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트의 꿈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지음, 조구호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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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스러운 마리오 바르가스의 <켈트의 꿈>의 출간을 애타게 기다린지 12년이 되었다. 노벨문학상까지 받아서 곧 출간되리라는 나의 기대는 그렇게 12년을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무려 70일이나 걸려서 이 책을 다 읽는데 성공했다. 2022년 광복절이었다.

 

놀라운 건, 요사 샘이 이 책 이후로도 세 권의 장편소설을 더 발표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책들이 언제 또 우리를 찾아올 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시절에는 참 요사 샘의 열혈 팬으로 절판된 책들까지 찾아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는데 열정이, 그리고 작가에 대한 사랑이 식은 모양이다.

 

페루 출신의 대가가 역사의 무대에 새롭게 단장해서 올려 놓은 인물은 대영제국 외교관 출신으로, 콩고와 페루의 악랄한 고무 채취 현장을 서구 사회에 고발한 로저 케이스먼트다. 그리고 원래 북아일랜드 얼스터 프로테스탄트 가정 출신의 이 문제적 인간은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명예와 부를 마다하고, 조국 아일랜드의 독립을 위해 당시 대영제국의 적국이었던 독일과 손을 잡고 무장봉기 준비를 하다가 체포되어 교수형을 받고, 형장의 이슬로 그렇게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이 문제적 인간 로저 케이스먼트의 내면 세계에 대한 이야기는 몇 줄로 단순하게 요약될 성격이 아니라는 점을 요사 샘은 정확하게 파악해냈다. 아니 이제 노벨문학상까지 받은 마당에, 이 노작가가 도전하지 못할 문학의 주제는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이 허용되지 않았던가.

 

일단 요사 샘은 콩고에서 이십년을 보낸 시절과 아마존 푸투마요에서의 시절들 그리고 펜턴빌 교도소에 갇힌 로저 케이스먼트의 삶을 교차로 추적한다. 반역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로저의 과거 행적은 대단했다. 우선 그는 벨기에 레오폴드 2세의 사유지였던 콩고자유국(당시 콩고에 자유는 존재하지 않았다)에서 청년기를 보냈다. 어려서 어머니를 여읜 청년은 모험심에 불탔던 것으로 보인다. 정식 교육도 받지 않고, 콩고로 건너간 걸 보면 말이다.

 

지금 같으면 어림없는 이야기겠지만, 지난 세기 초만 하더라도 정식 외무시험 대신 현지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이들을 외교 공무원으로 채용했던 모양이다. 각설하고, 자동차의 출현과 과학 문명의 발전으로 천연고무는 당시 최고의 인기 상품이었다. 벨기에 식민지배자들은 콩고 원주민들에게 악랄한 방법을 동원해서 고무의 채취를 독려했다. 납치와 감금, 폭행은 기본이었고 신체훼손도 마다하지 않았다.

 

고무 채취는 현지 원주민들의 노동력이 필요한 산업이었다. 유럽 사람들이 열대 밀림의 무더위와 말라리아 같은 풍토병을 견디며 고무 채취를 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러니 당연히 무진장한 원주민 노동력을 동원해서 식민지배자들은 고무 채취에 나섰다. 당연히 벨기에 국왕의 사유지였기에 국가 권력이 그곳에서 벌어지는 각종 잔혹행위를 제어할 방법도 그리고 제재할 생각도 식민지배자들에게는 없었다.

 

이런 현지에서의 참담한 현실을 전해들은 영국 정부에서는 로저 케이스먼트를 현지에 파견해서 현실 조사에 나서게 됐다. 대영제국도 방식만 달랐지 전 세계에서 식민지배의 원형에 제공한 선진 국가가 아니었나? 자신들이 개발한 야만적 노예제도와 각종 잔학행위를 도입한 후발 식민지배국가들을 정죄하겠다는 그들의 이중적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쨌든 로저 케이스먼트의 눈부신 활약으로 <블루 북>이라는 서방에 공개가 되었고, 레오폴드 2세와 그 일당들의 야만적 착취 행위가 널리 알려지면서 콩고는 국왕의 사유지에서 벨기에의 공식 식민지로 전환되는 계기를 맞이하게 됐다. 그렇다고 해서 원주민들에 대한 잔혹행위와 착취가 종식된 건 아니었다.

