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집중력 - 집중력 위기의 시대, 삶의 주도권을 되찾는 법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3년 4월
평점 :
품절


이미 스마트한 세상의 편리함과 단물에 빠져 있는 우리는 절대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칼로 자르는 알렉산드로스가 될 수 없다. ‘집중력‘은 개인적인 것이 아닌, 거대하고 조직적인 거시적 단어가 되었다. 삶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기 위해 개인과 사회가 함께 해결점을 찾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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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25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맛트폰 때문에 점점 더 책읽기도
집중력도 저하되고 있다는...

페넬로페 2023-07-25 16:56   좋아요 0 | URL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이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스마트폰의 영향이 더 큰 듯 해요^^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하루 수케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평점 :
품절


라이트 로스팅이라 가벼운 산미를 예상했지만, 마시면 굉장히 묵직한 훅으로 한 방 맞는 맛이 느껴진다. 열대과일, 산미, 단맛, 자스민이 혼합된 복잡한 맛?? 처음 마셔보는 특이함에 개인에 따라 강한 호불호가 있을 것 같지만, 이것이 또 이 커피의 매력으로도 작용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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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3-07-20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 이거 장바구니에 담아뒀는데 ‘특이함‘이라는 표현에 잠시 멈칫합니다. 음... 살까말까.

2023-07-20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3-07-20 17:1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3-07-20 17: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어제 받았는데 아직 마셔보진 않았어요. 내일 마실 예정입니다^^

페넬로페 2023-07-20 17:33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 느낌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Falstaff 2023-07-20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이거 사려고 하다가 보니까.... 로스팅한 날이 16일이라고 해서 관뒀는데요. ㅜㅜ

페넬로페 2023-07-20 18:14   좋아요 1 | URL
저는 날짜도 안 보고 구매했어요 ㅎㅎ
요즘 제가 덤 앤 더머 입니다^^
 














시와 그림은 압축된 언어로 표현된 예술이다. 독자는 시를 읽고 그림을 보는 과정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것이 나타내는 상징과 은유를 해석해야만 한다. 당연히 온전한 나만의 해석으로 읽어내면 좋겠지만 그것도 쉽지 않아 다른 사람이 해석해 놓은 것을 참조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떠 먹여 주는 것도 편하지는 않다. 건조하고 어렵게 서술된 글이 재미없고, 시나 그림을 칼로 분해 하는듯한 감상이 싫다. 그럼에도 잘 모르니까, 또는 나의 해석이 완전히 틀릴 수도 있으니 평전이나 해설서를 펼쳐보게 된다.

 

내가 화가 에드워드 호퍼를 알게 된 건 최근이다. 그의 그림이 현대적이고 독창적이라 관심 가지게 되었는데, 마침 호퍼 전시회가 한국에서 열린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림을 직접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전에 대충이라도 호퍼에 대해 알고 싶었다.

 

빈방의 빛(원제는 HOPPER)은 시인이 쓴 호퍼의 그림에 대한 글이다. 저자인 마크 스트랜드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평가하고 받아들이는 호퍼 그림에 대한 느낌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자 한다. 마크 스트랜드가 시인이지만 미술을 공부했고, 말년에는 미술가로 활동했기 때문인지, 그의 글은 시적(詩的)이기보다 상당히 세밀한 호퍼 그림에 대한 분석에 가깝다. 시인의 독자적인 감상이 대다수 공감되었지만, 어떤 경우엔 납득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마크 스트랜드는 왜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호퍼의 그림 앞에서는 비슷한 종류의 감동(p.13)’을 받는지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나는 호퍼의 그림에서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한 인간의 소외와 고독을 가장 많이 보았다. 특히 옷을 잘 차려입은 여자들이 더 고독해 보였다. 그들에게 집이나 침대, 여행 중의 기차 안, 호텔은 편하게 쉬는 곳이기 보다 더 소외되고 외로움을 주는 장소처럼 보인다. 마크 스트랜드는 호퍼의 그림에서 나타난 등변사다리꼴 구조를 강조했지만, 나에겐 긴 수평과 강렬한 수직이 교차되는 직사각형의 구조가 더 눈에 들어왔다.

 

에드워드 호퍼에게도 인상주의화가처럼 이 중요한데, 화가 모네가 빛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호퍼의 빛은 계산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그의 그림이 상당히 구조적이고 기하학적이라 더 그런 생각이 든다.

