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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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어 키건의 단편집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에 빨리 만나고 싶어, 산책하는 동안 가볍게 오디오북으로 먼저 듣기 시작했다. 늘 그렇지만 지금 읽고 있는 책이 마무리되기 전에 읽고 싶은 신간이 쏟아져 나온다. 새 책을 집으면 그 전의 책이 그대로 쌓이는 걸 알기에 일단 오디오북으로 푸른 들판을 걷다를 들으며, 읽고 있는 책을 완독하고 이 책의 종이책을 다시 읽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내 계획은 첫 번째 단편인 작별 선물을 다 듣기도 전에 어그러져버렸다. 힘들어서 더 이상 들을 수가 없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성추행(그것도 아빠에 의한)에 대한 내용이 나와 듣기를 그만두었다. 거기에 엄마의 묵인이 있는, 들여보내다가 있어 분노가 솟구쳤다. 심장이 뛰어 진정시켜야만 했다. 이상하게 똑같은 내용이라도 억양이 들어간 사람의 목소리를 듣거나 시각과 청각을 다 이용해 보는 영상은 그냥 글자를 읽는 것보다 더 무겁게 느껴진다. 고민하다 한참 지나 책으로 다시 읽었다. 키건의 소설을 포기할 수 없었다.

 

키건의 소설에는 전반적으로 아일랜드의 특성이 들어있다. 종교적이고 가부장적이며 항상 뭔가 묵직한 분위기가 존재한다. 그들이 겪은 여러 역사적 상황에서 오는 고통과 갈등이 안에 그대로 고여 있다. 때론, 아니 언제나 그것은 내부로 향한 비난과 불신으로 발산된다. ‘물가 가까이를 제외한 이 책에 들어있는 6개의 단편은 그런 배경에서 살아가지만 한편으로 자신으로 살기위해 발버둥치는 개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결과가 좋은 것이든 아니든 인간은 자신의 삶에 대해 선택과 결정을 해야만 한다. 슈테판 츠바이크가 발자크를 사람과 시대를 하나의 맥락으로 보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던 젊은이라고 했듯이 키건 역시 아일랜드와 거기에 사는 사람을 하나로 연결시킨다.

 

어떤 세월을 지나왔는지 자세히는 몰라도 가족에 대해 상관없다는 생각을 가진다면 거기에 부재했던 것이 뭔지는 뻔하다. <작별 선물>의 주인공은 그녀가 아닌 당신으로 서술된다. 작가는 그런 일(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난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는다. 다만 주인공을 당신으로 객관화시켜 떠나야만 하는 운명과 결단을 말해주고 있다.

 

권위적이고 폭력적인, 경제권을 쥐고 있는 아버지 밑에서 자식이 생기면 생기는 대로 낳아야 하는 당신의 어머니는 대가족을 원하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자기 대신 당신을 남편의 방으로 들여보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떠나야만 하는 당신은 애써 상관없다고 말하지만 남겨진 어머니를 걱정한다. 당신의 불행을 알면서도 방관해온, 미안하다고 말하는 오빠는 당신과 달리 떠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안다. 떠나는 당신에게 정말 약았다고 말하는 가해자 아버지 밑에서 그들은 여전히 견디며 불행하게 살 것이다.

 

누군가에게 작별은 선물이 된다.

남겨진 사람들이 신경 쓰이고 걱정되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이제 당신은 층계참에 서서 행복을, 좋은 날을, 즐거운 저녁을, 친절한 말을 기억해 내려 애쓴다. 작별을 어렵게 만들 행복한 기억을 찾아야 할 것 같지만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p.17

 

누군가가 괜찮냐고 묻지만-정말 바보 같은 질문이다-당신은 또 다른 문을 열었다가 닫을 때까지, 칸막이에 안전하게 들어가 문을 잠글 때까지 울지 않는다. -p.27]

 


