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좀 빌려줄래? - 멈출 수 없는 책 읽기의 즐거움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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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그런가? 왠지 그래픽 노블들은 돈 주고 사서 읽는 게 그렇다. 그래서 주로 도서관을 이용하곤 하는데... 사실 이 책도 중고서점에 나와 있길래 살까하고 가서 들여다 보고 도서관을 이용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도서관들이 그래픽 노블 수급이 인색해서, 희망도서로 신청하면 까이는 게 보통이다. 다른 이유는 단지 만화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치과의사를 하면서 밤에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한다는(정말 대단하신 분이 아닌가!) 그랜트 스나이더의 그림들은 사실 그동안 인스타그램에서 수없이 봐왔다. 그전에는 작가가 누군지 몰랐는데, 이번에 그의 그림들을 보면서 이 작가였구나 하고 알게 됐다.

 

작가는 책 좀 읽고 책에 돈 좀 쓴다하는 책쟁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을 해봤을 만한 그런 경험들을 한 페이지에 담길만한 분량으로 생산해낸다. 다만 아무래도 외국 작가다 보니 우리네 그것과는 좀 차이가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에는 독서 인구가 우리가 비교할 바가 안된다. 공공도서관부터 시작해서, 책 억세스가 아주 다양하다. 물론 미국 역시 아마존 같은 공룡 책방들이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면서 동네 서점들이 많이 문을 닫게 되긴 했지만, 그리고 보니 큰 오프라인 서점은 <보더스>도 오래 전에 망했다지, 동네서점들도 나름 선전하고 있다. 아마 동네서점이 단순하게 책을 파는 공간을 너머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현지 사정에 대해 잘 모르니 그저 짐작할 뿐이다.

 


하도 이 책 저 책 읽다 보니, 항상 책갈피가 모자란다. 어떤 사람들은 돈도 책갈피로 쓰는 모양이다. 램프의 요정에서 산 책이 돈이 끼어 있던 적도 있었다. 놀랍지 않은가. 매입하면서 검수하는 양반도 책 내부를 제대로 살펴 보지 못한 것 같다. 얼마 전에, 내가 책 팔러 갔을 때 만난 양반이었다면 바로 잡아냈을 텐데.

 

집에 코팅기가 있어서, 그 코팅기를 돌려서 책갈피를 코팅하려고 했는데 내가 아끼는 책갈피에 누군가 마구 낙서질을 해서 허탈해 한 적도 있다. 책에 얽힌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지 않을까 싶다. 책을 사 모으다 보면, 다른 이들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는 장면에서는 우리 달궁 독서 모임의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했다. 그 분의 옆지기는 더 이상 책을 사들이면 소장 중인 책을 모두 불싸질러 버리겠다는 무시무시한 협박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와이프가 손에 칼을 들고...

 

사람이 고지식해서 그런진 몰라도 또 연체는 또 못 참지 내가. 공공재라고 할 수 있는 도서관 책을 나만 독식할 수는 없으니 가능하면 21일 동안 빨랑 책을 읽고 반납하려고 노력하지만 결심과 나의 행동은 항상 반대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빌렸다가 읽지 못하고 노심초사하다가 결국 마감에 못 이겨 반납한 적이 어디 한 두 번이던가.

 


책에 대한 고민들을 다룬 부분들에 대해서는 상당 부분 공감할 수 있었지만, 아무래도 작가의 근처에도 가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보니 거진 반을 할애하는 글쓰기에 대한 컨텐츠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공감이 떨어졌다. 계속해서 책탑의 높이가 올라가지만, 여전히 책이 아무래도 더 필요하다는 생각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이다.

 

procrastinate (프로크래스티네이트) 미적거리기

미국 작가가 쓴 글이다 보니 곳곳에 모르는 단어들이 마구 출몰한다. 그 중에서도 이 단어는 정말 처음 단어라 한 번 기록으로 남겨 보고자 한다. 어디에서 나온 지는 까먹어 버렸지만.

 

현존하는 책들 뿐 아니라 아직 쓰이지 않은 혹은 우리나라에 번역되지 않은 멋진 책들을 만나게 되는 미래를 기대해 본다. 119쪽에 보니 완벽이란 세상에 없는 것이라고 한다. 맞는 말인지 아닌지 아리송하긴 하지만 왠지 멋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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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2-20 13: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전 손코팅. 좀 우굴거립니다 ㅋㅋ예전 오빠방 책 사이에서 비상금 찾아낸 생각나는군요. 언니랑 둘이 떡볶이 사먹었는데 말이죠.

레삭매냐 2022-02-20 13:39   좋아요 1 | URL
아 고 떡볶이 넘 맛나셨겠어요
ㅋㅋㅋ 아 씐나 -

새파랑 2022-02-20 1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구매해서 재미있게 읽었는데 약간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ㅎㅎ 그리고 두번 읽을것 같지 않아어 팔았다는 😅 이 책 다읽고나니 공감가는 부분도 많고 책에 대한 애정이 생기더라구요 ^^

레삭매냐 2022-02-20 13:40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이거다 싶은 책들은
마구잡이로 사들였었는데...

책짬이 늘면서 가능하면 꼭
소장할 책만 사게 되더라구요.

헌책방에서 일단 보고 사서
볼 만한 책은 아이다 판단하
고 어제 빌려다 읽었답니다.
재밌긴 했어요.

구단씨 2022-02-20 14: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 지금 읽고 있는데요.
공감되는 것도 있고. 저랑 전혀 다른 것도 있고. 그러네요.
저는 아무래도 애서가는 아닌 듯해요. ^^

레삭매냐 2022-02-20 16:42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어떤 부분은 격렬
하게 공감하다가도 또 어떤
부분은 어 이건 나랑 다른데
싶더라구요.

