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속으로 - 한국 문학사에서 지워진 이름. 평생을 방랑자로 산 작가 김사량의 작품집
김사량 지음, 김석희 옮김 / 녹색광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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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 동안의 일제 강점기를 경험해보지 않아도, 그 시대가 비극적이었으며 지극히 암울했다는 것을 안다. 사람들이 고통을 겪었고 불행했었다는 것도, 그들은 우리들에게, 우리들은 그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시간과 시간이, 사람과 사람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영원히 끊어질 수 없다. 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일본이 아시아인들에게 저지른 만행에 치가 떨린다. 그리고 조선과 대한 제국 사람들의 민낯도 보인다. 그 모습은 지금의 우리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는 우리의 민낯이 보기 싫어 그때를 애써 외면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려 버린다.

 

알라딘 서재 친구(새파랑님, 미미님)를 통해 작가 김사량을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그는 1914년 출생으로, 도쿄대에 입학하여 일본어로 소설을 썼고, 제국의 펜 부대로, 항일 운동가로, 한국 전쟁 때는 북의 종군기자로 활동하다 1950년에 사망했다(역자 해설에서). 혼란의 시대를 산 사람답게 그의 이력은 파란만장하다. 일본어로 써진 소설을 번역된 문장으로 읽었지만, 그의 소설 전반에서 식민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 조선인의 슬픔과 고뇌, 무기력을 느낄 수 있었다. 사람은 모두다 환경의 영향을 받는데도, 누군가는 지식인의 사명으로, 항일 운동가로, 또 누군가는 일본의 앞잡이, 밀정으로, 가난하고 불행한 사람들을 등쳐먹는 사람으로 살아간다.

 

김사량의 소설집, 빛 속으로는 도쿄, 서울, 강원도 산골, 베이징을 배경으로 하는 세 개의 단편 소설과 한 개의 기행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의 표제작인 빛 속으로는 도쿄 제국 대학에 재학 중인 미나미()’선생이 일본인 아버지와 조선인 어머니를 둔 야마다 하루오라는 소년에게 다가가는 이야기이다. S협회는 도쿄제국대학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일종의 빈민구제사업 단체로, 가난한 마을 사람들에게 교육, 구매조합, 의료봉사활동을 한다(p25). (미나미)은 협회에서 노동자를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친다.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남이 아닌 미나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다. 조선인 이름을 고수하지 않는 것에 대해 그는 고민하지만, 자신이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굳이 말할 필요도 느끼지 않는다는 변명을 한다. 사람대접을 받지도 못하고 차림새가 지저분하며 음울한 아이, 하루오는 계속 미나미선생을 조선인으로 의심하며 주위를 맴돈다. 남은 이 아이의 처지를 이해하고 따뜻하게 대하고 하루오 역시 조금씩 그에게 마음을 내보인다.

 

[“조센징 따위 우리 엄마 아니야, 아니야, 아니라구!”....

 

나는 조센징이 아니야. 나는 조센징이 아니라고! 그렇죠, 선생님?”

 

나는 그의 몸을 꼭 안았다. 내 눈가에 뜨거운 것이 울컥 솟는 것을 느꼈다. 이 군의 시퍼렇게 독이 올라 흐트러진 모습도, 이 소년의 아픈 울부짖음도 책망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p30]

 

조선인으로 일본에 살면서 그들이 겪는 정체성의 고민이 이 소설에 담겨있다. 조선인이라는 사실을 무조건 부정하려는 사람과 조선인의 고유성을 지키려는 사람들 틈에서 남은 고뇌한다. 머리색이 다른 터키인의 아이조차 이 곳 아이들과 놀고 있는데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들은 무시당하고 차별 당한다. 자꾸 무기력해지고 지쳐가지만, 남은 하루오를 포기하지 않는다.

 

풀이 깊다는 도쿄대 의예과 유학생인 박인식이 고향인 강원도 산골의 화전민을 대상으로 그들의 생활을 조사하여 도움을 주고자 그들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고향인 그곳에는 색의 장려 운동(조선 총독부가 흰 옷이 생산력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해 백색 옷의 착용을 금지했던 정책)’이 한창이다. 거의 대다수가 문맹인 주민들에게 군수인 작은 아버지는 통역을 대동한 채 일본어로 색의 장려를 위한 연설을 한다. 군청에서는 자기 관할에서만큼은 화전민을 살게 할 수 없다며 그들을 추방한다.

