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아 워츠의 뉴욕 스케치
줄리아 워츠 지음, 정경아 옮김 / 길찾기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처음 뉴욕에 간 게 언제였더라. 참 예전에는 별 걸 다 기억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나고 나니 그게 다 무슨 소용이지 싶다. 첫 뉴욕행에서 기억나는 건 케이타운에서 먹은 순댓국과 브로드웨이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모두 알아 듣지도 못하는 유령을 보면서 얼마나 감동을 먹었는지 모른다. 그 후에도 몇 번 더 뉴욕에 갔었는데, 야구팬으로 그 유명한 양키 스타디움에 가지 못한 게 좀 아쉽다. , 아이스 하키 팬도 아니면서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 가서 퍽(puck)도 하나 기념으로 샀다. 그리고 한 겨울에 코를 질질 흘리면서 <브루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를 그리며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넜다. 미쳤지. , 돈이 없어서 스탠딩으로 아바의 노래 <댄싱 퀸>20달러 주고 스탠딩으로 본 적도 있었다. 뭐 이것저것 말하다 보니 뉴욕에 대한 추억에 제법 많은 걸 그래.

 

(모바일 앱으로 부활한 싸이월드에서 퍼온 MoMA 간판 사진이다. 무려 14년 전이나 되었구나.)


아마 줄리아 워츠 작가의 이 책을 보고서 다시 뉴욕에 간다면 가장 먼저 방문하고 싶은 곳은 <스트랜드> 서점이 아닐까 싶다. 그 외에도 다양한 독립서점들을, 책향기가 풀풀 나는 곳들을 나는 방문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줄리아 워츠는 샌프란시스코 출신으로 어느 날 뉴욕으로 가서 살겠다는 생각으로 정든 고향을 떠났다고 한다. 아마 작가가 살던 시절의 샌프란시스코나 뉴욕은 지금처럼 살인적인 물가는 아니었나 싶다. 두 도시 모두,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거주 비용이 비싸기로 유명한 곳이 아니던가.

 

한 때 밀레니엄 캐피탈로 유명했던 뉴욕은 정말 볼거리와 먹을거리 그리고 마실거리들이 넘쳐 나는 곳이 아니겠는가. 내가 뉴욕을 방문하던 시절에는 진정한 책쟁이가 아니었기에, 서점들은 나의 순례 목적지가 아니었다. 나는 뉴욕에 갈 때마다 곳곳에 즐비한 뮤지엄들을 집중 공략했다. 다른 건 모르겠고, 센트럴파크에서 구겐하임으로 향할 때 저 멀리서 흰 색의 둥근 궁륭이 보일 적에 뛰던 염통의 경험은 파리에서 에펠탑과 만날 때의 그런 느낌이랄까. 생전에 그런 경험은 딱 두 번 경험했던 것 같다.

 

땅값이 비싸기에 뉴욕에서도 우리 식으로 말하는 알박기가 성행하는 모양이다. 작가가 아마 오래 전 사진들을 비교해 가면서 현재의 뉴욕 거리들과 비교한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시대에 맞게 뉴욕이라는 대도시에 사는 이들을 상대하는 상점들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백 년 전에는 약제상이나 세탁소 등등이 뉴욕 거리의 주류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스포츠 상품을 파는 상점들, 최신 휴대폰과 각종 전자기기들을 파는 애플스토어 등이 대세인 모양이다. 무엇보다 상상을 초월하는 지대를 감당할 수 있는 이들만이 살 수 있다는 초호화 아파트에 대한 상세한 소개도 인상적이었다. 결국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빼놓고서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말일까.

 

뉴욕과 주변 도시에서 버린 쓰레기들이 넘실거린다는 스태튼 아일랜드에서 직접 찍은 사진은 화려한 도시의 그늘 같은 이미지라고나 할까. 사실 그 많은 사람들이 매일 같이 소비하고 사는데, 부산물이라고 할 수 있는 쓰레기들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하긴 했다. 그곳에는 선박 폐기물부터 시작해서 아이들의 장난감에 이르는 정말 다양한 쓰레기들이 넘쳐났다. 그리고 보니 왠지 영화 <A.I.>에서 버려진 로봇들이 생각났다.

