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립백 피어나다 - 12g, 7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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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드라마에서, 청와대가 보이는 넓은 집무실에서 로펌 회장님은 결정적일 때 소주를 마시며 새우깡을 먹는다. 소주와 새우깡이라는 환상을 비열과 추함과 짠함으로 바꾼다. 하지만 책과 커피는 그 어떤 것에도 굴하지 않는, 언제나 변할 수 없는 짝궁이다. 봄볕에 피어난 무민과 함께라서 더 좋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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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5-03-21 13: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저 삼십분 전에 이거 주문했답니다 ㅎㅎ 양탄자배송이라 오늘 밤에 온다더군요 주말에 마시려고요 오늘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5-03-21 14:58   좋아요 1 | URL
아, 그러시군요.
즐거운 커피타임 가지시길요.
날씨가 많이 따뜻해져 곧 꽃이 많이 필 것 같습니다.
남은 3월도 건강하게 보내십시오^^

페크pek0501 2025-03-27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알라딘 드립백, 선물 받아 마셔 본 적 있어요. 오늘 커피 벌써 두 잔 마셨어요. 어쩌면 오늘 카페에 가서 마실 수도... 디카페인으로 마셔야지, 하고 있어요. 커피와 책은 절대 못 끊어!!! 입니당~~

페넬로페 2025-03-27 17:56   좋아요 0 | URL
알라딘 드립백은 책과 함께 선물하기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원두보다 일단 편해 좋습니다^^
 
역사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헤로도토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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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5세기에 갈 수 있는 모든 곳을 다니며 방대한 자료를 수집해 『역사』를 집필한 대단한 헤로도토스. 역사적 사실뿐만 아닌 풍속, 지리, 대담을 다룬 이 책은 문학이며 지혜서이기도 하다. 오래전 모든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준 헤로도토스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그의 말을 경청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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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5-03-17 12: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천병희 선생의 번역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다.

페크pek0501 2025-03-27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만 원이 넘다니... 그보다 9백 쪽이 넘다니... 저도 벽돌책 몇 권 가지고 있는데 보기만 해도 뿌듯해져요. 아, 읽어야 할 책 분량에 비해 짧은 우리의 인생이여!!!

페넬로페 2025-03-27 17:54   좋아요 0 | URL
짧은 우리네 인생인데 뭐하러 그렇게 전쟁을 하고 사람을 죽이며 땅을 넖혀야하는지 이해가 잘 안 됩니다. 권력이며 힘은 끝까지 가지 않는데도 말이죠.
<역사>가 방대한 분량인데 생각보다 다양한 부분이 서술되어 있어 읽기가 재미있었어요^^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디 에센셜 The essential 1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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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복도식 아파트 11층에 살고 있다.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집으로 올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하늘이다. 모든 것이 다 그렇듯 하늘도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계절과 시간에 따라 색깔과 농도가 달라지며 구름과의 어울림도 각양각색이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비 오기 전이나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 온통 먹구름으로 덮여있는 회색빛 하늘, 별과 달이 함께 있는 검푸른 하늘 모두 경이롭다.

 

늦여름에서 가을 사이, 해질 무렵 노을 진 하늘의 모습을 나는 가장 좋아한다. 매일 나타나는 노을의 모습은 수만 가지다. 클로드 모네가 매번 왜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가서 그림을 그렸는지 이해가 될 정도이다. 하늘과 노을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을 보고 있으면 심장이 벅차다. 그냥 쿵 내려앉는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 모든 걱정과 번뇌가 사라진다.

 

자주 생각한다. 작가란 내가 이렇게 본 세상 모든 것을 언어로 표현해주는 사람이 아닐까하고. 그저 좋다’, ‘아름답다’, ‘멋지다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나를 대신해 언어를 창조하고 조합해 나의 감각과 느낌과 육체를 통합해주는 사람.

 

세 번째 읽은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통해 내 생각이 더 확실해졌다. 처음에는 사랑으로 다가온 이 소설이 점점 언어와 문장으로 집중되어 갔다. 세상 모든 서사의 중심은 사건이 아닌 언어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사람의 생각과 감정이 언어로 표현된다는 이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이 모든 것의 시발점이었다. ‘한 작품을 마치면 이미 자신은 그 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한강 작가의 말처럼 언어는 작가 자신뿐만 아니라 세상과 독자를 변화시킨다.

