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 - 되찾은 시간 2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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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의지적 기억과 관념의 산물인 이미지를 추앙한 ‘프루스트의 예술론’은 전반적인 예술과 문학에 대한 거대담론의 장(場)이 되게 한다. 책을 통해 주관적으로 재해석되는 나의 삶!! 결국 잃어버린 시간으로의 여정은 ‘나‘와 ‘사람을 통한 연결’을 찾는 과정이다. 이 책은 꼭 재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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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17 19: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잃시찾을 완독하신 분이랑 친구라니 영광입니다 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3-01-17 19:10   좋아요 2 | URL
새친구, 은오님!
넘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 2023-01-17 19: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 완독 축하드립니다~
저도 조만간 1권 시작해야겠네요~!!

페넬로페 2023-01-17 20:04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햇살과함께님, 같이 읽어요.
저도 재독 시작했어요^^

거리의화가 2023-01-17 21: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저도 곧 1권 시작합니다^^ 일단 한 번 시리즈 완독하신 거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3-01-17 21:56   좋아요 2 | URL
화가님, 감사합니다~~
잃.시.찾 읽기, 응원합니다^^

청아 2023-01-17 21: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옷 페넬로페님 완독 축하드려요❤ 저도 조만간 남은 책들을! 재독 삼독 할 책이죠(>.<)👍

페넬로페 2023-01-17 21:58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미미님!
미미님, 어서 나머지 읽으셔야죠 ㅎㅎ
네, 일단 재독은 꼭 해야할 것 같습니다^^

초원 2023-01-17 22: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페넬로페님. 완독하신 여러 분을 봤지만, 재독 삼독하겠다는 분을 보게 되다니. 와~ 전공을 바꾸셔야 할 듯... 대단하세요!

페넬로페 2023-01-17 22:18   좋아요 2 | URL
초원님!
진실을 말씀드리면 읽기는 했는데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어요.
뭔가 어렴풋하기만 합니다.
처음에는 텍스트위주로만 읽었는데 재독하면서 다른 책들 읽으며 공부를 좀 해야겠더라고요~~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원 2023-01-17 22:44   좋아요 2 | URL
˝이 책이 그토록 유명하다 해도, 전편을 읽은 사람은 드물다. 처음에 생겨나 계속 변치 않는 규칙 하나가 존재한다. 제1권 《스완의 집 쪽으로》를 구입한 사람의 반수만이 제2권 《꽃다운 소녀들의 그늘에》를 구입하고, 구매자의 반수만이 제3권인《게르망트 쪽》을 구입한다는 규칙이다. 그런데 이 단계에 다다른 독자들은 더는 포기하지 않고 연이어 《소돔과 고모라》,《갇힌 여인》,《사라진 알베르틴》,《되찾은 시간》을 섭렵했다.˝

독자들은 두려움을 느낀다고 들었어요. 그래도 과감하게 뛰어들면 다른 사람이 되어서 나온다고 ...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3-01-17 23:29   좋아요 2 | URL
네, 초원님!
응원 감사드려요♡♡♡

alummii 2023-01-17 2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에 재독이라니 !! 대단하십니다 전 언젠가 13권부터 거꾸로 읽어내려가기에 함 도전해보려구요 >,<;;ㅋㅋ

페넬로페 2023-01-18 00:12   좋아요 2 | URL
읽어도 잘 몰라 재독입니다~~
거꾸로 읽어도 재미 있을듯요.
저는 아직까지는 1권이 제일 좋아요^^

새파랑 2023-01-18 09: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완독 축하드려요 ^^ 역시 프루스트 찐팬!

