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 창비세계문학 19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송승철 옮김 / 창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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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로 많이 알려진 이 소설의 원제목은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이다. 창비 세계 문학판의 제목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라서 처음에는 내가 아는 그 소설이 맞는지 의아했었다. 다른 출판사는 거의 지킬 박사와 하이드로 번역했고, 최근에 출간된 민음사판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다.

 

[여기서 사례라고 번역했지만 영어 ‘case'는 법적인 경우는 사건이고, 정신의학의 경우가 사례이다. 이 작품은 기이한 살인사건을 다루는 선정적이고 엽기적인 추리소설이면서, 동시에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욕망과 윤리의 충동 및 기이한 사례를 다루는 진지한 심리소설이기도 한 것이다. -p193, 번역자 작품해설 중에서]

 

읽지 않아도 읽은 것처럼 느껴지는 소설 중의 하나에 들어갈 정도로 우리는 이 작품에 대해 대충은 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가 어떤 관계이고, 여기서 나타내고자 하는 주제도 알고 있다. 지킬 박사의 친구인 변호사 존 어터슨이 이끌어가는 이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재미도 별로 없고 약간 밋밋하다는 느낌도 받았다. 예상했던 것만큼 잔인하지 않았고 어떤 상황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없었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를 번갈아 등장시키고, 여러 사건의 발생에 따라 독자 스스로 앞뒤의 정황을 이해하게 했다. 소설의 끝에 나오는 두 통의 편지를 읽고서야 비로소 이 소설의 전체 내용을 알 수 있었고, 지킬과 하이드의 관계가 명확하게 이해되었다. 그렇게 다 읽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재독을 할 때 복선과 인물의 행동, 말들이 잘 갖춘 틀에 절묘하게 들어맞는다는 사실을 깨달아 훨씬 더 흥미롭고 긴장한 상태로 읽을 수 있었다.

 

지킬은 인간의 본성이란 하나로 합쳐져 있지만 원래는 선과 악 두 영역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p97)’이라는 인간의 이중성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 그는 인간에게서 올바른 본성부정직한 본성을 분리해 별개의 육신 속에 넣는다면 양심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위해 과학 실험을 한다.

 

[나는 도덕적 측면과 나 자신의 인성 안에서 철저하면서도 시원적인 인간의 이중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즉 내 의식의 영역에서 두 본성이 투쟁하고 있으며, 만일 내가 그 둘 중 어느 하나라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면, 그것은 내가 근본적으로 그 둘 모두이기 때문이란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화해 불가능한 둘이 하나의 다발로 묶인 것, 즉 고통스러운 의식의 자궁 속에서 양극단에 위치한 쌍둥이가 끊임없이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인류에게 가해진 저주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둘을 분리할 것인가? -p98~99]

 

처음에 실험은 성공한 듯 보인다. 거울에 비친 하이드의 모습을 보며 이것 역시 자신의 모습이라고 하며 만족해한다. 그러나 점차 지킬의 본성은 하이드의 악마적 광기와 폭력에 휘둘리게 된다. 그에게서 분리된 악은 그 자체로 더 달콤해지고 해방감을 느끼며, 이유 없이 무모해진다. 통제할 수 없이 커진 하이드적 본성은 계속 질주하고 지킬은 힘을 잃는다. 그 둘은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한다.

 

지킬이 어터슨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 내용은 모두를 옮기고 싶을 정도로 이 소설의 압권이다.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인격에 대해 고민한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이나 말은 나 자신의 모든 것이 아닌 그저 일부분에 불과하다. 나의 성격이나 기질 중에 버리고 싶은 것도 많고, 남들이 가지고 있는 좋은 것을 내 속에 집어넣고 싶기도 하다. 내가 원하고 행하고 싶은 것이 도덕이나 관습에 의해 제지당하기도 한다. 어느 것이 진정한 나인지 헷갈리기도 하고 어쩌면 나의 페르소나가 나를 대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간의 속성으로 지킬 박사의 원대한 계획은 사실 매력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안다. 그것은 실패할 것이고,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는 사실을. 결국 나는 내 속의 많은 것들을 통제하고 제거시켜야만 한다. 그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좌절은 인간의 숙명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고, 매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는 각자의 몫이다.

 

하이드의 모습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추악하고 기형적이며 흉악하다고 말한다. 그냥 싫고 사악한 영혼이 진흙 덩어리 육신을 관통해서 형체를 비틀고 나오면 저런 모습(p30)'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정말 악의 모습은 비정상적이고 메피스토펠레스처럼 발을 절며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일까? 우리는 악의 모습을 그렇게 상상하며 악에 대한 혼돈을 서슴지 않는다. 어쩌면 악은 반듯하고 친근한 모습에서 더 많이 나올지도 모른다. 절묘하게 숨겨진 곳에서 악의 행동은 더 많이 자행되고 거침없다.

 

래니언 박사를 찾아 간 하이드는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지혜를 원하십니까? 자기 자신을 지키기를 원하십니까?....선생 결정에 따라 선생은 예전 그대로.....반대로 선생이 원하기만 하면 여기 바로 이방에서 지금 이 순간 지식의 새로운 영역, 그리고 명성과 권력을 얻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 눈 앞에 펼쳐질 겁니다. p93]

 

지금 이 순간, 당신은 무엇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지킬과 하이드는 후대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 작품이다. 일단 연극과 뮤지컬로 유명하고, 수많은 영화에 패러디되었다. 좋은 작품이란 텍스트 그 자체로서도 물론 훌륭해야 하지만, 이 작품처럼 수많은 변용과 다양성을 줄 소재와 형식을 갖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이 소설은 광장 한가운데에 던져져 수많은 사람들이 기웃거리고 그것에 대해 궁금해 하고 계속 얘기할 수 있는 큰 구경거리임에 틀림없다.