 

적절하게 표현되지 못한 말 대신 내 속에서 나온 헛되고 의미 없는 언어와 타인의 말들은 저절로 부풀어지고 딱딱한 덩어리가 되어 옹벽 속에 갇히게 한다. 기억과 감정, 심지어 내 몸 구석구석에 붙어 있어 나를 구속시킨다. 그것에서 벗어나기 위해 나는 책을 읽는다. 작가는 그런 나의 옹벽을 조금이나마 깨부수어주는 사람이다. 그들이 쓴 문장으로, 나와 비슷한 경험의 에피소드로, 내가 사는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의 사람들과의 공감으로 나 자신을 들여다보게 한다. 그럴 수 있다는, 그렇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더 많이 그래야 한다는 것으로 작은 길을 열어준다.

 

[글을 쓰려면 시간을 사유해야 한다는 것을. 무엇보다 먼저 나의 삶과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고, 필멸하는 인간의 짧디짧은 수명에 대해 생각해야 하고, 내가 지금까지 누구를 위해 글을 써왔는가를 돌아보아야 한다는 것을. ‘언어라는 나의 불충분하고 때로 불가능한 도구가, 결국은 그것을 읽을 누군가를 향해 열려 있는 통로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자각해야 한다는 것을.

-p.340]

 

작년 한 해 동안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을 읽었다. 발자크의 소설을 읽을수록 그가 정말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내가 생각하는 소설의 기능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다. 발자크 소설이 시대를 대변하는 동시에 보편성으로까지 연결되지만 내 마음까지 움직여 주지는 못했다. 거대한 시대적 흐름에서 뒤처지거나 편승하지 못한 인간은 함몰되어 버리고 마는 적나라함을 너무 솔직히 보여줘 힘이 빠지기 일쑤였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으로 작가의 작품을 다시 하나씩 읽으면서 발자크로 인해 깨어진 소설적 감수성을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다. 한강 작가 역시 발자크와 같이 이 시대를 그대로 보여주는 작가이다. 어떨 땐 읽기가 너무 힘들다. 하지만 서술하는 방식과 결과가 다르다. 소재의 스펙트럼도 엄청 넓다.

 

회복하는 인간파란 돌은 똑같이 죽음이 있지만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슬픔의 강도가 파란 돌이 더 강했다. 그 사람이 잊히지 않아 다시는 행복할 수도, 웃을 수도 없을 것 같은 불행이 있었다.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슬프고 힘든 내용은 다 마음이 안 좋지만, 파란 돌은 나의 소설적 노스탤지어를 가져다주어 더 그런 것 같았다.



촉촉한 함박눈이 내리던 3월초에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강연을 읽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여름의 소년들에게출간 후에와 연결되었다. 맥이 같았다. ’중요하고 절실한 질문들을 던지고 그 질문들을 견디며 그 안에서 살고 있는작가라는 숙명을 가진 사람의 고통이 보였다. 매번 그 질문의 모양과 내용은 다르지만 작가의 소설이 결국 사랑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 좋다.

 

[세계는 왜 이토록 폭력적이고 고통스러운가?

동시에 세계는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가?

이 두 질문 사이의 긴장과 내적 투쟁이 내 글쓰기를 밀고 온 동력이었다고 오랫동안 믿어왔다.]

 

비와 구분이 잘 안 되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눈은 사람이 다니지 않은 모퉁이에 순식간에 두껍게 쌓여 자신의 존재를 증명했다. 눈을 좋아하고, 눈에 대한 표현을 기막히게 잘하는, 사주에 역마가 든 한강 작가(작가의 말)가 오랫동안 글을 많이 써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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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3-17 08: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강작가님의 희랍어시간을 제일 좋아했었는데 몇일전에 소년이 온다를 읽고 생각이 바꼈습니다 ㅋ 그래도 희랍어 시간 너무 좋아요. 저도 희랍어 사간을 읽고 언어가 이렇게 아름다울수 있는거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페넬로페 2025-03-17 09:45   좋아요 1 | URL
희랍어 시간은 오래 전에 읽고 이번에 재독했는데 완전 새롭게 읽혔어요. 내용도 좋았지만 글이 아름다워 계속 그 의미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소년이 온다도 재독할 계획입니다^^

자목련 2025-03-17 1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의 글 정말 좋아요!
페넬로페 님의 글도 좋고요. 많이 많이!!

