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클럽의 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20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유명우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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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Tuesday Club Murders, 1932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 마플이 나오는 단편집이다. 그녀의 추리력을 잘 보여주는 열 세 편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거기에 조카이자 작가인 레이몬드 그리고 나중에 미스 마플의 열렬한 지지자가 되는 헨리 경이 등장한다.


  이모인 미스 마플의 집에 놀러온 조카 레이몬드. 자신의 친구들과 미스 마플의 지인이 다 모인 어느 날 저녁, 서로 알고 있는 비밀스런 사건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의한다. 그래서 누구의 추리가 제일 진실에 접근하는지 알아보자는 것이다. 나이 많고 조용한 노처녀라고 생각해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스 마플이 사건을 척척 해결하자, 사람들이 놀라워한다는 것이 기본 구조이다.


  열 두 개의 사건 중 초반의 여섯 개는 미스 마플의 집에서 벌어지고, 다음 여섯 개는 일 년 후 지방 유지인 밴트리의 집으로 장소가 옮겨진다. 그리고 마지막은 마을에서 생긴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진상을 파악한 미스 마플이 헨리 경에게 증거를 찾아달라고 부탁하면서 시작한다.


  이 중 '두 친구'를 보면서 어딘가 익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에 읽었던 '예고 살인 A Murder Is Announced, 1950'과 범행 수법이 흡사했다. 뒤에 설명을 보니, 이 단편을 장편으로 발전시킨 것이라 한다. 그리고 '피 묻은 포도(鋪道)'도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나중에 '백주의 악마 Evil Under the Sun, 1941'로 발전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화요일 밤의 살인'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주머니속의 죽음 A Pocket Full of Rye, 1953'과 구성이 흡사하다. 이것도 단편에서 장편으로 발전시킨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단편이지만 내용이나 구성 그리고 트릭적인 면에서 모두 알찼다. 미신과 결합한 '푸른 제라늄'은 신비로운 분위기를 주었고, '죽음의 약초'는 인간이란 얼마나 비뚤어진 심성을 가질 수 있는지 새삼 확인시켜주었다. '동기와 기회'는 진상을 알고 나서는 깔깔대고 웃어버렸다. 이런 단순하지만 기발한 트릭이라니!


  이 책은 그런 단순하면서도 기발한 온갖 장치들이 들어있다. 하지만 더욱 굉장한 것은 미스 마플의 추리력이다. 그냥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 그녀는 진상을 파악한다.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게는 나쁘지도 좋지도 않아 보이며, 그저 단순하고 어리석어 보일 뿐이란다." -p.10

  "난 항상 한 가지 일은 이 세상에서의 다른 일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단다." -p.76

  "사람이란 너나 할 것 없이 사실 모두 비슷비슷하단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이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뿐이지."-p.115


  사람의 본성은 비슷하다는 말을 그녀가 어느 책에서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여기서도 그와 흡사한 대사를 내놓고 있다. 진짜 한 마을에서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하고 교류를 맺으면 그녀처럼 추리력이 뛰어난 할머니가 될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삶의 연륜과 경험의 결과일까? 그렇지만 난 사람들과 교류를 잘 안하니까 안 될 거야, 아마.


  그런 할머니가 동네에 있다면, 어쩐지 무서울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런 할머니가 되는 건 좋은데, 누군가 나를 그런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건 좀 오싹하다.


  이 책에서 제일 빵 터졌던 부분은 바로 이 대목이다. 유명 연극배우 제인의 허무맹랑한 추리를 듣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부분이다.


  그녀의 말을 듣고 있던 방안의 사람들은 제인의 매력적인 머리의 겉모양이 그 안보다 훨씬 더 낫다고 확신했다. -p.160


  포와로도 언제나 헤이스팅즈가 붉은 기가 도는 금발에 약하다고 핀잔을 준다. 그래서 사건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금발 미인이 머리가 안 좋다는 식으로! 아마 크리스티는 금발의 미인을 싫어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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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편 마지막 집
데니스 일리아디스 감독, 모니카 포터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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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Last House on the Left, 2009

  감독 - 데니스 일리아디스

  출연 - 토니 골드윈, 모니카 포터, 사라 팩스톤, 가렛 딜라헌트



  웨스 크레이븐 감독이 만든 1972년 작의 리메이크이다. 그래서 몇 가지 달라진 점도 있지만, 전체적인 내용은 비슷하다.