레알 책쟁이는 책 자체보다
컨텐츠에 집중해야 하는데
저는 아직 멀은 것 같습니다.

coolcat329 2022-02-20 2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도서관에서 읽었어요.
작가가 치과의사였군요! 대단하네요.
책 속의 돈! 왜 제가 다 좋은지요.ㅋㅋ
책을 사랑하고 책에 중독된 사람들을 보는 건 늘 웃음을 짓게하고 삶을 더욱 사랑하게 만듭니다.

레삭매냐 2022-02-21 11:15   좋아요 1 | URL
책 속의 돈을 슈킹하야 또
책을 샀다는 건 안 비밀
이라고 합니다.

독서중독자들의 세계는
참으로 신비하고 유쾌하지효.

라로 2022-02-21 11: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사람 그림은 오래 못 보는,, 그림이,,, 아직 그 이유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책 이후로 인스타도 안 보게 되네요.. ^^;;
저는 도서관 책을 잘 안 빌리고 책을 사버리는 이유는 연체를 주로 하기 떄문에
미안하고 그러니까 그냥 내가 사자,, 뭐 그런;;; 속이 편해요,,
여기 연체등 제도가 잘 되어 있어도요. 책도 많이 안 읽지만;;; (갑자기 부끄럽다..)

레삭매냐 2022-02-21 11:18   좋아요 1 | URL
세상의 별처럼 많은 작가들처럼
독자들의 취향도 다양하다고 생
각합니다. 라로님의 취향을 존중
하는 바입니다.

뭐랄까, 도서관 책을 빌리면 시간
이 째깍째깍 가니 자신을 재촉하
게 맹글어 주니 다급하게 읽게...

가급적이면 한 번 읽을 만한 책들
은 도쇼깡에서 빌려 읽는 것으로.

그레이스 2022-02-2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안읽고 그대로 반납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때로는 너무 좋아서 몇페이지 읽다가 덮고 반납합니다. 사서 읽으려구요^^ 제 책 페이지마다 감동을 남겨야 하니까...^^

레삭매냐 2022-02-21 11:25   좋아요 2 | URL
전 그게 바로 문제랍니다 -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너무 재밌
어서 사려고 하면, 아니 다 읽은
책인데 뭘 사니 이렇게 되더라구요.

흠, 그레이스님이 그렇게 하시는
게 아주, 충분히, 매우 이해가 됩
니다.

예전에는 참 책을 깨끗하게 읽었
는데 언제부터인가 연필로 좍좍
그어 가면서 읽게 되었죠. 그런 거죠.
 
만화가의 여행 - 모로코, 프랑스, 스페인 스케치 여행기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크레이그 톰슨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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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얄라얄라님 덕분에 알게 되서 읽게 된 책입니다.]


9년 전, 처음으로 캄보디아로 패키지 여행을 갔었다. 그전에 여행은 모두 철저한 나홀로 솔로여행들이었다. 패키지 여행은 편했고, 숙소들은 만족스러웠다. 고생이 없으니, 곧 권태가 밀려 오더라. 동행 덕분에 외롭지 않아 좋았던가. 가이드 아저씨는 우리에게 곧 며칠 동안 원딸라의 환청이 들려오게 될 거라고 경고해 주셨다. 그리고 앙코르 와트를 비롯한 곳곳에서 그 말이 무엇인지 곧 깨닫게 됐다. 아 그리고 입국 절차하면서 세관원의 노골적인 뇌물 요구에 아주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결국 그들에게 1달러도 주지 않았다.

 

미국 미시건 출신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의 모로코 여행기에서 비슷한 추체험을 할 수가 있었다. 기독교 근본가정에서 자란 저자는 어려서부터 기독교 근본주의자 부모님들 덕분(?)에 일체의 미디어는 검열을 받았다고 한다. 허락된 음악은 기독교 가스펠 정도라고 했던가. 다른 나라도 아니고, 자유의 땅 미국에서 그런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이 좀 믿을 수가 없었다.

 

크레이그 톰슨은 관광객의 나라 미국인답게 프랑스로 건너가 숱한 싸인회에서 그야말로 팔이 떨어질 정도로 그림을 그리고 싸인을 해댄다. 만화 그리기가 마냥 창작의 활동만은 아니라는 점을 느낄 수가 있었다. 결국 만화가도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는 자신이 출판사를 통해 발표한 만화책들이 잘 팔려야 하는 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에 알려야 하고, 또 지금으로부터 18년 전에는 너튜브나 SNS가 그 지금처럼 위력을 발휘하기 전이니 발바닥에 땀이 나게 열심히 뛰어야 했으리라. 지금은... 그 시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용이할 지도 모르겠다. 뭐 아닐 수도 있겠고.

 


옛 연인으로부터 실연당한 그녀를 잊지 못하면서 모로코의 마라케시와 동쪽의 사막 언저리, 항구도시 에사우이라 그리고 고도 페스를 여행한다. 포스트비건을 자처하는 크레이그 톰슨은 먹거리에는 자유로운 편이다. 무대포 미국인 여행자와 달리 현지인들과의 교류를 희망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1세계 시민다운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 주기도 한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그런 편이 더 솔직하게 다가온다. 인간과 짐승의 배설물로 모코로의 오래된 도시들에서 피혁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장면이 역겹다는 말로 증언한다.

 

정부로부터 인가받지 않은 야매 가이드들의 엉터리 투어부터 시작해서, 관광객들로부터 한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혈안이 된 현지인들에 대한 모습을 저자는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어쩌면 그런 그네들의 모습을 보면, 힐링과 새로운 풍광을 보기 위해 비싼 비용과 시간을 들려 찾은 관광지로 모로코가 적합하지 않다는 느낌이 든다. 사실 이런 편견은 버려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가 않다.

