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렘 셔플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지원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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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들의 광휘가 너무 강렬해서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무래도 3연타석 홈런은 쉽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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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7 16: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3-2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2-03-28 15: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안읽은 책인데 뒤로 밀리고 있어요
😢

레삭매냐 2022-03-28 15:56   좋아요 2 | URL
사 놓구선 바로 읽지 않으면
다시 읽게 되지가 않더라구요...

사면 바로 읽는 것으로 -
과연 가능할 진 미지수지만요 ㅋ

얄라알라 2022-03-30 14:35   좋아요 2 | URL
플친님들 댓글 읽다 보면, 어! 내가 썼나 싶을 정도로 제 마음과 비슷한 마음 담은 문장이 많습니다요.
저도 사 놓고(이건 진짜 읽을 각이다!!!! 받자 마자 읽고 리뷰 올릴 각이다!!) 그냥 꽂아둔 책들이 왜 이리 많아지는지.....

레삭매냐님 말씀처럼 ˝미지수˝입니다 ㅋ 살 때 두 번 생각하는 쪽으로 저는 ㅋ

레삭매냐 2022-03-30 17:19   좋아요 2 | URL
[얄라알라님]
저야말로 그런 책들이 부지기수
천지빼까리라 할 말이 없답니다...

그러면서도 오늘 중고 책방에
내달려 가서 벤야민의 책들을
세 권이나 업어왔지 뭡니까 -

근데 전주인이 아주 비닐로 잘
포장을 해두어서 이십년은 너
끈하게 갈 것 같네요 고마워라~
 
어떻게 지내요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정소영 옮김 / 엘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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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나로 하여금 사유를 많이 하게 만들어 주는 책이야말로 최고의 책이라고 생각한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를 읽으면서 그 어느 때보다 죽음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본 것 같다.

 

친한 회사 동료분의 아버님이 얼마 전에 돌아가셨다. 폐암이 발발하고 나서, 6개월 정도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는데 수년을 버티셨다. 동료의 아내가 코로나에 걸리면서, 상주인 동료는 아버지의 장례에 참석하지 못했다. 팬데믹 시절의 비극이 아닌가. 당연히 문상을 가려고 했지만, 고인의 친척분들이 만류하셔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찾아뵙지 못했다. 마음이 참 그랬다. 나도 이런데, 상주는 오죽했을까.

 

우리 인간은 모두 죽는다. 다만 그 죽음의 시기를 알지 못할 뿐이다. 오는 것은 순서가 있어도 가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말이 참 절절하게 다가온다. 아주 건강하시던 나의 큰아버지도 어느 날 복부 깊숙하게 자리 잡은 암이 발견되시고 한달여 앓으시다가 돌아가셨다. 진단에서 장례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경황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네 삶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보다.

 

시그리드 누네즈 작가의 <어떻게 지내요>에는 암 진단을 받고 투병하다가 결국 의연하게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저널리스트 출신 친구가 등장한다. 그냥 죽음 앞에서 모든 결심들은 소용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우리 인간들의 삶은 불공평할 수밖에 없지만 단 하나, 죽음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어떤 삶을 살았더라도, 결국 존재의 소멸을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운명. 이 책을 읽으면서 난 자꾸만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레플리컨트들이 사투가 떠올랐다. 결국 최강의 전사 로이 배티는 빗속에서 데커드와 싸우다가 조용하게 소멸하지 않던가.

 

누네즈 작가는 죽음을 앞둔 친구라는 대전제를 깔고, 어디서고 들었음직한 다양한 층위의 이야기들을 잔잔한 목소리로 직조해낸다. 그리고 화자인 나에게 마지막 순간을 함께 해줄 것을 부탁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해서 나는 죽음의 동반자로 간택받은 것이다. 친구는 삶이 주는 파괴적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 안락사를 하기로 결정한다. 친구는 알약 하나만 삼켜서 삶을 종결시키면 되지만, 뒤에 남은 나는 온갖 궂을 일들을 도맡아야 한다. 그런데 죽어가는 사람의 그런 간절한 부탁을 거절하기도 그렇다고 해서 번잡한 사무들을 감당할 자신도 없어 보인다. 나로서는.

