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바케 - 에도시대 약재상연속살인사건 샤바케 1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연초부터 나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서행진은 계속되고 있다. 만화 <중판출래>를 필두로 해서 딱 10권을 일본 작가들의 책들로 도배했다. 대미는 이제는 절판되어 중고서점에서나 살 수 있는 <샤바케>였다. 그런데 샤바케가 뭔 뜻이지? 책을 다 읽고 난 뒤에도 모르고 있다. 딱히 궁금하지도 않은 모양이다, 찾아볼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면.

 

나가사키야는 상가들이 밀집한 도리초에 자리한 운송업과 약재상으로 유명한 부잣집이다. 그 집의 외아들인 이치타로는 어려서부터 골골한 십대 소년(방년 17)으로, 집안의 과보호를 받으며 자랐다. , 어머니 오타에를 닮아 한 인물한다고 했던가. 그를 보좌하는 두 명의 행수들인 니키치와 사스케는 나가사키야의 사업보다도 도련님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하는 인물들이다.

 

, 여기 한 가지 비밀이 있는데 니키치와 사스케는 요괴들이다. 할아버지의 부탁으로 어린 이치타로를 돌보게 되었다고. 그런 이치타로는 몰래 야행을 나갔다가 느닷없이 피냄새를 맡고 등장한 괴한에게 살해당할 뻔한 위기를 겪기도 한다. 그 부분이 시작이었다. 시작부터 범상치 않다. 당연히 호기심 많은 십대 소년은 잇달아 발생하는 살인 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첫 희생자는 목수였는데, 자신도 곧 불로장생의 약을 찾아온 손님에게 봉변을 당한다.

 

그 다음부터는 약재상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한다. 주변에 꼬꼬마 같은 야나리나 방울 아가씨 그리고 병풍요괴들에 둘러싸여 자란 이치타로는 녀석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무언가 사건 해결에 단서가 될만한 것들에 대한 정보를 알려 달라는 거다. 물론 공짜는 아니고 이웃 미하루야에서 공수해온 양갱이나 생과자들로 요괴 녀석들에게 보답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부잣집 도련님이라 그런지 씀씀이가 남다르다.

 

에도시대 요괴물의 구성은 비교적 간단하면서도 감칠맛이 난다고나 할까. 호기심 많은 소년 이치타로는 살인 사건을 해결을 위해 투입된 현대판 탐정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게다가 그는 부잣집 아들로 손쉽게 자금을 동원할 수 있으며, 시간은 그야말로 남아돈다. 원래부터 병약한 체질이라 나가사키야의 모든 이들에게 이치타로의 건강이 최우선 순위다. 조금만 피곤한 기색도 있어서 바로 이부자리를 펼 태세다. 특히 그의 안위를 부탁받은 요괴 니키치와 사스케의 극성이 유난하다.

 

약재상을 노린 연쇄살인 사건이 계속 발생하자 결국 이치타로는 범행이 요괴에 의한 것이 아니겠냐는 추론에 도달한다. 그리고 맨 처음 살해당한 목수의 물건 중에서 사라진 물건을 지목해서 추적에 나선다. 이거 뭐 탐정에 해결사 역할까지 다 해먹는 거 아냐? 그러는 와중에 이치타로는 자신의 출생에 관련한 비밀과도 마주하게 된다. 아니, 이 정도면 거의 재밌을 법한 요소들은 두루 갖추고 있는 게 아닌가 말이다. 살인 사건을 필두로 해서, 과연 누가 범인인가 그리고 출생의 비밀까지.

 

이렇게 재미진 시리즈가 왜 꼴랑 4권만 나오고 말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 세계에서 신비아파트 같은 한국판 요괴 스토리들은 잘만 팔리는데 말이다. 결국 출판사가 원하는 만큼의 수익이 나오지 않아 결국 시리즈가 중단되었다는 말이겠지. 잘 팔리는데 절판시킬 리는 없으니까 말이다. 도서관에 있으면 빌려다 보려고 했는데 워낙 마이너한 책이라 그런지 도서관에도 비치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렇다면 또 책사냥에 나설 타이밍인가 보다. 일단 1권은 수급했고, 4권이 또 있다고 하나 사러 가야겠다. 중간에 있는 2권과 3권은 언젠가 운명이 닿는다면 만나게 되겠지, 안그래 이치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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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2 17: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싶어 샤바케로 검색하니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 가 검색되네요 ㅎㅎ저 요괴 엄청 좋아해요. 어릴 적 돈 모아서 요괴대백과 사전 이런거 샀었는데 도서관엔 없군요 ㅠㅠ

레삭매냐 2022-01-12 18:01   좋아요 3 | URL
전 냉큼 뛰나가서 일단
구할 수 있는 4권 사들였습니다.