성당 미사에 참여하면서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님은 매번 똑같이 진행되는 전례의 반복이 지겹지 않은지 생각해본 적이 있다. 순명과 영성의 길을 선택했지만 그들 역시 인간이라 경계에 선 사람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 성당에 부임해 오는 신부님들의 특징이나 성격은 다양하다. 천성이 완벽한 신부 같은 사제, 직업으로서 신부를 선택한 것 같은 사제, CEO의 역할을 하는 사제, 권위적이고 본당을 자신의 왕국으로 여기는 사제, 신부는 취미이고 본업은 세계 여행가인 사제, 신부가 되지 않았으면 사업가나 사기꾼 중 하나가 되었을 사제 등 여러 모습을 보인다. 그것이 어떤 모습이든 사제복을 입고 서약을 했다면 신부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것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소설 첫 두 페이지의 문장에 암시와 복선이 들어 있다. 장황하지 않은 간결한 문장에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키건의 소설을 좋아하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이 소설은 사제의 관점으로 전개되어 끝가지 사제를 따라가기 쉽다. 사제는 푸른 들판을 걷다 치유를 잘한다는 소문이 자자한 중국인을 찾아간다. “당신 문제 있어요.라고 말하는 중국인에게 치료를 받고 자신 속에 있는 모든 것을 비워냈다고 생각한다. 마치 고해성사를 하고나면 자신의 죄가 모두 없어졌다는 착각에 빠지듯이 사제는 나름의 고해성사를 한 것이다. 자신의 과오와 사랑했던 여자에게 준 상처까지 씻겨 사제의 마음은 편해지고 사제로서 최선의 삶을 다해 살 것을 결심한다. 카타르시스로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준다.

 

[진주가 산산이 흩어지고 사제는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는 반들반들하게 닦은 플로어에 튀어 오르는 진주알을 바라본다. 진주 한 알이 굽도리에 부딪친 다음 반대로 다시 굴러와 던 양이 내민 손을 지나친다. 진주가 사제의 의자 쪽으로 다시 굴러가자 던 양이 한숨을 쉰다. 그가 손을 아래로 뻗어 진주를 집어 든다. 손에 닿는 진주가 따뜻하다. 그녀의 온기다. 이날 그는 무엇보다도 이 온기에 깜짝 놀란다. -p.52]

 

그녀의 온기는 던 양의 마음이며 사제가 그녀에게 느끼는 감정이다. 사제가 자신의 길을 충실히 가고 던 양이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고 해서 그들의 마음까지 변화시킬 수는 없다. 특히 던 양이 받은 상처는 그녀와 사제가 평생 짊어지고 갈 짐이다. 푸른 들판을 가로지르며 차라리 하느님은 자연이라 여기며 물 흐르는 대로 내일을 위해 살고 싶은 염원은 그저 오늘 하루만 유효할지 모른다.

 


<퀴큰 나무 숲의 밤>은 사제가 아닌 마거릿이 과거를 정리하고 앞으로 나가는 스토리다. 얼핏 푸른 들판을 걷다와 비슷한 맥락이다. 마거릿은 미신을 믿으며, 자신의 세계 속에서 과거를 붙들고 있다. 자신과 결혼하자던 사촌인 신부와 그 사랑의 결과로 얻은 죽은 아이를 생각하며 산다. 마거릿의 잘 이해되지 않은 여러 행동은 거기에서 시작되었다.

 

여자에게 아이의 존재는 무엇일까? 마거릿은 떠나기 위한 동반자로 남자가 아닌 아이를 선택한다. 소농의 딸에게 12년 동안 구애하면서 일요일 저녁 식사를 624번이나 사주었지만 그녀의 치맛자락 하나 못 건드린(p.192), 마거릿의 치유를 도운 아이의 아버지 스택에게 이렇게 상처를 준다. 스택의 마음을 잠깐 느껴본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를 모르는 사람을 보면 답답하다 못해 화가 난다. <삼림 관리인의 딸>에서 삼림 관리인 빅터 디건이 그런 얼간이다. 디건은 아버지가 죽으며 남긴 집 한 채를 땅을 저당 잡히고 돈을 빌려서 형제들의 몫까지 지불하며 이 집을 산다. 그 다음은 뻔하다. 삼림 관리인으로 일하며 돈을 벌어 매달 나가는 담보 융자에 대한 이자와 원리금을 갚고, 가족을 먹여 살리고 소 젖도 짜야 한다. 뭐든 깊이 생각할 시간이 없고', 가족을 살필 여력도 없다. 집이 대출금 없이 온전히 자신의 것이 될 때까지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가야만 한다.