 

2015, 조승우 배우의 지킬 앤 하이드뮤지컬을 볼 땐 거기에 나오는 뮤지컬 넘버에 더 치중했던 것 같다. 이번에 본 홍광호 배우의 '지킬 앤 하이드'에서는 책을 읽은 후에 봐서 그런지 훨씬 더 내용에 몰입할 수 있었다. 물론 그와 다른 배우들이 부르는 넘버들도 좋았다. 책이란 그런 것 같다. 읽을 때는 잘 못 느끼지만 어느 순간, 다른 곳에서 그 책을 만났을 때, 밀려오는 감동과 깊이는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은 결코 느낄 수 없는 것이다. 사실 뮤지컬을 보기 위해 이번에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기이한 사례를 읽었지만,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난 이번에도 그저 뮤지컬의 넘버에 더 치중했을 것이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책의 위대함은 바로 이런 것이다.

 

홍광호 배우는 그야말로 무대를 찢었다. 노래는 물론이고 그의 연기는 더 좋았다.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너무 당연했고, 한 씬에 지킬과 하이드를 표현한 '대결(confrontation)' 역시 더할 나위 없었다. 그의 노래는 음원으로 듣는 것 보다 직접 듣는 것이 백배 더 좋다. 뮤지컬에는 원작과 달리 지킬의 약혼자인 루시와 거리의 여자, 엠마가 출연한다. 그녀들이 부르는 넘버도 좋았다. 'Once upon a Dream', 'In His Eyes', 'Someone Like You', 모두 내가 좋아하는 곡들이다






홍광호 배우는 워낙 유명해 그가 출연하는 회차에 예매하기가 어렵다. 딸아이가 힘들게 2매를 예매했다. 난 전에 이 뮤지컬을 봤기에 남편에게 양보하려고 했다. 남편은 내가 뮤지컬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에 나보고 가라고 했다. 뮤지컬을 관람하며 양보하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그의 노래는 완벽했다. 매번 집에 있는 나의 책을 버리라고 협박하는 딸아이가 인터미션때 캐스팅보드를 찍으로 갔는데, 내가 생각나 지킬 앤 하이드노트를 샀다며 나에게 주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에게 독서 노트하라고 사 준 것이다. 노트의 겉표지는 마음에 들었지만 촘촘히 그려져 있는 줄을 보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쉬었다. 노안으로 고생하는 내가 쓰기에는 좀 벅찼다. 그러나 그런 내색을 하지도 못하고 너무 좋다고, 고맙다고 말했다. 역시나 난 나를 감추고 사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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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02-10 14: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양보하지 않아 다행!!ㅋㅋㅋ
감동이셨겠어요^^
딸아이의 엄마를 배려한? 선물까지!!
두 세 줄 한꺼번에 한 줄로 쓰면 어떨까요?^^
딸 앞에서 열심히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나중에 또 다른 선물도 받을 수 있습니다ㅋㅋㅋ

페넬로페 2022-02-10 16:22   좋아요 3 | URL
네, 정말 양보하지 않아 다행일 만큼 감동적이었어요. 노트를 열심히 사용해야 하는데 요즘은 메모를 거의 컴이나 패드로 해서 고민이예요~~
뭐라도 써야겠어요, 그래야 원망 듣지 않을 것 같아요.
요즘은 자식보다 남편이 더 편해요 ㅎㅎ

레삭매냐 2022-02-10 14: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원제에 대한 깔끔진 스타트,
아주 좋았습니다.

피라미드 시절부터 세상 아래
새로운 건 없다고 했다죠...

고전의 울궈먹기, 작가들의
영원한 밥줄이 아닐 수 없습
니다.

뮤지칼 관람 고저 부럽삽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6:25   좋아요 2 | URL
이번에 원제를 알게 되었어요. 저는 당연히 지킬과 하이드로 알고 있었거든요~~
여러 방향으로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 고전의 힘인 것 같아요
뮤지컬은 홍광호 배우를 만나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미크론을 뚫고 다녀왔어요^^

미미 2022-02-10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페넬로페님 처음 올려주신 영상이 홍광호라니!👍👍👍👍
저 이 노래 너무 좋아해요! 특히 홍광호버젼으로요~🧡
공연보고 오셨다니 너무×200
부럽습니다!!!!🙆‍♀️ 아직 안읽었는데 기대만땅이예요ㅎㅎ

페넬로페 2022-02-10 16:29   좋아요 3 | URL
미미님께서 가르쳐 주신대로 해서 첫 영상 올리기 성공했어요~~
정말 감사감사해요^^
홍광호 배우, 공연 넘 좋았어요.
화욜 저녁에 관람했는데 지금까지 기분 좋아요~~
생각보다 원작도 깊이가 있어 좋았어요^^
살짝 재미는 없더라고요~~

stella.K 2022-02-10 16:0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기이한 사례까지가 진짜 제목이었군요.
홍광호도 잘하긴 하지만 역시 이 노래는 조승우를 위한
노래는 아닌가 싶기도 해요. 조승우는 뭔가 꽉찬 느낌인데
형만한 아우 없다는 심리 때문일까요?
하긴 조승우가 유키즈에 나와서 자기만 보면 사람들이
지금이 순간을 부르려고 해서 부담스럽단 얘기를 한 걸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제 이 작품도 세대 교체가 된 걸까요? 조승우가 오래하긴 했죠.
저도 다시 한 번 보고 싶네요.ㅠ

