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울프의 문장에 완전 매료당한다♡♡






일단 독서병에 걸리면, 몸의 기관이 약해져서 쉽사리 다른 재앙에 빠지게 되는데, 그것은 잉크 병 안에 숨어 있고, 깃털 펜 속에서 풀고 있는 것이다. 불쌍한 병자는 글을 쓰기시작한다. 이것은 가진 것이라고는 비가 새는 지붕 아래 놓인 의자 하나와 테이블뿐이어서, 잃을 것이 별로 없는 가난뱅이에게도 문제려니와, 집이 있고, 가축이 있고, 하녀들이 있고, 나귀들과 리넨이 있으면서 글을 쓰는 부자의 경우에는 그 입장은 참으로 딱 하다. 이런 물건들을 즐길 수 없다. 그는 온몸에 뜨거운 인두질을 당하고, 해충에게 물리게 된다. 그는 작은 책 하나를 쓰고 유명해지기 위해, 전재산을 탕진한다(그만큼 이 해충은 질이 나쁘다). 그러나 페루의 금을 모조리 다 쓴다고 
해도, 그는 한 줄의 멋진 표현이라는 보석을 살 수 없다. 
그리하여 그는 탈진해서 병이 들고, 권총으로 뇌를
날려버리거나, 절망 끝에 얼굴을 벽으로 향한다. 
어떤 자세를 하고 있었는가는 문제가 아니다. 
그는 이미 죽음의 문을 지나 지목의 불길에 태워진 뒤니까.
- P69

"명성이란 말하자면"이라고 그가 말했다.
(이제 닉 그린의 만류도 없고 보니, 그는 마음 놓고 이미지를 차례로 주워섬겼는데, 그중 얌전한 것으로 한두 개 예를 들면), 사지의 자유로운 운신을 방해하는 끈 장식이 달린 코트, 가슴을 옥죄는 은 재킷, 허수아비를 가리는 색칠한 방패다" 등등. 그가 하려는 말의 요점은, 명성은 우리를 방해하고 구속하는데 비해, 무명은 우리를 안개처럼 둘러싸며, 무명은 어둡고, 넉넉하며, 자유롭다는 것이다. 
무명은 우리로 하여금 갈길을 거침없이 가게 해준다. 
무명인의 머리 위에는 어둠의 자비가 풍족하게 내린다. 
그가 어디로 가고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는 진리를 탐구하고,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다. 
그만이 자유롭고,그만이 진실되며, 그만이 평화롭다.
그리하여 그는 참나무 아래서 조용한 기분에 잦아들 수 있었으며, 땅 위로 노출된 참나무의 단단한 뿌리가
그에게는 오히려 편안해 보였다.
- P94

그는 오랫동안 깊은 바다로 되돌아오는 파도처럼,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 것의 가치와 무명의 즐거움에 대해 생각했다. 무명은 인간의 시샘과 앙심의 짐을 벗겨주고, 우리의 혈관 속으로 관용과 아량이 자유롭게 흘러넘치게 하며, 고맙다는 말이나 칭찬하는 말없이도 주고받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모든 위대한 시인들이 틀림없이 그처럼 살아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비록 그의 그리스어 지식이 이를 뒷받침할 수 있을 정도는아니었지만), 셰익스피어가 틀림없이 그렇게 작품을 썼을 것이고, 교회를 짓는 사람들도 그렇게 지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남모르게, 고맙다는 말을 듣거나, 이름이 알려질 필요도 없이, 오로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아마도 약간의 맥주를 마시고 - "얼마나 멋진 인생인가"라고 그는 참나무 아래서 사지를 뻗으면서 생각했다. "그렇다면 당장 이런 생활을 즐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라는 생각이 총알처럼 그의 머리를 스쳤다. - P94

자기 글에 대한 겸손, 자기 용모에 대한 자부심, 자신의 안전에 대한 공포 따위 이 모두가, 조금 전에 남자로서의 올랜도올랜도와 여자로서의 올랜도 사이에는 아무런 차이도 없다고 했던 조금 전의 말이, 전적으로 진실일 수 없다는 것을 암시했다.........

우리는 옷이 팔이나 가슴의 형태를 갖도록 만들지만, 옷은 우리의 가슴, 두뇌, 혀를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든다. - P166

그렇다면 불별 있는 한 귀부인을
이토록 흥분시키기 위해 사교계가 무슨 말을 하고, 
무엇을 했다는 말인가?
분명하게 말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보아도, 이튿날 올랜도는 의미 있는 단어 하나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O 경은 용맹스러웠다. A 경은 정중했다. C 후작은 매력적이었고, M 씨는 재미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그들의 어떤 점이 용맹스럽고, 정중하고, 매력적이고, 재치 있었는가를 생각해내려고하면, 어김없이 그녀는 기억이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 것 하나 생각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늘 그랬다. 하루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남아 있는 것이 없는데도, 그 순간의 흥분은 강렬했다. 그렇다면 사교계란 노련한 주부들이 크리스마스 때 따끈하게 내어놓는 음료의 일종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는데, 
그 맛은 10여가지의 서로 다른 성분들을 제대로 섞어 흔들어서 얻는 것이다.
하나하나의 성분 그 자체는 맛이 없다. O 경이나, A 경이나, C 경이나 혹은 M 씨를 따로 떼놓고 보면 별 매력이 없다. 이들을 모두한데 넣고 흔들어 섞으면, 더없이 사람을 취하게 하는 맛과 더없이 매혹적인 향기를 풍긴다. 그러나 이 도취, 이 매혹을 분석한다는 것은 
우리의 능력을 벗어난다.
따라서 사교계는 최고의 것인 동시에 최저의 것이다. 
사교계는 이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제품이지만, 전혀 존재하지 않는 존재이다. 이런 괴물은 시인이나 소설가만이 다룰 수 있다. 그들의 작품은 대단하면서 아무것도 아닌 이런 것으로 가득 차, 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오른다. 그리하여
우리는 그것을 기꺼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맡기겠다.
- P171

