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플 가입;
오랜기간동안 알라딘에서 책을 구입해왔지만
알라딘서재에 들어가 여러 책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와 평점을 잘 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책은 읽는 사람에 따라 그 느낌이나 감상이 달라지므로
내가 읽는 책의 평가는 오롯이 나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손재주가 정말 없는 나는 그것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기 싫어 손으로 하는 것 대신 그냥 ‘보는걸‘ 좋아한다.
독서를 하고, 영화, 뮤지컬을 보러 가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가는것은 손재주가 필요없으니
내가 즐겨 할 수 있는 것이다.
딸아이를 키우면서도 둘이서 뭔가를 만들며 놀지 않았다. 책을 읽어주고 도서관이나 박물관 같은 곳으로
마구 데리고 다녔다.
손으로 하는 것 대신 보는 것!
그러나 그것은 실체를 남기지 않는다.
나의 인식과 사고에만 영향을 끼치고
나한테만 뭔가를 남긴다.

나의 지인중의 한 분은 손재주가 뛰어나 그림도 그리고 캘리그라피로 카드도 써주시고, 뜨개질도 잘해서
가방이나 파우치를 선물해 주시기도 한다.
그 분이 잘하는 것은 실체가 있고 감탄스러우며 명확하다.
그런 그 분을 보며 나의 책읽기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만질 수 없이 그저 나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것도 좋지만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구체적이고 보여주는 것에 대한 욕심도 살짝 생겼다. 책읽기에 더해서 약간의 의미도 부여하고 싶어 책을 읽고 나서 짧은 리뷰라도 남겨보자고 결심했다.그 전엔 노트에 책에 대한 감상을 적어 왔었다.
처음엔 블로그를 할까 고민해봤는데 사실 나도
다른 사람의 블로그를 잘 방문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별로 내키지 않았다.
바로 그때 책을 검색하기 위해 알라딘에 들어갔는데
알라딘 창의 아랫부분에
‘북플 가입, 적립금 1000 원‘ 이라는 글을 발견했다.
얼른 클릭하고 닉네임 정해서 북플을 시작했다.

♧나의 닉네임, ‘페넬로페‘ 에 대해서;
대부분 나의 북플 친구들은 나의 이름 ‘페넬로페‘를 트로이전쟁에 참가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20년이나 기다리는 오뒷세우스의 아내의 이름에서 가져왔다고 생각할 것이다.
사실 ‘페넬로페‘ 라는 이름은 아주 오래전에 읽은 지금은 절판된 로자문드 필처의 소설, ‘조개줍는 아이들‘ 의 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그 소설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고 ‘페넬로페‘ 라는 여자 주인공의 성격과 행동, 생각이 너무 좋아 나도 그런 여자로 살고 싶었다.
페넬로페가 오뒷세우스의 아내 이름이라는 것은 한참 지난후에 알게 되었는데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것!
그건 쉽지 않고 고통스럽지만 매력적인 것이다.
결국 오뒷세우스는 돌아온다.

♧여기 북플 친구들, 그들은 괴물인가? 요정인가?
막상 북플에 들어오니 북플친구들이 정말 대단했다.
인간에게 주어진 시간은 분명 24시간인데 그들은 언제 그렇게 책을 읽고 긴 글을 써내는지 궁금하다.
밥은 먹는지, 또다른 일상생활이 있는지!
그들은 아마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
모든걸 마녀에게 지시하고 무한히 변신할 수 있는 악마의 대장, 메피스토펠레스 아니면
이슬만 먹고 사는 요정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especially thanks to 겨울호랑이님, 서니데이님!
이렇게 북플친구들에게 기죽고 의기소침해져서
ㅡ내가 읽는 책이 아무것도 아니고 나의 글솜씨가 너무 형편 없어서ㅡ
북플에서 그냥 나가버릴까 고민하고 있을 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좋아요‘ 를 눌러주신
‘겨울호랑이‘ 님과 ‘서니데이‘ 님께 특별한 감사를 드린다.
범접할 수 없는 겨울호랑이님의 독서력.
거의 매일 일상의 아름다움을 긴 페이퍼로 남겨주시는
서니데이님!
그 두 분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었고
지금까지도 이곳에 눌러있게 해주셨다.
그렇게 견딘 덕분에 서재의 달인으로 선정되었다.
다시 한번 두 분께 감사드린다.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
책에 대한 얘기를 쏟아놓는 곳에 책얘기만 있다면
그것이 당연한 듯 보일지 모르나
사실은 그것처럼 재미없고 매력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책얘기뿐만 아니라 삶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풀어놓는 북플친구분들께도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솔직하고, 담백하고, 재미있고, 우울하고, 슬프고, 멋진 일상의 얘기들을 들려주시는 셰에라자드님들이 만들어주시는 아라비안 나이트가 너무나 재미있다.
덕분에 나도 용기내어 한번씩 나의 얘기도 털어놓을 수 있다.
그냥 한번씩 내 얘기를 툭 던져놓을 수 있고 그 얘기를
들어주시는 분들이 있는 이 공간이 좋다.

