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블로거로서 보내는 시간을 없애고 휴식하는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아서다. 몸이 쉬라는 신호를 보낸다고 느꼈다. 최근 감기몸살을 앓기도 했고 방광염에 걸리기도 했다. 이런 게 몸이 보내는 신호인 것이다. 피곤함을 느끼는 일이 반복되면 병에 걸린다는 것을 경험으로 체득했다. 피곤함을 느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으면 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 병에 걸리기 쉬운가 보다. 그러니 피곤함을 느낄 땐 하던 일을 당장 멈추고 쉬어야 한다. 이걸 알면서도 일을 계속할 때가 있다. 어제도 그랬다. 외출하고 돌아와 저녁때 청소를 하면서 피곤하다고 느꼈는데 그만두지 못했다. 청소를 해 놓고 그 다음날에 푹 쉬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다. 식구들이 도와주긴 했지만 피곤할 때 청소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또 피곤함을 느끼면서도 글을 쓸 때도 있다. 이것도 마음대로 안 된다. 그러니 중요한 건 평소 하는 일의 양을 줄이는 일일 것 같아 블로거로서의 일이라도 없애야겠다고 생각했다.
2.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방문자들에게 미안하단 생각이 들어서다. 방문자 수는 꾸준히 올라가는데 나는 글을 올리지 않고 있자니 신경이 쓰였다. 만약 내가 몇 달간 쉬겠다고 하면 헛걸음하는 분들을 위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3.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영양가 없는 글을 올릴 바엔 차라리 휴식기를 갖는 게 현명한 것 같아서다. “글이 써지지 않는군.” 하면서 한 권 분량의 글을 써서 책을 낸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고, “글이 써지지 않는군.” 하면서 신문에 연재하는 사람들을 존경하게 됐다. 이 세상엔 잘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요즘 새삼 놀란다. 내 주제를 새삼 파악한다. 내가 위치한 좌표를 새삼 의식한다. 난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다는 자각이 들 때도 있다. 끝까지 해낼 각오가 없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말아야 하는 게 옳은지,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게 옳은지 모르겠다. 어떻게 사는 게 좋은 삶일까?
4.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당분간 글은 그만 쓰고 글 쓸 시간에 독서를 하는 게 좋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아웃풋(output)보다 인풋(input)에 힘쓸 때라고 생각했다.
5.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려고 했다. 이유는? 내가 글을 올리지 않는 시간이 길어지면 그 이유가 궁금한 방문자가 한 분이라도 있을 것 같은데, “좀 쉬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나면 “페크가 휴식 중인가 보네.”라고 생각할 것 같아서다.
6. 딱 살림만 하고 살았다면 좋았을 터인데, 몸도 약한 주제에 남들이 하는 걸 다 하려고 하니 몸이 고장 나는 일이 생긴다.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쉬려고 했는데, 이번엔 정말 쉬려고 했는데, 그래서 글을 올리지 않고 있었는데 어제 발견했다. 내가 ‘서재의 달인’에 뽑혔다는 것을. 하하~~ 웃음이 나왔다. 이번 해엔 ‘서재의 달인’에 뽑히기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서재 활동을 열심히 하지 않았는데 웬일? 웬열?
아마도 이번엔 서재의 달인을 많이 뽑았나 보다. 어쨌든 서재의 달인이 되었으니까 서재의 달인은 쉬면 안 될 것 같아서 계속 글을 올리기로 했다는 얘기다. 작은 일에 마음이 흔들렸다는 얘기다. 원래 인간은 그런 존재다. 남녀 간에 작은 일에 마음을 빼앗겨 사랑에 빠지기도 하고, 나라 간에 작은 일에 분노하여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나는 서재의 달인에 뽑혔다는 작은 일에 기분이 좋아져서 서재 활동을 쉬기로 한 일을 뒤집어 버리고.
방문하시는 분들께 드리는 말씀. “앞으로, 날아가는 속도가 아니고 뛰어가는 속도가 아니고 걸어가는 속도가 아니고 기어가는 속도로 글을 올리더라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 글을 쓰고 나니 속이 시원해지네. 역시 글쓰기는 마음을 정화시켜 주는 힘이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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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왼쪽에 있는 ‘2015 서재의 달인’이라는 앰블럼을 보고 제가 선정되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건 언제부터 생긴 건지 모르겠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