페넬로페 2022-02-10 16:36   좋아요 5 | URL
네, 원제에 기이한 사례가 들어가더라고요~~
요즘 뮤지컬 공연에 세대교체가 많이 된 듯 해요.
그래도 조승우 배우는 레전드죠.
연기력은 어떨지 몰라도 노래는 홍광호 배우가 더 앞선 느낌이었어요. 홍배우는 영국 뮤지컬 미스 사이공 오디션에서 데모 테잎만으로 투이역에 합격했다는 전설이 있어요 ㅎㅎ
홍광호 버전으로 꼭 보시길 바래요~~
그리고 stella.k님께서 쓰신 극본으로 올려진 뮤지컬 꼭 보고 싶어요^^

stella.K 2022-02-10 17:50   좋아요 4 | URL
헉, 이런...!ㅠㅠ 그런 날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혹시 있게된다면 꼭 알려드리겠습니다. 고맙습니다.😭

mini74 2022-02-10 18:4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장발장 생각나네요.쭈욱 장발장인줄 알았는데. 하이드 책 원제를 페넬로페님덕에 알게 되네요 ~ 딸아이 예쁩니다. 줄공책 ㅠㅠ 막 아른거리죠 ㅎㅎ

페넬로페 2022-02-10 18:46   좋아요 5 | URL
우리가 아마 원제를 모르는게 수두룩할 것 같아요~~
미운짓도 많이 하는데 이럴 때 키운 보람이 있더라고요^^

새파랑 2022-02-10 19: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은거 같은데 그동안 안읽은 책이었어요 ㅋ 작년에 열린책들 35주년 세트로 읽었는데 너무 좋더라구요 ^^ 뮤지컬도 즐기시는 페넬로페님 넘 멋지십니다~!!

페넬로페 2022-02-10 21:03   좋아요 5 | URL
열린 책들, 미드나잇에 이 책이 있군요. 소설에 많은 의미가 들어 있어 좋았어요~~
뮤지컬 좋아하는데 이번에 특히 더 좋았던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10 19: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러워요~~~

페넬로페 2022-02-10 21:04   좋아요 3 | URL
감사합니다 ㅎㅎ

2022-02-10 21: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2-02-10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책의 위대함!
페넬로페님을 폭풍 감동으로 몰아 넣은
홍광호!
꼬옥 기억 하겠습니다 ^ㅅ^

페넬로페 2022-02-11 00:08   좋아요 3 | URL
책의 위대함은 누구나 다 알지만 이렇게 뭉클할 수 있는 이유가 그나마 시간을 쪼개어 열심히 책을 읽는 제가 받은 선물일 것 같아요.
뮤지컬, 특히 홍광호 배우의 노래는 정말 폭풍 감동이었어요^^
scott님, 반가워용^^

꼬마요정 2022-02-12 02: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홍광호님 지킬 하이드 보고 오셨네요 ㅎㅎ 진짜 우리나라 뮤지컬 배우 중에서 저런 성량과 고음을 뽑아내는 배우는 진짜 없을 거에요 ㅎㅎㅎ 심지어 노력으로 만들어낸 거라고 하더라구요. 대단하다 생각했어요!! 지킬 앤 하이드는 이젠 낡은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고전의 힘이 쎄긴 한가봐요. 뮤지컬 속에서 댄버스 경이 예비 장인이라는 게 재밌지 않나요 ㅎㅎ

저는 류정한님, 조승우님, 홍광호님 지킬 앤 하이드 정말 추천합니다^^

페넬로페 2022-02-12 08:55   좋아요 3 | URL
네, 정말이지 홍광호배우님, 무대를 찢더라고요. 심지어 지킬과 하이드의 목소리를 다르게 해서 노래하고 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노래를 잘하더라고요. 책에서는 하이드가 댄버스경을 죽이는데 저도 좀 그랬어요 ㅎㅎ
담엔 꼭 류정한 배우의 지킬앤 하이드를 보겠습니다^^

희선 2022-02-12 0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은 읽지 않고 어렸을 때 만화영화 같은 걸로 봤던 것 같아요 본래 제목은 조금 다르군요 이 소설 쓴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보물섬》을 썼더군요 이 책은 몇해 전에 봤는데... 책 보고 뮤지컬 보셔서 좋으셨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2-12 08:58   좋아요 3 | URL
보물섬은 어릴 때 동화책으로 많이 읽었고, 이 책도 어린이용 버전으로도 많이 나와 있더라고요. 희선님께서 이 책 읽으셨군요. 감상이 궁금하네요~~
뮤지컬은 많이 각색되어 있는데 그래도 더 이해가 잘 되더라고요^^
 

무슈 에밀 졸라!
역시 대단한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이다.




















