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넬로피아드 -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 세계신화총서 2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진준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평점 :
품절


서양문학의 뿌리이자 출발점으로 간주되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오디세이아를 막상 읽어보면 당혹스럽거나 의아한 점이 한 두 개가 아니다. 지혜의 상징으로 알려진 오디세우스가 오히려 간사하고 교활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트로이전쟁에서 그리스 연합군을 이끄는 두 수장인 아킬레우스와 아가멤논은 전쟁의 패배로 노예로 전락한 브리세이스를 서로 차지하려고 싸운다. 브리세이스를 빼앗긴 아킬레우스는 분노로 인해 전쟁 참여를 거부하기에 이른다. 무척이나 옹졸한 영웅들이다.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것은 헬레네와 페넬로페에 관련된 에피소드였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맞먹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스파르타의 왕비 헬레네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와 바람이 나서 그를 따라 가버린다. 이것은 파리스의 사과사건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결국 이로 인해 그리스연합군과 트로이는 10년 동안 전쟁을 치른다. 물론 전쟁의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만 호메로스는 헬레네와 파리스를 그 원인으로 내세운다.

 

그리스의 승리로 트로이가 함락되지만 헬레네에게는 어떠한 페널티도 주어지지 않는다. 헬레네로 인해 전쟁을 시작했기 때문에 헬레네의 쟁취로 전쟁은 끝난다는 식이다. 헬레네의 경솔한 행동으로(사실 신들의 장난이었다) 수많은 사람이 죽고, 여인들과 아이들은 노예로 끌려가지만 그녀만은 죽임을 당하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아들인 텔레마코스가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의 소식이 궁금해 메넬라오스를 찾아갔을 때, 밤이 되면 메넬라오스와 헬레네는 아무 거리낌 없이 부부의 침상으로 직행하는 모습을 보인다.

 

반면 헬레네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입은 사람은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였다. 그녀는 트로이전쟁이 일어나고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기까지 20년 내내 고통을 당한다. 아들이 한 살이었을 때,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전쟁에 참가하러 집을 떠나고, 전쟁이 끝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오디세우스의 소식이 끊기고, 그가 돌아올 가망성이 없어지자 페넬로페에게 백 명이 넘는 구혼자가 나타난다. 그 당시 여성은 남성의 보호를 받아야했고 젊은 귀족들은 페넬로페와 결혼해 오디세우스의 권리를 얻으려했다. 여성은 내키지 않아도 남자의 구혼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페넬로페는 시아버지의 수의를 짓는다는 핑계를 대며 낮에는 수의를 짜고, 밤에 다시 그것을 풀어버리며 오디세우스가 올 때까지 시간을 번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는 그런 처지에 있는 페넬로페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애트우드는 정숙한 아내의 전형으로 표상되는 페넬로페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상상으로, 여성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솔직하고 신랄하게, 가슴이 뻥 뚫리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똑같이 오디세이아를 패러디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에서 조이스는, 페넬로페에 해당하는 마리온을 너무 심하게 꼬고 왜곡시킨 반면 애트우드는 현실을 바탕으로 그 가운데 여성을 중심에 둔다. 이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애트우드가 신화나 그리스 서사시에 대해 느낀 것들이 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어 좋았다.

 

애트우드는 페넬로피아드오디세이아에서 패러디했지만 소설의 구성은 그리스 비극의 형식으로 전개했다. 페넬로페가 이야기를 시작하고, 각 장 사이에 고대 연극에서 코러스 라인에 해당하는 12시녀의 목소리를 여러 형태로 구성했다. ‘오디세이아’ 22권에서 오디세우스는 페넬로페의 구혼자들과 간통했다는 이유로 12시녀의 목에 올가미를 휘감은 채 한 줄로 매달아 죽인다. 작가는 왕비인 페넬로페와 12시녀를 교차시키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 똑같이 차별받는 여성의 세계에서도 지독한 계급이 존재한다는 사실과 여성끼리의 연대가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 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앞뒤가 안 맞는 부분이 너무 많다.

-p.17, 머리말에서]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불가능한 시기에 산 페넬로페는 죽어서야 자신의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놓을 수가 있었다. 자신의 삶과 느낌들을 명부로 내려가서야 자기 식대로 털어 놓는다. 페넬로페는 레테의 강물을 마시고 다시 환생하는 삶을 거부한다. 새로운 생 역시 자신에게는 고달프고 힘들 것이라는 것을 안다. 불행과 고통의 규모가 더 커지고 여성의 삶이 별로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한다. 그냥 수 천년동안 자신의 기억들을 간직하며, 한 번씩 영매를 필요로 하는 현대의 저속한 인간들을 통해 세상을 구경할 뿐이다.

 

페넬로페는 평생 사촌 언니인 헬레네를 의식하며 산다. 죽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름다움을 무기로 세상을 쥐락펴락한 헬레네에 비해 자신은 모든 것이 초라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번 환생한 헬레네는 현대의 모든 문물을 받아들이며 아름다움을 유지시키려 한다. 헬레네는 남성과 사회가 원하는 여성성을 지키고 그것으로 안정과 쾌락을 보장받는 여성이다. 헬레네와 대조적으로 페넬로페는 그것을 거부한다. ‘오디세이아에서 벗어난 페넬로페는 페미니스트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지만 자신의 정체성을 찾고자 한다. 여성에게 그러한 것은 죽은 후에야 실현되는 건지도 모르지만......