 

만약 나에게 그런 미션이 주어진다면 나는 소설의 화자처럼 담대하게 그런 요청을 받아들일 것인가? 아무래도 자신이 없다. 기묘하게도 엉터리 대통령을 지지한 남부 연안의 공화당주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보낼 수 없다고 판단한 친구는 대신 뉴잉글랜드의 호젓한 곳을 고른다. 이건 작가가 구사하는 정치적 올바름에 근거한 고도의 유머인가. 하긴 평소에 민주당을 지지하던 이들도 연세가 들어 하도 폭스 텔레비전을 시청하다가 오른쪽으로 갔다는 말이 왜 이렇게 낯설게 들리지 않는지 모르겠다. 파렴치하게 거짓 뉴스를 정치적 목적에 따라 퍼 나르는 대중 매체에 대한 비판으로도 읽힐 수 있는 그런 텍스트가 아닌가 싶다.

 

친구는 이미 소원해진 딸 대신 나를 파트너로 골랐다. 그것 또한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가족에게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신중한 선택이었을까? 아니 그렇다면 간택 받은 나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하루가 다르게 야위어 가는 친구의 모습에서 무슨 할 일이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하고, 또 잘 먹지 못하는 친구와 달리 어떻게든 잘 먹겠다는 의지에 넘치는 나의 모습에서 결국 인간이란 존재는 이기적일 수밖에 없나 싶다. 그런데 화자는 그렇게 친구와 마지막 순간들을 함께 하면서 오래 전에 사라진 우정이 걷잡을 수 없이 다시 생성되는 것을 느끼기도 하지 않던가.

 

<어떻게 지내요>는 불어에서 온 표현으로, 무엇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라는 표현이라고 했던가. 그리고 보니 한동안 지인들에게 최근에 언제 가장 행복했냐고 묻던 시절이 있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언제 행복했는지 나에게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않았다. 행복한 순간에 대해서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내가 만약에 최근에 언제 가장 고통스러웠고 그 이유는 뭐였냐고 물었다면 선의로 시작한 대화가 정상적으로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한다. 사실 상대방의 그런 고민이나 고통에 대해 내가 알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지 않았을까. 아니 그냥 화자처럼 죽어가는 친구의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친구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었을까. 아니 그것조차 친구가 아닌 나를 위한 행동이었을 수도.

 

이야기를 이끌어 가던 화자의 마음에 어느 순간, 찌릿한 동통을 수반한 감정들이 등장한다. 왜 살다가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은가 말이다. 기억의 저편에 꼭꼭 묻어둔 감정들이 갑자기 연쇄적으로 폭발하듯 솟구치는. 그럴 때면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동통들이 물러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더라. 망각의 저편으로 흘러가길 바라는 그런 마음으로.

 

언제나 그렇듯, 모든 존재의 소멸은 슬프고 애잔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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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3-25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유허게 하는 좋은 리뷰 *^^* 저도 언제 가장 행복했는가에 대답하지 못할거 같아요 ㅠㅠ 내가 기억하는 소멸들이 떠올라 슬퍼지네요. 잘 모르는 분이시지만 그래도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레삭매냐 2022-03-25 17:58   좋아요 2 | URL
어떤 책들은 다 읽고 바로
이자뿌는 책이 있는가 하면
두고두고 생각해 주는 그런
책들도 종종 있더라구요.

<어떻게 지내요>는 후자인
것으로.

감사합니다 미니님!

coolcat329 2022-03-25 17:4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 알랑 드롱이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기사 읽고 잠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그냥 지금 하는 일이나 잘하며 운동이나 열심히 하자 하고 스스로 다짐을 했는데 이 책을 보니 또 마음이 가라앉네요.ㅠㅜ
나는 어떻게 죽을까 몇 년전부터 종종 생각하곤 하는데 자연스럽게 이런 책들 찾아 읽고 싶어집니다. 어떤 모녀는 애증의 관계더라구요. 그래서 친구가 나를 고른게 아닐까도 싶네요.

