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봄 - 개정판 레이첼 카슨 전집 5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홍욱희 감수 / 에코리브르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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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1962 년에 발간되어 아주 오랬동안 읽혀져 온 책이다. DDT를 비롯한 화학 살충제가 자연과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을 여러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 화학적 용어와 에피소드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 책은 겉으로 보기에 단순한 듯하다.  그러나 1950년대와 60년대의 시대적인 배경을 고려하면 이 책은 놀랍다.

 

《침묵의 봄》이 맞이한 당시의 문화적 기상도를 기억하기란, 또 의지확고한 지은이에게 퍼부은 분노를 이해하기란 싑지 않은 일이다. 환경 오염을 초래한 화학 살충제의 오용으로 우리 자신이 서서히 독극물에 중독되고 있다는 카슨의 주장은 오늘날에는 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지만, 1962년 《침묵의 봄》이 출간된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다.-p13

 

작가는 대학에서 전공을 문학에서 생물학으로 바꿨다고 한다. 글쓰기와 과학, 두가지 모두에 재능이 많은 작가가 쓴 글답게 이 책에 나오는 문장은 깊이가 있고 흐름이 좋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을 이 책의 내용이 작가의 탁월한 글쓰기로 쉽게 읽혀지며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예시를 통해 우리에게 정확한 사실을 확인시켜 주고 거기에 따른 피해와 대응책을 알려준다. 각 장마다 다른 주제가 나타나 있지만 그 모든것이 서로 상호작용하며, 결국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인간이라는 것을 깨우쳐준다.

 

이 책의 서문에도 나와 있듯이 인간은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자연의 한 부분에 지나지 않으며, 하나가 파괴되면 연쇄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강조한다.  이 책이 나온 후 정부 차원의 실태 조사가 이루어졌으며 시민 조직이 만들어졌다. 비주류에 속해 있던 한 여성 과학자가 세상을 바꾸기 시작한 것이었다.

 

이러한 '침묵의 봄' 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이것이 언제적 얘기냐고 말할 수도 있다. 현재 시점에서 볼 때 그저 먼 과거의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난 내가 지켜본 어떤 인생을 얘기해주고 싶다.

 

내가 어릴 때 나의 한 친척언니가 결혼을 한다. 결혼 후 아이들이 태어나고, 그 아이들이 아직 어렸을 때 남편의 몸이 아프기 시작했다. 그 병의 원인과 병명이 무엇인지 확실하지 않아 답답해 하다가 결국 그것이 고엽제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언니의 남편은 결혼하기 전에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것이다. 몸이 점점 굳어가는 남편은 일을 할 수 없어 집에 있게 되고 언니는 집안의 가장이 된다. 병이 든 남자는 병마와 싸우고, 여자는 생활고에 평생 찌들렸다.  그 아이들도 힘겹게 살아야 했다. 병자는 오랫동안 몸을 전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고 그러다 생을 마감하셨다. 과거에서 시작된 일이 오랜 기간동안 인간을 괴롭히는 것이다.

 

전쟁에 나간 군인이 총이나 폭탄에 의해 부상을 당한 것이 아니라 하늘에서 엄청나게 뿌려된 고엽제에 의해 병자가 된 것이다. 그런 피해자에게 국가가 해준 것은 얼마되지 않는다. 인간을 죽이기 위해 자연에 가해진 행위의 결과가 결국은 그 행위자에게 비극적으로 돌아오는 것을 나는 성장하는 내내 보아왔다. 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원인으로 지금까지도 고통을  당하고 있을 것이다. 살충제와 고엽제등 여러 화학약품은 그만큼 무서운 것이다. 인간의 이기심과 독선으로 인한 결과는 누군가를 불행에 빠뜨린다. 어느 누구도 거기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지금 우리는 '침묵의 봄'에 대해 잘 알고 있다. 여러 위험한 화학 살충제는 사용 금지되었고, 법으로 아주 적은 양만을 사용하게끔 규제되고 있다. 그러나 1주일에 한 번 있는 아파트 재활용 수거일에 버려지는 패트병을 비롯한 플라스틱 제품의 어마어마한 양을 보면 무서워진다. 그렇게 '침묵의 봄'은 계속된다.