전 <되찾은 시간> 을 설날에 읽으려고 계획만 세워놨습니다 ㅋ

페넬로페 2023-01-18 10:30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감사해요^^
프루스트 문장에 좀 익숙해졌는지 잘 읽히더라고요~~

새파랑님, 프로필 사진이 이름처럼 파릇파릇 하네요^^

서곡 2023-01-18 13: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보람 있는 새해시네요

페넬로페 2023-01-18 18:10   좋아요 1 | URL
서곡님, 감사합니다^^
설 전에 읽어 홀가분합니다^^

희선 2023-01-19 0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까지 보셔서 기쁘시겠습니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더 보실 거군요 그것도 대단하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1-19 14:21   좋아요 1 | URL
일단은 다 읽어서 기뻐요 ㅎㅎ
다시 읽고 싶었는데 마침 독서동아리에서 1년간 읽게 되어 즐거운 마음으로 재독했어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2 - 되찾은 시간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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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흐릿해질 수밖에 없는 모든 것을 기억 속에서 끌어내는 프루스트! 패스티시 작업과 예술에 대한 성찰을 통해 무엇을 쓰고, 어떤 작가가 될 것인지 고민한다. 전쟁이 주는 비극과, 그것에 무심한 인간의 삶이 아이러니하고 대조적이다. 생루의 죽음과 샤를뤼스씨의 광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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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오 2023-01-17 17: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잃시찾 이제 한 권 남으신건가요? 🫢

페넬로페 2023-01-17 18:54   좋아요 3 | URL
네, ㅎㅎ
12, 13권 동시에 완독했습니다^^

책읽는나무 2023-01-17 17: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지가 눈 앞입니다^^

페넬로페 2023-01-17 18:55   좋아요 3 | URL
힘들었지만 결국 왔어요~~

책읽는나무 2023-01-17 20:14   좋아요 2 | URL
와~ 완독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고생 많으셨겠지만, 잊을 수 없는 독서 시간이었겠습니다.
다시 한 번 더 축하 축하 합니다^^

페넬로페 2023-01-17 21:1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읽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요.
사계절에 걸쳐 읽었는데 그저 읽는데에 초점을 맞춘 것 같습니다.
다시 천천히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3-01-18 11: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페넬로페님은 저의 스승님이십니다 ㅋ 두권을 한번에 읽으셨군요 ^^

페넬로페 2023-01-18 11:44   좋아요 2 | URL
어찌하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저의 스승님이 새파랑님이십니다~~
 

그날 나는 밖에서 산책하는 사람들이 걷는 길과 같은 길이 아닌, 매끄럽고 쓸쓸하며 부드러운 과거를 통과하고 있었다. 게다가 그 과거는 그토록 많은 과거로 만들어져 있어, 내
슬픔을 초래한 것이 질베르트가 오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그녀를 마중하기 위해 옮겼던 발걸음에서 연유하는지, 아니면 알베르틴이 앙드레와 함께 갔다는 말을 듣고 찾아갔던 집과의 인접성에서 연유하는지, 또는 점심을 먹고 나서 
기둥에 풀로붙인 지 얼마 안 되는 「페드르」나 「검은색 도미노 포스터를 보려고 그렇게 서둘러 열정적으로 달려갔던 
길처럼, 더 이상 지속되지 않고 결실도 맺지 못한 열정과 더불어 그토록 수없이 쫓아갔던 길이 의미하는 철학적인 공허함에서 연유하는지, 내 우울증의 원인을 발견하는 것은 몹시 어려웠다.  - P16

그렇다. 만일 추억이 망각 때문에 그 자신과 현재 순간 사이에 어떤 관계도 맺지 못하고 어떤 사슬고리도 던지지 못한다 해도, 추억이 그 자리에 그 날짜에 그대로 머무르면서 깊은골짜기나 산꼭대기에서처럼 고립 상태를 유지한다 해도, 회상은 돌연 새로운 공기를 호흡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예전에우리가 호흡했던 공기, 시인들이 낙원에 널리 퍼뜨리려고 헛되어 시도했던 것보다 더 순수한 공기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이미 그 공기를 호흡한 적이 없다면, 쇄신에 대한 어떤 깊이있는 감각도 줄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낙원이란 바로 잃어버린 낙원이기 때문이다. - P35

