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 2외국어로 독일어를 배웠다. 독어를 배워갈수록 독일이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이 생겼고, 독문학에 대한 관심도 많아졌다. 대학 때에도 교양독어 수업을 들을 만큼 독일에 대한 애정은 계속되었다. 한때 인기 있었던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도 독일 소설이라 당연히 읽었다. 지금 그 책의 내용은 다 잊었지만, 잘 모르면서 소설 속 분위기에 젖었던 느낌만은 남아 있다.

 

최근에 읽은 백수린의 소설, 눈부신 안부에 작가 루이제 린저에 대한 얘기가 잠깐 나온다.

 

[몇 번의 검색 끝에 나는 루이제 린저가 꽤 독특한 삶의 궤적을 지닌 소설가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녀는 히틀러 정권에 반발해 출판금지를 당하고 심지어 투옥당한 적까지 있는 것으로 오랫동안 알려져 있었고, 독일 작가치고는 특이하게도 북한을 방문하고 한국 관련 저서를 여러 권 집필하기도 했던 것이다. 흥미로웠던 것은 2011년 그녀의 사후 백 세 생일을 맞이해 출간된 전기에서 실제로는 루이제 린저에게 나치를 찬양한 이력이 있으며 작가가 훗날 자신의 일생을 나치에 투쟁한 이미지로 미화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는 점이었다.

-p.158, ‘눈부신 안부’, 백수린, 문학동네]

 

눈부신 안부에 등장하는 인물인 선자이모는 그녀가 쓴 여러 권의 일기장 첫 페이지에 항상 생의 한가운데에 나오는 문장을 똑같이 적었다. 그 당시 선자이모는 이 소설을 좋아했다.

 

작가 루이제 린저의 이력을 미리 알았더라면 난 생의 한가운데를 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작가의 이력을 알게 되어 실망했더라도 선자이모나 내가 생의 한가운데를 읽으며 느낀 감정이나 감동, 소설을 읽었을 당시의 우리를 둘러싼 상황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정확히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인지 모르니 내 나이와 그 생각이 떠 오른 장소도 잘 모르겠다. 그냥 내가 강렬한 햇빛 아래에 서 있었던 것만 기억이 난다. 그 햇빛 아래에 선 그때 갑자기 이방인의 뫼르소가 생각났고, 완벽히 뫼르소를 이해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에게 문학은 작가보다는 매번 이렇게 작품의 내용이나 인물로 다가온다. 미술작품과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나는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말하기가 너무 어렵다. 여지껏 내가 만난 위대한 작품이 너무 많기에 그것을 만든 작가들 모두 좋아한다. 평생 단 하나의 작품만 남겼더라도 그것이 내게 깊은 울림과 영향을 주었다면 난 그 작가를 좋아할 것이다.



 

 

 

 

 







동시대에 활동했던 고흐, 모네, 고갱은 출생부터 거의 모든 삶의 모습이 달랐다. 모든 것이 달랐기에 인상주의에서 시작된 그들의 작품은 방향이 달라졌고, 삶의 마지막도 각기 다르게 끝을 맺는다. 모네는 초반에는 고생했지만 인생의 후반기에는 부와 명성을 누리며 인상주의 화풍을 끝까지 지킨 사람이다. 고흐는 생전에 작품을 하나만을 팔 수 있었으며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할 때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고갱의 삶은 가장 파란만장했다.

 

[그는 자의식이 강한 현대적 주제와 화풍을 추구하는 데 일생을 바쳤으며, 그의 접근법은 독특했고 주관적인 경험에 근거했다. 그는 그림을 그리는 규칙과 이론을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에 전면적으로 저항했다. -p.5, ‘디스 이즈 모네

 

고갱에게 예술가란 예지력으로 사물의 외양 너머를 보고 삶의 심오한 신비를 알아챌 수 있는 사람이었다. -p.5, ‘디스 이즈 고갱

 

빈센트 반 고흐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자신의 격정적인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그림을 그렸다. 그는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인간의 존재를 고뇌하며 가장 감성적인 인상주의 작품을 탄생시켰다. -p.5, ‘디스 이즈 고흐’]

 

그들이 얼마나 달랐는지는 화가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This is~~’ 시리즈에서 이 세 화가의 특징을 나타낸 설명으로도 알 수 있다. 세 화가의 개인적 삶을 들여다보면 물론 그들에게도 약점은 많다. 여러 이유로 모네 가족은 상인인 에르네스트 호슈데의 가족과 같이 살기 시작했고, 모네는 호슈데의 아내 알리스와 가까워진다. 모네의 아내 카미유가 몸이 좋지 않을 때, 알리스는 카미유를 돌보았고, 카미유가 죽자 알리스는 모네의 아내 역할을 한다. 호슈데는 알리스와 이혼해주지 않았고 알리스는 호슈데가 죽고 나서야 정식으로 모네의 아내가 된다. 모네의 아들 장은 알리스의 딸과 결혼한다.

 

고갱은 타히티에서 13살 정도의 소녀와 동거했고, 두 번째 같이 산 소녀에게는 두 명의 아이를 낳게 한다. 그는 아내와 자식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의 아내 메테는 고갱을 이기적이고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편지에 썼다.(p.44)’ 고갱이 낙원으로 생각했던 남태평양의 타히티는 프랑스의 식민지로 갈취당하고 있었다.

 

고흐역시 평범한 사람은 아니었다. 그의 신경병적인 기질로 인한 괴팍함은 사람과 멀어지게 했으며, 그는 짧은 생애동안 외롭게 살았다. 고갱과 고흐는 사창가에 자주 갔으며 고갱이 여자에게 인기가 많았던 것에 대해 고흐는 질투를 느끼기도 했다.

 

아무리 위대한 화가라도 그들도 사람인지라 깊이 알아 가면 실망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그림 앞에 서면 그런 세세한 것이 잘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그 그림 자체만을 보게 된다. 그림에서 풍겨 나오는 깊이와 아우라는 말과 생각이 필요 없게 만든다. 이런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힘들게 고민 했을지가 느껴질 뿐이다.


 고흐, 모네, 고갱, 모네, 고갱과 고흐의 자화상(디스 이즈 고흐, 모네, 고갱에서 발췌)


박하경 여행기에서 이나영은 제자 한예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 예술이 하고 싶은 거잖아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들은 모두 예술을 한다. 그들 중 삶이 개차반인 인생이 있다 하더라도(그렇다고 다 용납하자는 말은 절대 아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예술자체에는 열정과 성실, 혼신의 힘이 담겨 있다고 믿고 싶다. 그래서 나는 작품을 먼저 사랑하고 그 다음에 작품을 만든 위대한 작가를 좋아한다. 절판되었지만 좋은 책이 틀림없는 디스 이즈~~시리즈의 저자 조지 로담도 좋아하고, 내가 고갱을 다시 생각하게 하고 그의 예술혼을 사랑하게 만든 달과 6펜스』의 작가인 서머싯 몸도 좋아한다. 좋아하는 작가에 대해 다 말하려면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

 

현실에 바탕을 두지만 현실과는 조금 빗겨있는 위대한 예술은 나를 약간 두둥실 떠오른 상태로 살아가게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어쩌면 오히려 내가 땅에 단단히 발을 붙이고 살 수 있는 힘을 예술이 주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나이 들어가며 생각하고 있다.