페넬로페 2025-03-17 13:01   좋아요 0 | URL
네, 좋고~~
노벨상 수상으로 더 좋아요.

전야제 2025-03-17 20: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감수성 풍부하신 페넬로페님!
시시각각 변하는 하늘의 풍경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는 것에서 일상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시는지 느껴져요.
저도 노을 너무 좋아해요ㅎㅎ
매번 같은 시간, 같은 노을인데 말씀하신대로 다른 풍경이 펼쳐져요.
하루 일과 중에 가장 벅차오르는 시간!
한강 작가님의 글도 아름답지만 페넬로페님의 서정적인 표현들도 아름다워요.

가끔 어떤 책을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몇번이나 읽어야 할만큼 푹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책들을 읽고 나면 정말로 예전의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더라구요.
그렇게 성장해나가는 느낌이 좋아서 모두들 독서에 빠지는 건가봐요ㅎㅎ
하물며 글을 쓰는 사람이란, 그걸 만들어내야 하니깐 얼마나 또 성장하게 될까, 부럽기도 해요!
저는 페넬로페님의 글을 읽으며 또 배우고 성장합니다^^
오랜만에 서재에 들어왔는데 너무 읽고 싶었어요.
천천히 읽어나갈게요ㅎㅎ

페넬로페 2025-03-17 22:00   좋아요 1 | URL
전야제님도 노을 좋아하시는군요.
자연은 보는 시선이나 위치에 따라 느끼는 것이 달라 보여 매번 신비로워요.
이제 조금 있으면 봄꽃이 필 텐데 기대되기도 합니다.

어느 책이건 한 번보다 여러 번 읽으면 확실히 그 의미가 깊게 보이고 느낌도 달라지더라고요.
근데 읽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천천히 읽지를 못합니다 ㅠㅠ
특히 서재에 들어 오면 읽고 싶은 책이 두, 세배로 늘어나요 ㅎㅎ

whiterio74 2025-04-18 0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센셜안에 있는 [단편 소설 파란돌]은 한강 작가의 ‘바람이 분다. 가라‘ 의 내용 일부와 연결됩니다. 장편 소설 속 정희와 인주 그리고 삼촌의 슬픈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페넬로페 2025-04-18 07:33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읽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희랍어 시간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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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사람과 언어가 변질되어 “추함을 얼음처럼 드러내고” 있다. 침묵하게 하고 사람을 연하게 만드는 이 세계의 폭력에 자꾸만 지고 만다. 완전한 것들을 위한 향연 속에서, 그럼에도 살아낼 수 있다는 마음을 여기 아름다운 글이 보여준다. 이 소설은 한강의 “강렬한 시적 산문”의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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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昌德宮)은 태종 집권 시기인 140510월에 이궁(離宮-임금이 나들이 때에 머물던 별궁)으로 지어졌다. 임진왜란으로 대부분의 궁이 전소하자 1608년 경복궁보다 먼저 복구되었다. 창덕궁은 1868년 경복궁이 복원될 때까지 260년 동안 정궁(법궁-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의 역할을 하였다. 지금의 창덕궁 건물은 17세기 이후 20세기 초 사이에 여러 차례 화재와 재건, 수리와 개축을 거쳐 남은 모습이다.

 

[창덕궁은 한국 건축의 전통이 잘 살아 있는 곳이다. 특히 후원은 광대한 영역은 물론이고 건물이 거의 숨어 있는 듯이 다소곳이 자리잡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여기서 주인은 자연이고 건축은 그곳에 찾아와 잠시 들렀다 가는 손님 같은 모습이다. 창덕궁의 건축은 집을 지으면서 인공을 최소화하려는 세심한 노력이 담겨있는 곳이다.

-p.45]

 

궁중기록화에서 궁의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궁궐은 궁중 의례의 현장으로서 궁중기록화의 배경이 될 뿐만 아니라 화면에서 이야기를 구성하는 공간적 틀을 형성하기 때문이다. ‘동궐도는 창덕궁을 상세히 표현했다.


