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실타래
앤 타일러 지음, 공경희 옮김 / 인빅투스 / 201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난 석 달 동안 잡고 있던 앤 타일러의 <파란 실타래>를 드디어 다 읽었다. 사실 지난달 독서 모임 책으로 내가 추천해 놓고, 독서모임에도 참가하지 못하고 책도 다 못 읽었다. 지난 주말에 당장 읽어야 하는 책들이 정리되자 바로 집어 들어서 남은 100쪽을 읽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만나는 앤 타일러 작가의 책이었는데, <파란 실타래>는 앤 타일러의 스무번째 책이라고 한다. 필력이 대단하군. 이 책이 부커상 파이널 리스트에 오른 건 참고로 알아 두자.

 

소설의 구성은 기본적으로 간단한다. 미국 동부 볼티모어 햄든에 정착해서 삼대째 살고 있는 휘트생크 집안 이야기다. 불쑥 우리나라에서 한창 유행 중인 막장드라마가 생각이 났다. 가족이라는 사회의 기본단위를 배경으로 해서 이런저런 잡다한 요소들을 가미해서 자극적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끄는 이야기에 비해 앤 타일러의 소설은 품격이 있다. 사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막장드라마의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만. 소설의 시작은 아들 데니의 게이 선언으로 휘트생크 집안에 폭탄이 터지는 설정으로 시작된다. 나중에 알고 보니 별 일 아닌 헛소동이었지만, 독자는 이 집안의 문제아가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린다. 뭐 보통 자식이 넷 정도면 되면 이 정도는 기본이 아닌가.

 

엄마 애비 ‘달턴’ 휘트생크는 사회복지사 출신으로 사회에서 소외된 불쌍한 이들이라면 두손 들고 식탁으로 초대하는 그런 사람이다. 아버지 레드는 대를 이어 건축업에 종사하는 고지식한 미국 아버지의 전형이라고 해야 할까. 데니의 첫 번째 누나 아만다는 변호사로 맹활약 중이고(그래 집안에 변호사 한 명쯤은 있어야지), 둘째 지니 누나도 사회에서 제몫을 하며 산다. 막내 스템은 탕자 데니와 대조되는 성격으로 언젠가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 받을 것으로 인정되는 선량한 아들이다. 이런 세팅을 바탕으로 <파란 실타래>는 그야말로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엉킨 휘트생크 가족사를 상세하게 파헤치기 시작한다. 현실세계의 가족들에겐 머리 아픈 일이었겠지만 나같이 이런 드라마를 즐기는 독자에겐 즐거움일 따름이다.

 

자 어느 폭탄부터 살펴볼까. 우선 스템은 애비와 레드의 친자식이 아니다. 그럼에도 애비는 스템을 친자식 이상으로 보살폈다. 하지만 치매를 앓던 애비가 불의의 사고로 죽은 뒤에 사실의 전모를 알게 된 스템은 아버지 레드를 보살피기 위해 신앙심 넘치는 아내 노라와 자식들을 이끌고 햄든 저택으로 들어왔다가 충격을 받고 탕자 데니와 피튀기는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싸움을 벌인 스템과 데니의 이야기는 그들의 할아버지 주니어와 리니 매의 사랑이야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앤 타일러 작가는 그런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점층적 설정에 입안해서 후반에 배치한 것 같은데 절로 혀를 찰 정도의 막장드라마 같은 이야기들이 속출한다. 아 그리고 보니 레드의 누나 메릭 휘트생크도 신데렐라 스토리의 완성을 위해 친구의 애인을 빼앗아 결혼하지 않았던가.