 

행복하게도 아직 만나지 못한 좋아할 작가가 너무 많다

그들을 계속 찾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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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8-15 21: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엇, 루이제 린저가 정말 그랬단 말입니까?
그래도 뭐 양심적이긴 하네요. 한국 관련 책도 썼다니
결코 미워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생의 한 가운데를 다시 한 번 읽어봐야할 것 같은데...

페넬로페 2023-08-15 21:52   좋아요 3 | URL
책에 그렇게 나와 있으니 맞을거예요. 작가 루이제 린저가 실망스럽지만 저도 ‘생의 한가운데‘는 꼭 다시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바람돌이 2023-08-15 2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이제 린저의 반전 놀랍군요.
어릴 때 저도 지금은 기억도 안나지만 생의 한가운데를 읽고 반했었고, 심지어 대학때는 그녀의 북한여행기도 읽었습니다. 그때 당시 금서.... ㅎㅎ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정나미가 딱 떨어지는..... 약간 작가의 개인사에서도 정도차가 있는거 같아요. 저 에드워드 호퍼 좋아하는데 얼마전에 그 사람이 아내를 때리는 가정폭력범인거 알고 또 정나미가 뚝..... 작품은 좋은데 작가는 싫고 이거 딜레마에요. ㅠ.ㅠ

페넬로페 2023-08-15 21:59   좋아요 2 | URL
아마 그때 생의 한가운데 안 읽은 사람 없을 정도로 엄청 인기 있었죠. 그 소설의 느낌만은 계속 갖고 싶어요.

얼마 전에 에드워드 호퍼 전시회에 다녀왔는데 호퍼의 아내가 거의 호퍼 작품의 모델이더군요.
조세핀도 화가였는데 호퍼에게 도움을 많이 주었는데 호퍼만 세상에 더 많이 알려졌어요.
호퍼가 폭력남이라니 넘 놀라워요 ㅠㅠ

청아 2023-08-15 23: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작가에 대한 호불호와 소설에 대한 관점...정답이 없는 문제겠죠.
작품을 ‘낳는다‘고 출산에 비유한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쓰고 출간을 하면 소설은 마치 자식처럼 독자적인 길을 간다고 공감하게된 표현이었어요.
그래도 저 역시 어떤 작가들은(최근)받아들여지지 않더군요. ^^;

페넬로페 2023-08-15 22:41   좋아요 2 | URL
네, 이 문제를 파고 들면 각자의 의견도 여러가지 일 것 같아요. 좋아했다가 실망한 작가도 많아요.
물론 지행합일하는 작가가 최고지만 이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생각도 해요. 작가에 대한 정보와 비판의식을 가져야하는데 제가 작품에 풍덩 빠지는 스타일이예요 ㅎㅎ

희선 2023-08-16 0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군가는 일제 강점기 때 친일한 작가를 작품과 떼어서 보라고도 하더군요 그런 일이 없었다면 더 좋을 텐데... 작품과 작가 아주 생각하지 않기 어렵기도 하네요 작가도 사람이기에 안 좋은 점도 있겠지요 그런 게 이해되는 사람도 있지만, 안 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16 01:54   좋아요 1 | URL
아무리 좋은 작품을 남겼더라도 전 친일한 작가는 절대 용납하기 싫어요. 제가 한국 사람이다보니 그런면에서 다른 나라 작가에 비해 민감해져요. 불공평하지만 어쩔 수 없어요 ㅠㅠ

서니데이 2023-08-16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생각해보니 90년대에는 루이제 린저 책이 한 시기 유행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제2외국어로 독일어 프랑스어 선택 학교도 적지 않았고요.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밤되세요.^^

페넬로페 2023-08-17 16:32   좋아요 2 | URL
루이제 린저 열풍이 엄청 불었어요 ㅎㅎ
그것도 다 지나간 추억이 되었네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계속 더워요
건강 유의하세요^^

페크pek0501 2023-08-17 2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방인, 달과 6펜스. 생의 한가운데 등은 완독했지만 재독해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페넬로페 2023-08-18 09:37   좋아요 2 | URL
재독하고 싶은데 읽어야 할 새로운 책이 너무 많아요.
매번 다음으로 미루네요.

그레이스 2023-08-17 23: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루이제 린저 읽었었죠 ㅎㅎ

페넬로페 2023-08-18 09:36   좋아요 2 | URL
그땐 웬만하면 ‘생의 한가운데‘를 다 읽었어요 ㅎㅎ
 

2023년을 100일 앞두고 공개적으로 내걸었던 나의 백일 챌린지’!! 

신은 나에게만 하루 12시간을 준 게 틀림없다. 나의 하루는 미친 듯이 지나갔으며, 당연히 실천한 것이 별로 없다. 여전히 집에 있는 책은 안 읽고 있으며, 하루에 영어 단어 30(아니 10개였나?)도 외우지 않았다. 하지만 책을 구매하지 않겠다는 공약만큼은 지켜냈다.

 

그동안 나를 위한 책은 한 권도 사지 않았다. 내가 책을 살 수 있을 만큼의 돈과 조금씩 받은 적립금은 책 선물로 사용했다. 책을 좋아하는 친구와 책을 열심히 읽는 예쁜 아이들, 조카의 딸들, 임신한 조카에게 필요한 책을 보내 주었다. 선물한 책 중, 내가 읽고 싶은 책은 도서관에 희망도서를 신청하거나 빌려서 봤다. 요즘은 왠지 집에 책이 쌓이는 게 싫고, 읽고 나서 중고로 팔 만큼 내가 부지런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주로 도서관을 이용한다.

 

나에게 책을 당연히 받아가는 사람도 있다.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내가 글을 쓰고 있으면 와서 신파조로 소리 내서 글을 읽어 대며 장난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럴 때 난 검열 받는 사람처럼 긴장하지만, 읽고 괜찮다고 얘기해주면 기분은 좋다. 나에게 글을 써서 책을 내라고 하지만 화가 나면 , 본래 모습이랑 글 속의 모습이 너무 다르네.” 또는 책은 왜 읽어? 책을 읽으면 사람이 달라져야지 왜 매번 똑 같아?”라며 나에게 소리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인 딸아이는 언제 어디서나 엄마, 나 책 필요해라고 급하게 말한다. 다른 건 몰라도 책만큼은 흔쾌히 쏜다는 마음으로 당당하게 책 선물을 해준다.