 

[호퍼의 그림은 즉흥적이라기보다는 조심스럽고 꼼꼼하게 계획된 것이고, 그의 빛은 축하의 빛이라기보다는 기념의 빛이다. 그의 빛이 기하학적인 견고성을 갖추게 된 것은 빛이 흩어지지 않도록 빛에 어떤 생명을 주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빛은 오히려 빛이 저항하고 있는 대상을 떠올리게 한다. 그에게 빛은 결국 어둠이라는 더욱 강한 세력의 휴지(休止)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p.59]

 

롤프 귄터 레너의 에드워드 호퍼는 여러 참고문헌을 인용해 호퍼의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한 책이다. 이 책은 보통의 독자가 읽기에는 조금 어렵다. 미술 사조나 용어의 뜻을 계속 검색해가며 읽었다. 미술 전공자에게 더 좋은 책인 것 같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에 나타난 자연은 바로 우리 옆에 있다. 그러나 오히려 동떨어진 느낌이 들며 음산하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 한 발만 내디디면 내가 그곳에 빨려 들어가 사라질 것 같다. 금방이라도 무시무시한 존재가 튀어나올 것만 같다. 인간의 마음에서 오는 불안과 초조, 갈등 등 심리적 모습들을 자연으로 표현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호퍼의 그림 중 책과 신문을 읽는 사람들!

그들은 집중하고 있지만, 왠지 고독하게 보인다.

나만의 느낌일까?


호퍼의 그림을 보다보니 산책길에서 만난 구립 어린이집에서 그의 그림이 연상되었다.

햇빛이 비치는 이층집과 비슷하다.



코로나 시국의 영향으로 미술 전시를 관람하려면 날짜와 시간까지도 정해 예약해야한다. 유명 뮤지컬이나 콘서트처럼 예약하기도 힘들다. 시간이 날 때 미술관에 가서 그림이나 볼까!’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갔다가는 많이 기다리거나 못 들어갈 수도 있다. ‘에드워드 호퍼전은 워낙 인기가 많아 친구 비아가 겨우 예약에 성공해 가게 되었다.

 

호퍼의 그림은 시대별로 다양하게 전시되었고, 그의 습작품이나 데생도 많았지만, 우리가 더 좋아하는 호퍼식 특징의 그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아 아쉬웠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은 당연 에드워드 호퍼이지만 난 호퍼의 부인인 조세핀 호퍼에 대해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에드워드와 미술대학에서 만난 조세핀은 화가이기도 하면서, 호퍼의 뮤즈이자 모델이었고 조력자였다. 화가로서, 예술가의 아내로 산 여자의 삶이 궁금했다.


호퍼의 그림에는 당연히 조세핀이 모델이 된 그림이 많다. 전시관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금지되었지만 햇볕 속의 여자는 찍을 수 있었다. 이 그림에서 나체로 서 있는 여자역시 조세핀이다. 당시 조세핀은 78세였다고 한다. 78세에 저런 포즈로 남편이자 화가의 모델이 되어준다는 게 나에게는 충격이었다. 늙어 죽을 때까지 예술가의 뮤즈역할을 자청한 건지, 아님 호퍼의 요구를 받아들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마크 스트랜드는 빈방의 빛에서 이 그림에 대해 이렇게 서술했다.

 

[여자의 몸은 매끄럽지도, 완곡한 곡선을 이루고 있지도 않다. 그보다는 빛이 만드는 곱지 않은 경계선이 다소 남성적인 그녀의 근육질 몸 위에 머무른다......햇볕 속의 여자에서 묘사된 여자는 그 누구의 미적 관념에도 맞지 않을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녀는 엄청난 존재감으로, 방 안을 다소 울적하고 사색적인 에로스로 가득 채운다.

-p.65]

 

78살이나 먹은 여인은 당당한 모습으로 담배를 들고 서 있다. 나이에 비해 몸매가 탄탄하지만 전혀 에로스적이지는 않다. 정면으로 빛을 한 몸에 받고 서 있는 여성은 자기 자신에게 몰두하고 있는 듯하다. ‘그 누구의 미적 관념에도 맞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살아 온 세월을 육체 속에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이 여자는 무척 아름답고도 숭고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에드워드 호퍼전은 관람 동선이 별로 좋지 않았다. 특히 전시실에 의자가 하나도 없어 쉴 공간이나 오랫동안 그림을 감상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관람객이 그저 그림을 빨리 보며 지나가기를 바란 것 같다.

