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개월간의 칼럼 연재를 끝내고 나면 뿌듯할 줄 알았다. 연재를 해 봤다는 것이 보람으로 남을 줄 알았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예상이 실제와 맞아떨어지지 않는 법.) 글이 써지지 않았고 계속 써지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 되었다. 걱정을 덜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생겼다. 지난 1월부터 ‘철학과 문학’ 오프라인 강좌를 주 1회 수강하고 있다. 한 달에 책 두 권을 읽고 두 번 모이는 독서 동아리에도 가입했다. 이달에는 하루에 시 한 편을 필사해 올리는 네이버 밴드 모임에도 가입했다. 매일 시 한 편을 골라 쓰고 사진을 찍어 올린다. (내가 이렇게 많은 일들을 벌이게 될 줄은 몰랐다. 인간은 자신을 모른다. 나도 나 자신을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집에서 온라인 강좌나 오디오 북을 듣는 것도 즐기지만, 오프라인 강좌의 수강자가 되고 독서 동아리에 들고 나니 이점이 있었다. 사람들을 사귀게 되고 많이 걷게 된다는 점이다. 밖에 나간 김에 일부러 많이 걸으려고 노력한다.


독서 동아리에서 함께 읽기로 선정한 책 두 권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이라서 서둘러 완독했다. 이 와중에 또 완독한 책이 있으니 위화의 <인생>이다. 둘 다 재미있게 읽은 장편 소설이다. 

















“대장님.”

대장은 눈꺼풀을 치켜들어 우리를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없이 곧장 자기 집으로 돌아가 내리 이틀을 잠만 잤다네. 사흘째 되던 날 호미를 들고 밭에 나왔기에 가서 보니 얼굴의 부은 기는 많이 가셨더라구. 사람들이 그를 둘러싸고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몸이 아프지 않느냐고 하니까,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네.

“아픈 데는 없었는데 잠을 못 자게 하니 제기랄, 아픈 것보다 더 견디기 어렵더군.”

대장은 그 말을 하다가 눈물을 흘렸다네.

“내 이번에 알아봤네. 평소에 나는 내 아들 돌보듯 당신들을 보호했는데, 내가 재수 없는 일을 당했을 때는 구해주는 사람 하나 없더군.”

대장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 감히 그를 똑바로 보지 못했지. 대장은 그래도 운이 좋은 셈이었어. 성안으로 끌려가 사흘 동안 얻어터지는 걸로 끝났으니 말일세. 하지만 춘성은 성안에 살았으니 지독하게 당한 모양이야.

위화, <인생>, 243쪽.


⇨ (중국에서 일어난) 문화 대혁명을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정치사상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된다.

 

















“모모야, 그 사람들은 나를 억지로 살게 할 거다. 병원에서는 언제나 그렇게 한단다. 병원에는 그런 원칙이 세워져 있어. 나는 필요 이상으로 살고 싶지는 않다.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지. 유대인이라 하더라도 한계가 있단다. 그들은 날 죽지 않게 하려고 온갖 학대를 다할 거다. 고의적으로 의학적 처방이라는 것을 쓸 거다. 그리고 거품을 뿜어댈 때까지 못살게 굴며 죽을 권리도 주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의 특권이 되는 거니까 말이다. 내 친구가 있었는데, 유대인도 아니면서 교통사고로 팔다리가 다 달아나버렸지. 그런데 병원에서는 혈액 순환을 조사한다고 그 친구를 10년 이상이나 고생을 시켰단다. 모모야, 나는 단지 의학이란 것을 위해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내가 정신이 나가곤 하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혼수 상태로 의학에 공헌하기 위해 몇 년 더 살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만일 오를레앙에서 온 사람들이 나를 병원에 데려갈 거라는 소문을 들으면 네 친구에게 가서 나한테 주사 한 대를 놔주라고 해라. 그리고 내 시체는 시골에 갖다버려라. 아무 데나 버리지 말고 숲 속에다가 버려라. 전쟁이 끝나고 나서 열흘 동안 시골에 가 있었지. 그렇게 공기가 좋을 수가 없었단다. 그곳은 도시보다 내 천식에 더 좋단다. 나는 내 엉덩이를 35년 동안이나 손님들한테 주었는데, 지금에 와서 또 의사들에게 주고 싶지는 않단다. 약속해주겠니?”

“약속해요, 로자 아줌마.”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185~186쪽.


⇨ 안락사가 불법이라 비밀리에 안락사를 시켜 달라는 로자 아줌마에게 모모는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다. 로자 아줌마는 병원에서 오랫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사느니 차라리 안락사가 낫다고 여긴다. 안락사의 입법화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에밀 아자르와 로맹 가리, 둘은 같은 사람이다.)