7월에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나에게 왔다. 나 역시 잠자냥님처럼 리뷰를 쓴 후 리뷰대회가 있는 것을 알았다. 글을 고쳐볼 생각에 몇 번이나 읽었지만, 원래의 글이 내가 생각한 느낌에 딱 맞아 고치지 않았다. 내 글에 다른 책도 있었고, 별점을 네 개만 주어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 선물로 받은 영화 말없는 소녀의 포스터와 배지도 마음에 든다. 특히 배지가 정말 예쁘다.



그래서 적립금으로 오랜만에 책을 구매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함께 모더니즘 문학의 3대 정전이라고 하는 로베르트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모더니즘 문학, 조이스, 프루스트, 와우.......질기고 질린 인연이라 무질은 절대 읽지 않겠다고 결심 했는데 결국 이 책을 구매하고 말았다. 만약 읽게 된다면 내 책이어야 가능할 것 같아서. 2024년을 100일 앞둔 챌린지에는 특성 없는 남자읽기를 추가해야겠다.



 

 

 

 

 

 

 

 





다산책방에서 선물을 받아 이 출판사에서 출간한 책인 시대의 소음을 구매했다. 내가 준 용돈으로 나에게 커피를 사준 딸아이가 생색을 내는 것과 똑같네

그래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다른 책도요.



 

 

 

 

 

 

 

 

 






크리스티앙 보뱅의 지극히 낮으신을 보는 순간 친구 비아가 생각났다. 살아가는 모습이 완전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모습을 닮아서이다. 뭔가를 노력해서가 아니라 타고 난 모습이 그대로이다. 이 책은 완전 그녀에게 헌정해야 할 책인 것 같아 선물했다. 엄청 바쁜 사람이고 커피를 워낙 좋아해 간편한 커피백도 함께 보냈다. 보뱅의 책은 자목련님께 땡투를, 커피는 나에게 땡투를 해주신 독서괭님께 다시 땡투를 해드렸다.


이번 휴가는 딸아이와 함께 하지 못했다. 친구들과 정동진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서 나는 친정에 가서 엄마를 보고 왔다. 집이 비어있어 딸아이는 친구들과 우리집에서 1박을 더 했다. 내가 돌아오자 집에 있던 딸아이는 완전 톤이 높은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엄마, 왜 있잖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쓴 작가!!!

나쓰메 소세키?

옹옹, 제은이가 집에 나쓰메 소세키 전집 있다고 엄청 놀라고 감탄하고 갔어.

그 작가 전집 있는 집은 처음 본대.”

엄마는 나쓰메 소세키 작가 알고 있는 제은이가 더 놀랍다.

! 엄마가 그런 사람이야

히히.....”

 

나쓰메 소세키의 전집을 다 모으지는 못했고 더 구매할지 고민 중이었다. 나를 알아봐주는 소중한 사람을 만났기에 고민은 끝났다. 다음번에 구매할 책은 남아있는 소세키 전집의 책이다.


엄마를 만나면서도 엄마가 주무시는 동안(갈수록 누워있는 시간과 잠들어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엄마에게서 탈출했다. 태풍이 지나간 탓인지 오늘 아침에는 얼음을 띄우지 않은 뜨거운 커피를 마셨다. 난 정말 이기적이고 내 마음은 흔들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바다는 언제나 한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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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3-08-11 12: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응원합니다! 남은 이 달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8-11 12:27   좋아요 1 | URL
태풍이 지나가서인지 오늘은 좀 시원하네요. 낼부터 다시 더워질 것 같습니다. 응원 감사해요. 서곡님께서도 건강 유의하시기 바래요.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2: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두 특성없는 남자 한 권씩 야금야금 사다 오늘 3권까지 질렀어요! 언제 보게 될진 모르겠지만 일단 갖춰두고 헤헤 하기로... 새 번역인데도 번역 오류 잡는 이웃님께서
이 책 많이 올리셔서 조금 걱정도 되구요 ㅋㅋㅋ

우끼 2023-08-11 12:50   좋아요 3 | URL
오 리뷰기대해요 저는 3권없어요 아직 ..다른출판사걸로..

페넬로페 2023-08-11 13:04   좋아요 4 | URL
안그래도 읽기 어려운데 번역 오류까지 있으면 더 읽기 힘들겠네요. 그래도 일단 갖춰놓고 ㅎㅎ
저도 언제 읽을지 모르겠어요.

우끼 2023-08-11 16:48   좋아요 2 | URL
그러고보니.. 그러면 이거 이전 판본은 오역이 많나요…??? 다른 출판사 번역이요..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7:19   좋아요 2 | URL
안 봤으니 알 수가 없는데 새 책 산 사람들이 나남출판 번역보다 좋음 으쓱 으쓱 이러던데요 ㅋㅋㅋ 독일어를 모르니 진위는 알 수가 음씀 그냥 한국어 문장이나 편안하면 만족하고 읽어야쥬(안 편하겠지... 나란 무지렁이 무질 읽기 힘들겠어요...ㅋㅋㅋㅋ)

우끼 2023-08-11 17:26   좋아요 3 | URL
일단 특성이 없다는데 강추받아서 샀지만 나중에 펼치고 싶어지는 그런 것이쥬… 이봐 특성이라면 나도 없다고..?

반유행열반인 2023-08-11 17:35   좋아요 2 | URL
특성이 없다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그래도 은근 주변 의식하는 것이 우끼님의 특성입니다. (왜 페님 페이퍼에서들 이럼...가자 우끼야 다른데로 가자)

Falstaff 2023-08-11 19:49   좋아요 4 | URL
특성없는 남자 책 사신 분들, 꼭 리뷰 대회 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해 죽겠습니다. 전 그냥 활자만 스캔한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북인더갭의 사장 안병률 사장의 번역으로 2권까지만 읽었는데요, 안사장이 제일 잘 한 일이 2권까지만 번역하고 스톱한 거라고 주장하다가... 3권까지 다 했더라고요.
번역에 관해서는 잘 모르는데, 안사장이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로 독일에서 박사를 한 양반이라 해서 무조건 믿기로 했습니다. ˝제대로 된 이기주의자˝의 번역은... 뭐 읽어 봤어야 알지요. ㅎㅎㅎㅎ 어차피 번역은 복꼴복 아녀요?