 

<파란 실타래>는 책의 절반 이상을 현재의 이야기에 할애하고 있다. 그렇게 책의 절반 가량을 현재에 투자하고 나머지 부분을 과거의 플래시백에 골고루 분배한다. 우리가 사는 현재가 과거로부터 비롯된 게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라면 작가의 설정은 다분히 공정하다. 하지만 시대마다 휘트생크 가족이 겪는 문제는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현재의 데니가 말썽꾼이었다면 과거에는 메릭이라는 아가씨가 문제였다. 좀 더 상류계층으로 이동을 원하는 메릭은 정확한 판단을 바탕으로 최고의 인생투자를 결심한다. 그 결과 자신이 원하는 지위와 부를 얻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세간의 비난과 호랑이 같이 꼬장꼬장한 시월드의 주인을 모셔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주니어와 리니 매까지 올라가는 이야기는 문득 서부시대의 속도위반결혼(shotgun marriage)를 연상시킨다. 주니어와 기가 막힌 정분이 난 리니 매의 아버지와 형제들은 윈체스터 장총으로 주니어를 발가벗겨 집에서 내쫓는 위엄을 발휘했으니 말이다. 성인이 되어 볼티모어에 안착한 주니어를 찾아가 마침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룬 리니 매의 결기도 만만치 않다. 문득 <파란 실타래>를 영화로 만든다면 어떨까 싶었다. 휘트생크 집안의 구성원에 대한 캐스팅 상상만으로도 즐거울 지경이다.

 

사실 앤 타일러의 전작들을 읽어 보지 못해 그녀의 스타일이 어떤지 알 도리가 없다. 작가의 작품세계와 볼티모어 중산층 이상의 삶을 통해 엿볼 수 있는 미국인들의 라이프 스타일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지만, 뉴욕타임즈의 미치코 가쿠타니의 생각은 나와 좀 다른 것 같다. 어쩌면 앤 타일러의 작품세계는 내가 좋아했던 우디 앨런의 영화와 그 궤를 같이 한 게 아닐까. 굳이 앤 타일러를 위한 변론을 하자면 클리셰이 같은 반복에 대해서 반대하는 편이지만, 작가가 언제나 수작을 양산해낼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개인적으로 뭐 이 정도면 무난한 편이 아닌가 싶다. 일단 앤 타일러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기 전까진 <파란 실타래>만으로는 만족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샤오루 궈 지음, 변용란 옮김 / 민음사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이달 들어 처음 읽은 책이다. 지난달에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세트를 사면서 같이 주문한 책인데, 한 번 잡으니 도대체 손을 놓을 수가 없더라. 이 책은 어느 블로그에서 본 영국의 문예지 <그란타>에서 기대되는 유망주 작가 중의 한 명이라는 글을 보고 읽게 됐다. 나온지 7년 밖에 안되었는데 이미 절판의 운명에 처해진 그런 비운의 책이다. 아니 이렇게 재밌는 책이 왜. 같이 <그란타>에서 추천한 작가로 애덤 풀스가 있는데 그 책은 아직 시중에서 구할 수가 있어 다행이다. 누군가 예전에 우리나라 책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당장 읽지 않더라도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바로 사야 한다고 했는데 이 책을 구하면서 수긍이 갔다. 물론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책 사재기에 대한 자족적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은 사전이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 출신의 영어 못하는 23살난 처녀 미스 좡이 영국 런던으로 가서 1년간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생기는 에피소들을 모은 페이크 저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다. “sorry of my English”로 시작되는 일기는 참 흥미롭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과거에 비슷한 처지였기 때문일까. 물설고 낯선 땅에서 그 나라 말도 못하는 이방인으로 살기란 정말 신산하기 짝이 없는 그런 신세로 내 기억에 각인되어 있다. 