 

전반적으로 서울 시립미술관 전시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인지 오래 전 딸아이와 함께 읽었던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이 생각났다.


엄마, 아빠와 두 아들은 엄마의 생일을 맞아 런던에 있는 테이트 브리튼 미술관으로 그림을 보러 간다. 세 남자는 스포츠 경기를 보고 싶어 미술관에 가기 싫었지만, 엄마의 생일이라 할 수 없이 따라 나섰다. 처음엔 시큰둥하고 재미없게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림을 보며 서로 장난도 치고, 아빠와 닮은 그림도 찾아낸다. 그들은 점점 기분이 좋아졌고 나중에는 모두 다 즐겁게 웃으며 집으로 돌아온다. 앤서니 브라운은 미술관에 갔던 날에 엄마와 그림놀이를 했으며 그때 자신이 커서 무엇을 하며 살지 결정했다고 한다.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처럼 미술관의 역할은 그런 것이 아닐까! 유명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만이 아닌, 그곳에서 추억을 쌓게 하고 그림에 감동할 시간을 충분히 주며, 나중에 훌륭한 예술가가 될 수 있는 계기를 주는 곳......

그런 미술관에 가고 싶다.











*사진속의 그림은 '빈방의 빛', 에드워드 호퍼', '행복한 미술관'에서 발췌했고, 페이지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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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3-07-18 18: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올려주신 호퍼의 그림들이 고독과 불안에 놓인 개인을 잘 표현한 것 같네요.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 보기 좋은데요? ^^ 저도 전시회 가면 잠시 앉아 여유롭게 감상하는 걸 즐기는데 의자가 하나도 없었다니!

페넬로페 2023-07-18 19:00   좋아요 3 | URL
사진이라 그림에 담긴 내용을 다 표현하지 못해 아쉬워요~~
해변에 앉아 있는 모습, 넘 좋죠!
저런 그림을 보면 화가의 아내도 괜찮은 듯 해요~~
전시회장의 동선과 서비스가 넘 맘에 들지 않았어요 ㅠㅠ

그레이스 2023-07-23 21:57   좋아요 2 | URL
의자 필요해요
뒤피전 보러갔다가 갑자기 쥐가 나는 바람에 의자 없었으면 바닥에 주저앉을 뻔했어요 ㅋㅋ
남들 조용히 관람하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딸이랑 다리 주무르고...
나중에서야 창피함이 몰려왔다는! ㅋ

의자 얘기에 생각이 나서...^^

책읽는나무 2023-07-18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다 옆의 방> 그림도 있었나요?
전 전시회를 가게 된다면 그 그림이 너무 보고 싶네요. 호퍼 그림 중 가장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가서 볼까? 고민하며 숙소랑 이것 저것 알아보다가도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도 문제이기도 하지만, 붐비는 장소에서 제대로 감상이 안 될 것 같아 굳이 돈 들여가며 서울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포기하게 됩니다.
그래도 계속 고민 중인데 페넬로페 님의 관람 후기 그리고 앤서니 브라운의 <행복한 미술관>그림책 이야기를 읽으니 갈등이 해결되는 느낌입니다.
그래도 페넬로페 님의 눈이 부럽습니다.^^
산책하다가도 어린이 집을 호퍼의 그림과 접목시키시다니..ㅋㅋㅋ

페넬로페 2023-07-19 00:19   좋아요 1 | URL
‘바다 옆의 방‘은 없었어요.
생각보다 주요작품이 빠져 있고 그 대신 데생이나 습작품이 많았던 것 같아요.
미술작품 그리시는 책나무님은 도움이 되셨을 것 같은데 저같은 사람에게는 작품이 더 많았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나라에도 행복한 미술관처럼 상설전시장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매번 합니다.
호퍼전은 제 감상이니 책나무님, 기회되시면 보러 오세요 ㅎㅎ
저와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자목련 2023-07-19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도 이 전시회를 다녀와서 주요작품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하더라고요.
페널로페 님의 글로 호퍼의 그림을 읽고 감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

페넬로페 2023-07-19 10:41   좋아요 0 | URL
많이 기대했었는지 조금 아쉬움이 남는 전시였어요.
그래도 그것과 연관되어 책을 읽을 수 있어 좋으네요^^

