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난하고도 서로를 지극히 사랑하는 소스케와 오요네!
가을에 읽기엔 너무 쓸쓸하고 마음이 울적해진다.
그들에게 어떤 문이 기다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구두만이 아니군그래. 집 안까지 젖고 있네‘ 하며 소스케는 쓴웃음을 지었다. 오요네는 그날 밤 남편을 위해 이동식 고타쓰에 불을 넣고 모직 양말과 줄무늬 모직 바지를 말렸다.
이튿날도 마찬가지로 비가 내렸다. 부부도 다시 같은 일을 반복했다. 그다음 날도 개지 않았다. 사흘째 되는 날 아침에 소스케는 눈살을 찌푸리고 혀를 찼다.
"언제까지 내리는 거야? 구두가 축축해서 도저히 신을 수가 있어야지 원"
"작은방도 난감해요, 저렇게 새서는."
부부는 의논하여 비가 그치는 대로 집주인에게 지붕을 고쳐달라고말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구두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었다. 소스케는 축축해서 잘 들어가지도 않는 구두를 억지로 신고 나갔다.
- P88

그러나 그 비극이 또 언제 어떤 모습으로 자신의 가족을 덮쳐올지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이 이따금 그의 머릿속에 
안개처럼 드리워졌다.
세밑에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바란다고밖에 생각되지 않는 세상 사람들이 일부러 짧은 해를 밀어내고 싶어 안달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스케는 더욱더 그 막연한 공포에 사로잡혔다. 할 수만 있다면 자신만은 음침하고 어두운 섣달 안에 혼자 남아 있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드디어 차례가 되어 차가운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을 때 그는 문득 이자는 대체 어떤 자일까 하며 
바라보았다.  - P151

소스케는 그 임신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의 힘에 일종의 확증이 될 만한 형태를 부여해준 것이라고 혼자 해석하며 적잖이 기뻐했다. 그리고 자신이 생명을 불어넣은 살덩어리가 눈앞에서 춤출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태아는부부의 기대를 저버리고 다섯 달째에 돌연 유산되고 말았다. 그 무렵부부의 생활은 힘들고 고통스러운 나날의 연속이었다. 소스케는 유산한 오요네의 창백한 얼굴을 바라보며 이것도 필경 살림이 궁핍해서생긴 일이라고 판단했다. 그리고 애정의 결과가 가난 때문에 무너져내려 아주 오랫동안 손에 쥘 수 없게 된 것을 안타까워했다. 오요네는하염없이 울었다. - P159

소스케의 능력으로는 실내에 난로를 설치하는 것만도쉬운 일이 아니었다. 부부는 시간과 돈이 허락하는 한에서 정성을 다해 갓난아기의 생명을 지켰다. 하지만 모든 것은 허사로 돌아갔다. 일주일 후 두 사람의 피를 나눠 받은 사랑의 덩어리는 끝내 차가워지고말았다. 오요네는 죽은 갓난아기를 껴안고,
"어떡해요 하며 흐느껴 울었다. 소스케는 두 번째 충격을 남자답게받아들였다. 차가운 몸뚱이가 재가 되고 그 재가 다시 검은 흙이 될때까지 푸념 한마디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에 언제부터인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 있던 그림자 같은 것도 점차 멀어졌고 머지않아 거의 사라져버렸다.
- P160

해산도 의외로 수월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아이가 자궁에서 넓은 곳으로 나오기만 했올 뿐 세상의 공기를 단 한 모금도 마시지 못했다. 산파가 가느다란 유리관 같은 것을 
작은 입 안에 넣고 강한 숨을 연신 불어넣었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태어난 것은 살덩이뿐이었다. 부부는 이 살덩이에새겨져 있는 눈과 코와 입을 어렴풋이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목구멍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는 끝내 들을 수 없었다.

- P161

태아는 나오기 직전까지 건강했던 것이다. 하지만 제대권락( 帶)이라는 흔히 말하는 탯줄이 목에 감기는 일이 발생했던 것이다. 그런 이상이 발생한 경우에는 물론 산파의 기술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것인데, 경험이 풍부한 산파라면 아기를 꺼낼때 목에 감긴 밧줄을 제대로 풀고 꺼냈을 것이다. 소스케가 부른 산파도 나이를 꽤 먹은 만큼 그 정도의 일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태아의목을 감고 있던 탯줄은 이따금 있는 경우처럼 한 겹이 아니었다. 그좁은 곳을 지날 때 가느다란 목을 두 겹으로 감고 있는 탯줄을 미처풀어내지 못해 아기는 숨통이 막혀 질식하고 만 것이다.
잘못은 산파에게도 있었다. 하지만 절반 이상의 책임은 오요네에게 있었다. 제대권락이라는 이상 징후는 오요네가 우물가에서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은 5개월 전에 이미 스스로 만들어낸 것으로 판명되었다. 오요네는 산후 조리 중에 그 일의 자초지종을 듣고 그저 가볍게고개만 끄덕일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피로에 쑥 들어간눈을 적시며 긴 속눈썹을 자꾸만 움직였다. 소스케는 위로하면서 손수건으로 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 P162

하지만 두 사람의 생활 이면에는 그 기억으로 인한 쓸쓸함이 물들어 있어 쉽사리 지워질 것 같지 않았다. 때로는 서로의 
웃음소리를 통해서도서로의 가슴에 그 이면이 어렴풋이 비치는 일이 있었다.  - P163

오요네는 소스케가 하는 모든 행동을 누운 채 보거나 듣고 있었다.
그리고 이불 위에 똑바로 누운 채 그 두 개의 작은 위패를, 눈에 보이지 않는 운명의 실을 길게 빼서 서로 묶었다. 그러고 나서 그 실을 더멀리 늘여 위패도 없이 떠내려간, 처음부터 형태가 없이 아련한 그림자 같은 죽은 아이 위에 던졌다. 오요네는 히로시마와 후쿠오카와 도코에 남은 하나씩의 기억에서 움직일 수 없는 운명이 엄숙하게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엄숙한 지배 아래에 서 있던 몇 달
며칠의 자신이 신기하게도 똑같은 불행을 되풀이하도록 만들어진 어미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귓가에서 때아닌 저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녀가 이불 속에서 삼칠일 동안의 안정을 탐할 수밖에 없도록 생리적으로 강요당하는 사이 그 저주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그녀의 고막을울렸다. 오요네가 삼칠일 동안 편안히 누워 지낸 시간은 정말 비할 데없는 인내의 3주일이었다.
- P164

하지만 그 외에는 일반 사회에 기대하는 바가 극히 적은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사회라는 존재를 일상의 필수품을 공급하는 곳이상의 의미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그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서로의 존재뿐이고, 그들은 또 그 서로의 존재만으로 족했다. 그들은산속에 있는 마음으로 도회에 살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그들의 생활은 단조롭게 흘러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들은 복잡한 사회의 번잡함을 피할 수 있었고 동시에 그 사회의 활동에서 나오는 다양한 경험에 직접 접촉할 기회를 스스로 막아버려 도회에 살면서도 도회에 사는 문명인의 특권을 버린 듯한 결과에 이르렀다. 그들도 자신들의 일상에 변화가 없다는 것을 이따금 자각했다.  - P168

