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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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장면의 라 베르마로부터 내가 간직한 것이라곤 다시는 수정할 수 없는 추억뿐이었으며, 이 추억은 언제라도 깊이 파고들어 진정으로 새로운 뭔가를 발견할 수 있는 그런 현재라는 심오한 밑바닥이 결여된 이미지처럼, 나중에 회고적으로 해석하려고 할 때면 객관적인 검증이나 평가를 덧붙일 수 없는 이미지처럼 빈약하기만 했다-p238]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권 역시 읽기가 쉽지 않았다. 어떤 사건과 이미지, 화자의 의식의 흐름이 반복되지만 경계가 모호해서 어려웠다. 읽을 때는 나름 이해하고, 프루스트의 문장에 감동받았지만, 조각조각 분리된 것들을 연결하기 위해서는 책의 깊숙한 곳으로 무한정 들어가야만 했다. 더구나 그것을 기억해 글을 쓰려고 하면 그의 말대로 객관적인 검증이나 평가를 덧붙일 수가 없었다. 이미지만이 남는 기분도 들었다. 이 소설은 한 번 읽어서는 안 되는 것임이 확실하기에, 이번엔 그냥 완독만을 목표로 삼기로 한다. 다시 읽을 기회가 분명 있으리라 기대하며.....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1부인 스완 부인의 주변은 제목대로 스완 부인을 중심으로 화자, 스완, 질베르트와의 관계가 서술된다. 화류계 출신의 오데트는 이제 스완 부인이 된 상태이다. 2권에서 이미 스완은 오데트와의 사랑이 끝났다고 선언했는데도 그 과정은 생략된 채, 그들은 결혼을 한다. 스완 부인으로서 그녀는 자신만의 살롱을 운영한다. 게르망트쪽에 비해 그 규모와 드나드는 사람들의 수준이 낮다. 스완은 그런 것에 만족하며 오데트의 손님을 인정해준다. 1, 2, 3권에서의 스완의 모습은 다 다르다. 사교계의 총아로서 교류하는 사람들의 면면이 화려했지만, 오데트와 결혼함으로 그가 만날 수 있는 사람의 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며, 그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이질적인 구성원들을 모으고 여기저기서 얻은 인물들을 한데 묶어 사회적인 꽃다발’(p170)을 만들고 그들과 교류하는 것에 프루스트의 풍자가 가득하다. 이 모임과 저 모임에 번갈아 모습을 드러내며 자신의 역할에 중점을 두거나, 그런 그들을 이용하는 것도 다반사다. 화려하게 좋은 그 시절의 한 단면인 스노비즘(고상한 체하는 속물근성 또는 출신이나 학식을 공개적으로 자랑하는 일)은 이 소설의 전면에 배치되어 있다, 그러나 시대와 환경이 변한 이 시대에도 이러한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비슷하다. 은근하게 숨기면서도 한편으로 적나라한, 우아하면서도 저속한 인간의 이중성이 잘 나타나 있다.

 

화자를 작가의 길로 제일 먼저 이끄는 사람은 노르푸아 후작이지만 오히려 그는 화자에게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빼앗아버리고 만다. 화자가 쓴 글에 대해 무관심하며 이해조차 하지 못한다. 문학을 문학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닌 출세의 한 방법으로만 생각한다. 화자의 문학적 스승인 베르고트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지금은 활짝 핀 소녀들이지만 어느 날엔간 시들고 늙어 망각으로 추락할 존재라는 점에서 이 작품의 중요한 시간이라는 주제를 드러내며, 더 나아가 밝음과 어둠이라는 명암 대비와 시간의 흐름 속에 포착된 덧없는 이미지의 구현이라는 인상파의 미학에도 부합된다는 점에서 가장 시적이고 예술적인 함의가 담긴 제목으로 평가된다.

-역자 해설 중에서]

 

과거의 시간 속으로 들어간다는 것은 온전하지 않은 희미한 길로 되돌아 가는 것이다. 거기엔 간접적인 경험의 기억이 가미되고, 현재가 만들어내는 허상의 재창조도 있다. 지극히 선명하게 각인된 것들은 오히려 착각이며 실제적인 것이 아닌 마음속의 느낌이나 변화일 수도 있다. 물리적 시간이 아닌 카이로스적이고 순간적인 이미지들의 행렬일지도 모른다.

 

질베르트를 향한 화자의 첫사랑 역시 흐릿하다. 첫눈에 반한 사랑이 화자의 착각으로 끝이 난다. 그 과정에서 화자의 사랑은 마음속에서 느껴지고, 진행되고 끝난 열기 어린 슬픔에 가깝다. 자신이 만들고 상상하며 형상화시킨 사랑은 슬프다. 그럼에도 5월의 찬란한 묘사를 통해 순간의 기쁨을 간직한다. 질베르트와의 관계에서 아픔은 남지만, 그녀의 엄마인 스완 부인과의 교류는 아름다움으로 남는다. 어렴풋이 느껴지는 아련함은 그리움이고, 그것으로 인한 과거의 슬픔은 화자를 성장시킨다. 아프고 외롭지만 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화자에게 알베르틴이 기다리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권에서 스완 역시 오데트에 대한 사랑을 혼자서 키워나가고 끝낸다. 3권에서 화자의 첫사랑 역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자가 스완과 닮았다. 프루스트는 스완과 화자의 사랑에 오데트와 질베르트를 많이 개입시키지 않는다. 그러나 질베르트에게도 순수한 사랑은 분명 존재했다.

 

[“사랑이 우리를 갈라놓는다고 해도, 우리가 알고 지냈던 시간에 대한 추억은 남을 거야.”라고 써서 보내면, 그녀는 삶이 우리를 갈라놓는다 해도 우리에게 언제나 소중한 그 좋은 시간들은 잊히지 않을 거야.”라고 대답하기를 잊지 않았다....

나는 이제 그렇게 괴롭지 않았다.

-p358]

 

화자는 스완 부인의 초대로 베르고트를 만난다. 그의 감동적인 글을 통해 근사함을 상상한 화자는 젊고 투박하며 키가 작고 다부진 체형에 근시이며 코가 달팽이 껍데기 모양으로 붉은, 검은 턱수염을(p215)'을 가진 베르고트에게 실망한다. 목소리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화자가 생각한 지성의 유형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화자는 베르고트와의 대화를 통해 자신의 생각이 잘못 되었음을 인식한다. 작가는 외적인 것이나, 보여 지는 것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천재든 그저 재능이 뛰어난 자든 그들을 탄생시키는 것은 남들보다 탁월한 지적 요소나 사회적 세련미가 아니라, 그런 요소를 변형하고 전환하는 능력이다....

마찬가지로 가장 훌륭한 작품을 만드는 이들은 가장 세련된 환경에서 살고 가장 재치 있는 화술과 가장 폭넓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갑자기 그들 자신만을 위해 살기를 멈추고 자신의 개성을 거울처럼 투명하게 만들어, 비록 현재의 삶이 사회적으로 또 어떤 점에서는 지적인 면에서조차 초라하다 할지라도 그 삶을 거울에 반영하는 자이다.

-p227]

 

결국 베르고트는 작가로서 독창적이고 창조적이며, 개인적 삶의 차원이 아닌, ‘문학적 삶에서 우러나온 보편적 해결책을 그의 글에서 나타낼 줄 아는 사람이었다. 베르고트는 화자에게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제시해주는 인물이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여전히 시간의 흐름 속에 있다.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삶의 문턱(p104)에 있으면서도 시간의 법칙에 종속되어 있다. 우리가 겪어왔던 시간들, ’느닷없이 시간속에 있다는 걸 깨닫는 것(p105)'은 아련하며 슬프기도 하다. 삶의 환희로 가득 찬 것들도 지나가면 덧없으며 잃었던 나의 시간들이 무엇인지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시간속에 있다는 건 내가 지나온 것들과의 연결의 계속됨이다. 프루스트가 끊임없이 추구하는 이 시간의 흐름을 잘 이해하지 못해도 감동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 역시 그 안에 속해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보편적 해결책을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그리고 시적 감각에 대한 기억의 상대적 수명은 평균 수명과 마찬가지로 마음의 고통으로 인한 기억보다 훨씬 더 생명이 길었으므로, 오래전 질베르트로 인한 슬픔이 사라지고 난 후에도 5월이 되어 낮 1215분에서 1시 사이 시각을 어느 해시계 눈금판에서 읽으려고 할 때면, 마치 등나무 넝쿨의 그늘과도 같은 스완 부인의 파라솔 아래서 그녀와 이야기를 나누던 모습을 회상하는 기쁨은 그 슬픔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p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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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06-07 19: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몇 년 전에 이 책 1, 2권 민음사판으로 샀다가 다시 고대로 중고로 팔았어요;;; 페넬로페님께서는 꼭 완독하시길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7 20:16   좋아요 3 | URL
네, 일단 완독만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파이버님,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coolcat329 2022-06-07 19:2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벌써 삼 권까지 읽으셨군요.
페넬로페님 한다면 하시는 분이세요!
근데 한 번만 읽어서는 안되는 책이라니...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책들이 있죠.
완독만으로도 정말 스스로 자랑스럽고 멋집니다.
화이팅하세요!