 

애트우드는 12시녀를 통해 다양한 것을 시도한다. 그녀들은 자신의 불행을 노래하고, 신세를 한탄한다. 시녀들이 출연한 인류학 강의도 있다. 달을 숭배하던 모계사회가 아버지신()을 받드는 이방인들의 침략으로 결국 남자가 권력을 잡아 가부장제가 시작되었다는 가설을 말한다. 누군가는 그러한 것이 페미니스트들의 근거 없는 헛소리라고 주장한다. 오디세우스가 겁탈당한 12시녀를 죽인 것은 그들이 허락도 없이 겁탈당했다는 것이었다.(p.211) 주인의 허락을 받지 않은 겁탈. 만약 오디세우스를 끝까지 기다리지 않고 페넬로페가 구혼자들 중의 한 명과 결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3명의 여자들이 한 줄로 매달려 죽임을 당했을지도 모른다.

 

경쾌하고 풍자적으로, 신랄하고도 현실에 맞게 쓴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는 단숨에 읽히는 책이다. 재미도 있다. 아주 오래전에 쓰여진 호메로스의 서사시를 통해 고대의 여성을 얘기하며 현대를 사는 여성의 역할을 조명해준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엇이 달라졌고, 지금의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는가? 세월이 흐른 만큼 세상은 변화되었을까? 이 책은 요즘 읽고 있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2의 성과 최근에 본 드라마 사랑의 이해와도 연결되어 나에게 많은 의미가 있었다.

 

페넬로피아드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그리스 신화'를 읽고 난 후 읽으면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교훈적 전설. 딴 여자들을 매질할 때 써먹는 회초리. 어째서 너희들은 페넬로페처럼 사려 깊고 믿음직스럽고 참을성 많은 여자가 못 되는 거냐? 그것이 정해진 대사였다. 가객들도 그랬고 이야기꾼들도 그랬다. ‘제발 나처럼 살지 마요!’ 나는 여러분의 귀에 대고 이렇게 외치고 싶다. 그렇다, 바로 당신에게! 하지만 내가 소리를 지르려고 하면 번번이 올빼미 울음소리만 나온다.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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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6 22: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이 페넬로페를 읽는군요. ㅎㅎ 페넬로페님 덕분에 애트우드가 이런 책을 썼다는 것도 알게되는군요. 그리고 책소개 보러 갔다가 신화학 총서시리즈 기획도 알게 되었는데 이런 기획도 뜻있는거 같아요.

페넬로페 2023-02-26 22:38   좋아요 2 | URL
저와 저 페넬로페는 사실 출처가 다른데 이름이 같아요 ㅎㅎ
저도 서재에 올라온 글로 이 책 알게 되었어요. 책도 잘 읽히고 내용도 좋았어요.
신화학 총서 기획도 좋은 것 같아요~~
애트우드 작가님, 멋졌어요^^

바람돌이 2023-02-26 22:41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 출처는 어디인지 갑자기 막 궁금합니다. ^^

페넬로페 2023-02-26 23:23   좋아요 3 | URL
페넬로페 크루즈가 아닌것은 확실합니다^^

바람돌이 2023-02-26 23:32   좋아요 3 | URL
ㅋㅋㅋ 그냥 우기세요.

꼬마요정 2023-02-27 00:18   좋아요 2 | URL
저도 그냥 우기세요에 한 표를^^

꼬마요정 2023-02-27 00: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트우드는 믿고 보는 작가죠. 또 얼마나 가슴을 찌를지 궁금합니다. 전 개인적으로 오디세우스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마지막까지 페넬로페 시험하는 것도 말이죠. 지는 세이렌 노래도 듣고 키르케랑 7년을 살았던가요.. 칼립소랑도 썸이 있고… 혼자 바깥세계를 경험하고 페넬로페는 갇혀 있죠. 전 그런 게 너무 싫더라구요. 좋은 책 리뷰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3-02-27 08:47   좋아요 2 | URL
이번에는 많이 통쾌했어요.
저도 생각보다 오디세우스가 맘에 들지 않았어요. 세이렌을 지나갈 때 부하들은 밀랍으로 귀를 막아놓고 정작 자신은 세이렌의 노래를 듣고 싶어하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어쩌면 참 인간적이다라는 생각도 했어요. 오디세우스가 아마 칼립소랑 7년을 살았을거예요, ㅎㅎ
오디세이아에 대해 잘 아시니 이 책 좋아 하실 것 같아요**

희선 2023-02-27 01: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서사시도 거의 남자가 쓰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거기엔 남자가 바라는 여성이 나왔겠지요 페넬로페는 더 그러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금 생각하니 그걸로 끝나지 않고 뒷이야기 더 있기도 하군요 그걸 잘 아는 건 아니지만... 페넬로페는 죽고서야 자기 말을 하다니... 페넬로페만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2-27 08:53   좋아요 3 | URL
그 당시 여성의 지위가 낮았으니 문학으로 표현된 여성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자신이 원하는대로 살지 못했으니 죽어서야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작가가 이런 것들에 대해 디테일하게 연구를 많이 한 것 같았어요. 요즘 여성들의 삶과도 많이 연관되어 있어 좋았어요^^

초원 2023-02-27 13: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근사한 리뷰를 읽고도 얹을 말이 궁상맞네요. ‘백 명이 넘는 구혼자‘와 ‘단숨에 읽히는 책‘이 인상깊었어요.페넬로페님 잘 놀다 갑니다요!