 


결국 언어가 잘 통하는 동료 미국인 혹은 유럽에서 온 관광객들과 서로 마음이 잘 맞는 편이라고 고백하는 장면도 그런 대로 받아들일만 하다. 결국 계급과 인종 그리거 언어의 장벽까지도 뛰어넘을 수 있는 인간 대 인간의 교류는 어디에서나 쉽지 않은 것 같다. 하긴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끼리도 그건 쉽지 않으니까.

 

디지털 카메라의 도움을 받지도 않고, 오로지 현지에서의 스케치 혹은 기억만으로 이런 멋진 여행의 경험을 만화로 그릴 수 있다는 점이 만화가만이 할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싶다. 소심한 성격처럼 자신의 잡담류가 출간된다는 점을 쑥스러워 하기도 하지만 또 이것도 하나의 돈벌이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가 마다할 이유가 1도 없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 여행지는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였는데, 문득 수년 전에 바르셀로나행 비행기표를 알아 보다가 워낙 비싼 가격에 질려 포기한 기억이 난다. 그리고 사실 그렇게 넉넉한 시간도 없었으니까. 그놈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가우디에 대한 찬사는 이제 더 듣기도 그렇더라. 내가 직접 보지 않고 타인의 경험을 통한 간접체험은 이제 그만. 내 팔자에 바르셀로나에 가볼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

 

도서관에 간 김에 크레이그 톰슨의 <하비비>도 빌려 왔는데 그 두께에 놀랐다. 뭔 놈의 그래픽 노블이 이렇게 두껍나 하고 말이다. 오늘 <담요>는 미처 빌려 오지 못했는데, 기회가 된다면 그 작품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참 위키피디아로 저자를 검색해 봤는데 영화배우 뺨치는 프로필 사진이 걸려 있었다.


[뱀다리] 자신도 미국인 관광객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캐다나인 행세를 했다는 고백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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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19 1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의 리뷰로, 저의 얕은 읽기에 숭숭 체 구멍이 뚫렸다는 걸 알겠네요. 근본주의자(?)를 단어 그대로 읽고 넘어갔는데 작가가 미디어 노출을 완전 차단당하고 성장했다니, 그런 내용은 <담요>에 더 있을까요? 제가 사는 지역, 작은 도서관까지 그 어느 곳에도 <담요>는 없더라고요.

레삭매냐 2022-02-19 19:29   좋아요 1 | URL
크레이그 톰슨 프로필은
은 제가 위키피디아를 통해
알게 된 거랍니다.

어떻게 생격 먹은 작가인지
쫌 궁금해져서요.

저도 아직 <담요>는 만나
보지 못했는데 자전적 요소
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입
니다.

저희 도서관에서도 관내열
람만 허용하고 대출은 안된
다고 하네요.

얄라알라 2022-02-19 18: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본문에 동료 만화가가 그려준 크레이그 톰슨의 초상을 보면서, 저는 눈망울이 초롱초롱한 EBS 인형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레삭매냐님께서는 훈남을 보셨군요. 그렇다면 저도 위키피디아로 다시 고고고

레삭매냐 2022-02-19 19:30   좋아요 2 | URL
전형적인 양키(?) 스타일로
아주 멋드러지게 생겼네요...

만화에서 보면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꼬이는데 아마
그런 부분도 일부 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정해 봅니다.

mini74 2022-02-19 18: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있나 검색하니 하비비대신 하비의 혈액순환 이야기 뭐 이런책이 뜨네요 ㅠㅠ저희 동네 도서관은 그래픽노블이 별로 없는 듯 합니다 ㅜㅜ 잘 생겼네요 ㅎㅎㅎ

레삭매냐 2022-02-19 19:31   좋아요 2 | URL
저희 도서관에서도 그래픽 노블
은 일단 대놓고 안사 준답니다.
만화라구요 ^^

제가 몇 차례 희망도서로 신청
했다가 대차게 까여서 이제는
아예 기대도 하지 않는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면 이렇게 들
어와 있더라구요. 도대체 기준
이 무언지...
도서관의 엄숙주의 참 문제입
니다.

얄라알라 2022-02-19 19: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영신님의 ˝엄마들˝을 검색하려 했더니 제가 검색한 도서관에서 176권이 떴어요. ㅎㅎ하비ㅡ이 혈액순환이야기라니....ㅋㅋㅋ 갑자기 즐거워집니다. 그래픽 노블에 유난히 박한 도서관도 있다는 걸 저도 북플하면서 알았어요.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그래픽노블은 아무리 유명하고 수상작품일지라도 도서구입신청하면 다 취소시켜주시더라고요. 이유는 명쾌 ˝그래픽노블이라서˝....담요는 중고로 사서 읽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2-19 19:33   좋아요 2 | URL
저희 도서관에서도 마찬가지
랍니다.

그래픽 노블하면 일단 만화는
절대 안돼지, 뭐 이런 거 같습
니다.

해당 작품의 작품성이나 다루고
있는 주제 등에 대해서는 1도
관심이 없구요. 참...

저도 오늘 차까지 동원해서 멀리
있는 도서관까지 가서 빌려 왔
답니다. 크레이그 톰슨 덕분에
아주 잘 읽고 있습니다.

라로 2022-02-21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담요>만 읽었는데 좋았어요!! 집에 어딘가 있을텐데,, 그건 많이 안 두꺼워요.^^;;
올려주신 책도 찾아봐야겠어요.
저는 작가를 찾아보지 않았는데 함 찾아봐야겠어요,, 어떻게 생긴 것이 잘 생긴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레삭매냐 2022-02-21 14:29   좋아요 0 | URL
<담요>도 땡기네요. 이건 아마
저자의 자전적 썰이 아닐까 조심
스레 추정해 봅니다만.

