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끌 같은 나>

 

한 때, 대기업의 입사시험과 TV의 퀴즈 프로그램에 페레스트로이카글라스노스트라는 단어가 단골로 등장한 적이 있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개혁이라는 단어로 소련의 변화를 온 세계에 알렸고, 그것의 다른 이름은 자유라고도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고르바초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어이없게 보리스 옐친에게 권력을 넘겨주고 만다. 옐친은 소련연방을 해체하고 시장경제를 도입했지만, 경제정책의 실패로 국민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만들었다.

 

빅토리아 토카레바의 소설집, ‘티끌 같은 나페레스트로이카이후 러시아에서 신흥부자가 늘어나고, 서민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는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부자들의 삶엔 모든 것이 넘쳐나고 안나 카레니나처럼 할 일이 없어 무료함에 지배당한다. 자기 영역 밖에서 일어나는 일엔 관심이 없고, 그저 자신들의 삶에만 집중하면 된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가수가 되고 싶어 무작정 모스크바로 상경한 <티끌 같은 나>안젤라는 그 모든 것에서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지금의 안젤라는 노래라는 정체를 알 수 없는 학 한 마리를 잡겠다며 남이 싸 놓은 똥을 치우고 끊임없이 닦고 청소하느라 세월을 낭비하고 있었다. -p75]

 

물론 돈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런 그녀가 꿈을 이루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상상을 넘어서지 않는다. 어디선가 들은 킬리만자로의 눈이란 말이 좋아 그녀의 꿈도 킬리만자로의 눈처럼 빛나기를 바랬지만, 이 세상의 티끌 같은 그녀, 또는 우리들의 킬리만자로의 눈은 쉽게 반짝이지 않는다.

 

소련 연방의 해체로 민족 간의 갈등이 일어나고, 여러 민족들이 어우려져 사는 곳에서 묵은 감정의 결과로 폭력이 발생하고,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야 하는 러시아 사람도 있다. 중편소설 <이유>에서 마리나 이바노브나 구시코는 다양한 민족이 모여서 사이좋고 평화롭게 사는 다민족 도시인 바쿠에서 산다. 교사인 그녀에겐 떠난 남편과 남매와 애인인 아제르바이잔 사람인 루스탐이 있다. 루스탐은 그 후 결혼하지만 그러한 사실을 숨긴 채 여전히 마리나를 사랑한다. 그렇게, 그냥 그렇게 살아도 별로 나쁘지 않은 삶이었지만, 페레스트로이카 이후로 아제르바이잔 사람들이 아르메니아인을 죽이고 러시아인들에게도 폭력을 가한다.

 

하루아침에 난민이 되어 애인을 떠나 모스크바로 온 마리나의 삶 역시 녹록치 않다. 그녀 역시 안젤라와 마찬가지로 부잣집에서 자신의 노동으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다. 자식들 역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고 다들 힘들게 산다. 돈을 가진 쪽은 가난한 사람들 중에서 마음에 드는 사람들을 골라 쓰면 그만이다. 스탈린의 폭정의 희생양이 되어보지 못한 사람은 오히려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한다.

 

[왜 다른 이들은 사람답게 사는데 그녀의 자식들만 그 모양일까? ...도대체 그녀가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러시아 지식인들이 자주 하는 질문인 누구의 잘못인가? 그리고 무엇을 할 것인가?‘가 떠올랐다....클라스의 유해가 틸 오일렌슈피겔의 가슴을 두드리듯이 불공평이 그녀의 가슴을 두드렸다....그녀는 1917년 볼셰비키 당원들이 국민들을 혁명으로 내몬 이유를 이해했다. 당시 레닌은 약탈자들을 약탈하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지금 새로운 레닌이 나타나서 함께 힘을 합치자고 한다면 그녀가 선두에 설 것 같았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워하는 소련이여, 당신은 도대체 어디에 있는가? -p269~275]

 

2편의 중편과 3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소설에는 사건과 인물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새로운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여러 소설들에 나오는 이야기는 무척이나 친근하다. 우리나라의 주말드라마나 일일연속극에서 다루어지는 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그 영상들의 내용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은 빅토리아 토카레바 작가의 말들이다. 인물들의 대화나 생각에 은근슬쩍 붙어있는 그 말들에서 이 소설의 매력이 발산된다. 작가의 설명으로, 소설속의 인물들이 도덕적이고 보편적인 것에서 벗어나더라도 이해된다. ‘위대한 개츠비의 첫 구절이 연상될 만큼 우리가 다른 사람들을 비판하고 평가할 때 그 어떤 잣대를 들이밀어야 할지 고민하게 만든다. 또한 어떤 말엔 나도 모르게 박장대소를 하고, 결국 한숨짓게 만들기도 한다.

 

이 소설을 읽으며 옛날 생각이 나기도 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그래서 그런지 그를 권력에서 밀어낸 옐친에 대한 감정은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어느 날 주책없이 내 친구의 데이트에 끼인 적이 있다. 그때 내 친구의 남자 친구는, 남자들 사이에서 그냥 시시한 농담처럼 옐친 같은 놈이라는 욕을 한다고 그랬다. 그들은 그 후 결혼했고, 암에 걸려 고통스러워하는 내 친구 곁에 정신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그녀의 남편은 없었다. ‘옐친 같은 놈이라는 말을 가르쳐 준 그 사람은 옐친 같은 놈이 되어 있었다. 내 친구는 마라처럼 저세상에 가 있다.

 

<첫 번째 시도>의 라리사는 마라 앞에만 가면 한없이 약해지고, 초라해진다. 나 역시 그런 경우가 있다. 그래서 모질게 다짐하며 그 사람과의 관계를 끊고 나면 이상하게 씁쓸함도 느껴진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그냥 죄책감도 들고 미안함도 있다.

 

어느 곳에서나 사람 사는 모습들은 거의 비슷하다. 가진 것이 없어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남들이 뭐라 해도 사랑을 선택하고, 과거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아마 킬리만자로의 눈은 다시 빛날 수도, 영원히 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안티포바는 바다가 거대한 슬픔의 접시라고 상상해 보았다. 저마다 자기 숟가락을 들고 자기 몸의 슬픔을 떠 마시면 된다. 몸싸움은 없다. 자리도 충분하고 슬픔도 충분하다. 접시는 크기 때문이다. -p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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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1-06-19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잘 쟁여 놓았습니다.