 

당연히 디건의 아내 마사는 행복하지 않다. 공허하고 쓰라림을 느낀다. 그런 마사에게 온갖 꽃을 싣고 다니는 외판원은 그녀에게 장미 같은 사람이 된다. 마사는 허공에서 무언가를 잡아채듯이웃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것은 마사가 꽉 막힌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탈출하는 방식이다.

 

마사는 디건을 떠날 생각을 한다. 여전히 일상은 똑같이 되풀이되며, 현재를 무시하고 찬란한 미래만은 꿈꾸고 사는 디건에게 결국 집이란 존재를 잊어버릴 불가항력적인 일이 일어난다. 그제야 디건은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게 살았는지 인정한다. 집은 그저 집일뿐이고 그들이 살아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검은 말>, <물가 가까이><굴복> 역시 고약했지만 털고 일어나 나름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사람을 이야기 한다. 그것이 희망적이지도, 행복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퀴큰 나무는 마가목의 다른 이름이다. 어마어마한 마력과 보호력을 가진 나무로 여겨진다. ‘퀴큰(quicken)’이라는 이름은 활기를 주는, 또는 생명을 주는 마가목의 힘을 가리킨다.(p.188, 클레어 키건의 주석)’]

 

인간은 완전할 수 없다. 실수와 잘못된 선택으로 자신과 타인을 힘들게 한다. 그럼에도 각자의 방식으로 계속 앞으로 나가는 속성을 지녔다. 가끔은 그 속에서 머물기도 하지만 고민이나 고통이 해결되지 않는다. 클레어 키건은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을 말해주고 있다. 간결하지만 많은 서사와 깊은 의미가 담긴 글로 마음을 흔들어준다. 언제나 그렇듯 나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를 또 남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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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4-11-11 2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올해의 책 순위 보니까 클레어 키건이 높더라구요. 페넬로페님도 팬이시군요~!!
아일랜드 작품 특성이란게 있는거 같아요.

전 나중에 읽어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4-11-11 21:34   좋아요 0 | URL
네, 클레어 키건 작가의 팬입니다. 이번 단편집도 좋더라고요. 똑같이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한 제임스 조이스나 윌리엄 트레버와는 다른 결이 있어요. 새파랑님께서도 나중에 꼭 읽어보시기 바래요^^

그레이스 2024-11-11 2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가목, 아일랜드랑 영국에서 많이 키워진듯요,
득히 아일랜드에사 자라는 나무들은 산사, 마가목, 벚나무 등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것들과 겹치는듯 해요^^
초기작이라 아직은 맡겨진 소녀보다는 생략이나 함축이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클레어 키건다운 작품들이었어요.^^

페넬로페 2024-11-11 23:05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 마가목이 자주 나와 저는 아일랜드 나무인줄 알았는데, 검색해보니 한국에도 많이 있더라고요.
산사, 벚나무도 많군요.
단편이라 내용이 다양해 좋았어요. 발자크와 같이 읽어서 그런지 장황함이 없어 좋기도 하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4-11-11 23:08   좋아요 1 | URL
이 책 리뷰대회 했잖아요.
그레이스님,
좋은 결과 나왔을듯요^^

그레이스 2024-11-12 00:03   좋아요 1 | URL
그럴리가요^^
 

알라딘에서 문학적인 한 해라는 제목의 2024, 당신의 문학네권을 알려주세요.이벤트가 진행되고 있다. 책 다양하게 읽지 않는, 소설을 좋아하고 찬양하는 나, 페넬로페는 당연히 이 이벤트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적립금 1000원은 중요하지 않다.

 

문학소녀에서 시작된 내 인생에서, 시간이 나면 돈 벌 궁리를 하지 않고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를 생각하는, 남들이 인생 실패자라고도 여기는 나는 정말 문학을 사랑한다. 문학 속에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들어있어 나는 여기에 머물며 울고 웃고, 울컥하고 심란해하고, 한숨을 쉰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렇게 살 것 같다.

 

책 좀 읽는다는 독서가만 존재하는 알라딘 서재를 상대로, 이때껏 읽은 문학 작품 중 네 권만 고르라는 선택의 부당함을 알기에 알라딘은 영리하게도 ‘2024, 사사분기라는 단서를 달아놓았다. 아는 만큼 보이듯이, 책은 읽은 만큼만 얘기할 수 있는 정직함을 준다.