..............................


* 오늘 뽑은 시



방을 얻다 

                              나희덕


담양이나 창평 어디쯤 방을 얻어

다람쥐처럼 드나들고 싶어서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렸다.

지실마을 어느 집을 지나다

오래된 한옥 한 채와 새로 지은 별채 사이로

수더분한 꽃들이 피어 있는 마당을 보았다.

나도 모르게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섰는데

아저씨는 숫돌에 낫을 갈고 있었고

아주머니는 밭에서 막 돌아온 듯 머릿수건이 촉촉했다.

― 저어, 방을 한 칸 얻었으면 하는데요.

일주일에 두어 번 와 있을 곳이 필요해서요.

내가 조심스럽게 한옥 쪽을 가리키자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 글씨, 아그들도 다 서울로 나가불고

우리는 별채서 지낸께로 안채가 비기는 해라우.

그라제마는 우리 집안의 내력이 짓든 데라서

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갈한 마루와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 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내가 이미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걸.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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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02-15 1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이 달 나머지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크pek0501 2024-02-15 19:19   좋아요 1 | URL
앞으로 시 자주 올리겠습니다. 올 한 해는 시 많이 읽은 해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은오 2024-02-15 19:5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년동안 칼럼을 연재한다는게....부담감도 있을 테고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은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페크님~💕
오프라인 강좌에 독서동아리에 필사모임까지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들으니 왠지 게으른 저도 좀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넘 멋지세요...🥹

페크pek0501 2024-02-17 11:07   좋아요 1 | URL
저야말로 게으르게 살았어요. 그 결과, 소 잃고 외양간 고치고 있어요.ㅋㅋ
은오 님은 책 많이 읽으시니 게으른 게 아니지요. 저도 분발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멋진 분은 은오 님!!

stella.K 2024-02-15 2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 하셨네요. 그게 그렇더라구요.
안하면 되게 편할 줄 알았는데 자꾸 쳐지는 느낌이 들거든요.
근데 넘 바쁘신 거 아니예요? ㅎㅎ

근데 사진은 어딘가요?

페크pek0501 2024-02-17 11:12   좋아요 1 | URL
스텔라 님은 그 느낌을 아시는군요.
만약 제가 돈 받고 가르치는 일이라면 당연히 부담스러울 텐데, 제가 돈을 내고 수강하는거라 결석해도 되고 부담없어요. 독서 모임도 한 달에 두 번만 가면 되는 거라서... 그동안 게으르게 살았던 것 같아요.
사진은 명동에 있는 레스토랑이에요. 이름은 생각 안 남. 맨 뒤 산 위의 불빛 탑이 남산이에요. 족욕하는 시설도 갖춰 있어서 족욕도 했어요.(이건 무료) 음식도 맛있고 가격은 그리 비싸도 않았어요. 딸이 데려가서 가 봤답니다.^^

coolcat329 2024-02-16 2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연재 시작하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년이나 됐군요. 고생 많으셨습니다. 시원섭섭하시지요?
독서모임 등 다양한 활동을 시작하신 페크님이 봄의 기운을 저에게 전해주시네요. 앞으로 독서모임에서 읽게 될 책들이 저도 기대됩니다. 화이팅하세요!

페크pek0501 2024-02-17 11:14   좋아요 2 | URL
2년이란 시간이 그렇게 짧답니다. 시원섭섭, 맞습니다.
제가 독서 편식을 하는 편이라 이 기회에 남들이 정한 리스트대로 책을 읽어 보는 경험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리뷰는 못 쓰더라도 독서 모임으로 읽은 책은 소개해 올리겠습니다. coolcat329 님도 파이팅!!!

2024-02-17 1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2-20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4-02-18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 축하드립니다. 페크님....후련하시면서 섭섭...저도 그러시겠다 생각했는데 coolcat님의 말씀 댓글로 같은 심경을 서주셨네요^^

페크pek0501 2024-02-20 12:22   좋아요 1 | URL
끝남은 다른 일의 시작이이라고 여기고 새 계획을 세워 실천하고 있어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고 싶군요. 인풋이 있어야 아웃풋도 있는 법.
공기가 맑아 좋은 날, 좋은 하루 보내세요.^^

물감 2024-02-18 17: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느 정도 채찍질이 필요하다고 보는 쪽이지만... 스케줄 너무 빡빡한거 아니세요?ㅋㅋㅋ
2년간의 연재도 성공하셨으니 뭐든 잘 하시리라 믿습니다.
로맹 가리는 한 권도 안 읽었어요. 다들 재밌다 재밌다 그러는데 왜 저는 손이 안가는건지 원...

