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의 11월은 오랫동안 좋은 날씨가 계속되었다. 가을이 길어 좋았고, 이 날씨가 계속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11월의 마지막 날에 한파가 불어 닥쳤다. 당연히 추워져야하지만 가을이 끝나는 게 아쉬웠다.

 

살아 온 만큼 사계절의 변화를 겪었으면서도 더워지고, 추워질 때 적응이 잘 되지 않는다. 더위와 추위가 시작될 때, 오랫동안 견뎌야 한다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매번 반복되는 것에 대한 싫증과 체념이 공존하며, 이대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회의감도 든다. 한번쯤 달나라 정도까지는 다녀와야 삶이 새로워질 것 같다. 그래야만 나머지 생도 오늘 같지 않게 살아갈 힘을 얻을지도 모르겠다.

 

달나라에는 어떻게 갈 수 있지? 나는 일론 머스크가 아니잖아.

 

달나라에는 갈 수 없지만, 달나라만큼의 신선함과 풍요로움을 내게 주는 사람은 친구들이다. 일찍 고향을 떠나 온 내게 친구란, 그동안 축척된 지금 현재 내 주변의 좋은 사람들을 말한다. 내 성격이 별로 활동적이지 못하지만 그래도 친구의 구성은 나름 다양하다. 그 친구들은 소박하면서도 기회 있을 때마다 보고 느끼고 향유하자는 내 삶의 방식과 닮았다. 유난히 길었던 이번 가을에는 책보다 친구들과 자주 달나라에 가곤 했다.


그레이스님과 비아(via, 여행을 좋아하는 이 친구는 자신의 이름 앞에 이 단어를 쓴다)와 함께 성수동을 다녀왔다. 지하철 2호선을 탈 때면 성수역을 자주 지나쳤는데, 언젠가부터 서울의 핫플로 떠오른 곳이다, 그 동네에 살지 않아 좋은 카페를 잘 알지 못해 만날 장소는 프랜차이즈 카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스타벅스는 너무 흔해 블루보틀이라는 카페에 갔다. 블루보틀은 처음 가보았는데 매장이 넓었고, 커피를 직접 로스팅하는 큰 공간도 있었다. 커피 값이 비쌌지만 맛은 괜찮았다. 깊고도 부드러움이 있었다. 그런데 이 카페는 커피를 한꺼번에 담는 큰 쟁반이 없어 고객이 한 잔씩 커피를 자리로 옮겨야 했다. 그런 시스템에 대한 이유가 궁금했다. 매장을 깔끔하게 유지하려는 전략일까?


점심은 그레이스님이 추천한 식당에서 먹었다. 화덕에 직접 구워 만든 마스카포네피자와 가지 그라탕(듣고도 금방 까먹는 처지인지라 이름이 잘 생각나지 않음) 등 새로운 맛의 좋은 음식들이었다(먹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나인지라 맛에 대한 느낌을 글로 잘 표현하지 못한다. 그냥 맛있었다’, 또는 다음에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이 정도이다. 내가 싫어하는 사람은 식당에서 음식에 대한 평가를 주절주절 늘어놓는 사람이다. 이왕 왔으니 그냥 맛있게 먹고 다음에 안 오면 되는 거 아닌가! 옆에서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밥맛이 떨어진다. 세상 음식이 거기서 거기지 뭐가 또 그리 특별하겠나?) 이 식당은 네이버 검색에서 바로 나오지 않는 곳인데, 숨어 있는 맛집이었다. 요즘 연달아 따님들에게 좋은 일이 있는 그레이스님이 점심을 사주셨다. 좋은 일로 축하하고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가장 입맛 도울 수 있는 에피타이저인 것 같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은 아마 문구점일 것이다. 그곳에 들어가 구경을 했다. 예전엔 이런 곳에서 꼭 뭐 하나라도 사왔지만 요즘은 그런 마음이 잘 생기지 않는다. 물가가 가파르게 치솟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겠지만 집에 사용하지 않은 문구가 많기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는 작가 몰리에르가 탄생한지 4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작가의 이름만 들었지 한 번도 그의 작품을 읽지는 않았다. 몰리에르의 희극 스카펭의 간계연극을 예매해 급하게 책을 빌려 읽었다. 아르강뜨와 제롱뜨는 자신의 딸과 아들을 정략결혼 시키기로 하였는데, 아르강뜨의 아들인 옥따브는 이야상뜨를 사랑한다. 제롱뜨의 아들인 레앙드르는 제르비네뜨를 사랑한다. 그들은 자신의 연인을 싫어하는 아버지의 승낙을 받기 위해 레앙드르의 하인인 스카펭에게 도움을 청한다. 간계인지 지혜인지는 몰라도 스카펭은(사실 협박에 가깝다) 아르강뜨와 제롱뜨를 설득하는데 성공한다. 나중에 반전이 있고 모두들 행복하게 해피엔드로 끝난다. 몰리에르의 이 희극의 내용은 요즘도 일일드라마나 주말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그 정도이면 식상할 만도 한데 시청률이 계속 나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몰리에르는 막장드라마의 전형을 만들어 놓았다. 몰리에르 자신이 직접 극본을 쓰고, 연기를 하고, 극단을 운영한 사람이라 그의 생도 무척이나 파란만장했다.

 

[몰리에르식 코미디(희극) 문법에는 절대적인 선악이 존재하지 않는다. 허점과 결점이 가득한 인간만 있다. 몰리에르가 작품에서 궁극적으로 주장하는 미덕은 그 누구도 완전무결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주장만이 정의가 아니라는 유연한 가치관을 지녔다.

-20199월호, 신동아, ‘황승경의 극과 인간중에서]


국립극단의 유일한 희극 레퍼토리인 스카팽은 관객들에게 인기가 많은 연극이다. 비극에 비해 희극 공연이 그리 많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스카팽은 7세부터 입장이 가능한데 희극에서 자주 등장하는 성적인 패러디를 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약간 우려가 되기도 했다. 연극의 대사만으로는 코미디적인 것을 살리기 쉽지 않아서인지 이 연극에는 음악이 많았다. 연극 전반에 직접 연주되는 다양한 음악이 있었고, 배우들이 큰 액션뿐만 아니라 노래도 불렀다. 배우들의 애드리브도 재미있었다. 이선균의 성대모사도 있었고, 마침 지금이 월드컵 기간이라 거기에 따른 멘트도 관객들의 호응을 가져왔다. 그런데 다른 관객이 웃을 때 같이 웃지 못 할 때가 있었다. 내가 배우의 에드리브를 못 알아듣고 있음에 틀림없었다. ㅠㅠ

 

연극은 원작과 다르게 옥따브의 아버지는 어머니로 대체되었고, 몰리에르가 등장해 나레이터의 역할도 해주고 자주 웃기는 역할을 담당했다. ‘스카팽은 햄릿같은 비극과 다르게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즐길 수 있는 연극이었다. 정극이라기보다 코미디에 훨씬 더 가까웠다. 내가 가진 나쁜 성격중의 하나가 코미디를 보면서 애써 웃어주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는 것이다. 처음에 약간 나의 고질병이 나와 절대 가볍게 웃어주지 않으리라 다짐했지만 나중에는 크게 웃고 박수를 쳐주었다. 나는 좀 진상이다.