소스케는 아주 짧았던 그때의 대화를 일일이 떠올릴 때마다 그 하나하나가 거의 무색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담백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렇게 투명한 목소리가 어떻게 그렇게 두 사람의 미래를새빨갛게 뒤덮었는지를 신기하게 여겼다. 지금은 그 붉은색도 세월이흘러 옛날의 선명함을 잃어버렸다. 서로를 불태운 불꽃은 자연스럽게변색되어 까매졌다. 두 사람의 생활은 이렇게 어둠 속에 가라앉았다.
소스케는 과거를 돌아보며 일의 경과를 거꾸로 되돌아보고는 그 담백한 대화가 자신들의 역사를 얼마나 짙게 채색했는지 가슴속으로 철저하게 음미하면서 평범한 사건을 중대하게 변화시키는 운명의 힘을 두려워했다.
소스케는 둘이서 문 앞에 우두커니 서 있을 때 그들의 그림자가 구부러져 절반쯤 토담에 비친 것을 기억하고 있다.
- P184

소스케는 당시를 떠올릴 때마다 자연의 흐름이 거기서 뚝 멈추고자신도 오요네도 순식간에 화석이 되어버렸다면 차라리 괴롭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일은 겨울 밑에서 봄이 머리를 쳐들 무렵에 시작되어 벚꽃이 다 지고 어린잎으로 색을 바꿀 무렵 끝났다. 모든 것이 생사를 건 싸움이었다. 청죽(靑竹)을 불에 찍어 기름을 짜낼 정도의 고통이었다. 
아무 준비도 안 된 두 사람에게 돌연 모진 바람이 불어 둘을 쓰러뜨렸던 것이다. 두 사람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어디나 온통 모래뿐이었다. 그들은 모래투성이가 된 자신들을 발견했다. 하지만 언제 바람을 맞고 쓰러졌는지도 몰랐다.
- P189

폭로의 햇빛이 정통으로 그들의 미간을 비추었을 때 그들은 이미 도의적으로 경련의 고통을 이겨내고 있었다. 
그들은 창백한 이마를순순히 앞으로 내밀고 거기에 불꽃과도 같은 낙인을 받았다. 그리고무형의 쇠사슬에 묶인 채 손을 잡고 어디까지나 함께 보조를 같이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 부모를 버렸다. 친척을 버렸다. 친구를 버렸다. 크게 보면 일반 사회를 버렸다. 혹은 그들로부터 버림을받았다. 물론 학교로부터도 버림을 받았다. 다만 표면적으로는 자퇴한 것으로 하여 형식상 인간다운 흔적을 남겼다. 이것이 소스케와 오요네의 과거다.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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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0-02 0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문]
저도 재독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 꼬옥 ✌번 읽으세요 ^ㅅ^

페넬로페 2021-10-03 00:42   좋아요 3 | URL
저는 ‘문‘이 개인적으로 참 좋은것 같아요^^
마지막 장면이 기대되네요^^
네, 꼭 두번 읽을께요**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은 유일한 소스케에요. 소스케 덕후들 앞이라 아우 민망민망 ^^;;;

페넬로페 2021-10-05 00:45   좋아요 3 | URL
저는 이 책이 다섯권째인데 그 중에 ‘문‘이 젤 좋아요. 책읽기님이 유일하게 읽온 작품이 제가 좋아하는거라 더 좋아요^^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1:08   좋아요 3 | URL
아. 저는 일어를 모르는데요. 이 작품 읽으면서 원서로 읽고프다는 생각이 들 만큼 문체가 좋았어요. 그럼에도 다른 작품을 더 읽지는 않았다는 ㅋㅋ

scott 2021-10-05 21:17   좋아요 1 | URL
원서로 읽어 보겠습니다
^♡^

행복한책읽기 2021-10-05 23:44   좋아요 1 | URL
scott님 부럽부럽.^^

새파랑 2021-10-05 2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문> 좋은 책일거 같아요. 저도 곧 읽어보겠습니다. 울적해진다니 완전 제 스타일일듯 하네요 ^^

페넬로페 2021-10-05 21:08   좋아요 2 | URL
울적하고 세상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고, 문장도 아름다워요^^
새파랑님께도 이 책이 좋으면 좋겠어요^^
 

이렇게 저는 더더욱 소세키에게 깊이 빠져 들어갔습니다. 특히 소세키란 사람이 가진 다면성에 매료되어갔습니다. 
섬세하면서도 동시에 대담하며 유머러스하면서도 
위태롭습니다. 한마디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으며 때로는 모순을 느끼게 할 정도로 깊이 있는 작가란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습니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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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20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책 완죤 좋죠!
소세키옹 작품의 개론서로 충분!!
저도 좋아 하는 작가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면!
페넬로페님,

추석 연휴 가족들과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전 부치시느라 고생 하실것 같습니다)
보름달님에게 소원을~~**
ʕ ̳• · • ̳ʔ
/ づ🌖 =͟͟͞͞🌕

페넬로페 2021-09-20 16:49   좋아요 1 | URL
네, 책을 읽고 이런 글을 저도 쓰고 싶어요. 지금 읽고 있는 산시로, 그후, 문에 대한 감상이 있어 흥미로워요^^
전 잘 부치고 송편도 밋있게 만들고 왔습니다**
svott님!
추석연휴 잘 보내고 계시죠!
이번 보름달은 엄청 밝을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1-09-20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내일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21 11:40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 즐겁고 행복하게 잘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1-09-21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은 추석입니다.
즐거운 명절 보내고 계신가요.
보름달처럼 좋은 소원 이루시고,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24 09:13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이제야 감사하다는 답을 합니다.
추석 잘 보냈어요.
추석 아침에 시댁 갔다가 정말 오래간만에 산에 갔는데 이것이 ㅋㅋ 문제가 되었어요.
넘 오래간만의 산행이라 그런지 몸이 힘들어 이틀동안 고생했어요. 체력이 많이 부족해졌나봐요. 운동 열심히 해야겠어요^^

새파랑 2021-09-24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찐팬 페넬로페님 ^^ 프로필 사진이 바꼈는데 멋져요 😄

페넬로페 2021-09-24 09:16   좋아요 1 | URL
요즘 소세키 작품 읽고 있는데 유부만두님의 서재에서 이 책 발견했어요^^
가을기념으로 프로필 바꿔봤어요**

서니데이 2021-09-26 1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상중 교수님의 책도 우리 나라에 출간된 책이 여러 권 있을 것 같은데,
소세키에 대한 책도 좋을 것 같네요.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편안한 저녁시간 되세요.^^

유부만두 2021-09-28 07: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 책 좋죠? ^^
어렵지 않게 소세키와 그 작품세계를 설명해 줘서 (그것도 딱 몇 권만) 부담이 덜했어요.
그런데 전 그 감상을 잘 정리할 수가 없네요.... (말이 부족혀요)

페넬로페 2021-09-28 20:47   좋아요 2 | URL
유부만두님 덕분에 이 책 읽고 있어요. 제가 읽은 책이나 읽고있는 중인 소세키의 책에 대한 감상과 설명이 있어 좋아요.
강상중씨는 소세키 작가에 대해 많이 연구한듯 해요^^

유부만두 2021-09-29 17:49   좋아요 1 | URL
강상중 교수는 이 책에서 자신은 비전문가라고 겸손하게 이야기 하지만 그만큼 그의 소세키 작품에 대한 애정은 대단하게 느껴져요. 전 강상중 교수의 엣세이에서 소세키를 ‘읽어볼‘ 마음이 들어서 ‘그후‘를 만났거든요.
아...너무 아름다워서 ... (아줌마가 싫어하는 불륜 이야기이지만) 가슴이 벅차게 좋았어요. 그런데 바로 이어서 다른 소세키를 읽지 못한 건 제가 ‘재미‘를 좇는 독자이기 때문이에요. 제 서재에서 보셨을 거에요. 전 이것 저것 마구 읽고 ‘노는‘ 날라리거든요. ^^;;;;

