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도서관 - 책과 영혼이 만나는 마법 같은 공간
알베르토 망구엘 지음, 강주헌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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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원래 에밀 졸라에 집중하려고 했으나, 지난 일요일 날 도서관에 들렀다가 망센빠이의 책을 만나는 순간 나의 결심을 그대로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몇 페이지만 읽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결국 에밀 졸라의 <>에 앞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오래전, 우리 독서가들의 대선배인 망센빠이는 아르헨티나의 서점 <피그말리온>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리고 모두가 다 알다시피 시력을 잃은 대문호 보르헤스에게 책을 읽어 주기도 했다고. 독서가가 독서가를 알아본다고, 척 봐도 책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대단한지 망센빠이의 글들을 보면서 알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이런저런 형태의 구원도 얻을 수가 있었다. 세상에 나랑 비슷한 부류의 인간이 더 있구나 하는 안도감이라고나 할까.

 

지난달에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망센빠이와의 만남을 가질 수가 있었다. 그리고 그동안 집에 묵혀 두었던 고전인 <프랑켄슈타인>을 찾아내서 읽었고, 추가로 <로빈슨 크루소><보물섬>도 주문해서 읽었다. 그리고 캐나다에서 조용하게 살다가 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로 이사한 망센빠이가 만든 도서관에 대한 이야기와 분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의 작은 집에 쌓아 놓은 책들에 대한 분류에 나섰다. 그렇다, 망센빠이의 뒤를 따라 액션에 나선 것이다. 망센빠이의 도서관에 비하면 나의 책더미들은 부끄러울 뿐이다.

 

신화의 세계에까지 확장해서 공간을 정복하려는 인간의 시도였던 바벨탑 쌓기와 시간을 정복하려고 했던 알렉산드리아의 대도서관(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에 대한 이야기는 짜릿할 정도였다. 그리고 책 읽기에 가장 좋은 시간은 내 속의 아우성들이 잠잠해지는 밤시간이라고 했던가. 그렇다. 사위가 조용해지는, 하지만 요즘은 그놈의 배달 오토바이 소리 때문에 밤의 평안이 깨질 데가 많다, 그 시간이야말로 우리 같은 책쟁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들이다. 일찍이 몽테스키외가 한 시간의 독서라면 어느 종류의 스트레스도 이길 수 있다고 했던가. 앞선 현인들의 자취를 따르는 시간이 어찌나 소중한지 모르겠다.

 

망센빠이는 모두 15개의 책에 대한 주제를 가지고 그야말로 현란한 독서가의 글쓰기 신공을 보여준다. 곳곳에 그의 책에 대한 사랑들이 담뿍 담겨 있다. 대영제국의 국립도서관장은 소중한 책들을 지키기 위해 가발이나 복장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지 아마.

 

망센빠이가 구사하는 서사를 따라가며 만나게 되는 내가 이미 읽은 책들에 대해서는 반가움이 앞서고, 그렇지 못한 책들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동시에 죄책감이 들기도 했다. 아니 아직까지 내가 이런 책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단 말이지 하고 말이다. 그런데 또 한국에서 소개되지 않은 책들도 너무너무 많다. 그건 지난달에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으면서도 느낀 바 있다.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책쟁이들에겐 배고픈 그런 느낌이랄까.

 

우리 인간은 거의 모든 순간에 책을 원한다. 그런 점에서 도서관은 우리 인류를 위한 가장 획기적인 발명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많은 책들을 어떻게 다 개인이 보관한단 말인가. 생각해 보니 책읽기는 또 돈이 드는 일이구나 싶다. 아는 지인은 소중한 책을 보관하기 위해 집 말고 다른 공간을 대여했다지.

 

나는 특정인에게만 공개된 도서관에 나는 반대한다. 물론, 도서관은 전적으로 정보와 책을 만나기 위한 공간이지 절대 공부하는 곳이 아니라는 망센빠이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다. 얼마 전, 내가 사는 동네에서 도서관을 본래의 목적으로 만들겠다는 시장님의 의견에 반대하는 일군의 무리들이 법적 소송까지 불사했던 일이 있었다. 그들에게는 무료로 공부할 수 있는 조용한 공간이 필요했고, 도서관을 본래의 취지로 활용하겠다는 소수의 의견에 극렬하게 반대했다. 결국 그들의 의견은 법원에서 기각되었고, 도서관은 예정대로 공부인이 아닌 독서인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지난주에 가보니 여전히 공부하는 이들이 많더라.

 

나치 치하의 강제수용소에서도 유대인들이 몇 안 되는 책들을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소중하게 돌려 보았다는 이야기 앞에서는 진짜 감동이었다. 지금 우리는 원하는 책은 언제 어디서나 구할 수가 있지 않은가. 너무 많이 읽어서 문제가 아니라, 허구한 날 독서 인구가 줄어든다고 걱정이다. 책을 가까이 하지 않는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

 

내가 읽은 책이 나의 정체성을 형성한다는 망센빠이의 냉철한 분석에도 공감한다. 가끔 같은 책을 읽고도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더 나아가 견강부회식 해석으로 나를 놀라게 한다. 소위 식자입네 하는 이들이 그럴 때마다 나는 식겁한다. 아무리 해석은 자유라고 하지만, 그런 식은 아니잖아.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는 가짜뉴스만큼이나 위험한 게 바로 그런 식의 왜곡된 해석이 아닐까 싶다.

 

예전에는 생산되는 정보가 너무 적어서 탈이었는데 지금은 너무 많아서 문제다. 전 세계에서 매일 같이 생산되는 정보들을 모두 읽으려고 무려 83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소위 정보의 바다에서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문제는 그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취사선택하고 읽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일이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제한적이다. 그러니 내게 필요 없는 정보나 책들은 신속하게 배제해야 한다.

 

엄청난 장서를 자랑하는 망센빠이에게 사람들은 묻는다고 한다.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었느냐고. 그 질문에 우리의 망센빠이는 적어도 펴보기는 했다고 대답한단다. 그의 지혜로운 행동에서 나는 구원을 얻을 수가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책읽기도 중단하고 내가 가진 책들에 대한 정보를 정리하기 시작했는데, 일단 601권의 책 중에서 내가 읽은 책은 22437% 정도였다. 그러니까 대충 봐도 읽지 않은 책이 읽은 책보다 더 많다는 거다. 물론 정리는 다 안됐다. 그러면서도 오늘 또 중고서점에 들러 뭐 살 책이 없나 두리번거렸다. 안 읽은 책 337권의 압박으로 책을 사진 않았다. 작은 위로라고나 할까.

