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수는 꼴찌에 가깝지만 그래도 31

 

요즘 많이 걷고 있어(수치로는 아닌데, ‘날씨가 더워서라는 핑계를 대고 싶다) 알라딘 22주년 독보적이벤트가 별로 새롭지는 않지만 스탬프에 욕심이 났다. 내가 지금 받은 스탬프는 9개인데 그 다음 도전 스탬프는 참 잘했어요이다. 하루에 3권 이상 리뷰를 쓰고, 5권 읽은 책장에 추가하면 받을 수 있는 스탬프인데, 하루에 3권 이상 리뷰를 쓸 능력이 안 되니 그대로 멈추어있는 상태이다. 그래서 22주년 스페셜 스탬프를 받고자 힘들고 피곤한 날에도 무조건 밖으로 나가 걸었고, 31일 완료했다.

 

예전에 피곤해서 항상 힘이 없다고 하면, 엄마는 늘 나에게 힘을 내면, 또 힘이 난다고 말씀하셨다. 그땐 힘이 없는데 어떻게 힘을 내냐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렸는데, 피곤해도 나가서 걷거나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면 신기하게 몸에 힘이 생겨 엄마의 그 말씀이 무척 실감이 난다. 걷거나 운동뿐만이 아니라, 힘이 없어도 힘을 내야하는 상황이 나에게 얼마나 많은지 그럴 때마다 엄마의 말씀을 기억하려고 한다.

힘을 내면, 또 힘이 난다

 

2,어디서나 고수는 존재 한다

 

헬스장에 가면-나는 주로 오전에 가는데 그 시간에 매일 오시는 중년과 노년의 헬스 중독 남성분들이 여러 명 계신다. 한 번씩 가는 내가 그분들을 뵈면 참 송구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운동을 하신다. 하루에 2~3시간 정도 운동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분들의 운동에 대한 열정과 성실함을 존경한다. 뭔가를 시작해 중독의 상태로까지 가려면 그동안 얼마나 그것에 몰두해야하는지, 또 얼마나 어려운가를 알기에 매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려 그나마 띄엄띄엄 가던 헬스장을 거의 가지 않고 있다. 또한 날씨도 너무 더워 먼 곳에 있는 공원까지 걸어가기가 힘들어 요즘은 동네에 있는 작은 공원을 이용한다. 그곳은 가운데에는 축구나 농구를 할 수 있는 운동장이고, 운동장 바깥으로는 트랙이 있어 걷거나 뛰기에 좋다. 이 공원의 가장 좋은 점은 근육을 단련할 수 있는 운동 기구가 많은 것이다. 트랙을 두 바퀴 돌고 운동 기구를 이용해 운동을 좀 하고, 다시 트랙을 걷는 순서로 운동을 하다보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그런데 거기서도 운동 마니아들을 많이 만난다.

 

그들은 헬스장에 있는 분들보다는 근육이 우락부락하지는 않다. 옷도 그냥 평상복 그대로이다. 그 분들이 제일 많이 이용하시는 운동기구는 철봉이나 평행봉이다. 거기에서 보이는 그분들의 묘기는 나의 혼을 빼놓는다. 어떻게 근육을 단련했는지 철봉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고, 올림픽경기의 링이나 평행봉, 철봉에서 선수들이 보여주는 것처럼 흔들리지 않고 매달려있다.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눈 깜짝할 사이에 안보여서 찾아보면 철봉에 거꾸로 서 있는 것이다. 정말 놀랍다. 그분들을 보면 오히려 헬스장에서 운동하시는 분들이 하수처럼 느껴진다. 어디서나 저렇게 열심히, 자신의 삶을 단련하며 사는 분들이 많은데 환경을 탓하고, 불평하는 내가 부끄럽다. 헬스장에 몇 개월치 돈을 내놓고 가지도 않고, 책만 사놓고 읽지 않는 게으름에 대해서도..

 

3,그리고 염치없는 사람들도 많다.

 

운동을 하고 돌아오면 힘은 빠지지만 의욕이 넘쳐, 내가 사는 11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 한 때 구청에서 계단 오르기캠페인을 벌였는데, 우리 아파트 계단에도 여러 좋은 문구들이 붙여져 있다. 기분 좋게 헉헉대며 걷는 계단 오르기는 5층과 6층 사이에서 꼭 나를 멈추게 한다. 힘들어서가 아니고, 그곳엔 매번 담배꽁초가 몇 개비 버려져있고, 강아지의 오줌으로 흥건하다. 계단 논슬립은 이미 부식되어 청소하시는 분이 아무리 닦아도 얼룩이 지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때는 계단참에 아예 담배 한 갑이 놓여있다. 그 담배를 확 차고 싶어지는 경우가 많지만, 혹시 그 담배의 주인공은 조폭? 도끼 들고 날 찾아올까봐 성질을 꾹 누르고 다시 11층으로 향한다. 몇 번 관리실에 전화해 항의도 해봤지만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그곳에는 <금연>이라는 스티커만 붙여져 있다.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이기에 저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강아지 오줌도 그렇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마음은 알지만, 사실 예의를 갖추지 않는 견주도 많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키우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을 알고 시작하면 좋겠다.




 4,블랙 위도우

 

마블 영화 광팬인 딸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코로나를 뚫고 블랙 위도우를 보러 갔다. 난 마블보다는 스칼릿 조핸슨의 팬으로서 영화를 봤다. 영화의 내용에는 블랙 위도우들의 성장 과정이 담겨 있는데, 레드룸에서 훈련받는 수많은 위도우들은 이 세상에 깔려 있는 버려지고, 갈 곳 없는 여자 아이들로 채워진다고 한다. 그들은 너무 많아 그들을 데려오는 것은 쉽다. 그 여자 아이들을 데려와 명령에 복종만 하는 인간 병기로 키운다. 갈 곳 없는 여자 아이들이라는 말에 우리의 <펠리시아>가 생각났다. 7월에 알라딘 서재에서 윌리엄 트레버의 펠리시아의 여정을 많은 분들이 읽었기에 <펠리시아>는 우리의 <펠리시아>.




 

 

 

 

 

 

 

 

 





5,‘펠리시아는 이 세상 어느 곳에서나 많다.

 

한 때 내가 사는 동네의 한 빌라에서 일정한 시간만 되면 싸구려 양복을 입은 청년들이 우루루 나오곤 했다. 여자들도 몇 명 섞여 있었는데, 그들은 여러 노선의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갔다가 저녁때에 다시 돌아왔다. 다단계에 빠진 청년들이었다. 무엇이 그들을 집을 나가게 해서 허황된 욕망을 좇아가야 했는지 짐작은 간다. 세상에는 나쁜 어른들이 많기에 그들은 너무 쉽게 공수되고 착취된다. 갈 데가 없고, 할 수 있는 일이 없기에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이런 것이다. 또한 조종되어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처지로 만들 친구를 또 나쁜 사람들에게 데려가야 하는 수많은 펠리시아의 여정은 고달프다. 그런 그들이 우리 동네의 골칫거리였고 나쁜 이미지를 심어준다고 사람들은 생각했다. 단속반이 나왔고 어느 순간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소설 펠리시아의 여정을 읽으며 왜 난 그들을 떠올렸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은 어디쯤에 가 있는지 궁금하다.

 

6,‘힐디치의 말이 옳은 것도 있다.