 

아마 그 무렵이었던가, 훗날 <블랙 다이어리>라는 이름으로 로저 케이스먼트의 발목을 잡게 되는 그의 동성애적 취향이 조금씩 들어나기 시작했다. 로저에게는 콩고보다 심한 고난의 행군이었던 페루 아마존 컴퍼니의 비리를 파헤친 푸투마요 프로젝트 과정에서 더 심각해지게 된, 동성애는 반역죄로 펜턴빌에 갇히게 된 그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다. 아무리 양심적인 지식인들이 그의 사면을 위해 노력을 해도, <블랙 다이어리> 폭로로 돌아선 여론을 뒤집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항상 칼날 위의 삶을 살았던 로저는 보다 더 자신의 처신에 조심했어야 하지 않을까.

 

다음 무대는 아마존 푸투마요였다. 콩고에서처럼 푸투마요 각지에서도 고무는 원주민들에게 축복이 아닌 저주의 산물이었다. 훌리오 C. 아라나라는 작가가 운영하는 페루 아마존 컴퍼니(PAC) 소속의 빌런들은 콩고의 그것을 능가하는 만행으로 푸투마요 원주민들을 착취했다. 그들이 식인종이라는 이유로 문명 세계의 교화를 내세우며, 아마존 정글에 침투한 그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원주민들을 구타하고 납치해서 고무 할당량을 채우도록 강요했다. 그들에게 원주민 살해는 하나의 오락일 따름이었다.

 

아니 문명인을 자처하는 이들이 이런 식의 만행을 아무런 양심의 가책도 없이 저질렀다는 사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다. 훗날, 로저 케이스먼트의 보고서가 공개되었을 때 서구 사회에서 교육받은 아라나 패거리가 그런 짓을 했을 거라고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바로 그 점을 이용해서 페루 아마존 컴퍼니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여론전을 호도하기도 했다.

 

짧지만 강렬한 아마존에서의 활동은 로저 케이스먼트에게 그가 예상하지 못한 대가를 지불해 주었다. 대영제국은 콩고와 푸투마요에서의 그의 활약에 작위와 훈장을 수여했다. 아마존 이키토스에서 사법과 행정 그야말로 전권을 장악한 페루 아마존 컴퍼니의 거대한 마수와 맞서 목숨을 걸고 투쟁한 결과에 대한 보답은 로저 경의 기대치를 상회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음에 이어지는 로저 경의 마지막 투쟁지였던 아일랜드에서 작위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푸투마요에서 돌아온 로저 경은 수세기 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조국 아일랜드가 콩고나 푸투마요와 다를 바가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일단의 과격한 아일랜드 독립운동가 집단과 교류하면서 무장투쟁만이 아일랜드의 유일한 선택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물론 다수의 아일랜드 사람들은 그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역사는 소수의 자각한 리더들에 의해 움직인다는 말이 완전 틀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유럽 대륙에서 벌어진 1차 세계대전에서 적국 독일의 무기 지원을 받아 아일랜드의 독립을 이룰 수도 있다는 생각에까지 도달한 로저 케이스먼트는 활동가답게 바로 자신의 생각을 구체화시키는데 전념한다. 그전에 대영제국의 외교관직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은퇴한 로저 경은 어느 순간부터 아일랜드 독립운동가로 변신해서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미국으로 건너가 현지 아일랜드 사람들의 자금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사람이 살면서 모든 일에 완벽한 성공을 거둘 수는 없겠지만, 말년의 로저 케이스먼트가 내린 결정은 불운하게도 패착의 연속이었다. 한 마디로 말해, 그동안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는 일련의 과정들이었다. 베를린에서 영국과 전쟁 중이던 독일로부터 5만정 소총과 막대한 탄약 지원 그리고 영국 본토 공격이라는 허황된 약속을 받아 내기 위해 그는 전력을 다했다. 포로가 된 영국 병사들 중에서 아일랜드 병사들로 구성된 아일랜드 여단을 구성해서 독립군으로 이용하겠다는 계획도 병사들의 소극적 지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밀림에서 얻은 병과 고질적인 관절염 그리고 불안정한 정신 상태까지 모든 게 최악인 상태에서 19164월 아일랜드 현지에서 계획 중인 부활절 봉기에 참가하겠다는 일념으로 독일 잠수함을 타고 상륙하는데 성공했지만 결국 영국군에게 체포되어 반역죄로 기소되었다.