 


서재는 자신의 독점적인 주인에게 에우테미아(euthymia)’를 준다고 한다. 세네카의 설명에 따르면 에우테미아는 그리스어로 영혼의 행복을 의미한다고 한다. 오늘 나는 내 영혼의 행복을 위해 작은 책더미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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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7-10 07: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도 사놓고 안읽은 책이 337권이라니! 놀라면서도 왠지 위안이 되는군요 ㅎㅎ 저도 안읽은 책 펴보기는 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7-10 07:45   좋아요 3 | URL
저도 이번에 분류 작업하면서 놀랐
는데...

생각해 보니, 다 읽은 책들 중에
되판 책들도 상당하고, 또 지인
들에게 준 책들도 있고 이사하면
서 기부하기도 했더라구요.

안 읽은 책들은 앞으로 읽겠습니다 ^^

mini74 2021-07-10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덕분에 또 새로운 작가를 !! 이름 너무 귀여워요 망센빠이 ㅎㅎ 안 읽은 책 읽다 만 책. 그게 또 다른 정체성도 되겠지요 ㅎㅎ 전 이것 저것 읽다 만 책들이 ㅠㅠ 책갈피가 많아서 다행입니다 그러면서 이 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ㅠㅠ*^^*

레삭매냐 2021-07-10 09:55   좋아요 3 | URL
올해 하반기에는 그래서 읽다만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어 볼 계획
입니다.

1번 타자는 팀 오브라이언의
<카차토를 쫓아서>입니다.

망센빠이는 고저 모든 책쟁이
들의 모범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발머리 2021-07-10 09: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마침 저도 집에 망구엘의 책이 한 권 있어서 더욱 반갑습니다^^ 전, 집에 안 읽은 책 세어보지는 않았는데 정리하고 나서 큰 슬픔에 빠질까 걱정입니다. 펴보기는 해야될텐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레삭매냐 2021-07-10 09:56   좋아요 3 | URL
그래서 저도 이번 정리를 핑계로
펴 보려구요.

정 읽지 못할 것 같은 책들은
아무래도 저희 아파트 토리책방
에 기증할까 합니다.
누구라도 읽겠지라는 기대감
으로요.

저도 이번에 씨게 현타가 왔습
니다. 책 좀 고만 사야지 하고요.

초란공 2021-07-10 11: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새 도서관은 온통 인강과 에듀윌로 공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아쉽기도 합니다. 일자리 걱정이 덜하면 도서관에서 책 꺼내보는 사람도 많아질 듯 한데요... 출판사에서는 가끔 중고서점이 사라져야한다고 성토를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중고책만 많이 사던 사람도 언젠간 서점에서 책구매도 많이하게 될테니까요. ^^

레삭매냐 2021-07-10 12:23   좋아요 2 | URL
한국 도서관 문화를 그저 개탄할
따름입니다. 도서관은 그런 공부를
하는 공간이 아닌데 말이죠.

출판사는 중고서점을 공격할 게
아니라, 서점 공급가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초란공님 의견에 격렬하게 동의하
는 바입니다. 중고서점에서 책사
보는 버릇이 들게 되면 결국 새
책도 사서 보게 될 것입니다.

페넬로페 2021-07-10 1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번도 읽어보지 못했지만 점정 더 망쎈빠이의 세계에 빠져듭니다.
저는 독서인을 위한 도서관의 역할도 좋지만 도서관이 공부하는 공간도 계속 제공 했으면 좋겠어요~~
집이나 스타디카페같은 곳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안되는 학생이 많을듯해서 이 더운날 그래도 에어컨이 있는 공적인 공간을 마련해주는것도 좋을성 싶더라고요. 요즘 도서관 휴게실에 가면 남자노인분들도 많이 계시더라구요~~
저도 정신차리고 집에 있는 안읽은 책부터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7-10 19:33   좋아요 2 | URL
저는 올해만 망센빠이의 책들을
세 권 만났네요 :>

어제도 중고서점에 가서 20년 전
에 나온 <독서의 역사>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사지 않았
네요. 신판으로 갖고 싶어서요.

시에서 도서관 말고 공부하는 독
서실을 운용해 주었으면 하는...
쿨럭.
 
폰의 체스 민음사 외국문학 M
파올로 마우렌시그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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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나는 책사냥꾼이다. 그래서 하루에도 몇 번씩 근처 중고서점 사이트에 들어가 기다리고 있던 책이 시중에 나와 있나를 검색한다. 물론 우리 동네에 나와 책취향이 비슷한 경쟁자가 있어 서두르지 않으면 채갈 수 있다. 그렇게 몇 번 경험하고 나니 마음에 조바심이 생긴다.

 

그렇게 해서 어제 두 권의 책들을 수급했다. 하나는 민음사 M 시리즈로 지금은 절판된 파울로 마우렌시그의 <폰의 체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읽기 시작한 에드문도 데스노에스의 <저개발의 기억>이다. 두 권 모두 나의 사냥 목록에 올라 있던 책들이라 아주 흡족하다. 아 참 무슨 이벵으로 받은 도서상품권과 적립금으로 땡긴 안 비밀이다. 공짜 책의 즐거움이여.

 

<폰의 체스>는 홀로코스트와 체스의 절묘한 조합이다. 그러니까 체스 이야기로 출발해서 홀로코스트로 귀결이 된다는 것이다. <폰의 체스>는 골동품 악기 복원을 하던 파올로 마우렌시그가 나이 50세에 발표한 첫 소설이라고 한다. 참고로 저자는 올해 영면에 들어가셨다고 한다.

 

뮌헨과 빈을 오가며 살던 성공한 사업가이자 체스 거장 디터 프리슈가 살해당했다. 정확함과 규율의 독일인답게 반듯해 보이는 삶을 살던 프리슈가 별장에서 일상에서 벗어난 모습을 보이자 하인들의 그의 종적을 추적했고, 살해당한 그를 발견한 것이다. 여기서 소설은 그가 죽기 며칠 전에 뮌헨에서 빈으로 오는 기차 안에서 갖게 된 특이한 만남을 설명한다. 물론 그 속에 프리슈의 죽음에 대한 단서가 숨겨져 있는 건 기본일 것이다.

 

뮌헨에서 빈으로 오는 길에 체스의 거장답게 프리슈는 친구 바움과 서너 판을 체스를 둔다. 이것 또한 고인의 패턴이었다. 그런데 그의 객실에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거장에게 훈수를 두는 게 아닌가. 그것은 분명 도발이었다. 고인은 청년이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 보고 정중하게 체스 두기를 청한다.

