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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술집, 오술차의 기적 - 장사는 "악악"대며 하는 게 아니다
엄륭.김경환 지음 / 쌤앤파커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5/1120/pimg_7221411571313325.jpg)
진작에 이런 책이 나왔어야 했다. <장사의 신>이라든가 <고객이 이기게 하라> 등 창업 성공스토리를 담은 책들을 완독했지만 아이디어는 좋은데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즉, 나와는 별개의 이야기로 들려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그렇게해서 성공했다지만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곧 기억에서 잊혀졌다. 근데 <작은 선술집, 오술차의 기적>은 내 기존 예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외식업이라는 직종하면 떠오르는 일들이 있다. 굉장히 고된 작업들이 많다. 가게 문 닫고서도 다음날 재료 준비를 해야하고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문 열고 장사를 하기 때문에 개인 시간을 갖기 어렵다. 할 일도 산더미다. 재료 구입부터 손질, 주방일, 서빙, 요리, 계산 등등 그래서 장사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라며 손사래를 치기 마련이다. 주말없이 장사를 하기 때문에 24시 편의점처럼 매장에만 매달려야 하기 때문에 가게 주인은 피곤하다. 본인이 일단 지치고 힘들다보면 손님을 반갑게 맞이할 수 없고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보면 점점 폐업의 수순을 밟아나가는 패턴이 반복됐던 것이다.
우선 이들의 열정과 노력 그리고 꼼꼼한 준비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선술집을 만들었다는 것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가뜩이나 경제 불황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고 비정규직이 늘어남으로 인해 고용이 불안정한 이 시대에 장사를 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근원적인 질문을 뒤엎는 발상이 놀랍다. 이런 아이디어와 생각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장사를 즐겁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이들이 택한 전략은 손님과 친구가 되는 것이었다. 그냥 편하게 혼자오는 손님들에게 말을 걸면서 친해지고 그렇게 친해진 손님들과 단골이 되며 그 인연을 이어간다는 건 서로에게 이득인 것 같다. 손님은 가게오기 편해서 좋고 주인은 단골이 생겨서 좋기 때문이다. 게다가 단골에게는 특별히 본인만 쓸 수 있는 개인 잔을 두는 것도 효과적인 것 같다. 100일이다 뭐다해서 파티나 이벤트를 벌이는 건 그만큼 단골이 많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오술차를 더욱 특별한 장소로 여기게끔 만들어준다. 누구나 파티를 벌일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으로 인식하게 되며, 손님들이 입소문으로도 찾아오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이다. 굳이 애써서 홍보나 광고를 하지 않아도 되는 법을 아는 것 같다.
메뉴 개발을 위해서 아침 점심을 굶고 저녁에 음식점 7곳을 돌며 맛을 봤다는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목표 가격을 맞추기 위해 재래시장과 수산시장 수백곳을 돌며 거래처를 알아봤다는 것도 자신들의 목표가 분명하기 때문에 그리고 그 일이 재밌는 일이라 중도에 포기하지 않았던 것 같다. 인테리어 공사도 직접 하며 구글 스케치업을 배워 그리고 그 도면대로 사람과 사물의 동선까지 생각하며 배치해두는 등 세심하게 생각한 흔적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음식 장사에 초보였던 이들이 본인들만의 레시피 개발을 위한 끝없는 노력과 시도, 기존에 없는 메뉴명, 메뉴를 5,900원으로 고정시킨 이유 등을 들어보면 장사라는 것은 바로 이렇게 해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느꼈다. 남들처럼 설레설레 대충 해서는 자리잡지 못한다. 많은 시행착오들이 있었겠지만 계속 개선해나가며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맛집 투어를 간다는 것도 멋졌다. 갑자기 문 닫고 작은 쪽지만을 남긴 채 대천해수욕장에서 조개구이를 먹었다는 일화도 이들이 장사를 하는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그래야 장사하는 데 힘도 나고 다시 재미나게 오술차를 운영할 수 있지 않을까?
직원들에 대한 남다른 생각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받는 월급에서 자부심을 갖게 하고 오술차의 일원으로서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점들도 인상적이었다. 최저임금과 세금 등 남들보다 1천원 많은 시급 7천원을 주면서도 결과적으로 세금을 덜 내는 상황이 오면 오히려 아르바이트생에게 많이 주고도 순이익에서 더 많이 버는 점도 생각해볼만 하다. 직원을 소모품처럼 여기지 않고 인간적인 대우를 통해 신뢰를 얻는 그런 면면들이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나 외식업을 하는 사람들이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 같다. 다들 외식업은 힘들다고 말한다. 일단 몸이 힘들고 늦게까지 장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생각을 바꾸면 일주일 1~2번 매장에 나간다는 이들처럼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내가 힘들기 위해 장사를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것이라면 장사 외에도 다른 방법들은 많다. 길거리에 노점상을 하더라도 온갖 삶의 찌든 떄를 혼자 짊어진 듯 인상을 찌푸린 사람에게 누가 와서 음식을 사겠는가? 본인이 즐겁고 손님들에게 살갑게 대하는 사람에게 한 번이라도 더 방문하지 않을까? 음식은 기본적으로 손님들에게 맞아야 하지만 그걸 어떤 방식으로 대접하느냐에 따라 재주문 확률은 달라진다. 이 책을 통해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섬세한 배려와 모방을 발전시킨 덕분에 다른 곳에 없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만든 오술차는 앞으로도 싱글족과 모임의 성지로써 계속 번창해나갈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장사는 정말 이렇게 해야지라는 생각을 연신하게 된 올해의 추천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