페넬로페 2022-06-07 20:22   좋아요 4 | URL
워낙 프루스트의 문장이 깊고 은유적이라 읽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ㅠㅠ
물론 저의 문해력도 모자라지만요~~
그래도 한 번 더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올해 꼭 완독하겠습니다^^

alummii 2022-06-07 19: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전 3권에서 나자빠져서 한참을 쉬었었는데 6권까지 보다가 지금 반포기 상태에요ㅋㅋ 언젠가 다시 읽긴 할건데 자꾸 우선순위에서 밀리네요ㅎㅎ 글을 보니 다시 의욕이 솟습니다 페넬로페님도 완독 응원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7 20:26   좋아요 4 | URL
alummii님, 6권까지 읽으셨다면 반까지 왔네요~~
저는 이 책때문에 다른 책이 밀리고 있어요~~
같이 완독해요^^

새파랑 2022-06-07 20: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가 먼저 헤맨(?) 경험을 들자면 3,4권이 좀 어렵고 5권부터는 괜찮아 지더라구요 ㅋ 저 페넬로페님 기다렸다가 11권을 읽어야겠습니다 ^^

페넬로페 2022-06-07 20:28   좋아요 3 | URL
잃.시.찾 4권까지 읽으면 거의 60%를 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 다음부터는 좀 쉬워진다고~~
좀만 더 고생해야겠어요^^
새파랑님, 10권 다음에 11권 같이 읽어요**

미미 2022-06-07 20: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읽으면서 ‘다시 읽어야지‘싶은 책들이 정말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사랑에 관한 인상과 시행착오, 깨달음이 작가로써의
태도,예술에 대한 철학과도 참 닮아 보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페넬로패님😍

페넬로페 2022-06-07 20:39   좋아요 4 | URL
이 책의 내용뿐 아니라 다른 책이나 음악, 그림, 화가들이 워낙 많이 언급되어 두루두루 다시 공부할 것도 많겠더라고요~~
프루스트의 작품론, 작가론이 이 책에 들어 있어 더 좋았어요^^

바람돌이 2022-06-07 21: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꽃핀 소녀들의 그늘이라니 소제목부터 역자의 말처럼 굉장히 시적이네요. 시간의 흐름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는 것도 굉장한것 같아요. 페넬로페님의 완독을 열렬히 응원합니다. ^^

페넬로페 2022-06-07 23:15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는 일단 문장 표현의 천재같아요. 밑줄 그은 부분이 많아 인용하고 싶은 구절도 많았어요~~
완독을 향해 가겠습니다^^

서니데이 2022-06-07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계속 읽고 계신거군요.
의식의 흐름 서술방식은 읽는 사람도 쉽지 않지만, 쓰기도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이 책을 읽는 분이 많은 이유는 문장이 좋아서 그럴 수도 있겠는 생각도 들고요.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오늘도 많이 덥진 않았는데, 이번주 중반부터 다시 더워진다고 합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편안한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6-08 00:22   좋아요 3 | URL
읽기 시작했으니 일단 죽 나가보려 하고 있어요. 읽는 속도가 느려 다른 책들은 뒤로 미루고 있습니다. 문장이 좋아 계속 멈추고 곱씹고 하다보니 더 더디네요.
요즘 조금 선선한데 곧 더워지겠죠~~
힘들지만 곧 지나가리라 생각하며
견뎌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22-06-08 10: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제 4 권 가시나요???^^
그래도 대단하십니다.
전 고대로 책장에 꽂아두고 장식 중입니다.
전 이제 8 권까지 갖췄어요. 전, 전 권을 다 갖추는 게 목표입니다ㅋㅋㅋ
페넬로페님의 권 수 완독할 때마다 구입을 해야겠군요. 8 권까지 완독 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
페넬로페님 파이팅!!!!

페넬로페 2022-06-08 12:09   좋아요 3 | URL
잃어버린 시간들은 표지가 예뻐 소장용으로도 좋은 것 같아요.
속표지도 색깔이 예쁘더라고요.
일단 전 권 갖추시고 그때부터 시작하셔도 돼요^^
일단 8권까지 열심히 읽어보겠습니다**

mini74 2022-06-08 1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새것같은 3권을 갖고만 있는 저로서는 ㅠㅠ ㅎㅎ 페넬로페님 리뷰 읽으며 마음이 설레서 ㅎㅎ 저 다시 시작했어요.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읽으리라 !!!

페넬로페 2022-06-08 12:12   좋아요 3 | URL
아, 좋아요, 미니님^^
같이 읽어요.
이 책은 그냥 읽으면서 마음에서 느껴보는 것이 젤 좋아요~~
아자아자♡♡♡

서니데이 2022-06-09 23: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좋은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은 오전엔 날씨가 흐려서 많이 덥지 않았지만, 오후엔 햇볕에 더운 하루였어요.
내일은 오늘보다 많이 더울 거라고 해요.
더운 날씨 건강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페넬로페 2022-06-10 00:16   좋아요 2 | URL
날씨가 더워 힘들지만 어디를 가나 초록이 무성하니 그것만으로 이 계절이 넘 좋아요~~
서니데이님께서도 더위 잘 이기시길 바래요^^

그레이스 2022-06-10 00: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간들의 꽃다발!
잃어버린 시간은 시시때때로 뿜어낸 향기들일까요?~~^^
산세베리아 꽃향기가 진동을 하고 있어서 저의 댓글도 이런식으로 흘러가네요 ^^

페넬로페 2022-06-10 00:20   좋아요 3 | URL
그레이스님의 표현이 넘 좋습니다.
지나간 세월을 돌아보면 나름 우리가 뿜어낸 향기들이 맞는것 같아요~~
꽃향기가 진동하는 서재에서 독서 하시는 그레이스님의 의식의 흐름♡♡♡

희선 2022-06-10 00: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어느새 3권을 보셨군요 스완과 스완 부인이 만나는 사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나... 글을 보고 작가가 어떨지 상상하기도 하지만, 상상은 안 하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나가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제새해주는 사람을 만나나디 어쩐지 부럽기도 하네요 그렇다 해도 쓰는 건 나겠지만...

좋았던 때도 안 좋았던 때도 다 흘러가는군요 좋았던 때 기억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괜찮을지...


희선

페넬로페 2022-06-13 22:16   좋아요 2 | URL
여기서 무엇을 쓸 것인가를 제시해주는 베르고트란 인물은 실제로 ‘아나톨 프랑스‘를 모델로 했다고 해요.
기회있다면 아나톨 프랑스의 작품도 읽어보고 싶더라고요~~
과거에 내 삶의 일부, 또는 대다수가 묻혀있기도 하는데 좋은 기억만을 안고 가는게 더 낫지 않을까 생각해요^^

서니데이 2022-06-13 21:1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기분 좋은 월요일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습도 때문인지 실내에 있으면 덥고, 바깥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덥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점점 습도 높고 더운 여름이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시고, 편안한 밤 되세요.^^

페넬로페 2022-06-13 22:18   좋아요 2 | URL
6월이니 더운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매번 그 더위에 눌리고 힘듦을 느껴요 ㅎㅎ
서니데이님께서도 쾌적하고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래요^^
 



예상대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그리 획기적이지 않게 끝났다. 더 큰 희망을 주지도 않았고, 아주 행복한 결말도 아니었다. 그래서 난 이 드라마가 마음에 든다. 그렇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루아침에 무슨 큰 변화가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루 종일 술을 마셔야만 하는 알코올중독자는 술을 끊기 힘들고, 몸의 이상반응은 당연하다. 이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성격의 사람은 그 성격을 평생 가지고 다닌다. 사춘기 딸을 둔 이혼남을 사귀면 앞날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창희, 미정, 기정, 구자경에게 과거는 그저 과거일 뿐 이제 꽃길만 있다는 것으로 결말이 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조금의 해방과 마음 가는대로의 완벽한 추앙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숨통이 트인다. 남이 아닌 나를 해방시키려는 노력만으로 그들은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나의 해방일지 마지막 회에 염창희는 자신의 고향친구인 현아의 애인의 임종을 혼자서 지켜준다. 자신에게 중요한 일이 있는데도 차마 죽어가는 사람을 혼자 두지 못하고 그곳에 머문다. 세상엔 이런 사람들이 있다. 바보라고 손가락질을 당해도 그런 일을 못 본척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마 나의 딸아이와 남편도 그런 부류에 속한사람일 것이다. 달랑 세 식구인 우리 가족 중 두 사람이 저런 성향의 사람이라면 난 어떤 행동을 해야 할까? 나 혼자만이라도 식구들을 위해 그런 상황에 등을 돌려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난 어떤 사람일까? 나 역시도 혼자서 죽어가는 사람을 두고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나는, 나는?

 

이 드라마는 결정적일 때, 사람들이 착함을 선택한다

그것이 추앙이고 나의 해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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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31 21: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13회부터 뭔가 좀 억지스럽다고 느껴서 막방 보기가 겁이 났었는데 어제 결국 봤거든요. 어? 이렇게 ? 이게 끝?
이러고 좀 당황했는데(시즌2 검색하고요ㅎㅎ) 페넬로페님의 글을 읽으니 나름 일관성있고
개연성있는 결말이었구나 싶네요.
그걸 읽어내신 페넬로페님 추앙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1 01:06   좋아요 3 | URL
저도 아쉬운 점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제가 박해영 작가님의 팬이라 열린 결말을 좋게 받아 들였습니다.
어떤 분은 이 드라마에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의미가 많이 담겨 있다고도 하더라고요. 어느 부분에서 그런걸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좋은 포인트가 분명 있었어요.
저도 항상 미미님 추앙하고 있는 것 아시죠!

Meta4 2022-05-31 21: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3회차에 그만 했어야 했다고 봐요.