 

[스카팽은 여유를 바탕으로 자신이 계획한 바를 실행해 성공을 즐기는 진취적 인물이다......스카팽은 속임수에 능수능란한 게 아니라 인간의 속물적 내면을 간파하고 엉뚱한 설정과 기발한 발상으로 고루한 지배층의 속성을 환기시킨다.

-20199월호, 신동아, ‘황승경의 극과 인간중에서]

 

 

스카팽은 나의 오래된 친구인 비아와 함께 다녀왔다. 비아는 딸아이 초등학교 1학년 때 만난 같은 반 엄마였는데 지금은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이웃으로, 독서동아리 회원으로 같이 책을 읽고, 또한 성당까지 같이 다녀 늘 만나는 사이이다. 비아를 처음 봤을 때 사람이 저렇게 예쁘면서 목소리가 좋고, 착하기까지 해도 되나 싶었다. 한 사람에게 능력이 집중되어 나는 항상 그녀에게서 부족함을 느껴야했다. 지금은 그것을 많이 극복했는데, 나 같은 사람이 세상에 훨씬 더 많다는 것을 확신한다.


연극을 보고 나와 명동 주변을 걸어 다녔다. 사람의 기분을 들뜨게 만드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떠밀리듯 지나갔는데 순간적으로 무서웠다. 지나간 일은 전혀 해결되지 않고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얼마나 망각을 잘하는지....

저녁은 롯데백화점 안으로 들어가 기린 맥주를 곁들인 돈가스를 먹었다. 맛있어서 계속 마신 맥주가 평소 마시던 맥주보다 알코올 도수가 높았는지 약간 술에 취해버렸다. 지하철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완전 잠이 들었다. 꾸벅꾸벅 진자 운동을 하며 어느새 약해져버린 나의 육체를 실감했다. 기분 좋게 연극보고 저녁도 먹었지만 술기운 탓에 약간 울적했다. 시들어가는 육신과 잠겨가는 의식을 바라보며 불쌍하게 여겨주는 내 속의 나를 만난 날이었다.



물에 빠진 음악과 미술 중에 무엇을 구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무조건 음악을 선택할 것이다. 음악, 그 중에 여러 종류의 노래 듣는 것을 좋아한다. 어릴 때부터 워낙 미술에는 소질이 없어 미술시간을 싫어했다. 매번 방학숙제로 주어진 그림그리기는 항상 언니가 대신 해주었다. 그렇게 미술에 대한 재능이 없어 미술을 질려하면서도 미술 전시를 음악회보다 더 자주 관람하게 된다. 뮤지컬이나 음악회는 티켓팅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반면 미술전시는 오래하고 접근성이 좋다. 그래서 좋은 미술 전시를 자주 보러 다닌다.

 

이번에도 비아와 함께 김환기 작가의 화중서가(畵中抒歌)’전을 다녀왔다. 무료로 전시했지만 예약한 사람만 입장할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는 그림 값이 엄청 비싼 우주를 볼 수 있었다. 일반인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라고 한다. 명성에 걸맞게 우주는 웅장하고 압도적이었다. 그림 속에 우주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듯 했다. 작가의 초기 작품들은 한국 사람이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우리의 정서가 들어 있어 좋았다. 김환기의 점화는 언제 보아도 멋지다.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그렇고 세상에 담겨 있는 모든 것들이 궁극적으로 점으로 표현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무수한 점들은 많은 이야기로 시작되어 결국은 침묵으로 끝내야만 하는 우리 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다.



독서동아리에서 독서를 하지 못하고 있다(나는 2개의 독서동아리에서 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멤버 중 한 명이 심한 안구건조증을 앓고 있다. 그 친구는 지금 눈이 좋지 않은데도 뒤늦게 시작한 공부까지 끝마쳐야 해서 굉장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연히 친구를 배려해야하기에 당분간 책을 읽지 않기로 했다(어쩐지 유야호하는 분위기인 것 같은데....). 11월에는 책 대신 연극 러브레터를 보았다. 책과 러브레터는 읽어야하는 것이기에 어쩐지 통하는 것 같기도 하다.

 

제목이 러브레터이지만 1시간 45분 동안 설마 두 배우가 번갈아가며 계속 러브레터를 읽을 줄이야.... 남녀 두 배우는 편지를 읽어가며 어릴 때부터 죽기 직전까지의 연기를 해야 한다. 배우가 나란히 앉아서 편지 읽는 것을 잘 들어야하기에 보는 것보다는 듣기에 집중해야만 했다. 순간적으로 딴 생각에 빠지면 편지 내용을 놓쳐버린다. 193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하는 이 희곡은 연극만을 위한 대본이다.

 

멜리사와 앤디는 친구인데 그들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과 고민을 털어놓는다. 그들에게 편지는 자신의 얘기를 솔직히 말할 수 있는 공간이며, 편지를 통해 위로와 공감받기를 원한다. 그것이 없어도 그들에게는 상관이 없다. 믿는 사람에게 단지 내 얘기를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그런 이유로

그들이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꼈을 때 편지는 러브레터로 발전하지 못한다. 멜리사와 앤디는 서로 사랑하였지만 그들은 현실 속에서 상대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를 힘들어 했다. 편지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상만을 상상하고 원했기 때문이다. 멜리사는 항상 불행했다. 앤디는 한 번도 불행한 멜리사를 위해 달려간 적이 없다. 자신의 성공을 위해 멜리사에게 자리를 내어줄 틈이 없었다. 그는 고지식했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을 포기하지 못했다. 멜리사는 앤디를 원했지만 그는 자신의 것만을 지키려는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그들에게는 본질적인 사랑이 존재하지 않았다. 결국 러브레터는 불완전한 사랑의 메신저였던 것이다.


81세의 박정자 배우와 79세의 오영수 배우가 그 나이에도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사실 오영수 배우보다 박정자 배우가 더 놀라웠다. 전혀 흔들리지 않는 딕션과 세심하고 디테일한 표현들이 너무 대단했다. 그녀에게는 대배우라는 존칭을 사용해야만 한다. 연극을 보고 난 뒤 얼마 후 오영수 배우에 대한 소식이 전해졌다. 정확한 사실을 알아야겠지만 안타깝기도 하면서도 기분이 좋지는 않다.



전염병은 역사책에서나 발견되는 단어인 줄 알았다. 내 인생에서 전염병을 맞닥뜨릴 줄은 몰랐다. 그렇게 코로나는 우리한테 찾아왔고 주변의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딸아이가 그룹과제를 할 때도 이제는 거의 만나지 않고 집에서 줌으로 의견을 나눈다. 독서동아리도 거의 1년간 줌으로 한 달에 한 번씩 모임을 가졌다. 사람을 만나지 못해 그립고 불편한 경우도 있지만, 사람을 만나지 않아도 잘 돌아가는 편리한 세상이 된 것도 사실이다.