그녀는 어깨에 둘러멘, 여전히 물이 줄줄 흐르는 빨랫감의 무게 때문에 다리를심하게 절었다. 팔꿈치에는 멍이 시퍼렇게 들고, 뺨에는 피가 흐르는채 양손에 에티엔과 클로드를 잡고 발을 질질 끌면서 걸어가야 했다.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아이들은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 P56

"난 말이죠, 욕심이 많은 여자가 아니랍니다. 별로 바라는 게 없어요…… 내 꿈은 별 탈 없이 일하면서 언제나 배불리 빵을 먹고, 지친몸을 누일 깨끗한 방 한 칸을 갖는 게 전부랍니다. 침대, 식탁 그리고 의자 두 개, 그거면 충분해요......내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만 있다면, 그래서 좋은 시민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말이죠.......또 하나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맞지 않고 사는 거예요. 내가 만약 다시 결혼을 한다면 말이죠. 그래요, 다시는 맞으면서 살고 싶지 않아요......그게 다 예요. 정말 그게 다라고요......" - P71

그녀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올바른 사회에서 사는것이었다. 그렇지 못한 사회는 몽둥이로 머리를 박살 내듯 순식간에 여자를 망가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 P81

제르베즈는 아침나절의 온화하고 평온한 모습을 여전히 간직하고있었다. 하지만 산책을 나선 후로는 생각에 잠긴 듯 차분한 표정으로남편과 로리외 부부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때로 슬픈 표정을 지었다.
누이 앞에서 비겁해지곤 하는 쿠포의 모습을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그는 독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그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하다시피했다. 하지만 그들 앞에 서면 그들의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를 살피는 아첨꾼 같은 모습을 보이곤 했다. 그들이 언짢아하는 기미라도 보이면 어쩔 줄을 몰라 전전긍긍했다. 그 사실만으로도 그녀는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 P136

"그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라오, 아름다운 부인… 그대도언젠가는 죽는 걸 다행으로 여기게 될 거요… 아무렴, 난 죽음이데려간다면 오히려 고맙다고 할 여인네들을 아주 많이 알고 있거든."
로리외가 그를 데려가려고 하자 바주즈 영감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딸꾹질을 하며 웅얼거리듯 마지막 한마디를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죽는다는 건 말이지.…… 내 말을 명심하시오.... 죽으면 모든 게끝이라오."
- P156

그녀는 굵은 눈물방울로 흐릿해진 눈으로화덕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그레이비소스를 저었다. 아이를 낳는 것이 쿠포를 굶길 이유는 아니지 않은가? 마침내 재로 덮인 불 위에서 스튜가 뭉근하게 끓기 시작했다. 
이제 방으로 간 제르베즈는 간신히 식탁 한쪽 끝에 식기를 준비해놓을 수 있었다. 포도주병도 재빨리 꺼내놓아야 했다. 그러고 나자 더 이상 침대까지 갈 기운조차 남아 있지 않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은 채 부엌의 깔개 위에서 해산을했다. 그로부터 십오 분 후에 도착한 산파는 그 자리에서 뒤처리를했다.
그러는 동안 함석공은 병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남편이신경 쓰지 않도록 출산 사실을 알리지 못하게 했다.  - P164

그런데 당신 많이 아프진 않았지. 재채기 한 번 하는 
사이에 쑥 하고 아일 낳은 거겠지." - P164

영악한 부르주아들은 기피하는 일이었다! 사다리 위에서 목숨 걸고 일하기엔 너무나 비겁한 그들은 노동자들에게 그 일을 떠맡긴 채 벽난로 기어아 편안하게 지내면 그만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이야 어찌 되건 안중에도 없이, 심지어 그는 자기 집 지붕의 함석은 각자 알아서 씌우면그만이라는 말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당연한 얘기가 아닌가! 진정 공평해지려면 그렇게 해야 할 터였다. 빗물에 젖기 싫으면 지붕을 씌우면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좀 더 근사하고 덜 위험한 일, 예를 들면 고급 가구 세공 같은 일을 배우지 못한 것을 몹시 아쉬워했다. 그것 역시 그의 아버지의 잘못이었다. 아버지들은 대개 자식들에게 자신들처럼 살도록 강요하는 고질적인 습성이 있다. - P198

구제는 특별히 나쁜 마음을 품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피핀을 집어 들고 이 거대한 쇳덩어리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것보다 더 강한 팔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를분노케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육체가 쇠로 된 기계와 싸워 이길 수없음을 이성적으로 받아들이고자 애쓸 때조차 그의 우울함은 커져만갔다. 물론 언젠가는 기계가 노동자들을 모두 죽이고 말 터였다. 그때문에 이미 그들의 하루 일당은 12프랑에서 9프랑으로 떨어진 상황이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었다. 어쨌거나 소시지를 만들듯 리벳과 볼트를 찍어내는 이 커다란 짐승들은 전혀 유쾌하지가 않았다.  - P277

이제 비자르는 허공에 헛손질을했다. 계속해서 미친 듯이 아무 데나 주먹을 마구 휘둘러대다가는 허공을 향해 날린 주먹에 자신이 맞기도 했다. 이 광란의 살육 행위가이어지는 동안 제르베즈는 네 살짜리 소녀 랄리가 구석에서 아비가어미를 때려죽이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음을 알았다. 소녀는 겨우 젖을 뗀 어린 여동생 앙리에트를 보호하려는 듯 아이를 품에 꼭 안고 있었다. 사라사 천으로 된 머리쓰개로 머리를 꽁꽁 동여맨 어린 소녀의핏기 없는 창백한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러면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채 깊은 생각에 잠긴 듯 커다란 검은 눈으로 어딘가를뚫어지게 응시했다.
- P309