페넬로페 2022-06-01 01:07   좋아요 3 | URL
네, 좀 더 좋고 이해되는 결말이었으면 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어요^^

새파랑 2022-05-31 21:5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드라마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약갸 평이 갈리는군요. 저는 저런 일상적인 결말이 좋더라구요. 저도 꼭 봐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1 01:10   좋아요 3 | URL
호불호가 있었는데 이 드라마가 또 매니어층도 많아요. 우리 사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주고 있어 저는 좋았어요^^

mini74 2022-05-31 22: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전 이 드라마를 제대로 보진 못했는데 페넬로페님 글 미미님 글 읽으니 보고싶어지네요. 결정적일때 착함을 선택하는건 추앙받을 일 맞는거 같아요 그러긴 정말 쉽지 않죠 ㅠㅠ

페넬로페 2022-06-01 01:12   좋아요 4 | URL
네, 정말 착하기 쉽지 않죠.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용기도 있고 순간적인 결정도 잘 하는 사람들일 거예요. 이 드라마에서 추앙이란 단어를 새삼스레 알게 되어 좋았어요^^

햇살과함께 2022-06-01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볼까 생각중이에요^^ 나의 아저씨 작가라니 보고싶어지더리고요 페넬로페님 글 보니 더 보고싶네요~

페넬로페 2022-06-01 09:40   좋아요 3 | URL
나의 아저씨가 10이라면 이 드라마는 8 정도 였는데 인물이나 에피소드들이 새로웠어요. 지나치게 담담하기도 했지만 행간의 의미를 또 생각하게 했어요.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제가 있는 것 같았어요^^

책읽는나무 2022-06-01 07:0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 며칠 전부터 넋 놓고 보기 시작했어요.
너무 우리네 모습 같기도 하고, 저 정도로 식구들이 담담하고, 무덤덤하고, 재미없게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모습이 정말 우리네 모습인 건가? 생각하면서도 맞다, 맞어! 배우들의 대사에 맞장구 치며 보고 있는데...˝나를 추앙해요˝ 헐~~
그 유명한 추앙이란 말이 이 드라마에서 나온 거였더군요???^^
북플님들 한 번씩 추앙, 추앙 하시던데 뭔가? 했거든요.ㅋㅋㅋ
결국 착함을 선택했다는 그 말씀!
조금 위로가 됩니다.^^
오지랖을 떨어 왜 그랬을까? 자고 나도 후회가 되던데...사람들은 악한 행동을 줄곧 해온 사람이 아닐지라면 결국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결국 등 돌리긴 힘들 것이란 생각에, 페넬로페님도 착함을 분명 선택하실 것이라고 봅니다^^
배우들의 대사가 넘 좋더군요.
김지원도 넘 예쁘고~^^
쭉쭉 봐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06-01 09:52   좋아요 4 | URL
한번씩 식당에 가면 옆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부부나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말 한마디 없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곤 해요. 담담하면서도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고요.
저의 엄마와 아버지도 그렇게 사신 것 같아요.
그게 우리들의 모습이겠죠.
세 끼 밥을 먹으며, 또 그 밥을 먹기 위해 쳇바퀴 돌 듯 살아가고~~
저는 미정과 창희의 대사가 좋았어요.
저도 이 드라마보고 나의 해방일지를 한 번 써보고 싶어요. 추앙이라는 단어를 새로 발견했는데 그럴때마다 작가들이 보통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레이스 2022-06-01 09: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제게는 그 추앙이라는 단어가 어색하고 오글거리고 뭔가 따로 노는듯한 느낌이 들어서 다른 단어는 없을까 했어요^^
일반적으로 잘 안쓰는 단어여서 그럴까요?
암튼 구씨의 정체가 어렴풋이 드러날때부터 흥미가 떨어져서 현실감이 ...^^;;
그렇지만 자신을 사랑하고 존경해주는 누군가를 만나기 전과 후의 인생이 다를 수 밖에 없다는 메시지에 동의합니다!

페넬로페 2022-06-01 10:30   좋아요 4 | URL
추앙이라는 단어도 그렇고 구씨의 정체도 쇼킹했어요. 우리가 모르는 세계도 너무 많아요 ㅠㅠ

바람돌이 2022-06-01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요즘 드라마는 요 나의 해방일지파와 우리들의 블루스파로 나뉘는 듯해요. 같은 날에 하니 더 취향이 가는 쪽으로 먼저 보고 바로 이어서 넷플을 보는..... 얼마전에 친구들과 얘기하는데 진짜 반으로 갈리더라구요. 해방일지와 블루스.... 음... 저는 블루스파입니다. ^^

scott 2022-06-01 16:09   좋아요 3 | URL
저도 우블파!🖐^^
제주 풍경 보는 재미^^

페넬로페 2022-06-01 18:05   좋아요 3 | URL
본방사수하려면 두시간 넘게 tv에 앉아 있어야해서 일단 해방일지를 선택했어요. 저는 노희경작가도 추앙하니 블루스는 담에 몰아보기로 봐야겠어요^^

scott 2022-06-01 16:1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해방일지 보는 시간은
페넬로페님 해방의 시간!ㅎㅎ

막방 시청률이 육퍼센트만 나왔는데

화제성은 👆^^

페넬로페 2022-06-01 18:08   좋아요 4 | URL
해방일지는 호불호가 나뉘는 작품이라 생각보다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제 주변의 지인들은 다 보는것 같았어요 ㅎㅎ
저한테 해방이란 어떤 건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레삭매냐 2022-06-01 19: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는, 나는... 크하 -

요즘 인기 있는 드라마인가
보네요.

손해 보는 삶에 대해 생각
하게 해주는 글이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1 22:19   좋아요 3 | URL
작가의 전작에 비해 시청률이 많지는 않았지만 잔잔하고 담담히 흘러가는 내용들과 인물들이 좋았어요~~
손해 보고만 사는 삶은 싫은데 그래도 인간미를 잃지 않으려 노력중인 평범한 중생입니다^^

희선 2022-06-02 01:1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평범한 사람 이야기여서 괜찮을 듯하네요 사람이 사는 게 쉽게 바뀌지는 않겠지요 그저 그렇게 살아가겠습니다 자기 나름대로 살면 좋을 듯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겠지만...


희선

페넬로페 2022-06-02 09:39   좋아요 2 | URL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어쩌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사회가 원하는 것에 쉽게 자신을 내주지 못하는 사람들 같기도 하고요. 힘들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잘 살아가기를 바랄뿐입니다.
어려움이 끊이지 않을것도 같지만 우리네 인생이 다 그런거니
자기 나름대로 사는게 맞는것 같아요^^

독서괭 2022-06-03 12: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해방일지 끝났군요. 저 10회 정도까지 본 상태예요. 전 이 드라마 참 좋더라구요. 구씨 정체 땜에 좀 맘에 안 들지만 ㅠ 남매들 이야기가 좋아요. 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 보니, MBTI 첫번째가 E인 친구들은 초반부에 지루했고 5,6화 정도에 구씨와 로맨스 진행되니 볼만했다고 하고, I인 친구들(저 포함)은 첨부터 좋았다고 하던데, I의 취향을 저격하는 드라마인 건지..^^ / 결말이 꽃길로 끝나면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졌을 것 같아요. 일관성 있게 간 것 같아 다행입니다!

페넬로페 2022-06-03 15:18   좋아요 1 | URL
제가 I라 처음부터 이 드라마가 좋았나봐요. 구씨의 정체가 정말 쇼킹했죠! 그 사업이 그렇게 돈을 많이 가져다 주는건지도 여성들이 애용하는 것도 알게 되었어요.
남매들이 다 진솔해서 좋았는데 저는 창희에게 많이 공감했어요^^

서니데이 2022-06-06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연휴 잘 보내셨나요.
어제보다 오늘은 조금 시원한 바람도 불고, 눅눅한 느낌도 적지만, 햇볕은 뜨거운 오후입니다.
조금 전부터 살짝 날씨가 흐려지는 걸 보니, 저녁에 비가 또 올지도 모르겠어요.
휴일이 시작될 때는 좋았는데, 마지막날 되니까 아쉽네요.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6-06 23:44   좋아요 0 | URL
오늘 가볍게 입고 공원에 갔는데 불어오는 칼바람에 식겁했어요.
결국 좀 뛰어 몸을 따뜻하게 하고 따뜻한 커피도 마시고요~~
날이 청명해서 넘 좋았어요^^
낼부터 다시 일상이 시작되네요.
서니데이님,
편안하고 행복한 한 주 되시길 바래요^^
 












5월 넷째 주말에 전주여행을 다녀왔다. 나와 딸아이는 서울에서, 엄마와 언니는 남쪽에서 출발해 전주에서 만났다. 전주는 역사와 문화, 먹거리가 다양하게 어우러진 도시이다. ‘한옥마을을 비롯해, 경기전, 100년이 넘은 전동성당이 있고, ‘혼불의 최명희작가가 이곳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전주에 가기 전에 읽었던 여행길-전주.군산은 전주에 대한 스토리가 있는 책이다. 둘러볼 만한 곳에 대한 역사와 에피소드를 먼저 소개한다.

 

[1930년을 전후로 한국인은 일본인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고, 일제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형성된 교동, 풍남동 일대의 한옥군이 현재 전주 한옥마을의 시초다. -p20

경기전은 한강 이남에 유일하게 궁궐식으로 지어진 건물이다....한옥마을 초입에 위치한 경기전은 조선왕조 경사(慶事)의 기초를 잡았던 큰 집이라는 의미를 지녔다.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시는 곳이다. -p28

붉은 벽돌로 된 완전한 격식을 갖춘 로마네스크 양식의 전동성당은 호남지역 서양식 근대 건축물로는 가장 오래됐다. -p39

전동성당은 전라감영이 있던 자리였다. 바로 이곳에서 우리나라 천주교 첫 순교자가 나왔다. 한국 천주교사에 기록된 최초의 순교자 윤지충과 권상연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했다. -p45]

 

전주 여행 레시피는 전주에 거주하는 저자가 쓴 책이라 전주의 거의 모든 구석구석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명승지뿐만 아니라 식당, 카페, 게스트하우스, 시장, 쇼핑할 만한 곳 등이 세밀하게 나와 있다.