  죄인을 호송하던 경찰차 두 명이 있다. 건널목에서 그들을 덮치는 커다란 트럭 하나. 알고 보니 그 죄수를 탈옥시키려는 동료의 것이었다. 경찰들을 무참히 살해하고 사라진 일당들.


  그리고 어느 호숫가 마을 산장에 휴가를 보내러 온 가족이 있다. 엄마아빠만의 오붓한 시간을 보내라고 딸은 동네 친구를 만나러 간다. 하지만 운 나쁘게도 탈옥 죄수와 그 일당에게 잡힌다. 그들이 노리는 것은 딸이 몰고 온 트럭이었다. 도망치던 딸과 친구는 그 일당에게 윤간과 온갖 폭행을 당하는데, 그 과정이 전편보다 더 잔인해졌다.


  탈주범 일당은 태풍을 피하기 위해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집을 한 채 발견한다. 바로 그 가족의 집이다. 의사인 아빠는 성심성의껏 다친 일당을 치료해주고, 쉴 자리를 마련해준다.


  구사일생으로 겨우 살아 돌아온 딸. 그녀의 처참한 모습에 부부는 할 말을 잃는다. 그리고 별채에 쉬고 있는 자들이 딸을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 엄마아빠는 복수를 다짐한다. 역시 두 사람의 복수 장면은 전편보다 잔인해지고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싱크대의 음식물 분쇄기부터 도끼, 소화기, 전자레인지 등등 집안에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잘 이용했다.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는 어른들 말씀이 새삼 피부에 와 닿았다. 딸은 친구가 갑자기 동네 청년의 꼬임에 빠져 대마초를 사겠다고 나서지만 않았으면, 그 친구가 대마초만 사들고 빨리 나왔으면, 그 일당과 맞닥뜨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결국 자기 자신도 목숨을 잃고 친구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었으며, 그 부모의 손에 피를 묻히게 되었다.


  그러니까 약물은 좋지 않다. 자기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신세까지 망칠 수 있다.


  전작이 워낙에 고전 명작이기에, 리메이크하는 입장에서 부담감이 컸을 것이다. 그래서 감독은 수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복수하는 장면의 잔혹성을 부각시키기보다는, 딸을 둔 부모의 심정을 더 잘 표현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괜히 전자레인지로 사람 머리 터트리는 장면 같은 걸 넣지 말고, 엄마아빠의 비통함을 더 드러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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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 제시카 차스테인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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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Mama, 2013

  감독 - 안드레스 무시에티

  출연 - 제시카 차스테인, 니콜라이 코스터-왈다우, 메간 챠펜티어, 이자벨 넬리스




  포스터가 인상적이다. 어느 여인의 뒤에 숨은 꼬마아이. 두 사람의 옷과 손은 더러워져있지만, 꼬마는 그녀를 믿고 있는 눈빛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주식 시장이 붕괴된 어느 겨울 날, 아빠는 세 살과 한 살 난 어린 두 딸을 데리고 숲으로 향한다. 모든 것을 포기한 상태로 회사 사람들과 부인을 죽인 그. 차사고로 우연히 들른 오두막에서 그는 정체불명의 존재에게 습격을 받아 죽는다.


  그리고 오년 후, 두 소녀가 기적적으로 발견된다. 삼촌이 고용한 수색대가 숲을 뒤지다가 찾아낸 것이다. 도대체 그 오랜 시간동안 둘은 어떻게 숲에서 살아남았을까? 둘은 마마가 자기들을 지켜줬다고 하지만, 어른들은 믿지 않는다. 둘이 살아남기 위해 만든 허구의 존재라고 생각한다. 두 자매는 삼촌 부부가 맡아서 기르기로 하는데, 그 집에서 이상한 일이 자꾸 일어난다.