아니 그 나라에 말을 배우러 갔는데, 모국어처럼 그들과 대화를 나눈다는 게 가당키나 한 이야기인가. 미스 좡도 나와 비슷한 오류를 체험했던 것 같다. 언어, 영어에 무지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전에 의존해야 하는 그런 삶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사전에 나와 있는 말들과 그네들이 진짜 사용하는 말 사이에는 엄연한 괴리가 존재한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이지 않은가. 다시 말해 사전에 나오는 대로 말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의사소통을 필두로 해서 동양과 서양의 현격한 차이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회주의 국가 출신의 미스 좡이 자유주의 천국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주의 원조국가에서 겪을 문화적 충격은 남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운이 좋게 ‘당신’을 만나 소통과 배움을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사실 무슨 말을 하면서 모르는 단어를 설명해 가며 가르킴을 전수하기란 쉽지 않다. 그것은 마치 야구를 전혀 모르는 연인을 야구장에 데려가 야구의 기본적인 룰을 하나하나 가르쳐 주는 것과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야수선택 같은 표현이야 그렇다 치고, 왜 스트라이크 세 개면 아웃이냐고 묻는 질문에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미스 좡은 당신과 아예 살림을 차리면서 그리고 조금씩 그의 고통을 이해하면서 그런 복잡다단한 과정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미스 좡이 이 소설에서 직면한 또다른 문제 중의 하나는 당신이 보통 사람과 전혀 모양새의 사람이라는 점이다. 자그마치 스무살 이상이나 차이 나는 나이부터 시작해서 스스로를 못생긴 촌닭이라고 생각하는 미스 좡이 지긋지긋한 촌의 부모로부터 탈출해서 도회의 삶을 어쩔 수 없이 동경하는 입장이라면, 천생이 농부 출신으로 채식주의자(미스 좡은 고기야말로 영혼을 충족하게 해주는 삶의 기초 재료라는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며 어쩔 수 없이 생존하기 위해 돈을 벌며 한 때 스콰터(불법거주자) 같이 자유로운 삶을 살았던 당신이라는 영혼은 처음부터 미스 좡과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미스 좡은 줄기차게 당신과의 불확실한 미래를 정상궤도(?)에 올려놓으라며 떠들어 대지만, 당신은 미래보다 현재의 삶에 집중하라며 문제의 핵심을 빗겨 나간다. 게다가 당신은 섹스에 탐닉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기도 하지만, 바이섹슈얼이라는 성적 정체성에 주인공은 당혹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미스 좡과 당신의 관계는 처음부터 종착점을 향하는 버스 같은 관계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미스 좡이 체험하는 일들을 내가 과거에 체험했던 일들과 비교해 가면서 스스로를 소설에 충분히 투영시킬 수가 있었다. 한 때 유행했던 가사처럼 그땐 그랬지하며 슬며시 웃음을 짓기도 했다. 전형적인 동양 사고를 가진 여자 미스 좡은 데이트 비용은 무조건 남자가 부담해야 한다고 하며 당신을 놀래키기도 한다. 사실 거주비와 식료품비마저 모두 당신이 부담해야 하는 입장에서 데이트 비용도 각자 부담해야 한다는 서구적 사고방식을 가진 당신에게 미스 좡은 도대체 어떤 존재였을까. 당신에게 그녀란 존재는 자신의 편두통을 가시게 하기 위한 성적 파트너에 지나지 않았던 게 아닐까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미스 좡은 당신이 런던을 잠시 떠난 있는 동안, 당신이 가지고 있던 예전 사진들과 일기 편지를 읽어 버린다. 사랑하는 사이라면 이 정도 사생활 침해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그녀와 미스 좡의 이런 행동에 경악하는 당신의 반응은 둘 사이의 도저히 메울 수 없는 간극으로 다가온다.