 

이제서야 읽은 '침묵의 봄' 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일단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 책을 읽은 후로 나의 생각과 행동이 바뀌어졌다.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자연과 환경에 대한 개념들은 사라지고 내가 움직이게 되었다. 조그만 것부터 하나씩 변화되고 내 행동에 대한 결과를 생각한다. 마스크를 쓴 채 여기저기로 많이 걸었던 올해의 봄은 나에게 경이로움을 주었고 그 경이로움을 유지시키기 위한 인공적 방법도 생각햐게 하였다. 무언가를 느끼고 질문할 수 있는 힘을 이 책은 나에게 주었다. 지속가능한(sustainable)것들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우리는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잠깐 편안함을 누릴 뿐 결국에는 벌레를 없애지도 못하면서 사악한 해충 방제의 희생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닌지. 해충의 천적들이 농약 때문에 사라진다면, 새로운 해충이 등장해 느릅나무뿐 아니라 다른 나무들을 공격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방법으로 통제할 것인가?
-p138

자연의 균형이 현재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불변의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자연의 균형이란 유동적이고 계속 변화하며 조절과 조정이 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인간 역시 자연이 이루는 균형의 일부분이다. 그런데 가끔씩 인간이 이런 상태를 자의적으로 바꾸곤 한다. 그 결과 인간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문제가 생긴다.-p275

"우리는 그동안 유지해온 철학을 바꿔야 하며 인간이 우월하다고 믿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또 자연이 인간보다 특정 생물체의 수를 조절하는 훨씬 더 경제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G.C.울리엣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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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6-17 11: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그래도 최근에 이 책에 대한 관심이 생겨 읽어보고 싶었던 참인데 페넬로페 님의 리뷰를 읽게 되었네요. 이 책을 읽으라는 뜻인가 봅니다. 저도 읽어볼게요.

페넬로페 2020-06-17 11:35   좋아요 0 | URL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기대한것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파이버 2020-06-17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추천글만 보고 읽지 못하던 책인데 페넬로페님 리뷰를 보니 궁금해집니다 60년대에 쓰인 글이 아직도 호소력이 있다는 것이 놀라우면서도 씁쓸하네요....

페넬로페 2020-06-17 15:01   좋아요 1 | URL
정말 파이버님의 말씀대로입니다~~
여전히 침묵의 봄이 진행되고 있다는게 참 암담해요^^

클로드 2020-06-24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읽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구요. 제목도 너무 좋았고, 환경 다큐멘터리를 보고 온 것 같더라고요. 무엇보다 그 시대에 나온 책이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워요.

페넬로페 2020-06-24 15:45   좋아요 0 | URL
네, 다큐멘터리적인데도 문장의 흐름이 너무 좋아서 지루하지 않고 잘 읽혔던 것 같아요^^
이 책을 통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아진 것 같아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뿐 아니라 여러 러시아 문학은 읽어 내기가 어렵다. 등장인물들의 이름부터가 외우기 힘들고,  자세하게 서술되는 사건과 배경에 대한 설명의 지루함을 견뎌야 한다. 중간중간 작가의 사상을 주인공의 입을 빌어 장황하게 밝히기도 한다. 글의 분량도 많다 보니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에 대한 나의 느낌을 정리하기도 쉽지 않다. 일단 읽어낸다는 것에 의의를 둘 때가 많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는 접근하기 어려운 도스토옙스키 소설의 문장과 인물들을 경쾌하고 발칙하게 삶에 접목시킨다. 인물들의 캐릭터가 까다롭고 이해 안되는 곳에서도 그 의미를 찾아낸다. 일단은 가볍게 이 책을 읽으며 도스토옙스키에 대한 벽을 넘을 수 있도록 해준다. 도작가의 도작가(도스토옙스키)에 대한 해석이 옳다, 그럴듯 하다, 또는 영 아니다는 중요하지 않다. 작가 도제희는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과 말을 통해,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을 품위있게 변화시킬 수 있는 것에 가치를 두고 있다.