 

화전민들은 점점 깊숙한 산골로 들어갈 수밖에 없고, 그들을 도우러 간 인식을 거부한다. 세상의 제일 끝까지 내몰린 그들에게 여러 사이비 종교가 들어와 무지한 산민들의 비참한 생활에 빌붙어(p180)’ 그들의 얼마 남지 않은 것마저 뜯어낸다. 일제의 '색의 장려'와 사이비 종교의 '백의 숭배'가 맞부딪히며 민초들의 삶을 더 어렵게 한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인식은 자신의 행동이 그들을 구원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이기심을 구원받고자 하는 감상이 아니었나를 생각한다.

 

[여긴 아무래도 자신이 올만한 곳이 아니다. 정말이지 어째서 이런 여행을 나선 것인지 스스로에게 묻고 싶을 정도였다. 이거야말로 자신의 감상벽을 적당히 채우기 위한 여행이 아니었을까? 비참하다, 비참하다, 스스로 외치며 돌아다녔던 것이, 그것이 대체 이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다는 말인가? -p175]

 

작가 김사량은 박인식을 통해 성경 마태오 복음 6장의 구절을 인용한다. 하늘의 새와 들의 꽃들은 뿌리지도 거두어들이지 않고도 하느님의 은총으로 먹을 것을 얻는다. 하지만 그보다 못한 조선의 백성들이 있다. 그들의 생명과 생활조차 무도한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 신약 성경에는 4개의 공관복음서가 있다. 그 중 마태오 복음은 가장 예수의 말씀과 사랑의 실천을 강조한다. 작가는 빛 속으로의 남과 풀이 깊다의 인식을 통해 헐벗고 굶주린 자를 구원하려 한다. 그 당시 동경으로 유학 갈 정도로 선택된 지식인의 역할과 의무가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그러나 이러한 작가의 생각은 안일한 유토피아이다. 소수의 의식 있는 사람이 못 배우고 가난한, 힘없는 사람들 전체를 구원하지는 못한다. 변화될 수 있는 약간의 희망은 가질 수 있지만 민중을 구원할 수 있는 힘은 지속적이고 강해야만 한다. 이 소설 속의 지식인은 나약하고 감상적이다.

 

천마1940년 전후의 서울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이미 모든 행정 구역과 상호들이 일본어로 되어있고, 조선인 역시 내선일체 한 몸의 모습이다. 오랫동안 나라 잃은 채로 산 덕분에 뻔뻔하고 유들유들하며 교활한 소설가 현룡과 같은 사람은 얼마든지 볼 수 있다. 그 당시 문인들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보여주지만 어느 조직이든 탁상공론만을 일삼으며 어떻게 하면 좀 더 일본인에 빌붙어 잘 살 수 있는가만 생각한다. 신사로 향하는 행렬은 끝이 없다. 일본인이 되고 싶고 인정받기 위해 같은 조선 사람을 헐뜯고 비굴하게 행동한다. 그런 거울 같은 모습들을 보며 조선인들은 지쳐가고 무기력해진다.

 

노마만리는 작가가 아내도 자식도 버리고 항일 전선으로 떠나는 과정을 담은 탈출기이다. 북경의 북경반점에는 온갖 사람들이 모여 있다. 다들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그곳에는 항일 운동가, 장개석의 테러단, 아편장수, 갈보장수, 공산당원, 밀정등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시대가 하도 수상해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어쩔 수없이 하나 선택해야만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는 장부들의 삶이 눈물겹다.