아뭏든, 이렇게 같은 작가의 책을 함께 읽고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정말 (새삼) 반갑고 감사합니다. ^^

scott 2021-10-02 01:08   좋아요 2 | URL
강의 하듯
이야기 하듯
소세키의 작품중 가장 유명 하고 널리 읽혀지는 작품을 중심으로 소세키 작품을 읽어 본 적이 없는 사람도 읽고 싶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아마존 재팬 리뷰에도 소세키 작품 해설집으로 단연 쵝오라는 평가로 도배를 ㅎㅎㅎ

행복한책읽기 2021-10-05 0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강상중님이 쓴 이 책을 왜 모르고 지나쳤을까요. 떠올려보니 이분이 소세키 좋아한다고 계속 얘기했던 것 같아요. 페넬로페님 감사해요. 덕에 찜하고 도서관 달려가게 생겼네요^^

페넬로페 2021-10-05 00:47   좋아요 1 | URL
그냥 소세키를 좋아하는게 아니더라고요. 쉽게 읽히면서도 깊이가 있어 이 분이 얼마나 소세키의 전문가인가를 알겠어요^^
 

요즘 나의 생각과 똑같다
그냥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는 것.

소세키의 ‘그후‘는 작금의 코리아의 실상을 대신 말해주는 것 같다
교육을 받고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국민.
자신의 욕망만을 좇는 인간들에 의해 눈이 돌 정도로 혹사 당하는 못가진 자의 절규.















그렇지만 지금의 다이스케는 그런 비난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 또한 실제로 자신은 그리 열정적인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3, 4년 전의 자신이 지금의 자신을 판단한다면 자신은 타락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현재의 입장에서 3 4년 전의 자신을 되돌아보면 자신의 도덕심을 과장하며 잘난 체했던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도금한 것을 금으로 믿게하려고 온갖 궁리를 하느니 놋쇠를 놋쇠라고 밝히고 놋쇠에 합당한모델을 견디는 편이 마음 편하다는 것이 요즘 생각이다. - P100

다이스케가 스스로 놋쇠가 되기를 감내하게 된 데는 갑작스러운 파란에 휩쓸려 충격을 받은 나머지 심기일전하게 되었다는 등의 소설같은 내력 따위는 없다. 그건 오직 다이스케 특유의 사색과 관찰의 힘으로 서서히 놋쇠에 붙은 도금을 스스로 벗겨온 것에 불과하다.  - P100

앞으로도 일을 할 생각이네. 자네는 실패한 나를 비웃고 있어. ....비못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결국 비웃은 거나 마찬가지니까 상관없어.
알겠나? 자 비웃고 있어. 그러는 자넨 아무 일도 안 하고 있지 않은가? 자네 세상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인간이야. 달리 말하면 의지를 발전시킬 수 없는 인간이겠지. 의지가 없다는 건 거짓말이야, 인간이니까 말이네. 그 증거로 항상 공허함을 느끼고 있을 거야.
난 내 의지를 현실 사회에서 실현하려고 하고 내 의지 덕분에 이 현실사회가 내가 원하는 대로 변했다는 확신을 갖지 못하고서는 살아갈수 없네. 거기에서 나라는 인간의 존재가치를 인정하는 거야. 자넨 그저 생각만 하고 있지. 그러다 보니 관념 세계와 현실 세계를 따로따로 세우고 살아가고 
있는 거야. 그런 엄청난 부조화를 숨기고 있는 것 자체가 이미 무형의 큰 실패가 아닐까? 왜냐고 말해보시게나. 나는 그 부조화를 걸으로 드러냈지만 자네는 내면에 감추고 
있을 뿐이므로 부조화를 겉으로 드러낸 만큼 내가 자네보다 덜 실패했다고 할 수 있지.
그런데도 난 지금 자네에게 비웃음을 사고 있네. 나는 자네를 비웃을수가 없지, 아니 비웃고 싶지만 세상 사람들 눈으로 보면 비웃어서는 안 되겠지." - P102

모두 빡빡하게 교육을 받고 그 후에는 눈이 돌 정도로 
혹사를 당하니 모두가 하나같이 신경쇠약에 걸려버리지, 
한번 이야기를 해보게나. 그들 대부분이 바보일 테니까. 자신의 일과 자신의 현재, 단지 눈앞의 일 외에는 아무 생각도 없지. 생각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정신적인 피로와 신체적인 쇠약은 불행히도 늘 함께 다니는 법이니까. 뿐만아니라 도덕적으로도 타락해가고 있어. 일본의 어디를 바라보아도 밝게 빛나는 구석이라고는 한 군데도 없지 않은가? 온통 암흑이지. 그속에서 나 한 사람이 무슨 말을 한들 무슨 일을 한다고 한들 소용이있겠나. 난 태생적으로 게으른 사람일세. 실은 자네와 함께 어울리던때도 게으름뱅이였어. 그때는 센 척하며 자신만만하게 굴었으니 자네눈에는 내가 전도유망하게 보였을 거야. 그야 지금이라도 일본 사회가 정신적, 도덕적, 구조적으로 건강하다면 나도 여전히 전도유망한사람 이었겠지. 
그렇기만 하다면 할 일은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내 게으른 성격도 뛰어넘을 수 있을 만한 자극도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러나 이건 아니야.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나는 오히려 나 자신만을 위해 살 수밖에 없네, 그래서 자네 말처럼 있는 그대로의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내게 가장 걸맞은 것과 접촉하며 만족하고 있네. 나서서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을 따르도록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이야기니 말일세." - P105

"그거 재미있군. 아주 재미있어. 나처럼 구석에 처박혀서 현실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사람은 그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지. 일본이 가난하다거나 겁쟁이라거나 하는 생각 따위는 일하는 동안 잊어버리게 되지, 세상이 타락했다고 해도 그런 사실도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 속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말이야. 자네처럼 한가한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일본의 
가난이나 우리들의 타락이 걱정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이 사회에 쓸모없는 방관자들이나 할 수 있는 말이지. 결국 자신의 얼굴을 거울에 비춰볼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거야. 누구든 바쁠 때는 자신의 얼굴 따위는 잊어버리게 되지."

다이스케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히라오카는 남이 울어주는 걸 기뻐하는 사람이었다. 지금도 그럴지 모른다. 그러나 조금도 그런 기색을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다. 아니, 애써 남의 동정을 물리치려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 혼자서라도 세상을 살아 보이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것일까? 아니면 그것이 현대사회의 본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둘 중의 하나일 것이다.
히라오카와 친하게 지내던 시절의 다이스케는 남을 위해 울기를 좋아하는 남자였다. 그러나 점점 울 수 없게 되었다. 울지 않는 편이 현대적이어서가 아니다. 사실은 오히려 그 반대로 울지 않으니까 현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서구 문명의 압박을 받고 그 무거운 짐에 눌려 신음하면서 격렬한 생존경쟁의 무대 뒤에 서 있는 한 인간으로서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울 수 있는 사람을 다이스케는 지금까지만난 적이 없다.
- P140

그는 인간이란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로 인간은 태어난 후에야 비로소 어떤 목적을 갖게 된다. 처음부터 객관적으로 어떤 목적을 설정하고 그것을 인간에게 부여하는 것은 그인간의 자유로운 활동을 태어나는 순간 이미 빼앗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인간의 목적이란 태어난 본인이 스스로 만든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도 그 목적을 마음대로 만들 수는 없다. 자기의존재 목적은 자기 존재의 과정을 통해 이미 세상에 발표한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 P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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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9-16 2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9-16 2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1-09-17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추석연휴 시작입니다.
즐거운 명절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17 21:1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너무 감사드려요.
이번엔 정말 추석 기분이 나지 않는데 그래도 명절 기분 느끼려고 노력이라도 해야겠어요♡♡

레삭매냐 2021-09-25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선생에 대한
꾸준한 독서, 존경스럽습니다.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참으로
탐이 나네요.