 

어쨌든 이십대 철부지 처녀는 당신과 수없는 관계 그리고 다툼을 과정을 거치면서 비로소 독립된 인격체로 거듭나게 되는 과정을 겪는다. 이 소설은 파격적이면서도 동시에 한 편으로는 전형적인 이방인의 성장소설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 그리고 끝부분에서 역자도 언급했지만 미스 좡의 영어는 일 년간의 속성교육으로 일취월장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번역을 통해서는 이 점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영어 원문이 주는 그런 디테일한 맛을 번역으로 구현하기엔 아마 역부족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에서 당신은 미스 좡에게 유럽 대륙을 한 번 혼자서 여행해 보라고 강권한다. 스스로의 외로움의 세계로 밀어 넣고 싶지 않았던 미스 좡은 당신의 제안을 거부하지만 그녀에겐 선택지가 없다. 이 여행이야말로 그 둘의 파국의 씨앗이었다. 개인적으로 여행은 자아를 성장시키는데 더 없이 귀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샤오루 궈 작가는 바로 이 과정을 통해 당신으로부터 벗어나 자주적 인간으로 탈바꿈하는 결정적 계기로 만들어 버렸다. 멋지다.

 

정말 재밌는 소설을 읽고 싶었는데 나에게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은 딱 그런 책이었다. 요즘 이책저책 마구잡이로 책을 읽고 있는데, 그 와중에도 도무지 손에서 책을 놓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마성의 매력을 가진 책이었노라고 후기에 적고 싶었다. 그녀의 다른 책들도 읽어 보고 싶은데 유감스럽게도 국내에 출간된 책은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 밖에 없다. 다른 책도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는데 말이다. 그래서 좀 아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연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뒤늦은 발견이라고 해야 할까. 부지런히 그녀의 작품들과 만나고 있다. 올해 들어 <캐롤>에 이어 하이스미스 작가의 <심연>도 읽었다.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 리틀 웨슬리에 사는 중상층 부르주아 가정에서 벌어지는 치정과 살인에 대한 이야기는 매혹적일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기에 평온해 보이는 그들의 삶에 이런 숨막히는 비밀이 숨어 있으리라고 누가 알겠는가 말이다. 소설의 초반 진행은 느리게 전개되지만 아내의 계속되는 부정을 감내하는 남자 빅터 반 알렌의 이야기가 조금씩 냉담한 독자의 가슴에 불을 지피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우선 하이스미스 작가는 소설의 주인공 빅터 반 알렌을 가히 인내심의 달인으로 설정한다. 그는 분명 오쟁이진 남편으로 주변의 비웃음을 사도 모자랄 것 같은데 거의 부처 같은 인내심으로 멋쟁이 아내 멜린다의 부정을 눈감아 준다. 사실 그의 심리 상태가 이해되지 않았다. 모든 사람이 다 아는데, 드러내놓고 바람을 피우는 멜린다도 그렇지만 더 이상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그런 수모와 모욕을 견디는 삶을 왜 사는 걸까. 그가 그렇게 사랑해 마지 않는 외동딸 트릭시의 존재만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모든 일은 단순한 농담에서 시작됐다. 일전에 뉴욕에서 살해당한 멜린다의 전 애인을 죽인 범인이 자신이라고 고백하면서 멜린다 주변의 수컷들을 빅터는 일소해 버린다. 그 정도로 세게 나가야 할 정도의 반 알렌 부부의 문제는 심각하지만 여전히 빅터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상당한 유산을 상속받아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않으면서도 중상류 클래스의 삶을 유지하는 빅터는 1년에 고작 네 권 정도의 책을 펴내는 작은 출판사를 운영하며 웨슬리에서의 하루하루를 보낸다. 리틀 웨슬리에 사는 이들은 강박처럼 파티를 열어 이웃과의 친목을 다지는데 여념이 없다. 이 소설이 나온 1957년은 팍스 아메리카나가 전 세계에 그 위력을 떨치고 있을 시절이다. 어쩌면 미국인들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을 그런 벨에포크 시절이 아니었을까. 마을에서 사람들의 눈밖에 난 사람은 어쩌면 파티에 초대 받지도 못하고 출처가 불분명한 가십의 대상이 되어 따돌림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주인공 빅터는 그런 예외적 인물들과는 달리 모든 이에게 호감을 사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었다. 바로 이런 점이 그의 완전범죄를 가능하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아니 그 샌님 같은 출판사 사장이 그럴 일을, 그럴 리가 없지하고 말이다.

 

그가 상상 속에서 살해했던 멜린다의 전 애인을 죽인 진짜 범인이 발견되자 잠시 잦아드는가 싶었던 멜린다는 주체할 수 없는 바람기를 감추지 않는다. 아니 그럴 거면 빅터와 헤어지지 않고 계속 사는 걸까. 이미 각방을 쓴지도 오래됐고, 어떤 대화도 통하지 않는 그런 연극 같은 결혼생활을 계속 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어쩌면 그 둘을 계속해서 묶어 두는 원동력은 빅터의 재산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빅터의 상상은 곧 현실이 된다. 마을에 새로 도착한 피아니스트 찰리 드 리슬은 바로 멜린다의 타겟이 되어 정분이 나고, 걷잡을 수 없는 분노에 사로잡힌 빅터는 그를 코원 부부의 코스튬 파티에서 살해한다. 수영장에서 우발적으로 폭발된 감정이 빅터의 상상을 결국 실행에 옮기게 한 것이다. 초반에 비해 약간 지지부진했던 소설은 바로 이 지점에서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우유부단한 것으로 보였던 주인공이 결국 사고를 친 것이다. 과연 빅터의 일탈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것인가. 아니다, 멜린다의 바람기가 고쳐지지 않는 이상 일단 폭발한 빅터의 인내심은 통제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심연>의 나머지 페이지를 넘기는 나의 손길이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도대체 어떤 결말이 기다리고 있는 걸까 하는 기대감에.