페크pek0501 2024-02-20 12:27   좋아요 1 | URL
저로선 스케줄 빡빡한 편이지만, 다른 알라디너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 꾸준히 책 읽고 리뷰 올리시는 물감 님 같은 분들이 많잖아요. 연재 성공이라 말씀하시니(말이 안 돼서) 웃음이 나지만 감사히 접수하겠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너무 많으니 당연히 읽은 적 없는 작가가 있을 수밖에요. 저도 로맹 가리의 책은 처음 읽은 것 같습니다. 오래전부터 집에 책이 있었는데 읽게 되지 않더라고요. 독서 모임 때문에 이번에 읽었습니다.
책이 있어 늘 행복하시길... 더불어 저도...^^
 


사람에 따라 해석이 다르다.
















사람의 눈은 카메라의 렌즈와 비슷한 역할을 하지만 렌즈처럼 앵글에 비친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투과시키지 않는다. 가령 석양에 물든 산자락을 넋을 잃고 바라볼 때도 자연의 풍광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다. 본인 스스로는 마음을 비우고 본다 생각할지라도, 실상은 바라보는 대상 위에 영혼의 얇은 막을 무의식적으로 덮어씌운다. 그 얇은 막이란 어느 사이엔가 성격이 되어버린 습관적인 감각, 찰나의 기분, 다양한 기억의 편린들이다. 풍경 위에 이러한 막을 얹고, 막 너머를 희미하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인간이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 사람의 일부이다. 

- <초역 니체의 말 2>, 21쪽.



‘어려운 경제 사정으로 인해 집을 팔고 작은 전셋집에서 살게 되고 게다가 남편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부부가 따로 떨어져 살게 된’ 여성이 있다고 지인을 통해 들은 적이 있다. 이 부부는 가난하지만 사이가 좋아서 아내는 남편을 그리워한단다. 이 얘기를 듣고 어떤 이는 사이좋은 부부가 경제 사정으로 떨어져 살게 되었으니 불행한 부부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런 상황에서도 사이좋으니 행복한 부부라고 한다. 니체가 말한 대로 그가 바라보는 세계란 이미 그의 일부이기에 해석이 다르리라.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 설명해 본다.


A라는 사람이 친구 B에게 전화를 걸어 C라는 친구의 안부를 묻는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부부 사이가 좋으면 뭐 해. 걔가 그렇게 불행해질 줄 몰랐어.”


같은 질문에 이렇게 대답할 수도 있다.


A : “C는 요즘 어떻게 지내니?”

B : “걔, 경제 사정이 나빠져서 작은 전셋집으로 이사했고 남편마저 중국에 가서 일하게 되어 따로 떨어져 살고 있어. 남편이 보고 싶대. 그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부부 사이가 좋으니 참 행복한 애야.


이처럼 같은 정보를 가지고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여 전할 수 있다. 전해 주는 사람이 사실만 전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해석도 함께 전한다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되겠다. 



....................

위의 글은 2014년 1월 27일에 내가 쓴 글을 조금 고쳐 쓴 것이다. 다시 말해 10년 전의 오늘 날짜에 올린 글을 고쳐서 올린 것이다. 


오늘 알라딘 ‘북플’에 들어갔더니 다음과 같은 글이 눈에 띄었다. 


”10년 전 오늘, 페크pek0501님이 재미있게 읽은 <초역 니체의 말 2>에 남겨주신 글입니다.“


알라딘 ‘북플’ 덕분에 내가 위의 글을 쓴 적이 있다는 걸 알았다. 글감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가지 글감을 얻은 기분이다.  


알라딘에 감사드린다. 







새해에 구매한 책이 다섯 권이다. 사진으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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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1-27 18: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헉, 알라딘 북플이 10년전에 쓴 글도 알려주나요? 저는 제일 오래된 게 3년전 걸 보여줘서 이건 언제 거까지 보여 줄건가 했는데 꽤 오래된 것도 보여주네요. 하긴 제가 북플을 설치한게 3년쯤에 스맛폰으로 바꾸고 나서니까 그때 것부터 보여주나 보네요. ㅋ
전 책은 작년 말에 사고 아직 안 사고 있는데 좀 근질근질 합니다. 사 봐야 고리짝 옛날 소설인데 전 왜 요즘 나오는 쌈빡하고 멋진 소설은 안 읽나 모르겠어요. ㅋ

