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 도서관
앨런 홀링허스트 지음, 전승희 옮김 / 창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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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읽은 것 같은데 국내에 처음 소개된 <아름다움의 선>이 나온 지 3년이나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 앨런 홀링허스트 문학 세계의 시원을 알 수 있는 데뷔작 <수영장 도서관>이 나왔다.

 

<아름다움의 선>이 좀 세련되고 다듬어진 느낌이라면, 역시 <수영장 도서관>은 데뷔작답게 거칠고 직설적이라는 느낌이다. 홀링허스트 저자가 인도하는 런던에 사는 게이들의 삶은 정말 낯설게 다가온다. , 같은 저자가 번역을 맡아 주어 일관성 유지라는 점은 합격이다.

 

시대적 배경은 1983, 마거릿 대처 수상이 이끄는 보수당이 포클랜드 전쟁의 승리로 6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었다. 집권 여당인 보수당의 경제적 성과는 미비했다. 주인공은 25세의 매사에 자신만만한 남자 윌(리엄) 벡위스다. 딱히 직업은 없고, 부모 특히 할아버지 벡위스 경을 잘 만난 덕에 런던에 아파트에서 잘 먹고 잘산다. 홀링허스트 작가의 다른 주인공들처럼 학벌도 끝내준다. 풍부한 교육의 수혜자라고나 할까. 옥스퍼드 코퍼스 칼리지에서 역사를 전공한 윌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하는 대신, 쾌락에 탐닉한다. 디테일이 너무 강력해서 놀랐다. , 그야말로 스트레이트 포워드하구만 그래.

 

자신보다 8살 어린 아서를 집에 들이고, 그가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가스라이팅을 하기도 한다. 어째 그가 접하는 관계들이 나는 좀 탐탁지 않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가 다니는 코린시언 클럽은 쾌락주의자들의 사냥터이기도 하다. 특별한 일도 하지 않으면서 오직 쾌락을 쫓는 젊은이를 위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그렇게 살던 윌은 어느 날 공중 화장실에서 노인 한 분을 구조하게 되는데, 그가 소설의 지분 절반 정도를 차지하게 되는 찰스 낸트위치 경이다. 소설이 그리는 삶 가운데 우연은 필연으로 다시 등장하기 마련이다. 코리 클럽에서 윌은 찰스 경(83, 1900년생)과 조우하게 된다. 특유의 무심하면서도 예리한 판단력으로 윌을 관찰한 찰스 경은 무위도식하던 윌에게 자신의 회고록을 써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방탕에 가까운 자유로운 삶의 저해가 되는 요소들에 저항하기로 작정한 윌은 처음에는 찰스의 제안을 거부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절친 제임스는 찰스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충고한다. , 참고로 제임스와 찰스 경 모두 동성애자들이다. 그렇게 본격적으로 찰스 경과 엮이게 된 윌은 찰스 경이 써둔 방대한 지난 시절에 대한 기록들을 접하게 되면서 현재와 달리 게이들이 억압받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간접적으로 만나게 된다.

 

나는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홀링허스트 저자가 이렇게 섬세하면서도 디테일한 문학적 구사를 하는 이유가 무얼까 하고 말이다. 주인공 윌의 방탕한 라이프스타일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 젊은이가 자기 나름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네들의 세상에 대해 아는 게 없어서 그런 진 몰라도 저자의 적나라한 묘사가 조금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것을 낯섦에서 오는 불편함이라고 해야 할까. 띄엄띄엄 건너뛰면서 반세기를 넘나드는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에 오롯하게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저러한 그들 세계의 이야기를 홀링허스트 작가는 독자에게 알리고 싶었던 걸까?

 

윌 벡위스는 우연히 알게 된 아서의 주소를 알게 되어 자신을 떠난 그의 근황이 궁금해서 찾아 갔다가 스킨헤드족을 만나 무차별 폭행을 당한다. 아름다운 코뼈와 앞니 그리고 갈비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한다. 호모포비아라는 형태로 나타난 차별과 혐오였다. 그러면서도 윌은 찰스가 부탁한 회고록을 쓰기 위해, 그의 저널 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 60년도 전에 윌의 윈체스터 선배이기도 했던 찰스가 살아온 삶의 내력이 되살아난다. 문득 영국 특유의 사립학교 제도와 남성위주 클럽 시스템이 성적 소수자들의 발현과 관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성애자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낯선 로맨스의 전개와 노골적인 성애에 대한 묘사에 자꾸만 불편해진다.

 

윌이 당한 폭행에 더불어 이번에는 윌의 절친인 제임스마저 경찰에 체포된다. 오직 자신의 쾌락을 추구하는 윌과 달리 제임스는 응급의로 타인에 대한 봉사만을 해온 사람이 아니던가. 잘나가는 윌의 자극을 받았는지, 자신만의 사랑을 찾겠다고 거리에 나섰다가 잠복근무 중인 경찰에게 체포되는 희비극을 겪게 된다.

 

찰스는 자신을 찾아온 윌에게 새로운 자료들을 건네주는데, 그 자료에는 찰스의 과거에 대한 놀라운 비밀이 숨겨져 있었다. 어쩌면 찰스는 윌이 알게 된 그 순간을 위해, 이 모든 걸 셋업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비교적 느린 속도로 전개되던 소설은 후반부로 가면서, 급발진하고 어느 순간 갑자기 연소되어 버린다.

 

홀링허스트 작가가 <수영장 도서관>에서 추구하는 호모섹슈얼리티에 대한 이해도가 나처럼 떨어진다면 아마 상당히 불편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은 그런 점을 제외하고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후반으로 갈수록 점증되는 갈등과 긴장을 유지하는 작가의 솜씨는 대단했다. 윌의 시선과 찰스의 저널이라는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해서 전개되는 내러티브 역시 일품이다. 동성애가 범죄로 취급받던 시절을 거쳐 온 베테랑 게이 찰스와 게이 해방 시대에도 여전히 소수자로 핍박받는 존재로 스킨헤드 일당에게 구타당한 윌의 이미지는 기묘하게 공명한다.