 

뮤지컬 영웅에서 사형을 앞두고 있는 안중근은 간수에게 이런 얘기를 한다. 그가 꿈꾸고 바란 세상은 누구나 평범하고 작은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세상이다. 저녁에 가족들이 둘러앉아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세상....원대하고 거창한 것이 아닌 소박한 행복을 위해 그는 목숨까지 바친다. 왜냐하면 그 소박하고 조그만 행복도 사실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전혀 몰랐던 김사량 작가의 소설은 마음을 아프게 한다. 저 깊은 곳에서, 나의 뿌리에서부터 올라오는 묵직하고 암울한 슬픔에 마음이 무겁다. 그 시대를 통해 지금, 뭔가 딱히 달라진 것도 없는 세상과 마주한다. 우리들의 이야기로 그에게서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받은 느낌이다. 김사량이 지금 어떤 평가를 받든 그의 소설은 좋고 마음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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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22 23: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도 별5개~♡ㅎㅎ
각 작품이 색달라서 김사량의 천재성을 실감했던 것으로 기억해요! 해설까지 너무 좋았던 책 😄 사진은 드림캐쳐 모양이네요? 직접 그리신건가요?!!

페넬로페 2022-02-23 00:49   좋아요 4 | URL
책을 읽으며 마음이 무겁고 울적했어요. 생각보다 김사량의 문장이 좋더라고요.
미미님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어요.
드림캐쳐 모양에 사진을 넣었어요 ㅎㅎ
그림 그리는 재주는 1도 없어요 ㅠㅠ

scott 2022-02-23 16:32   좋아요 3 | URL
그리셨다고 믿을래요 ㅎㅎㅎ

희선 2022-02-23 01: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일제 강점기는 누구나 살기 어려웠을 것 같아요 글쓰는 사람은 더 괴로움에 빠졌을 듯합니다 그런 게 여기 담긴 소설에 잘 나타났을 듯합니다 오래 버틴 사람도 있겠지만, 쉽게 마음을 바꾼 사람도 많겠지요 전쟁에 나가라는 글을 아무렇지 않게 쓴 문인도 있었더군요 자기 나라 말도 못 쓰면 힘들겠습니다 한글이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그때 한글을 지키려고 애쓴 사람도 많군요


희선

페넬로페 2022-02-23 08:25   좋아요 4 | URL
네, 희선님 말씀처럼 소설속에 그 고민들이 고스란히 들어 있었어요.
김사량 작가가 친일파 작가로, 저항작가로 평가가 엇갈리는데
여기 있는 소설들에서만큼은 그런 평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것이 있었어요~~
한국인이면서 일본어로 작품을 쓰려면 그 고통도 만만치 않았을 것 같고요^^

2022-02-23 0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3 08: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2-02-23 07: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리뷰에 제 닉네임이 언급되다니 영광입니다~!! 아침부터 운이 따르네요 ^^ 저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의 아픔이 느껴졌어요. 저도 좋았는데 페넬로페님도 좋으셨다니 기쁩니다~!!

페넬로페 2022-02-23 08:31   좋아요 4 | URL
아유,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새파랑님 덕분에 좋은 책 잘 읽었어요. 서재에 리뷰 올라오지 않았다면 제가 이 책을 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모처럼 그 시대의 글을 읽었고 역시나 암울했습니다^^

mini74 2022-02-23 15: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문장들이 넘 슬픈데요 ㅠㅠ 페넬로페님도 별 다섯개라니 ~ 매번 읽어야지 하고 놔둔 책들. 읽고 싶은 책들이 왜 이리 많은지 ㅠㅠ

페넬로페 2022-02-23 17:00   좋아요 3 | URL
미니님, 저도 마찬가지예요.
올라오는 책마다 캡쳐해 두는데 한가득 입니다~~
미니님께서도 읽을 책을 증가시키는 제공자이십니다^^

책읽는나무 2022-02-23 15: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야지~~찜해둔 책 중 하나이긴한데...언제 읽을지??^^

페넬로페 2022-02-23 17:02   좋아요 4 | URL
저도 찜해둔 책이 넘 많아요.
그러면서 책을 사고,
도서관에서 또 빌려오고가 반복입니다.
죽을때까지 이러고 살 것 같아요 ㅋㅋ