 

펜턴빌 교도소에서 로저 케이스먼트가 보낸 마지막 날들은 과거에 대한 회한과 가톨릭 교회로의 귀의가 다루어진다. 그를 담당한 교도관 미스터 스테이시는 처음에는 그를 반역자로 취급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전혀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세계 최강의 군대를 상대로 무장봉기를 준비하는 아일랜드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처연했는지 모른다. 아마, 페루 아마존 컴퍼니를 상대로 봉기를 일으킨 푸투마요 원주민들의 모습도 마찬가지가 아니었을까. 결과는 뻔했지만, 이대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채 죽을 수 없다는 마지막 절규 말이다.

 

확실히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 그리고 마지막 유럽 세 대륙에서 기존의 식민지배자들을 상대로 투쟁에 나선 로저 케이스먼트는 문제적 인간이 아닐 수 없다. 그 책상머리에서 일을 기획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현장에 뛰어 들어 자신의 눈으로 정확하게 문제를 기록하고, 자신의 기록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현장형 인간이었다. 그랬기에 마지막까지 자기 조국의 해방을 위해 투신하지 않았던가. 물론 그가 추구한 방법이나 노선에 있어 많은 문제점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 그렇게 노력했다는 점을 세상에 알린 것 하나만으로도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로저 케이스먼트 신원은 성공하지 않았나 싶다.

 

영국 정부가 그렇게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던 <블랙 다이어리>에 대해서도 모두가 날조라던가 아니면 로저 케이스먼트의 진짜 기록이라는 주장도 상대성을 지니지 않나 싶다. 요사 샘 역시, 일정 부분은 로저가 직접 기록한 것이고 나머지는 판타지가 아닐까라고 타협점을 설정해준다. 전문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래도 작가의 생각을 따르는 게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싶다. 이런 점이 역사 소설의 한계라고 한다면 또 할 말이 없겠지만.

 

700쪽이나 되는 책을 다 읽고 났더니 진이 빠지는 그런 느낌이다. 시간이 갈수록 긴 호흡의 책들을 읽는데 힘이 든다. 물론 아주 재밌는 책이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사실 그런 책들은 아주 드물다. 어쨌든 12년이 걸린 숙제를 다해서 만족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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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6 09: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에게는 요사샘 책이라서보다는 로저 케이스먼트하는 인물과 당시 콩고와 아프리카의 상황때문에 더 관심이 가네요.

레삭매냐 2022-08-16 09:57   좋아요 1 | URL
그러시군요.

19세기 초 콩고의 상황이 궁금
하시다면, 아담 호크쉴드의
<레오폴드왕의 유령>을 추천해
드립니다.

단, 절판되었다는 게 문제네요 ㅠ

coolcat329 2022-08-16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12년의 기다림, 70일의 독서, 광복절에 완독 성공! 축하드립니다! 👍
저는 이 책 골드문트님 리뷰만으로도 벅차 안 읽기로 했거든요. ㅋ
요사님이 아직 살아계신가요?
이 분 참 잘생기시고 무엇보다 저랑 생일이 하루 차이라 유치하지만 정이 가는데요. ㅎ
저도 조만간 요사님의 재밌는 책을 읽어야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6 10:04   좋아요 2 | URL
아마 요사 샘이 아니었더라면
미완의 책으로 남게 되지 않았
을까 싶습니다.

요사 샘은 올해 87세로 건재하
십니다. 어디선가 무언가를 여
전히 쓰고 계시지 않을까 싶네요.

인물 좋으시죠. 페루의 MB라는
말이 있더라구요 ㅋㅋㅋ

새파랑 2022-08-17 08: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년을 기다린 요사스러운 책이네요 ㅋ 레삭매냐님이 극찬한 이유가 있는거 같습니다~!! 아직 요사를 읽어보진 않았는데 저도 시간되면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7 09:50   좋아요 2 | URL
다시 돌아봐도 이건 거의
소설이라기 보다 한 역사적
인물에 대한 논문 수준이
아닌가 싶더라구요.

작가의 역량에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레이스 2022-08-17 08: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2년 기다림, 70일동안 독서, 식민지 독립투쟁...진이 빠지는 느낌 알것 같습니다.
그런데 좋을 것 같은...!
켈트는 유럽을 의미하는 거겠죠?

레삭매냐 2022-08-17 09:51   좋아요 2 | URL
로저 케이스먼트가 북아일랜드
얼스터 출신이라고 하더라구요.

여기서 켈트는 로저의 조국인
아일랜드=에이레를 상징한다고
하네요.
 
세일즈맨의 죽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8
아서 밀러 지음, 강유나 옮김 / 민음사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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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고의 희곡으로 꼽힌다는 아서 밀러 작가의 <세일즈맨의 죽음>을 읽었다. 내가 이 책을 어디서 구했더라.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마 첫 번째 문동 파티에서 교환하지 않았나 싶다. 참 오래 전에 일이다. 그리고 책은 이제야 읽게 되었다. 어제 설터의 못다 읽은 책들을 찾다가 우연히 만났다.