-<동궐도>-경복궁의 동쪽에 위치한 창덕궁과 창경궁을 상세하게 그린 궁중회화

 


여러 궁에는 후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창덕궁 후원만이 거의 옛 모습 그대로 있다. 오늘날 창덕궁에 자라는 나무는 16708그루다. 창덕궁 후원이 묘사된 궁중기록화는 서총대(瑞葱臺)’가 가장 대표적이다. 1505년에 조성된 서총대는 남쪽으로 창경궁 영역과 인접해 있다.


-<서총대친림사연도>, 윤두서, 비단에 채색, 1560

 


조선 24대 왕인 헌종(憲宗)은 어릴 때부터 총명했다. 여덟 살에 즉위하여 대왕대비의 수렴청정을 받았고, 열다섯 살에 친정체제에 들어갔지만 세도정치에 의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고 스물세 살의 나이에 돌아가셨다. 헌종은 1847년 낙선재 일곽을 중수하고 여기에서 기거했다. 후궁 경빈을 맞으며 연조(燕朝- 사적인 공간)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헌종은 대단한 서화취미를 가졌다. 많은 도서와 서화 인장을 수집하고 추사 김정희의 글씨를 좋아했다. 헌종은 제주도에 유배되어 있는 추사에게 글씨를 써서 올려 보내라고 했다. 그때 추사는 몸이 아파 제대로 글씨를 쓸 수 없었지만 임금의 명을 어길 수 없어 간신히 몇 작품을 마쳤다고 한다. 헌종 자신은 예서를 잘 썼다. 서화도 즐겼다.


-<보소당> 현판, 나무, 헌종의 어필

 


19071113일 순종은 창덕궁으로 입어(入御)하여 인정전은 다시 정전으로의 역할을 시작했다. 일제강점기에는 왕에 대한 알현도 지속되지 않고 황제 폐하라는 칭호를 쓸 수 없었으며 격을 낮춰 왕 전하라고 해야 했다. 대한제국 황실의 해체 과정은 이민족 지배자의 의한 국권침탈 과정의 하나로 이루어졌다.

 

영친왕은 1907년 열한 살의 나이에 강제로 일본 유학을 떠났다. 1915년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했으며 엄격한 일본 군인의 생활을 했다. 1916년 일본 황족인 마사코와 약혼했다. 마사코가 아이를 낳지 못할 체질이라는 이유로 조선 왕실의 대를 끊어놓기 위한 계략으로 이 결혼을 추진했다고 한다. 고종은 반대했고, 영친왕의 결혼식 나흘 전에 갑작스럽게 사망했다.(이런 이유로 고종이 독살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영친왕의 이복 여동생인 덕혜옹주는 1912년 고종의 나이 61세에 얻은 고명딸이다. 덕혜옹주는 열네 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강제 유학을 떠난다. 조발성 치매증이란 진단을 받고 건강이 좋지 않았던 덕혜 옹주는 1931년 대마도 번주의 아들인 소 다케유키 백작과 강제로 결혼한다. 덕혜 옹주의 병이 심해지자 도쿄의 정신병원에 입원했고 남편과 이혼했다. 38년만에 귀국한 옹주는 창덕궁 낙선재에서 순종의 계후인 윤대비, 영친왕비 등과 함께 지냈다.


-덕혜옹주, 1923

덕혜옹주가 일본으로 떠나기 전 소학교에서 찍은 사진

 

**위 내용은 창덕궁 깊이 읽기’, 국립고궁박물관 엮음, 글항아리에서 발췌 요약하였고, 페이지는 생략하였습니다.

 


창덕궁 깊이 읽기창덕궁두 책은 제목 그대로 창덕궁에 대한 책이다. 전자는 창덕궁에 관련된 여러 주제를 다루며 책에 사진뿐 아니라 많은 자료를 담고 있다. 내용의 깊이가 상당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읽어야만 하는 책이다. 후자는 창덕궁 건물을 중심으로 서술되어있다. 창덕궁의 전반적 역사에 대해 개괄하고 건물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이 상세하다. 자료는 거의 사진을 이용했다. 만약 창덕궁을 간다면 이 책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하다. 건물 마다 멈춰 이 책이 설명해주는 것을 읽고 다시 건물을 본다면 더 깊이 있게 창덕궁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다.