아마 너무 마이너한 그런 책이라
도서관에서 들이지 않지 않나 싶
습니다.

아, 너무 재미져요. 과자는 도서관
에 있다고 하니 빌려 볼라구요.

Forgettable. 2022-01-13 19: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판 찾아보니 꽤 많이 나온 것 같은데 한국은 절판인것이 너무 안타깝고요 ㅠㅠ 이런 스타일 좋아하시면 항설백물어도 재밌답니다… 이미 보셨을진 모르겠지만요. 암튼 가끔 책 추천 받아 가는데 같은 책 보고 공감할 수 있어 기쁘네요.

레삭매냐 2022-01-14 09:59   좋아요 0 | URL
네 일본에서는 20권이나 나왔다고
하더라구요 :> 울나라는 죄다 절판
입니다. 그래서 책사냥하는 맛이...

항설백물어는 예전에 읽었답니다 ^^
2권하고 3권 구할라구요, 감사합니다.
 
굴하지 말고 달려라 - 초고속! 참근교대 낭만픽션 6
도바시 아키히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3월
평점 :
절판



도바시 아키히로 작가의 <굴하지 말고 달려라>는 너튜브의 광활한 바다를 항해하다가 우연히 알게 됐다. 요즘 예전에 읽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기억을 되새기며 일본 센고쿠 시대를 비롯한 역사에 대한 컨텐츠를 보다가 에도시대 시작된 참근교대(산킨코타이)를 소재로 삼은 책 그리고 영화의 존재를 알게 됐다. 바로 그 책이 <굴하지 말고 달려라>였다. 영화 제목은 <얼트라패스트 산킨코타이>. 제목부터 일본틱하지 않은가. 그네들이 참 얼트라를 좋아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735, 전란의 시대를 끝낸 에도막부가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그런 시절이었다. 격년으로 지방 다이묘들은 쇼군의 거처인 에도성에 가는 참근교대를 해야만 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작은 유나가야 번의 다이묘 나이토 마사아쓰는 최근 에도에서 돌아온지 얼마 되지 않은 그런 상태였다.

 

작은 번들은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참근교대를 부담스러워했다. 게다가 다이묘의 정실과 자식들은 모두 에도에 인질로 잡혀 있는 상태였다. 그네들이 유나가와 번 같은 촌동네의 형편을 알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정략결혼을 한 마사아쓰의 정처도 결국 이혼장을 날리지 않았던가. 뭐 그 정도는 문제도 아니었다. 더 큰 문제는 수석 로주의 꿈을 꾸고 있던 에도성의 야심가 로주 마쓰다이라 노부토키가 유나가야 번을 콕 찝어서 불과 지역으로 내려간지 며칠 되지 않는 나이토 마사아쓰에게 새로운 참근교대 명령을 내렸다는 거다.

 

게다가 기일도 달랑 5일을 주었다. 이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240리 길을 단 5일만에 주파하라니. 이것을 승인한 쇼군 도쿠가와 요시무네가 더 멍청한 놈이 아닐까 싶다. 하긴 리더들이 저간의 사정을 알 리도 없고, 알 필요도 없겠지만. 노부토키는 유나가야에 밀정을 파견해서 금광 개발에 대한 소식을 듣고, 아예 번을 몰수할 생각으로 이런 음모를 꾸민 것이다. 영화에서는 소설에서보다 더 악독한 빌런으로 등장한다.

 

다 필요없다.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게 소설 혹은 영화의 포인트가 아닌가 말이다. 아 참, 지역민을 너무 사랑하는 마사아쓰는 자신의 영지에 사는 마을 사람들과 아주 격의 없이 지내는 멋진 영주기도 하다. 아무리 가로 소마 가네쓰구가 연공을 올리자고 해도, 후덕하고 인심 좋은 다이묘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자기가 덜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소마에게 퉁바리를 놓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나리오 작가 출신의 도바시 아키히로 작가는 그렇게 멋진 다이묘와 악덕한 막부의 정치가를 비교 선상에 올려놓는다. 소설이 이래야 재밌지.