페넬로페 2023-08-11 20:03   좋아요 3 | URL
골드문트님!
혹시 북인더갭 출판사 책 읽으시고 리뷰 남겨셨나요?
넘 궁금해요.
골드문트님 글 참조하고 싶어요^^

Falstaff 2023-08-11 20:39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님 /
제 북플 계정이 3년 전? 4년 전? 하여튼 그 정도에 한 번 폭파된 적이 있습니다. 이전에 쓴 독후감의 상당수가 싹 사라졌는데요, 이 남자 읽고 쓴 독후감은 진짜 별 거 없어요. 지금 보니까 2015년에 읽었네요.
그냥, 읽은 것에 의의를 둔다, 뭐 이 정도였습니다.

Falstaff 2023-08-11 20:43   좋아요 4 | URL
페넬로페 님 /
ㅎㅎㅎ 페이퍼 쓴 건 남아 있네요. 2020년 8월에 쓴 건데, 이달의 페이퍼로 선정되기도 했답니다. 으쓱으쓱... ㅋㅋㅋㅋㅋ

2023-08-11 1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14: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3-08-11 14:4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책구매 안하기 성공하셨다니 축하드립니다!! 짝짝짝 그거 진짜 힘든 거예요..ㅠ
게다가 적립금으로 구매를!! 그것도 매우 축하드립니다. 그것도 진짜 힘든 거지요 ㅎㅎ
땡투 감사드립니다. 저 오늘 커피백 처음 마셔봤는데 맛있더라고요?! 아참 백자평 써야겠다.
그런데 페넬로페님 따님은 몇살 정도인가요? 나쓰메 소세키 전집에 감탄하는 친구 신기하네요. 책 사달라고 조르는 따님도 넘 기특하고요^^

페넬로페 2023-08-11 15:02   좋아요 5 | URL
적립금으로 책 구매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ㅎㅎ
저의 딸아이는 24살입니다. 책을 좋아해서 사 달라는 것이 아니라 전공책이나 리포트 쓸 때 필요한 책을 저한테 사달라고 합니다.
딸아이 친구, 정말 기특하죠.
요즘 소세키 작가 아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놀랐어요^^

자목련 2023-08-11 18: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의 페이퍼 땡투가 페널로페 님이셨네요 감사해요.
뱃지 실제로 보면 더 예쁠 것 같아요. 저도 전집은 없지만 소세키가 좋아져요!
즐거운 책읽기 이어가세요^^

페넬로페 2023-08-11 19:07   좋아요 0 | URL
항상 읽을 책이 넘쳐나네요.
그래도 독서가 좋기에 매번 즐거워요 ㅎㅎ

2023-08-11 1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23-08-11 21: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어쩐지? 오랜만에 책을 사셨다고 페이퍼 쓰시겠다고 하셔서...그러고 보니 페넬로페 님 책 구매 페이퍼 안 본지가 오래되었다고 생각하던 찰나...책 구매하지 않겠다.는 공약을 지켜내시다니!!!! 와!!!! 공약을 지키신 분 처음 봤습니다.ㅋㅋㅋ
근데 좋은 소식도 있군요?
축하드려요.
적립금 많이 받았을 땐 뭔가 특별한 책을 구입하는 게 좀 의미있는 것 같더라구요.
무질이 책 사셨군요! 저도 3권 빨리 채워넣어야 하는데...ㅋㅋㅋ
따님 넘 귀엽습니다^^
근데 따님의 친구도 감탄할만 합니다.
제가 봐도 소세키 전집...아름답네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옛날에 아들이 고딩시절 저도 집을 비웠을 때 친구 데리고 와 파자마 파티를 하더군요. 그 때 책 좋아하는 친구가 있었나봐요. 아들 방 책장에 자리가 넘 없어서 민음사 소설 시리즈 쭉 꽂아 놨었는데 친구가 와 민음사 소설 많다고 했다더군요.
알고 말한 건지?ㅋㅋㅋ 그래도 다른 친구들은 책 거들떠도 안 보는데 유일하게 그 친구만 책을 하나 하나 훑어 봤대요. 그래서 제가 그 녀석 이뻐서 지금도 한 번씩 안부를 묻습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3-08-11 21:44   좋아요 1 | URL
아! 책나무님께서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하셨군요. 요즘 애들 민음사 잘 몰라요. 아드님의 친구가 그만큼 책에 관심이 있으니 알아봤을 것 같아요. 우리는 무조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하잖아요.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적립금으로 책은 샀지만 어떻게 읽을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조금씩이라도 읽어야 하는데 중간에 다른 책이 끼여들면 브레이크가 걸리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2023-08-11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11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3-08-11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은 나에게만 12시간을 준게 틀림없다뇨? 저에게도 그러하셨습니다. ㅎㅎ
아미 뭐 하는것도 없는데 하루는 왜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걸까요?
왜 저는 짧은 소설도 하루만에 다 못읽는걸까요? 책읽는 속도가 사는 속도를 이기지 못해 책탑이 나날이 쌓여가는 입장에서 페넬로페님을 존경하기로 했습니다. ^^

페넬로페 2023-08-11 23:35   좋아요 1 | URL
시간이 빨리 지나간다는 느낌은 갈수록 집중력이 떨어져서 그런게 아닐까도 생각합니다. 매번 나이탓으로 돌리고 있긴 한데 제가 시간을 압축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는 것도 같아요 ㅠㅠ 저도 책 읽는 속도가 느려졌어요. 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급해져 구매를 안하는 것 같아요**

은오 2023-08-11 23: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0권이라니요..!!!!! 페넬로페님을 제 스승으로 모시고싶습니다..😱
따님 친구분 진짜 신기하네요 ㅋㅋㅋ 누가 저희 집 책장 보고 우와 이 작가 책도 있어 하면서 신기해하면 하면 반할거같아요 ㅋㅋㅋ
리뷰대회 적립금 타신 것도 축하드립니다 역시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3-08-11 23:52   좋아요 1 | URL
0권인데 선물한 책은 구매로 기록되더라고요 ㅎㅎ
한 번씩 카페에서 누군가가 책을 읽고 있으면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엄청 궁금하더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책이 보이고 관심 가져질듯 해요.
그래서 딸아이 친구를 다시 봤어요.
은오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해요^^

희선 2023-08-12 0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책을 사셔서 기분 좋으셨겠네요 페넬로페 님을 위한 책이니... 지금 바로 못 읽어도 책이 있으면 언젠가 보겠지요 나쓰메 소세키 전집 있는 집이군요 멋지네요 따님 친구가 그런 말 해서 더 기뻤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12 13:10   좋아요 2 | URL
책이 있으면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겠죠 ㅎㅎ
소세키 작가의 작품도 빨리 읽어야 하는데 독서의 속도가 계속 떨어져 책 한 권 읽어내기도 쉽지 않네요. 그냥 받아들이며 살아야겠죠.
책을 좋아하는 사람은 책을 알아봐주는 사람이 반가워요^^

새파랑 2023-08-12 10: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세키 전집 모음 완전 추천합니다~! 페넬로페님도 무질 사셨군요. 저도 따라 사야겠습니다 ㅋ

제일 어려운게 책 안사는 일 같아요 ㅎㅎ 그걸 해내신 페넬로페님은 대단~!!