2022-02-23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3 16: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3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3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2-23 18: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 성으로 미나미(南)도 희소한 건 아닌 것 같은데, 남이라고 쓰면 한국 이름 같기도 하네요.
임(林)도 하야시 라고 쓰면 일본 성 같고요.
잘읽었습니다. 페넬로페님, 저녁 맛있게 드시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23 22:28   좋아요 1 | URL
전 일본어 전혀 모르는데 서니데이님께서는 잘 아시네요~~
하야시가 임이군요.
외국어도 잘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니데이 2022-02-23 22:30   좋아요 1 | URL
저도 잘 몰라요. 그런데 일본 소설 보다보면, 비슷한 한자를 쓰는 경우가 조금 있긴 한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일본어는 요즘 좋은 교재가 많이 나와있어서 공부하기 좋을 거예요.^^
 
살림 비용 데버라 리비 자전적 에세이 3부작
데버라 리비 지음, 이예원 옮김, 백수린 후기 / 플레이타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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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한 가운데에서 오랫동안 잠영을 하다
물 위로 올라왔을 때 예상하지 못한 폭풍을 만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는 안전한 배로 다시 돌아가거나,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져 폭풍 속의 혼돈에
그냥 자신을 머물게 할 수도 있다.‘ (p2)
어떤 선택을 하든 그것은 각자의 몫이다.

20년의 결혼 생활을 접고 다시 혼자로 돌아간 사람이
자신의 ‘살림비용‘을 들려주는 것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책이라는 매체로 독자에게 전하는 것이라면.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한 듯 하다.
책이 줄 수 있는 의미와 기능이 아쉽다.
난 이 책에서 어떤 감동을 받지 못했고
불끈 의지가 솟지도 않았다.
내 시간을 투자해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고 하는데
자신의 얘기를 끊임없이 쏟아내는 지인이나
이웃의 재미없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으며 방해받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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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2-21 14:3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페넬로페님으로부터 냉담한 반응을 얻었군요.^^* 만약 귀에 들어간다면 마지막에 써주신 비유가 작가에게 아프게 닿을 것 같아요!ㅎㅎ

페넬로페 2022-02-21 16:56   좋아요 4 | URL
왠지 저는 좀 그랬어요~~
사람의 얘기들이 처음에는 사적으로 시작하는데 이 책은 계속 거기서 머문 느낌이라 조금 실망했어요.
넘 기대했나봐요^^

mini74 2022-02-21 14:4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ㅎㅎ 재미없는 할머니에서 빵 터졌어요. 친구들은 좋다는 책이 제겐 별로였던 적 다들 그런 경험 있지요 ㅠㅠ 근데 페넬로페님 속상하신 거 같은데 전 글이 넘 재미있어요. 페넬로페님 글👍

페넬로페 2022-02-21 16:58   좋아요 5 | URL
네, 제가 별점 다섯 개 준 책들도 어떤 분은 별점을 두 개나 세개를 주시니까요~~
미니님, 저 속상하지 않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2-02-21 16:0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 저도 이 책 딱히 안와닿더라구요. 내가 이상한가 해서 이 다음 책 알고싶지 않은 것들도 읽었지만 딱히....

페넬로페 2022-02-21 17:00   좋아요 5 | URL
다른 책이 상을 받은거죠?
담 기회에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새파랑 2022-02-21 16:1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표지색감은 좋은데 글은 좀 안맞으셨군요? ㅋ 페넬로페님에게 안맞으면 저에게도 안맞겠군요 ^^

페넬로페 2022-02-21 17:02   좋아요 6 | URL
저한테는 약간 별로였는데
mini 74님, 다락방님은 별 다섯을 준 책이니 새파랑님께는 이 책이 좋을수도 있겠어요^^

서니데이 2022-02-21 21:2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좋은 평이 많은 책이지만 잘 맞지 않는 경우는 적지 않은 것 같아요.
각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은 다르니까요.
페넬로페님, 주말 지나고 나니, 2월이 조금 남았습니다.
편안한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2-21 22:06   좋아요 5 | URL
네, 요즘 좋은 평이 많은 책 중 몇 권 은 저한테 맞지 않더라고요.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겠죠~~
바람이 엄청 불어요
서니데이님, 좋은 밤 되세요^^

2022-02-21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2-22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독서괭 2022-02-22 0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평이 갈리니 더 궁금해지는 책이네요^^ 모두가 엄지를 치켜드는 책은 정말 흔하지 않은 것 같아요!