 

친구 C 역시 코로나로 계속 만나지 못했다. 이번에는 꼭 만나자고 약속을 해놓고도 서로 확진이 되고, 확진자와 접촉해서 약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가을이 되고 마음마저 가을이 되어, 나를 보고 싶었던 C는 자신이 듣는 클래식 라디오 프로그램에 만나고 싶은 친구와 함께 가고 싶다는 사연을 보내 당당히 콘서트 티켓을 쟁취했다.

 

바로크 투게더는 바로크시대 음악을 레퍼토리로 하는 음악회였다. 바로크시대 음악은 평소에 많이 들어와서 익숙했다. 성가도 있고 성악, 바이올린과 기타 연주를 번갈아 해서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출연진 중에 팬텀싱어 3에서 우승한 라포엠의 최성훈 성악가가 있었는데 C는 최근에 그의 팬이 되었다고 한다. 카운터테너인 그를 TV로 만났을 때는 느끼지 못했는데 직접 라이브로 들었을 때 확실히 베이스 바리톤, 소프라노보다는 성량이 떨어졌다. 바이올린은 언제나 좋고, 특히 가을이라는 계절에 클래식 기타가 너무 잘 어울렸다.

 

우리는 만나서부터, 인터미션때, 그리고 음악회가 끝나고도 끊임없이 수다를 떨었다. 남편과 자식의 근황을 시작으로 그동안 살아 온 얘기를 했다. C는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처럼 어색하지 않고 편하게 얘기할 수 있는 진정한 친구이다.

 

 

 

C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고 나서 얼마 후에 딸아이가 보여주는 인스타에 올라온 사진과 동영상들로 충격을 받았다. 믿기지 않고 오금이 저리고 가슴이 조여들었다. 세상에 어떻게 저런 일이 가능한가? 젊은이들의 억울한 죽음에 슬퍼하고 경악하고 억울해해야 하는데 어떻게 저런 댓글을 쓸 수가 있을까? 참사라는 단어를 지우고 근조리본을 거꾸로 달고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고......그저 슬픈 넋들만이 남아 있다.



예술의 전당에서 감이 주렁주렁 달린 진짜 감나무를 볼 줄은 몰랐다. 한창 대봉감이 나올 때 지인이 몇 알 나에게 주었다. 홍시를 좋아하기에 대봉감이 빨리 익기를 기다린다. 그렇지만 감은 천천히 익어간다. 며칠 들여다보다가 포기하면 어느 순간 물렁하게 변해있다. 어떤 것은 너무 익어 쪼그라들고, 여전히 익기를 거부하며 계속 버티고 있는 녀석도 있다. 각자 다르게 익어가는 감이 친구 같기도 하다. 친구가 꼭 그렇다. 가까워지고, 더는 가까워지지 않기도 하고, 사이가 멀어져 더 이상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사람은 처음부터 맞지 않아 친구가 될 수조차 없다. 그렇게 사람, 사람과의 관계는 자연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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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12-08 15: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성수동에 형부 공장이 있어서 몇 번 갔었는데 안그래도 지금은 몰라보게 바뀌었다고 빵 먹으러 오라 그러더라고요 ㅎㅎ 빵 맛집 많다고 ㅎㅎ 마음 맞는 친구와 좋은 것을 보고 듣고 먹는 즐거움은 참 소중한 거 같아요 *^^* 안구건조증 저도 걱정입니다 ㅠㅠ

페넬로페 2022-12-08 15:42   좋아요 3 | URL
네, 성수동에 공장이 많고 지금도 남아 있더라고요. 담에는 빵 먹으러 가봐야겠어요.
눈이 정말 중요한데 저도 점점 나빠져 걱정입니다. 이번 청룡영화상에서 탕웨이배우가 부모에게 전하는 말이 생각나요, ㅎㅎ^^

scott 2022-12-08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쉬
찐친들과 커피 타임, 독서 시간이 가장 행복!


페넬로페 2022-12-08 15:43   좋아요 3 | URL
역쉬 친구들과의 만남은 좋죠!
독서시간이 가장 행복한데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어 괴롭습니다^^

청아 2022-12-08 16: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야기를 따라가며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덩달아
유쾌해진 기분입니다. 반주뒤에 울적해지셨다는 대목도 아프게 공감되고요.
저도 외식이 늘었는데 춥지만 이런 따뜻함으로 힘을 내어 살아가게 되는가봐요^^*

페넬로페 2022-12-08 17:21   좋아요 3 | URL
미미님께서 유쾌해지셨다니 좋은데요. 술이란게 참 묘한게 어떨때는 기분이 좋아지다가 또 어떨때는 울적해지더라고요. 모임이 아니면 밖에서 밥 먹을 기회도 잘 없어요.
집에서는 웬만하면 집밥해서 먹으려고 하는데 저의 요리 실력은 언제나 제로입니다 ㅠㅠ

stella.K 2022-12-08 16: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모처럼 좋은 시간이셨겠네요.
예술의 전당까지 진출하셨으면 거의 저의 나와바리까지 오신 건데...ㅎㅎ
오영수 배우는 좀 안 됐죠? 어떻게 복귀가 가능할지 모르겠습니다.
요근래로 TV에서 볼 수 없는 노배우들이 점점 늘어가는 것 같아 아쉬워요.
그렇게 연극 무대에서 노익장을 과시하는 걸 보면 다행이다 싶구요.
암튼 노배우 파이팅입니다!!

페넬로페 2022-12-08 17:26   좋아요 4 | URL
스텔라님의 나와바리이면 문화계에 우뚝 서 계신 것 아닌가요?
오영수배우님이 연극할 때 조금 힘들어 보였는데 그런 일이 생겨 복귀가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ㅠㅠ
그나마 연극무대에서 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겠어요

얄라알라 2022-12-10 22:23   좋아요 3 | URL
ㅎㅎstella.K 덕분에 ‘나와바리‘라는 사랑스러운 말을 배워갑니다

페넬로페님, 담번엔 서초동에서 ‘나와바리‘ 번개 하실 수 있겠네요

예전에서 감을 본 적, 찾아본 적도 없는데 감이 저렇게 예쁘게 열리다니^^

페넬로페 2022-12-10 23:52   좋아요 3 | URL
오!
얄라알리님께서도 그쪽이 나와바리이군요 ㅎㅎ
감나무에 감이 저렇게 예쁘게 주렁주렁 열려 있더라고요^^

레삭매냐 2022-12-08 16: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식당에 대해서는 격렬하게 공감
하는 바입니다. 한 번 가서 마음
에 들지 않으면 다신 가지 않으
면 되니깐요.