쿠포는 막 길을 건너오는 중이었다. 그러다가 문 앞에서 비틀거리는 바람에 어깨로 유리창을 깰 뻔했다. 그는 시체처럼 창백한 얼굴에코끝이 발개진 채 이를 앙다물고 있었다. 제르베즈는 핏기 없는 남편의 얼굴에서 콜롱브 영감 주점의 싸구려 독주의 흔적이 그의 핏속에남아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가 무해한 포도주를 마셨을때처럼 웃어넘기면서 그를 자리에 눕히고자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입술을 앙다문 채 제르베즈를 떠밀었다. 그러고는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스스로 침대로 걸어가면서 그녀를 향해 주먹을 치켜들었다.
그런 쿠포의 모습은 저 위쪽에서 여자를 두들겨 패다가 지쳐 코를 골며 자고 있는 주정뱅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자 제르베즈는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얼음장 같은 전율과 함께 이 세상 남자들과자신의 남편, 구제 그리고 랑티에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은 결코행복해질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을 느끼며 비탄에 빠져들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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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9 23: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10 00:16   좋아요 3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계속 조심하고 있는데 이 시기가 잘 지났으면 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밤 되세요**
 














내가 처음 읽은(그것도 최근에) ‘김호연 작가의 책은 매일 쓰고 다시 쓰고 끝까지 씁니다이다. 매번 글을 쓰는 것이 힘들어 글쓰기에 대한 책에 관심이 많다. 제목만 보고 고른 이 책은 글쓰기의 방법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오랫동안 글을 쓰면서 겪은 실패와 좌절,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작가의 연대기였다. 시나리오, 만화 스토리, 소설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써 오며 경험한 이야기가 있었다. 만화에 만화 스토리 작가가 존재하는 것도, 영화의 시나리오가 어떤 방식으로 쓰여 지는지도 이 책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작가 지망생들에게 도움이 되는 몇 가지 팁이 있었고, 일반 독자에겐 작가의 가난하고도 지난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래서 중간부터는 빨리 이 책을 넘겼지만, 김호연이란 작가가 절박하게 글을 써 왔고, 많은 노력을 했다는 것이 남아 있었다. 그 결과로 작가의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준비하고 다듬고 공들여왔기에 결실이 맺어지고 있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고 나도 이곳저곳에서 당선을 많이 경험해 보고 나서야, 당선은 운이 많이 따르는 일이고 다만 그 운을 얻을 기회가 될 수준까지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P118]

 

어떤 종류의 글을 쓰든지 작가의 길은 험난하다. 책은 독자들이 읽어 주어야 하고, 시나리오는 영화로 완성되어야 한다. 그 중간에 얼마나 많은 좌절이 있는지도 안다. 하지만 끝까지 버티고 계속 써 내어야만 한다는 것 또한 진리이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 시나리오는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무명일 따름이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신용을 얻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크레딧이고 영화가 끝나면 올라오는 글씨들이다. -‘망원동 브라더스’, 작가의 말 중에서]

 

김호연의 장편소설 망원동 브라더스8평짜리 옥탑방에 모여 사는, 우정과 애증으로 뭉친 남자들의 눈물겨운 이야기이다. 이 방의 주인인 오영준(만화가), 그의 싸부 김인수(만화 스토리 작가), 영준의 책을 내어준 출판사의 영업 부장이었던 김창경, 영준의 후배, 삼척동자 유재완이 그 구성원이다. 영준이 루저, 빈대, 기생충, 바퀴벌레들로 표현한 그들은 여러 사연으로 영준의 좁은 방에서 신세를 져야만 하는 처지이다.

 

쉽게 잘 읽히는 이 소설에서 특별한 건 주인공인 오영준 작가의 태도이다. 옥탑방이라는 그리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그는 사람을 받아들인다. 갈 곳이 없는 사람들, 외로워 기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그는 내치지 않는다. 그들 대부분이 찌질하고 철없는 행동도 서슴지 않지만 인색하지 않고 사람의 정을 느끼게 한다. 막다른 곳에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많은 것이 아닌 조금의, 최소한의 도움이다. 그 시기만 견디면, 언제라도 일어설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그렇지만 누구나 쉽게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것은 아니다. 조금이면, 아주 조금이면 되는데도...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오작가가 사는 8평 옥탑방은 퍼시 애들론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와 일맥상통하는 공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만들어가려는 따뜻한 시선은 각기 다른 공간을 완벽하게 같은 곳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 망원동 브라더스, 추천글, 영화감독 송해성

 

지나다니는 것은 큰 트럭뿐인 황량한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바그다그 카페’. 커피 머신은 고장나있고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곳이다. 카페 여주인인 브렌다는 꽉 막힌 인생살이 덕분에 항상 화가 나 있다. 그곳에 육중한 몸매의 독일 여자, 야스민이 나타난다. 별로 환영받지 못한 그녀이지만, 오히려 야스민은 망원동 브라더스의 영준처럼 사람을 받아들이다. ‘받아들인다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다. 야스민은 바그다드 카페를 구성하고 있는 모든 사람에게 진정으로 마음을 연다. ‘망원동 브라더스의 사람들이 점차 자리를 잡고 다시 인생의 제 2막을 시작하듯이, ‘바그다드 카페도 변화한다. 어쩌면 사람이 잘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요인은 사람 사이의 우정일지도 모른다. 그 우정에 검은 피부, 뚱뚱한 몸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

 

송해성 감독의 추천글로 오래전에 본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다시 보고 싶어졌다. 여러 군데를 들렀지만 왔차에만 이 영화가 있었다. 내가 왔차를 구독하지 않아 포기해야 할지 고민했는데 마침, 26OBS, 10시에 이 영화가 상영되었다. , 이렇게 기막힌 우연이 있을까. 다시 본 바그다드 카페는 역시나 좋았다. 영화 주제곡인 제베타 스틸의 ‘Calling You'도 물론 명곡이다.