영문판하고 달라서인진 몰라도
국내판은 장장 592쪽이나 되네
요 ^^

지금 <하비비> 열심히 읽고 있
는데 미국 작가가 이런 작품을
그리고 썼다는 점이 놀랍네요.
아랍 문화에 대해 조사를 많이
했나 보더라구요.

인물 탐색 고고씽 ~

라로 2022-02-21 17:18   좋아요 1 | URL
담요 두꺼워요,,, 다른 책하고 착각했어요. ㅠㅠ
저는 이 담요가 늘 펀홈이랑 헷갈려요.

라로 2022-02-23 18:22   좋아요 1 | URL
아! 저 방금 책나무님께 댓글 달다가 내가 왜 담요의 두께가 얇다고 생각했는지 깨달았어요!! 물론 펀홈이랑 자주 헷갈리는 것도 사실이지만, 제가 담요를 아이패드로 처음 읽었기 때문이에요!!ㅎㅎㅎㅎㅎㅎ 아이패드로 읽은 모든 책은 아무리 길어도 아이패드 두께,,, ㅎㅎㅎㅎㅎㅎㅎ 이제야 속이 시원해요

레삭매냐 2022-02-23 19:38   좋아요 0 | URL
덧글 달아주신 걸 보니,
충분히 그러실 수 있겠지
싶습니다 ^^

소설도 그러한데 그래픽
노블은 더더욱 그러하지
않을까요 ~
 
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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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폰 작가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던 모든 순간에 행복했다. 그리고 몇 년 전에 만난 윌라 캐더의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처럼 엔딩에 가서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사폰 작가처럼 멋진 문장으로 책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고 싶은데, 신은 나에게 그런 능력을 부여해 주시지 않았다. 그래서 안타까울 뿐이다.

 

<바람의 그림자> 후반전에는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는 훌리안 카락스의 숙적 푸메로 경감이 등장해서 수십 년에 걸친 악연의 종결에 나선다. 다니엘 셈페레가 <바람의 그림자>의 비밀과 그 소설의 저자 훌리안 카락스에게 다가갈수록 위험은 폭증된다. 이제는 자신의 목숨과도 기꺼이 바꿀 수 있게 된 베아와의 위태로운 사랑도 지켜내야 한다.

 

도대체 사폰 작가는 이 방대한 이야기의 얼개를 어떻게 시작한 걸까? 미래의 천재작가 훌리안은 결국 사랑하는 페넬로페 알다야와 생이별을 하고 파리로 망명을 떠나게 된다. 아니 그는 페넬로페와 함께 파리로 도주할 계획이었다. 산 가브리엘 학교에서 만난 친구 미켈 몰리에르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훌리안은 한 때 자신의 후원자였던 리카르도 알다야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가 있었다.

 

그는 아마 파리 망명생활이 장장 17년이나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으리라. 그리고 그곳에서 본격적인 작가로서의 활동에 착수한다. 물론 이런 이야기들은 우리의 다니엘과 페르민이 진실이 밝히기 위해 이전투구 끝에 얻어낸 것들이다. 그 와중에 예전에 악연으로 얽힌 푸메로 경감이 페르민을 그야말로 죽기 전까지 구타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바로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지는 가공할 폭력 앞에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 자신에게 다니엘은 그만 좌절한다.

 

그 장면은 다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그네들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스페인 내전 기간 동안, 푸메로가 페르민에게 용접용 토치로 가한 고문의 진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나는 이 지점에서 잠시 스페인 내전에 대해 찾아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2차 세계대전에 앞서 1936717일 모로코에서 반란을 일으킨 파시스트들이 193941일 반란군의 마드리드 점령까지 3년에 걸쳐 벌어진 스페인 내전은 정의가 불의와 부당한 폭력에 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세계만방에 알린 역사적 사건이었다.

 

진실을 밝히겠다는 다니엘의 집요한 추적에 진실의 끄트머리만 살짝 보여준 누리아 몽포르트 여사가 그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그녀가 다니엘에게 담긴 원고를 통해 모든 진실이 백일하에 드러난다. <바람의 그림자>에서 누리에타가 구술하는 방식의 전형적인 액자식 구성을 통해 사폰 작가는 독자들이 도달할 수 없었던 진실의 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내 생각에 사폰은 거의 음악으로 치면 교향곡 작곡가에 비견할 만한 그런 수준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스페인 내전이라는 비극적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작가의 또 다른 페르소나 훌리안 카락스. 사폰은 더블 페르소나로 자신의 한쪽 분식은 카락스에게 그리고 나머지 분신은 다니엘에게 맡긴 게 아니었을까. 이 둘은 서로 쫓고 달아나는 그런 길항적 존재들이었지만 결국에 가서는 서로는 이해하게 된다. 아니 그들은 그럴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푸메로 경감이 훌리안 카락스에게 품고 있던 복수의 정념은 무자비하고 집요했다. 오늘 어느 사설에서 보니 사랑보다 더 강렬한 감정이 바로 복수라고 하더라. 푸메로는 복수의 순간을 위해 수십 년을 참고 기다릴 줄 아는 노련한 사냥꾼이었다. 하지만, 소설의 극적 긴장감을 엔딩까지 유지하기 위해서는 이런 빌런이 반드시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일종의 필요악이라고나 할까.

