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버 드림
사만타 슈웨블린 지음, 조혜진 옮김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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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중고서점에 기대하고 있던 책이 매물로 나왔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어제는 너무 바빠서 잠시 짬을 내서 책을 사러 갈 겨를이 없었다. 미리보기로 30쪽을 읽었는데, 다음이 궁금해졌다. 이러면 바로 사다가 보던가 해야 하는데. 집에 돌아와서 검색해 보니 근처 도서관에 마침 있다고 한다. 오늘 두 번 생각할 것 없이 달려가서 빌려서 읽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검색해 보니, 넷플릭스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프리뷰를 봤는데, 무서워서 아무래도 영화는 못볼 것 같다.

 

<피버 드림>170여쪽 분량의 금세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예상대로 바로 다 읽었다. 오후에 점심 먹고 돌아다니다 들어와서 누워서 책을 읽다 보니 그만 잠이 들어버렸다. 나중에 일어나서 완독했다. 끄적이다 보니 책 이야기는 도통 시작하지 않고 나의 일상 타령만 하는 그런 느낌이다. 나의 책읽기가 원래 그런 게 아닌가 변명해 본다.

 

도시에 사는 아만다와 그의 딸 니나가 작가의 모국인 아르헨티나의 어느 시골 마을에 휴가차 왔다가 벌어지는 이야기들이 메인이다. 응급실에서 화자인 아만다는 이미 죽어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녀의 대화 상대는 다비드다. 다비드는 아만다가 시골 마을에서 우연히 만난 카를라의 아들이다. 카를라는 자신의 아들인 다비드를 괴물이라고 부른다.

 

사실 대화체로 구성된 <피버 드림>은 쫓아 가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책의 뒤편에 실린 해설의 도움을 받고 싶지도 않았다. 그냥 날것 그대로 내가 읽은 느낌을 조금 적어보고 싶었다.

 


요즘 고골의 연작 소설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를 열심히 읽고 있는데, 왠지 그 결을 같이 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만다가 떠나온 도시라는 공간은 문명이자 빛의 공간이고, 카를라와 그녀가 괴물이라고 부르는 다비드가 사는 시골은 그 반대의 무엇이라고나 할까. 병상의 아만다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는 다비드는 그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도대체 삶에서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판단은 누가 내리는가. 다비드는 그런 점에서 굉장히 이질적인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다비드가 말하는 벌레의 그 무엇에 중독되어 말이 죽었고, 다비드 역시 6년 전에 비슷한 처지에 처했다가 시골 사람들이 병원 대신 더 선호하는 녹색의 집에서 이체된 그런 존재다. 이건 판타지 소설인가? 현실은 판타지를 능가하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다. 하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코로나 시대와 그에 따른 자발적 억압 등등이 무시로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우리는 최대한 욕망을 억누르고, 걸리면 어쩌면 죽을 지도 모르는 그런 전염병 대유행의 시대에 살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판타지스러운 세상은 만나보지 못한 그런 느낌이다.

 

<피버 드림>은 잠재된 나의 상상력을 마구 자극한다. 아니 카를라도 어쩌면 산 사람이 아닌 죽은 영적인 존재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들은 대단히 모호하고, 아르헨티나라는 공간에 무지한 독자로서는 그가 전달하고 싶은 그것들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작가가 인도하는 대로 그저 이끌려 간다고나 할까. 슬쩍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더더욱 현존하는 불안과 공포를 자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피버 드림>을 다 읽고 난 뒤의 나의 감상은 잘 모르겠다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 같다. 얼마 전에 만난 마리아나 엔리케스의 작품도 그랬었는데 이번에는 한 수 위라는 느낌이다. 12월의 첫 번째 주말에 나는 그렇게 꾸역꾸역 책을 읽고 있었다. 넷플릭스 영화는 봐야 하나 말아야 하나 여전히 고민 중이다. 무서운 건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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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2-05 00: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피버드림. 전 영화로 보기시작했는데 넘 어려워서 원작을 보고 봐야지 생각했어요. 책도 어렵다니 ㅠㅠ

레삭매냐 2021-12-05 08:16   좋아요 1 | URL
뭐랄까, 제가 라틴 아메리카
고어 스타일 문학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우리가 접
근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
지 않나 싶습니

coolcat329 2021-12-05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 난해하다는 글을 어디서 본거같아요. 영화도 있군요.

레삭매냐 2021-12-05 11:26   좋아요 1 | URL
달랑 두 명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인데 팔로우업 하기가 어려
웠습니다.

넷플릭스가 요즘 열일 하는 것
같습니다.

새파랑 2021-12-05 1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모르겠다면 다른사람은 더 모르겠네요 ㅜㅜ 라틴 아메리카 고어 스타일이 뭔지는 궁금합니다~!!

레삭매냐 2021-12-05 11:27   좋아요 2 | URL
라틴 아메리카 고어 / 판타지
소설에 담긴 무언의 메시지가
있는 것 같은데...

주술적인 요소들도 일단 가미
가 되어 있구요.

아마 그 동네 여러 가지 상황
에 대해 모르다 보니, 피상적
으로 글을 대하게 되는 게 아
닌가 싶습니다.
 
한나 아렌트, 세 번의 탈출 -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그래픽노블로 만나다
켄 크림슈타인 지음, 최지원 옮김, 김선욱 감수 / 더숲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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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딱 9일 전에 켄 크림슈타인의 한나 아렌트 그래픽 평전인 <세 번의 탈출>을 읽었다. 곁에 책은 없지만, 기억을 최대한 되살려 이 멋진 책을 리뷰해 보고자 한다.