 

유럽에 비해 상대적으로 문화 역사의 깊지 않은 미국인들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을 필두로해서 자신들만의 문학적 성과를 발굴하는데 진심이라는 생각이다.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아서 밀러의 희곡 <세일즈맨의 죽음>도 비슷하게 발굴된 그들만의 작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때는 1930년대 미국. 대공황의 여파가 아직 가시지 않은 상태다. 주인공은 올해로 와그너 상사에서만 무려 36년을 일했다는 전문 세일즈맨 윌리 로먼. 그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고 여전히 예전의 인맥 세일즈에 집중하는 그의 끝이 보이고 있었다. 아니 윌리는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스스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는 계속해서 좋았던 과거에 의존하는 그런 삶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일매일 필요한 경비에 신경써야 하는 윌리와 린다 부부에게는 비프와 해피라는 두 아들이 있다. 삼십 줄에 들어선 이 아들들에게 거는 윌리는 기대는 대단하다. 문제는 이들의 능력이 아버지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실 비프는 고등학교 시절 잘 나가는 풋볼스타였다. 하지만, 졸업하는 해에 수학 과목에서 낙제하는 바람에 대학 진학에 실패했다. 버지니아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아 두고서도, 수학 과목을 망치는 바람에 인생이 꼬여 버렸다.

 

보통의 아버지라면 그런 아들을 다독여서 계절학기 수업을 듣게 해서라도 위기탈출을 하게 해주었어야 했는데, 그 해 여름에는 참 일도 많았던 것이 나중에 밝혀지게 된다. 반면, 윌리의 친구 찰리네 아들 버나드는 학업에 충실해서 잘 나가는 변호사가 되었다. 어쩌면 현재 버나드의 모습은 윌 리가 그렇게 바라던 아들 비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문제는 윌리가 여전히 자기 아들 비프와 해피의 실체를 모르고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부자들간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그야말로 삶은 고구마 백 개 정도는 생으로 꾸역꾸역 먹은 그런 느낌이다. 나이를 그 정도 먹었으면, 정신을 차릴 법도 한데 특히 비프는 한 자리에 지긋하게 앉아서 버틸 재간이 없다고 고백한다. 자기보다 못하다고 생각하는 상사들의 명령을 들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이 이 지경이라면, 정말 특단의 수를 내서 서부에 가서 목장을 경영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너튜브에서 <세일즈맨의 죽음>에 대한 콘텐츠를 검색해 보니 무너진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이야기를 언급하고 있었다.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더라도, 판타지랜드 미국에서는 자신이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백만장자가 될 수 있다는 그야말로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신화가 아메리카에 퍼져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어떤 대통령은 모두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허황된 이야기로 사람들의 지각을 마비시키기도 했었지.

 

부자=성공이라는 등식이 성공 게임에 내몰린 모두에게 허용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우리는 호된 학습을 통해 거의 강제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예전에 부자되세요라는 말이 덕담이었다면 이제는 어떤 의미에서 조롱에 가까운 표현이 되지 않았나 싶을 정도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강남에 아파트 정도는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며, 사회문화적 자본으로는 명문대 졸업장 정도는 기본 스펙이 된 건 이미 오래 전의 일이다. 돈 많은 부모의 상속분까지 가지고 있다면 더 바랄 게 없겠지. 이런 어떤 조건도 우리의 주인공 윌리 로먼에게는 해당되는 게 없다는 비극의 출발점이었다.

 

결국 이러저러한 이유로 코너에 몰린 윌리는 생각해서는 안될 일을 실행할 꿈을 꾸게 된다. 심지어 윌리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기 짝이 없다. 오래 전에 죽은 형 벤이 수시로 등장해서 인생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동생을 자극하니 말이다.