하반기 페넬로페의 문학네권은.

 

[푸른 들판을 걷다 클레어 키건

한강의 소설들 -그냥 한 권으로...

잃어버린 환상 오노레 드 발자크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피서객이 빠져나간 겨울의 바닷가에 선 것처럼 뒤늦게 이 책을 읽고 있다. ‘맡겨진 소녀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읽으며 작가 클레어 키건의 팬이 되었다. 짧고 명료한 그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서사와 다양한 삶의 모습에 반하게 되었다. 키건의 소설을 읽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생각할 것이 많아지고, 어느새 소설 안으로 들어가 나를 저울질하게 된다. 문학이 주는 최고의 유용성과 고통을 키건이 주고 있다.

 

푸른 들판을 걷다는 키건의 단편집이다. 이 책에 수록된 작별 선물부터 읽기가 힘들고 마음이 무거워져 잠시 멈추다 다시 읽었다. ‘푸른 들판을 걷다에도 얼마나 많은 것이 담겨 있는지, 특히 가톨릭교도인 나에게 종교란 무엇인지, 성당과 신부님의 존재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주었다. ‘살림 관리인의 딸도 마찬가지다. 왜 이리 삶은 복잡한지, 사람마다 중요하게 여기고 추구하는 것이 다 다르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랑의 부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키건은 말해주고 있다.

 

누가 신경이나 쓴대(p.141)?”처럼 자신의 선택에 대한 결과를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현실이 슬프다. 본래부터 고통스럽게 설계되어 있는 듯한 힘겨운 우리네 삶도 버겁다. 아직 완독하지 않았지만 한국에 출간된 클레어 키건의 세 책 중 단연 최고다.




 











여수의 사랑부터 작별하지 않는다까지 한강 작가의 소설을 계속 읽고 있었다. 사실 읽어내기 어려웠다. 한강의 소설은 바로 풀리지 않게 하고, 여러 번 꼬아낸, 그렇지만 개념에 충실한 수학의 킬러 문항 같다. 포기하기 쉽지만, 결국 풀어내면 자신만의 뿌듯함과 한 단계 높아진 실력을 발견할 수 있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 네 권을 다 읽었다. 검색해보지 않고 압둘라자크 구르나라는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 구르나의 소설을 읽으며 동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 노벨상을 받지 않았으면 그의 소설을 읽지 않을 수도 있었다. ‘욘 포세도 마찬가지다. 노벨문학상의 위력은 그런 면에서 대단하다.

 

한강 작가가 우리의 역사를 외면하지 않고 글로 표현해주어 고맙다. 노벨문학상을 받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알게 해주어 고맙다. 천천히 한 권씩 재독하며 계속 축하하겠다고 결심했다.



 














발자크와 헤밍웨이의 문장은 완전 결이 다르다. 모든 면에서 대조적이지만 두 거장의 삶은 많이 닮아있다. 두 사람 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고, 그들의 경험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소설의 형식은 다르지만, 이 두 작가는 자신이 선택한 상황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그들의 소설에서 묘사된 지나간 시대와 사람을 지금도 만날 수 있다. 어느 작가가 썼던, 어느 시대의 작품이건 '보편성'은 문학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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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1-04 15: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앗, 재밌겠네 싶어서 저도 써보려 했지만 올해 책 한 권도 사지 않아서 자격이 없군요.

페넬로페 2024-11-04 16:08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책 구매는 굿즈를 받는 별개인 이벤트예요.
문학네권은 책 구매랑 상관없어요.
스크롤 내려 이벤트 참여하기 들어가셔서 네 권 고르시면 돼요.
꼭 올려주세요.
완전 기대하며 기다릴께요^^