  오프닝이 끝나고 노래가 나올 때, 아이들의 낙서가 둘이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하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아이들 둘 말고 또 다른 존재가 그려져 있다. 산발하고 기묘하게 생긴.


  거기에 네 발로 기어 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는 짠한 아픔도 느꼈다.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했기에, 인간이지만 동물처럼 자랐구나. 문득 신문 기사에서 본, 산짐승이 기른 아이들에 대한 기사가 생각났다. 인도의 늑대 소녀였던가?


  세 살이었던 큰 아이 빅토리아는 그래도 기억이 남아있어서 금방 사회에 적응을 하지만, 한 살이었던 둘째 릴리는 그야말로 들짐승 그 자체였다. 네 발로 다니고, 인간의 언어가 아닌 으르렁대는 소리를 내며, 재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인간에게 경계심을 보이는…….


  잠깐만, 그럼 모글리는 어떻게 직립 보행을 하고 다닌 거지? 늑대가 키웠으니 당연히 네 발로 다녀야 하는 거 아닌가?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초반에는 긴장감이 있었다. 마마의 존재를 두고 아이들과 어른들의 대립 그리고 어른들도 그 존재에 대해 느끼는 과정이 차근차근 잘 그려져 있었다. 특히 방에 있는 아이들과 복도에 있는 어른을 한 번에 잡으면서, 방에서 아이들과 노는 마마의 그림자가 등장할 때는 '오!'하는 탄성이 나올 정도였다.


  게다가 삼촌의 부인과 마마가 보이는 아이들을 둘러싼 미묘한 주도권 대결 같은 상황도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마마 때문에 사고를 당한 삼촌. 그래서 숙모인 에나벨은 아이들과 셋이서만 대저택에서 지내야했다. 덕분에 마마는 더욱 더 활개를 치고 다니고. 설상가상으로 숙모에게 마음을 여는 아이들에게 마마는 공포의 존재로 다가왔다. 오죽하면 빅토리아의 입에서 '그녀는 미쳤어!'라는 말이 나왔을까? 아이들은 숙모에게 따뜻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런 사실을 질투하는 마마에게 겁을 낸다. 그래서 더욱 더 긴장감을 주었다. 혹시 마마가 숙모까지 다치게 하는 건 아닐까? 자신에게서 멀어지려는 아이들을 해꼬지하는 건 아닐까?


  하지만 결말에 다다르면서, 그 긴장감은 힘이 떨어진다. 어딘지 모르게 신파조의 분위기가 생긴 것이다. 모성애를 들먹이면서 눈물을 흘리라고 강요하는 듯한 그런 분위기. 그리고 결말도 마음에 안 들었다. 이게 뭐람? 왜 이런 식으로?


  그렇지만 어떻게 생각하면 그게 제일 나을 수도 있다. 결국 그녀는 사회에 적응을 제대로 할 수 없었으니까. 늑대가 기른 소녀가 인간 사회로 돌아온 지 얼마 안 되어 죽었다는 그 기사를 떠올리면 말이다.


  그나저나 마마의 외모는 왜 그렇게 무서울까하는 의문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아이들을 돌보는 엄마인데, 일본 만화가 이토 준지의 작품에 나오는 무서운 얼굴의 여인을 닮았다. 음, 어린 시절 각인 효과 때문에 아이들은 그녀가 흉측하다거나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외모 지상주의인 사회를 비판하는 것 같기도 하고.


  빅토리아로 나온 꼬마 소녀의 연기가 참으로 눈물을 자아낸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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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Wrong Turn 3: Left for Dead, 2009

  감독 - 데클란 오브라이언

  출연 - 톰 프레데릭, 자넷 몽고메리, 길 콜리린, 크리스찬 콘트레라스



  음, 이 시리즈는 순전히 의리로 봐주는 거다. 영화 제작사와 나와의 의리가 아니라, 시리즈를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한다는 나와 애인님의 의리 내지는 애정 때문이다.


  초반 래프팅을 즐기던 대학생 무리가 보인다. 호러 영화의 패턴대로, 숲 아무데서나 옷을 훌러덩 벗어젖히며 19금 행위를 즐기던 애들은 살인마의 습격을 받아 죽어버린다. 그리고 며칠 후, 그 숲을 지나가는 죄수 호송 버스가 있다. 교통사고로 전복된 버스. 경찰과 죄수들은 서로를 견제하면서 살인마와 싸워야한다. 물론 수적으로 열세인 경찰은 인질로 잡힌 상황이다.