 

타인의 시선에 완벽해 보이는 반 알렌 부부의 결혼생활의 실상은 파경 그 자체였다.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만 들어봐도 부부가 물과 기름 같은 사이라는 걸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굳이 멜린다의 장점을 찾아 가며, 그리고 어쩌면 자신의 유일한 혈육인 트릭시에게 부모의 이혼이라는 충격을 안겨 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이혼을 주저하는 빅터의 결정장애가 문제였다. 그런데 모든 문제의 원인을 빅터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을까. 멜린다가 좀 더 결혼에 충실했다면, 그리고 딸 트릭시에게 좀 살갑게 대했다면 모든 이에게 부처 같이 대했던 빅터가 이성의 끈을 놓는 그런 일 따위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빅터와 멜린다 모두 하이스미스의 플롯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체스판의 말들이겠지만 이 정도로 뛰어난 생명력을 가진 캐릭터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소설의 결말은 하이스미스의 리플리 시리즈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태양은 가득히>를 연상시킨다. 빅터가 연출하는 완전범죄를 기대했는데 아쉽다. 그만큼 강렬한 결말이라고 해야 하나. 스포일은 여기까지. 사람들이 엮어 가는 이야기는 정말 재밌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ingri 2016-03-06 0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플리랑 최근의 캐롤 . 작가 발견이네요 .^^

레삭매냐 2016-03-07 09:43   좋아요 0 | URL
오래 전에 영화 <태양은 가득히> 보고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작가가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그녀의 책들이 대부분 영화화 되었더라구요.
 

한동안 뜸 했었지.

 

책 읽기도 귀찮고 뭐 그렇다. 지난 주말 독서모임이었는데 못 나갔다. 가고 싶었는데 사실 책도 다 읽지 못하고 모임 시간이 늦어져서 나갈 자신이 없었다. 앤 타일러의 <파란 실타래> 거진 다 읽었는데 후반 추진력이 부족했다.

 

지난주엔가 알라딘 적립금으로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세트 그리고 샤워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를 샀다. 전자는 아직 풀어 보지도 않고 사무실에 방치되어 있다. 사실 이 책을 산 건 약간의 허세였다고 해야 할까. 그동안 모은 적립금으로 산 책이라 뿌듯하기도 하면서 한편으로 소장용으로 그만이겠는 걸 뭐 그런 생각을 해봤다. 장식용이라면 로베르토 볼라뇨의 <2666>도 만만치 않은데. 그리고 보니 볼라뇨의 대작도 5개 중에서 2권까지 읽고 접어둔 상태다. 이거 리뷰 쓰려면 다시 잡아야 하나. 메타픽션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볼라뇨에 도전했다가 보기 좋게 날아 떨어진 기분이라고 해야 하나. <야만스러운 탐정들>도 읽다가 어느 순간 접어 버렸다. 제발트의 책들도 그렇고 어째 하나 같이 이렇게 중도탈락하는 책들이 많은가. 이번에 다시 <아우스터리츠>에 도전했건만 역시나 지지부진하다. 존 반빌의 <신들은 바다로 떠났다>도 지난 늦은 여름휴가 때 98쪽까지 읽었는데 뭐 내용이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 맥스였던가 아마 주인공이. 죽은 아내를 뒤로 하고 예전에 여름을 지내던 휴양지에서 옛 시절을 추억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던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위키피디아의 플롯 서머리를 좀 읽어 보고 다시 도전해봐야겠다.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어제 샤오루 궈의 <연인들을 위한 외국어 사전>을 슬쩍 펼쳐 봤다. 그전에 읽던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연> 그리고 어제 산 로저 크롤리의 바다나라 베네치아 공화국 이야기를 읽기 전에 워밍업 정도였는데, 읽다 보니 절반 가량이나 훌쩍 읽어 버렸다. 일단 재밌고,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이미 절판의 운명에 처해진 책이라 시중에서는 구할 수도 없다. 나도 중고로 샀다. 책 컨디션이 아주 좋진 않지만 뭐 읽기에는 부족함이 없으니까.