그러자 접시에 부딪친 스푼 소리와 고르지 않은 포석과 마들렌맛이 주는 그 행복한 인상들은 내가 현재의 
순간과 아주 먼 과거의 순간에 동시에 느낀다는, 과거를 현재로 스며들게 하여 내가 과거와 현재의 순간 중 어느 쪽에 
있는지 알기를 망설이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에 나오는 이런저런 이름은 음절 사이로 그 책을 읽었던 날의 세찬 바람과 반짝이는 햇살을 담고 있다. 
따라서 ‘사물의 묘사‘에 만족하거나, 사물의 선과 표면의 초라한 목록을 나열하는 데 만족하는 문학은 사실주의로 
불리지만 현실과 가장 동떨어진 문학, 우리를 메마르게 
하고 가장 슬프게 하는 문학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우리의 현 자아와 사물의 본질을 간직했던 과거, 또 사물의 본질을 다시 즐기도록 부추기는 미래 사이의 모든 소통을 느닷없이 
차단시키기 때문이다. 
예술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예술이 표현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물의본질이며, 만일 그 일에 실패하는 경우, 우리는 이런 무능력으로부터 하나의 가르침을, 다시 말해 그 본질이 부분적으로는주관적이며 소통 불가능하다는 가르침을 끌어낼 수 있다.(반면 사실주의 문학의 성공에서는 어떤 교훈도 도출할 수 없다.) - P56

책 자체의 가치와는 무관한 아마추어들에게만 가치 있는 아름다움은 제외하고라도, 책이 거쳐 간 서재를 알고, 책이 이런저런 군주에 의해 어떤 사건을 계기로 유명 인사에게 주어졌는지를 알며, 책의 삶을 통해 이 경매에서저 경매로 책을 따라가는 것, 어떻게 보면 책의 역사적인 아름다움이라 할 수 있는 이런 것이 내게는 완전히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보다 기꺼이, 다시 말해 단순히 호기심을 가진 자가 아닌 내 삶의 역사를 통해 그 아름다움을 끌어냈으리라. - P58

예전에 하얀 도자기 그릇에 담긴, 엉긴 우유처럼 보이는 주름 잡힌 크림색 카페오레를 마시는 동안 아직 하루가 손대지 않은 채로 가득 차 있을 때, 카페오레의 맛은 여명의 불확실한 빛 속에 우리에게 그토록 자주미소를 지었다. 한 시간은 그저 한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향기와 소리와 계획과 날씨로 채워진 항아리이다. 우리가 실재라고 부르는 것은 동일한 순간에 우리를 에워싸고 있는 감각과 추억 사이의 어떤 관계로서 이 관계는 사실에 국한된다고 주장할수록 더욱 사실로부터 멀어지는 단순한 영화적 전망에서는 생략된다 - 작가가 서로 다른 두 요소를 자신의 문장에서 영원히 이어지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찾아내야 하는 유일한 관계이다. - P63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 밖에 있어서 깊이 파고들 필요가 없는,
따라서 우리에게 어떤 피로도 유발하지 않는 대상 속의 인상만을 고려한다. 다시 말해 산사나무나 성당의 광경이 우리 마음속에 판 고랑을 지각하는 일은 너무 힘들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음악이나 고고학에 대해 가장 조예 깊은 애호가와 같은 방식으로 그 음악이나 고고학을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우리가 바라볼 용기 없는 자신의 삶을 피해 박학이라고부르는 것 속으로 도피하면서 교향곡을 다시 연주하거나성당을 보러 간다.
그러므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받은 인상으로부터 아무것도 끌어내지 못하고 일종의 예술 독신자들처럼 그저 쓸모없이 충족되지 못한 채로 늙어 가는가!  - P67

예술만이 우리 자신의삶을 타자를 위해 표현하게 하며, 또 우리 자신에게도 보게 해준다. 그 겉모습이 번역될 필요가 있으며, 또 자주 거꾸로 읽히며 힘들게 판독되는 그런 스스로를  ‘관찰할‘ 수 없는 삶을,
우리의 자만심과 열정과 모방 정신, 추상적인 지성과 습관이했던 그 작업을 예술은 해체할 것이며, 그리하여 그 작업과는반대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 우리도 모르게 잠들어 있는 깊은 곳으로 회귀하면서, 우리를 뒤따르게할 것이다.
그리고 아마도 진정한 삶을 재창조하고 인상을 새롭게 하는 일은 커다란 유혹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일에는 온갖 종류의 용기가, 감성적인 용기조차 필요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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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3-01-16 0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이것만 보면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다 보시는군요 마지막이어서 빨리 보고 싶기도 하고 천천히 보고 싶기도 할 것 같네요 페넬로페 님 마지막 권 즐겁게 만나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1-16 15:36   좋아요 1 | URL
네 드디어 마지막 권 읽어요.
빨리 보고 싶지만 처음부터 어려워 천천히 볼 수밖에 없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3-01-16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3권이니까 완결편이네요.
생각나서 찾아보니, 전에 국일미디어에서 나온 책은 11권이었어요.
지금은 절판되어서 구할 수 없을거예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문장이 길지만, 좋은 문장이 많이 보여서, 번역하신 분이 고민 많이 하셨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1-16 19:51   좋아요 1 | URL
좋은 문장도 많은데 읽기 힘든 문장도 많아 천천히 읽고 있어요.
번역자가 정말 힘들었을것 같습니다~~
날씨가 추워요.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고요^^
 