♧2020년엔;
북플친구분들이 올려주시는 좋은 책에 대한 리뷰가 너무 많아 고민이다. 읽어야 할 책은 많은데 잘 읽지를 못한다.
마음은 바쁘고 눈은 따라오지 못해 초조하기도 하고 뒤쳐지는 느낌도 받아 두서없이 책을 읽은것 같다.
2020년엔 좀 더 정돈되게 책을 읽고
뒤쫓아가기보다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독서를 해야겠다. 한 달에 한 권은 꼭 집에 있는 책을 읽겠다.
좀 더 부지런해지고 성실한 내가 되어보자.

♧책을 읽는다는 것;
우리는 왜 그토록 책을 사랑하고 책읽기를 좋아할까?
그러한 책읽기로 그만큼 성숙하고 다른 사람이 되고 있을까?
혹시 책읽기가 밖으로 나가기 싫은 우리의 방어벽이 되고
안일함을 추구하는 도구가 되지는 않았나?
책을 읽고 나서 더 많은 질문과 사회적 참여가 이루어졌을까?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보다 나의 인격이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분명 나의 책읽기는
이러한 고민과 반성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친애하는 ‘북플‘친구님, ‘알라딘서재‘ 친구님!
책으로써 관계맺고 서로 공감하고 위로해주는
친구분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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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28 0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13: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19-12-28 13: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 페넬로페님, 2020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복작복작 아기자기한 알라딘 세상 만들어요.....ㅎㅎ

페넬로페 2019-12-28 14:21   좋아요 0 | URL
syo님 감사합니다^^
2020년에도 좋은글 많이 남겨주시고 책을 통한 만남 잘 이어가길 기대합니다**

서니데이 2019-12-28 13: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올해 알라딘서재를 통해서 만날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어요.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따뜻한 연말과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19-12-28 14:23   좋아요 1 | URL
올해 서니데이님과 함께 즐거웠어요~~
내년에도 즐겁고 행복한
책세상 만들어가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9-12-28 2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12-28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레삭매냐 2019-12-30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북플에 무시로 올라오는 리뷰
에 현혹되어 마구잡이로 책을 사
들여 결국 후회가 막심한 한 해였
습니다.

새해에도 열심히 달려 보아요.

페넬로페 2019-12-30 10:42   좋아요 0 | URL
레삭매냐님께서 올려주시는 리뷰의 작가는 제가 잘 모르는 분이 많았어요~~
덕분에 제가 레삭매냐님께 많은 도움을 받은 한 해였어요^^
감사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배우겠습니다^^

서니데이 2019-12-31 2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새해인사 드리러 왔습니다.
2020년 경자년에도 건강하고 행복하시기를
그리고 소원을 이루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페넬로페 2019-12-31 23: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한번도 본적이 없지만 우리가 사랑하는 책을 통해 만난 인연들이 이토록 정겨울수가 있을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하시는 일 더 잘되시기를 기원합니다^^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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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사람, 하정우‘ 는 걷기에 중독된 배우 하정우가 걷기를 비롯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에세이이다.
‘ 신이시여.
당신께서 예비하고 계획하시는 일,
그저 묵묵히 따라 걸어갈 수 있도록
제게 건강한 두 다리만 허락해주십시오.‘
라고 시작되는 이 책은 걷기에 대한 예찬과
배우, 감독, 화가라는 여러 직함을 가진 하정우가 지향하는
삶에 대한 관점과 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기대를 많이 하지 않고 이 책을 시작했는데 생각보다는
하정우라는 배우가 얘기하는 것이 썩 괜찮았다.