 

[토끼같이 생긴 이 아이의 삶은 어떨까? 힐디치 씨는 생각한다. 이 아이는 저 흑인 여자처럼 종교적이지 않다. 생각해보지 않아도 그냥 알 수 있다. 그저 어딘가 갈 곳을, 의지할 데를 찾느라 이들에게 합류했을 뿐이다. 이 아이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그게 눈에 훤히 드러난다. 그런데 이 아이가 이 미친 인간들과 함께 지내면서, 안내책자를 들고 허튼소리나 하며 돌아다니면서 남은 인생을 살아간다면, 대체 이 아이의 삶은 어떻게 될 것인가? -276]

 

난 가톨릭교도이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 그렇게 배타적이지는 않다. 내 것이 무조건 옳고 좋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나의 신념과 소신으로 종교를 택했고, 그것은 나에게 올바르게 가야 할 삶의 방향을 알려준다. 그런데 드물게 내가 싫어하는 종교가 있는데, 그것은 아이를 데리고 전도하러 다니는 사람들의 종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에서 주인공인 덴고와 아오마메는 학교 동창인데, 그들은 학교에 가지 않는 주말에 서로 그들의 부모와 함께 마주친다. 덴고의 아버지는 NHK(기억이 정확한지는 잘 모르겠다) 수금원이었고, 아오마메의 부모는 사이비종교에 빠진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어떤 집들을 방문할 때, 아이를 데리고 방문하면 문전박대 당할 위험이 훨씬 적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아이를 데리고 돈을 받아내고, 종교를 전도하러 다닌다.

 

아이뿐만 아니라, 혼자 보다는 두 명이 다니면 더 효과적인 것을 알기에 광신도 캘리거리 역시 누군가와 꼭 함께 다닌다. 그 누군가는 부모의 요청에 거절할 힘이 없는 어린아이들이거나 어쩔 수 없이 그들의 신세를 질 수 밖에 없는 갈 곳 없는 사람들이다. 힘없는 아이들이 부모들과 함께 다니며 느끼는 그 자괴감과 어색함을 어른들은 생각해보지 않았을 것이다. 어린아이들이 그때 느낀 생각들에 의해 그들이 나중에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다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다. 설사 알았더라도 자신의 믿음이 이 세상의 전부이고, 그렇게 믿어야 죽어서 영생의 삶을 살고 자신들만 구원받을 수 있다는 맹신으로 당연히 자신의 아이들도 그 길을 걸어야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어른들이 너무 나쁘다.




 

 

 

 

 

 








7,‘재난으로 재난을 만든다.

 

윤고은의 소설, ‘밤의 여행자들에는 재난을 찾아다니고 수치화해서 그것을 관광 상품으로 내놓고, 사람들은 그곳으로 여행을 떠난다. 이 설정이 나에게는 충격적이었는데, 문제는 그것이 사람들에게 먹힌다는 것이다.

 

[정글에서 취급하는 상품은 대략 150개 정도예요. 수많은 프로그래머들이 계속 상품을 만들어 내죠. 새롭지 않으면 강력하기라도 해야 상품도 살아남아요. 지진, 태풍, 화산, 산사태, 가뭄, 홍수, 화재, 대학살, 전쟁, 방사능, 사막화, 연쇄 범죄, 쓰나미, 동물 학대, 전염병, 산사태, 수질오염, 수용소, 감옥, 기타 등등 -P107]

 

'재난이라는 것이 프로그램화되고, 자본이 투입되며 또다시 많은 사람들이 재난을 당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그 피해자는 물론 가진 것이 없는 소외된 사람들이다. 재난이 재난으로서의 역할을 다하지 못해 사람들의 눈길이 떠나갈 땐, 다른 강력한 재난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눈에 거슬리거나, 필요한 시체를 얻고자 살아있는 사람을 가차 없이 트럭으로 밀어버린다. 한 번으로 안되면 후진해 다시 돌진한다. 이런 장면들은 영화나 TV 드라마에서도 무수히 많이 나온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본 빈센조에서도 제거해야 할 사람들은 트럭으로 밀어버린다. 난 그 잔인한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경악스럽고 화가 난다. 그렇게 당하고 마는 사람들의 억울함을 법도 잘 풀어주지 않는다. 세상 대다수의 사람들은 자신도 언제든지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에겐 빈센조나 어벤져스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강력함에는 더 강력함이 필요하고, 거기에 더 강력한 빌런이 나타나고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죽기 시작하고, 더 강력한 히어로가 나타나고......그런 악순환이 반복되지만 그래도 빈센조블랙 위도우의 활약은 나의 가슴을 시원하게 뻥 뚫어주었다. ’밤의 여행자들역시 거대한 자연재해가 그들을 응징하지만, 그것은 언제든지 우리들에게도 올 수 있는 것들이다.





 

 

 

 

 








8,역사는 판박이다.

 

미미님의 서재에서 이 책을 보고 읽고 싶어 1,2권을 읽었고, 계속 읽을지 고민하고 있다. 조선의 역사에 대해 그 흐름을 좀 더 정확히 알고 싶었는데 지금의 현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껄끄럽다. 중간 중간 들어있는 박시백화백의 유머가 날 웃게 만들어 놓치기는 싫지만, 그 뒤에 나올 더 답답한 조선의 모습들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9,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얘깃거리가 그렇게 많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한국의 작가들은 어떤 소재로 글을 쓰는지 궁금하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은 전쟁을 겪지도 않았고, 우리는 유대인이 아니며, 주변에 흑인도 없다.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지금 30년 정도의 시간이 역사상 가장 평화로운 시대라고 했다. 그 평화로운 시대에 글로 뭔가를 창조하는 작가들은 대단하다.

 

김금희 작가의 책을 읽으면, 그녀가 써 낸 텍스트하나만으로 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여기저기서 뭔가를 가져올 필요가 없다. 그냥 이 글만으로, 특별한 문장만으로 그 안에서 충분한 서사와 삶과, 머뭇거려서 슬픈 사랑을 만난다. 모국어로 읽는 희열도 있다. 아프고 힘든 사람들도, 꿈을 이루지 못한 사람도, 직진하지 못하는 사랑도 있어 그것들로 세상을 가득 채우는 느낌이다.

 

[그런 열의 없는 기오성의 추적을 눈치챘는지 꼬마가 담장 너머로 홀짝 넘어간 뒤 더는 달아나지 않고 대치하면서, 기오성에게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말할 수 없는 여러 압력들이 생각난 그는 당황했고, 꼬마가 재차 묻고 나서야 페퍼로니에서 왔어,라고 답을 했다고 했다. 페퍼로니가 뭐였는데요?...........그러고는 결국 아무 데서도 오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었을까요,라고 했다. -p160~161]

 

 

 


10,비극은 현실이다.

 

어제 마트에 가려고 집을 나섰는데 내가 사는 동 앞에 경찰차가 세 대나 와 있었다. 사람들이 몰려 있었고, 경찰들과 형사들이 많았다. 왜 그런지 궁금해서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우리 동에서 어떤 여자가 뛰어내렸고, 사망했다고 했다. 여지껏 살면서 이런 사고를 가까이에서 처음 겪어보았다. 현장을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그 기운으로 인해 여전히 우울하다.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책이나 영화보다 비극은 훨씬 우리 가까이에 존재한다.