읽던 책들이 정리가 좀 되면
그 때 읽어야지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1-06-19 23:49   좋아요 6 | URL
서재 친구분들이 좋은책이라고 소개한 것들을 하나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참 좋아요^^
레삭매냐님께서 올려주신 책들도 열심히 천천히 잘 따라가고 있어요~~
감사해요^^

청아 2021-06-19 23: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목부터 반짝반짝~♡ 고르바초프 머리에 마치 지도같은
점? 흉터? 있었잖아요. 인상적이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보고 찾아보니 올해 90세네요. 이 작품 읽으면 그 시기의 일면도 읽을 수 있겠어요!
그리고 친구분 얘기 너무 슬퍼요. 힘들때 그러는거 아닌데ㅠㅇㅠ

페넬로페 2021-06-19 23:51   좋아요 5 | URL
네 맞아요~~ 머리에 있는 점이 트레이드 마크였죠.
이 책의 배경이 낯설지 않아 읽기에 좋았어요. 유머도 있어요~~
내친구를 생각하면 저도 항상 마음이 아파요 ㅠㅠ

새파랑 2021-06-20 00:0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는데,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니 새롭네요 ㅎㅎ 한번 더 읽고 싶어지네요~!! 주인공들 성격이 너무 맘에 들었던 책이었어요. ˝엘친 같은 놈˝ 표현은 너무 재미있네요 😄

페넬로페 2021-06-20 00:07   좋아요 5 | URL
저도 재미있게 읽다가 또 살짝 울기도 했네요. 여자들 삶이 너무 힘들어보여서요. 그런것들 다 쓰려니 너무 양이 많아져 그냥 줄였어요~~
이 책이 뜬금없이 추억도 불러 주네요 ㅎㅎ

2021-06-20 00: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0 08: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1-06-20 08: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이 책 꼭 읽을 책으로 담아뒀네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 스탈린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사람도 있었군요. 러시아 여성들은 참 강인한거 같아요. 더욱 기대가 됩니다.

페넬로페 2021-06-20 09:08   좋아요 3 | URL
그당시에 러시아 경제 사정이 안좋아 아마 그런 생각을 한 것 같아요. 슬라브 민족들은 강인하고 알콜 중독자도 많고 정열적인거 같아요. 쿨캣님의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han22598 2021-06-20 12:0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티끌 같고 재만 남은 삶일지라도 안젤라와 마리나는 결국 자신의 삶을 산다˝ ..이 문장을 보니. 요즘 저도 참 그런 생각 많이 하는 것 같아요. 하찮고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삶이 우리의 삶인 것 같은데. 그런 삶이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은 그렇게 가볍지 않다는 것 같다는..으흐흐흐. 그래서 조금 알 것 같아요. 하찮은 삶이어도 괜찮다는 거.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 이책은 이미 제 장바구니에 있더라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1-06-20 13:04   좋아요 3 | URL
네 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티끌 같은데, 그럴지라도 자기 길을 가며 자기 식대로 살아야 할것 같아요. 어렵지만 힘내서요 ㅎㅎ

초딩 2021-06-20 1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비슷한 이야기에 정수를 수 놓을 것 같은 말이 있다니 몹시 저도 쟁여 놓고 싶네요. 표지가 예뻐서 몇 분 눈이 갔던 책인데 :-)
그리고 친구분은 안타깝고 그 남편은 참 밉네요 ㅜㅜ

페넬로페 2021-06-20 13:08   좋아요 4 | URL
그 말들에 피식 웃고 안타까워 한숨짓곤 했어요. 그나저나 친구의 남편은 지금 아들래미 데리고 살고 있을텐데 잘 있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다락방 2021-06-26 11: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취향이란 것이 있어 저마다 좋고 싫은 책이 갈리긴 하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저를 포함해서 다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리뷰 잘 읽었어요, 페넬로페 님. 페넬로페 님 글은 엄청 지적이에요. 전부터 그 말씀 드리고 싶었어요. :)

페넬로페 2021-06-26 13:52   좋아요 0 | URL
정말 모두다 이 책을 좋아하시는것 같아요. ‘티끌 같은 나‘라는 제목도 좋구요. 오늘 다락방님의 말씀에 너무 기분이 좋아요 ㅎㅎ
매번 글 쓸때 글쓰기 힘의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프랑켄슈타인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4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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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는 세상의 모든 것을 창조하고 난 후, 당신의 모습으로 사람을 창조하셨다. 신은 그들에게 복을 내렸고 손수 만드신 모든 것을 보시니 참 좋았다. 창조주는 자신이 만든 것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불쌍히 여기신다.

 

자연적이고 신만이 할 수 있다고 여긴 생명의 창조는 과학의 발달로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 되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육신에서 질병을 추방하고, 그 무엇보다 폭력적인 죽음으로부터 인간을 영원히 해방시키고자 생명 창조의 연구를 시작했고, 무생물에 생명을 불어넣는 능력을 갖게 되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야말로 이상적인 목표였다. 내가 최초로 돌파해 어두운 세상에 폭포수처럼 빛이 흘러들게 만들었기에. 새로운 종()이 생겨나 조물주이자 존재의 근원인 나를 축복하리라. 헤아릴 수도 없는 행복하고 탁월한 본성들이 내 대에 탄생하리라. 나만큼 자식의 감사를 받아 마땅한 아버지는 이 세상에 다시없으리라.] -p66

 

무수한 좌절과 고단한 작업의 연속이었지만, 멈출 줄 모르는 열정으로 프랑켄슈타인은 생명 창조에 성공한다. 그러나 그가 무한한 수고와 정성을 들여 빚어낸 결과물은 한심하기 짝이 없는 괴물이었다.

 

[사지는 비율을 맞추어 제작되었고, 생김생김 역시 아름다운 것으로 선택했다. 아름다움이라니! 하느님, 맙소사! 그 누런 살갗은 그 아래 비치는 근육과 혈관을 제대로 가리지도 못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흑발은 출렁거렸고 이빨은 진주처럼 희었지만, 이런 화려한 외모는 허여멀건 눈구멍과 별로 색깔 차이가 없는 희번득거리는 두 눈, 쭈글쭈글한 얼굴 살갗, 그리고 일자로 다문 시커먼 입술과 대조되어 오히려 더 끔찍해 보일 뿐이었다.] -p71~72

 

예상과 달리 괴물처럼 생긴 것을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은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바로 줄행랑을 친다. 그에게 남은 건 후회와 회한, 괴물에 대한 저주뿐이었다. 창조자로서의 사랑과 책임은 끝까지 존재하지 않았다.

 

메리 셸리가 19세에 쓴 놀라운 소설, <프랑켄슈타인>3(월턴, 프랑켄슈타인, 괴물)의 화자로 서술되지만, 이야기의 주된 내용은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반목과 복수, 그에 따른 심리적인 변화의 자세한 묘사이다. 또한 프랑켄슈타인과 펠릭스 가족이 보여주는 지극한 가족 간의 사랑과, 그에 반해 철저히 혼자 고립되고 공감 받지 못한 괴물의 삶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고하고 추론하는 동물로 창조되어진 괴물은 감정을 가지고 있고, 사람들에게 공감 받고 그들과 유대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끔찍하게 생겼다는 단 하나의 이유로 인간들과 창조주에게까지 소외되는 그는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아이스퀼로스의 <오레스테이아> 복수 3부작에서, 오레스테스에게는 복수에 대한 당위성이 있다. 자신의 아버지인 아가멤논을 죽인 클뤼타이메스트라와 아이기스토스에게 아버지의 원수를 갚아야 한다. 처음에 그는 갈등하지만 행한자는 반드시 고통을 겪어야만 하는 것, 이것이 바로 제우스의 법칙이기에라고 말하며, 복수를 결심하고, 그들을 죽인다. 그 행위가 오레스테스에게는 정당했지만 그는 복수에 대한 복수로 <복수의 여신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된다.