레삭매냐 2022-03-25 18:00   좋아요 4 | URL
아 그렇지 않아도 시대의
조각 미남 알랑 들롱 이야기
도 푼다고 하고선 마구 감정
가는 대로 쓰다가 그만 까묵
어 버렸네요 이론...

그러니까요. 한 시절 친구였
다는 의무였을까요.

저도 쿨캇트님과 비슷한 고민
을 자주 하게 됩니다.

새파랑 2022-03-25 19: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레삭매냐님 리뷰를 보니까 꼭 읽어야 겠네요. 사유를 하게 해주는 책은 정말 좋은거 같아요. 동료분의 이야기랑 책의 이야기가 오버랩되는거 같네요 ㅜㅜ

레삭매냐 2022-03-26 09:52   좋아요 2 | URL
그냥 평범하게 시작해서
갈수록 엘리베이팅하는 서사
의 기술이 참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주변의 이야기와
결합되어 더 몰입하게 되었
던 독서 경험이었습니다.

stella.K 2022-03-25 2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유, 참 남의 일 같지가 않네요.
누군가에 비해 오래 사는 저는 덤으로 산다고 생각하는데
마지막 때가 오더라도 생에 대한 아쉬움은 항상 남을 것 같습니다.
얼떨결에 오고 어떨결에 가고 뭐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ㅠ

레삭매냐 2022-03-26 09:54   좋아요 2 | URL
정확한 지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생에 대한 아쉬움은 모든 존재
에게 필연적이지 않을까 싶네요.

다만 갈 때에는 긴 고통 없이
갔으면 하는 그런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적에
장수하시고, 자다가 돌아 가셔서
모두가 호상 (好喪)이라고 한 기억
이 납니다.

호상이라는 표현 자체가 좀 그렇긴
하지만요.

북깨비 2022-03-26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직 사놓고 (요건 간만에 원서로) 안 읽고 있는데 스포 있을까봐 슥 훑고 내려가다다 스포가 없는거 같아서 다시 올라가서 처음부터 찬찬히 읽었어요. 읽고 나니까 또 지금 읽고 있는 책 덮어 두고 이 책부터 먼저 읽고 싶... 😅 40대에 접어들고 죽음에 대해 다룬 글들을 많이 찾게 되는거 같아요. 운좋게 80까지 산다고 쳐도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적으니까 남은 인생만큼은 헛되이 낭비하지 않고 소중한 사람들과 좀 더 잘 살아보고 싶은 마음에 요즘 이것저것 찾아 읽고 있는 것 같아요. (동통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국어사전을 찾아본 것은 비밀이에요. 저는 다른 그 비슷한 말을 유하게 표현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ㅋㅋㅋ)

레삭매냐 2022-03-26 09:56   좋아요 2 | URL
우와 무려 원서로 !!!
대단하십니다 -

저도 만날 그런답니다. 읽던
책보다 더 호기심이 유발되는
책이 나오면 바로 점핑 점핑~!

아 구구절절하게 하나 같이, 공
감이 가는 말들입니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지만 이제
는 시간과 관계를 소중하게 생
각해야지 하며 살아갑니다.

책에 동통이라는 표현이 두어번
나오던데 참 마음에 들어서 제
목에 넣어 봤습니다.
 
낡은 집의 봄가을
우메자키 하루오 지음, 홍부일 옮김 / 연암서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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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작가의 새로운 책만큼이나, 모르는 작가의 책도 즐겨 읽는 편이다. 이번에 새로 나온 우메자키 하루오 작가의 <낡은 집의 봄가을>도 그랬다.

 

반전소설로도 유명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만난 소설집 <낡은 집의 봄가을>에서는 내가 기대했던 강렬한 반전 메시지보다는 그냥 전후 일본의 평범한 일상을 다룬 그런 소설들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렬한 한 방 대신, 소소한 이야깃거리들에 대한 조망이라고나 할까.