페넬로페 2023-02-27 14:29   좋아요 2 | URL
저의 글 읽어주시는 것만 해도 감사하죠! 좋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미미 2023-02-27 22: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겁탈당한것도 억울한데 그걸로 또 끔찍한 죽음을 맞이했던 거군요!
애트우드의 소설이란 걸 모르고 리뷰 앞쪽을 읽으면서 헬레네 또는 페넬로페의 입장을
소설로 재해석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이 그런거였네요^^ 재밌을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3-02-27 23:28   좋아요 2 | URL
애트우드 작가가 오디세이아를 아주 세밀히 분석하고 이 작품을 쓴 듯 해요. 오디세이아를 읽고 난 후의 저의 느낌과 비슷해 좋았어요.
재미있고 신랄해서 통쾌했어요^^

서니데이 2023-02-27 23: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트우드의 책을 읽으면 시녀이야기에서는 성경, 그리고 이 책에서는 고대 그리스 희곡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 같았어요. 서양문화에서 빠질 수 없는 성경과 그리스 로마시대의 고전 안에는 이야기가 많아서 소재로 쓸 수 있을 내용이 많을 거예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27 23:30   좋아요 3 | URL
이 책 읽고 시녀이야기를 빨리 읽고 싶더라고요. 성경을 소재로 한 책이라니 더 흥미로운데요.
서니데이님,
오늘도 잘 지내셨죠!
좋은 밤 되시길요^^

새파랑 2023-02-28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피아드는 페넬로페님을 위한 책이군요 ^^ 저 생각해보니 애트우드 책은 딱 한권 읽어봤네요 ㅎㅎ 페넬로페님을 위해 이 책을 읽어봐야 겠습니다~!!!!!!

페넬로페 2023-02-28 15:35   좋아요 1 | URL
오늘부터 정숙한 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해 보겠습니다 ㅎㅎ

희선 2023-03-09 0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이 페넬로페는 아니지만 어쨌든 페넬로페가 나오기도 하는 소설을 보시고 쓴 글이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3-03-12 11:02   좋아요 0 | URL
희선님, 감사해요.
어쨌든 페넬로페입니다, ㅎㅎ

서니데이 2023-03-13 1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3-13 23: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빈틈없는 오디세우스!
그토록 덕성스러운 아내를맞이하다니. 그대는 정말 행운아요! 이카리오스의 딸, 그대의 흠잡을 데 없는 아내, 페넬로페는 얼마나 정숙했던가! 젊은 시절 보았던 지아비의 기억을 얼마나 소중히 간직했던가! 그 눈부신 미덕은 세월이 지나도 바래지 않을 터, 불멸의 신들도 열녀 페넬로페를 기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지어 인간들에게 두루 들려주실 거요-『오디세이아』 제24권 (191~194)

그는 배에서 쓰는 굵은 밧줄을 집어들더니 한쪽 끝을 주랑(柱廊) 현관의 기둥 꼭대기에 묶고 반대쪽 끝은 
둥근 정자 너머로 던져 여자들의 발이 땅에 닿지 못하도록 높이 비끄러맸다. 그리하여 덫에 걸린 개똥지빠귀나 비둘기처럼 그녀들은 저마다 목에 올가미를 단단히 휘감은 채 머리를 나란히 하고 한 줄로 매달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였다. 잠시 그들의 발이 움찔거렸으나 오래가지는 않았다.
-『오디세이아』 제22권 (470~473) - P13

나는 교수형을 당한 열두 명의 시녀와 페넬로페에게
화자의 역할을 맡겼다. 시녀들은 합창단이 되어 주로 두가지 문제에 대하여 노래하거나 낭송한다. 그것은 오디세이아』를 정독하고 나면 자연히 떠오르는 의문들이다.
시녀들이 교살된 까닭은 무엇인가? 페넬로페의 진짜 속마음은 어떤 것이었을까? 『오디세이아』에 실린 이야기는 물샐틈없이 논리정연하지 않다. - P17

어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물은 저항하지 않아. 물은 그냥 흐르지. 물 속에 손을담가도 그저 그 손을 쓰다듬으며 지나갈 뿐이야. 물은 딱딱한 벽이 아니라서 아무도 가로막지 못해. 그렇지만 물은 언제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야 말지. 물을 끝까지 가로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단다. 그리고 물은 참을성이 많아.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바위를 닳아없어지게 하지. 그걸 잊지 마라, 내 딸아, 너도 절반은 물이라는 사실을 기억해라. 장애물을 뚫고 갈 수 없다면 에둘러가는 거야. 물이 그리하듯이." - P68