 

충성스러운 신하 소마는 비용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최소한 인원으로 다이묘 행렬을 꾸미기로 한다. 다이묘의 행렬이 형편없어도 막부의 눈밖에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놈의 의전이라는 이름의 형식주의는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 모양이다. 우선 지름길로 가기 위해 무사들에게는 생명과 같은 진검 같은 무기들도 죄다 대나무 칼로 대체한다. 무거운 진검이나 장창을 들고 산길을 누빌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소마는 왕년에 잘 나가던 닌자 구모가쿠레 단조를 고용해서 길라잡이로 삼는다. 주군 마사아쓰가 어린 시절 유모의 학대로 폐소공포증이 있다면, 동국(東國)의 최고의 닌자로 알려진 단조 역시 남에게 말하지 못할 마상을 지니고 있다.

 


주군을 위해서라면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유나가야의 6용사에 최고의 실력을 가진 닌자 단조 그리고 마사아쓰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누가 봐도 무리한 참근교대에 나선다. 영화에서 보니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한 상태에서 마치 마라톤이라도 하듯 경량화한 상태로 농민들이 열심히 수확을 하고 있는 논과 밭을 지나, 이와키 바다를 달리는 그네들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예상외로 유나가야 일행이 무리한 임무에 성공할 것처럼 보이자, 이 사실을 보고 받은 로주 노부토키가 가만 있을 리가 없다. 아니 출발부터 출중한 실력을 지닌 닌자들을 파견해서 유나가야 일행의 암습을 명령한다. 그 외에도 소수의 유나가야 일행을 노리는 떠돌이 낭인들까지 그들을 습격하면서 유나가야 선수들은 온갖 고생을 겪는다. 상상을 초월하는 고난이 닥쳐도 그들은 자신과 끈끈한 신뢰를 쌓은 주군을 배신하지 않는다. 기한 내에 에도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는 유나가야 번의 안위를 위해 모두 그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에도성의 유나가야 번저에서는 이혼선언을 하고 번저를 떠난 마사아쓰의 부인 대신, 마사아쓰의 누이동생 고토 히메가 무가집안의 딸답게 가솔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우선 올케가 사들인 불필요한 사치품들을 팔아서 320냥의 소중한 군자금을 만들었다. 여걸 고토 히메는 최악의 순간을 대비해서 막부를 상대로 전쟁을 치를 생각까지 한 모양이다. 대단하지 않은가.

 

나이토 마사아쓰가 에도성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모가쿠레 단조의 도움이 필요했다. 하지만, 술독에 빠져 폐인이 되다시피 한 단조는 길라잡이의 역할도 채 다하지 않고 먹튀할 궁리만 한다. 하지만 그도 결국 자신이 가진 가보까지 들이미는 마사아쓰의 진심에 승복해서 다른 유나가야 동료들과 함께 목숨을 내건 결전에 돌입한다. 어쩌면 이 소설의 하일라이트는 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유나가야들의 에도성 진입을 막기 위해 오니와반들과 격전을 치르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도바시 아키히로의 역사소설 <굴하지 말고 달려라>에는 기대 이상으로 다양한 스토리들이 담겨 있다. 말로만 무사도 타령을 하는 정의와 한참 거리가 있는 마쓰다이라 노부토키 같은 빌런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그 대척에는 나이토 마사아쓰 같이 약자들의 편에 서기를 주저히지 않는 그런 인사들도 무시로 출현한다. 20년만 일찍 태어났다면 일본 천하를 제패했을 지도 모른다는 도쿠간류 다테 마사무네의 후손도 자신의 영지(센다이)인 무쓰를 무시하는 처사를 남발하는 노부토키에 대항해서 마사아쓰를 지원하기도 한다.

 

평민 출신으로 나이토 마사아쓰와 알콩달콩 로맨스를 연출하는 오사키의 순애보도 쩌릿하다. 갖가지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마사아쓰, 단조 그리고 오사키들이 서로 상처를 보듬으면서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하고 좌절하다가 결국에는 미션 완수에 성공하는 것으로 소설은 매조지된다.

 


코믹한 분위기로 연출된 영화는 인기가 있었는지 후속작도 나왔다고 한다. 원래 시나리오를 겨냥해서 쓰인 소설이라 그런지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끝내준다. 올해는 연초부터 일본 작가들의 책만 냅다 읽고 있다. <중판출래> 7권에 이어 에도시대를 다룬 소설이 2권 그리고 지금은 <샤바케>를 읽고 있다. 임인년 새해 출발이 예상보다 좋구나.