저도 문구류 대따 좋아라합니다.
볼펜이라도 한 자루 사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히다는 ㅋㅋㅋ

그러다 보니 볼펜들이 넘 많네요.
전 1.6 mm 정도의 굵은 심 볼펜
을 선호한답니다. 근데 잉크가 금
방 닳더라구요.

연극-돈까스 그리고 비루까지 아
주 제격이었겠습니다. 더부럽 -

페넬로페 2022-12-08 17:30   좋아요 4 | URL
정말 예외적인 곳이 아니라면 웬만한 식당은 다 맛이 좋은 것 같아요.
요즘은 핸폰이나 컴퓨터에 글을 써서 펜으로 글쓰는 기회가 점점 없어져요.
그래서 문구를 더 사지 않게 되더라고요. 글씨는 점점 더 악필이 되었습니다 ㅠㅠ

서니데이 2022-12-08 17: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최근엔 그레이스님과, 그리고 친구분과 데이트 하시면서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전시와 공연, 그리고 맛있는 식사와 커피도 좋은 시간 같아요.
김환기작가 전시가 무료지만 예약을 해야 할 수 있는 거군요.
실제로 가서 보고 오면 도판을 보는 것보다 좋은 작품들이 있어요.
문구점의 상품들은 사진 속에서도 예쁘네요.
사진 잘 봤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2-08 18:59   좋아요 4 | URL
가족과 함께하는 것과 친구와 함께 하는 시간의 즐거움이 다르더라고요. 가족은 제가 좀 더 많이 챙겨야하니 신경이 쓰이는데 친구와 만나면 그저 즐겁게 보내고 오면 되니까요.
김환기 작가의 우주 넘 좋았어요.
부암동에 환기 미술관이 있는데 봄에 한 번 다녀오고 싶어요^^

프레이야 2022-12-08 20: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종합선물세트 같은 페이퍼 주욱 따라가며 넘 좋아 좋아 이랬네요. 비아 같은 친구 보유한 님도 좋고 감이 주렁주렁한 하늘도요. 대봉감 후숙 제법 시간 걸리던데 오늘 괜찮아 이제 먹네요. 그래도 한구석에 떫은맛으로 자기주장 확실한 대봉이도 있어요 ^^

페넬로페 2022-12-08 21:35   좋아요 3 | URL
올해 가을은 유난히 좋았습니다. 날씨도 좋고 단풍도 예쁘게 물들고요. 그래서 많이 밖으로 나간 것 같아요.
대봉감을 보며 나름 기다림의 미학을 배웠습니다. ㅎㅎ
프레이야님께서 알라딘 친구들과 만나는 모습도 넘 좋아보여요^^

새파랑 2022-12-08 2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11월은 행복한 기억이 한가득한 한달이셨네요. 멋진 친구분들도 그렇고 좋은 추억들도 그렇고 부럽습니다~!! 전 11월에 도대체 뭘한걸까요? ㅋ

독서동아리가 곧 활성하되면 좋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12-08 21:34   좋아요 3 | URL
네, 책 대신에 여기저기 다녀왔습니다 ㅎㅎ
새파랑님께서는 바쁘신 중에도 독서 열심히 하셨잖아요.
저는 요즘 독서 슬럼프에 빠졌었는데 얼른 다시 열심히 책 읽어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12-09 00: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좋은 전시, 연극, 독서 동아리 모임, 커피 타임까지 무척 바쁘고, 알찬 가을을 보내셨네요?^^
부럽습니다. 원동력이 되어 또 알찬 겨울을 보내실 것 같아요.
그레이스님의 안부는 늘 페넬로페님 서재에서 듣게 되네요?ㅋㅋㅋ
그래도 두 분은 늘 보기 좋습니다^^
10 월의 그날은 아직도 저도 참 끔찍하고 슬프네요. 내 아이도 만약 서울에 있었다면 그곳에 있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합니다ㅜㅜ 안도하는 제 자신이 너무 죄스럽고 싫어지기도 하구요. 압사, 참사 단어를 바꾸겠다는 건 책임을 회피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에혀!!!ㅜㅜ
겨울이 다가오는데 마음들이 더 춥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12-09 01:01   좋아요 3 | URL
가을에 그 느낌이 넘 좋았어요. 왜이리 가을이 좋아질까요.
단풍이 물드는 나무도 좋고 노란 은행잎도 좋고요.
이 페이퍼에는 올리지 않았는데 혼자서 창경궁도 다녀왔어요 ㅎㅎ

10월의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 눈물이 나는데 아이들을 잃은 부모님 마음이야 오죽하겠어요.
요즘 어디를 가도 경찰들을 많이 볼 수 있어요.
그것만 봐도 화가나요. ㅠㅠ
책나무님의 안도하는 그 마음, 절대 죄스럽지 않습니다.
당연한 마음인걸요^^

그레이스 2022-12-11 22:15   좋아요 3 | URL
죄송합니다
부지런히 올려야 하는데 요즘 왤케 게으름을 피우는지 ㅎㅎ

서니데이 2022-12-09 21: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12월이되어서인지 하루하루 더 빠른 속도로 가는 것 같아요.
벌써 금요일이네요.
내일은 날씨가 따뜻하다고 합니다.
주말 약속 있으시거나 외출하셔도 춥지 않을것 같아요.
즐거운 주말과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12-09 22:46   좋아요 4 | URL
날씨가 넘 따뜻하네요.
저는 엄마 만나러 친정 왔어요.
12월이라 그런지 세월 참 빨리 갑니다.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2-12-11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야 봤습니다.
넘 오랫동안 결석 중이었네요 ;;

홍시 비유 너무 좋아요~♡

페넬로페 2022-12-12 10:29   좋아요 3 | URL
익어가는 홍시를 보니 세상사가 읽히더라고요 ㅎㅎ^^

희선 2022-12-13 03: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분들과 좋은 시간 보내셨군요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도 좋은 거네요 코로나 때문에 만나지 못한 사람도 있겠지만, 만나고 함께 할 게 있는 거 좋을 듯합니다 친구라고 좋아하는 게 똑같지 않겠지만, 비슷하면 마음도 잘 맞고 좋잖아요 연극 음악회 전시회 다 좋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12-19 15:01   좋아요 2 | URL
혼자서 뭔가를 할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아무래도 누군가와 함께 할 수 있다는게 더 좋은 것 같더라고요.
같이 얘기도 하고 고민도 털어 놓을 수 있어서 훨씬 더 힐링이 되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친구는 비슷한 성향의 사람과 인연이 맺어지는 것 같아요. 저와 영 안맞는 사람은 같이 있기가 힘들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2-12-15 18: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알라딘 서재의 달인과 북플마니아 축하합니다.
행복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2-19 15:01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늘 함께 이곳에서 인사나눠요**