페넬로페 2022-02-22 00:59   좋아요 3 | URL
독서괭님, 이런 경우에 읽고 싶은 맘이 더 생기시죠~~ㅎㅎ
감상평 기대할께요^^

희선 2022-02-22 02: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람마다 다르게 여기기도 하겠지요 똑같이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2-22 10:34   좋아요 3 | URL
네, 사람마다 책에 대한 감상은 다 다르니, 저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ㅎㅎ
 

글쓰기란 어떤 면에서 보면 세계 속에 던져진 자신의 모습을
‘언어‘에 투영하여 작업하는 일이다. 그런데 모국의 언어가 아닌타국의 언어로 글쓰기를 지속해온 작가는 어떨까? 익숙하지 않은 언어를 손에 들고 나는 누구이며 내가 속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물음에 끊임없이 직면하지 않을까? - P7

울지도 않았다. 그리고 거친 숨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았다. 유난히눈자위가 하얗게 보였다. 아이들은 내 주위를 둘러싸고 침을 삼켰다. 그 애의 눈에 문득 눈물 한 방울이 맺히는가 싶었다. 하지만그 애는 조용히 눈물을 삼키는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
조오센징노 바까!(조선인, 바보!)"
- P25

그는 따뜻해 보이는이불 속에 발을 넣고 목을 움츠려 보였다. 나에겐 그 모습이 더없이 애처롭게 보였다. 그 애의 눈은 빛나고 입가에는 살짝 웃음이번졌다. 완전히 나에게 마음을 연 것이다. 그의 마음 속 세계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 감추어져 있었다니! 어머니에 대한 본능적인 애정도 어찌 이 소년에게만 없겠는가? 그것은 그저 왜곡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주위 사람들로부터 고통받고 배척당한 한 동족 부인을 상상했다. 그리고 일본인의 피와 조선인의피를 함께 받은 한 소년 안에 존재하는 조화롭지 못한 이원적인것의 분열과 비극을 생각했다.  - P37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상이나 격정으로 ‘나는 조선인이다, 조선인이다. 하고 외치는 오뎅 바의 남자와 너는 대체 무엇이 다른 것인가. 그것은 또 나는 조선인이 아니라고 외치는 야마다 하루오의 경우와 본질적으로 무슨 차이가 있는 것인가? 머리 색이 다른터키인의 아이조차 이곳 아이들과 씨름을 하며 순진하게 놀고 있는 것을 본다. 하지만 왜 조선인의 피를 받은 하루오만은 그것이불가능한 것인가? 나는 그 이유를 너무나 잘 알고 있다.
- P42

작은아버지는 한 군(郡)의 수장이 조선어를 사용해서야 위신이서지 않는다고 생각한 나머지, 코풀이 선생님을 앞세워 본인의 일본어를 조선어로 통역하게 했다. 인식은 이곳에 와서 작은아버지가 일본어 따위 전혀 알지 못하는 젊은 첩에게까지 너무나 의기양양하게, 그것이 또 대단한 일본어인 양 떠드는 것을 몇 번이나보았던 터다. 그런 작은아버지가 누구 한 사람 일본어를 알 턱 없는 산민들을 향해 일부러 통역까지 세워가며 불쌍할 만큼 우스꽝스러운 연설을 한다는 사실이 특별히 놀랍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인식은 뚱뚱하게 살찐 작은아버지 옆에 코풀이 선생님이 쭈뼛쭈뼛 서서 얼굴이 빨개지거나 코를 항케치로 누르거나 하는 광경을 도저히 견디기가 힘들었다.
- P144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오면 한 줌의 흙, 한 다발의 풀조차 새롭게 느껴져 가슴 설레는 그였다. 그렇지만 타고나기를 소박한, 감수성 넘치는 젊은 인식에게는 조사라는 역할보다 오히려 쫓겨 가는 화전민과 함께 울겠다는, 어쩌면 다소 감상적인 생각이 너무 앞섰는지도 모른다. 어떤 면에서는이처럼 가장 황폐한 고향의 품에 돌아와, 뭔가 알 수 없는 자연의위용에 약한 마음을 질타당하고 채찍질당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경성에서 동쪽으로 삼십 리, 합승버스로 준령과 협곡을 넘어 이 오지까지 오면서 그는 자신의 가슴이 얼마나 고동쳤는지를기억하고 있다. 불타버린 험산 하늘가에서 화전민들의 시커먼 오두막집을 바라보던 때는 자신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그곳으로 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이 무슨 비참한 고향의 모습인가!  - P157