 

쏜살같이 지나가는 하루를 놓치지 않으려 바쁘게 살고 있는 나에게, 이 책은 오랜만에 나의 젋은 시절을 되돌아 불 수 있게 해주었다. 서투름과 치기와 어리석음에 대한 나와 비슷한 작가의 경험이 있었다. 한번씩 그런 것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을 붉힐 때가 있는데, 그 미숙함에 대해 두 명의 도작가가 날 위로해주었다. 책을 통해 그런 것들에 대한 고해성사를 했으며, 그래도 그것이 날 지켜줄 수 있는 힘이 된다는 변명도 해보았다.  작가는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 중에서 이반이 알렉세이에게 해주는 말을 인용한다.

 

"이봐,수도사 나리, 어리석음이란 이 지상에 너무나 필요한 것이야. 세상은 어리석음 위에 세워져 있고 그것이 없다면 세상에는 아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지 몰라. 우리가 무엇을 아는지 알고 있는 거라고! " -p50

 

미숙하고 어리석은 젋은 시절은 지났지만 여전히 난 부족하고 세상에 주눅든다. 이만큼 살았으면 나라는 사람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당당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못한다. 그런 나에게 도작가는 도작가 소설의 인물들을 계속해서 등장시킨다. '백치'의 레프 니꼴라예비치 미쉬낀 공작의 솔직함을, '노름꾼' 에 등장하는 가정교사의 당당함을 배우라고 한다.

 

그렇다고해서 삶의 주도권까지 내어 줄수는 없는 노릇이다.....누군가 나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해서 내 삶까지 좌우하려 할 때, 즉 내 삶의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는 양 굴려할 때 거절할 만한 지혜와 배짱은 필요하다. 그러자면 우선, 내 인생의 모든 행운과 불운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감당하겠다는 주인 의식이 가장 필요하지 않을까-p214

 

이러니 도스토옙스키를 읽지 않을 수가 없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는 우리를 부담없이 도작가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해준다.

 

고전문학이 지금도 권장되는 이유는 '고전' 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고아한 이야기와 좋은 문장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 지금 나의 삶과 매우 닮은 이야기가 대단히 설득력 있는 인물과 서사로 살아 숨 쉬기 때문일 것이다.-p284

 

나도 같은 생각이다.

고전은 읽으면 읽을수록 지금의 우리를 얘기해주고 있다.

전에 '죄와 벌' 과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을 읽을 때는 그냥 이 벽돌책들을 묵묵히 읽어내자는데 의의를 두었다. 기회가 된다면 다른 버전으로 다시 한번 읽고 싶다.  7월에는 난데없는 알라딘의 도스토옙스키 읽기에 동참해보고자 꼭 도작가의 책을 한 권 읽어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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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박홍규.박지원 지음 / 사이드웨이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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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내 읽다가 늙어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 사람으로써, 일단 이 책의 제목이 나를 강력하게 불렀다. 부제목으로 '무리 짓지 않는 삶의 아름다움' 도 마음에 들었다. 박홍규와 박지원의 이름을 처음 들어 보아서 그분들에 대해 알고 싶기도 했다. 이 책은 평생을 내내 읽으며 살아온 학자 박홍규의 삶과 생각에 대해 박지원이 묻고, 박홍규가 답하는 대담집이다. 많이 읽으며 살아왔기에 여기엔 당연히 책얘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책을 통해 발견한 지혜를 세상을 향해 내던지는 담론이 더 많다.