그렇다고 텔레마코스를 보살피는 일을 차마 그녀에게서 빼앗을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 텔레마코스는 끝없는 기쁨의 샘이었다. 누가보면 친자식으로 오해할 정도였다.
오디세우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물론 당연한 일이었다.
"헬레네는 아직도 아들을 못 낳았는데 말이야."
내가 기뻐할 만한 소리였다. 물론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었다. 어째서 아직도 어쩌면 한시도 잊지 못하고ㅡ헬레네를 생각할까? - P90

나의 목표는 오디세우스의 재산을 불려 그가 돌아왔을 때는 떠날 때보다 더 큰 부자로 만들어주는 것이었다.
양도 더 많고, 소도 더 많고, 돼지도 더 많고, 밭도 더 많고, 노예도 더 많고.... 내 마음속에는 뚜렷하게 떠오르는 장면 하나가 있었다. 오디세우스가 돌아오고, 그동안내가 흔히들 남자의 일이라고 여기는 일들을 얼마나 잘해냈는지를 그에게-여자답게 겸손한 태도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물론 그를 대신하여 한 일이라고, 오로지 그를 위해 일했다는 말도 잊지 말고 덧붙이는 것이다.
그 순간 그의 얼굴은 기쁨에 겨워 얼마나 환하게 빛날 것인가! 나를 얼마나 흡족히 여길 것인가! ‘헬레네를 천명이나 준대도 당신과는 안 바꿀 거요. 그는 그렇게 말할것이다. 어찌 아니랴 ? 그러고는 나를 다정하게 안아줄것이다. - P116

그 수의도 곧바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사람들은 영문을 알 수 없이 좀처럼 끝나지 않는 일을 가리켜 ‘페넬로페의 거미줄‘ 이라고 부르곤 했다. 수의가 거미줄이라면 나는 거미인 셈이다. 그러나 내 목적은 남자들을 파리처럼 붙잡으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 자신이 얽혀들지 않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 P147

옳은 말이다. 나는 절대로 망각의 물을 마시지 않을 것이다. 그래봤자 무슨 의미가 있는지 나로서는 잘 모르겠다. 아니, 의미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 위험을 무릅쓰기가싫은 것이다. 내 지난 생애도 어려움이 꽤 많았지만 다음생애는 더욱더 고달플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나에게는 지상세계를 엿볼 기회가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 세상이 내가 살던 시절에 못지않게 위험하다는 것쯤은 충분히 알수 있다. 아니, 오히려 불행과 고통의 규모가 훨씬 더 커졌을 뿐이다. 인간의 본성도 옛날과 다름없이 저속하기만하다. - P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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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3-02-23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마거릿 애트우드 책인데,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상품 소개란의 출간일자 보니까, 최근 책은 아니군요.
우리 나라에 시녀이야기가 처음 나왔을 때, 이 작가에 대해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넷플릭스로 영화화 되면서 조금더 많이 소개되는 것 같긴 합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27 00:07   좋아요 0 | URL
2005년에 출간된 책인데 최근에 구입해서 읽기 시작했어요.
흡인력이 대단해서 주욱 읽게 되더라고요.
애트우드작가의 새로운 시도가 좋았어요^^
 
크리스마스 타일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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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연결되는 ‘가장 작은 사람들’의 크리스마스에는 고독, 좌절, 실연의 아픔이 다반사다. 그들의 실존이 건조하게 보이지만, 어떻게든 인생의 타일은 그럭저럭 채워지기 마련이다. 크리스마스라고 별거 있나? 그저 조금의 반짝임만 있으면 되는 거지. 이 땅의 청춘들이여! 언제나 평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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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2-15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크리스마스도 그저 휴일의 하루일뿐입니다~!! 저 무교라는 ㅋ

페넬로페 2023-02-15 20:44   좋아요 2 | URL
네, 종교를 떠나 크리스마스에 조금의 의미를 두려고 ㅎㅎ
근데 지나보면 매번 재미없게 보낸 것 같아요^^

희선 2023-02-16 00: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성탄절이라고 다를 것 없겠지만, 조금의 반짝임만 있으면 된다는 말 좋네요 눈부시게 반짝여도 안 좋을 것 같아요 눈으로 보기에 좋은 반짝임...