페넬로페 2021-09-25 22:49   좋아요 0 | URL
요즘 책이 잘 안 읽혀 그냥 머물러 있는 수준입니다^^
소세키의 그후는 뒤로 갈수록 조금 쳐지는 느낌이라 더 머물러 있어요^^

유부만두 2021-09-28 08:00   좋아요 1 | URL
현암사 소세키 전집은 무겁지도 않고 펼쳤을 때 안정감도 있어요.
전 민음, 문학동네도 소세키 책이 있지만 현암사 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내게 다시 유년 시절로 돌아갈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 몇 개의 문 앞에 설 수 있다면, 그중의 하나는 명작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일 것이다. 유년 시절 그 명작동화를 읽으며, 책만 있다면 혼자여도 좋고 버틸 수 있다는 어쭙잖은 나만의 자신감을 길렀던 것 같다. 엄마가 전집으로 사주신 그 책들은 동화와 소설의 중간쯤 되는 단계였다. 책이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이어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읽었지만 지루하지 않았다. 빨간 머리 앤과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와 셜록 홈스등, 수많은 인물들은 책에서 묘사되는 성격과 말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그 뒤로 계속해서 여러 책들의 완역판과 전집, 드라마가 쏟아져 나왔지만 이미 내 속에 그들이 그대로 있었기에 다시 읽지는 않았다.

 

열린책들, NOON시리즈를 통해 다시 만난 셜록 홈스가 그래서 반가웠다. 어릴 때 읽어서 그런지 홈스가 해결한 사건의 내용보다는 홈스의 말투와 행동이 더 기억나지만, 다시 읽는 홈스는 어떤 느낌이 들지 궁금했다. 이 시리즈에는 단편소설들만 실려 있어 그런지 몰라도 각 책의 표지에는 작가의 이름이 적혀있다. ‘아서 코넌 도일’, 이제야 홈스를 창조한 사람에게 관심이 간다.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코넌 도일을 읽으며 이다혜 작가가 이끄는 대로 다시 홈스와 도일을 만난다.

 

홈스의 무대인 런던, 그 중에서도 셜록 홈스와 왓슨의 하숙집이었던 베이커스트리트 221B번지를 시작으로 코넌 도일이 태어나고 대학을 나온 에든버러’, 그가 처음으로 병원을 개원한 포츠머스’, ‘바스커빌 가문의 개의 배경인 다트무어를 책을 통해 방문하며 도일의 삶을 따라갈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의 각 시기의 삶과 홈스가 태어난 배경, 그리고 구체적인 작품 설명으로 더 자세히 홈스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데, 정말이지 내가 여지껏 전혀 모르던 사실이 있었다. 홈스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났단다. ‘저는 그의 명성이 피곤합니다라는 도일의 토로와 함께 급조한 악당 제임스 모리아티 교수와 스위스의 라이헨바흐폭포에서 홈스가 같이 떨어져 죽는 것이 작품 마지막 사건의 내용이라는 것이다. 이때가 겨우 홈스 시리즈가 시작되고 3년이 지난 정도이니 홈스는 태어나자마자 사람들에게 엄청난 인기와 관심을 얻었던 것이다.

 

[도일은 1893마지막 사건을 내놓은 이후 8년간 셜록 홈스 이야기를 발표하지 않고 지냈다. 그러다가 1901<스트랜드>바스커빌 가문의 개를 발표했을 때 귀환도 부활도 아닌, 1889년 사건에 대한 회상의 형태였다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진짜 부활1903년에 출간된 빈집의 모험에서 시작한다. -p185~186]

 

홈스의 영원한 단짝 왓슨에 대한 설명도 흥미롭다. 셜록 홈스와 왓슨은 그냥 하나로 생각해도 될 정도로 같이 있어야만 빛이 난다. ‘왓슨이라는 존재야말로 홈스를 돋보이게 하는 도일 최고의 발명이라는 말에 동의한다. 이 말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홈스는 또한 시대의 산물이었다. 도일이 다녔던 에든버러대학’. 특히 의과대학은 18세기 계몽주의를 주도한 곳 중의 하나였다. 셜록 홈스 시리즈 대부분은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기가 끝나가던 18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데 가스등이 켜진 거리, 말이 끄는 이륜마차 등은 소설에서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도일의 소설에서 빅토리아 후기의 격변하는 삶과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거의 다루어지지 않는다고 작가는 서술한다. 세상의 변화를 작품에 담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은 완벽하지 않다. 도일도 예외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는 그의 첫 번째 아내 루이자가 10년 동안 병석에 있는 와중에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되는 레키와의 만남을 가진다. 말년에는 과학적인 추리소설을 쓴 작가답지 않게 심령술에 빠져 사후세계를 믿으며 세계 강연을 다닐 정도였다. 또한 그는 제국주의자였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대한 반대의견을 표명했으며 반공주의자였다.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쓴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도일보다 15년 뒤에 태어났는데, 탐정소설의 본질적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탐정소설은 현대 삶의 시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가장 초기적이고 유일한 대중문학이라고. 한때 숲을 탐험하고 나무를 오르던 인간은 이제 거대한 가로등과 굴뚝을 나무나 산꼭대기의 풍경처럼 인식해 도시 자체가 야생적이고 알기 쉬운 무엇이라고 깨닫는다는 것이다. -p161]

 

통속문학에서 범죄소설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기 시작한 19세기의 분위기에 대해 서술하며 이다혜 작가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말을 인용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작품이 마침 NOON시리즈에 수록되어 있어 홈스와 함께 같이 읽기로 한다. 이 작가는 나에게 생소하다. 위키백과에서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 하나라고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저널리즘, 철학, 시집, 전기, 로마 가톨릭교회 작가, 판타지와 탐정 소설들을 다작하고, 재기발랄하고 독창적인 역설들을 잘 사용함으로써 역설의 대가라는 칭호를 얻었다고 한다. 도일과 체스터턴은 거의 동시대에 같이 작품 활동을 했다.



아서 코넌 도일

이 책에는 보헤미아 스캔들’, ‘빨강 머리 연맹’,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이 실려 있다. 언제나 냉철하고 정확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천하의 홈스도 실수를 하고, 사건 해결에 실패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작품들에서 보여주고 있다. ‘보헤미아 스캔들은 홈스 소설에서 거의 나오지 않는 여성이 등장하고 또 그 여자, ‘애들러에게 홈스는 멋지게 당한다.