 

한평생 자전거를 타고 시골길을 달려 학교를 오가는 사람, 오늘도 가방에 도시락을 싸든 채 홀로 도서관에 틀어박히는 사람, 노동법을 전공하고 법대 교수를 지내며 한국 사회와 노동 현실에 대한 발언을 멈추지 않았던 사람, 그리고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면서 40년간 150권이 넘는 책을 쓰고 옮겼던 사람....

책머리에 박홍규옹에 대해 이렇게 쓰여져 있다. 자발적인 단독자의 길을 택하고 좌우를 떠나 모든 진영과 집단의 패거리 문화를 진심으로 싫어한 사람으로 아나키스트적인 계몽주의자의 면모를 보이는 분이다.

 

70을 눈앞에 둔 분으로, 우리 사회에서 가장 보수적인 교수출신으로 아웃사이더를 자처하고 모든 권위와 가족주의를 해체하고, 불합리, 억압과 편견을 버리자는 주장은 쉽지 않다. 상당히 진보적인 시각으로 지금의 현실을 비판한다. 학자이기에 누구나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천하는 사람은 드물다. 대담집을 읽어가며 이 분은 사회적인 실천도 많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가 지향하는 노년의 삶과 생각들에 많은 구심점이 되어 주어 좋았다.

 

읽는다는 것은 고독하고 시간이 많이 드는 것이다. 더 많이 읽기 위해 삶의 잔가지들을 제거하고 집중하고 몰두해야 한다. 읽으면서 거기에 있는 것들을 모아가며 정리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것이 어렵다. 얼마만큼 많이 읽어야 박홍규옹처럼 막힘없는 답변이 술술 나올수 있는지 나로서는 참 아득하다.

 

대담의 형식으로 된 책을 읽다보면, 두 대담자의 언어가 너무 어려워 읽어내기가 힘든 것도 있고, 지루할 때도 많다. '내내 읽다가 늙었습니다' 는 이러한 면에서 읽기가 편하다. 여러 분야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오가며 다양한 얘기를 풀어나간다. 작가인 박지원씨는 단지 질문만이 아닌 내용에 대한 정리도 잘 해준다. 다만 이런 책은 내용에 대한 검증이 필요한데 참 힘들고 귀찮은 것도 사실이다. 무조건적이지 않게, 좋고 옳은 것만 받아들여야겠다.

 

이 책은 461페이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읽는 내내 양손으로 책을 눌러서 읽어야하는 불편함이 있다. 잘 펴지지가 않는다. 책의 마지막 부분의 박홍규옹의 아내분과의 인터뷰는 별로 필요없을 것 같다.

 

내내 읽으며 늙어 갈 수 있고, 도시락까지 싸주시는 아내분의 노고로, 내가 아닌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으며 책을 읽을 수 있는 교수님이 부럽다. 내내 분주하게 살아가며 잠시 책을 읽을 수 밖에 없는 나의 삶과 비교된다. 페미니스트라고 자처하시지만 여자를 위하는 것과 여자와 똑같이 일을 하는 것은 다르다. 밥벌이와 고마움으로 모든 것이 상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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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6-02 16: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루 종일 책 한 권 읽고 글을 쓰고 나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는 걸 느껴요. 코로나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에서 생활했어요. 제가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놀이가 독서에요. 그렇게 책만 읽고 글 쓰는 일상을 보내니까 지루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페넬로페 2020-06-02 17:39   좋아요 0 | URL
그러한 독서로 항상 좋은 글 남기시는 것 같아요~~
독서를 하면 항상 행복하지만 시간이 여의치않아 아쉬워요^^

transient-guest 2020-06-04 09: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문가처럼 책을 읽고 잘 쓰고 혹은 스스로 책을 낼 수는 없겠지만 읽는 다는 건 저에게 거의 유일한 취미 같습니다. 특히 요즘에는..