페크pek0501 2024-01-28 12:37   좋아요 2 | URL
10년 전뿐 아니라 그 전의 것도 알려 주지요. 서재에 글을 올린 시작일로부터 글을 올린 날짜가 겹치면 알려 주는 것 같아요. 제가 2009년에 서재를 개설했으니 15년 동안 쓴 글 중, 오늘 날짜에 올렸던 글이 뜨는 거니까 뜰 가능성이 많지요. 스텔라 님은 3년전쯤 오류가 발생해서 그럴 거예요.
오! 책을 안 사시다니 놀랍네요. 요즘 정지아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와 한강의 소설이 인기인 듯합니다. 저 역시 요즘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레 미제라블 3, 몽테뉴와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있으니 요즘 나온 책을 볼 여유가 없네요. 고칠현삼 독서법이라고 있잖아요. 고전과 현대가 7 대 3이니 괜찮다고 봅니다.^^

stella.K 2024-01-28 13:24   좋아요 1 | URL
아, 그러고니 예전에 서재 날릴뻔 하다 복구한적 있는데 그때부터 되는 건가봐요. 이전 건 날리고. ㅋ

2024-01-28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4-01-27 2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크님도 트렌드코리아를 사셨군요. 저도 얼마전에 읽었는데, 매년 이 책이 출간되어서 참 좋아요. 그 해의 가장 빠른 트렌드 정리가 되는 것도 좋고, 올해는 작년보다 읽기가 더 좋게 구성된 것 같더라구요.
전에는 10여년이면 긴 시간 같았는데, 이제는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요.
페크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8 12:39   좋아요 2 | URL
트렌드 코리아가 이번에 재밌는 내용이 많아졌어요. 점점 나아지는 듯합니다. 특히 분초사회, 를 인상적으로 읽었어요. 그것 정리해 올리고 싶은데 정리하느라 시간 보내면 제가 독서할 시간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생략하게 되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cyrus 2024-01-27 2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말은 어떻게 듣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쓰는 것보다 말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 소크라테스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지 않아요, 물론 글도 글쓴이의 참모습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하지만요. ^^

페크pek0501 2024-01-28 12:4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그래서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오히려 독서 모임이 더 좋을 것 같단 생각을 해요. 전문가의 생각을 주입하는 것보다 여러 사람들의 생각을 듣는 게 유익하다는 점에서요. cyrus 님처럼 독서 모임을 꾸준히 하시면 좋은 공부가 될 겁니다. 고맙습니다.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1-28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하겠습니다 다르게 살고 생각이 달라서 그렇겠네요 아무리 좋은 것도 보는 사람 그때 형편에 따라 다르게 보이겠습니다 어떤 일도 사람마다 다르게 보는군요 안 좋은 일에서도 좋은 걸 찾아내는 것도 좋겠네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8 12:43   좋아요 1 | URL
같은 걸 보면서도 시각 차이가 생기는 게 신기하지요? 굳이 나누자면 긍정적으로 보느냐, 부정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도 달라집니다. 다양한 관점에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또 나뭇잎 하나가 – 나희덕


그간 괴로움을 덮어보려고

너무 많은 나뭇잎을 가져다 썼습니다

나무의 헐벗음은 그래서입니다

새소리가 드물어진 것도 그래서입니다

허나 시멘트 바닥의 이 비천함을 

어찌 마른 나뭇잎으로 다 가릴 수 있겠습니까

새소리 몇 줌으로

저 소음의 거리를 잠재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내 입술은 자꾸만 달싹여

나뭇잎들을, 새소리들을 데려오려 합니다


또 나뭇잎 하나가 내 발등에 떨어집니다

목소리 잃은 새가 저만치 날아갑니다(94쪽)






북향집 - 나희덕


겨울 햇살 비껴가는

북향집에 그가 앉아 있었다

전등도 켜지 않고

저녁을 맞고 있는 그의 침묵 속으로

우리는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

어둠이 혼자 그의 맨발을 씻기고 있었다

발등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그는

우리가 둘러앉은 후에도

물기 어린 어둠에 자주 눈을 주었다

올 겨울은 매화盆도 꽃을 맺지 않았다고,

개가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고, 

드문드문 이어지는 말소리 사이로

늙은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다 잠이 들고

우리는 외로움을 배우러 온 그의 제자들이 되어

온기 없는 거실에 오래 앉아 있었다


북향집 식어가는 아궁이,

그의 마음에서 천천히 걸어나왔을 때

마당에는 눈이 서걱거렸다

대문 앞에 그가 오래 서 있었다(59쪽)







상수리나무 아래 – 나희덕


누군가 맵찬 손으로

귀싸대기를 후려쳐주었으면 싶은


잘 마른 싸릿대를 꺾어

어깨를 내리쳐주었으면 싶은


가을날 오후


언덕의 상수리나무 아래

하염없이 서 있었다


저물녘 바람이 한바탕 지나며

잘 여문 상수리들을 

머리에, 얼굴에, 어깨에, 발등에 퍼부어주었다


무슨 회초리처럼, 무슨 위로처럼(78쪽)



....................