 

12일로 예정된 전주여행에서 첫날은 한옥마을을 둘러봤다. 한옥마을은 옮겨 다니지 않고 한 곳에서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가는 것이 실감날 정도로 사람들이 많았는데, 10년 전 찾았던 한옥마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 너무 상업적인 곳으로 변해 고즈넉한 분위기가 많이 퇴색되었지만, 그럼에도 하루 여행하기에는 좋았다

 

이번 여행에는 엄마를 위한 휠체어를 준비했다. 처음 밀어 본 휠체어는 조그마한 턱을 넘기에도 많은 힘이 들었다. 또한 사람들과 부딪히거나, 사진을 찍으려 뒷걸음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다. 휠체어로 오를 수 없는 계단은 엄마를 부축해서 올라갔는데, 그럴 때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도움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휠체어를 같이 올려주고, 엄마를 부축해주고, 휠체어를 옮겨주고... 또한 온 몸에 문신을 한 청년이 다가와 우리를 도와줬을 때는 내가 가진 편견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새삼스레 느꼈다. 어렵게 차를 돌린다든가, 바짝 붙여진 옆 차를 빠져 나올 때도 누군가가 다가와 수신호를 해주었다. 사람들의 대가없는 도움과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것도 여행의 묘미인 듯하다.

 

엄마는 독실한 불자이신데도 전동성당에 들어가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기도하셨다. 어떤 신에게 기도하는지가 이제 엄마에게는 중요하지 않은가 보다. 겸허하게 순종하는 모습이 순수하고 아름다워 보였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좋았던 곳은 최명희 문학관이었다. 작지만 정감 있게 잘 꾸며진 곳이었다. 봄바람에 흔들리는 푸른 나무 잎사귀들이 싱그러워 입구의 나무 밑 벤치에 한참 앉아 있었다. 그저 앉아만 있어도 마음이 평화로워졌다.

 

전주 여행의 둘째 날은 일요일이라 딸아이와 전동성당 미사에 참여했다. 내가 다니는 네모반듯한 삭막한 모양의 성당이 아닌 기둥이 많은 고풍스런 곳에서 미사를 드리니 더 좋았다. 그런데 미사 중 다섯 번이나 울리는 똑같은 핸드폰 벨소리에 천국에까지 다다른 나의 신심이 지옥으로 고꾸라져 버렸다. 핸드폰을 무음으로 작동시키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분이었기에 결국 옆의 사람이 핸드폰을 빼앗다시피 해서 핸드폰 소리를 잠재워주었다. 할머니 자매님이었고, 미사 중에도 꼭 전화를 받아야만 하는 절실한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를 마치고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익산의 미륵사지로 향했다. 절터가 넓고 한적해 마음이 저절로 한가로워졌다. 바로 옆에 위치한 국립익산박물관도 건립한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깨끗하고 구성이 다채로워 좋았다


돌아오는 길에 알라딘 서재의 바람돌이님께서 올려주신 전주여행에 대한 글이 갑자기 생각나 검색해 보았다. 바람돌이님께서 좋다고 하신 곳이 전주와 익산의 중간에 있는 완주에 있어 잠시 들르기로 했다. 그런데 그놈의 노안이 문제였다. 내가 오스갤러리를 오즈갤러리로 잘못 읽어 언니가 네비게이션에 오즈갤러리를 입력한 것이다. 도착해야 할 곳은 완주인데 네비게이션은 우리를 전주로 안내하고 있었고, 결국 우리는 전주 한복판의 오즈 갤러리 앞에서 차를 돌려야했다. 하필 전주에 오즈갤러리라는 곳이 있었다. 언니에게 폭풍 잔소리 앞에서 난 아무 소리도 할 수 없는 죄인이었다. 점심을 먹고 우리는 다시 완주로 향했다. 오스 갤러리는 풍경이 너무 예쁜 카페였다. 갤러리라는 이름에 걸맞는 작품은 별로 없었지만 그 배경만으로도 만족스러웠다. 그곳으로 들어가는 길과 호수도 무척 아름다웠고, 벚꽃나무가 있어 봄에 더 좋을 것 같았다


짧은 이틀간의 여행으로 엄마를 만나 즐거웠지만, 헤어질 때 항상 슬퍼하시는 엄마를 볼 때 마다 마음이 좋지 않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엄마가 가시는 날까지 건강했으면 좋겠다. 성당에서의 내 기도는 오직 그것뿐이다.




전주는 맛있는 먹거리가 넘치는 곳이었다. 콩나물 국밥, 전주 비빔밥, 떡갈비, 육전 등 어떤 것을 먹어도 맛있었고심지어 한옥마을에서 파는 길거리음식과 팥빙수도 맛있었다오랜 전통의 풍년제과에서 만든 수제 초코파이를 사왔는데 커피와 함께 먹으니 그것 역시 감동이었다.







지난 토요일엔 독서동아리 회원들과 국립현대미술관-서울에서 전시하는 이건희컬렉션을 감상했다. 관람 인원이 많다는 정보에 개관하기도 전에 가서 줄을 섰다. 그래서인지 1시간 정도 줄을 선 후 입장할 수 있었다. 3시간 정도 기다릴 것을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들어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고 이건희회장은 그림 1448점을 기증했는데 이번엔 20세기 초중반 한국 근현대 작품 50점을 전시한다. 미술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한국의 대다수 이름난 작가들의 작품이 있어 어느 정도 익숙했다. 그 중 박수근과 김환기의 작품이 눈에 띄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변관식의 산수화에선 도연명의 도화원기를 볼 수 있었고, 백남순의 낙원에서도 그리스의 아르카디아와 동양의 무릉도원을 느낄 수 있었다. ,고등학교 미술시간에 배우고 외운 작가들이 많아 어렵지 않고 편안한 관람이었다.

 

전시회를 보고 우리는 삼청동에서 칼국수와 만두를 먹고, 북촌을 조금 거닐다가 커피를 사서 정독도서관으로 갔다. 그곳 벤치에 앉아 오후 내내 대화를 나누었다. 더운 날씨에도 바람이 불어 복잡한 카페보다 훨씬 쾌적했다. 책이 바탕이 되고, 사람들이 좋아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행복하다. 대화에 진솔함이 있고, 남을 험담하지 않으며,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만남이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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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5-31 20:2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역시 전주는 먹거리죠~!! 가족과 함께 즐거우신 시간을 보낸거 같아 보는 제가 뿌듯하네요 ^^ 전주 알라딘은 안가셨나요? 😆

페넬로페 2022-06-01 01:16   좋아요 5 | URL
네, 먹거리가 넘 풍부해 좋았어요. 먹을 종류도 많고 맛도 있고요.
같이 좋아해주셔서 감사해요.
전주 알라딘은 생각지도 못했어요 ㅎㅎ

라로 2022-05-31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주는 경주와는 또 다른 분위기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거기서 먹었던 맛있는 음식들도 생각나고요.ㅋㅋㅋ여자들끼리 즐거운 시간 되셨을 것 같아요. 이건희 컬렉션이라니 궁금하고요. 반가운 한국 작가들의 이름을 보는 것도 좋아요.

페넬로페 2022-06-01 01:21   좋아요 2 | URL
네, 두 도시 다 좋아요. 분위기가 비슷한 부분도 있는데 또 다른 색다른 맛도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다 너무 상업적으로 변화되는 것 같아 아쉬움도 있어요. 엄마와 언니는 멀리 있으니 중간에서라도 자주 만나려고 하고 있어요.
이번 이건희컬렉션은 우리가 잘 아는 한국작가들이 많아 친근하게 좋았어요^^

미미 2022-05-31 21: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수학여행때 가보고 늘 더 궁금하던 곳이라 읽는 내내 저까지 들뜨네요~ 어머님께 소중한 추억이 하나 더 추가되셨겠어요~^^♡ 천주교는 아니지만 저도 지나다가 가능할땐 성당에 들어가보곤해요. 유치원이 성당에서 운영하던 곳이어서 그런지 항상 마음에 평온을 주더라구요. 페넬로페님 글 덕분에 힐링이 되었습니다*^^*

페넬로페 2022-06-01 01:26   좋아요 3 | URL
미미님, 전주로 수학여행 다녀 오셨군요. 그때의 전주가 휠씬 더 좋았을 것 같아요~~
네, 성당에 가면 마음이 평화로워져서 위안을 받습니다. 저는 가톨릭교도지만 산사를 가는것도 좋아해요.
자연과 여행이 주는 것들이 좋더라고요. 미미님, 힐링 받으셨다니 제가 기분이 좋아요**

mini74 2022-05-31 22: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이야기에요. 어머님 그래도 너무나 행복하셨겠어요. 발사진 정겹습니다 *^^*

페넬로페 2022-06-01 01:29   좋아요 2 | URL
엄마가 좋아하셨어요. 연세가 많으셔서 힘드셨을텐데도 내색하지 않으시고 같이 다녀주셔서 감사했죠.
독서동아리 회원들과는 어디를 가든 사진을 많이 남겨요,
그 속에 추억이 들어 있어 언제 꺼내봐도 좋더라고요^^

레삭매냐 2022-05-31 23: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주에는 지금까지 모두 세 번
가봤네요.

너무 상업화되어 가는 모습에
갈 때마다 실망하게 되더군요.

첫 방문의 기억이 가장 기억에
남지 싶습니다.

저녁에 방문했던 그야말로 상다
리가 부러질 것 같았던 막걸리
집들도 참 좋았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요.