새파랑 2023-07-19 2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전시회 가셨군요~! 저도 가보고 싶었지만 그냥 이 책 읽은걸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
저는 그림을 전혀 모르지만 호퍼 그림은 좋더라구요 ^^

페넬로페 2023-07-19 22:51   좋아요 1 | URL
호퍼의 그림이 독창적이라 우리가 많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자가 시인이라 그림 하나하나에 대한 느낌을 잘 서술해서 역시 글 쓰는 사람은 다르다고 생각했습니다^^

희선 2023-07-20 01: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시회에 간 건 좋았지만 조금 힘드셨군요 그림책처럼 그림을 보면서 이런저런 좋은 기억을 갖게 된다면 더 좋겠네요 에드워드 호퍼 그림을 보러 사람이 많이 와서 빨리 보고 빨리 가기를 바란 걸지도 모르겠네요


희선

페넬로페 2023-07-20 07:28   좋아요 1 | URL
호퍼의 그림은 역시나 좋았어요. 그런 좋은 감정들을 미술관의 동선이나 기능들이 지켜주지 못하는 점이 많이 안타까웠어요~~

레삭매냐 2023-07-20 1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호퍼의 그림 좋네요.

예전에 그림 보겠다고 뮤지엄
찾던 시절 생각이 새록새록.

페넬로페 2023-07-20 13:45   좋아요 1 | URL
네, 호퍼 그림의 이미지나 상징이 마음에 와 닿았어요~~
전시회 가서 직접 그림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우리는 자신이 노출되는 정보량의 엄청난 팽창과정보가 들이닥치는 속도를 아무 대가 없이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건 착각이다. - P32

"보통 우리는 쉬운 길로 가고 싶어 해요. 하지만 우리가 행복할 때는 약간 어려운 일을 할 때거든요. 핸드폰이 생기면서 사람들은늘 중요한 것보다는 쉬운 것을 제안하는 물건을 언제나 주머니에넣고 다니게 된 거예요" 수네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나 자신에게 더 어려운 것을 선택할 기회를 주고 싶었어요." - P54

그러나 똑같은 신문을 온라인으로 읽을 때는 보통 모르는 이야기를 건너뛰고, 내가 이미 아는내용과 관련이 있어서 대충 훑어볼 수 있는 단순한 기사를 클릭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난 뒤 우리가 점점 더 삶을 속독하고 있는 것이아닐까. 점점 더 적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며 여기에서 저기로 허겁지겁 건너뛰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P55

"실제로 생각하는 데 긴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작업 전환에 시간을 쓴다면 뇌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겁니다. 즉 스크린타임 기능이 하루 핸드폰 사용 시간이 네 시간이라고 알려준다면,
사실 우리는 집중력을 상실함으로써 그보다 훨씬 긴 시간을 잃고있다는 뜻이다. - P61

가는 곳마다 자신을 방송할 뿐 다른 정보는 수신하지 않는 사람들로 둘러싸이는 느낌이었다. 주의가 부패하면 나르시시즘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가 자기 자신과 자기 자아에만 집중된상태가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 P75

스키너는 이 원칙으로 인간의 행동을 거의 설명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리는 자신이 자유로운 존재라고 믿는다. 자신이 선택을내린다고, 어디에 주의를 기울일지 결정하는 복잡한 정신을 가졌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건 다 환상이다. 우리와 우리의 집중력은그동안 살면서 경험한 강화 훈련의 총합일 뿐이다. 스키너는 인간에게 정신(우리가 자유의지를 가진 인간으로서 스스로 선택을 내린다는의미에서의 정신이 없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은 그게 무엇이든 현명한 설계자가 선택한 방식으로 재설계될 수 있다. 오랜 시간이지난 후,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이렇게 물었다. 만약 우리가 사용자에게 ‘하트‘와 ‘좋아요‘를 줘서 셀카 찍는 행동을 강화한다면, 씨앗을 더 먹기 위해 강박적으로 왼쪽 날개를 펼친 비둘기처럼 사용자들도 강박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할까? 인스타그램의 설계자들은 스키너의 핵심 기술을 수십억 사용자에게 적용했다. - P83

그는 이러한 상태에 ‘몰입‘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몰입은 하고 있는 일에 너무 푹 빠진 나머지 모든 자아 감각을 잃은 상태, 시간이 사라진 듯한 상태, 경험 그 자체의 흐름을 탄 상태를 뜻한다. 몰입은 우리가아는 것 중 가장 깊은 형태의 집중 상태다.  - P85