브라질 산타 루시아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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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커피의 특징이 궁금해 핸드드립용으로 구입해 보았다. 정열적이고 화려한 브라질 삼바같은 맛을 기대했지만, 너무 부드러워 당황했다. 이 커피가 나에게 각인되어 있는 좁고도 앝은 생각을 반성하게 하네. 상징은 그저 상징일 뿐...고소하고도 부드러운 바디감이 나의 커피 취향과 맞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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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1-12 13: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원두 좋아해요. 계속계속 나왔으면 ^^

페넬로페 2023-01-12 13:40   좋아요 4 | URL
어떻게 마셔도 맛이 한결같아 좋은데요~~
제가 물을 많이 부어 그런지 몰라도 저는 아침에 마시면 더 좋더라고요^^

거리의화가 2023-01-12 1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고소한 맛 중에 젤 나은 것 같아요 그래서 며칠 전 재주문했어요ㅎㅎㅎ

페넬로페 2023-01-12 14:13   좋아요 4 | URL
산미도 없고 고소해서 좋았어요^^
커피맛 잘 몰라서 알라딘 커피 여러 종류를 먹어보려고 해요**
 
하얼빈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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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의 신작 하얼빈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 책은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19091026,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라는 명료한 사실을 작가가 어떻게 풀어냈을지 많이 궁금했다. 워낙 작가의 문장이 좋아 기대했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안중근으로부터 뻗어나가는 모든 것들이 저 한 문장으로 압축되기에, 작가의 글이 부연설명에 그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었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가톨릭 사제, 순종의 생각과 말, 행동이 교차되는 소설은 시종일관 담담하게 읽혔다. 나라 잃은 참담함과 백성의 고단함이 지금 우리들의 뼛속까지 각인되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작가는 생각했는지 모르겠다. 많은 자료들을 참조해 글을 썼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것으로 역사적 사실을 되짚는 기회가 되었다.

 

이미 연구되고 기록된 사실들의 바탕 위에서 등장인물의 내면을 구성하고 이야기를 엮어내려고 애썼다라는 작가의 말처럼 이 소설은 인물의 내면이 두드러진다. 그것이 상상되고 각색되어 김훈 특유의 문장으로 나타난다. 한 문장에 상반된 표현들이 있어 이해하지 못해 다시 읽으면, 그곳에 더 많은 깊이와 울림이 있다. 그 시대와 대한제국의 처지를 복기할 수 있고 그것은 지금과도 연결된다.

 

 

[이토를 어떻게 해서든지 눌러야 한다는 생각이 언제부터 마음에 자리잡은 것인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확실하지 않았으나 분명히 자리잡고 있었다. 그것은 어찌할 수 없는 골병처럼 몸속에서 자라나고 있었다. 멀리서 다가와서 넓게 퍼진 골병처럼 그것은 몸속에 자리잡고 있었으나 드러내 보일 수는 없었다.]