 

NYC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가 아닌 서부에서 날아온 철저한 이방인 뉴요커의 대도시 고군분투기는 상당한 진정성을 담보하지 않았나 싶다. 에그와 크림도 들어가지 않으면서 에그 크림이란 타이틀을 얻은 음료부터 시작해서, 매드하우스와 세계를 직접 체험한 저널리스트 넬리 블라이에 대한 이야기, 내 집 찾아 삼만리 등등, 줄리아 워츠가 들려주는 뉴욕 스토리는 흥미진진 그 자체였다. 그림으로 자신만의 뉴욕 생존기를 재해석해낸 줄리아 워츠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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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8-02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뉴욕 한번도 못가봤는데 가게 되면 미리 이 책 보고 가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8-03 10:37   좋아요 1 | URL
가본 사람에게는 추억을
그리고 아직 가보지 못한 사람
에게는 일종의 판타지와 호기심
을 가득 안겨 주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coolcat329 2022-08-02 20: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저도 브로드웨이에서 오페라의 유령 세 번 봤습니다. 정말 그 감동은... 말로 표현이 안되더군요. 최고의 감동! 정말 최고였어요. 아~
저는 뉴욕에서 살 때 스트랜드 서점 참 자주 갔습니다. 서점 밖 책꽂이 책들은 다 1불씩인데 그거 구경만해도 재밌어요.
안으로 들어가면 1,2,3 층 중고부터 새책, 희귀본까지 진짜 많아요. 저도 다시 뉴욕 가 본다면 스트랜드 꼭 갈거같네요.
모마는 그림이 이해가 안가 다리아프고 힘들었는데 저는 늘 어딜가든 뮤지엄은 힘들더라구요.
그저 맛있는거먹고 거리구경 사람구경이 최고에요~

레삭매냐 2022-08-03 11:48   좋아요 2 | URL
말쌈이 맞습니다 !
뉴요쿠에는 사람 구경하러 가는 게
아닐까 싶더라구요 ^^

저도 <오페라의 유령>은 두 번 봤네요.
두번째는 아무래도 처음만 못하더라는.

스트랜드 서점에 못간 게 참으로 원통
하네요... 다음 번엔 반다시 ㅋㅋㅋ

mini74 2022-08-03 22: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뉴욕하면 갱스터랑 파크애비뉴의 영장류란 책 생각나더라고요. 댄싱퀸 ㅎㅎ 반갑네요 ~

레삭매냐 2022-08-04 13:14   좋아요 1 | URL
우와 언급해 주신 <파크애비뉴의 영장류>
찾아 보았는데 대단히 흥미로워 보이네요 ^^

나중에 기회가 되면 한 번 찾아 보겠습니다.

갱단!!! 밤에는 안다니는 것으로 ㅋㅋㅋ
 

밤이면 밤마다 근심 걱정으로 마음이 심란해지면 나는 고민과 불길한 생각에서 벗어나려고 무거운 짐을 이동하고 운반할 수 있는 지금까지 듣도 보도 못한 기계를머릿속으로 만들어서 놀라 자빠질 만한 작업을 해내는 상상에 빠져들곤 했다네. - P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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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7-31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7월 마지막날이고, 내일부터 8월 시작입니다.
좋은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08-01 09:34   좋아요 1 | URL
아유, 지난 주말엔 정말 더버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주말되셨길
바랍니다 ^^