희선

페넬로페 2023-02-16 08:19   좋아요 1 | URL
네, 조금의 반짝임만 있으면 됩니다.
종교를 떠나 성탄절이 주는 나름의 의미가 있으니까요^^

바람돌이 2023-02-16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저런 멘트 남기고 싶었어요. 이 땅의 청춘들에게 평안을.... ^^

페넬로페 2023-02-16 08:22   좋아요 2 | URL
이 책 읽으며 내내 딸아이가 생각 나더라고요. 같은 느낌, 좋은데요^^

서니데이 2023-02-17 2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작년에 이 책 샀어요. 여러가지 인물들, 에피소드가 있어서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18 10:49   좋아요 1 | URL
인물들과 그들이 느끼는
크리스마스가 연결되어 있어 흥미로웠어요. 미세먼지가 많은 주말이네요.
서니데이님,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레이스 2023-02-18 15: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왤케 우울하게 읽히죠?!
^^;;

페넬로페 2023-02-18 22:49   좋아요 1 | URL
좀 우울하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딸아이의 미래의 모습 같기도 했고요 ㅠㅠ

서니데이 2023-02-21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어제와 오늘 날씨가 조금 차가웠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3-02-23 11:52   좋아요 1 | URL
날씨가 점점 봄에 가까워지네요~~
서니데이님!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안료 공방에서 일하던 젊은 연금술사에 의해 우연히 탄생한 프러시안 블루는 누가 보아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색깔이다. 화학이 정식 학문으로 자리 잡기 전, 고래로부터 연금술사에 의해 연구된 실험은 광기와 집념, 폭력으로 얼룩진 것이었다. 그들이 긴 세월동안 노력했어도 금을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 열정의 실험은 의도치 않은 뜻밖의 중요한 것들을 많이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되었다. 프러시안 블루도 그런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었다. 프러시안 블루는 유럽 미술계에 엄청난 영향을 주었고, 독일에서 다량으로 생산하여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1782년 칼 빌헬름 셸레는 극미량의 황산을 입힌 스푼으로 프러시안 블루를 휘저어 현대의 가장 강력한 독약을 만들어 냈다. 그는 이 새로운 화합물을 프러시안산으로 명명했으며 그 과다 반응성의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금세 알아차렸다.

-p.23]

 

청산(靑酸)이라 불리는 시안화물은 프러시안 블루에서 분리된 부산물이다. 이 아름다운 색깔에서 어마어마한 죽음이 양산되었다. 독가스로, 대량 살상 무기로 유대인과 적들을 죽이고, 나중에는 이것으로 나치 자신의 목숨을 끊는데 사용되었다. 시안화물은 짧은 시간에 인간의 숨을 멈추게 한다. 그래서 매력적이다. 이 매력에 사로잡혀 독일뿐만 아니라 연합국측도 독가스를 만들기 위해 엄청난 동물을 죽인다.

 

 

시각이라는 감각을 통해 인식하는 색깔은 나의 선택에 의해 내 주변의 세상을 장식한다. 내가 선택한 것이 아니더라도 나는 언제나 색깔이 있는 세상을 보며 살고 있다. 모든 것이 배제된 인간의 시각으로만 유용해진 색깔은 그 속에 많은 것이 감춰진 듯 보인다. 벵하민 라바투트의 논픽션 소설인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는 시작부터 강렬하다. 소설의 장르부터 특이해 진실과 허구의 경계를 찾기 어렵지만, 이것으로 세상을 보는 시각에 제동을 걸어준다. 지금부터 뭔가를 더 정확하게 보라는 경고를 받는다. 아무 느낌 없이, 같이 살고 있는 색깔부터 다르게 다가온다. ‘아름답다, 예쁘다라고 표현되는 색깔이 무수한 화합물의 결과라는 사실을 뒤늦게 인식한다.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이 연결되어 그것에 들어 있는 의미를 찾아야겠지만, 유대인 화학자 프리츠 하버의 생에서 디스토피아를 예감한다.


지난 주말에 화가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 전시회에 다녀왔다. 93세의 현존하는 프랑스 작가인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프러시안 블루의 향연이라고 불릴 만큼 색감이 아름다웠다. 초현실주의 작가의 작품과는 달리 브라질리에의 작품은 설명 없이 그저 보기만 해도 아름다웠고 힐링이 되었다. 작가는 자연이란 조화와 질서, 아름다움 그 잣대이고, 평화와 환희, 꿈과 현실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곳이다.....회화가 좋은 취향의 언어로 세계와 삶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작가가 그린 작품은 그의 말대로 자연, 음악, (), 인간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순간에 충실한 삶과 자연의 순수한 느낌이 충만했다.

 

 

내가 만약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를 읽지 않고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을 감상했더라면 순수한 프러시안 블루의 아름다움에만 젖어 그 전시회에서 나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난 후 전시회에 갔기 때문에, 작품을 보면서 계속 책 속의 문장들이 생각났고 그림과 글이 오버랩되었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누구나 다르다. 벵하민 라바투트앙드레 브라질리에’, 두 사람의 시각 모두 인정하고 존중한다. 다만 거기에서 나 자신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깊이가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더 많이 보고 읽어야 한다는 절실함에 전율이 일어났다.


해질녘 강가에서 바라보는 노을이다. 미술작품이 아니더라도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될 수 있다. 세상은 아름다운 색깔들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들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그래서 여기서 머물러버리자는 유혹을 받는다. 그것은 파렴치한 짓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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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2-12 17: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노을 사진이 참 멋지네요! 전시회로 연결된 프러시안 블루 감상~♡ 페넬로페님 탁월한 선택이었네요!! ^^*
저도 이 책 읽는 즐거움이 꽤 컸습니다.