정말 오래 전에 오사카 지하상가의 동구리  공화국인가에서 산 토토로 열쇠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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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1 17: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무라이하면 저는 추신구라? 가 너무 강렬해서요. 코믹과 순애보라니 뭔가 ㅎㅎㅎ 토토로 열쇠고리 넘 좋아요. 저도 아주 오래전 아이가 원피스 피규어 고르는 동안 덩달아 산 토토로 인형 작은 거 갖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2-01-11 17:54   좋아요 1 | URL
네 맞습니다 -
츄신구라의 스토리가 아주 강렬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이 소설에서도
박살난 아코 번에 대한 전례가
언급되더라구요.

그렇게 되지 않게 위해서라도
달리자!가 모토가 아닐까 싶습
니다 ^^

바람돌이 2022-01-11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뇌물은 과자로처럼 이번에도 산킨코타이를 소재로 한 책이네요. 이거 역사책에서 읽을 때는 그냥 에도막부의 중앙집권화정책정도로만 읽었는데 역시 사람의 일로 읽으면 온갖 얘기들이 생기네요. 이 책이랑 뇌물은 과자로 둘다 재밌을거같아요. 찜해 뒀다가 기분이 꿀꿀하지는 날 읽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레삭매냐 2022-01-12 09:24   좋아요 0 | URL
시대물로 아주 흥미진진한 요소들을
모두 담고 있는 그런 수작이라고 생
각합니다.

산킨코타이라는 에도막부의 지방
견제 정책부터 시작해서, 막부 로주
들의 권력투쟁 그리고 닌자 +
대환장 칼싸움까지 -

또 읽는 재미까지 있어서 독서 슬럼
프에 읽으면 제격이지 싶습니다.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 낭만픽션 5
하타케나카 메구미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흡입력이 강한 소설을 좋아한다. 게다가 그 소설이 역사소설이라고 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신년 들어 만나게 된 하타케나카 메구미 작가의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가 그 범주에 드는 그런 책이었다.

 

1823년 경인가, 그야말로 약육강식의 센고쿠 전란시대를 끝낸 에도 막부의 태평성대가 이어지고 있던 시대다.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창시한 에도 막부는 다시는 그런 전란의 시대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에도에 웅거한 쇼군을 중심으로 한 막번체제를 만들어냈다. 전국의 265개 번을 강력하게 틀어쥐고 유교식 봉건시스템을 가동했다. 지방의 유력 다이묘들이 할거하지 못하도록, 참근교대(산킨코우타이)를 실시해서 1년은 자신의 지방 영지에서 그리고 다른 1년은 교대로 에도에서 쇼군에게 봉사한다는 것이다. 말이 참근교대지 사실은 정실부인과 자식들을 에도의 인질로 삼고 딴 생각하지 말라는 거다.

 

지방 다이묘가 2년에 한 번은 에도에 살아야 했기 때문에 에도 번저가 필요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수도에서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비용이 더 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에도 번저에서 주군을 수행하고, 다른 번들과의 갈등 조정 그리고 수도에서 벌어지는 소식들을 다루는 임무를 맡은 이들을 루스이야쿠라고 불렀다. 여기까지 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다타라기 번의 신임 루스이야쿠 마노 신노스케가 등장할 차례다.

 

마노 신노스케의 전임자는 다름 아닌 자신의 친형이었다. 형은 자결로 삶을 마감했다. 물론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다.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없이 태평성대처럼 보이지만 각종 암투가 벌어지는 에도를 배경으로 한편의 드라마가 상영될 준비를 마쳤다.

 

막부 말기까지 끗발을 날리게 되는 조슈 번과 달리 다타라기 번 같이 가난한 번들도 다수 존재했다. 다타라기 번 같이 가난한 번들에게 참근교대보다 더 무서운 게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막부에서 명하는 도우미 공사였다. 지난번에도 5천냥 짜리 공사를 맡게 되어 그렇지 않아도 재정이 어려운 번은 빚을 내어 가까스로 위기를 넘기게 되었다. 다시 한 번 이런 무리한 공사가 다타라기 번에 떨어지게 된다면 번은 그야말로 공중분해될 위기다.