난 배우 하정우를 영화에서만 만난다.
하정우의 영화중 처음 봤던게 ‘추격자‘ 이다.
그때 딸아이가 6살 즈음이었는데 딸아이는 한 번 잠들면
중간에 깨지 않고 깊이 잘 자는 편이어서 육아에 지친 나는
그때 딸아이를 재워놓고 남편과 심야영화를 많이 보러 다녔다.
남편이라고 하지만 남편과 모든 것에 뜻이 맞는건 아니라서
ㅡ참고로 나의 남편은 거의 책을 읽지 않고
(여기 북플의 남자분들은 그렇게나 책을 좋아 하시던데),
액션 영화를 좋아하고 열린 결말을 싫어한다.
얼마전 종방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에서 염혜란배우가 오정세배우에게
‘당신은 행간이 없어서 좋아‘ 라고 했는데
나의 남편도 행간이 별로 없는 사람이다.그런 성향이 나와 잘 맞지 않는데 그것이 또한 남편의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만큼 순수하고 긍정적이면서 세상을 꼬아보지 않는다.
난 ‘걷는 사람, 하정우‘ 를 계속 삐딱하게 읽었던 것 같다.

ㅡ같이 영화를 보려면 내가 맞추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선택한 영화가 ‘추격자‘ 인데 잔인하고 섬뜩해서 거의 눈을 반쯤 감고 봤던 기억이 난다.
하정우는 그 영화에서 연쇄살인범으로 나왔는데
특유의 무표정하고 약간 비웃는듯, 웃는 듯 하는 그 표정에
그 역할이 잘 맞았던 것 같다.
그 다음 본 영화가 ‘황해‘ 였는데 그것도 엄청 잔인한 영화였다.
그 뒤로도 하정우가 나온 영화는 거의 빼놓지 않고 봤는데
이상하게 나는 이 배우에게 큰 매력을 못느낀다.
표정이 하나도 변하지 않고 항상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추격자, 황해, 1987 에서는 김윤석에게 밀리고
터널에서는 배두나에게, 암살에서는 전지현에게,
군도에서는 강동원에게, 범죄와의 전쟁에서는 최민식, 김성균에게,
어제 본 백두산에서는 당연히 이병헌에게 밀리는 느낌을 받는다.
너무 당연한 걸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무언가에 몰두하고 그것을 계속 해나가기는 쉽지 않은데
하정우의 필모그라피는 빽빽하게 채워져 있고
그의 걷기는 거의 중독수준이다.
그만큼 이 배우는 뭔가를 추구하며 노력하며 살고 있고 성실하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성실과 자신의 삶을 보여주는데
글이 현란하지는 않지만 간결하고 진솔해서 좋았다.
앞으로 누구에게 밀리지 않는 ‘하정우‘가 돋보이는 영화를
보고 싶은 바람과 함께 계속 이대로 그의 삶의 행보가
이어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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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9-12-24 16: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크리스마스 인사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께서도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

서재의 달인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19-12-24 16:59   좋아요 0 | URL
후애님! 감사합니다^^
근데 서재의 달인이 뭐죠?

후애(厚愛) 2019-12-24 17:15   좋아요 1 | URL
서재의 달인은 알라딘에서 매년마다 서재활동을 많이 하신 분들을 선정합니다.
서재의 달인이 되신 분들께 집으로 기념품을 보내 드려요.
그리고 2019년 앰블럼도 받습니다.
왼쪽에 2019년 앰블럼이 보이시죠?.^^
제가 제대로 설명을 잘 못하는 편이라..^^;;;


서니데이 2019-12-24 18: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019년 서재의 달인 북플마니아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이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되세요.^^

페넬로페 2019-12-24 23:21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초딩 2019-12-24 23: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앙 페넬로페님 서재의 달인 선정 축하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요

페넬로페 2019-12-24 23:44   좋아요 0 | URL
초딩님!
감사합니다^^
서재에 글쓰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하는 방법도 잘 모르고 ㅎㅎ
아무튼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메리 크리스마스^^

초딩 2019-12-24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blog.aladin.co.kr/zigi/11383701

겨울호랑이 2019-12-27 1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지난 한 해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페넬로페 2019-12-27 20:10   좋아요 1 | URL
겨울호랑이님! 항상 저의 글을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겨울호랑이님의 범접할 수 없는 독서력에 존경을 표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이끌어 주십시오^^
 

‘독서모임 꾸리는 법‘ 은
책을 읽고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토론하는
‘독서모임‘ 의 좋은 점과
모임을 운영해 나가는것에 대한 고충을 얘기하며,
결국은 ‘소소한 장치‘ 가 필요하다고 하는
독서 모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과 모임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는 노하우가 들어있는 책이다.