그녀의 통증의 근원은 왼쪽 손가락같았으나, 그녀는 몸 구석구석에 독이 퍼지는 것을 느꼈고, 마침내 가장 필사적인 치료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것은 시대정신에 무조건 항복하고, 남편을 하나 얻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녀의 성미에 도통 맞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해졌다.대공의 마차 바퀴 소리가 사라졌을 때, 그녀의 입에서 흘러나온외침은 "인생! 연인!" 이었지 "인생! 남편!" 이 아니었고, 앞 장에서처럼 그녀가 런던에 나와 세상을 이리저리 뛰어다닌 것도 이목적을 위해서였다. 그러나 시대정신의 본성은 단호해서, 누구든 맞서려는 자는 순종하는 자보다 더 
효과적으로 때려눕히는 것이었다. 올랜도는 천성적으로 엘리자베스 시대 정신, 왕정복고 시대정신, 18세기 정신이 더 기질에 맞았으며, 그 결과 한 시대로부터 다른 시대로의 변화를 거의 감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19세기 정신은 
그녀의 성미에 전혀 맞지 않았으며, 그것은 그녀를 붙잡아 망가뜨렸고, 그녀는 그 손에 걸려 전에 없는 패배를 맛보았다. 인간정신은 스스로에게 맞는 할당된 장소가 있는 것 
같았고, 사람은 각각의 시대의 소산이다. 이제 올랜도는 사실상 서른을 한두 살 넘긴 여인으로 성장했으니까, 성격의 윤곽도 정해졌고, 그것을 그릇된 방향으로 구부리는 일은 견딜 수 없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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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7-10 1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올랜도>...
중고서점에 떴을 때 당장 읽지
않아도 가서 사두었어야 했는데
... ...

그것도 솔출판사의 바로 저 버전
으로.

에밀 졸라가 좀 정리가 되면 그
어렵더라는 울프도 도전해 보렵니다.

페넬로페 2021-07-10 23:53   좋아요 3 | URL
지금 계속 읽고 있는데 쉽지는 않아요. 이왕 시작했으니 작품 많이 읽어보고 끝내려고 햐고 있어요~~

아침에혹은저녁에☔ 2021-07-11 18: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난번에 알려주신대로 하니 잘되네요 정말감사합니다!ᵔᴥᵔ

새파랑 2021-07-13 13: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야 페넬로페님의 울프 완독을 완전 응원드려요~!! 솔출판시 시리지 완전 탐나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1-07-13 17:5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전집이라는 이유로 야금야금 구매하고 있어요. 울프의 소설은 한 권당 책 2 권씩은 있어요 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07-13 13: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완독하신 거예요? 와.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 어려운 울프를. 전 울프를 아주 좋아하진 않는데 이 작품만큼은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7-13 17:55   좋아요 1 | URL
네, 어렵게 읽었어요~~저도 울프가 최애작가는 아닌데 떨칠수 없는 매력이 있어 계속 읽어나가는 중입니다^^책읽기님, 올랜도 꼭 완독하시기를요**
 
















내가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을 처음으로 본 건 국문학을 전공한 언니의 책장에 꽂혀 있던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는 책의 제목을 통해서였다.(물론 민음사판의 이 책은 아니다) 도대체 버지니아 울프가 어떤 사람이기에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한다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때 책장의 주인인 언니는 사진 찍기에 빠져 전국을 돌아다니고 있었고, 대신 고등학생이었던 내가 그 책들을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을 읽은 기억은 없다. 그냥 제목이 워낙 강렬해 책이 눈에 띄었고,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에드워드 올비의 희곡인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는 사실 버지니아 울프와는 별 상관이 없다. 디즈니 만화영화인 세 마리 아기 돼지에 나오는 동요의 가사 중, wolfWoolf라는 동음이의어를 사용해 치환해 놓은 것에 불과하다. 이렇게 가사를 바꾼 노래는 희곡의 몇 장면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한다. 작가는 대학가 어느 술집의 화장실 거울에 쓰인 낙서를 보고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는데, 아마 그러한 낙서를 한 대학생은 그 당시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었을 것이다. 읽고 페이퍼를 제출해야 했을지도 모른다.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읽으며 누가 그녀를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나 역시 두렵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제목에 버지니아 울프를 빼고, 이 세상에서 악명 높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스탈린이나 히틀러를 넣어도 두려워하지 않을 조지와 마사 부부가 있다. 대학 총장의 딸인 마사와 역사학과 교수인 조지는 장인이 주최한 교수파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서로를 헐뜯으며 싸우기 시작한다. 거기에 마사가 초대한 닉과 허니부부는 처음엔 그 싸움의 구경꾼이었지만 점점 그 싸움과, 조지가 하고자하는 게임에 빠져들게 된다.