오늘 서울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눈이 오고 있었다. 

추운 마음에 이불을 덮어 주듯 무슨 위로처럼 내리는 눈.

















나희덕, <사라진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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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4-01-17 15: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왔군요.
제가 사는 곳은 부슬부슬 비만 뿌렸습니다.
눈이불이 pek님께 따뜻한 위로가 되었을겁니다.

페크pek0501 2024-01-18 19:06   좋아요 1 | URL
눈이 포근하게 느껴질 때가 있더라고요. 비와는 다른 느낌이죠.
밖에 나갔다가 눈길에 미끄러질까 봐 조심조심 걸었답니다.
어제 낮에는 눈이 오더니 밤엔 비가 계속 내리는 것 같았어요. 빗소리가 좋더군요.^^

서니데이 2024-01-17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울은 눈이 많이 왔네요. 여긴 그 정도는 아닐거예요.
지금은 해가 져서 잘 보이지 않을 것 같고요.
눈이 와서 하얗게 된 겨울 사진은 참 예쁘네요.
그래서 눈오는 날을 좋아하는 분도 많겠지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페크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18 19:09   좋아요 2 | URL
눈은 실내에서 볼 때만 좋은 듯합니다. 막상 나가니까 길이 미끄럽고 춥고 그랬어요.
친정에 다녀왔지요. 가까운 거리가 눈길이라 멀게 느껴지더군요.
눈 오는 날이 좋은 것은 드문 날이라서 더 그런 듯합니다. 어제는 겨울다운 날이었어요.
서니데이 님도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2024-01-17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18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4-01-17 19: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정말 펑펑 오더군요.
그래도 춥지 않아 거의 녹았습니다.
올겨울은 참 묘한 것 같습니다.
보통 겨울은 우리나라는 건기에 속하는데 이렇게 눈이오고 있으니.
봄되면 산불 나는데 이번 봄은 좀 덜 나려나 싶기도하고.
암튼 겨울도 얼마나 남았을까 싶네요.

페크pek0501 2024-01-18 19:15   좋아요 2 | URL
녹은 곳도 있고 눈 쌓인 곳도 있더군요. 겨울은 겨울대로 불편한 점이 있네요. 더운 여름보단 낫다고 생각했는데
요 며칠 동안은 추워서 겨울도 불편하구나, 하는 간사한 생각을 했어요.
비나 눈이 오면 산불이 예방되는 것 같아 안심이 되긴 해요.
벌써 겨울이 가면 아니되옵니다. 겨울이 가고 나면 금방 여름이 올 것 같아서요.ㅋㅋ

희선 2024-01-19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틀 전에 눈 많이 왔군요 라디오 방송에서도 눈이 많이 내린다는 말을 하더군요 그것도 저녁에 들었어요 낮에 못 듣고 밤에 재방송 들었습니다 제가 사는 곳은 비가 왔는데... 어제 새벽에도 비가 오고... 겨울에 눈이든 비든 와야죠 눈이 오는 게 더 나을 테지만... 페크 님 시도 만나시고 쏟아지는 눈을 보셨군요