 

무력과 강압에 의해 나라를 잃은 백성의 마음엔 모두 일본에 항거해야 하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도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누군가는 목숨을 내놓고, 누군가는 권력과 부를 얻고 조국을 배반했다. 조선과 자신, 백성의 살 길을 생각해 순순히 나라를 넘겨 준 왕이 있었다. 그 와중에 포수이자 무직인 안중근이 이토를 저격할 명분과 계기가 언제부터 생겼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토호(土豪)의 자식인 그는 동학군이 마을에 침범해 들어올 때 선봉에 서서 그들을 물리치기도 했다. 태생으로 봐서 반골(反骨)의 성향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자신의 것을 지켜내야 한다는 의지와 리더십이 강한 기질적 영향이 더 큰 것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가톨릭 사제가 원한 동양의 평화는 모두 다른 것이었다. 안중근은 동양의 모든 나라들이 자주적으로 문명을 받아들이고 개화해 대등한 상태에서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 동양의 평화라고 말한다. ‘문명은 선진에서 후진으로 흐르는 것이며 평화와 문명개화가 같은 방향임을 이토는 주장한다. 그것이 자신들의 책무이고 열복(悅服)-기쁜 마음으로 복종한다만이 평화를 이루는 길이라고 한다. 가톨릭 사제의 동양 평화는 자신들의 종교가 계속 유지되며 믿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이다. 교세를 확장시키기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마다하지 않는다.

 

다른 곳과는 달리 조선에서의 가톨릭 전파는 거의 자발적으로 이루어졌다. 폭력적이고 융통성이 없었던 조선의 신분제도에서 하늘아래 모든 사람은 동등하다는 가톨릭의 교리는 억압받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반면 신분제도를 고수하고자 했던 기득권층에게 그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이며 반역의 의미였다. 100년 동안 천주교 박해로 수많은 사람들이 순교했지만, 왕권을 잃고 식민지의 삶을 살게 된 시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종교는 자유를 얻을 수 있었다.

 

안씨 가문의 사람들은 천주교도였고 천주교회와 밀착되어 있었다. 안중근은 내심 자신의 대의를 서양인 신부들이 인정하고 지지해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하지만 파리 외방 전교회 소속 신부인 뮈텔주교에 의해 차갑게 외면당한다. 그동안의 박해에서 겨우 벗어나 안정을 유지하고 있는 교회의 틀이 안중근의 행동으로 위태로워질까 걱정된 탓이었다. 그들에게는 일본에 의해 수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악보다 안중근에 의해 한 사람이 죽는 악이 더 하느님의 말씀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이토는 한국 통감으로 부임한 후 서울의 여러 공공건물에 시계를 설치했다.....

이토는 시간이 제국의 공적 재산이라는 인식을 조선 사대부들에게 심어 넣으려 했으나, 시간의 공공성을 이해시킬 길이 없었다. 이토 자신이 설명의 언어를 갖추지 못하기도 했지만 시간을 계량하고 시간을 사적 내밀성의 영역에서 끌어내 공적 질서 안으로 편입시키는 것이 문명개화의 입구라고 설명을 해도 고루한 조선의 고관들은 알아듣지 못할 것이었다.]

 

일본은 철로와 위생, 공적인 관념, 문명을 통해 조선을 개화시킨 것을 그들의 업적이라 생각한다. 최근에 읽은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소설에서도 나왔듯이 식민지배의 역사는 어느 나라이고 비슷하다. 똑같은 시간을 부여받은 인간들이 차이가 나기 시작하고, 그 시간을 이용해 앞서가는 사람들이 결국은 뒤늦은 사람들을 힘으로 억압하고 지배한다는 사실 말이다. 최근에 본 영화 올빼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청나라에 8년 동안 볼모로 잡혀있던 소현 세자가 선진문물을 가지고 돌아왔지만 인조가 그것을 외면하는 장면이 나온다. 만약 그때 우리가 선진문명을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인조는 소현 세자를 미워했다. ‘이라는 자리는 지극히 공적인 것인데도 자신의 콤플렉스와 청에 당한 원한으로 그 자리를 사적으로 바꿔버린 것이었다.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물결에 우리는 공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뒤쳐질 수밖에 없었다.

 

나라가 백성에게 해 준 것이 없지만 조국을 위해 스스로 공적인 임무를 수행하러 외로운 길을 떠난 안중근 옆에 우덕순이 있었다. ‘극빈의 하층민이었고, 남루해서 감출 것이 없었던그였지만 망설임이 없었다. 뱃속에 셋째를 임신하고 있었지만 남편을 보내야만 했던, 힘없는 조선의 여자, 김아려도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하얼빈에서 일본을 돕고 동족을 팔아먹은 사람은 조선인 밀정이었다. 안중근의 장남인 분도는 흑룡강성에서 일곱 살에 죽고, 딸 현생과 아들 준생은 공적인 자리에서 아버지의 죄를 사죄했다.