 

나의 공감이나 이해의 영역 밖에 존재하는 서사였지만, 대단한 작품이라는 점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네 삶의 양태가 그러하듯, 그 또한 역설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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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6-29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이 작가가 내용과는 별개로 문장이 굉장히 세밀하고 문학성이 있나보네요. <아름다움의 선>표지 때문에..안 읽었는데 또 부커상이니 땡기기도 하고 섬세한 묘사가 궁금도 하고~^^

레삭매냐 2021-06-29 13:11   좋아요 1 | URL
<아름다움의 선>보다 성적 묘사에 있어
한 술 더 뜨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컨텐츠도 충격적이었구요. 데뷔작답게
세련됨보다는 거칠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글발은 죽입니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6
J. M. 쿳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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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절판되어 구할 수가 없었던 존 맥스웰 쿳시의 책이 재출간되었다. 역자는 예전과 같이 쿳시 작가의 전문 번역가라고 할 수 있는 왕은철 선생이 맡았다. 이번에 앨런 홀링허스트의 책을 읽으면서 느낀 건데, 동일한 역자가 한 작가를 전담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는 쿳시 작가의 1983년에 발표된 네 번째 소설로, 작가에게 첫 번째 부커상을 안겨준(1983) 작품이다.

 

제목에서 바로 알 수 있듯이 소설의 주인공은 마이클 K. 그의 삶은 참으로 모호하기만 하다. 쿳시가 인도하는 소설의 줄거리 역시 몽롱하다고나 할까. 구순열의 입술을 가지고 태어난 마이클은 헤이스 노리니어스 시설에서 자랐고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의 정원사가 되었다. 그가 31세가 되던 6월의 어느 날, 가정부로 일하던 마이클의 어머니 안나 K가 수종증에 걸리고 병원에서 쫓겨나게 되자 모자는 어머니의 고향인 프린스 앨버트로 향한다. 당시 나라는 전쟁 중이었고(내전?) 계엄령이 선포된 상황이라 모든 시민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한되어 있었다. 처음에 모자는 기차를 예약해서 떠나려고 했지만, 이주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발이 묶인다.

 

마이클은 얼기설기 만든 수레에 어머니를 싣고 도보로 머나먼 프린스 앨버트로 가려고 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모자의 로드무비는 어머니가 결국 고향으로 가던 길에 돌아가시고 한줌의 유골로 변하는 장면으로 귀결된다. 안나 K가 죽은 뒤, 마이클은 병원과 수용소 그리고 경찰유치장을 들락거리는 신세로 전락한다. 사내는 어머니의 고향 프린스 앨버트의 버려진 피사기 농장에서 조용하게 살고 싶지만, 세상은 그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 우리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 영혼의 소유자인 마이클은 도주에 도주를 거듭하는 위대한 탈출 예술가가 될 수밖에 없는 팔자였나 보다. 케이프타운의 시 포인트(Sea Point)에서 시작된 마이클의 여정은 래잉스버그, 크루이드폰테인 같은 정말 낯선 지명을 거쳐 프린스 앨버트에 도달한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음식조차도 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야생화된 염소를 손으로 잡아먹고, 도마뱀붙이와 새총으로 사냥한 새들 그리고 개미 유충까지 가리지 않는 식성을 보여준다. 마이클은 그렇다면 야만인인가? 세상은 직업과 신분이 뚜렷하지 않은 마이클을 어떻게 해서든 구속하려 들고, 마이클은 반대급부로 탈출을 계속한다. 물론 마이클이 거창하게 무엇인가를 하려고 하는 것도, 자유를 갈구하는 것도 아니다. 어떻게 보면 마이클에게 탈출은 주어진 지상과제가 아니었을까. 시민의 재산과 안녕을 보호해야할 군인들에게 어머니가 남겨 주신 돈을 털리기도 하고, 강도당할 뻔한 위기도 경험하면서도 고향을 향한 마이클의 여정은 멈추지 않는다. 그런 마이클의 모습을 지켜보는 독자의 시선은 염려로 가득하다.

 

다시 한 번 피사기 농장에 돌아온 마이클은 타인의 시선을 피해 가며 호박과 멜론을 재배한다. 다시 한 번 인간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전혀 자유로울 수 없는 존재하는 점이 부각된다. 버려진 농가의 헛간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이클은 이번에는 아예 토굴을 파고 살기로 작정하지만 그조차도 쉽지 않다. 이번에는 산사람들, 게릴라와 내통하는 부역자로 몰려 케닐워스 수용소로 끌려간다. 우리의 주인공이 겪는 수난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1부가 마이클의 시선에서 전개되었다면, 2부에서는 케닐워스 수용소 백인 임시 군의관의 시선이 주를 이룬다. 사실 소설에서는 마이클의 인종에 대한 정보를 찾을 수가 없었다. 다만 경찰서 유치장에 갇혔을 때, CM(Colored Male)으로 분류된 정보에서 마이클이 유색인종이라는 사실을 유추해낼 수 있다. 지난 1년간의 갖은 고생 끝에 바싹 여윈 마이클에 대해 군의관은 그야말로 아무런 조건 없는 시혜를 베푸는 헌신적인 박애주의자로 등장한다. 경찰들은 마이클이 게릴라들과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게서 정보를 얻어 내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군의관은 그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갓난애 같은 남자가 무슨 깡다구로 그렇게 위험한 산사람들과 협잡해서 공공의 질서를 위협하겠냐는 주장이다.