 

독일 하노버에서 프로이센 제국의 신민으로 태어난 그녀는 칸트의 고향인 쾨니히스베르크로 이주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재 철학자로서의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성인들도 어렵다는 칸트의 저작들을 십대부터 마스터했다고 하지 아마. 그녀의 어머니에게 그녀는 언제나 한나쉬카라는 유대 이름으로 불린 모양이다. 아버지는, 매독의 후유증으로 사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그녀의 유대 혈통은 아버지보다 어머니에게 유래하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조금 들었다.

 

지성인으로서 한나 아렌트가 꽃을 피우기 시작한 건 바로 마그부르크 대학에서 저명한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를 만나면서부터였다. 솔직히 그들이 추구한 철학 세계에 대해서는 1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알고 싶지도 않고. 그저 그들이 한 시대를 주름 잡은 저명한 철학자라는 것 정도. 그리고 하이데거 밑에서 수학한 숱한 인사들이 유대인이었다는 점도. 그리고 당대 독일을 대표하는 하이데거는 나치로 변신했다. 그렇게 잘난 철학자의 응집된 사유와 번민의 끝이 어쩌면 다른 것도 아니고 국가사회주의, 나치즘이 되었는지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유부남 하이데거와 한창 나이의 한나 아렌트의 불륜은 스캔들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그렇다고 해서 나치 당원 하이데거가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고 사랑을 쫓아 한나쉬카와 미래의 위험을 무릅쓸 리는 없었으리라. 그리고 마침내 히틀러와 그의 나치 일당들이 국회의사당 방화사건을 계기로 정권을 잡고 유대인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한나쉬카의 첫 번째 탈출의 서사가 시작된다.

 

모두가 역사를 통해 알다시피, 독일 제3제국의 총통의 자리에 오른 아돌프 히틀러는 패전과 경제공황의 위기에서 독일 국민들을 결집시키기 위해 유대인들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SS와 게슈타포가 중심이 된 유대인 사냥꾼들의 손아귀에서 한나 아렌트와 그 어머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포위가 조여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한나는 기지를 발휘해서 제국의 수도 베를린에서 탈출하는데 성공한다.

 

, 그전에 한나는 잘난 베를린의 잘난 유대인 귄터 스턴과 결혼했지 아마. 이제 자신의 나라에서 탈출한 한나 아렌트는 영원한 이방인 신세가 되었다. 다음 목적지는 파리였다. 1920년대 유럽의 문화 수도였던 베를린을 대신하게 된 파리에는 수많은 지성인들이 들끓었다. 책에는 그녀의 먼 사촌으로 소개된 발터 벤야민도 당시 파리에서 거주했던 모양이다. 그녀가 교류한 수많은 인사들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가는 인물이 나에게는 바로 벤야민이었다.

 

파리에서의 안락한 세월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전쟁광 히틀러가 두 번째 세계대전을 일으켜 전격전으로 폴란드를 석권하고, 그 다음 목표였던 프랑스마저 무력하게 독일 기갑부대에게 패하면서 프랑스에 거주하고 있던 유대인들의 운명도 경각에 달리게 됐다. 상황이 그렇게 급박하게 흘러가는 와중에서도 한나 아렌트는 두 번째 탈출을 위한 준비 대신 조르주 심농의 매그레 경감이 등장하는 탐정소설만 읽고 있었다지.

 

하지만 한나쉬카의 그런 노력은 두 번째 탈출을 위한 철저한 준비의 일환이었다고 알려진다. 심농의 탐정소설에는 프랑스 경찰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담겨 있었고, 우리의 한나쉬카는 다음 목표인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해 프랑스 경찰의 실체에 대해 알기 위해 전력으로 매그레 경감 시리즈를 읽었다는 것이다. 과연, 뛰어난 지성인다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아마 이 정도는 되어야 레전드급 인사가 될 수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싶다.

 

프랑스마저 손아귀에 넣은 나치의 마수를 피해 어머니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는데 성공한 한나 아렌트. 그리고 유럽의 전화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미국에서 비로소 한나 아렌트는 안정과 평안한 거주지를 얻고 새 출발에 나선다. 문득 이런 궁금증이 하나 생겼다. 독일어야 모국어니 그렇다 치고, 프랑스에서 수년을 살면서 프랑스어 구사에는 문제가 없었을까? 그리고 미국에 이주해서는 프린스턴 대학에서 처음으로 여자 교수가 될 정도의 영어 구사 실력을 이미 갖추고 있었단 말인가? 그렇다면 철학적 사유만큼이나 언어 능력에서도 뛰어난 그야말로 천재가 아닐까 싶다. 최근 즐겨 보는 너튜브에서 캐나다나 뉴질랜드에 이민가서 살면서 언어 문제로 현지인들과 의사소통에 버거워하는 이들의 콘텐츠를 보면, 영원한 이방인 한나 아렌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발터 벤야민과의 에피소드 하나를 빼먹었다. 비슷한 시기에 프랑스에서 피레네 산맥을 넘어 스페인으로 도주하던 벤야민은, 자신의 소중한 원고를 한나 아렌트에게 보내 적절한 때가 되면 보라는 말을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나치의 무자비한 탄압과 순전히 타이밍 문제로 인류의 소중한 인적 자산이 어이없게 사멸해 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미국 뉴욕에서 글밥을 먹고 살게 된 한나 아렌트는 1951<전체주의의 기원>을 발표하면서 일약 학계의 스타로 거듭나게 된다. 7년 뒤에는 또 다른 역작 <인간의 조건>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역시 그의 대표적 저작은 아무래도 나치 전점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다룬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아닐까 싶다. 지금까지 내가 유일하게 읽은 아렌트의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사실 아이히만은 나치가 반제 회의에서 결정한 최종 해결책실행에 동원한 하나의 톱니바퀴 같은 존재였다. 독일식 기계적 명령에 따라, 유럽 동부에 포진한 절멸수용소로 유대인 이송을 맡은 이가 바로 아이히만이었다. 종전과 전후에 홀로코스트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히틀러와 제국의 2인자 헤르만 괴링 그리고 선전상 요셉 괴벨스 등이 모두 죽으면서 뉘른베르크 재판은 그야말로 속빈 강정처럼 진행되었다. 반제 회의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금발의 짐승이자 프라하의 도살자로 알려진 라인하르트 프리드리히는 전쟁 중에 암살당했다.