 

우리는 여기서부터 딜레마에 빠진다. 정작 나쁜 사람이 존재하고 그 사람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는 사람이 있을 때, 과연 그 사람의 분노와 고통은 어디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만약 그 분노의 표출이 폭력이나 살인으로 이어진다면 그 순간 그도 가해자가 되며, 그로 인해 억울한 사람이 생기게 된다. 프랑켄슈타인에서의 괴물역시 자신의 분노로 인해 여러 무고한 사람을 죽인다. 탄생에 대한 책임을 지려하지 않는 창조주로 인해 그는 진짜 괴물이 된다. 결국 괴물이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그 누구도 괴물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는 끝가지 괴물의 이름이 없다. 그것은 괴물을 만들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 프랑켄슈타인 역시 괴물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가장 비겁하고, 악랄한 괴물의 다른 이름이다.

 

[아담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기존의 어떤 존재와도 무관하게 창조되었다. 그러나 그의 상황은 모든 면에서 나와 달랐다. 신의 손에서 나온 아담은 완벽한 피조물이었다. 조물주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는, 행복하고 번영을 누리는 존재였다. -p173

 

나는 혼자였다. 아담이 조물주에게 했던 청원이 기억났다. 그러나 내 조물주는 어디 있단 말인가? 그는 나를 저버렸고, 억울한 심정으로 나는 그를 저주했다.] -p176

 

과학소설로도 분류되는 <프랑켄슈타인>이지만 정작 과학적인 부분에서는 내용의 흐름에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이 소설이 주는 강력한 메시지만으로도 그 모자란 부분들은 상쇄된다. 18세기, 과학이 빠르게 발달하는 현실에서 그저 지루한 우기의 밤을 흥미롭게 해줄 괴담을 하나씩 창작하기로 한 데서 시작한 이 소설이 먼 훗날, 후대의 사람들의 현실과 당면한 문제점을 정확하게 지적했다는 사실을 정작 작가, 메리 셸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자신의 울분을 토하는 괴물의 말은 울림이 크다

그에게 친절과 연민, 공감만 주었더라면....

 

[그런데 이것이 부당하지 않은가? 전 인류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나만 유일한 범죄자라는 멍에를 써야 하는가?] -p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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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2 00:0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정말 어마어마한 소설이죠? 저도 몇 년전에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어떤 분야나 천재는 있나봅니다. 이런 작품을 19 세에 쓰다뇨!! ㅠㅠ

페넬로페 2021-06-12 00:11   좋아요 5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소설 읽으며 얼마나 생각할 것들이 많았는지요^^
리뷰에 거의 다 못 쓴것 같아요^^

청아 2021-06-12 00: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스토리는 다르지만 저에겐 자꾸만 폭풍의 언덕이 떠올랐던^^*

페넬로페 2021-06-12 00:13   좋아요 5 | URL
아! 그래요?
얼른 폭풍의 언덕도 읽어봐야겠어요~~
전혀 상상이 안가는데 너무 흥미롭네요^^

scott 2021-06-12 00:25   좋아요 5 | URL
저도!🖐
에밀 브론테의
천재의 광기
시대를 앞선 필력을 느꼈삼 3333

scott 2021-06-12 00:2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이책 재독 할려고
꺼내 놨는뎅 ㅎㅎㅎ

ヽ(๑╹▽╹๑)ノ

페넬로페 2021-06-12 00:55   좋아요 5 | URL
아! 그러셨군요~~
기대되네요^^

bookholic 2021-06-12 07: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메리 셸리가 불우한 삶을 살지 않았다면 더 많은 훌륭한 작품들을 남겼을 텐데, 안타까워요...

페넬로페 2021-06-12 09:15   좋아요 5 | URL
네, 메리 셸리가 독학으로 공부해 저 정도의 글을 썼다는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 시대의 여성들은 왜그리 힘들게 살았는지 안타까워요**

새파랑 2021-06-12 07: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리뷰랑 댓글보면 안읽을수 없는 책이군요. 장바구니에 있는데 왜 안샀는지 후회가 되네요. 이번 주말에 서점가야 겠어요 ^^ (언제는 안간것처럼 ㅋ)

페넬로페 2021-06-12 09:17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께서는 아마 이 책을 금방 읽으실것 같아요~~서점 가셔서 좋은 책 많이 만나고 주말 잘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1-06-12 09:2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로 프로메테우스와 니체를 연상하는 사람들이 많죠?!
과학보다는 철학으로 풀어내는 게 맞을 듯요.
현대지성사에서는 이 책 표지그림으로 아놀드 뵈클린의 <죽음의 섬>을 사용하고 있어요.
의미가 무엇일까를 한참 생각했어요...!
생각한 의미에 대해서는 나중에 기회가 되면...^^

페넬로페 2021-06-12 10:22   좋아요 5 | URL
이 소설의 좋은 점이 아주 많은것으로의 확장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일거예요.과학으로 출발해 철학으로의 사유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들까지 다 아우를 수 있거든요^^이 책을 읽을때 사람마다 각자의 관점에서 자신이 가장 관심있는 부분이 제일 인상 깊을것 같아요^^
그 모든것이 다 철학적인 접근일듯 해요~~

coolcat329 2021-06-12 09: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을 올해는 꼭 읽어아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한 소설

페넬로페 2021-06-12 10:25   좋아요 7 | URL
이 책은 가독성도 좋아요^^
소설의 짜임새는 조금 허술할수 있어도 이 책이 주는 메시지가 저는 좋았어요^^

행복한책읽기 2021-06-12 10: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기억이 새록새록. 저는 어찌나 분노해 읽었는지 몰라요. 이 개~~프랑켄슈타인 하면서요^^;; 메리 셸리는 몰랐겠죠. 이 소설이 후대에 얼마나 큰 나비 효과를 부를지를요. 고전 중 고전이고 영원히 남을 소설이라 봅니다. 마지막 말씀. 공감 백퍼. 친절. 연민. 공감.