8월의 산뜻한 출발~
 

이것은 둘이서 공동 작업을 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작업의규모나, 두 사람 다 경험이 일천한 청년이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전혀 불가능한 추정이 아니다. 그런데 필리포는 공사를 자기 혼자서 맡아야 한다면서 로렌초와의 공동 작업을 거부했다고 한다. 필리포가 평생 보여주었던 오만에 가까운 자기과신, 불같은 성격, 남과 함께 일하기를 싫어하는 기질을고려하면, 이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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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두 장벽은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졌다. 이 문장은 치명적인 위협이 안으로 들어오는 걸 방지하는 동시에 내 마음 저깊은 곳 구석에서 쌓여가는 근심이 빠져나가는 걸 막아, 이 두가지가 한데 합쳐져 나를 두려움과 공포로 무너뜨리는 걸 차단하는 역할을 했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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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도시 기행 2 - 빈, 부다페스트, 프라하, 드레스덴 편 유럽 도시 기행 2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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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 빈을 다녀왔다. 즉흥적인 결정이어서 그 도시에 대한 공부는 진짜 1도 하지 않고 갔다. 아마 오래 전에 본 영화 <비포 선라이즈> 때문이라고 해두자. 그런데 정작 가서는 그 유명한 대관람차 근처에는 가보지도 않았다. 그저 벨베데레에서 클림트의 <키스> 하나 본 것으로 나는 만족했으니까.

 

바로 그 15년 전의 기억들을 얼마 전에 나온 유시민 선생의 <유럽 도시 기행 2>를 보면서 되살리게 됐다. 출근길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 나오신 선생은 기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드레스덴 편에서 죽음과 부활의 서사라는 아주 염통을 후벼 파는 그런 문구를 날려 주셨다. 그리고 보니 그 여행길에 뮌헨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ICE에서 드레스덴을 지났던 기억이 났다. 아마, 그 전에 내가 이 책을 만났더라면 나는 베를린에 도착하기를 기다리지 않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드레스덴에서 내렸으리라. 그때까지만 해도 나의 여행은 그렇게 즉흥적이었으니까. 지금은 어림도 없는 일이 되어 버렸다. 아니 그냥 그런 여행들이 다 귀찮아져 버렸다. 그저 집에서 쉬는 게 최고라고 생각하는 무사안일주의자가 되어 버렸다.

 

또 이야기가 자꾸만 삼천포로 가려고 하는구나 그래. 사실 빈에 가서도 도시를 상징하는 인물 중의 하나인 프로이트 선생의 생가에도 가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빈에서 내가 무얼 했더라. 다 지나고 나니 추억이지 싶다. 유시민 선생의 빈 기행을 들으며 나는 왜 링 슈트라세를 둘러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반추해 보게 된다. 공부를 하고 가지 않아서였다. 일정 모두가 빈 인, 파리 아웃만 잡아 놓고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즉석으로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해서 잘츠캄머구트와 바트 이슐에도 가지 않았던가.

 

나에게 빈은 서유럽으로 파도처럼 쇄도하는 오스만 제국의 예봉을 꺾은 그런 도시로 기억된다. 두 차례에 걸친 포위전을 치른 빈은 프랑스로 침입하는 이슬람 세력을 꺾은 칼 마르텔이 그랬던 것처럼, 기독교 세계를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지켜내는데 성공했다. 만약 오스만이 빈을 점령했다면 오늘날의 서유럽의 모습은 또 달라지지 않았을까.

 


(빈의 슈테판 성당, 외부에서 사진만 찍고 내부에는 안들어갔다.)


유시민 선생에 따르면 오늘날 빈의 모습은 1857년인가 오스만 제국으로부터 도시를 지켜낸 성곽을 허물고 대공사를 치르면서 바뀌었다고 한다. 아 그랬군. 선생은 한 도시에서 종교 건축물은 하나만 본다는 원칙에 따라 슈테판 성당에 대해서도 아주 자세한 설명을 해주신다. 그런데 난 정작 그 슈테판 성당을 밖에서만 보고 안에는 들어가 보지 않았지 싶다. 그 시절 사진들을 다시 본다면 좀 더 기억이 날텐데, 사진을 찍기만 하고 인화하거나 그러지 않아 이제는 기억조차 다 휘발해 버린 그런 느낌이다.