 

신노스케가 루스이야쿠 조합에서 선배 이사라키 등에게 이런 사정을 배워 가는 동안, 그들이 요정에서 번의 귀중한 재정을 낭비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도 동시에 존재했다. 다타라기 번의 가로는 이런 불의의 사태를 막기 위해 로비 자금의 증액을 요청하는 신노스케의 부탁을 일언지하에 거절한다. 이미 다타라기 번은 충분히 무리하고 있다며. 결국 자신의 상관에게 칼을 뽑아들 정도로 극단으로 대치하게 되지만, 때마침 등장한 주군 휴가 태수의 중재로 위기를 모면한다. 이 정도의 하극상이라면 그쪽 사람들이 좋아하는 할복이라도 할 판이었다.

 

돈 없는 가난한 루스이야쿠인 마노 신노스케의 고군분투기를 눈물 없이는 못 볼 정도다. 에도 막정에 관계된 인사들에게 그야말로 돈을 물쓰듯이 쓰는 부유한 번들은 사전에 정보를 취득해서 인맥을 동원한 로비활동으로 예의 도우미 공사들을 요리조리 잘도 피해나간다.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다타라기 같은 번들만 죽어나가는 형세다.

 

루스이야쿠 신노스케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채널을 동원해서 눈앞에 닥친 인바누마 연못 공사 때문에 벌어질 수도 있는 폐번의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임자이자 형님인 센타로는 신노스케보다 검술이나 능력이 뛰어났지만, 번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좌절한 나머지 자결했던 것이다. 비슷한 처지의 동료 루스이야쿠였던 이리에 씨가 결국 탈번하고 정혼했던 그의 딸 지호와의 파국도 한몫했다.

 

하타케나카 메구미 작가는 겉보기에는 아무런 걱정 없는 태평성대가 이어지는 에도 시대라는 배경에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직조해낸다. 막부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6명의 로주들의 눈 밖에 나는 순간, 잘 나가던 번들도 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무가 출신 사무라이들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번을 반납하게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노파심에 신노스케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때로는 무리까지 해가면서 다타라기 번의 존속을 위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신노스케는 루스이야쿠 조합 말고도, ‘감로의 모임에도 가입해서 유력자들과의 인맥형성도 도모한다. 누이동생이 만든 고구마 과자나 감 과자로 포인트를 얻기도 하는 신노스케. 비록 신입이기는 하지만, 발군의 실력과 판단력으로 막대한 비용이 소요될 인바누마 연못공사에서 모든 번을 탈출시킨다는 프로젝트를 주도하게 된다. 위험하긴 하지만, 한 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계획이었다.

 

자신이 속한 야나기노마 조합에서 이미 이와사키와 도다는 이미 도우미 공사에서 빠지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것저것 다 싫다고 뛰쳐 나간 오카케 외의 나머지 세 개 번을 구하기 위해 유력자의 방계라는 도기쿠가 요구한 8개의 사상 과자를 구해야 한다. 이건 마치 미션이 끝없이 이어지는 게임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신입 루스이야쿠 마노 신노스케가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그만큼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드라마 <미생>에서 이제 막 입사한 장그래가 회사의 쓸만한 인재로 성장해 나가는 장면이 연상됐다. 과연 신노스케의 주군 휴가 태수는 도기쿠 씨가 원하는 마지막 피스인 양갱이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일국의 운명이 양갱이에 달려 있다.

 

한편, 이 작품을 통해 전후 일본 정치의 어두운 단면이 된 정보를 독점한 유력 인사들이 요정에 모여 중요한 사안들을 쥐락펴락하는 요정 정치의 근원을 엿볼 수도 있었다. 못된 것은 굳이 가르쳐 주지 않아도 배운다고, 우리나라에서도 예전에 그런 방식의 요정 정치가 횡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소설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는 상당히 흥미진진한 부분들이 많은 그런 재밌는 소설이었다. 에도 시대의 풍습, 에도 막부의 이중적 지배구조, 무리한 도우미 공사, 신입 루스이야쿠의 고군분투, 지금도 인기 있는 화과자에 대한 이야기 등등... 개인적으로 이런 화려한 전개에도 불구하고, 마무리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명랑만화적인 요소를 지닌 소설이다 보니, 마노 신노스케가 모든 미션에 실패하고 책임을 통절한 나머지 형님 센타로처럼 배를 가르고 죽는다는 건 무리였겠지. 왠지 후속작을 염두에 둔 결말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연초에 아주 흥미로운 책을 만났다.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에서 다시 백 년 전 쯤으로 돌아간 <굴하지 말고 달려라>는 이미 읽기 시작했다. 다음에는 다시 하타케나카 메구미의 <샤바케>가 대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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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10 1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바케의 작가네요. 저 예전에 샤바케 진짜 킬킬거리면서 읽었는데요.
이 책은 또 샤바케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인듯하네요. 이 작가 책이라면 당연히 좋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레삭매냐님 덕분에 좋아하던 작가의 나온지도 몰랐던 책을 또 업어갑니다. ^^