 

[조지; 마사의 아버지는 자신의...교수진이....이곳 벽에 껌처럼 붙어 있기를 원하지....담쟁이덩굴처럼 말이야.....여기 와서 늙어 가기를....근무하다가 차례로 순직하기를 바라지.]-p40

[마사; 이사회 만찬에나 기금 모집에나....쓸모가 없더란 말이지. 인간적인...매력이 있길 하나. 무슨 말인지 알겠지? 아빠에게는 실망스러운 일이었겠지. 그렇게 해서 난 여기서 이 얼간이와 껌처럼 붙어 있게 된 거야.]-p74

 

사랑해서 결혼하더라도 살다보면 서로에 대해 어떤 기대를 하게 되는데, 처음부터 데릴사위의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던 마사는 조지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책벌레에다 배짱도 없고 권력을 원하지도 않는 조지는 대학 총장의 사위의 역할에 걸맞지 않다. 반면 조지는 마사와 장인을 속물로 취급하며 천박하다고 생각한다. 조지는 어릴 때, 실수로 그의 부모를 죽이게 되는데, 아무도 그의 아픔을 감싸주지 않는다. 속으로는 곪아가지만 겉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부부사이를 유지하기 위해 그들은 술로 견뎌 거의 알코올 중독자가 되다시피 한다. 하지만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폭발하고, 과격하게 선을 넘어 극단으로 치닫는다. 악마와 마녀의 연회인 <발푸르기스>의 밤이 그들에게 시작된다.

 

[조지; (기괴한 흥분으로) 아주 간단하지...사람들은 자기 모습을 감당할 수 없을 때, 현재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둘 중 하나를 하게 되거든....나처럼 과거를 들여다 보거나....아니면 미래를 바꾸기 위해....작업하지. 뭔가를 바꾸려면...! ! ! 해야 되는 거야!]-p145

 

생물학과 교수인 닉은 조지와 완전히 다른 인물이다. 그는 권력을 잡기 위해 그 어떤 것도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처음엔 점잖게 행동하지만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조지가 벌이는 재미난 게임에 참가하면서 점점 위선과 욕망을 드러낸다. 조지와 닉은 이 사회에서 팽팽하게 대립되는 두 측면의 대변자이기도 하다. 조지는 닉에게 당신들은 문명과 사회와 도덕, 질서, 정부와 예술을 만들어내며 사람들을 그 속에다 넣고 모든 것을 획일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한다. 조지는 그러한 것에 매몰되지 않고 끝가지 자신의 순수함을 지키고 베를린을 사수하겠다고 한다. 조지가 말하는 베를린의 사수는 권력에 도달하기 위해 그 어떤 것도 개의치 않는 파렴치한 것들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역자 해설에서 베를린의 사수는 세상의 쓸모나 효용 가치와는 거리가 멀지만 느리고 편안한 세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결혼생활 내내 원했지만, 전혀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마사와 조지 부부는 가상의 아들을 만든다. 어떤 불안과 허전함을 있지도 않은 아들을 통해 풀고 있었다. 술과 함께 아들이라는 존재 역시 그들의 흔들리는 가정을 유지시키기 위한 장치였다. 마사와 조지의 <발푸르기스의 밤>에 그들은 숨겨왔던 가상의 아이를 꺼낸다. 그들은 그 아들의 나쁜 점을 서로의 탓으로 돌린다.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의 세계에서도 그들은 서로를 탓한다. 우리는 사실 있지도 않은 것들을 위해 인생의 많은 부분을 허비한다. 허상의 세계에서 그것을 사수하기 위해 서로를 죽이고 비판하고, 전쟁도 불사한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 진정한 승자는 없다. 극단으로 치닫는 조지와 마사 역시 누가 먼저 잘못했고, 누가 더 나쁜지 알 수 없다. 그들에게 남은 건 허탈과 수치이다. 자신의 순수함을 강조하고 타인의 권력욕을 비난한 조지 역시 좋은 사람은 아니다. 마사의 말대로 그는 수용, 순응, 조절을 통해 자신의 환경을 싫어하면서도 그들을 떠나지 못했고, 게임이라는 잘못된 것을 내세워 오히려 다른 사람들을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조지가 계속적으로 내뱉는 진혼 미사 기도문으로 그들의 관계는 죽음을 맞이했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역자의 해설에는 이들이 밤새 격렬하게 속살을 물어뜯는 싸움을 하는 것은 진정한 소통의 계기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미국적 낙관주의가 지배하는 드라마라고 한다. 하지만 난 역자의 해석에 별로 수긍이 가지 않는다. 올비의 희곡을 상징으로 해석해 작가의 의도를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연극이란 본래 현실의 반영인 것도 사실이다. 술을 통한 솔직함은 본래 그 술이 깨기 시작할 때 더 가슴에 사무치기 마련이다. 새벽이 오고 날이 밝아지면 사람들은 이성을 찾기 마련이고 곰곰 어젯밤의 일들에 대해 속기하기 시작한다. 닉과 키스하고 그와 2층으로 올라가는 마사의 행동을 조지는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마사 역시 자기를 그렇게 내 몬 조지를 용서할 수 없을지 모른다. 별로 변하지 않을 마사와 조지 부부에게 그 어떤 희망을 보기는 힘들다. 한 번씩 솔직함보다는 가상의 세계가, 너무 속살을 드러내기보다 침묵하고 참는 것이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일 수도 있다.