 

[이것이 바로 보헤미아 왕국이 엄청난 스캔들에 휘말릴뻔했던 사건이자, 한 여성의 기지 앞에서 홈스가 공들인 계획이 틀어져 버린 사건이었다. 홈스는 여성의 영리함을 두고 비웃곤 했지만, 요즘은 그런 소리를 도통 하지 않는다. -p48]

 

다섯 개의 오렌지 씨앗을 읽을 땐 내가 먼저 홈스에게 이렇게 소리쳤다. “홈스, 존을 집으로 돌려보내면 안돼요. 그가 위험해질 것 같아요.” 그러나 홈스는 그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결국 존은 살해당했다. 홈스가 이런 실수를 하다니! 나의 영웅 홈스에게 약간 실망했다.

 

빨강 머리 연맹에서의 홈스의 활약상이 내가 알고 있던 홈스와 가장 비슷하다. 홈스의 기지가 돋보였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느긋함을 보이는 그의 성격도 멋있었다. 이다혜 작가는 이 빨강 머리 연맹에서 수수께끼라는 데 방점이 찍힌 사건들을 도일이 잘 다루었다고 한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여기 전형적인 동부 촌사람답게 둥글고 넓적한 얼굴에 두 눈은 북해처럼 공허한 작달막한, 이름까지 평범한 브라운 신부가 있다. 키가 크고 몸이 날렵한 플랑보라는 사람도 있다. 이 두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어리숙한 탐정이고, 가장 착한 범죄자이다. 하지만 브라운 신부는 결정적인 순간에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다. 그의 다른 장점은 범인을 밝혀내고는 꼭 그 사람을 회개시키고 고개 숙이게 만드는 데 있다.

 

처음 읽은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추리소설, ‘푸른 십자가’, ‘기묘한 발소리’, ‘날아다니는 별들’,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처음에는 약간 밋밋하게 읽혔다. ‘브라운 신부라는 소박한 성직자가 범죄를 해결하고 그가 잡은 범인은 다 플랑보이다. 첫 번째도 플랑보, 두 번째도 플랑보, 세 번째에는 설마 했는데 역시 플랑보였다. 네 번째 소설에서는 더 우스운 일이 일어난다. 플랑보가 브라운 신부의 감화와 설득에 동화되어 탐정으로 거듭난 것이다.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는 홈스와 왓슨 못지않은 환상의 콤비이다. 추리소설로써 이 책은 과학적인 근거와 설정이 조금 미흡했지만 웬일인지 읽어가면서 점점 이 소설에 빠져들었다.

 

이 소설의 매력은 범죄소설의 형식을 바탕으로 해학과 역설로 사회의 여러 어두운 부분을 꼬집고 있는 것이다. 산업혁명과 빅토리아 시대의 영광으로 영국은 끝없이 발전했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의 팽창으로 도시가 발전했고, 그에 따른 휴유증으로 사회적, 경제적 격차가 심해졌다.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의 이 단편에는 그러한 사회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가득하다. 그런 점이 나에게 좋게 읽혔다. 거의 같은 시기에 작품을 발표한 코넌 도일의 소설과 이 부분에서 대조적이다. 체스터턴이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영국 작가 중의 한사람이란 이유도 이 소설들에서 충분히 납득되었다. 또한 이 작품들이 NOON시리즈에 실릴 만한 자격을 갖추었다고 생각한다. 계속 범죄자로 살아가는 플랑보를 설득하는 브라운 신부의 말이 인상적이다.

 

[여기서 그만두게. 자네 안에는 아직도 젊음과 명예, 유머가 있지 않나. 이런 일을 하면서도 그것들이 영원할 수 있을 거라는 환상을 버리게. 선함의 수준은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지만, 악함의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네. 그 길은 계속 내리막이야.

- ‘날아다니는 별들중에서,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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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9-14 20:3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홈즈는 사랑입니다!
어린 시절 독서의 세계로 빠지게 만들었던 명작동화!
몇번이고 되풀이 해도 전혀 지루 하다는 생각을 안했는데

이젠 몇번이고 되풀이 하는 책이 거의 없는 어른으로 성장 ,,,
책보다 더 잼나는 것들이 많아 져서 일까요?

브라운 신부는 어렸을때 만화로 입문 했는데
추리 소설계의 고전 중의 고전!
요즘 읽기 고루해 보여도
전 좋아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1-09-14 20:52   좋아요 5 | URL
홈스는 정말 몇번이고 읽어도 지루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여기 북플 친구들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을것 같아요^^
생각보다 저는 체스터턴 작품이 좋더라고요. 은근한 위트와 역설이 있더라고요^^

청아 2021-09-14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이야기도 기대되네요~♡ 저 <다섯개의 오렌지 씨앗>읽고 로다주 나오는 셜록홈즈 2편 연속해서 다 봤어요ㅎㅎ모리아티 이후에 부활했군요! 전집이 있으셨다는것 부럽네요. 저는 셜록 전집이 있는 친구가 있었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0:54   좋아요 5 | URL
브라운 신부와 플랑보가 넘 순수했어요. 마블영화 보는 요즘 세대에는 안 먹힐듯 한 고전이더라고요~~
저도 넷플릭스에서 셜록 하나씩 보려고 해요^^

mini74 2021-09-14 21: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둘 다 무지 재미있게 봤어요 *^^*그러고보면 홈즈는 끊임없이 나오는거 같아요애니에서 영화 드라마 또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드라마. 그렇지만 홈즈의 아버지는 ㅠㅠ 홈즈 여동생이 나오는 영화도 있답니다. 기묘한 이야기의 주인공 엘이 홈즈 여동생으로 나와요. 에놀라홈즈~ 전 재미있게 봤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1-09-14 21:39   좋아요 4 | URL
정말 홈스를 소재로 한 버전이 다양하네요~~홈스의 아버지와 여동생 얘기는 처음 들어요
미니님, 영화 제목을 좀 알려주시면 안되시려옵니까?

mini74 2021-09-14 21:58   좋아요 4 | URL
제목이 에놀라홈즈 이옵니다 ㅎㅎ*^^*아 홈즈아버지는 코난도일을 말한 거예요. ㅠㅠ

페넬로페 2021-09-14 22:36   좋아요 4 | URL
감사해용^^
이미 아까 말씀 하셨네요 ㅋㅋ

새파랑 2021-09-14 21: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멋진 리뷰네요. 한번에 두 작품! 제가 페넬로페님 글 보니 제가 읽어내지 못한 부분이 보이네요 😅 페넬로페님 홈즈 광팬이시군요 ㅋ 예정이 듬뿍 느껴져요 😄

페넬로페 2021-09-14 22:32   좋아요 4 | URL
네, 홈스와 뤼팽의 팬이었죠 ㅎㅎ
저도 그래요. 같은 책을 읽고 다른 분이 쓰신 글을 읽으며 제가 놓친 부분이 있더라고요^^

막시무스 2021-09-14 22:0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시리즈에 대한 구매유혹이 점점 증강되고 있습니다!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도 눈이 머무네요!ㅠ 알라딘 앱을 지워야 할 듯요!ㅎ

페넬로페 2021-09-14 22:35   좋아요 5 | URL
이 시리즈는 우리가 읽은 책이 많이 들어 있다는게 흠이예요.
근데 오늘처럼 전혀 모르던 작가를 만나는 기회도 주더군요~~
그래서 참 애매모호한 책이더라고요^^
저는 요즘 책 디톡스중이라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고 있어요^^