페넬로페 2022-06-01 01:32   좋아요 4 | URL
네, 정말요.
말이 한옥마을이지 한옥의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 들더라고요.
10년전에 갔던 전주가 더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래도 한 곳에 구경거리가 많다는 점과 먹거리의 매력이 있어 좋았어요.
우리는 위가 작아 한정식은 포기했어요 ㅎㅎ

서니데이 2022-06-01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주 여행 잘 다녀오셨나요. 어머님과 함께 가는 여행은 특별했을 것 같아요.
전주에는 오래전에 한 번 지나간 적이 있는데, 나중에 한 번 다시 가보고 싶어요.
음식이 맛있다고 들었어요.
이건희 컬렉션도 보러 가면 좋을 전시인데, 아직 가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페넬로페님, 오늘부터 6월입니다.
즐거운 휴일 보내시고, 좋은 일들 가득한 한 달 되세요.^^

페넬로페 2022-06-01 01:36   좋아요 3 | URL
전주는 그래도 3시간 정도면 갈 수 있는 곳이라 하루 코스로 다녀와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번 이건희컬렉션은 6월6일까지인데 아마 또 다른 작품으로 전시회를 다시 할 것 같아요. 그때 오셔서 관람하셔도 좋을 듯 해요.
6월이 시작되었네요
서니데이님, 6월에도 화이팅^^

책읽는나무 2022-06-01 07: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들 어릴 때 전주여행 다녀온 그 코스들이 페넬로페님의 글을 읽으면서 새록새록 다시 떠올렸습니다.^^
전동성당, 경기전, 최명희 문학관, 익산 미륵사지 석탑까지...제가 갔을 땐 한참 짓고 있던데..다 지었나 보군요?
먹거리들이며...추억 돋습니다^^
특히 초코파이 또 먹고 싶네요. 비빔밥이랑 콩나물 국밥도 먹고 싶군요. 츄릅~
완주 오스갤러리는 꼭 기억하기!! ㅋㅋㅋ
어머님이 좋으셨겠어요.
따님들과 손녀와 함께 여행 다닐 수 있어서요^^
그러고 보니 바람돌이님도 어머님과 자매와의 여행이었네요? 부러워요. 부러워~^^
발사진을 찍을 수 있는 친분도 부러워요ㅋㅋㅋ

페넬로페 2022-06-01 09:58   좋아요 3 | URL
전주가면 거의 비슷한 코스로 다닐 것 같아요 ㅎㅎ
한복이랑 개화기때 옷 빌려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저도 한번 입고 싶었어요. 미스터 썬샤인의 애신 애기씨처럼요.
ㅎㅎ~~
오스갤러리, 그곳 주변이 요즘 핫플레이스라고 합니다. 경치도 좋고 맛집도 많다네요~~
동아리 결성한지 이제 10년 가까이 되고 아이들의 연배가 비슷해 서로 마음을 터 놓을 수 있는 관계라 더 좋은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2-06-01 16: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에고 에고 오즈 갤러리 어떡하나요? 고생하셨어요. 저도 전주에 오즈 갤러리가 따로 있는줄은 몰랐네요. ㅠ.ㅠ 어머님과 함께하는 여행이 그래도 즐거우셧을 것 같아 제 얼굴에 웃음이 다 퍼지네요. 특히 자신의 종교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간절히 기도하시는 어머님의 모습을 상상하는데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고 뭉클해진달까요? 그런 마음이 드네요.

페넬로페 2022-06-01 18:03   좋아요 2 | URL
그니까요!
하필 전주에 오즈갤러리가 있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나중에 그것이 웃을 수 있는 추억이 되겠지요.
바람돌이님께서 알려주신 라한호텔은 예약이 다 차버려 저희는 라마다에서 묵었어요.
엄마와 언니랑 함께 해 더 좋았어요^^

희선 2022-06-02 01: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머님하고 좋은 기억을 하나 만들었네요 다른 데서 만나는 사람은 다 친절하지요 다 그런 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주에서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해줘서 기분 좋았겠습니다 오즈갤러리는 어떤 곳인지 안 들어가 보셨군요 본래 가려던 곳이 있어서 그랬겠네요

독서 동아리 분들하고는 그림을 보러 가셨군요 그 시간도 좋았겠습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6-02 09:43   좋아요 2 | URL
여행을 다녀오면 그 풍경도 남지만 그곳에서 같이 한 사람과 스친 인연이 더 생각나더라고요. 친절이라는게 별거 아닌것 같아도 또 그렇게 하는것도 쉽지 않으니 감사하죠~~
독서동아리 친구들과는 두 달에 한 번씩은 책 말고 뭔가를 하려고 하는데 나들이 할 때마다 또 추억이 쌓여 좋아요^^

기억의집 2022-06-07 16: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이건희 컬렉션 한시간 삼십분 기다려야 한다고 해서… 한참을 망설이다 취소하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어요. !! 평일인데도 줄이 길게 섰더라고요.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워 삼청동 돌아다니며 여기 저기 돌아다녔는데… 정독 도서관 올라 가 벤치에서 쉬다 가고 싶었는데 동행자가 별로라 해서 .. 저는 카페에서 쉬었어요!!! 줄거운 시간 되셨겠어요!!!

페넬로페 2022-06-07 17:29   좋아요 1 | URL
혼자 갔으면 힘들었을텐데 여러 사람이 같이 가 커피 마시며 기다리고 있으니 그럭저럭 시간이 가더라고요^^
저희는 마침 토요일에 가서 식당과 카페도 사람들이 꽉 차 있어 점심도 줄 서서 한 시간 정도 기다리다 먹었어요.
정독도서관은 학교때 다니고 오랜만에 다시 간 거였는데 넘 좋았어요.
벤치가 많아 앉을 곳이 많았고 정자도 있어 아예 신발 벗고 올라가 다리 뻗고 있었어요 ㅎㅎ
하루 나들이 다녀오니 기분이 좋았어요^^
 













[이 책은 당시 우리가 지닌 시대정신과 비슷한 무언가를 다루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순된 무언가가 그 안에 있었다....

무한히 계속되는 지엽적 요소들로 이루어진 어마어마한 문장들, 다양하고 서로 동떨어져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조합들, 얽히고설킨 주제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어떤 서열이나 체계 없이 다루는 기묘한 방식들, 극도의 정밀함과 풍요로움...

그 모든 것을 탐색하는 이 무시무시한 작가는, 난삽해 보일 정도로 복잡한 수많은 디테일을 선보였다. 그리고 동시에, 그것들의 조합으로써 심리를 해석하는 예지가 곧장 내 가슴을 밀고 들어왔다. 그때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롭고 보석 같은 심리 분석의 기구를, 새로운 시의 세계를, 그리고 보석 같은 문학의 형태를 이 작품에서 발견했다는 사실을 나는 나중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p41~42]

 

프루스트를 만나기 전에 읽었던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2권을 읽고 다시 읽고 있다. 차프스키는 내가 프루스트를 읽으면서 느꼈지만, 나의 짧은 언어로 그려내지 못한 감상을 시원하고도 적절히 표현해 준다. 2권의 스완의 사랑부분은 위의 인용문의 전형을 보여 준다. ‘극도의 정밀함과 디테일로 내가 이때껏 읽었던 그 어떤 사랑의 이야기보다 그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스완의 사랑은 우리가 만나는 사랑의 흐름에 따른 인간 심리의 변화뿐만 아니라, 살면서 마주치는 '순간'들이 얼마나 우리 삶의 방향을 생각지도 못한 곳으로 틀어버리는지에 대해서도 말해준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화자는 나중에 자신이 스완의 기질과 닮은 구석이 많다고 생각한다. 스완은 콩브레에서는 할아버지의 절친이며 소박한 이웃 친구로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사교계를 드나들며 그곳에서 무척 대우받고 인기 있는 사람이다. 스완은 프루스트와 1879년대 파리에서 가장 우아한 남자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던 샤를 아스라는 인물을 섞어 변형한 작중 인물이다. ‘스완의 사랑은 화자가 태어나기 전 스완이 화류계 출신 여성인 오데트 드 크레시를 만나고 사랑하는 과정이다.

 

스완은 오데트를 만나기 1년 전 쯤, 어느 저녁 파티에서 피아노와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곡을 듣는다. 처음엔 음의 물질적인 질감밖에 음미하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그 음악에 매혹되어 버린다. 그 악절은 그를 뚜렷한 행복, 미지의 앞날로 데리고 간다. 1년 후, 베르뒤랭 부인 집에서 오데트를 만나고 그는 그 악절을 다시 듣는다. 여러 우여곡절과 사랑의 고통을 겪고 난 뒤, 스완은 생퇴베르트 부인의 저녁 파티에서 같은 소악절(뱅퇴유의 소나타)을 들으며 오데트와의 사랑이 끝났음을 깨닫는다. 우연히 스완에게 찾아 온 그 악절은 그의 사랑의 과정에서 중요한 모티브이다. ‘스완의 테마로 유명한 그 악절은 생상스, 드뷔시, 프랑크, 바그너의 작품 중 하나라고 알려져 있지만,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른다.

 

[그날 저녁 이후로 스완은 그에 대한 오데트의 감정이 결코 되살아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또 행복에 대한 그의 희망이 더 이상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p283

때때로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밖에서 거리나 길을 쏘다니는 오데트가 무슨 사고라도 당해 고통 없이 죽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녀는 건강하게 아무 탈 없이 돌아왔다. 인간의 몸은 아주 유연하고 강인하여, 온갖 주위 위험을 저지하고 예방해 주어, 많은 사람들이 매일같이 거의 벌도 받지 않고 거짓말이나 쾌락에 몰두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놀랍기만 했다. -p286]

 

, 이 죽일 놈의 사랑이 과연 무엇인지....