페넬로페 2021-06-12 12:02   좋아요 5 | URL
정말 그렇죠! 저도 엄청 열받았어요~~한 번이라도 책임을 가지고 자신이 창조한것을 보살펴야 하는데 왜 그렇게 하지 않는지 정말 이해가 안가더라고요^^

바람돌이 2021-06-12 13:4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2부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피해자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주는 것에 저는 속이 시원하더라구요. ^^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도 어쩌면 프랑켄슈타인의 변주인 것 같은데 거기엔 다섯째 아이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려주지 않음으로써 잔인한 폭력성을 더 부각 시킨다는 차이는 있지만요.

페넬로페 2021-06-12 14:19   좋아요 5 | URL
네, 저도 그랬습니다. 2권과 함께 마지막 괴물의 말도 인상적이더라고요. 도리스 레싱의 소설은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 한 권도 읽어보지 못했어요. <다섯째 아이>도 기회되면 읽어 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1-06-12 15: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그에게 친절과 연민, 공감만 주었더라면....˝ - 쾅쾅... 제 가슴에 꽂히는 말이네요.

여러 책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음은 알라딘 서재의 장점... 이 장점을 저는 잘 활용하고 있고요. ㅋㅋ



페넬로페 2021-06-12 18:01   좋아요 5 | URL
정말 똑같은 책을 읽어도 그 감상이 다 다르죠.
그래서 저도 이 서재가 너무 좋아요^^

붕붕툐툐 2021-06-13 0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으며 괴물이 불쌍해서.. 생긴 것만으로 판단하고 치부해 버리는 이 사회에 커다란 경종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저 조차도 거기서 완전 자유롭지 못하다는게 함정.. 이 책 정말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1-06-13 09:16   좋아요 4 | URL
툐툐님 말씀처럼 단지 생긴것만으로 그 어떤 것들도 고려하지 않고 괴물로 취급해버리는 것이 참 안타까웠어요. 책에서 항상, 매번 많이 배워요

서니데이 2021-06-18 22: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영국 작가가 쓴 만들어진 괴물에 대한 이야기에서 고대그리스시대 어느 집안의 비극을 듣는 것도 좋네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6-18 23:15   좋아요 4 | URL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비슷한 비극과 인간들의 슬픔과 고난은 항상 있어온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금욜밤입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07-07 16: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축!!
프랑켄슈타인이 선물 주쉼 ^ㅅ^

새파랑 2021-07-07 16:38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 리뷰 보고 이 책 읽었어요 ^^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7-07 23:28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정말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감사를 보내야겠어요 ㅎㅎ

그레이스 2021-07-07 16:1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페넬로페 2021-07-07 23:28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
감사합니당♡♡

mini74 2021-07-07 16: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7-07 23:29   좋아요 2 | URL
미니님, 감사해요♡♡

서니데이 2021-07-07 16: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7 23:30   좋아요 4 | URL
서니데이님, 항상 제 서재에 오셔서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청아 2021-07-07 18:5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0^*(엄지척,하트뿅뿅)ㅋㅋㅋㅋ

페넬로페 2021-07-07 23:30   좋아요 3 | URL
미미님, 고맙습니다♡♡

행복한책읽기 2021-07-07 18:5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지두 축하드려요. ~~~~ 바쁜일 끝나셨다니 다시 리뷰 올라오겠네요^^

페넬로페 2021-07-07 23:31   좋아요 3 | URL
행복한 책읽기님!
감사해요~~
이제 열심히 책 읽겠습니다^^

초딩 2021-07-07 20: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ㅎㅎㅎ 기쁜 날이네요~

페넬로페 2021-07-07 23:32   좋아요 4 | URL
초딩님, 감사해요^^
정말 기쁘네요 ㅎㅎ

bookholic 2021-07-08 04: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소설로 당선되셔서 더욱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8 09:34   좋아요 2 | URL
북홀릭님, 감사합니다. 이 명작을 제가 너무 늦게 읽은 것 같아요. ㅎㅎ

독서괭 2021-07-08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7-08 14:29   좋아요 1 | URL
독서괭님, 감사합니당^^
 

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실낙원」

사랑하는 마거릿 누님, 그러니 이제 저도 뭔가 위대한 목적을 성적할 자격이 있는 게 아닐까요? 안온과 사치 속에서 인생을 흘려보낼 수도 있었겠지요. 하지만 저는 제 인생길 앞에 부富가 흩어놓은 그 어떤 유혹들보다 
영예에 더 마음이 끌렸습니다. 아, 누군가 격려하는 목소리로 제가 옳다고 대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용기와 결단은 확고하지만, 희망은 기복이 심하고 사기도 떨어지기 일쑤입니다. 이제는 길고 어려운 여행을 떠나야 해요.
 이 급박한 여행은 제 안에 있는 불굴의 의지를 모두 발휘하도록 요구할 겁니다.  - P20

손님을 향한 제 애정은 날마다 커져만 갑니다. 경이로우리만큼 존경과 연민을 한꺼번에 자아내는 사람이거든요. 저토록 고결한 인물이 불행으로 파괴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어찌 통렬한 슬픔을 느끼지 않을수 있겠습니까? 그는 참으로 온화하며 또한 현명합니다. 학식으로 연마된 정신을 지니고 있어 말할 때마다 한 단어 한 단어를 탁월한 기교로 선택하되 거침없고 비길 데 없이 유창한 달변을 자랑합니다.
- P35

어서 와라, 빅토르 암살자에 대한 깊은 복수심이 아니라 
평화와 관용의 마음을 가슴에 품고 오너라. 
우리 마음의 상처가 곪지 않고치유될 수 있도록 말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아, 비탄의 상가에 들어오너라. 
하지만 원수에 대한 중오가 아니라 널 사랑하는 이들에대한 애정만 품고 와야 한다.
통한에 잠긴, 사랑하는 아버지가.
- P94

우리는 쉰다. 꿈은 잠의 독을 푸는 힘을 지녔다.
우리는 일어난다. 방황하는 생각 하나에 하루가 오염된다.
우리는 느끼고, 사고하고, 추론한다. 웃거나 흐느낀다.
어리석은 괴로움을 껴안거나, 근심을 쫓아버린다.
똑같다. 기쁨이든 슬픔이든,
내 떠나는 길은 여전히 자유로우니.
인간의 어제는 결코 내일과 같지 않으리니,
변하지 않고 남는 것은 무상뿐!*, - P129