 

내가 이 희곡에서 가장 답답했던 장면은, 윌리의 친구 찰리가 윌리에게 주급 50달러 짜리 일자리를 제의하는데도 자신은 잘 나가는 세일즈맨이라는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거절하는 장면이었다. 자신이 36년간 복무한 와그너 상사에서 더 이상 필요가 없다고 판단되어 해고된 마당에 그에게 다른 선택지가 있단 말인가? 사고를 가장한 자살 보험사기로 남은 가족들에게 20,000달러를 남기고 떠나겠다는 윌리의 플랜 앞에 모든 건 무의미해 보였을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모든 문제의 시발점은 나중에 비프가 지적하듯이 진실의 부재였다. 비프와 해피의 능력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도 그 진실을 받아들이길 로먼 패밀리의 가장 윌리는 거부했다. 자신의 외도가 아들에게 발각되었을 때, 교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역시 은폐로 무마해 버렸다. 진정한 의미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이룰 수 있는 숱한 기회가 있었지만, 당장의 고통스러운 진실을 외면해 버리는 방식으로 성공의 사다리를 걷어차 버린 것이다. 결국 모든 책임은 다른 이가 아닌 바로 나에게 있다는 사실로 귀결된다.

 

너튜브의 바다에서 요즘 잘 나가는 배우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한 비프도 찾아보았고, 1985년작 영화에서는 젊은 날의 존 말코비치가 비프 역으로 등장하는 장면도 찾아볼 수가 있었다. 영상의 화질 때문에 최근 영화를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확실히 배우들의 연기 수준은 올디스가 낫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회가 된다면 연극으로도 한 번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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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08-15 09: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저도 몇 해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제껏 연극 보면서 재밌다고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 작품은 언젠가 저도 연극으로 접하고 싶을 만큼 인상적이었었어요.

레삭매냐 2022-08-15 11:00   좋아요 2 | URL
저는 <세일즈맨의 죽음>과
<거미여인의 키스>를 연극으로
보고 싶더라구요.

언젠가 기회가 오겠죠.

그레이스 2022-08-15 10: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극 보고 싶어요~~^^

레삭매냐 2022-08-15 11:01   좋아요 3 | URL
예전에는 종종 연극도 보러
가고 그랬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영화 연극 본
지가 백만년은 되는 것 같습
니다.

mini74 2022-08-15 1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실의 부재란 말 와닿습니다. 티모시 살라메의 비프라니 ~상상이 잘 안됩니다. ㅎㅎ

레삭매냐 2022-08-15 11:02   좋아요 3 | URL
오늘 궁금해서 샬라메 인스타에
들어가 보니 다음 세대의 리더라는
타이틀로 타임 지 표지를 장식했네요.

할리우드 기대주인가 봅니다, 과연.

진실을 거부한 대가가 결국 현재의
비참한 삶의 모습이 아니었나 싶습
니다.

새파랑 2022-08-15 11: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극은 거의 안보지만 이 작품은 연극으로 보면 정말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시대나 지금이나 돈이 항상 문제인거 같아요 🤔

레삭매냐 2022-08-15 11:34   좋아요 2 | URL
1929년 대공황 이래,
마냥 성장할 것만 같았던 미국
경제는 그야말로 박살이 나버렸죠.

그후, 자본주의가 얼마나 인간을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정확하게
타격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돈이 문제지요.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coolcat329 2022-08-16 1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라는 누군가의 대사가 기억납니다. 진실을 외면하고 꿈과 허상만 좇다가 파국으로 치닫는 소시민의 모습이 참 슬픈 희곡이었어요.

레삭매냐 2022-08-16 19:17   좋아요 1 | URL
오옷 저도 책 읽으면서 해당 대사
를 적어 놓았던 기억이 납니다 역쉬!!!

세상이 휙휙 바뀌는데 여전히 인맥
세일즈를 하겠다던 윌리의 착각이
패착이 아니었나 싶기도 하구요...

그의 장례식에 아무도 찾아 오지
않은 장면이 저는 참 그렇더라구요.

찰리 : ... 세일즈맨은 꿈꾸는 사람이거든(173p).
 
고독한 얼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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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보기로 제임스 설터의 <고독한 얼굴>을 보기 시작했을 때, 어쩌면 이 책이 내가 올해 만난 최고의 책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8월초에 나온다던 책의 출간은 계속해서 뒤로 미루어졌고, 답답한 마음에 43년 전에 출간된 책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결국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느끼게 될 감정들을 나는 기다리지 못한 게 아니었나 싶다.

 

10여년을 기다린 두툼한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켈트의 꿈> 전에 결국 설터의 <고독한 얼굴>을 다 읽었다. 아니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평소처럼 다른 책에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고 고백한다.