 

한편 마이클은 케닐워스 수용소의 병원에서 제공하는 각종 음식을 거부하는데, 그것은 백인 제국주의와 남아프리카 공황국에 만연한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거부의 상징이다. 그리고 숱한 고통을 거쳐 주체적인 인간으로 거듭나는 순간으로 해석하고 싶다. 마이클은 그저 자기가 애써 키운 호박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있냐고 묻는 질문에, 마이클은 몸으로 대답을 대신하는 셈이다. 밥이 되던 죽이 되던 간에 그곳에 사는 원주민들에게 맡겨야 하는데, 전지전능하다고 믿는 백인들이 구축한 질서 때문에 원주민들은 고통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다. 소설 <마이클 K의 삶과 시대>에서 주인공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구속하는 전쟁 역시 백인들이 초래한 갈등에서 기원한 것이다.

 

마이클과 다수의 억울한 사람들을 수용소에 가두고 그들을 착취하는 국가권력 혹은 부유한 지주들의 모습에서는 비인간적이고 냉혹한 자본주의의 실체가 떠올랐다. 하긴 사적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자본주의가 언제는 인간적인 적이 있었던가.

 

소설에서 마이클이 겪는 구속과 탈출의 쌍끌이 내러티브는 우리도 예외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체의 구속으로부터의 영원한 탈출을 꿈꾸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계의 압박에 문득 나는 서글퍼졌다. 쿳시 작가의 전작에 도전하고 있는데, 지난번에 읽다만 <엘리자베스 코스텔로>는 너무 어려워서 절반 정도 읽다가 중단했다. 마저 읽어야겠다.

 


이것은 외국 원서의 표지인데, 마이클 K가 자신의 엄마 안나 K를 자신이 직접 어렵사리 만든 손수레에 싣고 떠나는 장면이다.

 

케이프라는 거대 도시에서 소외된 모자의 떠남, 무엇이 그들의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지 모른 채 모험에 나서는 컷을 형상화한 표지다. 이렇게 책의 내용을 압축해서 전달하는 메시지를 담은 표지들을 볼 때 나는 전율한다. 너무 놀랍기 때문에. 판타스틱한 일러스트레이션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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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9 09: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걸 벌써 읽었어요? 이 신간으로??

레삭매냐 2021-06-09 09:59   좋아요 6 | URL
이것은 오래 전 리뷰의 울궈먹기
입니다.

동지들의 혹시나 하는 땡스투를
노린 ㅋㅋㅋ

바람돌이 2021-06-09 09: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허걱! 이거 어제 신간 뜬거 보고 보관함에 넣었는데 벌써 읽으셨단 말입니까?
놀라워요!!!!!

레삭매냐 2021-06-09 10:09   좋아요 5 | URL
재독을 하고 있기는 합니다.
분량이 적어서 한나절이면
다 읽을 것 같네요.

3년 전에 읽고 쓴 리뷰랍니다.

그레이스 2021-06-09 10: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오오 👍
쿳시!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ㅠ

레삭매냐 2021-06-09 11:13   좋아요 4 | URL
이번에 다른 출판사에서 <엘리자베스
코스텔로>가 새롭게 나온다고 하니
기대해 봅니다.

구간만 번역되어 나오고 신간은 좀
지지부진하네요.

Falstaff 2021-06-09 11:0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아, 또 쿳시.
전 이 양반 책이 불편하다고요. 그래 읽기는 읽어야겠는데 선뜻 손에 잡히지 않는 우라질 작가 가운데 한 명입니다.
다행스럽게 별점이 세 개이긴 합니다만. 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9 11:19   좋아요 5 | URL
별 다섯 개를 줄 정도로 미칠
정도로 좋지는 않아서...

어쨌든 백인 작가의 시선으로
남아프리카의 현실을 세상에
알렸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공
감하는데, 결국은 백인의 시선
이라는 한계 때문이지 싶습니다.

Falstaff 2021-06-09 11:25   좋아요 6 | URL
그것보다요, 쿳시 이 작자가 좀 과하게 연출하는 경향이 있어서 말입죠.
야만인을 기다리며에서 야만인보다 더 잔인하게... 달군 쇠를 눈동자 가까이 대는 백인 군바리들, 추락에서도 오버가 분명한 여러 장면들,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불편하거든요. 그러면 좀 에로틱 하든가 말이지요.
하여튼 서사는 좋은데 마음에 들지 않아요.

잠자냥 2021-06-09 11:45   좋아요 4 | URL
그러면 좀 에로틱 하든가 말이지요2222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 2021-06-09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보면 재밌을 것 같고
(표지도 근사하네요!!)
게다가 쿳시인데! 별이 세 개. 고민됩니다. ‘추락‘하나 읽었을 뿐이지만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9 13:47   좋아요 3 | URL
다시 읽어 보니 처음보다 책은
재밌다는 느낌입니다. 아무래도
쿳시 작가에 대한 내공이 쌓인
탓이지 싶습니다.

전작 중인 작가인지라 거북스
걸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초딩 2021-06-09 1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이 쿳시요!!! 좋네요~~~~
아 근데 별이 3개 ㅜㅜ라 고민이네요 저도

레삭매냐 2021-06-09 13:49   좋아요 4 | URL
절판돼서 구할 수 없었던 책인데다가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아우라까지 있
으니 소장각이지요.

별점은 개의치 말아 주시길...
쓰리~풔어 어딘가 쯤으로 생각해 주
시면 될 듯 합니다.