 

 

전후 오데사 프로젝트로 이름을 바꾸고, 라틴 아메리카로 숨어든 수많은 나치 전범 가운데 아돌프 아이히만이 1960511일 이스라엘 비밀 정보팀에 의해 납치되어 이스라엘로 송환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살아 있는 나치 전범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되었다. <뉴요커>는 한나 아렌트를 특파원으로 삼아 예루살렘 재판 취재를 맡겼다. 한나쉬카는 아이히만이 우리가 생각한 그런 괴물이 아닌, 지극힌 평범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고 증언한다. 그리고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the banality of evil)’을 설파했다.

 

제국의 지도자들이 내린 유럽의 모든 유대인들을 학살하라는 잘못된 명령을 아무런 생각 없이 실행에 옮긴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은 유대인 사회에 파란을 불러 일으켰다. 어떻게 보면, 그 명령을 실행한 평범한 아이히만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그런 결론에 도달할 수도 있는 그런 논쟁의 시발점이었다. 혹독한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는데 성공한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증오와 분노의 화력을 집중할 수 있는 그런 화점이 절실하게 필요했고, 아르헨티나에서 국제법을 위반해 가면서까지 애써 잡아온 아돌프 아이히만이 제격이었다. 이런 아이히만에게 냉정한 시선과 거리를 유지하며 글을 쓴 한나 아렌트에게 등을 돌린 지인과 친구들이 속출했다. 나라면 그녀 같이 용감할 수 있었을까? 아마 그러지 못했을 것 같다. 한나 아렌트는 어떤 주변 여건이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양심이 지시하는 대로 쓴 글을 발표했을 뿐이다. 어떤 면에서 한나 아렌트는 오늘 내가 읽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소신을 밝힌 소설가이자 사회운동가 아룬다티 로이의 그것과 실천하는 삶에서 일맥상통한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이 멋진 그래픽 평전을 창조해낸 켄 크림슈타인은 한나 아렌트의 1차 저작을 필두로 해서 다수의 저작들을 통해 한나 아렌트의 실체적 모습을 재현해내는데 성공했다. 책의 말미에는 숱한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이 소개되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책들을 보면 흐뭇해 하기도 하다가 또 없는 책들은 사야 하나 싶기도 했고, 또 절판된 책들 앞에서는 좌절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에게 위험한 책이기도 하다. 덮어 놓고, 마구잡이로 한나 아렌트의 저작들을 사들일 뻔 했으니 말이다.

 

오늘까지 써야하는 적립금 때문에 아무래도 이 밤이 가기 전에 한나 아렌트와 관련된 책을 사야지 싶다. 나는 아무래도 별 수 없는 책쟁이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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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30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1 0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11-30 21:1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책쟁이 레삭매냐님 덕분에 저 이 책 몰래 샀;;;
저 정말 앞으로 어떤 글을 쓰셔도 안 사겠어욥!!! 굳은 결심!!!ㅠㅠ
땡투 아마 접미다아~.^^;;

레삭매냐 2021-12-01 01:08   좋아요 1 | URL
책쟁이로서 더 이상 책을
사지 않고, 집에 있는 책
만 파먹겠다...라는 결심
은 아무 소용이 없답니다.

그저 사고 읽고 또 그것
의 무한반복일 뿐.

미리 감사합니다.

mini74 2021-11-30 22: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나아렌트 유일하게 본 책이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입니다 그래픽 평전 수준이 아주 높은 거 같아요. 저도 보고싶어지네요. 적립금은 책을 부르죠 ㅎㅎ

레삭매냐 2021-12-01 01:08   좋아요 1 | URL
결국 질르고야 말았습니다.

1,500원 쓰겠다고 만원 쓰
는 닝겡이 바로 접니다 넵!

얄라알라 2021-11-30 23: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알라디너 누구신가의 리뷰 읽고 뒤져서 읽었는데 정말 흡족 풍족 대만족 독서였어요. 레삭매냐님께선 9일전 기억이라 감동과 디테일이 생물 수준인데, 저는 코로나 시대 읽었다는 희미한 기억만^^ 다시 읽어야겠다는 조바심이

적립금 그래서 쓰셨는지요?^^안쓰시고 12월 맞으시면 뭔가 어색하시려나요?^^ 책쟁이 레삭매냐님을 응원합니다!!^^

레삭매냐 2021-12-01 01:09   좋아요 2 | URL
전 우연히 도서관에 들렀다가
얻어 걸려서 읽게 된 책인데
아주 흡족했습니다.

격렬하게 동의하는 바입니다.