 

바로 거기에서부터 이야기가 출발한다. 청년의 이름은 한스 마이어. 조실부모한 마이어가 어떻게 해서 체스라는 무궁무진한 세계에 빠져 들게 되었는지 저자는 간략하면서 강력하게 독자에게 전달한다. 그리고 오래 전에 심슨 체스판을 사서 재미로 체스를 몇 판 두곤 했던 기억이 난다. 천성이 게을러서 그런진 몰라도, 그렇게 몇 수 앞을 내다봐야 하는 체스 게임이 즐거움이 아니라 스트레스가 되는 순간, 게임에 흥미를 잃어버렸지만 말이다.

 

그런데 나같이 쉽게 포기하는 사람들이 아닌 한스 마이어나 디터 프리슈처럼 이마에 체스의 낙인이 찍힌 이들은 그렇지가 않았던 모양이다. 그들에게 체스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뭐랄까 운명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단순히 게임에 집중할 수 없었던 마이어는 곧 체스 스승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는 타보리라는 기인을 만나게 된다. 배움을 갈구하는 미래의 제자에게 타보리는 체스보드를 위해 희생과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냐고 묻는다. 그에 따를 후과를 생각하지 않은 마이어는 기꺼이 타보리의 폰(pawn)이 되었다.

 

그렇게 소설의 전반부는 타보리라는 문제적 인간이 무대에 오를 준비를 마친다. 훗날 그의 양자가 되는 한스 마이어는 그저 타보리가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해온 복수를 위해 체스보드 위에 올려놓은 폰이었다.

 

유대인 출신 타보리는 체스 집안의 장자로 태어나 결국 체스 명인이 되어야 하는 숙명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타보리는 아버지는 엄격하게 그를 조련했다. 그리고 지난 세기를 주름 잡은 그야말로 체스계의 그랜드마스터들인 호세 라울 카파블랑카를 필두로 해서 알레힌 그리고 아키바 루빈슈타인 같은 거장들의 이름이 등장한다. 사실 나도 체스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 그들의 이름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는데, 글로만 들어도 그들이 체스의 레전드라는 사실을 알 수가 있었다.

 

타보리가 직접 만난 아키바 루빈슈타인 같은 거장은 그야말로 체스에 사로 잡혀 사는 그런 사람이었다. 게다가 체스는 승부를 내야 끝나는 게임이 아니었던가. 그 와중에 타보리는 평생의 라이벌 디터 프리슈라는 위험천만한 숙적과 만나게 된다. 타보리가 창조력 넘치는 변칙(베리에이션?) 즐겨 쓰는 플레이어라면, 라이벌 프리슈는 정통 아리안인답게 규칙을 준수하면서 정석을 추구하는 플레이어이다. 언제나 그렇듯 라이벌들은 서로를 의식하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렇게 체스보드 위에서 타보리와 프리슈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가운데, 피할 수 없는 가혹한 광풍의 시기가 닥쳤다. 나치즘이 흥기한 독일에서 유대인 핍박이 시작된 것이다. 프리슈와의 마지막 공식 대결에서 타보리는 주최 측의 편파 판정에 이은,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까지 당한다. 결국 나치들은 독일의 모든 유대인들을 전멸시키기로 결정했고, 미리 망명하지 않고 피신해 있던 타보리 가족은 누군가의 밀고로 게슈타포에게 체포되어 베르겐벨젠 강제 수용소로 이송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타보리는 다시 한 번 운명적 만남을 갖게 된다.

 

파올로 마우렌시그 작가는 오묘하면서도 매력적인 체스의 세계로 우리 독자들을 유인해서 시대를 주름 잡은 체스 그랜드 마스터들의 향연의 맛을 살짝 보여준다. 그 다음에는 폰으로 선택받은 한스 마이어의 이야기를 지나, 진짜 서사인 타보리의 서사로 토스해준다. 한스 마이어의 이야기는 최종전을 위한 토너먼트 경기 정도였다.

 

인간으로서 존엄성이 모두 부정되고, 오로지 생존을 위한 만인에 대한 투쟁이 넘실거리던 강제 수용소에서 타보리는 상상할 수 없는 판돈을 걸고 체스보드 앞에서 숙적을 맞이한다. 그야말로 영혼까지 쥐어 짜내서 이겨야 하는 절박함에 대한 작가는 묘사는 과연 이 소설의 그의 첫 번째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였다.

 

뭐라고 꼭 짚어서 말하긴 그렇지만, 아쉬운 점들이 좀 있었다. 속도감 있는 진행은 좋았지만, 서사는 밀도는 그만큼 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저자의 다른 책도 한 번 만나고 싶은데 국내에 유일하게 책이 <폰의 체스> 뿐이라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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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9 11:2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폰의 체스> 리뷰 보니 왠지 츠바이크의 <체스이야기>가 떠올랐어요 ^^ 레삭매냐님하고 책사냥꾼하고 잘어울리는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1-06-29 11:30   좋아요 4 | URL
저도 아직 만나 보진 않았지만
왠지 츠바이크의 <체스 이야기>
가 떠오르더라구요... 역시 대단
하십니다 !

한동안 책을 많이 정리했었는데
다시 책을 불고 있네요 ㅠㅠ

coolcat329 2021-06-29 13: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체스!하면 츠바이크가 생각나지요 ㅎㅎ
민음사 M시리즈는 처음 보네요. 폰의 복수라...짜릿한 반전 스릴이 예상되는데 절판이군요. 도서관에서 한 번 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1-06-29 13:09   좋아요 5 | URL
민음사는 모클 시리즈도 더 이상
내지 않고, M 시리즈는 왠지 간
만 보다가 그냥 흐지부지된 것
같습니다.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독
성 하나는 끝내줍니다.

독서괭 2021-06-29 15: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현실에 존재하는 책사냥꾼이라니.. <꿈꾸는 책들의 도시>나 <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가 떠오릅니다. 놀라워요.

mini74 2021-06-30 15: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최근에 csi시리즈에서 체스관련 살인사건을 보고 급 체스에 관해 관심이 생겼는데 ㅎㅎㅎ 폰의 체스 너무 재미있겠어요. 읽고싶은데 ㅠㅠ품절센터의뢰.
 
새하얀 마음 대산세계문학총서 129
하비에르 마리아스 지음, 김상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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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에 사서 이제는 절판된 책을 읽는다. 제목은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 위대한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에서 따온 구절이라고 한다. 스페인 출신으로 우리에게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해다마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또 미역국을 자시는 그런 양반인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1992년 작품이다.