그 순간 우리 모두가 두 가지 강력한 힘, 즉 분열과 몰입 사이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열은 우리를 더작고 얄팍하고 분노하게 만든다. 몰입은 우리를 더 크고 깊고 차분하게 만든다. 분열은 우리를 위축시킨다. 몰입은 우리를 확장한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조악한 보상 때문에 춤추는 데 주의력을 낭비하는 스키너의 비둘기가 되고 싶은지, 자신에게 정말로중요한 것을 찾아냈기에 집중할 수 있는 미하이의 화가가 되고싶은지. - P95

"실제로는 환경의 변화만이 진정한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상황에서 개인의 절제가 주요 해결책이라 말하는 것은 "문제를 개인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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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우리는 돈 없이 살 수 없다. 돈은 지금의 세상을 정의할 수 있는 가장 큰 언어라고도 할 수 있다. 물질의 평가는 가격으로 결정된다. 합리적 가격 시스템은 편리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가치 평가에 공급과 수요의 법칙이라는 고전적 문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제는 누구나 알고 있다. 공정한 가격의 기능과 기본 원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인위적이고 비도덕적인 개입, 거대한 자본의 은밀한 전쟁에 세계와 우리나라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그런 가격이 급변할 때다. 가격이 급격히 흔들리면 질서가 무너지고 혼돈이 벌어지며, 우리가 견고하다 믿었던 것이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가격은 급작스러운 대기근과 대규모 난민을 유발하거나 지배 계급을 갈아엎는다. 가격은 폭동과 혁명, 전쟁을 일으키고, 왕실과 경찰국가 그리고 외세의 침략에 자금을 댄다. 가격은 우리의 빗장을 열어 괴물을 풀어놓는다.

-p.15]

 

원제가 PRICE WARS인 이 책의 저자 루퍼트 러셀2010년대 전 세계를 강타한 무수한 혼란의 원인을 괴물과 다름없는 몇 명의 지도자와 가격 시장을 교란시키는 금융 투기로 보고 있다. 그는 아랍의 봄, IS, 브렉시트 투표, 우크라이나 전쟁, 베네수엘라, 미국 국경 지대의 위기를 따라가며 가격이 일으키는 마법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나비의 날갯짓과 단 한 알의 모래로도 연쇄 위기가 촉발될 수 있다. 그리고 그것들은 되먹임의 고리가 된다.

 

2010년 아프리카 튀니지의 무함마드 부아지지의 분신으로 시작된 재스민 혁명은 빵 가격의 폭등이 계기가 되어 그동안 쌓인 문제점이 동시에 폭발된 것이었다. 아랍 전역으로 퍼진 민중의 분노는 정부의 과격한 진압으로 내전과 난민의 생성, 국가의 붕괴, IS의 발흥으로 이어졌다. 석유를 가진 비교적 여유 있는 산유국들은 국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식료품을 무료로 배급해 그들의 독재를 유지시켰다.

 

식량 생산이 전 세계 사람들을 먹일 수 있는 충분한 양이고, 원유 역시 산유국들이 감산하지 않았음에도 그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했다. 원자재 거래소에 모여 든 거대한 금융자본이 움직인 결과에 수많은 세계의 시민은 고통 받고, 극소수의 사람만이 돈 잔치를 벌였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의 괴물 지도자들은 그런 투기꾼에 협력하고 자신의 권력을 더 강화시키며 거뜬히 살아남았다. 원자재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그것이 주는 돈으로 권력을 유지하는 독재자들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지 않게 괴물들은 세계를 위협하고, 그 덕에 금융투기자의 재산은 엄청나게 불어간다.

 

투기자본이 벌어들인 비정상적인 돈은 다시 취약한 곳을 찾아 들어가며 악덕 사채업자가 된다. IMF, 세계은행, 미국 연준, 영국 영란은행은 투기자본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고, 각국의 중앙은행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곳이 되었다. 빌 클린턴, 버락 오바마조차 국민이 아닌 채권자들을 두려워했다.