 

우리의 주인공 미스 좌우앙은 사회주의 공화국인 중국 출신으로 농민계층에서 쁘띠 부르주아 계급으로 신분상승을 이룬 부모의 도움으로 영어를 배우기 위해 1년짜리 비자를 받아 영국 런던으로 향한다. 물설고 낯선 런던에서 영어 배우기는 쉽지 않다. 나도 언젠가 비슷한 체험을 해서일까, 사방에서 악전고투하는 좌우앙의 이야기에 순간 몰입해 버렸다. 아마 나의 몰입독서체험기는 보통 이런 수순을 따르리라. 바이섹슈얼 영국 남자를 극장에서 만나 사랑에 빠져 버린 미스 좌우앙. 전혀 다른 세계에서 자란 이들의 화학적 결합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서로의 몸을 탐닉하면서도 여전히 공간을 두려는 남자와 예의 공간을 없애고 온전한 사랑을 구가하려는 여자의 이야기는 조금씩 파국으로 치닫기 시작한다. 영국의 문예지 <그랜타>가 선정한 주목받는 영국 신예 작가 중의 하나로 꼽았다고 해서 읽기 시작했는데 기대 이상이다. 같이 선정된 작가 중에 <우리의 낯선 시간들에 대한 진실>의 작가 애덤 풀스의 책도 지난 주에 도서관에서 빌려 오긴 했는데 아직 첫 장도 넘기지 못했다. 역시 같은 목록에 오른 제니 페이건의 <파놉티콘>도 지난 주에 램프의 요정 중고 도서 목록에 두 권이나 올라와 있어서 사려고 했는데 배송료 때문에 고민하다가 두 권 다 날아가 버렸다. 언젠가 나와 인연이 된다면 중고매장에서 만나게 되겠지. 지금 당장 읽지 못해 큰일날 책은 없지 않은가 말이다.

 

그리고 보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심연>도 예의 파국으로 치닫는 미국 중상층 부부의 결혼이야기다. 매력적인 바람둥이 멜린다를 아내로 둔 남자 빅터 반 알렌의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웨슬리라는 부촌에 사는 이들의 사교생활을 위해 끊임없이 초대되는 파티에 불려 나가야 하는 것도 고역인데, 그 파티장에서 아내의 새로운 애인들과 만나야 하는 빅터의 심정은 오죽할까. 아내의 전 애인 중에 우연히 살해된 남자를 자신이 죽였노라고 고백해서 현재의 애인을 떼어 놓는데 성공한 빅터. 물론 그의 고백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위태로운 결혼상태를 어떤 일련의 사건(?)으로 몰아가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실력이 대단하다. 도대체 어떤 결말이 독자들을 기다리고 있는 걸까. 이 책부터 읽어야 하는데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이 주변에 너무 많다.

 

제니 페이건의 책처럼 아르테에서 나온 클로드 레비 스트로스의 <우리는 모두 식인종이다>도 도서관에서 빌리긴 했는데 아직 못 읽었다. 밥상머리 도서관에서 언제든 빌릴 수 있는 책이니 일단 반납하고 읽고 있는 책들이 정리되는 대로 다시 읽어 볼까나.

 

 


댓글(5)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cyrus 2016-03-03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 반빌의 <바다>를 구하고 싶은데, 절판본이라서 중고가가 비싸네요. ^^;;

레삭매냐 2016-03-03 17:48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너무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에 매겨둔 것
같아요.

전 그래서 강남 램프의 요정까지 가서 구
했습니다. 컨디션은 썩 좋지 않지만 말이죠.
없는 것 보다는 낫다 뭐 그렇게 생각하고
있답니다.

cyrus 2016-03-03 17:50   좋아요 0 | URL
역시 서울 알라딘 매장이 좋군요. 저에게 대구점 한 곳도 부족합니다. ㅎㅎㅎ

레삭매냐 2016-03-03 17:56   좋아요 0 | URL
제가 주로 애용하는 램프 매장은
제가 사는 산본점, 분당점 그리고 수원점이죠.