 

당분간 계단 오르기를 할 수 없을 것 같다. 무섬증이 많은 나는 그 일 이후 계단을 올라가기가 두렵다. 그리고 이럴 때마다 내가 참 싫다. 도대체 종교는 왜 믿으며, 어떤 확고한 삶과 죽음의 경계와 생각을 가지지 못한 내 안의 어린아이를 쫒아내고 싶다. 육체와 영혼은 별개이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그 영혼을 위한 진정한 묵주기도일 것이다. 그 기도에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염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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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8-05 1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페넬로페 2021-08-05 13:46   좋아요 4 | URL
감사합니다^^

scott 2021-08-05 16:50   좋아요 3 | URL
이 포스팅은 두서 없이 생각나는데로 쓰신게 아닌
지독할 정도로 무더웠던 7월을 관통했던 우리 이웃들의 삶과 비극이 담겨 있네요.

[육체와 영혼은 별개이며 이럴 때 필요한 것이 그 영혼을 위한 진정한 묵주기도일 것이다. 그 기도에 이 세상의 모든 비극이 없어지기를 바라는 염원]
저도 염원하는 마음!


페넬로페 2021-08-05 18:20   좋아요 2 | URL
저는 모두가 잘 사는 유토피아를 원하지만 세상의 일들에 제가 점점 비관론자가 되는것 같아 두서없이 적어봤어요. scott님께서 소개해주신 ‘밤의 여행자들‘ 너무 잘 읽었어요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8-05 14: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정도 분량과 정성이라면
다음달의 페이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coolcat329 2021-08-05 14:39   좋아요 4 | URL
동감입니다!👍

독서괭 2021-08-05 15:16   좋아요 3 | URL
동감입니다!!👍👍

scott 2021-08-05 15:29   좋아요 3 | URL
저도! .🖐 동감합니다

페넬로페 2021-08-05 18:24   좋아요 4 | URL
쓰다보니 분량이 많아졌어요~~
한번씩 그냥 제가 생각하는 것들을 글로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 2021-08-05 15: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유 참 페넬로페님~♡♡♡ 페넬로페님의 글도 반갑고 그 중 박시백도 반가워요! 벌써 2권이나.사망사고는 팀단위로 재빨리 처리?하기 때문에 가까이 살아도 사건 여부를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다고하네요. 저 초딩때 같은 아파트 살던 아이가..한동안 무섭더라구요. 저는 애견주의 에티켓에 철저하답니다(자랑)🤭

페넬로페 2021-08-05 18:28   좋아요 3 | URL
박시백화백의 만화로 쉽게 역사에 대해 정리할 수 있을것 같더라고요, 감사해요~~맞아요, 제가 조금만 늦게 나갔더라면 그런일이 있었는지도 모르게 처리되었을것 같았어요. 요즘은 이웃들이 교류를 잘하지 않아 카더라 통신도 없어요.
그저 섬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ㅠㅠ

mini74 2021-08-05 15: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엄마들 말은 시간지나면 다 맞는 말이 되는 것 같아요 ㅎㅎ 엄마말 좀 들을걸. ㅎㅎ

저도 엄격한 개엄마입니다. 그래서 우리 개가 개춘기를 심하게 하나 싶습니다 ㅎㅎ

아이고 놀라고 황망하시겠어요. 친구 하나는 빨래 널다가 목격을 했어요 근 한달을 친정에 있다가 왔는데도 힘들다며 단층으로 이사갔어요. 저도 같이 기도할게요 ㅠㅠ

페넬로페 2021-08-05 18:31   좋아요 4 | URL
엄마말을 잘듣고 잘 실천했다면 지금 좀 더 나은 인생을 살고 있을것같다는 생각도 해요. 말 안듣는 딸아이를 보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고요 ㅎㅎ
친구분은 직접 목격했으니 더 힘들었을것 같아요. 세상에 좋은 일들만 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되겠죠^^

새파랑 2021-08-05 16:2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1층을 걸어다니시다니 완전 대단 👍👍 그런데 비극적인 사건이 동네에서 일어나다니 안타깝네요. 많이 놀라셨을거 같네요 ㅜㅜ 그리고 독보적 미션 31일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8-05 18:33   좋아요 3 | URL
11층까지 오르다보면 별로 힘은 안들어요~~알라딘 서재 친구분들과 서로 격려해가며 책 읽고 걷고 해서 미션 완료했어요.
감사드려요^^

붕붕툐툐 2021-08-05 17:5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두서없이 생각대로 쓴 페이퍼 이렇게 좋으면 반칙? 맘 먹고 쓰시면 일 내시겠습니다~😊
31일 성공 축하드려요~
우리 주변에 펠리시아도 고수도 염치 없는 사람도 힐디치도 비극도 많은 거 같아요~
그런 상황에서 두려운 건 지극히 정상적인 반응으로 보이는 걸요~ 페넬로페님의 기도가 저의 기도입니다~🙏

페넬로페 2021-08-05 18:36   좋아요 5 | URL
툐툐님께서 매일 쓰시는 페이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거죠. 우리 주변에 그런 사람들이 많은데 저 자신이 거기에 속하지는 않는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해요~~두려움을 빨리 떨쳐버리는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 되고픈데 아무래도 좀 지나야할것 같아요^^

페크pek0501 2021-08-06 14: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힘을 내면 힘이 난다는 님의 어머님의 말씀. 동감합니다.
저도 걷기의 장점을 잘 알고 실천하려 하고 있어요. 동아일보에 의사들의 건강법, 같은 내용을 소개하는 게 있는데 걷기, 를 실천하는 의사들이 의외로 많더라고요. 점심 시간에 일부러 먼 식당에 걸어가서 먹고, 엘리베이터 대신 층계를 이용한다고 해요. 퇴근 시엔 버스나 지하철에서 일부러 몇 정거장 앞에 내려 걸어서 귀가하는 의사도 있고요.
걸으면 힘이 난나고 합니다. 걷기 예찬을 하는 분들이 워낙 많죠. 걸어야 산다, 라는 책도 있는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1-08-06 18:38   좋아요 0 | URL
네, 걸으면 걸을수록 좋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걷기가 건강에도 좋지만 밖으로 나가니 기분 전환도 되더라고요^^

모모 2021-08-06 2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묵주기도로써 평화를 얻으시길...
프란치스코입니다. 반갑네요^^
쇼핑하듯 책은 많이 사두는데 정작 읽기는 유튜브에 지고 마는 현실에 후회 막급입니다.
잘 읽었어요, 늘 느꼈지만 공감이 많이 가네요.

페넬로페 2021-08-06 23:35   좋아요 1 | URL
모모님,, 저도 반가워요~~
어떤 영혼을 위해 하는 기도가 제 마음을 평화롭게 해주어 참 신기한것 같아요^^제 글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펠리시아의 여정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5
윌리엄 트레버 지음, 박찬원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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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길을 떠나는 이유와 방법들은 아주 많다. 변변한 가방 하나 없이 비닐 쇼핑백 두 개를 들고 집을 나서는 펠리시아에게도 여정(旅程)의 목적은 있다. 축복받기는커녕 적어도 허가된 것도 아닌 그녀의 떠남은, 낯선 곳에 도착하고도 또다시 800m, 40Km, 두 시간 거리의 도시들을 헤매는 것으로 결과가 예상된다. ‘윌리엄 트레버의 소설, <펠리시아의 여정>은 처음에 펠리시아의 시각을 통해 세밀하고 주도면밀하게 배경이 묘사된다. 나열된 배경은, 이미지로 변해 머릿속에서 계속 영상으로 재생되는 것 같다. 그것은 어떤 자세한 설명보다 시대적 상황이나 펠리시아에게 놓인 현실을 더 잘 이해시켜준다. 그리고 소설의 중간부분부터 작가의 문장과 내용에 점점 빠져 소설에 깊이 몰입하게 된다.