<라스트 울프> 질렀습니다.
분량에 비해 책값이 아주 사악
하더라구요 ^^

2021-11-30 2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2-01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12-01 00: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이 극찬하시니 완전 궁금하네요~!! 그래픽 노블도 읽어봐야 하는데 ㅋ 역시 책쟁이 레삭매냐님은 바로 구매 들어가시는군요~!! 👍 👍

레삭매냐 2021-12-01 01:12   좋아요 3 | URL
감히 일독을 추천하는
바입니다.

아마 후회하시지 않으리라
고 장담... 하고 싶습니다.

이제 올 한 해도 다 갔네요-

고양이라디오 2021-12-07 1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래픽 노블 좋아요! 선리플하고 리뷰 읽을께요^^b

한나 아렌트 책은 아직 못 읽어봤는데 그래픽 노블부터 시작해야겠네요ㅎㅎ

레삭매냐 2021-12-13 15:38   좋아요 0 | URL
그래픽 노블이 너무 흥미진진해서
한나 아렌트의 책을 사냥하고 있답니다 :>
 
얼굴
연상호 지음 / 세미콜론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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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도서관에 들렀다. 지난주에 너튜브에서 <장진호 전투>에 대한 콘텐츠를 보고 나서 좀 더 깊숙하게 알고 싶어서 책을 빌리러 갔다가 그냥 그래픽노블을 검색해 봤다. 연상호 감독의 <얼굴>이란 책이 뜨더라. 며칠 전에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이 개봉돼서 다시 연상호 감독들의 작품이 논의되던데... 타이밍이 죽인다.

 

서사의 전면에 나서는 동환의 아버지는 앞을 보시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이다. 어느 방송국에서 비록 시각장애인이지만 어엿하게 성공한 아버지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중에 있다. 방송국에서는 그런 대중에게 호소력 있을 법한 이야기들에 매력을 느끼는 모양이다. 모든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 이들에게 아낌 없이 찬사를 보낼 준비라도 되어 있다는 듯 말이다.

 

동환의 어머니는 30년 전에 종적을 감추었다. 그러니까 동환의 아버지는 시각장애에 아내도 없이 동환을 훌륭하게 키워냈다. 이 정도 서사면 충분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동환의 어머니의 시신이 발견된 것이다. 백골 상태로. 졸지에 상주가 된 동환은 어머니의 상을 치르게 된다. 그리고 조금씩 어머니의 죽음에 관한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우선 어머니의 형제들이라는 인간들이 나타나, 돌아가신 동환의 할머니가 딸 형제들에게 유산을 남겼지만 이제 고인이 된 동환의 어머니 혹은 혈육과 재산을 나눌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밝힌다.

 

한편, 어머니의 죽음이 타살이 아닐까라는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다큐멘터리 제작 중이던 피디에게 이보다 더 좋은 호재는 없을 것이다. 동환은 피디의 그런 계획을 알아차리지만 별 말하지 않고 넘어간다. 그렇게 해서 등장하게 되는 과거의 플래시백은 어려서부터 추녀라던 어머니의 기구한 삶과 오해에 대한 이야기들이 서로 얽혀들기 시작한다.

 

연상호 감독의 프로젝트 <얼굴>을 보면서 우리가 얼마나 외모라는 자산에 집착하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외모 지상주의는 곳곳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성형업은 이제 하나의 산업이 된 지 오래다. 남들만큼 아니 남들 이상으로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망에 천착한 사업이 나는 너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는 콘텐츠 업계의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아마 시작은 좋은 의도에서 시작했겠지만, 보다 자극적인 서사를 원하는 이들에게 사건사고로 점철된 동환이네 집에 대한 스토리는 이보다 더 좋은 소재는 없을 정도가 아니었을까. 오늘날 미디어의 순기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대신 어머니의 사진이 등장하는 엔딩은 예상대로 진행되어 좀 밋밋하다고나 할까. 문득 넷플릭스가 <얼굴>도 혹시 드라마로 제작하지나 않을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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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21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지옥봤어요. 웹툰으로 못 보고 그냥 드라마로만 봤는데 생각이 많아졌어요. 혹 관심있으시면 네이버에 (지옥, 두 개의 삶)이란 연상호감독의 애니 무료로 볼 수있어요. 보셨을수도 있겠네요 ㅎㅎ 내용은 우울합니다 ㅎㅎ 얼굴도 재미있을거 같아요. ~ 도서관 검색해봐야겠어요 *^^* 매냐님 라스트 듀얼 책 넘 재미있었어요 ~~

레삭매냐 2021-11-22 11:10   좋아요 2 | URL
아직 애니는 만나지 못했네요.
한 번 찾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 겁쟁이라 무서울 것 같아서 <지옥>
밤에는 못 보겠더라구요 ㅋㅋ

<라스트 듀얼> 참 재밌지요. 영화도 봐야
하는데...

미미 2021-11-21 16: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낯설지 않았는데 부산행 감독의 그래픽노블 데뷔작이군요!
<얼굴>결말을 추측하고 있습니다ㅋㅋㅋ도서관에 있네요^^*

레삭매냐 2021-11-22 11:10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어제 도서관에 갔다가
빌려서 그 자리에서 바로
읽었답니다. 비싼 그래픽노블
은 도서관에서 빌려다 보는 것
으로...

라로 2021-11-21 18:4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얼굴> 프로젝트 봐야겠어요!! 저 요즘 계속 매냐님 따라서 보고 있는 1인!^^;;
듄은 어제 또 봤어요... 역시 좋더라구요. 이번엔 주변 인물에 더 집중해서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남편이 첫 번째 봤을 때와는 달리 책 얘기를 해주니 더 좋았구요.
그리고 레드 노티스,,, 제가 왜 그런지 모르지만, 라이언 레이놀즈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불구하고 말씀처럼 넘 재밌었어요. 볼거리 가득... 이 <얼굴>도 기회가 되면 꼭 읽어 볼래요.
아참! 그런데요, 레드 노티스 후편이 나올까요??