 

[마사; (흐느끼듯) 잊어버렸어! 가끔...가끔 밤이 되어 아주 늦은 시각이 되면...다들...다들...얘기를 하고 있으면...난 잊어버리고...아이 얘기를 하고 싶어져...하지만....난 참지....참아...하지만 너무 자주...그러고 싶었어..., 조지, 당신이 그렇게 부추겼어...그럴 필요는 없었는데...이럴 필요는 정말 없었어...내가 아이 얘기를 했다고...그래, 좋아...하지만 이렇게까지 몰고 갈 필요는 없었어. 당신은...아이를 죽일 것까지는 없었어.] -P190

 

 

마사는 닉에게 평생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 준 사람은 조지 단 한 사람뿐이라고 한다. 서로 사랑하면서, 그 관계의 유지를 위해 수많은 곁가지가 붙어야하고, 그것들이 서로의 무기가 되어버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건 아마 우리의 현실이기도 하다.

 

고전을 잘 이해하기위해 그리스 비극이나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많이 읽어온 나에게 현대의 희곡이 무척 신선했다. 물론 이 희곡도 어려워 두 번이나 읽었지만 그래도 고대 비극보다는 쉬웠고, 나름대로 나의 상상력이 미칠 수 있었다. 좋은 책은 많이 읽을수록 더 좋은데,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땐 등장인물의 말투나 행동들이 너무 적나라해서 나의 별점이 4개였지만, 재독했을 때 그 의미와 인물들에 빠져들어 결국 별점을 5개 주었다. 그러니 책이란 읽을수록 위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희곡이라는 장르는 읽는 내내 무대를 생각하게 한다. 각각의 장면마다 감독과 배우들이 이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 길고 많은 대사를 배우들이 어떻게 다 외우는지도 신기하다. 희곡이란 연기를 위하여 쓰인 문학작품이지만, 훌륭한 작품들은 꼭 무대에 올리지 않아도 그 자체로서 아주 좋은 글이다. 에드워드 올비의 이 작품도 읽는 것만으로도 우리들에게 많은 의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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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7-08 19:57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책이란 읽을수록 위험하다에 저도 한표요👆ㅋㅋㅋ재독은 소장책이 준비된 후 최종 목표라서 지금까진 거의 해본적 없지만 재독하는 분들보면 너무 멋짐요!!😊

페넬로페 2021-07-08 22:21   좋아요 5 | URL
나이들수록 인지력이 떨어지는지 ㅋㅋ 그냥 한 번 읽으면 책에 대한 감상을 쓰는게 좀 어려워지네요~~
책에 워낙 의미와 상징들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새파랑 2021-07-08 20:04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버지니아 울프 마니아이신 페넬로페님이 읽으신 버지니아 울프와 전혀 상관 없는 책이군요^^ 저도 해설 읽으면서 다 공감되지는 않더라구요. 희곡은 소설처럼 세부적인 묘사가 없어서인지 새롭게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더라구요 😄 2번이나 읽으셨다니 감탄합니다 👍👍

페넬로페 2021-07-08 22:25   좋아요 5 | URL
네, 희곡의 매력을 느꼈어요.
계속 제가 감독이 되어 무대를 창조하고 있었어요~~ㅎㅎ
작가의 세밀한 설명 없이 등장인물의 대사로만 이해하려니 더 집중해야 하더라고요^^

Falstaff 2021-07-09 09:12   좋아요 12 | 댓글달기 | URL
이게 원래 제목은 미국 사람이니까 영어로 지었는데요, 이랬답니다.
˝Who‘s afraid of Big Bad Wolf?˝
미국 디즈니 사에서 만든 만화영화 ˝아기 돼지 삼형제˝ 가운데 나오는 노랩니다. 당연히 이 노래(제목)의 저작권은 디즈니 사가 가지고 있었고, 이런 제목으로 발표를 하려니 디즈니의 졸개들이 지랄을 했더랍니다. 그래서 올비가 이 노래와 라임이 비슷하게 제목을 바꾼 것이 Big Wolf.....하고 말이지요, 이랬답니다.
Who‘s afraid of Virginia Woolf? (버지니아 울프, 의문의 1패)

유사이래 이 극을 가장 잘 연기했던 여배우는, 물론 영화에서 말입니다. 당연히 엘리자베스 테일러라고 하더라고요. 전 영화는 못봤습니다만.

페넬로페 2021-07-08 22:30   좋아요 6 | URL
아! 그랬군요~~
저는 버지니아 울프가 살아있었다면 이 제목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했어요.
저 이 희곡 읽으며 여자주인공이 누구에게 어울릴까 계속 생각해봤는데 어쨌든 연기력이 대단한 배우가 연기를 해야한다고 생각했어요~~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연기가 보고 싶은데 영화를 한번 찾아봐야겠어요^^

mini74 2021-07-08 20:3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훌륭한 희곡은 상영여부를 떠나 그냥 훌륭한 것 같아요. 대사 외우는 분들 보면 진짜 대단한 것 같아요 *^^*