초란공 2021-06-09 14: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새로 나온 작업인 줄 알았는데 절판 되었던 책이 있었네요^^ 소개글 감사합니다. Thanksto도 성공하셨습니다 ㅋㅋ 일단 책장에서 발견된 <철의 시대>를 읽어야 겠네요~ ^^

레삭매냐 2021-06-09 15:04   좋아요 3 | URL
17년 전에 <마이클 K>라는 제목
으로 나온 적이 있답니다 :>

저는 그동안 12권의 쿳시 작가 책
을 읽었는데, <철의 시대>는 8번
째로 만난 책이었네요.

coolcat329 2021-06-09 18: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재출간 반갑네요~~^^

레삭매냐 2021-06-10 10:10   좋아요 1 | URL
그동안 구할 수가 없어서
아쉬웠었는데 새로 나와
아주 반갑네요.

mini74 2021-06-10 12: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철의 시대 재미있게 읽어서 ㅠㅠ 레샥매냐님께 감사감사를 ㅎㅎ

레삭매냐 2021-06-11 17:57   좋아요 1 | URL
오 미니님도 쿳시샘 팬이셨군요.

전 반다시 쿳시샘 전작 읽기에
성공할 겁니다 넵.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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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알라딘 이웃인 잠자냥님의 포스팅 덕분에 읽게 되었다는 점을 먼저 밝힌다.

 

개인적으로 고스톱을 무척 좋아한다. 오래전에는 거의 매일 같이 치던 시절도 있었다. 늦게 배운 도적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7장의 패를 받아 한 장씩 볼 때의 쪼는 맛이란 정말! 얼마 전에 읽은 윌리엄 트레버 선생의 <펠리시아의 여정>이 딱 그랬다. 뭔가 심각한 일이 벌어질 것 같은데, 그것을 눙치고 조근조근하게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대가의 기술은 대단했다.


 


대략 5년 전 즈음에 <비 온 뒤>란 소설집으로 트레버 선생과 처음 만났다. 그리고 가끔 그의 책들을 컬렉션하면서, 하지만 읽지 않으면서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그리고 알라딘 북플 동지인 잠자냥님이 최근에 올린 포스팅을 보고는 원래 도서관에서 빌려다 볼 생각이었던 이 책을 사서 읽었다. 다른 서점에서 사는 바람에 잠자냥님께 땡스투를 하지 못했다쏘리 볼, 버디.

 

하라는 책 이야기는 안하고 만날 이래 삼천포로 빠지누 그래. 우리의 주인공은 아일랜드 출신 소녀 펠리시아다. 그리고 그녀는 조니 라이서트라는 놈팽이와 불같은 사랑을 나누다가 그만 덜컥 임신해 버렸다. 나중에 드러나게 되지만, 조니란 녀석은 아일랜드 사람들에게 원수 같은 영국군에 자원입대한 배신자다. 펠리시아의 아버지는 절대 녀석과 결혼하면 안된다고 딸에게 당부한다.

 

사실 소설은 이미 증조 할머니의 돈을 슈킹해서 고향을 떠난 펠리시아의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과거의 플래시들이 무시로 등장한다는 점을 고려해 주시길. 나도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볼 테니까. 펠리시아의 어머니는 8살 때 돌아가셨고, 육가공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펠리시아는 설상가상으로 임신까지 한 상태다. 그녀의 다음 선택은? 그렇게 영국 버밍엄 어딘가 잔디깎이 공장에서 일한다던(그것도 거짓말이었나?) 조니를 찾는 미션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이런 펠리시아를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악당 하나 정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우리의 트레버 선생이 어련히 준비해 주실까 보냐. 미스터 힐디치는 원래 송장 업무를 담당하다가 구내식당 매니저로 보직이전해서 안성맞춤의 활동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50대 남자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이런 지극히 평범해 보이는 이들에게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걸 말이다. 소설에서 트레버 선생은 노골적으로 제시하지는 않지만 그는 이미 다섯 명을 희생시키고, 여섯 번째 희생자를 물색하고 있는 시리얼 킬러다.

 

소설의 한 축에 낯선 땅인 잉글랜드 버밍엄에서 자신에게 모든 걸 거짓으로 꾸민, 조니 라이서트를 찾고 있는 펠리시아가 있다면 다른 한 편에는 위험한 포식자(carnivore) 힐디치가 있다. 유년 시절의 학대 그리고 군인이 되고 싶었지만 모병관에게 거부당한 장애의 소유자 힐디치. 거절과 고독 그리고 자기애 넘치는 외로움으로 똘똘 뭉친 힐디치는 펠리시아 같이 소외된 친구들을 사냥하는 몬스터였다. 트레버 선생은 이런 미스터 몬스터가 저지른 악행에 대해 암시만 할 뿐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전개로 긴장과 공포를 증폭시킨다. 내가 책을 읽는 내내 경탄한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었다.

 

수녀원 정원사의 딸인 펠리시아는 자신이 처하게 된 작금의 상황을 분석하고, 이전의 일들을 곱씹으면서 느린 속도로 성장이라는 궤도에 오른다. 미스터 몬스터는 펠리시아를 돕는 척하면서 그녀의 돈을 훔쳐, 그녀를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그리고 절대 서두르지 않고 아무런 도움을 얻을 수 없게 된 그녀가 자신을 찾아오길 기다린다. 거미굴에서 함정을 파고 먹이가 다가오길 기다리는 함정거미처럼 말이다.

 

그동안 펠리시아는 거리에서 돌팔이 전도사 캘리거리를 만나 신세를 지기도 하고, 일단의 노숙자들을 만나 임시거처에서 불편한 하룻밤을 나기도 한다. 세상에 선행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대개의 경우 아무런 조건이나 대가 없이 그런 선행을 베푸는 이들은 없다고 트레버 선생은 꼬집는 것 같다. 펠리시아는 미스터 몬스터가 자신의 돈을 훔치고, 심지어 자신이 찾는 조니 라이서트의 소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알려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녀가 미스터 몬스터의 정체를 알게 되었을 때는 가공할 만한 위험이 코앞까지 닥친 상황이었다. , 우리 가련한 펠리시아의 운명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궁금하시다면 꼭 한 번 읽어 보시라.