가끔 신림점에도 가고, 독서모임이 있을 때면
신촌까지 원정가곤 하지요. 아 그리고 보니
부천점도 갔었네요. 그나마 이쪽은 초이스가
좀 있네요.

cyrus 2016-03-03 17:59   좋아요 0 | URL
제 개인적인 느낌이지만 종로점에도 희귀템이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종로점에서 파울로 코엘료의 《다섯번째 산》와 앤토니어 수잔 바이어트의 《바벨탑》 세 권짜리를 구입했습니다. 정말 그때 기분이 최고였습니다. ^^
 
외교상상력 - 지나간 백년 다가올 미래
김정섭 지음 / Mid(엠아이디) / 2016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딩데이트> 2016년 2월 23일 ~ 25일

 

2016년 초부터 북한 핵실험과 인공위성 발사 이슈가 총선을 앞둔 마당에 모든 어젠더들을 삼켜 버리고 있는 형세다. 이 와중에 우리나라는 외교안보 라인의 총체적 난국과 무능함을 날것 그대로 생중계로 보여주는 중이다. 이런 시류에 출간된 김정섭 저자의 <외교상상력>은 1차 세계대전 이래 혼란스러운 국제무정부 상태를 냉철하고 날카롭게 분석한 안성맞춤의 외교입문서로 보인다. 나같은 외교정책에 문외한도 쉽게 접할 수 있게 간략하면서도 기존의 이론들로 자세하게 풀어준다.

 

주지하다시피 1차 세계대전 이전에 영국이 세계패권국가였다. 명예혁명과 산업혁명으로 민주주의와 서구 유럽의 선진적 경제적 성장을 바탕으로 대영제국은 유일무이한 패권국가로 부상했다. 이런 전 세계에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던 영국에 도전장을 낸 국가는 중부유럽의 신흥 독일제국이었다. 후발 주자였던 독일은 철혈재상으로 불리던 비스마르크의 지도 아래 영국, 러시아와 협력해서 프랑스를 고립시키는 전략을 최우선 정책으로 삼았다. 프랑스 프로이센전쟁의 승리를 바탕으로 비로소 통일제국의 면모를 갖추게 된 독일은 전쟁이라는 폭력적인 방식으로 영국의 패권에 도전했다. 나중에 저자가 기술하는 대로 패권국가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은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가게 되는 비교적 평화로운 방식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전쟁이라는 방식을 선호하는 모양이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전 후 유럽 대륙에서 독일, 오스트리아 그리고 러시아 세 개의 제국이 붕괴되고 지속적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기구로 국제연맹이 결성되었지만 주창자였던 미국이 국내 사정으로 빠지면서 처음부터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국제연맹은 일본의 만주침략과 이탈리아의 에티오피아 침공 그리고 히틀러의 영도 아래 재무장에 나선 제3제국의 라인란트 진주 등을 막지 못하면서 유명한 존재로 추락하게 된다. 서방 세계는 2차 세계대전에서 다시 한 번 격돌하게 되는데, 전쟁이 끝난 뒤 1차 세계대전에서 비교적 관대한 조처를 받았던 독일을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 4강이 분할해서 동서 간의 완충지대로 만드는 것으로 중부 유럽에 항구적인 평화 시스템을 구축하기 노력을 시작한다. 물론 곧바로 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냉전이 시작되었지만 말이다.

 