 

소설의 시작은 정말 화끈하다. 이제 막 신혼여행에서 돌아온 새색시 테레사 아길레라가 아버지의 권총으로 자살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테레사의 남편 란스는 그녀의 여동생 후아나와 결혼해서 이 소설의 화자인 후안을 낳았다. 초반부터 너무 엽기적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 그만큼 자극적이라는 말일 게다.

 

<새하얀 마음>의 기본 기둥은 바로 왜 테레사 아길레라가 죽었는가에 방점이 찍혀 있다. 나머지 이야기들은 죄다 그 사실에 가기 위한 여정일 뿐이다. 일단 후안은 수십 년 전의 자기 아버지처럼 통역일을 하다가 만나 사랑에 빠져 루이사와 결혼에 골인했다. 거창한 신혼여행을 떠나 뉴올리안즈와 마이애미 그리고 쿠바의 아바나까지 간다. 영어도 잘하고, 스페인 말은 모국어이니 뭐 말할 필요가 없겠지. 아바나에서 우연히 만나게 된 물라토 미리암과 불륜에 빠진 남자 기예르모의 이야기는 기묘하기만 하다.

 

그리고 다시 후안은 삶의 거처인 마드리드로 돌아온다. 통역일을 하며 세계를 주유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주인공의 삶에서 나는 왠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연상한다. 그러니까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집을 떠나고, 집으로 돌아오기를 반복하는 그런 존재의 연장이 아닐까. 협소한 시각에서 본다면, 학교에 일터로 떠나는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은 모두 떠나고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살지 않던가. 그런 기본 바탕에 엿듣기의 괴로움, 비밀을 알게 됨으로써 우리가 지닌 새하얀 마음들이 오염되고 타락하는 과정을 거북이걸음으로 작가는 전개한다.

 

, 한 가지 더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푸른 수염의 전설도 과감하게 도입한다. 그리고 현대판 푸른 수염은 바로 화자 후안의 아버지인 란스다. 어쩌면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점에서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별 것 아닌 잔잔바리 이야기들에 서양에서는 한자락하는 작가들의 모티프를 차용해서 이야기를 재조합해서 새로운 오리지널리티를 만들어낸 것이다. 화끈하기 짝이 없는 비기닝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

 

별다른 것도 없지만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비밀이란 결국 밝혀지는 법이다. 아니 어느 작가가 공들여 준비한 비밀 폭로를 하지 않고 소설의 결말을 낸단 말인가. 그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결말에 가서야 비로소 등장하게 되는 비밀의 실체를 말하고 싶어 입이 근질거리는구나 그래. 그리고 보면 결국 란스도 자신의 와이프 테레사 아길레라의 죽음에 대한 비밀을 무덤까지 가져갈 수 없는 그런 운명이 아니었을까.

 

다른 부수적인 이야기들을 투척하면서 하비에르 마리아스 작가는 소설의 긴장감을 후반까지 그대로 끌고 간다. 이거야말로 작가의 실력과 기술이 드러나는 장면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차고 넘치면 김이 빠질 것이고, 또 너무 느슨하면 독자가 외면해 버릴 테니까 말이다.

 

이번에는 소설의 공간을 한 번 살펴 보자. 마드리드와 아바나 그리고 뉴욕의 삼각 지점을 이룬다. 그런데 왠 갑자기 아바나가? 그것은 화자 후안의 외할머니의 고향이 바로 쿠아였던 것이다. 그리고 푸른 수염란스의 여정이 시작된 곳도 바로 아바나였다. 그런 점에서 하비에르 마리아스는 란스의 아들 후안을 다시 아바나로 보내 그곳에서 미리암과 기예르모를 만나게는 하는 셋팅을 준비한다. 그 다음의 이야기는 다시 뉴욕으로 돌아가서 후안이 오랜 친구 베르타의 집에서 8주 동안 지내는 동안, 베르타가 만나게 된 이라는 신원 미상의 남자와 맺게 되는 기묘한 관계도 첨부한다.

 

스페인에서 태어나 세계를 돌며 언어를 번역하는 남자 후안의 이야기는 귀를 솔깃하게 만드는 장면들이 다수 등장한다. 동시통역사들의 경우에는 말 그대로, 언어를 그 자리에서 바로 다른 나라 말로 번역하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이 없이 그야말로 기계적으로 번역한단다. 영국의 마거릿 대처 수상과 스페인의 펠리페 곤잘레스 총리의 대담 장면에 대한 묘사도 인상적이었다. 두 나라 정상들이 회담을 할 때면, 무언가 대단한 일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오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점을 꼬집고 싶었던 걸까.

 

다시 서사의 시점을 뉴욕으로 돌려 보자. 베르타는 결국 만나게 된 빌과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 집에 돌아온 후안에게 정중하게 나가서 시간을 좀 보내 달라고 부탁한다. 마치 대학시절로 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을 느끼던 후안은 서점에 들러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소설 <잠자는 미녀>를 사기도 하고, 레코드판도 사고 또 이것저것 쇼핑도 하고 24시간 돌아가는 대도시의 공간에 자신을 투영한다. 마치 <헨젤과 그레텔>에 등장하는 조약돌이나 빵부스러기들처럼 저자가 곳곳에 준비해둔 단서들을 쫓는 재미가 쏠쏠하게 다가온다.

 

우리는 결국 푸른 수염란스가 조심스럽게 감추고 침묵했으며 망각의 자리에 밀어 넣은 비밀과 결국 마주하게 된다. 소설의 어디선가 듣는 것은 가장 위험하고 피할 수 없는 그런 행위라고 했던가. 사실 보는 것은 눈을 감으면 되지만, 듣는 것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게 작가의 주장이다. 게다가 우리의 주인공 후안의 직업이 또 듣고 다른 말로 치환해서 전달하는 게 아니었던가. 그런 점에서 후안에게 결국 엿듣기는 피할 수 없는 그런 숙명이었다.

 

알라딘 동지들의 버프를 받아, 결국 지난 6년 동안 묵혀 두었던 하비에르 마리아스의 <새하얀 마음>을 꺼내서 주파하는데 성공했다. 다음에는 역시나 읽다 접어둔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를 읽어야지. 그리고 보니 이 책도 왠지 <새하얀 마음>과 결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 들더라. 참고로 이 책도 어느새 절판이 되었다.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책은 2년 전에 나온 <사랑에 빠지기>. 물론 두 권 다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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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7 14: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별것아닌 잔잔바리ㅋㅋㅋㅋ
아 이 작품 찜해두었었는데 꼭 읽어야겠네요!😊

레삭매냐 2021-06-27 16:05   좋아요 4 | URL
마치 오래 묵힌 숙제를
한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새파랑 2021-06-27 14: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보고 이책 구해서 읽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전 <초조한 마음>, <새하얀 마음> 두 책이 형제같아서 나란히 책장에 꽂아놨어요 ㅎㅎ

<내일 전쟁터에서 나를 생각하라> 찾아봐야 겠네요. 알라딘 우주점 어딘가에는 있을듯 😀

레삭매냐 2021-06-27 16:07   좋아요 4 | URL
흔할 때는 몰랐었는데, 그게 또
절판되었다면 갖고 싶어지는
맴이라니...