Falstaff 2024-11-05 05:22   좋아요 1 | URL
근데 참... 4사분기에 읽은 책인데 11월 4일이란 말이지요. 그럼 10월 한 달 동안 읽은 책 가운데 네 권을 고르라는 이야깁니다. ㅋㅋㅋㅋ 그래서 10월에 서재에 감상을 올렸지만 사실은 9월에 읽은 책까지 포함시켜 한 번 골라보긴 했습니다.
근데 참여한 사람들은 4사분기가 아니라 인생 전체에서 ˝인생책˝ 네 권을 고른 것 같고요, 알라딘도 독자의 진짜 인생첵 네 권을 요구한 것 같기도 하고 막 헷갈리네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4-11-05 06:27   좋아요 0 | URL
저도 사사분기라는 말이 좀 그래서, 그렇다고 인생 전체로 하기엔 저번에 인생네권과 겹치기도 해서, 맘대로 그냥 하반기로 했어요 ㅎㅎ
폴스타프님께서는 평소에 워낙 많이 읽으셔서 고르기 힘들었을 것 같아요^^

coolcat329 2024-11-04 16: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이런 이벤트가 있군요. 올해 많이는 못 읽었지만 저도 이따가 한 번 해봐야겠어요. 내년엔 저도 페넬로페님처럼 한 작가의 전작읽기를 해보고 싶어요. 넘 좋은 자극을 주셨답니다.

페넬로페 2024-11-04 16:52   좋아요 1 | URL
어떤 문학네권일지 기대됩니다~~
쿨캣님 전작 읽기의 작가도요^^

서곡 2024-11-04 19: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앗 또 네권 이벤트가 있군요!!!! ㅋㅋㅋㅋ

페넬로페 2024-11-04 20:13   좋아요 1 | URL
우연히 들어갔는데 있더라고요
ㅎㅎ
문학이라 반가워서요^

희선 2024-11-05 02: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하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게 아니었으면 안 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저는 노벨문학상 받았다고 해도 잘 안 읽는군요 어려울 것 같아서... 한강 작가 책은 예전에 조금 봤어요 앞으로 보고 싶기도 합니다 한국 사람뿐 아니라 세계 사람이 한강 작가 책을 보고 한국을 조금 더 알게 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4-11-05 06:31   좋아요 1 | URL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문학이란 말을 붙인 것 같아요. 한강 작가의 작품은 쉽게 읽히지는 않지만 그래도 꾸준히 읽어온 건 작가가 지닌 저력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yamoo 2024-11-06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이벤트를 페낼로페 님 이 페이퍼로 처음 알았는데, 내용에 대해 헷갈렸는데, 다행히 폴님과의 댓글을 보니 아무거나 좋았던 거 4권 택해도 되는가 봅니다...ㅎ
저도 해봐야 겠습니다! 불끈!!

페넬로페 2024-11-06 17:21   좋아요 0 | URL
네, 구매 상관없이 하셔도 됩니다. 한 번씩 이런 이벤트가 재미있더라고요. 기록도 되고요^^

singri 2024-11-06 17: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이벤트가 있군요;;;

페넬로페 2024-11-06 17:32   좋아요 0 | URL
넵, 저도 오랜만에 이벤트 클릭했는데 있더라고요^^
 

당신이 떠나면 어머니는 어떨까. 
상관없다는 마음도 든다. - P12

저 너머 당신을 마지막으로 보러 나온 어머니에게 닿는다. 어머니는 겁쟁이처럼 살짝 손을 흔든다. 어머니가 자신을 남편과 같이 여기 남겨두고떠나는 당신을 용서하는 날이 올까 궁금하다. - P22

한 남자가 젊은 남자에게 딸을 빼앗긴다.
한 여자는 아들이 별것도 아닌 여자에게 자신을 내던지는 모습을 본다. 그들은 반쯤 그렇게 생각한다. 비용이 들고 감정은오가고 돌이킬 수는 없다. 공개적으로 서약하면 사람들은 항상 운다. - P41

사제에게 마이크가 다시 넘어온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식후 감사 기도를 드리지만 한마디도 마음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요즘은 기도를 드려도 응답을 받지 못한다. 하느님은 어디있지? 그가 물었다. 하느님이 무엇이냐고는 묻지 않았다.  - P49

그는 하느님을 몰라도 상관없다. 그의 신앙은 흔들리지 않았지만바로 이것이 이상한 점이다-그는 하느님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바란다. 그가 원하는 것은 단 하나의 계시뿐이다. 저녁이되어 가정부가 돌아간 뒤 창가의 커튼을 꼼꼼하게 치고 나서무릎을 꿇고 하느님께 사제가 되는 방법을 보여달라고 기도를드릴 때도 있다. - P50