두 번째 세계대전이 끝날 무렵 각국이 모여 합의한 브레튼우즈 협정으로 전후 설계도가 마련됐다. 영국에 이어 세계적 패권국가가 된 미국의 우월한 생산력과 경제력이 뒷받침된 이 시스템 역시 전후 반세기 가량 흐르면서 지방할거 시대를 맞아 각국의 강력한 도전을 받고 있는 중이다. 김정섭 저자는 서방에서 시작된 외교 이야기를 동서로 이어지는 횡축과 과거에서 현재로 연결되는 종축을 따라 서술하고 있다. 서방세계의 냉전, 세계의 화약고가 된 아랍세계와 이스라엘의 대결, 국내외의 다양한 사정으로 중동에서 발언권을 잃게 된 미국, 이라크의 붕괴와 이란의 부상으로 세계의 새로운 골칫거리가 된 이슬람 국가(IS, 다에쉬) 문제,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세계의 새로운 중심 중국, 전쟁하지 않는 나라에서 자위권을 발동시켜 보통국가로 진입하려는 일본의 현재, 그리고 무엇보다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가 된 북한의 위험한 모험에 이르는 다양하면서도 포괄적인 외교 이슈들의 핵심을 저자는 하나씩 각개격파하는 식으로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이웃 중국의 부상만큼이나 걱정거리가 날이 갈수록 우경화되어 가고 있는 이웃 일본에 대한 우려다. 지난해 말 비가역적 위안부 협상이라는 굴욕적 사태부터 시작해, 중국에 대항하는 한미일 동맹시스템의 핵심 파트너로 일본을 선택한 미국은 유사시에 동아시아의 중요한 7개 미군기지를 지원할 수 있는 후방 지원을 일본에게 기대하고 있다. 패전국가 독일과는 달리 역사청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곧바로 발발한 한국전쟁으로 국제무대에 복귀한 일본은 중국이 추월하기 전까지 세계 2위의 경제력을 자랑할 정도로 아시아에서 뛰어난 경제발전을 이룩해냈다. 그간 미국의 안보우산 속에서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뤄냈지만, 역내 국가 간의 관계는 여전히 삐걱대고 있다. 유사시 미국의 일본에 대한 역할론은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게 아닐까 하는 우려에 핵심적인 방점이 찍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다루는 거시적 차원에서 전세계 외교를 아우르는 노력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좀 더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동북아 정세의 안보딜레마에 대해 기대를 했다고 하면 무리일까. 초반에 저자가 저술하는 대로, 한 나라의 자위권에 해당하는 미사일 방어시스템이 오히려 주변 경쟁국가를 자극해서 군비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안보딜레마의 역설을 우리는 몸소 체험하고 있지 않은가.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위협 때문에, 우리에게는 적합하지 않은 방어 시스템인 사드(THAAD:종말단계 고고도 지역방어체계)을 도입하고 남북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 폐쇄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제로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시스템이 우리의 방어 시스템의 범위에서 벗어나 자국의 안보에 침해한다는 판단 아래 대사 초치해서 항의하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미국에 너무 의존하는 편승(bandwagoning)으로 우리가 처한 외교안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하는 건 너무 안일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이 우리의 안보보다 동아시아에서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고, 무기판매에 집중한고 있다는 사실은 얼마 전 누출된 위키리크스 자료를 통해서도 확인된 바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신중한 외교안보 정책의 수립과 실행이 중요한 시점에 김정섭 저자의 <외교상상력>은 제목 그대로 천편일률적인 인과관계에 바탕한 외교정책이 아닌 보다 창조적인 상상력이 가미된 강대국 간의 균형(balancing) 잡힌 외교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물론 그에 대한 우리의 외교 역량 이슈는 또다른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뱀다리] 사소한 오탈자와 실제 역사와 다른 기술이 눈에 띄었다. 78쪽에서는 영국 수상의 이름을 쳄벌린이라고 했다가. 83쪽에서는 챔벌린으로 통일하지 않았고 체코의 중요한 지명인 주데덴란트를 역시 같은 83쪽에서는 수데덴란트로 표기하고 있다. 81쪽에서는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중제국에서 불가리아가 분열되었다고 기술하고 있는데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주불가리아 대사관의 불가리아 약사를 살펴보면 불가리아는 오스만 터키에서 독립했다. 나치의 폴란드 침공에 대해서도 체코와 같은 수법(83쪽)으로 썼다고 기술되어 있는데,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 영토할양이나 병합 건은 없었으며 1939년 9월 1일 전격전(블리츠크리크)으로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사소한 것들일 수 있겠지만, 이러한 사소한 부분들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2-25 1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 `쳄벌린`을 `체임벌린`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레삭매냐 2016-03-03 17:49   좋아요 0 | URL
제가 나중에 수정했는데 그 표현이 아니라
어디서는 쳄벌린이라고 했다가 어디서는
챔벌린이라고 하더라구요. 오류 정정했다고
하니 다음 판에서는 수정할 모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