희선 2022-12-16 06: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서재 달인 축하합니다 두 가지 다일지도 모르겠네요 이번주도 오늘만 지나면 주말입니다 주말엔 더 추워진다는 말이 있더군요 페넬로페 님 감기 조심하시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12-19 15:04   좋아요 2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날씨가 계속 넘 추워요.
날씨탓인지 요즘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지네요. 저도 계속 확진자와 접촉해서인이 몸 컨디션이 영 엉망입니다.
추운 날씨에 건강 유의하시기 바래요^^

서곡 2022-12-21 06: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나무 사진 참 좋습니다 연말 따뜻하게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

페넬로페 2022-12-21 19:23   좋아요 1 | URL
도심에서 이렇게 예쁜 감나무를 볼 줄 몰랐어요~~
서곡님, 감사합니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어느덧 또 한 해가 가려고 해요.
남은 기간 잘 보내겠습니다^^
 














독서동아리에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고 있다. 읽기 어렵다고 소문이 난 책답게 정말 읽기가 어렵다. ’율리시스가 어려운 건, 조이스가 어지럽게 펼쳐놓은 많은 상징과 실험에 대한 의미를 퍼즐 맞추듯 찾아야 한다는 데 있다. 영어원서로 읽는 것이 아닌, 단지 한글로 번역된 문장만으로는 바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 아마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가 개인이 가진 배경과 함께 신화, 역사, 철학, 아일랜드의 현실이 뒤섞인 문장들을 모국어로 읽는다고 해서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영어와 고어를 사용한 언어유희는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 같다.

 

율리시스책 자체를 읽어 나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다. 조이스가 이 책에서 다양한 문체 실험을 하고, 워낙 에피소드가 많아 경쾌한 느낌이 들고 재미있는 부분도 많다. 책의 등장인물과 줄거리가 잘 설명되어 있고, 책 하단에 주석이 상세하게 달려있어 그것을 참고하면 된다. 개인적으로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보다는 율리시스가 더 읽기 쉬웠다.

 

제임스 조이스의 의식의 흐름은 특별하다. 생각의 흐름대로 써 내려갔다는 작가의 의식에는 엄청난 사유와 집요한 관찰이 존재한다. 그 방대한 지식들을 마음대로 꺼내 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율리시스인간 의식의 백과사전이라 불리는 이유 이 책에서 그대로 알 수 있다. 그러한 것을 인식하고 이해해야 하기에 어려울 수밖에 없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고 재미있기도 하다. 텍스트 자체로는 잘 이해되지 않지만, 공부하듯 읽어나가는 독서도 나름 매력적이다.



동아리 회원들과 함께 책을 읽어나가니, 책에 대한 여러 가지 정보를 들을 수 있어 좋다. 율리시스에 대한 주석서가 많이 있지만, 김종건 교수의 율리시즈 연구(硏究)’가 제일 도움이 된다는 그레이스님의 말을 들었다. 이 책은 가까운 도서관에서는 구할 수 없어 딸아이가 다니는 대학 도서관에 검색해보았다. 대학 도서관은 거의 모든 책이 구비되어 있으니 책도 빌리고 딸아이와 점심도 함께 먹기 위해 학교로 갔다. 소설을 읽으며 연구(硏究)’라는 단어가 들어간 주석서를 읽다니, 우리들의 열성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율리시즈가 담고 있는 성서의 내용과 사상, Homer의 오딧세이, Shakespeare의 햄릿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 Milton의 시, Thomas Aquinas의 신학, Aristotle의 철학, Dante의 신곡, Nietzsche의 철학, Goethe의 파우스트, Mozart의 돈 지오바니, Wagner의 오페라, 아일랜드의 민속과 음악, 카톨릭 종교의 지식, 신화의 전설, 유럽의 역사 등 그 예를 이루 다 들 수 없거니와, 이들 기존의 작품들은 그의 작품의 난해하고 다양한 소재의 바탕을 이룬다. 이러한 지식의 축적이 주인공들의 의식을 형성하는 바, 이는 조이스가 평소 동서고금의 문학, 철학, 역사, 신학, 예술 등의 고전에서 얻은 지식을 말해 준다. 율리시즈를 족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지식원(知識源)과 그 전거(典據)를 파악하는 것이 절대적이다. 여기 그의 작품을 가리켜, ‘인간 의식의 백과 사전(encyclopedia of human consciousness)'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율리시즈 硏究의 서장에 나오는 율리시스에 대한 전반적 소개이다. 조이스가 율리시스에 담고 있는 이 많은 것들로 무엇을 나타내고자 했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히 다가오지 않는다. 이 책에서 내가 어떤 것을 느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주석서의 도움을 받아 여러 번 더 읽어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조이스의 어려운 책 덕분에 딸아이와 좋은 시간을 가졌다. 학교안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었다. ‘율리시스 硏究라는 오래된 고전적인 책과 대학이라는 공간덕분에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다. 공부가 하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硏究라는 글자가 들어간 제목의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었던 시기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대학 내 카페의 커피가 싸고 맛있어서 더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현재 엄청 좋은 나이의 한가운데에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딸아이는 알고 있을까?

 

[시간은 그들에게 낙인을 찍어 그들을 구속했다. 그들이 파기한 무한한 가능성의 영역 안에 그들은 갇혀 있다. 그러한 가능성이 결코 실현되지 않았던 것을 보면, 그러한 일들은 과연 가능할 수 있었을까? 그렇지 않으면 일어난 일만이 유일한 가능이었던가? 파란을 일으키는 말들이여. 허풍을 다루는 자들이여. -‘율리시스 1,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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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2-04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잃시찾보다 율리시스가 읽기 더 쉽다구요? 정말입니까??^^
전 넘 어렵던데요? 하고 책장을 보니 제가 가지고 있는 건 일리아스였네요ㅋㅋㅋ
독서 동아리에서 같이 읽기 하시면 도움 많이 되실 것 같아요^^
그 덕분에 따님과의 데이트!!
이 책은 페넬로페 님께 더없이 소중한 책이 되시겠어요.
그리고 따님을 바라보며 좋은 나이의 한가운데 자신이 서 있다는 걸 알고 있을까?하고 생각하시는 페넬로페님!!!! 그 말씀 왜 이리 와 닿습니까???ㅋㅋㅋ 저도 페넬로페님 따님이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2-12-04 15:12   좋아요 2 | URL
네, 어려운 책은 혼자서는 정말 읽기 힘들어요. 율리시스는 화요일마다 줌으로 같이 낭독하고 있어요. 읽을 분량이 정해지니 숙제하는 기분으로 목표달성이 되어요.
그래서 조금씩 읽어가고 있습니다 ㅎㅎ

저도 좋은 시절을 인식 못하고 넘어갔는데 아마 딸아이도 그럴 것 같아요. 우리는 그걸 아니까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는것도 같고요.
항상 열심히 살고 계시는 책나무님과 함께 더 화이팅하고 싶어요^^

새파랑 2022-12-04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어려운 대신 딸이랑 즐거운 시간을 보내실 수 있으시셔 다행입니다 ㅋ

<율리시스>를 읽으면 뭔가 논문을 읽는 기분이 들거 같아요 ㅋ 어려운 책도 척척딱딱 역시 페넬로페님은 천재 ~!!