 

기세 좋게 태평양 바다를 모두 집어 삼킬 것 같았던 일본이 망조가 들리기 시작하는데 걸린 시간은 딱 6개월이었다. 결국 세계의 공장 미국을 상대로 한 물량전은 일본의 참담한 패전으로 귀결되었다. 일본군은 2백만 명이 그리고 미군은 40만 정도가 희생되었다고 한다. 민간인들의 피해를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으리라. 우리는 지금 먼 서쪽에서 벌어지는 전쟁을 그야말로 실시간 중계로 보고 있지 않은가.

 

우메자키 하루오 작가는 전쟁의 원인이라든가 전후 일본의 비참한 모습 대신, 점령군 사령관이자 일본 총독 맥아더 아래서 진행되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한다. 기묘하게도 화자들은 예술가 그 중에서도 화가들이 많이 등장한다. 관조적인 시선으로 일상을 화폭에 담는 그들이야말로 가장 객관적이라는 저자의 의중이 담겨 있는 것일까.

 

전쟁에 대한 기억은 소멸되어야 하는 것일까. 전쟁에 나간 사이, 종군한 남편이 죽었을 거라고 생각한 부인은 다른 남자와 살림을 차렸다. 어느 화자는 인근 주점에서 일하는 구미코라는 아가씨에게 눈독을 들이는데 유부남 라이벌이 등장해서 피곤하다. 라이벌이 주점에 진 거금의 외상 술값을 갚아 주는 조건으로 구미코 씨에게 단독 대시를 하고 결혼에 골인하지만 새색시는 폐렴으로 죽고 만다. 그리고 부인이 죽은 뒤 발견한 일기장에서 SS라는 이름을 발견하고는 죽은 부인에 대한 의처증에 빠지는 남자. 이러한 아이러니는 전쟁 중에는 반드시 격멸해야 하는 미영귀축이라 부르며 경멸하던 적군이 점령군이 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돌변한 일본인들이 품을 수밖에 없었던 양가적 감정이 떠오르기도 했다.

 

표제작인 <낡은 집의 봄가을>에서는 왠지 낭만적이거나 목가적인 이야기를 기대했지만, 스토리는 전혀 그렇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된다. 요즘 말로 하면 전세사기 혹은 부동산 매매사기를 당한 두 남자가 한 지붕 아래서 기묘한 동거를 하게 되는 그런 서사가 중심에 서 있다. 일본 시민들을 전쟁으로 내몬 전쟁지도부는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몇몇 전범들을 처벌하고 무사히 살아남아 다시 부귀영화를 도모했다. 원폭을 필두로 미군의 전략 폭격에서 살아 남은 시민들은 자신들을 그런 비참한 상황에 내몬 이들을 다시 지도부로 모시고 미군의 군정이라는 지붕 아래 좋든 싫든 살아야 했다. 무엇 하나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고, 역사의 청산도 이루어지지 않은 채 현재에까지 도달한 그네들의 역사의 부조리를 보는 듯한 기시감이 곳곳에 묻어 있는 그런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뚜렷하지 않은 기억을 바탕으로 한 <기억>도 인상적이다. 술에 취해 지인과 같이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하던 나는 길이 좁다는 이유로 집 앞까지 가기를 거부하는 택시기사에 대한 항의를 한다. 나라면 아마 그러지 않았을 텐데. 요즘 같으면 SNS에 올라갈 만한 그런 이야기일까나. 화자는 좀 더 적극적으로 택시회사에 전화를 해서 컴플레인을 한다. 그리고 그 회사의 담당자는 그날의 택시기사를 데리고 화자를 찾는다. 거의 억지 사과를 받은 화자는 과연 기분이 풀렸을까? 진심이 1도 담기지 않은 사과라면 나는 안 받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사온 화과자도 먹지도 않고 버렸던가, 불살랐던가. 그리고 다시 택시기사와 승객으로 만난 이들은 장기로 신켄쇼부에 들어간다. 웃기는 짜장들이 아닐 수 없다.