"악마!" 나는 외쳤다. "감히 내게 다가오겠다는 말이냐? 이 팔이 그 흉측한 머리에 가할 맹렬한 복수의 일격이 
두렵지도 않으냐? 어서 꺼져.이 더러운 벌레! 아니 차라리 이 자리에서 내 발길에 짓밟혀 먼지가 되어버려! 
아, 네 비참한 목숨을 끝내버리고 네놈이 그토록 사악하게살해해버린 희생자들의 목숨을 살릴 수만 있다면!
"이런 반응은 예상했다." 악마가 말했다. 사람들은 모두 끔찍한 흉물을 저주하지. 그러니 살아 있는 그 어떤 생물보다 비참한 나를 얼마나 증오하겠는가! 
하지만 당신, 내 창조자인 당신이 나를 혐오하고 내치다니. 나는 네 피조물이고, 우리는 둘 중 하나가 죽음을 맞지 않는 한 끊을 수 없는 유대로 얽혀 있다. 
당신은 나를 죽이려 하겠지. 감히 당신이 이렇게 생명을 갖고 놀았단 말인가? 나에 대한 당신의 의무를 다하라. 그러면 나도 당신과 나머지 인간들에 대한 의무를 다하겠다. -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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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6-08 22: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망은 기복이 심하다는 문구가 제게 꽂히네요. 희망이 있어서 좋다가도 희망이 있으면 실망이 생기기 때문에 아예 희망을 갖지 않고 살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페넬로페 2021-06-09 00:38   좋아요 3 | URL
희망은 기복이 심하다라고 표현한 작가가 대단한것 같아요. 어쩜 이리 멋진 표현을 할 수 있는지요. 희망이 주는 실망감을 많이 체험해 사실 희망을 갖기가 좀 두렵지만 그래도 인간인지라 또 희망을 갖는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06-10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켄슈타인은 처음엔 공포영화 느낌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덜 무섭고 대신 조금 더 심각한 기분이 들어요.
페넬로페님 잘읽었습니다.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06-10 22:43   좋아요 1 | URL
네 프랑켄슈타인을 읽기 전엔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읽고 나서는 전혀 다른 느낌이 드는 소설인것 같아요^^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 - 혼자가 좋은 나를 사랑하는 법 INFJ 데비 텅 카툰 에세이
데비 텅 지음, 최세희 옮김 / 윌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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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타고난 자신의 성격으로, 생긴 대로 사는 경우가 다반사다.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도 사람마다 다르며, 그것 또한 바꾸지가 쉽지 않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격 중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으며, 그것을 고치기 위해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그것은 약점이 되어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자신의 콤플렉스가 된다.

 

소란스러운 세상 속 혼자를 위한 책은 낯가림이 심해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작가, 데비 텅의 자전적 카툰 에세이이다. 재미있기보다 진지한 내용이 많은 이 에세이는 내향적인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 겪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와 있다. 이 책의 원제목은 ‘Quiet Girl in a Noisy World-An Introvert's Story’ 인데, 이 원제가 훨씬 더 책의 내용에 맞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워낙 내향적인 성격을 가진 데비는 수업 시간에 궁금한 것이 있어도 질문을 잘 못하고, 말수도 적다. 팀 플레이나 세미나를 할 때도 적극적인 참여가 힘들다. 그렇다고 해서 책임감이 없거나 일을 회피하는 성격은 아니다. 자신이 계획한 일을 잘해내고 성실하다. 다만 그것들을 혼자 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내향적인 사람이 거의 그렇듯이, 데비는 책읽기와 비 오는 날을 좋아한다.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사랑하는 사람도 만났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데비의 남편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결혼의 장점은 많겠지만, 그 중에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주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것일 수도 있다. 이 책에는 데비의 남편이 일방적으로 그녀를 다 이해해주는 걸로 나와 있지만, 아마 데비도 외향적인 그녀의 남편을 잘 이해하고 많은 것을 허용해줄 것 같다.




 


타고 난 성격 탓에 혼자 있기를 좋아하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필수적으로 사회생활이 필요하다. 학교와 직장을 다녀야하고, 사람을 만나야 한다. 데비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사회화의 피곤함에 힘들어 한다. 또한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어려서부터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들은 여러 가지 말들도 그녀에겐 상처가 된다.

 

너는 왜 친구가 없니?

이렇게 수줍음이 많아서 어떡할래?

도대체 뭐가 문제니?

너 괜찮은 거야?

정말 슬퍼 보여.

이렇게 말이 없으면 안 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건 뭔가 문제가 있어. -p49

 

데비가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역시 무척 소심하다. 자신의 본심을 잘 얘기하지 못하고, 밖에서와 집에서의 그녀의 모습이 다르다.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은 데비 같은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는 곳에서는 더 그럴 수 있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신의 성격과 취향에 대해 고민하고 스트레스를 받지만 결국 그냥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가능한 한 가장 주체적인 방식으로 스스로의 삶을 바꿔 나가기로 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프리랜서의 삶을 선택했는데, 지금 한국에서까지 그녀의 책이 번역되어 나온 걸 보면 일단은 성공한 셈이다.






세상엔 여러 다양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산다. 그 성격 중에 당연히 나쁜 것이 있다성격의 색깔 역시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나와 다르다고, 남들과 다른 행동을 한다고 무작정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 사람은 나와 색깔이 다른 사람일 뿐이니 말이다.

 

이 책은 한자리에서 가볍게 금방 읽을 수 있는 카툰 에세이지만 생각할 것이 많다. 한 사람이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고 걱정하지만 결국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과정을 서술했다. 그런데 그것이 오직 작가인 데비 텅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다. 책의 여러 에피소드에서 나의 어릴 때의 모습들과 지금 어른으로서 살아가는 고민들이 많이 겹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타고난 성격과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이 마음에 안들 때가 많은 우리들이지만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그냥 나대로 살아가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알고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멋지고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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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01 22: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수전 케인의 <콰이어트>느낌인걸요?아직 읽진 않았는데 김영하작가 팟케스트에서 듣기론 페넬로페님의 리뷰와 같은 느낌 이었어용~♡ 두 사람이 함께 책을 좋아해도 예뻤겠지만 달라서 배려하는 것도 보기 좋았겠어요♡(*•ᗜ•ฅ*)♡

han22598 2021-06-01 23:23   좋아요 6 | URL
맞아요. 콰이어트랑 비슷한 느낌의 책인 것 같아요 ^^ 갠적인 생각인데, 콰이어트는 내성적인 성향에 대해서 좀 defensive 한 느낌이고, 이 책은 수용적인 느낌인 것 같더라고요. 둘다 모두 의미가 있고 좋았어요 ^^

페넬로페 2021-06-01 23:29   좋아요 3 | URL
콰이어트도 읽어 보고 싶어요~~
김영하 작가의 팟케스트는 듣지 않았는데 이 책의 느낌들은 다들 비슷할듯 해요^^
저는 두사람이 좀 달라야 한다는데 한 표 입니다**

청아 2021-06-01 23:30   좋아요 4 | URL
둘 다 읽어보고 싶네요!!*^^*

새파랑 2021-06-01 22:3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내향적인지 않지만 책읽기랑 비오는 날을 좋아해요. 비오는 날은 전과 막걸리 아닌가요? ㅎㅎ 이 책도 그림하고 글이 너무 좋네요 ^^