 

가족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심지어 칠푼이’, ‘나사 빠진 인간으로 불리어지며 집안일을 도맡아하고, 백 살이 다 된 증조할머니까지 돌보는 펠리시아는 순수한 소녀이다. 외모에 자신이 없고, 첫사랑인 남자에게 고백도 하지 못한다. 그런 그녀에게 접근한 조니 라이서트를 사랑하게 되고 임신까지 하게 된다. 외롭고 힘들었던 그녀에게 누가 봐도 새파란 건달이며 교활한 그가 한 행동을 펠리시아는 사랑이라 여긴다. 그 어이없는 사랑과 믿음은 그가 있는 영국의 버밍엄 북부를 향해 그녀를 아일랜드의 집에서 떠나게 만든다. 펠리시아가 아는 건, 조니가 영국의 버밍엄 북부에 있는 한 도시에서, 잔디깎이를 만드는 공장의 부품창고에서 관리인으로 일한다는 그것 하나뿐이다. 무모했지만, 아무도 모르게 펠리시아는 출발한다.

 

힘듦은 지금 사는 곳에서 사람을 살게 하지 못하고 밀어내는 역할을 한다. 펠리시아뿐만 아니라 재키, 베스, 엘시 커빙턴, 샤론, 게이, 보비역시 그 힘듦으로부터 탈출했을 것이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우리가 충분히 예상하고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더 끔찍한 건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처럼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조용하고도 집요하게 달려드는 선량함과 도움으로 가장한 진짜 악의 모습들이다. 그것은 진실인 듯 보여도 거짓말투성이고, ‘힘듦에서 떠난 사람들이 덥석 잡을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먹이를 가지고 있다.

 

한 번씩 소설에 나오는 인물을 이해하기 힘든 때가 있다. 소설가 켄 리우종이 동물원서문에서 당신이 이 글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떠올리는 생각이 내가 이 글을 쓰면서 머릿속에 떠올렸던 생각과 똑같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당신과 나, 우리는 서로 다르고, 우리가 지닌 의식의 특질도 우주 양 끝의 두 별만큼이나 서로 다르다고 했다.(‘종이 동물원’, 켄 리우, 장성주 옮김, 황금가지-서문에서 인용) 우리는 생각과, 살아온 만큼의 배경지식이 다 다르므로 어떤 사람을 제대로 판단하기가 어렵다. 작가가 서술한 힐디치는 누구인지, 작가의 의도대로 내가 그를 이해했는지 궁금했다. 그가 나쁜 사람인지, 아니면 충분히 그에게도 어떤 정상 참작의 이유가 있는지 이 힐디치라는 인물에서 계속 멈추어 있어야 했다.

 

힐디치에 대해 어떤 평가와 단정을 내리려 할 때마다 윌리엄 트레버작가는 그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하나씩 던져주며 우리들의 판단을 유보시킨다. 작가는 힐디치로 대변되는 이라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은 모호하고 혼란스럽고, 처음부터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키워진 것일 수도 있다. 힐디치는 아버지가 누군지 모르고, 그의 엄마는 아무 남자에게나 추파를 던지며, 그들을 집에 끌어들이는 여자이다. 자신이 꿈꾸던 군인의 모습도 신체적인 결함으로 이루지 못한다. 어쩌면 듀크 오브 웰링턴 로드 3번지는 그에게 외로움과 지켜지지 않는 약속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키워지고 점점 부풀려지는 내면의 불만들은 왜곡되고 뒤틀린 모습으로 외부로 향해간다. 힐디치가 우정이라 규정하며 행하는 것들은 철저하게 계획적이고 집요하다. 갈 곳 없는 어린 소녀들의 약점을 이용해, 멀리서부터 촘촘히 거미줄을 쳐오며, 마지막엔 그들이 꼼짝할 수 없게 만든다.

 

힐디치는 펠리시아의 돈을 훔치며, 그녀의 인생을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전락시키고 되돌릴 수 없게 만든다. 영국에 대해 뼛속깊이 적대적인 감정만을 가지고 있는 펠리시아의 아버지는, 조니를 거부한다. ‘모임의 집광신도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따르며 같이 행동할 사람들만 받아들인다. 그녀가 사랑했던 그 건달은 끝내 그녀에게 주소를 보내지 않는다. 그리고 조니 라이서트는 펠리시아와 가까운 곳에 있었다.

 

이유가 있고, 그들 역시 힘들었을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나쁜 사람은 나쁘다. 그들이 아이들을 떠나게 하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게 만든다.

 

[그녀는 이제 예전의 자신이 아님을 안다. 가을날 결혼식 신부 들러리도 아니고 자동차 뒷자석에서 담요를 뒤집어썼던 아이도 아니다. 한때 그녀의 것이던 순수함은 시간이 흐르며 이제 어리석음이 되었지만 여전히 그녀에게 남아 있고, 상실을 경험한 예전의 그녀는 지금의 자신으로 이끈 사람이기에 소중하다. 또다른 아침, 눅눅한 밤을 보내고 맞는 화창한 아침에 길을 걸으며, 그녀는 자신을 감싸는 평온함을 당황하지 않고 받아들이면서 새로이 깃든 그 평온함을 기뻐한다. -p312]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펠리시아의 순수함은 결국 힐디치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나게 해준 힘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노숙자의 삶을 살 수밖에 없는 펠리시아를 살리는 것인 동시에 죽이는 것이다.

 

캘리거리같은 광신도가 외치는 기도는 공허하다. 모든 것이 풍요로운 지상 낙원은 죽고 난 뒤에 갈 수 있는 곳이고, 현실에서는 사슴과 사자가 같이 뛰어놀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 뭔가가 아주 조금만 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수도 있는 이들에겐 먼 훗날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국 죽음으로, 노숙자의 삶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이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처음 읽은 윌리엄 트레버의 글에서 난 여러 가지를 생각할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힐디치는 흐릿하다. 그의 글을 계속 읽어나가며, 조금은 뚜렷한 힐디치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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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31 01:3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니 이것참 <종이 동물원>도 읽어야하네요!! 😉 제가 요즘 꽂히는 주제가 계속 눈에 들어와 신기합니다ㅎㅎ페넬로페님 즐거운 주말 되시길요~♡♡

페넬로페 2021-07-31 08:24   좋아요 4 | URL
제가 생각하는 고민들과 미미님께서 생각하시는 주제가 비슷할듯 해요~~
비오는 주말이 좀 시원해지면 좋겠어요^^

페넬로페 2021-07-31 08:36   좋아요 5 | URL
날씨가 쨍쨍~~
비는 밤에만 오는건가봐요.
미미님, 더위 잘 이기는 주말 보내세요**

scott 2021-07-31 01:3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펠리시아 처럼 도시로 올라오는 순수한 영혼을 짓밞는 이들이 존재 한다는 것!최근에 읽은 명상 살인에 독일에서 온갖 범죄짓을 저지르는 일당등이 일자리를 찾아 독일로 밀입국한 소녀들에게 힐디치 같은 짓을 하고 이런 범죄를 은닉하고 변호해주는 변호사들로 넘쳐 난다고 ㅜ.ㅜ 이런 악인을 키운 사회의 법망이 너무 허술 합니다.