구판은 우주점에 있는데 신판
은 안 보이네요.

페넬로페 2021-06-27 15: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매번 느끼지만 레삭매냐님의 리뷰는 어찌 이리 군더더기 없이 줄거리와 감상을 이어주시는지요. 거기다 방점을 찍는 문장과 유머로 마치 일타강사의 강의를 듣는 기분입니다.
제가 게으른 사람이라 절판된 책을 어렵게 구하려고 하기보다 재빨리 도서관에 검색해 보는데 다행히 이 책이 있네요 ㅎㅎ
‘사랑에 빠지다‘도 관심이 갑니다^^

레삭매냐 2021-06-27 16:08   좋아요 5 | URL
그게 또 절판된 책을 수중에
넣게 되면 뭐랄까 득템한
고런 기분이 들어서 끊질 못
하게 되더라구요.

<사랑에 빠지다>는 신간으로
사서 구간으로 읽을 판입니다.
하긴 많은 책들이 그렇지만요.

감사합니다.

scott 2021-06-27 16: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혹시 이작품 원작으로 만든 영화 보셨나요? 원작 만큼 감동! 대산 세계문학 작품들은 어느새 절판 되어 버려서 눈에 띌때마다 쟁여둬야 ㅎㅎ

레삭매냐 2021-06-27 17:40   좋아요 4 | URL
하비에르 마리아스 작가의 책은
<새하얀 마음>이 처음이라서요.

영화는 금시초문입니다.

예전에 책지인이 그래서 자기는
당장 읽지 않아도 책을 사둔다고
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6-27 21: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서 보고 학교도서관에 신청했는데 절판이라는 소식을 듣고 슬퍼했습니다. 시도서관을 뒤져야겠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06-27 21:55   좋아요 2 | URL
고작 6년 전에 나온 책이 절판이라니.

로빈슨 크루소는 무려 13년 전에
나와서 11쇄 순항 중인데 말이죠.

고저 아쉽습니다.
 
로빈슨 크루소 을유세계문학전집 5
다니엘 디포 지음, 윤혜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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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겔 제 3탄이다. 아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도 읽었으니 4탄인가, 헷갈린다. 로벝크 루이스 스티븐슨의 <보물섬>과 같이 온 고전을 숨 가쁘게 다 읽었다. 역시나 나의 상상과는 정말 다른 차원의 그런 소설이었다. 물론 어쩔 수 없는 백인 우월주의와 마치 포교 활동에 나선 전도사 같은 종교와 구원에 대한 이야기가 좀 그랬지만, 저자 대니얼 디포가 왕당파 출신 상인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좀 읽는다하면 아마 들어보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그 이름도 빛나는 로빈슨 크루소. 이 인간은 평범하게 법조인이 되어 중산층의 일원으로 살라는 아버지의 준엄한 충고를 가볍게 무시하고(맏형은 전장터에 나갔다가 아마 플랑드르에서 장렬하게 전사했다고 한다), 선원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첫 출항부터 갖은 고생을 하고 심지어 살레 함선의 포로가 되어 2년 간 무어 인의 노예 생활을 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간신히 구조되어 브라질까지 흘러가 농장주로 변신한다.

 

여기서도 로빈슨 크루소는 얌전하게 뭍에서의 생활을 즐기지 못하고 새로운 모험에 나서게 되는데, 그것은 정말 경제적인 이유에서였다. 그러니까 로빈슨 크루소는 뼈속까지 사업가 혹은 상인이었던 것이다. 바로 농장에 필요한 노동력을 공급하기 위해 노예가 필요했고, 비싼 비용을 들여 아프리카 노예를 사들이는 대신 자신이 직접 기니 여행에 나서 노예 직구는 하겠다고 나섰다가 카리브 해의 바다에서 난파당해 장장 28년간의 생고생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놀랍군. 그가 청춘을 무인도에서 보내게 된 이유가 바로 노예무역 때문이었다는 사실이다.

 

배에 탔던 이들은 예상대로 모두 죽었고,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로빈슨 크루소였다. 그는 난파된 배에서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는데 성공했다. 무인도에서 첫 1년이 가장 어려웠던 시기인 것 같다.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식량원으로 섬에 살던 염소와 비둘기 그리고 바다거북 혹은 자라가 유용했다. 배에서 건져낸 사냥총과 화약으로 당장 먹고사니즘을 해결하는 로빈슨 크루소. 마침 그가 표류하게 된 섬이 무인도이고 이렇다 할 맹수가 없다는 점도 살아남는데 도움이 되었다.

 

근대 자본가답게 그는 쉴 새 없이 노동에 나선다. 거의 매일 같이 하던 로빈슨의 노동은 훗날 자본가들에게 신의 은총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이다. 지금도 일하지 않는 자, 먹지 말라는 이야기가 회자되는데 그런 자본주의 이데올로기를 상징하는 인물이 바로 로빈슨 크루소라는 점이 흥미롭다. 게다가 그는 이제 막 싹트기 시작한 서양 제국주의의 첨병이기도 했다. 아무도 주인이 없는 무인도를 자신의 영지라고 주장하고, 스스로 군주 행세를 하며 작은 왕국의 주인이 되었다.

 

그런 그의 오만불손한 태도는 섬에서 홀로 생활한 지 20여년 지난 다음, 야만인들에게 잡아먹힐 위기에 천한 프라이디(을유문화사 버전에서는 금요일이라고 굳이 번역한다)를 구하는 장면에서 절정을 이룬다. 그네들의 식인 문화를 문명인의 입장에서 상상할 수 없는 가공할 만한 악마들의 범죄로 규정하고, 자신에게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은 야만인들에게 총탄 세례를 퍼붓는다. 그리고 그렇게 구제된 프라이디는 로빈슨을 주인님이라고 부르면서 충성을 맹세한다. , 불편하다 불편해.