페넬로페 2020-06-04 12:25   좋아요 1 | URL
저는 일도 하고 주부의 역할도 해야하다보니 항상 책읽을 시간을 확보하는게 힘이 들어요~~그래도 책을 읽을 때 가장 행복해요 ㅎㅎ

cjfdms5607 2020-06-06 14: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안내 감사합니다.
분주한 중에 책에대한 관심을 다시 갖게하는 글...

페넬로페 2020-06-06 16: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cjfdms5607님!
글을 쓰는게 너무 힘든데, 이렇게 저에게 용기를 주셔서요^^
남은 토요일 오후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보내시길 바래요**

마쯔 2020-06-08 1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월든도 어머니가 빨래도 해주고 식사도 가져다 줬다고 하던데요. 글에서 따뜻함이 느껴집니다

페넬로페 2020-06-08 12:16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아주 오래전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인데 아직 못읽어 봤어요~~
조만간 읽어보고 싶네요^^
마쯔님, 감사합니다**

겨울호랑이 2020-06-08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를 위하는 것과 여자와 똑같이 하는 것이 다른 것은 ‘위민동락 爲民同樂‘과 ‘여민동락 與民同樂‘만큼의 차이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아마 남자로서 여자를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 함께 나아가는 것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페넬로페님의 글을 읽으며 해봅니다...^^:)

페넬로페 2020-06-08 20:29   좋아요 1 | URL
네, 같이 더 발전해가는것이 중요할것 같아요~~
책읽기의 열망과 주부의 삶과의 조화를 꿈꿔봅니다^^
 

 

 

 

 

 

 

 

 

 

 

 

 

 

'마녀체력'은 에디터로 일해 온 작가가 체력의 한계를 느껴 운동을 시작하고, 거기서 오는 인생의 변화를 서술한 책이다. 그 운동이라는 것이 처음엔 수영, 자전거, 달리기였다가 점점 마라톤과 트라이애슬론에까지 도전하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체력이 향상되면 삶에 어떤 변화가 오는지를 얘기하고, 그만큼 체력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한다. 체력의 변화로 자신감이 생기고 책 만드는 에디터에서 팟케스트에서의 책소개, '인생학교'의 선생님등으로  삶의 지평을 한층 더 넓혀 나가는 자신의 얘기가 담겨있다. 우연히 '세바시' 에서 이 분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평생 책만드는 일을 하는 사람으로써 트라이애슬론에까지 도전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나 역시 전에는 완전 저질체력의 소유자였다. 더군다나 운동을 너무 싫어했다. 체력이 약하다보니 항상 피곤하고 그럴때마다 잠을 자는 스타일이었다. 늦은 나이에-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지만 그땐 늦었다- 출산을 하고 아이를 키우다보니 아이를 위해서라도 내가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고혈압이나 당뇨병같은 지병이 없기도 바랬기에 운동을 시작했다. 에어로빅, 수영, 요가, 필라테스를 잠깐씩 거치고 지금은 계속 헬스클럽에 다닌다. 헬스클럽은 6개월이나 1년을 등록하면 회비가 저렴해지기 때문에 보통 6개월에 한 번 등록을 하는데 많은 회원이 그러하듯이 나도 안가는 날이 많다. 그래도 그나마 운동을 시작한 이후로 체력이 많이 좋아졌고, 낮잠은 거의 자지 않을 정도로 삶의 변화가 나에게도 일어났다. 체력이 사람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한 나이기에 운동에 관한 책에 관심이 많고 한번씩 읽어 본다.

 

이영미의 '마녀체력'은 운동 전문가가 쓴 책보다 훨씬 좋았다. 자신의 경험으로 쓰여진 책이라 나와 공감대도 많았고 책을 많이 읽고 에디터로 일한 사람답게 글도 잘 썼다. 라디오 방송과 팟케스트에 책을 소개해서 그런지 이 책에도 다양한 책과 작가, 문장이 나열되어 있다. 책 마지막에 인용된 책 목록이 나오는데 38권이나 된다. 자신의 경험을 통한 책소개서라고 불려도 될 정도로 많은 책이 언급되어 있다. 중간중간 운동에 대한 팁도 나와 있고 운동 초보자를 위한 Q&A도 있다.