 

 

스완의 사랑’-연대기

 

견제, 부정

소악절이라는 결정적인 계기

몰입, 이해, 우연

받아들임, 주변의 시선을 감수한다.

합리화, 신분과 취향 차이의 극복

연인의 과거를 무시하거나 애써 외면, 희생

영구적인 사랑의 기대-삶의 환희

사람을 변화시킴, 역전, 상대를 미화시킨다.

선물 세례, 필요한 것을 아낌없이 조달해 준다.

기댄다, 물질적 보상(부양한다)

눈이 멀다. 포로가 된다

독점,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

질투(그의 사랑의 그림자), 

의심, 염탐, 치졸

아픔, 고통, 괴로움

섭섭함, 슬픔, 자존심

사랑의 포로,

다시 고통, 고뇌, 괴로운 상상,

의혹

실체의 파악, 계산적

본질, 위기, 혼동, 과거를 의심

오열, 피로감, 한 번씩 죽음까지도 생각한다.

아픔, 통증, 상처, 구차함

소악절이 사랑의 허무를 일깨워 줌

마법에서 깨어남

즐거운 체험, 공허

오데트에 대한 감정이 되살아나지 않고, 행복에 대한 그의 희망이 더 이상 실현될 수 없음을 느낌(p283)

연인의 불행을 기원, 약간의 비열함

심문(과거의 진실을 캐묻고, 거짓말에 대한 추궁을 한다)

간헐적인 비열함, 사랑의 부정

 

[그리하여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불행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도덕적인 수준도 낮아지면서 그에게 다시금 나타나는 저 간헐적인 비열함으로 이렇게 외쳤다. “내 마음에 들지도 않고 내 스타일도 아닌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의 여러 해를 망치고 죽을 생각까지 하고 가장 커다란 사랑을 하다니!”

-p330]

 

누구에게나 사랑의 시작은 원대하다. 누구에게나 사랑의 과정이 있고, 그 과정 속에 질투와 열정, 파괴도 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스완의 사랑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없다. 사랑은 개인적이며 천박하기도 하고, 흘러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추앙의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1편인 스완네 집 쪽으로3부인 고장의 이름은 무척 서정적이다. 우리 발길이 닿는 곳 뿐만 아니라 상상속의 공간도 존재한다. 그것은 욕망하고 가기를 원하는 물리적인 실제의 장소일 수도 있지만, 새로운 만남이나 사람을 의미하기도 한다. 고장의 이름이나 고딕 양식의 아름다움에 화자의 첫사랑인 질베르트와 계속 경외하며 바라보는 스완의 만남 또한 스며들어 있다.

 

1인칭으로 서술된 고장의 이름역시 읽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프루스트의 문장을 읽으며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향수에 젖어 들었다. 정확히 표현하지 못하고, 사실 뭔지도 잘 모르겠지만 아련히 떠오르는 어떤 슬픔과 설렘, 뒤틀림, 삶의 여정, 묵직함 같은 감정들이 왔다 갔다 했다. 프루스트를 닮아 말은 길어지고, 두서없지만 나의 감성만은 점점 더 뾰족해지고, 풍부해 진다

프루스트를 닮아 간다.

 

[스완은 자신을 안달하게 만드는 절대적인 사랑과 만나는 중에도 이와 같은 에고이즘에 휩싸였다. 한때 매춘부였던 오데트는 그의 사랑이자 비밀스러운 삶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아주 자연스럽고,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사실 오데트는 해체의 세계로 들어가는 짧은 어귀에 불과했다. 오데트가 그에게서 멀어지자 스완은 비로소 그녀에 대한 자신의 정념이 너무나 크고, 그래서 이토록 자신이 고통스러운 것임을 깨닫는다. 나는 프루스트가 수백여 페이지에 걸쳐서 하고 있는 이것과 비견될 만한 또 다른 분석이 존재한다고는 감히 생각지 않는다. 같은 주제에 대해 이보다 더 섬세하면서 폭넓게 행해진 분석은 없다.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 p85~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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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5-26 22: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를 닮아가는 페넬로페님의 감성을 따라 읽어가며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덕분에 새로, 다시 프루스트를
경험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페넬로페 2022-05-27 00:06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의 이 책은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아요. 거의 책 전체에 밑줄을 그을 정도로 문장들이 섬세하고 좋더라고요.
리뷰 쓰기 넘 어려웠고 또 쓸게 많은데도 그냥 안쓰는게 더 좋을 것 같았어요^^

새파랑 2022-05-26 22: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를 이미 닮은 페넬로페님입니다 ^^ 분명 쉽지 않지만 문장들의 매력 때문에 책을 계속 읽게 되더라구요. 역시 감성적인 페넬로페님 👍 👍

페넬로페 2022-05-27 00:08   좋아요 4 | URL
정말요, 문장들의 매력이 철철 넘쳐요. 어찌 그리 디테일하고도 의미있는 표현들을 하는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는게 힘들었지만 그만큼 또 좋았어요.
읽을수록 감성은 더 커질것 같아요^^

독서괭 2022-05-27 00:3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프루스트를 읽은 몇 안 되는 분들은 프루스트를 다룬 다른 책들을 읽어나가는 재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그또한 방대한 세계일 듯요. 부럽습니다~^^

페넬로페 2022-05-27 09:11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를 다룬 책들이 많아 같이 읽고 싶은데 본 책 읽기가 쉽지 않아 계속 다음으로 미뤄지고 있어요.
조금씩이라도 병행해 읽고 싶은데 잘 될지 모르겠어요^^

scott 2022-05-27 00:3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프루스트를 닮아 가려면
우선 외출은 가급적 피하고
방에서 책만 줄창 ㅎㅎㅎㅎ

프루스트는 인간의 내면을 파고든 신경학자 라고 생각 합니다

잃시찾에서 융의 무의식의 세계를 맛보게 만드능 ㅎㅎㅎ

페넬로페 2022-05-27 09:13   좋아요 3 | URL
scott님, 정말요.
방에서 책만 읽고 싶은데 방안에 스마트폰과 패드로 인해 방해를 받습니다. ㅎㅎ
프루스트 읽다보니 인간의 내면과 심리적인 것도 많이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한 번 읽어서는 안될 듯 해요^^

그레이스 2022-05-27 18:24   좋아요 3 | URL
한달 정도 숙박하면서 전체를 한번에 읽어내려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하여의 저자가 머릿속에 이 책을 담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감탄했습니다.

페넬로페 2022-05-27 20:01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어디 경치 좋은 곳에서 누가 해주는 밥 먹으며 책 읽고 싶어요^^

희선 2022-05-27 01:3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프루스트 책을 보다보니 프루스트를 닮아간다니 부럽네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뿐 아니라 다른 책도 다시 보시는군요 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만 아는군요 아우슈비츠에서 지낸... 그때 프루스트 소설이 없었다면 뭘 보고 희망을 가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5-27 09:18   좋아요 4 | URL
프루스트를 따라가다보면 감성적인 면에서도 많이 느끼는데 이걸 표현하려니 힘드네요.
차프스키는 이 책을 여러 번 읽어 자기 것으로 만들었나봐요. 그러니 기억만으로 수용소에서 잃.시.찾에 대한 강의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서니데이 2022-05-27 22: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길고 섬세한 문장이 있지만 생각하면 홍차랑 마들렌이 먼저 생각나네요.
이번주 날씨가 많이 더웠습니다.
즐거운 주말과 기분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28 00:18   좋아요 3 | URL
네, 홍차에 적신 마들렌 한 조각으로 과거의 기억속으로 들어가죠~~
제가 사는곳 주변에 홍차전문점이 생겼더라고요.
이 책 가지고 한번 가봐야할것 같아요^^

서니데이 2022-05-28 19: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햇볕이 뜨거운 주말입니다.
그래도 7시가 되어서인지 더운 시간은 지나가는 것 같아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5-29 11:36   좋아요 3 | URL
요 며칠 간간이 부는 바람이 참 좋아요. 그래서인지 더위가 조금 덜 느껴지고 초록이 무성해진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는게 넘 좋더라고요.
서니데이님!
좋은 날, 행복한 시간 보내세요^^

2022-05-30 2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31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mini74 2022-05-31 1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글 읽으니 프루스트 책을 다시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 ㅠㅠ 이 죽일 놈의 사랑이 아니라 이 죽일놈의 미련 ㅎㅎㅎ 페넬로페님 👍

페넬로페 2022-06-01 02:02   좋아요 3 | URL
저도 이 책 읽으며 이 책은 한번 읽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느껴요.
저 완독하면 다시 같이 읽어요^^
미련은 잠시 접어 두시고요 ㅎㅎ
 













아픈 데가 점점 늘고 있다. 몇 년째 앓아온 엘보의 통증은 사라지지 않고,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에서 콜레스테롤 수치가 위험 경계에 이르렀다. 평생 많이 살쪄본 적이 없고 기름진 음식을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는 나로서는 그 결과를 납득할 수 없었다. 아픈 증세가 생길 때마다 병원에 달려가면 의사는 항상 똑같은 말을 한다.

 

이제 그럴 때가 되었어요. 그냥 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병원은 아픔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고통을 치유해주는 곳인데도, 나의 아픔은 나이 탓으로 돌려지고, 더 심한 고통의 환자들에게 밀리고 만다. 암이 아니어서, 더 급한 병이 아니어서 다행이지만, 내가 겪는 고통도 힘든 건 사실이다.

 

[매는 공유되지 않았고 소통되지 않았다. 모든 매는 각자의 매였는데 그랬기 때문에 매는 더욱 육신에 사무쳤다. 그 캄캄한 단절은 신의 부재 증명이었지만, 다시 캄캄하게 뒤집히는 고통이 생명을 증거하는 사태는 신의 존재 증명인 듯도 했다.