  죄수와 경찰의 조합이라니. 외부의 적인 살인마들과 싸우는 것도 문제지만, 내부의 적까지 있으니 설상가상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게다가 엄청난 돈까지.


  돈이 얽히니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참으로 난감하게도 살인마가 눈앞에서 자기들 동료를 죽이는 걸 봤으면서, 돈이라든지 여자에 대한 탐욕은 전혀 줄어들지 않는다. 자기들끼리 죽이겠다고 싸우고 아주 난리다. 죽을 때 죽더라도 하고 싶은 건 다 해봐야겠다는 집념일지도 모르겠다.


  이번에는 살인마가 두 명! 1편에 비하면 적은 수지만, 이 사람들 대단하다. 물론 한 명은 너무 바보 같아서, 자기가 놓은 함정에 자기가 빠지기도 하고 주먹 몇 번에 죽어버린다. 하지만 다른 한명은 그야말로 신출귀몰한 솜씨를 보이면서, 죄수와 경찰들을 하나씩 처리한다. 그러니까 이 사람 입장에서는 동생의 복수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그럼 왜 지나가는 사람들을 공격했냐고? 그건 식량 조달 차원으로……. 인간이 숲에 있는 토끼나 새를 사냥해서 먹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다른 점은 인간이 사냥하는 게 아니라 사냥당하는 것이지만.


  이 영화의 교훈은 ‘말보다 행동을 하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살인마에게 당할 때마다 혹은 자기들끼리 싸울 ‘죽여 버리겠어, 되갚아주겠어’라고 떠들기만 한다. 그런데 말만 그렇게 하고, 정작 행동으론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역공을 당해서 목숨을 잃는 것이다. 차라리 처음에 말만 앞세우지 말고 행동으로 보였으면, 결말이 다르지 않았을까?


  내용은 뭐, 자세히 살펴보면 ‘이건 말이 안 되잖아!’라고 외칠 장면들이 간혹 있다. 도대체 경찰견은 어디에 있었던 걸까? 왜 살인마는 주도면밀하고 꼼꼼하게 사람을 죽이고 다니다가 막판에 방심했을까? 그리고 도대체 그는 어떤 길로 다니기에 언제나 사람들의 뒤에 숨어들 수 있을까? 그리고 어떻게 차를 탄 사람들을 앞질러 갈 수 있었을까? 등등


  영화는 4편을 암시하며 끝이 난다. 아, 이 영화 5편까지 나왔다고 한다. 인간적으로 시리즈를 만들면, 대충 이름만 따와서 1편의 위엄을 망치기보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더 성공시켜야지라는 마음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보는 사람들도 다음 편을 기대할 테니까 말이다. 뭐 그렇다고 4편에 대한 기대가 아주 없는 건 아니다. 얼마나 더 망쳐놓을 것인지 기대하는 마음도 조금은 있다. 아니면 ‘좀 나아졌겠지?’라는 생각도 있고,


  그나저나 마지막에 그 주인공, 그럴 줄 몰랐다. 나쁘게 말하면 내숭쟁이, 좋게 말하면 계획적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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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살인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9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199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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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One, Two, Buckle My Shoe, 1940

  작가 - 애거서 크리스티




  이번에는 포와로가 나온다. 아쉽게도 헤이스팅즈는 나오지 않는다. 이상하다. 난 왜 포와로가 나오면 당연히 헤이스팅즈가 같이 나온다고 생각하고 있던 걸까? 이건 어쩌면 셜록 홈즈 시리즈의 영향 때문인가 보다. 거기서는 홈즈가 나오면 와트슨은 거의 매번 같이 나온다. 사실 홈즈의 사건 수사 일지를 와트슨이 기록해서 발표하는 형식이기에, 그가 빠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포와로 시리즈는 꼭 헤이스팅즈가 나오지 않아도 괜찮다. 앞서 읽은 '메소포타미아의 살인' 같은 경우도 간호사가 기록을 했으니까.