페넬로페 2021-07-08 22:31   좋아요 6 | URL
정말 그렇죠~~
그냥 책으로만 읽어도 좋았어요~~
그나저나 어서 이 코로나 사태가 끝나 연극이라도 보고 싶은데 확진자가 더 늘어나 걱정입니다 ㅠㅠ

coolcat329 2021-07-08 20:4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그렇게 쉽진 않군요. 그냥 부부싸움을 다룬 연극인줄 알았는데...오..가상의 아이를 만들어 살다니...부부상태가 좀 심각하군요...
아이가 없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들을 속이고 산 부부의 성장소설로 봐도 될까요? 🤭
비록 서로 할퀴고 욕하느라 만신창이가 되었을지라도 어쩌면 ‘허상의 세계‘에 사는것보단 나을거같은데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이 책 있는데 읽어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1-07-08 22:36   좋아요 7 | URL
이 부부는 아이의 문제뿐만이 아니라 서로가 기대하는 방향이 달라 문제가 많아요~~
성장소설이라고 해도 될듯한데 저는 아무래도 좀 비극쪽으로 기울어져요^^
그리고 저도 너무 고민했어요. 쿨캣님 말씀처럼 허상의 세계에서 벗어나는게 맞는데 그 방법에서 좀 더 슬기로웠더라면 어땠을까 아쉬웠어요.
저도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어떨때는 침묵과 그저 바라봄이 더 좋을때가 있더라고요^^

붕붕툐툐 2021-07-08 23: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너무 기대가 되는 작품이에요~ 페넹로페님 먼저 읽으신 거 보니 저도 곧 따라갈 기셉니다!!ㅎㅎ

페넬로페 2021-07-08 23:50   좋아요 4 | URL
요즘 툐툐님, 희곡 많이 읽으시니 이 책도 쉽게 읽으실것 같아요~~툐툐님의 감상 기대할께요^^

그레이스 2021-07-08 23:1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발푸르기스의 밤! 👍

페넬로페 2021-07-08 23:52   좋아요 4 | URL
이참에 다시 파우스트의 발푸르기스의 밤 읽어봤는데 이 부부에 비하면 너무 점잖더라구요^^

oren 2021-07-08 23:39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라는 작품이 버지니아 울프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얘기 정도만 어디서 줏어듣고 있었는데, 그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대판 싸우는 이야기까지 (이번 기회에) 엿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저는 솔직히 <발푸르기스의 밤>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이 글을 읽게 되었는데요. 최근에 제가 유튜브 영상을 만들까 하고 ‘재독‘하고 있는 <마의 산>에도 ‘발푸르기스의 밤‘이 등장하거든요.. 1,2권 합하면 장장 1,430쪽이나 되는, 지긋지긋한 <마의 산>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평지‘로 하산할 수 있을 듯한데, 그 기나긴 소설 가운데서도 가장 핫한 대목이 바로 제5장에 나오는 <발푸르기스의 밤>이랍니다. 그 소설의 주인공인 한스 카스토르프가 ‘발푸르기스의 밤‘에 스승격인 세템브리니에게 ‘야자타임‘으로 ‘너‘라고 부르는 대목을 조금 인용해 봅니다.^^
* * *
이 위의 우리의 시간 관념으로는 아직 그리 오랜 기간이 아니지만, 저 아래 평지의 개념으로 돌이켜 생각해 보면 상당한 기간이라 할 수 있어. 이제, 우리는 인생의 부름을 받아 이곳에서 함께 지내게 된 거야. 그리고 거의 날이면 날마다 얼굴을 맞대고, 재미있는 대화들을 나누지. 부분적으로는, 저 아래에 있었더라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대상에 대해서 말이지. 하지만 여기서는 슬슬 이해가 돼. 여기서는 그것들이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우리가 토론할 때면 언제나 아주 진지한 자세로 임했던 거야. 아니 토론을 했다기보다는, 인문주의자인 네가 나에게 여러가지를 설명해 주었지. 물론 나는 지금까지의 경험이 일천하기 때문에 제대로 말을 할 수 없었지. 그래서 네가 말하는 것을 언제나 대단히 들을 만하다고 생각했던 거야. 너를 통해는 나는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이해하게 되었어. …

페넬로페 2021-07-08 23:57   좋아요 6 | URL
이 희곡의 제 2막 제목이 ‘발푸르기스의 밤‘ 입니다. 저는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발푸르기스의 밤‘을 알게 되었어요. 토마스 만의 ‘마의 산‘에도 나오는군요~~
저는 ‘마의 산‘을 20대때 읽었는데 재독할 책중의 거의 제 1순위입니다.
oren님께서 기획하고 계시다니 벌써부터 너무 기대됩니다
유튜브로 꼭 봐야겠어요^^

scott 2021-07-09 01:0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작품 실제 극 속에서 욕설이 난무하고 술도 마시고 서로 횡설 수설하는 대화 주고 받아서
끝까지 보기 힘든 청중과 그럼에도 푹빠져 보는 청중들
보고 난후 격렬한 토론을 하는 청중들로 나눠집니다.
더 하고 싶은 말은 있었는데
오렌님 댓글 읽고 난 후
ㅎㅎ
전, 이만,,,,
   ∧_∧
  (_ _ )
   ヽ ノ)
      」」

페넬로페 2021-07-09 02:09   좋아요 6 | URL
네,, 실제로 연극을 관람하면 그럴수도 있을것 같아요~~
영어로 된 원어가 더 적나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번역문이다보니 많이 순화된것 같더라구요~~
scott님, 그려주신 그림 넘 귀여워요☺☺

행복한책읽기 2021-07-09 12:2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에겐 문학소녀 언니가 있었군요. 전 외동이어서 언니 있는 친구들이 젤 부러웠다죠 ㅋ 님 덕에 저 책은 버지니아 울프와 상관 없다, 욕설이 난무한다 일단 배경 지식으로 입력합지요.^^ 그리스 비극 셰익스피어 작품 많이 읽으셨다니, 독서내공이 깊으세요. 그래서 이런 리뷰가 나오나봐요^^