페넬로페 2021-06-01 23:32   좋아요 4 | URL
저도 무조건 책읽기와 비오는 날 좋아해요^^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 많을텐데 맥주 대신 막걸리 한 번 마셔 보겠습니다 ㅎㅎ
이 책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어서 좋아요^^

han22598 2021-06-01 23: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과거에는 지나치게 외향적인 사람이었는데, 지금은 내향적인 성향도 많이 가진 사람으로 변한 것 같았요. 가장 큰 변화의 원인은 미국으로 오면서 언어의 장벽, 환경의 변화로 인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적응이 되어진 것 같더라고요. 그리고 성격이라는 것...변하기도 하고 상대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구랑 함께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표현되기도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보다 외향적인 사람 곁에서 나는 비교적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도 하고요. ㅎㅎ 그리고 사람과 함께 어울려 잘 지낸다는게 성향의 다름, 같음으로 정의될 수 있는 부분은 적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서로를 그대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자세? 머 그런게 중요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데비랑 데비남편 두 사람의 모습 좋았어요 ^^

페넬로페 2021-06-01 23:37   좋아요 4 | URL
네, 맞아요^^han님의 말씀에 백퍼 동의합니다. 무엇보다 환경이 그렇고 주변 사람들의 영향도 커죠^^그 사람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가느냐가 중요한데 그냥 그대로 인정해줄수밖에 없을듯 해요^^

붕붕툐툐 2021-06-01 23:2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딱 하나만 선택하라면, 책>의 저자와 동일하네요~ 두 권 다 읽고 싶어요~! 자신을 이해해주는 사람 만난 거 진심 부럽네요~ㅎㅎ지금은 없으니, 책에 나온대로 나 자신에게 든든한 지원군 되어주기로~ㅎㅎ

페넬로페 2021-06-01 23:41   좋아요 5 | URL
네 그 책이 마음이 들어 이 책도 읽었어요~~자기 자신에게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준다는 말 넘 좋아요^^오늘부터 저 자신에게도 실천해야겠어요**

scott 2021-06-02 00: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와 이카툰 넘 좋네요
첨엔 글은 안읽고 카툰 만 봤는데
어쩜 이런 이상적인 커플이 ㅎㅎㅎ
각자가 좋아하는걸 진정으로 존중해주는

우리 모두 끊임없이 세상 사람들과 어떻게 어울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죠.
부모가 바라고 고대하는 ‘나‘
사회에서 필요한 부속품이 되기 위해 고군 분투 하고 있는 ‘나‘

이책의 저자 데비보다 페넬로페님의 코멘트가 더 좋은데요
[알고 보면 누구나 조금씩은 멋지고 좋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럼요 ㅎㅎ
❤*.(๓´͈ ˘ `͈๓).*❤


페넬로페 2021-06-02 08:53   좋아요 3 | URL
정말 이 커플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는것 같아 참 보기에 좋았어요~~scott님 말씀처럼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나갈까 고민을 많이 하고 살아가고 있는것 같아요^^
나이가 들어가니 조금 나에 대해 맘 편하게 되어가고 있는데 그래도 여전히 그 고민들은 쉽게 풀리지는 않을 듯 해요 ㅎㅎ

hnine 2021-06-02 08: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 밑에 써있네요 ‘INFJ 데비 텅의 카툰에세이‘라고.
(저도 INFJ인데...^^) 비슷하다 했어요.

페넬로페 2021-06-02 09:04   좋아요 3 | URL
네, 데비 텅의 작품의 표지엔 이름 앞에 INFJ 가 적혀 있어요^^
책의 끝부분에 이런 내용이 나와 있어요. ‘INFJ는 아주 드문 성격으로, 전체 인구의 1퍼센트 미만에 해당합니다‘라고 쓰여져 있거든요~~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가 자세히 서술하고 있어요^^
hnine님도 같은 유형이니 작가에 대해 공감을 많이 하셨으리라 생각되네요~~
근데 이 유형이 똑같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우리 모두 조금씩은 비슷한 모습들이 있을 듯 해요**

바람돌이 2021-06-02 11: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마지막 그림 좋아요. 저는 나이 들어서 저렇게 공원에 남편과 앉아서 따로 각자 하고 싶은걸 하면서 앉아 있는거 하고 싶어요. 그러면 남편이가 커피를 사다 주는거까지 완벽합니다. ^^
저기 저자가 들었던 걱정 중에 어떤 것은 제가 아이들에게 한 걱정도 섞여 있어서 살짝 찔리기도 해요. 그런 말 자체가 듣다보면 도리어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구나 또 깨달음을 얻습니다.

페넬로페 2021-06-02 11:30   좋아요 3 | URL
책이 나한테 좋다 아니다는 제가 그 책에 빠져 공감할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도 나눠질 수 있을것 같아요~~
저는 작가의 모습에서 딸아이의 성격도 볼 수 있었어요.
저는 외동아이를 키우다보니 더 걱정이 많아요^^그래서 작가도 이해했고 편견을 가지지 않고 타인을 보려고 노력중이예요^^

서니데이 2021-06-05 17: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6-05 18:16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께서도 편안하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기를 바래요♡♡

yka525252 2021-06-07 10: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보 공유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서니데이 2021-06-07 23: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분은 infj네요. i가 e보다 내향적인가요.책속의 소심한 모습은 낯설지 않은 걸 보니 저도 i라서 그런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1-06-08 09:50   좋아요 2 | URL
저도 mbti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서요~~저자가 자신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다가 자신이 이런 유형이라는걸 알게 되거든요.
우리 모두 조금은 이런 성향이 있을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있어요
건강하게 오늘 하루도 잘 보내시기 바래요^^

독서괭 2021-06-10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조용히 가서 커피사다 주는 남편 넘 좋네요~>ㅁ< 전 어릴 땐 작가처럼 질문해야지 해야지 하며 심장만 쿵쿵대다가 결국 못하는 그런 아이였어서 내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20대 후반쯤부터는 남 앞에서 말하거나 질문하는 게 별로 어렵지 않아지더라구요. 여전히 내향인에 가깝지만 외향성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고민하는 아이들에게 읽히면 참 좋을 것 같은 책이네요!

페넬로페 2021-06-10 15:46   좋아요 2 | URL
독서괭님의 말씀이 모두 저한테 해당되는것 같아요. 이 책에서 저의 어린시절을 발견했고 그런 성향의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고 생각해요. 데비의 남편은 정말 좋은 사람인것 같아요. 아내의 성격이나 취향을 그대로 존중해주는것 같아서 보기에 참 좋았어요^^
 












 




[그녀는 이런 말로 그의 마음속에 울고 싶은 욕망을 더욱더 불러일으켰다. 그리하여 그는 마음에 맞고 알뜰히 보살피는 아내를 울며 끌어안았다. 바람과 부푼 파도에 떠밀리던 잘 만든 배가 포세이돈에 의해 박살난 탓에 바다 위를 헤엄치던 자들에게 육지가 반가워 보일 때와 같이 꼭 그처럼 그녀에게는 남편이 반가웠다. 그녀는 흰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는 잠시도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p542

 

아트레우스의 아들의 혼백이 그에게 대답했다.