 

라인 쿠베르라는 미치광이가 출몰해서 훌리안 카락스가 남긴 모든 책을 불태우고 다니기 시작하면서, 그의 책들은 오히려 인기가 치솟았다. 이 또한 사폰 작가가 정교하게 만든 하나의 소설적 장치가 아닐까. 칠레 출신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가 죽은 뒤에 비로소 그의 책들이 인정을 받기 시작한 것처럼, 파리에서의 망명과 결투 그리고 스페인 내전 발발 초창기에 미스터리한 죽음이 그의 책들에 대한 시장 가치를 천정부지로 치솟게 만들어 준 것이다. 내가 절판본 성애자인 것처럼 말이지. 같은 책쟁이로서 110%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마지막의 티비다보 애비뉴에서 벌어지는 엔딩 시퀀스는 정말 이 화려한 미스터리 소설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수십 년에 걸친 복수의 종지부를 필두로 해서, 분노의 혈투 그리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위해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몸을 내던지는 자기희생의 현현까지 문학적 상상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사폰 작가는 그야말로 쥐어짜내는데 성공했다.

 

영화도 아닌 책을 보고 이렇게 감동하기는, 서두에서 언급한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이래 처음이었다. 그냥 감동의 도가니탕이었다. 빌런과의 사투 끝에 잠시 스틱스강을 건넜던 다니엘은 결국 사랑하는 사람들의 응원에 힘입어 부활에 성공한다. 어둡고 칙칙한 분위기로 흐를 수 있는 <바람의 그림자>에서 개그맨 역할을 맡은 페르민의 활약으로 반전된 분위기가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이런 걸 탁월한 균형감각이라 부른다지. 페르민은 하신타를 찾는 과정에서 산타 루이사 보호소의 늙은이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로시이토와 함께 그곳을 찾는다. 그렇지 세상의 모든 약속들은 지켜져야 하는 법이지,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고 해도. 독자가 감동의 도가니탕 속에서 허우적대다가 잊은 것들도 작가는 그냥 허투루 넘기는 법이 없다.

 

마지막 장까지 탐욕스럽게 읽은 뒤, 나는 도대체 어떤 사유와 창작의 과정을 거쳐야 이런 작품이 탄생할 수 있게 되는 건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이 탁월한 작가가 빚어내는 언어의 지옥을 더 이상 읽을 수 없다는 점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졌다. 그러니 그가 남긴 책들을 사냥해서 읽는 수밖에. 바로 <천사의 게임>을 읽기 시작했다.

 

당신이 책쟁이라고 생각한다면, 부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를 읽어볼 것을 간곡하게 권한다. 지에브알. 그리고 롸잇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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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2-10 1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롸잇 나우~~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와 함께 이 책을 담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0 11:29   좋아요 3 | URL
제가 왠지 책팔이가 된
그런 느낌이랄까요 ㅋㅋ

버뜨 강추합니다.

미미 2022-02-10 11: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교향곡 같은 느낌!!!
레삭매냐님 이렇게나 몇번씩 극찬하시니
저도 꼭 읽어볼래요^^*

레삭매냐 2022-02-10 11:30   좋아요 2 | URL
이 소설을 못하는 게 없
는 넷플릭스에서 맹글어
준다면 정말 ~

왜 이제사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고저 후회막급
입니다.

<천사의 게임>도 진도
쑥쑥입니다. 진정 책쟁이
들을 위한 책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coolcat329 2022-02-10 12: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읽어 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0 14:56   좋아요 2 | URL
말이 필요 없습니다, 증맬루.

라로 2022-02-10 17: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읽었는데 하나투 기억 안 나니까 다시 읽어야겠어요, 증맬루.

레삭매냐 2022-02-10 17:14   좋아요 1 | URL
읽고 잊기에 대해 제가 죽을 때
까지 써먹는 구절이 있답니다.

김용 선생의 <의천도룡기>에서
무당파의 두목 장삼봉이 절체절
명의 위기에서 명교 교주 장무기
에게 태극권을 전수하는 장면이
랍니다.

영맨 장무기는 태사부가 알려주
는 초식을 보는 족족 까 먹어버
리죠. 그런데 그것이 까먹은 거
이 아니라 내적 흡수라고나 할까
요.

우리 책쟁이들에게 수없이 읽고
까먹고 또 다시 읽기의 무한반복
이 숙명이라고 생각합니다.

받고, 다시 한 번 고고씽 ~~~
 
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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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천한 나의 독서 추체험에 의하면, 결국 독서라는 행위는 자기구원으로 귀결된다. 책에 파묻혀 사는 우리 고독한 책쟁이들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전 지구적인 행사에도 관심을 두지 않는다. 어제도 읽고, 오늘도 읽으며 내일도 책을 읽을 것이다. 그러다 만나게 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는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는지 깊은 후회를 하게 만들어 주는 그런 책이었다.

 

, <바람의 그림자>를 읽다 말고 자심 짬을 내서 사폰 작가의 데뷔작 <안개의 왕자>를 읽었다. 물론 사폰의 대표작이자 종결에 가까운 <바람의 그림자>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작가의 시원을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효했던 독서였다고 생각한다.

 

시절은 1945, 그들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스페인 내전이 끝나고 공화국을 뒤집어엎은 프랑코 총통이 통치하던 스페인 바르셀로나가 공간적 배경이다. 주인공은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와 함께 셈페레 서점을 운영하는 소년 다니엘 셈페레 마르틴. 아버지는 그를 데리고 잊힌 책들의 묘지로 데려 가서 한 권의 책을 고르라고 주문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책이 바로 작고한 것으로 알려진 훌리안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였다.

 

작가 자신의 어린 시절을 투영한 것으로 보이는 소년은 책을 사랑해 마지않았고, 그렇게 <바람의 그림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훌리안 카락스를 아는 구스타보 바르셀로 아저씨는 그에게 책을 팔라고 하지만, 책과 단단하게 연결된 다니엘이 그 책을 팔 이유는 1도 없다. 소년은 그리고 바르셀로의 조카딸이자 눈이 먼 연상의 여인 클라라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누군가 <바람의 그림자> 책을 노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다니엘. 그리고 소년은 미지의 작가 훌리안 카락스가 바르셀로나에 남긴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이런 다니엘의 카락스 추적이 과연 그의 삶에 어떤 후과를 가져오게 될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말이다.