페넬로페 2022-12-04 18:03   좋아요 2 | URL
제가 새파랑님께 매번 천재소리를 들어 송구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합니다. ㅎㅎ
율리시스가 어렵기도 하기만 재미있는 부분도 있어요~~

stella.K 2022-12-04 20: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으셨다니 급호감입니다.
쌓아 놓은 책이 많아 많이는 소장하지 못하고 있지만
이 출판사의 세계문학전집을 나름 애정하고 있죠. 일단 가성비가 좋잖아요.
이리 쓰시니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드네요.
사람이 어려운 책에도 도전하고 그래야 하는데 말입니다.ㅋ

페넬로페 2022-12-04 21:57   좋아요 2 | URL
동서문화사판의 번역에 오류가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줄거리 요약이 잘 되어있고 주석이 하단에 달려있어 잘 읽히더라고요.
이 소설은 작가가 워낙 어렵게 쓰고 장난치듯 가볍게 쓴 부분도 있어 맘 편히 읽어도 괜찮을 듯 싶어요. 책의 두께에 비해 가성비가 정말 좋습니다^^

바람돌이 2022-12-04 2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즈, 잃사찾..... ㅠ.ㅠ
이렇게 읽으시는 분들 보면 그저 존경을 보낼 따름입니다. 저는 아직 꼭 읽어야 할 이유를 못찾았다고 계속 우기고 있을뿐입니다. ㅎㅎ
따님과의 대학 데이트 보기 좋네요. ^^

페넬로페 2022-12-04 22:00   좋아요 2 | URL
우연한 기회에, 때가 되어 등 여러 이유로 올해 두 소설을 한꺼번에 읽게 되었어요. 이 책은 한 번으로는 그 의미를 찾아내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기회있으면 계속 재독해야겠더라고요.
읽어도 잘 모르니 그저 이 책을 읽은 사람으로 분류되고 싶어요 ㅎㅎ

coolcat329 2022-12-05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페넬로페님 독서모임하시는군요.
이 어렵다는 책을~~
공부한다 생각하고 읽어야 할 책인가 보네요.
따님과 대학 도서관이라니 부럽습니다 👍

페넬로페 2022-12-05 08:53   좋아요 2 | URL
정말 쉽지 않은 책인데 같이 읽으니 그나마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 같아요.
독서모임은 5년쯤 되었는데 확실히 책 읽고 난 후에 많이 남아 좋아요^^

서니데이 2022-12-05 21: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서 이번에는 율리시스를 읽는 거군요. 따님과 함께 학교에서 좋은 시간 보내고 사진 찍으셨나봐요. 학생 시절에는 학교 수업 듣고 과제물 쓰고 그런 것들 하느라 바쁘니까, 좋은 시기인 걸 잘 알기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언제든 공부하던 시기는 좋은 시기 같아요.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2-06 08:24   좋아요 2 | URL
네, 정말요. 학기중에는 수업듣고 계속 과제 제츨하고 시험 준비해야해서 많이 바쁘더라고요.
그래서 본인은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제 입장에서는 항상 모자람이 보여서 ㅎㅎ
율리시스 덕분에 같이 점심 먹고 커피 마셨어요. 그동안 커피 잘 안마시더니 요즘 커피맛을 알아가네요^^

청아 2022-12-10 13: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서재메일을 확인하다가 이제야 이 글을 읽었네요!! 저는<잃.시.찾>이 그나마 읽기에 더
수월했는데 페넬로페님 <율리시스>도 잘 맞으시나봅니다^^*
모임에서 함께 읽으시는 모습 어느때보다 부럽네요. 달려가고 싶은ㅎㅎㅎ
저 고등학교땐가 버스에서 어떤 중년여성이 ˝참 좋을 때야~˝하고 말해주었던거 갑자기 생각나요. 그때로 가고 싶어요(>.<)

2022-12-10 15: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15: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0 16: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2-12-13 0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먼저 보셔서 율리시스 보기가 좀 괜찮은 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율리시스 여러 사람과 읽어서 다른 책도 알게 되셨군요 그걸 찾아서 보시다니 대단하시네요 율리시스에도 여러 가지가 많이 들어 있군요 제임스 조이스는 자신이 아는 걸 글에 잘 담아냈나 봅니다 그것도 쉽지 않은 듯해요 그것보다 저는 아는 게 별로 없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12-19 15:08   좋아요 2 | URL
생각보다 율리시스가 좀 특이한 구석이 많고 어려워 바로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그래서 여러 해설서를 참고하기는 하는데 문학을 이렇게 공부하듯 읽을 필요가 있을까라는 고민도 하게됩니다.
그래도 읽었으니 율리시스에 대해 어떤 것이 나오더라고 제 나름의 판단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희선님
우리 다 마찬가지일거예요
아는 것이 별로 없는거요 ㅎㅎ
 
율리시스 1 동서문화사 세계문학전집 37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성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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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 언어유희, 신조어로 이루어진 조이스의 문장들! 작가를 둘러 싼 모든 배경이 미로처럼 얽혀있지만, 치밀하고 입체적인 설계가 놀랍다. 많은 주석서의 도움으로, 난해하고 복잡한 그의 글을 석호필처럼 천천히 정복해간다. 거기서 발견되는 특별함과 보편성의 공존! 천재 작가 조이스, 멋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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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8 16: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석호필
구글에서 급 검색 !

최근 모습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ㅎㅎㅎ

페넬로페 2022-11-28 17:24   좋아요 3 | URL
저도 검색해보니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앓고 있다고 하다라고요.
근데 한국인 석호필씨도 있어요 ㅎㅎ

청아 2022-11-28 19: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 좋아하실 줄 알았어요^^*

페넬로페 2022-11-28 20:40   좋아요 4 | URL
책으로 바로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지만 공부하듯 읽어가며 책 속으로 한발한발 들어가고 있어요^^

mini74 2022-11-30 14: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과 뭔가 벽이 느껴집니다 넘사벽 ! ㅎㅎㅎㅎ 어딘가 책이 있을텐데 말이지요 ㅋㅋ 페넬로페님 백자평 읽다가 석호필에 순간 반가운 *^^*

페넬로페 2022-11-30 15:45   좋아요 3 | URL
미니님의 벽은 더 높고 두터운 철옹성입니다~~
석호필, 반갑죠!
이 이름도 아는 사람만 알텐데요 ㅎㅎ

서니데이 2022-11-30 19: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달라진 프로필 사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북마크 모음인가요.
색감이 예뻐서 시집인 줄 알았어요.
오늘날씨가 많이 추워서인지, 갑자기 겨울 된 것 같습니다.
오늘까지 11월, 내일부터 12월이예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저녁시간 되세요.^^