레삭매냐 2021-11-22 11:31   좋아요 3 | URL
오옷 같은 영화 두 번 보기! 대단
하십니다.

전 같은 평생 영화 세 번 본 적이
두 번인가로 기억합니다 :>
<비포어 선라이즈> 그리고 <당
신이 잠든 사이에> 이렇게요 헷

<레드 노티스>는 달랑 한 편만
찍고 내버리기에는 좀 아쉽지
않을까요? ㅋㅋ

라로 2021-11-22 13:38   좋아요 3 | URL
저 사실 같은 영화 두 번 보기, 같은 책 두 번 읽기,, 뭐 이런 거 잘 못하는데,,,
듄은 사실 처음 봤을 때 좀 알아듣기 힘들었어요. 우물우물 말하기도 하고
특히 엄마가 하는 말;;;
극장 음향 시스템도 좀 약하고,,(늙어서 그런 걸까요??ㅎㅎㅎ)
두 번째 보니까 훨 낫더라구요.

근데 같은 영화 보신 것이 딱 두 번이라시니!!!@@
언급하신 두 영화 다 제가 참 좋아하는 영화에요.
<당신이 잠든 사이> 오랜만에 들어봐요,, 산드라 블럭의 매력이,,,
한편으로 좀 슬펐던 영화라는 기억이..
<비포어 선라이즈>는 워낙 골수팬이 많지만요. 저도 두 번 이상 본 것 같아요.^^;;

<레드 노티스>는 근데 돈을 너무 막 쓴 것 같긴 해요,,
다음은 루블에서 훔치는 것 같던데,,, 돈 냄새만 나는 영화가 아니길,,^^;;;
 
오르부아르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크리스티앙 드 메테르 그림, 임호경 옮김 / 미메시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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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주문 내역을 검색해 보니 지금으로부터 5년 전 여름에, 피에트 르메트르의 공쿠르상 수상작인 <오르부아르>를 중고책방에서 구매했다. 물론 책은 읽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 그래픽 노블로 <오르부아르>를 만나게 됐다. 그 사이에 영화로도 만들어졌더라. 그래픽 노블만으로는 원작을 가늠할 수가 없어, 너튜브에서 찾은 영화 리뷰도 참조했다.

 

그래픽 노블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191811, 독일군과 대치 중이던 프랑스군 진영으로부터 서사의 출발을 알린다. 독일과의 휴전 소문이 나면서, 양진영은 암묵적인 휴전 상태였다. 하지만 전쟁광이자 전장에서 무공을 세우고 싶었던 앙이 도네프라델 중위의 잔인한 음모로 2명의 신병이 정찰에 나섰다가 독일군의 총탄에 쓰러지자, 프랑스군 병사들이 적진영으로 달려들기 시작했다. 위기에 처한 전우 알베르 마야르를 구하기 위해, 전장에서 그림 그리기를 멈추지 않았던 에두아르 페리쿠르가 나섰다가 그만 적탄(영화에서는 적의 포탄)에 맞아 하관이 부서지는 참혹한 부상을 당한다.

 


전장에서 목숨은 건졌지만, 자신의 모습에 경악하는 에두아르. 게다가 부상으로 인한 후유증 때문에 고통을 견딜 수 없었던 에두아르는 몰핀을 몰래 구해다 주사한다. 하관에 보철물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자는 알베르의 제안에 에두아르는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막대한 자산가 아버지 마르셀의 몰이해를 떠올리고 거부한다. 알베르는 이에 전사한 외젠 라리비에르라는 고아 병사의 신분을 위조해서, 에두아르의 그것과 바꿔치기에 성공한다. 이 장면은 훗날 전직 은행원 출신 알베르가 대규모 사기를 벌이게 되는 장면에 대한 암시라고나 할까. 사람이 지닌 기술은 어딜 가지 않는 모양이다.

 

영화에서 악당 역을 맡은 도네프라델의 모함으로 베테랑 참전용사 알베르는 연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이미 죽은 사람 신분인 에두아르 역시 마찬가지다.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지만, 그들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그런 상황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그런 반면, 도네프라델은 그야말로 승승장구한다. 전사자들의 묘역 조성에서 막대한 돈을 챙긴 도네프라델은 심지어 에두아르의 누나인 마들렌과 결혼도 했다. 이런 드라마틱한 구성이야말로 복수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좋은 소재가 아닐까 싶다. 빌런들이 현재에는 그런 성공을 구가할 지는 몰라도 결국에 가서는 정의의 심판을 받게 된다 뭐 그런 서사가 아닐까 싶다.

 

그래픽 노블과 영화는 디테일에서 다소 차이가 나는데, 개인적으로 볼 때 전체적인 흐름에서는 그다지 영향이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소설은 또 다르지 않을까 싶다.

 

하관 부상의 시달리는 에두아르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빚진 알베르는 거리에 나가 전상자들로부터 몰핀 약탈도 서슴지 않는다. 그리고 실의에 빠져 있던 에두아르는 신문배달 소녀 루이즈를 만나고 자신의 존재를 가리는 마스크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삶에 대한 투지를 불사르기 시작한다. 에두아르, 루이즈 그리고 알베르 삼총사는 전후 프랑스 사회에서 일기 시작한 전사자 추모 분위기에 편승해서 상상을 초월하는 대규모 사기를 구상한다.