진주가 산산이 흩어지고 사제는 얼어붙은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한다. 그는 반들반들하게 닦은 플로어에 튀어 오르는 진주알을 바라본다. 진주 한 알이 굽도리에 부딪친 다음 반대로다시 굴러와 던 양이 내민 손을 지나친다. 진주가 사제의 의자쪽으로 다시 굴러가자 던 양이 한숨을 쉰다. 그가 손을 아래로뻗어 진주를 집어 든다. 손에 닿는 진주가 따뜻하다. 그녀의 온기다. 이날 그는 무엇보다도 이 온기에 깜짝 놀란다.
사제가 댄스플로어를 가로지른다. 신부가 양손을 내밀고 서있다. 그가 신부의 손에 진주를 내려놓자 그녀가 그의 눈을 들여다본다. 눈물이 고여 있지만 그녀는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에 눈을 깜빡여 눈물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그녀가 눈을 깜빡이기만 하면 사제는 그녀의 손을 잡고 여기서 달아나리라. 적어도 사제 스스로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그것이 그녀가 한때 바라던 일이었지만 세상에서 두 사람이 같은 순간에 같은것을 바라는 일은 거의 없다. 때로는 바로 그 점이 인간으로서가장 힘든 부분이다. - P52

"네." 중국인이 말한다. "당신 문제 있어요."
"내 문제요?"
중국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난 아무 문제도 없어요." 사제가 말한다.
중국인이 웃는다. 원래 문제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을 안다. - P59

릇을 바라본다.
롤러의 딸과 보낸 파편 같은 시간들이 마음을 스친다. 그녀를 속속들이 알아가는 것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그녀는 자기인식이란 말의 너머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어떻게 보면 대화의 목적은 스스로 이미 아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모든 대화에 보이지 않는 그릇이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야기란 그 그릇에 괜찮은 말을 넣고 다른 말을 꺼내 가는 기술이었다. 사랑이 넘치는 대화를 나누면 더없이 따스한 방식으로 스스로를 발견하게 되고, 결국 그릇은 다시 텅 빈다. 그녀는 인간 혼자서는 스스로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랑을 나누는 행위 너머에 진짜 앎이 있다고 믿었다.  - P61

"고맙습니다." 사제가 마침내 말한다. "고맙습니다."
중국인이 새로 끓인 차를 한 잔 들고 그의 옆에 쪼그려 앉는다. 여기 자기만의 깨끗한 공간에서 행복하게 사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하는 일을 믿고 그 일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 - P63

사제가 벽에 걸린 그림을 가리키며 묻는다.
"이건 뭐죠?"
"오래됐어요." 중국인이 말한다.
"비어 있네요." 사제가 웃는다.
중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
"비었어요." 사제가 말한다. "가득 차 있지 않다고요."
"네." 중국인이 말한다. "당신 문제 있어요." - P63

하느님은 어디 있지? 그가 물었고, 오늘 밤 하느님이 대답하고 있다. 사방에서 야생 커런트 덤불이 풍기는 짙은 냄새가 뚜렷하다. 양 한 마리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 푸른 들판을 가로지른다. 머리 위에서 별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간다. 하느님은 자연이다.
그는 뉴리 외곽에서 롤러의 딸과 알몸으로 누워 있던 것을기억한다. 홀씨가 된 그 모든 민들레 꽃을, 그리고 언제까지나그녀를 사랑하겠다던 말을 기억한다. 그는 그 모든 일들을 온전히 기억하지만 부끄럽지 않다. 살아 있다는 것은 얼마나 이상한지. 곧 부활절이다. 해야 할 일이 있다. 성지주일 강론을준비해야 한다. 그는 길을 향해 들판을 다시 오르며 사제로서나무들의 라틴어를 최선을 다해 판독하는 내일의 삶에 대해서생각한다. - P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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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소설집 音樂小說集
김애란 외 지음 / 프란츠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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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끝이 정해진 책처럼’이라는 노랫말은..정말 맞는 말일까? 음악도 책도 끝이 정해져 있지 않고, 이 속에 모든 것이 담겨있지도 않다. 그저 지나가는 순간에 우리가 경험한 것들, 감정, 상실의 일부만이 들어있을 뿐이다. 슬프지만, 한편으로 이 책에서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에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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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주경철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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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한 권씩 오노레 드 발자크의 소설을 읽고 있다. 한국에 번역된 발자크 전작 읽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발자크의 소설에서 19세기 전반의 프랑스, 특히 파리의 정치, 문화, 풍속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발자크가 자신의 소설에 묘사한 파리가, 한 도시가 가진 모든 것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주경철의 도시 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는 발자크가 놓친 파리는 무엇인지 궁금해 읽게 되었다.

