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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몸의 시간은 젊게
정희원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1월
평점 :
며칠 전에 아버지 기일이 있었다. 재작년부터 몸이 많이 안 좋으신 엄마와 엄마를 케어하고 있는 둘째 언니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에 사는 형제들만 오빠의 집에서 지내는 제사에 참석한다. 직장생활과 함께 육아까지 병행해야 하는 조카들도 참석하기 힘들어 아버지의 제사는 나이 들어가는 자식들만 모여 조촐하게 지내는 연례행사가 되어가고 있다.
제사상 앞에 무릎을 꿇고 차례로 제주(祭酒)를 올릴 때, 오빠와 형부의 뒷머리가 휑한 것(좀 많이)을 볼 수 있었다. 오빠야 대머리가 유전인 집안의 사람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해도 형부의 머리가 저 정도까지 빠질 줄은 몰랐다. 머리숱이 많은 집안의 유전자를 가진 남편은 이번 달부터 고지혈증 약을 먹게 되었다고, 이제 평생 약 먹는 사람이 되었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게 뭐 그리 떠벌릴 말이며, 약을 먹어야 할 지경이 됐는데도 왜 담배는 끊지 않는지 절대 이해가 되지 않기에 나는 남편을 원망의 눈초리로 쏘아본다.
제사를 마치고 술을 곁들인 식사와 후식까지 먹고 설거지 할 때가 되어서야 우리는 전자레인지에서 데운 생선을 꺼내지 않고 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갈 때, 올케 언니가 싸준 제사 음식이 든 쇼핑백을 들고 지하주차장에 내려갔는데, 차에 탄 언니가 가방을 오빠네 집에 놔두고 그냥 온 사실을 또 알게 되었다. 오빠의 아들인 Y가 잽싸게 올라가 다시 들고 내려왔다. 우리는 이러한 멍청하고 기가 찬 사건들에 전혀 놀라거나 서로에 대해 원망하지 않았다.
집으로 가는 도중이 아닌 지하주차장에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된 게 그나마 다행이고, 전자레인지에 덩그렇게 놓였던 생선은 다음에 먹으면 되는 거고, 누군가가 먹기 시작한 고지혈증 약은 이미 자신들이 먹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허무하고 속상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른 물리적 노화는 받아들여야 하는 게 당연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암과 알츠하이머치매만은 걸리지 않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질 뿐이다.
딸아이가 책상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볼 때가 있다. 책상에는 노트북과 아이패드가 동시에 켜져 있고,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져 있으며 귀에는 무선 이어폰이 꽂혀 있다. 외출할 때는 헤드셋을 쓰고 나간다. 지하철을 타면 잠을 자거나 아님 핸드폰을 볼 것이다. 하루 종일 귀와 눈이 전자기기에 연결되어 있다. 랜싯위원회에서 치매 발병 위험과 관련된 연구를 종합해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언가를 시도해볼 수 있는 치매의 예방 가능한 요인 중 청력저하가 8%나 된다.(p.129) 흡연 5%, 우울 4%, 음주 1%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런 딸아이가 나중에 나이 들면, 아니 나와 우리 형제들의 나이에 이르기도 전에 건강을 잃으면 어떡할지 걱정된다.
-p.81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의 정희원 저자는 ‘시계는 하루 24시간만 가지만 몸과 마음은 하루에 28시간, 36시간, 48시간씩 늙어가는(p.5)’ 우리시대 가속노화의 현상을 우려한다. 이 책의 부제목인 ‘당신의 삶이 노화의 속도를 결정한다’는 말처럼 건강하게 잘 살려면 젊었을 때부터 전반적인 일상의 삶 전체를 잘 챙기면서 살아야 한다. 《내재역량》은 신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인 기능, 질병 유무, 혈압, 운동시간, 적절한 휴식, 마음챙김, 인생의 목표와 자기효능감 등이 골고루 잘 구성된 것이다. 이러한 필수적 조건이 균형적으로 잘 갖춰져야 느리게 나이 들 수 있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일시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p.83
미국병원협회와 미국노인병학회에서 보급한 4M은 내재역량을 개선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노년의 삶에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이동성과 질병 없음은 더 강조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저자는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것뿐 아니라 정신적인 요소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시대의 소비자본주는 건강을 해치는 가장 위험한 원인이 된다. SNS 중독, ‘불편을 최소화하고 행복을 최대화하려는 노력(p,7)’, 포모증후군(자신만 뒤처지고 소외될까 두려움을 느끼는 증상), 쇼핑앱의 소비를 부추기는 자극, 집중하지 못하는 주의력 결핍 상태는 육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며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되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항노화에 좋다고 알려진 항노화 수액, 호르몬 보충요법, 줄기세포요법, 뇌영양제 등의 효과도 검증되지 않은 것이다. 정신적인 건강을 위해 덜어내기의 기술, 마음챙김, 좋은 수면, 명상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건강하게 나이 드는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일단 초가공 식품, 단순당, 정제곡물을 섭취하지 않는 것이다. 콜라, 사이다, 시리얼, 밀가루나 흰 쌀로 만든 음식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술, 담배는 무조건 좋지 않다. 걷기나 달리기 같은 유산소운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근력운동이다. 일주일에 두세 번 고강도나 중강도 운동도 필요하다고 한다.