 

트레버 선생은 <펠리시아의 여정>에서 고전 빨간 망토의 원형을 차용한 서사를 현대에 적용한 변용을 보여준다. 나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던 이가 알고 보니, 사악한 악당이었다. 선과 악이 뒤엉켜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그런 분별력을 기르는 건 정말 어려운 미션이다. 그런 건 사실 누구도 정확하게 판단해서 알려주지 않는 법이다. 내 스스로 성장의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배우게 되는 법이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사람일수록 차분한 판단을 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 등장하는 도움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신중하게 생각해 봐야 한다는 고리타분한 결론이 도출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어쩌면 oldie but goodie라는 말이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트레버 선생은 영국의 사실상 식민지였던 아일랜드 역사에 대해 살짝 맛보기식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그런 가운데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스러운 샘이 다루기도 했던 로저 케이스먼트(그나저나 왜 그 책은 아예 출간되지도 않는 건지 모르겠다)의 이름이 나와 반갑기도 했다. 펠리시아의 증조할아버지가 독립 투쟁 중에 사망한 것도 트레버 선생의 세심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펠리시아의 여정>으로 트레버 선생을 다시 보게 됐다. 이참에 읽다 만 <루시 골트 이야기>부터 다시 읽어야지 싶다. 그나저나 책은 어디에 있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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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6-07 12: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땡스 투 마음으로 잘 받겠습니다. 쪼는 맛 대단한 작품이죠. ‘빨간 망토‘와 연결지은 부분 흥미롭습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1-06-07 13:17   좋아요 5 | URL
모든 문학 작품은 상호간의
variation 이다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었으나, 표현력과 구성
의 전개가 딸리는 관계로...

그리하였다 합니다.

새파랑 2021-06-07 12:4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곧 읽을거여서 자세히 안보고 살짝 본 ㅋ 레삭매냐님ㅡ잠자냥님ㅡ폴스타프님으로 이어지는 삼축이 너무 좋으면서도 두렵습니다 ㅡㅡ

레삭매냐 2021-06-07 13:17   좋아요 5 | URL
나름 스릴러물인지라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리뷰를 쓰려고
했답니다.

진짜는 엔딩에 쿵야~ 기대하
셔도 좋습니다.

mini74 2021-06-07 13: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ㅎㅎ 뭔가 변사님의 목소리로 읽히는건 왜죠 ㅎ 쪼는 맛.~~

레삭매냐 2021-06-07 13:25   좋아요 5 | URL
미미님의 댓글을 보고 나서
제가 좋아하는 화투패들을
몇 짝 올려 보았습니다.

뭐 그런 거죠.

coolcat329 2021-06-07 13: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쪼는 맛~기대됩니다 ☺

레삭매냐 2021-06-07 14:27   좋아요 4 | URL
서서히 가속하다가 긴장
의 페달을 엔딩까지 유지
시켜 가는 장면 참 인상적
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6-07 13: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쪼는맛의 책 내용보다 쪼는 맛의 레삭매냐님의 리뷰가 무척 좋습니다^^
간만에 화투패도 왠지 반갑네요 ㅎㅎ
싸늘한데요^^

레삭매냐 2021-06-07 14:29   좋아요 5 | URL
좋고 즐거웁게 보아 주셨다면
더 바랄 게 없을 듯 합니다.

참고로 타짜는 아니랍니다.
간만에 기계 돌려 보고 싶어지네요.

페넬로페 2021-08-03 19:09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책을 읽고 다시 와 이 리뷰를 읽어보니 왜 그때 빨간망토로 이 소설을 비유하셨는지 알겠어요~~
그때 제가 좋아요도 누르지 않았네요 ㅎㅎ

바람돌이 2021-06-08 01: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문하고 배송을 기다리고 있는데 기대감이 더 커지네요. ^^

레삭매냐 2021-06-08 07:50   좋아요 0 | URL
저는 이 책을 계기로 트레버
선생의 책들을 읽어 보려고
합니다.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 강화도조약 Ominous 본격 한중일 세계사 10
굽시니스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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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파리코뮌이다. 아무리 굽시니스트 작가가 한중일 근대사를 다룬다고 하더라도, 파리코민 같은 세계사적 사건을 다루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며칠 전에 만난 <라 벨르 에뽀끄>에서도 파리코뮌을 만나서인지 좀 더 수월하게 이해가 되었다.

 

연결점은 일본 요코하마를 출발해서 구미 각국을 시찰하고, 기존의 조약을 개정하겠다는 포부를 안고 출발한 이와쿠라 사절단의 활동이다. 메이지 정부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이와쿠라 도모미를 비롯한 기도 다카요시, 오쿠보 도시미치 그리고 이토 히로부미가 포함된 사절단은 미국을 필두로 해서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그리고 당시 보불전쟁에서 승리해서 절정을 달리고 있던 프로이센 등지를 방문했다.

 

1873년 프로이센을 방문한 이와쿠라 사절단은 제국총리 비스마르크에게 조언을 듣는다. 조약 개정에 실패하고 낙심한 사절단에게 우선 부국강병책으로 국력을 기르라는 철혈재상의 말은 그야말로 복음이었다. 프로이센이 보불전쟁에서 승리하지 않았다면, 어쩌면 프랑스식 개혁방식을 따랐을 지도 모르겠지만 훗날 군국주의로 치닫게 되는 일본 군부는 프랑스 대신 프로이센식 군제개혁을 추종하게 됐다.