 

시간은 그로부터 5년이 흘러 1950년이 되었다. 운명은 가혹하기도 하지, 소년은 자신의 생일날 자신의 여신이 피아노 교사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그렇게 소년은 성장통을 겪는다. 그리고 피아노 교사에게 흠씬 두들겨 맞은 소년은 노숙자 페르민 로메로 데 토레스를 만나 잠깐 동안의 구원을 얻는다.

 

소설에서 개그를 담당한 활달한 성격의 페르민은 전쟁 당시의 과거를 가진 오십대 초반의 남자로, 소년과 아버지 셈페레의 호의로 취업한 셈페레 서점에서 책사냥꾼으로 수완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사폰 작가는 정말 우리 책쟁이들이 좋아할 만한 모든 요소들을 자신의 작품에 완벽하게 투영했다. 미스터리한 죽음을 맞이한 작가의 세상에 얼마 남지 않은 책들을 찾아 모두 불살라 버리는 미치광이의 출현부터 시작해서, 이루어지지 않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는 십대 소년의 애달픈 그런 감정들에 대한 절묘한 서사 그리고 곳곳에서 번뜩이는 아름다운 문장들은 정말 황홀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계속해서 밑줄을 죽죽 긋고, 다섯 가지 색의 포스트잇을 붙이고 메모를 해대면서 책을 읽는다.

 

<바람의 그림자>의 본질은 결국 소년에서 남자로 성장해 가는 소년 다니엘 셈페레의 성장에 관한 이야기다. 자신에게 <바람의 그림자>를 넘기라는 얼굴 없는 남자에게 협박을 당하기도 하고, 훌리안 카락스가 남긴 그림자를 추적할수록 소설의 빌런으로 등장하는 싸이코패스 푸메로 경감으로부터 치욕을 당하는 등 숱한 위기를 겪는다. 자신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집안 출신의 베아트리스 아귈라르와의 사랑은 또 어떤가. 어떤 면에서 <바람의 그림자>는 사폰의 데뷔작 <안개의 왕자>에서 보여준 십대 소년들의 완성된 이미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자고로 무언가 완벽해지기 위해서는 사전에 어설픈 그 무엇들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안개의 왕자>를 먼저 읽은 게 아주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의 모든 작품들은 어떤 면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마련이니까.

 

페르민과 협력해서 다니엘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작가 훌리안 카락스의 희미한 흔적을 쫓는다. <바람의 그림자>는 다니엘에게 축복이었을까? 아니면 저주였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바람의 그림자>가 그를 그전과 다른 차원으로 성숙하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 하나는 확실하다. 전쟁이 끝난 뒤, 콜레라로 갑작스럽게 어머니를 잃은 소년은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시달린다. 카락스의 과거를 파헤치며 사람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어쩌면 어머니의 상실이라는 두려움부터 자기구원을 얻지 않았나 싶다.

 

클라라 바르셀로에 대한 풋사랑이 소년에게 트라우마로 작동했다면, 절친 토마스 아귈라르의 누나 베아와의 불같은 사랑은 과연 라틴 청년답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런 와중에도 다니엘은 본업은 훌리안 카락스에 대한 추적을 포기하지 않는다. “잊힌 묘지의 책들에서 카락스의 <바람의 그림자>를 집는 순간, 소년이 감당해야 하는 운명의 수레바퀴는 도저히 멈출 수 없는 무엇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낱같은 단서들을 빌미로 훌리안 카락스를 추적하는 다니엘의 모습에서는 사폰 작가의 유년 시절을, 그리고 어쩌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훌리안 카락스는 성인이 되어서도 용가리와 판타지를 좋아했다는 작가의 페르소나가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독자가 소설의 캐릭터에 자신을 투영한다면, 작가 역시 다른 접근 방식으로 캐릭터들에게 생명을 불어 넣고 움직이게 만들었으리라.

 

사폰 작가가 구사하는 삶과 세상 그리고 인간들의 관계에 대해 깊은 통찰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력적이면서도 수려한 문장(번역의 힘이었을까 과연?)에 나는 그만 반해 버리고 말았다. 놀랍지 않은가 말이다. 책의 곳곳에서 그야말로 빛나는 사폰 작가의 문장에 공감해서 연필로 그어댄 밑줄이 얼마나 되는지 모를 정도다.

 

지금까지가 가벼운 몸풀기였다면, 다음 권에서는 본격적인 서사의 막이 오를 차례다. 예상을 초월하는 내러티브들이 그야말로 폭풍처럼 휘몰아 닥친다. 하나도 버릴 게 없는 문장의 향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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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9 12: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을 이렇게 흥분하게 만든 책이 저는 왜 아무런 감흥이 없었는지 정말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전혀 기억도 안 나고요. 😶

레삭매냐 2022-02-09 14:51   좋아요 3 | URL
외람되지만 근자에 읽은 책
가운데 단연 쵝오의 책이라
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2-09 14:36   좋아요 3 | URL
두 분의 엇갈린 의견으로 독서 의욕 뿜뿜 강렬해집니다~~

초란공 2022-02-09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처음 들어본 작가에요~ 찜하기부터 합니다^^ 기대기대!!

레삭매냐 2022-02-09 17:49   좋아요 2 | URL
너무 너무 재밌는 그런 소설이었습니다.
게다가 감동의 도가니탕 !