 

심지어 프라이디를 금요일날 구했다고 이름까지 프라이디라고 명명하는 장면에서는 정말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아마 요즘 이런 내러티브를 구사했다면 바로 꼰대 작가로 명명되지 않았을까. 어쨌든 그렇게 프라이디를 구한 다음의 3년이 새로 거듭난 신앙인 로빈슨에게는 무인도에서 최고의 시절이었다. 아 참, 잊었는데 <로빈슨 크루소>는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자서전 성격의 글이다.

 

내가 어려서 읽은 버전에서는 신앙인으로 신이 자신을 바다에 빠져 죽게 하지 않고 구원했다고 믿고, 스스로의 우울증을 치료하고 심지어 자신의 수종 프라이디에게 교리 강론을 하기도 한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무자격자가 그런 행위를 하면 안되는데... 자신의 마스터에게 영어와 성경 지식을 배운 프라이디는 마스터를 당황하게 만드는 질문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보니 소설의 저자 대니얼 디포가 장로교도 집안 출신이라고 했던가. 자그마치 28년이나 되는 흘러넘치는 연단의 시간은 설렁설렁한 종교인이었던 로빈슨 크루소를 신의 뜻을 잘 이해하는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만들어준 것 같다. 나에게는 흥미로운 지점이었지만, 비종교인들에게는 정말 따분한 서사가 아니었나 싶다. 어느 너튜브에서는 신앙 차원에서 이 소설을 분석한 것 같던데 읽다 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우연한 기회에 선상 반란을 맞은 영국 선장 일행에 로빈슨 크루소의 영지에 도착하고, 거의 전투에 가까운 격렬한 싸움 끝에 반란군을 제압한 로빈슨 일행은 그의 도움으로 무인도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그렇게 끝이 나냐고? 천만에 말씀이다. 상인이자 사업가 로빈슨에게 28년 전에 자신이 벌인 사업과 농장을 찾는 미션이 주어진다. 세상에 이 부분도 놀라울 지경이다. 나는 그저 로빈슨 크루소가 무인도에서 탈출에 성공한 다음, 영국으로 되돌아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굉장히 나의 기억과는 달랐다.

 

사업가 로빈슨 크루소는 알뜰하게 자신의 재산을 챙긴다. 하긴 상업국가에서 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으니까. 노련한 상인답게 여기저기 흩어진 재산을 모으는데 성공한 로빈슨 크루소, 멋지군 그래. 역시나 자본주의의 총아다운 엔딩이 아닐 수 없다. 그는 결혼해서 아이도 셋이나 낳고, 나중에 다시 모험길에 나서 자신이 28년의 청춘을 보낸 섬에도 찾았다고 한다.

 

자신은 젊어서 부모의 충고를 무시하고 실컷 하고 싶은 대로 살았던 주인공이 몇 번의 경고장에도 불구하고 결국 무인도에 유배되는 신세가 되어 그 때 부모님의 말을 들었을 걸하는 장면은 너무나 웃겼다. 평범한 삶이 사실 매력은 없지. 모두가 특출한 삶을 그리고 아싸라한 모험을 꿈꾸지만 우리네 현실이 어디 그런가 말이다. 자신은 실컷 즐기고, 다른 이들에게는 내가 살아 보니 그게 아니다? 이 아저씨 좀 엉뚱하다. 아무래도 나는 모험가 로빈슨 크루소를 꼰대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 같다. 나중에 고향에 돌아와 빈털털리가 될 줄 알았는데 브라질에 묻어둔 부동산 대박으로 잘 먹고 잘 살게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역시 부동산 투자가 최고라는 말인가. 어떻게 갈수록 빈정거리게 되는지 모르겠다.

 

확실히 어려서 만난 로빈슨 크루소와 나이 들고 읽게 된 로빈슨 크루소는 달랐던 것 같다. 같은 인물인데, 어느 시절에 읽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고 그를 보는 시선도 바뀌게 된다는 걸까.

 

[뱀다리] 을유문화사 버전이 원전의 만연체 스타일 문장을 가장 잘 다루었다는 말이 있어서 이 책을 골랐다. 13년 전에 처음 나왔는데 무려 11쇄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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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5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책이 이쁘네요?!! 왠지 읽은것 같은 대표적인 고전 중 하나죠ㅋㅋ저도 구럼 을유문화사로 찜!

레삭매냐 2021-06-25 21:48   좋아요 3 | URL
알고 있었던 부분들은 다시
만나서 반가웠고,

아니 이런 부분들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무인도에서 홀
로 살던 시절의 로빈슨 크루
소의 심리 상태도 있더라구요.

단발머리 2021-06-25 21: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집에 있는데 이 책은 을유로 읽어야할 것만 같아요. 저도 그럼 을유로~~~~

레삭매냐 2021-06-25 21:48   좋아요 3 | URL
망겔 쌤 덕분에 읽었다고 착각
하고 있던 고전들을 섭렵하게
되었습니다.

을유, 캄온!

새파랑 2021-06-25 2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분명 어렸을때 요약된 책을 읽었을거라 생각되지만 막상 무슨내용이야? 물어보면 그냥 표류당한 크루소? 이렇게 밖에 답을 못할거 같아요 ㅜㅜ
점점 궁금해지는 망겔 리스트군요~!

레삭매냐 2021-06-25 21:50   좋아요 3 | URL
자그마치 302년 전에 나온 책을
현대의 관점으로 읽다 보니,
참 깔 게 많구나 싶었습니다.

망겔 쌤은 고저 책쟁이들의
개미지옥입네다.

mini74 2021-06-26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제가 가진 책보다 훨씬!! 표지가 예쁘군요 ㅎㅎ이거 읽고 친구들이랑 무인도에 세 가지 물건을 가져 갈 수 있다면 뭘 가지고 갈까 막 진짜 심각하게 고민했던 적도 있었어요. 한 친구가 R2D2를 데려가겠다해서 웃었던 기억이 ㅎㅎ 포스가 함께 하기를 ~ *^^*

레삭매냐 2021-06-26 09:21   좋아요 1 | URL
그리고 보니 영화 <캐스트 어웨이>
에서 탐 행크스는 라이터나 칼 하나
없어 그렇게 고생을 하던데... 로빈슨
이 그나마 나았던 모양이네요.

May the Force be with you !!!

오마갓, 말씀해 주신 대로
포스가 젤로 필요합니다.

새파랑 2021-07-0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집나가면 개고생이 맞는거 같아요~!!

그레이스 2021-07-07 18: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로빈슨이 고생한 보람이...?!
축하합니다 ~!

서니데이 2021-07-07 1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초딩 2021-07-07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 드려요!!!
 