 

사기를 치려해도 돈이 필요한 법이다. 우연히 에두아르의 누나 마들렌을 통해 마르셀 페리쿠르 아저씨의 눈에 든 알베르는 회계출납원으로 페리쿠르 사에 취업해서 전쟁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고객들의 돈을 슈킹하기 시작한다. 부자들이 공개적으로 전쟁이라는 장사를 통해 돈을 벌었다면, 알베르 삼총사는 바로 그들로부터 정당한 자신들의 몫을 챙기겠다는 심산으로 이런 일들을 시작했던 걸까.

 


영화의 후반은 그래픽 노블에서 다루는 이야기의 서사에서 조금씩 궤를 달리하기 시작한다. 엔딩 장면에서 아버지와 화해에 성공한 에두아르가 뤼테시아 호텔에서 비상하는 장면은 참 판타스틱하게 다가왔다. 그리고 사기죄로 잡힌 알베르는 자신을 조사하던 경찰 수장의 호의로 리비아 트리폴리로 탈출하는데 성공해서 잘먹고 잘 살았다는 동화로 끝이 난다. 참고로 경찰 수장은 전장에서 도네프라델의 총에 맞은 신병의 아버지였다고. 영화가 아무래도 그래픽 노블보다는 더 친절하고 개연적인 부분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네프라델 몰락에 지대한 공헌을 하는 공무원 조제프 메를랭을 알베르 삼총사가 픽업하는 장면도 그래픽 노블에서는 빠진 부분이다.


전후 거의 폐인 같은 삶을 살던 에두아르는 루이즈를 만나 마스크를 만들어 쓰면서 부활과 갱생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그리고 비록 타인을 속이는 사기라는 범죄를 공모하긴 했으나, 그 과정을 통해 삶의 의미를 되찾는다. 영화에서 에두아르는 마스크의 입모양 하나만으로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장면을 연출한다. 입모양이 위로 올라 가면 우울하거나 기분이 언짢다는, 그리고 아래로 내려서 웃는 모습이 되면... 영화 <마스크>에서 일상에서는 변변찮았던 짐 캐리가 마스크가 쓴 다음에 다른 사람으로 화려하게 변신하는 장면이 떠올랐다. 


전쟁은 비극이다. 그리고 지옥 같은 전쟁에서 살아남은 사람들도 모두 알베르와 에두아르 같은 피폐해진 육신과 영혼을 가지고 새로운 지옥에서 살아야 했다. 국가는 조국을 위해 희생하라는 대의명분 아래 젊은이들을 전장으로 내몰았다. 하지만 돌아온 그들을 조국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전쟁과 죽음을 통해 막대한 돈을 번 것은 안전한 후방에서 전쟁을 치른 일단의 모리배들이었다.

 

기억전쟁을 통해 100년 전 프랑스의 실상을 다룬 피에르 르메트르의 노고에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원전에서 파생된 2차 저작물로는 아무래도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을 만나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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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1-11-13 11: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영화보다 소설이 훨씬 좋았습니다. 근데 르메트르는 이 작품 이후로 점점 내리막길 걷는 듯 해요..

레삭매냐 2021-11-13 12:05   좋아요 4 | URL
아 그렇군요 !

워낙 연세가 드신 다음에
집필 활동에 들어 가셔서
그런 게 아닐까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나면 의
욕이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초란공 2021-11-13 16: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화도 있었군요. 궁금하던 그래픽 노블도 살짝 보여주셔서 좋고요. 작품에 다가가는 좋은 방법을 보여주시네요~!!! 저도 좀 부지런해야 겠다는... ㅋ

레삭매냐 2021-11-13 19:31   좋아요 5 | URL
저번 이번에 영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에는 <맨 오브 마스크>라는
제목으로 개봉했더라구요.

서니데이 2021-11-13 19: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 그래픽노블도 있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생겼군요.
몇 년 전에 원작 소설이 유명해서 그래픽노블도 출간된 것 같아요.
레삭매냐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1-11-13 22:59   좋아요 3 | URL
1차 저작물에서 단물 빼는
재주는 일본하고 프랑스가
쵝오인 것 같습니다.

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랍니다.

mini74 2021-11-13 19: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5년은 그래픽노블을 만나기위한 시간인가요. 그래픽노블은 쫌 멋진거 같습니다 ~

레삭매냐 2021-11-13 23:01   좋아요 3 | URL
아무래도 원작 소설보다는
그래픽 노블의 접근성이
확실히 뛰어난 것 같습니다.

5년이나 걸렸네요. 소설은
어디에 갔는지 -

라로 2021-11-14 00: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기를 치려해도 돈이 필요한 법이다. ㅎㅎㅎㅎ
암튼 책은 읽으실 예정이신가요?? 저는 얄팍한 사람이라
책은 패스하고 그래픽 노블이랑 영화를 보겠어요.^^;;

레삭매냐 2021-11-14 00:06   좋아요 2 | URL
책을 찾으면 한 번 봐보고
싶은데 당최 책의 소재 파
악이 안되니...

영화는 일단 구했는데
리뷰를 보고 나서 그런지
선뜻 시작하기라... 책이
왠지 더 나을 듯 하더라는.