 

[가격이 사용한 마법의 도구는 순식간에 증식하는 파생상품이라는 서류였다. 세계 경제에 질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리라 여겨지던 파생상품은 세 번의 폭발을 연달아 일으켰다. 2007년에는 주택에서, 2008년과 2010년에는 식량에서 전 세계를 가난과 굶주림에 빠뜨리는 충격파가 발생했다. 식량에서 일어난 세 번째 폭발은 결국 중동을 혼란의 가장자리 너머로 밀어넣었고, 공포로 가득한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

-p.107]

 

금융자본의 손실을 막고자 무분별하게 만든 파생상품과 원자재 인덱스펀드의 공매도, 헤지펀드는 그것과 직접 관계가 없는 먼 곳의 사람들을 난민으로 전락시키고, 아이를 키울 돈이 없는, 지독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여성들이 불임수술을 받게 한다.


요즘 웬만하면 커피 한 잔에 5000원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내가 체감하는 커피의 가격이 만만치 않은데도 정작 과테말라에서 커피를 재배하는 토레스(p.319)는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불법으로 미국 국경을 넘으려고 했다. 기후의 변화로 인한 커피 녹병, 대출금에 따른 높은 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서이다. 케냐도 마찬가지이다. 2018년 폭락한 커피 가격으로 그들은 자신의 땅을 지킬 수가 없었다. 내가 지불한 커피 가격은 도대체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커피 시장은 기록적인 약세 포지션을 구축한 헤지펀드들의 대규모 공매도로 어려움에 빠져있다. -p.324

 

투기자들은 커피 가격을 끌어내림으로써 이미 혼돈의 가장자리에 있던 과테말라가 임계점을 넘도록 몰아붙였다. 게다가 과테말라의 경제를 떠받치는 커피 산업은 기후 변화로 더 불안정하고 취약해졌으며, 국제 커피 가격에 가해지는 작은 충격에도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생존에 필요한 임금을 찾아 떠나는 이민자가 급증한 것은 자명한 결과였다. -p.325]

 

빈곤의 가격2008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금융 파생상품의 위기로 시작된 전 세계적인 혼란의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저자가 직접 이론가들을 만나고, 현장으로 찾아가 취재한 사례들이 생생하게 적혀있다. 이 책에 씌어진 내용이 주로 2010년대에 일어난 사건이지만 지금 우리역시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그 원인은 중요하다.



 

 

 

 

 

 







전작인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와 마찬가지로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역시 세계의 불평등에 대한 이야기다. 저자는 손녀 조라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 현재 우리가 겪는 불평등의 원인을 분석한다. 자본주의가 시작된 역사를 살펴보고, 자본주의가 어떻게 인간을 잠식해왔는지를 설명한다. 현장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자본주의가 주는 피해와 불평등을 여러 나라의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소수만을 위한 자본의 힘과 결국 그것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시스템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자본주의시대뿐만 아니라 고대로부터 인간이 누리는 잉여가치는 결코 스스로 얻어진 것이 아니었다. 노예, 농노, 식민지 시대로 이어지는 수많은 수탈과 억압에 의해 거대 자본이 형성되었고 그것은 현대 금융자산의 밑바탕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은 금융투기가 불평등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빈곤의 가격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는 똑같이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을 금융투기자본으로 보고 있다.



 

 

 

 

 

 







소설가 김연수는 그의 단편소설인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하지만 이제는 안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p.34)”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뭘까? 루퍼트 러셀이 튀니지의 카페에서 만난 한 남자는 사람들이 원하는 건 기본 욕구를 채우는 거예요. 먹고 입을 것 말이예요(빈곤의 가격, p.387)”라고 말한다. 우리가 원하는 평범한 미래는 최소한 기본욕구 정도는 채우며 살 수 있는 세상이다. 그렇지만 금융투기가 계속되고 그들과 결탁한 괴물이 있는 한 우리의 미래는 암울할 뿐이다.

 

루퍼트 러셀과 장 지글러가 서술한 문제점들은 우리가 대충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 거대한 힘들이 일으키는 돈의 파장에서 나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나란 사람은 최소한의 영향만 받기를 원하는 이기적이고 소극적인 세계시민이다.  

 

자본주의의 전복까지도 원하는 지글러가 내놓은 해결책은 지극히 소박하다. 그는 비아 캄페시나, 여성운동 모임, 그린피스, 아탁, 엠네스티 인터네셔널(p.168/188,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같은 사회운동으로 연대하자고 주장한다. 1780년대 말, 경제 위기에 직면한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삼부회를 소집한다. 프랑스의 가난한 자들과 불만 가진 자들의 요구 사항을 기록한 진정서가 작성되었지만 정작 민중은 직접 나서지 않고 부르주아 자본주의자들에게 그들의 일을 위임한다. 지글러는 이런 민중의 소극성을 우려한다.