 

운동 초보자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계속 도전하고 발전해 간다는 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작가가 대단했다. 그런 작가를 통해 나 자신의 게으름에 대해 반성도 많이 하고,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과 다짐도 했다. 삶에 대한 의지의 불을 활활 지펴주었다. 자신의 경험, 다른 책소개와 문장의 인용, 적절한 팁등을 넣어 에디터답게 책을 잘 만들었다.

 

이렇게 다 괜찮은데 이 책의 3분의 2쯤 읽을때부터 약간씩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경험에 대해 얘기하고 체력의 중요성을 어필할 때 그렇게 남의 책의 문장을 인용해야 되나 싶다. '누군가의 책에 이렇게 쓰여져 있다. 그러니까 그렇다' 의 형식으로 이 책은 계속 이어진다. 나는 이런 식의 책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오롯이 자신의 언어와 문장으로 이루어진 책이 좋다. 이 책 마지막 페이지에 38권의 인용된 책의 목록이 나와 있다. 이 분의 의도는 자신이 책소개도 하니 독자에게도 책을 소개하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보다 자신만의 느낌과 언어로 이루어진 문장이 더 우선인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내가 작가에게 원하는 최소한의 것이다.

 

체력,체력,체력이 중요하다 못해 체력만이 다 인것 같은 것도 이 책의 단점이다. 그래서 점점 체력을 위해, 운동을 위해 이 책은 럭셔리해진다. 추구하고 바라는 것이 그렇다. 걷기가 건강에 좋으니, 걷기 위해 1주일 동안 하와이에 가서 걷는 '하정우' 같다. 운동 안하는 사람은 뒤쳐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느낌도 든다. 은근슬쩍 자기가 이루어 놓은 자랑이 넘친다. 처음의 조심스러움과 겸손은 깡그리 없어진다. 체력으로 얻어진 지나친 자신감으로 이 책의 마지막 장엔 이렇게 쓰여져 있다.

 

나이 들면서 잃을까 봐 두려운 것은 돈이 아니다. 존엄, 우아, 품위, 독립, 자율, 자유, 위엄, 존경이다. 육체의 건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서, 이 모든 것들이 한꺼번에,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급속도로 사라져 버릴 것이다.-p263

 

정말 맞는 말이지만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것 같다. 사실 운동은 시간과 돈이 많이 필요한 것이다. 작가가 적어놓은 대로 서서히 운동을 발전시키고, 체력을 바탕으로 도전하고 싶은 더 많은 인생의 버킷리스트를 만들려면 말이다.

 

그래도 어쨌거나 건강과 체력은 엄청 중요하다. 코로나를 핑계삼아 가지 않았던 헬스장에 다시 나가야겠다. 헬스는 자기와는 정말 맞지 않는다고 헬스장을 떠난 지인이 나에게 억지로 넘겨준 pt도 예약해서 받아야겠다. 체력은 중요하다.

 

김훈의 '자전거 여행' 처럼 자신만의 깊이있는 문장이 있는 책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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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20-06-04 09: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저 꾸준히 조금씩 하시다 보면 그 공이 계속 쌓일 것입니다.ㅎ 제가 2009년에 몸이 너무 안 좋아서 그간 부상으로 쉬던 몸을 끌고 gym에 가서 10분씩 걷다 오고 그랬거든요. 꾸준함이 최고입니다. 화이팅!

페넬로페 2020-06-04 12:23   좋아요 1 | URL
네, 정말 꾸준함으로 운동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열심히 하겠습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2019 제43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김초엽 지음 / 허블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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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키백과에 서술된 SF의 정의는 미래의 과학과 기술, 우주 여행, 시간 여행, 초광속 여행, 평행 우주, 외계 생명체 등을 소재로 하는 장르이다. 그러한 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과학 소설이다. 사실 판타지와 SF 를 잘 구분하지도 못하고 많이 즐기기도 못하는 사람으로써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김초엽의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은 7개의 단편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처음엔 말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 가볍게 읽어 나갔는데, 갈수록 흥미롭고 기발한 내용이 서술되어 점점 책에 빠져들게 되었다. 읽어 갈수록 생각할 것도 많았다.