페넬로페 2023-02-12 18:08   좋아요 1 | URL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되는 것 같죠! 프러시안 블루를 사용한 앙드레 브라질리에의 작품도 좋았고, 소설 역시 흥미로웠어요~~

새파랑 2023-02-12 18: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러시안 블루가 저런 아름다운 색깔인데 또 저런 역사가 있군요. 역시 아는만큼 보인다는~!!
역시 색깔은 파랑색!

페넬로페 2023-02-12 19:57   좋아요 1 | URL
파랑의 새로운 발견이었어요~~
이때까지 파랑이 차가운 색인줄 알았는데 엄청 따뜻하기도 한 색이었어요. 정말 아는만큼 보여요.
청산가리와 프러시안 블루가 이리 연관이 있을지 몰랐어요~~

희선 2023-02-13 02: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에서 안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고 안 좋은 것에서 좋은 것이 나오기도 하죠 둘 다 좋다 안 좋다 말하기 어렵겠습니다 안 좋은 걸 만들어서 우연히 나온 좋은 걸 안다고 해도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 같으니... 과학이 좀 그러네요 약도 이런저런 실험을 해서 얻어지고 거기에서 희생되는 것도 많겠습니다

책을 보시고 전시회 가셔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셨군요 그래도 노을은 예쁘네요 노을은 먼지가 많을 때 예쁘다는 말이 있기도 하던데...


희선

페넬로페 2023-02-13 08:42   좋아요 1 | URL
우리가 모르는 것이 정말 많죠!
좋은 것을 만드는 의도에도 나쁜 것이 들어가는 경우도 많고요.
과학도 그렇고, 심지어 색조차도 만드는데 희생되는게 있는것 같아요~~
해가 질때의 정취가 참 좋죠!

책읽는나무 2023-02-13 0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러시안 블루 색도 좋아하는데 말입니다. 마린 블루색과 다르려나요?
아름다움 이면엔 무시무시한 섬뜩함이 도사리고 있었군요?

올려주신 노을 색도 넘 이쁘네요?
해가 쌍둥이같아 보이구요^^
강가나 바닷가에 사는 사람들은 색감을 보는 눈이 띄어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매일 매일의 색감이 다르고, 구름의 형태도 달라져 늘 새로운 상상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구요.

페넬로페 2023-02-13 08:46   좋아요 1 | URL
마린 블루, 코발트 블루, 프러시안 블루가 다 다를것 같아요. 청산의 의미가 이런 건지 저도 섬뜩했어요.

물가에 쌍둥이처럼 비치는 게 참 이쁘죠. 그런 느낌들이 참 좋아요. 매일이 같은 것 같아도 다름이 실감되는 순간이기도 하고요^^

coolcat329 2023-02-13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프러시안 블루에 얽힌 첫 이야기 정말 인상깊었어요.
전시회가 더 특별하게 다가왔겠어요.

페넬로페 2023-02-13 17:44   좋아요 0 | URL
책의 첫부분부터 강렬하게 다가왔어요~~책 덕분에 전시회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와 유익했어요^^

서니데이 2023-02-14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전시회 다녀오셨군요.
파란색도 색감의 느낌이 다양한데, 사진 속의 색은 조금 더 선명한 파란색 느낌이네요.
예전에는 파란색 물감이 무척 비싸고 귀했다고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아서 다행이예요.
조금 더 자유로운 색의 선택이 가능해진 것 같아서요.
사진 잘 봤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14 18:24   좋아요 1 | URL
전시회에서 작품 사진을 찍지 못하게 해서 아쉬웠어요.
실제로 작품을 보면 프러시안 블루와 분홍의 색감이 너무 좋았거든요~~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었습니다^^

2023-02-16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6 08: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나리자 2023-02-18 2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도 그림도 파랑이네요. 그림속의 사람들과 나무들이 환상적으로 보여요.
사진으로 남겨야 두고두고 추억이 될 텐데 좀 아쉬우셨겠어요.
그래도 그림을 보시면서 좋은 에너지 받고 오셨을 것 같아요.
잘 보았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2-18 22:46   좋아요 0 | URL
그림이 너무 좋아 오랫동안 그림을 보고 왔어요. 프러시안 블루가 정말 따뜻하고 아름답더라고요. 설명이 필요없이 그림만 봐도 알 수 있는 느낌이 있어 좋았어요.
모나리자님께서도 좋은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2023-02-18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8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2-19 0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레이스 2023-02-19 1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제 봤네요
모임 있는 주에는 들어올 여유가 없어서...^^
이 책 어디까지가 허구고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독자에게 알려주는 페이지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어요
메시지는 좋았는데...
찾아보니 프러시안 블루 시안화물은 안정적이라고 하네요.
시안화물이 수용소 가스실 안에 남긴 푸른빛이 기억에 남는데 그건 진실인지...
안가봐서...!!!