레삭매냐 2022-01-10 13:54   좋아요 0 | URL
너무 재밌어서 주말 내내 읽
었네요.

지금은 <굴하지 말고 달려라>
읽고 있는데 또 재밌네요 :>
영화도 있다는데 구해서 보려
고 합니다.

<샤바케> 곧 도전합니다.

Forgettable. 2022-01-10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샤바케도 재미있고 음양사도 재미있어요. 이 책보다 조금 더 가볍습니다. 배경묘사가 좀 덜해서 그런 느낌이지만 내용은 좋아요.

레삭매냐 2022-01-10 14:18   좋아요 0 | URL
도바시 아키히로의 코미디
<굴하지 말고 달려라> 다
읽은 다음에 바로 <샤바케>
읽겠습니다.

연초부터 일본 작가들의 책
들을 잇달아 읽게 되네요.
추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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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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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중판출래>가 어느덧 12권까지 나왔다. 놀랍군! 이게 읽지 않고 버팅기다가 몰아서 한 방에 보는 재미가 있군 그래. 일본 소설이나 만화를 보면서 항상 이름이 잘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2년 전엔가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을 적에도 그랬었는데. 듣고 돌아서면 바로 잊어버린다.

 

여튼 코토칸 <바이브스> 소속 쿠로사와 코코로의 이번 도전은 웹 코믹 매거진이다. 이제 전자책과 오디오북 그리고 웹툰은 더 이상 미래가 아닌 현재가 되었다. 물론 나같은 올드스쿨 스타일은 여전히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아무래도 책읽기에는 책의 소장과 읽기의 두 가지 면을 모두 충족시켜야 하는 게 아닐까? 물론 전자책으로 읽기는 가능하지만 소장의 미덕은... 암튼 뭐 그렇다.

 

만화도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종이책으로 보지 않게 된 것 같다. 이제는 웹툰이 대세가 아닌가. 역시나 빨리 생산하고 소비하는 삶의 스타일이 아무래도 웹툰에 더 맞지 않나 싶기도 하다. 예전에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화를 그리던 친구 병준이는 요즘 어떻게 만화를 그리는지 아니 지금도 만화를 그리고 있는지 살짝 궁금해졌다.

 

예전에 비슷한 <Flow>를 런치했다가 망하는 바람에 일과 가정 모두를 잃을 뻔하고 다른 사람으로 거듭난 야스이 씨의 주도로 <바이브스>는 대대적인 리뉴얼 모드에 들어간다. 어떤 장르의 만화도 받아들이고, 연재 만화잡지에 꼭 필요한 신예 작가 발굴을 위한 야심찬 기획이 아닐 수 없다.

 


<바이브스> 집단지성과 야스이의 탁월한 기획 그리고 새끼곰 쿠로사와의 저돌적인 추진력으로 새로 런치된 웹진은 대박을 친다. PV 수가 높은 탑 3위의 작품은 편집자를 붙여 단행본으로도 만들어 준다고 했던가. 여기서 한 번 등장한 캐릭은 다시 등장한다는 연재만화의 특성이 다시 발휘된다.

 

예전에 등장했다가 야스이 씨에게 매운맛을 보고 만화계의 일선으로 물러난 아가리에 키누의 재등장이다. 얍삽이 야스이는 원래 취지와 달리 TOP 1-3위의 작품은 자신이 맡겠다고 선언한다. 랭킹 수위를 달리던 아가리에는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미 만화 업계의 쓴맛을 야스이를 통해 톡톡히 보지 않았던가. 물론 신예 만화가를 단련해서 성공시키고 소위 팔리는 만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그의 생각도 틀리진 않았다. 다만, 작가를 너무 소모품으로만 보는 그런 정신이 글러 먹었다는 거다. 그리고 보니 요즘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죄다 그 모양이 아닌가. 노동자를 사람으로 보지 않고, 마치 쓰고 버리는 그런 소모품 마냥.