하지만 지금처럼 비극적인 광경을 보게 되면, 결국 자기 자신까지 가여운 산민들의 무리 속으로 쫓겨 들어가는 것처럼 느껴져다. 그는 그런 자신의 기분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일종의 체념과도 통하는 감상이랄까, 그저 의욕을 잃고 극도의 가난에 허덕이는 화전민 사이로 들어가면 마음만이라도 가벼워질거라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정작 자신이 그들을 어떻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실은 자신도 그중 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때그제서야 자신이 구원받았다고 여겨졌던 것이다. 이것이 감상적 에고이즘인걸까, 
인식은 눈시울을 적시며 생각했다.
- P158

공중의 새를 보라, 뿌리지도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아버지께도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한가. (마태복음 6장 26절)
들의 백합화가 어떻게 자라는가 생각해 보라, 수고도 아니하고길쌈도 아니하느니라.(마태복음 6장 28절)하물며 너희들에게 있어서랴. 하지만 이곳에는 수고하고 씨뿌리려 하나 땅이 없고, 거두려 하나 거둘 것이 없고, 먹으려 하나먹을 것이 없는, 공중을 나는 새보다도 오늘 있다가 내일 아궁이에 던져지는 들풀(마태복음 6장 30 절 구절 중 일부)‘보다도 못한 백성이 있다. 그리고 그들의 생명은 무도한 자들의 손에 맡겨져 있고그 생활조차 끊임없이 위협 당한다. - P182

이윽고 나는 시장 안으로 들어가 어린애들의 탐스러운 가죽구두 두 켤레를 사들고 돌아왔다.
메고 갈 륙색의 짐을 덜어 고향에 보낼 헌 옷 꾸러미를 만들고, 이 속에 어린애들의 물건을 차곡차곡 넣어 묶어 놓았다. 
공교롭게도 이 다음날 아침 일곱 시 차로 R여사가 귀국하기로 되어 일이 더욱 순조로웠다.
그날 밤 나는 어머니와 아내에게 무량한 감개 속에서 몇 장의편지를 쓰게 되었다. 떠날 때의 암호대로 ‘여불비(餘不備禮의 준말. 나머지는 예를 갖추지 못한다는 뜻으로, 
옛 편지 말미에 격식 있는 인사로 쓰는말 - 옮긴이)
라고 상서하여 드디어 떠나게 된 사정을 알게 한 것이다. 그리고 떠나는 날짜와 시간도 내박았다. ‘여불비‘라고 쓴 편지가 마지막 편지인 줄 알라고 아내에게 이르고 떠난 것이었다.
- P216

드디어 발차를 알리는 종소리가 요란히 울리기 시작하였다. 뜨거운 악수를 교환하고 나는 열차에 올라섰다.
"베이징이여, 잘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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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21 1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큰 글자로 된 성경책을 오래 전에 사서 읽었어요. 좋은 구절이 많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저는 특히 마태복음이 좋더라고요. 밑줄을 그으며 읽었어요.
이 책에도 마태복음이 나와 좋네요. 앙드레 지드의 소설에도 성경 구절이 나오는데 작가가 자기 시각으로 자유롭게 해석하더라고요. 사색적인 데가 있어 좋았어요.^^