붕붕툐툐 2021-09-14 23: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홈즈 너무 좋아해요~ 죽었다 살아난 것도 알고 있었지요오~ 영드 홈즈도 세번째 시리즈까지는 본 거 같은데 벌써 시즌 6인가 그렇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저도 보고 싶네요~
그리고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은 새파랑님 리뷰에서 처음 봤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니 브라운 신부 시리즈를 꼭 읽어보고 싶어요!!😊

페넬로페 2021-09-14 23:50   좋아요 0 | URL
툐툐님은 벌써 알고 계셨네요.
진정한 홈스 팬이십니다~~
저도 이제부터 한편씩 드라마를 보려고 해요~~
길버트 키스 체스터턴!
이름이 넘 어려운데 이 시리즈에서 만나 좋았어요^^
 
사무라이
엔도 슈사쿠 지음, 송태욱 옮김 / 뮤진트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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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존재는 지극히 고유하고 개별적이다. 끝없이 탐구되고 존중되어야 할 미지의 세계이기도 하다. 그러한 순수한 존재에 의식주, 교육, 정치, 조직이라는 것이 더해지고, 도덕성, 역할, 의무가 주어진다면 그 존재의 삶은 더 이상 개별적이지 않고 복잡하게 분산된다. 인간에게 희망과 선한 동기를 주는 종교도 예외가 아니다.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은 똑같이 신의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서로 이웃을 사랑해야 하며, 이 세상의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에게 복을 주신다는 신의 말씀도, 조직과 목적에 연루되면 뒷전으로 밀려나 버린다.

 

정치와 종교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상대방을 이용하고, 그 목적을 실현하고자 아무 연관도 없는, 버려도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먼 길을 떠나게 하는 엔도 슈사쿠사무라이는 처음에 역사적이고도 정치적으로 읽힌다. 실제의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픽션이 얹힌 이 소설은 종교와 믿음에 대한 의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곧 사무라이들이 그들에게 주어진 이해되지 않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 끝없이 계속되는 고난을 겪고, 거기에 따른 그들의 묵묵한 인내에 사람의 삶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그들이 가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선택되고 버려지는 것들로, 또 그 결말로 결국 이 소설은 나는 누구인가?’를 근엄하고 깊이 묻고 있다.

 

 

[1624년에서 1858년까지 일본의 외교정책이었던 쇄국제도는 그리스도교 금지와 막부의 무역독점을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처음에 무역을 촉진하려는 목적에서 그리스도교를 묵인하는 태도를 취했다. 그러나 잇달아 선교사가 도래하고 신자가 늘어나자 1612년 직할도시에 그리스도교 금지령을 내린다. 이 금교 정책은 단계적으로 강화되어 162255명에 이르는 선교사와 신자가 나가사끼에서 처형되고 1624년에는 스페인선박의 일본도항이 금지되었다. 163710월 그리스도교 농민신자를 중심으로 발생한 대규모 백성잇끼는 가혹한 정치와 그리스도교 탄압에 저항해 37천여 명이 봉기했으나 네덜란드 선박의 엄호사격으로 진압되었다. 이로써 그리스도교에 대한 금지의 목적은 거의 달성되었다 -‘새로 쓴 일본사’, 창비, p275~276에서 발췌]

 

 

척박한 땅, 골짜기에서 세 마을을 책임지는 총령의 자리에 있는 사무라이,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과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며 현실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이다. 말수도 적고 감정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도 드물다. 일 년에 한 번씩 영주에게 연공을 바치고, 부역의 의무를 지며, 전쟁이 나면 영주를 위해 화살과 총알이 쏟아지는 곳을 뛰어다녀야 하는 낮은 신분의 사무라이이다. 11년 전, 조상 대대로 살아온 지금의 골짜기보다 훨씬 기름진 땅인 구로카와의 땅 대신 이 골짜기가 주어져 이곳에서 힘들게 살고 있다. 전쟁이 나서 공을 세우기 전에는 그 땅을 찾을 기회가 없다.

 

바울회(본래는 프란치스코회)소속인 벨라스코 신부는 일본을 기리시탄(포르투갈어로 그리스도교도라는 의미이며, 가톨릭의 신자, 전도자 또는 그 활동을 통틀어 일컫는 말)의 나라로 만들고, 자신은 일본에서 주교가 되기를 원하는 야심가이다. 자신들보다 앞서 일본에 들어 온 베드로회(예수회)신부들과 일본에 대한 종교의 지배권을 갖기 위해 서로를 비판하며 반목하고 있다. 일본이 원하는 남만인과의 무역에 이익을 주고 그 대신 자신은 일본에서 포교의 자유를 얻기 위해 그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포교도 외교처럼 술책을 부리고 흥정을 하고 위협을 하고 때로는 타협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에도 막부의 초대 쇼군인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에도에서 가까운 곳에 새로운 무역항을 만들어 마닐라를 거치지 않고 직접 멕시코와의 무역을 원했다. 단지 그 이유만으로 남만의 기리시탄인이 필요했다. 그 당시 네덜란드와 영국등 신교도들도 일본과의 무역을 원했다. 가톨릭과 신교도들은 일본에서 무역 독점권과 종교의 포교를 선점하기 위해 막후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이렇게 정치와 종교는 그들의 이익을 위해 만나야 했고, 순수하게 그리스도교라는 종교가 필요한 사람과, 전혀 그리스도교가 필요 없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었다. 일본은 쓰키노우라항에서 스페인 뱃사람의 도움으로 만든 갤리언선인 산 후안 바우티스타를 띄우고 그들의 목적을 위해 여러 뱃사람, 상인, 그리고 사무라이와 벨라스코 신부 등을 태워 출항시킨다.

 

배에 탄 사무라이들은 네 명이었다. 마쓰키 주사쿠, 다나카 다로자에몬, 니시 규스케, 하세쿠라 로쿠에몬은 사무라이 중에서도 신분이 낮은 메시다시슈출신인데 그들은 왜 자신들이 나라를 대표하는 사절이 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다만 그들에게는 기름진 옛 영토를 되찾아야만 하는 바램이 있기에 자유롭게 직접적인 무역을 원한다는 영주의 편지를 멕시코의 태수에게 전해야 하는 소임을 맡아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명령을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것이 사무라이의 역할이고 그들은 그런 정신을 받드는 사무라이였다.

 

일본인에게 바다는 오랫동안 오랑캐로부터 섬을 지키는 커다란 해자였을 뿐이었던 망망대해의 바다는 그들에게 새로운 문명을 마주하고 변화와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신호탄이었다.

 

[일동은 침묵한 채 오랫동안 큰 배를 바라보았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영주의 어떤 군선보다도 강력하고 남자다운 배였다. 그 배가 모레 자신들을 태우고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강렬한 느낌이 사무라이의 가슴을 덮쳤다. 골짜기에서의 조용한 인생이 막 떨어져 나가는 것을 강하게 느꼈다. -p93}

 

항해는 만만치 않았다. 두 번의 큰 폭풍을 만나 몇 명이 죽어 나갔다. 벨라스코 신부는 멕시코라는 나라에서는 기리스탄만이 환영받을 수 있다고 하며 개종할 것을 원한다. 이익을 위해 이 배를 탄 상인들은 멕시코에서의 유리한 거래를 위해 세례를 받는다. 현세의 편안을 기원하기 위해 종교를 믿는 일본인의 특성과 그리스도교의 사상은 어우러지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들이 받는 세례는 그저 형식적인 것에 불과했다.