희선

페크pek0501 2024-01-20 08:11   좋아요 0 | URL
눈이 오니 반갑더군요. 올해는 시를 많이 읽어야겠단 계획을 세웠죠. 시적인 문장을 저도 쓰고 싶어서요.ㅋㅋ
눈이 오니 갑자기 시와 함께 글을 올려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시와 눈이 왠지 어울릴 것 같아서요.
어제는 친정어머니 모시고 병원에 약 타러 갔고, 오늘은 대구에 1박2일로 갑니다. 시어머니 생신을 맞아 다 모이기로 했거든요. 외동딸에 맏며느리이다 보니 할 일이 생기네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하나의책장 2024-01-20 06: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쏟아진 눈 덕분에 열심히 집앞과 마당을 치웠지요^^
매년 마당이랑 옥상에 쌓인 눈을 모아 미니 눈사람이라도 만들었었는데 생각보다 빠르게 녹아 올해는 그냥 넘어갔어요ㅎㅎ
날이 또 추워진다고 하던데 감기 조심하세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24-01-20 08:14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 님, 반갑습니다. 저도 예전엔 마당에 쌓인 눈을 치웠던 적이 있었지요. 결혼한 후로는 아파트에 살다 보니 마당을 치울 일이 없네요. 눈사람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 봤을 뿐 어른이 되고 나니 눈 구경만 합니다.
다음 주부터 또 추워진다는군요. 겨울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싶은 모양입니다.
하나의책장 님도 감기 조심하시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2024-01-24 22: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01-27 1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24-01-26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위에서 내려다 본 눈 사진은 좋네요.
그런데 정말 페크님께서 서니데이님께 답글로 쓰신 것처럼,
눈은 볼 때만 좋은 것 확실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동네 뒷동산 같은 급격한 경사를 한참 올라가야 하는 달동네 같은 곳이예요.
여기는 눈이 오면 골목길이 온통 다 얼어붙어 버리고,
골목 안에는 햇빛이 잘 들지 않아서 겨울 내내 얼음이 잘 녹지도 않아요.
그래서 저는 매년 겨울마다 등산화만 신고 다닙니다.
일반 운동화나 구두 같은 신발을 신으면 미끄러져 넘어지기 때문에 못 신어요.

페크님 덕분에 오랜만에 나희덕 시인의 시를 읽어보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4-01-27 10:28   좋아요 0 | URL
눈은 보기에만 좋은 게 맞아요. 저도 미끄러질까 봐 눈이 오는 날엔 꼭 운동화를 신어요.
새해에는 시를 많이 읽기로 계획을 세웠는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반가웠습니다.^^
 

1.













우리가 사소한 일에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 고통받기 때문이다.(63쪽)


우리가 사소한 일에서 위로를 받는 이유는 사소한 일에서 고통받기 때문이며, 신을 안다고 말하는 자 중에 신을 사랑하는 자가 극히 적은 이유는 형식과 진실의 거리가 비교도 안 될 만큼 멀기 때문이다. 행복을 손에 넣고 싶다면 인생의 목표가 행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 이외의 다른 목표를 추구해야 한다.(63쪽)


행복은 수단을 통해 달성되지 않는다. 어떤 목표를 향해 의지의 실천을 했을 때 길의 중간에서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다.(63~64쪽)






2.

대구에 사는 두 시누이(남편의 누나들)가 김장 김치를 보내왔다. 매년 이맘때면 김장 김치를 보내 줘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는데.... 









배달 온 택배 상자 안에서 봉지들을 꺼내 놓고 보니 김치 종류가 많고 양도 많았다. 배추김치, 무김치, 갓김치, 게다가 무말랭이까지 있었다. 


친정어머니에게 갖다 드리려고 따로 덜어 놓았다. 


김장 김치가 있으니 겨울나기 준비를 해 놓은 듯 마음이 든든하다. 


두 형님의 음식 솜씨가 좋으니 얼마나 맛있을까? 이것저것 맛을 보면서 행복했다. 


두 형님의 정성 어린 손길이 그대로 느껴졌다. 


쇼펜하우어는 행복이란 “우연찮게 얻은 물 한 모금 같은 것”이라 했는데, 물 한 모금으로 행복을 느낄 수 있듯 나는 김장 김치로 행복을 느꼈다. 


여기까지 나를 감동시킨 ‘김장 김치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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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12-03 2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그렇겠어요. 행복은 나눌 때 커진다더니.
보기에도 맛있어 보입니다. 든든하고 행복하시겠어요.^^

페크pek0501 2023-12-05 16:0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저기 그릇에 담아 둔 것의 두 배가 왔답니다. 어머니와 나누어 가졌어요. 어머니가 무척 좋아하시더군요.
김치 덕분에 새 반찬이 많이 필요하지 않으니 반찬 걱정을 반은 덜은 셈입니다.^^

scott 2023-12-03 2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귀한 김치 나눔의 사랑 페크님의 가족은 따숩!^^

페크pek0501 2023-12-05 16:01   좋아요 1 | URL
스콧 님, 오랜만의 방문이십니다. 반갑습니다.
스콧 님의 댓글이 더 떠숩!^^

yamoo 2023-12-04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진짜 마음이 든든한 김치 나눔이네요! 행복을 주는 김치는 더욱 맛있을 거 같다는...ㅎㅎ

페크pek0501 2023-12-05 16:01   좋아요 1 | URL
산 김치도 맛있지만 정말 행복을 느끼게 하는 김치의 맛은 더욱 맛있네요.^^

희선 2023-12-06 02: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 시누이님이 김장 김치를 보내주시다니 고마운 일이군요 페크 님 겨울 준비 잘 하셨네요 두 분이 같은 곳에 사시는 건지... 두 분 다 페크 님을 생각해주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페크 님 2023년 서재 달인 되신 거 축하합니다


희선

페크pek0501 2023-12-06 11:57   좋아요 0 | URL
예, 두 분 형님이 가까운 곳에 사셔서 시어머님집에 모여서 함께 김장을 했답니다.
희선 님도 서재의 달인, 에 선정되신 것 축하합니다.^^
 




1. 자신과의 대화

백지의 공포를 아는가? 