-김훈, ‘흑산중에서]

 

단지 천주를 믿었다는 이유로 온갖 매를 감당했던 선조들처럼, 내 육신의 고통 역시 그 누구와도 공유되지 않는다. ‘깃털 담요 위에 누워서도 불편하여 몸을 뒤척이며 고통을 막아 보려는 병든 여인-신곡, 연옥, p57’이라는 단테의 표현처럼 아픔은 각자의 것이다. 받아들이자, 감수하자, 이 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 사람도 많다고 나를 위안하면서도 난 의사가 나에게 무심코 던지는 그 말들이 싫다.

 

스트레칭이면 충분하다는 아침, 저녁, 5, 10분 또는 20분의 분량으로 스트레칭의 기본자세를 알려준다. 동작이 별로 어렵지 않고,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단계별로 설명이 되어 있다. 피로, 어깨 통증, 소화불량, 변비, 신경통 등에 효과가 있는 밴드 스트레칭에 대한 부록도 있다. 결국 건강은 내가 챙겨야하기에 많이 걷고, 몸의 활동성과 유연성을 유지하기 위해 하루에 한 번이라도 이 책을 보며 동작을 따라할 결심을 했다. 스트레칭을 위해 폼 롤러와 요가 패드도 구입했다.

 

2년간의 코로나 시국을 보내며 난 남들보다는 덜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이유 중의 하나는 열심히 걸었기 때문이고, 나에게 책이 있어서일 것이다. 책이 나를 외롭지 않게 했고, 나의 노년에 대한 걱정을 덜게 만들었다. 더 나이 들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책을 놓고 싶지는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강해야만 한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권에서 화자인 나는 우리 힘이 미치지 못하고, 우리 지성의 영역 밖에 있는 과거홍차에 적신 마들렌한 조각으로 소환해내고,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 나선다.

 

단테는 신곡-지옥편, 21곡에서 마귀 바르바리치아의 방귀 묘사로 22곡의 캄팔디노 전투를 회상한다. 지옥의 여덟 번째 고리인 말레볼제에 내려간 단테는 무수히도 많은 뚜쟁이와 매춘부가 서로 엇갈리며 도는 현장에서, 1300년에 순례자들이 산피에트로대성당을 향해 폰테산탄젤로로 밀려들며 인산인해를 이루는 광경을 떠올린다.(‘단테 ×박상진중에서)

 

책을 읽으며, 책 속에서 어떤 계기와 이미지, 소리, 냄새로 소환된 과거의 기억들에 의해 나 역시 과거 속으로 들어갈 때가 있다. ‘잃어버린 시간들에서 화자는 어린 시절 콩브레에서 보냈던 기억을 회상한다. 마르셀이 들려주던 여러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과거가 생각났다. 마르셀의 콩브레와 나의 과거가 교차되는 느낌이었다. 특히 마들렌과 홍차 부분에서 엄마가 떠올랐고, 그녀가 해주던 음식, 특히 봄에 먹던 음식의 맛에 강하게 이끌렸다.

 

봄에 생멸치가 나오면 엄마는 그것을 궤짝 채로 사와 멸치 액젓을 담그고, 된장을 풀어 멸치를 넣은, 국물이 많이 없는 찌개도 만들어 주셨다. ‘남해의 대표음식이기도 한 멸치쌈밥을 그 곳으로 여행을 가서 먹어봤지만 엄마가 해준 그 맛이 아니었다. 작은 바다를 낀 지방의 소도시에서 자란 나는 생선도 좋아한다. 더운 여름철이면 엄마는 장어를 삶아 뼈를 다 발라내고, 거기다 갖은 채소를 넣어 보양식인 장어국을 만들어주셨다. 그릇에 펄펄 끓는 장어국을 담고 그 위에 꼭 방아잎을 얹어 먹어야 한다. 방아잎의 향이 약간 느끼할 수 있는 장어의 맛을 깔끔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번 어버이날에 친정에 다녀왔다. 나이가 많으신 친정 엄마와 시어머니 두 분 다 계시지만 남편과 나는 각자의 엄마를 챙기기로 했다. 엄마는 지방에서 결혼을 하지 않은 언니와 살고 있다. 연로해지시고, 기억마저 거의 잃어가는 엄마는 이제 더 이상 나를 힘나게 하는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해주시지 못한다. 그래서 요즘은 언니가 그 역할을 대신한다. 나를 위해 멸치쌈밥과 장어국을 끓여주고, 서울로 가져갈 장어국과 해산물을 얼려 놓는다. 우리는 4일 동안 엄마를 모시고, 산으로 바닷가로 다녔다. 엄마는 무조건 걸어야 하기에 힘들다 해도 억지로 걷게 한다. 이번에 간 바다엔, 바다 위로 긴 데크길이 놓여 있었다. 엄마와 함께 바다를 보며 많이 걸었다.




 

 

 

 

 

 

 

 

 

 

 



[아들아, 창조주나 창조물은 사랑이 없었던 적은 없으니, 알다시피, 자연이나 영혼의 사랑이다. 자연의 사랑에는 언제나 오류가 없으나, 영혼의 사랑은 그릇된 대상 때문에, 또는 너무 넘치거나 모자라서 잘못될 수 있다.....

따라서 사랑은 너희에게 온갖 덕성도 심어 주고, 벌 받아 마땅한 모든 악습도 심어 준다는 것을 너는 알 수 있으리라.

-연옥, 17, p147~148]

 

단테의 신곡-연옥편에서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는 단테에게 사랑의 본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 고유의 이상적인 사랑은, 인간의 자유의지로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의 모든 곳엔 사랑이 필요하고 온갖 종류의 사랑이 있다. 사랑을 주고, 받고, 그것을 위해 추앙하고, 좌절하기도 한다.

 

기억을 잃어가지만, 육신의 힘이 점점 없어지지만 내 엄마의 사랑은 자식에 대한 끝없고 끈질긴 사랑이다. 남편을 대하는 나의 사랑엔 측은지심이 있고, 딸아이에 대한 사랑은 욕심과 기대, 포기가 있다. 요즘 내가 즐겨보는 뜨거운 싱어즈는 나를 계속 울게 한다. 배우들이 부르는 노래에 담긴 의미들이 좋아 눈물이 난다. 그것은 세상과 타인에 대한 나의 사랑이 많아 그럴 것이다.

 

지옥, 연옥, 천국을 차례로 가며 표현되는 단테의 사랑은 다 다르다. 어떤 사랑은 이해가 잘 되지 않지만, 그것이 무엇이든 사랑이라는 건 무조건 좋다. 신을 향한 신성한 사랑은 겸허해서 좋지만, 나의 자유의지로 행할 수 있는 사랑은 풍부해서 멋지다. 그렇게 사랑은 표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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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2-05-13 0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엄마와 언니♡♡♡♡♡

scott 2022-05-13 11:41   좋아요 4 | URL
⠀ 💗💗⠀ ⠀ 💗💗
💗💖💖💗💖💖💗
💗💖💖💖💖💖💗
💗 LOVE MOM 💗
⠀ 💗💖💖💖💗
⠀ ⠀ 💗💖💗
⠀ ⠀ ⠀ ⠀💗

페넬로페 2022-05-13 11:56   좋아요 3 | URL
scott님, 더 많고 고운 하트!
감사합니다^^

2022-05-13 0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3 1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거리의화가 2022-05-13 09:44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마지막 사진 찡하고도 아름답습니다~~^^ 저도 점점 몸이 시원찮아서 열심히 걷고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책을 더 오래 읽기 위해서라도 건강을 잘 챙겨야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5-13 12:00   좋아요 6 | URL
몸이 힘들어도 또 힘내서 움직이면 움직여지고 힘이 나더라고요. 우리 끝까지 책 읽고 헹복하기 위해 운동 포기하지 말고 건강 위해 노력해요^^

mini74 2022-05-13 11: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울 엄만줄 알았습니다. 어머니들 뒷모습이 왜 이리 비슷한지. 짠하기도 하고 ㅠㅠ 이제 고통과 질병과 함께 갈 나이, 친해져야 할 나이라고 하는데 실감이 안 납니다 ㅠㅠ 우리 건강하게 책 열심히 읽으며 잘 늙어보아요 *^^*

페넬로페 2022-05-13 12:45   좋아요 6 | URL
네, 저도 길거리 가면서 언뜻 엄마 닮은 사람이 있어 깜짝 놀라곤 해요~~그럴때 괜시리 울컥해지기도 하고요.
그렇죠, 이제는 질병과 친해져야 할 나이인거죠! 받아들여야지요.
한숨 쉬면서요 ㅎㅎ
미니님의 귀여운 목소리처럼 귀엽게 늙도록 해보겠습니다^^

미미 2022-05-13 11:1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의 온유하고 인간미 넘치는 글을 읽고나서 귀엽게 꾸며진 사진을 보니
눈이 또 뜨거워져요 자주 걷고 물 많이 마시는게 혈액순환에는 최고인것 같아요
저희 엄마 수술하셨을때 같은 층에(같은 암)계신 분들중 수술 후 열심히 걷는 분들은
수술 경과도 좋았고 누워계신 분들은 이어지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다 재수술 반복하셨
어요 어머님과 언니 뒷모습도 참 고우십니다!*^^*
음식은 추억을 소환하기도 하고 말없이 사랑을 전해주네요~♡

페넬로페 2022-05-13 12:50   좋아요 6 | URL
우리 모두 엄마만 생각하면 그냥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 같아요.
짠하고 미래의 나 같기도 하고요^^
물많이 마시고 운동하고 걷고
좋은 것 먹고, 그것이 정답인 것 같아요. 잃.시.찾 읽으며 추억에 젖었어요. 홍차에 마들렌처럼 우아하진 않지만 토속적이면서도 건강해지는 음식들이 여전히 좋아요**

다락방 2022-05-13 11: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처음엔 맞아, 나도 나이들면서 몸이 아파지고 있지,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어요. 최근 어떤 고통은 함께 가야하는구나, 깨달으면서 거기에 대한 책도 찾아 읽어보고 싶어졌는데 그 생각도 났고요. 그런데 계속 읽다보니, 엄마 생각이 나네요. 엄마. 우리 엄마. 엄마 모시고 저도 여행을 좀 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고보니 엄마랑 둘이 여행한 게 좀 오래 되었네요. 엄마 더 늙어가시기 전에 가장 건강할 때 모시고 여행 다녀와야겠어요.