 

, <기억>에서 포인트 중에 하나는 자신이 택시기사에게 품은 불만만 뚜렷하고 나머지 부수적인 기억들은 하나도 선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나의 불만 역시 정당한 걸까? 아마 이 사건을 법정으로 끌고 간다면 상대방의 유능한 변호사는 화자의 불투명한 기억을 공격하면서 승소를 이끌어 내지 않았을까라는 엉뚱한 상상을 품어 보기도 한다.

 

마지막의 두 꼭지 낚시 이야기는 한 시절, 어부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낚시에 미쳐 살던 때 생각이 났다. 이야기의 화자는 건장한 청년이라면 모두 전선이나 공장에 나가 전쟁을 치러야 하던 시절에 병 때문에 그러지 못하고 바다의 돌제에 나가 세월을 낚는 그런 시간들을 보내야했다. 그런데 별 것 아닌 것 같아 보이는 갯지렁이 같은 낚시 미끼 때문에 오해를 사고, 툭탁거리는 장면을 보니 내 고등어 미끼를 물고 푸른 바다 위를 날던 갈매기 생각이 났다.

 

살아 꿈틀거리는 갯지렁이를 잘못 끊으면 내 손가락들을 가차 없이 물기도 했었지. 광어 녀석들은 미끼를 물고도 모랫바닥에 가만있어서 계속해서 낚싯줄을 올려 봐야 했고, 경박한 도미들이 미끼를 물어대는 어신의 맛이란 정말! 날카로운 이빨의 우럭의 추억도 쏠쏠했다. 이렇게 문학의 힘이란 나의 기억의 저장고 어딘가에 고이 잠들어 있는 추억을 펄떡거리게 만드는 그런 마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동료 낚시 단골이 어떤 사내들에게 잡혀 가는 장면으로 소설집은 대단원의 막을 내리지 않나 싶다.

 

우메자키 하루오는 거창한 반전 메시지 대신, 패전의 상실감이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가운데 소소한 일상들을 포착하는데 주력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무언가 획기적이고 알싸한 맛을 기대한 나 같은 독자에게는 싱겁다고나 할까. 어쩌면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 대신 회피 기동을 선택한 그들 문학 세계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의 결과일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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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감 2022-03-24 14: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궁금한건데 매냐님은 어느 나라의 책하고 코드가 잘 맞는 편이신가요? 꼭 선택한다면요 ㅋㅋㅋ 전혀 편독이 없으셔서 궁금해요.

레삭매냐 2022-03-24 16:27   좋아요 2 | URL
잡식성 책쟁이라서 그런 게
아닐까 추론해 봅니다 :>

전 개인적으로 라틴쪽 작가
들이 코드에 맞는 느낌입니
다.

루이스 세풀베다, 바르가스
요사 그리고 로베르토 볼라
뇨 등을 애정합니다.
 


튤립이 피었다. 그리고 왕수선화도...

지난 9일날 산 꽃들이 피기 시작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꽃 핀 걸 몰랐었는데,

오늘 아침에 보니 꽃이 올라와 있더라.


역시 봄에는 튤립이지.



이건 왕수선화다.

화원 주인 아줌마가 두 뿌리가 달린

걸 골라 주셨는데 아마 다른 녀석도

곧 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다른 화분에 돌멩이를 두지 않았더

니만 클로버들이 창궐하고 있더라.

오늘 아침에 가위로 김을 매 주었다.



이 녀석은 이름을 몰라서 다음 꽃검

색을 해보니 구절초일 확률이 36%

라고 한다.


내가 뭘 아니 그래. 그런 줄 알아야지.


확실히 봄이 온 모양이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내린 눈은 무엇.



어제 유일로보틱스 공모주로 벌어서 오늘

먹은 치킨이다.


익절은 진리고, 공짜치킨은 더더욱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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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3-19 09: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뭔 꽃인지.... 산구절초를 닮긴 했네요. 이파리 보고 산구절초라 짐작해봅니다.
구절초에 목 매는 이유는, 시집 그리운 여우에서 예천 촌놈 안도현이 구절초와 쑥부쟁이를 구별할 줄 아느냐고 잘난 척 하는 바람에..... ㅋㅋㅋㅋ

레삭매냐 2022-03-19 15:42   좋아요 2 | URL
오오 산구절초였군요 !