 

평생 6권의 장편소설을 쓴 작가 중의 작가(간혹 이렇게 불리는 다른 작가들도 있지만 설터 선생의 아우라에는 미치지 못한다)의 다섯 번째 장편이자 한국에 소개된 10번째 그의 책이다. 이 정도면 과작(寡作)의 대가라고 해야되지 않을까 싶다. 항상 삼천포로 빠지는데 오늘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소설 <고독한 얼굴>의 주인공은 버넌 랜드. 캘리포니아 샌타바바라에 사는 이 문제적 인간은 대학도 그리고 군대에서도 실패한 일종의 루저다. 직업은 교회 지붕 수리로 먹고 산다. 그러니까 무언가 높은 곳을 향한다는 말일까. 교회 지붕 수리작업을 하다가 미끌해서 골로 갈 뻔한 게리를 구해 주고, 루이즈 레이트라는 아줌마네 집에 얹혀산다. 게다가 꼴에 바람둥이다. 그 집 아들 레인과 산행을 갔다가 만난 오랜 친구(?) 잭 캐벗의 충동을 받아 어느날 갑자기 모든 걸 정리하고 프랑스 알프스 마을 샤모니로 떠나게 된다.

 

설터 작가는 원래 이 소설을 영화 시나리오를 계산해 두고 썼다고 했던가.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듯 시퀀스가 확확 넘어가는 그런 모습이다. 아무리 1970년대라고 하지만, 군 탈영병 출신 싸나이가 타국으로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갈 수 있는지 그런 현실적 질문이 솟아난다. 어쨌든 외로운 늑대 스타일의 랜드는 홀로 산에 오르기를 좋아하는 모양이다. 나같은 산악 등반에 관한 문외한이 보더라도 왠지 험한 산에 오르기 위해서는 팀플이 중요하지 않나 싶은데 말이다.

 

빠른 진행에 더불어 작가는 숙명적으로 고독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존재론적 모습에 더해 산과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들의 내면의 갈등을 홀로 진 인물로 버넌 랜드를 고른 모양이다. 이 외로운 늑대는 잭 캐벗과 드뤼를 오르면서 동료가 바위에 얻어맞아 치명적인 부상을 당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등반에 성공한다. , 이쯤이면 슬슬 외로운 늑대에 대한 전설이 생겨날 만하지 않은가.

 

버넌 랜드가 산만큼이나 좋아하는 게 바로 여자들이다. 그런데 이 인간은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건 한 시절을 보내건 간에 상대방에 대한 책임감 따위는 1도 보여주지 않는다. 심지어 샤모니 현지에서 만나 사랑하게 된 카트린이 임신을 했다는 소식에도 전혀 감흥을 보이지 않는다. 자신은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을 지껄인다. 그래도 나중에 자신의 혈육이 보고는 싶었는지 이제 다른 남자의 여인이 된 카트린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친구라고 믿었던 잿 캐벗에게 따돌림을 당한 이후에는 더더욱 솔로 산행에 매진한다. 도대체 왜 목숨까지 걸고 위험한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설터의 고찰은 역시나 대단했다. 모든 것이 시시각각으로 바뀌는 산에 오르는 것은 어쩌면 평탄하게 지나가는 삶의 압축적 과정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발생한 기상악화로 계속 올라 가느냐 아니면 포기하고 안전을 위해 내려 오느냐에 대한 순간적 판단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안전한 지상에서처럼 시간을 두고 판단할 그런 여유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산을 오르면서도 과연 내가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에 대한 의심도 끊이지 않는다. 산에 오른다는 건 그런 것이다.

 

이런 육체적 한계 그리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겨내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쾌감이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거라고 설터는 랜드의 입을 빌어 담담하게 서술한다. 랜드의 등반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어린 시절에 산에 오를 때마다 내가 미쳤지 미쳤어 이 고생을 하면서 산에 오르다니를 많이 반복했던 것 같다. 게다가 나의 체력은 소설의 주인공 랜드의 그것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그래도 다음번에 또 꾸역꾸역 산에 오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는 했다. 랜드만큼은 아니었지만, 정상에 올랐을 때 나도 무언가를 해냈다라는 일종 엑스터시 같은 성취감은 대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 이래서 산에 오르지 싶을 정도로.

 

이탈리아 등반가 둘이 조난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랜드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구조대를 꾸려 산에 오르기 시작한다. 인간은 때로 무모한 일에도 주저하지 않는 그런 모습을 보여 주는데, 이 장면이 바로 그랬다. 그리고 보니 각 장은 짧게 구성이 되어 있는데 이 역시 영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둔 작가의 포석이 아니었나 싶다. 프로도 아닌 아마추어 어중이 떠중이 구조대원들은 산에 오르면서도 스스로의 능력을 의심한다. 하지만 한 가지 절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은둔을 좋아하는 리더에 대한 절대적 믿음이었다. 나 혼자서 할 수 없다면 역시 든든한 리더에게 의지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리더는 어떤 위험에서도 동료들을 버리지 않고 그들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의심을 걷어낼 리더십을 보여 주어야 한다. 버넌 랜드는 적어도 산에서는 그런 인간이었다.