보물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종인 옮김 / 연암서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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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고 무서운 책을 만난 후과 제 2탄이다. 알베르트 망겔 선생의 <끝내주는 괴물들>을 읽고 나서 바로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 그런 다음에 바로 알라딘에 주문을 해서 <보물섬>을 읽었다. , 덤으로 <로빈슨 크루소>도 왔다. 보물섬의 경우에는 버전이 너무 많아서 고민에 빠질 정도였다. 연암서가에서 최근에 새로운 번역으로 나온 책을 골랐다. 어제 받아서 오늘 아침 출근길에 모두 읽었다.

 

재미와 교훈 두 가지 토끼를 다 잡은 성공작이라는 느낌이다. 어려서 어린이 동화로 만난 책들의 원전은 나중에 커서 거의 읽지 않게 된다. 이유는 이미 읽어서 내용을 모두 안다는 그런 자만감(?)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또 그렇지가 않더라. 어려서 만난 책과 세상의 이치를 조금은 알고 나서 만난 책하고는 천지차이가 난다는 말이다. 이번에 만난 보물섬도 그랬다.

 

줄거리야 우리 동지들이 모두 알고 있을 테니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나에게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무쌍한 캐릭터 롱 존 실버가 추구하는 황금 혹은 보물은 현대의 로또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의 시대적 배경인 18세기에 해적은 제국의 안전과 질서 그리고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그야말로 최고의 악당들이었다. 요즘에는 디즈니 영화들에서 해적이 낭만적으로 그려지면서 그들의 악행이 희석되는 느낌이지만, 당시 해적이 잡히면 소설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활대에 매달거나 고문을 해서 죽였다. 심지어 눈을 감지 못하게 실로 꿰맸다는 그런 악랄한 대처방식도 있었다. 그야말로 해적들은 공공의 적이었다.

 

망겔 선생의 책에서도 외다리 해적 롱 존 실버가 지닌 이중성에 대해 심도 있는 분석을 한다. 그는 천하의 악당이면서 재물이 생기면 바로 럼주로 대변되는 쾌락에 소비해 버리는 여느 해적과 달리 안락한 노후를 위해 투자도 할 줄 아는 그런 싸나이였다. 해적답게 자신의 본색을 철저하게 감추고 선상 요리사(the sea cook)로 변신해서 목적을 향해 내달린다. 물론 그의 목적은 아무런 노동의 대가 없이 얻게 될 일확천금, 지금으로 말하자면 로또인 것이다. 아 그리고 보니 내가 이번주 로또를 샀던가. 소설의 화자를 맡은 짐 호킨스는 이런 롱 존 실버를 지근거리에서 관찰하고 분석한다.

 

여인숙집 아들 짐 호킨스는 우연히 자신의 집에 투숙하던 해적 빌리 본즈가 남긴 자그마치 70만 파운드의 금화의 소재지가 그려진 보물지도를 발견하면서 파란만장한 모험에 나서게 된다. 스티븐슨 작가의 <보물섬>은 전형적인 빌둥스로만이다. 우리말로는 교양소설 혹은 성장소설로도 번역이 되는 말인 것 같은데, 아무 것도 가지지 않은 짐 호킨스가 보물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비로소 신사로 거듭나게 된다는 점이다.

 

이거야말로 로맨스 소설의 전형이 아닌가 말이다. 사실 지금은 로맨스 소설이 연애소설을 지칭하는 말이 되었지만, 이 소설이 쓰일 당시만 하더라도 로맨스 소설은 모험소설을 이르는 말이었다고 한다. 한수 배웠다. 짐 호킨스는 보물섬을 찾아 탑승한 히스파니올라 호에서 계속해서 자기 멋대로 행동한다. 이런 제멋대로 행동양식은 궁극적으로 리브지 의사선생과 트렐로니 대지주 일행에게 도움이 되었지만, 하마터면 해적들에게 잡혀 죽을 수도 있는 그런 위험천만한 상황의 연속이기도 했다. 하긴, 모험소설에서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위험 정도는 가뿐하게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일 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짐 호킨스가 벤 건이 마련해 둔 코라클 보트를 타고 망망대해에 나서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는 왠지 영화 <캐스트 어웨이>의 탐 행크스가 연상되기도 했다. 바다가 얼마나 무서운 줄도 모르고, 조각배에 몸을 싣고 나서는 무모함에 그만 기가 질려 버릴 지경이었다. 천신만고 끝에 배에 올라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는 하더라도, 노련한 포수이자 해적 이스라엘 핸즈와 대결하는 장면도 압권이었다. 물론, 짐 호킨스가 사과통에서 선상 반란을 도모하는 해적들의 모의를 사전에 엿듣지 않았더라면 파국이 좀 더 일찍 오지 않았을까도 싶다.

 

수적으로 절대열세인 선장 일행이 보물섬에 도착해서 자신들보다 3배나 많은 다수의 해적들을 상대로 요새에서 싸우는 장면에 대한 연출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해적들의 지휘관은 노련한 롱 존 실버로 강공과 협상이라는 두 가지 방식으로 선장들을 압박한다. 한편, 스티븐슨 작가는 이야기에 재미를 더하기 위해 벤 건이라는 섬에 마룬형에 처해진 해적을 새로운 인물로 투입한다. 악당인 동시에 짐 호킨스를 난폭한 해적들로부터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서는 이거 심성은 좋은 사람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의 이중성을 지닌 인간으로도 보인다. 인간은 누구나 이런 이중성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나, 롱 존 실버의 경우에는 오로지 자신의 생존과 개인의 영달의 추구라는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 적합한 인간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보물섬 탐험은 숱한 사상자들이 나고 결국 브리스틀에는 벤 건을 포함해서 5명의 생존자들이 돌아오는 해피 엔딩으로 끝난다. 물론 롱 존 실버는 도중에 자기 몫의 금화를 챙겨 도주해 버린다. 어쩌면 선장들은 그의 도주를 방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벤 건은 아예 적극적으로 나서서 그를 도와주었다고 했던가. 모험여행의 전주이자 실행자였던 트렐로니 대지주가 거의 모든 금화를 챙기고 꼴랑 벤 건에게 1천 파운드만 주었다는 사실을 읽으면서는 자본의 폐해가 연상됐다. 다 같이 죽을 고생을 해서 70만 파운드를 챙겼는데 그런 식의 분배를 했단 말이지. 그런 게 자본의 작동 방식이라고 한다면 내 할 말이 없다. 소설이 냉정하게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교훈은 됐고, 다른 건 몰라도 재미 하나 만큼은 최고였다. 어른도 이래 재밌으니 아이들에게는 말해서 뭘 하나 그래. 영국 수상이었던 글래드스톤도 이 책을 구하기 위해 애썼다고. 스티븐슨의 작가의 <보물섬>은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점에서도 압도적이다. 역자는 후기에서 허먼 멜빌의 <모디 빅>과의 유사성에 대해서도 언급하는데, 공감하는 부분이 적잖이 있었다. 신체장애를 가진 쿨내가 진동하는 악당 해적의 이미지는 아마 스티븐슨이 창조해낸 롱 존 실버의 그것을 능가하는 캐릭터가 없을 것 같다.