 

처음에는 벨라스코 신부의 계획대로 일이 진행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도착한 소식은 암울했다. 그들이 떠난 직후 일본은 영국과의 통상을 인정했고, 비교적 포교에 관대했던 지역에서도 박해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 소식을 듣고도 멕시코의 스페인 총독은 그들을 도울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사무라이와 벨라스코신부는 교황을 만나고 왕을 알현하기 위해 유럽으로 떠나기로 한다. 사무라이중 현실적이고 비판적인 마쓰키 주사쿠만이 일본행을 택한다. 스페인의 세비야에 도착하고도 그들에게 유리한 소식은 없었다. 그들은 소임을 완수하고자 마드리드에서 결국 마음에도 없는 세례를 받는다. 기리스탄의 나라에 사는 사람들과 교황에게 보여주고자 연극을 한 것이다. 그들이 로마까지 가서 교황을 만나지만 단지 그것은 이 나라까지 와서 그들이 보여준 종교적 열성에 대한 가벼운 보답이었을 뿐이었다. 그리스도를 박해하는 나라와 통상을 원하지 않고 그 위험한 지역에 선교사를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 그들의 방침이었다. 그들은 소임을 완수하는데 실패했고 조상의 옛 땅을 되찾지도 못하게 되었다. 그들의 나라는 처음부터 사무라이의 소임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큰 배를 건조하고 멕시코까지의 뱃길을 알아내고자 그들을 이용한 것뿐이었다.

 

출발할 때의 마음과 목적은 달랐지만 기나긴 여정을 함께 함으로써 벨라스코 신부와 사무라이들은 점차 마음을 열고 서로 이해하게 된다. 벨라스코 신부는 사무라이가 보여주는 인내와 그들의 좌절을 통해 자신이 교만했음을, 너무 일본인의 특성을 간과했음을 뒤늦게 인식한다.

 

[일본인과 나는 안주할 땅을 찾아 방랑하는 유랑민과 비슷했다. 비 내리는 깜깜한 밤에 인가의 불빛을 찾아 헤매는 나그네 같기도 했다. -p351

그들은 믿고 있던 영주와 평정소에 배신당했다는 슬픔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꿈꾸는 것을 주님이 버린 고통을 맛보았다. 지금에야 비로소 배신당한 자와 버림받은 자 사이에 서로를 위로하고 서로의 상처를 핥아주는 듯한 우정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이 일본인들과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통하는 것을 느꼈다. -p353]

 

아무런 성과도 없이 일본으로 돌아가야만 했지만 그들은 출발할 때의 사무라이가 아니었다. 넓고도 자유로운 세상을 보았다. 그 세계는 폐쇄적이고 철저하게 복종해야만 하는 일본과는 너무 달랐다. 그들과 그리스도는 아무 상관도 없었지만, 그리스도만을 믿는 나라를 다녀오며 점점 그리스도가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그 나라 어디를 가도 십자가에 매달린 추하고 말라빠진 사내의 나상을 볼 수 있다. 비쩍 마른, 돋보이지도 않고 그저 초라한, 위엄도 없이 옛날에 죽어버린 사내를 왜 믿는가를 궁금해 한다. 멕시코에서 만난 일본인 수도사와 인디오들을 통해, 자신이 겪어 낸 많은 일들로 인해 사무라이는 어렴풋이 예수에 대해 이해하고 그가 인간 삶의 어디쯤에 존재하는지도 알게 된다. 자신이 인식하기도 전에 살며시 스며든 예수가 사무라이에게 있었다.

 

함께 떠났던 사무라이들은 각자 다른 선택을 한다. 일본으로 돌아온 사무라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숨죽이며 다시 골짜기에서 살아간다. 소임을 완수하기 위한 4년 동안의 노력은 아무런 보상도 관심도 얻지 못한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그들과 함께 하기를 원한 벨라스코 신부와 함께 죽음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세쿠라와 벨라스코 신부의 이야기는 실제의 인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소설에서 사무라이는 계속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고, 벨라스코 신부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된다. 이 책에서 보여 지는 사무라이는 개인의 자아와 선택이 부정되는 존재다. 거역할 수 없는 시대적인 산물의 결과인 인간의 삶에서 계급사회에서 존재하는 것은 주어진 명령에 대한 복종뿐 라는 것은 철저히 배제된다. 정치와 조직이 우선되는 사회에서 한 인간의 억울함이나 슬픔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리고 지금의 나와 우리를 생각한다. 계급사회도 아닌, 충분한 자유를 누리는 이 시대에 살고 있는 난 과연 얼마나 답게 살고, 존중받고 있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봐야했다.

 

소설을 읽고 글을 쓰기가 쉽지 않지만 특히 엔도 슈사쿠의 사무라이를 읽고, 거기에 대한 글을 쓰기가 너무 어려웠다. 작가가 서술하는 인물들의 여정을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그들의 상황과 감정에 이입하게 되고, 그것으로 지금의 나와 우리들을 자꾸 비교하게 만들었다. 거기에서 든 생각들과 복잡한 느낌이 너무 많은데도 이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 작가 엔도 슈사쿠의 소설엔 종교적인 구도의 문제도 많이 언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작품에도 그런 문제가 많이 나와 있는데 역시나 내가 느낀 종교에 대한 질문과 생각들을 표현하기가 쉽지 않았다. 느린 듯한, 쓸쓸하면서도 아름다운 엔도 슈사쿠의 문장도 나, 그리고  삶과 인간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차게 했다.

 

인간의 삶은 무엇인가?’ 그리고 나는 누구인가?’

 

[수많은 나라를 걸었다. 드넓은 바다도 횡단했다. 그런데도 결국 자신이 돌아온 것은 척박한 땅과 가난한 마을밖에 없는 이곳이라는 실감이 새삼 가슴에 차오른다. 그것으로 됐다고 사무라이는 생각한다. -p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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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9-11 21:09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사무라이> 사두었는데 페넬로페님 덕분에 더 기대됩니다~♡ 소설 중에는 유독 내 모습을 들여다보게 하는 작품들이 있더라구요. 그런 소설들이 더 좋기도해요!😊

페넬로페 2021-09-11 21:27   좋아요 6 | URL
네, 미미님 말씀처럼 자꾸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소설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작품에 대한 느낌은 거의 비슷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막시무스 2021-09-11 22:35   좋아요 4 | URL
저도 사무라이 쟁여둔 1인 입니다! 읽기전에 후기가 너무 오래 남으면 안되는데 페넬로페님의 후기만으로 완독한 느낌이네요!ㅎ 맥주 마니 마셔서 언능 느낌만 남도록 정화시켜야겠어요!ㅎ 즐건 휴일되십시요!