 

scott님께서 추천해 주신 바그다드 카페의 토대가 된 카슨 매컬러스의 소설 슬픈 카페의 노래도 내처 읽었다. 황량하고 세상과 동떨어진 마을에 키가 굉장히 크고, 사팔뜨기에 남자 같은 미스 어밀리어 에번스가 가게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어느 날 그녀에게 자신이 어밀리어의 친척이라고 말하는 꼽추 라이먼 윌리스가 나타난다. 그녀는 라이먼을 사랑하게 되고 사료가게를 카페로 만든다. 그 후 이 마을이 변하기 시작한다. 그 후 미스 어밀리어와 열흘 만에 결혼 생활을 끝장 낸 마빈 메이시가 찾아온다. 그 세 사람은 한 방향으로의 사랑을 한다. 그들의 사랑을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매컬리스의 사랑론에 의하면, 사랑이 신비로운 이유는 사랑이 서로 주고받는 상호적 경험이 아니라 혼자만의 것이기 때문이다(p149)” 라는 장영희 번역자의 설명으로 단번에 그들의 사랑을 받아들였다.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p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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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lcat329 2022-02-07 13: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가 슬픈 카페의 노래를 소재로 만든 영화군요.
마침 보고 싶던 영화가 티비에 나왔다니 저도 그런 경험 있는데 참 그 순간이 놀랍더라구요.

일단 <불편한 편의점>부터 읽고 망원동은 저도 읽어 보려구요.

페넬로페 2022-02-07 16:31   좋아요 5 | URL
네, 저도 scott님께서 말씀해주셔서 알게 되었어요. 덕분에 제가 모르는 좋은 소설도 읽게 되었고요.
저도 불편한 편의점도 읽어 볼 계획이예요^^

미미 2022-02-07 13: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왓챠 구독중인데 다행이네요. 어떤 것에 빠지다보면 운명처럼 비슷한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리곤하죠.ㅎㅎ 코엘료가 우주가 돕는다고 말했던게 생각납니다. 김호연 작가 아무리봐도 호감이군요!

페넬로페 2022-02-07 16:33   좋아요 4 | URL
와, 우주가 돕는다는 말, 넘 좋아요.
정말 우주가 도와주듯이 마침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있었어요~~
작가들의 눈물겨운 습작시절이 얼마나 힘든건지 알 수 있었어요^^

레삭매냐 2022-02-07 13: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오 <바그다드 카페>의 꼴링 유는
증맬루...
故 조지 마이클 버전으로 찾아 듣습니다.

저는 <연적>을 읽었는데
후속작인 <불편한 편의점>이 대박이
난 모양이네요 ^^

페넬로페 2022-02-07 16:38   좋아요 2 | URL
조지 마이클이 부르는 ‘calling you‘ 듣고 왔어요. 역시나 좋네요~~
연적도 읽고 싶은데 그 보다 앞선 2013년에 나온 망원동 브라더스도 2021년 기준으로 11쇄를 찍었더라고요.
이제는 완전 궤도에 오른 작가로 보면 될 것 같아요^^

그레이스 2022-02-07 14:2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 슬픈카페의 노래 다 보고싶네요~

페넬로페 2022-02-07 16:39   좋아요 3 | URL
네, 둘 다 좋아요~~
여하튼 작가, 감독, 배우들, 다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mini74 2022-02-07 14: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 무지 좋아하는 영화입니다. 뭔가 통한다니 망원동 브라더스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2-02-07 16:40   좋아요 2 | URL
다시 봐도 바그다드 카페가 좋더라고요~~은근히 책과 영화가 통합니다 ㅎㅎ

독서괭 2022-02-07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슬픈 카페의 노래> 담아갑니다. 바드다드 카페 많이들 좋아하시는데 전 잘 모르는 영화네요~ 담고 있는 의미가 좋아 보입니다.
페넬로페님도 글쓰기가 매번 힘드셨나요!! 왠지 위로를 얻습니다ㅎㅎ ^^;

페넬로페 2022-02-07 16:43   좋아요 3 | URL
영화가 1993년에 나왔으니 어느정도 연식이 있어 젊은 독서괭님께서는 잘 모를수도 있을것 같아요~~영화가 희망적이라 더 좋았어요.
그럼요, 저는 글쓰기가 매번 힘든 사람이예요 ㅠㅠ

새파랑 2022-02-07 19:4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끝까지 버티는게 중요하다˝는 어느 곳에든지 적용 가능한 진리인거 같아요~!! 끝이라는게 잘 안보여서 문제지만요 ㅎㅎ 페넬로페님처럼 글 잘쓰시는 분도 글쓰기 고민을 하시는군요. 이 글도 너무 멋져요 ^^

페넬로페 2022-02-07 20:20   좋아요 2 | URL
정말 그게 진리인것 같아요. 그렇게 악착같이 버텨야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항상 글쓰기를 어려워해요.
서재에서 1일1리뷰 쓰시는 분들을 존경하고 애정합니다. 용기 주셔서 감사해요^^

stella.K 2022-02-07 20: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멋, 그런 우연한 행운잇!! 너무 좋으셨겠습니다.
그 영화 아무데서나 안 하나요?
오래 전 고리짝 시절에 ebs에선가 어디서 했는데 좀 독특한 느낌이라
나중에 보지 뭐. 그래놓고 여태 못 보고 있었습니다. 아깝네요.ㅠ
하긴 뭐 봐도 제대로 보지도 못했을 겁니다. TV보다 정신줄 놓는 경우가 대부분이라.ㅋㅋ
책이라도 봐야겠네요.
저 <망원동 브라더스> 보니까 천명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랑 뭔가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ㅋ

