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호밀밭의 파수꾼』으로 잘 알려진 작가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가 향년 9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고 

합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로 그를 추모해야겠습니다.

영화 <제리 맥과이어>의 초반 장면도 떠오르는군요.. 

굿바이 홀든 콜필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오늘부터 다시 아침 운동을 나갔다. 어제 지도교수님과 함께 밥을 먹다가, '공부하는 사람들'의 비극적 생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름 건강 문제에 대해 잔잔한 충격을 받았던 연유일까. 눈 아래 애교살은 두터워지고, 어깨는 천근만근 무겁지만, 억지로 줄넘기를 챙기고, '완전군장'형태를 갖췄다. 어제나 오늘이나 새벽 시간이면, 초등학교 운동장에서는 자유로이 인생을 논하는 할머니들이 새벽기도를 마친 후일담을 논한다.   

예배당에서 처음 만난 이들의 즉석 번개인 듯한 풍경이 주는 노인들의 미덕, 어찌 보면 지하철의 한 귀퉁이에서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는 그 신비한 풍경은, 마냥 '그들만의 뒷담화'로 비난할만한 모습은 아닌 듯하다. 혼자 운동장을 돌며 그 할머니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을 힐끗 쳐다보는 것으로 이제 한 바퀴 돌았구나라는 것을 센다. 

운동장을 나와 어둑한 하늘을 한 번 쳐다보면, 의외로 아침 잠이 많을 것 같은 젊은이들의 모습도 자주 눈에 띈다. 잠이 덜 깬 소녀들이 중무장을 한 채, 공부의 신이 되기 위해 지하철 역을 향하고, 샴푸 향기를 저 멀리 뿌리고 가는 젊은 여성분의 또각또각 구두 소리는 명랑하다. 정돈되지 않은 거리를 비웃듯 왁스로 머리를 단정하게 만든 한 남자의 진중한 걸음도 새벽 거리를 채운다.  

집에 들어와보니, 창 밖으로 붉으락푸르락, '안마', '모텔'이란 글자가 섹시한 자태를 뽐내는 것이 보인다. 누구는 어젯밤 술김에든, 하고 싶어서든 섹스의 진입로에서 사랑해? 사랑해! 아, 좋아 하는 교성으로 서로를 만끽했을 것이라는 음란한 상상을 해 본다. 그리고 그들은  아침이 오롯이 자신의 옷을 입고 나타날 즈음, 섹스에 취한 자신을 달래기 위해 또 한 번의 모닝 섹스로 해장하겠지. 

몇 년 전, 여관 앞 새벽녘, 어떤 사연 속에 실랑이를 벌이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이 같이 새벽 택시를 타던 연인의 모습이 생각난다. 텔레비전을 틀어 아침 뉴스를 챙길까 하다가, 에이..하는 마음에 장한나의 하이든 협주곡 연주를 듣기로 마음 먹었다. 

세상이 모두 던킨 도너츠의 홍차 라떼 맛이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무도 이런 말에 관심이 없을는지는 모르지만,  여하튼 일단 적어둘 만한 가치는 있을 것 같다." 

- 레이먼드 윌리엄스,『기나긴 혁명』서론의 마지막 구절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http://howardzinn.org/default/  

 우리 시대 진보 지식인 '하워드 진'이 2010년 1월 27일 8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오만한 제국'을 읽으면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미국이란 나라가 이런 곳이었구나를 알게 되었던 

 그 시간이 생각납니다. 

 노익장을 과시하며, 불편한 진실에 대해 말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던 그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라는 그의 말에서 솟아오르는 어떤 열정을 기억하고, 또 배우고 싶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지요.. 

 지금은 마음이 착잡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개인적으로 헐리웃에서 가장 좋아하는 배우를 꼽자면, 나는 조지 클루니를 언급하고 싶다. '섹시한 진보주의자'라는 수사도 있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담담하게 자신의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해 목소리를 낼 줄 알고, 스크린 밖에서도 의미있는 발언들, 행동들을 하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클루니를 비롯하여, 헐리웃 셀레브리티들이 또 일을 냈다. 아이티 사태를 위해 비욘세가 미니 콘서트를 열었고, 팀 로빈스, 리즈 위더스푼, 스티비 원더 등등 많은 연예인들이 직접 성금 모금 전화원으로 봉사했다.  