청아 2021-09-11 22:36   좋아요 3 | URL
앗 저는 막걸리 마셨습니다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9-11 22:39   좋아요 3 | URL
애잇! 그럼 저는 쏘맥모드로 업글!ㅎ

페넬로페 2021-09-11 23:15   좋아요 3 | URL
사실 다른분의 후기 읽어도 금방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ㅎㅎ
미미님과 막시무스님의 감상 기대할께요^^

새파랑 2021-09-11 21:3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2등~!! 주말에도 페넬로페님의 독서는 계속 되는군요. 이 책의 표지처럼 인물들의 험난한 삶이 그려지나 보네요.
이용당하는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가야하는 사람의 숙명과 고뇌가 느껴지네요 ㅜㅜ

어려운 책인거 같은데 그래도 완독하시고 리뷰까지 쓰신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1-09-11 21:53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 이 책 읽지도 않으셨으면서 어찌 이리도 주제를 콕 집어 주시는지, 대단하세요^^
역시 다독가의 아우라인것 같아요**

새파랑 2021-09-11 22:10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님이 리뷰를 너무 잘 쓰셔서 저는 그것만 읽은건데요 😄

scott 2021-09-11 21:3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마지막 장면 아직도 눈에 선 합니다.
[저를 구원하소서
영원한 죽음에서
거품을 일으키며 해변을 덮치는 파도가 옥졸이 떠내려 보낸 거적을 삼키고 부딪치며 물러간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겨울 햇빛은 긴 모래 사장에 내리 쬐고 바다는 바람 소리 속에 여전하게 펼쳐져있다. 대울타리 안에 이제 관리나 옥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 작품 페넬로페님의 올해 쵝오의 소설 중 한 권이길 바랍니다

이 리뷰 담달 이달의 당선작으로 뽑힌다에 제 손꾸락을 !🖐

청아 2021-09-11 21:41   좋아요 6 | URL
아앗 제 손꾸락도요ㅎㅎㅎ🖐

새파랑 2021-09-11 21:45   좋아요 6 | URL
저는 열 손가락 🤲

청아 2021-09-11 21:46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ㅋㄲㅋㅋㅋㄱ

mini74 2021-09-11 21:50   좋아요 5 | URL
저는 미투 미쓰리?! ㅎㅎㅎ

페넬로페 2021-09-11 21:56   좋아요 5 | URL
정말이지 감동적이었어요~~
그리고 책의 마지막 구절처럼 쓸쓸했어요^^
생각보다 감상 적기가 쉽지 않아 줄거리를 많이 나열하게 되어 절대 좋은 리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mini74 2021-09-11 21: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작가님 굉장히 진지할거라 생각했는데 웃기고 장난도 많고 실없는 농담도 많이 하시는 분이라고 해서 놀랐어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1-09-11 22:04   좋아요 5 | URL
앗! 그래요?
저는 작가의 문장으로 넘 허무하고 슬펐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1-09-11 22:1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마 이 책의 작가 엔도 슈사쿠도 가톨릭 신자일 거예요.
일본도 이전에 가톨릭 박해가 심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책 나온지 시간이 조금 될 것 같은데,
이번에 새로 나온 책 같은 느낌의 표지네요.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9-11 22:54   좋아요 4 | URL
네, 작가가 가톨릭 신자여서 그런지 그의 소설에 종교에 대한 물음이 많은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저한테 더 의미심장했어요**
서니데이님, 행복하고 건강한 주말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1-09-11 22: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수백년 전에 태평양 바다를
건너 서구와 무역을 하겠다는
스케일이 대단했던 것 같습니다.

엔도 슈사쿠 작가의 새로운
발견이었다고나 할까요.

페넬로페 2021-09-11 22:57   좋아요 4 | URL
네, 이 소설 읽고 역사적인 사실과 일본인의 기질에 대해 더 잘 이해한 것 같아요.
레삭매냐님,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해요^^

잠자냥 2021-09-12 02:3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 이거 90여쪽 남았어요. 역시 엔도 슈사쿠. 여러 번 울컥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페넬로페 2021-09-12 08:43   좋아요 3 | URL
잠자냥님, 정말 그렇죠!
저도 몇번이나 그랬어요~~
완독 얼마남지 않으셨네요
잠자냥님, 감상 넘 궁금해요^^

그레이스 2021-09-12 09: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기독교가 일본 선교에 실패한 이유는 그들이 일본인들의 천황숭배의 본질을 모르고 있었기때문이라고 합니다. 살아있는 신, 정신으로서 자리잡고 있기에 일본인들이 개종을 하더라도...침묵에서 보듯 결국 많은 사람들이 다시 돌아가게 되죠! 곳곳에 신사가 있고 지금까지 일황이 건재하는 이유라고 봅니다. 일제강점기에 신사참배를 거절하고 죽거나 옥고를 치른 기독교인들의 배경도 여기에 있습니다. 배교이기때문에.
침묵에서 주인공은 신의 침묵과 신도라 생각했던 일본인들의 이중성의 벽 앞에서 선택을 강요받고, 타협하게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그 상황이면 어떤 선택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던 ...

그의 <침묵>과 김은국의 <순교자>가 비교되고, 작가 자신도 미흡한 점이 있다고 생각되어 이 소설을 썼다고 알고 있습니다.(이 책을 언제 쓴건지 알수가 없어서, 만약 그 후에 쓴 작품이라면...)
‘고뇌‘에 집중했을것이라는 예상...!

<침묵>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읽을까말까 고민하게 되는 소설! 예단하지 말고 읽어보자 하는 소설! 입니다^^

페넬로페 2021-09-13 18:30   좋아요 0 | URL
루터가 95개조 반박문을 낸것은 1517년이고 헨리 8세가 영국에서 종교개혁을 한것이 1533년정도이네요~~
이 글의 배경은 그보다 거의 100년후입니다.
하세쿠라가 배른 탄 시기가 1613년이거든요~~
아마 그때는 종교개혁이 끝난 이후같아요^^

페넬로페 2021-09-12 09:29   좋아요 0 | URL
제가 침묵을 읽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이 글은 종교적인 것보다 인간의 삶이라는것에 더 치중해서 읽게 되더라고요.
물론 그 배경은 여러가지가 얽혀있지만 그래도 저의 감상은 그랬어요^^

그레이스 2021-09-12 09:38   좋아요 0 | URL
그렇네요. 고치겠습니다^^
배경을 16세기로 봤어요 ㅋ
하긴 침묵의 배경이 17세기니...

coolcat329 2021-09-12 2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기 위해 일본사 책도 찾아보시고 페넬로페님의 애정이 많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엔도 슈사쿠의 책은 늘 많은 질문을 던져주고 그것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연결되는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1-09-12 21:59   좋아요 1 | URL
이 책이 아무래도 역사적인 사실을 배경으로 해서 일본사를 훑어봤어요.
그 당시 일본사에 대한 배경과 종교적인 것은 책 본문에 충실히 나와 있어요.
엔도 슈사쿠의 작품은 처음 읽었는데 ‘깊은 강‘도 읽고 싶어졌어요^^

초딩 2021-09-18 12: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
주간 북플/서재 뉴스레터 선정되신거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09-18 13:14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초딩님!
저한테는 항상 토요일 늦게 메일이 오더라고요.
그래서 인사를 잘 못드려서 죄송해요^^

scott 2021-10-08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관왕 추카~~

비내리는 저녁 맛난거 배불리~~

새파랑 2021-10-08 16:45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은 언제나 2관왕~!!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0-08 20:5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비오는 날 기념으로 부침개 해먹었어요**

mini74 2021-10-08 16: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10-08 20:52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미니님^^
좋은 저녁 시간 되시길 바래요**

그레이스 2021-10-08 18:0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10-08 20:53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책 사셨으니 사무라이 후기 기대할께요^^

서니데이 2021-10-08 18: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페넬로페 2021-10-08 20:54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드려요^^
건강하고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 바래요**

하나의책장 2021-10-19 23: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늦었지만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1-10-20 01:03   좋아요 0 | URL
하나의 책장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thkang1001 2021-10-20 15: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1-10-20 16:18   좋아요 0 | URL
thkang님!
정말 감사드려요.
오늘 하루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thkang1001 2021-10-20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페넬로페님께서도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1-10-20 22:4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