나는 지금 두 개의 독서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하나는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고전 읽기 모임이다.
그리스 로마신화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 소포클레스등의 그리스 비극, 그리고 고전 반열에 든 소설을 읽는다. 동아리의 리더는 책에 대한 지식이 아주 풍부한 분이 맡고 계시는데 그 분이 준비해오는 논제는
깊이 있고 심오하며 명쾌하다. 이러한 책들을 읽어내기가 쉽진 않지만 ㅡ어쩔수 없이 모임 날짜가 다가오면 주변의 것들에 신경 쓰지 않기 위해 도서관으로 향한다ㅡ끝까지 읽고 모임에 참석하면 항상 그 이상의 것을 얻는다.
내가 ‘클래식‘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혼자서는 절대로 이런 책을 읽어내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독서모임에 참가하는 이유 중의 한가지는
이렇게 벽돌책을 읽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독서모임은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때 학교 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독서 모임을 만들었는데ㅡ
박근혜 정부시절 전국의 학교에서 학부모 독서모임을 장려했다 ㅡ그때 중1, 중2 엄마들로 구성된 모임이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한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내가 사는 곳은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붙어 있는데 이곳의 아이들은 대다수가 9년 동안 이 붙어있는 학교를 다닌다. 그러니 한 다리만 건너면 거의 아이의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만큼 오픈된 곳이고 그런 아이들의 엄마들이 모여 결성된 독서모임이다보니 책보다는 잿밥에 더 관심을 가진 회원도 있었고 토론보다는 산으로 가는 배에 탑승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니까 이 모임은 지금 7년차에 접어드는데 그동안 동아리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뀔만큼 파란만장했고 내 인생에서 이렇게나 다양하고 개성 넘치고 이상한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겠나싶게 갈등과 힘든 일이 많았고,
여러가지 우여곡절 끝에 지금은 책을 무지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들 8명만 남아 안정적이고 발전적으로
독서모임을 꾸리고 있다.

그리고 드디어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가 이 책을 바탕으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규칙과 소소한 장치들을 만들어 명문화시켰다.
이것을 하기 위해 7년의 세월을 마늘과 쑥을 씹으며 기다려야 했다.
독서모임을 해가면서 내가 깨달은 것은 사람은 참 이기적이며 자신과 상관없을 땐 굉장히 착하고 쿨하지만 자신과 연관되어 있을땐 누구나 다 화를 내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을 공격하고 남의 의견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이 가진 틀도 잘 깨지 않는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통해 사람공부도 많이 한 셈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런 갈등의 많은 원인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독서모임은 단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더 많고 끝까지 남은 회원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는 분들이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 은 굉장히 얇은 책이지만 이 책에 독서모임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노하우가 거의 들어 있어서 굉장히 유익했다. 여러 해동안 독서모임을 운영해 온 작가의 경험과 고충이 들어 있으며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 더 좋은 운영 방식을 소개하고 있다.독서 모임을 하면서 계속 옆에 두고 참고해도 좋을 책이다.

나는 한 달에 한 번하는 이 7년차 모임에 참석하면서 1번 정도 결석했고 ‘앵무새 죽이기‘ 한권만 끝부분을 안읽어 간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책을 읽어 갔다.
무엇이 날 그렇게 만들어서 애정과 애증이 교차하는 이 모임에 그렇게 꾸역꾸역 참석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이 모임을 통해 아이의 사춘기를 견뎠고 나의 일에 대한 스트레스를 이겨낸 것 같다.
그렇게 성실한 책읽기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면 언제나 존재하는 일탈적이고 몰상식적인 문제적 인간들을 뒤로한 채 나자신을 많이 성숙시켰으리라고 생각한다.