페넬로페 2023-02-19 16:19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어요.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진실인지가요.
읽다보면 모든게 다 진실같아 보여요~~
언젠가 직접 가서 확인해 볼 날이 있겠죠^^
 
프루스트그래픽 -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
니콜라 라고뉴 지음, 정재곤 옮김, 니콜라 보주앙 그래픽 / 민음사 / 202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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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완독했지만, 이 긴 분량의 소설을 읽는 내내 내가 잘 읽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프루스트는 수직 또는 수평으로 가필을 첨가하며 이 소설을 썼다. 분량은 1999년 갈리마르 출판사판으로 2399페이지이고, 120만개의 단어, 등장인물이 거의 2500명에 달한다. 가장 긴 문장에 931단어(소돔과 고모라 중에서)를 사용할 정도다. 시도 때도 없이 어려운 문장이 나오면 프루스트씨가 또 의식의 흐름으로 들어가시네!’라는 탄식과 한숨이 저절로 나온다. 작가의 문장을 읽고 나의 해석이 틀린 부분이 많았을 것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이 책에 관한 다른 책들도 많지만, 일단은 소설 자체에 집중하자고 생각했다. 13권의 소설을 계속 읽어내는 것이 쉽지 않아서였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의 감상이나 해설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나 스스로 프루스트의 문장과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올해 잃..찾 재독을 시작하며 조금씩 연관된 책을 함께 읽기로 했다. 첫 번째로 선택된 책이 니콜라 라고뉴의 프루스트 그래픽이다. 마르셀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으로 2022년에 출간된 이 책은 부제목 그대로 한눈에 보는 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모든 것이 인포그래픽으로 표현되어 있다.


-출판사 제공 책소개

 

프루스트 그래픽은 고급스럽고 질 좋은 포장지에 감싸인 우아한 선물을 받고 잔뜩 기대하며 그 선물을 풀어보지만, 막상 그 안에 담긴 내용물에 황당하고도 허망한 느낌을 받았을 때의 기분을 주는 책이다. 유용한 내용이 별로 없어 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씁쓸하게 웃으며 거칠게까지는 아니지만 슬그머니 내려놓게 된다. 민음사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주석이 워낙 좋아 이 책을 볼 필요까지는 없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다보면 그 깊이가 끝이 없어 예술뿐만 아니라, 결국 철학과 심리학까지 이르게 되는데 프루스트 그래픽에는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적어 아쉬웠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부분들이 있지만 뭐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쓸데없는 것도 많다. 그럼에도 프루스트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재미있을 것이다. 작가의 생각이 신선하고 창의적이었다.

 


잘 그린 스케치 한 장이 장황한 담론보다 낫다

-작가의 들어가는 글

 

   


언젠가 꼭 프루스트씨를 만나는 여행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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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1-31 14: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글치 않아도 이 책 궁금했는데.
그런데도 별4개를 주셨네요.
책이 고급스러워 보이긴 하는데...

페넬로페 2023-01-31 14:06   좋아요 1 | URL
그냥 덕후의 소장용으로는 좋을 듯 해서요~~
책은 엄청 고급스러워요
양장본에 재질도 두꺼워요^^

미미 2023-01-31 1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있어요!! 대충 훑어본 정도지만 저도 받아보고 실망을 했던...^^;;;
담긴 내용에 비해 가격이 너무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100주년 기념으로다가 소장하기에는 좋은 책!
민음사 주석 훌륭하죠? 저에게 주석도 재밌었던 책 탑2는 <잃.시.찾>과 <장미의 이름>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3-01-31 16:12   좋아요 1 | URL
넘 높은 가격이면서 가격대비 내용에 많이 실망했어요~~
저는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근데 저는 작가의 시도를 높이 평가하고 싶더라고요.
소장용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레삭매냐 2023-01-31 17: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를 닐거볼 용기는
선뜻 나지 않아, 그래픽(?)으로
날로 먹어 보려 했으나...

그것조차 안될 것 같다는 강렬
한 예감이 -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도즈워스
는 프루스트에 통달했더라고...
대단하네요 정말.

페넬로페 2023-01-31 17:59   좋아요 1 | URL
도즈워스에 급 관심이 갑니다.
이 책에 대한 별점을 고민했는데 참신한 시도에 호감도가 올라갔지만 내용과 구성은 영 실망입니다^^
레삭매냐님의 잃.시.찾 느낌 궁금한데 언젠가는 읽으시겠죠!

새파랑 2023-01-31 18: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그래픽>이 페넬로페님의 시간을 잃어버리게 했군요 ㅋ
전 뭔가 집중할수 있을때에 <되찾은시간>을 읽으려고 했는데 1월에는막상 집중할 날이 없었네요 ㅋ

페넬로페님 언젠가는 프랑스에 꼭 가시기를 바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3-01-31 18:48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1월에 많이 바쁘신 것 같습니다.
되찾은 시간은 분량이 얼마 안되어 빨리 읽으실 수 있어요, 화이팅!
프랑스, 꼭 가 볼 날이 있겠죠 ㅎㅎ

독서괭 2023-01-31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것까지?‘ 싶은 책이라니 좀 아쉽네요^^;; 이런 것까지 원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페넬로페님은 깊이 있는 내용을 원하셨을텐데 얕고 넓은 정보가 담긴 모양입니다. 어휴, 잃시찾 다 읽으신 것도 대단한데 관련서적도 열심히 찾아 읽으시다니! 대단하세요!!