페넬로페 2021-07-31 08:28   좋아요 5 | URL
어찌 그런 일들이 끊임없이 일어날 수 밖에 없는지 참 슬프고 암담합니다. 자본이 지배하는 세상의 모순이 점차 더 이 사회를 흔드는것 같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1-07-31 02:1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종이동물원은 좋나요? 저는 뒤에 나온 어딘가 상상도 못할곳에 수많은 순록떼가 읽었는데 살짝 취향이 아니어서 제껴두었는데요. 그런데 켄 리우 하면 다들 종이동물원 얘기하시더라구요.

페넬로페 2021-07-31 08:30   좋아요 5 | URL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 쉽지는 않은것 같아요. 일단 다 읽고 글을 쓰도록 해보겠습니다 ㅎㅎ

coolcat329 2021-07-31 07:35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셨군요. 저도 읽을 책이라 줄거리는 조금 맛만 봤습니다.
<종이 동물원>저도 읽었는데 서문에 저런 말이 있었군요. 기억이...😟

이 소설은 힐디치라는 인물이 문제적인가보네요. 아 더욱 기대됩니다.

페넬로페 2021-07-31 08:33   좋아요 6 | URL
이 소설의 주인공이 분명 펠리시아인데 저에겐 이 힐디치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할 것이 더 많았어요. 이 인물에 대해 분명한 결론을 내릴수도 있는데 좀 더 많은 생각을 해볼수 있을것 같더라고요^^

Falstaff 2021-07-31 10:47   좋아요 6 | URL
ㅋㅋㅋㅋㅋ 저도 다 읽고 독후감까지 써놓았습니다. 목요일에 올릴 계획이고요.
읽기 전에 많이 올라왔던 독자서평, 하나도 안 읽었습니다.
얼마나 잘한 일인지 말입니다. ㅋㅋㅋ 다 읽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전 힐디치, 이 양반에 대해서도 완벽하게 모르는 상태에서 읽었습죠. ㅋㅋㅋ (자랑!)

페넬로페 2021-07-31 13:04   좋아요 5 | URL
폴스타프님
네,저도 리뷰 쓰기 전에는 다른 분들이 쓴 리뷰 읽지 않았는데 이제 읽어보려합니다
목요일에 예고하신 리뷰, 기대합니다^^

han22598 2021-08-04 01:28   좋아요 1 | URL
저도 읽지 않았습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1-07-31 10:5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읽으셨군요😄 저에게 힐디치는 나쁜놈이지만 불쌍하다면 조니는 그냥 나쁜놈이었어요 ㅋ

페넬로페 2021-07-31 13:06   좋아요 4 | URL
네, 저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의 엄마도 똑같았어요
펠리시아가 임신한줄 알면서도 어찌 그렇게 무책임한지 참 화가 났어요^^

서니데이 2021-08-01 00: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8월입니다.
8월엔 더 좋은 시간 되시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1-08-01 00:41   좋아요 5 | URL
벌써 8월이 시작되었어요.
그리고 아마 계속 무더울 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8월 한달도 잘 보내시고 건강하세요.
감사합니다^^^

mini74 2021-08-01 14: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종이 동물원의 서문 ㅠㅠ 저도 기억이 전혀 ㅠㅠ 힐디치편만 따로 장편소설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했었어요 ㅎㅎ 페널로페님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페넬로페 2021-08-01 17:18   좋아요 1 | URL
책을 펼치면 처음부터 읽는 버릇이 있어서요~~저 서문에서 위로를 좀 받았어요. 펠리시아의 여정에서는 펠리시아가 주인공이지만 그 서사가 우리가 예상가능하잖아요. 그래서 힐디치에 대한 생각들이 더 많아지더라고요^^

레삭매냐 2021-08-03 15: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캘리거리가 외치는 종교가 전혀
펠리시아의 구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역설이 참...

누구를 위한 믿음이었는지 캘리
거리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악당 힐디치는 마지막 순간에 과
연 회개했을까요...

페넬로페 2021-08-03 19:10   좋아요 0 | URL
캘리거리가 저는 이 책에서 나타내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봤어요. 힐디치는 끝까지 자기연민과 자괴감때문에 회개하지 않았을것 같았어요~~
이 책에 대한 리뷰를 많이 쓰셨는데 다들 너무 훌륭하십니다^^
 
아주 편안한 죽음 을유세계문학전집 111
시몬 드 보부아르 지음, 강초롱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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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열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어 며칠 앓은 적이 있었다. 평소 같으면 병원으로 바로 갔겠지만, 요즘은 열이 나면 병원 문턱에도 갈 수 없으니 일단 해열제로 버텨보기로 했다. 그런데 해열제를 먹어도 열은 내리지 않아 불안한 마음이 지속되었다. 혹시 암에 걸린 건 아닌지, 몸에 다른 지병이 시작되는 건 아닌지, 그런 생각만으로도 많이 힘들고 두려웠다. 만약 내가 아프면 육체의 고통도 견뎌내기 힘들겠지만, 난 아직까지 죽는 것이 두렵다. 알려진 사후의 세계로 가는 것도 그렇고, 그런 세계가 없더라도 갑자기 나의 존재가 이 세상에서 없어진다는 것이 허무하다. 시몬의 어머니인 프랑수아즈 여사의 말처럼 죽음 그 자체가 무서운 게 아니라 죽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무섭다. 그런 나에게 이 책의 제목은 역설적이고 아이러니하다. ‘아주 편안한 죽음이란 것이 인간에게 과연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누구나 겪어야 할 당연한 거지만, 죽음은 불안하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노인에게 치명적인 것은 넘어지는 것이다. 특히 욕실에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때부터 거동이 힘들어진다. 시몬의 어머니 역시 욕실에서 넘어져 2시간을 기어 겨우 전화기 있는 곳으로 와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그렇게 대퇴골 골절인줄 알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암이 발견되었고, 수술한 후 고통스럽게 겨우 30일을 더 살고는 죽는다.

 

아주 편안한 죽음은 시몬 드 보부아르가 쓴 30일간의 엄마의 병상일지와 더불어 엄마와 자신간의 애증의 관계와 추억, 딸이 바라본 엄마의 삶, 생명연장을 위한 연명치료의 불필요성 등이 담담하고, 간결하게 서술되어 있다. 한국인의 정서로 봤을 때, 이 담담함은 얼핏 냉정하게 비춰질 수도 있지만 난 그것이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였다. 지금 나에겐-이 책에서의 표현을 빌리자면-돌아가실 만큼 연세를 잡순 것이 사실인 두 분의 노모가 있고, 딸아이가 한 명 있어서인지 보부아르의 표현이나 생각에 많이 공감되었다.

 

보부아르가 추억하고 판단하는 엄마의 모습은 별로 일관적이지 못하다. 고집스럽다 싶을 만큼 낙천적인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신경질적이면서도 걱정이 많은 사람으로 표현된 그녀의 엄마는 딸에게 상처를 많이 준 사람이었다. 남편과의 관계가 점점 나빠지면서 그에 따른 보상을 딸에게 바랬다. 가정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한 사람이 당연히 그렇듯이 자식에게 집착한다. 두 딸이 친한 것도 싫어할 정도로 자신감도 없었다.

 

"내게는 권리가 있다"

이런 가혹한 말로 자식을 짜증나게 하고 얽어매었다(이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도 부모로서 조금은 이러한 보상을 딸에게 원하기도 한다.) 보부아르는 엄마와의 갈등으로 일찌감치 집에서 나온다. 엄마와의 관계가 그렇게 계속 나빴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경제적으로 자식들에게 의지해야 했을 때, 시몬의 어머니는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 조심스럽게 대했다.