 


(빈에서 잔뜩 기대하고 만난 다뉴브강은 아름답지도 푸르지도 않았다.)


유시민 선생이 유람한 빈-부더페슈트-프라하-드레스덴을 상징하는 세 명의 인물들과 한 개의 건물을 책의 표지에 배치했다. 오스트리아의 시씨 황후, 헝가리의 언드라시, 프라하의 얀 후스 그리고 드레스덴의 성모교회. 그리고 보니 부더페슈트와 프라하는 각각 1956년과 1968년에 소련군에 침공을 당한 기억을 가지고 있구나. 오스트리아와 이중제국을 구축했던 헝가리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다가왔다. 출발부터 다민족국가였던 합스부르크 가문의 오스트리아 제국은 19세기 후반 자신들보다 한 수 아래라고 판단했던 프로이센에게 일격을 당하고, 주류 게르만족과는 다른 다수 슬라브족들을 다스리느라 정신이 없었던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머저르 족 중신의 헝가리는 제국의 영속을 위한 정치적 파트너였던 모양이다. 제국은 헝가리 출신 지도자 언드라시에게 상당한 자치권을 부여하면서 발칸의 실질적인 지배자로 위태로운 그야말로 곡예 같은 정치력을 과시했다고 하던가.

 

책으로 헝가리편을 읽을 적에는 상당히 흥미진진했었는데 막상 다 읽고 나서 리뷰에 담으려고 하니 기억들이 다 날아가 버린 그런 느낌이다. 이럴 땐, 그나마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는 이야기들을 터는 게 최고지. 바로 보헤미아 종교개혁의 기수라고 할 수 있는 얀 후스라는 양반의 이야기를 해보자. 그 유명한 마르틴 루터에 앞서 중세를 지배하고 있던 교황청의 신정에 대해 반기를 든 인물이 바로 얀 후스였다. 루터에 백년 정도 앞서, 보통 서민들이 알아 듣지도 못하는 라틴어 예배가 아닌 현지어로 민중들의 가슴을 때리는 그런 설교를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얀 후스였다.

 

지금과 달리 당시만 해도 문자 해독은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귀족이나 지식인들만의 전유물이었다. 문자로 구성된 정보를 장악한 그들은 민중들에게 정보를 공유하는 것을 거부했다. 심지어 그게 그들이 신주단지 모시는 듯하는 성경이라도 말이다. 텍스트부터 시작해서 교리에 대한 해석은 사제들만이 할 수 있는 고유의 영역이었다. 그런 판에 얀 후스 같은 이단아가 등장해서, 부패한 교황청에 반기를 드니 기존의 종교 권력집단이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는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그는 결국 산 채로 화형을 당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의 신념을 버리지 않았던 얀 후스를 유시민 선생은 정의로운 사람이었다고 평가한다. 그리고 나 역시 그에 점에 대해 공감하는 바이다.

 

얀 후스가 활약했던 프라하에서는 어디서나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도 그림이 된다는 말에 그 때 나도 프라하에 갔었어야 된다는 후회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엄두조차 내지 못하니 말이다.

 

프라하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사건 중의 하나인 금발의 짐승으로 알려진 나치 제3제국의 3인자였다는 라인하르트 프리드리히 암살사건에 대해서도 선생은 언급한다. 나는 고전영화 <새벽의 7>을 기대했지만, 요즘 세대를 감안해서인지 최근작인 <작전명 유인원>을 인용하시는 센스란. 프리드리히 암살은 2차 세계대전을 통틀어 나치 주요 지도자에 대한 연합군이 시도한 유일하게 성공한 사례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다. 책에서는 금발의 짐승이 나치돌격대(SA)를 지휘했다고 되어 있는데, 나치돌격대가 아니라 나치친위대(SS)의 오기로 보인다.