작가가 절필하는 이유를 아는가?


이 두 가지를 나는 알 것 같다. 이 달이 칼럼 연재 23개월째인데 나는 마감 날까지 글이 써지지 않을 것 같은 공포를 느꼈다. 글이 써지지 않고 마감 날이 닥치고 말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4주에 한 번씩 기고하는 일이 이번처럼 어렵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글감을 찾느라 나의 머릿속은 바빴지만 좀처럼 글감을 찾을 수가 없었다. 


페크1 : 계속 이렇게 글을 쓰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지?

페크2 : 그러면 신문사에 글을 못 보내는 거지.

페크1 :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페크2 : 망신은 나의 것이지. 신문사에 민폐를 끼치는 거고. 

페크1 : 미리 신문사에 개인 사정으로 인해 이번엔 칼럼을 제출할 수 없다고 말해 보는 건 어떨까? 그러면 신문사 측에서 내 글을 대신할 다른 글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거니까. 

페크2 : 그것도 망신은 나의 것이지. 신문사에 민폐를 끼치는 거고. 

페크1 : 그럼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페크2 : 써야지. 무조건 써야지. 이번엔 네 이야기를 쓰는 건 어때? 다른 데서 글감을 찾지 말고 너의 이야기를 써 봐. 


이리하여 페크는 드디어 자기 이야기를 써서 칼럼의 초고를 완성했다. 앞으로 4일간 퇴고를 열심히 해서 더 나은 글로 만들어야 하는 일이 남아 있다.  




2. 대구에 갔다 오다

바쁜 와중에 시아버님 제사가 있어서 대구에 1박 2일로 갔다가 어제 왔다. 가기 전날 반찬 세 가지를 만들어 친정어머니에게 갖다드렸고(주 2회로 반찬을 갖다드린다) 미용실에 들러 머리를 잘랐다. 파마를 하고 싶었으나 그럴 시간은 없었다. 


다음 날 갑자기 추워져 겨울 코트를 꺼내 입고 서울역으로 향했다. 플랫폼에서 케이티엑스를 기다리는데 공기가 차서 겨울 코트를 입기 잘한 것 같았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다.  


 


3. 쇼펜하우어의 아포리즘

글감을 찾기 위해 책 몇 권을 샀다. 그중 하나가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이다. 


쇼펜하우어는 일평생 열한 권의 책을 썼고, 그중 생전에 출판된 저서는 여덟 권이다. 괴테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았고, 1만 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는 그의 도서들과 편지, 일기 등에서 쇼펜하우어의 삶에 대한 통찰과 정곡을 찌르는 인생 조언을 모아 엮은 책이다. - ‘알라딘 책소개’에서. 


1만 페이지가 넘는 일기를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썼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다.



 













이 세상에서 나만 외롭고, 나만 힘들고, 나만 피곤하고, 나만 희생당한다는 망령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우울의 망령에 완전히 정복당하고 나면 사람의 영혼엔 오직 분노만이 남게 된다. 외로워서 화가 나고, 피곤해서 화가 나고, 남들이 행복해서 화가 나고, 마침내 화만 나는 내가 싫어서 미칠 듯이 화가 난다. 그래서 그의 가슴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힐 수만 있다면 이 세계 전부를 희생시켜도 값싸다는 논리에 봉착한다. 우울의 끝에서 열광이 태어나는 것이다.(30~31쪽)


⇨ 이 글을 읽으니 여성 20명을 살해하겠다는 글을 온라인에 게시하는 등의 ‘살인 예고’로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던 사건들이 떠오른다. 쇼펜하우어의 예견이 적중한 것일까. 



내가 청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은 뭔가를 얻기보다는 뭔가를 제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라는 것이다. 