페넬로페 2021-07-09 15:00   좋아요 4 | URL
저는 외동딸이 너무 부러웠어요. 행복한책읽기님 엄청 사랑받고 자라셨을듯 해요. 독서에 대해 너무 많이 부족한데 용기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1-07-09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극단으로 치닫는 부부싸움.. 재미있을 것 같지만 읽기 괴롭지 않을까 싶습니다ㅜㅜ 정말 희곡 내공이 탄탄하시군요! 고전에 비하면 술술 읽힐 것 같아요. 그런데 대사에 말줄임표가 계속 나오나요?(궁금)

페넬로페 2021-07-09 17:41   좋아요 4 | URL
극단적 부부싸움의 내용이 많아요~~간간이 서로를 비방하는 욕설도 하구요.
만약에 저라면 진작에 헤어졌을거예요~~작가는 이렇게 극단적인 것을 내세워 그 당시의 사회를 고발하는 의도로 썼지만 어쨌든 부부사이의 얘기를 내세웠으니 현실감이 있었어요~~
네, 저 인용문은 책의 내용을 그대로 옮긴거예요^^
주인공들도 괴로워 아마 말줄임표를 많이 사용한듯 해요^^

레삭매냐 2021-07-10 19: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는 발푸르기스의 밤
은 제가 좋아라하는
갓자친구의 앨범 타이틀이라는.

페넬로페 2021-07-10 23:56   좋아요 3 | URL
여자친구의 발푸르기스의 밤도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왜 갓자친구인지 이제야 알았어요 ㅎㅎ

scott 2021-08-06 15: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축 👆

페넬로페 2021-08-06 18:16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ㅎㅎ

그레이스 2021-08-06 16: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

페넬로페 2021-08-06 18:17   좋아요 2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용^^

새파랑 2021-08-06 1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페넬로페님 2관왕 👍👍역시 대단!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8-06 18:17   좋아요 3 | URL
너무 감사드려요^^

독서괭 2021-08-06 17: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18:18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정말 감사드려요**

초란공 2021-08-06 17: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2관왕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18:19   좋아요 3 | URL
초란공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해요.
많이 송구스럽습니다**

초딩 2021-08-06 17: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앙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8-06 18:19   좋아요 2 | URL
초딩님, 감사해요~~
항상 잘 이끌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2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bookholic 2021-08-07 06: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올림픽 2관왕보다 더 어려운
이달의 당선작 2관왕 왕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08-07 10:05   좋아요 1 | URL
아유, 감사드립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는 일입니다. ..… 나는 다만 사람들의 슬픈 인생을 하나하나 지켜보고 사랑하려 했을 뿐입니다. … 내가 한번 그 인생을 스쳐지나가면 그 사람은 나를 잊지 못하게 됩니다. 
내가 그사람을 언제까지나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 P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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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06 12: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음속에 사랑을 가득 품고 사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살다보면 미운 사람도, 관심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페넬로페 2021-07-06 1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네, 마음 가득 사랑 품고 살아야겠습니다. 쉽지 않겠지만 행복하기 위해서 그러면 좋겠지요. 요즘은 거의 집에서 칩거하다보니 사람에 대해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예요. 이러면 안되는데....말이죠. ㅠㅠ
 
무라카미 T - 내가 사랑한 티셔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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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아저씨의 옷장에 잘 개켜진 티셔츠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내가 이 책을 선택한 건 무라카미 하루키작가의 문장을 보기 위해서였다. 똑같은 것을 보고, 읽고, 먹더라도 작가들이 쓴 글은 다르다. 약간의 위트와 담백함, 울림, 그리고 관조하는 인생을 노작가의 문장에서 보고 싶었지만 그런 건 이 책에 전혀 없다.

 

무라카미 T'라는 제목 그대로 이 책은 하루키가 어떤 계기로 티셔츠를 갖게 되었는가만 나열되어 있다. 서문에서 작가의 말대로 값싸고 재미있는 티셔츠가 눈에 띄면 이내 사게 된다고 했는데, 단지 그렇게 모인 티셔츠의 이야기이다. 그리고 여러 종류의 티셔츠의 사진들이 있다. 사진이야 예술가인 사진작가가 찍으면 다 그럴싸하다. 이 책에 있는 티셔츠의 사진들도 하나하나 놓고 보면 멋지다. 하지만 이솝 우화에서 나와 있듯 아무리 재주를 잘 부리고 잘난척하는 원숭이도 그저 원숭이가 아닌가? 티셔츠도 그냥 티셔츠에 불과하다마치 화보집이나 사진집 같은 책의 재질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도서관의 희망 도서로 신청한 이 책을 읽는데 사실 5분 정도 걸렸다. 그 정도로 내용은 빈약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광팬으로서 그의 모든 것을 수집하는 독자에게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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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26 08: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페넬로페님과 비슷한 생각이 들어요. 하루키는 에세이파랑 소설파로 나뉘거 같은데 전 소설파 ^^ 작가에 대한 애정 없이는 읽기 힘든 작품 같아요~전 그래도 나름 수집중 😆