모든 책쟁이들에게 소개하고픈 그런
책이었답니다...

mini74 2022-02-09 19: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감동의 도가니라니요 !! 동네 도서관에 있어서 넘 기쁜 ㅎㅎ 내일 오전에 후딱 갔다 오겠습니다 ~

stella.K 2022-02-09 19:11   좋아요 3 | URL
ㅎㅎ 매냐님 덕분에 서재에 다시 한 번 <바람의 그림자> 붐이 일어나겠군요.
매냐님은 저 때문에 잊고 계셨다 언능 찾아 읽기 시작하셨다는데
제가 또 붐을 일으키는 사람은 못 되죠.ㅠㅋㅋ

레삭매냐 2022-02-09 19:39   좋아요 2 | URL
너무 재밌어서 결국 오늘
완독해 버렸습니다.

바로 <천사의 게임> 읽기
시작했고요 - 경하드립니다.

stella.K 2022-02-09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문장 좋더라구요. 저도 밑줄 많이 그었습니다.
저는 아직 2권을 안 읽고 살짝 외도중인데
그 사이 <안개의 왕자>를 읽으셨다닛!
곧 전작을 다 읽으시겠군요.

근데 맞는 것 같긴해요. 지금이 올림픽 기간이지만
아마도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나 볼 것 같아요.
어제 겨우 차준환이 나오는 피겨 쇼트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안 볼 수가 없어서리. 넘 잘 생겼잖아요.ㅎㅎ
그것도 다 본 건 아니고. 7그룹에 속한 선수들 보니까 대단하더군요.
대회 10위 안에 드는 게 목표라는데 메달권은 아닌 것 같아
살짝 아쉽긴하지만 다음 대회에선 메달권에 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ㅋ

레삭매냐 2022-02-09 19:41   좋아요 2 | URL
스텔라케이님을 통해 올림픽
소식을 듣게 되는군요.

전 스포츠는 오직 야구 뿐이
라고 생각하는 닝겡이라 -
게다가 이번에 사폰 작가를
알게 되어 더더욱 다른 데
신경 쓸 틈이 없답니다.

이 냥반, 시인인가라는 생각
이 다 들 정도였습니다.

stella.K 2022-02-09 19:47   좋아요 2 | URL
표지 그림은 문학과 지성사게 낫지 않나 싶어요.
번역자가 같은 걸 보면 본문 그대로 출판사를 갈아 탄
거라고 보는데 맞나 모르겠어요.
약간의 번역투가 보이기는 하는데...

북깨비 2022-02-09 23: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바람의 그림자 1,2권 주문했어요. ㅠㅠ 이번 달은 책 더 안 사려고 했는데 망했어요. 😭

레삭매냐 2022-02-10 09:03   좋아요 2 | URL
후회하시지 않을 선택이라고 믿습니다.

라로 2022-02-10 17: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레삭매냐 2022-02-10 22:43   좋아요 0 | URL
참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책쟁이들의 고전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그런.

leepapggot 2022-02-14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후딱 읽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14 10:44   좋아요 0 | URL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고 굳게 믿습니다.

mini74 2022-03-08 17: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우리 매냐님 ㅎㅎ 항상 새로운 작가와 작품 소개하주시는 ㅎㅎ 당선을 감축드리옵니다 ~~

새파랑 2022-03-08 1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이책을 보관함에 담지 않았군요 ㅋ 바로 담아야 겠습니다 ^^

서니데이 2022-03-08 1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물감 2022-03-08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리뷰당선 축하합니다.
책쟁이들은 예 그렇죠, 저도 올림픽, 월드컵 안봅니다. 뉴스로 결과만 확인할 뿐...

가필드 2022-03-08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

북깨비 2022-03-09 00: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 제 지갑을 열었던 바로 그 리뷰로군요.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독서괭 2022-03-0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당선작 축하드려요~^^

singri 2022-03-09 0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립니다 ^^ 😄

강나루 2022-03-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당선 축하드려요.

오늘 투표하는 거 아시지요^^

thkang1001 2022-03-09 1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러블리땡 2022-03-10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삭메냐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려요^^
 
바퀴벌레
이언 매큐언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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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의 작품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작가들의 작가라는 호칭을 가진 제임스 설터의 소설집에서도 확인한 바가 있다. 정점이 지난 작가가 발표하는 책들이 이전의 작품들만 못하다는 사실을 잇달아 확인하는 것도 독자로서는 안타까울 따름이다. 그 작가가 전작을 하는 작가라면 더더욱.

 

오늘 나의 도마에 오른 작가는 바로 이언 매큐언이다. 워낙 유명한 작가이니 그에 대한 설명은 패스하련다. 사실 지난 작품은 <넛셸>에서도 느꼈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이제 작가로서의 유통기한이 다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지난 작품에서 나의 의신을 사기 시작했다면 이번에는 확신을 주었다.

 

아 간만에 혹평을 하려니 좀 그렇다. 어쨌든 분량도 얼마 되지 않는 책을 읽는데 제법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중에 다른 책들을 읽어서 그런가. 참고로 이 책은 구매하지 않고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다. 사서 읽었다면 후회했을 것 같다. 아니면 곧바로 헌책방에 팔았던가.

 

지난번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명백하게 노대가는 문학적 오마주를 시도한다. 이번에는 프란츠 카프카의 그 유명한 단편인 <변신>이다. 그 작품에서 인간이 아마 벌레로 변신했지. 왜 그런데 하필이면 벌레였을까? 이번에는 우리 인간의 가장 업신여김을 받는 바퀴벌레가 인간이 되어 버렸다. 그것도 영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총리 제임스() 샌스로.