 

한 번씩, 나는 언니 두 명과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할 때가 있다. 그때 각자가 표현하는 엄마는 다 다르다. 그리고 엄마의 단점과 그녀에 대한 원망의 내용도 다르다. 엄마는 우리들에게 엄마의 모습으로만 각인되고 우리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만 엄마를 본다. 여자로서의 엄마, 남편의 아내로서의 엄마는 잘 보이지 않고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쩌면 보부아르 역시 그럴 것이다. 엄마라는 인간을 객관적으로 보고 이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부아르가 추억하는 엄마의 모습과 행동에 대한 느낌은 시몬의 자의적 해석일 수밖에 없다.

 

[프랑수아즈 드 보부아르.

이 이름이 호명되는 순간, 자신의 이름으로 불린 적이 거의 없는, 잊힌 여인에 불과했던 엄마가 한 명의 주체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었다. -p146]

 

보부아르는 자신의 엄마를 장례미사에서 호명되는 이름으로 다시 주체적으로 생각한다.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겸허해지고, 엄마의 투병과 죽음을 치르며 엄마와 화해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보부아르가 원하는 여성의 삶으로 살아주지 못했지만, 우리 모두는 각자의 생각과 방식으로 영위해나갈 삶이 있고, 그것은 주체적인 것으로 인정받아야하는 것이다. 엄마의 죽음을 치르는 과정에서 보부아르는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고 그렇게 엄마와 화해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누군가 세상을 떠나면 그와 더불어 시간 역시 소멸한다. 그리고 나이 들어 갈수록 나의 과거는 점점 쪼그라든다. 그 결과, 내 나이 열 살 때의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엄마는 나의 청소년 시절을 억압하던 적대적인 그 여자와 더 이상 구별되지 않기에 이른다. 늙은 어머니를 생각하며 울 때면 나는 두 여자 모두를 위해서 눈물을 흘렸다. -P148]

 

친정엄마가 당신의 수의를 미리 맞추어 두신건 거의 30년 전이다. 작년에 친정집이 이사를 했는데, 치매를 앓으시는 엄마는 당신의 수의를 가져왔는지 계속 물으신다. 인간이 죽고 나면 곧 모든 것이 타고 없어지는데 잠시 입을 그 옷이 뭐가 중요한지 잘 모르겠다. 아마 저승으로 가는 길이 있다고 꼭 믿으시기에 그러실 것이다. 난 가톨릭교도이지만 영생이나 천국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다. 무조건 믿고 따라야하는 건 알지만 그냥 난 그렇다. 죽음이 두렵지만 죽은 후엔 모든 것이 소멸되었음 하는 게 나의 바램이다. 프랑수아즈 여사는 독실한 신자였지만 병상에 있을 때 병자성사를 거부한다. 마사 경본이나 십자고상, 묵주를 서랍에서 꺼내지도 않았다. 남들에게 신앙에 대한 의심도 받는다. 하지만 그녀에겐 종교가 삶의 버팀목이자 핵심이었다. 어쩌면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예수의 참된 가르침을 배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 실천을 위한 신앙을 추구했는지도 모른다. 그저 기계적이고 마음에도 없는 기도를 거부한 것이다. 내가 아는 자매님은 묵주를 돌리며 남을 험담한다. 같은 신앙인이지만 난 그런 모습에 질겁한다. 병원에서 지독한 육체적 고통을 겪으면서, ‘하느님, 뜻대로 해 주십시오라는 기도는 솔직하지 못하다. 그냥 살려달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지만, 그것이 기도의 형식에 맞지 않으니 그녀는 그 거짓된 기도를 거부했을 뿐이었다. 그녀는 오늘 하루를 살지 못했구나. 며칠을 버리게 된 셈이잖니.”라고 말하며 병원에서도 책을 읽고, 뜨개질을 하고, 하루를 충실히 보내려 한다. 죽음 앞에서 살고 싶다는 것은 삶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 죽기 전 하루라도 더 성실하고 열심히 살려는 집념이며, 생에 대한 사랑이다.

 

그리고 병원.

육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병원에 가지만 병원에 들어서면, 우리는 더 이상 주체적 인간이 될 수가 없다. 본의 아니게 성기를 드러내 보일 수도 있고, 화장실에 가지 못해 침대에서 배변을 해결할 수도 있다. 고통으로 인해 모든 것이 상관없어지고 그저 지금 고통이 없어지기를 바랄뿐이다. 인간적인 최소한의 체면조차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보부아르는 불필요한 생명연장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그것에 대한 납득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문장들이 이 책에는 무수히 많다. 그 문장들을 읽으며 난 슬펐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사는 것에 대한 신산함도 느꼈다. 어찌 그 가혹하고 모진 고통들이 몇 자의 글로 다 표현될 수 있겠는가 말이다.

 

나의 두 노모는 예전에는 잘 하지 않으시던 말씀을 요즘 많이 하신다. 내가 전화를 걸 때나, 맛있는 음식을 해 드렸을 때, 항상, ‘전화해주어 고맙다.’, ‘너무 맛있게 먹었다’, ‘고맙다’, ‘고맙다’.....그렇게 나의 두 어머니는 나와 화해하고, 순수해지시고, 너무나도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다. 그저 그 분들에게 아주 편안한 죽음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그랬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장례식 예행연습을 하러 가는 길이었던 셈이다. 불행한 점이라면 모두가 공통적으로 겪어야 하는 이 일을 각기 혼자서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리라. 엄마는 회복기라고 믿고 있었지만, 사실은 임종에 이르는 과정에 해당했던 그 기간 동안 우리는 엄마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엄마와 근본적으로 갈라져 있었다. -p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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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1-07-22 01:43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늙으신 어머님들이 고맙다라는 말을 더 자주 하시게 되는게 일반적인건가봐요. 저희 시어머님께서도 요즘 부쩍 그러시던데..... 친정어머니야 원래 그러셧던 분이지만요.
얼마전에 친정 어머니가 혹시 아프더라도 연명치료를 안하고 싶다며 저에게 어떻게 그거 신청하냐고 물으시더라구요. 친정아버지까지 같이 가서 해드렸어요. 하는김에 저도 하구요. 그날 기분이 참 야릇하더군요. 보부아르가 살던 시대의 어머니나 지금 여기 우리 세대의 어머니나 다들 비슷한 삶을 사셨던 분들이었을듯 해서 아마 이 책이 공감이 많이 갈 거 같아요. 저도 조만간 읽어야겠네요.