페넬로페 2023-08-12 13:13   좋아요 2 | URL
네, 소세키 전집 모으기,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ㅎㅎ
책을 안 사는 대신 도서관을 엄청 들락거렸어요. 빌려온 책 안 읽고 반납한 경우도 많았고요.
책을 사든 안 사든 책 쌓아놓는 습관은 똑같아요 ㅠㅠ

레삭매냐 2023-08-16 10: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나온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의 재개정판인가 보네요. 번역하신
분도 같은 것 같고.

일전의 슈테판 츠바이크의 경우처럼
출판사에서 개정판이라고 서지 정보
에 실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
니다.

여튼 다시 읽고 있는데 또다른 느낌
이네요. <토비트의 개>도 상징하는
의미들이...

페넬로페 2023-08-16 11:52   좋아요 1 | URL
아, 그렇군요.
출판사가 그 전에는 마음산책인데 같은 출판사인지 다른 출판사인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이름을 바꾸는 출판사가 있더라고요.

아시시의 프란체스코 성인의 이름을 많이 들어봤는데 이 책 읽고 더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레이스 2023-08-17 23: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있는지도 몰랐었네요 리뷰대회!
축하드려요~~~♡

페넬로페 2023-08-18 09:3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han22598 2023-08-22 02: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일 부러운 사람..
소세키 책을 페이퍼 북으로 소장하신 분입니다 ^^

페넬로페 2023-08-22 07:09   좋아요 0 | URL
소세키의 작품이 좋기도 하지만 책표지도 맘에 들어요.
부러워 해주시니 오늘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겠어요~~
 














단편집은 등장하는 인물과 그들의 이야기가 각기 다른데도, 읽다보면 그 단편들이 연결되어 마치 장편소설을 읽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김연수 작가의 소설집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가 그랬다. 작가가 시종일관 말하려는 것이 같았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의 형식도 비슷해 그랬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사는 세계가 디스토피아에 가깝고 미래는 점점 더 비관적이지만 역설적이게도 김연수의 소설에는 끊임없이 희망이 있었다. 굳이 각 소설을 나누고 분리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 미래, 낙관-

김연수는 우리의 삶이 결코 현재에만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황사영의 아내 정난주(난주의 바다 앞에서), 과거와 미래의 바르바라(다시, 2100년의 바르바라에게)처럼 우리는 과거와 미래에 철저히 연결되어 있다. 그 시간적 흐름에 긁히고 매몰되며 무수한 선택을 강요받는다. 작가는 거기에 희망이 우선되어야 하고 미래를 먼저 기억하라고 강조한다. “모든 글 쓰기는 글 짓기’(P.84)”라고 말한 대로 작가는 작정하고 우리들에게 그것이 옳다고, 그렇게 하자고 손을 내민다.

 

물론 맞다. 그렇지만 계속되는 작가의 타령에 조금 피곤했다. 요즘은 왠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힘들어졌다. 도대체 희망이라는 게 있기나 한 건지....세상 사람들이 바라보는 달의 크기와 희망의 방향이 너무 달라 혼란스럽고, 세상 어디에 나를 두어야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 소설을 읽으며 지인에게 추천받은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정주행했다. 드라마를 보면서 계속 기시감이 들었는데, 그건 김연수의 소설과 이 드라마의 분위기가 많이 닮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재와 미래를 바꾸기 위해 자신들이 태어나기 전의 과거로 간 해준과 윤영은 그곳에서 만난 인물들의 삶을 바꾸려고 한다. 그러나 일어날 일은 일어나고 뭔가를 바꿈으로 예상하지 못한 다른 불행한 일이 생긴다. 우여곡절 끝에 과거에서 결정적인 몇 가지를 바꾸고 다시 현재로 돌아 온 그들은 행복한 삶을 만나지만 더 완벽한 과거를 위해 다시 그곳으로 떠난다.

 

누군가가 과거로 돌아간다고 해서 모든 것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과거를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미래를 아는 사람이어야만 한다. 드라마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할 때 김연수 작가의 소설이 계속 생각났다. 연수씨가 자기 말이 맞지 않냐고 하는 것 같았다. 희망을 위해 사람은 과거를 뒤돌아보고 미래를 먼저 정함으로 그렇게 갈 수 있지 않겠냐고....




 

 

 

 

 

 







유제프 차프스키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를 재독했다. 가을에 있을 도서관 북큐레이션에 동아리 회원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해서 난 이 책을 선택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한 후에 다시 읽은 이 책의 느낌은 단지 기억만으로도 차프스키가 프루스트와 그의 글에 대한 완벽한 해석과 이해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꼭 연결되지 않아도 된다. 이유를 모르는 죽음 앞에서, 혹한에도 불구하고 하루 종일 노역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 저녁에 지친 몸으로 다닥다닥 붙어 앉아있다. 그들은 우리를 잠식하는 쇠약과 불안을 극복하고 뇌에 녹이 스는 것을 막기(P.10)’위해 강의를 듣는다. 군사학, 역사학, 문학 강의를 맡은 이들은 아무런 자료도 없이 오직 기억만으로 강의를 한다.

 

[우리는 지적 노동을 해서라도 무너지지 않아야 했다.

영하 45도까지 떨어지는 추위 속 노역으로 완전히 녹초가 된 채 마르크스와 엥겔스, 레닌의 초상화 밑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당시 우리의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주제에 대한 강의를 열중해 듣던 동료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당시 나는 감동에 젖어 프루스트를 생각하곤 했다.

-P. 10, 12]

 

춥고 좁은 곳에서 지친 몸을 이끌고 눈을 반짝이며 강의를 듣고, 오직 기억으로만 강의를 하는 어느 포로수용소에서의 사람들....그것만으로도 숭고하다. 비관이 지배하는 곳에서도 희망과 미래를 포기하지 않는 그들이 대단해 보인다. 정말 희망이 맞을까? 김연수 작가가 다시 내게 다가온다. ‘자신의 말이 맞지 않냐고 웃으며 얘기한다.


비관과 희망 사이에 왔다 갔다 하다, 맥주를 두 캔이나 마셔버렸다.

 

그리고 밤 산책을 나섰다. 휘영청 밝기도 한 달이 떠 있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 달이 어디에 있는지 찾을 수만 있다면. 마찬가지로 우리는 달까지 걸어가는 것처럼 살아갈 수 있다. 희망의 방향만 찾을 수 있다면.....