페넬로페 2022-05-13 12:54   좋아요 6 | URL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도 고통을 끌어안고 사는게 맞겠죠! 그리고 이만하면 다행이다 생각하며 감사하며 살려고 해요.
저희 엄마 형제분은 8명인데 이제 엄마랑 막내외삼촌만 생존해 계세요 ㅠㅠ 기회 있을 때 엄마랑 여행 다니고 사진 찍고 맛있는 것 먹으며 얘기 나뉘야 할 것 같아요.
다락방님, 어머니와 꼭 여행 다녀 오시길 바래요^^

coolcat329 2022-05-13 13:2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 모두 건강이 중요할 나이인가봅니다. 저도 매일 매일 몸이 예전같지 않음을 실감합니다. ㅠ 어머니,언니와 좋은 시간 보내셨네요.
나중에 소중한 추억을 떠올리게 할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페넬로페 2022-05-13 15:08   좋아요 5 | URL
그 무엇을 하든 건강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 나이가 되어 씁쓸하지만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건강 지켜려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엄마, 언니와 좋은 추억 위해 자주 여행 다니고 사진도 많이 찍으려 해요^^

레삭매냐 2022-05-13 13: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단테에게서 사랑을 읽으시는군요.

신곡에 대한 호기심을 마구 끌어
올려 주십니다.

부디 건강해냐 합니다. 살다 보니
건강이 참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페넬로페 2022-05-13 15:10   좋아요 6 | URL
신곡을 읽을수록 그 매력이 더해집니다. 지금 연옥 읽고 있는데 지옥과 또 다른 분위기예요. 저의 종교와도 가까워 많은 도움 받았어요^^

프레이야 2022-05-13 14:4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두 분 뒷모습 짠하고 아름다워요
엄마랑 바닷길 걷기. 저도 어서 나아 해보고 싶은데 엄마 아빠가 기다려 주시겠죠 ^^
흑산, 의 명문장. 고통과 통증에 대한 감각이 우리가 살아 있다는 걸 증명하는 건 맞는데 통증이 지속되면 힘들지요. 그럼에도 좌절하지ㅜ않고 이겨내는 분들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어요.

페넬로페 2022-05-13 15:14   좋아요 7 | URL
엄마의 뒷모습은 왜 더 짠한지 모르겠어요. 프레이야님 어서 쾌차하셔서 부모님과 더 좋은 시간 가지시길 바랍니다.
하루하루 다르게 변해가는 엄마 볼 때마다 맘이 안좋고 친정 다녀오면 노모가 눈에 밟혀 며칠 우울해요^^
고통이 삶의 증명이긴 한데 그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다는건 지나친 욕심이겠죠~~
그저 건강 챙기며 살아야겠어요^^

새파랑 2022-05-13 15:1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건강이 안좋으시군요 ㅜㅜ 제가 아픈것처럼 슬픕니다 ㅜㅜ 빨리 회복되셔서 소세키 완독하셔야됩니다 ^^

페넬로페 2022-05-13 16:04   좋아요 5 | URL
제가 너무 고통스럽게 표현했죠 ㅎㅎ
생각보단 괜찮아요.
그리고 걱정마십시오
무조건 올해 소세키 완독할 겁니당^^

페크pek0501 2022-05-13 15: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칭이 몸에 좋다는 얘기는 많이 들었어요. 요가나 발레도 스트레칭 동작이 많잖아요.
저는 유튜브로 스트레칭을 침대에서 하곤 했죠. 잠자기 전 10분 동안, 이란 게 있어서요.
요즘은 몸을 쉬어야겠단 생각으로 안 해요.
일단 스트레칭과 걷기 운동으로 고혈압, 당뇨 등을 예방해야겠단 생각은 늘 해요.

페넬로페 2022-05-13 16:08   좋아요 4 | URL
어디가서 운동을 하려고 하면 시간이 뺏기니 여의치 않아 그냥 집에서 해보려고요. 사실 헬스 등록 해놓고 잘 안가거든요.
저도 고혈압, 당뇨약 먹고 싶지 않아 운동 계속 해 왔는데 생각지도 않게 콜레스테롤이 발목을 잡네요 ㅠㅠ
이제부터라도 이를 악물고 더 열심히 운동 하겠습니다.
페크님도 건강 유의하시길 바래요^^
유튜브에 들어가 보겠습니다~~

희선 2022-05-14 01: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사랑이라 하니 며칠 전에 라디오 방송에서도 그런 말을 했는데 했어요 거의 대충 들어서 바로 생각나지 않았는데 생각났습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에서 모리 선생님이 사랑이 있어야 세상에는 사랑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사랑이 답이다 했던가 어쨌든 맞는 말이네요 가까운 사람을 생각하는 것뿐 아니라 넓은 사랑도 있어야 세상이 괜찮겠지요

페넬로페 님도 어머님도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희선

페넬로페 2022-05-14 12:48   좋아요 4 | URL
네, 세상에 사랑이 있어야 한다는 건 분명한데 쬐금 부족해서 탈인것 같아요. 사랑이 있고 사랑이 답이다!
엄마에게 전화하면 매번 당신 걱정은 하지 말라 하십니다.
우리 다들 건강하게 살아요^^

2022-05-15 23: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5-16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서니데이 2022-05-20 19: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비가 왔는데도 습도가 높은 것 같아요.
날씨가 매일 더워지는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기분 좋은 금요일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20 20:22   좋아요 4 | URL
네, 밖에 나갔다오면 얼굴이랑 마스크가 땀으로 조금 범벅되네요.
이제 습도와 높은 기온을 견뎌야하는 시기가 점점 다가오고 있네요. 여름 잘 견뎌야하는데 벌써부터 약간 피곤한 느낌입니다.
서니데이님께서도 건강한 주말 보내시길 바래요^^

서니데이 2022-05-23 19:5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좋은데, 오늘은 기온이 올라가서 더운 날이었어요.
편안한 하루 보내고 계신가요.
이번주 지나고 다음주가 되면 6월이네요.
좋은 시간 많은 5월 되세요.^^

페넬로페 2022-05-24 08:35   좋아요 3 | URL
5월이 얼마남지 않아서 또 한달의 의미를 생각하게끔 합니다.
곧 6월이 시작되는데 이제부터 더위와의 싸움이네요~~
건강하고 씩씩하게 더위를 이겨보아요^^

beeko 2022-05-24 09: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모든 것이 점점 쪼그라드는 것이라 들었습니다. 스트레칭을 통해서 쪼그라드는 몸과 마음을 펴주고 늘려준다면 노화를 방지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 됩니다. 저는 매일 아침 짐볼 위에서 목 허리 어깨를 펴주면서 하루를 시작하니 매우 상쾌한 하루의 출발이 되더라고요.

페넬로페 2022-05-24 17:32   좋아요 3 | URL
쪼그라든다는 말이 무척이나 실감됩니다. 마음까지도요.
집에서 그나마 스트레칭이라도 하는 날은 몸이 좀 더 개운하더라고요~~
근데 그것도 하다가 안하다가를 반복합니다. 부지런해야 건강도 지킬 수 있을것 같아요.
beeko님께서도 항상 건강하시길 바래요^^

희선 2022-06-10 01: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 님 축하합니다 유월 오늘이 가면 삼분의 일이 가는군요 시간이 가는 게 아쉬우면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잘 보내려고 해야 할 텐데... 좋은 생각하고... 오늘 좋은 하루 보내시고 주말도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페넬로페 2022-06-10 19:05   좋아요 3 | URL
희선님, 감사합니다**
6월이라 그런지 세월이 또다시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어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 하는데~~
남은 6월도 건강하게 잘 살아보아요**

새파랑 2022-06-10 06: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6월 결과가 나왔나보네요 ^^ 페넬로페님 축하하고 항상 건강하셔야 합니다~!!!

페넬로페 2022-06-10 19:06   좋아요 3 | URL
넵, 언제나 건강이 1순위 입니다.
감사드려요~~

mini74 2022-06-10 08:1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짠하면서 재미있고 유익하게 읽었던 리뷰 ~~ 축하드려요 *^^*

페넬로페 2022-06-10 19:06   좋아요 4 | URL
미니님,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미미 2022-06-10 12:4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당선 축하드려요😍 스트레칭으로 굳어지지 않게
몸 관리하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즐겁게 쭉 책 읽을 수 있는 삶이면
그것이 지상천국아닐까 싶습니다.

페넬로페 2022-06-10 19:07   좋아요 5 | URL
네, 그것만이 우리들 세상이죠.
건강하고 즐겁게 쭉 책 읽기
아자아자**
감사합니다, 미미님**

서니데이 2022-06-10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페넬로페 2022-06-11 00:2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scott 2022-06-14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넬로페님 이달의 당선 추카 합니다
유월달 아픈곳 없귀!
가족들 모두 건강하귀!^^

페넬로페 2022-06-15 19: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6월에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어요
scott님도 더위 잘 이기시고 건강하시길 바래요^^