* ‘평생 책만 읽는 것이 내 단 하나의 소망이었다.‘ ㅡ
앤디 밀러

* 여러 가지 문제와 고민 앞에서 지치지 않고 계속 즐거운 마음으로 책 읽고 모임을 꾸려 나가기 위해서는 그런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돕는 ‘소소한 장치‘ 들이 필요했습니다.

* 독서모임을 하고 싶어 하는 이유
규칙적 독서
독서 편식 개선
감상 공유
생각 정리 + 말하기 훈련
인문학 공부
책을 통한 친교

* 독서모임에는 규칙이 필요했습니다.
2회 연속 결석시 탈퇴
가능한 모든 회원이 책을 완독하는 것입니다.
독서모임에서 독서는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소소한 규칙들이 만들어 준 견고한 장치

* 어떤 모임이든 참여하고 싶다면 그전에 자신의 결석과 지각과 배려 없는 발언이 상대나 모임 운영자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꼭 한 번 미리 고민해 보기를 권합니다.

* 오랫동안 ‘책 친구‘ 로 지내기 위해서는 꾸준히 읽자고 독려하고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는 만큼 모임의 규칙을 지키려는 태도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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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19-12-16 22: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모임에 그것도 두 개의 모임에 참여하신다는게 대단하십니다 7년 동안 한 모임을 유지한다는 것은 페넬로페님의 책과 지혜에 대한 사랑이겠지요 존경스럽습니다^^

페넬로페 2019-12-16 23: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파이버님!
7년동안의 독서모임이 저를 많이 성장시켰더라구요^^

박종선 2019-12-2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독서모임두곳을소개해줄수있는지요.무슨내용으로운용되며차이가무었인지요

2019-12-21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레이야 2019-12-25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독서 모임 꾸준히 두 군데나. 대단하세요. 쉽지 않은 일이던데요. 유용한 책 같아요. 해피크리스마스~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19-12-25 08:42   좋아요 1 | URL
네 이 책은 독서모임을 꾸준하게 꾸려오신 저자의 경험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것 같았어요^^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시기를 바래요, 프레이아님**
 
밀크맨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1주일에 한 번은 꼭 책에 대한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읽기를 끝낸 책이 없어 처음으로 나의 신변잡기에 대한 페이퍼를 써본다.
일ㅡ나는 하루에 3시간 정도 재택근무를 한다. 3시간이 정해진건 아니고 상황에 따라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기도 하는데 요즘은 일이 많이 줄어든 상태이다. 일을 하려면 그에 대한 준비도 해야하는데 어떤 때는 그 준비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에 보통 운동, 집안일, 책읽기를 한다.
이번주는 시댁에 김장을 하러 가야했다.그런데 그 전날 밤에 갑자기 몸이 너무 아팠다.결국 김장하러 못가고 김치만 얻어왔다. 난 그렇게 염치가 없다.

책에 대한 욕심으로 여지껏 중고를 포함해서 책을 많이 샀다.당연히 다 읽어내지 못하고 쌓아놓는 경우가 많고
어떨 때는 집에 있는 책인지도 모르고 다시 주문을 하기도 한다. 그런 내가 한심스러워 당분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기로 했다.그런데 더 한심스러운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북플에서의 리뷰를 읽고 그 책에 대한 욕심이 생겨나 책을 대출하고, 예약하고, 같은 구에 있는 도서관끼리의 상호대차 신청하고, 희망도서 신청하고...
그러니 수시로 책 도착했다고 문자오고 집에 다시 책이 쌓이고, 당연히 읽어내지 못하고가 반복된다.
욕심이라는게 이렇듯 사람을 정신차리지 못하게 하고
삶을 옥죄운다.