페넬로페 2023-01-31 18:50   좋아요 2 | URL
정말 ‘이런 것 까지?‘가 많았어요.
제가 아직 완전 프루스트씨의 덕후가 되지는 못한 듯 해요~~
잃.시.찾과 연관된 책이 엄청 많은데 책 읽을 시간이 왜이리 부족한지 모르겠어요 ㅠㅠ

그레이스 2023-01-31 2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어가는 말 동의하기는 한데,,, 웃음이 났습니다.
광고 카피를 보는 듯 해서.

페넬로페 2023-02-01 09:12   좋아요 1 | URL
저 말도 맞기는 하는데, 그죠! ㅎㅎ

희선 2023-02-01 0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지난해에 다 보시고 또 보시는군요 다른 책과 함께 보신다니 대단합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사람이 2500에 이른다니 그 사람들 다 외우기 어렵겠습니다 사람이 살면서 만나는 사람은 얼마나 될지... 저는 얼마 안 되겠네요 아니 그냥 아는 사람은 많겠지만, 그냥 아는 사람만으로는 2500명 될지... 소설에서 만난 사람도 많으니 될 것 같네요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3-02-01 09:14   좋아요 2 | URL
잃.시.찾에는 예술가도 많이 등장하고 잠깐 스쳐가는 사람도 많아요.
저도 읽으면서는 인식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 그렇다고 하네요~~
독서동아리에서 다시 읽게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어요.
다시 읽으니 새로운 것도 보이고 제가 그냥 지나간 것도 알게되어 좋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3-02-01 21: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프루스트 관련 자료를 정리한 책이군요. 자료가 정리 또는 이미지로 표시되어서 보기는 좋을 것 같은데, 찾아보니까 그래서 가격이 조금 높은 편이네요.
프루스트 관심있는 분은 참고하면 좋을 것 같긴 합니다.
페넬로페님,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01 23:17   좋아요 2 | URL
이 책은 아주 고급스럽게 만들어져 있어요. 아무래도 프루스트 사후 100주년 기념으로 만든거라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가격이 좀 높은편인 것 같아요. 프루스트 작가에 관심이 많은 분이면 소장용으로 좋겠더라고요~~
날씨가 또 추워지네요.
서니데이님!
편안한 저녁 보내시길요^^

서니데이 2023-02-03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2월 시작하고 벌써 금요일이예요.
1월에도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았는데, 2월도 그럴 것만 같은 기분이 조금 듭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3-02-06 15:41   좋아요 1 | URL
2월의 둘째주가 시작되었어요.
날씨가 따뜻해져서 좋은데 미세먼지가 많아 대기가 흐려요.
서니데이님!
일교차가 크니 감기 조심하시고
이번 한 주도 즐겁게 보내시길요^^

서니데이 2023-02-08 22: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이번주가 되면서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미세먼지가 조금 아쉽지만, 오늘은 조금 나은 것 같고요.
주말까지는 많이 춥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도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3-02-09 10:48   좋아요 1 | URL
아침에 산책 나왔는데 나올때는 조금 쌀쌀했는데 걸으니 덥네요~~봄이 오는가봐요.
서니데이님께서도 오늘 하루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시길요^^

페크pek0501 2023-02-09 14: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독하고 나서 제대로 내가 읽은건지 의문이 들곤 합니다.
그리고 깨달은 건 제가 오독을 할 때가 있다는 것, 입니다.
오독도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건 거기서도 사유의 한 바가지를 건져 올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결론은, 오독하더라도 독서는 유익하다는 것.^^

페넬로페 2023-02-09 18:12   좋아요 0 | URL
오독에 대한 페크님의 성찰이 넘 유익합니다.
읽는다는 건 항상 저에게 의미를 주는 것이군요.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3-02-11 17: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어제 비가 왔지만, 날씨가 많이 춥지 않은 것 같습니다.
따뜻한 주말 보내시고, 편안한 오후 되세요.^^

페넬로페 2023-02-12 10:36   좋아요 2 | URL
일교차가 크지만 그래도 날씨가 많이 따뜻해졌어요.
봄이 근처까지 와 있는 느낌인데 그래도 복병처럼 추위가 닥쳐올 것도 같아요.
서니데이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모나리자 2023-02-11 22: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잃시찾 재독을 시작하셨군요! 전 마지막 2권을 읽어야 하는데 사두고 아직입니다. 저도 올해는 완독하려구요. 처음 1독은 그냥 완독 자체에 의미를 두어야 할 것 같아요.ㅎ 조금 재미가 있던 권도 있고 지루한 권이 더 많았지요.ㅎ 아무튼 잃시찾 읽으려면 인내심과 프루스트에 대한 애정, 그리고 끝내겠다는 사명감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여유있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님.^^

페넬로페 2023-02-12 10:39   좋아요 1 | URL
네, 정말 1독은 읽기를 위한 읽기였던 것 같아요.
재독하니 더 좋습니다.
천천히 음미하듯 읽고 있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느끼며 읽어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올해 모나리자님의 잃.시.찾 완독,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