페넬로페 2022-11-30 23:57   좋아요 4 | URL
네, 마지막 13권 구입하면서 굿즈 샀어요. 책 표지 그림과 좋은 문장이 들어있어 좋았어요.
오늘 갑자기 날씨가 너무 추워졌어요 ㅠㅠ
이 계절에 추운게 맞지만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당황스럽기까지 해요 ㅎㅎ
서니데이님!
12월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 바래요^^

희선 2022-12-01 01: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율리시스를 읽으시는군요 어렵다고 하던데... 어려운 것도 있지만 두껍기도 하군요 1권 보신 소감이 멋지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2-12-01 19:20   좋아요 3 | URL
네, 확실히 어려워요. 텍스트 자체로는 이해가 어려워 여러 다른 해설서를 참조하고 있어요^^
멋지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페크pek0501 2022-12-02 10: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천재 작가들이 있어서 우리가 덕을 봅니다.^^

페넬로페 2022-12-02 23:32   좋아요 2 | URL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타고난 능력도 있고 많은 다른 글을 읽은 결과인 것 같아요.
백과사전처럼 많이 알고 있는 조이스씨 입니다^^ㅎㅎ

서니데이 2022-12-03 18: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12월이 되면서 날씨가 너무 추워졌어요. 오늘은 어제보다 기온이 조금 올라갔지만, 한주 전을 생각하면 눈도 오고 날씨가 좋지 않네요. 내일은 아침 기온이 많이 내려간다고 하니,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12월이 되면서부터 연말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하루하루 날짜가 더 빨리 가고 있어요.
매일 좋은 일들 가득한 시간 되시고,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2-03 21:18   좋아요 2 | URL
12월 들어서면서 넘 추웠는데 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랐어요.
내일부터 또 추워진다고 하네요.
정말 12월이라서 그런지 날짜가 엄청 빨리 달리는 것 같아요.
하루하루 더 열심히 살아 알차게 올 한해 마무리해야겠어요^^
 

엘리만은 그의 밤 속으로 사라졌다. 나는 미련 없이 태양과 작별한 엘리만에 매료되었다. 
승천한 그의 그림자에 매료되었다. 그의 운명의 신비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엘리만은 해야 할 많은 말을 두고 왜 침묵했을까? 나는 무엇보다 엘리만처럼 할 수 없어서 괴롭다. 침묵하는 사람, 진정으로 침묵하는 사람을 보면 우리는 늘 자신의 말의 의미 - 그 필연성-를 묻게 된다. 
그러다 문득 자신의 말이 어줍잖은 객설은 아닐까, 
혹시 언어의 진흙탕이 아닐까 생각하게된다. - P16

아무것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글을 쓰고,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말을 하기 위해 글을 쓴다. 희망 없이 그래도 쉽게 체념하지 않으면서, 집념과 탈진과기쁨을 맛보며 세상을 더 낫게 만들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쓴다. 눈을 부릅뜨고 전부 보고 하나도 놓치지 말 것. 눈을 깜빡이지 말고, 눈까풀 아래서 쉬지도 말고, 모든 것을 보려다가 자칫 눈이 망가질 수있다는 위험까지 감수할 것. 하지만 증인이나 예언자와는 다르다. 그렇다. 그렇게는 아니다. 어쩔 줄 몰라 하며 가련하게 혼자 서서 떨고있는 보초, 자신의 죽음과 도시국가의 종말을 알리는 섬광이 솟아오를 어둠을 지켜보고 있는 보초처럼 보아야 한다. - P62

아마도 모든 작가들이 그럴 테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하는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는 고뇌 때문이었을것이다. 우리가 비판한 것은 사실상 우리 자신이었고, 우리가 표현한것은 무능한 우리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었을 것이다. 출구 없는 동굴안에서 쥐들처럼 그 동굴 속에 갇힌 채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 P67

하지만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 그게 바로우리 삶이야. 문학을 하려고 애쓰는 것,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문학에대해 말하는 것. 말하는 것 역시 살아 있게 만드는 한 가지 방식이니까. 문학이 살아 있는 한 우리의 삶은 아무리 무용하고 아무리 비극적인 희극이고 무의미할지언정 그래도 완전히 잃어버린 건 아닐 수있지. 우리는 문학이 이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인 듯 굴 수밖에 없어. 이따금, 아주 드물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가끔 정말로 그럴 수 있으니까, 그리고 누군가는 그것을 증명해야 하니까. 우리가 바로 그 증인이야, 파이.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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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11-16 18: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는 프랑스에서 최근 등장한 신인인 모양이네요.
표지는 여러번 보았지만, 이름이 낯선 것을 보면 앞으로 조금 더 소개될 수도 있겠어요.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8 00:55   좋아요 3 | URL
네, 저도 처음 들어 본 작가예요.
이 책으로 콩쿠르상을 받은 작가이니 궁금하더라고요. 최근에 읽은 압둘자자크 구르나 작가도 아프리카인이라 세네갈 출신의 이 작가와 비교해봐도 좋을 것 같았어요^^

파이버 2022-11-19 23: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프로필 사진 바꾸셨네요! 잃시찾에 대한 페넬로페님의 애정이 돋보입니다~

페넬로페 2022-11-20 00:25   좋아요 3 | URL
네, 파이버님!
올해는 잃시찾 읽느라 다른 책을 많이 못 읽었어요. 근데 내년에 다시 읽어야해서 잃시찾 책갈피로 1년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2-11-25 2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번주도 좋은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
낮에는 따뜻하고 좋았는데, 벌써 11월이 많이 지나고 마지막 주말이 되었어요.
날씨가 이제 더 추워진다고 하니,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26 22:31   좋아요 3 | URL
요즘 좀 바빠 댓글이 매번 늦어지네요 ㅠㅠ
11월의 날씨가 넘 좋았는데 오늘부터 추워지네요.
이제 겨울을 준비해야겠어요.
서니데이님!
옷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레삭매냐 2022-12-01 1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어제 이 책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결국 다른 책을 샀더라는.

결국은 사게 되지 않을까요...

페넬로페 2022-12-01 21:28   좋아요 3 | URL
초반에 약간 중구난방이라 몰입하지 못하고 잠시 멈추어 있는데 곧 잘 읽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문장과 순간
박웅현 지음 / 인티N / 2022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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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씩 이런 책을 만나면 당황스럽다. ‘박웅현이라는, 이름만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사람이 왜 이런 책을 냈는지 궁금하다. 그동안 독자의 성원을 많이 받아 지나치게 자신감이 넘친 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이 책은 왼손으로 책의 겉표지를 누르고 오른손으로 나머지 부분을 잡고 그냥 휘리릭 넘기며 읽어도 되는 책이다. 양장본, 많은 여백, 두꺼운 재질의 종이, 거기에 저자가 좋아하는 여러 작가의 문장들... 그리고 저자의 감상과 느낌이 조금 적혀있을 뿐이다.