 

문제는 그게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영국이 EU에서 탈퇴한다는 브렉시트 투표를 실시한 즈음이었다. 노대가는 그 때의 결정이 빈곤층과 노년층의 연합이었다고 못 박는다. 당시 세계화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는 그런 파국적인 결정이었다고 언론에서 난리가 났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지금 영국이 망했나? 그건 아니다. 어떤 결정이라고 해서 바로 국가 단위의 조직이 망하지는 않고 서서히 쇠퇴하다가 어느 순간, 국가로서의 경쟁력을 잃고 이류국가가 되는 거겠지.

 

이미 영국이 세계일류국가의 자리를 한 때 자신들의 식민지였던 미국에게 내준 게 제법 되지 않았던가. 부시의 푸들이라는 치욕적인 별명으로 미국의 맹방을 자처하며, 거의 똘마니 수준으로 미국이 창조해낸 세계질서에 협조해온 역사가 그런 점들을 명백하게 보여준다.

 

그런데 노대가는 도대체 이 정치우화소설을 통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을까? 바퀴벌레가 한 나라의 총수가 되어 국가의 미래 운명을 좌지우지할 결정을 내렸다는 말이었을까? 그나마 미국 정치에 대해서는 조금 알지만 민주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의 그것에 대해서는 1도 아는 바가 없다. 그리고 사실 알고 싶지도 않다. 당장 눈앞의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정치 쇼를 관람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사유 체계는 버거우니 말이다.

 

바퀴벌레 총리의 인간 세계 습득과정은 놀라운 지경이다. 다리 여섯 달린 벌레에서 인간이 되는 과정은 상상 이상으로 신속했다. 과연 지구별에 핵폭탄이 떨어져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환경적응력의 문학적 현실화라고나 할까. 순간 너튜브에서 짤로 본 바퀴벌레와 사투를 벌이는 일본 B급 영화 <테라포마스><조의 아파트먼트>가 떠올랐다.

 

프랑스 해안에서 침몰한 어선을 정치적 위기로 비화하는 정치적 기술이나 대서양 바다 건너 동맹국의 수장인 아치 터퍼에 대한 언급도 상당히 유쾌하다. 소설에서 정말 끝장나는 장면 중의 하나는 바로 짐 샌스가 아치 터퍼(국가분열의 상징이 된 어느 코미디언 스타일의 전직 대통령의 희화화)에게 혹시 그쪽도 다리 여섯이냐고 전화로 묻는 장면이 아닐까 싶다. 이렇게 신랄하게 자국의 총리와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을 마음껏 깔 수 있는 노대가의 패기가 부럽기도 했다. ,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별점을 하나 올려야 하나!

 

그런데 소설의 엔딩이 어떻게 되더라. 어쨌든 영국은 브렉시트로 세상에 온갖 종류의 혼돈을 초래했고 결국 유럽연합에서 자발적으로 탈퇴 아니 내쫓겼다. 이건 순전히 내 상상이지만, 유로 공동체가 출범하던 시절부터 유로를 사용하지 않고 자국의 파운드화를 고수하던 시절부터 어쩌면 이런 브렉시트는 예정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섬나라 특유의 고립주의 그런 건 고려의 대상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냥 영국은 처음부터 대륙국가의 일부가 되고 싶지 않았다는 게 나의 추정이다.

 

짐 샌스의 지휘 아래 행해지는 온갖 종류의 정치적 모략도 볼만한 관전 포인트다. 바퀴벌레 총리가 실시하는 모든 종류의 우스꽝스러운 정책과 역방향주의자들이 주도하는 브렉시트를 막기 위한 그나마 제 정신이 박힌 이들의 시도는 카크라치총리의 치졸한 음모로 분쇄된다. 하긴 우린 이미 일 년 전쯤에 부정선거라는 해괴한 논리의 세례를 받은 일단의 극단주의자들이 어느 나라 의사당에서 난동을 부린 장면을 텔레비전 중계로 생생하게 보지 않았던가.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리얼리티의 재현이 아닐 수 없었다.

 

현실세계가 이렇게 소설이나 영화를 능가하는 스펙터클한 재미를 제공해 주니, 우리가 더더욱 책을 멀리하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작가들은 분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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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2-02-08 02: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존슨 영국 총리가 ˝파티˝로 공개 조롱 당하는 영상을 보았던지라 리뷰 마지막 문장에 더욱 공감합니다. 저는 몇 년전(3~4년 전일까요??기억 가물) 북플 선배님들께어 이언 메큐언, 이언 메큐언 하시기에 찾아 읽다가 반했습니다. 그런데 최신간은 예전 명성에 맞지 않는 작품인가 보네요....그래도 일단 이언 메큐언에 충성하는 마음으로 읽어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09   좋아요 2 | URL
전성기의 이언 매큐언은 그야말로
넘사벽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저도 드물게 전작하는 작가 중의
하나랍니다 ^^

오랜 로열티로 그렇게 읽었답니다.

새파랑 2022-02-08 07: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목이 맘에 안들어서 안끌렸던 책인데 레삭매냐님에게는 별로였나보네요 <변신>까지는 아니었나봅니다~!

레삭매냐 2022-02-08 09:10   좋아요 3 | URL
출간 되기 전부터 뭐랄까
느낌이 쎄~하더라는 -

그냥 쉬엄쉬엄 읽으면
좋지 않나 싶습니다.
너무 심각하게는 말고요.

mini74 2022-02-08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고민중이었는데 매냐님 별 두 개 ㅠㅠ 고민을 좀 해봐야겠어요. ㅎㅎ조의 아파트먼트.ㅋㅋㅋ넘 싫어요.

레삭매냐 2022-02-08 19:28   좋아요 1 | URL
분량이 적어서 읽는데 부담
은 없으실 것 같습니다 :>

전 전작하는 작가라 꾸역
꾸역 읽었답니다.
다른 책들이 넘 재밌어서
상대적으로 읽기가 쉽지
않았던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