 

한편, 일본에 남아 유수 정부의 총지휘자였던 조슈 번사 사이고 다카모리는 폐번치현 이래 사법 개혁, 학제 공표와 종교 정책 같은 굵직굵직한 일단의 개혁들을 진행시켰다. 그보다 중요했던 진짜 개혁은 바로 지조 개정과 징병령이었다. 사이고가 주도하는 급진적 개혁에 농민들은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사이고의 유수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고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해서 주모자들을 처형하고 사법 처리했다. 하긴 수백 년에 걸친 구습을 어떻게 단박에 고칠 수 있었겠는가 말이다.

 

한홍구 교수님의 강의 영상을 보니, 일본의 개혁과 우리의 것이 결정적으로 달랐던 것은 메이지 유신에 나섰던 사무라이 지사들이 앞장서서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았다는 점이라고 한다. 조선의 의식 있는 선비들 역시 국가와 사회를 개혁하려는 의지는 넘쳤지만, 끝까지 자신들의 특권을 내려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런 자기희생을 기반으로 해서 전자는 성공했고, 그렇지 못했던 후자는 실패했던 것이다.

 

개항을 요구하는 서계 접수를 차일피일 미루던 조선과의 마찰을 계기로 사이고 일파는 정한론을 주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서구 각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목격하고 1873년 귀국한 삿초 이너서클의 핵심 멤버들은 아직 때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어 사이고와 사가-도사번의 성급한 정한론 주장을 일축한다. 정한론 반대파들은 일왕을 등에 업고 정권의 한 축을 무너트리면서 사이고 일파를 실각시키게 되는데 이를 메이지 6(1873)의 정변이라고 한다.

 

사이고 다카모리가 주도한 급진적 조선출병의 배후는 막부 말기였던 1861년에 벌어진 러시아의 대마도 점거 사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영국과 전세계적인 그레이트 게임을 벌이고 있던 러시아는 대마도에서 부동항의 가능성을 엿보았다. 6개월 정도 대마도를 점거했던 러시아는 영국의 중재로 쓰시마에서 물러났다.

 

조선과의 무역에 치중하던 쓰시마 후추번은 조선의 지속적인 쇄국정책과 왜관을 통한 무역 퇴조로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급진적 사회개혁과 특권 철폐로 불만이 폭증한 사무라이들을 달래기 위해 요시다 쇼인 일파는 외부침략을 감행해서 내부의 위기를 타개하자는 정한론을 들고 나왔다. 급진파나 온건파 모두 정한론에는 찬성이었지만, 시기와 방식의 문제에 있어서는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막부 말기, 토막파와 좌막파의 내전에서 삿초동맹 편에 서지 않고 사태를 관망하던 사가번은 막부 타도에 앞장섰던 조슈번과 사쓰마번에게 정국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불평등 조약을 개정하지도 못하고, 각종 개혁으로 보수 사족들의 불만이 폭등하면서 이에 편승한 사가번은 결국 이토 신페이와 시마 요시타케를 필두로 해서 1874년 반란을 일으켰다. 사가반군은 반란 초기, 사가성을 장악하면서 기세를 올리기도 하지만 신식무기로 무장한 정부군이 본격적인 진압에 나서면서 반란은 싱겁게 끝이나 버렸다. 이 장의 말미에 사가 번사 무다구치 모리쓰네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자가 혹시 비밀독립군 렌야의 아버지가 아닌가 추정해 본다. 인터넷으로 무다구치 렌야의 아버지를 검색해 보았는데 찾을 수가 없었다.

 

18745월에 있었던 사이고 다카모리의 동생 사이고 쥬도의 주도 아래 진행된 대만 출병은 제국주의 일본이 세계 무대에 등장한 첫 사건이었다. 이 부분을 읽기 전까지 일본이 대만에 출병했었다는 사실 자체를 아예 모르고 있었다. 표착한 류쿠 사람들이 대만에 사는 파이완 족에게 살해당했다는 이유로 출병한 일본군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말라리아와 풍토병의 창궐 그리고 더위에 지친 일본군은 북양대신 이홍장과의 협상을 통해 적당한 선에서 철병을 결정했다. 출병에 들어간 비용보다 배상조로 받아낸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어서 그야말로 밑지는 장사였다.

 

다음 무대는 일본 제국주의자들이 노리는 조선이었다. 그동안 대원군 이하응이 고종을 대신해서 전권을 행사하고 있었다. 이제 성년이 되어 제대로 된 군주 노릇하기를 원했던 고종은 아버지의 존재가 거추장스러워졌다. 그런 연유로 해서 고종은 재야의 실력자이자 안티대원군의 수장이었던 유림 최익현의 계유상소를 빌미로 대원군 일파를 실각시키고 자신이 친정에 나섰다. 대원군은 기존의 권력을 행사하던 외척 세력들과 유림 일파를 혁파하고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했지만, 대원군이 적폐로 규정했던 세력과 결탁한 고종의 친위 쿠데타로 모든 것이 무산되고 조선판 앙지앵 레짐 시대로 복귀하게 되었다.

 

조선의 종주국을 자처하던 대국 청나라도 일본의 대만 출병을 계기로 통수를 제대로 때린 일본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어머니 서태후의 치맛바람에 휩싸여 허수아비 노릇을 하던 동치제가 유흥에만 전념하다가 몹쓸 병에 걸려 19세의 나이에 후사 없이 죽었다. 서태후는 다시 한 번 수렴청정을 하기 위해 유력한 인척을 등용하는 대신, 네 살짜리 꼬마 광서제를 후계자로 삼았다. 서태후와 과부가 된 며느리 가순왕후 아로특씨가 벌이는 시월드 스토리도 흥미를 자아냈다.