 


어쨌든 우리의 쿠로사와는 이번엔 그래도 야스이에게 슈킹당하지 않고, 정면돌파해서 마침내 아가리에의 편집자가 되는데 성공한다. 그렇지, 이거야말로 명랑만화의 전형이 아닌가. 주인공 앞에 갖은 난제가 쌓이지만 노력이든 운빨이든 동원해서 마침내 난국을 돌파해낸다는. 어떻게 보면 고리타분한 전통적인 서사지만 이 맛이지. 나쁜 놈들만 성공하면 세상이 너무 뻔하니깐. 아니 이건 만화에서나 가능한 판타지려나. 이번에도 그럭저럭 핸피엔딩. 아마 마츠다 나오코 작가가 연재를 더 해먹고 싶어서 또다른 이야기를 위해 배치한 장치가 아닐까 싶다. , 무궁무진한 스토리여!

 

고렇게 전반전을 마치고 다음에는 <피브 전이>의 작가 나카타 하쿠의 삶이 전개된다. 잘 나가던 하쿠는 언제부터인가 매너리즘에 빠진다. 누구보다 그런 움직임에 민감한 와다 편집장이 담당편집자인 쿠로사와를 불러 한 소리한다. 꼰대스러운 지적이긴 하지만, 편집자가 완성된 원고를 인쇄소에 전달해 주는 그런 사람은 아니니까 말이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아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된 캐릭터가 바로 나카타 하쿠다. 그에게 만화는 유일한 출구였다. 그 덕분(?)에 그는 천재적인 역량을 발휘해서 그야말로 끝없이 쏟아지는 영감과 콘티를 짤 수 있게 되었지만, 인간에 대한 몰이해가 결국 그의 발목을 잡게 된 것이다. 타인과의 소통은 거의 불가하다. 요즘 말하는 소시오패스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우리의 새끼곰 쿠로사와 편집자의 역할은 그에게서 멋들어진 원고를 받아내는 것 뿐만 아니라, 그가 정상적인 인간이 되어 사회에 정착시키는 그런 임무도 맡게 됐다. 자신의 문제를 골똘히 돌아보던 하쿠는 결국 자신이 그렇게 원치 않았던 아버지를 만날 결심을 하고, 쿠로사와에게 동행을 요청한다. 이유는 일이기 때문이라나. 슈퍼 오지라퍼 쿠로사와가 도쿄에서 멀리 간사이까지 가는 이 여정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 과연 하쿠는 이런 자신의 슬럼프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다음 편을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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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1-06 09: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이게 만화였군요. 웹툰이 진짜 대세지만 그럼에도 저는 만화는 더더더 한장씩 손으로 넘기며 보는게 좋아요. 왠지 웹툰은 건성으로 건너뛰어가면서 보게 된달까요?
일본 이름 진짜 안 외워진다는데 저도 한표 보탭니다. ^^

레삭매냐 2022-01-06 13:19   좋아요 1 | URL
네 아무래도 웹툰은 그렇지요.

<중판출래>에서도 웹툰 한 권은
5분만에 본다고 했던 것 같더라구요...

이름이 헷갈려서 그냥 휙휙 넘긴
답니다 헷

유부만두 2022-01-06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3권도 작년에 나왔어요. 종이책으로 모아놓으니 뿌듯… 안하고요, 부담이에요. 그런데 만화는 전자책이 좀 나중에 나오기 때문에 조급증에 전 늘…ㅠ ㅠ

레삭매냐 2022-01-06 13:20   좋아요 1 | URL
저도 예전에 즐겨 보던 만화 다
사거나 했던 것 같은데... 뿌듯-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도쇼깡에 13권은 아직 수급이
되지 않았더라구요 - 비치될
때까지 기달려 보렵니다.

라로 2022-01-06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거 드라마로 봤는데 넘 재밌었어요!! 또 보고 싶어요!!!
고쿠마 역을 맡은 배우는 (제가 만화는 안 봤지만;;)
작가가 의도한 배역을 뛰어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몰입하게 만들던데요.
만화책 언젠가 읽으려고 보관함에 담아놓기만,, 그런데 절 또 건드리시네요.^^;;;

레삭매냐 2022-01-07 09:08   좋아요 0 | URL
전 일단 드라마의 초반부는
봤습니다.