페넬로페 2021-07-22 10:00   좋아요 5 | URL
‘고맙다‘는 말을 하시는 어머니들의 옆모습을 뵈면 아이같다는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저도 연명치료를 반대하는데 이 책에는 그 부분이 많이 나와 있어 공감했어요. 죽음이라는 것과 그와 연관된 것들을 많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던듯 해요^^

새파랑 2021-07-22 09:06   좋아요 9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아프신건 다 나은건가요?
전 종교가 없긴 하지만, 사후에 천국이 있다고 확신이 들더라도 그래도 사는게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가끔 이런 편안한 죽음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왠지 그럴때마다 슬퍼지더라구요 ㅜㅜ
그래서 오늘도 즐겁게 보내기로 😊

페넬로페 2021-07-22 10:05   좋아요 8 | URL
네, 새파랑님 말씀이 맞아요.
지금 현재 잘 사는게 정답인것 같아요. 누구나 편안한 죽음을 바라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는 사람이 더 많아 슬퍼요 ㅠㅠ
그저 오늘 하루 잘 보내기로 해요.
날씨가 덥네요
새파랑님.
건강 유의하세요^^

미미 2021-07-22 10:27   좋아요 8 | 댓글달기 | URL
죽음은 사실 삶을 에워싸고 있는데 일상에서 대부분 그 점을 망각하고 살아가죠. 또 그래야 하고요. 그러면서도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통해 한 번씩 그것을 깨닫고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가 되기도 하니 인생은 참 놀랍습니다. 이 책 요즘 인기네요~♡ 저도 준비되어 있는데 저에겐 또 어떨지 궁금해요.😊

페넬로페 2021-07-22 11:34   좋아요 6 | URL
죽음에 대한 미미님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사실 잊고 사는 경우가 더 많은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엔 곁에 지금 어떤 탄생보다는 죽음들이 훨씬 더 많이 남아있는것 같은데 그 죽음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암담해요~~이 책 읽고난 후의 미미님의 느낌 정말 궁금합니다^^

2021-07-22 11: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2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7-23 05:4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철 없을 때는 양육의 핑계로 나를 컨츄럴하는 존재로 엄마를 인식했었는데 말이죠 ㅠㅠ 엄마가 한 인간으로 보이기 시작하면서..엄마와의 대화가 더 편해지고 관계가 좋아졌어요. 이제는 엄마의 삶과 인생이 잘 가꾸어지길 소망하게 되더라고요.

페넬로페 2021-07-23 09:55   좋아요 5 | URL
엄마와 딸의 관계라는게 참 그렇죠. 저는 너무 늦게 엄마의 삶을 생각해본것이 후회가 되요. 그래서 더 엄마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 하고 있는데 사는게 바빠 잘 안되고 있어 아쉬워요^^

페크pek0501 2021-07-27 16: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요를 이미 눌렀었지만 좋아요 수가 49라니...
제가 도달해 보지 못한 숫자이옵니다. ^^**

페넬로페 2021-07-27 17:43   좋아요 4 | URL
아마 이 책이 죽음에 관한것이고 누구나 부모님 생각이 나서 공감했던것 같아요 ㅎㅎ
페크님, 좋아요 눌러 주셔서 감사해요^^

독서괭 2021-08-06 15:2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시 읽어도 멋진 리뷰예요^^

페넬로페 2021-08-06 18:03   좋아요 2 | URL
저의 글을 좋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 2021-08-06 15:3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멋진 리뷰 당선 추카 합니다

8월의 무더위 안무셔움 ^ㅅ^

페넬로페 2021-08-06 18:04   좋아요 3 | URL
네, 이런 기쁨으로 더위를 이길 수 있어 더 기분 좋은데요, ㅎㅎ
감사합니다**

mini74 2021-08-06 15:4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당선 축하드려요 *^^*저도 페넬로페님 글 읽고 이 책 찜했어요 ㅎㅎㅎ

페넬로페 2021-08-06 18:05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어서 좋았어요^^

미미 2021-08-06 15:5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2관왕 축하드려요~저도 이 책 샀어요!!(엄지척)♥

페넬로페 2021-08-06 18:06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미미님!
외동딸인 미미님의 감상 기다려집니다^^

scott 2021-08-06 18:23   좋아요 3 | URL
저도 기대 .🖐 합니다 ^ᆞ^

새파랑 2021-08-06 16:0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완전 👍👍 축하축하 드려요~!!

페넬로페 2021-08-06 18:07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너무 감사드려요^^

그레이스 2021-08-06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1-08-06 18:07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그레이스님**

초딩 2021-08-06 17: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18:07   좋아요 3 | URL
초딩님,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thkang1001 2021-08-06 18: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18:26   좋아요 3 | URL
thkang1001님,
축하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서니데이 2021-08-06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06 20:39   좋아요 2 | URL
축하해 주셔서 감사드려용^^

bookholic 2021-08-07 06: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다음 달에도 기대하겠습니다~~^^

페넬로페 2021-08-07 10:06   좋아요 1 | URL
네, 감사드려요^^
열심히 읽겠습니다**

하나의책장 2021-08-14 0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페넬로페 2021-08-14 09:25   좋아요 1 | URL
하나의책장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Cartas de amor a Stalin>

 

있는 힘을 다해서, 내가 증오하는 대상이 나의 앞날을 결정짓는 역할을 한다면 우리는 그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 고민한다. 불가코프는 자신이 쓴 희곡이 상연 금지되고, 책의 출판도 금지되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자 작가로서의 자유를 돌려주던지, 아니면 소련을 떠나게 해달라고 스탈린에게 편지를 쓴다. 그 편지들이 계속 묵살되던 어느 날, 불가코프는 스탈린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스탈린은 그와 직접 대화를 하고 싶다며 만날 날짜와 시간을 정하자고 했는데, 그 순간 전화는 끊겨버리고 만다. 그때부터 불가코프는 전화기 옆을 떠나지 않고 스탈린의 전화를 기다리기 시작한다.

 

불가코프는 스탈린이 자신에게 말한 내용을 계속 곱씹으며 처음엔 희망을 가진다. 그러다 점점 스탈린이란 지독한 허상을 붙잡기 시작하고, 그에게 지배당하고 만다. 반면 그의 아내 불가코바는 현실을 직시하는 인물이다. 그녀는 문제를 해결하고, 소련을 떠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하지만 불가코프는 그것을 무시한다, 불가코바는 스탈린의 바램과 달리 쉽게 무너지지 않고, 불가코프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혼자 외로운 싸움을 시작한다.

 

[불가코바 뭐가 옳은 길이예요? 스탈린한테 수백만 통의 편지를 쓰는 거요?

 

(불가코프는 글을 쓴다. 스탈린은 불가코프와 불가코바 사이에 위치한다.)-p54]

 

허상의 스탈린은 불가코프에게, 모스크바에서 동상을 세워주어야 할 작가의 명단 중 13번째에 불가코프를 적겠다고 그를 설득한다. 예술가로서 어떤 신념을 가져야할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명예와 자신이 사랑하는 조국에 남기 위해 명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지, 아니면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자신이 쓰고자하는 것을 끝까지 고수해야할지를 선택해야만 한다. 어쩌면 불가코프의 앞날을 막는 건 스탈린이 아닐지도 모른다. 권력의 하수인들인 언론이나 연극을 통제하는 기관들이 스탈린의 마음을 읽고, 거기에 합당하지 않는 것들을 무조건 배척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오래 전, 아버지 친구의 따님이 정부의 한 기관에 낙하산으로 취업을 한 적이 있다. 그녀가 하는 일은 새로 출판될 책을 미리 읽고, 그 책의 어떤 문장들에 빨간 밑줄을 긋는 일이었다. 물론 그녀에게는 어떤 기준이 제시되었을 것이다. 그 기준에 조금이라도 맞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빨간 밑줄을 그으라는 지령이 내려졌을 것이다. 그 기준이란 독재자가 아무 의미 없이, 툭 내뱉는 한마디 말에도 어이없이 정해질 수 있다. 그 단어들과 표정을 미루어 짐작해 거기에서부터 무수한 설정과 상상으로 마음을 읽으며, 충성을 다해 그 기준이 정해지는 것이다.