페넬로페 2022-02-07 22:45   좋아요 3 | URL
네, 정말 10시에 그 영화를 상영한다는 걸 알았을 때 소름 돋았어요. 이 책이 나의 삼촌 부루스 리와 실패와 좌절을 담은 것이 닮았는데 천명관 작가의 소설보다는 가벼운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22-02-07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카페는 다 좋아요ㅋㅋㅋ
바그다드 카페 그리 좋다던데 못봐 아쉬웠었는데 왓챠 결재했을 때 검색하다가 와~ 하면서 봤었거든요. 처음엔 뭘까? 갸우뚱 하면서 봤는데 점차 보다 보니 왜 좋은지 알겠더군요~^^
아...이 책 무척 재밌을 것 같군요!!
근데 저도 스텔라 케이님처럼 망원동 브라더스 천명관 작가껀 줄 알았어요. 저도 똑같이 나의 삼촌 브루스 리를 떠올렸어요ㅋㅋㅋ
저 그 책 진짜 킥킥 거리며 재미나게 읽었었는데~^^

페넬로페 2022-02-07 22:47   좋아요 3 | URL
맞아요, 카페는 다 좋아요 ㅎㅎ
영화 바그다드 카페가 약간 호불호가 있을 것 같은데 저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이 좋더라고요~~
나의 삼촌 부루스 리는 분량이 많은 소설인데 저도 단숨에 읽은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2-07 23: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바그다드 카페는 오래전 영화긴 하지만, 포스터 사진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전 같아요.
김호연 작가는 요즘 불편한 편의점이 베스트셀러 순위에 자주 보이는 것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2-08 00:02   좋아요 3 | URL
네, 93년 영화니까 거의 30년이 된 오래된 영화죠~~포스터가 암시하는 게 있을텐데 더 생각해봐야겠어요^^
불편한 편의점, 완전 대박난 것 같더라고요**

모모 2022-02-08 00: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고도 사람마다 느낀 점이 다른게 재미있네요. 페넬로페님의 글은 읽은 책을 자근자근 씹어 먹고 충분히 소화한 상태에서 나오는 은은한 맛이 느껴집니다. 무겁지 않은 책 일텐데도 말이죠^^

페넬로페 2022-02-08 00:30   좋아요 4 | URL
나이가 들어가며 책을 쉽게 빨리 읽지 못하고 천천히 읽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음미하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아요. 망원동 브라더스는 오래간만에 쉬지 않고 주욱 읽은 책입니다. 가독성이 좋더라고요^^
모모님!
확진자가 많이 늘고 있어요.
항상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밤 되시길 바래요^^

희선 2022-02-08 0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작가 책 《불편한 편의점》에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편의점 주인이 나와요 자신이 편의점을 하기보다 거기에서 일하는 사람한테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편의점을 해요 《망원동 브라더스》는 여덟평짜리 옥탑방에 있게 해주는군요 갈 곳이 어디도 없는 사람한테는 그곳도 좋겠지요 <바그다드 카페> 영화 보고 싶을 때 마침 보셔서 좋으셨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2-08 00:55   좋아요 3 | URL
‘불편한 편의점‘은 잘 때 오디오북으로 듣고 있는데 이 소설 역시 따뜻한 것 같아요. 근데 오디오북이 자장가라 듣다가 금방 잠들어버려요 ㅎㅎ
기회되면 바로 읽어야겠어요^^
딱 보고 싶을 때, 영화 볼 수 있어 넘 좋았어요~~

모모 2022-02-08 00:3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또한 그래요. 맘 같아서는 사다놓은 책들 쓱싹 해치우는 시원함을 맛보고 싶은데 현실은, 그게 안되네요ㅠ
김호연 작가 책은 거의 다 읽었는데 지니고 있는 건 망원동 형제들 뿐이네요^^
밀접 접촉자라 재택중이었는데...
건강 잘 챙기시길요~

페넬로페 2022-02-08 00:58   좋아요 4 | URL
모모님, 김호연 작가의 책을 다 읽으셨군요~~저도 기회되면 한 권씩 읽고 싶어요^^
확진자와 접촉하셨지만 그래도 코로나에 감염되지는 않아 다행입니다~~

2022-02-08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08 0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10 0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얄라알라 2022-02-10 00: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스크롤 내리다가, ‘얼마만에 보는 바그다드 까페 포스터인가?;하며 귓가에 환청으로 들리는 노래를 들었는데 ˝Calling You˝ 였군요! 제목조차 잊을 뻔 했어요.


페넬로페님 말씀하신대로 기막힌 우연으로 다시 보기하셨으니, 더욱 오래 기억하시겠어요^^
저도 페넬로페님 덕분에 늦은 이밤 ˝calling you˝ 덕분에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1:11   좋아요 3 | URL
정말 기막힌 우연으로 다시 이 영화 감상했어요. 한 때 제가 ‘calling you‘ 이 노래 엄청 들었거든요~~영화도 음악도 역시 좋았습니다.
얄라알라님, 이름에 북사랑을 지워셨더라고요~~
담에 그 이유 듣고 싶어요^^

scott 2022-02-15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루키옹이 아주 좋아하는 작가 중에 한 명이 카슨 매컬러스 입니다(여러권 직접 번역도 함)

<결혼식 멤버 >
사 알짝 추천 함요 ^ㅅ^

페넬로페 2022-02-16 02:09   좋아요 1 | URL
하루키 작가가 번역도! 했군요~~
카슨 매컬리스 작가의 개인적 이력도 평범하진 않더라고요^^
네, 결혼식 멤버도 읽어 볼께요**
 

아주 이상하고 기이한 사람도
누군가의 마음에 사랑을 불 지를 수 있다.