모르는 게 아니다.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다만 실천하기가 힘들 뿐이다. 콜라, 사이다, 시리얼은 평소에 잘 먹지 않지만 문제는 밀가루다. 식탁에 차릴 음식에 밀가루를 없애려면 하루 세 끼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몸에 좋다는 두부, 렌틸콩, 귀리도 계속 먹으면 우울증에 걸릴 거다. 건강해지려면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하지만, 음식이 주는 스트레스도 많다. 좋은 음식을 준비하기 위한 노동 강도, 비슷한 음식을 계속 만들어낼 수밖에 없는 요리 실력의 한계, 새로운 것을 찾는 사람의 입맛 등도 고려해야 한다.
시어머니를 뵈러 갈 때 얼큰한 순두부찌개를 포장해 가면 굉장히 좋아 하신다. 집에서는 결코 그 맛이 나지 않는 MSG가 가득 들어간 짜고 얼큰한 것이 몸에 좋지는 않겠지만, 그것이 식욕이 없으신 어머니가 밥을 많이 드시고 기분이 좋아지게 만들 수는 있다. ‘몸에 좋지 않은 음식을 자제하고 이왕이면 좋은 음식을 먹어야 건강에 좋다’는 말로 저자의 의도를 받아들이겠다.
얼마 전에 자동차 지붕에 머리를 세게 부딪친 일이 있다. SUV가 아닌 일반적인 자동차를 차려면 몸을 숙이고 차에 타야 한다. 그날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아직도 나 자신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자동차 앞문을 열고는 몸을 숙이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자동차에 이마를 완전 세게 부딪쳤다.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 아팠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엄청나게 맞고도 다시 일어나 상대방을 때려눕히는 주인공을 믿지 않게 될 정도였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통증도 문제지만 이러한 나의 행동이 정말 창피했다. 세상에 몸을 숙이지 않고 자동차를 타려는 미치광이가 어디 있느냐 말이다. ‘내가 정말 왜 그랬을까?’하고 지금 생각해도 도무지 모르겠다. 그날 뭔가에 씌인 것이 분명했다.
유감스럽지만 나의 나이듦에 대한 토로는 전혀 먹히지 않는다. 내가 요즘 어떠하다는 말을 하면 듣는 사람은 ‘난 벌써부터 그랬어. 너는 그 정도면 아주 건강한 거야.’라고 일축해 버린다. 남편은 “천하의 페넬로페가 왜 이렇게 됐어”라며 탄식하지만 그가 나를 위해 뭔가를 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번 생에 내 팔자에 없는 큰 아들이 되어가고 있다. 시어머니께서는 ‘나는 니 나이때는 펄펄 날아다녔다.’고 말씀하신다. 하나밖에 없는 딸자식은? 그저 슬프게 웃지요.
늙는다는 것은 철저히 개인적인 것이고 그것의 인식도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다. 그러니 내 건강은 내가 지켜야 하고, 힘들지만 노력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짧고 굵게 산다는 것’은 그저 말로만 가능한 세상이 되었다. 우리는 이미 길게 사는 시대에 살고 있고 얼마나 효율적으로, 건강하게 잘 사느냐의 문제만 남겨져 있다. 그건 물론 각자의 노력의 결과로 결정되겠지만 사회나 국가가 해주어야 할 일도 많다. 국민 개개인의 건강에 신경 쓰는 정부를 원한다.
tvn의 유퀴즈를 통해 ‘노년내과’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고, 거기에 출연한 ‘정희원 교수’의 말이 좋았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우리가 건강을 챙겨야 할 이유와 방법을 과학적, 의학적으로 어렵지 않게 잘 알려주어서 나의 현재 상태를 구체적으로 인식하게 해주었다. 나에게 필요한 구체적인 실천 계획도 세울 수 있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나 자신을 잘 챙겨 되도록 병원에 가지 않는 노년을 맞이해야겠다는 결심도 했다.
-죽을 때까지 책을 읽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페넬로페가 되기 위한 다짐 :
★ 무조건 정신 차리며 살기.
★ 귀찮은 일상의 일(설거지, 청소, 빨래)도 건강하니까 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
★ 무소의 뿔처럼 흔들리지 않기.
★ 담담하고 의연한 삶의 자세.
★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시간 완전 줄여 집중력 회복하기.
★ 렌틸콩과 올리브유 먹기.
★ 헬스장 다시 등록하기.
★ 맥주와 과자 먹지 않기.
★★ 페넬로페, 아자아자!!
[사람의 몸과 마음은 2,3차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한 가지 요소가 무너져 있으면 악순환은 끝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악순환의 원리를 이해하고 광범위한 노력으로 그 원동력을 약화시키는 것이 합리적이고 효과적인 해결방법이다. -p.8
노화의 재설계는 습관부터 시작하고 자각해야 한다. 나쁜 습관회로를 없애고 좋은 습관회로를 만들어야 한다. -p.54~56
안 아프고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으면서도 스스로의 가속노화 사이클을 돌보지 않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제는 인류가 기후변화에 무심한 것과 무척 비슷하다. .....기후변화와 마찬가지고 노화와 건강, 질병은 사람들이 금기시하는 죽음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스스로의 삶에 직접 대입해보는 것을 꺼린다. 나아가 올바른 습관을 형성하기 위한 노력이 당장 눈에 보이는 변화를 만들어내지 않으므로 그러한 습관 자체를 돌아보지 않으려고 한다.
- p.195~1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