 

소련의 실존인물인 작가 미하일 불가코프와 정치가 스탈린을 등장시킨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인 <스탈린에게 보내는 연애편지>의 주제는 겉으로는 소련이라는 나라에서 행해지는 예술가에 대한 탄압과 거기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의 나약함으로 이해될 수도 있지만, 한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방법에서도 적용시킬 수 있다. 내안에 존재하는 수많은 허상들에 의해 난 무엇을 좇아가고 있으며, 그것은 어떻게 나의 눈과 귀를 막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다.

 

이 희곡엔 휴지’(休止)라는 단어가 아주 많이 등장한다. <하던 것을 멈추고 쉰다>는 의미인데, 그 수많은 휴지를 지나며 우리는 그 다음에 오는 삶을 위한 끊임없는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로 인생의 방향과 모습들은 달라진다. 불가코프와 불가코바의 모습과 끝도 달랐다. 나에게 주어진 그 휴지의 시간만큼 나도 옳고 좋은 생각을 해내어야만 한다.

 

[앞으로 5년간 얼마나 많은 전화선을 우리가 설치할 건지 자네가 아나? 그리고 그다음 해에는? 이제 곧 내가 자네한테 전화를 걸겠네, 그러면 그 문제에 대해 우리가 대화를 나눠 보자고. 자네를 거기, 크렘린에 두고, 나도 정말이지 거기에 진정한 친구를 두고 싶네. 독을 넣었을 거라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는 난 한입도 먹어 볼 수가 없어. 공기에 독을 퍼트렸다는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는 난 입을 벌릴 수가 없어. 이제 곧 자네는 나를 만나러 올 수 있을 거야. 자네가 준비되는 대로, 조금만 참게. -p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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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7-17 20: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같은 작품이라도 사람마다 다른 것을 읽어내는게 흥미진진해요!
(그맛에 북플이 더 재밌음~♡)빨간밑줄을 긋던 그 분의 심정은 어땠을까 궁금합니다.😊

페넬로페 2021-07-17 23:27   좋아요 3 | URL
네, 저도 그런 이유로 이 북플이 너무 좋아요. 제가 모르는 책에 대한 정보도 많이 얻고 또 거기에 따른 감상도 서로 다르니 정말 흥미로워요^^
빨간밑줄을 그으며 괴로웠거나 아무 생각이 없었겠지요**

scott 2021-07-17 21:02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아! 스탈린에게 보낸 연애편지 리뷰가 이렇게 입체적일 수 있네요!

독일 통일 후 동독에 불법으로 설치된 감청 전화선들이 낡은 집을 부술때 마다 나왔다고 해서 대대적으로 자신들이 사는 벽을 조사 한 적이 있어요.
감시,감청
심지어 스탈린은 전화선 감청도 못믿어서 유리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까지 감청 했다고,,,,

허상의 스탈린은 여전히 세상 곳곳에 빅브라더스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는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1-07-17 23:29   좋아요 4 | URL
이 책에서도 스탈린이 소련 전체에 전화선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그 시대의 모습이 이 전화선으로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요. 정말요. 이 빅브라더는 지금도 우리를 지켜보고 있겠죠 ㅠㅠ

mini74 2021-07-17 21: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찜하고 있어서 실눈 뜨며 읽는 중입니다 ㅎㅎ

페넬로페 2021-07-17 23:34   좋아요 5 | URL
저는 미니님께서 리뷰 올리시면 눈 크게 뜨고 볼 수 있어요 ㅎㅎ

새파랑 2021-07-17 22: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불가코프가 처음에는 아닌 척, 강한 척 하다가 스탈린의 전화를 받고 나서 바뀌는 모습을 보고, 왠지 나도 그랬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구요. 내가 싫어하던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나에게 잘해주었을 때 그 사람에 대한 감정이 바뀌게 되는 것과 같은? 전 그래서 왠지 이 작품 공감이 되더라구요. 페넬로페님의 ‘휴지‘에 대한 생각 너무 좋아요 ^^

페넬로페 2021-07-17 23:33   좋아요 5 | URL
전 불가코프가 전화를 받고 너무 빨리 변화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한 단면을 본것 같았어요. 우리 모두 그럴수 있을것 같아요. 처음엔 휴지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계속 그 단어가 나와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페크pek0501 2021-07-18 12:4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스탈린...
역쉬~~ 책 정보는 알라딘이 최고입니다. 구매할 책이 많아지는 건 문제지만 말이죠.^^

페넬로페 2021-07-18 14:03   좋아요 1 | URL
저도 똑같은 고민입니다.
읽어야할 책이 많은데 다 읽을수는 없으니 서재친구분들의 리뷰를 감사히 잘 참조하고 있어요.
 

(긴 침묵, 불가코프는 답을 하지 않는다.)

정말 당신은, 우리가 다른 나라에서 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못 살아요. 우리 하늘이잖아요, 우리말, 우리 사람들….
- P9

불가코바 난 있는 힘을 다해서, 그렇게 그 사람을 증오해요.
하지만 가장 증오스러운 사람들조차도 자신들이 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죠. 미하일, 당신은 그 이유를 알아낼 필요가 있어요.  - P13

불가코프 소련에서 풍자는 죄로 몰립니다.. (후회하며 쓴것을 지운다. 중대한 범죄로…. (후회하며 쓴 것을지운다.) … 폭력적인 행위로, 하지만 나는 절대로 풍자를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풍자를 한다는 건 금지구역을 침범하는 겁니다. 진정한 예술가에게 금지구역이란 없습니다.
- P17

"외국에서 사는 게 어려울 거라는 걸 압니다. 편한 주제가  아니라 진실이라고 믿는 주제에 대해 글을 쓰는 저의 
나쁜 습관 때문에 내 나라에서 저는 반동주의자로 몰리지요. 하지만 바로 똑같은 이유로 외국에서는 저를 공산주의자라고 할 겁니다. 하지만 거기서는 제가 침묵한다고 뭐라 하지는 않겠지요. ㅡ자먀틴의 편지 - P41

어쩌면 제 신청서는 다른 이유들로 채워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독일에서만 치료가 가능한 병이라거나이탈리아 무대에서 작품을 올리겠다는 이유로….. 하지만 제가 탄원서를 쓴 진짜 이유는 소련이 작가인 저를 적대하며 제게 사형을 선고했기 때문입니다.
예술가로서 자유를 되찾기 위해서, 가장 사랑하는조국을 포기하는 데 주저하지 않겠습니다. 서명: 에우게니 이바노비치 자마틴, 모스크바, 1931년 6월. "
- P42

불가코프 친구든 적이든 나한테 피부색을 바꾸라고 충고해줍니다. 하지만 늑대를 아무리 염색해도 양과 비슷해지지는 않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늑대를 몰아세우듯 나를 몰아세우는 겁니다. 난 늑대, 맹수이기 때문에 절대로 침묵하지 않을 겁니다. 침묵하는 예술가는 진정한 예술가가 아닌 거죠.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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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1-07-18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조지오웰의 동물농장이 생각나네요. 풍자가 극치인 소설이죠.
조지오엘은 침묵하지 않은 진정한 예술가인 거죠.
(쓰고 나니 엉뚱한 댓글을 썼다는 생각이...)ㅋ

페넬로페 2021-07-18 14:05   좋아요 1 | URL
올해 조지오웰의 산문들을 읽으려고 책을 몇 권 구입해놨는데 아직 펼쳐보지 못했어요. 동물농장과 함께 어서 시작해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