페넬로페 2022-02-21 17:05   좋아요 0 | URL
소설을 읽다보면 마태오복음을 인용한 구절들이 많더라고요.
성경을 읽어도 각자의 느낌들이 다를 것 같아요^^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장소미 옮김 / 녹색광선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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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욕망과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사랑은 성공하기 어렵다. 루실과 앙투안의 ‘패배의 신호‘와 퇴각은 충분히 예상된다. 다만 그들의 사랑이 먼 훗날 황홀하고 열정적인 노스탤지어로 기억되기를.... 기대했지만 조금 식상한 이 책의 내용이 아쉽다. 루실에게 사강이 스며들어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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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8 23: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프랑스 적이죠 사강이 묘사한 인물들 딱! 파리지앵의 모습 그 자체 입니다. ^^

페넬로페 2022-02-18 23:21   좋아요 4 | URL
그러게요~~
프랑스식 사랑이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은근 피곤한데요^^ㅎㅎ

미미 2022-02-18 23:5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으앗ㅋㅋ페넬로페님 저는 이 작품 너무 좋아서 선물도 했어요!!ㅋㅋㅋ ‘열정적인 노스탤지어‘ 분명할것 같습니다^^♡

페넬로페 2022-02-19 01:43   좋아요 4 | URL
약간 밋밋한게 아쉬웠어요~^
좀 더 먹먹하고 절절했으면 좋았을텐데요~~
사강 특유의 표현의 방식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루실이라는 여자에게 조금 질투가 났어요 ㅋㅋ

새파랑 2022-02-19 08: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제가 딱 사강 책을 읽고 있는데 페넬로페님도 보셨군요~!! 사강책은 다 언해피엔딩 인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나 봅니다 ^^

페넬로페 2022-02-19 08:46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 사강책도 전작읽기 하시는거죠! 책을 읽어 나가면서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샤를같은 남자가 현실에서 존재할 수도 있겠죠? 사랑이란 말의 정의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mini74 2022-02-19 1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욕망과 기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한 사랑은 성공하기 어렵다 ! 페넬로페님 딱 맞는 말같아요. 사강책 북플님들 리뷰보며 담아놓고 있어요 ~ 읽고 싶은 책이 왜 이리 많은지 ㅎㅎ 아르고스가 되면 다 읽을 수 있을까요 ㅎㅎ

페넬로페 2022-02-19 11:24   좋아요 2 | URL
제가 젊었을 때도 사강을 읽지 않았고 이제야 읽었는데~~
제가 완전히 좋아할 수 있는 취향은 아닌것 같아요. ㅎㅎ
저는 프랑스식 사랑보다는 한국식 사랑을 더 좋아하나봐요~~
미니님께서는 이미 아르고스이십니당**

서니데이 2022-02-20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프랑소아즈 사강은 요즘도 인기가 많은 작가 같아요. 새 표지의 새 시리즈로 책이 나오는 걸 보면요. 출간연도를 생각하면 오래된 책도 많은데, 우리나라에 새 표지로 나오면 그 책들도 모두 새로 나온 책 같습니다. 페넬로페님, 좋은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2-20 08:31   좋아요 2 | URL
이 소설이 1965년쯤 출간된 것으로 알고 있어요. 나온지 오래된 책인데 지금까지 사강의 책이 읽히고 새로 나오는건 아마 고루하지 않기 때문인것 같아요.
요즘의 쿨한 정서에도 맞는것 같아요.
서니데이님, 날씨가 많이 추워요.
감기 조심하세요^^
 

이 유년 시절에 관한 작가들의 한탄과, 심리학자들의 이론과, ‘내가 어렸을 땐‘이라는 주제만 나왔다 하면 그 즉시 시작되는 모든 인간의 봇물 같은 토로 외에 또 어떤 매력을 부여할 수 있을까? 아마 잃어버린 절정의 무책임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아닐까. 하지만 그녀는 아무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는데) 그 무책임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완벽한 무책임을 느꼈다. - P19

심장이 똑같이 옥죄어드는 기분이었다. 똑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이게 다인데, 이건 결코 진정한 내 것이 될 수 없겠지. 이 여잔 날 떠날거야? 이 순간에 어떻게 다른 머리칼을, 다른 존재를 사랑하는 게 가능하다고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는가. 사랑은 분명 오직 이 돌이킬 수 없는 
기분에 달려있었다.
- P68