선생님, 저도 달을 향해 서 있고, 선생님도 또 저의 이웃들도 달을 향해 서 있어요. 모두가 각자의 달을 향해 서 있는 거예요. 그렇다면 달은 몇 개인가요? 저마다 각자의 달을 보고 있는 거라면 그건 아마도 달이 아닐 거예요.

-P.73~74, ‘진주의 결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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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3-08-04 23: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연수 작가 이 소설집 처음 읽을 땐 비슷한 기분이었는데요...두번째 읽으니까 애쓰고 잘쓰긴 하더라구요 ㅋㅋㅋ 희망 없고 절망이니까 시궁창이니까 그냥 다 죽어...이거보다는 필요한 일인 것도 같아요. 그럼에도 나는 희망을 가지라고 해야지 계속 사랑하라고 해야지- 하는 작가들도 필요하긴 함...그마저 없으면 진짜 도처가 칼부림일 것 같은 어두운 밤입니다...

페넬로페 2023-08-05 00:12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처음엔 약간 그런 기분으로 읽다가 두 번째에 집중해서 다시 읽었어요.
다시 읽으니 놓친 문장도 많이 보이고 작가가 말하고자 한 것도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근데 제가 최근에 체호프의 세계에 빠져버려 약간 비교가 됐어요. 내용이 아닌 형식에서 연수작가가 더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이 왜이리 무서워지는지 모르겠어요 ㅠㅠ

얄라알라 2023-08-05 0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달빛이 저리도 강렬했나요?^^ 밤산책 안전히, 시원히 다니시어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8-05 07:36   좋아요 2 | URL
1일에 뜬 달이 슈퍼문이라고 하네요. 저 사진은 2일에 찍은건데 거의 슈퍼문에 가까운 달이었던 것 같아요. 정말 크고 선명했습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밤에도 사람이 많아요. 그래도 조심하겠습니다^^

독서괭 2023-08-05 06: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 글 넘 좋네요! 다른 책 이야기로 넘어갔나 싶었는데 <이토록 평범한 미래>로 귀결! 아 제가 이런 리뷰를 쓰고 싶었는데 말입니다..
장편인가, 지치는 느낌, - 이거 좀 공감하고요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작가가 전 참 따뜻하게 느껴져서 좋더라고요^^ 마지막 인용문 가장 맘에 들었던 부분입니다!

페넬로페 2023-08-05 07:47   좋아요 1 | URL
자꾸 중요한 걸 놓치는 게 세상과 시국 탓이라 생각했는데 저 자신의 문제가 더 큰 건 아닌가하는 것을 이 책이 일깨워 주네요. 평범이라는 단어에 있는 의미도 좋았고요. 계속 희망과 따뜻함이 있는 미래를 생각해야겠어요.
저도 결국 저 문장을~~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문장이었어요^^

서곡 2023-08-05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드라마 다 봤답니다 끔찍해요 만연한 폭력이......최근 더 흉흉해져서 참......가급적 시원하게 주말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8-05 09:20   좋아요 1 | URL
드라마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근데 거기서도 계속 사람 죽은 장면을 보여줘 기분이 좀 그랬어요.
서곡님, 더위 잘 이기시고 건강하게 주말 보내시길요^^

청아 2023-08-0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발췌문 읽고 소름이 돋았어요. 같은 타령에 피곤했다는 말씀도 공감되고요.ㅎㅎㅎ

행복론,긍정론 이런 것보다는 차프스키의 글 처럼 우회해서 보여주는게 더 와닿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잃어버렸을 때 더 가치가 빛나는 것들을요. 궁극의 재독을 하셨다니... 늘 멋있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8-05 12:24   좋아요 1 | URL
마지막 발췌문에 여러 중의적인 의미가 있는데, 저 문장으로도 느끼는 것이 읽는 사람마다 다 다를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긍정과 낙관이 참 좋은데 연수작가님이 너무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어 조금 그랬어요.
근데 오죽 했으면, 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서현역 사건 소식 접하면서 세상이 정말 왜이리 변하는가에 경악합니다 ㅠㅠ
차프스키의 글은 언제 읽어도 좋아요.
날씨가 더워요
더위에 건강 조심하고요^^

새파랑 2023-08-05 2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쩌나 마주친 그대>는 송골매 아닌가요? ㅋ 페넬로페님의 글을 보니 저도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를 다시 읽어봐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08-05 23:44   좋아요 1 | URL
네, 송골매 노래 맞아요. ㅎㅎ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는 재독해도 좋네요.비장햐그 숭고하고~~
잃.시.찾과 연결되어 더 그런것 같아요^^

희선 2023-08-09 0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팔월에 뜬 슈퍼문 보셨군요 30일에도 슈퍼문 뜬다고 하더군요 저는 며칠인지 모르겠지만 달을 봤는데, 보름인가 하고 크네 했어요 그게 슈퍼문이었다니... 보름이 지났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보름보다 다음날이 더 크다는 말도 있더군요 희망이 없어 보이기는 해도 희망을 갖고 싶기도 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8-09 20:30   좋아요 1 | URL
보름에다 달도 커서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아요. 보통 음력 날짜를 신경 쓰지 않는데 달을 보면 혹시 오늘이 음력 며칠이지? 하는 생각을 가끔 합니다.

그래도 희망을 가져야겠죠!

얄라알라 2023-09-09 14: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북토크를 여러 군데 다녀오신 분과 얘기를 했는데, 청중 질문들이 암울한 미래를 전제하고 있더랍니다. 그에 대한 답변도 결국 ˝소확행˝하세요! 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신기했다고 그 분이 이야기 하셨는데,

페넬로페님 말씀을 곱씹어 생각하니, 우리에겐 어쩌면 현실 직시에의 압력보다도, 느슨하게 보고 차라리 낙관적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지 모르겠네요....밝은 이야기를 하는 분을 많이 보지 못해서, 갈증을 느낍니다.

페넬로페 2023-09-09 15:53   좋아요 1 | URL
저를 포함해서 대다수의 사람들이 암울한 미래를 예상하는 건 아무래도 지금의 현실살이가 힘들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김연수 작가도 그런 걸 아니까 자꾸 미래부터 보라고 하는 것 같고요.
미래에 대한 낙관이나 희망이 오히려 조소의 대상이 되는 세상이 되지는 않았는지 한 번 되짚고 넘어가는 계기를 이 소설이 준 것 같아요.
 
바쁜이를 위한 커피백 알라딘 아네모네 블렌드 #1 - 14g, 5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바쁜이를 위해서도 좋겠지만, 계속되는 폭염이 주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서도 이 커피가 유용하다. 커피백이라 간편하고 뜨거운 물에서 빨리 탈출할 수 있다. 아네모네 블렌드는 한 모금 마시고 난 후의 잔향이 좋다. 적당한 산미와 섞여있는 나머지 맛의 어우러짐이 잘 블렌딩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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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3-08-03 1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백은 드립백이랑 다른 건가요??