레알 얄팍한 닝겡에게
들으라고 하시는 말씀이
시지요 핫하 -

라로 2021-11-14 00:50   좋아요 2 | URL
설마 존경하는 매냐님께 감히 그럴리가요!!^^;; 이 닝겐 이야기랍니다.ㅠㅠ(커밍아웃;;)
그나저나 책이 너무 많아서 소재 파악이 어려우실 지경!!
그런데 어떻게 5년 전에 사셨다는 기억은 하시는지
그것도 대단하시옵니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 걷는사람 세계문학선 4
알리나 브론스키 지음, 송소민 옮김 / 걷는사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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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러시아계 독일 작가라는 알리나 브론스키에 대해 알게 됐다. 사실 작가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쉐르벤파크>가 새로 나와서 전작을 찾아 보다 역사상 최악의 원전 사고로 알려진 체르노빌 원전 사고 그 후를 그린 소설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부터 먼저 읽게 됐다.

 

그동안 그래픽 노블과 너튜브 동영상들을 통해 체르노빌에 대해 조금씩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원전마피아들은 계속해서 원전이야말로 미래의 먹거리이자 안전한 에너지 생산원이라고 말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렇게 안전하다면 왜 전력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 한복판 강남에 짓자고 주장하지 않는 걸까? 편리는 좋지만, 상상을 초월하는 위험은 타인에게 떠맡기겠다는 이기주의의 발로라고 생각한다. 수년전 이웃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여파가 아직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애써 외면하는 원전마피아들의 주장이 내게는 가소롭기만 하다.

 

각설하고, 소설 속으로 뛰어 들어가 보자. 우리의 주인공은 자그마치 82세의 바바 두냐 아줌마 아니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나? 원전 사태 당시 간호조무사로 맹활약을 펼친 바바 두냐가 다시 고향인 체르노빌로 돌아가 그곳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 사고들이 알리나 브론스키의 손에서 마법을 닮은 판타지로 재탄생한 그런 느낌이랄까.

 

가장 흥미로운 점 중의 하나는 바바 두냐의 눈에만 보이는 망자들의 존재였다. 이미 죽은 지 오래인 남편 예고르가 수시로 그녀의 눈앞에 나타난다. 이미 방사능에 피폭되어 작은 원자로같은 존재들은 체르노보 사람들은 모두에게 기피의 대상이다. 그러니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바바 두냐를 비롯한 체르노보 사람들에게 망자가 따라 붙는 건 숙명일 지도 모르겠다.

 

바바 두냐의 딸인 이리나나 아들인 알렉세이 같이 젊은이들은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살기 위해 고향 체르노보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지만, 또 바바 두냐 같은 노친네들에게는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그들에게 고향이란 곳은 그렇게 쉽게 등질 수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좀 고지식하게 수구초심이란 말을 동원한다면,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이 나고 자란 곳으로부터 영원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말일 지도 모르겠다.

 

여든 살의 노인네가 당차게 마을에 필요한 생필품들을 조달하기 위해 인근 말리치라는 마을까지 고난의 행군에 나서는 장면은 너무 짠하더라. 그녀 주변 인물들도 연민을 자극하기는 마찬가지다. 이웃의 마르야 아줌마는 왠지 <길버트 그레이프>에서 어니의 엄마를 떠올리게 만들고, 백세도 넘은 노인 시도로프는 바바 두냐와 마르야에게 잇달아 청혼하는 무모한 행동도 마다하지 않는다! 맙소사! 몸에 링거를 달고 죽을 곳을 찾아 체르노보에 흘러든 페트로프는 또 어떤가.

 

어떤 유의미한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죽음의 공간에 자발적으로 찾아든 이들은 모두 제각각의 사연들을 마음속에 품고 있다. 바바 두냐는 그렇게 사랑하는 손녀 라우라를 보고 싶지만, 혹시라도 사랑하는 손녀에게 작은 원자로에서 내뿜는 방사능이 해가 될까 두려워한다. 독일에 사는 라우라가 로씨야 어가 아닌 외국어로 적어 보낸 편지를 해독하지 못해 안절부절하는 모습은 왜 그리 슬퍼 보이는지.

 

멀리서 보면 소극처럼 보이던 체르노보 마을에 게르만이라는 멀쩡한 자신의 딸을 데리고 들어오면서 사단이 나고야 만다. 살인사건이 나고, 다시 바바 두냐는 매스컴을 타게 된다. 체르노보 마을 사람들의 안식과 평화를 위해 바바 두냐는 담담하게 타인이 저지른 죄까지 짊어지고 교도소로 향한다.

 

누구의 간섭도 없이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는 영혼들의 대표가 바로 바바 두냐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 손녀 라우라의 존재는 어쩌면 방사능으로 피폐해진 육신을 버티게 해주는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교도소에서 복역 중에, 뇌졸중으로 쓰러진 어머니 바바 두냐를 찾아온 딸 이리나는 어머니가 모르고 있던 사실들을 전해준다. 라우라는 바바 두냐가 생각하는 그런 아이가 아니라는 전언과 함께.

 

원전사고로 엉망진창이 된 체르노빌처럼, 서방으로 이주한 뒤 의사로 성공해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예상한 딸 이리나의 삶 역시 파편화된 지 오래였다. 그런 가정에서 바바 두냐의 딸 라우라가 잘 자랐을 거라는 상상은 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외할머니가 라우라가 미워하지 않는 존재라는 사실에 만족해야 했을까나.

 

자연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된 체르노보에서 바바 두냐는 희망을 잃지 않고 오이와 토마토를 심어 자급자족에 나선다. 자연과학자들에게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지만, 어떤 경우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대자연의 딸이자 소비에트의 세례를 받은 유물론자 바바 두냐는 내일 당장 어떻게 될지 모르는 가운데 오늘도 텃밭을 가꾼다. 그런 진중한 바바 두냐의 모습에서 우리네 인간의 숙명의 단면을 살짝 엿보았다면 너무 거창한 표현일까나.