"삶에요. 남들이 삶이라 부르는 것에요. 샤를, 그러니까 인간은 정말로 사랑해야 하는 걸까요, 불행한 열정을 가져야 하는걸까요? 존재하기 위해 일하고, 돈을 벌고, 무언가를 해야 하는 걸까요?"
- P103

그는 정말이지 그녀가 혼자서 삶을헤쳐 나갈 수 없으리라 여겼고, 그 순간 그녀는 바로 그 때문에 자신이 그에게 안전감 이상의 애착을 느낀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그녀의 무책임을 받아들였다. 15년 전 그녀의 무의식적 선택, 영원히 청소년기에 머물겠다는 그 결정을 인정해주었다. 똑같은 결정에 앙투안은 틀림없이 분노하리라. 어쩌면 그녀가 되고 싶은 사람과 샤를이 바라보는 사람 사이의 완벽한 일치가 
그 모든 열정보다 더 강력하고, 그녀에게 그 모든 열정을 부인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 P106

그러니까, 루실, 언젠가 나한테 돌아와요. 난 당신을 당신 자체로 사랑해, 앙투안은 자기 짝으로서 당신을 사랑하지. 당신과 함께 행복하고 싶은 걸 거고, 그 나이엔 그게 맞아. 하지만난 당신이 나와 무관하게 행복하기를 바라오. 기다리겠소, 내가 할 일은 그것뿐이니까."

"게다가 앙투안은 머지않아 당신이 당신인 걸로, 그러니까 당신이 향락적이고 무사태평하고 비겁한 걸로 나무랄 거요, 아니면 벌써 나무랐을지도 모르고, 틀림없이 그가 당신의 약점 혹은 결점이라고 부를 것들에 대해 당신을 지탄할 거란 말이지.
그는 여자를 힘 있게 만드는 게 뭔지 아직 모르거든 남자들이
여자를 사랑하는 이유도 바로 그것 때문이라는 것도. 설사 그것이 최악의 것을 가린다 하더라도 말이오. 아마 앙투안은 당신을 통해 그걸 배우게 될 거요. - P179

나는 모든 존재가 행복할 숙명이라는 걸 알았다.
행동은 삶이 아니라 어떤 힘을 허비하는 방식, 무기력이다.

아르튀르 랭보 《지옥에서 보낸 한 철》 - P195

루실은 필시 재앙이 될 미래, 앙투안의 분노를 유발하고, 신뢰를잃고, 그 둘 모두 그녀가 그가 제안한 이 정상적이고 안정적이며 비교적 쉬운 이 삶을 그와 함께 살아갈 수 없으리라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미래를 향해 달려가면서, 스스로에게는 어떤 거짓말을 했던 것일까? 그녀는 자신의 실패를 잠정적으로 숨기는 것이 이 상황을 만회하려는 의지를 의미하는 건 전혀 아니라는 걸 정확히 인식했다. - P216

많은 사람들이 다 듣지 않고 암시만으로 이해한 것을 잊지만, 완전한 침묵은 어처구니없고 황당하고 부조리한 걸 의미할수 있다는 것 또한 잊는다.  - P224

그들은 싸늘했고, 서로에게 몸이 닿는 걸 피했다. 이 넓은 침대에서 세상의 모든 무게를 짊어진 기분이었다. 고독한 저녁시간, 궁핍한 경제 사정, 자글자글한 주름들이 보였다. 화염의바다 속에서 원자폭탄이 발사되는 것이 보였다. 힘겹고 적대적인 미래가 보였고, 서로가 없는 삶이, 사랑 없는 삶이 보였다. 앙투안은 만일 루실이 스위스로 떠나게 내버려 둔다면 자신을 용서할 수 없을 것이고, 루실을 원망할 것이며, 그것이 그들의 사랑의 끝이 되리라고 느꼈다.  - P237

루실은 걸어서 돌아왔다. 집으로, 샤를에게로, 고독에게로,
그녀는 자신이 삶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모든 삶으로부터 영원히 박탈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박탈당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 P255

"퇴각의 북소리라는 표현은 어디서 온 겁니까?"
한 식자가 대답했다.
"리트레 사전에 따르면 패배를 알리기 위해 울리는 신호죠." -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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