 

이 소설들은 나처럼 과학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별 무리없이 읽어낼 수 있다. 과학 소설을 읽다 보면 거기에 나오는 이론적인 단어가 실제의 것인지, 아님 작가가 만들어낸 가상인지 잘 구분이 안되는데, 여기에서는 실제의 과학 지식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네이버 지식백과에 그 단어를 입력하면 거의 설명되는 단어가 많았다.

 

김초엽의 소설에서는 미래의 세계가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그 상상력이 기발하다. 지성을 가진 외계인을 만나고, 지구와 생태가 비슷한 다른 행성으로 이주를 한다. 감정을 그대로 표현해주는 물건도 있고, 죽고 나서도 그 사람의 특징이나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는 도서관도 있다. 그 시대의 도서관은 책을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사람의 마인드를 보관하는 곳이다. 종이책은 이미 없어진지 오래다. 그러한 과학 지식을 동원한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는 작가가 대단해 보인다.

 

과학 소설을 읽으며 한 번씩 나 자신을 미래의 세계에 놓아 본다. 그런 세계에 살게되면 나는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며, 과연 행복할 것인가를 상상하며.......늙고 병들지 않는 세상도 좋고, 특히 태어날 아이에게 가장 좋은 특성들을 세팅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그렇게 된다면 행복하고 기분 좋을 것도 같은데 내가 그런 세상을 진정으로 원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과학이라는 것이 적용되는 모든 것은 양가적인 것이라 결론이 쉽게 나진 않는데, 문제는 우리의 미래의 모습이 나의 선택이 아닌 주어지는 것이라는 데에 있다. 무시되고 탈락되어진 나에게 다가오는 미래는 암울하다.

 

'멋진 신세계'나 '1984'에서는 디스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는데 김초엽도 비슷한 것 같다. 뭔가가 어둡고 씁쓸하다. 소설에서 그려지는 미래의 세계에서도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들이 지금과 비슷하다. 환경이 변하면 분명히 사람들의 생각이 바뀔 법도 한데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변하든 사람이란 존재는 잘 안바뀌는 건지 아니면 미래의 세계를 동원해 지금의 현실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 세계에서 오히려 우리가 당면한 문제가 더 잘 보인다.

 

과학의 발달로 인한 세상의 변화는 너무나 당연하고 우리에게 바로 직면해 있다.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하겠지만 다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안나의 말처럼 내가 가야 할 곳을 정확히 알고 있으면 좋겠다. 빛보다 빠르게 달리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일상의 균열을 맞닥뜨린 사람들만이 세계의 진실을 뒤쫓게 되는 걸까?-p19

그때 나는 알았어
우리는 그곳에서 괴로울거야
하지만 그보다 많이 행복할거야-p54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동결은 대가 없는 불멸이나 영생이 아니야. 살아 있음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눈을 뜨는 순간이 있어야하고 그때마다 나는 내가 살아보지도 못한 수명을 지불하는 기분이 들지-p179

완벽해 보이는 딥프리징조차 실제로는 완벽한 게 아니었어. 나조차도 직접 겪어보기 전에는 몰랐지.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이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 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p180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p182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맺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마인드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영원히 미해결로 남는다고 해도 우리는 마인드를 통해 그들의 삶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p257

자신을 고유하게 만드는 그 무언가를 남길 수 있었다면. 그녀를 규정할 장소와 이름이 집이라는 울타리 밖에 하나라도 있었다면. 그녀를 붙잡아줄 단 하나의 끈이라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더라면.
-p264 (관내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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