 

선생의 두 번째 유럽 도시 기행의 대미는 작센 주의 수도 드레스덴이 장식한다. 내가 드레스덴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커트 보네거트의 <5도살장>을 통해서였다. 자신이 직접 19452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이루어진 미영 연합군의 대공격으로 발생한 대참사를 목격한 보네거트는 자신의 작품에 역사적 사건을 인용했다. 훗날 벌어질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원폭을 버금가는 무시무시한 폭발력을 나치 독일에게 과시하겠다는 연합군의 공습도 전쟁에 이기지 못할 바에야 독일 민족을 파멸로 인도하겠다는 미치광이 지도자 히틀러의 전쟁 의지를 꺾지 못했다. 그저 숱한 드레스덴의 문화유산과 다수의 인명 피해만 발생시켰을 뿐이었다. 자신들의 전쟁의 원인을 제공했던 원죄를 지닌 독일 사람들은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전쟁 범죄가 분명한 이 사건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없었다. 또 한편에서는 서부전선에서 지지부진한 연합군의 진격과는 상대적으로 무서운 속도로 제3제국의 아성 베를린으로 동진해 오는 소련군에 대해 미국과 영국의 힘을 과시하기 위한 한 일종의 경고였다는 주장도 흥미롭다.

 

한 때 독일에서 인구 5위를 자랑할 정도의 도시였지만 통일이 된 다음에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고 한다. 보수적인 작센 주의 성격상 사회주의 체제에서 40여년을 보낸 뒤 자본주의 시스템으로 전환하는데 다른 도시들보다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여전히 사회주의 시절에 만들어진 건축물들이 다수 존재한다는 점도 나의 흥미를 끌기도 했다. 내가 방문한 유이한 독일 도시인 베를린은 너무나 자본주의틱해서 그다지 관심이 가지 않았다.

 

어쨌든 결론은 유시민 선생의 <유럽 도시 기행 2> 드레스덴 편을 읽었더라면 나는 두말할 것 없이 드레스덴을 방문했을 거라는 점. 나의 드레스덴 경유와 독서의 시점이 15년이라는 시차만 없었다면.

 

역시나 일반 대중을 겨냥한 책이니 만큼 읽는데 부담이 없었다. 이번에도 역시나 너튜브에 끝없이 업데이트되는 다양한 콘텐츠들 때문에 책을 읽는데 열흘 정도 걸렸다. 보통의 스피드라면 2-3일이면 되었을 텐데 말이다. 이제 포기한지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한 때 배가본드였던 이는 여전히 오래 전의 발걸음 닿는 대로 간다는 막무가내식 여행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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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2-07-28 12: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1권은 독자들로부터 욕을 많이 먹었던 것 같은데
2권은 읽을만한가 봅니다.
원래 여행가서 길을 잃어보라고 하지 않습니까?그래야 진짜 여행이 시작된다고.
매냐님의 여행도 나름 의미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긴 비싼 돈 내고, 시간 내서 하는 여행인데 헛투로 할 수도 없겠죠.ㅠ

레삭매냐 2022-07-28 13:38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1권 평이 썩 좋지 않더라구요.
아니면 제가 유시민 선생 팬이어서 팬심
으루다가 ㅋㅋ

여행가서 길 잃는 건 어려서나 가능하지
지금은 길 잃으면 너무 힘듭니다 ^^

그냥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네요.

얄라알라 2022-07-28 14: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vagabond...^^
레삭매냐님, 저는 이상하게도 레삭매냐님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뭐가 되었던 단어 하나씩은 검색하고 지나갑니다. 이번에는 베가본드였는데 오늘 처음 들어보았습니다 ㅎㅎ

1도 안 알아보고 다녀오신 빈 여행이라 어쩌면 다음 여지를 남겨주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7-28 15:13   좋아요 2 | URL
ㅎㅎ 그냥 리뷰 쓰다가 생각나서
날린 드립 멘트였는데, 효과적이었네요.