페넬로페 2021-06-26 09:47   좋아요 5 | URL
저도 소설파인것 같아요~~
새파랑님 말씀처럼 작가에 대한 애정이 있는 분들은 이 책 좋아할것 같아요 티셔츠의 사진 만으로도 멋있더라고요^^

청아 2021-06-26 09: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앗! 페넬로페님의 실망이 전해지네요!! 😭 게다가 5분이라니!저는 광팬까진 아니니 안보는걸로? 아님 도서관가서 5분만 볼까요. 그래도 구매하고 실망한것 보다는 훨 나은데요. 헤헷😳😊

페넬로페 2021-06-26 09:48   좋아요 5 | URL
제가 너무 많은 기대를 했나봐요. 일단 도서관 가셔서 이 책 한 번 보시고 그때 구매하셔도 좋을듯 해요
사람마다 다 책 취향이 다르니까요^^

레삭매냐 2021-06-26 09:0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래서 긴가민가하는 책들은
일단 도서관 희망도서로 갑니다.

마음에 안 드는 책들은 패쑤,
하지만 읽었는데 갠춘한 책들은
또 이미 읽었는데라는 이유로
잘 안 사게 되더라구요...

붕붕툐툐 2021-06-26 10:09   좋아요 3 | URL
ㅋㅋㅋ저의 딜레마와 정확히 일치하시네용!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0:16   좋아요 5 | URL
저도 일단 애매한 첵은 희망도서로 신청해서 읽어요^^
도서관 책은 웬만해서는 다 읽는데 그러다보니 제가 산 책은 집에 쌓이고 있다는게 문제예요^^

붕붕툐툐 2021-06-26 1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었지만‘의 반전에서 빵터졌습니다. 하루키가 벌써 노작가군요~ 제 머릿속에선 처음 알았을 때 그 모습 그대로여서..(상실의 시대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라..ㅎㅎ) 세월의 흐름 느끼고 갑니다~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0:21   좋아요 4 | URL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가 49년생이시니 우리나이로 벌써 73세가 되었어요. 근데 이 책에 나오는 티셔츠처럼 젊은 이미지로 저한테도 계속 남아 있어요^^

2021-06-26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6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1-06-26 1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5분!!!! 중요한 정보 감사합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6-26 14:07   좋아요 3 | URL
네~~ㅎㅎ^^

파이버 2021-06-27 14: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방금 예쁜 티셔츠 없나 인터넷 서핑을 하다 왔는데, ˝티셔츠도 그냥 티셔츠에 불과하다˝는 말씀이 너무 멋있는 명언처럼 느껴졌어요~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하셔서 그나마 다행^^;;

페넬로페 2021-06-27 15:08   좋아요 2 | URL
혹시 제 글로 파이버님의 예쁜 티셔츠 득템의 기회를 막은 건 아니겠죠 ㅎㅎ
티셔츠가 일단 편하다는 장점이 있는것 같아요.
도서관 희망도서 제도도 이래저래 장점이 많아 많이 애용하는 중이예요**
 
















<티끌 같은 나>

 

한 때, 대기업의 입사시험과 TV의 퀴즈 프로그램에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라는 단어가 단골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이라는 단어로 소련의 변화를 온 세계에 알렸고, 그것의 다른 이름은 자유라고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이없게 보리스 옐친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만다. 옐친은 소련연방을 해체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소설집, ‘티끌 같은 나페레스트로이카이후 러시아에서 신흥부자가 늘어나고,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자들의 삶엔 모든 것이 넘쳐나고 안나 카레니나처럼 할 일이 없어 무료함에 지배당한다. 자기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들의 삶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모스크바로 상경한 <티끌 같은 나>안젤라는 그 모든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지금의 안젤라는 노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학 한 마리를 잡겠다며 남이 싸 놓은 똥을 치우고 끊임없이 닦고 청소하느라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 -p75]

 

물론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런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킬리만자로의 눈이란 말이 좋아 그녀의 꿈도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빛나기를 바랬지만, 이 세상의 티끌 같은 그녀, 또는 우리들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쉽게 반짝이지 않는다.

 

소련 연방의 해체로 민족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여러 민족들이 어우려져 사는 곳에서 묵은 감정의 결과로 폭력이 발생하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야 하는 러시아 사람도 있다. 중편소설 <이유>에서 마리나 이바노브나 구시코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서 사이좋고 평화롭게 사는 다민족 도시인 바쿠에서 산다. 교사인 그녀에겐 떠난 남편과 남매와 애인인 아제르바이잔 사람인 루스탐이 있다. 루스탐은 그 후 결혼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숨긴 채 여전히 마리나를 사랑한다. 그렇게, 그냥 그렇게 살아도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이었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로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아르메니아인을 죽이고 러시아인들에게도 폭력을 가한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애인을 떠나 모스크바로 온 마리나의 삶 역시 녹록치 않다. 그녀 역시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부잣집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자식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다들 힘들게 산다. 돈을 가진 쪽은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골라 쓰면 그만이다. 스탈린의 폭정의 희생양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왜 다른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데 그녀의 자식들만 그 모양일까? ...도대체 그녀가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러시아 지식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인 누구의 잘못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떠올랐다....클라스의 유해가 틸 오일렌슈피겔의 가슴을 두드리듯이 불공평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그녀는 1917년 볼셰비키 당원들이 국민들을 혁명으로 내몬 이유를 이해했다. 당시 레닌은 약탈자들을 약탈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 새로운 레닌이 나타나서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한다면 그녀가 선두에 설 것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소련이여,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p269~275]