행복하도다 그대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야말로 부덕(婦德)이 뛰어난 아내를 얻었구려! 이카리오스의 딸, 나무랄 데 없는 페넬로페는 얼마나 착한 심성을 지녔는가! 그녀는 결혼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모했던가! 그러니 그녀의 미덕의 명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불사신들은 사려 깊은 페넬로페를 위해 지상의 인간들에게 사랑스러운 노래를 지어주실 것이오. -p557]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솔 출판사

 

[혼자 남아 표류하던 오뒷세우스는 오귀기아라는 섬에 도착하고, 거기서 님프 칼륍소와 7년 동안 행복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이번에도 오뒷세우스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섬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거칠고 넓은 바다를 항해해야 하고, 고향 이타카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오뒷세우스는 신이 아닌 인간의 삶을 선택합니다......

물론 오뒷세우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건 단순히 불멸의 명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세상에 이름을 떨치고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것 또한 중요하지만, 그의 귀가는 인간 조건 속으로의 회귀를 의미합니다. ...

오뒷세우스는 영원하고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아프면서 고통스럽고 시시각각 고민에 횝싸이는 인간의 삶을 향해 스스로 뛰어들었습니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더욱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지요. 마찬가지로 슬픔이 있기에 기쁨은 더욱 달콤하고, 고통이 있기에 성취의 보람도 커집니다. -p125~133중 발췌]

-<천년의 수업>, 김 헌, 다산 초당

 

[사실 율리시스는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걸 두려워한 사나이였어요. 그의 잠재된 의식은 아내 곁으로 돌아가는 게 싫어서 앞길에 장애물이 생기길 바랐고, 또 그렇게 된 거죠. 율리시스의 모험 정신은 조금이나마 고향에 늦게 돌아가고 싶은 그의 무의식적 욕망을 의미하는 데 지나지 않아요. 모험을 하다 보면 시간이 지체되고, 자연스럽게 귀국이 늦어져 고향 가는 길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얘기죠. -p180

 

오디세이는 부부 사이의 권태와 인간의 내면을 다룬 이야기에 지나지 않아요. 율리시스는 아내에 대한 싫증을 10년이라는 세월이 지나 겨우 극복할 수 있었고 자기가 아내를 싫어하게 된 원인인 자신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임으로써 승화를 이룰 수 있었던 겁니다. -p181

 

정리하자면, 우선 페넬로페는 율리시스가 구혼자들의 잘못된 행동을 방관하고 당당한 왕이자 남편의 태도를 보이지 않아 경멸하게 됐고, 다음은 아내의 이런 경멸이 율리시스가 트로이 전쟁에 출전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이며, 세 번째는 자기를 경멸하는 아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율리시스가 귀환을 미룬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페넬로페의 존경과 사랑을 다시 얻기 위해 율리시스가 구혼자들 모두를 학살한 거죠, 알겠어요? -237

-<경멸>, 알베르토 모라비아

 



책의 제목과 앞표지의 사진을 보고, 이 책을 쉽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나의 예상은 한참이나 빗나갔다. 책 속에 이렇게나 많이 오디세이에 대한 해석이 나올 줄 몰랐으며, 그 엉뚱하면서도 기발한 해석들이 나의 뒷통수를 쳤다. 이 책에는 부부 사이의 감정과 욕망의 겉모습 뒤에 숨겨진 설명하기 어려운 온갖 메커니즘이 들어 있으며, 그것을 율리시스와 그의 아내 페넬로페를 등장시켜 그 상황들을 암시한다. 결말에 반전도 있다.

 

몰티니와 에밀리아 부부는 행복했지만, 결혼 2년이 지난 후부터 그들 사이는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몰티니는 아내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을 느끼고, 그때부터 줄기차게 그 이유를 궁금해 하고, 집요하게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결국 그녀가 그를 경멸하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며 맺는 다양한 관계는 기능적인 것들이 많다. 그렇게 때문에 그 관계들에 갈등이 생기기 시작하면 이유를 찾기 어렵고, 그 이유를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유치해진다. 사랑을 바탕으로 형성된 가족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사랑이 다 인 것 같지만 사실 부부 사이나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서도 거의 대부분 기능적인 것들이 작용한다. 몰티니는 아내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 이유를 생각하며, ‘사랑이라는 감정만을 생각한다. 그래서 사랑에 기능적인 면들이 있는 것이 당연한데도 그것들을 무시하고, 비판하고, 오해한다. 하지만 그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이 갈등의 가장 큰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을 경멸하게 만든다.

 

경멸은 몰티니의 회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모든 것이 몰티니의 입장에서 서술된다. 그래서 약간 답답한 면도 있다. 에밀리아가 몰티니를 경멸하게 된 이유가 너무나 분명한데도(독자들은 알 수 있다) 그는 그것을 나중에야 어렴풋이 알게 된다.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던 자신의 성격, 자신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것들, 아내보다 훨씬 더 지성적이고 잘났다는 자만심으로 정작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알지 못한다. 자신이 경멸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괴로워하며 에밀리아와 그를 벼랑으로 몰고 간다.

 

오래전부터 내가 읽어왔던 책에는 오뒷세우스라는 인물이 무수히 많이 인용되어 있었다. 그는 인간 지혜의 상징이며, 어떤 고난과 역경이 닥치더라도 그것을 극복하며, 집으로 돌아가는 불굴의 정신을 가진 인간이었다. 어느새 오뒷세우스는 내 마음에 영웅으로 자리 잡았고, 난 그를 흠모했다. 그러나 몇 년 전 직접 일리아스오뒷세이아를 읽으며 만난 오뒷세우스는 내 마음의 영웅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물론 그는 상당히 지혜롭고 지략이 뛰어나 트로이 전쟁에서 그리스군이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사실 약삭빠르고 비겁하기도 했다. 고향인 이타카로 돌아가며 한없이 울고, 자신의 울분을 못이겨 충동적이기도 했으며, 여러 여자와 잠자리에 들었다. ‘오뒷세우스는 나에게 지혜롭지만 나약하고, 충동적이며, 어리석은 인간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경멸에는 여러 형태의 율리시스가 나온다. 작가는 몰티니를 영화 감독인 레인골드가 해석한 율리시스로 표현한다. 그러나 정작 주인공인 몰티니는 호메로스의 시정과 신곡에서 서술된 율리시스를 자신의 모습으로 보이기를 원한다. 난 몰티니에게서 내가 본 오뒷세우스의 모습을 보았다. 인간이기에 어쩔 수 없이 눈에 보이지만 그것을 보지 못하고, 자신 안에서만 맴돌며, 관계를 악화시키는 그런 모순되고 나약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몰티니는 이기도 하다.

 

[마침내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아직은 우리의 고난이 다 끝난 것이 아니라오.