 

이 성공을 바탕으로 랜드는 기묘하게 원하지 않으면서도 또 한 편으로는 성공의 후과를 즐기게 되었다. 이것이야말로 인간이 가진 다면적 이중성에 대한 설터식 고찰이 아닐까 싶다. 내가 예전에 단편집 <어젯밤>에서 읽어낸 설터 작가의 특기라고 할 수 있는 삶의 미세한 균열을 예리하게 짚어내는 그것의 바탕이 아닐까 싶다.

 

나중에 프랑스에서의 삶을 정리하고, 와이오밍에서 등반 중에 추락한 친구 잭 캐벗을 찾아가 벌이는 해프닝들은 확실히 영화에 쓸 법한 그런 미국식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독한 얼굴>이 아직 영화화가 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눈독을 들이고 영화로 만들 법하지 않나 뭐 그런 생각을 해본다. 목숨을 건 산악 등반, 게다가 배경이 프랑스라고 하지 않는가, 산에서 펼쳐지는 싸나이들간의 우정, 왜 우리는 산에 오르는가에 대한 탁월한 분석 그리고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조난을 당한 이들을 위해 의연하게 산에 오르는 일군의 무리들에 대한 서사. 무엇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전문 등반가도 아니면서 이렇게 산에 대한 완벽한 사랑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 중의 작가에 대해 다시 한 번 경의를 표한다. <고독한 얼굴>과 함께 한 지난 5일 동안, 너무 행복했다는 사실을 이 자리를 빌어 고백하는 바이다. 어쩌면 나는 이 소설을 설터 선생의 최고의 작품으로 기억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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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븐독자 2022-08-14 1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직까지 셜터를 단 한 권도 읽지않은 입장에서 솔깃하는 리뷰네요. 셜터를 안본 결정적 이유는 출판사의 표지 선택이라고 ㅋ 초중반? 출간된 표지에 왜 조금은 자극적이다 싶은 여성들 그림을 썼는지. 리커버 에디션이라도 낼 생각은 없나 궁금하네요. 여튼 역출간 순으로 셜터 전작을 해봐도 좋겠다 싶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4 11:12   좋아요 2 | URL
표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으나... 뭐 떠든다고 해서
표지를 바꾸거나 그럴 것 같진
않더라구요.

설터의 책들은 고저 사랑입니다.

coolcat329 2022-08-14 10: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 장편도 있군요. 😅 저는 단편집 하나 읽고 이해를 못해 그 후로 멀리한 작가인데,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다시 도전해보고 싶네요. 이 책 찜~~합니다.

아 저도 위에 분과 같은 이유로 더 멀리했네요.😪

레삭매냐 2022-08-14 11:15   좋아요 2 | URL
뚝심이라고 해야 할 지 -
앞으로는 표지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구요 ㅠㅠ

저는 단편집 <어젯밤> 읽고
나서 그야말로 뻑이 가 버렸
습니다. 이런 작가가 다 있구나
하고 말이죠. 그 후로 열혈팬이
되어 버렸습니다.

도전을 응원합니다, 참말로.

coolcat329 2022-08-14 12:59   좋아요 2 | URL
제가 읽은 책이 바로 <어젯밤>입니다. 오 그렇군요~~다시 읽어봐야겠습니다.

새파랑 2022-08-14 11: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산에 대한 완벽한 사랑의 이야기군요. 제임스 설터 아직 안읽어봤는데 언젠가는 읽어야 할 작가인거 같아요. 레삭매냐님 극찬하시니 이 책도 완전 좋을거 같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4 12:06   좋아요 3 | URL
강렬하고 힘있는 서사,
몇몇 단점에도 불구하고 멋진
소설이었습니다.

설터 선생이 작가 중의 작가라
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더군요.

바람돌이 2022-08-14 11: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임스 설터 역시 꼭 읽어야 할 작가로 살포시 담아갑니다.

레삭매냐 2022-08-14 12:13   좋아요 3 | URL
열 권 중에 두 권인가를 읽지
않은 것 같아서 찾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못 찾겠네요.

이렇게 삘이 왔을 적에 내쳐
읽어야 하는데 말이죠.

읽어 보시면 후회하시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바입니다.