어떤 이는 아직 베풀어야 할 구조의 차원에서 미리 발을 뺄 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먹고사니즘, 생활의 보수화에 따른 국제적 연대의 미흡은 매번 아쉽다. 예전에 일요일일요일밤에 <단비>란 프로를 보다가,  가슴 아픈 댓글을 봤다. 어떤 유저는 "우리 먹고 살기도 바쁜데, 왜 엄한 외국 아프리카에 가서 우물을 파줘"란 댓글을 남기더라. 솔직히 씁쓸했다. 우리나라 언론만큼 국제면이 부족한 나라도 없을 것이다. 필요할 때만, 국제라는 말을 당겨 쓴다.  

강심장이라는 프로가 케이블에서 재방송 분으로 나왔다. 정말 미안한 이야기지만, 나는 이제 연예인들이 텔레비전에서 자신들의 고생담을 말하는 것을 중단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힙합하는 친구들은 그 놈의 '라면 먹고 헝그리 정신으로 버텼다' 등등의 가사는 그만 썼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건 개인의 고생을 참고 버텨라고 하는 그런 냉정한 차원의 주장이 아니다. 대중들은 이미 그런 고생담쯤은 알고 있다. 그러니 이제  차라리 그런 자리가 마련되면, 좀 더 마음을 가라앉히고 '다른 고생들'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는 미덕을 발휘해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제 시상식이나, 연기대상 시상식에서도 자기 작품 홍보 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차라리 그런 자리에서는 스스로가 생각하는 영화계의 현실, 방송계의 현실들, 대중이 함께 지켜봐줬으면 하는 작품들에 대해 언급해보는 것은 어떨까. 몇 년 전, 메릴 스트립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로 상을 받았을 때, 그녀는 정말 인상적인 수상 멘트를 남겼다. 그는 자신의 영화도 소중하지만, '판의 미로'나 알모도바르의 '귀향'같은 좋은 작품이 있는데, 그런 작품들이 널리 상영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런 영화들이 좀 더 널리 대중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그 놈의 고생담 좀 그만해라. 자신들의 먹고사니즘만 강변할 뿐이다. 차라리 당신들이 그토록 갈망하고 요구하던 그 '명성 효과'로 지금 연대가 필요한 땅에 씨를 뿌려라.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rch 2010-01-25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그레이님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연예인들도 다 알텐데 미디어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면 굳이 튀지 않는게 상책이란 생각 때문에 시청자가 원하는 대답만 해주는게 아닐까요? 저도 연말 시상식에서 누구누구 고맙단 말을 듣자면 좀 답답해요. 어떻게 해야 좀 더 넓게 생각할 수 있을지.

얼그레이효과 2010-01-28 22:35   좋아요 0 | URL
한국 시상식 문화는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측면에서 arch님이 언급하신 부분은 소중한 지적이라고 생각되네요.

쟈니 2010-01-26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쓰신 글 잘 읽었습니다. 마음에 와닿고, 저 자신도 부끄러워 집니다.
먹고사니즘에만 너무 천착되어있는 제 자신에 대해서도 새삼 고민을 하게 한 글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1-28 22:36   좋아요 0 | URL
저도 막상 격앙된 목소리를 취했지만, 자숙 또 자숙하며,,어떤 실천으로 세상을 빛나게 만들수있을까,고민하며 삽니다. 쟈니님의 성찰이 곧 빛과 소금이 되겠지요.

sis 2010-01-2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잘 읽었습니다~ 우리나라는 하는사람만 하는 경향이 있더군요. 차인표부부,김연아선수 등..물론 알려지지 않게 좋은일 하시는 분들도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만 셀레브리티들의 전반적인 기부인식 부족이 아쉽습니다.근래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가 "행동하는 위선이 행동하지 않는 선보다 낫다 입니다." 남모르게 선행하라 라는 말따위는 이제 그만해야합니다. 명품백이나 사치품들을 자랑하듯이 선행을 자랑하고 경쟁적으로 기부를 하는 세상을 바래봅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1-28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사회와 기부 문화에 대해서는, 아직 감정적 차원 이상의 것을 고민해보진 못했는데요, 좀 심화된 고민을 해보고 싶습니다. sis님의 덧글을 보니, 그런 생각이 더 드네요. 함께 고민해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