앞으로도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노고가 닥칠 것이고

아무리 많고 힘들더라도 나는 그것을 모두 완수해야 하오. p543]

-<오뒷세우스>

 

온갖 어려움을 겪고 2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오뒷세우스는 페넬로페에게 아직도 고난은 끝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소설 경멸의 결말을 살짝 비틀어 생각해보면, 몰티니와 에밀리아가 결국 헤어져 살아간다 했을 때, 몰티니는 극작가라는 자신의 길을 가지만 분명 가난해질 것이다. 에밀리아도 다시 타이피스트의 삶을 살아가며, 현대적 욕망의 상징인 바티스타의 애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분명 고난의 길이 열려 있다. 그래서 난 이 책에 나오는 여러 가지 오디세이에 대한 해석 중 호메로스의 시정이 담긴 본래의 서사시를 원한다. 아마 그것은 몰티니의 해석일 것이다.

 

[바위들이 많이 떨어져 있는 곳을 지나 눈

을 들었을 때, 한없이 푸른 바다가 마치 눈웃음을 치는 것 같았다. 오디세이가 떠올랐다. “율리시스, 페넬로페와 함께 에밀리아가 이젠 이 넓은 바다에 있구나하고 혼잣말을 해봤다.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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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5-30 17:5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사놓고 안읽었는데 페넬로페님한테 쉽지 않으셨다니 ~ 걱정이군요ㅡㅡ 그래도 오딧세이 이야기 좋아해서 더 궁금하긴 하네요~뮌가 관계에 대한 이야기 완전 좋아합니다^^

페넬로페 2021-05-30 18:04   좋아요 6 | URL
이 책이 읽기가 어렵지는 않아요~~근데 생각할 것이 많아요. 가볍게 읽으면 한없이 가볍고 깊게 읽으면 정말 깊숙히 들어갈수 있어요. 전 이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싶었어요~~
저의 리뷰는 아마 여자의 입장이 많이 들어갔을텐데 새파랑님의 느낌도 넘 궁금해요~~

청아 2021-05-30 19:11   좋아요 5 | URL
페넬로페님 구구절절 맞습니다! 독서토론하면 밤을 샐 수도 있을듯ㅋㅋ새파랑님 리뷰 저도 궁금요^^

새파랑 2021-05-30 20:06   좋아요 5 | URL
앗~ 두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빨리 읽어보고 싶네요 ^^ 가벼운 리뷰가 나올꺼 같지만 곧 읽어볼께요~!!

scott 2021-05-30 21:04   좋아요 5 | URL
새파랑님 리뷰 기대 1人 요기 ✋

청아 2021-05-30 19: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으아 <천년의 수업>까지! 덕분에 작품에 대한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페넬로페님의 리뷰를 읽는 것으로 마치 책을 한 번 더 읽은 것 만큼의 감동이 왔어요~♡ 올려주신 천병희님 번역의 일리아스, 오뒷세이아도 다시 찜! 아무래도 호메로스의 작품을 읽고 이 책을 재독해야 할것 같네요👍ʕ ๑ •̀ᴗ-ʔ ~♡

페넬로페 2021-05-30 18:07   좋아요 5 | URL
저 번 미미님 리뷰에서 왜 이 책에 대해 오뒷세우스와 페넬로페의 관계를 언급하셨는지 궁금했는데 책을 읽으며 이해가 되더라고요~~
작가의 생각도 놀라웠고 제임스 조이스와 신곡도 읽고 싶어졌어요^^

scott 2021-05-30 21:04   좋아요 6 | URL
미미님의 보석 같은 리뷰 다시 읽고 왔습니다
영화 경멸과 라디오 헤드 음악 크립속 잡음이 배경음악으로 쫙 깔리는 한남자의 오디세이.
미미님이
사랑에 빠져서 파랗던 하늘이 노랗고 황량하게 변해가는 모습까지!!
‘경멸‘은 장대하고 웅장한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프로이드적 심리로 바라본 남녀관계의 내밀한 심리 소설!
이책 쓸 당시 작가 모라비아가 아내를 살해 하고 싶은 충돌에 사로잡혀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현실감 넘치는 심리 소설을 완성했죠.
고전을 패러디 해서 20세기 고전으로 만든 모라비아도 거장!

청아 2021-05-30 21:11   좋아요 4 | URL
아하! 그런 숨은 배경이 있었군요!! 다이아몬드 스콧님 덕분에 새로운 정보를 또 얻었네요~ 👍👍그래도 결국 살해하지 않고 문학적으로 승화시켰다는데 거장으로의 자격이 충분한것 같아요!다른 작품도 궁금합니다~^^*♡

scott 2021-05-30 21: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리뷰 읽고 나니 오디세이아 다시 읽고 싶어지네요
일리아스 읽던거 잠시 중단 ฅ՞•ﻌ•՞ฅ

페넬로페 2021-05-30 23:39   좋아요 2 | URL
저도 오디세이아와 일리아스를 기회된다면 재독하고 싶어요~~워낙 내용이 많아 기억이 잘 안나는 구절이 많아요^^

다락방 2021-05-30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리뷰 읽으니 오디세이아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그 책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어 이런 리뷰를 쓸 수 있었던 페넬로페님이 엄청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1-05-30 23:41   좋아요 2 | URL
네, 아무래도 오디세이아를 읽어서 이 책에 대한 이해가 좀 쉬웠던것 같아요~~다락방님께서 지금 성경 읽기 하고 계시니 그것과 병행해 읽으셔도 좋을듯 해요^^

coolcat329 2021-05-30 22: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디세이아가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저는 이 책 읽으면서 오디세이아 잘 몰라 인터넷에서 찾아봤거든요. 이 책이 페넬로페 님에게는 더 풍성하게 생각할 거리를 주었을듯 합니다.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1-05-30 23:43   좋아요 3 | URL
오디세이아를 읽었지만 모라비아 작가가 너무 현대적이고 획기적으로 해석해 참 신선했어요~~역시 작가의 상상력은 대단한것 같더라고요^^

붕붕툐툐 2021-05-30 23: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가 나와서 페넬로페님이 이런 리뷰를 쓸 수 있었다 생각하는 1인! 저도 붕붕툐툐가 나오는 소설을 만나면 멋진 리뷰를 쓸게요!;;;;ㅋㅋㅋㅋ
저에겐 너무 어려울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하지만 저도 오딧세이는 읽고 싶네요~!!헤헷~

페넬로페 2021-05-30 23:48   좋아요 5 | URL
ㅎㅎ~~그렇군요!
오늘부터 붕붕툐툐가 나오는 책을 찾아 볼께요^^
이 소설이 그리 어렵지는 않으니 기회되시면 한 번 읽어 보셔도 좋을듯 해요^^사람마다 그 느낌들이 다 다를 것 같아 재미 있을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