 

2편의 중편과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에는 사건과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여러 소설들에 나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친근하다. 우리나라의 주말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 다루어지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영상들의 내용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은 빅토리아 토카레바 작가의 말들이다. 인물들의 대화나 생각에 은근슬쩍 붙어있는 그 말들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발산된다. 작가의 설명으로, 소설속의 인물들이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더라도 이해된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구절이 연상될 만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평가할 때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어떤 말엔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하고, 결국 한숨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권력에서 밀어낸 옐친에 대한 감정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주책없이 내 친구의 데이트에 끼인 적이 있다. 그때 내 친구의 남자 친구는, 남자들 사이에서 그냥 시시한 농담처럼 옐친 같은 놈이라는 욕을 한다고 그랬다. 그들은 그 후 결혼했고, 암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내 친구 곁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남편은 없었다. ‘옐친 같은 놈이라는 말을 가르쳐 준 그 사람은 옐친 같은 놈이 되어 있었다. 내 친구는 마라처럼 저세상에 가 있다.

 

<첫 번째 시도>의 라리사는 마라 앞에만 가면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진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질게 다짐하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나면 이상하게 씁쓸함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냥 죄책감도 들고 미안함도 있다.

 

어느 곳에서나 사람 사는 모습들은 거의 비슷하다. 가진 것이 없어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사랑을 선택하고, 과거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킬리만자로의 눈은 다시 빛날 수도, 영원히 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티포바는 바다가 거대한 슬픔의 접시라고 상상해 보았다. 저마다 자기 숟가락을 들고 자기 몸의 슬픔을 떠 마시면 된다. 몸싸움은 없다. 자리도 충분하고 슬픔도 충분하다. 접시는 크기 때문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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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19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잘 쟁여 놓았습니다.

읽던 책들이 정리가 좀 되면
그 때 읽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9 23:49   좋아요 6 | URL
서재 친구분들이 좋은책이라고 소개한 것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참 좋아요^^
레삭매냐님께서 올려주신 책들도 열심히 천천히 잘 따라가고 있어요~~
감사해요^^

청아 2021-06-19 23: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반짝반짝~♡ 고르바초프 머리에 마치 지도같은
점? 흉터? 있었잖아요. 인상적이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찾아보니 올해 90세네요. 이 작품 읽으면 그 시기의 일면도 읽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친구분 얘기 너무 슬퍼요. 힘들때 그러는거 아닌데ㅠㅇㅠ

페넬로페 2021-06-19 23:51   좋아요 5 | URL
네 맞아요~~ 머리에 있는 점이 트레이드 마크였죠.
이 책의 배경이 낯설지 않아 읽기에 좋았어요. 유머도 있어요~~
내친구를 생각하면 저도 항상 마음이 아파요 ㅠㅠ

새파랑 2021-06-20 0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새롭네요 ㅎㅎ 한번 더 읽고 싶어지네요~!! 주인공들 성격이 너무 맘에 들었던 책이었어요. ˝엘친 같은 놈˝ 표현은 너무 재미있네요 😄

페넬로페 2021-06-20 00:07   좋아요 5 | URL
저도 재미있게 읽다가 또 살짝 울기도 했네요. 여자들 삶이 너무 힘들어보여서요. 그런것들 다 쓰려니 너무 양이 많아져 그냥 줄였어요~~
이 책이 뜬금없이 추억도 불러 주네요 ㅎㅎ

2021-06-2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0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6-20 0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이 책 꼭 읽을 책으로 담아뒀네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러시아 여성들은 참 강인한거 같아요. 더욱 기대가 됩니다.

페넬로페 2021-06-20 09:08   좋아요 3 | URL
그당시에 러시아 경제 사정이 안좋아 아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슬라브 민족들은 강인하고 알콜 중독자도 많고 정열적인거 같아요. 쿨캣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han22598 2021-06-20 12: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이 문장을 보니. 요즘 저도 참 그런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삶이 우리의 삶인 것 같은데. 그런 삶이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 같다는..으흐흐흐. 그래서 조금 알 것 같아요. 하찮은 삶이어도 괜찮다는 거.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 이책은 이미 제 장바구니에 있더라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1-06-20 13:04   좋아요 3 | URL
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티끌 같은데, 그럴지라도 자기 길을 가며 자기 식대로 살아야 할것 같아요. 어렵지만 힘내서요 ㅎㅎ

초딩 2021-06-20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이야기에 정수를 수 놓을 것 같은 말이 있다니 몹시 저도 쟁여 놓고 싶네요. 표지가 예뻐서 몇 분 눈이 갔던 책인데 :-)
그리고 친구분은 안타깝고 그 남편은 참 밉네요 ㅜㅜ

페넬로페 2021-06-20 13:08   좋아요 4 | URL
그 말들에 피식 웃고 안타까워 한숨짓곤 했어요. 그나저나 친구의 남편은 지금 아들래미 데리고 살고 있을텐데 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다락방 2021-06-26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향이란 것이 있어 저마다 좋고 싫은 책이 갈리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해서 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 님. 페넬로페 님 글은 엄청 지적이에요. 전부터 그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

페넬로페 2021-06-26 13:52   좋아요 0 | URL
정말 모두다 이 책을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티끌 같은 나‘라는 제목도 좋구요. 오늘 다락방님의 말씀에 너무 기분이 좋아요 ㅎㅎ
매번 글 쓸때 글쓰기 힘의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