페넬로페 2023-08-03 19:30   좋아요 1 | URL
네, 드립백은 물을 천천히 부어주어야 하는데
커피백은 차 티백 같은 거예요~~
이 커피의 맛도 맘에 들었어요.

독서괭 2023-08-03 19:53   좋아요 1 | URL
오 그럼 저에게 필요한 커피예요! 이번달 커피쿠폰으로 사야겠어요. 감사합니다~^^
 
마지막 이야기들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30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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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작가가 말년에 쓴 10편의 단편 소설에 생각보다 오래 붙들려 있었다. 처음엔 읽기 쉬운 것 같았지만, 읽을수록 글이 깊어 그 의미를 받아들이는데 시간이 걸렸다. 노작가가 만들어 낸 문장에 먹먹해져 그대로 멈춰 있기도 했고, ‘히스클리프적(p.180)’느낌을 너무 잘 알 것 같아 오랜만에 책을 읽고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생각해도 모호해 끝가지 이해되지 않는 내용도 있었다.

 

 

나이 들어 뒤돌아 본 삶에 그 어떤 것이든 명확한 게 있을까?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미스 나이팅게일에게도 무엇 하나 확실한 것이 없다.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에서 피아노 레슨을 하며 외롭게 사는 미스 나이팅게일에게 여지껏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천재 소년이 찾아온다. 제자의 연주를 들으며 파라다이스를 느끼지만, 소년이 다녀가면 집안의 물건이 하나씩 없어지는 대가를 미스 나이팅게일은 치른다.

 

소년은 미스 나이팅게일에게 과거를 소환해 준다. 그녀는 홀로 된 아버지와 오랜 연인이었던 아내가 있는 남자가 자신에게 준 사랑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생각한다. 사랑이라 포장된 것에 사실은 자신을 붙잡기 위한 그들의 기만이 들어있었고, 그것에 이용당한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소년의 행동에도 자신을 향한 조롱이 있음을 느낀다. 미스 나이팅게일은 불안과 회환에 시달리지만, 그럼에도 자신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억만을 남겨 둔다. 자신이 느낀 감정만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살아가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진실 찾기는 의미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음악의 미스터리는 그가 연주를 마치고 그녀의 인정을 기다리며 지은 미소 속에 있었다. 그리고 미스 나이팅게일은 그를 바라보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걸 깨달았다. 그 미스터리 자체가 경이였다. 그녀는 거기서 아무런 권리가 없었다. 인간의 나약함이 사랑과, 혹은 천재가 가져다주는 아름다움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이해하는 데만 너무 골몰했으니까. 균형이 이루어졌고, 그것으로 충분했다.

-p.17, ‘피아노 선생님의 제자중에서]

 

그렇지만 행복의 기억만을 붙들고 살기에는 인간의 고독한 삶은 너무 길게 늘어진다. 과거의 회한을 안고 사는 여자는 미스 나이팅게일만이 아니다. <다리아 카페에서>의 애니타와 클레어도, <겨울의 목가>의 메리 벨라도 마찬가지이다. 사람에게 다가오는 사랑은 왜 그리 불공평하고 정당하지 않은지....결혼이라는 제도가 그러한 이유로 꼭 존재해야만 하는 건지, 아니면 결혼이라는 제도 때문에 그 사랑이 불행해지는 건지...어쨌거나 인생은 언제나 모호하다.

 

친구 클레어에 의해 자신의 결혼생활이 깨져버린 애니타는 언제나 다리아 카페의 한 자리에서 커피를 마시며 출판사에서 받은 원고를 검토한다. 이 카페는 시인에게 사랑하는 아내를 빼앗긴 이탈리아 남자, 안드레아 카발리가 잃어버린 아내에게 불멸성을 부여하기 위해 그녀의 이름을(p.47)’따서 문을 연 곳이었다.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 남편에게 버림받은 애니타에게 여전히 회한은 존재했지만 삶이 평온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자신보다 더 오래 남편과 산 클레어의 삶도 그리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차례로 공유한 남자의 죽음에 애니타와 클레어는 다시 연결된다. 그들의 재회는 예의바르고 차가웠지만 그 밑에 숨겨진 건 복잡함과 아이러니였다. 세월이 지나면 용서할 수 없었던 것도 흐릿해지고, 과거보다 남겨진 삶이 더 중요하다. 애니타와 클레어에게는 앞으로 긴 고독과 외로움만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배반을 주고받은 고통이 크지만, 고독을 함께 이겨 낼 과거의 우정이 절실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중에 또다시 후회하더라도 결코 그들은 과거의 관계로 돌아가지 못한다. 끝내 그럴 수는 없다. 돌이킬 수 없는, 지켜져야만 하는 인간의 자존심은 매번 절박함(p.62)’을 이겨낸다.

 

 

황무지와 가까운 외진 곳이며 고독감에 시달릴 수도 있는(p.181)’, 매서운 바람이 부는 황량한 장소에서도 목가적인 삶은 늘 있어왔다. 앤서니는 자신이 굉장히 히스클리프적이라고 느낀 마을에 잠시 머물렀고, ‘메리 벨라는 그를 사랑하게 된다.

 

결혼해서 두 딸아이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앤서니는 다시 돌아오지 말았어야 했다. 아니 돌아와 메리 벨라의 사랑을 확인해주고 잠시 동안의 행복을 주었어야 했을까? 그는 그곳에서 계속 살기를 선택한 그녀를 과거 속에만 머물게 하며 나머지 생을 절절한 고독 속의 겨울의 목가에 가둬놓는다. 몹쓸 인간 같으니라고. 히스클리프적이라 느낀 공간에 히스클리프를 남겨 놓고 그는 떠나가 버렸다. 그 나머지엔, 무시무시한 고독과 광기, 결코 뿌리치지 못할 한낱 희망만이 남아 있을 것이다. 히스클리프처럼.

 

[그렇듯 단순하게 메리 벨라에게 고독이 시작되었고, 과거에 그녀가 겪었던 그 어떤 고독보다 지독했다. 그녀가 살아오면서 너무도 자주 접한 고독들을 작아 보이게 만드는 그 무시무시한 고독은 불가사의한 것이기도 한 게, 그녀가 그 누구보다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 아직 곁에 있는데도 찾아왔던 것이다.....그의 목소리에는 분노도, 신랄한 짜증도 실려 있지 않았다. 하지만 인내심이 바닥나면 그 두 가지가 다 찾아올 터였다. 그다음엔 무관심, 경멸, 멸시가 이어질 터였다. 그녀는 왜 그걸 알까? 그는 왜 알지 못할까? 한때는 그가 선생님이었는데.