구절초도 모르는데 어찌 쑥부쟁이
를 제가 알겠습니다.

제 철도 아닌데 피는 녀석이 대견
하네요.

미미 2022-03-19 11: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내내 보고 있을 수 없으니 당연한건데도 꽃들이 부끄러워서 몰래 피는 것도 같아요.ㅋㅋ튤립 반갑네요!!^^*

레삭매냐 2022-03-19 15:42   좋아요 2 | URL
구석탱이에 놓여 있어서
모르고 있다가 오늘 아침에
꽃봉오리가 피어 올라서 깜
놀했답니다 :>

삭막한 집에 꽃이 피니 기
분이가 좋네요.

cyrus 2022-03-19 15: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꽃을 보는 남자 레샥매냐님, 정말 멋집니다! ^^

레삭매냐 2022-03-19 15:46   좋아요 3 | URL
인스타에서 보니 과일 씨로
텃밭을 가꾼 이가 있어서
저도 작년에 해바라기 씨와
들꽃 씨들 그리고 과일 씨들
을 받아서 곳곳에 심었는데
무럭무럭 자라고 있네요.

나중에 분갈이들을 해주어야
하는데 다 일이네요.

mini74 2022-03-19 2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가위로 김매기 ㅎㅎ 넘 귀엽습니다. 저희 집 능개숭마도 잘 자라는 중입니다. 해배라기 씨앗도 발아했어요 ㅎㅎ 봄이라 이건 좋네요. 오래오래 살아라 얘들아. 툴립 넘 예뻐요 매냐님 ! 익절 축하드립니다. 저는 저 지하로 ㅠㅠ. 인간의 욕심이란 ㅠㅠㅠ

레삭매냐 2022-03-19 22:04   좋아요 1 | URL
저도 해바라기 씨 다시 한 번
심어 볼라구요... 제가 젤루 좋아하
는 꽃이 해바라기 꽃이랍니다.
올 타임 훼이버릿!

우리 립순이가 무럭무럭 자라니
기쁠 따름입니다.

주식은... 할말하않이라지요 -
익절은 쬐끔 손해는 막심 !!!
고저 존버갑니다요.

그레이스 2022-03-19 20: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튤립 사다 심고 구근이 내년에도 꽃을 피우려나 했더니,,, 소모성 구근이어서 가을에 다시 사다 심어야 한다고 하네요
가을에 잊지말고 사다 심어야지 하고 있어요

레삭매냐 2022-03-19 22:06   좋아요 2 | URL
으아아~ 저 그럼 사기 당한 건가요?
화원 주인장 아주머니는 구근이
내년에도 꽃을 피울 거라고 하셨는데
구라였나 봅니다 ㅠㅠ

그럼 저의 노랑이 수선화도? 카흐 -

그레이스 2022-03-19 22:24   좋아요 2 | URL
제가 살때도 화원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ㅠ
그런데 찾아보니...ㅠ
수선화는 아닐거예요
튤립만 그렇다고 읽었어요

라로 2022-03-21 18: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구절초일 확률이 36%인 꽃 아주 예뻐요!! 꽃잎이 많군요.
그리구 저 닭튀김은 거의 완벽해 보이는데 양념은 더 완벽해 보여요!!
보통 양념갈비 양념이 저렇게 찰지지 않고 줄줄 흐르잖아요?^^;;
먹고 싶네요. 츄읍

레삭매냐 2022-03-21 23:48   좋아요 1 | URL
(산)구절초가 군락으로 피어
있으면 그렇게 멋지더라구요 :>

옆지기는 양념이 줄줄 흐르지
않는다고 불만이던데요 ㅋㅋ

아이 츄릅, 또 배가 고파지네요.
 
우에스기 겐신 국내 미출간 소설 21
요시카와 에이지 지음, 박현석 옮김 / 현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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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의 호랑이 다케다 신겐에 맞선 호적수 에치고의 용 우에스기 겐신의 화려한 용병술이 돋보이는 서사다. 다만, 너무 부분적이라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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