 

짧은 소설이었지만, <세상의 모든 여자는 체르노보로 간다>를 통해 알리나 브론스키가 던진 메시지는 묵직했다. 체르노보 마을과 교도소에서 여성 동지들간의 끈끈한 연대, 세대를 이어가는 어머니의 위대한 사랑 그리고 결국 자연은 스스로 치유하고 회복할 거라는 희망까지. 브론스키의 다른 책인 <쉐르벤파크>가 보고 싶어서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했다. 지금 조회해 보니 주문 상태로 떠 있더라. 곧 만나게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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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1-11-09 17: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바두냐란 인물 정말 매력적이고 멋지네요 ~ 담아가봅니다 *^^*

레삭매냐 2021-11-09 17:48   좋아요 4 | URL
저는 왠지 바바 두냐 아줌마에게서
로씨야 판 올리브 키터리지가 아닌
가 싶은 생각이 초큼 들었답니다 ^^

새파랑 2021-11-09 19: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에 보이는 도덕적 혼란이 눈에 들어오네요 ^^원전 피해 후에 관한 작품이라니 왠지 묵직할거 같아요~

레삭매냐 2021-11-09 20:12   좋아요 3 | URL
저희 달궁에서 드디어 2년 만에
오프모임을 개시합니다.
그리고 그 책으로 선정되어 바
지런히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

서니데이 2021-11-09 20: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체르노빌이 아니라 왜 체르노보라고 나오지? 했습니다만, 소설인가 보네요.
잘읽었습니다. 레삭매냐님,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레삭매냐 2021-11-09 23:34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체르노빌 대신
소설에서는 체르노보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 저녁은 피곤하지만,
나름 한가하게 보내고 있
습니다.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1-11-09 2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러시아의 위대한 고전 작가들이 남성이라 그분들의 책을 많이 읽었지만 현대 러시아 여성작가들의 글을 몇 편 읽어보면 러시아 여인들은 당차고 씩씩하더라고요.
이 책 읽고 싶어집니다~~

Falstaff 2021-11-09 20:45   좋아요 5 | URL
오, 동의합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후의 러시아 여성 작가들 작품이 좌~~악 나오는 거 보면 정말 그렇습니다!
이 책도 읽어봐야겠습니다. 근데 이름이 브론스키, 브롱스키, 우롱스키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11-09 23:36   좋아요 2 | URL
예전에 헤르타 뮐러가 루마니아
작가가 아닌 독일 작가로 분류된
것처럼, 알리나 브론스키 역시
로씨야 출신이긴 하나 독일어로
작품을 발표하니 독일 작가라고
불러야할 것 같습니다.

그럼 나보코프는 로씨야 작가일
까요 아니면 미국 작가일까요...

독서괭 2021-11-09 22: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 러시아는 옛날 고전들로만 알고 있고 현대 작가들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좋은 작품 소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11-09 23:37   좋아요 2 | URL
제가 윗 댓글에도 달았지만 -
로씨야 출신으로 독일에서 활동
하는 작가다 보니 아무래도 독일
작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책은 참 좋습니다. 분량이 적어서
읽기에 부담도 없구요...

그레이스 2021-11-09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을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장바구니로
읽어보겠습니다
그런데 독일문학으로 분류되어 있네요!?
독일에 거주하고 있다고...
독일어로 썼나보네요

레삭매냐 2021-11-09 23:38   좋아요 2 | URL
저는 책을 느낌으로 고릅니다.
주식하다가 망하는 것처럼 실패하
는 경우도 많지요.

이번에는 상한가 종목을 고른 그
런 느낌이랄까요.

독일어로 쓴 문학이니 독일문학
분류가 맞다고 봅니다.

라로 2021-11-10 03: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또 책 한 권을 뚝딱 읽으셨군요!! 뚝딱 하니까 금도끼 은도끼 생각이 나고요,,😅 바바두냐, 82세,,, 그 나이에 그런다는 것이 상상이 안 되네요. 암튼 잘 읽었습니다.
참! 저 결국 듄 보기 전에 매냐님 글 읽고 보기로 했어요. 목요일에 봅니다. 😅😅😅 그러고 보니 요즘 신세를 많이 지내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1-11-10 08:09   좋아요 2 | URL
어느 그래픽 노블인가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만난 듯 합니다.

체르노빌에 살던 노인들이
결국 다시 방사능에 오염된
곳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듄>은 고저 사랑입네다.
굿 관람되시길 기원합니다.

뒷북소녀 2021-11-10 13: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덕분에, 제가 모르는 작가가 너무 많다는 걸... 매일 느끼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1-11-10 14:24   좋아요 2 | URL
저야 잡독주의자라...
닥치는 대로 그렇게 막무가내
로 읽고 있습니다 :>

차분하게 전작하시는 뒷북소녀
님과 비교가 되겠습니까 ㅎㅎ

그레이스 2021-12-09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샀어요^^
이달의 리뷰 축하드려요

새파랑 2021-12-09 16: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축하드려요 ^^ 빨강색 표지들처럼 강력하네요~!!

mini74 2021-12-09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 축하드립니다 *^^*

쎄인트saint 2021-12-09 17: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선정 축하드립니다~!!

thkang1001 2021-12-09 18: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달의 리뷰에 선정되신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독서괭 2021-12-09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축하드려요~^^

서니데이 2021-12-09 21: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잭와일드 2021-12-09 22: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초란공 2021-12-09 23: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사고 싶은 책이 이렇게나 많다니요 ㅜㅜ ^^;;

강나루 2021-12-10 0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