-p.203, ‘겨울의 목가중에서]

 

 

<레이븐스우드 씨 붙잡기>, <크래스소프 부인>, <모르는 여자>에는 불행이 있다.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에 힘듦만이 있는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것과 그 결과에는 비참함과 죽음만이 있을 뿐이다. 단지 추측뿐인, 목적만 있는 사람의 어긋난 생각들과 기대는 무력함만을 남기고 삶을 비극의 구덩이로 빠트린다.


-애도, 조토 디 본도네, 1305

 

이탈리아 파도바의 스크로베니 예배당에 그려져 있는 조토의 애도에는 10명의 천사들마저 그리스도의 죽음을 슬퍼하며 울고 있다. 기억을 잃은 그림 복원가인 콘스탄틴 네일러는 조토의 애도중 천사들만 있는 복제그림을 복원중이다.

 

창녀인 데니즈는 콘스탄틴에게 접근하고 그의 스튜디오로 따라가 그와 잠을 자지 않고도 돈을 받고, 그가 가진 돈 전부를 훔쳐 나온다. 그녀는 돈을 돌려주고자 마음먹지만 결국 돌려주지 않는다. 아마 그 돈으로 술을 마시며 당분간은 넉넉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기억나진 않지만 콘스탄틴은 그림을 그리는 동안 그와 함께 있었던 누군가를 기다린다. 예수의 죽음을 애도하며 슬피 우는 천사의 눈물은 창녀 데니즈와 기억을 잃어버린 남자에 대한 연민인지도 모른다.

 

 

작가 프루스트는 예술에 있어 역사적인 사건은 새의 지저귐보다 덜 중요하다고 주장(p.36, ‘프루스트와 함께하는 여름’, 책세상했다. 트레버 작가는 단편소설을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P. 241)”이라고 했다. 윌리엄 트레버의 마지막 이야기들에는 거창한 역사적 서사가 없다. 단지 소소한 삶의 단면만이 있을 뿐이다. 전쟁, 홀로코스트, 식민지의 삶이 없어도 우리가 만나고 겪어야 할 평범한 삶은 묵직하고 견디기 힘든 것이 많다.

 

작가는 인생의 길 위에 있는 우리들에게, 삶이란 확실한 건 아무것도 없으며 이해 못할 것도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들이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어야 할 덕목은 인간에 대한 연민이라고 말한다. 각자가 치러야 할 치열하고도 고독한 삶에 울고 있는 천사의 눈물 한 방울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랑까지는 없더라도....


문학동네판의 마지막 이야기들의 표지가 정말 마음에 든다.


나도 다리아 카페에서의 애니타가 되어 본다.

10편의 단편 중 이 소설이 제일 마음에 와 닿았다.

 

[집을 판다는 표지판이 치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집에서 산다. 클레어가 쓸쓸한 고독 속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그걸 애니타는 지금 뒤늦게 쓸쓸한 고독 속에 받아들인다. 사랑이 오기 전, 우정이 더 나은 것이었을 때 있었던 모든 것을.

-p.64, ‘다리아 카페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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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7-30 23: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드디어 읽으셨군요~!! 전 이 책 너무너무 좋았습니다 ㅜㅜ

마지막 사진 ‘다리아 카페‘에서 찍으신거 같아요 ㅋ

트레버의 책 국내출판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페넬로페 2023-07-30 23:52   좋아요 2 | URL
저도 정말 좋았고, 아직까지 여운이 많이 남아 있어요.
트레버의 책이 있는 곳이 모두 다 ‘다리아 카페‘ 아니겠습니까, ㅎㅎ
트레버의 소설, 전작 읽기 하고 싶네요.

책읽는나무 2023-07-30 2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소한 삶의 단면,
인간에 대한 연민.
페넬로페 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그래서 트레버의 작품이 찡하게 좋더군요.

각자가 치러야 할 치열하고도 고독한 삶에 울고 있는 천사의 눈물 한 방울 정도는 있어야 진정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사랑까지는 없더라도....
캬....이건 반칙입니다.ㅋㅋㅋ
이 책을 읽는다면 이런 명문장이 절로 나온다는 거죠?^^
책표지가 예뻐서인지 사진도 이쁘군요.♡

페넬로페 2023-07-31 01:39   좋아요 0 | URL
여운과 울림이 많았어요.
책나무님 말씀처럼 찡하게 좋았어요.

그리고 네네, 그렇게 됩니다.
트레버 작가의 글이 저절로 느낌을 갖게 해줍니다.
이 책, 책나무님 책탑에서 본 것 같아요.
책나무님의 ‘다리아 카페‘도 기대하겠습니다^^

희선 2023-07-31 0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누구의 삶이든 쉽지 않고 이야기가 되기도 하겠지요 친구와 남편한테 배신 당하면 마음이 아프겠네요 혼자 남은 사람도 쓸쓸하겠다 여기면서도 앞으로 혼자 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혼자서도 꿋꿋하게 잘 살면 되죠 소설을 보면 그런 분위기가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이 끝나고는 그렇게 살지 않을지, 그러기를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7-31 01:44   좋아요 2 | URL
우리 삶의 단면들이 다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우리와 정서가 조금 달라서인지 이 책에는 결혼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혼자서 잘 살면 되는데 이 책에서 제가 느낀 건 절절한 고독과 외로움이었어요.
그래서 살아나가면서도 왠지 안타깝고도 절박한 느낌이 들 것도 같았어요.

자목련 2023-07-31 0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의 리뷰로 천천히 마지막 이야기를 듣습니다. 가만히 커피를 마시며 누군가 들려주는 삶의 조각들을 듣는 기분, 행과 불행을 구분하는 일은 아무 의미가 없구나 싶기도 하고요. 좋은 리뷰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0:04   좋아요 3 | URL
트레버 작가의 깊이를 따라가다보니 쉽지 않아 이 책을 다 읽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어요.
사람마다 이 단편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다 다르겠죠.
그게 무엇이든 그 밑에는 ‘삶‘이라는 것이 깔려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청아 2023-07-31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 경우에도 트레버의 글이 빠르게 읽어지지는 않더군요. 그럼에도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는 매력에 꾸준히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저도 읽고 싶어집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2:39   좋아요 3 | URL
트레버 작가의 글에 많은 여운과 울림이 있어 생각할 것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빨리 읽혀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천천히 읽을수록 이 작가를 더 사랑하게 됩니다 ㅎㅎ
가을이 되기 전에 읽으세요
가을과 겨울에 읽으면 더 맘이 아플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3-07-31 19: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지지만 여유있게 읽기위해 조금 느긋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페넬로페 2023-07-31 19:00   좋아요 1 | URL
ㅎㅎ~~네,
항상 읽어야 할 책이 많으시니까요^^

2023-08-01 0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09:2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