선한 사람이
폭력적이면서도 천한 사랑을
자극할 수 있고,

의미 없는 말만 지껄이는 미치광이도
누군가의 영혼 속에
부드럽고 순수한 목가를 깨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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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2-06 22: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교수님이 번역하신 책인가요. 출간된 지 시간이 조금 지났네요.
그래도 품절되지 않아서, 살 수 있는 책이라서 좋은 것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주말 잘 보내셨나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2-07 00:05   좋아요 3 | URL
네, 고 장영희교수의 번역이라 더 기대가 되었어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많이 추워요^^
이제 조금만 견디면 추위가 물러날 것 같아요~~
다음 한 주에도 건강하시길 바래요^^

얄라알라 2022-02-10 0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장영희 선생님....그립습니다. 장왕록 교수님 번역으로 펄벅 책을 읽었는데 장영희 교수님 번역작품은 읽어 본 일이 없네요. 이 책 잘 담아놓고 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0 11:14   좋아요 1 | URL
저는 고 장영희 선생의 ‘문학의 숲의 거닐다‘ 를 넘 좋게 읽었어요. 번역도 많이 하신걸로 아는데 번역보다는 그녀의 산문이 더 좋았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어요~~
얄라알라님, 이 책으로 좋은 독서되시길 바래요^^
 

오래 전 보았던 영화, 《바그다드 카페》
이 소설이 그 영화와 일맥상통한다니 대충 그 분위기를
알 것 같다














다들 연체된 인생이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내일을 향해 조금씩 걸어가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치명적으로 술을 부른다

작가는 구질구질한 세상을 기분좋게 웃으며 건너가는 법을 알고 그것을 소설로 묘파해냈다. 실로 고수의 솜씨다.

오작가가 사는 8평 옥탑방은 퍼시 애들론의 영화 <바그다드 카페>와 일맥상통하는 공간이다.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으로 만들어가려는 따뜻한 시선은 각기 다른 공간을 완벽하게 같은 곳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자기 개발서를 읽는 건 자기를 주도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냥 읽고 있으면 면죄부가 생기는 느낌.
자본주의 사회의 성경이 바로 이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자기 개발서대로 살진 않는다. 그건 성경 말씀대로 살진 않지만 천국에 간다고 믿으며 성경을 읽는 사람들의 심리와 비슷한 거다.

그래, 루저의 푸념이다. 하지만 루저가 너무 많다. 나도, 옆의 김부장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린 석의 아버지도 모두 루저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다 지면서 살고 있다. 지면서도 산다. 어쩌면 그게 삶의 숭고함일지도 모르겠다.

옛날에 공자님 말씀 중에 ‘덕불고 필유린‘이라고 했어. 덕이 있는 자는 결코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말이야

지난 몇 개월, 함께 먹고 자다시피 한 이 빈대 기생충 바퀴벌레들......같지만, 사실 ‘입구멍‘이라는 식구.그동안 이들을 미워하고 꽁했던 내 소갈머리는 뜨거운 태양에 소독되고 시원한 파도에 세탁되고 있다.

사랑은 어떻게 오고 어떻게 가는가? 어떻게 오고 간 것을 사랑이라 부를 수 있나? 사랑에 대한 서로의 정의가 다르다면 그것은 사랑인가, 아닌가? 인생에서 가장 적절한 순간에 다다른 사랑이란 게 있을까? 아니면 적절한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누군가라는 게 있을 수 있을까?
사랑도 인생도 타이밍이다.

영화로 만들어지지 못한 시나리오는 과녁을 빗나간 화살이고, 시나리오 작가는 무명일 따름이다. 이름을 얻는다는 건 신용을 얻는다는 것. 그것이 바로 크레딧이고 영화가 끝나면 올라오는 글씨들이다. 지인들에게 그 글씨를 보여주고 싶었으나, 쉽지 않았다.

나는 이 느긋하게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가 쓰고 싶어졌다.

나는 스토리텔러다.
10년 넘게 이야기를 써오며 배우고 또 배우는 것이 있다면 바로 ‘진실을 이야기에 담는 기술‘이다. 진실과 상관없이 기발한 이야기는 많지만 그것은 나를 감동시키지 못한다. 다른 기술들은 금세 배울 수 있지만, 진실을 담는 기술은 배웠음에도 숙달되지 않는 ‘늘 새로운 도구‘다. 이 새로움이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내 삶을 수시로 해체하여 떨구어진 벽돌들을 모아 이야기라는 집을 짓다 보면 언젠가는 나만의 스타일을 장착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또 쓸 뿐이다.

ㅡ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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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04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를 이해하고 끌어안아 그 공간을 사랑이 충만한 지상 최대의 낙원]
영화 <바그다드 카페> 커피머신은 고장 난 지 오래고, 먼지투성이 카페의 손님은 사막을 지나치는 트럭 운전사들뿐...
이 작품에 토대가 된 카슨 맥컬러스의 ‘슬픈 카페의 노래(The Ballad Of The Sad Cafe) 사알짝 추천 합니다 ^ㅅ^

페넬로페 2022-02-04 23:52   좋아요 2 | URL
네, ‘슬픈 카페의 노래‘, 꼭 읽어 볼께요~~
영화도 다시한번 봐야겠어요^^

2022-02-08 0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02-04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 책 읽고계시군요~^^♡

페넬로페 2022-02-04 23:52   좋아요 2 | URL
미미님, 페이퍼 덕분에 이 책 먼저 골랐어요
밀리의 서재에 있어요
죽죽 진도 나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