쿠로사와 군이 청소부로 변신
한 회장님을 엎어 메치는...
근데 어느 일본 광고에서 패
러디를 한 거 같더라구요 ^^

제가 1권부터 만화를 본 게
아니라 헷
이제 도라마 타임 ~
 
중쇄를 찍자 11
마츠다 나오코 지음, 주원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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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만화나 시리즈의 특성은 바로 캐릭터의 활용에 있지 않을까 싶다. <중판출래> 11권 첫 번째 주인공은 코토칸 <바이브스>의 에이스 타카하타 잇센 작가다.

 

모두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말을 작가는 하고 싶었던 걸까? 전 애인이었던 린네 씨가 떠난 다음, 타카하타는 조용하게 만화 창작에 전념하던 중이었다. 그러다 그의 심장에 파문이 이는 발생했으니, 자신의 역작 <츠노히메사마>의 연극 무대에서 선 배우 미츠키 와카가 타카하타의 작업실에 방문한 것이다.

 

보조MC로 출연하던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반강제로 하차하게 된 미츠키는 타카하타에게 인간적 조언을 구하고, 그 둘의 사진이 파파라치들에게 찍힌다. 세상 태평한 타카하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이제 막 배우의 세계에 진입한 미츠키에게는 치명적인 스캔들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

 

뭐 에피소드는 그럭저럭 좋은 방식으로 마무리되는데, 타인의 사생활에 집착하는 갓차 미디어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아닐 수 없다. 다시 한 번 마츠다 나오코 작가의 주제 의식에 감탄할 수가 있었다.

 

다음은 연재가 중단된 <애니멀 정션>의 작가 후카와 유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에피소드의 이면에는 전통적 양면 방식으로 구성된 양면 종이책에서 간편하게 휴대폰으로 스크롤해서 내려 볼 수 있는 전자책으로의 이행에 대한 부분도 다루고 있다.

 

여전히 올드 스쿨타입의 독자는 전자책은 멀리하고 대신 종이책만을 고집하고 있다. 책쟁이로서의 보수적 성향 때문일까. 아무리 전자책이 편리하다고 하더라도, 종이책이 주는 그런 질감이나 물성을 대신할 수 없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내게는 여전히 먼 당신일 수밖에 없는 게 바로 전자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연재 중단으로 후속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작가 후카와 유의 편집담당자는 기존의 쿠로사와의 라멘 동지인 미부 씨에서 쿠로사와로 바뀐다. 연재 중단으로 실의에 빠져 있던 후카와 씨에게 기회가 왔으니 바로 전자책으로 1권이 무료 서비스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된 것이다.

 

우리로 치면 작년 브브걸의 <롤린> 같은 역주행 신화라고나 할까? 일본과 같은 만화 시장의 부재와 새로운 작가 개발이 거의 정체되다시피한 우리로서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아닐까 싶다.

 

쿠로사와가 내뿜는 건강한 에너지를 듬뿍 받아 기존의 반항기 넘치는 불량소녀 이미지를 벗고 편집자로서의 꿈을 꾸게 된 아유의 귀환도 명랑만화의 흐름에 편승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피브 전이>의 나카타 하쿠도 아주 미세하게나마 인간 세계에 조금씩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창작은 결국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일 수밖에 없다. 편집자의 역량은 창작자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1에서 10으로, 10에서 100으로 튀기는 역할이다. 다만 무(0)에서 1로 넘어가는 과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그것과 차원이 다르다는 점이다. 그리고 만화에서도 보여지듯이, 팬들의 지지와 응원이 창작자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도. 다만 그 힘과 에너지가 창작자에게 전용되어 어긋나게 되면 서로 마이너스가 되지나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더불어 삐딱선을 타던 아유가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고,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도 명랑만화다운 설정이 아닌가 싶다. 그 시절이 되짚어 보면, 꿈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무언가 자극과 길라잡이가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 그저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에 가야 한다는 채찍질만으로는 꿈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모든 것을 만화에 걸고 전력투구하는 <중쇄출래>에 등장하는 신예 만화가들처럼 자신이 정말로 원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하는데, 그 시절에는 그걸 미처 몰랐던 게 진짜 문제가 아니었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아니 어쩌면 우리네 인생은 평생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찾는 그런 과정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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