 

[그러나 우리같은 집단을 삼부회가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결정이 아무리 정당하다고 할지라도, 회의 진행을 방해하기만 할 것이다.....불쾌하기 짝이 없는 우리의 헐벗은 모습, 우리가 걸친 구역질 날 정도로 끔찍한 누더기를 보게 될 것이며 우리 몸을 뒤덮고 있는 이가 옮겨 붙을까 봐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당신 영주들 사이에 우리의 대표를 보낼 마음이 없다. 비록 우리 역시 자연과 주님의 은총이라는 질서 속에서는 당신들의 형제이며 권리에 있어서 동등할지라도 말이다.

-p154/188,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이 두 책은 우리에게 현실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미 우리나라도 혼란의 한가운데에 서 있고,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포식자에게 잡아먹히고 말 것이다. 세계를 제패한 금융투기 세력은 국민에 대한 복지를 싫어한다. 채권자는 채무국의 국민을 쥐어짜 빌려준 돈을 회수해 가며, 그들의 절대적 도움이 필요한 정치가들은 그들에게 복종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양극단의 선택만 하는 우리들은 더욱더 정확한 인식을 해야만 한다. 평범한 미래를 위해 적어도 민중의 소극성만은 버려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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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7-08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세계를 상대로 돈장사를
벌이는 USA 과잉 자본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가난의 고착화야말로 독점
자본이 노리는 최종 목표가
아닐까 싶습니다.

인별그램에서 테구시갈파가
(과테말라도 상황이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 세계에
서 가장 위험한 도시 중의 하
나라고 하더니만, 그 이유가
있었군요. 커피 농사가 유일
한 먹고 살 길인데 높은 이자
때문에 고향을 등지고 결국
국경을 넘어야 하는 신세가 참...

페넬로페 2023-07-08 23:15   좋아요 1 | URL
‘빈곤의 가격‘에 엄청 많은 내용이 더 있는데 제가 그것을 많이 표현하지 못했어요.
금융회사의 ceo가 되려면 15%(?)이상의 이익을 올려주어야 한다고 책에 나와 있어요.
과잉자본과 함께 그들의 끝없는 탐욕도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과테말라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도 사정이 좋지 않더군요. ㅠㅠ
남의 일같지가 않습니다.

희선 2023-07-09 01: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상은 좋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굶는 사람이 있기도 하죠 잘사는 나라는 먹을 게 남고 못사는 나라는 먹을 게 없는... 잘사는 나라가 못사는 나라와 나눠 먹으면 좋을 텐데, 잘사는 나라는 그러지 않는군요 지구를 한 나라로 생각하고 모두가 지구 사람이다 생각하면 좋을 텐데, 자기 나라만 생각하고 자기 집안만 생각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건 한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군요 모두가 그런 건 아니어서 다행이다 생각하지만... 더 많아지면 좋겠네요 모두가 잘사는 것보다 굶지 않는 것만이라도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3-07-09 08:15   좋아요 1 | URL
네, 점점 심해지는 양극화가 정말 문제가 많은 것 같아요.
이론적으로는 많이 가진 자들이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어야하지만 그것도 정책상 어려움이 많고 제약을 많이 받더라고요.
누구나 기본적인 삶이라도 누릴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ㅠㅠ

새파랑 2023-07-09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극성을 버리면 안되는데 점점 소극적(?)이게 되는거 같습니다 ㅎㅎ
뭐 거창한 미래를 바라는 것도 아닌데 왜그런지 모르겠습니다~!! 페넬로페님과 같은 깨어있는 사고가 필요한 시대인거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3-07-09 12:35   좋아요 1 | URL
정말요, 거창한 미래가 아닌 그냥 기본 정도만 누렸으면 좋겠는데~~
사는게 점점 팍팍해져 남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는 것 같아요 ㅠㅠ
저도 깨어있지 않은데 한번씩 이런 책 읽으며 각성하고 있어요 ㅎㅎ

서곡 2023-07-11 15: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예쁜 마들렌...ㅎ 오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페넬로페 2023-07-11 16:41   좋아요 1 | URL
비가 많이 옵니다.
서곡님께서도 오늘 오후 잘 보내시길요.
잃.시.찾 덕분에 마들렌이 눈에 보이면 맛보고 싶더라고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