돈을 벌어 부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가난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다. 건강해지려는 욕심을 버리고, 병에 걸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다. 즐겁게 놀기보다는 욕을 먹거나 비난받지 않도록 한다. 이것은 다분히 현실적인 생활수칙이다. 이 수칙들을 지킨다면 작지만 확실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머릿속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제거하면 이 수칙들을 좀더 쉽게 지킬 수 있다.(67쪽)


⇨ 고통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함으로써 행복의 기준을 낮추면 행복할 수 있겠다.

 


인생은 불행해지기는 쉬워도 행복해지기는 어렵다. 행복을 포기하는 것은 위선도 아니고 절망도 아니다. 가장 현명한 선택이다. 그 선택이 지혜의 시작이다. 인생의 지혜란 어떤 일을 만나더라도,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어떤 상태가 되더라도 크게 놀라지 않고, 크게 실망하지도 않고, 크게 기대하지도 않는 중용의 미덕이다. 크게 실패해도 크게 실망하지는 않는다. 크게 성공해도 크게 기뻐하지 않는다. 인생이라는 게, 사실 크게 휘둘릴 만한 가치가 없기 때문이다.(68쪽)


⇨ 행복의 비결은 자기 인생에서 일어나는 일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것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행복을 포기하면 오히려 행복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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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텔게우스 2023-11-12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페크pek0501 2023-11-12 16: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저 역시 베텔게우스 님을 응원하겠습니다.^^

2023-11-12 20: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3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15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3-11-12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크님 그래도 결국엔 마감 전에 멋진 글을 쓰실거라 확신합니다~!! 언제나 그랬듯이~!!

페크pek0501 2023-11-13 14:25   좋아요 1 | URL
하하~~ 그것이 저의 희망 사항입니다.
제가 좀 유능했으면 좋겠어요. 좋은 하루 보내십시오.^^

yamoo 2023-11-13 23: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펜하워는 대부분 아포리즘으로 접하고 이후에 인생론을 읽게되죠. 물론 아포리즘으로도 쇼펜하워의 사상을 음미할 수 있고 읽으면 꽤 유익하죠. 하지만 위지와표상으로서의 세계 만큼 암팩트가 약한 것 또한 사실입니다. 안타깝게도 의지와표상은 인생론만큼 번역이 류려하지 않아 읽는 멋이 떨어지고 처음 100여 페이지 넘어가는게 힘이 들긴합니다. 오쨌거나 쇼펜하워 아포리즘을 페크님 서재에서 보니 반갑네요..

저도 마감에 맞춰 페크님이 멋진글을 생산해 낼 거라 의심하지 않습니다요~~ㅎㅎ 걱정이 깊을수록 좋은 글이 나오게되죠..^^

페크pek0501 2023-11-15 11:49   좋아요 0 | URL
쇼펜하우어의 책은 이번 책이 네 번째예요. 오래전 읽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 나고 어려웠던 것만 기억해요. <사랑은 없다>가 위의 책처럼 구성이 돼 있어서 잘 읽혔고 <쇼펜하우어 인생론>은 소제목이 조금밖에 없어서 가독성이 높지 않았어요. 위의 책과 <사랑은 없다>만 읽어도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아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포리즘은 제가 좋아하는 것임.

걱정은 깊으나 글이 별로여서 걱정입니다. 내일이나 모레 올려 보겠습니다. 창피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글 쓰는 자의 숙명...^^

모나리자 2023-11-16 21: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결국 그렇게 써 내셨잖아요.ㅎ 걱정하실 필요 없습니다. 걱정보다는 원고를 잘 마무리해서 신문사에 보내고 기뻐하는
페크님의 모습을 떠올리세요.ㅎ 제가 마음공부에서 배운 걸 적용해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맨 위의 인용글은 현대인들은 허공에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한다, 는 말이 떠오릅니다. 실체가 없는 자신의 관념과 싸운다는
뜻이지요. 쇼펜하우어의 책 제목만 보아도 그의 삶의 자세와 태도를 엿볼 수 있고 배울 바가 많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제 한번의 원고쓰기가 남은 거네요. 잘 마무리 하시길 바랄게요. 추워진 날씨 건강 잘 챙기세요. 페크님.^^

페크pek0501 2023-11-16 22:02   좋아요 1 | URL
걱정 만당이었어요. 얼마나 공포스럽던지...ㅋㅋ
오! 배운 걸 적용한 말씀, 훌륭한 조언이십니다.
허공에 대고 마구 주먹질을 한다, ㅋㅋ 재밌는 표현이네요.
또 저는 다음달 원고를 걱정해야 할 처지네요. 앞으로 연재하시는 분들을 부러워하지 않겠습니다. 능력자분들은 빼고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마음만은 따뜻한 날들 보내시길 바랍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