 

서태후는 이홍장이나 좌종당 같은 상군 출신 한인 관료들을 중용했다. 한족 관리들을 경계하는 만주족 중신들의 우려와 달리 서태후는 이홍장 좌종당 콤비의 이익이 자신의 그것과 일치한다는 점을 파악하고, 각종 이권과 관직으로 그들을 통제할 자신이 있었던 모양이다. 서태후는 좌종당에게는 신강 위구르의 반란 진압을 명하고, 이홍장에게는 남양과 북양의 함대를 건설해서 일본 해군을 상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조선의 강제 개국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마친 일본은 운요 호 사건(18755)을 일으켜 강화도조약으로 은자의 나라 조선을 개국하는데 성공했다. 사실 당시 일본은 조선을 상대로 전면전을 치를 충분한 실력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청나라가 신강 위구르 반란 진압과 해군력 미비로 적극적으로 조선 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는 점 정도는 파악하고 있었다. 오랫동안 정한론의 깃발 아래 나름 치밀하게 준비해온 일본과 달리 무기력했던 조선 조정은 아무런 대책이나 검토 없이 덜컥 일본을 상대로 관세 주권도 포기해 버린 불평등조약을 체결해 버렸다. 시시각각 격변하는 국제정세에 대해 아무 것도 몰랐던, 그야말로 우물 안의 개구리였던 조선의 정치가들이 내린 최악의 결정이었다.

 

그 후 조선 조정에서는 곧바로 김기수를 수장으로 하는 수신사를 일본에 파견해서 일본의 실정을 파악하도록 했다. 일본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은 수신사 일행이 귀국하자마자, 메이지 정부는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는데, 구마모토와 조슈에서 반란의 불길이 치솟은 것이었다. 아마 다음 화에서는 유신삼걸 중의 하나라는 사이고 다카모리가 자신이 설계한 메이지 신정부에 반기를 든 세이난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할 예정이다.

 

이렇게 다양한 동아시아 삼국의 이야기들을 325쪽에 압축해서 담아낸 굽시니스트 작가의 노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앞으로 굽시니스트 작가는 1910년 경술국치까지의 역사를 다룰 전망이라고 하는데, 추가적으로 10권 정도가 소용될 전망이라고 한다. 10권 발행하는데 4년이 걸렸으니, 앞으로도 4년이 더 필요하려나 모르겠다. 작가와 출판사 모두 대단한 결기가 아닐 수 없다. 이 자리를 빌어 완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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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2 17: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가 너무 재미있네요. 판다 중국에, 고양이 일본, 가장 쎈 호랑이는 우리나라 ^^

레삭매냐 2021-06-02 19:40   좋아요 2 | URL
굽시니스트 작가가 동양 삼국
의 특징을 잘 잡아낸 동물로
상징을 삼았지 싶습니다.

mini74 2021-06-02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애정하는 만화책. 벌써 10권이 나왔나요? 8권까지 읽은 것 같은데 ㅎㅎ 저고 완간을 응원합니다 *^^*

레삭매냐 2021-06-04 10:11   좋아요 0 | URL
20권까지 가리라고는 몰랐네요.
대단한 기획이 아닐 수 없네요.
 
장미 박람회
외르케니 이슈트반 지음, 김보국 옮김 / 프시케의숲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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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순전히 폴스태프님 덕분에 읽게 되었다는 점을 리뷰에 앞서 밝힌다. 우리 책쟁이들은 호상간의 자극으로 책읽기에 나선다. 누군가 내가 모르는 미지의 책을 읽었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책 검색에 들어간다. 물론 모든 책이 해당되는 건 아니다. 책쟁이들도 나름 대로 자신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책을 고르는 혜안이 자동으로 장착되었는 지도 모르겠다. 궁금한 책은 견디지 못하고 사거나 혹은 도서관에 가서 빌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접하게 된다. 이번에는 도서관을 이용했다.

 

처음 들어보는 헝가리 출신 작가 외르케니 이슈트반 작가의 <장미 박람회>는 죽음을 다큐멘터리로 담아 보겠다는 야심찬 기획을 한 조연출 이제는 신참내기 PD 코롬 아론이 높으신 장관님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한다. 직속상관 울러릭에게는 퇴짜를 맞았지만, 높은 빽을 써서 코롬 아론은 자신의 야심찬 프로젝트를 가동시키는데 성공한다. 물론 세 명의 후보자들을 미리 선정해 두었다. 아론은 영악한 선수였다.

 

죽음은 우리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그런 숙명이다. 다만 우리는 살아 있는 동안, 그 순간이 언제 다가올지 모른 채 아니면 모르는 채 하면서 살고 있다. 아론의 기획은 참신했다. 다만, 카메라에 그 죽음을 담는다는 게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소싯적에 영상물 촬영도 해보고, 숱한 거절을 당하면서 거리 인터뷰를 해본 결과 카메라가 일단 돌기 시작하면 리얼리티는 사라지게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진짜 리얼리티가 되기 위해서는 피사체가 카메라의 존재를 몰라야 한다는 게 나의 지론이다.

 