밀크맨!
쉽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많은 것이 담겨있어
천천히 읽고 있다. 인간을 둘러싼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프레임이 얼마나 단단한지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삼분의 이쯤 이 책을 읽었는데 주인공 ‘나‘ 가 더 불행해질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가 참여하는 7년차 독서 모임!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어 왔는데 다음주 정기모임때 ‘독서 모임 꾸리는 법‘ 을 읽고 우리 모임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토론해 보기로 했다. 사실 독서 모임이라는게 같이 책을 읽고 토론하는 모임인데 이때까지 ‘책‘ 에 대해서 보다 ‘사람‘ 때문에 문제가 더 많았다. 허심탄회하게 말하고자 하지만 그 허심탄회가 어디까지 허용될지가 걱정이다. 또 누군가는 상처받고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고 말이다.
지금부터 고민해봐야겠다.
나는 어느 정도의 수위로 말할 것인가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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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9-12-08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산 책과 읽을 책들이 산처럼 쌓여있는데도, 읽고 싶은 책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을 보면... 많이 반성하게 됩니다ㅜㅜ

페넬로페 2019-12-08 21:16   좋아요 1 | URL
그렇죠! 겨울 호랑이님!
여기 계신 알라디너님들 모두가 같은 고민일 것 같아요 ㅎㅎ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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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홍명보‘ 를 좋아하는 나의 지인이 있다.
홍명보팬클럽의 열성 멤버로써
수없이 많이 그가 뛰는 게임을 관전했고
지금도 ‘홍명보자선축구‘ 가 열리는 날엔
어김없이 뛰어가서 그를 만나 선물을 주고 사진도 찍는다.
그런 그녀이기에 당연히 축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지인의 생일 선물로 김혼비작가의 책인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를 선물했다.
단지 제목만 보고서.
제목에 ‘축구‘ 가 들어가서.
난 읽어보지 않고서.
‘아무튼, 술‘ 을 읽고서
내가 혹시 선물을 잘못하지나 않았는지 우려가 된다.
굉장히 짧은 분량의 책인데도 집중이 잘되지 않았고
재미도 별로 없는 작가의 문장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술!
호메로스의 서사시로부터 유구한 세월동안
많은 작가들의 책에 무수히 들어있는 술의 이야기!
그 달디 달고 오묘하며 씁쓸하고 광대한 ‘술‘ 을
‘아무튼,술‘ 이라고 격하시키며 호기롭게 외쳤으면
우리는 뭔가를 기대하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한낱 밋밋한 개인의 경험과
술의 종류와 술마시는 횟수에 대해 나열한 짤막하고
산만한 글들에는 호기로움을 찾을 수가 없다.
내가 생각하는 ‘술‘ 엔 적어도 이 정도쯤은 있어야 한다.


가령
오바이트가 왜 포스트모던적이라고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오바이트는 ‘사랑‘ 이다
내친구 K는 소개팅 첫 날에 상대남과 술을 마시고
집에 데려다주는 그의 차에서 운전석에 앉아있는
그의 가슴에다 죄다 쏟아부었다고 한다.
하필 왜 그의 가슴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의 지인인 또다른 K는 남자 친구와 술을 마시고 역시
집으로 오는 택시안에서 오바이트를 했는데 그녀의 남자친구가 손바닥으로 고스란히 그것을 받아내어
택시와 택시기사분에게서
그녀를 보호하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발휘하였다.
지금 그들은 모두 부부가 되어 자식 낳고 잘 산다.
오바이트까지 받아내는 그 위대한 사랑이여!
그 사랑으로 오바이트는 더러움에서 벗어난다.
착하고 사람 좋아서 밤새 동기들의 주사를 받아주고
오바이트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려주는 그 녀석과
술만 마시면 남자친구와 헤어진다는 친구를 위로하며 다독이지만 다음날 술에서 깨자마자 다시 남자 친구를 만나러가는 재수없지만 예쁜 친구를 둔 그녀에게
사랑이 없다면 버텨낼 재간은 없는 것이다.
자기 집 변기에 얌전히 하는 것은 오바이트를 했다고
할 수 없으며 먹은 음식을 역순으로 셀 수 있는건 오바이트의 끝이 아니다.
온 몸의 수분이 빠지면서 노란 위액까지 쏟아내며
인간의 헛헛한 바탕까지 내려가 존재의 허무를 느끼며
괴로워하지만 그래도 나에 대한 ‘사랑‘ 이 있기에
또다시 시지프스적 삶을 살아낼 수가 있는 것이다.