미미 2022-08-14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연휴 때문에 책 주문을 미뤄뒀었는데 잘했네요! 레삭님 5일간 너무 행복하셨다니...주문도 하기 전부터 벌써 설레네요.ㅎㅎ
제임스 설터 작품에서 느껴지는 ‘삶의 미세한 균열‘에도 공감만땅입니다^^*

레삭매냐 2022-08-14 17:03   좋아요 2 | URL
지난 설터와 함께 한 매 순간이
햄볶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이
독보적이더군요. 소설이 이래야
맛이죠.

blanca 2022-08-14 16: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헉, 이게 설터의 최고작이라고 추천하시는 거죠? 설터의 에세이만 읽은 제가 이 책으로 시작해얄 것 같은 느낌이...

레삭매냐 2022-08-14 17:05   좋아요 2 | URL
여전히 응큼쟁이 꼰대적인 시각이
좀 불편하긴 하지만, 설터의 최고작
이라고 판단이 됩니다.

소설집이나 산문집과는 또 다른 결
이라고나 할까요.

산문집 찾아서 다음에는 그 책을
만날까 합니다. 사서 5년만에 읽게
되네요 그것 참.

페넬로페 2022-08-14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제임스 설터 작가인데,
아직 시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책부터 읽어봐야겠어요^^

레삭매냐 2022-08-15 09:00   좋아요 2 | URL
제 일천한 독서 경험에 따르면
아무리 유명한 작가라고 하더라
도, 독서인과 만나게 되는 그런
타이밍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과의 운명도 그리 되
리라 믿습니다.

그레이스 2022-08-15 10: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고의 작품이시라니 리뷰 읽으면서 내용들을 상상했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5 11:06   좋아요 2 | URL
왠지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에도 진한 여운이 느껴진달까요 -

산이라면 질색을 하면서도
버넌 랜드와 같이 산에 오르는
듯한 추체험을 가능케 해주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mini74 2022-08-15 11: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가벼운 나날 한 권 읽었어요. 최고의 책인데다 매냐님 행복하게 해주셨다니, 이 책 만나면 잘했다고 엉덩이라도 한 번 토닥여주고 싶네요. ㅎㅎ 저도 읽어봐야겠어요. *^^*

레삭매냐 2022-08-15 12:29   좋아요 1 | URL
어떤 분들은 <가벼운 나날>을 설터 샘
최고의 작품으로 꼽기도 하더라구요 :>

앞으로 몇 권이나 더 설터 작가의 책들
이 나올 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이번 책은 후회하시지 않으실 거에요.

거리의화가 2022-09-08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좋았던 책으로 당선되셔서 몇 배로 기쁘실 것 같아요^^ 이달의당선 축하드립니다!

mini74 2022-09-08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무지무지 축하드립니다 ~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 *^^*

새파랑 2022-09-08 16: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머냐님 당선 축하합니다. 기세를 몰아 이책 리뷰대회도 1등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서니데이 2022-09-0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보잘것없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 고아가 된 미쉬는 그를 거두어 성에서 기른 다음 관리인 자리까지 준 후작 부인의 후의를 한껏 받은 사람으로, 그를 찬미하는 사람들은 그를 브루투스 같은 사람으로 여겼다. 그러나 이런 배은망덕한 행위가 있고부터 고장 사람 누구도 그를 그렇게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 P21

대중의 정치적 사고(思考)가 그 시대의 아주 근접한 사건들 사이에서 얼마나 엄청난 간극을 보였는지 모를 것이다. 격렬한 소요 후에 각자가 느끼는 평화와 안정에 대한 전반적인 필요성이 더없이 심각한 이전 사건들을 완전히 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역사는 강렬한 새로운 이해관계에 의해 부단히 성숙하여, 신속하게 늙어 갔다. - P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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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로대는 잘 버텼고, 카스텔로는 소가 끄는 권양기처럼 십년 동안 자잘한 수리를 빼놓고는 한 번도 고장을 일으키지 않았다. 카스텔로는어떻게 보면 미욱하다 싶을 만큼 내구력이 뛰어났다. 소가 끄는 권양기처럼카스텔로도 필리포가 죽고 나서 한참 뒤인 1460년대까지도 대성당 공사 현장에 버티고 있었으며, 꼭대기탑 상단에 2.4미터 높이의 청동 구가 놓이면서 돔 공사가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순간까지도 똑똑히 지켜보았다. 이 청동 구를 주문 제작한 사람은 안드레아 델 베로키오였고 그의 공방에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젊은 도제가 있었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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