 

오래 전에 관람했던 영웅뮤지컬에서 사형을 앞둔 안중근은 일본인 옥리에게 소소한 행복에 대해 얘기한다. 자신이 이토를 저격한 것이 뭔가 거창한 것을 추구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누구나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한다. 적어도 가족끼리 모여 함께 저녁을 먹을 수 있는 그런 삶을 원하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어떤 삶을 선택할 것인지, 어떻게 살 것인지는 자신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다. 사람에게 주어진 배경이 다르고 우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만, 최소한 타의의 의해 파괴되고 무너지는 삶만은 살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안중근으로 시작된 이 소망이 지금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하얼빈을 읽으며 생각할 수 있었다. 담담하고 건조한 김훈의 문장으로 이성적이고도 냉정하게 과거와 현재가 이어질 수 있었다.

 

그래도 순간순간 차오르는 울컥함은 어쩔 수 없었다.

 

[안중근을 그의 시대 안에 가두어놓을 수는 없다. ‘무직이며 포수인 안중근은 약육강식하는 인간세의 운명을 향해 끊임없이 말을 걸어오고 있다. 안중근은 말하고 또 말한다. 안중근의 총은 그의 말과 다르지 않다.

-‘작가의 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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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1-07 17: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당시 조선에서 먼저 서구문명을 받았더라면 일본에게 쉽게 당하지는 않았겠죠? ㅋ 안중근의 역사가 이미 많이 알려져 있는데도 아주 재미있나봅니다 ^^

페넬로페 2023-01-07 18:26   좋아요 4 | URL
우리가 조금만 빨리 준비하고 변화했다면 그렇게 쉽게 나라를 내어주지는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고는 있어도 대충 알기에 이번에 상황을 조금 정리할 수 있었어요^^

그레이스 2023-01-07 19: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김훈작가는 내면에 치중하면서 글을 쓰는데,,, 여기서 호불호가 갈리는듯 해요
안중근 평전 읽을때 저는 그가 항우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넬로페 2023-01-07 19:00   좋아요 3 | URL
계속 읽은 소설이 식민지의 삶과 연결되었는데 일단 모국어로 읽는 것이 좋았어요 ㅋㅋ

정말 그러네요.
항우와 비슷하다는 느낌, 맞는 것 같아요^^

희선 2023-01-08 02: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식구가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는 작은 행복... 그때는 그런 것도 잘 하지 못하는 시대였겠습니다 안중근은 조국에 묻히고 싶다고 했는데, 일본이 아무도 모르는 곳에 묻다니... 죽어서도 조국에 돌아오지 못한 사람 많을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1-08 15:23   좋아요 3 | URL
안중근열사가 묻힌 곳이 어딘지 정확하지 않아 아직 해방된 조국에 돌아오지 못했어요 ㅠㅠ
아쉽고 미안하기도 해요.
식민시대의 삶에서 이름도 없이 죽은 분들이 얼마나 많을지 속상합니다^^

바람돌이 2023-01-08 13: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가 좀더 일찍 근대문물을 받아들이고 결국 근대화를 스스로의 힘으로 이뤄냈다면 음.... 그럼 일본이나 대만을 쳐들어가지 않았을까요? 어쨋든 당시 근대화는 자본주의화와 산업혁명이고 그것의 성공은 당대에는 식민지 없이는 불가능하니까 말이죠. 그렇게 전개되는 역사? 별로 탐탁지 않을거 같아요. ㅎㅎ

페넬로페 2023-01-08 15:26   좋아요 3 | URL
저도 똑같이 그 생각을 했어요.
만약 우리가 반대의 상황이었으면 우리도 침략자의 위치에 섰을거라는거요 ㅠㅠ
그래도 역사는 그 결과로 얘기해주어 만약의 상황을 상상하게 되네요^^

서니데이 2023-01-08 1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김훈 작가의 최신작이라서 그런지, 출간 전부터 많이 소개되었는데, 최근에도 베스트셀러 순위 상위에 있는 것 같네요. 설명을 듣는 것도 좋지만, 한번 읽는 것도 좋은데, 앞에 산 책들이 있어서 미뤄지고 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1-08 22:02   좋아요 2 | URL
안중근열사에 대한 것은 웬만큼은 다 알고 있는데 김훈 작가가 어떻게 썼을지 많이 궁금했어요.
읽을 때 마음이 복잡했지만 잘 읽었다는 생각을 했어요.