 

[창덕궁은 조선왕조 문화가 그 색깔을 가장 짙게 드러내던 17세기에서 19세기 중반을 법궁(임금이 거처하는 곳)으로 지내온 곳이었다. 당연히 창덕궁은 조선왕조가 갖고 있던 최고 수준의 문화가 한곳에서 빛을 발하는 장소가 되었다. 최고 수준의 건축과 조경이 여기에 담기고 최고의 회화작품이 이곳을 그려냈으며 가장 세련된 음식과 복식, 사람들의 생활양식이 이곳에서 발현되었다. 장엄함의 절정에 도달한 음악이 연주되고 화려함의 극치를 다한 춤이 이곳에서 피로되었다. 창덕궁은 조선왕조 최고의 문화전당이었던 셈이다.

p.7~8]




 





그레이스 님, 카리나 님과 함께 창덕궁에 다녀왔다. 아직 봄꽃이 피지 않았고, 초록이 진하지 않아 조금 아쉬웠지만 날씨가 춥지도 덥지도 않아 걷기에 좋았다. 궁의 사계절은 언제나 아름답다.

 

궁에 가면 매번 왠지 모를 쓸쓸함을 느낀다. 잘 가꾸어져 있지만 텅 빈 공간에서 감지되는 죽은 자들의 일렁임이 상상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각자의 모습과 언어로, 영화(榮華)와 한탄과 쇠락으로 엉킨 기운이 여기저기 떠도는 느낌이다. 그 이상하고도 고즈넉한, 모든 것에 사연이 담겨있는 궁은 잠시나마 내게 현실과 떨어져 있게 한다.




창덕궁에서 나와 점심과 커피를 마시러 인사동으로 가는 길목은 우리가 궁에서 느낀 좋은 감정을 순식간에 삭제시켰다. 여기저기에 포진해 있는 태극기부대가, 경찰차와 경찰들이 지금 우리의 현실을 대변했다. 거의 비슷한 모습의 노인들은 거기서 컵라면을 먹으며 상기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제일 거슬리는 건 소리였다. 마이크를 통해 들려오는 악을 쓰며 내는 목소리들에 소름이 돋았다. 한국에 여행 온 외국인들은 대한민국에 대해 날카롭고 깨지는 듯한 그 소리만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내 마음이 사진에 나온 진한 커피색처럼 까맣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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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5-03-13 11:4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금희 작가가 말하는 대온실은 안 가 보셨나요? 요즘 그 책 덕분에 창덕궁 가 보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졌나 본대요. 다른 곳인가요...?
덕혜옹주의 병이 조발성 치매라니. 그 젊은 나이에... 그러게요. 고궁은 왠지 모르게 쓸쓸해요. ㅠ

페넬로페 2025-03-13 12:00   좋아요 2 | URL
대온실은 창경궁에 있어요
창덕궁 후원에서 대온실이 보여요.
덕혜옹주는 일본에서 적응을 잘 하지 못해 신경증을 앓게 되었고 그것이 결혼 생활에 까지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더라고요. 일본인 남편 사이에 딸이 한 명 있었는데
그 딸도 불행했고요 ㅠㅠ

새파랑 2025-03-15 18: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창덕궁 함께 가셨다니 재미있으셨겠습니다~!! 생각해보니까 저는 창덕궁을 안가본거 같아요 ㅋ

페넬로페 2025-03-15 23:02   좋아요 3 | URL
창덕궁과 창경궁은 가을 단풍 들었을 때 엄청 좋아요.
그때 한 번 가보시길요^^

서곡 2025-03-16 1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진 속 케이크 인절미 떡고물처럼 보이는 가루가 뿌려져 있네요 ㅎ 페넬로페님 일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5-03-16 14:21   좋아요 2 | URL
인사동에 있는 ‘소진담‘이라는 카페였어요.
이름이 흑임자 인절미 였어요.
케잌과 떡의 중간쯤되는 맛이었는데 왠지 인사동이라 먹어야 할 것 같았어요 ㅎㅎ
맛도 괜찮았어요.

서곡 2025-03-16 15: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 감사합니다 ㅋㅋ 인사동 가게 되면 방문해볼게요!

그레이스 2025-03-17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