 

내가 다음에 읽을 책은 <보물섬>과 어제 같이 도착한 <로빈슨 크루소>. 알베르토 망겔 3탄으로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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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1-06-24 1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어머 요즘 ‘읽은걸로 착각하는 고전 ‘ 을 공략하시고 계시네요!

레삭매냐 2021-06-24 10:39   좋아요 3 | URL
이게 다 망겔 선생의 덕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넵.

Falstaff 2021-06-24 11:28   좋아요 5 | URL
어머, 저도 담 주에 읽은 걸로 착각하는 고전 한 권 예약되어 있습니다만, 뭔지는 안 알려드립니다.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1-06-24 11:33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 님/ 궁금하네요. 저도 그런 책 많은 것 같아요.ㅋㅋㅋ

Falstaff 2021-06-24 11:42   좋아요 3 | URL
다음 주 화요일엔 아실 수 있을 텐데요, 그동안 하도 안 읽겠다고 타박을 해서 제 입으로 먼저 뭐라고 얘기하기는 좀.... 독후감은 7월 5일 예정입니다. ;;;

미미 2021-06-24 11: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덕분에 알게 된 망겔 쌤 책을 어제 몇 권 주문했어요. 신간도 어서 빨리 나왔으면 좋겠네요!!😊

레삭매냐 2021-06-24 11:37   좋아요 5 | URL
저는 이런 순서로 갑니다.

1) 프랑켄슈타인 / 메리 셸리
2) 보물섬 /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3) 로빈슨 크루소 / 대니얼 디포

그 다음에는 아마도 <마담 보바리>
를 읽지 않을까 싶습니다.

망겔 쌤, 짱입니다~!

Falstaff 2021-06-24 11:41   좋아요 4 | URL
전 <로빈슨....>은 잼 없던데요.
프랑켄 대박, 보물섬 중박, 로빈슨은 역시 미세스 로빈슨이 훨 났고요.

잠자냥 2021-06-24 11: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제가 어린 시절 가장 좋아했던 책 중 하나 <보물섬>! 이 리뷰 읽으니 요즘 다시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레삭매냐 2021-06-24 11:45   좋아요 4 | URL
요걸 원전으로 삼아 만든 <보물성>인가
하는 애니가 있는데 예전에 보고는
참 잘 맹글었다 생각한 적이 있었습니다.

역시 오리지널이 갠춘다 보니 이래저래
리메이크도 되고 그러는가 봅니다.

책이 아주 술술 읽혔습니다.

페넬로페 2021-06-24 12:2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물섬이나 로빈슨 크루소는 어릴때 동화로 너무나 재밌게 읽었어요.
원전이나 완역판을 읽어도 좋겠네요~~
일단 망겔의 끝내주는 괴물에 관심이 먼저 갑니다^^

레삭매냐 2021-06-24 14:11   좋아요 4 | URL
아마 망겔의 책을 읽으시면 저와
같은 스텝을 걷게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어려서 읽은 책들을 원전과 만나
니 새로운 기분이 드네요.

Jeremy 2021-06-24 15: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Treasure Island isn’t just one of the most famous coming-of-age tales
in modern storytelling,
it’s also the book that invented everything you know about pirates:
Peg legs, parrots, treasure chests, tropical islands, Long John Silver,
maps marked with an “X,” swashbuckling adventure,
and “Yo-ho-ho and a bottle of rum.”

˝보물섬은 가장 유명한 성장 소설 (coming-of-age tales) 중의 하나일 뿐만 아니라
당신이 알고 있는 ˝해적과 관련된 모든 것˝ 을 창조해낸 책입니다.

나무 의족, 앵무새, 보물 상자들, 열대의 섬들,
Long John Silver (the Telegraph’s Greatest Villains in Literature #47:
텔러그라프지 선정문학작품 속의 악당들 중 47등,
또 다른 뜻은 slang 으로 an extra long glass vessel.),
X-로 지도에 표시되는 보물이 묻힌 장소,
허세와 대담함으로 가득찬 모험들,
선원들이 닻을 올리거나 힘든 뱃일 할 때 구호로 쓰던, 혹은 주의를 끌기 위해 쓰는 말,
“Yo-ho-ho 그리고 럼 술병까지.˝

레샥마나님, 글 재미있게 읽었고,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유수의 기관에서 읽으라고 추천하는 책들엔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오래된 소설들,책들 모두 인류의 유산으로 Public Domain 에서
그냥 다 읽을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전 거의 종이책으로도 가지고 있지만요.


레삭매냐 2021-06-24 15:36   좋아요 3 | URL
역자 분은 이야기의 재조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물섬>에 대한 후기를
진행해 주셨는데 인상적이었습니다.

buccaneer 의 전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도 <보물섬>은 대단한 작품
인 것 같습니다.

역시나 물성은 종이책인 것 같습니다.

독서괭 2021-06-24 14: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재미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ㅁ+

레삭매냐 2021-06-24 15:38   좋아요 2 | URL
너무 유명한 서사라 너무 친숙해서
금방 다 읽었습니다.

재미 하나는 끝내 주네요.

mini74 2021-06-24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깊은 뜻이 ! 전 존 실버 좋아했어요. 만화 속에서 좀 잘생기게 나왔거든요 해적들에게 정이 더 갔던 기억이 나요. 이렇게 심오하다니 *^^* 로빈슨 크루소는 제 최애 동화. 십오소년표류기랑 그렇게 모험과 무인도 이야기가 좋더라고요 그런데커서 원본 읽고 방드르드 접하면서 좀 로빈슨 싫어졌어요. 거기다 파리대왕으로 십오소년표류기의 낭만조차 파사삭 ㅠㅠㅠ

레삭매냐 2021-06-25 10:5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만화에서 너무 멋지게
그려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망겔 샘도 롱 존 실버가 보물섬
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판단
하시는 것 같더군요.

지금 로빈슨 크루소 절반 정도
읽었는데 확실히 모든 모험소설
의 원전이 된 소설이라 그런지
재밌긴 하네요. 물론 거슬리는
점들도 많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