 

[“나의 조건을 벗어나는 의미가 존재한들 그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나는 오직 인간적인 언어로 된 것만을 이해할 수 있을 따름이다하고 말한 카뮈를 다시 생각한다. 그것은 곧 도스토예프스키보다 품 안의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라고 했던 장 그르니에를 떠올리게 하며, “중요한 것은 오늘 이 순간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했던 카잔차키스의 '조르바'를 기억하게 한다.

-p18]

 

나는 책을 읽을 때, 이런 문장을 만나면 가장 짜증이 난다. 카뮈와 도스토옙스키, 카잔차키스는 그냥 그들의 책에서 읽으면 된다.


이 빨간 글씨!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어 본 사람이라면, 아무리 말하고 싶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더라도 이 문장을 인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프루스트의 그 많은 아름다운 문장 중에 이 문장을? 저자는 결국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을 인용했을 뿐이다.

 

 

이 책은 출간된 지 한 달 후쯤에 도서관 희망도서로 신청해 받게 되었는데 벌써 14쇄이다. 그만큼 저자에 대한 독자들의 기대가 컸을 것이다. 기대한 만큼 나의 실망도 크다. 이 정도의 책은 칠순잔치에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돌릴 문집 정도로 만들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무엇이든지 활자가 된다.

재료가 고갈된 계절이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동서문화사, p.125)’에 나온 구절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재료가 부족한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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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11-03 19: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여러 소설에 나온 문장들 짜깁기해서 거기에 감상적 문구 곁들어 놓은 책 저도 별로에요.
캘리그라피 책으로 분류해도 좋을 거 같은데요...

페넬로페 2022-11-03 19:24   좋아요 4 | URL
그니까요.
그냥 일반인도 아니고 ㅠㅠ
책값도 18000원으로 책정되어 있어요.
캘리그라피책 맞습니다^^

거리의화가 2022-11-03 19: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덟단어 인가?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저자의 책 패턴에서 새로운 것을 얻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어 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11-03 19:26   좋아요 3 | URL
여덟단어까지 좋게 읽었는데 실망이 크네요.
이 책에서 자신의 책인 책은 도끼다와 여덟단어도 언급해서 더 기분이 좀 별로였어요.
제가 많이 꼬인건지 모르겠지만요^^

레삭매냐 2022-11-03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날로먹기 아닌가요?

왜 타인의 글을 마치 자신의
글인양 책으로 내는지 모르
겠네요.

그 패기에 다시 한 번 경의
를 표하는 바입니다.

페넬로페 2022-11-03 20:04   좋아요 3 | URL
정말 날로먹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집에 있는 저의 감상적인 독서노트를 읽는 기분이었습니다^^

서곡 2022-11-03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칠순잔치 ㅋㅋㅋ

페넬로페 2022-11-03 20:06   좋아요 3 | URL
제가 넘 실망해서~~
좀 더 생각해서 책을 출간했다면 어떨까 했어요^^

새파랑 2022-11-03 20: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ㅋ 페넬로페님 열받으셨군요 ㅜㅜ 가끔 안맞는 책이 걸리기도 하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2-11-03 21:47   좋아요 4 | URL
제 느낌만 그런건 아닌지 우려가 되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열이 좀 받네요 ㅎㅎ

Falstaff 2022-11-03 20: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이 박웅현을 읽으셨다는 게 믿기지 않는 건 왜일까요. 열 받을 사람한테 열을 받으셔야 마땅합니다. 걍 맥주 한 캔 따시는 걸로 고정하심이 좋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11-03 21:49   좋아요 4 | URL
그니까요.
맥주 한 잔 마시며 이제 좋은 책만 읽기로 결심합니다^^

잠자냥 2022-11-03 23:07   좋아요 3 | URL
박웅현 페넬로페 님의 길티플레져인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11-03 23:26   좋아요 4 | URL
잠자냥님, 제가 마음이 좀 약한 사람입니다 ㅎㅎ

alummii 2022-11-04 00: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주 오래전.. 이분 도끼책에... 짜집기에 대해 백자평 남겼던 기억이 ㅋㅋ...

페넬로페 2022-11-04 00:52   좋아요 4 | URL
아, alummii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으셨군요.~~
책을 너무 쉽게 내는 것 같아요^^

독서괭 2022-11-04 0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오.. 절대 안 사고 싶은 책이네요. 책이 추구하는 바가 여백의 미인 걸까요..? 책은 도끼다는 독서욕 자극한다는 점에서 괜찮았는데 너무 쉽게 가려하시네요^^

페넬로페 2022-11-04 09:12   좋아요 4 | URL
저도 책은 도끼다에서 더 깊게 책을 읽어야겠다고 자극 받았는데 정말 이 책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생각도 그냥 지금 현재를 살아라는 매번 하는 소리의 되풀이더라고요^^

희선 2022-11-06 03: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름 보고 책을 보셨을 텐데, 실망하셨군요 벌써 4쇄라니... 책 제목이 문장과 순간이니 다른 책에 나온 문장 썼겠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희선

페넬로페 2022-11-06 11:43   좋아요 6 | URL
벌써 4쇄에 정말 놀랐어요.
작가들이 얼마나 힘들게 글 써서 책을 냅니까. 요즘 너무 쉽게 가려는 사람이 많아요 ㅠㅠ

서니데이 2022-11-06 2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책에 대한 좋은 평을 쓰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하나의 상품에 대한 솔직한 후기는 소비자가 구매하는데 있어서는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06 23:40   좋아요 6 | URL
제가 전반적으로 별점을 굉장히 후하게 주는 사람인데 이 책은 제가 몇 번을 들쳐봤거든요.
근데 정말 이 가격에 넘 아닌 것 같아요. 이 책은 우리가 누구나 갖고 있는 독서노트 수준입니다^^

모모 2022-11-06 23: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박웅현의 ‘여덟단어‘가 좋아서 이 책도 사야겠다 했었는데....장바구니에서 지워버렀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2-11-06 23:42   좋아요 5 | URL
모모님
이 책 궁금하시면 일단 도서관에서 한 번 보시고 결정하시기 바래요.
돈 주고 사기에는 좀 너무한 구석이 많아요 ㅠㅠ

서니데이 2022-11-11 20: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따뜻한 편이었는데, 공기가 좋지 않네요.
내일 비가 오고 나면 다음주는 다시 추워진다고 합니다.
요즘 확진자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11-11 23:43   좋아요 4 | URL
요 며칠 계속 공기가 좋지 않네요.
그대신 날씨가 따뜻하고 좋아서 괜찮았는데요.
이제 11월 중순이니 추워지는것이 당연한데도 더 추워지는건 싫으네요.
서니데이님, 주말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mini74 2022-11-14 17:5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그냥 그들의 책에서 읽으면 된다 ㅎㅎㅎ 넘 멋집니다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2-11-14 17:56   좋아요 3 | URL
우리 그냥 훌륭한 작가의 본 책에서 좋은 문장 읽어요^^

2022-11-25 12: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1-28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