실제로 아론과 그의 촬영팀들은 시청자들에게 보기 좋은 샷을 뽑아내기 위해 소위 주작질도 마다하지 않는다. 사실 지나가 버린 순간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지 않은가 말이다. 실제로 첫 번째 대상자는 촬영 허가가 나기 전에 이미 죽어 버렸다. 그는 언어학자로 17년간 같이 살았던 아내와 함께 마지막 순간까지 두 번째 저서 집필에 자신에게 남은 모든 것을 홀랑 태워 버렸다. 그리고 인터뷰의 바통은 그의 아내가 받아 들었다. 홀로 남은 미망인은 금전적 보상이 필요했고, 아론은 그것을 제공해 줄 수가 있었다. 왠지 금전이라는 보상 앞에 죽음마저도 초라해져 버리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음 주자는 화원 노동자인 미코 부인이었다. 그녀는 암에 걸려 죽어가고 있었다. 이번부터 아론의 주작질이 시작되었던가. 지나가 버린 암선고 장면을 위해 아론은 재설정을 주문한다. 그것 참... 나중에 이런 사실을 시청자들이 알게 되었을 때, 자신이 본 것을 리얼리티로 받아 들일 수 있을까? 나라면 아마 아닐 것 같다. 어쨌든 장미를 가꾸는 미코 부인은 장미 박람회에 자신의 화원이 출품한 작품을 입상을 기대한다. 이 모든 건, 촬영을 위한 좋은 소재로 이용된다. 카메라를 들어본 사람이라면, 긴 촬영 분량 대신 리얼리티를 전달할 수 있는 압축된 몇 컷이 얼마나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미코 부인이 당면한 죽음의 경우에는 좀 더 케이스가 복잡하다. 자신이 죽고 나면 홀로 남은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은 어머니의 봉양 문제가 상존한다. 그렇다, 이러저러한 족쇄에 사로 잡힌 우리 인간은 자신의 소멸로 단순하게 끝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신이 소멸된 뒤에도 남아 있는 가족을 위한 생존의 방법도 도모해 두어야 한다. 그래서 미코 부인은 자신의 병간호와 뒤에 남을 어머니를 부탁하기 위해 살 집을 찾던 누오페르 가족과 동거를 강행한다. 내가 왜 강행이라는 표현을 썼을까? 단순하다, 그것은 갈등의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점점 죽어가는 미코 부인은 어머니는커녕 자신조차 돌볼 수가 없는 상태로 접어든다. 아론의 촬영팀은 그런 사실에 아랑곳하지 않고 촬영을 집안의 개조도 마다하지 않는다. 죽음의 리얼리티를 시청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시작된 촬영이 누군가의 삶에 개입하는 장면들에 점점 불쾌감이 상승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외르케니 이슈트반 작가는 바로 이런 점을 적확하게 타격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자는 아론의 지인, 바람둥이 작가이자 리포터 J. 너지다. 그는 수년 전에 심장 발작을 일으킨 바 있다. 궁금한 것은 당장 죽을병에 걸린 사람도 아닌데, 언제 그가 사신의 방문을 받을 줄 알고 촬영을 시작한단 말인가? 그것 참. 하긴 또 어떤 면에서 본다면 죽음이 언제 찾아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아론 촬영팀의 기획이 아주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아니다.

 

J. 너지 주변에는 여자가 끊이지 않는다. 전 부인을 비롯해서, 지금의 여자친구가 잇달아 J. 너지를 방문하고 음식을 전달한다. 심지어 멋진 주치의 실비어마저 그에게 빠져서 아론의 촬영을 방해하기도 한다. 얼마나 실비어가 매력적인지 촬영 기사들은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주자인 J. 너지보다 실비어에게 카메라를 돌릴 판이다. 수면제를 먹었는지 어쨌는지 해서 결국 J. 너지도 죽었다.

 

쉽게 읽을 수 있는 외르케니 이슈트반은 거창하게 죽음에 대한 설교를 늘어놓지 않는다.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아론은 암전과 툭툭 끊어지는 내러티브가 특징인 짐 자무쉬의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기법으로 우리 주변의 죽음을 추적한다. 결국 죽음은 시간과의 싸움이 아니던가. 시간은 모름지기 모든 것을 파괴하기 마련인데, 유한한 존재인 우리 인간 역시 예외는 아니더라 뭐 그런 식의 결말로 가는 건가.

 

미코 부인의 케이스까지는 그런 대로 유지되던 긴장감은 마지막 주자인 J. 너지로 넘어가면서 동력을 잃은 그런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 책을 사서 보려고 했었는데, 도서관에서 실물을 영접하고 그 다음에 다 읽은 다음에는 빌려서 보길 잘했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뭐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자꾸만 책이 늘어나다 보니 책 구매에 신중에 신중을 기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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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6-01 14:33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전 이 책 추천하지 않았습니다. 저하고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했고요.
또 추천했다고 해도 세상만사가 어찌 전타석 안타일 수 있겠습니까.
안타도 치고, 홈런도 치지만 주로 내야 땅볼에 가끔 삼진도 먹고 아쉬운 파울 홈런도 치는 거지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01 14:54   좋아요 9 | URL
저한테 이 책은 번트 같은 책이었습니다.
저를 희생해서 주자를 2루로 진출하게 하려고 했으나 얼결에 저는 1루에 무사 안착, 그러나 주자 2루 진출은 실패! 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6-01 15:00   좋아요 8 | URL
아놔, 제가 딱 야수선택 정도 되겄네요
라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바로 아래
잠자냥님께서 그 상황을 대입해 주셨
나이다 - 오마이가뜨 ~!

네네 통했삽니다.

syo 2021-06-01 19:49   좋아요 4 | URL
여기가 바로 그 알라딘 소설 리뷰 계의 거대한 신비, 소설들이 그냥 한번 들어오면 벗어나지를 못하고 걸려든다는 ˝레-잠-폴 삼각지대˝의 회동이 이루어진 역사적인 현장입니까? ㅋㅋㅋㅋㅋㅋㅋ

이 경이로운 풍경을 마주한 다른 이웃님들 누구도 댓글 못 잇고 그저 좋아요만 누르시고 갔지만 철없는 syo가 찬물 끼얹고 도망칩니다 ㅎㅎㅎㅎ

새파랑 2021-06-01 15: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책 전문가의 상호 주고받는 추천이라니 너무 대단합니다~!

레삭매냐 2021-06-01 21:30   좋아요 1 | URL
뭐랄까 적극적인 추천이라기
보다는 은연 중에 느끼게 되는
압박이라고나 할까요 ㅋㅋ

아니 다른 이웃분들이 이런 책
을? 하면서 책탑이라는 개미지
옥에 자발적으로 빠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