  이 책이 나온 시기는 1940년. 1차 세계 대전이 끝나고 사회가 혼란스러웠던 시기이다. 그래서 소설 속에서도 기존 세력에 반감을 느끼고 새로운 정치사상에 호기심을 가진 젊은이들이 나타난다. 특히 공산주의에 빠져서 기존의 정치세력이나 자본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청년과 부잣집에서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온 아가씨의 사랑이 곁들어져있다.


  이건 1937년도에 나온 '나일 강의 죽음'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온다. 예쁘고 부자이며 세상물정 모르고 오직 사랑에 올인하는 여자와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세상을 개혁해야한다 외치기만 하는 남자의 만남이라고 하면 너무 심한 말일까?


  원제는 동요 가사에서 따왔다고 한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각의 장은 제목에 나오는 동요의 가사이다. 어쩐지 이 책보다 일 년 먼저 나온 소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비슷하다. 아무래도 크리스티가 좋아하는 특정 코드가 있는 모양이다.


  한국 제목은 '애국 살인'이다. 누가 붙였는지 모르지만, 범인의 정체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물론 마지막 장까지 읽어야, '아- 그래서 이 제목이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 힌트가 되고는 있다. 제목에서부터 약 40% 정도의 스포일러를 하고 있는 추리 소설책이라니!


  소설 초반에 포와로가 겪는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읽고 있자니, 이 남자도 나와 같은 인간이라는 동질감이 들었다. 그러면서 온갖 망상이 들기 시작했다. 아, 포와로는 달걀 행성에서 온 외계인이 아니었어! 하지만 그와 내가 같은 인간이라고 하기엔, 추리력이 너무 뛰어나잖아. 헉, 설마 내가 지구인이 아닌 건가? 적절한 잡생각은 두뇌활동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며, 망상은 여기까지.


  포와로가 치과에 다녀온 날, 담당 의사가 죽은 채로 발견된다. 모두가 '네'할 때 혼자 '아니오'라고 말 할 수 있는 포와로. 다들 자살이라고 하지만, 그는 타살일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리고 그의 고객 중에 재계의 큰 손인 은행장이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치과의사의 고객 중에 한 명이 실종되었다가 시체로 발견된다. 거기에 첩보원인 남편을 두었다고 알려진 여인의 사건까지 얽히면서 사건은 복잡해진다. 포와로 역시 중간에 범인이 쳐 놓은 덫에 걸려서 잠시 혼란스러워하지만, 곧 진상을 파악한다.


  반스라는 정체불명의 전직 내무부 관리도 등장하는데, 그는 포와로에게 이런저런 힌트를 주는 인물로 그려진다. 뭔가 알고 있지만, 그것을 고스란히 알려주지는 않는다. 어쩐지 흥미로운 캐릭터이다.


  중간에 포와로가 이런 말을 한다.


  독재자에게는 으레 자신의 목숨은 부당할 정도로 소중하지만, 반면 타인의 목숨은 대단치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법이니까요. -p.225


  딱히 독재자에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쓸데없이 자의식이 철철 넘쳐서 자기가 중요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생각하는 부류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타인을 무시하고 상처 입히며 피해를 줄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중요하면 남도 중요한 법인데 말이다. 하긴 그런 걸 알면 사람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들 젊은 사람들, 너무 세상모르고 날뛰지 말아요. 세상은 젊은이 것만 아니고 늙은이의 것만도 아닙니다. 이 세상은 모두의 소유물이오. 이 세계를 자유와 인간의 정이 넘쳐흐르는 곳으로 만드시오. 그것이 내가 부탁하고 싶은 말이오. -p.237


  포와로가 하는 당부의 말이다. 어쩌면 이 말을 듣는 청년뿐만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 부탁하는 크리스티의 심정일지도 모른다. 요즘 애국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되는데, 그게 진짜로 나라를 위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기 욕망을 애국이라는 포장지로 덮은 것인지 의심이 가는 경우가 있다. 이 소설에도 그런 사람이 나오는데, 과연 누구를 위한 애국인지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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