸까. 모임에 마침 고3 학생이 있어서 나는 좀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그 학생의 대답은, 지금은 어쩔 수 없으니까요 정도로 갈무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좀 서글펐다. 우리의 선배들은 불의한 시스템을 부수기 위해 적어도 짱똘을 들지 않았던가. 우리는 뭘 했나 자문해 본다.

 


연독은 마침, 내가 그전에 딱 읽은 부분까지 마쳐서 다행이었다. 요즘 이 책 저 책 시작만 하고 제대로 마치지 못한 책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지. 혼자서 읽기와 연독의 차이에 대해 또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기도 했다.

 

책방 연두에서의 독서모임은 무엇보다 집에서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서 매주 2차례 모임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비오는 거리를 걸어 집으로 오는 길에는 잠시나마 참 소울이 충만해지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기분이가 좋더라. 항상 하는 고민이지만, 가기 전에는 힘들고 어쩌구 그런 다양한 이유들로 갈등하지만 막상 참석하고 나서는 이렇게 유용하고 기분 좋고 그런 게 아닌가 말이다.

 

나중에 근처에 사시는 책동지분과 돌아오는 길에 잠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새로 나온 뉴비가 소설 안 읽는다고 안 나오는 건 아닌지 했다는 말에 속으로 빵 터졌다. 우리 달궁에서도 만날 뉴비를 영입해야 한다고 만날 노래를 부르지 않는가 말이다. 어느 독서모임에서나 하는 대개 비슷한 고민이구나 싶었다.

 


[뱀다리] 책방에 진열된 책 중에서 내가 읽었거나 소장하고 있는 책을 보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더라. 내가 요즘 두루미에 미친 남자 베른트 하인리히의 책에 빠졌는데, 아마 책방에는 없겠지. 책이 혹시 있나 싶어서 물어 보려다가 말았다. 중고책방에서 사냥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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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4-07-17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동네에 책방이있고 일주일에 두 번 모임이 있다니 너무 부럽네요 ^^

레삭매냐 2024-07-17 11:12   좋아요 2 | URL
그러니깐요 :>
저는 그동안 소설 모임만 했었는데,
여기는 인문 서적이 주력이더라구요.
그래서 색다른 느낌이랄까요.

stella.K 2024-07-17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두. 이름 예쁘네요. 울동네도 이런 모임 있으면 좋을텐데. 근데 일주일에 두번이면 넘 빡세지 않나요?
책이 유튜브에 잠식된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책 얘기하는 유튜브도 있잖아요. TV 나오면 극장 문 닫을거다 했는데 여전히 존재하는 것처럼. 그런거죠 뭐.

레삭매냐 2024-07-17 13:08   좋아요 2 | URL
일주일에 화 금 두 번 독서모임
을 갖습니다. 저는 화요일 하루
정도 가는 것으로.
말씀해 주신 대로 이틀은 빡셉
니다 고저.

문제 텍스트 소비하는 방식이
확실히 예전과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라로 2024-07-17 13: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책에 진심이시고 멋짐 뿜뿜 레삭매냐님! 동네책방 독서모임까지!! 👍👍

레삭매냐 2024-07-17 13:57   좋아요 0 | URL
그동안 적적했습니다 라로님.

책 사기 보다 책 읽고 쓰기를
진심이어야 하는데 말이죠.

책방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
오는 길에 비가 추적추적 내려
더 운치가 있었답니다.

자목련 2024-07-17 14: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에서 독서모임이라니, 좋은 시간 보내고 오셨네요.
책방 <연두> 이름도 예쁘고요. 궁금해 검색도 살짝~~

레삭매냐 2024-07-17 14:36   좋아요 1 | URL
연독 경험은 또 처음이라 신선
했답니다.

아주 자그마한 동네책방이자
문화 진지 같은 느낌이랄까요.

페넬로페 2024-07-17 15: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참여하고 있는 독서모임에서도 읽기 어려운 호메로스, 사기열전,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을 연독했거든요.
같이 읽으니 좋더라고요.
요즘 저희들도 뉴비를 영입하는데 내공 있는 좋으신 분들이 많이 오셨어요.
독서 모임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고 뿌듯해요^^

레삭매냐 2024-07-17 22:38   좋아요 2 | URL
<호메로스>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땡기는군요.

연독 파워 !

페넬로페님의 독서 모임 대흥행을 응원하는
바입니다.

그레이스 2024-07-22 17: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네책방 넘 부러워요
어느 동네인지 이사가고 싶네요 ㅎㅎ

레삭매냐 2024-07-22 23:20   좋아요 2 | URL
제가 사는 동네는 촌으로
정말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마을인데, 희한하게도 독립
서점이 두 군데나 있다는.

게다가 독서모임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