술은 그 취기에 의해 치기가 샘솟아야한다.
고향에서 올라온 한달 용돈을 술마시며 즐거움을 누리는
친구들에게 하루 밤에 기꺼이 털어놓고는 한달 내내
빌붙어 점심을 얻어 먹는 진정한 우정을 서로 실천하고.
그 기분 좋은 술기운으로 사랑 고백도 하고
정동진 해돋이를 보기 위해 당장 떠나야하며
날마다 날 괴롭히는 여러 종류의 족속들에게
시원하게 퍼붓는 소낙비도 되어야 한다.
그 치기로 어떤 밤에 만들어진 내 친구의 아들은
지금 늠름한 청년이 되어 있다.
그러나 술에 의한 치기는 폭력적이지 않고 나쁘지 않은
‘낭만적‘ 이어야한다는 전제조건이 반드시 있어야한다.
취기에 의한 치기는 후회막급일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그것이 우리네 인생의 추억이 되고
웃음이 되어준다. 오죽하면 모든 학문의 지식에 통달한
파우스트박사조차 실수와 욕망속의 삶을 바라며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계약을 했을까!


그리고 술은 슬픔이고 폭력이다.
김금희의 소설 ‘경애의 마음‘ 에서 경애는
영화동호회 사람들과 호프집에서 뒷풀이를 하던 중
잠시 전화를 하러 나간 사이에 불이 나 호프집에 있던
동호회사람들은 다 죽고 경애만 살아남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경애의 마음을 우리는 잘 안다.
불이 나자 아이들이 술값을 내지 않고 갈까 봐서
호프집 사장은 문을 잠근다.
술은 돈을 지불해야하고 그 돈을 받아야해서
그때부터 슬픈 것이 될 수도 있다.
사는게 하도 얄궃고 하는 것마다 되는 일이 없어서
속상해서 기분 나빠서 술을 진탕 마시고는 세간을 뒤엎고
아내와 자식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의 윤수와
‘7년의 밤‘ 의 현수는
그런 아버지의 죽음을 방기하고
한 사람은 온 마을을 수몰시키는 버튼을 누르고
또 한 사람은 사형수가 된다.
술은 그렇게 인간을 사지로 몰며 자신이 선택하지 않는 길을 기어이 가게 만들기도 한다.

김광규 시인의 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 에선
젊은 시절 열정적으로 산 우리들이 어느덧 혁명이 두려운
기성세대가 되어 살아가며 서로의 처자식의 안부와 월급을 물으며 적잖은 술과 비싼 안주를 남기며 헤어진다.
.
.
.
돌돌 말은 달력을 소중하게 옆에 끼고
오랜 방황 끝에 되돌아온 곳
우리의 옛사랑이 피흘린 곳에
낯선 건물들 수상하게 들어섰고
플라타너스 가로수들은 여전히 제자리에 서서
아직도 남아 있는 몇 개의 마른 잎 흔들며
우리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부끄럽지 앓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바람의 속삭임 귓전으로 흘리며
우리는 짐짓 중년기의 건강을 이야기했고
또 한 발짝 깊숙이 늪으로 발을 옮겼다.


이렇듯 우리는 술을 마실 때 부끄러워해야 한다.
삶에 찌들려 어쩔수 없이 눈감고 귀막고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도 술 한잔 마시며
세상의 절반의 사람들이 굶주리는것에 대해.
그냥 있으라는 그 말을 대쪽같이 믿고 그냥 있어서 다 죽어버린 그 어린 학생들에 대해 말하는 것에
이제는 지겹다고 말하는 것에 대해.
뭘 하면 좋을지,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그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고 있는
이 땅의 젊은이들에 대해.
자식은 챙기면서 엄마는 잘 챙기지 못하는거에 대해.
남들과 비교하며 나의 상대적인 빈곤을 탓하며
쪼짠해지고 자신 없어지고 꼬이는 것에 대해.
.
.
.
그 얼마나 많은 가.
부끄러운게.

내가 생각하는 아무튼, 술은 이런 것이다.


그래도 ‘ 아무튼, 술‘ 에게 별 4개를 준다.
ㅡ내가 이럴때 아니면
언제 호기롭게 외쳐 보겠는가 말이다.ㅡ
책의 내용이나 문장에게가 아니라
술과 함께 하고 성장했으며 그걸로 책까지 낸
용기있는 작가의 인생이
이 책에 고스란히 들어 있을거란 믿음에서이다.
아무튼, 술은 있지만
아무튼, 인생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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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12: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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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1 14:0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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