오늘도 하루가 거의 가고 있네요.
서니데이님!
편한 밤 되세요^^

책읽는나무 2023-01-09 00: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옛날엔 미친 듯 김훈 작가님 책을 읽다가 어느 순간 손을 놓게된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하얼빈 이 책은 좀 읽어보고 싶더군요.
페넬로페님도 좋게 읽으셨군요?^^

페넬로페 2023-01-09 00:16   좋아요 2 | URL
저는 김훈작가의 ‘자전거 여행‘ 에서 그 문장에 반해 여지껏 계속 읽고 있어요.
나이 드셔서 그런지 매섭고 날카로운 느낌은 좀 빠졌는데 담담히 읽혀 좋았던 것 같아요.
계속 안중근의사에 대해 쓰고 싶었다고 그러시더라고요^^

물감 2023-01-10 11: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리뷰에서 품격이 느껴집니다 ㅎㅎ
저한테는 김훈 작가의 문체가 좀 많이 버거워요. 작품 자체로도 다 그렇지만...
그런데, 예전같은 날카로움이 줄었다고 하시니 또 궁금해지네요~

페넬로페 2023-01-10 12:38   좋아요 2 | URL
물감님!
품격있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덥석 받겠습니다 ㅎㅎ
아무래도 안중근 의사에 대한 것은 우리가 잘 알고 있어 작가의 문장이 더 쉽게 보였을수도 있지만, 그래도 약간 순한 맛은 있었던 것 같아요.
작가의 문장은 호불호가 나뉘지만 저는 모국어를 읽는 기쁨을 느끼기에 좋아합니다^^

transient-guest 2023-01-11 0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중근의 평화는 보편의 행복을 위한 지향점이되 약소국의 입장이 반영된 면이 있고 카톨릭의 평화는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여 강대국과의 충돌을 피하고 서구열강의 입장을 대변하는 면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평화‘라는 가치를 중요시했다면 이토의 평화는 수단이자 구실이었을 뿐, 심지어 당시 일본사람들의 행복과도 무관한 점령자이자 지배층/권력자의 궤변에 다름이 아니었다고 생각됩니다. 사실 이토란 사람은 명치유신의 주역들이 한창 활동하던 시절에는 그들의 심부름꾼 정도의 수준이었다고도 평가되는 그다시 변변하지 못했던 사람인데 주역들이 거의 다 일찍 죽는 바람에 실제로 유신정부가 자리를 잡고 밖으로 뻗어갈 시점에는 원로가 되어버렸다고도 합니다.

권총으로 정확하게 이토를 저격한 안중근 의사는 명사수이자 담대하기 이를데 없는 멋진 장부였을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1-11 08:37   좋아요 1 | URL
평화라는 단어 속에 각자 품고 있는 생각이 달라 이해충돌이 일어나고 그건 지금도 계속되는 상황인 것 같아요~~ㅠㅠ

레삭매냐 2023-01-12 15: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훈 작가의 책은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대기 중인데,
여름을 지나 겨울인데도 여전
히 계속해서 모든 책들이 대출
중이네요 그것 참.

페넬로페 2023-01-12 16:19   좋아요 0 | URL
요즘 책 사는것 자제하려고 저도 도서관에 검색해서 찾아봤는데 역시나 대기자가 많았습니다.
김훈 작가의 소설이라 관심이 많겠지만 아무래도 안중근 의사의 스토리라 더 그런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2-07 2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08 10:12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책읽는나무 2023-02-07 2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축하합니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2-08 10: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책나무님**
봄이 오는 가봐요~~마음이 설레요**

희선 2023-02-08 0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3-02-08 10:14   좋아요 1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길 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