슬프게도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 생에
다시 빈에 가볼 일이 없을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7-28 15: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빈에서도 볼게 너무 많아서 짧게 다녀온다면 누구누구 생가 정도는 건너뛰어야 하지 않을까요?
전 벨베데레에서 본 그림들 너무 좋았어요.
미술사박물관 놓친게 후회되요.
유럽의 트램은 넘 부러워요.
음식도 좋았구요.
슈테판 성당!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2-07-28 15:30   좋아요 3 | URL
저는 빈에서 가장 강렬한
인상은 클림트의 키스, 키스, 키스
오로지 키스 뿐입니다 **

저도 미술사박물관에 갔었어야
했는데, 아쉬버요.

비너 슈니첼만 40년 튀겼다는 베스
트판호프 근처의 할머니 집도 넘
좋았지요.

단발머리 2022-07-28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구입만 해놓고 아직 읽기 전인데요. 읽고 나면 유럽 가고 싶어질 것 같은데. 저는 가고 싶은 곳을 잘 찾아가는 사람이 아니라서요. 집 앞에서 마을버스 탈때도 2번씩 검색하는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찍기만 하면 예술 사진이 나온다는 프라하에 가고 싶군요.

레삭매냐 2022-07-28 16:35   좋아요 2 | URL
산 책은 빨랑빨랑 닐거야 하는데
자꾸만 미루게 되더라구요.
<링컨 하이웨이>도 호기롭게 시작
했으나 아예 펼칠 생각도 안하고
있네요.

유럽병이 또 그렇게 도지나 봅니다.

전 이미 그 시절에 프라하와 동유럽
을 돌고 파리에서 만난 빈 시절 동
지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더랬죠.
빈에서 갔었어야 했습니다 -

뮌헨의 호프 브로이에서 비어를 먹
겠다는 일념 때문에 그만 방향이
틀어지는 통에 ㅋㅋㅋ

mini74 2022-07-29 1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의 7인입니다.ㅎㅎ한때 무슨 드라마였나요 그것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 프라하 엄청 갔다고 하던데요... 전 여행가고 싶다고 하면서 정작 가지 않는 ㅠㅠ 남편이 가서 사 온 냉장고 자석들이며 병따개만 있네요! 보석을 사오라고!!해도 귀를 막았는지!! 병따개는 왜 사오는지 ㅎㅎㅎ 넘 재미있게 읽었어요 매냐님 배가본드.ㅠㅠ 만화책 먼저 떠올랐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7-29 17:08   좋아요 2 | URL
아 그 드라마 저도 기억이 날 듯
말 듯 하네요 :> 드라마 파워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새벽의 7인>을 1975년 작이네요.

저도 냉장고 자석 모은 답니다 ^^
보석!!! 비싸니깐요.

만화 <배가본드>, 저도 애정하는
만화랍니다. 그런데 끝까지는 못본
것 같아요. 문득 보고 싶다는 생각
이 드네요.

라로 2022-07-30 17: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여행하고 싶어서 들썩이는 데요. ㅎㅎㅎ 오스트리아에서 저는 좋았던 도시가 빈은 아니었어요. 올려주신대로 다뉴브강은 실망이었구요. ㅎㅎㅎ 하지만 잘즈브르크와 인스브르크는 오랜 세월이 지났는데도 아름답게 기억되어 있어요. 오스트리아 참 좋아하는 곳이에요. 언제 다시 가게 될지… 하아~~~

레삭매냐 2022-08-01 09:35   좋아요 0 | URL
곰곰 생각해 보니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잘츠캄머구트에서 바라본 오스
트리아 알프스는 정말 일품이었
답니다 :>

잘츠부르크도 너무 좋았어요 ^^
아숩게도 인스부르크에는 가보질
못했네요.

다시는 못갈 것 같다는 게 포인트
인 것 같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