 

2024년 센 강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개막식을 시청한 사람들의 느낌은 거의 비슷했을 것이다. 어수선하고 의미를 잘 알 수 없는 내용에다가 선정적이기도 한, 굳이 올림픽 개막식에 저런 메시지를 넣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지루함이 계속 느껴져 실망했다. ‘파리라는 이름을 건 올림픽이었기에 더 기대한 면도 있었다. 중간에 시청을 포기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다 개막식 마지막에 비 내리는 에펠탑에서 병마와 싸우는 중인, 흰 드레스를 입은 셀린 디옹이 부른 에디트 피아프의 사랑의 찬가에 모든 것이 녹아버렸다. 파리는 그냥 에펠탑으로 상징되는, 그들의 문화로 온갖 나쁜 것이 상쇄되는 특별한 도시인 것이다.

 

 

이 책은 고대에서 제2차 세계대전까지 파리에 대해 다이제스트의 형식으로 서술되어 있다. 파리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얻는데 유용하다. 앙드레 모루아의 프랑스사의 축소판 같은 느낌에, 그 책보다는 사진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다. 가볍게 읽기 좋다파리에 대한 다양한 것을 아는 데에 도움이 되는 책이다.

 

다만 이 책의 저자가 역사학자라는 측면에서 이 책은 나쁘다. 역사에 대한 전문가가, 게다가 파리에서 유학까지 한 사람이 썼다는 면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에 특별한 것이나 저자의 생각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세계 역사의 흐름에 대해 조금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파리에 대해서도 이 책에 서술된 내용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의 제목에 도시 여행자를 위한이라는 작은 글씨가 덧붙여져 있다. 저자도 이미 이 책이 가볍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 똑같은 내용의 책이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그것도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교수라는 든든한 직업을 가진 사람이 이 정도는 배고픈 다른 작가에게 양보하면 좋겠다.

 

발자크의 소설 배경을 더 잘 알기위해 이 책의 3부인 혁명의 도시부분을 더 집중해서 읽었다. 발자크 소설에 묘사된 내용과 다를 것이 없어 내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책은 발자크가 얼마나 대단한 작가인지 확인해준 책이다. 자신의 시대를 그대로 넣어 소설로 창작했다는 점에서 발자크는 정말 뛰어난 작가이다. 그 정도로만 만족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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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4-10-30 16: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전작! 응원합니닷!!! 아휴, 정말 진심으로 발자크를 읽으시네요.

페넬로페 2024-10-30 18:03   좋아요 2 | URL
어휴, 독서 동아리에서 시작하는 바람에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coolcat329 2024-10-30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발자크 전작 저도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4-10-30 18:0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달려 볼께요^^

그레이스 2024-10-31 17: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끝이 난듯하면 새로 출간하고...ㅋㅋ
전작은 안될듯 합니다 ㅠ

페넬로페 2024-10-31 20:57   좋아요 1 | URL
우리 거의 다 읽지 않았나요?
아직도 많이 남았을까요?
축약본은 생략하려고요~~

레삭매냐 2024-11-01 12: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르 라셰르 묘지에서 발자크를
모르던 시절에 찍어 놓은 사진
은 정말 보물이 되어 버렸네요.

어쩌다 보니 두 번이나 갔었네요.

페넬로페 2024-11-01 14:20   좋아요 1 | URL
와, 두 번이나 다녀 오셨군요!
작년 파리 여행때 프루스트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 날 비가 너무 많이 와 그냥 카페에 머문 기억이 나 속상합니다.
지금 발자크를 읽어 더 안타까워요.
언젠가 다시 한번 도전할 기회가 있으리라 믿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